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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플라스틱

사회 2016. 3. 27. 08:58

- 우리는 우리가 플라스틱을 이용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다. 플라스틱을 주무르는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를 노예로 부리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은 우리들 대부분이 갈수록 가난해지는 반면 소수의 사람들은 갈수록 부유해진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 '과소비하는 미국인'의 저자 줄리엣 스코어에 따르면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대부분의 중산층 미국인들은 이전세대의 그 어떤 중산층보다도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구매는 더 고급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형수술은 디자이너 의류나 카리브연한 휴가처럼 또 하나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었음. 팽창일로의 수요와 욕구는 미국 가정의 평균부채를 세후소득의 약 124%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인들이 매년 500억불을 금융수수료로 지불하고 1인당 평균 8562불의 신용카드 부채를 안게 된 원인 또한 이것이다. 08년에 신용카드 소지자 중 파산을 신고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었다. 줄리엣 스코어는 현재 미국인들은 79년보다 소득이 적음에도 그때보다 70%이상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성형 또는 소성될 수 있으며 조소물의 특성을 갖고 있다. 또 틀에 맞추기 좋고, 쉽게 영향을 받으며, 파열이나 이완없이 지속적인 변형을 견뎌낸다. 인공성 또는 피상성을 갖고 있고 신용카드로도 이용된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점점 이런 특성을 닮아가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플라스틱으로 성형되며, 플라스틱처럼 가짜고, 플라스틱에 의해 변형되고, 플라스틱으로 아름다워지며, 플라스틱으로 지불한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는 플라스틱들이다.
- 일부 역사가들은 기원전 600년경 고대 인도에서 행해졌던 미용수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간통에 대한 가장 흔한 형벌은 간통자의 코를 자르는 것. 따라서 예전에는 코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외과의사들은 이마의 피부를 잘라내어 코가 있어야 할 자리에 붙여줌. 이 수술은 물론 마취제의 도움없이 실시되었다. 하지만 애당초 코를 잘라낼 때 역시 그랬으니 환자들이 불평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미적수술 또는 미용수술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르네상스시기 이탈리아 외과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때의 미용수술은 매독 때문에 뭉개져버린 코를 재건하는 등의 수술이었다. 이처럼 얼굴에 코를 다시 붙이는 수술은 근보적으로 미용보다는 재건에 가깝다. 정상인 육체를 바꾸는 순전히 미용상의 이유만을 위한 수술은 1800년대 말엽에 시작됨. 오늘날 성행하는 미용수술의 관행은 사고나 질병으로 형태가 무너진 몸을 재건하는 것이 아님. 오히려 다양한 육체들을 표준화하기 위한 것. 미셀 푸코가 표현했듯 '고통을 완화하고, 치료하고, 위안한다는 명목으로, 그러나 사실상은 표준화의 힘을 행사하려는' 다양한 근대적 제도와 관행들이 있었다. 순수한 의미의 미용수술은 철저히 근대적 현상이다. 그리고 그것의 목적은 육체들을 표준화하려는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남들과 다른 육체가 평균적인 육체보다 더 강력하거나 종종 더 위험하다고 인식되었다. 따라서 기이한 육체에는 합당한 해명이 필요했다. 예컨대 태어나면서부터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구개열은 수다에 대한 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접착쌍둥이는 마을에 행운을 가져올 징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례적 육체는 신의 분노 또는 은총의 신호로 해석되었다. 진화생물학자 아만드 마리 르로이는 그의 저서 돌연변이에서 이렇게 적었다. "16세기와 17세기에는 괴물들이 도처에 흔했다. 왕자들은 그들을 끌어모았다. 박물학자들은 그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신학자들은 그들을 종교적 선전도구로 이용했다." 이례적 육체에 대해 어떻게든 이를 해석하고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충동은, 그 육체를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기이함을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충동으로 이어짐. 이례적 육체의 소유자들이 신의 신호등에서 혐오의 근원으로 옮겨가는 바로 그 순간, 문제의 미용성형이 태어남. 장애연구학자인 로즈마리 갈런드 톰슨이 설명한 대로, '한때는 계시로서 추구되던 것이 이제 공포를 일으킨다. 한때는 전조로 받아들여지던 것이 진전의 작용저믕로 바뀌었다. 간단히 말해서 경이는 오류가 되었다.' 근대성을 가진다는 의미의 바로 그 핵심에 '기이한 육체를 표준화'하려는 이러한 욕구가 놓여 있다.
- 한세기 전만해도 군중들은 기이한 볼거리를 구경하고자 모여들어 넋을 잃었고, 인간형상의 놀라운 본보기를 보기 위해 기꺼이 한푼씩을 지불했다. 그보다 한세기 전의 사람들은 교회 앞이나 장터에 모여 인간육체의 한계에 나타난 신성함을 보라는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 했다. 30년대가 되자 과학과 미용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신흥종교가 나타나 기이함을 잘못된 것으로 지목하기 시작. 미용자본주의란 우리의 평범함을 무언가 더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욕망을 심어주고 그 욕망으로부터 이익을 뽑아내는 장사를 말한다
- 기이한 육체를 표준화하고 사라지도록 하려는 충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강해짐. 그리고 그것은 드디어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창출했다. 우생학과 같은 인종적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표준적이지 않은 육체를 지닌 사람들은 모두 비정상이었고,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했다. 이처럼 기이한 육체들이 점점 표준적으로 바뀌자, 이어 다른 육체들이 검토대상이 되었다. 뚱뚱한 육체, 늙은 육체, 완전히 희지 않은 육체들이다. 근대적 육체는 생산적이고 건강한 듯 보여야만 하고, 더 나아가 지배적 인종과 경제집단에 속한 듯 보여야 한다. 이것이 아름답다는 단어의 의미로 굳어졌다. 한편으로 근대성은 산자들 뿐만 아니라 죽은자들까지도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이도록 만들 것을 요구했다. 미용수술 이야기의 일부는 장례산업과 더불어 발달해 왔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미용자본주의와 더불어 미용수술을 만들어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체방부 처리기술과 죽음의 사업가들은 시체를 멋지게 보이는 육체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듯 1880년 무렵부터, 죽었든 살았든, 근대적 육체는 전문가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 생에서는 수술을 받고, 다음 생에서는 방부처리를 받아야 했다.
- 아름다움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는 관념은 산업화 및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이 일어난 특별한 혁명의 결과다. 이 독특한 혁명은 쇼핑이라는 행동과 관계가 깊다. 쇼핑의 탄생과 변화를 계기로 미용성형이 탄생했고, 백화점도 등장했다. 이 두가지는 미국인들이 자기 자신을, 자신의 행복을 규정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었다. 우리는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소비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쇼핑을 통해 우리 자신을 형성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생산에서 해방되어 쇼핑잔치로 달려간 첫번째 계층은 중산층 백인 여성이었다. 뉴욕에 처음 들어선 쇼핑거리의 이름이 '레이디스 마일'이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이 여성들은 더이상 집에서 비누나 옷 따위의 물건들을 만들지 않게 되었따. 대신에 욕망의 궁전이 백화점에 드나들었다. 오늘날 소비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혁명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무렵 여성들이 즐긴 쇼핑의 중심에는 새로 출시된 어느 상품에 대한 욕구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아름다움이다. 여성들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자신의 역할을 바꾸고 가정의 영역에서 쇼핑이라는 새로운 공공영역으로 자리를 옮긴 그 순간이 성형수술의 역사에서도 극히 중요한 시점이다. 미를 사고파는 쇼핑은 오로지 이익에 의해서만 좌우되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미용산업에 대한 놀라운 낙관주의가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어떤 민주적 정신되 들어 있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아름다움은 타고난 특징 또는 유전자 추첨에 의한 일종의 행운이 아니라, 개인이 여러 상품들의 도움을 받아 꾸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다. 몸통을 조르는 코르셋에서부터 루즈, 20세기부터의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선택은 무궁무진했다.
-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영화스타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할 때 모방하는 대상은 실제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표상, 즉 고유성이 없는 복사물일뿐이라고 지적. 나는 제니퍼 로페즈처럼 보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가 제니퍼 로페즈의 실물을 만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운이 좋아 가까이 볼 수 있다 해도 어쩐면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내가 닮고자 하는 것은 우리 문화와 내 상상에 녹아 있는 제니퍼 로페즈의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과 광고와 미용수술이 같은 시기에 산업화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인과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 성형외과 의사들의 첫 공식모임과 첫 미스 아메리카 대회가 열린 것은 1921년 늦은 여름의 일. 두가지 모두 같은 것을 원했으며, 그것은 성적으로 계급적으로 인종적으로 완전한 미인들이었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집착은 20세기 내내 미용수술계를 지배했다. 대공황이 닥쳤다가 물러갔지만 여성들을 겨냥한 미용산업계의 성장세는 늦추지는 못했다.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된 미용수술은 계속 확산되어 중상류층에까지 퍼짐. 2차대전은 큰 가슴에 대한 동경을 여파로 남김. 이는 유방확대수술의 증가로 이어짐. 미국인들이 어째서 큰 가슴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두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의 박탈감이 성숙하고 풍만한 여성들에 대한 욕구를 유발했다는 이론도 있음. 또 다른 사람들은 파운데이션 속옷업체들 때문이라고 주장. 1930년대 처음으로 브래지어가 고안되면서 여성들은 업계가 만든 컵 사이즈에 몸을 맞추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게 느껴야 했다. 확실히 50년대에는 정상적인 아가씨가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젊은 아가씨들의 큰 가슴에 대한 욕구를 점점 부추겼고, 이른바 스웨터걸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 59년은 미용수술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된 해였다. 바비인형이 미국 장난감 시장에 등장하며 거의 대부분의 소녀들에게 수술의 도움 없이는 이루기 불가능한 체형에의 동경을 심어준 것.
-  여성들이 가슴수슬을 가장 많이 원하는지는 분명치 않음. 미국 미용성형외과협회 회장 앨런 골드는 패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음.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지방흡입이 대중성에서 유방확대에 밀렸습니다. 아마도 가슴을 훤하게 드러내는 데 꼴다쥬 스타일 같은 패션의 변화 때문 아닐까요?"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경기하강 국면에서 일어난 여성의 심리변화 때문일수도 있다. 이처럼 경기 하강기의 여성들이 작은 사치를 통해 미에 집착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 부른다. 그런데 어려운 시기일수록 왜 여자들은 립스틱과 유방성형을 위해 돈을 들이고 남자들은 넥타이를 구입할까. 남자들의 경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잘나가고 있다고 보일 필요가 있는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여자들의 경제적 안정이란 온전히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말했듯이, "화장은 꾸밈만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상황을 나타낸다."
- 앤서니 앨리엇은 '커트라인 통과'에서 미용성형이 세계화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주장. 완벽한 육체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새로운 집착은, 최근 직장과 집에서 직면하게 된 급격한 불안정의 결과라는 것. 이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속에서 우리의 보잘것 없는 위상이 "미용수술 문화를 과잉, 공포, 근심, 우울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 ... 세계적 전자 경제로 촉진된 거대하고 단기적 문화는 ... 개인이 점점 더 육체적 차원에서 해소해야 하는 근본적 근심과 불안을 가져왔다."
- 더 나은 삶을 위한 쇼핑은 하나의 경제적 전략으로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합리적 반응일수도 있따.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구매하려고 나선 뒤, 쇼핑은 재정 불안정에 대한 비효율적 반응이 되고 말았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이렇게 말했다. "적당한 옷을 입고 적당한 차를 몰고 적당한 시계를 차고 적당한 동네에 사는 정도라면, 적당한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순수한 소비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그러나 집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들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투자다. 우리 모두가 동시에 더 소비하면 거기서 돌아오는 수익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짜 유방과 주름없는 얼굴을 사면 살수록, 그런 투자가 우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점점 작아진다.
- 신자유주의의 강인한 개인은 미용수술로 표준화된 육체 속에 녹아들어 갔다. 보다 표준화된 따라서 덜 개성적인 육체가 더 나은 직업과 더 나은 남편과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는, 이상하게 왜곡된 신자유주의적 신념 속에서 새로이 플라스틱화한 미국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 궁극적으로 구조적 제약들이 대한 개인적 해법의 추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라이트 밀스는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역사적 변화나 제도적 모순이라는 측면에서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항상 그러한 더 큰힘들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밀스에 따르면 한사람의 실직은 한 개인의 문제지만 1500만명의 실직은 사회적 이슈다. 한사람의 늘어지고 나이든 가슴은 한개인의 문제지만, 온 국민의 늘어진 가슴은 사회적 이슈다. '내가 더 멋진 가슴을 가졌더라면, 내 월급이 이렇게 최저수준으 아니었을 거야'라는 생각은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 합리적 인간이 가질 만한 생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실을 다르다. 플라스틱 가슴이건 아니건, 개인의 소비패턴과 몸 가꾸기 덕분에 불공정한 급여와 불공정한 기회구조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수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대로 미용과 다이어트 산업은 미국 여성들을 육체 프로젝트에 팔아넘겼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가진 대부분의 자원을 외모에 투자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육체 프로젝트는 우리들을 더욱 더 많이 팔아먹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더 열등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미용의 요구수준이 올라가기만 할 뿐 절대 내려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역사학자 노앤 제이콥스 브럼버그는 소비자본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문제들에 열중하게 만들고 있는 한, 육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그 확고한 증거들을 제시했따. 그는 한세기에 걸친 젊은 여성들의 일기들을 읽고, 그녀들에게 기대되는 것들이 시간이 흐를 수록 오로지 늘어만 가는 이유를 보여주었다. "오늘날의 미국 여자들은 과거의 젊은 여성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육체를 소비 일변도의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 물론 한 세기 전에도 젊은 여성들은 자의식이 있었고, 항상 사회의 기준에 의해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으 기준은 그녀들의 육체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 행동이었다. 여자들에게 있어 육체의 아름다움이라는 지상명령은 최소한 19세기 까지는 도덕적 품성에 대한 평가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머리모양이나 드레스, 허리 사이즈 같은 것들에 대한 딸들의 과도한 관심을 억누르려 했다. 부모뿐 아니라 사회 역시 아름다움보다는 품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품성은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육체 프로젝트 따위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자기조절과 타인에 대한 봉사,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길러진다고 여겨졌다.
- 육체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갈 뿐 아니라, 그 기준역시 계속 변화. 오늘날 아름다운 것은 내가 젊던 시절에는 아름답지 않았다. 오늘날 중학교 소녀들은 눈썹을 가느다란 아치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털을 뽑는다. 우리 때에는 모두가 브룩쉴즈 처럼 굵은 눈썹을 원했다. 때로는 작은 가슴이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때로는 풍만한 가슴이 그러기도 했다. 크고 무거운 엉덩이와 다리가 표준이었던 때도 있었고, 가는 다리와 좁은 엉덩이가 그럴때도 있었다.
- 육체 프로젝트에 대하여 그보다 특히 더 미국적인 프로젝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자기개선 프로젝트다. 이는 우리의 육체와 정신이 끝없이 바뀔수 있으며 나아질 수 있다는 신념에 바탕을 둠. 우리가 언제나 우리 자신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이 뿌리깊은 생각은 미국인이 된다는 의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일 자체를 위한 일을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라 불렀다. 1905년에 나온 그의 저작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그는 미국에서 자본주의가 일어난 것은 미국의 구조 때문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주장.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필수 요소들은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화폐, 교환, 교역로, 기계들은 신세계에서 제조업이 출현하기 몇세기 이전에 이미 중국과 베니스 등지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이러한 지역들에서 자본주의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자이트가이스트, 즉 시대정신이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에너지를 일에 투자하도록, 그리고 다시 모든 이윤을 남김없이 재투자하여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도록 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 땅에서 번성했던 프로테스탄트 교파는 개인의 일생을 산업과 이윤에 바치는 것이 좋을 뿐만 아니라 경건한 일이라고 믿었다. 이런 정신이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었따.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인의 노동윤리는 종교적 뿌리를 상실했지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개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따.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과 육체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일하고 또 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국인의 노동윤리는 스스로 돕는 자조적 산업으로 변모해 감.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한 겡 아니다. 우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해 짐. 그리하여 자기개선에 대한 욕구들은 수많은 자조 구루들에 의해 돈벌이의 기회로 전락해감.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서부터 수전 소머즈의 사이마스터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미키 맥기는 '자조주식회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자기창조와 개선이라는 이상은 무한한 가능성의 개념과 함께 오래전부터 미국문화속에 스며들어 왔다. 미용과 다이어트 산업 역시 미국식 자조정신의 일부다. 못생긴 여자도 립스틱만 잘 바르면 훨씬 예쁘게 보일 수 있다. 머리카락이 백발이면 염색을 해서 더 젊게 보일 수 있다. 육체가 완벽하지 않다면 다이어트를 하고 체육관으로 가라. 아님 성형외과 의사와 상담을 신청하라! 그러나 이는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년의 백인여성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다. 소비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판다. 그것이 원래 목적이다. 소비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 나은 버전의 우리를 판다. '정신적 안정을 얻으려면 요법 치료사에게 돈을 지불하라! 재정적으로 건전해지려면 재정상담가에게 돈을 지불하라!'
- 잭팟을 터뜨리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미국인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전이 믿고 있다. 1980년에는 60%에 약간 못미치는 미국인들이 가난하게 시작해도 열심이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 2005년에는 인구의 80%이상이 가난뱅이에서 부자로 바뀌는 스토리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따. 열심히 일하면 가난뱅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프랑스나 영국 사람들의 숫자보다 서너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열심이 일하는 것은 우리를 그리 멀리 나아가게 해주지 않는다. 유일한 탈출구는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도박을 거는 것이다. 경제가 붕괴하자, 우리는 육체적 변신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살려 나갔다.
- 미용수술 산업에 규제가 가해지도록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함. 이 모든 것 뒤에 숨어 있는 돈과 권력도 더 이상 간과하지 말아야 함. 규제 없는 은행은 더 이상 안된다. 고이율의 학자금 대출은 더이상 안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건, 고이율 학자금 대출이건,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유방성형이건, 더 나은 미래라는 꿈을 위해 부채를 안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경제과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해야 함. 더 이상 우리의 머리를 모래속에 처박거나 또는 욕실에 쌓아둔 미용잡지 더미 속에 파묻지 말아야 함. 경제와 국가는 우리가 거울 속에서 보고 있는 모습과 결코 별개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이어야 함. 주름제거수술이나 유방성형이 우리의 경제와 사회의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계층이동성 하락, 똑같은 일인데도 여성을 차별하는 불평등한 임금, 가난한 노동자계층의 미국인들에 대한 기회의 결여 등을 개인적 소비행태만 갖고 해결할 수는 없음. 구조적 문제에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 유방성형과 지방흡입은 경제와 사회의 정의를 절대 가져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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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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