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빅뱅

인문 2018. 6. 8. 12:34
- 가장 어려운 도전은 IBM에 뿌리박힌 문화, 즉 끝까지 파헤치려 하는 엔지니어와 행동하기보다 군림하는 관리자들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루 거스너)
- 실제로 심사숙고보다 신속성, 내부정치보다 고객과의 소통, 영역싸움보다는 부서를 초월한 협력을 강조하며 새로운 보상체계를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루고 마침내 기업문화를 바꾸기까지 IBM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 루 거스너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때로는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일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이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
- 진화는 우리가 위협이라는 짧은 도화선에 먼저 반응하고 기회라는 긴 도화선을 무시하도록 만들었지만, 커다란 승리를 거두는 데 필요한 강점과 약점 또한 안겨줌. 예를 들어 구석기 시대 선조들이 살던 위험한 환경 때문에 우리는 단기적 사고에 편향되어 있지만, 신속하게 삶과 죽음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지적 지름길도 갖게 됨. 이 지름길은 완벽한 인식을 포기하는 대신 신속한 인식을 가능케 함.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면에 집중하는 것이다. 덕분에 맹수가 숨어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덤불의 색깔처럼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무시하곤 한다. 이런 선별전략 때문에 우리에게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도 함. 위대한 빅뱅 기회들이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에 가려 인식되지 못하는 것. 따라서 사각자대가 어디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비범한 능력이나 비범한 행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면 빅뱅기회를 제대로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 변화는 정신적 노력을 요구. 정신적 노력은 칼로리를 요구하는데, 칼로리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음. 우리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도록 하려면 분명한 노력이 필요. 그러나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는 우리 무의식에게 시시때때로 칼로리를 조심해야해!라고 속삭인다. 낡은 습관을 바꾸려는 마음이 아무리 강하고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한다 해도 그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보다 더 힘을 발휘할수는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두뇌의 낡은 사고방식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달래면서 협력을 얻어내야 함.
- 위대한 혜안가들은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두뇌의 단기 지향성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따 작고 신속한 성취를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미래의 빅뱅을 향한 길고 고단한 여정을 이어가는 것.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한 의지로 포장되어 있따는 속담에 빗대어 보자면, 이 지도자들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 즉각적으로 보상으로 포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아프리카 의료개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비영리단체인 아프리카 의료연구재단의 엘렌 사빈 전 회장은 아주 작은 것에서 커다란 만족을 느끼는 재능 덕에 그 기나긴 투쟁이 가능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매일 아침 해야할 일을 긴 목록으로 만든 뒤 하나씩 지워갈때마다 마음껏 기뻐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20~30번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었다. 그리고 하루 18시간의 긴 업무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때에는 목표에 또 한발짝 다가갔음을 기억했다고 한다.
- 우리 뇌는 방대한 정보 가운데 정말로 중요한 극히 일부에 초점을 맞출 때 가장 효율적임. 그렇다면 원치 않는 정보를 걸러내도록 하여 얻는 진화적 보상은 무얼까? 과거 구석기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정보는 사냥감이 줄어간다거나 우물이 말라간다는 불편한 진실이었을 것이다. 싸우기-도망치기 반응에서 보았듯이 두뇌는 즉각 위험이 닥친다는 증거가 넘치도록 많을 때 종종 그 나쁜 소식을 흘려버린다. 이 역설을 해결하는 열쇠는 두뇌가 위험의 증거들이 넘치도록 많다고 인식하는 방식에 있다. 두뇌는 즉각적이고 명백한 위협, 예를 들어 동굴에 침입한 곰을 몰아내는 것 같은 문제를 처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결국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잠재적 위협에는 에너지 투자를 꺼린다.
- 라그란지 포인트는 두 천체의 인력이 정확히 똑같이 작용하는 중간지점. 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사이의 라그랑지 포인트에 놓은 우주선은 그 자리에 정지함. 하지만 그 균형은 금방이로도 깨짐. 우주선이 약간이라도 한쪽으로 틀어지면 그 방향으로 바로 끌려들어감. 이를 바꿔 말하면 라그랑지 포인트에서는 거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소설가 지망생들은 설명하기보다 보여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물이 열정적이라고 말해주는 대신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디즈니에서 페렌과 일하면서 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설명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좋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경험시키는 것이 더 좋다. 우리는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는 경험에 실제로 빠져보았을 때 낯선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혁신가들은 처음에는 작업을 감춰야 할지 몰라도 머지않아 빅뱅 아이디어를 설득시켜야 할 때가 온다. 이 순간 최고의 방법은 감각적, 감정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 두뇌는 감각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 미래의 사건을 상상할 때나 과거경험을 기억할 때 동일한 감각피질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과거의 경험이 상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피질이 감각자극에 노출된 적이 없다면 어떻게 앞질러 그 감각을 느끼겠는가? 한번도 보지 못했거나 듣지 못했던 것을 상상하려 해보라. 무척 어려울 것이다.
- 베이비스텝의 원칙은 영화나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과 같은 다른 혁신적 제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최초의 영화는 연극무대를 찍은 것이었고, 최초의 TV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이었다. 최초의 상업용 웹페이지는 인쇄된 잡지의 형태와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새로 등장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마찬가자디. 파일이나 편집 같은 명령어 위치를 기존 프로그램과 똑같이 한다. 사용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위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베이비스텝의 수많은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까지 변화해왔다.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의 기대를 살짝살짝 조금씩만 구부려 본다.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단박에 부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 위험요소를 피해 달아나거나 위험요소를 공격하느라 늘상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 일어날 때 혈액에 들어오는 호르몬들은 면역체계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심장과 두뇌에도 부담을 준다. 그래서 만성 스트레스는 심혈관계질환, 암, 기억상실,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맹수는 우리를 죽일 수 있다. 그런데 맹수에 대해 항상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 때문에 도 죽을 수 있다. 이점을 이해하는 두뇌는 과거에서 이어져 내려온 두려움을 수면아래에 감추어 두었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듯 감정적 사각지대는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에서 우리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빅뱅 기회를 놓치게 만들기도 함
- 이성과 논리는 부정적 감정을 해결하지 못함 감정의 치유는 또 다른 감정으로만 가능. 이때문에 불면증 치료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바꾸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방법을 사용. 침대에서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는 등 두려움과 공존할 수 없는 이완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 분노를 논리로 해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계속 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아무리 스스로를 설득해봐도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는 한 분노를 떨쳐내기 어려움. 이 때문에 분노 관리 전문가들은 상상, 심호흡, 근육이완 등 평온감을 주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 이러한 사례들은 감정이 이성보다 더 강력하다는 상식을 확인시켜줌
- 편도체와 같은 변연계 구조는 직접적으로 두뇌의 운동센터와 연결되어 근육을 움직이게 하고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함. 감각정보다 신피질보다 변연계에 먼저 도착. 변연계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이후 신피질로 들어간 정보보다 한층 거칠고 자극적. 변연계는 정확하기보다는 신속한 정보를 원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기준으로 행동. 그리하여 맹수로부터 달아나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신피질이 미처 개입하기 전에 먼저 명령을 내린다. 변연계가 만드는 결과는 신피질의 그것보다 한층 빠를 뿐 아니라 더욱 강력하다
- 월마트 역시 다른 유통업체와 마찬가지로 다음 사분기 손익에 관심을 집중. 지금 여기 본능을 억누르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사분기 영업실적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홍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방식을 끊임없이 실험하게 하고, 빨리 실패하기를 권장. 즉 새로운 아이디어가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신속히 효과를 입증한다면 이를 인정하고 지원함. 반면 실험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곧바로 접고 다음 실험으로 넘어가지만 처벌은 없다. 월마트의 독보적 정보 인프라 또한 빨리 실패하기 과정을 거쳐 서서히 만들어졌다. 정보관리 부서는 신기술을 소규모로 실험하다가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범위를 넓혀나갔다. 이러한 점진적 성장전략은 대규모 IT 시스템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과 대비하여 효과가 아주 높은 방법이다. 한꺼번에 전체 시스템을 갖추려는 야심찬 시도는 종종 엄청난 비용부담문제, 혹은 뒤늦게 발견된 오류 때문에 시스템을 중간에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를 낳곤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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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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