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작가이자 소셜 이노베이터인 레이철 보츠먼은 “신뢰는 3단계로 진화한다”고 했다.
1단계는 예부터 존재했던 지역적 신뢰이다. 이것은 작은 커뮤니티에서 모두가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일 때 형성된다. 친밀한 교류를 통해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신뢰가 구축된 것이다.
2단계는 '제도적 신뢰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되 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자 계약과 법률이라는 사회적 틀과 기업 브랜드 같은 권위로 상대방의 신뢰성을 판단하게 된 것이다.
3단계의 신뢰 형태는 '분산적 신뢰'이다. 일련의 금융위기를 겪으며, '제도의 신뢰가 흔들리자 그 대안으로 나왔다. 다수의 개인 경험과 평판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평가함으로써 상대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분산적 신뢰'의 개념은 폭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신뢰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분산적 신뢰와 자기조직화가 획기적으로 확장되어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신뢰 사회로 전환될 것이 기대된다.
- 대한민국은 3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3차 산업혁명은 개별 기업의 정보기술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세계에서 국내 기업들 의 앞선 기술로 일본을 추월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런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세계가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에서 대 한민국은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초연결·초융합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을 가진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사회 제도가 주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현실을 데이터화하고 데이터를 지능화함으로써 현실을 개선하는 과정은 기술보다 제도의 변화를 더욱 필요로 한다. 개별 조직 차 원을 넘어 전 사회의 개방과 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을 앞선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 정비에서 앞섰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 우리가 주목하는 사회 통합은 성장에 필요한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성이 사회안전망, 일자리안전망, 그리고 조세 정책의 기본 매개 하에 함께 추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유연성은 성장을 뒷받침하지만 개별 노동자에게는 일자리 불안정성으로 비춰진다. 개별 노동자의 불안을 전체 사회의 안정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노동 정책의 딜레마이다. 사회안전망으로 이를 해결할 때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사회안전망 설치는 부가가치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이뤄진다. 결국 성장, 분배, 순환은 서로 독립적인 요 소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삼위일체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 대통합은 가능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스웨덴의 '렌-마이드너 협약(1940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 (1982년)’, 독일의 '하르츠 개혁(2003년)'이 있다. 대통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총체적인 위기의식의 공유 그리고 신뢰와 비전을 주는 리더십이었다. 우리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
- 동아시아 세력망에는 약한 고리가 존재하는데 이는 모두 북한 과 연결된다. 지난 20여 년간의 동아시아 국제 정치 역사를 보면 이 약한 고리들이 구조적 공백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일본인 납치 사건 등으로 북한과 일본 간 긴장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 또한 경색되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서울대학교 김상배 교수의 '네트워크로 보는 중견국의 외교 전략 의 구조적 공백' 개념에서 보면 남북한 및 미중일러 4개국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세력망의 변화에 있어 태풍의 눈은 바로 북핵 문제이 다. 동북아 세력망에서는 긴장과 갈등, 평화와 화해의 양면적 성격 이 늘 공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구조 속에서 다층적인 의미의 공 백들이 생성되고 있다. 구조적 공백이란 네트워크가 분절 된 상태에서 행위자 간의 연결이 성긴 상태, 즉 어느 조직 내에서 정 보의 흐름이 단절된 관계의 상태를 의미한다. 구조적 공백의 공략은 단절된 개체들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단절된 개체들에 대해 경쟁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 개념의 기저에는 사람이나 집단간 정보의 흐름을 중개하는 중개자의 역할과 위치권력(네트워크상의 위치로부터 생성되는 영향력)'의 중요성이 전제되어 있다. 중개자는 네트워크상에서 위치권력를 차지하고, 행위자들 간 정보의 흐름을 막는 관계의 단절, 즉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동북아 세력망 속에서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즉, 위치권력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을 둘러싼 구조적 공백을 메우고 한반도 주변의 4강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고차원적인 외교를 통해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내에서 위치권력 을 장악하고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 동아시아의 세력망은 미중 관계의 긴장 그리고 한미일 관계 갈등 속에서 한국이 위치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취해야 할 외교 전략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 방향이란 중개자 역할과 함께,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적 자본을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 미국 특허청 입구에 새겨진 그의 말은 후세에 교훈을 남기고 있다. “미국의 특허 시스템은 새롭고 유용한 제품을 발명하고 만드는 천재들에게 불을 붙인다." 변두리 식민지였던 미국이 단기간에 강대국으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에서 이식된 특허 제도를 통해 지식에 기반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 데 있다. 영국은 1624년 특허 제도를 도입해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으로 특허를 얻어 부와 명예를 얻자 이를 본 발명가들이 유럽 전역으로부터 몰려들었고, 본격적으로 산업혁명이 진행되었다. 영국의 특허 제도는 르네상스 시대의 해상강국 베네치아가 연원이다. 베네치아는 1474년 역사상 최초의 특허를 승인했고 조선과 항해술에 관련된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베네치아 국영 조선소는 산업 혁명 이전까지 유럽 최대의 단일 생산 시설이었다. 오늘날에도 사용 하는 복식부기가 이때 발명되었으며 해상법, 계약법을 정비했고 환 어음, 장기국채 등 근대 금융 제도의 토대를 닦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무형의 지식과 경험에 재산권을 부여하는 특허 개념이 창안되었다. 근대 이후에 특허의 도입과 국가의 발전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경제와 산업의 발달은 재산권 개념의 확장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 인류 역사에서 세대 갈등이 없었던 적이 없지만, 한국에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 양상은 한국만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한국의 세대 갈등은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연령 효과 age effect가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이 지속하며 유지되는 코호트 효과 cohort effect의 특징을 강하게 보인다. 60~70대, 40~50대, 20~30대 각각의 세대가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자신들이 겪은 생애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서로 다른 정체성끼리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대 갈등은 시간이 지나도 해 결될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갈등이 격렬해져서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위험한 것이다.
- 핵심은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풀어낼 정치 역량이 있는가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적 과정이란 타인의 말을 듣고 거기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입장들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conciliating에는 서로의 입장을 타협시키는 것을 넘어서 달래어 설득하는 의미가 포함된다. 그것이 신뢰를 만 드는 것이다. 정치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미국 의회를 오랫동안 연구한 스콧 애들러와 존 윌커슨 교수는 정치란 “정책적 우선순위 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무엇이 핵심적인 국가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잘 선택하는 능력이고, 또 그에 대한 답을 잘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이며, 국가와 정치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정치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다. 정치의 수단은 '상 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서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그 정치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전환의 계곡 앞에서 우리는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회적 대화와 타협, 신뢰와 실천을 담보로 한다. 몇몇 정치인이나 기업인에게 맡겨놓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구성원 다수가 이러한 비전에 동의하고 그 실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이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에 서 보여주듯 생산성이 늘어도 고용, 임금, 가계소득은 줄어든다. 이 들 간에 소위 탈동조화 great decoupling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의 탈동조화는 '근로 빈곤층'을 양산하는데 이 근로 빈곤층은 일반적인 노동 계약 밖의 플랫폼 노동에서 나타난다. 플랫폼 노동은 불특정 다수가 플랫폼상에서 작업하는 '크라우드 노동', 그리고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서비스 제공은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주문형 앱 노동'으로 구분된다. 공통적인 문제점은 노동자들이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일에 잡혀 사는 구조 속에 있어 최소한의 재생산 및 휴식의 시간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 형태가 확산되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문제는 정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토마 피케티와 이매뉴얼 사에즈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임으로써 초고소득층의 지대추구 행위를 막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2020년 현재 다 수 국가에서 최고세율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세율보다 낮으며 특 히 미국은 최고소득세율을 39.5%에서 35%로 낮추었다. 피케티는 기성 정치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는 현상 을 '다중 엘리트 체제'라고 설명한다. '상인' 우파와 브라만 좌파가 각각 고소득 엘리트와 고학력 엘리트를 대변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진보 정당조차 주로 고학력자들의 관심사인 환경, 젠더, 이민자 등의 이슈에 관심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식 작업장 운영 관계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대학, 전문대학 혹은 기계공고를 졸업한 엔지니어는 가장 먼저 생산 관리자 업무를 맡는다. 기사'라고 불리는 그들은 현장에 서 생산직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현물을 보고, 현실을 확인하는 3 현주의'를 익힌다. 숙련된 선배들이 일하는 방식을 습득하고 그들 의 작업에 참여하는 수습 생활을 수년간 거친 다음, 경험이 충분히 쌓였을 때 사무실에 들어와 설계와 연구개발에 돌입하는 것이 그들 의 전통이다. 관리직이지만 생산 현장에서 직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엔지니어는 생산직 노동자와 심리적 · 직무적 거리가 멀지 않다. 또한 일본의 엔지니어들은 이직이 잦지 않고 평생고용 체계 안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를 마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엔지니어라는 직업에서 찾기보다 '도요타 맨’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 듯 회사에 토대를 둔다. 이러한 3현주의를 배운 한국의 엔지니어들 은 '작업장 엔지니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미국의 엔지니어는 직무를 생산 현장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설계 사무실이나 연구개발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숙련된 다른 엔지니어에게 일을 배운다. 캐드CAD, Computer Aided Design 가 없던 시절에도 생산 현장에서 일을 직접 익히기보다 설계 도면을 통해 배웠다. CAD 도입 이후 이들의 업무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도면을 그리며 내부 실험실에서 결과물을 산출해 시제품을 살 피는 것으로 바뀌었다. 미국 엔지니어의 정체성과 성장 과정을 흡수한 이들을 '랩 엔지니어lab engine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랩 엔 지니어도 생산 현장에 나가지만 자신들의 구상이 맞았는지를 살피 는 데 그친다. 반면 일본의 엔지니어는 세부적인 직무와 관계없이 자신들이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생산직 노동자가 엔지니어에게 어떤 태도를 갖는지에 큰 역할을 한다.
- 한국의 엔지니어는 대학 진학률 변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적용을 거치면서 세대별로 다른 문화를 갖게 되었다. 1970~1990년대에 진입한 지금의 시니어 엔지니어는 현장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직무 를 익히고 숙련도를 쌓아온 '작업장 엔지니어'다. 반면 2000년 이후에 진입한 세대는 대학에서 논문을 읽고 연구실에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훈련된 랩 엔지니어'다. 랩 엔지니어들은 CAD로 도면을 그리는 일과 학회 같은 외부 교류를 통해 지식을 쌓고 네트 워킹하는 일에 더 익숙하다. 또한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보장이 와해되는 것을 목도한 세대로서 한 회사에 평생 다닌다는 생각보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적인 정체성이 더 강하다. 한국 전통 산업의 문제는 세대 간, 직무 간 협업이 필요한 순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과 3D 카메 라로 현장의 문제를 모델링해서 풀겠다는 이들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것이다. 조선업의 경우 설계 도면을 출력하느냐, CAD 상에서 보 고하고 직접 수정하느냐를 두고 엔지니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다.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물으면 시니어는 소통이 더 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주니어는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이고 ERP와 CAD를 활용해 업무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과 교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주니어들은 가서 보기만 하면 무엇이 달라지냐고 묻는다. 회의를 자주 하기보다는 회의의 목표를 분명히 해 시간을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한다. 배움과 성장의 문제는 좀 더 본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암묵지, 즉 선배의 숙련을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을 말과 글의 형식으로 표현할수 없는 시니어 엔지니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외부의 형식지를 습득함으로써 문제를 풀려는 주니어 엔지니어를 볼 때 불안을 느낀다. 모니터에 수많은 인터넷 창을 띄워놓고 멀티태스킹을 하는 모습이 일과 놀이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언제든 이 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주니어 엔지니어의 태도는 회사형 인간들에게 허탈감을 주기 일쑤다.
- 4차 산업혁명의 근본적인 변화는 O2O에서 시작된다. 유니콘 기업의 70%, 그리고 세계 10대 기업의 70%가 O2O 모델이다. 이는 기 업의 전통적인 성공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이러 한 변화를 촉발한 것인가? 데이터를 활용해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O2O 영역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보다 일상에서 인간의 미충족 욕망을 찾아내 충족시키는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현황을 분석하는 스타 트업 게놈genome 2019'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생명과학 부문에서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주로 메트로 폴리탄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의 O2O 플랫폼 기업들도 서울의 핵심 지역인 강남구에 창업이 집중돼 있다. 강남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41%에서 2019년 59%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한다. 한 가지는 특정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업보다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방대한 개별적 수요를 맞춤형으로 충족할 수 있게 된 결과로 해석 된다. 다른 한 가지는 새롭게 창출된 서비스는 수요가 충분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 플랫폼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 맞춤 서비스의 부상이 글로벌 비 즈니스 흐름의 한 측면이라면,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이 플랫폼을 통해 가치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 가치사슬에서 기업은 혁신보다 효율에 집중하며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절감에 매진했다. 그러나 개방 혁신을 통한 연결 비용의 감소 로 공유와 협력이 확산되면서 비즈니스 환경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서비스를 전부 했다면 이제는 생태계를 통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크숍Techshop 이 제품을 개발하면 킥스타터 Kick Starter 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아마존에서 유통이 이루어진다. 이제 기업은 자신의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이처럼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지멘스는 PaaS Platform as a Service 유형의 산업용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 MindSphere 를 출시했다. 마인드스피어는 전 세계에 공급된 지멘스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거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효율적인 운영을 지원한다. 에너지, 운송, 빌딩 등 다양한 영역 에서 산업별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예지 보전, 데이터 관리, 자 산의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멘스 외에도 보쉬, SAP, 슈나이 더일렉트릭, 삼성SDS도 이러한 산업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어 이들간의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 클라우드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클라우드는 수많은 미들웨어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은 개별적으로 CPU, 메모리, 네트워크, 미들웨어 등을 구비할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만큼만 데이터를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라우드 사업자는 HIPAA와 PCIDSS 같은 글로벌 인증을 획득했으며, 스타트업은 이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인증을 대체한다.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같은 데이터 기반 기업 뿐만 아니라 GE 같은 대기업도 데이터 센터를 직접 설립하지 않고 AWS Amazon Web Service를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T 장비를 넘어 글로벌 인증까지 공유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핵심 역량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클라우드를 통해 '린 스타트업(가벼운 창업)'과 '데브옵스DevOps (개발과 운영의 융합)'가 가능해진 것이 다. 혁신의 원천이 클라우드로 이전되고 있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관점에서 클라우드 정책을 고민할 때이다. 한국은 클라우드 활용에 매우 미흡하다. 시스코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 트래픽에서 클라우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겼 으나 한국은 12.9%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클 라우드상에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인공지능 발전이 더딘 이유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최초로 '클라우드 진흥법'까지 만든 한국이 클 라우드 활용에서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법 은 공공 클라우드 활용을 촉진한다고 명시하지만, 클라우드 퍼스트를 부정하는 제4조, 기술 중립성을 부정하는 제21조, 그리고 공공의 클 라우드 활용을 제한하는 제20조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진흥법이 클라우드 활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클라우드를 통한 공공 데이터 개방을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지금의 물리적 망 분리는 업무 효율성을 떨 어뜨리며, USB를 통한 물리적 이동은 오히려 보안에 취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논리적 망 분리를 통해 충분히 보안을 강화할 수 있으므 로 데이터 분류상 1급 데이터는 물리적 분리, 2급 데이터는 논리적 분리, 3급 데이터는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제안한다. 미국과 영국은 동일한 방식으로 공공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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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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