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좋다

심리 2019. 10. 18. 12:57

- 당신의 뇌는 최대한 많은 지식을 저장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말이다. 그보다는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내용을 망각하여 의식에서 치워버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함. 기억은 정적인 것이 아님. 두뇌가 한 번 저장한 것은 무조건 다시 불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살아 움직이며 쉬지 않고 변한다. 그래야만 우리 두뇌가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뇌는 방해가 될 수 있는 쓰레기를 얼른 치우는 청소 전문가다. 감각인지도, 기억도, 새로운 정보나 인상도 전부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응을 잘하는 유연한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 쓰레기들을 빨리 치워야 함. 중요한 것만 의식으로 들여보내 저장했다가 훗날 다시 기억을 하는 것이다. 뇌는 능력이 뛰어나고 역동적 기관이므로 원칙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음. 하지만 외는 능력만큼이나 게으러다. 그래서 힘을 분배한다. 이런 이유로 뇌로 들어오는 정보는 곧바로 장기기억에 저장되지 않고 일단 시험을 거치게 됨
- 뇌 반구 한 개당 하나의 해마가 있는데, 그것이 새로운 기억을 단기적으로 저장하는 일을 도움. 그러니까 우리가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모든 것은 해마에서 시험을 거쳐 가치를 인정받은 것들이다. 바지를 입어볼 때 몸에 잘 맞는지 살피는 것처럼 우리의 뇌 역시 새로 들어온 기억이 지금까지의 경험들과 잘 어울리는지를 살핀다. 그러기 위해 해당정보를 일시적으로 해마에 저장. 불과 몇 초 동안일 수도 있고 몇 시간일수도 있다. 그랬다가 잠을 자는 동안 그 기억을 불러내어서 장기저장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한. 이때 판단기준은 독창성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확연히 달라서 유용할 것 같은 새로운 것에만 '저장'의 딱지를 붙여준다. 물론 그러자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신경세포들이 장기기억에 맞추어 서로 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 하지만 또한 바로 그 때문에 뇌가 기억에 투자하는 에너지는 줄어듬. 가장 중요한 것만 남고 나머지 대부분은 잊어버림. 설사 눈으로는 계속 보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 지금 우리는 과거의 일을 모르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불러낼 수 있다. 그 기억이 필요하다면. 장기적으로 삭제되는 정보는 극소수에 불과. 훨씬 더 많은 정보는 대기상태에 있다. 엄청나게 많은 기억을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두뇌의 약점은 강점으로 밝혀짐. 그렇게 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 때문. 첫째, 너무 많은 정보에 짓눌려 압사당하지 않음. 둘째, 어떤 정보를 기억할지 시간을 두고 유연하게 선택함.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것인지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두뇌의 속도는 하염없이 느려질 것이다.
- 현재 과학적 가설은 어떤 것을 불안정할게 저장할수록 그것을 다른 것과 결합시키기가 쉽다. 아직 뇌에 확실히 저장되지 않은 정보는 특수한 상태에 있음. 즉 다른 인상 및 정보와 교환될 수 있고 학습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한마디로 기억은 불안정해야 함. 그래야 그 상태에서 쉽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새로운 지식을 수집하려면 구체적 세부는 잊어야 함. 그 이유는 첫째, 제아무리 뛰어난 두뇌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양의 세부정보가 밀려들어오면 결국 과부하에 걸림. 둘째, 세세한 정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음. 우리는 그 뒤에 숨은 패턴을 추상적 관계를, 스토리를 기억한다. 그러니까 망각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 뇌의 여과 시스템과 망각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말라. 뇌에게 규칙적으로 휴식을 선사하라. 우리는 생각이 아니라 생각 사이사이의 휴식을 통해 배운다. 운동선수의 기량이 향상되는 때는 훈련을 할 때가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쉬면서 신체가 그 상태에 적응할 때다.
-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겉보기에 잊는 이유를 알았다. 첫째는 그 정보들이 너무 비슷비슷해서 뇌의 정보 필터가 걸러내어 버리기 때문에, 둘째는 너무 중요해서 일단 막무가내로 무의식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유연하게 다른 정보와 결합하기 위해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이런 정보들을 잊은 것이 아님. 그저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뇌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됨. 두뇌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맥락과 패턴을 인식할 수 있음. 예를 들어 상사와 면담을 나눈 후 세세한 대화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내용은 필요할 때 언제라도 다시 불러낼 수 있는 것임. 물론 그러자면 과도한 뉴스로 뇌를 괴롭히지 말아야 함
- 시스템은 이런 방식으로 학습함. 어떤 활동 상태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꿈. 그런 이유에서 정보는 신경망에 저장됨. 즉, 신경세포들 사이에, 그것의 건축술과 결합에 저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님. 정보를 불러내려면 신경세포가 다시 활성화되어야 하기 때문. 그것이 수월해지자면 상호접촉이 잘 돼야 하겠지만 접촉만으로 정보를 끌어낼 수는 없다. 뇌를 잘라보면 서로 결합된 세포만 보이지 그것의 작동방식은 보이지 않음. 뇌에 무엇이 저장되며 어떤 역동적 활성화가 그것을 불러내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 이런 신경세포의 정보처리 시스템은 극도의 능력을 자랑함. 정적인 컴퓨너 시스템에 비해 적응력이 엄청나게 뛰어나기 때문에 지휘자의 감시가 필요 없고 다양한 환경조건에 대처할 수 있음. 하지만 약점도 있다. 신경세포의 개축과정이 일반적인 생물학적 변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학습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경직됨
- 우선 스트레스는 원칙적으로 학습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원래 스트레스는 학습을 돕는 스트레스다.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주의력을 높이는 뇌 부위를 활성화시킴. 다시 20분쯤 지나면 호르몬 코르티솔이 분비되어 방해가되는 신경세포의 배후활동을 막아서 이 과정을 촉진시킴. 덕분에 우리는 더 집중하게 되고, 그 결과 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선 학습능력이 매우 커짐
-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이 신경망은 더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빨리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음. 하지만 학습내용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없을 경우에는 그렇지가 못함. 사실 스트레스를 받은 두뇌의 임무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지 나머지는 중요치 않음. 그 때문에 스트레스는 학습에 동전이 양면과 같은 영향을 미침. 3분동안 손을 얼음물에 담든 채 단어목록을 외운 피실험자는 하루가 지난 후 얼음물과 관련이 있는 단어(물, 차갑다)는 특히 잘 기억했지만 관련이 없는 보통 단어는 잘 외우지 못했음. 차에 치여 죽을 뻔한 경험이 있으면 길을 건너기 전에 살피는 습성과 닥쳐올지도 모를 죽음의 연관성을 즉각 인식함. 또 그 사실을 절대 잊지도 않는다. 하지만 라틴어 단어를 외울 때는 그 단어와 나쁜 시험성적의 연관성을 깨닫기 까지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우리의 뇌는 그 스트레스와 관련 있는 내용은 학습을 잘함. 뜨거운 불판에 손을 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번 다시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이때는 신경세포의 활동력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통해 적극 조절되기 때문에 정서적인 것이 더 잘 기억됨. 더 정확히 말하면 정서적인 것만 기억이 남을 뿐 사실은 남지 않음. 팩트는 정말이지 따분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두뇌의 두번째 약점이다.
- 잦은 반복과 심층학습에 대한 주장은 많아도 어떤 팩트를 외우는 것은 사실 대단한 기술이 아님.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래에는 컴퓨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이미지와 대상을 학습할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이해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컴퓨터는 학습을 위해 정말로 단순한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인간은 정반대다. 우리는 정말로 적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그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함.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수많은 정보만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정보로 어떤 것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심층 학습은 멋지고 대단하지만 심층이해는 더 대단한 것이다. 컴퓨터는 인식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 우리의 기억은 구조물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기억을 떠올릴 때는 기억을 불러내는 것이 아님. 오케스트라가 매번 같은 곡을 새롭게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매번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우리의 신경세포가 해당 기억 활동을 끝내면 구체적 기억은 사라지지만 그 정보는 우리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음. 오케스트라와 비교하면 그 저장된 정보는 서로의 음을 듣고 정확한 시간에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여 서로 음을 맞추는 음악가의 능력일 것임. 그리고 정보는 신경세포의 접합부위에 저장되기 때문에 신경세포는 다음번에 그 정보를 다시 불러낼 수 있음. 간단히 요약하면 기억이란 어떤 활동상태를 (정보, 사고, 기억에 맞추어) 생산하는 신경망의 능력인 것이다.
- 뇌는 정해진 악보를 순서대로 연주하지 않고, 매번 연습을 할 때마다 살짝살짝 멜로디를 바꿈. 뇌의 목표는 주어진 것을 연주하는 것(활성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앞에서 말했듯이 뇌에는 지휘자가 없다. 따라서 곡이 아름답게 들리기만 하면 된다. 전체 이미지가 조화롭고 세포들이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하며 일할 수 있으면 된다. 그 말은 정보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다는 뜻이기도 함. 특히 그 정보를 자주 불러낼 때 변화의 폭이 더 크다.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기억을 수용할 때, 나중에 그 기억을 강화할 때, 마지막으로 기억을 불러낼 때, 언제라도 변할 수가 있는 것임.
- 날조된 기억은 진짜 기억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짐. 물론 가짜 기억에는 진짜 의미경험이 조금 적기는 하지만 가짜 기억 역시 동일한 신경망으로 편입됨. 일단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음. 뇌는 가짜 기억을 진짜와 구분하지 못함. 무엇이 상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 머리에선 상관없어질 거야"라는 대사처럼 그것이 존재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우리의 기억은 늘 우리가 만든 꿈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 당신의 기억을 믿지 마라. 기억은 절대 100% 정확하지 않다. 당신의 기억은 당신이 장식하고 위조하고 삭제한 결과물이다. 주변의 영향 탓에 당신은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을 구분할 수 없다. 해부학적으로 뇌 자체가 그럴 수 없다.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의 활동 패턴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 물론 작지만 미세한 차이는 있음. 진짜 기억의 경우 해마와 이미지 처리 부위의 활동이 더 많다. (진짜 기억은 실제 경험한 거니까) 가짜 기억은 전두엽의 활동이 더 왕성함. (뇌가 인위적 기억을 만들어내기 위해 살짝 노력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두 기억이 신경망을 비슷하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으로는 거의 구분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알아도 별 도움이 안됨. 한번 발을 헛디뎌서 잘못 저장된 기억은 진짜 기억과 똑같이 현실적이다. 그러니까 현실성과 현실은 별개의 것임.
- 적어도 정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제로 우리의 기억은 좋지 않음. 그러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 뇌도 모든 것을 정확하게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살짝 틀린기억이 엄청나게 유익하기 때문.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시간과 사고작업의 절약이다. 어떤 단어목록이나 사건을 맥락만 파악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면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나게 절약됨
- 우리 뇌는 세부에 집중하기보다 전체를 파악하는 데 더 큰 힘을 기울임. 주변의 상세 정보를 하나하나 집어 퍼즐처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개별정보(개념과 이니지와 대상)를 큐사인으로 삼아 그것에 맞는 의미의 틀을 만들어냄. 덕분에 애서 주변환경의 세부와 정보를 다 파악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음. 그래서 환경에 어울리는 사물은 더 빨리 찾아냄. 예를 들어 냄비는 욕실보다 부엌에 있을 때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사고의 자원을 지키는 일종의 지름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대신 약간 부정확하다.
- 저장한 사진을 항상 동일한 화질로 불러낼 수 있는 컴퓨터처럼 언제라도 정확하게 저장한 내용을 불러낼 수 있다면 우리 뇌는 절대로 기억을 활용해 새로운 사고를 만들어낼 수 없을 것임. 놀랍게도 가짜 기억의 형성은 새로운 아디이어와 문제해결책의 형성을 동반함.
- 피실험자를 가짜 기억으로 유인한 후 단어의 상위개념을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찾는 실험을 실시하면 특히 높은 점수가 나옴. 연상적 사고와 연관성 인식은 굳은 사고의 틀을 허물고 기억을 자유롭게 펼칠 때만 가능한 능력이다. 그러므로 기억의 오류는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 낳은 필연적 부산물이다. 데이터의 의미와 세부에 집착하지 않고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의 사고방식 덕분임
- 기억의 기능은 2가지다. 우리는 과거를 이용해 정체성을 쌓음. 그리고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미래를 위해 사용함. 두 기능 모두 정적인 기억보다는 유동적이어서 왜곡에 취약한 기억이 더 쓸모 있다.
- 많은 것을 잊고, 또 많은 것을 기억한다 해도, 기억의 목적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됨. 기억의 목적은 우리가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평안을 위해 기억을 이용함. 인간은 지극히 의도적으로 (물론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기억을 왜곡하여 현 상태를 미화함. 예컨대 대학생들에게 최근 이번 학기를 시작할 무렵에 상태가 어땠느냐 물어보면 지금과 비슷하게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았다고 대답함. 그러나 한참 전 그 당시에 어땠느냐 물어보면 앞을 질문을 받을 때와 시점은 똑같은데도 갑자기 그때는 순진하고 경험도 없었다고 대답함. 과거의 우리가 아는 것이 없었을수록 지금의 우리는 더 나은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 그러니까 과거의 우리는 가엾은 존재다. 우리가 어떻게 해도 과거는 저항을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쁜 것은 빼고 좋은 것은 집어넣어 과거를 왜곡하고 일관성 있는 우리의 이미지를 만든다. 근본적으로 모든 기억은 가짜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짜가 됨. 하지만 기억이 처음 저장한 그대로 영원히 보관된다면 우리는 새 정보로 기억을 업데이트 시킬수도, 보완할 수도 없을 것임. 그런 불변의 기억 감옥이 아름다울 리 만무하다. 우리의 기억이 자주 틀리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우리의 기억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훨씬 조화로운 모습일 테니 말이다.
- 충분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 우리는 한가지 동작을 자동화할 수 있다. 그러면 더 이상 대뇌가 의식적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그 동작은 자동조정장치가 있는 장소, 즉 소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처리됨. 하지만 어떤 동작을 거의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 그 동작을 불러내지 못할 수가 있다. 심한 압박감 탓에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끌어모으는 경우가 대표적. 의식적 집중은 대뇌에서 처리한다. 그런데 대뇌는 동작을 최적화한 소뇌와 달리 동작의 구체적 순서에 집중하므로 훨씬 느리고 작업효율성도 떨어짐.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잘 돌아가던 자동화된 소뇌에게 대뇌가 갑자기 방해전파를 보내는 꼴이 되는 것임. 놔두면 그냥 하던 대로 잘할 텐데 갑자기 방해전파가 끼어드는 통에 뇌가 동작의 한 단계 한 단계를 고민하고 되고, 그로 인해 동작의 흐름을 놓침. 사실 11미터 거리에서 골을 차서 골대에 집어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이 되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도 갑자기 불가능해진다.
- 시험을 칠 때 가장 해로운 생각은 잘못 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실제로 그런 시험공포와 무대공포는 우리 두뇌의 아킬레스 건이 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평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압박 상황에서 피실험자들에게 수학시험을 치게 했더니 원래 수학을 잘하던 사람들이 나쁜 성적을 거둠. 시간제한을 두거나 낯선 사람에게 평가를 받게 했더니 수학을 잘하던 사람들이 못하는 참가자의 수준으로 성적이 뚝 떨어짐. 공포가 자석처럼 작용하여 통증감각을 담당하는 바로 그 센터를 활성화시키고, 그런 방식으로 시급하게 필요한 사고용량을 제한. 원래는 수학문제를 잘 풀던 사람이 압박감 때문에 실패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결과 정확한 계산에 필요한 충분한 사고자원을 동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그대 그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계산을 생략하거나 어림 계산을 해서 사고작업을 줄이려 함. (그런데 수학을 못하는 사람들은 애당초 이런 식으로 한다) 이런 단순화 방법이 도움이 될수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정확도가 떨어짐. 그래서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에 비해 훨씬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시험공포는 연습을 더 많이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땐 압박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나은 방법. 대표적인 것이 리허설이다. 경기나 시험상황을 미리 모방하여 압박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 압박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님. 우리 뇌가 괜히 압박을 받으면 능력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개발했겠는가. 큰 무대에 오르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전혀 긴장을 하지 않는 운동선수, 예술가, 경영인은 절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임. 어느 정도의 건강한 긴장은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한 필수조건임. 스트레스로 인해 행동의 각 단계에 집중하면 행동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임. 압박감 탓에 생각이 딴 곳으로 빠진다면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즉흥적으로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보상의 기대 탓에 마음이 초조하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기대가 있어야 의욕이 충만할테니 말이다. 다만 이런 행동방식이 과도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문제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고민을 하여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때로는 생각이 적을수록 좋다
- 인간은 미래의 시간을 잘 계산하지 못함. 일을 할 때 시간 계산을 잘하지 못하는 전형적 실수를 계획오류라고 한다. 원인은 시간을 믿을 수 있게 측정할 수 없는 뇌의 특성 때문
- 마감일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는 진짜 원인은 딴 곳에 있는데, 그 원인은 우리의 시간인식이다. 어떤 과제가 언제 끝나는지 계산을 해야 할 경우 우리는 과거를 참고로 삼음. 과거에 비슷한 일이 얼마나 걸렸는지 곰곰이 떠올려본 후 그것을 기준으로 예상을 한다. 그러나 이때 한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는데, 우리의 기억이 시간적으로도 부정확하다는 사실. 처리한 일은 되돌아보면 항상 너무 금방 해치웠다. 우리는 그렇게 희미해진 부정확한 기억으로 미래를 예상한다.
- 우리 뇌는 경험의 시간순서를 매기기 위해 그 경험들을 경험의 축에 정돈함. 그런데 이때 정리기준은 시간이 아니라 활력이다. 그래서 풍요롭고 강렬한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이 할당된다. 그러니까 먼저 경험이 있고, 그 다음으로 경험에 대한 기억이 생기며, 마지막으로 시간감각이 만들어진다. 이 일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섬피질이다. 관자놀이 바로 위쪽에 있는 부위인데 뇌의 발달 과정에서 대뇌피질이 안으로 접히고 주름이 생기면서 대뇌피질에 덮여 버렸다. 이 섬피질의 일부가 정서적 순간과 그것의 시간적 순서를 모으는 집합소 같은 곳. 이것이 뇌에 도착하는 모든 정서적 상태를 결합하여 전체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감정적 통일체로 인식함. 그런 식으로 뇌는 경험을 시간순서대로 정리하여 정신의 시간축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특별히 강렬한 경험은 특별히 강력하게 섬피질을 장악함. 그래서 그 경험이 우리의 시간축에서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뒤돌아보면 더 길게 느껴짐. 반대로 따분한 사건은 섬피질을 크게 장악하지 않아 시간축에서 할당받는 자리도 별로 없음. 극단적인 경우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아예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기억하라. 시간은 측정되지 않고 차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
- 정말로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는가? 아니면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인가? 후자를 원한다면 그럴 수 있는 시간은 항상 너무 적을 것임. 그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달려가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훗날 당신의 섬피질이 풍성한 시간감각으로 떠올리게 될 강렬한 순간이다. 다행히 당신의 뇌는 스스로를 속여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일이나 행복했던 순간이 훗날 특별히 길게 인식되도록 만들어준다. 굳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음. 경험의 강도와 변화를 키우고 틀과 반복을 줄이면 됨. 뇌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면 시간은 저절로 손에 들어온다. 뒤돌아보았을 때 한없이 길게 느껴질 즐겁고 변화무쌍한 일을 많이 만들면 된다.
- 뇌는 스위치를 끌 수 없어서 늘 많은 생각에 빠져듬. 아무리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도 우리 힘으로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이것 역시 어느 날 문득 생긴 기능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틀림없이 이유가 있고 유익함이 있을 것임. 그렇지 않다면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이런 멍때리기 기능을 뇌가 왜 가만히 내버려두었겠는가? 항상 구체적 순간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순간의 요구에 반사적 대답밖에 내놓지 못하는 생물학적 자동기계와 다를 것임. 우리는 그런 기계가 아니다. 우리의 머리는 현재를 벗어나 다른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시간여행을 떠나서 더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음. 마음의 눈을 가리는 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도 있음. 그리고 이처럼 반사적인 질문과 대답의 도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비밀병기는 바로 오랜 세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우리의 기본모드 신경망이다.
- 우리 뇌가 권태모드로 들어갈지 아니면 창의적 휴식을 취할지,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다. 창의적 과제를 풀어야 할 경우엔 (혹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결정을 내려야할 경우엔) 중간 중간 끼워 넣은 단조로운 활동이 권태가 아니라 휴식을 줄 것임. 긴장을 푼 무위와 정신집중의 균형, 결국 이것이 휴식의 진정한 의미일 것임. 하지만 창의력이 오래 필요한 경우엔 딴 생각이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상상해보라. 1분 동안 최대한 많은 벽돌의 사용처를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20분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사전에 아무리 딴생각을 많이 아여 뮤즈의 키스를 받았다 해도 그 창의적 플로우가 20분 동안이나 지속되지는 못함. 아무리 오래가도 3-4분이면 다시 생각이 엇길로 빠짐. 여기서도 알 수 있듯, 우리의 기본모드 신경망은 올바른 환경에서만 힘을 발휘함. 따라서 뇌의 멍때리기 파워가 정확히 언제 활성화되는지 유념해야 함. 그냥 딴 생각을 하려고 일을 중단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음. 열린 질문일 때, 시간을 두고 결정을 내릴 때 혹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할 때에만 딴 생각이 힘을 발휘함. 짧은 시간 열심히 문제에 집중하고, 휴식을 취하여 딴 생각에 빠졌다가 다시 처음 하던 대로 과제에 돌아와 집중해야 한다.
- '방'이란 뜻의 그리스 이름(탈라모스)처럼 시상은 대뇌의 앞방, 즉 비서실이다. 그 앞방에서 누구를 안으로 들여보낼지 결정한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는 의식을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무의식적으로 작업하는 뇌 부위로 넘어감. 뇌가 인지하는 모든 것은 이 정보 필터를 통과해야 함. 그런데 시상은 정말로 너무 빨리 싫증을 느낌. 솔직히 말하면 권태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감각인상이 2초에 한번 꼴로 바뀌지 않으면 이미 집중은 물 건너가고 정보는 무의식으로 흘러감. 거꾸로 해석하면 정보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내용이 아니라 그것의 변화 유무인 것이다.
- 작업기억이 과부하에 걸리면 새로 들어온 자극이 중요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래서 뇌가 자포자기하고 이렇게 말한다. "이러다가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잠시 한눈을 파는 게 좋겠어" 그래서 이해하기 힘든 텍스트를 읽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분량을 조금씩 나눈다. 한 문단이나 한 장을 읽은 후 잠시 쉬어 작업기억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인 것이다.
- 작업기억의 필터 메커니즘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쉬지도 않고 계속 일을 하면 작업용량에 한계가 올 것이고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인지 테스트를 해보면 30-45분이 한계다. 따라서 뇌가 지쳐 나가 떨어져 한눈을 팔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먼저 딴짓을 하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음. 적당한 간격을 두고 휴식을 취하자. 다만 그 휴식을 조금 더 똑똑한 휴식으로 만들자. 굳이 볼 필요도 없는데 괜히 휴대전하로 손을 뻗지 말고 잠깐 일손을 멈추고 일어서서 왔다갔다 하거나 잡담을 나누는 것이다. 몇 분이면 충분하다. 그 시간이 아까워 계속 일을 붙들고 있어봤자 결국 견디지 못한 뇌는 비효율적인 딴짓을 찾을 것이고, 그러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업무로 복귀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생산적인 딴 짓을 하자.
- 휴식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여) 정신의 탱크를 채우지 못하면 결국 언젠가 뇌는 딴 곳에 정신을 팔게 됨. 특히 일이 단조로울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그리고 아마 세월이 흐를수록 더 심해질 것임. 스마트폰, 서류더미, 컴퓨터, 개인적인 대화를 오가면 온갖 미디어를 이용할 경우 그것들을 조율하기기 쉽지 않음. 그래서 열렬한 미디어 이용자일수록 한눈을 팔기가 더 쉽다. 14-25세까지 청년들에게 집중력 문제를 풀게 했더니 평소 스마트폰을 멀티태스킹으로 (그러니까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문서를 작성한) 이용한 사람들이 특히 집중력이 약했다.
-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사람은 한 방향으로밖에 가지 못하므로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샛길이 나타나도 볼 수가 없다. 한눈은 팔지 않겠지만 영감을 받을수도 없다. 집중하여 구체적 업무를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밖에는 할 수가 없다. 반대로 창조적인 사람들은 쉽게 딴 곳에정신을 판다.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들보다 필터 메커니즘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가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스트레스를 느낌. 이 사실은 뇌 스캔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 창조적 사람들은 반복되는 자극도 쉽게 무시하지 못함. 더 정확히 말하면 창조적인 사람들의 뇌구조는 자극에 금방 익숙해지지 못하고, 자극을 잘 걸러내지 못하며 쉽게 한눈을 팔도록 되어 있음. 그들에게 새로운 소리는 부담스러운 훼방꾼이 아니라 잠재적 영감인 것이다. 그래서 창조적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적당히 산만한 환경을 찾음. 웅성거리는 거리의 카페에 앉거나, 적당히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운전이나 산책같은 단조로운 활동을 한다. 실험결과를 보아도 적당히 산만한 그런 장소가 특히 더 창의력을 촉진함. 대학생 피실험자들에게 일상의 물건을 활용할 수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게 했더니 규칙적인 배경소음이 있는 경우 특히 빠르게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들은 일정한 배경소음이 있을 때 혁신적 제품을 많이 골랐다. 창의력을 북돋는 최적의 소음은 70데시벨로, 상당히 시끄러운 대화를 나눌 때의 소음도다.
- 감각인상의 주관적 인식은 로그종속에 따른다. (베버 법칙)
- 뇌의 언어에는 패턴과 감정이 가득하고, 그 사실이 우리 행동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침. 상대를 숫자로 감동시키려고 하면 절대 영상을 이길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을 팔아먹는 방법도 그와 같다. 애플은 절대 하드웨어의 기술적 세부를 자랑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연락을 하고 가족사진을 찍고 멋진 아이디어를 세상과 나눌 수 있다는 이미지를 창조한다.
- 감정-통합-동기-모델
(1) 감정이 방향을 정한다. : 결정을 내리기 전에 뇌는 우선 이 여행이 어디로 향할지를 정해야 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 방향이 보상을 얻는 쪽일지 아니면 처벌을 피하는 쪽일지 정하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뇌에선 별도의 2가지 시냅스가 형성된다. 그 시냅스들은 척수가 끝나고 뇌가 시작되는 곳, 즉 목 부근의 중뇌에서 솟아난다. 중뇌는 묵직한 이름과 달리 길이 1.5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신체반사, 호흡조절, 구토자극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곳. 바로 이 중뇌에서 처벌을 피하고 보상을 찾아 우리의 정서적 판단을 확정하는 두개의 시냅스가 나온다. 보상신경은 변연계, 더 정확히 말하면 아쿰벤스 핵(혹은 측위신경핵)까지 이어지며, 다른 시냅스는 중뇌에서 앞쪽 섬피질의 한 부위로 이어짐. 섬피질은 시간 감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처벌을 기다리는 불쾌한 느낌, 부정적 기대 역시 섬피질의 작품이다.
(2) 감정과 사실을 통합한다. : 우리 인간이 멍청하게 보상만 쫓아다니는 순수감정적 존재인 것은 아님. 그보다는 훨씬 나은 존재다. 그렇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또 그런 존재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고민하여 계획, 목표, 경험, 지식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 정서적 충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일뿐. 먼저 목표를 정하고 그 다음에 왜 그 목표를 쫓는지, 이유와 설명을 찾는 것이다. 바로 이 일을 담당하는 부위가 이마 바로 뒤쪽에 있는 전두피질(정확히 내측 측두피질과 외측 전두피질)이다. 충동적 중뇌는 정서적 메시지를 변연계로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두피질로도 보냄. 이 전두피질은 연결망이 매우 좋아서 섬피질, 간뇌, 변연계와도 관계를 맺음. 그 덕에 우리의 기억과 가치, 내면상태가 정서적 기본모드와 통합됨. 주변 환경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그 때문이며, 학자들은 이를 두고 프레이밍이라고 부른다.
전두엽은 자신이 내린 평가결과를 아쿰벤스 핵으로 다시 보낸다. 마치 핑퐁게임과 같음. 변연계가 정서적 평가를 전두엽으로 보내면 전두엽은 그것을 계획 및 경험과 비교한 후 다시 되돌려 보냄. 정서적 부위와 합리적 부위의 이런 게임은 무의식적으로 세번에 걸쳐 반복되고, 그 결과 우리의 결정 의도가 점차 형태를 갖추게 됨.
(3) 행동의 동기를 부여한다. : 마지막 단계는 이런 고민과정의 논리적 결과임. 신경학자들은 이를 동기, 즉 행동의 요구라 부름. 결정과정의 결과는 특정 행동패턴의 형태를 띠고 대뇌피질의 행동부위로 이송됨. 물론 아직 구체적 행동패턴이 만들어져야 하겠지만 걱정말라. 우리에겐 이 골치아픈 계산작업을 맡아 처리해줄 소뇌가 있으니까.
- 손실에 대한 두려움, 바로 이것이 우리가 모험을 하는 한 가지 이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단히 모순이지만 손실의 위험이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모험에 뛰어든다. 흔히 우리를 모험으로 내모는 것은 끝없는 탐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포 때문에도 모험에 뛰어든다. 권투선수가 언제 가장 위험할까? 맞고 있을 때다. 언제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할까? 늦을까봐 걱정될 때다. 기업자문들은 그런 심리의 실용적 이용방법을 잘 안다. 기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으려면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직원들의 심리를 몰아내야 함.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통해 어떤 장밋빛 미래가 도래할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효과가 없다. 위험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다. "변하지 않으면 5년 후 이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야 인간은 모험에 발을 내디딘다.
- 투자에 성공한 피실험자와 실패한 피실험자의 뇌가 어떻게 다른 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이 목격되었다. 실제로 성공의 낙인이 존재했던 것이다. 즉 적시에 시장에서 발을 배서 이익을 챙긴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 직전 전두 섬피질이 활성화되었다. 다들 기억이 나겠지만 이 부위는 손실예상이 참여하는 부분이다. 반대로 투자에 실패한 사람의 경우 아쿰벤스 핵(보상부위)이 강하게 결정에 참여했다. 모든 피실험자들은 위험한 시장환경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한 집단은 올바른 판단을 내려 적시에 시장에서 발을 뺐다. 합리적이고 의식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 아니라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정서적 뇌부위가 적시에 강하게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무슨 신경 경고신호라도 작동하여 그들의 욕심을 억제해준것만 같았다. 급등하는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팔고 나왔는데 계속 시세가 오르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하지만 거래에 성공한 사람들의 뇌는 적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균형이 잘 잡힌 결정 시스템만이 위험이 넘치는 환경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실험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투자성적이 나빴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섬피질 및 아쿰벤스 핵과 전두엽의 결합이 감소함. 그 결과 보상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 호기심은 해부학적으로도 우리의 뇌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 그래서 모험과 시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뇌를 보면 호기심에 따른 충동을 통제하고 억제하는 결정 시스템의 부위들(특히 전두피질 부위)의 크기가 더 작다. 그러니까 뇌가 작을수록 모험을 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욕심많은 투기꾼의 뇌조직도 그러한지는 아직 연구결과가 없다.
- 우리 뇌는 모든 논리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고민하여 최고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마도 먼저 정서적 충동을 만들어내고 이어 그것을 사실 지식과 비교하는 것 같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선 그런 식의 결정이 너무 임의적인 것 같다. 정서적 충동 같은 것을 어떻게 입증하고 설명한단 말인가? 그런 충동적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무엇이든 둘러대서 논리를 지어낼 것임. 하지만 그런 논리는 금방 무너뜨릴 수 있다.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결정의 기준을 갈망함. 하지만 숫자와 확률과 사실에 기초하여 결정을 내릴 경우 알고리즘이 이미 오래전부터 하던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다. 예상가능하지만 따분하게, 그와 동시에 인간두뇌의 최대강점을 희생시키면서 말이다. 인간의 두뇌는 사실이 불확실하고 계산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려도 결정을 내릴 수 있음. 우리 뇌는 정밀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불확실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괴테도 말했다. "정확히 들리기보다는 대충 맞게 결정하라."
- 실제로 모든 가능성과 우발성을 정확하게 고려해 결정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결정의 순간 그 자체뿐이다. 그 이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만 가능할 뿐이며, 그 결정이 옳았는지 아닌지도 그 결정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님.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당신이 나중에 그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가 아닌가다. 그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은 결정 시스템의 모든 뇌부위가 균형을 이룰 때이다. 균형이 깨지면 결정의 품질도 떨어짐. 너무 욕심을 부려서 아쿰벤스 핵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거나 반대로 사실자료의 수집에 너무 열을 올려서 합리적 부위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 객관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결정이 될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 많은 선택지도 원칙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거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좋아함. 중고차 전시장을 향해 달려가는 자동차광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하지만 "차는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 어머니라면 차가 줄을 지어 서 있는 전시장에서 절대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임.
- 맥시마이저는 마지막에 손에 쥐는 것은 더 많지만 자신이 놓칠 수밖에 없었던 가능성이 무엇인지도 너무 잘안다. 그래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는 후회를 더 많이 함. 반대로 쉽게 선택하여 만족한 사람들은 놓친 가능성에 별 관심이 없음.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선택을 하기 전에 먼저 결정부터 내려야 할 것이다. 돈이 더 중요한가? 행복이 더 중요한가? 행복을 원한다면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줄여 너무 높은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무 고민도 없이 무조건 선택을 할 수야 없는 일이지만 선택이 너무 과도한 생각을 불러오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순간이 지나면 선택은 고통이 되고 만다
-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라. 쉽게 내린 판단일수록 그 판단이 사고의 틀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겐 사고의 틀을 튼튼하게 지키기 위한 경보 시스템만 있지 그것이 너무 자주 사용되거나 잘못 사용되었음을 알려줄 경보시스템은 없다. 그래서 더더욱 결정을 내릴 때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 난 이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 남자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 (링컨)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다른 인상을 받아들인다면 지금과는 다른 색으로 생각을 물들일 수 있다. 다른 자극에 관심을 보이면, 밥으로 배를 채우면, 해가 쨍쨍 나면 똑같은 사실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전체를 살핀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
- 사고의 틀은 자연법칙이 아니다. 우리가 더 빨리 길을 찾기 위해 만든 마음의 지팡이다. 그 말은 또한 우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함. 우리가 우리의 틀을 믿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사고패턴에 매달린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낯선 사고방식에 스스로를 들여야보고,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신문이나 사이트를 찾아보라. 다른 의견에 많이 노출될수록 당신의 의견은 더 단단해진다.
- 우리는 외부의 자극을 통해 그렇게 간단하게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당근을 쫓는 말처럼 보상만 쫓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달리 길들일 수 없다. 우리가 가끔씩 그렇게 심한 의욕저하에 빠지는 것도 외부의 보상에 목을 매지 않는 대가일 뿐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다. 지속적 동기는 항상 안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아기들은 지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것을 향해 의욕을 불태움. 지치면 곧바로 잠을 잔다. 이런 기본자세는 어린아이나 성인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아줄 수 있을까? 방법은 없다.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파이팅을 수백만번 외칠수는 있지만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동기를 부여할 수는 없다. 그 누구의 배를 고프게 하거나 목이 마르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동기는 자신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정을 기대할 때 나타나는 것임. 기대를 하면서 동기가 알아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일정 시간 아무것도 안 먹으면 절로 배가 고파질 것이고 맛난 피자를 보고서 식욕이 솟을 것이다. 의욕도 그와 다르지 않음. 그것이 사실이라면, 의욕이 애당초 우리 안에 장착된 것이라면 왜 우리는 늘 의욕이 없다고 투덜대는걸까? 왜 일하기 싫다고, 헬스클럽에 가기 싫다고, 영어단어 외우기 싫다고 투덜대는 걸까? 그 넘치는 의욕은 다 어디로 간걸까? 우리의 동기 시스템에겐 3가지 약점이 있음.
(1) 최대한 많은 것을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으려고 한다.
(2) 지금 당장 보상을 받고자 한다. 훗날의 기약을 싫어한다는 소리다. 그 대문에 종종 일을 미루고 마음의 게으름뱅이에게 항복을 한다.
(3) 보상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개인적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종 동기부여 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의욕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바로 이 세번째 약점 때문.
-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귀찮은 의무와 하기 싫은 업무를 미래로 연기함. 뇌 촬영을 해보면 미래의 나를 상상할 때는 자기인식을 담당하는 뇌 부위 대신 남을 생각할 때 활동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됨. 그러니까 어찌 보면 우리가 몬을 일으켜 헬스클럽으로 갈 수 없는 것과 졸업논문을 마감일까지 미루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동기 시스템은 실제로 우리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올 때만 행동을 부추긴다. 먼 미래에 잘 모르는 어떤 사람에겐 관심이 없다. 나는 미래의 나를 알지 못한다. 이 사실을 거꾸로 돌려보면, 미래의 나에 대해 잘 알면 장기적인 결정에도 의욕을 불태울 수 있다는 의미. 그래서 미국의 연금보험회사들은 고객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30년 후의 모습을 보여줌.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의욕을 북돋우는 방법이다.
- 마시멜로 실험을 인용할 때 절대 언급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당시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은 모두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음. (부모가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와 학자) 그러니까 실험을 실시한 어른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학신할 수 있었던 아이들임. 16년 같은 실험을 반복하였더니 부유한 집안 아이들을 자제하도록 만들었던 바로 그 신경 메커니즘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우도록 유도함. 결국 참고 견디는 것이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경험이 행동을 좌우한 것. 기회가 왔는데도 잡지 않고 낙관적으로 그리고 순진하게 그냥 참고만 있다면 절대 접시닦이는 백만장자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한마디로 우리의 동기 시스템은 최대한 빨리 보상을 낚아채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미루는 것이 귀찮은 의무보다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는 순간에는 서슴없이 미루는 쪽을 택함. 이럴 때는 거꾸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실험에서 미래의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여주었더니 실제로 충동적인 단기적 사고가 줄었다. 자기 행동의 장기적 결과를 또렷하게 목격할수록 싫은 단기적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또 이런 방법도 써보자. 완벽하게 끝마치는 것보다 조금 불충분하더라도 무엇이든 다 하는 것이 중요함. 뇌는 아무리 작아도 보상이 있어야 보상충동을 만들어냄. 그러므로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일을 잘게 나누어 그 작은 부분에 집중하여야 함. 15분 동안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전체 일이 얼마나 남았나에 관심을 집중하지 말고 조금씩 쪼개어 해치운 부분에 관심을 집중하라. 작지만 소중한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식욕은 밥을 먹을 때 생긴다. 장기적 의욕은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만 생길 수 있다.
- 한 마디로 경제적 자극은 구체적 보상만을 노리게 만들 분 업무 그 자체에 대한 의욕을 키울 수는 없다. 그래서 자극이 사라지면 타고난 동기마저 돈에 파묻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신경학에서는 이를 undermining effect라고 함) "그럼 좀 어때? 돈이 목적이든지 아니든지 결과만 좋으면 되잖아" 그렇게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그 말도 맞다. 스톱워치를 누르는 것처럼 아주 간단한 업무일 경우에는 그렇다. 하지만 경제적 보상으로는 절대 장기적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없다. 존중받는 직원들은 보너스가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반드시 돈을 주어야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능이란 이미 아는 정답을 향해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는 것이지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능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경제세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짐. 실수 없이 신속하게 문제를 척척 푸는 사람은 지능이 높고, 지능이 높으면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람은 언제라도 교체할 수 있다. 어차피 효율적인 문제해결은 컴퓨터가 우리를 앞서갈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우리는 컴퓨터를 앞지를 수 없다. 하지만 창의성은 대안적 사고다. 아무리 온 세상이 혁신과 파괴를 외쳐도 진짜 창의적 사고는 도표와 숫자의 경계세계와 맞지 않는다. 창의성은 모든 것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기존 사고 습관과의 단절을 담고 있기에 창의적 사고는 약간 틀리고 길을 잘못 들고 이상하다. 창의적 사고는 배후를 캐묻고 기존의 작업방식을 수용하지 않는다. 규칙을 따르지 않고 규칙을 바꾸려 한다.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도전과 실험에 힘을 쏟아 많은 것을 망가뜨린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정해진 노동시간을 견디지 못함. 한마디로 창의적 사고는 신경에 몹시 거슬린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이 창의성을 필수적 존재로 만든다. 문제를 패턴에 따라서만 해결한다면 예측가능한 따분한 아이디어뿐, 도발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절대 나올 수 없음. 비효율적으로 생각하고 에움길을 빙빙돌아야 딴 곳에 도달할 수 있음. 그 말을 바꾸어 해석하면 생각의 촉수를 사방으로 뻗는 사람은 결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 따라서 우리 뇌는 충돌하는 이 두가지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함. 제멋대로이고 참신해야 하지만 또한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 벽돌이나 신문의 새로운 사용가능성을 고심하는 동안 기본모드 네트워크가 활동을 시작한다. 기본모드 네트워크는 중뇌에서 후뇌에 걸쳐 분포하며 멍때리기를 담당함. 그러니까 창의적 사고를 하려면 멍 때리는 것이 필요함. 하지만 이때 머리에 떠오른 대부분의 생각은 쓰레기다. 다행히 우리는 그 대부분의 생각을 의식하지 못함. 쓸모없는 것들은 사전에 골라 폐기되기 때문. 그러자면 간뇌의 통제 센터가 작업을 시작해야 함. 특히 섬피질과 전두엽이 나서서 아이디어들을 점검함. 기본모드가 무작정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추려서 정돈한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뇌 촬영을 해보면 불과 몇 초 만에 두 네트워크가 단단히 결합하여 가장 유익한 아이디어만 남게 됨. 바로 이런 협력이 중요함. 피실험자들이 내놓은 벽돌의 사용법이 너무 일상적인 경우 두 네트워크의 결합은 그리 강하지 않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이들 두 부위가 긴밀하게 결합할수록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의미. 따라서 매우 창의적인 사람의 경우 토란스 테스트에서 두 네트워크의 결합이 특히 강하다.
-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아이디어의 생산과 선별작업의 균형이 더 중요. 테스트를 해보면 긴장을 풀고 구체적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수록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와다. 샘물이 솟아나듯이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올랐다. 그런 '아하!'라고 외치는 순간 역시 실험실에서 측정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러자면 단어 연결문제 같은 약간 다른 문제를 내주어야 함. 이 테스트는 확산적 사고가 아닌 수렴적 사고를 측정한다. 즉 최고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골라내느냐를 측정하는 테스트인 것임
- 스트레스는 사고의 폭을 좁히고 창의력을 떨어뜨린다. 집중훈련을 통해 스트레스 수치를 떨어뜨린다는 마음챙김 명상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모순이지만, 명상을 하면 실제로 스트레스가 줄어들지만 기본모드 네트워크의 활동 역시 줄어든다.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을 방금 마친 피실험자에게 앞서 소개했던 낱말 퀴즈를 풀게 하면 분석적으로마 접근하려고 한다. 따라서 갑작스럽고 창의적 깨달음의 순간은 맛보지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집중력은 좋은 것이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선별을 하여 그 아이디어를 갈고 닦으려면 꼭 필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는 집중력이 덫이 될 수 있음.
-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구체적 기술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만은 확실함. 기술혁신과 아이디어를 담당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신제품 개발을 독려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최선책이 아님. 우리 뇌에도 특별한 방법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부서가 따로 있지 않음. 아이디어는 유연한 팀과 여러 네트워크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최대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때 탄생함. 하지만 이들 역시 곧바로 완성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할 뿐임. 완성된 아이디어는 역동적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기에 미리 계획할 수가 없다. 모든 훌륭한 아이디어는 통증으로 시작된다. 우리를 자극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독려하는 문제로부터 시작됨. 뭔가 신경에 거슬여야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법이다. 창의력을 탄생시키는 것은 불만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 배부른 짐승은 먹이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세상을 바꾼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낙관적 불만, 이것이 가장 올바른 자세다. 일단 문제에 집중하고, 다시 멀어져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것을 추려 최고를 골라낸다. 이것이 아이디어의 순환이다.
- 실수는 원래 공포를 유발하지 않음. 그럴 이유가 없다. 실수를 저질러야 새로운 사고의 길이 열리기 때문. 인생은 철자를 삭제하는 집중력 테스트보다 훨씬 다채로운 곳임. 우리 이웃사촌은 지금 자전거를 배우는 중. 그러니까 앞으로 아마 열두 번도 더 넘어질 것임.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전거를 타려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야 함. 무릎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곧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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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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