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경제 2022. 4. 6. 20:00

- 정치, 경제, 좀 더 보편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회과학을 떠받치고 있는 학문은 명백하게도 심리학이다. 심리학 원리에서 사회과학의 법칙을 이끌어낼 날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빌프레도 파레토 Vilfredo Pareto, 1906)
- 우리가 현재 상태에서 변화해 민감성 체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은, 베버-페흐너 법칙Weber-Fechner law 이라 알려진 인간의 또 다른 기본적인 특질(심리학의 초기 발견 중 하나)을 잘 보여준다. 베버-페흐너 법칙은 어떤 변수의 변화에 대한 최소 식별 차이 just noticeable difference'는 그 변수의 크기에 비례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30그램 늘었을 때는 그 차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채소를 살 때 30그램은 대단히 중요한 차이로 다가온다. 심리학자들은 최소 식별 차이를 줄여서 JND'라고 부르곤 한다. 여러분이 심리학자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면, 칵테일파티에서 그 용어를 한번 꺼내보라(“추가적인 투자로는 JND를 느낄 수가 없어서 이번에 새 차를 사면서 아예 고가 사운드 시스템으로 넘어왔죠” 하는 식으로 말이다).
-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 와 존 힉스John Hicks,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을 필두로 하는 경제학자 집단은 경제 이론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경제학의 두 가지 핵심 개념, 즉 행위자는 최적화를 추구하고 시장은 안정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개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균형점에 도달하게 되는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기술과 최적의 문제 해결책을 밝혀내기 위한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갔다.
하나의 사례는 이른바 '기업 이론 theory of the firm’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기업은 언제나 이익(혹은 주식 가치)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말이다. 현대 이론가들이 그 이론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는 현실에서 경영자는 절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하며 반박 했다.
한 가지 단순한 사례로 '한계 분석marginal analysis' 이라는 개념이 있 다. 4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한계 비용이 한계 수입과 일치하는 지점에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런 분석을 근로자를 고용하는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즉 마지막으로 고용한 근로자에 소요되는 비용이 그 근로자가 거둬들이는 수입의 증가와 동일해지는 시점까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다분히 중립적인 설명처럼 들리지만, 1940년대 말 '현실 세상'의 경영자가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놓고 《미국경제학회지 American Economic Review》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 이 논쟁은 프린스턴의 용감한 경제학과 부교수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에게서 비롯되었다. 레스터는 과감하게도 제조업 사장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그들이 얼 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결정하고 확인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계와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경영자는 제품 가격의 변동이 미치는 영향, 근로자 임금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이론과 달리 경영자들은 임금의 변화가 고용이나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고, 수요에 따라 노동력을 늘리거나 축소한다고 대답했다. 레스터는 다음과 같은 과감한 발언으로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 대니와 아모스가 진행한 실험의 스타일은 종종 일회성' 게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학자들은 '현실 세상'에서 살아가 는 사람들에게는 학습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타당한 이 야기다. 우리는 훌륭한 운전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똑똑한 심리학자가 실험 환경에서 사람 들이 실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개발했다고 해서 사람들 이 현실 세상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드시 저지를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일반적으로 실험실은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외부 세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제 를 연습하고, 그런 연습 덕분에 실험실에서 관찰되는 실수를 저지 르지 않을 수 있다.
- 하지만 이런 학습에 대한 주장에 따른 문제는 모든 사람이 빌 머레이가 출연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속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가정이다. 여기에서 머레이가 연기한 필 코너스라는 인물은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적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을 때, 그는 한 번에 하나씩 변화를 주 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함으로써 점차 학습해나간다. 그러나 현실 속 삶은 감사하게도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리학자들은 경험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 다고 말한다. 그 두 가지란 충분한 연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다. 가 령 자전거나 운전을 배울 때처럼 이런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 우리는 과정 전반에 걸쳐 사고를 겪으며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삶에 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 며, 바로 이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습에 대한 주장과 동기 에 대한 주장은 일면 상호 모순적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영국의 게임 이론가 켄 빈모어Ken Binmore와 함께한 공개 토론에서 최초로 떠올렸다.
- 젠슨에 대해 좀 더 공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언급하자면 우리는 그의 주장에서 보다 일관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시장이 사람들을 합리적인 존재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이 모 두 인간임에도 시장가격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이 다. 이런 주장은 명백히 타당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이 주장이 어떻게, 왜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6부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행동경제학이 성공을 거두자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간단명료한 결론 대신 위험 수위가 높은 시장, 특히 보이지 않는 속임수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금융 시장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실제 사람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예전에 나는 그 개념을 '심리학적 계좌Psychological accounting'라고 불렀지만, 나중에 두 사람은 이 주제를 다룬 논문에서 이를 심리 계좌mental accounting'로 바꾸었고, 나도 이를 따랐다. 그 후 나는 계속 심리 계좌의 개념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이 개념이 흥미롭고 통찰력 넘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 계좌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음 몇 장에서 이런 심리 계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테지만, 사실 이 개념은 책 전반에 골고루 스며들어 있다. 심리 계좌라는 아이디어는 전염성이 대단히 강하다. 조만간 여러분도 엉겁결에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음, 그건 심리 계좌 문제군.”
- 두 가지를 고백할 시간이 왔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이콘의 사고 방식을 지지하지만, 사실 심리 계좌와 관련해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나는 매몰 비용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데, 특히 매몰 비용이 그 특성상 전적으로 금전적인 것일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연구 프로젝트에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나면, 포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때조차 좀처럼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초고를 쓰기 위한 내 전략은 특정한 문구나 단락의 완벽성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으로 초고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그건 너무 긴 과정이 었다. 그중에서 많은 부분을 삭제해야 했고, 어떤 부분을 들어내야 할지에 대해 초고를 읽은 동료나 편집자의 조언에도 신경 써야 했 다. 아주 많은 사람이 언급했던, 특히 윌리엄 폴크너Wiliam Faulkner 가 강조한 조언은 “작가는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한 다" 는 것이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언급했다는 것은 작가들이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교정 단계로 접어들면서 나는 초고에서 무참하게 들어내야 했던 '삭제된 부분을 모아두기로 했다. 내 계획은 이 책의 웹사이트에 화려하면서도 장황한 내 소중한 이야기들을 올려두는 것이었다. 그 분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계획의 장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컴퓨터에 '삭제된 부분'이라는 이름의 폴더로 그런 글들을 저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그리고 마치 내 발에 맞지 않는 값비싼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을 완화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교훈은 일단 행동 문제를 이해하면, 그에 대한 행동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 계좌는 항상 바보들의 놀이인 것만은 아니다.
-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Atif Mian과 아미르 수피Amir Sufi가 그들의 책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에서 소상히 밝혔듯, 2000년에 이르기까지 주택 자산의 증가는 소비, 특히 내구재에 대한 소비를 촉진 하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크게 치 솟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추가 대출을 받고 금융 상품을 활용해 새 차를 구입하면서 자동차매출 또한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상환하지 못한 담보대출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면서 주택의 자산 가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금융 상품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길이 막혔고, 이로 인해 자동차 매출은 주택 가격과 동반 하락했다. 이런 과정은 2000~2001년 일어난 IT 거품 폭발이 주택 시장의 거품 폭발만큼 치명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당시 부자가 아닌 가구 대부분이 퇴직연금 계좌를 주식 형태로 관리했고, 특히 계정 잔액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돈을 지키기 상당히 어려웠다. 이 말은 곧 주식 시장 하락이 주택 시장 하락만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 하우스 머니 효과, 즉 최근에 얻은 수익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성향은 금융 시장의 거품을 조장한다. 1990년대 전반 에 걸쳐 개인 투자자들은 퇴직연금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 속 높였다. 즉 주식 투자에 더 많이 집중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 유는, 몇 년 동안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장이 하락하더라도 새로 얻은 수익만 잃을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그 돈이 연기처럼 사라졌 을 때 느낄 상실감을 누그러뜨리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몇 년 뒤 주택 시장에 거품이 일었을 때 투기꾼들도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스코츠데일,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의 부동산에 열광했던 투자자들은 주택 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출 발점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안심시킨 일종의 심리적 쿠션에 기대고 있었다(그저 말장난이 아니다). 물론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 부채 비율이 높은 투자자들은 주택 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 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집을 빼앗겼다.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본전을 만회하려는 성향은 투자 전문 가의 행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자신들 이 관리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기준 지수(S&P 500 등)보다 한참 밑돌 고 있으면 그해 마지막 분기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든다. 그리고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주식 중개인들은 필사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 기회에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이 런 태도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중개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손실을 만회하지 못할 경우 훨씬 심각 한 사태가 벌어진다. | 이 말이 사실이라면 금융 기업 관리자들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 는 직원들의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돌이켜보건대 미 국 금융 기업은 무모한 직원들이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 다).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정상적인 위험 회 피 성향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큰 손실로 압박에 시달릴 때, 만회할 기회가 있다면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국부론』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가장 많은 칭송을 받은 표현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에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가볍게 언급되었다. 스미스는 일반적인 기업가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해서 사 회에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유명한 문구를 인용하거나, 보이지 않는 속임수에 대한 어떤 주장을 내세 우려는 이들이 좀처럼 함께 언급하지 않는(혹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좀 더 조심스러운 두 번째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최고의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말 과 동일한 표현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두꺼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스미스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 는 경제학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다. 스미스는 나의 박사 논문 주제인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힘들고 위험하고 지루한 일을 하는 근로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 조지 스티글러는 이제 우리가 경제학에 대해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말을 즐겨 했다. 그건 스미스가 이미 모두 이야기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점은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2) 오늘날 우리가 행동경제학이라 부르는 분야에 대한 스미스의 논의는 1759년에 발행 된 그의 초기 작품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자기통제의 개념을 상세히 밝혔다. 예 리하게도 스미스는 자기통제라는 개념을 '열정'과 '공평한 관찰자' 의 투쟁, 또는 충돌로 설명한다. 자신이 한 말을 실제로는 스미스가 먼저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대부분의 경제학자처럼, 나 역시 나의 주장이 처음이 아니었음을 스미스의 글을 읽고 깨달았다.
- 소유 효과를 주제로 한 실험은, 손실 회피로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그대로 고수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잘 보여준 다. 일단 머그잔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재빨리 그 머그잔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를 내주는 것은 손실이다. 게다가 이런 소유 효과는 대단히 신속하게 작동한다. 우리 실험에서도 피실험자 들은 거래가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에 그 머그잔을 소유했다. 대 니는 이를 종종 '즉각적인 소유 효과 instant endowment effect'라고 불렀다. 이런 소유 효과에 대한 우리의 설명으로, 사람들의 손실 회피 성향 외에도 '관성inertia' 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물리학에서는 외 부 환경에 변화가 없을 때, 정지한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그들은 바꾸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갖고 있던 것을 고수하려 한다. 심지 어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도 바꾸려 들지 않는다. 경제학자 윌리엄 새뮤얼슨Willian Samuelson과 리처드 젝하우저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일컬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109)이라 불렀다.
손실 회피 성향과 현상 유지 편향은 종종 힘을 모아 변화를 가로 막곤 한다. 공장이나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들은 다른 분야의 일 자리를 받아들이고 함께했던 동료와 가족, 집을 떠나야 한다. 이처 럼 사람들이 다시 일하도록 도와주는 노력은 관성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나중에 공공 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관성의
- “새로운 발견은 예외에 대한 인식으로, 다시 말해 자연은 과학 전반을 장악한 패러다임이 내놓은 예측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부순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시작되는 것이다.” (토머스 쿤)
- 합병을 통해 탄생한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의 경우, 두 가지 주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존재했다. 로열 더치의 주식은 뉴욕과 네덜란드 시장에서 거래되었고, 셸의 주식은 런던에서 거래되었다. 1907년 이 기업을 탄생시킨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수익의 60퍼센트는 로열 더치 주주들에게, 그리고 40퍼센트는 셸 주주들에게 주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일물일가의 법칙은 두 종류의 주식가격 비율이 60/40, 혹은 1.5배가 되어야 한 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두 주식은 정말 이런 비율로 거래되었을까? 아니 다! 로열 더치의 주식은 어떨 때는 30퍼센트나 낮게 거래되었고, 다른 때에는 15퍼센트 더 높게 거래되기도 했다. 아마도 노이즈 트 레이더들은 1.5를 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듯하다. 이런 경우에 현명한 거래라 함은 싼 쪽을 구매하고 비싼 쪽을 공매하는 것이다. 팜-스리콤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두 가지 주식 모두 널리 거래되고  쉽게 빌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스마트 머니가 1.5의 적절한 비율로 주식이 거래될 수 있도록 기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묘하게도 그런 이유는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몇 달 안에 끝나게 되어 있던 팜 사례와 달리 로열 더치 셸의 주식가격 불일치 현상 은 수십 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는 점이다.75 거기에 바로 위험이 있었다.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ITCM 같은 일부 스마트 트레이더들은 발 빠르게 값비싼 로열 더치 주식을 매각하고, 싼 셸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1998년 8월, 아시아 금융 위기와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로 LTCM을 포함한 다 른 헤지펀드는 손실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로열 더치 셸 주식을 포 함해 포지션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LTCM 뿐 아니라 많은 헤지펀드가 로열 더치 셸 주가의 예외적 현상을 발 견했다. 이들 역시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LTCM이 로열 더치 셸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자 했을 무렵, 다른 헤 지펀드도 같은 입장을 취했고, 이런 상황은 그들 모두에게 불리하 게 작용했다. 즉 비싼 쪽이 더욱 비싸진 것이다. 그리고 몇 주 후 LTCM은 이로 인해, 그리고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다른 차익 거래' 기회마저 놓치면서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 LTCM의 사례는 안드레이 슐라이퍼와 종종 그의 공저자로 함께 했던 로버트 비시니가 '차익 거래의 한계imits of arbitrage'라고 언급한 개념을 잘 설명해준다. 실제로 그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인 1997 년에 이런 주제를 갖고 발표한 논문198)에서 두 사람은 ITCM의 실 제 이야기와 대단히 비슷한 가상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주가가 자금 관리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투자자들이 자신의 돈을 도로 인출하고자 할 때, 가격은 그들에게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런 흐름은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교훈은, 가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으며 스마트 머니가 그런 상황을 항상 바로잡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 나는 효율적 시장 가설 중 '가격은 정당하다'라는 부분을 좀 더 부정적으로 본다. 많은 중요한 문제에서 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완전히 잘못된 명제인가? 분명하게도 피셔 블랙은 노이즈에 대한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효율적 시장을 가격이 2라는 인수factor 의 내부에 위치하는, 다시 말해 가치의 2분의 1을 넘고, 2배 미만인 범위에 가격이 형성된 시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2라는 숫자는 임의적인 것이다. 비록 직관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가격의 불확실성, 그리고 가격이 가치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감안할 때 내게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의에 따 른다면, 나는 모든 시장이 거의 대부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여 기서 거의 대부분' 이란 90퍼센트 이상이라는 뜻이다.” 190퍼센트 이상'이 거의 대부분에 대한 만족스러운 정의인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내가 보기에 2라는 인수는 시장을 효율적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동안 당시 건축된 주택의 가치가 정점을 기준으로 반 토막이 나버린 상황을 떠올려보자. 그때 주택을 산 사람들은 거품이 일었던 기간에 주택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했다는 평가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블랙은 IT와 부동산 시 장에서 거품이 일어나기 전인 1996년에 세상을 떠났다. 만일 그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자신의 정의를 '3이라는 인수 내부'로 수정해야 했을 것이다. 나스닥 지수는 절정을 이룬 2000년부터 바닥을 친 2002년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의 3분의 2 이상이 사라졌고, 그런 추락은 초기 과열 현상 때문이었다(이에 대해 인터넷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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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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