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부의 대전환

경제 2021. 4. 24. 18:18

- 모든 버블이 매번 2000년대 주택버블만큼 파괴적이지는 않으며, 일부는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 기도 한다. 
버블은 3가지 점에서 유용하게 작용한다. 
첫째, 혁신을 촉진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버블로 인해 탄생한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은 미래에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버블이 이 신기술을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가기 전까지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역사상 발생한 버블 중 많은 경우가 철도, 자 동차, 광섬유, 인터넷과 같은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닷컴버블 동안에 성공을 거머쥔 벤처 자본가인 윌리엄 제인웨이 William Janeway 는 버블이 없었더라면 경제적으로 유익을 가져다준 몇몇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학자, 문예비평가인 월터 배젓 Walter Bagehot 은 1852년에 이렇게 논평했다.
영국인들은 큰 역경은 견딜 수 있지만, 수익률 2퍼센트는 견디지 못한다 ..... 끔찍한 수익률 2퍼센트를 감수하느니 소중한 예금을 캄차카 운하, 워치트 지역으로 가는 철도, 사해를 살리겠다는 계획 등 말도 안 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 버블이 일어나려면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이 모두 있어야 한다. 두 변인 돈과 신용을 보면, 버블은 전통적 자산의 수익률이 낮을 때, 이자율이 낮고 신용은 제한이 없어졌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규제완화는 버블이 라는 불을 지필 연료의 양에 걸려 있던 제한을 없애는 행위이기 때문 에 궁극적으로 규제완화가 버블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법 개정 이나 규제사항 변경, 금융 혁신, 기술 향상 등으로 인해 시장성이 증대 된다면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아진다.
나머지 한 변인 투기는 사실 금융시장에 늘 존재하고 있다. 다만 모 멘텀 거래가 증가하면서 투기꾼 수가 증가하거나 아마추어 투기성 투 자자들의 수가 증가하면 버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신기술이나 특별한 정치적 이니셔티브에 대해 투자자들과 투기꾼들이 대거 반응하면서 버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버블을 예측하 는 능력은 이러한 불꽃, 버블 트라이앵글의 세 변을 만족시키게 하는 불꽃이 무엇이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최근을 보면 이러한 매매는 매우 짧은 시간에 주식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5월 6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단 몇 분 만에 10퍼센트 하락했다가 즉시 다시 회복하기도 했다. 알고리즘 및 초단타매매는 이러한 '플래시크래시(flash crash; 금융상품의 가격이 순간적으로 급락하는 현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버블 중에 가격변동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버블이 미래에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고 주장 한다. 자산관리 산업이 떠오르면서 잘못된 결정을 하던 수많은 아마추어 개인들이 이제는 정교한 기술을 가진 투자자로 대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버블은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했으며, 닷컴버블 역시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또 서브프라임버블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담보증권에 투자한 주체는 주로 기관이었다. 실제로 시장지수를 따라 운용되는 편 드인 패시브펀드가 늘어난다면 그건 버블로 인해 가격이 오르고 있는 해당 부문이나 자산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펀드로 유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패시브펀드의 부상은 미래에 있을 버블에 훨씬 더 많은 연료를 붓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 버블 동안 미디어는 형형색색으로 초기 투자자들이 부를 쌓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가격상승을 알릴 수도 있고, 또는 높은 자산가격을 정당화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론으로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로버트 쉴러는 뉴스 매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뉴스 매체는 관련 뉴스를 대중이 보기에 흥미롭게 만듦으로써 투기성 가격변동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투기성 전파 매체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서구의 수요 감소를 우려하여 은행 및 그림자금융이 기업, 중소기업, 개인에 게 대출을 해주도록 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때까지 펼쳤던 어떤 통화정책보다 규모가 큰 완화책 중 하나였다고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비정부 부채는 2007년 중국 GDP의 116퍼센트에서 2014년 227퍼센트로 올랐다. 2014년에 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그림자금융 시스템의 불안정한 특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또 둔화되는 경제성장률(2014년 7.4퍼센트에서 2015년 6.9 퍼센트로 감소)과 이것이 정치적 정당성과 안정성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우려했다.
- 2007년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주식시장 이 붕괴했다고 해서 중국이 금융위기를 맞이하지는 않았다. 중국 내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은 없었다. 2015년 이후부터 성장 속도가 둔화 된 것은 있지만, 그건 버블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이러나 저러나 결과적으로 중국의 버블은 중국이 2015년 성장 목표를 달성하 는 데 어쨌든 도움을 주었고, 중국 정부도 그 덕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나마 은폐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버블을 주도했다는 것, 그리고 버블의 붕괴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좀 지나친 노력을 행사했다는 점은 중국이 자본 분배를 위해 자유 시장의 시대를 열고자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었 던 것인지 그 신뢰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 2007년과 2015년 버블은 둘 다 정부가 만들고 정부가 지속시킨 버블이었지만, 버블이 시작된 이유는 달랐다. 2007년 버블은 중국 정부가 비유통주를 유통주로 전환시킴으로써 민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 수 있게 해 국유 상장사들을 민영화할 수 있게 해주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전환된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사게끔 하기 위해 정부가 주식 버블을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에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시작된 거대한 부양책을, 경제성장률을 수용 가능한 7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다시 줄일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특성 때문에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던 중국의 수많은 중산층들에게 투자처에 대한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정부 소유의 은행에 돈을 예치해두고 물가상승 률보다도 낮은 이자나 받느냐 아니면 주식에 투자하느냐, 둘 중 하나 였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2007년 버블을 만들어내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 중국의 버블은 앞서 소개한 버블 트라이앵글을 완벽하게 구현한 버블이다. 중국 버블은 버블이 시장성과 투기를 핵심 축으로 하여 레버 리지로 사용되는 연료의 양에 따라 규모가 크게 결정된다는 걸 잘 보 여줬다. 또한 정부에서 버블을 조장하는 이유와 방식을 명확히 보여주 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버블과 달리 중국 버블은 심각한 경 기 불황이나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이는 중국이 정부의 경제 개입이 컸던 만큼 그 손실 역시 사회 전반에 골고루 배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주요 은행들 역시 정부의 소유여서 개입이 있는 만큼 국가와 국가 재정력의 원조를 넉넉히 받을 수 있어서 파산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여러 면에서 중국의 버블은 1720년 최초의 버블과 비슷한 모양새다. 두 버블 모두 정부 부채를 유동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버블이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질 때에는 1720년 프랑스 정 부가 언론을 통제하면서 보다 엄격한 조치로 규제하려 했음에도 막지 못했다. 2015년 중국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또 1720년 당시 프 랑스와 영국 정부는 버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존 로와 남해 회사 이사진을 비난의 희생양으로 이용했다. 2015년 중국 공산당 역시 똑같이 버블의 책임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장 샤오강Xiao Gang 개인에게 뒤집어 씌웠다. 샤오강은 자신의 실패였음을 대중에게 공개 적으로 고백하기를 강요당했을 뿐 아니라 2016년 초 직무에서 해임되기까지 했다. 역사가 비극이자 희극처럼 반복된 것이다.
- 2000년대의 주택버블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파괴적인 버블의 완벽한 표본이었다. 이 버블이 터졌을 때, 4개 국가의 1인당 GDP 하락폭은 엄청났다. 특히 스페인의 1인당 GDP는 2013년까지 계속 떨어져서 결국 2007년보다도 10.6퍼센트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들도 1인당 GDP를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다. 특히 스페인은 10년도 넘게 걸렸다. 영국의 불황은 이전 두 세기 중에서 가장 길었으며, 1920년대 불황 이후 그 정도도 가장 심각했다. 
버블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인적 비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매우 높은 실업률이다. 특히 젊은층,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와 스페인 젊은 층의 실업률을 보면 당시 인적 비용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위기 이후 15~24세 청년실업률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네 국가 중에 선 가장 낮은 미국의 18.4퍼센트부터 가장 높은 스페인 55.5퍼센트까 지 다양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양상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청년들 이 주택버블을 일으킨 것도 아닌데 그 대가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인적 비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자가진단 웰빙지수는 금융위기 때 크게 떨어져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이후 10년이 넘도록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계속 단행했다. 금리는 역사상 전례 없이 10 년 동안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했다. 또 중앙은행들은 좋게 말해서 일 명 양적완화라 불리는 일에 개입해 자금을 조달했다. 양적완화와 저금 리 조합은 금융시장을 왜곡시켰고, 그래서 자본과 주택시장을 실제 상태보다 과대평가하게 했다.
주택 버블과 뒤이은 금융위기가 남긴 가장 큰 여파는 정치권에 떨 어졌다. 위기를 초래한 무능과 부패가 누구든 책임자를 만들어 책임지 게 하는 정치체제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 대폭 잃게 했다. 세계 대공 황의 여파처럼 많은 유권자들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정치인들에게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모두 2000년대 주택 버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서브프라임 버블로 인한 가장 실제적이면서도 현재 진행형인 여파라고 볼 수 있다.
서브프라임 버블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가장 주목할 교훈 은 버블이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 다는 점이다. 모든 버블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유용할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버블의 붕괴가 이렇게나 파괴적이었던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정치적 불꽃이 있었다. 그리고 허술한 규제 를 누리던 은행들이 제공한 연료의 양이 무한대였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자산인 가정 주거용 주택을 시장성이 높은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놓았다.
서브프라임 버블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중앙은행들이 버블 형성을 막는 데는 무력했지만 버블이 터진 이후 수습하는 데는 큰 역할을 했 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느라 다른 은행들을 너무 대중없이 구제해주 고 특별 통화정책을 펴서 자산시장을 왜곡시켰다. 따라서 이런 수습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결국 다음에 도래할 버블을 더 크고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 닷컴버블이 남긴 득과 실
닷컴버블 붕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닷컴버블은 손해 보다 유익이 더 컸던 버블의 예라고도 볼 수 있다. 닷컴버블로 인해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본 분야가 있었다. 버블 시기에 엄청난 양의 자보 이 경제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로 유입되었던 것이다. 만일 시장이 버 블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더라면 이러한 혁신이 가능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본의 일부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아마존과 이 베이 같은 기업도 처음에는 닷컴 회사로 시작했고, 애플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회사들도 막대한 투자를 받는 혜택을 입으며 설립되었 다. 심지어 결국 파산한 회사들 중에서도 시간이 지나 유용하다고 인 정받는 기술을 세상에 많이 남겼다. 또 실패한 사례마저도 차세대 인터넷 회사들에 조심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통신회사들이 구축해둔 인프라는 비록 당시에는 특별히 효율적이거나 최적화된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공익성을 가진 투자처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닷컴버블은 벤처캐피털 산업의 출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닷컴버블이 아니었다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을, 일종의 고위험 프로파일을 가진 기업들이 자금을 얻어 출현할 수 있었 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기술의 결과가 장기적으로 볼 때 꼭 긍정적이기만 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론에서 가짜 정보, 독과점 시장구조, 자동화 등 인터넷기술로 인한 부차적인 사회적·정치적 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이 정도 우려는 어쩌면 사소한 우려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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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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