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성에 관한 우리의 직관은 탐색보다는 이용에 근거를 두고 있을 때가 너무 많다. 의사결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어느 한 가지 결정의 직접적 보상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모든 결정이 마치 자신의 마지막 결정인 양, 따라서사실상 이용만이 이치에 맞는 양 다룬다. 하지만 평생에 걸쳐 당신은 많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들 중 상당수, 특히 삶의 초기에 하는 선택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탐색(최고의 것보다는 새로운 것, 안전한 것보다는 신나는 것, 심사숙고한 것보다는 아무렇게나 찍은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가 아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슬기로운 행동일 수도 있다.

- 정렬은 급격한 규모의 불경제를 수반하며, 대규모로 일하는 것의 가치에 관한 우리의 정상적 직관에 위배됨. 2인분을 요리하는 것은 대개 1인분을 요리하는 것보다 결코 더 힘들지 않으며, 1인분씩 2회 요리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쉽다. 하지만 예를 들어, 한 책장에 꽂힌 책 100권을 정렬하는 데에는 50권씩 꽂힌 책장 2개를 따로 정렬할 때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다. 2배 더 많은 책을 정리해야 하고, 따라서 각 책이 꽂힐 수 있는 곳이 2배 더 많다. 정렬할 것이많아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짐. 바로 이것이 정렬이론의 첫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깨달음이다. 규모는 정렬에 해롭다.
이로부터 우리는 정렬할 때 고통과 괴로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오로지 '정렬해야 할 항목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추론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이 맞다. 양말 정렬을 계산하는어려움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저 빨래를 더 자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빨래를 3배 더 자주하면, 정렬비용을 총 9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만약 힐리스의 방 친구가 자신의 별난 방식을 고집한다고 해도 세탁을 14일마다 하는 대신 13일마다 했다면, 빨래 바구니에서 양말을 꺼내는 횟수가 28번이나 줄어들었을 것이다. 

- 정보처리는 19세기에 허먼 홀러리스와 그 뒤에 IBM이 개발한 천공카드 분류장치가 미국 인구조사 업무에 활용되면서 시작. 36년 IBM은 두 묶음으로 분류하여 쌓은 카드들을 한 묶음으로 합병하는 조합기라는 장치를 생산하기 시작. 각 카드 더미가 정렬되어 있기만 하다면, 둘을 하나로 합병하는 과정은 놀라울만치 간단했고 선형시간을 따랐다. 즉 그저 맨 위의 두 카드를 비교하여 값이 더 작은 쪽을 위로 가도록 해서 다 끝날 때까지 쌓으면 된다.
폰 노이만이 45년 프로그램 내장 컴퓨터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짠 프로그램은 합병한다는 개념을 끝까지 밀고 나간 멋진 결정판이었다. 카드 2장을 정렬하는 것은 쉽다. 값이 작은 카드를 위에 놓으면 된다. 2장씩 정리되어 쌓인 카드가 양쪽에 있을 때, 그 4장을 한 묶음으로 정렬하여 쌓는 것도 쉽다. 이 과정을 몇번 반복하면, 이미 정렬된 카드 묶음들을 한 더미로 점점 더 쌓아올릴 수 있다. 곧 카드들을 다 합쳐서 완벽하게 정렬된 한 벌로 쌓을 수 있다. 마지막에는 절반씩 쌓인 양쪽 카드더미가 리플셔플 마술을 부리듯이 촤르륵 겹쳐지면서 원하는 순서대로 쌓이게 된다.
이 접근법은 현재 합병정렬이라 불린다. 컴퓨터 과학쪽에서 전설이 된 알고리즘 중 하나다. 97년 한 논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합병정렬은 컴퓨터 계산의 역사에서만큼, 정렬의 역사에서도 중요하다."
합병정렬의 힘은 선형시간과 2차시간 사이9특히 선형로그시간, O(n log n)이라고 하는) 의 복잡성으로 일을 끝낸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매번 카드들을 정렬할 때마다 정렬된 더미는 크기가 2배로 늘어나므로, n장의 카드를 완벽하게 정리하려면 n이 될 때까지 숫자 2을 합병횟수만큼 곱할 필요가 있다. 즉 2가 밑인 로그함수 카드가 된다. 카드 4장은 2번의 합병을 거치면 정렬할 수 있고, 8장은 3번, 16장은 4번을 거치면 된다. 합병정렬의 분할 정복 접근법에 영감을 얻어서 곧 많은 선형로그정렬 알고리즘이 등장. 여기서 단순히 선형로그 복잡성이 2차시간 복잡성보다 개선된 거라고 말한다면, 몸시 과소평가한 것이다. 정렬할 항목의 수가 인구조사 수준이라면, 데이터집합을 29번에 걸쳐 정렬하는 것과 3억번에 걸쳐 정렬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규모 산업의 정렬문제에서 전자가 선택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 대학생이 배우는 수준에서 보면, 컴퓨터 과학은 모두 트레이드오프에 관한 것이다. 즉 한쪽을 택하면 그만큼 다른 쪽에서 손해를 보기 마련. 우리는 살펴보기와 뛰어들기 사이, 탐색하기와 이용하기 사이에서 이미 이 긴장을 살펴본 바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트레이드오프중 하나는 정렬과 검색 사이에서 일어난다.
기본원리는 이렇다. 물건들을 정렬하는 데 쏟는 노력은 나중에 그것들을 검색하는 데 들어갈 노력을 줄이기 위한 선제공격일 뿐이다. 정확한 균형은 그 상황에 정확이 어떤 요인들이 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만, 정렬이 앞으로의 검색을 뒷받침해야만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놀라운 무언가를 말해준다. 차라리 어질러라.

- 결코 검색하지 않을 것을 정렬하는 것은 순전히 시간낭비다. 결코 정렬하지 않을 것을 검색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물론 앞으로 쓸지 안 쓸지를 어떻게 미리 추정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정렬의 장점을 설파하는 광고모델은 구글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일 거이다. 당신이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이 0.5초도 안 되어 인터넷 전체를 훑어서 그 단어를 찾아낼 수 잇다고 생각하면 엄청나 보인다. 하지만 구글은 그럴 수 없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당신이 구글이라면, 당신은 (1) 당신의 자료가 검색될 것이고, (2)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하여 검색될 것이며, (3) 검색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정렬하는 데 드는 시간보다 좀 '더가치가 있다'고 거의 확신할 것이다. (여기서 정렬은 미리, 검색결과가 필요해지기 전에 기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검색은 시간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가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은 사전에 엄청나게 정렬을 하는 쪽이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구글과 그 동료 검색엔진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 캐시가 꽉 찼을 때, 다른 무언가를 저장하고 싶다면 당연히 공간을 좀 비워야 함.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 공간만들기를 캐시교체 또는 캐시퇴거라고 함. 캐시는 주기억장치에 비해 크기가 아주 작을 수 있으므로, 단어를 무한정 보관할 수 없다. 따라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서서히 덮어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알고리즘을 교체정책 또는 퇴거정책이라고 하며, 그냥 단순히 캐싱 알고리즘이라고도 한다.

- 웹페이지 내용의 캐시를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설치할 수 있다면, 그 페이지를 더 빨리 보여줄 수 있다. 현재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수는 콘텐츠 분배망(CDN)을 통해 처리됨. CDN은 전 세계에 흩어져서 인기 있는 웹사이트를 복사본을 유지 관리하는 컴퓨터들로 이루어짐. CDN덕분에 그런 웹사이트를 요청하는 사용자는 멀리 다른 대륙에 있는 원본 서버에 접속할 필요가 없이, 근처에 있는 컴퓨터로부터 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음.
이 CDN중 가장 규모가 큰 거을 아카마이가 관리하고 있다. 콘텐츠 제공자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더 잘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아카마이화한다. 예를 들어 BBC의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보고 있는 호주인은 아마도 시드니에 있는 지역 아카마이 서버에 접속하고 있을 것임. 즉 그 요청은 결코 런던까지 가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 본래 뭔가를 더 크게 만들면, 더 느려지게 마련이다. 도시를 더 크게 만들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데 더 오래 걸린다. 도서관을 더 크게 만들면, 책을 찾는데 더 오래 걸린다. 책상에 서류 더미가 높이 쌓일수록 서류를 찾는데 더 오래 걸린다. 캐시는 사실상 그런 문제의 해결책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프로세서를 사러 간다면, 그 칩에는 1차캐시와 2차캐시가 들어 있다. 캐시가 있는 이유는 프로세서의 주기속도를 유지하려면 1차캐시의 크기를 제한해야 하기 때문. 기억용량이 클수록,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여 인출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를 좌절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름 떠올리기 등)은 우리가 훑어얗는 정보량의 함수이며, 반드시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는 아님. 현재 저하라고 부르는 것이 상당수는 그저 학습이다.
캐싱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할 용어를 제공한다. 우리는 사실상 캐시 오류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에 뜬금없다는 말을 쓴다. 이따금 유달리 정보인출이 지연되는 현상은 우리가 마음의 앞쪽에 필요한 것들을 둠으로써 나머지 시간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를 먹으면서 이렇게 때때로 무언가를 떠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 시작할 때, 안심하라. 시간 지연의 길이는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니까. 인출하느라 애쓴다는 것은 당신이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그리고 그런 지연이 뜨문뜨문 일어난다는 것은 당신이 아는 것들을 아주 잘 배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금방 꺼낼 수 있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 컴퓨터는 스래싱이라는 처리과정을 통해 다중작업을 한다. 스래싱은 여러 개의 공으로 저글링하는 것과 비슷. 저글러가 한 번에 공을 하나씩 공중으로 던지지만 공중에 떠 있는 공은 3개인 것처럼, CPU는 한 번에 한 프로그램만을 작동시키지만 프로그램들을 아주 빨리 교체하므로 영화를 보여주고, 웹을 돌아다니고, 전자우편이 오면 즉시 알려주는 일을 동시에 하는 듯이 보인다.

- 극단적 사례를 들자면, 프로그램은 필요한 항목들이 기억장치에 들어갔ㄷ가 다른 프로그램의 항목들로 덮어 씌워지는 시간 동안만 가동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스래싱이다. 시스템이 최대한 가동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데닝은 처음에 기억관리라는 맥락에서 이현상을 진단했지만, 현재 컴퓨터과학자들은 스래싱이라는 용어를 시스템이 메타작업에 완전히 몰입하기 때문에 멈추는 모든 상황을 가리키는 데 쓴다. 스래싱 상태에 놓은 컴퓨터의 성능은 서서히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절벽에서 떨어진다. 실제작업은 사실상 0으로 떨어진다. 그 말은 결과를 내놓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함.
스래싱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해야 할 일들을 다 적을만한 짬을 내고픈 생각이 굴뚝 같지만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당신은 과다상태에 있다. 그리고 사람이나 컴퓨터나 원인은 거의 같다. 각 과제가 한정된 인지자원을 끌어쓰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들을 단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주의가 꽉 찰 때 (혹은 모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 시간을 다 써서 정작 일할 시간이 없을 때)나 행동으로 옮기기전에 생각의 흐름이 계속 방해를 받을 때, 과다행동을 거쳐 마비가 되는 것처럼 공황상태에 빠진 양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스래싱이며, 컴퓨터는 그것을 잘 안다.

- 결과적으로 좋은 예측에는 좋은 사전확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많은 중요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우리의 판단은 우리의 기댓값을 드러내며, 우리의 기댓값은 우리의 경험을 드러낸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할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드러내는 셈이다. 자신이 사고 있는 세상과 자신의 과거에 관한 것들 말이다.

- 모든 유형의 기계학습과제에 정규호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을 덜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함. 우리가 첫번째로 파악한 요인이 가장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 어떤 지점을 넘어서까지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 아니라, 더 안좋은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음. 
조기멈춤은 추론에 맞서는 이성적 논증의 태도를 제공함. 즉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이유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 말을 실용적 조언으로 바꾸려면 한 가지 질문에 더 대답해야 한다. 
"생각을 언제 멈추어야 할까?"

- 자신이 진정으로 어둠 속에 있을 때, 가장 단순한 것이 최고의 계획일 것이다. 우리의 기댓값이 불확실하고 자료에 잡음이 많을 때, 최선의 방안은 폭넓게 생각하는 것, 일필휘지로 죽 긋는 것이다. 때로는 말 그대로다. 경영자 제이슨 프라이드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한손이 설명하듯이, 더 먼 미래의 상황까지 브레인스토밍할 필요가 있다면, 더 굵은 펜을 사용하는 것이 일필휘지로 단순호하는 것이 탁월한 전략이 된다.
무언가를 설계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볼펜 대신 크고 굵은 샤피마커로 착상을 스케치한다. 볼펜은 선이 너무 가늘다. 해상도가 너무 높다. 명암을 완벽하게 그리거나 점선을 쓸지 파선을 쓸지 같은,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신경을 쓰도록 부추긴다. 결국 아직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샤피 마커는 그렇게 깊이 파고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모양, 선, 상자만 그릴 수 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처음엔 큰 그림만 신경쓰면 된다.

- 중요한 것을 측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측정 대신 아주 겁나는 것을 활용해야한다. 판단이라는 것이다. (헨리 민츠버그)
조기멈춤의 결론은 그것이 합리적인 것과 직감을 따르는 것 사이에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닐 때도 있다는 것. 직감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일 수도 ㅣ있다. 결정이 복잡하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할수록, 그 편이 더 합리적인 접근법이 된다.
다윈에게 돌아가서, 청혼을 할지 결정하는 문제는 아마 그가 파악한 장단점 목록에서 처음 몇가지만으로 판단하여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뒤로 추가한 항목들은 해결에 반드시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없고, 결정하는 데 시간과 걱정을 추가한(그리고 결정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었다. 그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 것은 "평생 일벌처럼 일만 계속하고 아무것도 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견딜수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맨 처음 언급한 항목들인 아이들과 동반자가 바로 그를 궁극적으로 결혼쪽으로 기울인 항목들이었따. 그의 집필예산은 그저 정신을 산만하게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윈이 본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를 너무 비판적으로 보기 전에, 그의 일기를 다시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일기장으로 고스란히 복사한 것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드러남. 다윈은 며칠에 걸쳐 온갖 고려사항을 추가하던 프랭클린과 전혀 달랐음. 인생을 바꿀 선택에 접근하는 방법은 진지했지만, 다윈은 일기장의 맨 아래까지 적었을 때 결정을 내렸다. 그는 그 지면에 맞게 정규화를 하고 있었다. 이는 조기멈춤과 올가미를 떠올리게 한다.
결혼할 마음을 굳히자 다윈은 즉시 시기를 놓고 생각을 곱씹기 시작했다. 언제? 곧, 아니면 있다가? 그는 다시 장단점 목록을 죽 적어내려갔다. 행복, 지출, 열기구를 타고 웨일스로 여행을 가고 싶은 오래된 욕구, 어색함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들을 고려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쪽 끝부분에 온갖 것들을 고려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쪽 끝부분에 '걱정 마, 우연에 맡겨'라고 적었다. 그 결과 몇 개월 내에 그는 엠마 웨지우드에게 청혼했고, 그것은 만족스러운 부부관계와 행복한 가정생활의 출발점이 되었다.

- 계산문제가 우리에게 제시되는 다양한 방식 중에서 최적화문제(일부는 목표이고, 일부는 규칙인)는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 중에서는 대안들이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확연히 갈리고 중간이 전혀 없는 이산최적화 문제가 가장 전형적.
여기서 컴퓨터 과학은 심란한 평결을 내린다. 많은 이산최적화 문제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그 분야의 가장 뛰어난 이들은 완벽한 답으로 나아가는 쉬운 경로를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빈손으로 내려놓아야 했고, 사실 그런 경로를 탐색하는 것보다 그런 경로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데 점점 더 몰두하게 되었다.
적어도 이 점은 우리에게 좀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곤란하고 까다롭고 꽉 막힌 듯한 문제와 마주친다고 할 때,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완화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전까지는 아니다.
-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많지만, 중요한 세가지가 있다.
1. 제약조건완화 : 단순히 일부 제약조건을 완전히 제거하여 문제를 더 느슨한 형태로 만들어서 풀이를 진척시킨 다음, 현실로 되돌리는 것
2. 연속완화 : 이산적 또는 이진법적 선택을 연속체로 바꾼다. 아이스티와 레모네이드 중에서 고를 때, 먼저 둘을 50대 50으로 서은 아널드파머를 만든 뒤, 위나 아래로 반올림 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3. 라그랑주 완화 : 불가능성을 단순한 벌점으로 전환. 규칙을 비트는(또는 규칙을 깨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기술을 가르치면서다.
- 완화는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함
1. 진정한 해답의 질에 대한 한계를 제시. 일정을 짜려 할때, 도시들 사이를 마법처럼 순간이동할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1시간짜리 회의를 하루 일과에 최대 8개까지 끼워넣을 수 있다는 것이 즉시 명확해질 것이다. 그런 한계는 온전한 문제와 직면하기 전에 기댓값을 설정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2. 완화는 현실과 실제로 타협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따라서 다른 방향으로부터의 해답에 대한 한계도 제공. 연속완혹 백신 접종횟수를 분수로 제시할 때, 우리는 백신을 절반 이상 맞도록 할당된 모든 사람들에게 그냥 접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완벽한 세계에서 필요한 접종횟수보다 최대 2배까지 더 많이 접종할 것을 요구하는 해답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계산결과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임. 매번 장애물과 마주칠 때마다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하염없이 세월을 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는 계속 붙들고 씨름하기보다 더 쉬운 형태를 상상하여 그것을 먼저 공략하자. 제대로 적용될 때, 이것은 단지 희망섞인 생각이나 환상이나 게으른 공상이 아니다. 발전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 이 분야에서 다년간 일한 뒤인 지금도 무작위성이 그토록 많은 알고리즘 문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수수께끼 같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왜, 어떻게 그러한지는 완전히 수수께끼다. (마이클 래빈)

- 무작위성은 이성의 정반대처럼 보임. 문제풀기를 포기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컴퓨터 과학에서 무작위성이 놀라우면서도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의 활용이 가장 어려운 문제들에 접근하는 신중하면서도 효과적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시사함. 사실 쓸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을 때도 있다.
매번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각 단계를 따라가는 식의, 컴퓨터가 쓸 것이라고 으레 상상하는 표준 결정론적 알고리즘과 정반대로, 무작위 알고리즘은 무작위로 생성된 난수를 써서 문제를 푼다. 컴퓨터 과학에서 최근들어 무작위 알고리즘이 알려진 모든 결정론적 알고리즘보다 더 빨리 어려운 문제의 좋은 근사적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최적 해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론적 알고리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는 일을, 무작위 알고리즘은 전략적으로 동전 몇개를 던지는 식으로 해서 훨씬 짧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해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특정 문제들에서 무작위 접근방법이 최고의 결정론적 알고리즘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에는 한가지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때로는 철저히 추론하여 답을 얻으려 애쓰기보다 그저 우연에 맡기는 것이 어떤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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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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