- 기한내 업무 마치기를 주제라 하는 책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뉨. 한 부류는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절망에 빠진 사람을 비난하고 당장 내일부터 열심히 따라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해결책을 제시. 다른 하나는 멈춤, 느림, 게으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해결책이 아니라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직접 키운 장미와 직접 짠 올리브기름에서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체념의 메시지를 전달. 우리는 이들 두 부류와 전혀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인간관게가 썩 원만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업무와 의무라는 딱딱한 코르셋에 애써 몸을 우겨넣는 요령을 배우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자제력이라는 말을 생활단어장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 자제력은 전기톱을 닮았다. 전기톱은 나무를 쉽게 베어내지만 자칫 잘못하면 벌목꾼의 다리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자제력이라는 말에 넘어가 자기 본성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 인생설계를 세웠다가는 크게 불행해질 수도 있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첫째 꼭 그래야 하는지 아직 증명된 바가 없고, 둘째 이런 경우가 적을수록 더 행복해진다. 요컨대, 우리는 끊임없이 계획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계획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힘들게 자기 삶을 바꾸지 않고도 예전보다 더 기분좋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주의력결핍 증상인 한눈팔기와 지연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짧은 집중시간, 건망증, 집중력 장애, 끈기부족, 여러 활동의 빈번한 교체, 과잉행동, 산만함 같은 다른 증상들도 지연행동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의력결핍이 질병이나 장애인지, 아니면 사회구조가 낳은 지극히 정상적인 다양한 성격적 특징중 하나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과 사무직에서 요구되는 행동을 관찰해 보면, 위에 언급한 증상들을 혼합해 놓은 것 같다. 이런 행동은 멀티태스킹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누구나 갖춰야 할 재능으로 평가됨.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못하므로 업무중 전화벨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고 상사에게 설명하라. 제대로 집중한 까닭에 직장생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로버트 레빈의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에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전제품을 쓰지 않았던 20년대 농촌 주부들이 가전제품에 둘러싸여 하는 20세기 후반 도시 주부들보다 확실히 적은 시간을 가사노동에 썼다.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기술진보와 함께 기대치가 상승한 데 있다"고 썼다. 그리고 또 다른 원인으로 잘못 만들어진 기기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기기들은 인간 삶의 단순화라는 본연의 임무에 실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스트레스까지 안겨준다.
- 시카도 드폴대학 조셉 펠라리는 이런 권유가 얼마나 허망한지 지적했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주간계획표를 써보라고 권하는 것은 장기 우울증 환자에게 명랑하게 살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들진 않는다. 이 말은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환자나 사회적 기형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렸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궁정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 중세 후기까지 대다수 평민은 길어야 하루 6시간 정도 일했다. 그레이엄 롭이 뉴욕타임즈에 쓴 글에 따르면, 19세기까지 유럽의 여러 지역에는 일종의 겨울잠 문화가 남아 있었다. 알프스 지역이나 러시아처럼 겨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역뿐 아니라 부르고뉴의 포도원에도 있었다. 포도원 주인들은 마지막 포도수확이 끝나면 남은 찌꺼기를 태우고 기기를 수리한 뒤 봄이 올 때까지 쉬었다. 1844년 포도원 주인의 재정실태를 조사한 프랑스 공문원의 보고를 보자. "이 활기찬 사람들은 이제 온기를 유지하고 식량을 아끼기 위해 매일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 론 강 유역의 보케르 주민들은 여름에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남은 계절에는 담배를 피우고 카드놀이를 하고 사냥을 하고 낮잠을 자면서 보낼 수 있다."
- 로버트 레빈은 문화권별로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들의 평균 노동시간을 통해 국가의 발달 수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발달한 국가일수록 여가시간이 짧았다. 레빈에 의하면, 수렵채집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적게 일했따. 파푸아의 카파우쿠족은 이틀 연달아 일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믿는다. 쿵족은 하루에 평균 여섯시간씩 일주일에 2.5일을 일한다. 샌드위치 섬 남자들은 하루에 네시간 정도 일한다. 여자들의 희생으로 남자들이 팔자좋게 쉬는 거라고 반박하고 싶겠지만 레빈에 따르면 경제가 덜 발달한 사회에서는 여자들도 일주일에 평균 15~20시간 정도 일한다. 쉽게 말해 유럽 여자들보다 확실히 적게 일한다.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양심의 가책이 아프리카, 남미, 혹은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만 생소한 게 아니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유럽에서도 그런 양심의 가책이 낯선 것이었다.
-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에 반대하는 의식이 발달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이 일이란 원래 부지런히 열심히 해야하고, 가능한 오래 해야 하며, 재미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의식적으로 양심의 가책에 맞서 싸울 수 있다. 이 싸움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는, 철저히 교육된 역학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를 즉시 버릴 필요는 없다. 무심하게 서랍에 넣어두고 그것이 다시 그리워지는지 몇년 동안 기다려보자.
- 자제력은 자신의 고유한 감정과 지성,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곤혹스럽도록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그것을 무의식이 먼저 감지했다는 명확한 표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무의식은 이런 자제력을 의욕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쉽게 말해, 싫어하는 일을 좋아하도록 자기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 음식 민간요법, 속담, 어른들의 훈계에서 '몸의 소리에 귀기울여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구토와 와 통증 같은 몸의 신호를 진지하게 대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영혼의 소리를 들으라는 말은 아무도 하지 않는 걸까. 영혼이라는 말이 혼령처럼 들려 사이비종교를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영혼이 어떤 일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뜨거운 불에 손대기를 거부하는 것과 똑같은 반응이다. 자제력을 강요한다고 해서 뜨거운 불에 손을 들이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지나친 자제력은 미덕이 아니라 자기 욕구를 부정하는 것에 불과. 자제력이 요구될 때마다 왜 자제력을 발휘하려고 애쓰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제력은 주로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과 관련해서 언급된다. 내가 잘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려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즐거움이 적고 효율성도 당연히 낮다. 소위 피나는 노력을 해야 부족한 능력을 겨우 몇 퍼센트 향상시킬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잘하는 일을 할 때는 크게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초과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력은 이를 악물고 할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할때 더 효과적인데, 편안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더 의욕적이 되기 때문. 싫어하는 일을 하려고 오랜 시간 무던히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인격에 반하는 행위다. 그런 면에서 자제력 훈련은 훌륭한 펜치를 망치로 만드는 과정일수 있다.
- 일이 즐거운 이유는 특정 범주에서 '더 나은' 일에 속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조건에서 이뤄지기 때문. 뜨개질, 목공계, 도예, 낚시, 정원 가꾸기 같은 몇몇 일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한때 아주 평범한 노동이었지만, 그 사이 지위가 달라졌다. 독일에서 옷, 가구, 식재료를 직접 생산해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재미있게 즐기는 취미활동으로 변했다. 그러나 낚시든 잡초 뽑기든 일의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므로 하기 싫은 일은 일단 뒤로 미뤄 피하거나 전략적으로 멀리 추방하는 것이 옳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조언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일하는 사람은 확실히 행복한 사람이다. 자기 능력으로 해낼 수 있되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는 사람은 더욱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다. 그런 일이라야 몰입이 가능하다. 일에 몰입하면 시간과 공간을 잊게 된다. 몰입은 의욕과 일의 성배다. 몰입 상태에서 생산적인 행복감을 느낄 때, 우리 몸에선 사랑에 빠지거나 섹스를 할 때와 똑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요컨대, 몰입하게 하는 일은, 비록 지금까지 아무도 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단기적으로 또한 장기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준다."
- 모든 인간은 원하는 만큼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꼭 해야만 하는 일만 아니면. (로버트 벤츨리, 일을 해치우는 방법(1949))
- 로버트 레빈에 따르면 모노태스킹은 과제의 마무리를 중시하는 대부분의 서구문화권, 즉 시각문화에서 생긴 특별한 습관이다. 반면 과제의 시작을 중시하는 사건시 문화에서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다중시간형 계획을 선호. 다중시간형 계획을 세우면 우선 한가지 일에 집중하다가 다른 일에 관심이나 호감이 생기면 그 일을 하고 다시 다른 일에 흥미가 생기면 그 일을 한다. 중간에 갑자기 쉬게 될 수도 있고 계획에 없던 새로운 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처음에 집중했던 일에 다시 흥미가 생길수도 있다. 다중시간형 계획에서는 모든 일이 각각 조금씩만 진행된다. 레빈은 다중시간형 계획과 단일시간형 계획을 유연하게 변환하라고 조언한다.
-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리듬을 서케이디언 리듬이라고 한다. 학술적 느낌이 물씬 나는 전문용어다. 일반적으로 새벽 3시에 아이가 가장 많이 태어나고, 아침 9시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이 생산되고, 정오에 대부분의 혈중단백질이 순환하고, 저녁 7시에 가장 자주 치통을 호소하고, 새벽 4시에 가장 많이 죽는다. 생물의 일생에 해당하는, 하루보다 긴 주기를 인프래디언 리듬이라고 하는데, 동물의 겨울잠, 발정기, 털갈이, 철새이동 같은 현상들이 여기에 속함. 인간에게도 매일, 매주, 매년이 다르다. 특히 여자들은 생리주기를 통해 그것을 구체적으로 감지. 남자들은 3월에 주로 아빠기 되는데, 그들이 6월에 자주 시도하기 때문. 기온과 햇살이 기분, 에너지 대사, 능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이 사실을 연결하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시간이 아주 적다는 것이 명료해짐. 자신의 기분만 잘 살피면 계속해서 기압, 체온, 성욕을 체크하지 않고도 최적의 순간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본능을 우상처럼 따르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대 사회는 기능을 우상처럼 떠받들며 우리에게 본능을 무시하는 훈련을 시킨다. 그 결과, 우리는 최적의 감정적, 지적, 신체적 상태를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여러 측면에서 저하된 상태의 능력으로 일을 하게 된다. 최적의 순간을 감지하고 싶다면 일단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본능에 귀 기울이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 최적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당연히 최적의 순간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여러 조언이 있다. 예컨대 데드라인에 가까워지면 순간적 에너지가 발산됨. 가까워질수록 압박감이 커지는 데드라인이 최적의 순간 적어도 차악의 순간을 감지할 기회를 높인다.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시간압박이 부담스럽거나 그것을 견디는 게 싫은 사람은 데드라인에 맞춰 일하지 말고 착수날짜를 직접 정해보자. 경험적으로 볼 때, 업무착수날짜를 너무 이르게 잡으면 무시하거나 미루기 쉽다. 계획한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소위 정신적 준비운동으로 등장하곤 하는 딴청거리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무 늦게 잡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착수날짜를 데드라인에 촉박하게 잡고 그날이 올때까지 자주 상기한다.
- 도덕경에 따르면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진다" 이런 도교의 기본사상을 무위라고 한다.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행동하기. 그러나 무위가 단순히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역시 멋지고 권할만한 일이지만 말이다. 무위는 꼭 필요한 행위를 최적의 순간에 하게 되기 때문에 별다른 수고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한다.
- 어려운 과제는 게으른 사람에게 맡겨라. 틀림없이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 대부분의 활동은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않는다. 바쁘게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은 사고의 게으름과 맹목적 행동주의라는 또 다른 형태의 게으름을 실현할 뿐이다.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하필이면 주 5일, 하루 8시간에 맞춰 처리해야 할 근거가 전혀 없다.
- 실용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매번 마지막 힘까지 총동원해 완벽주의 자세로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때는 비상에너지를 비축해 둬야 한다. 단, 모든 에너지를 다 쏟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선 안된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퍼내 쓰지 말고 그 아래 머물러야 한다. 세 가지를 할 수 있으면 두가지만 하라. 열가지만 할 수 있으면 다섯가지만 하라. 그래야 더 확실하고 훌륭학 일할 수 있고 계속 일할 힘이 남아 있다는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가 죽은 뒤 복제 전문가들이 미완성 그림의 대부분을 마무리 했으니 말이다.
- 나는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끝낸다. 성격 검사에 흔히 나오는 이 문장은 성공적이고 추진력이 강하며 성실한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표준문항이다. 이 문장에 어리석은 절대성을 가미하면 아주 괴상한 내용으로 변한다. 이득은 없고 에너지만 잡아먹는, 완전히 정신나간 프로젝트라도 나는 일단 시작하고 나면 반드시 끝낸다. 고집은 자제력의 응원을 받아 강해지는데, 이런 고집은 잘못된 행위를 알려주는 경고를 무시하거나 아예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바른 길로 방향을 바꾸거나 적어도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뇌 영역에 딱지가 앉는다. 계속해서 정강이를 때리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 몇달 뒤에는 감각이 무뎌져 때리는 줄도 모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포기불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버텨야 하고, 일단 시작한 일은 힘들고 수고스럽더라도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웠다. 자제력은 이런 가르침 뒤에 숨어서 사악한 얼굴로 경멸하듯 웃는다. 학교는 끈기를 중요한 성공규칙으로 칭송하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하는 능력은 아주 짧게 다룬다. 고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현실성이 약간 반영되어 제2외국어 포기가 허락됨
- 17세기말 네덜란드에서 저렴한 유리창이 시장에 나오면서 지저분한 집을 더는 그냥 방치해둘 수 없게 되었다. (로버트 레빈,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 밝은 전구 때문에 똑같은 집도 옛날보다 오늘날 더 지저분해 보이게 되었다고 불평하면서 전구를 양초로 바꾸면 가사노동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저분한 것이 건강을 해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위생이 아이들의 알레르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지저분한 것이 환경에도 좋다. (톰 호지킨슨, 자유롭게 사는 법)
- 세탁기에서 나오는 첫번째 물이 시커먼 구정물이 아니라면 빨래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환경에 좋지 않다. (막스 골드트)
-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은 물건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 책임감은 부분적으로 물건과의 감정적 연결에서 비롯된다. 물건을 사람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는 것이다. 작은 것부터 버려보자. 종이 한장을 버려라. 얼마 후면 양말이나 속옷 같은 물건은 쉽게 버릴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버리기의 최고경지에 도달해 메모, 사진, 선물, 인형조차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버릴 수 있을 것이다.
- 특정한 행동방식이 다른 것보다 건강에 좋을 거라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 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수단에 불과.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선과 악으로 나눔으로써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고 했다면, 오늘날에는 건강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함. 오늘날 날씬한 몸매라는 이상에는 학술적 근거가 부족한데, 정상이냐 건강에 문제가 있느냐의 기준을 뱃살에 두기 때문. 철학자 미셸 푸코를 비롯한 여러 석학들은 날씬한 몸매의 이상이 외적관리를 내적관리로까지 확대했다고 본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자제력을 발휘해 자신을 관리했다는 증거로 통하기 때문.
- 여키스-도슨 법칙에 따르면, 높은 보수는 평균적으로 나쁜 실적을 이끄는데, 높은 보수가 압박을 높이고 높아진 압박이 스트레스 수준을 지나치게 높이기 때문. 듀크대 댄 애리얼리의 실험에서 학생들은 주어진 계산문제를 풀고, 정답 문항 개수가 특정기준을 넘으면 정답을 맞힐 때마다 보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총 30불까지 보상받았을 경우 가장 많은 계산문제를 풀었지만 보상금이 300불로 높아지자 정답을 맞힌 문항수가 그 절반으로 감소
- 충동조절력을 너무 많이 써서 지친 피험자들은 비교집단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통증을 못 견디고, 어려운 과제를 풀 때 더 빨리 포기하고, 자신의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이를 악물고 일한 사람은 퇴근 후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소음, 혼잡, 악취, 관료주의, 차별 등 모든 유형의 스트레스는 그것을 견디는 자제력을 요구하고, 결국 자제력을 약화시킨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담배를 끊었던 사람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끊었던 사람이 다시 술을 마시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다시 초코바를 먹는 것이다. 충동을 억제할 때 정확히 무엇이 몸에서 소진되는 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포도당이다. 뇌는 마지막에 들어온 것이 제일 먼저 나가는 이른바 라스트인, 퍼스트아웃 규칙에 따라 기능. 산소나 포도당의 결핍으로 뇌의 기능이 저하되면, 발달과정에서 가장 늦게 획득한 능력이 제일 먼저 사라짐. 충동조절력은 늦게 획득한 능력에 해당하고 게다가 충동을 억제하는 일은 평균이상으로 힘들다. 혈당수치가 살짝만 내려가도 벌써 충동조절력이 눈에 띄게 약해짐. 이것은 다이어트에 충동조절력을 쓰는 모두에게 비극일 수밖에 없는데, 굶어서 혈당수치가 내려가면 동시에 유혹을 이겨내는 충동조절력이 약해지기 때문. 그렇다고 젤리 한 봉지를 먹으면 초인적인 충동조절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혈당수치가 내려가면 충동조절력이 약해지지만, 애석하게도 혈당수치가 올라간다고 해서 충동조절력이 덩달아 높아지진 않는다.
- 금전적 자극, 좋은 기분, 유머, 그리고 "A의 상황에 처하면 나는 행동방식 B를 취하리라" 같은 명확한 계획은 충동조절력의 소진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짐. 명확한 계획은 확실히 뇌를 보호해준다. 충동을 억제하느라 힘들게 애쓰는 대신에 미리 세워둔 계획을 서랍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 자신의 방탕한 품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워하며 자기혐오에 빠져 사는 사람은 좋은 기분이 충동조절력을 강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분좋게 그냥 놀거나 한눈을 팔면 유혹을 물리치고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특정 행동방식을 억제하려고 애쓰기 전에, 어떻게 하면 충동조절없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숙고하는 것이 좋다. 첫째, 충동조절이 필요한 상황을 줄인다. 이를테면 마시멜로가 눈앞에 있으면 그것을 먹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자제력을 써야 한다. 그러나 마트에서 한번만 참고 마시멜로를 사지 않으면 자제력 사용 빈도수가 확연히 감소함. 둘째, 구체적 장애물을 마련해 충동조절을 돕는다. 예를 들어, 사도/마조히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졸업논문을 마칠 때까지 자신을 책상에서 사슬로 묶어 두면 도움이 된다.
- 유혹을 눈 밖으로 몰아내려고 애쓰거나 이런저런 방식으로 억제하려들지 말고 서서히 물러나게 그냥 둬라. 특정한 행동방식을 단번에 몸에 배게 하거나 버리려고 욕심내지 마라.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겠다, 찬물로 샤워를 하겠다, 식습관을 바꾸겠다, 매일 조깅을 하겠다, 매일 졸업논문을 쓰겠다, 이런 식의 결심은 아무리 강한 충동조절력을 가졌더라도 부담스럽게 마련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충동조절력은 근육과 같아서 지치기도 하지만 단련할 수도 있다. 운동이나 돈 관리 프로그램에 참가한 피험자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태도변화를 보였다. 적어도 실험기간에는 담배를 적게 피우고, 술을 덜 마셨고, 더 건강하게 먹었으며, 설거지도 미루지 않고 곧바로 했다. 행동연구가의 실험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더라도, 누구든지 정기적으로 단순하고 재미있는 과제를 처리함으로써 자신의 충동조절력을 개선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2주동안 양치질, 수프 끓이며 젓기, 마우스 사용, 문 열기 등을 할 때 왼손을 써야했고, 특정 낱말을 사용해서는 안되었다. 그러자 이들의 충동조절력이 어느정도 개선되었다.
- 양심의 가책이 생길 때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아웃소싱에 돈을 지출할 타당성을 마련해주는 좋은 인용구도 있다. "주저없이 창밖으로 돈을 던지면 더 많은 돈이 문으로 들어온다." 이 인용구의 저작권자로 오쇼 라즈니쉬, 독일 출판업자 헨리 난넨, 독일 소설가 발터 뫼르스가 교대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사실상 모두에게 적합한 인용구라 할 만하다.
- 노동에서 느끼는 즐거움 면에서 살펴보면, 데드라인이 없는 것이 이상적임. 명확한 중간 데드라인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한내 결과물을 내도록 해주지만 즐거움은 주지 않는다. 일상에서 주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으로, 타인에 의해 정해진 최종 데드라인 하나뿐인 상황에서는 비록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 중간 데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
- 계획오류. 대부분의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결심할 때 똑같이 세가지 실수를 범한다. 첫째, 필요한 시간을 과소평가. 둘째,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셋째, 희망찬 미래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과제를 미루지 않으리라 확신. 인공지능 연구가 에리저 유드코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계획을 세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거짓말에는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게 하는 자체 동력이 있다. 그래서 거짓말이 커질수록 뒤에 숨어 있는 심각한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생각을 바꾸고 이직이나 이혼 같은 인생의 큰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 해결책을 찾을 기회를 잃는다. 한마디로 거짓말쟁이의 삶은 고달프다. 핑계나 거짓말과 달리 사과는 올바르게 사용되면 영혼의 상처를 낫게 하는 연고역할을 함. 사과를 뜻하는 독일어 엔슐디궁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이는 대략 영어의 익스큐즈와 어팔로지로 구별할 수 있는데, 전자는 핑계의 형식을 띤 사과로, 변명이라 보면됨. 즉 스스로 죄에서 자유로워지는 시도다. 핑계로도 통하는 자기 합리화가 여기 해당. 변명은 핑곗거리를 상황에 맞도록 신중하게 자연스럽게 대화에 삽입하는 것. 우리가 관심을 갖는 사과는 후자인 어팔로지다. 즉 실수를 고백하고 뉘우치는 마음을 담아 사과하는 것. 애석하게도 이것은 그 사이 익스큐즈에 감염된 것 같다.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뉘우치는 것보다 체면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 다른 사람들은 당신과 다르게 기능한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다름과 다른 방식으로. 그러므로 쉽게 감정이입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함. 여러분이 가끔씩 우울함을 느낀다고 해서 우울증 환자의 감정을 이해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가끔씩 설거지를 10분안에 허겁지겁 해치워야 한다고 해서 설거지를 3주씩 뒤로 미루는 사람을 이해할 순 없다. 특정 과제에 몰두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양의 자제력이 필요한 거라 확신해서는 안된다. 여러분에게 쉬운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어려울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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