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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2.04 2024~2025 대한민국 산업지도
  2. 2024.02.04 글로벌 클래스 1
  3. 2024.01.28 샘 올트먼의 생각들 3
  4. 2024.01.11 유연함의 힘 3
  5. 2024.01.04 사장학 개론 2
  6. 2024.01.01 소비자의 마음 1
  7. 2023.11.19 혁신에 대한 모든 것 1
  8. 2023.11.07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2
  9. 2023.10.21 얼굴없는 중개자들 1
  10. 2023.10.07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 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성된 글로벌 저금리 기조는 2022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시작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연준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한 연준은 긴축을 시작했지만 3%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로 돌아서게 되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것이다. 

10년 이상 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실제 미국 S&P500 지수는 09년 1월부터 21년 12월까지 5배나 넘게 올랐다. 

코로나 종식 이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렸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 24년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그러나 제로금리 수준의 저금리 시대는 상당기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미-중 패권다툼으로 인한 경제블록화로 인해 자국에 직접 생산공장을 짓는 리쇼어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생산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생산비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금리인상의 주범인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중금리, 중물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이 지배적 전망이다. 이런 시대에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는 신념은 매우 위험하다.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자금이 주식시장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대체자산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주식시장에서는 개별 주식종목 중심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된다. 어느정도 높은 금리도 견뎌내고, 적당한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전가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인덱스를 따르는 투자보다는 성장하는 산업이나 기업을 잘 고르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은 전작이었던 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보강한 책이다. 
산업별로 각 산업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매출성장률/시장규모/이익안정성/고마진/주주환원율의 다섯가지 투자매력도를 통해 평가했다.
산업의 개요를 통해 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산업별로 제시하는 투자포인트를 통해 언제 어떤 종목이 유망할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산업의 흐름뿐만 아니라 2000여개가 넘는 대한민국 상장사의 투자포인트를 이해하고, 투자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래학 #산업지도 #투자가이드 #투자 #업종별투자가이드 #경제전망 #재테크 #금융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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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글로벌 클래스

경영 2024. 2. 4. 06:43

- 이제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인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현명한 기업이라 면 이를 활용해 글로벌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기업은 원격 팀을 비 용 센터가 아니라 혁신을 가능케 하는 현지의 창조 조직으로 바라본다.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 기업은 팀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5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한국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어느 한국 기업의 직원들은 고작 3개 국어를 사용한다. 이렇게 다양성이 부족하면 한국 시 장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조직이 굳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른 나라에 있는 지사에 대해, 예를 들어 현지 리더가 엔지니어링 팀, 인사팀 등 본사 부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현지 리더의 아이디어는 얼마나 높은 우선순위를 확보하게 될까? 십중팔구 현지보다는 한국 시장을 우선시할 것이다.
반면 유럽의 스마트 기업 결제 플랫폼인 플레오Pleo는 직원이 21명뿐 인데도 사용 언어가 18개나 된다. 덕분에 글로벌 기회를 이해하고 활용 하는 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두 회사의 관점과 시각은 크게 다르 다. 앞서 말한 한국 기업은 국지적인 기회만 바라보지만, 플레오는 글로 벌 문제에 관한 솔루션 구축에 집중한다.
-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발간한 '비즈니스 퓨처스Accenture Business Futures'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71%는 이미 일부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분산화했거나 분산화할 계획"이며, 82%는 "점점 더 파편화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할 때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광범위한 기업 연합처럼 운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간단히 말해, 비즈니스 운영의 초점이 하향식 중앙 집권적 본사 모델에서 분산화된 성공 과 현지화된 사명 및 초점을 추구하는 '팀 기반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도 다르고 고객도 다르며, 기업과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일률적인 솔 루션이나 정확한 단계별 가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유럽에 비해, 대다수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현지의 비즈니스 문화, 관 습, 행동, 구매 기준 등이 달라진다. 일의 역할과 사회적 안전망의 존재 여부로 인해 현지 문화에 따라 고용의 안정성을 다른 맥락으로 바라보게 된다. 글로벌 성장과 관련된 마인드셋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새로운 시 장을 평가하고 시장 진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경영 컨설턴트에게 아웃 소싱했다. 이제는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기업에 자신의 스킬과 글로벌 마인드셋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전문가 계층이 부상하고 있다.
- 제품시장 최적화와 회사 시장 최적화
제품-시장 최적화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확장 가 능하고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 다. 제품 시장 최적화는 현지화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마일스톤이지만, 규모 를 확장하려는 기업은 적절한 조직 역량과 문화적 적합도를 구축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 
- 제품시장 최적화라는 용어는 기업이 초기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검증할 때 사용하는데, 신규 시장에 진출한 직후 초기 견인력을 확보하려는 시작 단계를 뜻한다. 반면 회사-시장 최적화는 장기적 목표로, 새로운 국가에서 시장 진출 및 운영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마일스톤을 의미한다. 회사-시장 최적화에는 신규 시장에서 규모를 확장하도록 조직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회사와 현지 문화간에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도 포함된다.
- 두 곳 이상의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한 블라블라카
글로벌 클래스 마인드셋에서 '초기 시장'이란 개념은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약을 이뤄내는 매우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 로 '두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나의 시장을 가정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그 기반이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두 곳 이상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현지화 요소의 고유 특성을 고려해서 보다 보편적으로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절차, 문화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런 마인드셋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두 곳 이상의 시장 진출을 의식하고 비즈니스를 구축하 면 특정 시장 한 곳의 편견과 독특한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 다. 또한 비즈니스가 한 가지 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 현지화 프로세스에서 골 치아픈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규 시장에 진출하여 더 빨리 비즈니스를 확 장할 수 있다. 두 곳의 시장에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 다. 따라서 단일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미래가 좌우되지 않는다. '두 곳 이상의 시장에 비즈니스를 구축한다'는 프레임워크는 블라블라카BlaBlacar의 창립자이자 사장인 프레데리크 마젤라Frédéric Mazzella가 창안했다. 초기 시장을 프랑스로 설정한 세계 최대의 카풀carpool 플랫폼 블라블라카 는 처음부터 두 시장을 가정하고 비즈니스의 모든 측면을 구축했다. 바로 프랑 스와 스페인이었다.
블라블라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는데, 모두가 영어 에 능통해서 잠재적인 소통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향후에 진출할 예정인 시 장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 회사의 원래 브랜드는 카풀을 뜻하는 프랑스어 '코아튀라주Covoiturage'였 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즉각 알 수 있게 지은 이름이 었다. 프레데리크의 목표가 프랑스 시장만을 위한 회사를 키우는 것이었다면 이 이름은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두 시장에 초점을 맞춘 프레 데리크는 이 이름이 프랑스 국경 너머의 많은 이들에겐 와닿지 않을 거라고 생 각했고, 언어를 초월하는 보다 보편적인 이름인 블라블라카를 채택했다.
- 지원 및 방향 설정의 구조를 확립하는 것 외에도, 본사는 글로벌 성장단계의 진전을 촉진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고 팀의 노력을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하지만 사용자에 맞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회사는 본사라는 말을 아예 없애버리려고 한다. 패트리온의 최고 인사 책임자 티파니 스티븐슨은 본사라는 말 대신 '허브'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가 현지 팀과 여러 기능 간에 새로운 역학을 창출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녀는 "허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허브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있으며, 여러 허브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팀이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어 본사의 마인드셋으로부터 벗어나 더 큰 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본사에 대한 정의
본사가 현지 시장에서 회사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목적인 분산된 자원이 되면서, 본사의 전통적인 지시 및 통제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부 기 업들이 전통적인 계층적 조직도보다는 소셜 네트워크 맵과 비슷한 형태의 허 브 또는 팀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기업의 조직 구성 방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회사의 목표와 문화를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촉진하려면 중앙 집중의 위임 및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본사라고 언급할 때는 지시 및 통제 같은 기존의 단일 화된 본사의 개념이 아니라, 위임 및 지원에 집중한 새로운 개념의 본사를 의 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바란다. 본사는 전반적으로 전자의 개념으로 이해되 고 있고, 후자의 개념은 아직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본사 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식'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본사 방식'에만 의존하는 기업의 시대는 지나갔다.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현지 방식', 즉 회사 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현지 시장에 적합하게 비즈니스를 현지화하는 식으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마인드셋을 확립한다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많은 기업에 무척 이나 어려울 수 있다. 우리의 조사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문화가 모든 것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기업 문화는 규모 확대로 이어지지 만, 글로벌 시장 각각의 현지 문화가 지닌 고유 특성으로 인해 본사 방식 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각 글로벌 시장마다 비즈니스 문화가 다른데, 첫 번째 시장만을 기준으로 회사의 핵심 가치를 구축했다면 보편적인 공 감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 프레디와 공동 창립자 네이선 야노비치Nathan Janovich는 직장에서 영 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영어 학습의 중요도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들은 영어만 사용하는 '해피 아워 Happy Hours'와 '영국식 조식의 날English Breakfast Days' 같은 행사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언어 학습을 기 업 문화로 정착시켰다.
블라인드의 공동 창립자 김겸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그 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한국인 창업자가 글로벌 창업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한다. 블라인드는 한국이 근거지이기 때문에 목표 사용자를 잘 이해한다. 이 점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글로벌 창업자가 되려면 글로벌로 진출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블라인드 창립자들이 이 교훈을 깨 닫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글로벌로 진출하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김겸의 말처럼 미국에서 그의 사회적 자본은 0으로 초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기가 아주 쉬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미국에 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고 이 낯선 나라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파악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 책에서 소개한 글로벌 클래스 팀 구축 프레임워크 같은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고투마켓 플레이북을 변경하기 전에 회사 최고경영자 및 다른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조직 전체를 탈바꿈하려면 반 드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블라인드의 김겸이 지적하듯이, 기업은 창립자와 최고 경영자의 확장된 형태이기 때문에 최고 경영진이 먼저 바 뀌어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
- 김겸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비즈니스를 변 화시키기 위해 본인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가?", "당신의 한계는 무엇이 고 그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가?" 자기 인식은 글로 벌 성공의 기본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 결정을 글 로벌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 결정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 탕으로 내린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반 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위 한 준비가 아직 미흡한 것이다.
- 효과적인 자원 할당
기업들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자원 정렬의 핵심을 종종 잘못 이해하곤 한다.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에 할당된 자원의 총량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 요한 고려 사항은 시간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할당하는가다. 이런 계획을 추 진할 때는 추진 시작 전후의 몇 개월간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자원을 확보하 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치 메트릭스Branch Metrics의 글로벌 확장 및 영업 책임 자였고 포트 오브 엔트리 파트너스Port of Entry Partners의 창립자인 램지 프라 이어 Ramsey Pryor는 현지 팀이 마일스톤에 도달할 때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이 팀의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는 매출 마 일스톤 외에도 강력한 영업 파이프라인 구축, 현지 정부의 승인 확보 또는 현 지의 새로운 주요 계획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 투입 수준을 예측하는 방법 을 고안했다. 그것은 많은 기업이 제품 판매에 사용하는 '총 소유 비용 Total cost of ownership' 공식과 유사한 총 진입비용Total cost of entry: TCE' 공식이다. 
- 글로벌 시장 진출은 3단계로 구성되고, 각 단계마다 고유의 핵심 목표가 있다.
1) 시장 진입: 이 단계는 출시 전 계획과 제품시장 최적화가 달성될 때까지 새로운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을 말한다. 팀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법 과 시장 진출 방법의 현지화 버전을 검증하여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성과 확장성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2) 시장 성장: 이 단계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지나치게 복잡하 게 만들지 않으면서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모멘텀과 규모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회사-시 장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달성한다.
3) 시장 성숙: 기업은 이 단계에서 기존의 현지 시장에 더 많이 침투하기 위 한 활동을 전개한다. 시장 진입과 시장 성장 단계에서는 기업이 깊이 침투 하지 못하거나 시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 계의 목표는 추가적인 현지화를 통해 보다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 하는 것이다.
- 기업이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핵심 약속이 있다.
a. 자원 정렬-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
에 재무적 자원과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경영진이 그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한다.
b. 신뢰와 자율성-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자율성 곡선을 기준으로 특정 확 장단계(시장 진입, 성장, 성숙)에 따라 현지 팀에 적절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본사와 현지 팀 간의 신뢰를 조성한다.
c. 소통과 명확성-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피드백 루프를 구축하여 글로벌한
수준으로 양방향 소통과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d. 글로벌 애자일 방법론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여러 국가에 걸쳐 회사-시장 최적화를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반영한, 수정된 버전의 애자일 방법 론을 사용한다.
이 4가지 약속은 본사와 현지 팀 간의 가교를 구축하고 상호작용과 전략 실행을 촉진한다.
- 언어 번역 이상의 현지화
기존 기업들 중 상당수는 언어 번역이 신규 시장을 위한 비즈니스 현지 화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업들은 신규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고려하기보다는 초기 시장(보통은 자국 -옮긴이)과 동 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우선시하는 등 진출하기 가장 좋은 글로벌 시장에 관해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의 표준 시나리오를 따르면 현지 시장의 목표 고객에게 공 감을 얻지 못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으로 언어를 번역하게 된다. 타 블로Tableau는 현지화 작업을 서두르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직접 목격했다. 독일어로 번역된 웹사이트 콘텐츠가 공개되자마자 독일 고객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면서 당신네 제품을 구매할 것 같은가?" 라는 수정 요청을 회사에 보내며 불만을 터뜨렸다. 월마트 역시 현지 시 장에서 성공하려면 독일 소시지처럼 모양, 맛, 냄새가 좋아야 한다는 교 훈을 얻은 바 있다.
신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는 끝이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고객의 호의가 비판으로 바뀔 수 있 다. 고객과 소통하려고 노력할 때 고객은 반응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간 단한 방법이 콘텐츠를 고객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슬랙의 현지화 팀은 "현지화는 고객이 이해하는 언어와 고객에게 친숙한 문화적 대상을 통해 고객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언어 번역은 시작일 뿐이다.
- 현지화를 언어나 문화적 관점으로만 정의하지 말고 결과물outcome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닌자 밴의 최고 경영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창 웬 라 이는 이렇게 말한다. “현지화는 현지 수요를 확보하는 방법(고투마켓 전략을 뜻함-옮긴이)과 현지에 적합한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 이 2가지 형태 로 이루어진다."
창 웬이 말한 2가지 핵심 영역(고투마켓과 운영)은 다음 장에 소개할 현 지화 프리미엄 분석 프레임워크의 구조와 일치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현지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 문화는 제품의 핵심 기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제품을 변화 시킨다.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 전, 슬랙의 메시징 플랫폼에는 '보내기 Send' 버튼이 없어서 사용자는 키보드의 엔터키를 눌러야 했다.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비즈니스맨들이 단문 메시지보다 아주 상세한 지침이나 설명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미리 준비된 상세하고 긴 메시지를 보내 는 것이 현지 비즈니스 문화였기 때문에, 비즈니스맨들은 보내기 버튼이 없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실수로 엔터키를 눌러 메시지가 잘못 발 송되면 상대방에게 전문가답지 못한 인상을 줄까 봐 염려했다. 메시징 프로세스에 한 단계를 더 추가하는 것은 소통 속도를 개선하는 데 역점 을 둔 슬랙의 노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슬랙에겐 보내기 버 튼을 추가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 사용 자가 실수로 메시지를 발송하는 경우가 급증함에 따라 슬랙은 보내기 버 튼을 추가했다. 이후 제품 팀은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엔터키 혹은 보내 기 버튼을 디폴트로 설정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두 기능을 모두 제공하여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 문화는 가격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멕시코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구매 제품에 대해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일본의 비즈니 스 문화에서는 가격 협상이 표준 관행이기 때문에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임) 정가를 일부러 높게 책정하곤 한다. 중국의 B2B 산업에서 는 마지막 청구서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공 급업체가 향후의 파트너십을 약속한다는 의미로 이루어지는 관행이다. 공급업체는 최종 청구서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관행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 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한 채 비즈니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 다. 쏘트웍스 팀은 이 관행을 힘들게 배워야 했다.
- 아마존의 킨들 태블릿Kindle Tablet용 앱스토어 부문 부사장을 지낸 이 선 에반스Ethan Evans는 아마존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 multinational company 이라고 지적하면서, 엄밀히 말해 준독립적인 비즈니스 를 각기 운영 중이고 국가별로 상품 배송의 운영 전략이 다르다고 설명 한다. 아마존은 한 국가에서 실물 상품으로 시작한 다음 다른 국가로 비 즈니스를 확장해갔다. 그렇기에 아마존은 하나의 운영 모델과 기본 원 칙을 따르지만, 국가별로 온라인 소매 비즈니스를 다르게 운영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이렇게 고도로 현지화된 접근 방식은 현지 법인이 민첩하게 현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회사-시장 최적화 달성에 긍정 적), 동시에 비즈니스의 다양한 부분을 운영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창출 할 수 있게 한다(현지화 프리미엄 증가).
애플은 하나의 애플One Apple'을 추구하지만, 아마존에는 Amazon. com뿐 아니라 Amazon.jp, co.uk 등 국가별로 다른 도메인 네임을 쓴 다. 사이트의 외형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제공하는 제품과 프로세스가 다르다. 아마존은 실물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현지화 해야하고 국가마다 물리적 실체(사무실, 물류센터 등-옮긴이)가 있어야 한다. 아마 존과 같은 현지화 모델을 운영하려면 제품 수출입, 기업 부동산, 현지 노 동법, 정치적 현안, 현지 규정 등에 따라 맞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존의 서비스를 살펴보면, 약 15~20개의 주요 현지 시장에서 국가 별로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의 온라인 경험을 글로벌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마존 은 20개의 마켓플레이스와 나머지 국가' 그룹으로 나뉜다. 아마존은 나 머지 국가 그룹에 속한 몇몇 국가들을 점차 개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 다. 기술 기반 비즈니스(프라임 게이밍 Prime Gaming과 킨들 태블릿)는 이론적으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업이지만, 이선은 국가별로 법인을 운 영하고 온라인 경험을 맞춤화해야 했기에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복 잡성 증가를 피할 수 없었다. 인프라, 문화적 특성, 현지화, 현지 시장의 규제가 각기 다르므로 여러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은 여간 번 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선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마존은 집, 지역사회, 도시를 건설했 다. 거기에 있는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피할 수 도 없다. 기존 구조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는 이것이 단점이지만, 아마존이 규모와 유통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복잡 성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블라인드는 한국 앱의 UI/UX가 미국의 목표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 사용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스 크롤을 많이 하는 데 익숙했다. 게다가 동질성이 강한 한국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유의미했고 사용자 각자에게 개인화돼 있었다. 반면 미국의 직장인들은 스크롤에 시간을 소모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어 버전 앱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던 검색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 국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현지의 선호에 맞게 앱을 변경하느라 제품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경은 현지 시장에서 고객 행동의 특이점을 파악하여 이를 반영한 양방향 혁신의 좋은 예다. 이것이 조직의 전환점이 되었다. 창립자들은 미국으로 날아가 사용자들을 만났 고, 사용자들의 사용 사례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했다. 그 후 회사는 현지 화에 더 많이 투자했다.
핑크퐁은 현지 시장의 관습에 맞도록 캐릭터와 캐릭터의 행동을 변경 해야 했다. 아랍 국가로 진출할 때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식사 방식도 신경 써야 했다. 아랍 문화에서는 양손으로 빵을 떼는 것은 허용되지만, 음식을 먹을 때는 오른손만 사용해야 하고, 가급적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만으로 음식을 집어야 한다. 핑크퐁은 이런 문화적 규범에 맞도록 식사할 때의 캐릭터 행동을 현지화했다.
-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팀은 초기 시장과 지리적으로 인접하 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시장이 진출하기 좋은 곳이고, 회사-시장 최 적화에 도달하기까지 적응할 필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것은 일종의 친숙성 편향이다. 이런 편향이 위험한 가정을 불러온다. 영 어를 주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문화가 서로 비슷할 수는 있지만, 여러 가 지 현지화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핵심 비즈니스 모 델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어권 국가의 기업이 다른 스페 인어권 국가로 확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를 친숙성 편향 Familiarity Bias이라고 부르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거나 지리적으로 가깝 다는 이유로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오류를 일컫는다.
- 새로운 네스트 제품을 개 발하기 위해 통찰을 수집하던 중에 엘리스는 일본에서 신선한 공기의 개 념은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를 집 안에 들이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면 한국인들에게 '신선한 공기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 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yellow dust('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도 불림)' 때문에 대기오염 에 아주 민감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산업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중국의 공장과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 고 한국인들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다.
- 글로벌 성장 피치 덱
스타트업 투자자 대상의 전통적 피치 덱처럼 글로벌 피치 덱은 글로벌 성장 전략과 회사-시장 최적화에 도달하기 위한 현지화 노력을 이해하 기 쉽게 요약하고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현지화 조 사과정에서 발견한 통찰을 포함해야 한다. 짧고 직설적으로 작성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조사 결과와 고객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확장 전략을 보다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데 피치 덱을 사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이때 목표국가마다 별도의 덱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라.
(슬라이드 1) 왜 이 시장인가? - 시장의 배경 정보, 주요 지표, 트렌드,
현지 시장의 역학관계에 관한 세부 사항을 포함하여 진출하려는 국 가를 소개하라.
(슬라이드 2) 현지화 요소 발견의 시사점 - 현지화 요소 발견 중에 찾아 낸 사항을 공유하라. 해당 국가의 문화, 전반적인 시장 기회, 성공을 위해 현지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요소 등을 강조하라. ・(슬라이드 3) 고객 - 고객의 유형,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치 제 안의 유형, 고객의 구매력을 간략하게 설명하라. 목표 고객을 특정 개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고객의 행동 패턴과 의사결정 기준을 보여주는 문화적 요소를 그 인물에 담아 표현하라.
(슬라이드 4)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 - 회사-시장 최적화를 위해 현지 모
델을 기존의 고투마켓 및 운영 모델과 얼마나 달리해야 하는지 현지 화 프리미엄 분석LPA 프레임워크를 통해 파악하라. 복잡성을 최소 화하고 모니터링하는 방법, 복잡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 으로 설명하라. 이 슬라이드가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의 내용을 상세 히 설명하는 다음 두 슬라이드의 개요가 되도록 하라.
(슬라이드 5) 회사 - 시장 최적화를 위한 경로: 고투마켓 전략-유통 채 널 계획과 마케팅 전략의 개요를 설명하라. 고객은 어디에서 사람 들과 어울리는가?'(즉,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가?) 어떤 유통 채널이 고객 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수요 창출의 요인은 무엇인가? 고객에게 마 케팅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객에게 제품을 어떻게 전 달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 그래프의 윗부분(판매, 제품, 마케팅 프리미엄)에 표시하라. 5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 모델 현지화 캔버스에서 도출한 관련 가설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라.
(슬라이드 6) 회사 - 시장 최적화를 위한 경로: 운영 모델-급여, 세금, 인프라 등의 운영 방식과 함께 법적 고려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하 라. 자국 시장과 다른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공정책의 위협 요소, 리스크, 복잡성을 제시하라. 이는 현지화 프리미엄 분석의 아 랫부분(관리, 인프라, 조직 프리미엄)에 해당한다. 앞으로 테스트하고 반복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 현지화 캔버스에서 도출된 관련 가설을 여기에서도 개략적으로 설명하라.
(슬라이드 7) 팀 구축 전략 - 현지 시장에서 어떤 구성원을 채용해야 하는지, 본사에 요구할 자원의 양과 조직 구조(기능별 보고 체계, 중앙 집 중화할 기능과 현지화할 기능의 구분)를 설명하라.
(슬라이드 8) 모멘텀 빌더 - 신규 시장 진입에 활용할 기존의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간략히 설명하고, 지원과 필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조직 구조와 프로세스를 제시하라. 여기에서 현지화 자원 팀과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다음 섹션에서 설명함) 및 기 타 모멘텀 빌더에 대해 논의하라.
(슬라이드 9) 총 진입비용 - 총 진입비용 공식을 사용하여 이 확장 계획 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계산하라. 6장에서 설명했듯 이 중요도 혹은 실행 단계별로 구분하여 진입비용을 설명할 수 있다. 계획의 일정을 강조하고, 우선순위 혹은 실행 단계에 따라 공식적인 과업을 표현하라.
(슬라이드 10) 성공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4가지 약속 - 성공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4가지 약속을 강조하고, 각 약속이 해당 국가에 어 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각 약속에 대해서 경영진의 동의와 참여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하라.
이 책의 웹사이트인 www. GlobalClassBook. com에서 글로벌 성장 피치 덱의 예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 현지화 자원 팀
현지화자원 팀 Localization Resource Team:LRT('현지 팀'이라는 용어와 혼동을 우려하여 이하 약자인 LRT로 표기함 - 편집자)은 다양한 기능 및 부서의 대표로 구성된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team이다. 이 팀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모범 사례 를 공유/구현함으로써 모멘텀을 창출한다. LRT는 현지 팀이 핵심 교훈 을 소통하고 현지화를 구현하도록 도움을 주고, 글로벌 조직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취합한다. 위 다이어그램 왼쪽의 큰 원 안에 작은 원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각각 LRT'에 속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은 보고 체계상 각 부서에 속해 있지만, 다기능 팀과 함께 각 부서를 대 표하고 각 전문분야로 현지 팀을 지원한다.
LRT의 임무는 현지 팀에 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와 현지 시장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슈와 현지화 아이디 어를 공유하는 창구이자 보다 많은 시장에 진출할 때 무엇이 효과가 있 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다. 이 팀은 방향을 설정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의사결정을 촉진하는 것이 이 팀의 역할이다.
실무적으로 현지 시장에 본사가 가장 잘 해결할 만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리고 제품 또는 운영 모델의 특정 측면을 현지화해야 할 경우, 현지 시장의 리더는 LRT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LRT에 요청 하면 관련 작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기에 제품 현지화를 위해 신규 기능 을 개발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개념적으로 LRT의 구성원은 현지 시장의 리더보다 빠르고 효율적으 로 그런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LRT가 현지 팀의 부담을 덜어주면 팀원들은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고 견인력을 확보하며 회사-시장 최적화를 달성하는 등 더 중요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 LRT가 조기에 구축되면 이 팀은 전면적인 출시를 위한 테스트와 준비 작업을 주도할 수 있다. 출시 후에는 전술적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장애 물을 제거함으로써 현지 팀이 회사 시장 최적화를 달성하고 견인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조직에서는 이 팀을 '고투마켓' 팀 혹은 '국제화' 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팀의 핵심 기능과 목적을 최대한 잘 설명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자원resource'이라는 단어 를 사용하고자 한다.
유능한 LRT는 피드백 루프를 촉진하여 본사의 핵심 가치를 현지 팀에 전달하고 현지 팀의 핵심 통찰을 본사에 알려줌으로써 문화적 특성을 파 악한다. 현지 팀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본사에 보고하기 때문에 LRT 구성원은 경쟁의 우선순위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갈등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다.
LRT는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본사와 현지 팀 간의 트레이드오프와 경쟁의 우선순위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모멘텀을 창출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LRT 멤버들은 본사와 현지 팀 사이의 가교이자 완충제 역 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LRT는 분산이 심화되는 조직을 하나로 묶는 가 교이자 접착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서로 다른 팀들이 같은 목표에 집중 하도록 한다.
능력 있는 LRT는 문화적 호기심과 문화적 감수성을 적절하게 지닌 인 터프리너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현지화 필요성을 파악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조직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을 완수할 수 있는 민첩한 마인드셋과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이 팀의 멤버들은 경영진의 동의와 참여를 확보해내는 글로벌 성장 이니셔티브 의 '영업사원이고 전도사이며 대변자다. 그리고 글로벌 확장 계획과 관 련된 모든 담당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치어리더의 역할을 한다.
- 경영진의 지원은 LRT의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 회사에 국제화 팀을 만들지 않았거나 국제화 책임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타 부문의 임원들로 부터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옹호하고 대변해줄 임원급 인사가 있으 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맡은 임원은 종종 좋은 질문 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항상 글로벌 성장 노력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슬랙의 글로벌 제품 확장 책임 자였던 캐스린 하임즈는 말한다. 전담 임원의 지원이 중요한데, 가급적이면 여러 임원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모든 기업이 이런 수준의 자원이나 경영진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슬랙은 글로벌 성장에 초점을 맞춘 2개의 다기능 팀을 구성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팀은 전략 설계보다 실행에 중점을 둔다는 LRT의 개념이 반영된 그룹이었다.
두 번째 팀은 슬랙에서 '국제 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라고 불리는 조직 이었는데, 제품, 마케팅, 운영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참여하는 다기능 그 룹이었다. 이들은 전략을 결정하고 자체 LRT에 책임을 부여했다. 이들 임원급 전문가 집단은 시장 진입과 시장 성장에 필요한 체크리스트의 주 요 항목 모두에 대해 윤곽을 제시해줬고 실행을 추진하도록 힘을 실어줬 다. 가능별 리더들은 이와 같은 핵심 질문을 던졌다. "마케팅 팀은 일본 에서 슬랙이 하는 일을 어떻게 설명하길 원하는가?" 그들은 최고 경영진 과 이사회에 올라가는 질문을 관리했고 실무그룹, 즉 LRT와 현지 팀에 위임된 과제도 관리했다.
- 너무 많은 프로세스를 너무 빨리 만들면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회사가 확장을 꾀할 때 글로벌하게 기능을 수행하고 글로벌 운영을 지원할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캐스린 하임즈는 기업이 자사 규모를 실제보다 더 크다고 착각 하는 바람에 별로 필요치 않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관료주의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추가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만 명 규모의 회사와 200명 규모의 회사는 프로세스가 서로 다르다. 전자에는 후자보다 훨씬 더 많은 구조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구현할 리스크가 있다.
-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은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단계를 모두 담은 자원으로서, 시장 진입 및 시장 성장의 모범 사 례를 포함하고 있다. 이 플레이북은 LRT와 출시 팀원 모두가 교훈을 참 고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중앙 집중의 디지털 데이 터베이스여야 한다. '시장 진출 플레이북'이라고 하지 않고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플레이북의 범위가 신규 시장에 진출하 는 것 이상이 돼야 하고 현지 팀이 신규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 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글로벌 성장 플레이북은 협업을 추구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 라 역동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여러 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제품과 회사 운영을 최적화하듯이 글로벌 입지가 성숙해짐에 따라 각 시장의 모 범 사례와 핵심 교훈을 반영해 모든 요소를 반복 시도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이 플레이북은 현지 팀이 시장에서 견인력을 확보하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복잡성을 제한하며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 도록 보장한다.
여러 당사자들이 기여하는 중앙 집중의 플레이북은 모범 사례 공유를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버는 지역 간 공유 체계를 완벽하게 구현함으로써 모든 지사에서 모범 사례를 참고해 실행할 수 있도록 했 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이런 소통 채널은 성과 달성 여부를 파악하고 지 리적으로 분산된 그룹들과 함께 회사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가 되었다. 이런 벤치마크와 소통 채널이 없었다면 우버는 '그냥 하 Just Do It'라는 자기네 원칙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지사를 설립하여 현 지화 프리미엄을 엄청나게 키우고 말았을 것이다.
- 인터뷰에서 링크드인의 상카르 벤카트라만은 글로벌 확장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적시에 적합한 역할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이라고 말 했다. 세일즈포스의 최고 채용 책임자인 폴리 섬너Polly Sumner는 “인재 측 면의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합한 팀을 구성하고 현지 시장에 팀원을 배치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하 고 비즈니스의 다른 측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현지화 프리미 엄분석LPA에서 조직 프리미엄이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현지 법률에 따라 퇴직금 같은 고용 조건이 정해지지만, 실제로는 물 리적 거리와 문화 및 마인드셋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한다. 멀리 떨어진 곳과 신뢰를 쌓기란 매우 어렵고, 언어와 문화가 중간을 가로막 고 있을 때는 더더욱 어렵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인간적 측면은 이미 바뀌었다.
- 전용 운전기사와 판공비 계좌를 보유한 해외 주재원이 새로운 땅을 개척하며 새로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 력을 발휘한다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라 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이미 과거의 일이다.
팀이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새로운 현실에서 기업들은 현지 시장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팀원을 보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이 해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클래스 기업은 중앙 집중식 또는 클러스터형 채용 전략이 유능한 인재풀 구성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이 현지 팀을 구축할 때 사용하던 기존의 기준이 점점 더 무용해 지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파트너스Globalization Partners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니콜 사힌Nicole Sahin은 신규 시장으로 확장 중인 많은 미 국기업들이 직무능력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를 뽑기보다는 영어 말하기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택한다고 지적한다.
- 동시에 "문제에서 멀어질수록 해결책은 멍청해진다"라는 멜트워터 Meltwater의 최고 경영자이자 창립자인 요른 리세겐Jorn Lyseggen의 말처럼, 본사는 현지 팀보다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해결의 책임과 권한을 현지 시장으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현지 시장에서의 확장을 위해 변경 사항을 결정할 때 더 그렇다. 강조하건대, 본사는 지휘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돼야 한다. 싱가포르 에 본사를 둔 닌자 밴의 최고 경영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창 웬 라이는 "본사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회사 운영을 돕는 지하 케이블 같은 존재 다"라고 말한다.
- 본사와 지사 모두에서 리더십은 소통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유능한 관리자가 올바른 소통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또 다른 방법은 '얼굴을 보이는 것이다. 애플의 글로벌 담당 부사장이었던 존 브랜든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감독하면서 다양한 가상 채널을 통해 분산 팀들과 소통을 촉진 했지만, 대면 소통도 활발히 했다. 존의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직접 대면 방법이 있었는데, 이 방법을 통해 그는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 하는 글로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었다.
1. 분기별 방문 - 존의 말처럼 "신발에 진흙을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분기마다 주요 시장 모두를 직접 방문하기 위해 노력했다.
2. 팀 주도의 비즈니스 리뷰 - 그는 영업재무 팀의 직원을 대동하여 현지 팀 에 최신 정보를 제공했고, 총괄 관리자GM뿐만 아니라 현지 팀원 모두가 그 자리에 참석하도록 함으로써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
3. 연례 직원 전체 회의 - 그는 전체 조직이 함께 모일 때 최고 경영진의 주요 메시지가 중간에 왜곡되지 않고 직접 전달되는지 확인했다.
4. GM과의 주간 일대일 미팅 - 존은 모든 GM과 매주 정해진 시간에 회의를 진행했다. 어떤 시간대에 있든지 매주 동일한 시간에 회의를 진행함으로 써 존과 GM들은 일정상의 혼란을 없앨 수 있었다. 이런 정기적인 미팅에 서 GM이 비즈니스 운영상 도움을 요청하는 의제를 논의함으로써 그는 현지 지사의 문제를 깊이 파악할 수 있었고, 조언과 함께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여 그들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강력한 소통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산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존은 각 시장의 문화와 회사의 핵심 가치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 팀에 자신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직원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상기시켰다.
*도전과 장애물을 예고하는 징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본사에 알려주고, GM의 직속 직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디지털 도구는 분산 인력을 참여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물리적으로 대면 하는 것이 여전히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적인 관리 전략이다. 글로벌 클 래스 기업은 디지털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분산 팀을 연결하고 참여시 키지만, 현지 팀이 회사 지식을 습득하고 본사가 현지 지식을 학습할 때 여전 히 대면 상호작용의 가치가 크다. 가상 팀 혹은 분산 팀이 성공하도록 지원하 는 효과적인 기술적 도구들이 많지만, 그래도 몇몇 업무는 직접 대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 센드버드의 김동신은 비즈니스 문화에서 큰 차이는 지역의 주요 작물에서 잘 드러난다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아시아에서는 쌀이 주요 작물인데, 쌀은 재배하기가 쉽지 않고 수확량을 늘리려면 많 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서양의 주요 작물인 밀은 재배가 쉽고 별다른 신 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잘 자란다. 아시아에서는 근무 시간이 길고 프 로세스가 체계적이며,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협업과 사회적 인식을 요구 하며 완벽함을 목표로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 6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시간 엄수를 중요시하고, 윗 사람이나 타 부서가 찾으면 곧바로 응해야 한다는 것이 비즈니스 문화였 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유동적인 업무 일정과는 아주 다르다. 만약 아 시아의 업무 방식을 미국인들에게 적용한다면 '빅 브러더Big Brother'라고 느낄 것이다. 말하자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모든 것을 감시하 는 억압적인 국가의 폭정을 떠올릴 것이다.
- 아시아에는 집단주의 문화가 보다 많이 존재한다. 이는 경영진이 다 른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의사결정자로 인식될지 염려하는 한국의 비즈 니스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인사 정책이나 계획 을 추진하고자 할 때 임원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는 모든 구성원에게 세 부 사항에 관해 질문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예외 사항을 검토하곤 한 다. 조화로운 관계 유지를 위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 다. 알다시피 이런 과정은 시간이 꽤 걸린다.
김동신은 미국에서 보다 큰 규모의 센드버드 팀을 구축하면서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비즈니스 문화는 전문성, 결과, 속도를 강조한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가지 사항을 숙고하느라 시간을 소요한다면 미국 직원들은 리더를 우유 부단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문화의 차이가 많 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직원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해고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한국 문화에서는 같은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경 우가 거의 없고, 회사와 직원이 서로 '체면을 유지하며 헤어지기 위해서 는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
회의에는 시장 나름의 규범과 의식이 있다. 아시아에서 근무한 경험 이 있는 여러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출장을 갈 때 상대방에게 줄 작은 선 물을 준비한다든지, 꼭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넨다든지 등의 관습에 익숙 하다. 글로벌 고객을 방문할 때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Ghirardelli 초콜릿 이 가득한 여행 가방을 들고 가는 것도 그런 관습 때문이다. 이러한 관습 을 따름으로써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시장에 헌신한다는 점을 현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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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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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의 생각들

경영 2024. 1. 28. 09:14

- 페어차일드는 사실 배신의 산물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배신의 문화가 있다. 올트먼이 오픈AI를 만들 때 함께했던 일론 머스크가 나중에 올트먼을 비난하고, 오픈AI에 대항하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배경에도 배신의 문화가 있다. 쇼클리는 연구자로는 뛰어났지만, 경영 자로서는 빵점이었다. 무어를 비롯한 8명의 엔지니어는 쇼클리세미 컨덕터를 동시에 퇴사하는 반역을 감행했다. 이들이 새롭게 만든 회 사가 바로 페어차일드 반도체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에 투자한 회사 는 페어차일드 카메라 앤드 인더스트리Fairchild Camera & Industry라는 곳으 로, 이 회사의 창업자 셔먼 페어차일드sherman Fairchild 의 지원을 받아 페 어차일드 반도체는 승승장구했다. 페어차일드의 초기 고객은 미국 국방성과 나사NASA였다. 페어차일드는 창업 3년 만에 연간 2,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1960년대가 되자 매출은 9,000만 달러로 성 장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성공은 베이 에어리어 일대에 엄청난 자극을 줬다. 무어를 비롯한 8명의 엔지니어는 기술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페어차일드 출신 기술자들은 선배들의 '배신'을 그대로 이어받 았다.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은 창업의 길을 떠나기 위해 회사 를 하나둘 그만뒀다. 이와 같은 '창조적 배신' 행렬은 고만고만한 반 도체 스타트업들을 양산해냈다. 1970년대 실리콘밸리에서는 1만 2,000명이 반도체 분야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무어 자신도 페어차일드를 떠나 인텔을 세웠다. 인텔은 마이크로소 프트Microsoft와 함께 개인용 컴퓨터 PC 혁명을 이끈 주역이 됐다. 페어 차일드 반도체는 실리콘밸리의 '에이와'였다. 오늘날 베이 에어리어 에 있는 130개 이상의 기업들이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상장사들이다. 그 근원을 따라가 보면 70%가 페어차일드 출신 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올트먼도 선배 기업가들이 걸어온 창조적 배 신 과정을 거쳤다. 올트먼의 후배들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실 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페어차일드에서 시작 한 거대한 계보의 웅장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첫 자리에는 애플Apple Inc. 이 있다. 애플은 실리콘밸리의 심장으 로 불리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쿠퍼티노에 본사가 있다. 애플은 2018년,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기록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Alphabet Inc. 은 인터넷 검색의 제왕이다. 알파벳 본사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마운틴뷰에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에 추격을 받기 전까지 구글은 '넘사벽' 같은 존재였다.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최초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을 만든 메타Meta Platforms Inc.의 본사는 산마테오 카운티의 먼로 파크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NVIDIA 도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있다. 반도체 칩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인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연산과 블록체인 코인 채굴에 필수적인 그래 픽 프로세싱 유닛GPU을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역사적 배 경과 면면히 이어진 창업 정신을 알고 있다면 오픈AI가 자리 잡고, 챗GPT가 이곳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실리콘밸리 의 독특한 문화 역시 성공의 한 요인이다.
- 샘 올트먼과 9년을 사귄 파트너 닉시보Nick sivo는 스탠퍼드대학교 동창생이다. 시보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면서 네트워크 보안과 인 공지능 기술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주력으로 살폈다. 그들은 루프트 Loopt라는 스타트업도 함께 만들며 학업과 사업을 함께 했다. 올트먼과 시보는 스탠퍼드대학교 2학년 때, 위치 기반으로 친 구들끼리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셜네트워크를 공유할 필요성이 높 아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2005년 설립된 루프트는 휴대전화 사용자 가위치 기반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서비 스를 제공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연동되게끔 했다. 이 서비스 는 500만 명 이상이 이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루프트는 와이콤비네 이터 창업 캠프 1기로 들어가 세쿼이아캐피털 등 대형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012년 3월 루프트는 그린닷 코 퍼레이션Green Dot Corporation에 인수됐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첫 작품이 드디어 성과를 내고, 큰돈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때를 기점으 로 이들은 헤어졌다. 친구이자 연인이며 공동 창업자였던 올트먼과 시보는 이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루프트의 창업은 올트먼에 게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루프트를 만든 인연으로 와이콤비 네이터에 들어가 일하게 됐고, 지금의 오픈AI도 만들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 후 올트먼은 동생 잭과 함께 하이드라진캐 피털을 만들었고, 2,100만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모았다. 하이드라 진캐피털에 투자금을 댄 인물 중 하나가 피터 틸이었다. 틸과 와이콤 비네이터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트먼은 틸에게 투자 자금도 받고, 와이콤비네이터 운영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또한, 올트먼이 오픈AI를 구상할 때 재단 형식으로 기부금을 받은 투 자자기도 하다. 틸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문제적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이다. 미국과 독일 시민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2011년에는 뉴질랜드 시민권도 취 득했다. 틸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실 리콘밸리의 마법사 중 하나다. 그가 손을 댄 스타트업, 기술 투자사 례는 전설로 남을 정도다. 오늘날 기술 투자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틸은 페이팔 초기 창업자였고, 나중에 머스크가 만든 기업과 합병을 통해 전자결제의 시작을 알렸다. 페이팔은 이베이에 매각되었는데, 머스크는 이 자본을 바탕으로 테슬라 Tesla를 설립했다. 틸도 페이팔에서 번 돈을 바탕으로 벤처기 업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한, 틸은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기 도 하다. 그는 2004년 8월, 50만 달러를 페이스북에 투자하며 지분 10.2%를 보유한 엔젤투자자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초기에는 여러 스타트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한,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기업으 로 팔란티어 Palantir가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는 미국 중 앙정보국(CIA 등을 고객으로 둔 기업으로 2020년 9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오픈AI에는 375명에 달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 다. 이들이 정확하게 짜인 일정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챗 GPT와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컴퓨터 엔지 니어들은 고집이 있어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강력한 카리스마로 계획서에 따라서 일을 하도 록 명료하게 지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리콘밸리 기술자들은 종종 오픈AI와 구글의 기업 문화를 비교 하곤 한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이 일하는 거대 조직이다. 구글 문화는 상명하복이 아니지만 동시에 거대한 관료 조직이다. 구 글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문화다. 그래서 느리다. 그러나 일단 불이 붙으면 저절로 타오르게 돼 있다. 구글이 현존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고르게 전 분야에서 최상위에 머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픈AI는 전투적인 상명하복 체계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 이기 때문이다. 올트먼과 무라티는 이 스타트업의 사령관이다. 개발 팀 엔지니어와 컴퓨터공학자들은 전투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군대 다. 챗GPT는 2022년 11월에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3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에 도달한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군 대식 집중력이 아니면 이룩할 수 없는 일이다. 오픈AI의 총사령관이 올트먼이라면 무라티는 야전사령관이었다. 무라티는 챗GPT를 대 중 앞에 선보일 때 이를 총괄 지휘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있어 이러한 거대한 실험은 단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 었다.
- 무라티는 테슬라에 있을 때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체 득했다. 무라티는 2013년부터 테슬라의 모델X 개발에 참여했다. 당 시 테슬라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과연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든 사람이 의심을 품었다. 머스크는 공장에서 먹고 자면서 엔지니 어들을 독려했다. 머스크는 아이디어를 판 것이 아니라 진짜 자동차 를 만들어 팔았다. 이때 테슬라는 초기 버전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내장된 운전자 보조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기 술을 적용한 로봇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무라티는 이때 진짜 상품 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실험실 수준에서 움직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인공지능을 원했다. 무라티는 테슬라에서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배운 후 2016년 립모션 Leap Motion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품 담당부사장을 맡으며 무라티는 컴퓨터와 교감하는 사람들이 마치 공을 가 지고 노는 것 같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립 모션에서는 사람의 동작이 그대로 컴퓨터에 인식되는 기술을 상품화하는 데 주력했다. 무라티는 2018년 오픈AI로 왔다. 그는 Dall-E'와 챗GPT의 대중 배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이 상품을 대중 앞에 테스트하는 것에 대해 대단한 열정을 느꼈다. "실제 세상과 접촉하지 않고도 진공 상 태에서 기술적인 진보를 이룰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곧 질문에 맞닥 뜨리게 되죠. 정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무라티는 챗GPT가 교실에서 쓰이는 광경을 떠올렸다. 글쓰기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이 앉아 있다. 선생님은 이 문제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챗GPT는 학습 진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스스 로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문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어떻 게 찾는지도 보여준다.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는 글쓰기 교육이 가능 하다. 무라티는 “인공지능이 개인 과외 선생님처럼 활용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동시에 챗GPT 역시 실제 인간에게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이로부터 인간의 말과 글쓰기를 학습할 수 있다. 무라티는 인간과 기계가 서로를 도와주고 발전하는 모델을 떠올렸다.
- 2014년 2월 28세의 나이에 올트먼은 와이콤비네이터의 CEO가 되었다. 그레이엄은 와이콤비네이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렇게 발표했다. "샘 올트먼이 다음 창업 캠프부터 와이콤비네이터의 사장이 되는 데 동의했음을 발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는 스타 트업과 계속 일할 것이지만 올트먼이 와이콤비네이터를 이끌 것이 다. 올트먼은 와이콤비네이터가 진화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사람이 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지 금보다 훨씬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길 것이다. 와이콤비네이터가 자금을 지원한다면 그에 비례해 더 커져야 할 것이다. 올트먼은 우리가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일해 온 9년 동안 만난 사람 중에서 그 일에 가 장 적합한 인물이다. 그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효과적이면서도 근본 적으로 자비로운, 보기 드문 사람이다. 그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이며, 나를 포함해 내가 아는 누구보다 스타트업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내가 다른 의견을 원할 때 찾아가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와이콤비네이터와의 관계는 나보다 한 달 정도 짧 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는 2005년에 우리가 자금을 지원한 첫 번째 캠프 참여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에게 여유가 생겼 을 때 나는 그의 영입을 시도했다."
- 와이콤비네이터는 단순히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을 넘 어서 네트워크에 소속감을 부여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1,000곳 이상의 스타트업이 와이콤비네이터를 통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121개의 스타트업은 세계적인 IT 기업인 구글, 애플, 메타 등에 인수됨으로써 그 가치를 입증했다. 와이콤비네이터를 경유함으로써 강력한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 음을 암시하며, 이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한다.
하지만 올트먼은 이런 네트워크가 점차 부정적인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이 와이콤비네이터라는 이유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개별 회사 모두에 좋 지 않다. 나쁜 회사는 빨리 죽는 것이 건전한 생태계를 위해 필요하 다"라는 입장이다.
확실한 기업 목적, 브랜드 네트워크, 실질적인 가치 생산이라는 3가지 기준이 와이콤비네이터의 기업 운영 철학이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자신들을 '친절하고 도움을 주는 엔젤투자자'라고 소개한다. 초 기 투자에 대한 대가로 이후 엄청난 지분을 요구하는 벤처 자본가들 과는 다른 존재다. 다만 벤처캐피털 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자 체가 펀드라는 구조에 있다. 상호 기금이나 헤지펀드의 관리자와 마 찬가지로, 벤처캐피털들은 투자된 자금을 관리하고 이에 대해 대략 2%의 연간 관리 수수료와 수익 일부를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벤처 캐피털은 펀드가 가능한 크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각 벤처 캐피털 파트너가 큰돈을 투자해야 함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한 사람 이 많은 거래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각 거래 는 수백만 달러 이상의 큰 규모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 와이콤비네이터는 창업자에 집중했다. 창업자들이 각자의 일을 잘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와이콤비네이터의 목표다. 그레이엄과 올트먼은 이 부분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그레이엄은 창업자우 선주의 Founderism를 주창했다. 그레이엄은 창업자 훈련에 주력했다. 올 트먼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사람의 아이디어 가 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올트먼은 창업자의 생각의 크기, 생각의 깊이, 그 생각이 미칠 파장도 중시했다. 그레이엄은 창업자의 순수한 야망과 대담성이 계획을 실천하는 원동력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레 이엄이 보기에 에어비앤비의 사업계획은 미친 짓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집 소파를 내준다는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 이다. 올트먼의 또 다른 강력한 멘토이자 후원자인 피터 틸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세상을 위해 내놓은 프로그램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 디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점이 그를 강력하게 만든 요소다. 사람들은 인기가 식으면 어쩔 줄 몰랐지만,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 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
- 머스크가 오픈AI와 함께하던 시절에는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당시 테슬라와 오픈AI가 동일한 인재를 영입하려고 했고, 이로 인해 머스크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테슬라의 편을 든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오픈AI의 핵심 가치를 무시하는 것 이 될 수 있었고, 반대로 오픈AI의 편을 든다면 그가 창업하고 이끌 어온 테슬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던 상황에서, 이처럼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두 집단에 발을 담그는 것은 머 스크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이러한 줄다리 기에서 자신의 근본 가치에 더 충실한 선택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 다. 그 당시 오픈AI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반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기술은 테슬 라의 핵심 역량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행동은 단순히 공익을 위한 것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픈AI 외에도 굉장히 다 양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테슬라의 핵심 서 비스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 으로 한다. 또한, 2016년에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 역시 인 공지능 관련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이 외부의 사고 기관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고,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데이터 처리 능력과 지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자, 머스크 역시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이전에 "인공지능 기술 관련 규정 확립을 위해, 6개월간 개발을 멈추는 유예 기간을 가지자"라는 주장을 했지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 회사 X.AI를 설립하고, 고성능 그래 픽 처리 장치인 1만 개의 GPU를 구매했다. 이미 테슬라와 트위터를 보유하고 있는 이 기업가의 움직임은, 그가 개발하는 인공지능 서비 스가 처음부터 수많은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되어줄 것임을 보여준다.
- 플러그인은 기존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함으로써 개인 의 기기 기능을 개인화하고 확장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원 리를 챗GPT에 적용하면, 외부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챗GPT와 호환 되는 형태의 플러그인을 개발하고, 이를 챗GPT에 연결(온보딩)할 수 있다. 이후 챗GPT는 이용자들이 설치한 플러그인이 특정 상황에 적 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플러그인을 호출해 필요한 통신 결과 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국내 사용자가 음식점을 찾아달라고 요청을 하면 챗GPT는 네이버 지도 플러그인을 활용해 가까운 음식점을 찾 아주고, 예약을 부탁하면 캐치테이블 플러그인을, 식자재를 주문해 달라고 요청하면 SSG나 쿠팡 애플리케이션 플러그인을 활용해 그에 해당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런 플러그인 시스템을 통해, 오 픈AI는 외부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제공하지 않아도 서비스 를 챗GPT 상에서 제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의 챗GPT는 말 그대로 챗봇, 즉 사용자의 요청에 가장 적합 한 답변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이제 플러그인을 통해 챗GPT는 실제로 사용자의 일상에 개입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즉시 제공하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비서로 진화하게 된다.
-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의 활용도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책 GPT에 그해의 오스카상 수상자 정보를 물었을 때, 챗GPT가 정확 하게 답할 수 있는 수상자들은 전해까지의 수상자로 한정되었다. 이 는 챗GPT가 현실의 실시간 정보나 온라인상의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웹 브라우저가 적용된 챗GPT는 온라인상 그해 의 오스카상 수상자 정보에 접근해 더 적절한 답변을 줄 수 있다.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이 적용된 챗GPT는 <더 웨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최신 영화 정보를 담은 답변을 제공해준 다. 이는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통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정보 를 가져올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렇게 오픈AI는 기존 챗GPT의 한 계 중 하나였던 데이터 제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데이터를 모델에 직접 학습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실시간 정보 에 접근해 사용하는 방식이므로, 모델을 새로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검색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사용 자는 자신이 활용하고 싶은 특정 데이터베이스를 챗GPT에 연동하 고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나 전략 생 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챗GPT가 직접 분석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다. 이런 확장성은 챗GPT가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플과 구글이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은 수많은 외부 개발사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그 애플리 케이션을 스마트폰 생태계 위에 적용하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챗 GPT를 이용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은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할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결국 챗GPT의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되고 이는 더 많은 이용자를 플랫폼에 유입시킨다. 오픈AI는 챗GPT 플러 그인을 통해 이런 선순환 구조를 챗GPT 위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
- 경력 초기에 위험을 감수한다는 건 실제로는 매우 큰 선물이라 고 했다. 젊고, 무명이고, 가난하다는 건 사실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양에서는 이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위험이란 평생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 정의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훨씬 더 후회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정말 무언가를 믿고 열정을 가지 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시작하라고 조언 했다. 몇 년간 보장된 안정적 수익, 직업, 타인이 실패자라 부를 수 있 는 사회적 시선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감수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올트먼은 "사람들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 서 잘못된 종류의 위험을 감수한다"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실제 로 일을 진행하지 않거나 무언가에 전념하지 않고, 실패의 위험과 평 판 손상 등을 과대평가하는 잘못된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는 건 실패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자가 되려면 열정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놀랍도록 공평한 경쟁의 장이다. 젊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또 한, 가난하고 무명이라는 점이 스타트업에서는 오히려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올트먼은 2014년 스탠퍼드대학교 강의에서 "돈을 많이 벌 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안 된다. 부자가 되려면 훨씬 쉬운 방 법들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올트먼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구체 적인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정 문제에 대해 강박관념이 있고 창업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스 타트업을 시작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 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 훌륭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X 제품×실행 X팀 X 행 운'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행운은 0에서 10,000 사이 난수입니다. 훌 륭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안 되고, 제품을 만들 어서도 안 됩니다. 훌륭한 제품이 없으면 나머지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쁜 아이디어를 아무리 훌륭히 실행해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위대한 기업은 훌륭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습니다. 성공 사례를 보면 거의 항상 창업자가 원한 것에서 출발 한 것이지 무작위로 그때그때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아니었습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난관은 최고의 아이디어도 처음엔 끔찍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 13번째로 생긴 검색 엔진 이었지만 다른 웹 포털이 제공하는 복잡한 기능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10번째로 생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였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낯선 사람의 소파에서 잘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건 처음 들으면 끔찍 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무도 하지 않기에 독점권 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이 연구하 고 있어 아이디어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을 찾은 뒤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나빠 보이기도 하죠. '지금은 소수의 사 용자만 내 제품을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내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게 되는 쪽이 좋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더라도 대다수가 그 아이디 어를 혹평할 겁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죠. 보통은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데 서툴거나, 질투심 때문에 혹평할 수 있습니다. 그 래도 다른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말 좋은 아이디어는 훔칠 가치가 있을만하게 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자들, 특히 처음으로 창업하는 이들이 흔히 저지 르는 실수는 아이디어의 첫 버전이 거창하게 들릴 필요가 있다고 생 각한다는 점입니다. 나쁜 아이디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좋은 아 이디어가 필요합니다. 특정할 수 있는 작은 시장을 장악하고 거기서 부터 확장하면 됩니다. 이게 대부분 위대한 기업들이 시작하는 방법 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와이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시장 에서 독점권을 가질지에 대해 질문하곤 합니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기업은 대부분 목표 지향적인데, 훌륭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집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 지향적인 아이디어는 창업자 스스로를 그 아이디어에 몰두하게끔 합니다. 기존 아이디어를 모방한 파생 기 업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또한, 팀원들이 성공할 만큼 열심히 일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쉬운 스타트업보다 어려운 스 타트업을 창업하는 게 더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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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유연함의 힘

경영 2024. 1. 11. 11:57

- "CEO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조직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이런 질문의 이면에는 코너 오피스, 즉 CEO의 전유물 같은 전망 좋은 사무실로 직행하는 확실한 길이 존재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 지만 브라이언트는 그런 가정 자체를 뒤엎는 대답을 들려준다.
"누군가를 조직의 꼭대기로 올려 보내주는 확실한 경험 따위는 존 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오히려 CEO들이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CEO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서 의미를 도출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배웁니다."
오늘날 전문가 집단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브라이언트의 통찰에 공감하고 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를 성장하고 발전하게 하는 핵심 원동력은 모든 경험에서 배우려는 자세다. 직무의 종류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 경영자코치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규칙들이 있다. '지금 당신이 보는 것은 어떤 창으로 들여다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도 그중 하나 다. 우리는 세상을 편견 없이, 공정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오히려 특정한 창, 다시 말해 특정한 틀을 이용해 바라본다. 문제는 그런 틀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람이든 상황이든 그 상황을 향한 자신의 반응이든 우리가 어떤 틀을 짜는가에 따라 그것을 향한 인식과 판단 자체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의 기대, 가정, 편견 등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며 어떻게 반응할지를 좌지우지한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결론은 명백하다. 상황을 어떻게 구조화하는가가 관건이다.
- 로스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긍정조직학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POS의 세계적인 권위자 제인 더튼Jane Dutton은 전략적인 의사 결정권자 가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하는지 연구한다. 역설 적이게도 더튼은 2020년 미시간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 기 위해 봉쇄령을 내렸을 때 비슷한 선택 상황에 봉착했다. 당시 더튼 은 수강생이 70명인 대규모 강의를 맡았는데 방역 수칙에 따라 대면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했다. 더튼 역시 처음에는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럴 수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해야 하다니. 정말 미치겠어."
그러던 어느 날 더튼은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우리 대학원과 학생들에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프레임을 바꾸자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에 따 른 정신적 변화도 일어났다. 지금껏 더튼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자 신에게 모든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하 지만 이제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실망하고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의 초점을 옮기게 되었다. 더튼은 '어떻게 하면 학생 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적응력과 강인함의 본보기 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자문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사고의 프레임을 바꾸자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이 봄눈 녹듯 한순간에 사라졌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는 다양한 교수법 을 시도할 수 있었다.
- 오늘날 비즈니스 업계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안타깝다. 성과 증명 마인드셋이 그 세계를 지배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도전과 마주했을 때 거의 자동으로 그것을 피하려 한다. 그리고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울 기회를 날려버린다.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마 음은 모두가 똑같다. 그렇지만 성과 증명 마인드셋은 자신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주변에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능력을 증명하는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행동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예컨대 회사에서 발표한 후 멍청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질문을 피한다. 또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듣기 고통스러우니 피드백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이런 근시안적인 행동의 결과는 뻔하다. 시련이 닥쳤을 때 적 응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점차 잃게 된다.
- 이제 우리는 성과 증명 마인드셋을 향한 집착을 끊어내야 한다. 그 래야 미래에 도전 기회를 만났을 때 적절히 프레이밍할 수 있다. 나는 학습과 자기 계발의 렌즈 너머로 경험을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학습 마인드셋 Learning Mindset' 이라고 부른다. 유연함의 기술에서 학습성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머지 다섯 기술의 성패가 이 마인드셋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두 마인드셋의 명칭에 속지 마라. 한쪽에는 '성과'라는 단어가 떡하 니 들어 있는데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성과와 무관하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인터뷰했던 모든 사람은 일 과 삶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성취하며, 발전하고 싶어 했다. 그러한 마 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마인드셋은 결과물인 성과 자 체가 아니라 일과 삶에서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하는 태도에 가깝다. 성과 증명 마인드셋은 무언가를 수행할 때 이를 악물고 맹렬 한 기세로 달려드는 태도를 말한다. 사람들은 가끔 두려움 때문에 그 런 마인드셋을 선택한다. 반면 학습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부담을 덜 가지고, 덜 불안해하며, 더 자유롭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더 자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 스타워키는 상황에 몰입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단계별 노력을 시 작했다. 특히 고객 참여 Client Engagement (기업이나 브랜드가 고객과 직접적 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옮긴이)를 바라보는 마인드셋을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돌이켜 보니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 객에게 내가 똑똑하고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 야 할까?"라는 문제에 무의식적으로 집중한 게 화근이었다. 일단 문제 를 진단하자 해결책도 떠올랐다. '이번 고객이 일과 삶에서 직면한 도 전을 잘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도록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방향으로 의식의 프레임을 바꾸어야 했다. 다시 말해 스타 워키는 성과 증명 마인드셋에서 학습 마인드셋으로 태도를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스타워키는 이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이자 강점이 무엇인지 깨 달았다. 바로 '훌륭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스타워키는 이런 식으로 고객과의 회의를 재정립했고, 이 관점을 토대로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이 질문하자 통찰력까지 키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분명해졌다. 말을 약간 줄이는 대신 훨씬 많이 경청하고 더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고객의 발언과 질문 이면에 깔린 근본적인 메시지를 깊이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스타워키가 제안한 핵심 내용을 고객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피드백을 요청한다.
- 목표가 충분히 구체적인지 혹은 지나치게 구체적인지 어떻게 확인 할 수 있을까? 쉽고도 좋은 방법이 있다. 먼저 목표가 충분히 구체적인 지 알고 싶다면 '내 목표 선언문 그대로 누군가에게 달성하라고 한다 면 그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 하라. 반대로 목표가 지나치게 구체적인지 알고 싶을 때는 '내 목표 선 언문의 내용을 달성한다면 정말로 원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을까?"라 고 자문하라.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부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적절한 목표를 세우도록 더 노력하라.
- 목표를 설정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두 가지 일을 해 야 한다. 첫째, 목표 설명 방식을 점검하라.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작 가이며 동기 부여와 의사소통 분야의 권위자인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Heidi Grant Halverson은 '향상하다', '더 잘하다', '성장하다' 등 개선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 문구를 사용해 목표를 기술하라고 제안한다. 사이먼 비엘은 사교성을 키우고 싶어 했고, 크리스 머치슨은 완벽주의 성향 을 고치고 싶어 했으며, 린드레드 그리어와 앤더스 존스는 단호한 리더십과 자율성 인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당신은 어떤가? 경청 기술을 개발하고 싶은가? 이처럼 개선 과정을 중심으로 표현된 목표는 동기와 추진력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한 우리가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유지할 때도 도움이 된다. 이 것이야말로 유연성 강화의 핵심이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더 잘 할 수 있다.
반대로 목표를 표현할 때 피해야 하는 문구도 있다. '잘하다', '최고 가 되다'처럼 구체적인 최종 상태를 설명하는 문구다. 이런 문구는 성 과 증명 마인드셋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대신 다른 사람과 비교하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이제는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런 두 가지 태도는 배우고 성장하는 능력 을 강화하기는커녕 저해한다.
- 둘째, 최종 목적지보다 여정의 측면에서 목표를 표현하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수록 그 목표를 계속 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한다. 심지어 그 과정 초기에 이미 약간의 성과를 냈더라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수 있다. 연구가들은 '몸 무게 5kg 감량'처럼 최종 상태가 한정된 여러 목표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목표를 과정이라고 표현하든 최종 상태라고 표현하든 초기에는 노력의 강도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목표를 하나의 여정처럼 생각할 경우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지속했다. 심지어 체중 감량의 경우 목표를 끝이 아 닌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건강 한 행동을 이어갈 확률이 더 컸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그들은 목표 자체를 하나의 과정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도중에 겪는 성공과 실패를 포함한 학습 과정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바라보았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성장에 대한 만족감으로 발현되었다.
- 학습과 성장을 연구하는 모든 전문가는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시 도할 때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라고 한목 소리로 말한다. 즉 불편함은 성장에 반드시 따르는 부산물이라는 뜻이 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저서 《과 학에 관한 심리학 The Psychology of Science: A Reconnaissance》에서 그 둘의 관계에 관해 말한다.
안전지대로 돌아갈지 성장할지는 각자가 선택할 몫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을 선택해야 하고 반복해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 존 맥스웰John Maxwell도 성장하려면 자신의 안전지대에서 반드시 벗어나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브라이언 트 맥길 Bryant McGill도 당신이 불편을 느끼는 모든 상황은 성장할 수 있 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단언한다.
- 일관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어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리더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방식과 전략을 수시로 바꿔 줏대 없 어 보이는 리더일지라도 결과가 좋으면 기꺼이 지지와 칭찬을 받는다 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되어 실 험하기가 꺼려진다면 그런 걱정은 시간과 감정 낭비이니 한시라도 빨 리 떨쳐내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좋은 결과를 만 들어 낼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리더에게 비일관성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일관적으로 행동했으나 과제에서 실패한 리더는 피험자들에게서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고객과 직원에게서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구한다. 이런 관행은 이제 그의 전매특허가 되 었다. 그의 회사도 6개월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종의 상향 평가를 실시한다. 상사에게 피드백을 하는 '델에게 말하세요 Tell Dell'라는 설 문조사가 그 주인공이다. 기업의 CEO, 교회의 담임목사, 비영리 단체 의 이사장이 마이클 델과 동일한 피드백 요청법을 사용한다면 조직문 화에도 낙수 효과가 생긴다. 쉽게 말해 조직의 최고 권위자가 피드백 을 구하고 이 행동이 중간관리자 계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조직 전체에 심리적 안전감이 스며들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피 드백을 주고받을 때 관계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그 행위에 보상이 따라올 거라는 암묵적인 믿음과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구성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피드백 을 구하도록 만든다.
- 어떤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은 많은 이해관계자와 얽혀 있고 그들에게서 지지를 받는 일은 중요하다. 사람들에게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얻어라. 이는 그런 이해관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당 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피드 백을 얻기는 쉽지 않고 가끔은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 만 그런 수고와 고통을 감내했을 때 보상은 분명히 찾아온다. 그러니 일과 삶에 유연함의 기술을 적용할 때는 주변에서 피드백을 얻도록 노 력하라. 그런 피드백은 좋은 기준이 된다. 유연함의 기술을 이용할 때 당신은 성공적인 실험은 무엇이고 실패한 실험은 무엇인지, 미래에는 어디에 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배우는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주변에서 얻는 피드백에 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답이 들어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인터뷰했던 어떤 사람은 독특하게도 '결정 일지'를 쓴다고 말한다. 예전에 미국 군대와 정부에서 일했고 지금은 어떤 싱크 탱크 Think Tank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정책이나 전략 등을 연구하는 두뇌 집단- 옮긴이)를 이끄는 인물로 그를 '스콧 브라운 Scott Brown'이라고 부르겠다. 브라운은 자신의 선택과 그 이유를 기록하는 일지를 쓰고 최대 6개월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이론적 근거를 돌아보고 성찰한다.
'지금 봐도 과거의 결정과 가정이 옳았을까? 의사결정 과정은 적절했을까?'

- 학습 목표의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한 성찰법
중요한 경험을 한 후에는 아래의 세 가지를 질문하라.
1.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결과가 나타났나?
(1) 해당 경험을 영상으로 녹화했다면 어떤 장면이 포착되었을까?
내 편견과 불안 때문에 오해한 부분이 있었나?
(2)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한 실험 중에서 시도한 것이 있나?
가. 하나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을까?
나. 실험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이었을까? 상황이 야기하는 장애물만이 아니라 두려움, 불안, 자존심 같은 내적인 방해요소도 생각해 보자.
(3) 반응을 관찰하든 피드백을 직접 요청하든 이 상황에서 내가 처음 의도한 대로 피드백을 구하려 노력했나?
가. 그러지 않았다면 왜 그랬을까?
나. 피드백을 얻었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 노력과 관련해 무엇을 알았나?
(4) 이 경험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은 각각 어떤 긍정적·부정적 결과를 얻었나?
2. 어째서 일이 그런 식으로 전개되었을까?
(1) 그 상황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는 무슨 역할을 했고 얼마큼의 책임이 있었나?
3. 이 경험에서 나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1) 나에 관해 얻은 가장 중요한 통찰은 무엇일까?
(2)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나?
(3) 학습 목표와 관련해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 중 무엇인가?
가.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면 미래 경험에서도 이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나.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이제 다른 목표를 선택해야 할까?

- 미시간대학 생어리더십센터의 센터장 린드레드 그리어도 여러 주 제를 다룰 수 있는 체계적인 성찰법을 사용한다. 그리어의 방법은 기 억하기 쉽다. 알파벳의 모음 다섯 개와 '와이'를 포함해 '아에이오 우 앤드 와이A, E, I, O, U, and Y'라고 부른다. 각 철자는 그리어의 하루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의미한다. A는 '무엇을 절제했는가Abstain'를 말하는 데 멍하니 TV 보기, SNS 삼매경, 과음같이 정신과 신체 건강에 해로 운 활동이 대표적이다. E는 '운동Exercise'이다. I는 '자신'을, O는 '타인Others' 을 지칭한다. 오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U는 '예상하지 못한 Unexpected 무엇' 으로 어떤 것이든 오늘 예상치 못한 감정을 경험했는지 돌아본다. 마 지막 Y는 "예스yes."라며 흥분의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던 일을 점검한 다는 뜻이다.
-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성찰법의 잠재적인 효과를 조사한 연구가 있 다. 연구가들은 일단의 리더들에게 세 가지에 집중해서 하루를 성찰하 라고 요청했다. 가령 자신을 좋은 리더로 만들어 준 강점 세 가지, 직무 성과를 높여준 자랑스러운 개인적 성취 세 가지 등 말이다. 매일 이런 성찰 훈련을 실천한 리더는 대인관계와 직무에서 영향력이 커졌고 활력도 증가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형식을 따르며 광범위하게 성찰하면 겨우 몇 분 만에 하루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지혜를 배우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사색'으로 이는 가장 고상한 방법이다. 둘째는 '모방'으로 이는 가장 쉬운 길이다. 마지 막은 '경험에서 배우는 것으로 이는 가장 어렵다.'
이제까지 알아본 성찰의 모든 것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일상생 활에 잠재해 있는 씁쓸한 열매를 취해 미래의 직무 성과와 리더십을 진일보시켜라. 성찰이야말로 사색을 고귀한 통찰로 바꾸는 강력한 방 법이다.
그렇다고 해도 체계적인 성찰은 감정적으로 우리를 고단하게 만들 기도 한다. 존 가드너가 말했듯 우리네 삶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로 포화 상태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성찰은 더더욱 우리 의 구세주가 된다. 앞서 말했듯 성찰은 가끔 우리를 새로운 사고방식 에 노출시켜 불편하게 만들고, 수용하기 벅찰 정도로 자기 인식 수준 을 높이 끌어올린다. 그래도 규칙적인 성찰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만들 어라. 머지않아 당신은 익숙하지 않은 자각에 따라오는 약간의 불편함 을 '내가 학습하고 성장하는 중이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런 불편함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게 될 것이다.
- 경험 학습은 심약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학습 잠재력이 가장 큰 경험에 관해서는 1장에서 이미 알아보았다. 그런 경험의 대표적인 특징을 몇 가지만 상기해 보자. 상당히 큰 위험이 따르고, 당신의 일 거수일투족이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일과 삶에서 변화를 만 들어 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경험 학습에 강렬한 감정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경험에서 뭔가를 배우려면 위험·불확실성. 갈등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다시 불안·의심 두려움 같은 감정을 유발한다. 또 그 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정상 항로를 이탈한다면? 좌절과 분노 같은 더욱 격한 감정이 나타나기에 십상이다.
-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고?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할 때 감정 은 이를 방해하는 최대 복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온몸이 긴장하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이 바싹 마르며, 두 손이 땀으로 흥건 해지고, 가슴이 두방망이질하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어 얼굴이 화끈 거릴 것이다. 이런 모든 현상은 파괴적인 감정이 활성화되었다는 명백 한 신호다. 또 어떨 때는 기분이 처지고, 따분함을 느끼고, 산만해지거 나 낙담하고, 흥미나 관심을 잃기도 한다. 덜 극적이지만 이런 반응 역시 파괴적인 감정의 징후로 봐야 한다.
- 감정 조절 전략을 빨리 사용하면 감정 조절도 더 쉽고 성공 확률도 커진다. 요컨대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일수록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다 루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이미 우리를 압도한 후에 다루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심리학계에서 '인지적 재평가 Cognitive Reappraisal'라고 부르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전략은 무언가의 의미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을 활용한다. 우리는 의미를 찾아내는 재주를 타고나며 언제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 는 녹화된 영상같이 객관적인 현실에 주관적인 이야기를 덧입힌다. 
- 하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듯 이런 식의 재해석 기법을 지양해 야 하는 상황도 있다. 진실로 위험한 상황에서 섣불리 이를 재해석했 다가는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온갖 야생 동물이 배회하는 황야에서 한밤에 홀로 고립된 상황을 상상해 보라. 진짜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 면 우리 몸은 아드레날린을 분출한다. 아드레날린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계하고 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가 이를 재해석한다면?
이런 극단적인 경우 말고 일과 대인관계에서 자신에 관해 무언가를 배 워야 하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 인지적 재평가가 매우 효과적 이다. 불안을 기대나 열정이라고 해석하면 상황 자체가 당신의 아군으 로 변한다. 인지적 재평가 전략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학습의 문이 열린다. 둘째, 감정의 먹잇감이 되지 않는다.
- 우리는 삶에서 규칙적으로 도전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나는 언젠가 자기 연민 전략이 감정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7장에서 자세히 알아보았듯 우리가 직면하는 많은 삶의 도전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서 비롯한다. 즉, 그런 도전은 각종 사건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뿌리를 둔다. 티베트의 정신 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Desmond Mpilo Tutu 대주교와의 대담에서 했던 발언이 이를 가장 정확히 묘사해 준다.
"정신적 면역이란 파괴적인 감정을 멀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 인간은 환경의 변화에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한다.
뭔가 변했어. 이런 상황은 너무 무서워. 난 이제 새로운 뭔가를 할 수밖에 없어.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질까?"
변화를 위협으로 간주할 때 당신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짐작할 수 있다. 융통성은 줄어들고, 고집이 세지며, 정보를 향한 관심이 줄어들 고, 일어나지도 않은 작은 반응을 예상해 걱정하고, 자원을 아끼려 전 전긍긍하며, 행동을 통제하려 최선을 다한다. 즉 심리치료사의 표현대 로 강물을 거스르려 열심히 발장구를 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환경의 변화를 기회로 인식한다.
'뭔가 변했어. 이런 상황은 대환영이지. 난 이제 새로운 뭔가를 해야해. 그렇게 하는 방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성공하면 어떻게 될 까?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이런 관점은 포용성을 넓히고 탐구 정신을 촉발한다. 이 안에는 '무 언가에 효과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성장시킬 필요가 있는 기술을 탐구 하는 과정'은 물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개방성'도 포함되어 있 다. 부정적인 무언가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가 이토록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러면 당신의 마인 드셋을 관찰하고, 그것을 바꿀 여지가 생기며, 기회를 열심히 찾게 되 고, 그런 기회에 집중하기도 쉬워진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얻은 혜택 을 맘껏 즐기게 된다.

- 코치가 코치이에게 하는 질문
코치이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게 만들어라
*당신이 가장 원하는 모습의 리더가 되기 위해 다루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무엇입니까?
*현재 당신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명백한 피드백과 암묵적인 피드백을 살펴보았을 때 현재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재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까? 대인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나 정서적인 피해 등 무엇이든 말해주세요.
*현재 상황에서 당신의 주변 사람들이 어떤 것이든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봅니까?
*현재 상황에서 당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가령 분노를 최대한 표현 하지 않는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습니까? 당신이 꿈꾼 리더라면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요?
*당신이 현재 가장 원하는 목표를 몇 마디로 간단히 표현해 보시겠습니까?

실험을 촉진하라
*이제 어떻게 할까요? 현재 상황에서 이 사안들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목표를 이루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몇 가지 작은 성공을 경험해 보면 좋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만약 두렵지 않다면 당신은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실험이 성공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성공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당신이 이 실험을 하면서 책임감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임 파 트너가 되어 당신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당신이 정상 궤도를 유지하게 도 와달라고 편하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진척 상황을 측정하고 그것을 명확히 이해하게 하라
*당신이 개선하기로 선택한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기분입니까?
*진척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피드백을 얻었습니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담긴 피드백을 받았습니까?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해석할 만한 피드백이 있었습 니까?
*당신에 대한 주변의 반응 중 예전과 다른 반응이 있었습니까? 그것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당신은 예컨대 "나는 OO('경청' 혹은 '개방성' 같은 목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요?" 같은 질문으로 피드백을 요청했습니까? 그랬다면 누구에게 요청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안심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신은 주변의 피드백을 얼마나 잘 받아들입니까? 당신이 언어적·비언어적으로 발산하는 신호는 피드백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까요?
*이제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할 수 있을까요?
*현재 목표를 계속 추구해도 좋을까요? 다른 목표를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습니까?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건은 무
엇입니까?

- "우리에게 당신의 리더십은 필요하지도 않고 개발하라고 권하지도 않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 타당했을지도 모르 겠다. 산업화 시대에는 고도로 계층화된 조직이 경쟁 우위를 누렸다. 조직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 소수가 의사결정을 독점했고 그들의 결정 이 지휘와 통제 과정을 거쳐 조직 맨 밑바닥까지 전달되었다. 이처럼 교육, 정보, 관리 기술이 소수의 전유물이던 세상에서는 이런 접근법 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변하는 오늘날 그 전략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백전백패다. 새로운 세상에서 조직은 복잡하고 모호하며 급변하는 문제에 반응해야만 한다. 따라서 오늘날 조직은 그런 문제에 명민하고 진취적으로 반응하는 직원이 절실하다
가령 혁신적인 신기술에 밝은 IT 전문가, 고객 선호도와 수요에서 드 러난 새로운 추세를 신속하게 포착하는 고객서비스 담당자,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정확히 이해할 뿐 아니라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인적자원관리 담 당자 등이 그 예시다. 요컨대 오늘날 조직에는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 동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소수를 선별해서 교육하는 전통적인 리더십 개발 전략을 사용한다면 다양한 리더 군단을 육성하기는 애당 초 그른 일이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기업이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대상자조 차 적절하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증거도 발표되었다. 리더십 개발 전 문가들인 존 젠거 John H. Zenger와 조셉 포크먼 Joseph Folkman은 세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각 기업은 직원의 5%가 리더십 잠재력이 크다 고 판단했다. 하지만 젠거와 포크먼이 360도 피드백을 토대로 살펴 본 결과 리더십 잠재력이 크다고 간주한 직원 중 42%가 사실은 평균 이하고 그중 무려 12%는 조직의 최하 25%에 포함되었다. 이런 선 택 오류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젠거와 포크먼은 조직이 전문 기 술 역량이 뛰어나고, 고도로 결과 지향적이며, 매우 헌신적이고, 조직 문화에 부합하는 사람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런 자질은 리더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 만 이런 자질은 일을 적절하게 위임하는 능력, 사람들에게 효과적으 로 영향을 주는 능력, 필요한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같이 핵심적인 리 더십 기술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다수를 역차별하는 모든 기업은 사 실상 리더십 잠재력이 훨씬 클지도 모를 무수히 많은 직원을 리더십 불모지에 내몬다. 정말이지 귀중한 인적 잠재력을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 조직이 고위급 임원을 새로 영입할 때는 위험 요소가 아주 많다. 대기업의 경우 새로운 고위 임원은 수천 명의 직원과 수십억 달러의 매출이 달린 사업을 이끌어야 할 수도 있다. 비록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고위자라는 특성상 신임 임원은 가시성이 매우 큰 지위를 차지하고, 중요한 자원을 관리하며,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만으로도 영향력 있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심지어 새 리더가 처음 몇 달간 직 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지 여부가 조직 전체의 장기적인 미래에 결 정적인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위험 요소를 고려해 최고의 조직은 가끔 외부에서 영입한 고위급 리더가 사내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 한 번은 혁신적인 IT 대기업에서 인적자원관리 임원으로 일하던 동료가 최고위급의 신규 임원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내 동료 는 신임 임원이 관리하는 부서의 눈과 귀 역할을 담당했다. 쉽게 말하 자면 그의 직속 직원과 동료들에게서 직접 수집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내 동료는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자기 선에서 여과한 다음 매주 한 차례 신임 임원을 만났을 때 그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야 기를 전달했다. 피드백의 내용은 놀랄 만큼 다양했다. 더러는 그들이 임원에게 직접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내 동료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피드백도 있었다. 또 임원의 동료들이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의사소 통 전략을 알려주거나, 리더십 전술과 관련해 상세하고 탁월한 아이디어를 전하기도 했다. 때로는 "그가 한 번씩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같이 단순하고 소소한 바람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 동료가 참여한 고위 임원 온보딩 프로그램은 유연함의 기술을 시도하기에 이상적인 순서로 진행되었다. 주기적인 회의와 그에 이은 실천, 또 다른 성찰 회의가 반복되었다. 유연함의 기술을 의도적으로 구현한다면 이런 회의가 유연성 강화 목표를 확인하고, 그 목표를 이 루기 위한 실험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실질적인 진전과 지속되는 사 안에 관한 피드백을 교환하는 기회로 전환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조직의 많은 자원이 집중 투입될 수밖에 없다. 따 라서 이런 자원 집약적인 접근법은 최고위급 임원에게만 허용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위급 임원이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런 투자는 시쳇말로 충분히 본전을 뽑는다. 유연함의 기술을 접목한 온보딩 프로그램에서 신임 임원은 경험에 집중하고 그런 경험을 리더십과 개인적 효율을 높일 기회로 바꾸어 결국 더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 인적자원관리 부서는 때로 구성원 각자의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고, 리더십과 개인적 효율을 개발하는 데 오히려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며 손가락질받았다. 인적자원관리 부서는 오래된 접근법에서 벗어나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직원 각자가 더 주도적으로 자신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 인적자원 관리 부서가 지금처럼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개인의 노력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인적자원관리 부서가 그렇게 한다면 직원들은 더 많이 학습하고 더 많이 자신을 개발할 수 있다. 게다가 조직 차원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촉진된다

- 나델라는 기존의 업무평가와 승진 체계를 완전히 뒤엎는 대담한 조치를 시행했다. 업무평가와 승진 체계야말로 모든 조직에서 가장 강력하고 전형적인 문화적 도구 중 하나다. 이것도 엔론의 사례를 통 해 알아보자. 엔론의 경영진은 돈과 두려움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동기 를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자체가 유일한 동기라고 믿었다. 그 들은 이런 믿음을 토대로 관리자들에게 1단계에서 5단계까지 직원들 의 등급을 매기라고 강요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성과 수준과는 상관없 이 직원들 중 최소 15%는 무조건 최하 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강제했다. 그리고 최하 등급을 받은 불운한 15%의 직원은 2주 안에 새 직장을 구해야 했다. 이런 과정이 구성원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나델라가 수장이 되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도 엔론과 비슷한 순위 경쟁식의 업무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최고 단계에서 최하 단계까 지 직원들을 줄 세우는 상대 평가 체계로 각 단계마다 최소 10%의 직 원이 포함되어야 했다. 이 평가 방식은 사람들을 성과 증명 마인드셋에 가둘 뿐 아니라 동료를 경쟁자로 의식하게 해 직원들끼리 협업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나델라는 그 체계를 송두리째 뜯어고 쳤다. 먼저 강제 등급화와 연례 평가 회의는 물론이고 성과 목표와 평 가 자체도 폐지했다. 대신 관리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직원 코칭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중시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 찰리 마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업무평가 체계에 홀딱 반했 다. 마셜은 그 체계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신뢰한다 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관리자에게서 질 좋은 피드백을 받도록 보장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들을 대상 으로 분기마다 실시하는 간략한 설문조사를 높이 평가했다. 이름하여 '맥박 체크 Pulse Check'다. 마셜은 정식 직원은 아니었지만 여름 동안 인 턴으로 일하면서 두세 번 '맥박을 쟀다'고 한다. 나와 대화했을 때는 이미 마지막 맥박 체크를 받고 아홉 달이나 지난 뒤였는데도 그는 당 시에 받았던 다섯 개의 질문을 글자 하나까지 똑똑히 기억했다.
1. 당신이 현재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설명하세요.
2. 그 프로젝트에서 당신이 어떤 진전을 이루었는지 설명하세요.
3. 당신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른 직원의 프로젝트나 성공을 어떤 식으로 활용했습니까?
4. 당신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했습니까?
5. 당신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어떻게 실천했습니까?

- 조직컨설턴트 밥 에커트 Bob Eckert는 조직이 더욱 혁신적으로 변하도 록 도와주는 코칭서비스업체 뉴앤드임프루브드 New & Improved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다. 2015년 에커트와 그의 팀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실수에서 가치를 찾도록 팀 리더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회사 블로그 에 소개했다. 그들은 앞으로 당신의 팀이 커다란 실수나 실패나 좌절 을 경험할 때 관리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팀 구성원 을 한자리에 모아 아래의 네 가지 질문으로 사후 성찰을 시도하라.
*당신은 이 일에서 무엇을 잘했습니까?
*당신은 이 일에서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은 이 일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습니까? 또는 무엇을 다시 배웠습니까?
*당신은 다음번에 어떤 교훈을 실천하겠습니까?
이번 성찰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의 '다음번'이라는 단어에 있다. 이 것은 당신이 동굴로 숨어들고 앞으로는 새로운 무언가를 절대 시도하 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할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인내 하며, 계속 시도하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나는 '다음번'의 조언을 포함해 위의 질문을 모두 좋아한다. 이 질문들 이 미래에 더 잘하기 위해 좋든 나쁘든 삶의 모든 경험을 활용하자는 진정한 성장 마인드셋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당신은 성장을 촉진하는 리더일까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귀감이자 훌륭한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여섯 가지를 실천하면 당신도 성장 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1. 당신의 한계와 약점, 잘못과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라.
2. 당신이 언제 어떤 교훈을 배웠는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학습에 관한 타의 모범이 되어라.
3. 팀 구성원 각자의 강점과 그들이 기여한 부분을 집중 조명하라. 그들 각 자가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지 알려 강점을 장기적으로 발달시킬 틀을 놓아주어라.
4. 불확실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당신이 몰라도 문제가 안 된다면 그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팀 전체가 힘을 합쳐 맞설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라.
5. 팀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라. 무언가를 배운다는 전제하에 실수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주라.
6. 피드백을 구하라. 당신의 리더십에 관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늘 환영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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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사장학 개론

경영 2024. 1. 4. 11:58

- 사장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장사에서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업체를 선물 보따리로 가정했을 때, 사장은 선물 상자 안의 상품이 아니다. 상품을 묶는 보자기 같아야 한다. 상품은 초라한데 보자기만 그럴듯하다면 그 조직은 더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상자 안 에 좋은 직원들을 많이 담아서 이들을 묶어내는 보자기 같은 사람이 진짜 사장이고 이 사람이 사업가로 나아갈 수 있다.
- 성공하는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의 방향보다 속도가 돋 보인다. 그들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지 않는 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업을 그르친다. 대부분의 망 설임은 심사숙고라는 멋진 말로 포장돼 있지만 포장을 까보면 낭비된 시간의 부스러기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시간이다. 그런데 생각을 깊게 한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사람은 결정의 결과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을 죽이는 것이다. 마치 기름값 싼 주유소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사람과 같다.
- 나는 결정을 즉각적으로 하고 이후에 추가 결정을 통해 결정 자체 를 옳은 결정으로 만드는 데 집중한다. 심지어는 틀린 결정을 내려도 그 틀린 결정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공이 완성돼 가는 것을 보 기에 결정을 빨리한다. 어떤 결정이든 한 달 두 달 미루지 않는다. 1 주일 2주일 미루지도 않는다. 하루 이틀 미루지도 않는다. 심지어 한 시간 두 시간도 미루지 않는다. 거의 99%의 결정이 순식간에 진행된 다. 모든 결정을 즉각 처리하고 지시하고 종결한다. 전화로 오는 요청 이든, 이메일로 오든, 십만 불짜리 문제든, 수천만 불짜리 문제이라도 즉각적으로 결정한다.
가장 잘못된 결정은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 틀린 결정은 없 다. 결정이 잘못되면 잘못된 대로 배우고, 결정이 옳았다면 큰 이득 을 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틀린 결정은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내 가 내린 옳은 결정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내린 잘못된 결정들을 수정하는 과정 덕분에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즉시 결정을 내리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가라. 어차피 인 생은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 가는 과정 이다. 결정할지 말지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이 글은 짧게 쓴다.

- 개국 공신의 반란은 결국 일어나게 돼 있다. 나는 개국 공신들의 반 란이 일어나지 않은 회사를 보지 못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회사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상황을 처리할 용기와 배짱을 지녀야 한다.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처리하라고 그 방법을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신상 정리를 잘하면 그 반란의 정도가 약하거나 처리가 쉽다는 것은 알려줄 수 있다.
일어나는 시기는 직원들 숫자로 봤을 때 빠르게는 20여 명부터 시 작하고 대부분 50명 내외에서 발생한다. 그 이유는 이때가 회사가 생 존에서 벗어나 번영으로 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50명 이상 부터는 점차 그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1) 개국공신의 반란은 반드시 일어난다.
2) 감옥에 가거나 회사가 쪼개지더라도 반드시 처리하라. 처리하지 않으면 회사는 어차피 망한다.
3) 처리 후에 회사는 급격히 성장한다. 명령체계가 작동하고 시스템이 사장 중심으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 경험상 사업가는 충고를 들어야 할 때보다 충고를 무시해야 할 때가 더 많다. 모두 충고라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은 참견, 비난, 의견, 잘난 척, 무시도 충고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고 집이 있어야 한다. 이 고집은 자기의 명확한 가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이런 기질을 두고 '고집이 세다'라며 나쁘 게 부른다. 그러나 사업가는 고집 세서 성공한 사람은 있어도 충고를 받을 때마다 의견을 바꾸면서 회사를 키운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귀가 얇은 사람은 사업을 하면 안 된다. 음식점 하나를 해도 고집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 누가 무슨 말을 해 도 밀고 나가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를 불러서 맛이 어떤지 물어볼 필 요도 없다. 그런 충고들은 듣기 좋은 소리거나 주관적인 관점이다. 누 구는 까다, 누구는 달다, 하는 소리에 매번 맛을 바꾸는 일은 가장 빨 리 망하는 길이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소비자의 전반적 평가로 개선해야 한다. 사업은 평균을 구하거나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업가의 고집은 선이다.

- 처칠과 정치적인 의견을 달리하던 한 여성 정치인이 처질에게 독설적인 비난하며 "당신이 내 남편이라면 난 커피에 독을 타서 당신에 게 줬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처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당신 남편이었다면 난 그 커피를 마셨을 거요."
간디 역시 대단한 말재주로 상대의 비난을 무색하게 한 이야기가 있다. 영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간 디를 아니꼽게 여기던 피터스라는 교수가 있었다. 하루는 간디가 대 학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피터스 교수가 옆에 다가가 앉았 다. 피터스 교수는 거드름을 피우며 간디에게 말했다. "간디 군,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돼지와 새가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 다네." 그러자 간디는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옮겼다.
"아, 걱정 마세요 교수님. 그럼 저는 다른 곳으로 날아갈게요."
- 비이성적인 비난이나 악플을 대하는 유시민 작가의 대처법은 매우 유용하다. “악플은 그 대상이 된 사람의 잘못이 아니며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악플 을 쓴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남루하며 황폐한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 이에요. 남의 문제를 가지고 왜 내가 고민합니까?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요. 싸우지 마십시오. 달래려 하지도 마십시오. 눈길을 주지도 마십시오. 악플 때문에 화를 내거나 속상해하거나 우울해하는 것은 '악플러'가 쏜 화살을 주워서 자기 심장에 스스로 꽂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 사장의 고집은 선이다. 이것은 사업가로서 반드시 필요한 특징 중 하나다. 사업가가 고집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뜻과 같다. 사업가는 절대로 귀가 얇으면 안 된다. 자신의 철학과 고 집을 통해 시장의 한쪽 귀퉁이를 찾아야 한다. 완고한 사람은 목표를 고수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성공과 목표 달성으로 이어진다. 고집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아이디어에 쉽게 흔 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갖고 누구에게 이용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할 가 능성이 적어진다. 이런 고집은 결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도 추종 하고 따르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초기 창업자의 이런 고집은 선이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 이런 완고함은 완벽히 독이 된다. 몇몇 직원들을 강하게 리드하며 일 할 때는 문제가 없어도 여러 사람의 협력을 위해 타협과 조정을 반복 하는 대규모 조직에서의 고집은 다른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 람으로 비친다. 이런 태도는 구성원들에게 나쁜 메시지를 주며 조직 이 함께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리더의 고집은 구성원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거나 리더를 필요로 할 때 접근 방식을 변경하 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다른 사람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보다 능력 많고 현명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능력보다 항상 우위일 수 없고 다수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고집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시점이 왔는데도 고집을 부리고 완고한 사람이 되면 아무리 사장이라도 결국 혼자 남게 되고 측근들 이 모두 떠나게 된다.

-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두 가지 특성으로 나뉜다. 하나는 품성이 고 하나는 능력이다. 품성은 여러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상징적으 로 표현하면 그 사람의 마음그릇의 크기다. 이 마음의 그릇은 목표에 대한 청사진, 보상에 대한 신의, 인간적 매력 등으로 다시 나눌 수 있 다. 누구든 이 마음의 그릇이 하나씩 있다. 사장보다 능력이 나은 직 원은 품을 수 있지만 사장의 마음의 그릇이 직원보다 작다면 절대로 그 직원을 자신 안에 품을 수 없다. 큰 그릇이 작은 그릇 안에 절대 들 어갈 리 없기 때문이다. 사장의 마음 크기에 따라 더 좋은 직원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기보다 일못하는 사장과 일할 수는 있 어도 마음 크기가 작은 사장과는 절대로 일하지 못한다. 사장이 비전 도 없고 믿을만하지 않고 인간미도 없으면 아무리 업무 환경이 좋아 도 결국 떠나게 돼 있다.
즉 고급 인재들을 모으려면 두 가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첫째,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사 람을 찾기보다 좋지 않은 사람을 거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사람 은 쉽게 보이지 않아도 좋지 않은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걸러낼 수 있 다. 시간 약속에 불성실한 사람, 말투에 들어 있는 무례함, 세상에 대 한 편견 등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좋은 직원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사람과 사장이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라도 나에게는 더 없이 좋 은 사람이 될 수 있듯 사람은 상대에 따라 나를 바꾸기 마련이다. 사 장이 품위 있으면 직원들도 예의를 갖추게 되고 사장이 욕을 달고 살 면 직원들도 고객들을 욕하거나 회사를 폄하하게 돼 있다.
지금 당신이 사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전 직장 사장의 마음의 그릇이 당신을 품을 만큼 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직원 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 보일 것이다.

- 성공한 기업에는 훌륭한 2인자들이 있다. 빌 게이츠에게는 스티브 발머, 워런버핏에게는 찰리멍거, 스티브잡스에겐 팀쿡 같은 인물이 있다. 삼성이 대를 이어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된 것도 이병철과 소병해, 이건희와 이학수, 이재용과 최지성같이 오너와 뜻을 같이하 는 훌륭한 2인자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2인자는 오너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오너에게 직언할 수 있는 둘만의 문화 가 있어야 한다. 단순이 충성심만 큰 2인자는 비서에 불과할 뿐이다. 2인자는 리더의 부담을 줄여주고 리더가 명분상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처리하거나 어젠다를 이끌어 내줄 수 있다. 특히 기업 내의 오너 와 직원들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통해 문제가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 도록 통로와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성공한 2인자들 은 오너보다 멀리 보거나 좌우를 살피는 역할에 능했다. 리더의 유고 시에 참모의 역할에서 빠져나와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고 피해를 입 지 않도록 대리자의 역할을 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 회사의 사정이나 변화로 할 수 없이 해고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미 국 조지아 주 노동법에 At Will 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고용주 가 직원을 해고하기를 원하거나 직원이 퇴사를 원할 때 양자 모두에 게 적용되는 개념이다. At Will이란 단어는 '마음대로 하시오'라는 의 미다. 이 말은 문장 그대로 '마음대로' 해고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군 가를 해고할 때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만약 고용주가 해고하고 싶은 직원이 있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 해 고 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이런 At Will 노동법이 매우 불리한 법이라고 생각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개념이 이직을 원하는 직원에게도 해당된다. 직원은 더 나은 좋은 직장을 찾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그러나 At Will 노 동법이 일상적일 수는 없다. 고용인은 고용주에 비해 여전히 약자이 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고를 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장들 은 이런 법 취지를 생각해 볼 만하다. 즉 해고를 너무 감상적으로 받 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직원이 언제든 좋은 일터가 생기면 떠날 수 있듯 사장도 더 좋은 직원으로 교체할 수 있고 사정이 좋지 않으면 내보낼 수 있는 권리가 있 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단지 이 말은 상대적으로 좋은 직원이 퇴 사하지 않도록 급여나 업무 환경을 개선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해고할 때 그 과정에서 늘 그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이때 모호한 표현을 쓰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접 근해도 안 된다. 관리자가 직접, 명확한 언어로 회사의 입장과 결정을 설명해야 한다. 변명을 댈 필요가 없다. 다만 퇴사하는 직원의 구직 활동에 대해 회사도 배려 할 수 있는 것은 도와야 한다. 이런 배려는 남아 있는 직원들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 사람을 해고하는 일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관리자는 한편으로 조 직 입장에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로서의 입장도 생각해야 된다. 해고된 직원의 고통과 처지를 인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혹시 있을 소송이나 사후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은 회 사나 직원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고 자체는 원칙에 따라 단 호하게 실행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미까지 잃지 않는 방법을 관리자들 이 터득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는 실수가 많은 사람이라도 다른 직 장에서는 유능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미 경직된 분위기가 시작됐는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답시고 어젯밤 경기나 날씨를 말 하는 것은 실수다. 간결하고 명확한 용어로, 그러나 예의를 잊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000씨! 안타깝게도 회사에서 당신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 리게 되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먼저 구두로 통지합니다. 그 동안 000씨의 노력과 성과를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결국 최종 결정 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이 서류는 000씨의 공식 해고 통지서입니다."
그리고 해고자가 서류를 읽을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잠시 기다 려줘야 한다. 여기까지 마치면 반은 끝난 것이다. 이때부터는 비언어 적인 몸짓, 태도, 감정에 대한 반응이 해고 이후의 감정을 다스리게 된다.
- 청하지 않은 조언이나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 장 주의할 점 중의 하나는 해고를 개인적 사건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다. 해고가 개인 의지의 결정이 아니라 회사 차원의 결정임을 알려야 한다. 직원을 해고할 때는 특정한 사실에 집중해야 하고 그 직원의 실 수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해고가 결정되었다면 그 사람의 인간성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전체 해고 시간이 30분 이상 길게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10분 이내의 너무 짧은 시간에서도 모욕 을 느낄 수 있지만 너무 긴 시간은 해고가 개인감정으로 흐를 가능성 을 만든다. 경우에 따라 퇴직금, 보상금 등 해당 지역의 특정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

- 사장은 친절을 베풀기 이전에 다음 세 가지를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첫째, 이 친절이 앞으로 평생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둘째, 지금 베 푸는 친절이 회사가 열배, 백배 커져도 유지 할 수 있는 것인가? 
셋째, 이 친절을 위해 혹시 가까운 사람이 희생되고 있지 않은가?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고래가 칭찬받을 때마다 춤을 추려면 그 큰 몸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해 보라.
*결과를 칭찬하기보다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좋다.
'보고서가 훌륭해요. 'X
'마감 지키려고 며칠 고생했다면서요.' ㅇ
*재능보다 의지를 칭찬한다.
'머리가 참 좋아요. 'X
'이렇게 성실하니 항상 결과가 좋군요.'ㅇ
*바로 즉시 칭찬한다.
'오늘 너무 잘 했어요.' X
'오늘 아침 발표 많이 준비했더군요.' ㅇ
*칭찬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오늘도 멋지네요.' X
'그 넥타이 푸른색이 재킷하고 잘 어울리네요.' ㅇ
*상대의 관점이 아닌 내 관점에서 칭찬한다.
'참 좋으시겠어요.' x
'잘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ㅇ
*때때로 말로 그치지 말고 보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
'늘 기대 이상이네요.' X
'잘 했으니 오늘 저녁 살게요' ㅇ

- 직원들과 친해지면 개인의 삶과 직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 특히 사장으로서 당신은 직원들이 당신을 좋아하기를 원하 고, 동시에 당신을 존경하기를 원하며 지시에 순종하기를 원한다. 그 러나 원한다면, 보스와 버디친구, 단짝 사이의 경계가 혼란스럽고 둘 다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일의 가장 참혹한 결과는 정말 좋은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 는 것이다. 초보 사장들은 흔히 좋은 사장이 되고 싶은 욕심에 직원들 과 친근하고 격식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일을 통해 몇 번 상처를 받으면 이번엔 반대로 너무 권위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 직원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실제로 직원들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괜히 직원들과 친구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실제 직원들이 원 하는 것은 그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그 들 하나하나가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들의 노 고에 감사하는 사장이다.
직원들의 성공은 당신과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안에서 그 들의 가치가 인정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들과 친구가 되지 말라 는 이야기가 직원들과 좋은 관계가 필요 없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나 는 당신이 직원과 친구가 아니어도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는 뜻이다.

- 이것이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불경기가 호경기가 될 때까 지 기다리고 직원들은 책임감 없는 사람들만 들어온다고 생각할 것이 다. 경쟁자가 망하기만 기다리고 미국이 이자를 언제 내리나 조바심 만 내고 새 정권이 임금 억제 정책을 써 주길 바라고 욕만 하고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이 모두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개 선할 방법이 나온다. 천주교 고백기도문에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 즉, '모든 것이 내 탓이 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로 돼 있는 고백의 기도가 있다. 다 른 사람의 잘못을 대신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 기의 허물을 반성하고 성찰하기 위한 탄식의 문장이다. 당신이 당신 회사의 경영자로 최종 책임자라면 전쟁 이외에는 모두 당신 책임이라 는 것을 받아들여라.
- 매출은 흘러가는 돈이다. 내 집 앞에 흘러가는 개울물이 다 내 물이 아니다. 장맛비에 흥분하지도 말고 개울이 커졌다고 우쭐하지 말라.
바가지에 퍼서 담아 온 물만 내 물이다. 큰 바가지를 만들 때까지 조 금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
- 각 나라별로 살펴보면 덴마크의 경우에는 한 세대가 부자가 되려 면 2세대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헝가리, 인도, 중국 같은 경우에는 7세대가 지나야 하며,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 콜롬 비아 같은 나라는 9세대 이상이 필요하다. 한국은 포르투갈, 영국, 이 탈리아, 미국, 스위스와 같이 5세대 이상이 필요한 나라로 조사됐다. OECD 평균이 4.5세대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평균에 가까운 나라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 평균적인 나라라는 점 이 아니라, 현시대에서 한 가정이 하위층에서 중산층으로, 중산층에 서 부자로 넘어가는 데에 5세대나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5세대 앞 의 조상이 누구인지 이름도 모르고, 내 5세대 이후의 자손들을 만나 보지도 못할 것이다. 부자가 되기도 힘들지만 세대 중의 한 명이 부자 가 돼도 5세대나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를 사용, 관리하는 가치가 그 집안에 문화로 들어왔을 때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바우하우스는 전통적인 권위와 사고방식을 거 부하고 주관과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단순한 형태나 기능을 강조했 다. 바우하우스의 가장 큰 목표는 독일 사회를 개혁해 발전시키는 것 이었고, 이를 위해 상업적 목적에 부합하는 형태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산업과 결부되는 디자인을 처음 시도한 것이다. 지금도 바우 하우스가 디자인 한 바이마르와 데사우 건물이나 바실리 의자, 바겐 펠프 램프등은 단순 명료함에도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여전히 고급 스럽다. 늙지 않는 디자인의 전형적인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바우하우스에게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독일의 소비재 제조 기업인 브라운을 통해 형태와 선의 아름다움, 제품 목적에 집중 한 디자인, 단색을 통해 자연스럽고 변하지 않는 멋을 담아내며 산업제품들을 예술품의 경지로 끌고 갔다. 스티브 잡스도 바우하우스에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애플에 이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의 아이폰, 아이팟 디자인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 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모던 디자인 제품은 전통적인 디자인에 비해 몇 가지 잠재적 장점 이 있다. 간결한 선과 단색 위주의 제품은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다 른 제품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장점도 있다. 또한 전자적 기능과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편리하다. 단순한 형태에서 나오는 안정성이 내구성을 향상시켜 제품의 수명을 늘려주기도 한다.
이런 모던 디자인 제품의 장점들 때문에 현대 사회는 앞으로 절대 로 모던 제품을 버리지 못한다. 앞으로 고급 시장은 모두 모던이 차지 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기 전까지는 이런 모던 제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산업에서 모던 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모던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기업가들은 퇴보하거나 전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사업에 모던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국교가 있는 나라에서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과 같다. 그러므로 아직 모던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빨리 모던으 로 개종하길 바란다.

- 걱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미리 하는 걱정은 걱정대로 이뤄진다. 지나친 염려는 위로도 안심도 되지 않는다. 회사 분위기를 항상 우울하게 만들고 주변 모두가 짜증을 부리거나 신경질적인 사람들로 가득하게 한다.
- 사장은 결정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는 업무를 일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니 착하기만 한 사람은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없다. 착한 것 은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착한 것은 세상이 다 착할 때만 좋은 것이 다. 그러나 세상은 단 한 번도 다 같이 착해 본 적이 없으니 두려움 없 이 착함을 조금 버리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 가족을 포함한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라도 착함을 유지할 여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주변에 의견을 물을 때 이건 너 무 좋은 의견이라며 다들 찬성하는 사업은 오히려 성공확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주변에서 적극 말리거나 사업성이 없다고 하는 사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성이 없다는 사업들은 아직 아무 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라서 시장이 비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업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고 어떤 근거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에 어 렵다고 느껴져서거나, 관심이 없는 상태를 '사업성 없다'고 말하는 경 우가 대부분이다.
- 사실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여러분이 창업한 회사는 5년 생존 율이 30%가 안 된다. 70%의 사업이 망한다는 뜻이다. 70%가 망한다 는 통계에 절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30% 성공확률에 환호하는 사 람도 있다. 세 번에 한번은 성공한다는 뜻이니 당신의 환영 받지 못한 아이디어도 세 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새 아이디어에 부정적 반응이 많으면 좀 더 긍정적으 로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새 사업은 부정적 판단을 뚫고 나온 것들 이지, 결코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태어난 새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이라는 대중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관점을 바꾸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번도 성공을 맛보지 못할 것이 다. 자신을 믿는다면 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사장의 제1태도다.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 디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무시했어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업 모델 들은 다음의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가 해결하 고 시작해야 하는 특징들이다.
- 배를 만드는 것은 나의 노력이지만 바람이 부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도 없는 사람은 어차피 성공하지 못하겠지만 배를 가 진 사람이 모두 성공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수많은 성공 공 식이 존재한다. 심지어 여러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을 물리학자, 컴퓨터 과학자들이 수년 동안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확보한 후 '계량 적 과학 도구로 이것을 분석했다'고 주장하는 공식도 있다.
- 모든 색에 존재하는 공통된 색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만 모든 색을 모으는 순간, 검게 변할 뿐이다.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운에 맡기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내 가 간직할 만한 가치를 찾아 나만의 성공 방식을 따로 만들어내야 한 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미 심마니가 지나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삼은 찾기 어렵다. 그를 따라가되 나의 길을 따로 만들어서 가야 한다. 이것이 죽은 지식 에서 산 가치를 얻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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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소비자의 마음

경영 2024. 1. 1. 09:45

- 우리는 자신의 뇌를 통제하고 생각과 행동을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모든 일을 복잡하고 논리적으로 실행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뇌의 의식 영역은 너무 느려서 생존에 필요 한 무수한 일을 그때그때 결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 중 99퍼센트를 잠재의식이 담당한다. 뇌의 두 시스템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 그래서 포커스 그룹이 자신은 A라는 치약을 사고 싶다고 답변하고 실제로는 사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고의적인 거짓말은 아니다. 나중에 어떻게 결정할지 모를 뿐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이유는 두 영역의 언어가 다르기 때 문이다.
- 기억의 축적
브랜드는 고객의 기억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뇌에 쌓인 기억은 전반적인 인상을 남긴다. 특정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고객의 뇌는 무수한 정보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여 잠재의식 파일에 저장한다. 그 기업 에 대한 인상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꾸준히 바뀐다."
그런데 기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답은 복잡하다. 이 질문에는 수많은 진실이 들어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외면한다. 뇌에 쌓이는 기억을 캐비닛 속 서류 나 클라우드에 저장한 사진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하나의 기억은 실제 일어난 일을 세심하게 복제한 것이고, 안전하게 보관하면 보고 싶을 때 마다 볼 수 있으며, 이후에는 똑같은 상태로 저장된다고 말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뇌가 부정확하게 해석한 내용을 기억한다. 게다가 그 기억을 꺼낼 때마다 내용이 조금씩 바뀐다. 우리가 뭔가를 더 많이 생각할수록 원본에서 더 멀어진다. 좀 허탈한 일이다.
사람의 뇌는 편의에 맞추어 기억을 계속 바꾼다. 자신을 더 멋지게 만들고, 어떤 부분은 과장하며, 타인의 비중을 줄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의식 영역에서는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거짓 기억을 만들기 도 한다. 소설이나 광고속 사건인데 실제로 일어난 일로 착각할 수도 있다. "
- 잠재의식이라는 코끼리는 끝없이 보상을 찾고, 그것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는 현재 상태를 선호한다. 사람의 뇌를 '기분 좋
게 해주는' 화학물질은 4가지다. 쉽게 외우려면 머리글자를 딴 DOSE를 기억하자.
도파민dopamine: 기대
옥시토신oxytocin: 공감과 유대감
세로토닌serotonin: 좋거나 나쁜 기분
엔도르핀endorphins: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고통이나 불쾌감 억제
- 4가지 화학물질 중 비즈니스와 가장 관련 깊은 것은 도파민이다. 구 매 행위의 95퍼센트는 습관이 이끄는데, 습관은 보상에 대한 기대 때 문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보상이 가장 중요할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상받기까지의 과정이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Robert Sapolsky 20는 도파민이 언제 분비되 는지를 연구했다. 실험을 계획한 그는 불이 켜졌을 때 단추를 10회 누 르면 간식을 받는다고 원숭이들을 가르쳤다.
이제 도파민이 언제 분비되기 시작할까? 언제 가장 많이 분비될까?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간식을 받아 먹을 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는 불이 켜질 때 도파민이 나오기 시작했고, 단추를 누르는 동안 가장 많이 나왔다. 간식이 나오자 도파민은 더 이상 분비되 지 않았다.
상황이 불확실해지면 더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단추를 누르면 간식이 나오는 확률을 50퍼센트로 줄여 불확실성을 높였더니 도파민 분비량이 2배가 되었다! 규칙을 바꿔 간식이 25퍼센트나 75퍼센트 확 률로 나오게 하자 도파민은 매번 줄 때와 50퍼센트만 줄 때의 중간 정도 분비되었다.
계획을 짜고 고객 체험 지도customer experience journeys를 작성할 때 이 실험을 명심하기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상에 이르는 여정이다.
- 거울뉴런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느낌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오른팔에 다른 사람의 몸이나 물건 이 닿으면 우리 뇌도 오른팔에 똑같은 것이 닿은 것처럼 반응한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anur Ramachandran 이 테드TED 강연에서 설명 했듯이, 똑똑한 통증수용체와 촉각수용체가 “걱정 마. 누군가가 만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저 공감하는 거야”라고 뇌에 알림으로써 접촉을 실제로 착각하지 않게 해 준다. 심지어 팔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주사를 맞더라도 우리는 촉각을 경험하고 느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거울뉴런 때문이다. 매혹적인 일이지만 이런 궁금증이 들 수도 있다. '비즈니스와 행동경 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왜 이런 내용을 소개하지?' 거울뉴런을 적 용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 다른 사람이 뭔가를 구매하는 장면을 본 사람은 뭔가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튜브 영상 마지막에 커서가 '구독'을 클릭하는 장면을 보여 주면 구독자 수가 크게 많아진다.
*웹사이트 이미지의 부적절한 얼굴 표정은 엉뚱한 거울뉴런과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거울뉴런이 자극받고 해당 브랜드를 이전과 다르게 경험하고 분류한다.
*고객의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맥락이 중요하다(찻잔 사진을 떠올려보라).
*고객과의 관계는 악순환 아니면 선순환이다. 부정적인 내용을 내 놓으면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긍정적인 내용을 내놓으면 더 긍 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 단어 선택과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 직원의 태도 모두 기업 이 미지에 중요하다. 소비자는 의식하지 못하고 설문조사에서도 분명히 표현하지 못하지만, 거울뉴런은 기업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 내 가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다. 선택의 결과를 생각하든 말든 결과는 직원과 동료,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 리의 과제는 그 과정을 최고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묻고 싶다. 그런 데도 안 할 이유가 있는가?
- 다르면서도 옳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는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의식 영역이 처 리하는 정보량은 초당 40비트인 반면 잠재의식은 초당 1천1백만 비트 다. 정보 한 조각이 잠재의식의 필터를 통과하여 의식 영역으로 갈 때 다른 정보 27만 5천 개는 중요하지 않다고 분류되었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뇌는 27만 5천 개 중 하나가 중요하다고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두 사람 모두 옳을 수 있다. 오히려 시각을 달 리할 기회로 받아들이면 더 흥미로운 해결책과 기회를 찾을 수도 있 다. 로리 서덜랜드Rory Sutherland가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Alchemy > 2"에서 말했듯이 "좋은 아이디어의 반대도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 언어유희로 단점을 장점으로 돌변시키는 데 탁월한 분야가 부동산 광고다." '세입자 구함' 광고에서 '안온한'이라는 말은 '좁은'보다 훨씬 좋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멋들어진'은 '오래된'보다 훨씬 호감을 준다. "전원생활을 좋아하신다면 널찍하고 쓸모가 많은 마당이 딸린 이 안 온하고 멋들어진 집을 꼭 보셔야 합니다."
"직장이 어디든 차를 몰고 다니기 너무 먼 이 집은 바깥이 볼썽사납 고・・・・・・ 너무 좁고 오래됐으며, 프라이버시 보장도 안 됩니다. 마당에 나무가 하나도 없거든요"라고 하는 것보다 위 문구가 훨씬 그럴듯하지 않은가?
- 심플리 오렌지Simply Orange라는 주스 브랜드는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 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사랑스러운 광고를 만들었다. 그 주스는 오렌지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았고 농축액을 희석하지도 않았다고 설 명한다. 진열대에 있는 다른 브랜드의 주스들도 똑같이 만들었을 수 있 지만, 소비자들은 정확히 모른다. 심플리 오렌지는 트로피카나나 다른 스토어 브랜드보다 더 정성을 들였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사실과 다 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광고에서 뭔가를 자랑하면, 여러 제품이 똑같더라도 고객의 뇌에는 그 상품이 업계 최고로 각인된다.
이것이 프레임이다. 일단 A가 어떤 주장을 하면, 다른 경쟁자들도 그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A의 것이 된다. 다른 업체들이 똑같이 주장하면 못나 보이거나, 제일 먼저 주장한 A의 브랜드를 상기시킬 뿐이다.
- 기준점을 제시할 때 1개에 1달러'라고 표시할 때보다 '10달러에 10개'라고 표시하면 판매량이 많아진다. 또한 구매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하면 더 많이 팔린다. 이 실험에서는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수프 10센트 할인!
.*수프 10센트 할인! (4개 한정)
*수프 10센트 할인! (12개 한정)
어떻게 됐을까? 수프를 여러 개 사서 쟁여 두고 싶은 사람은 조건에 상관없이 구입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너무 논리적인 생각이다.
구매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하지 않을 때는 평균 구매량이 수프 3.3 캔이었다. 4개로 한정하면? 3.5 캔으로 약간 올라갔다. 12개로 한정하면? 2배로 늘어서 평균 7개가 팔렸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 시간은 가치재라서 할애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정말 바쁘지만 예약을 끼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안된다. 코스트코가 구입 시기에 엄격한 것처럼, 시간에 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그만한 가치를 낳는다. 병원이나 마사지숍, 치과를 생각 해 보라. 예약이 차면 그걸로 끝이다. 때로는 몇 달이 꽉 차 있을 수도 있다. 이때 고객들은 그 의사의 시간을 더 비싸게 느끼므로 예약을 취 소할 가능성이 낮다. 의사에게도 이익이다.
여러분이 "다음 주에는 가능한 시간이 한 타임밖에 없는데, 지금 예약하시겠어요?"라고 하면 상대방은 약간 불안해하면서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 산업 분야나 직무에 상관없이 희소성을 적용하기 가장 좋은 자원은 시간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고객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정표를 보고 빈 시간이 없으면 거절해야 한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목요일에 시간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괜찮다. "목요일은 힘들지만 금요일 오전 11시는 괜찮은데 어떠세요?"
대답할 때 친절하고 협조적인 태도는 유지하되, 무슨 일로 바쁜지 구구절절 해명하려는 충동에 휘둘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어, 제가 목요일에 온종일 고객과 미팅해야 해서 안 되고, 수요일에도 힘든데 그 이유는 "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보다 그 일들이 더 중요합니다'라는 의미를 상대에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셈이다. 진행 중인 다른 업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그것이 화제의 중심에 서 벗어나고 우리 시간이 귀하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러면 우리 시간이 비싸진다. 상대가 처음 제안한 시간과 우리 일정이 맞지 않는 것은 미 안해할 일이 아니니 사과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시간이 부족하면 잠재 고객들은 그 시간과 우리를 더 가치 있게 여긴다. 특히 우리의 대답이 친절하면 더욱 그렇다
- 확실히 포만감과 음식의 양은 위장보다는 눈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새 봉지를 뜯거나 컵의 눈금을 보거나 리필을 요청하는 것 등 우리 가 결정할 기회가 많아지면 그동안 먹은 양을 의식할 기회와 인지 처 리의 양도 많아진다. 회사나 소비자 입장에서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결정할 기회를 없애는 것이 나을 수도 있 다. 결정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다 마음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 플릭스가 매달 구독을 유지하겠느냐고 묻고 그때마다 우리는 구독 여 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구독자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매달 묻는 방식을 구독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보장도 없다.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을 중간에 한 번씩 중단시키는 분할 partitioning 은 무의식적인 음식 섭취나 돈 낭비를 막아 줄 때도 유용하지만, 기업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때도 적용할 만하다. 근무 시간에 직원들이 일어나 돌아다니도록 모니터에 팝업창을 띄워 알리는 것도 그중 하 나다. 안 풀리는 문제를 걷는 동안 곰곰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처럼 분할을 활용하면 직원들이 뇌를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고 회사 의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으므로 윈-윈 전략이다.
언뜻 보면 중요하지 않은 변화도 분할 역할을 할 수 있다. 잠깐이라 도 멈춰서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 단,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약해진다. 보통 쿠키 상자에는 칸막이처럼 흰 종이가 끼워져 있다. 이 종이 는 무척 흔해졌기 때문에 먹는 양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험에 의하면 흰 종이가 있는 쿠키 상자를 받은 사람들의 94퍼센트는 종이가 없는 쿠키 상자를 받은 사람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쿠키를 모두 먹었다. 20개들이 쿠키 상자에 색깔이 다채로운 칸막이 를 끼웠다면 어떨까? 먹는 속도가 느려졌고, 쿠키를 모두 먹은 사람은 22퍼센트에 불과했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의식 영역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
- 결제와 소비는 일종의 상호 보완관계다. 결제는 소비의 즐거움을 갉아먹지만, 소비는 결제의 고통을 무디게 해 주기 때문이다. 결제의 고통이 소비의 기쁨 과 완전히 분리되면 한쪽을 다른 한쪽보다 훨씬 강하게 느끼거나 양쪽을 확실 하게 경험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는 고통이 제거되고, 새로운 상품을 손에 넣 었다는 즐거움만 있다. 하지만 청구서가 도착할 때까지만 그렇다. 청구서를 보면 고통만 남는다.
- 일반적으로 사치품이나 호화로운 여행, 이벤트는 미리 결제하는 것이 훨씬 기분 좋다. 결제의 고통을 먼저 겪고 잊어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에 대한 기대 때문에 미리 결제할 때 느끼 는 고통도 덜하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결제하면 이미 누린 즐거움보 다 지금 결제하는 금액이 더 크게 와닿는다.
반면 시간이 지나도 큰 혜택을 누리는 주택이나 자동차, 세탁기 등 고가 상품들은 사용하면서 결제해도 괜찮다. 주택 융자금을 매달 내 더라도 그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후회스럽지 않다. 만일 집값 을 모두 치러야 들어가 살 수 있다면 집을 소유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 할인은 전략적으로 잘 사용하여 희소성을 자극하면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비싸 보일까 봐 걱정돼서 할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할인의 목적이 특별한 기회를 준다기보다 가격을 말 할 때의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거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가격을 자신 있게 말하려면 평소에 날씨나 시간을 말할 때처럼 거리 낌 없이 말하는 연습을 해 두는 게 좋다. 고객이 상품을 살 여력이 되는 지, 또는 상품이 그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살 여력이 된다고 믿고 미소 지으며 가격을 말하면 된다.
-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거나 모든 선택지를 보여 주려는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 뇌가 얼마나 빨리 피곤해지는지를 보여 주는 '선택의 역설'을 떠올려 보 라. 우리가 할 일은 고객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선 고 객의 구매 경험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찬히 궁리하고, 그다음에는 선택 지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줄이는 것이 좋다.
- 뇌의 의식 영역은 묶음 가격을 부르는 것이 소용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계산 하면 다 나오는데 그렇게 소개하는 건 생색만 내는 짓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결제의 고통에 관해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라. "수수료 5달러 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소정의 수수료 5달러가 있습니다”라고 말 하면 고객이 부담을 적게 느낀다. 시시해 보이지만 그런 표현은 효과가 있다. 이처럼 게으른 뇌를 위해 일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 확률이 높아 진다.
-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3만 5천 번 결정한다. 169 이상적으로 하루에 8시간을 잔다면 1시간에 2,187가지, 즉 1분에 36가지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놀랍지 않은가?
삶이 의식하지 못하는 선택의 연속임을 감안하면, 고객이나 동료가 때때로 다른 데 정신이 팔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선택 대 부분은 잠재의식이 관할한다. 누군가의 습관 주기를 깨고 행동을 바꾸 고 싶다면, 즉 잠재 고객이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제품을 쓰거 나사게 하려면 여러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몇 년 동안 나는 수많은 광고를 검토하고 조언했다. 광고나 웹사이 트, 페이스북 포스트, 그 외 여러 곳의 광고에서 자주 나타나는 실수는 상품에 관한 설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기왕 홍보할 거면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자는 식이다.
앞에서 배웠지만 그런 방식은 게으르고 금방 지치는 뇌에 효과가 없 다. 내용만 많고 분명한 방향이 안 보이면 '추후 검토' 파일에 들어가서 먼지만 뒤집어쓰다 잊힐 것이다. 설문 양식, 우편, 이메일, 웹페이지를 막론하고 광고는 간결할수록 좋다. 나는 광고를 구상할 때 이 질문을 해 보라고 고객들에게 말한다. "이것을 보는 사람이 단 하나만 할 수 있 다면 무엇이 좋을까?"
- "행동 변화를 목표로 삼으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간과하기 쉽다.
'사람들은 왜 지금까지 이렇게 행동할까?' 하는 질문 말이다." (캐스 선스타인(《넛지> 공동 저자) 
- 체중 조절을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에 돌입하겠다는 결심을 토요일에 한 적 있는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하겠다고 말이다. 일요일 내내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추며 흥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 날 알 람이 울릴 때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의욕이 사라지지 않았는가? 그 이유는 시간 할인time discounting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는 '월요일부터 시작해야지 효과'라고 부른다. 연구에 의하면 뇌는 미래의 자신을, 예 를 들어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러 나가는 자신을 전혀 다른 사람으 로 본다.198 '미래의 나'를 약속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현재의 나'가 알 람이라는 힘든 현실에 직면하면 '5분 후' 버튼을 누르는 것이 더 쉽다. 그래서 실행은 다시 미래의 내 문제가 돼 버린다.
시간 할인을 극복하고 행동경제학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오늘 시작해야 한다. 심사숙 고해서 이끌어 낸 질문을 파헤치거나 평소와 다른 손으로 양치질하면 서 말이다. 연구에 의하면 평소와 다른 손으로 양치질하면 하루를 더 창조적으로 보낸다. 199 어떤 일을 내일로 미루고 싶다면 왜 그래야 하 는지를 자문해 보자.
그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뇌에 증명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 을 궁리하고 실천하자.
- 뇌는 우리가 초인적인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할 일을 적게 계 획하는 것을 실패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일 할 일 목록'에 1가지만 적고 시작하면 어떨까? 그렇다. 1가지. 생각만 해도 불편한가? 이유가 뭘까? 할 일 목록에 1가지만 적고 2가지를 해내면 뿌듯할 텐데, 왜 우 리는 결국 실망으로 끝날 10가지를 적어 놓아야 안심이 될까?
뇌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방향을 돌리려면 새로운 기준점을 정 하고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할 일 목록에 10가지가 있고 그중 3가지만 완수한다면 자신이 실패자라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일 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 오늘 못 한 7가지가 내일의 할 일 목록에 추가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불안감 때문에 뇌는 동요하고 마음 편히 잠 을 이루지도 못한다.
- 내일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 절대 미룰 수 없고 끝내기 전에는 침대 에 누울 수도 없는 1가지만 적으면 무시하기 힘들다. 그 일을 끝내고 시 간이 남아 2가지 일을 더 했다면 어떨까? 기분이 날아갈 것이다. 슈퍼맨 처럼 자신감이 넘치고, 잠도 잘 자고 개운한 몸으로 일어나 내일의 과제 1가지를 해낼 준비를 할 수 있다.
그 중요한 '1가지'를 어떻게 선택해서 최우선 순위로 정할 것인가? 일단 목표를 3가지로 줄인다. 그렇다. 일과 삶을 통틀어 3가지만 찾는 다. 나는 수많은 고객이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돕는다. 
- 이처럼 언뜻 중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 매달려 질질 끄는 행동을 바이크셰딩bikeshedding이라 한다.200 핵발전소 설계를 맡은 그룹 이 우선 자전거 보관소를 설계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쓴 데서 유래한 용어다. 사소한 일은 실패하더라도 여파가 작기 때문에 거 기에 집중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다음 항목들이 보여 주듯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한다. 여러분 뇌가 지시하는 일이 그 순간 그렇게 중요한가? 진짜 목표인 두렵고도 큰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가? 그렇다면 그 일이 진짜 목표를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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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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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모든 것

경영 2023. 11. 19. 15:25

- 혁신은 경이로운 보상이라는 당근 또는 빈곤이라는 채찍을 제공한다. (조지프 슘페터 Joseph Schumpeter)
- 케임브리지와 교토 대학교에서 연구했던 존 컨스터블은 우리가 번영을 누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에 의지한다고 지적한다.
모두 예외 없이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서 멀리 벗어난 물리적 상태에 있 으며, 세계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런 편리한 배치에 이르렀고, 그 과정은 때로 아주 오래 걸렸다. 이 에너지 전환을 이용함으로써 우주의 한구석, 즉 우리 세계의 엔트로피는 줄어들고, 대신 다른 어딘가의 엔트로피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우리 세계가 더욱 질서 있고 더욱 있을 법하지 않은 상태 가 될 때, 우리가 더 풍족해질 때, 그 결과 우주는 전체적으로 더 무질서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혁신은 에너지를 써서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을 만들 새로운 방 법을 찾아내고, 그 방법이 널리 퍼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뜻한다. 혁 신은 발명 이상이다. 혁신이란 어떤 발명을 사용할 가치가 있을 만큼 충 분히 실용적이고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고 널리 퍼질 수 있 도록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에드먼 드 펠프스Edmund Phelps는 혁신을 "세계 어딘가에서 새로운 관행이 되는 새로운 방법이나 생산물"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에서 나는 발명에서 혁

- 어떤 사업이 성공했다면, 누군가가 그 전에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터 드러커)
- 뉴커먼 증기기관은 현대 세계를 낳은 어머니였다. 기술이 일의 생산성을 환상적인 수준으로 증폭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고, 점점 더 많은 이를 밭, 개수대, 작업장의 지루한 일에서 해방시켰다. 그 장치는 중요한 혁신 사례다. 그러나 그 출현 과정은 수수께끼처럼 모호하다. 그 장치는 드니 파팽으로 대변되는 영국과 프랑스에서의 과학 발전 덕분에 탄생했을까? 아마 조금은 그러했겠지만, 뉴커먼은 분명히 과학을 전혀 몰랐다. 커다란 청동 실린더와 피스톤을 만들 수 있게 한, 17세기 말 야금술(광석에서 금속 을 골라내는 방법이나 기술옮긴이)의 발전 덕분일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영 국의 숲이 줄어들면서 장작 가격이 올라가는 바람에 석탄 채굴산업이 급 격히 팽창하고 그에 따라 펌프 장비의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일까?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자본, 투자, 기업가의 출현으 로 이어진 유럽 북서부의 교역 확대 때문이었을까? 어느 정도는 확실히 그렇다. 그런데 왜 중국, 베네치아, 이집트, 벵골, 암스테르담 또는 다른 어 떤 교역 중심지에서는 이런 조건이 결합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필이면 왜 1612년이나 1812년이 아니라 1712년이었을까? 혁신은 훗날 돌이켜 보면 아주 명백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 사실 1870년대 말까지 스물한 명이 독자적으로 백열전구를 설계했다 거나 중요 개선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독자적으로 개 발을 했다. 슈프렝겔sprengel 수은 진공펌프처럼 전구 제조에 기여한 중 요 기술을 창안한 이들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그중에 스완은 에디슨 이 함께 사업을 하자고 나설 수밖에 없을 만큼 철저히 연구를 했고 충분 히 좋은 특허를 지닌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실 전구 이야기는 에디슨이 라는 영웅적인 발명가의 중요성이 아닌 정반대의 방향을 비추고 있다. 점진적이고 집단적이면서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과정으로서의 혁신을 말이다. 전구는 당시에 조합된 기술로부터 불가피하게 출현했다. 다른 기술의 발전을 고려할 때, 그 시기에 출현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에디슨은 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다. 비록 전 구의 구성 요소 대부분을 그가 최초로 발명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또 1879년 10월 22일에 그에게 갑작스럽게 유레카의 순간이 찾아오면서 돌파구가 열렸다는 널리 퍼진 이야기가 대체로 후대에 지어낸 전설이라 고 해도, 전구의 모든 것을 하나로 끼워 맞추고, 전기를 생성하고 공급하 는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기름램프와 가스램프라는 기존 기술에 도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최초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 면 영감이 번뜩였다는 이야기보다 이쪽이 훨씬 더 인상적이지만 그러면 우리의 허영심이 충족되지 않는다. 즉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 명석하다고 여겨지는 쪽을 더 좋아한다. 또 에디슨 전구를 (대체로) 신뢰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이기도 했다.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오래가 는 전구를 만들었다는 자신만만한 주장을 대뜸 펼쳤기에, 그는 그 호언 장담을 입증하기 위해 미친 듯이 탐색을 시작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에 서 흔히 쓰는 '이룰 때까지 이룬 척하라fake it till you make it'라는 말과 똑 같다. 그는 탄소 필라멘트를 만들 이상적인 재료를 찾기 위해 6,000가지 가 넘는 식물 재료를 시험했다. 에디슨은 간절히 원했다. '전능한 신의 작업장 어딘가에 우리 용도에 딱 맞는 기하학적으로 탄탄한 섬유를 지 닌 식물이 있다. 1880년 8월 2일에 마침내 일본 대나무가 선정되었다. 1,000시간 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재료였다.
- 핵물리학자 버나드 코언 Bernard Cohen은 1990년에 출판한 책 <핵에너 지대안The Nuclear Energy Option>에서 1980년대에 서양 대다수 국가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된 이유가 사고, 누출, 원자력 폐기물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규제 때문에 비용이 거침없이 증 가한 탓이라고 했다. 그의 진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 해졌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원자력을 위한 착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파워 포인트 발표 형식으로 공학자가 제시한 핵분열 원자로 설계안은 수백가 지나 된다. 그중에는 벌써 예전에 작동 가능한 시제품 수준에 이르렀고, 기존 경수로 원자로만큼 자금 지원을 받았다면 거기에서 더 나아갔을 것 들도 있다. 이들은 크게 액체금속 원자로와 용융염 원자로라는 두 범주 로 나뉜다. 후자는 불화토륨이나 불화우라늄의 염을 이용하며 아마도 리튬, 베릴륨, 지르코늄, 소듐 같은 원소도 함께 쓰일 것이다. 이런 설계 의 주된 이점은 연료를 고체 막대가 아니라 액체 형태로 사용하여, 냉각 이 훨씬 균일하게 이루어지고 폐기물 제거도 더 쉽다는 것이다. 고압으 로 운전할 필요도 없으므로 위험도 줄어든다. 용융염은 연료일 뿐 아니 라 냉각제이기도 하며, 뜨거워질수록 반응이 느려지는 절묘한 특성 덕분 에 노심용융(원자력 발전에서 원자로가 담긴 압력용기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 서 중심부인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것-옮긴이)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특정한 온 도를 넘어서면 녹아내리는 마개도 설계에 들어 있다. 그러면 연료가 다 른 곳으로 빠져나가면서 분열이 중단된다. 제2의 안전장치다. 체르노빌 원자로와 비교하면 안전성이 천양지차다.
토륨은 우라늄보다 더 풍부하다. 또 사실상 우라늄233으로 전환함으로써 거의 무한정 쓸 수 있다. 동일한 양의 우라늄 연료보다 거의 100배 나 많은 출력을 낼 수 있다. 또 분열성 플루토늄을 생성하지 않는다. 반감 기가 더 짧은 폐기물도 덜 생성한다. 미국에서 소듐 냉각재를 쓰는 잠수 함이 1950년대에 운항했고, 1960년대에는 토륨 용융염을 쓰는 실험용 원자로가 두 기 제작되었지만 모든 돈, 훈련, 관심이 우라늄을 쓰는 경수 로 설계에 쏠리면서 토륨 이용 계획은 결국 무산되었다. 다양한 나라가 이 결정을 되돌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제로 앞장서서 그 사업에 뛰어든 나라는 전혀 없다.
설령 토륨 원자로를 상용화한다고 해도, 원자력이 '너무 싸서 사용량 을 따질 필요도 없는 날이 올 것이라는 1960년대의 유명한 약속이 실현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저 원자력이 혁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해봄으로써 배우는 것 말이다. 발전소 자체가 너무나 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험을 통한 비용절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건설 도중에 설계를 바꿀 수도 없다. 짓기 전에 설계안 하나하나가 엄청난 규제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설계하고 그 설계를 고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았다가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기술이든 간에 이런 방식을 쓴다면 비용 을 낮추고 성능을 향상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컴퓨터 칩을 1960년 단계 에 머물러 있게 할 것이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이집트 피라미드처 럼 일회성 사업의 형태로 짓고 있다.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래로, 활동가와 대중은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한 추정에 따르면 석탄이 원자력보다 출력 단위당 거의 2,000배나 많은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바이오에너지는 50배, 가스는 40배, 수력은 열다 섯 배, 태양력은 다섯 배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다가 지붕에서 떨어져서), 심지어 풍력도 두 배 더 많다. 이 사망자 수에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 고로 죽은 이들도 포함된다. 추가 안전 조항은 그저 원자력을 아주아주 안전한 시스템에서 아주아주아주 안전한 시스템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혹은 덜 안전하게 만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재난을 생각해보자. 후쿠시마 발전소는 설계 측면에서 안전성에 엄청난 결함이 있었다. 펌프가 조석파에 쉽게 잠기는 지하실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 후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적은 단순한 설계 실수다. 이 원자로는 오래 되었기에 만약 일본이 새 원자로를 계속 지어왔다면 훨씬 전에 가동을 멈추었을 것이다. 비용 부담을 높이는 과잉 규제로 인해 원자력의 확대 와 혁신이 억눌리는 바람에, 후쿠시마 발전소는 사용연한을 지나서까지 가동되었고, 그리하여 안전에 취약해지고 있었다.
- 값싼 가스, 값싼 석유 과잉 상태는 2015년 OPEC이 수압파쇄 채굴업 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의도한 것이지만, 정반대 효과를 낳았다. 약한 기 업은 사라졌지만 생존기업은 석유 배럴당 60, 50, 40달러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값싼 탄화수소 덕분에 미국 제조업은 유 리한 입장에 섰고, 화학업체가 미국으로 빠르게 '본국 회귀'를 하고 유럽 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했다. 영국을 비롯한 12개국의 에너지 정책은 화 석연료의 가격이 끊임없이 올라감에 따라서 풍력과 원자력이 덜 비싸게 여겨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수립되었는데, 거의 하룻밤 사이에 값비싼 어리석은 짓이 되었다.
이 혁신은 왜 미국에서, 오래되고 효력이 다된 그리고 원유와 가스가 잘 탐사된 지역에서 일어났을까? 어느 정도는 재산권 때문이다. 채광권 이 국가가 아니라 지주에게 속하기 때문에, 또 멕시코에서 이란에 걸친 여러 나라에서 그랬던 것과 달리 석유회사를 국유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는 풍부한 위험자본의 지원을 받는 '모험' 산업 형태의 경쟁적이 고 다원적이고 진취적인 원유 채굴업체가 있었다. 초기 수압 파쇄 채굴업체는 엄청나게 대출금을 많이 받아 쓴 뒤에야 흑자로 돌아섰다. 그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요 혁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기업은 일반적으로 지주와 더 사적으로 만날 수 있기에, 지주로부터 채광권을 대여하는 데 유리한 편이다. 많은 소기업이 셰일 생산을 열정적으 로 추구했고, 그들은 다양한 채굴 방법을 여러 분지에서 시험하고 실행하여 완성했다. 이런 '실험실들은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었고 경제적 성공을 낳 았다.
- 백신 접종은 혁신의 흔한 특징 중 하나를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을 이 해하기도 전에 이미 이용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과 발명은 '왜 작동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 적으로 쓰여왔다. 치명적인 질병의 균주에 노출해서 그 병을 막는다는 메리의 개념이 18세기의 합리적인 사람에게는 분명 어처구니없어 보였 을 것이다. 그 개념은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를 지니고 있지 않았으니까. 18세기 말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등장하고서야 백신 접종이 어 떻게 그리고 왜 효과가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파스퇴르는 발효된 액체를 끓인 뒤 공기를 통해 운반되는 병균에 노 출되지 않는 한 액체가 더 이상 썩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있음을 보여줌 으로써 병균이 미생물임을 증명했다. 그는 그 액체를 담은 유리병 주둥 이를 백조 부리처럼 길게 구부려서 세균이 지나갈 수 없도록 만든 뒤 그대로 열어둠으로써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걸 결정적으로 입증했다. 그는 1862년에 이렇게 자랑했다. "자연발생 교리는 이 단순한 실험이 입힌 치 명적인 타격에서 결코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감염병을 미생물(세균과 훨씬 더 작은 바이러스의 구분은 아직 이루 어지지 않은 때였다)이 일으킨다면, 접종을 미생물의 특성 변화와 그 미 생물에 대한 인체의 취약성 변화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파스퇴르의 설명은 행운으로 이끈 우연한 사고의 산물이었다. 1879년 여름 그는 휴 가를 떠나면서 조수인 샤를 샹베를랑Charles Chamberland에게 닭 콜레라균 이 들어간 닭고기 수프를 닭에게 먹이는 일을 맡겼다. 콜레라균의 특성 을 이해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 중 일부였다. 그런데 샹베를랑은 지시를 까맣게 잊은 채 자신도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와서 실험을 했더니, 상한 수프가 닭을 앓게 할 수는 있지만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마도 직감에 따랐겠지만, 파스퇴르는 정상적이라면 으레 닭을 쉽사 리 죽일 병원성 콜레라균주를 오래 앓은 뒤) 회복된 닭에게 주사했다. 그런데 닭은 죽기는커녕 앓지도 않았다. 약한 콜레라균주가 더 강한 균 주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웠던 것이다. 파스퇴르는 백신 접종이 병 원성이 약한 균주로 면역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더 강한 균주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람의 면역계에 관해 아직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였다. 과학은 이제 기술을 따라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 살충제에 적신 모기장은 2003년부터 널리 쓰이 기 시작했고, 바로 그해에 말라리아 사망률은 증가세를 멈추고 줄어들 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 사망률 감소로 목 숨을 구한 600만 명 중 70퍼센트는 살충제 처리를 한 모기장 덕분이라 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네이처 Nature>에 발표되기도 했다. 말라리아 치 료제와 살충제 살포의 효과를 더한 것보다 두 배 더 많다. 2010년경에 는 해마다 1억 4,500만 개의 모기장이 보급되었다. 지금까지 10억 명이 넘는 이들이 이 모기장을 사용했다. 전 세계를 보면 말라리아 사망률은 21세기의 첫 17년 사이에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 2010년 광고회사의 중역인 로리 서덜랜드 Rory Sutherland는 오랜 친구 인 데이비드 핼펀David Halpern을 만나러 런던 도심의 애드미럴티아치에 있는 사무실에 들렀다. 핼펀은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가 신설한 행동통찰팀 Behavioural Insights Team, 별칭 '넛지 부서 nudge unit'라는 곳의 책임자로 막 임용된 참이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서덜랜드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전자담배를 꺼내어 빨았다.
그 무렵에 전자담배는 호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금지되어 있었다.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흡연이라고 우려하는 담배 농민이나 공중보건 압력단체의 촉구 때문이었다. 조만간 영국도 그 기술에 불법 조치를 내릴 것이 확실했다.
- 핼편은 그전에는 전자담배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서덜랜드에게 그 게 뭐냐고 물었고, 전자담배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두 가지 악을 줄일 수 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천연두를 막은 백신 접종이 나 장티푸스를 막은 염소 소독처럼. 또는 헤로인 중독자들에게 깨끗한 바늘을 나누어주어서 HIV 감염을 막는 것처럼 말이다. 이 논란 분분했던 정책은 1980년대에 영국에서 채택되었는데, 마약 중독자의 HIV 감염률 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는 데 놀라울 만치 효과가 있음이 드 러났다. 핼펀은 나중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증거를 열심히 모았고 하원 에서 자세히 설명한 뒤, 정부의 전자담배 금지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우리는 거기에서 더 나아갔다. 우리는 전자담배가 더 널 리 쓰일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신뢰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규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것이 바로 많은 의학 전문가, 언론,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집행위원회 가 격렬하게 반대했는데도, 다른 나라보다 영국에서 이 혁신이 더욱 유 행하게 된 이유다. 현재는 엄밀하게 수행된 연구를 통해 전자담배가 위 험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흡연보다는 그 위험성이 훨씬 낮다는 강력한 증거가 나와 있다. 위험한 화학물질이 덜 들어 있고, 임상 증상을 덜 유 발한다는 것이다. 2016년의 한 연구에서는 기존 흡연자에게 전자담배 를 5일 동안 피우게 하자 혈액의 독성물질 수치가 담배를 아예 끊은 사람 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8년에는 전자담배로 바꾼 흡연자 209명을 2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안전 문제나 심각한 건강 합병증이 생겼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메리 워틀리 몬터규의 접종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 이해집단으로부터 동일한 유형의 격렬한 반대를 맞닥뜨렸다. 많은 나라 에서 담배업계가 전자담배를 금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약사는 전자담 배를 금지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래야 금연 껌이나 패치를 더 많이 팔 수 있을 테니까. 공중보건 쪽 로비 단체도 전자담배를 금지하자고 주장했 는데, 그래야 자신들의 금연운동을 계속 펼칠 수 있어서였다. 2014년에 볼라 유행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 일을 우선시해야 마땅한 상황에 서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인 마거릿 챈Margaret Chan은 전자담배 금지를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유럽집행위원회도 2013년에 전자담배를 의료품으로 규제하자고 요구함으로써 그 산업을 죽이려 시도했다.
- 그 안은 기각됐지만, 2017년에 시행된 유럽의 담배제품지침은 고농 도 액상 전자담배를 금지하고 전자담배의 광고도 금지했다. 이 타협안은 표준을 마련하고 성분의 독성 검사 등 엄격한 제품 안전 규제를 받도록 하고, 개조가 어렵고 누출을 막는 포장을 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제시 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전자담배 업계를 돕는 역할도 했다. 반면에 미국 에서는 규제 자체가 거의 없었지만, 전자담배 제품을 금지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곧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암시장에서 니코틴이 아니라 대마의 성분 THC 오일이 든 전자담배를 구입해서 피운 이들이었다. 그 오일에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라는 증점 제가 섞여 있었다. 사실상 금주법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 정부는 전 자담배를 장려하면서도 제품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반면, 미국 정부는 전 자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서 그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 지 않는다.

- 실패는 그저 더 영리하게 다시 시도할 기회일 뿐이다. (헨리 포드 Henry Ford)
- 괴짜이자 외골수인 포드는 처음에 자동차산업과 관계없는 낙오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는 거의 한 일이 없었다. 그는 두 차례 자동차 회사를 창업했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값비싼 자동차 설계도를 베끼려다가 실패했다. 첫 번째 회사는 스스로 문을 닫았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쫓겨났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모델 A 라는 별 특징 없는 디자인의 차를 내놓았는데, 자금이 거의 다 떨어진 상 태에서 그럭저럭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팔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탁월한 재능이 있었기에, 이윽고 시판되고 있 는 대부분의 차보다 더 단순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었다. '틴리 지Tin Lizzie'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모델 T는 튼튼하고 고장이 잘 안 나서 소도시까지 오가야 하는 미국 중서부 농민에게 매력적인 제품이었 다. 1909년경에는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차가 팔려나갔고, 그는 더욱 원 대한 구상을 했다. 포장도로가 드물던 시대였기에 여전히 말이 자동차의 주된 경쟁자였다. 포드의 한 광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집의 마 차를 끄는 말 올드더빈은 포드 자동차보다 더 무거워. 그런데 힘은 포드 의 20분의 1밖에 못 내. 포드만큼 빨리 달리지도 멀리 가지도 못해. 유지 비도 더 들어. 거의 구입비만큼 들어."
그렇다면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증기기관과 (뒤에서 만날)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답은 단순하지 않다. 포 드는 자동차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널리 보급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 동차의 특징은 마이바흐가 설계했다. 르바소는 중요한 부분을 개선했고, 다임러는 자동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벤츠 덕분에 자 동차는 석유로 달리게 되었다. 오토는 엔진 사이클을 고안했으며, 르누 아르는 최초로 엉성한 내연기관을 설계했다. 자동차의 역사는 드 리바즈 로부터 시작되었다. 게다가 이 복잡한 역사에서 빠진 이름도 많다. 
- 내연기관의 성공은 주로 열역학적인 측면에서의 성공이다. 바츨라 프 스밀 Vaclav smil이 주장하듯이, 이 성공을 보여주는 주된 척도는 와트 당그램9/w이다. 그러니까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얼마나 많 은 질량이 필요한가이다. 사람과 짐을 끄는 동물은 약 1,000g/W이다. 증기기관은 그 비율을 약 100g/W까지 낮추었다. 메르세데스 35hp는 8.5g/W에 가까웠고, 모델 T는 겨우 5g/W이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계 속 낮아졌다. 1913년에 미국인 평균 임금을 받는 사람은 모델 T'를 사려 면 2,625 시간을 일해야 했다. 2013년에 평균 임금을 받는 사람은 그 시 간의 18퍼센트에 불과한 501시간만 일하면 포드 피에스타를 살 수 있었 다. 모델 T에 없던 안전띠, 에어백, 문 유리창, 후사경, 온풍기, 속도계, 와 이퍼까지 갖춘 차다.
- 랭글리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잘못을 저지른 반면 (많은 돈을 쓰고, 정 부에 의존하고, 사람들에게 자문을 거의 구하지 않고, 기존에 나온 것에 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대신에 아예 처음부 터 시작해 완전한 비행기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 라이트 형제는 모든 일 을 올바로 진행했다. 경험 많은 자전거 제작자이자 부지런한 기술자였 던 그들은 동력 비행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도전과제를 하나하 나 체계적으로 풀어나갔다. 먼저 그들은 다른 이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타인의 경험을 받아들였다. 특히 독일의 글라이더 설계자 오토 릴리엔 탈Otto Lillenthal (1896년 글라이더를 타다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과 시 카고에 사는 괴짜 프랑스계 미국인인 옥타브 샤누트Octave Chanute에게서 많은 조언을 얻었다. 샤누트는 비행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 이 기울였으며, 비행에 관한 착상을 주고받는 넓은 교류망의 중심축이었 다. 라이트 형제는 샤누트에게 총 177번 편지를 썼다. 또 그들은 상승기 류를 타고 나는 새들을 강박적으로 관찰했다. 라이트 형제는 이런 다방 면의 조사를 통해 양력을 제공할 에어로포일aerofoil 날개의 곡률, 쌍엽기 개념과 날개를 구부려서 조종을 한다는 개념 등 여러 중요한 착상을 이 끌어냈다. 1900년에 그들은 글라이더를 만들어서 캐롤라이나 해안의 모래섬에서 이를 날리면서 연구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연처럼 끈에 묶어서 날렸고, 그 뒤에는 언덕 아래로 달리면서 바람에 떠오를 때 올라타곤 했 다. 1901년 모기가 우글거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와중에 그들은 두 보조 자 및 샤누트와 함께 키티호크에서 야영을 하며 글라이더의 설계를 수정했다. 그런데 막상 수정하고 나니 1년 전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더 빨리 떠오르긴 했지만 쉽사리 가라앉았다. 그들은 릴리엔탈이 추천한 굽은 날 개의 높이 대 폭의 비율을 1:12로 그대로 모방했는데, 너무 많이 휘었던 것이다. 1:20 인 더 편평한 날개일 때 글라이더는 더 잘 날았다.
라이트 형제는 데이턴으로 돌아가서 모형을 통해 풍동실험 wind tunnel 을 시작했다. 수천 번 공들여서 측정한 끝에 그들은 양력과 항력을 제대 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름에 자전거 판매량이 가장 늘어나는 시기가 지 나자마자 그들은 1902년 세 번째로 설계한 글라이더를 가지고 키티호 크로 돌아왔다. 그런 뒤 방향타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개량을 하면서 공 중에서 조종하는 방법을 힘들게 터득했다. 그러기까지 그들의 작업물은 자주 추락하곤 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모터를 제외한 모든 것을 하나둘 끼워 맞춰갔다.

- 이 질소에 대한 갈망을 설명할 과학은 훨씬 뒤에 나왔다. 단백질이나 DNA의 모든 구성단위에 질소 원자가 몇 개씩 들어 있고, 공기의 주성분 이 질소이긴 하지만 대기 질소는 대부분 원자 두 개가 3중 공유 결합으 로 단단히 붙어 있는 질소 분자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였 다. 이 결합을 끊어서 질소를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 가 필요하다. 열대에서는 잦은 번개가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그 땅을 조금은 기름지게 유지하며, 논에서는 조류와 식물이 대기 질소를 고정하 여 토양에 질소를 공급한다. 반면 밀 같은 작물을 기르는 온대지역의 밭 은 질소가 설령 고갈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부족할 때가 아주 많다.
1843년 영국 하트퍼드셔의 로댐스테드에 비료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 해 브로드벌크라는 밭이 따로 조성되었다. 그 뒤로 이 밭의 한쪽에는 비 료를 전혀 주지 않은 채 해마다 가을밀을 심었다. 해가 갈수록 맺히는 날 알이 점점 줄어들면서 소진되었고 황량한 풍경이 펼쳐졌다. 1925년경에는 헥타르당 수확량이 0.5톤에도 못 미쳤다. 농장에서 받은 거름이나 질산염 비료를 준 구역에서 수확되는 양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1925년에 휴경을 한 뒤에는 돌려짓기를 했다. 그러자 한 해 걸러서 야생 토끼풀이 자라면서 약간의 질소가 공급되었다. 그 결과 비료를 주지 않 는 구역의 수확량이 얼마간 증가했지만, 많이는 아니었다. 이 결과가 인 류에게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다른 곳에서 또는 다른 시기에 길러서 소 나 사람에게 먼저 먹여 얻은 거름의 형태로 질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않는다면, 경작은 인류를 계속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 바스프는 1910년 하버가 오스뮴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발표 하는 것까지는 허가했지만, 철 혼합물 촉매는 비밀로 유지하도록 했다. 그 촉매를 영업 비밀로 삼아서 바스프는 계속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 었다.
그래도 아직 엄청난 도전과제가 남아 있었다. 대기에서 질소를 분리 하는 방법, 뜨거운 코크스에 증기를 뿜어 일산화탄소를 생기지 않게 하 면서 수소를 충분히 많이 생산하는 방법, 유례없는 수준의 고압을 생성 하는 방법, 아주 뜨거운 온도에서 그런 압력을 유지하는 방법, 가스를 주 입하고 암모니아를 추출하는 방법도 개발해야 했다. 개발 인력은 점점 불어나서 이윽고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자와 공학자 집단이 되었다. 맨 해튼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그러했다. 수많은 혁신 이야기처럼, 하버보 슈 이야기도 흔히 한 학자(하버)의 탁월한 통찰과 그 뒤에 따르기 마련 인 사업가(보슈)의 응용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제시되곤 하지만, 그런 설 명은 잘못된 것이다. 하버의 영감보다 보슈의 땀이 활약할 때 훨씬 더 많 은 창의성이 필요했다. 헤이저가 설명하듯이, 이런 도전과제는 모두 다 른 나라에서 발전한 개념을 접할 수 없었다면 해결이 불가능했다. 그러 니 이 이야기는 혁신이 혁신의 생태계에서 번영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 는 사례다.
- 보슈의 개발진은 기관차 엔진, 휘발유 엔진, 루돌프 디젤이 발명한새 엔 진에서 설계의 단서를 찾으려 애썼다. 또 보슈와 기술자들은 독일 철강업계 사람과도 만났고, 철강을 제조하는 베서머 공정을 배웠고, 크룹스의 경영진 과대포 설계와 야금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발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 누었다. 보슈는 동작 속도가 빠른 밸브, 스스로 닫히는 밸브, 슬라이드 밸브, 크고 작은 왕복 펌프와 순환펌프, 온갖 종류와 크기의 온도 감지기, 압력계, 밀도계, 이상 경보기, 비색계, 고압 파이프 설비 등을 개발하는 팀도 구성했 다. 고온과 엄청난 압력 아래에서 모든 것이 터지거나 새거나 하지 않으면 서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오븐은 작은 폭탄처럼 터질 가능성이 있었다. 보슈는 공정을 꼼꼼히 지켜보다가 뭔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즉 시 차단할 수 있게 설계하기를 원했다.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고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씨름 선수의 힘, 단거리 선수의 속도, 발레리나의 우아함을 겸비한 기계를 원했다.
- 그러나 이 글을 쓰는 현재, 미래에는 하버 보슈 공정이 딱히 필요 없 어질 가능성도 언뜻 엿보인다. 1988년 두 브라질 과학자 요한나 되베 라이너 Joanna Döbereiner와 블라디미르 카발칸테 Vladimir Cavalcante는 한 특이한 현상에 주목했다. 몇몇 사탕수수밭이 수십 년 동안 비료를 전혀 주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수확량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들이 식물 조직 을 조사했더니, 글루코나케토박테르 디아조트로피쿠스Gluconacetobacter diazotrophicus 라는 세균이 들어 있었는데, 대기의 질소를 고정하는 세균 이었다. 완두와 대두 같은 콩과 식물에도 이 능력이 있다. 뿌리혹에 사는 질소 고정 세균과 식물이 공생 관계를 맺은 덕분이다. 연구자들은 옥수 수와 밀 같은 작물이 콩과 식물의 습성을 모방하게 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뿌리혹 같은 특수한 기관이 없어도 식물의 조 직 내에 사는 이 새로운 세균을 이용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 다. 노팅엄 대학교의 테드 코킹 Ted Cocking 교수는 그 세균을 건네받아 실 험을 했는데, 곧 정말로 다양한 식물종의 세포에서 살아가도록 세균을 구슬릴 수 있었다. 야외 시험 재배를 하니, 그런 공생 옥수수, 밀, 벼의 수 확량과 단백질 함량이 뚜렷하게 향상되었음이 드러났다. 코킹이 데이비 드 덴트David Dent와 함께 창업한 어조틱은 2018년에 그 세균을 종자 피 복제로 미국 농민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단순한 방식이 성공한다면, 암모니아를 굳이 공장에서 합성하지 않고도 세계 인구를 먹 여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 키 작은 밀 유전자가 일본에서 발견되어 워싱턴에서 교배되고, 멕시코에서 적응을 거쳐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에 도입되기까지의 이 50년에 걸친 이야기는 인류 역사상 몇 손가락에 꼽히 는 기적 같은 일화이다. 이나스카-볼로그 유전 품종, 하버-보슈 질소 비 료 덕분에 인도는 식량을 자급자족함으로써, 기아가 심해지리라는 예측 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곡물 수출국이 되었다. 따라서 노 린-10호의 작은 키를 만드는 변이 유전자(Rht1와 Rht2라는 두 돌연변 이인데, 생장 호르몬에 덜 반응하게 만들기 때문임이 드러났다)는 대기 질소를 고정해서 만든 비료와 결합되어 세상을 바꾸었다. 곧 키가 작고 수확량이 많은 벼 품종도 개발되었다. 다른 작물들도 그 뒤를 따랐다. 녹 색 혁명이 인도에서 농민 자살률을 높였으며 다양한 환경적 및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서 반대 운동이 펼쳐졌다는 소식은 가짜뉴스임이 드러났 다. 실제로 인도 농민의 자살률은 인도 전체의 평균보다 낮았다.
- 살충성 단백질은 식물 내부에 들어 있으므로, 솜벌레나 뿌리공충처 럼 식물 조직 안에 들어가 살아서 분무해서는 닿기 어려운 애벌레도 죽 일 것이다. 그러나 화학물질 분무제와 달리, 그 작물을 먹으려 하지 않는 무해한 곤충 종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방 식은 대성공을 거둔 혁신임이 드러났다. 지금 우리가 구입하는 면직물 옷은 거의 다 그런 유전공학적 식물의 산물이다. 세계에서 재배되는 목 화의 90퍼센트 이상이 곤충 저항성을 지닌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이 기술이 아직 불법이었을 때도 농민들은 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다 른 나라에서 뚜렷하게 놀라운 혜택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에 합 법화가 이루어졌고, 오늘날 두 나라에서 재배되는 목화는 거의 다 Bt 작 물이다.
세계에서 재배하는 옥수수의 약 3분의 1은 현재 곤충 저항성 작물이다. 마찬가지로 Bt 유전자를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옥수수의 79퍼센트가 Bt이며, 지난 20년간 이 기술로 농가가 얻은 누적 혜택은 250억 달러를 넘는다. 기이하게도 동일한 분자를 분무제로 써왔음 에도 유기농 쪽은 새 작물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원칙적으로 생명공 학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Bt 작물은 살충제를 전혀 뿌리지 않아도 보호가 되기에 Bt 기술을 채 택한 농장에서는 야생생물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해왔고, 분무제를 쓸 때 생기는 농민의 중독 사례도 줄어들었다. 중국의 몇몇 연구에 따르면 Bt 목화밭에서 무당벌레, 풀잠자리, 거미 같은 곤충 포식자의 수가 두 배 로 늘었다고 한다. 즉 천적을 통한 해충 방제가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연구진은 Bt 작물이 '후광효과'를 일으킨다 는 것을 밝혀냈다. Bt 작물을 기르지 않는 주변의 작물과 밭에서도 해충 문제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Bt 작물이 도입된 이래 20년 사이에 옥수수 뿐 아니라 다른 식물도 공격하는 유럽조명나방과 큰담배나방 유충이라 는 두 흔한 해충의 개체군은 줄어들어 왔다. 미국 세 개 주에서는 유전자 변형 작물을 심지 않고 유기농 재배를 하는 농민조차도 전보다 분무 살충제를 덜 써도 될 정도다. 고추에는 85퍼센트나 덜 쓰고 있다. 

- 공장에서 동일한 크기와 모양의 상자에 상품을 미리 실은 뒤 열지 않 은 채로 선박에 하역하는 표준 컨테이너의 개념은 새로운 것은 아니었 다. 철도업계는 표준 컨테이너를 수십 년째 실험하고 있었으며, 트럭 운 송업계도 그러했다. 시트레인라인스라는 미국 기업은 1929년에 철도 유 개화차(지붕이 있는 화물차-옮긴이)를 운반할 특수하게 설계된 선박을 사용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몹시 실망스러웠다. 컨테이너가 너무 커 서 채우는 데 오래 걸린다고 공장에 하염없이 놓여 있거나, 너무 작아서 별 도움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게다가 컨테이너 자체 무게로 화물 비용이 더 늘어났다. 또 서로 산뜻하게 들어맞지 않거나 반쯤 빈 상태로 운송되 는 바람에 공간 낭비도 심했다. 한 유력한 선박회사의 경영자는 1955년 에 "화물 컨테이너는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어왔다"라고 결론을 내렸지 만, 그 말은 곧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
- 실제 역사를 조사한 레빈슨은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매클레인이 부두 옆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가혹한 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랐다. 설령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해도 젊은 아이작 뉴턴의 머리에 사과가 떨어졌을 때처럼 어떤 영감이 반짝 이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개념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대조적으로 혁신이 어떤 사람이 이미 쓰이고 있는 개념을 적용하고 다른 누군가가 그것으로 수 익을 올리는 법을 알아내는 식으로 단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개념은 별 호소 력이 없다.

- 분명히 착상을 떠올린 사람이 없어서 이전에 이러한 가방이 나오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바퀴 가방의 유행을 가로막은 것은 그보다는 주로 역과 공항의 구조였던 듯하다. 당시에는 짐꾼이 많았고 특히 사업 가들은 기꺼이 짐꾼을 썼다. 탑승장과 중앙 홀은 차를 몰고 와서 내리는 지점과 가까웠다. 계단도 많았으며 공항은 작았다. 게다가 여성보다 남성이 더 여행을 많이 했고, 그들은 짐을 들지 못할 만큼 약해 보이지나 않 을까 우려했다. 바퀴는 무겁고 쉽게 부서졌고, 말을 잘 듣지 않을 때가 많 았다. 여행 가방 제조사의 미적거리는 태도가 유행을 늦추었을지도 모르 지만 그들 모두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 항공 여행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승객이 걸어야 할 거리도 늘어났고, 그럼으로써 바퀴 가방의 수요에 전환점이 일어났다.
10년 뒤 더 뛰어난 혁신이 등장하면서 새도의 디자인을 대체했다. 바로 롤러보드 rollaboard였다. 노스웨스트항공의 조종사인 로버트 플래 스Robert Plath가 이를 발명했다. 1987년 그는 집 작업실에서 새도가 한 것 과 달리 가방 밑면 직사각형의 네 귀퉁이가 아니라 한쪽 짧은 변의 양끝 에만 바퀴 두 개를 달았다. 이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를 써서 가방을 한쪽으로 기울인 채 끌 수 있었다. 플래스는 몇몇 동료 조종사에 게 이 가방을 팔았다. 그러자 승객들이 가방을 보고 어디에서 구했는지 묻기 시작했다. 플래스는 항공사를 떠나서 트래블프로라는 회사를 차렸 고, 사업은 금방 성공을 거두었다. 회사는 바퀴 네 개가 달린 제품도 내놓 았고,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써서 무게를 줄인 제품, 밀거나 당겨서 어 느 방향으로든 굴릴 수 있는 바퀴도 개발했다. 이제 혁신은 계속되면서 여행 경험을 바꾸고 있다.
바퀴 가방은 세계가 준비되기 전에는 혁신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교훈을 준다. 그리고 세계가 준비가 되면 이미 그 착상은 나와 있으며 구 현되기를 기다린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다. 공산주의 시대의 러시아 나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 무어의 법칙에 관한 법칙이 하나 있다. 무어의 법칙의 종말을 예측하는 이들의 수가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피터리 Peter Lee,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 2015년)
- 마르코니가 없었다고 해도, 무선은 1890년대에 등장했을 것이다. 인 도의 자가디시 찬드라 보세Jagadish Chandra Bose, 영국의 올리버 로지oliver Lodge,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포포프Alexander Popov 같은 이들이 비록 모두 다 통신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전자기파를 써서 원격 작용을 일으키 는 실험을 하거나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에 두아르 브랑리 Édouard Branly와 볼로냐의 아우구스토 리기 Augusto Righi 같 은 이들은 그런 전파를 더 잘 전송하고 받는 장치를 발명하고 있었다. 그 리고 쉴 새 없이 일하며 전기 모터, 교류 등 무선과 관련된 많은 것을 발 명한 천재 니콜라 테슬라도 있었다. 마르코니는 그저 또 한 명의 실험가 였을 뿐이다. 아주 뛰어난 실험가이긴 했다. 그러나 뉴볼트 덕분에 그는 자신의 발견에 최대로 폭넓은 범위의 특허를 빨리 받음으로써, 지식재산 권 제도가 발명가 가운데서 한 명을 골라내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발명가들이 그 제도의 도움을 받는 것 못지않게 말이다.
- 또 마르코니는 남들의 장치와 생각을 취해서 단순하면서 실용적인 형 태로 조합하는 법도 알았다. 그의 전기에서 마커스 라보이 Marcus Raboy는 이렇게 썼다. "1895년 몇 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마르코니는 코히러 검파기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전건을 발명하고, 유도 코일의 효율을 높이고, 모스 타자기와 전신 중계기를 송신기 및 수신기와 연결 하고, 생성되는 전기 불꽃을 조절했다."
또 그는 경쟁자들보다 더 상업화에 관심을 가졌다. 1897년 그는 브리 스톨해협에서 수면 너머 1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신호를 보내는 데 성 공했고, 그 기술의 개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아일 오브와이트와 본머스에 송수신소를 세웠다. 1899년에는 영국해협 너머 로 메시지를 전송했고, 1902년에는 캐나다의 케이프브레턴에서 대서양 을 건너 콘월의 폴두로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 증기 기관의 기원이 1700년대 초의 안개 속에 흐릿해진 것처럼 그 시대 에는 무명의 가난한 이들이 이바지하고도 별 보상을 받지 못했고 그들 의 모험이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누가 발명했는 지는 훨씬 더 쉽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주요 참가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후세에 남길 기회를 충분히 얻었고 그들이 역사를 일구고 있음을 누구나 잘 알았을 20세기 중반의 발명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행운은 없었다. 훨씬 더 오래된 불확실한 혁신과 마찬가지로, 컴퓨터의 기원도 수수께끼 같고 혼란스럽다. 컴퓨터의 발명가라는 영예를 받을 자격이 있 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에 매우 조금씩 점진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 치면서 뒤얽힌 과정에 중요한 기여를 한 많은 이가 있다. 컴퓨터가 출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순간이나 장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 같은 것이 없듯이 말이다.

- 요약하자면 에니악은 발명된 것이라기보다는 더 이전의 개념과 기계를 조합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의 점진적인 진화 과정에서 한 단계를 차지할 뿐이다. 컴퓨터의 발전에 기적의 해가 있었다면, 즉 개념과 장치의 교차 수정으로 가장 생 산적인 결실을 거둔 해가 있었다면 언제일까? 월터 아이작슨은 1937년 이라고 본다. 바로 그해에 튜링은 <계산 가능한 수에 관하여>를 발표했 고, 클로드 섀넌은 스위치의 회로가 불 대수를 구현할 수 있음을 설명했 고, 벨연구소의 조지 스티비츠George Stibitz는 전기식 계산기를 제안했고, 하워드 에이킨은 마크 1을 의뢰했고, 존 빈센트 아타나소프는 전자 컴퓨 터의 핵심 특징을 제시했다. 또 1937년에 베를린의 콘라트 추제 Konrad Zuse는 펀치 카드에서 프로그램을 읽을 수 있는 계산기의 시제품을 만들 었다. 그가 1941년 5월 베를린에서 완성한 Z3 기계도 범용 프로그래밍 이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른 기계들만큼 일찍 나온 것이었으니까.

- 혁신은 실리콘에서, 디지털 생산라인에서 굴러 나왔다. 1971년 마 이크로프로세서, 1972년 최초의 비디오게임, 1973년 인터넷을 가능하 게 한 TCP/IP 프로토콜, 1974년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 록스 파크 앨토 컴퓨터, 1975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의 애플 1. 1976년 크레이 1 슈퍼컴퓨터, 1977년 아타리 비디오 게임 콘솔, 1978년 레이저 디스크, 1979년 컴퓨터 바이러스의 조상 격인 '웜worm', 1980년 싱클레어 ZX80 개인용 컴퓨터, 1981년 IBM PC, 1982년 로터스 123 소프트웨어, 1983년 CD-ROM, 1984년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용어, 1985년 스튜어트 브랜드Stewart Brand의 전 지구 전 자 연결 Whole Earth 'Lectronic Link, Well, 1986년 최초의 인공지능 연구용 컴퓨터 커넥션, 1987년 휴대전화용 GSM 표준, 1988년 스티븐 볼프 람Stephen Wolfram의 매스매티카 언어, 1989년 닌텐도의 게임보이와 도 시바의 다이나북, 1990년 월드 와이드 웹, 1991년 리누스 토르발스Linus Torvalds의 리눅스, 1992년 영화 <터미네이터 2>, 1993년 인텔 펜티엄 프 로세서, 1994년 집 디스크, 1995년 윈도95, 1996년 팜파일럿, 1997년 IBM의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이 긴 일, 1998년 애플의 컬러 아이맥, 1999년 앤비디아의 소비자용 그래 픽 처리 장치 GEForce 256, 2000년 심스sims. 그런 식으로 계속 이어 져왔다.

- 2001년 문화 진화 분야의 두 개척자인 피터 리처슨Peter Richerson과로 버트 보이드Robert Boyd는 농경이 "플라이스토세(빙하기)에는 불가능했 지만 홀로세(현재의 간빙기)에는 의무적"이었다는 주장을 최초로 펼친 선구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기후가 더 따뜻하고 더 습하고 더 안정적으로 변하고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자, 거의 곧바로 사람들은 더 식물 집약적인 식단으로 옮겨가면서 인간의 식량을 더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쪽으로 생태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렇게 썼다. "홀로세에 농경 집약화의 궤적은 거의 다 점진적이었고... 이윽고 농경은 한계 환경을 제 외한 모든 곳에서 주된 전략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농경은 의무적이고 불가피했다. 그렇게 많은 지역에서 농경이 발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 은여우는 포획된 상태에서 적응하고 길들여진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Nikita Khrushchev가 지지한 리센 코Trofim Lysenko의 정론에 따르면, 포획하여 기르면 길들여지는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벨랴예프는 선택 교배를 해보기로 했다. 그는 아주 단순한 방법을 썼다. 각 세대에 서 가장 경계심이 적은 개체를 골라 교배했다. 우리에서 가장 덜 으르렁 거리는 녀석들을 골랐다. 그런 뒤 새끼 가운데 가장 친근하게 굴고 가장 겁을 덜 먹고 가장 공격적이지 않은 녀석들을 골랐다. 그는 해마다 새끼 1,000마리 중에서 200마리를 골라서 교배를 했다. 그런 과정이 50년 동 안 이어졌다.
- 거의 즉시 연구자들은 차이를 알아차렸다. 4세대에서 새끼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먼저 다가왔다. 야생 여우라면 결코 하지 않을 짓이었다. 몇 세대가 더 지나자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손 을 핥는, 길이 잘든 개체들도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여우의 모습도 변했다는 것이었다. 꼬리가 말리고, 귀가 늘어지고, 좀 더 연약해 보이는 머리에다가 이마에 하얀 반점이 생겼다. 이 반점은 기르는 소, 말, 그 밖의 애완동물에게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또 더 큰 새끼를 낳았 고, 더 이른 나이에 번식을 했고, 번식기도 모호해졌다. 벨랴예프는 밍크 와 쥐를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벨라예프가 유순하다는 특징을 선택한 것이 공교롭게도 다른 형질들 의 유전자 돌연변이도 선택한 셈이 되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런 선택은 이른바 길듦 증후군domestication syndrome을 낳았다. 특히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배아 발생 때 일어나는 '신경 능선neural crest' 세포들의 이 동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세포들은 배아 전체로 퍼져서 피부와 뇌 같은 기관 내에 특정한 조직을 만든다. 검은 색소를 만드는 세포는 대 부분 신경 능선에서 유래하는데, 길이 든 동물의 머리에는 이런 세포가 적어서 얼굴에 하얀무늬가 생긴다. 벨랴예프의 여우에서는 검은 털을 만 드는 멜라닌세포의 이동이 느려지면서 털에 흰 반점이 나타난다. 또 축 처진 귀와 더 작은 턱도 신경능선 세포의 이동이 느려져서 나타난다. 하버드 대학교의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 Richard Wrangham은 신경 능선 세포가 뇌에서 스트레스, 두려움, 공격성을 조절하는 부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가정한다. 길들여진 결과 동물이 반응적 공격성에 사로잡 힐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랭엄은 이것이 애완동 물뿐 아니라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침팬지와 달리 우리 는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서 혼잡한 버스에 타고 내릴 수 있다. 침팬지에 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계획된 공격성 쪽으로는 설령 더강 하진 않더라도 침팬지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반응적 공격성 측면 에서는 그렇지 않다. 개도 마찬가지다. 늑대나 침팬지는 애완동물로서는 위험하다. 여러 해 동안 친근하기 지내다가도 잘못된 방식으로 건드리면 갑자기 치명적인 공격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원인인 조상들에 비해 자기 자신에게 훨씬 더 길듦 증후군 을 일으켰다. 더 여성적인 특징, 더 작은 턱, 그에 따라서 더 촘촘하게 난 이, 성차의 감소, 더 지속적인 성적 활동, 때로 이마 위에 모여 나는 흰머 리 등이 그렇다. 뇌도 더 작아졌다. 머리뼈를 보면 지난 2만 년 사이에 사 람의 뇌는 약 20퍼센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자들은 이사 실에 곤혹스러워하곤 한다. 개를 비롯한 다른 종들도 길들여질 때 뇌가 줄어든다. 랭엄은 이렇게 썼다. "현생 인류와 더 이전 조상들의 차이점은 한가지 뚜렷한 양상을 지닌다. 개와 늑대의 차이와 비슷하다." 심지어 지 금은 어느 유전자가 바뀌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까지도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BRAF 유전자는 최근에 고양이, 말, 사람에게서 강한 진화적 선택을 받았음을 보여주며, 이는 신경능선 세포의 이동과 관련이 있다.
- 고고학적 증거에 담긴 단편적인 단서에 따르면, 50만 년 전이나 200만 년 전에 발명되었을 수도 있고, 한 차례 또는 여러 차례 발명되었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해부학적 증거가 좀 더 탄탄하다. 인간은 날것만 먹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우리 몸은 요 리한 음식을 먹는 쪽으로 적응해 있는데, 아마 거의 200만 년 동안 그랬 던 듯하다. 그리고 그 말은 인간이 그때부터 불을 제어했다는 의미다.
오늘날 날것만 먹으려고 시도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결과 반드시 체 중이 줄어들고 불임과 만성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견과와 과 일로 아무리 배를 채운들 마찬가지다. 주로 날것만 먹는 생식 애호가 500명 이상을 조사한 독일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엄격한 생 식은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한다고 보장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식단 으로도 잘 살아가는 침팬지처럼 식량을 찾아 열심히 숲을 돌아다니기는 커녕, 야생의 식량보다 훨씬 소화가 잘되는 재배 과일과 채소를 먹는 이들도 그랬다. 대다수의 생식주의자는 요리한 음식도 얼마간 먹어야 한다. 인간의 창자는 날것인 채소, 고기, 견과, 과일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뽑 아내는 쪽에 적응해 있지 않다. 그 점은 생각할수록 매우 기이하다. 개같 은 길들인 종까지 포함하여 다른 종들은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요리는 음식을 미리 소화하는 과정이다. 녹말을 젤라틴화함으로써 소 화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거의 두 배로 늘린다. 또 단백질을 변성시켜 서 달걀이나 스테이크를 먹을 때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약 40퍼 센트 늘린다. 이는 우리가 바깥에 위장을 하나 더 지니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요리는 우리가 왜 체중에 비해 다른 유인원보다 치아가 작고 위 장도 작고 창자 길이도 겨우 절반 남짓에 불과한지를 설명해준다. 이작 은 창자는 유지하는 데 비용이 덜 든다. 다른 유인원에 비해 인간은 소화 관을 가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10퍼센트 더 적다. 따라서 요리에 이용하는 불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도 절약 한다. 레슬리 아이엘로Leslie Aiello가 주장했듯이, 이는 뇌의 팽창으로 이 어지는 중요한 단계였다. 인류의 초기 조상은 목 위에 놓인 에너지를 갈 구하는 기관의 크기를 더 키우려 했지만, 간이나 근육을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위장과 창자는 줄일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따라 서 요리 덕분에 뇌가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 전등은 양초를 충분히 구입하여 하인들에게 옆에서 들고 다니게 할 만큼 돈이 많은 이에게는 별 혜택을 주지 못한다. 자본주의 생산의 전형적인 성 과물은 대체로 부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 법한 개선 사례가 아니라, 저렴한 천, 저렴한 면직물과 인조견, 장화, 자동차 등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소유했다. 자본주의의 성취는 대개 여왕에게 실크 스타킹을 더 많 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르는 보상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공 장여성들도 실크 스타킹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아이오와 대학교의 에드워드 와서먼 Edward Wasserman은 인류 혁신의 대부분이 지적 설계를 통해 만들어지기보다는 지극히 자연선택처럼 보이는 과정을 통해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와서먼 은 바이올린 모양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 었다. 갑작스러운 개량을 통해서가 아니라, 표준 모양에서 조금씩 다르 게 만들어서 소리가 나아지는지 아닌지 알아내며 변화를 거듭한 결과물 이라는 것이다. 악기 한가운데의 구멍은 처음에는 둥근 모양이었다가 이 런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서 그 뒤에 반원형이 되었다가, 이어서 길어졌 다가 마침내 알파벳 자 모양이 되었다. 와서먼은 이런 혁신관이 생물학 에서 자연선택이 직면한 것과 동일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한다고 본다.
- 이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이용하고 만드는 많은 것(바이올린처럼)은 효 과 법칙에 따르는 변이와 선택의 과정에서 나온다. 널리 퍼진 견해와 정반 대로, 이 과정에는 신비한 것도 낭만적인 것도 없다. 그것은 자연선택 법칙 만큼 근본적이면서 어디에나 있다. 생물 진화에서의 자연선택 법칙이 그랬 듯이, 인류 발명의 진화에 효과 법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도 완강 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는 에너지 절약이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는 역설을 발견 했다. 이 역설에는 그의 이름이 붙었다. 우리는 투입할 자원이 싸지면 그 자원을 더 쓰는 식으로 반응한다. 전기가 싸지면 전등을 더 오래 켜둔다. 그러나 앤드루 맥아피는 저서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More from Less》에서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현재 제번스 역설의 기력이 다하고 절 약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양의 빛을 내는 데 LED가 백열전구보다 전기를 25퍼센트 덜 쓰므로, LED로 백열전구보다 많은 전력을 쓰려면 열 배 이상 더 오래 켜두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는 것이다.
맥아피는 탈물질화가 1970년대의 많은 비관적 예측, 즉 기름, 가스, 석탄, 구리, 금, 납, 수은, 몰리브덴, 천연가스, 석유, 은, 주석, 텅스텐, 아연과 재생이 안 되는 많은 자원이 21세기 초에 고갈될 확률이 높다고 한 예 측이 그토록 놀라운 수준으로 틀렸음이 입증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한 다. “얼마 안 되는 보급품을 싣고서 우리를 태운 채 우주를 날아가는 ‘우 주선 지구'라는 이미지는 압도적이긴 하지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지구는 우리 인간의 여행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우리가 줄이고, 교환하고, 최적화하고 증발시키면서 탈물질화를 향해 빠르게 나 아가고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 제프 베이조스가 종종 자랑스럽게 주장하듯이, 아마존은 성공으로 나 아가는 실패의 좋은 사례다. “아마존에서 우리의 성공은 우리가 매해에, 즉 매해 매달 매주에 실험하는 횟수의 함수이다. 일이 잘못되면 좀 상처 를 입겠지만, 뒤처지면 죽을 것이다."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실 험 횟수를 100번에서 1,000번으로 늘릴 수 있다면, 여러분이 내놓는 혁 신의 수는 대폭 늘어난다."
- 마찬가지로 구글도 실패를 용인하고 나아가 장려한다. 2009년에 출 범한 'X'라는 혁신을 겨냥한 자회사는 크고 파괴적인 새 사업 기회를 찾 는 일에 나섰다. 대부분은 실패했다. 큰 주목을 받으면서 선보인 안경에 소형 화면과 음성으로 작동하는 카메라를 붙인 구글글래스Google Glass는 X의 가장 널리 알려진 가장 값비싼 판단 오류였다. 구글은 2013년 4월 개발자용 '구글글래스 익스플로러'를 내놓았고 다음 해에 1,500달러에 일반 대중용 제품을 출시했다. 겨우 7개월 뒤 회사는 제품 판매를 중단 하면서 2년 내에 다시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출시는 없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소비자는 그 제품의 가격, 위험(건강과 사생활 침 해), 쓸 만한 용도 부족에 실망했다. 소비자는 이 제품이 그저 혁신 자체 를 위한 것이며, 삶에 아무런 가치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적어도 1,500달 러나 주고서 살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구글은 여전히 병원 같은 곳 에서 특수한 용도로 그 기술을 사용할 방안을 추구하고 있지만, 소비자 용 제품으로서는 실패였다. 구글글래스가 정부 사업이었다면 지금도 여 전히 붙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풍선을 이용하여 와이파이를 쓸 수 있게 한다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서 실패했다. X는 바닷물에서 이산화탄소를 추출하여 전기를 사용해 마 찬가지로 물에서 추출한 수소와 결합하여 연료를 만드는 포그혼Foghorn 이라는 사업 계획도 추진했다. 액체 영구 운동기관과 좀 비슷하게 들린 다. 어쨌거나 열역학 법칙은 연소된 산물(CO2와 H2O)을 연소가능한 연료로 전환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연료를 태울 때 얻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X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너무나 집착했기 에, 열역학 법칙을 깰 준비까지 했다. X의 캐시 하눈Kathy Hannun은 5년 내 에 실용화하기는커녕 5달러에 연료 20리터를 만든다는 목표를 결코 달 성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깨닫자 2016년에 포그혼 사업을 접었다. 실험 을 장려하려면 그렇게 가차 없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X의 책임자 애스트로 텔러 Astro Teller는 그런 실패를 한탄하기보다는 축하했다. 2016년 밴쿠버의 TED 강연에서 그는 "실패를 축하함으로써 예기치 않 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X는 언젠가 구글 자체를 훨씬 뛰어넘을 무언가를 내놓을지 모른다.
록히드마틴은 어처구니없는 시도를 용인함으로써 고위험을 무릅쓰 는 사내 기업을 장려한다는 이 개념을 앞장서 도입했다. 그중에 대성 공을 거둔 사례도 나타났다. 1943년 회사는 비밀리에 고등개발프로그 램advanced development programs을 구성했다. '스컹크 사업단skunk works' 이 라고 더 잘 알려진 이곳에서는 최초의 제트 전투기와 고고도 정찰기를 개발했다. AT&T'에 소속된 벨연구소도 1920년대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트랜지스터와 레이저 등 온갖 새로운 기술을 발명했다. 그러

- 새로운 발명이 처음으로 제시될 때면 모든 사람이 반대하고, 가여운 발명가는 성마른 조롱에 조리돌림을 당한다. (윌리엄 페티, 1662년)
- 마크 라이너스는 이 GMO 일화에 가차 없는 평가를 내린다. “우리는 세계의 아주 많은 지역의 대중이 GMO에 영구히 적대감을 갖도록 자극 했으며, 믿을 수 없게도 그 전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가던 한 기술 전체의 행군을 저지시켰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우리 운동에 는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 명분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커 피를 반대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반대도 사실 적 측면에서도 도덕적 측면에서도 잘못되었다는 것이 지금은 명확해졌 다. 그 기술은 안전하며, 환경에도 이롭고, 소규모 농민에게도 긍정적일 수 있었다. GM 반대 운동은 풍족하고 저렴한 식품을 접하는 부유한 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그들의 삶은 수확량을 증대하는 일과 별 관련이 없었고 그 일에 절실하지도 않았다. 그 금지의 기회비용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병들고 굶주리는 이들이 치렀다. 그 큰 압력단체들조차도 최근 들어 서는 그 일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 그러나 피해는 이미 일어났다.
- 보멀의 '비용 질병 cost disease'은 혁신 연구 분야의 핵심 개념 중 하 나이다. 한 분야의 혁신이 혁신으로 덜 이루어진 다른 분야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제학자 윌리엄 보멀의 깨달음 에 붙여진 용어다. 혁신이 제조업 부문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인다면, 경 제 전체에 임금이 올라갈 것이고 서비스도 더 비싸질 것이라는 의미다. 1995년 독일에서 평면 텔레비전의 가격은 엉덩관절 수술에 드는 비용 과거의 같았다. 15년 뒤에는 엉덩관절 수술비로 평면 텔레비전 열대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경제의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기에 외과의의 임금도 올라갔지만, 외과의 자신의 생산성은 설령 증가했다고 해도 그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따라서 한 부문에서만 혁신을 허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 혁신 기근
일부에서는 우리가 혁신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혁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이래로 서양 세계는 어떤 적절한 속도로 경제를 확장하는 법을 잊은 듯하다. 그사이에 나머지 세계가 뒤 를 따라잡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앞서 아시아가 20년에 걸쳐서 이룬 폭발적인 성장 속도에 맞먹는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따라잡기 성장이다. 즉 서양에서 이미 쓰이는 혁신을 채택함으로 써 이루어지는 성장이다.
- 대조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자기만족과 정체라는 힘이 종종 이기고 있는 듯하다. 프레드리크 에릭손과 비외른 바이겔은 《혁신 착각 The Innovation Illusion》에서 현재 자본주의의 실존주의적 과제는 혁신을 내 세우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장려하기를 꺼리는 기업과 정부의 타성을 깨 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강풍'은 지대 추구라는 미풍으 로 대체되어 왔다. 대기업이 거대 정부와 편안하게 한 통속이 되어 점점 시장을 지배해나가면서, 기업 경영자주의 managerialism는 기업의 활력을 서서히 좀먹고 있다. 경영자는 불확실성을 기피하고, 기업을 점점 더 관료주의적으로 만든다. 타일러 코웬Tyler Cowan과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 같은 경제학자도 우리가 수세식 화장실이나 자동차 같은 세계를 진정으 로 변화시킬 것들을 더는 발명하지 못하고, 대신에 소셜 미디어 같은 사 소한 것을 붙들고 점점 더 노닥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질병의 한 증상은 기업이 조 단위의 엄청난 현금 더미를 깔고 앉아 있고, 다국적 기업이 돈을 빌리는 쪽이 아니라 빌려주는 쪽이 되어왔다 는 것이다. 혁신에 돈을 투자할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몇 대형
- 혁신의 속도와 폭이 이렇게 엄청난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한마디로 업무량이다. 중국 기업가의 일주일은 9-9-6다. 오전 9시부 터 오후 9까지, 6일을 일한다는 뜻이다. 미국인도 세상을 바꾸었을 때에 는 그런 식으로 일했다(에디슨은 직원들에게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장시 간 근무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인도 가장 혁신적인 국민이었을 때 그렇 게 했다. 19세기에 영국인도 그러했다. 그 이전에 네덜란드인과 이탈리 아인도 그러했다. 실험하고 놀고, 새로운 것을 시험하고, 위험을 무릅쓰 면서 몇 시간이든 기꺼이 보내려는 것, 어쩐 일인지 이런 특징은 젊고 새 롭게 번영하기 시작한 사회에서 나타나며, 늙고 지친 사회에서는 더 이 상 찾아볼 수 없다.
- 서양은 금융, 과학, 예술, 철학 쪽으로는 여전히 탁월한 새로운 것을 내 놓을지 모르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과 과정을 혁신시키는 일은 느려지고 있다. 관료주의와 미신은 혁신을 시도하는 모든 이의 앞 길을 가로막는다. 런던은 주요 공항까지 새 고속도로를 내는 데 30년이 걸린다(아직도 건설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자문가들은 그 길을 놓을 곳 에 있는 모든 도롱뇽과 박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소음은 얼마나 날 지를 조사하면서 돈을 번다. 브뤼셀 주민은 곤충에게 내성을 띠는 작물 을 누군가가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좋은 생각인지를 놓고 여러 해 동안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워싱턴은 규제 당국, 변호사, 자문가, 지대추구자가 기업가 정신을 지닌 기업으로부터 단물을 쪽쪽 빨아먹도록 잔 치 마당을 깔아준다.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와 디지털 핀테크를 깔보고 있 다. 명나라, 아라비아의 아바시드 왕조, 비잔티움, 인도의 아쇼카왕 시대 와 마찬가지로, 이런 성숙한 문명은 혁신의 열정을 잃고 그 일을 다른 문명에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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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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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테슬라에서 개발된 전기자동차 모델S는 처음 출시되었 을 때부터 일충전 주행거리가 660km에 다다라 기존 휘발류차가 한 번 주유하고 운행하는 거리와 거의 맞먹었다. 테슬라는 모델S의 주행거리 증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기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 는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 이 2014년 파나소닉과 합작하여 기가팩토리를 설립한 것이다. 기 가팩토리 설립 전에는 파나소닉의 원통형 리튬이온전지가 공급되 었다. 그러나 당시 모델S 가격은 10만 달러, 약 1억2천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버거운 가격이었다. 개 발 초기,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모델S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테슬라는 리튬이온전지 가격을 줄이지 않으면 가솔린 자동차에 맞먹는 가격경쟁력을 지니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의 용량 및 가격이 13Wh, 약 3~5만 원대였다. 전기자동차는 60kWh 이상 필요하므로 스마트폰 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가 5,000개 이상 탑재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전지 가격만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그렇기에 2010년 초반기 에는 리튬이온전지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전기자동차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세워 원통형 리튬이온전지의 대량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생산 단가 절감을 통해 원통형 전지 가격을 개당 만원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현재는 테슬라를 비롯해 GM, 폭스바겐, 현대기아자동차 등에서 kWh당 약 10만 원대의 가격 (2019년 폭스바겐은 약 11만 3000원으로 원 가 공개)으로 줄여, 원통형 전지 개당 약 천 원의 가격으로 생산하고 있다. 10년 만에 거의 90% 이상의 원가절감을 가져온 것이다. 테슬 라는 기가팩토리의 원가절감 및 에너지밀도 향상 기술을 바탕으로 5천만원 이하의 모델3를 출시하여 2020년 한때 전기자동차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로 애 물단지로 전락했던 원통형 리튬이온전지가 전기자동차를 만나 더 큰 이머징 시장으로 부각된 것이다. 만약 당시 삼성이나 LG가 스마 트폰에만 역점을 두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한 번쯤은 생각해보 곤 한다. 삼성이나 LG의 각형이나 파우치 타입의 리튬이온전지를 테슬라가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NAF, Norwegian Automobile Federation이 발표한 시험결과에 따르면 혹한기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는 차종에 따라 감소 편차가 있지만 평균 18.5% 감소했다. 이는 온도가 낮아지면서 배터리 내 리튬이온의 이동과 관련된 전 기화학 반응이 느려져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최근 출시되 는 신형 전기차는 히트펌프Heat Pump, HP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 Battery Management System, BMS 및 충전기술의 발전으로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 대비 10~15% 정도만 감소할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논할 때 배터리의 용량과 더불어 에너지밀 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회 충전 주행거리에 가장 결정적인 인자인 에너지밀도는 배터리의 단위부피 또는 단위중량당 용량 즉, 전기에너지의 저장능력이다. 부피당 에너지밀도는 전기차의 부피 및 공간 설계 시 중요하고, 중량당 에너지밀도는 공차 중량과 관련이 있다.
-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일충전 주행거리가 450km를 상회하고 있는데, NCM811 양극 활물질(니켈 함량 80% 이상)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니켈 함량이 90%가 넘는 NCM9055 양극 활물 질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NCM9055는 에너지밀도를 최대 300Wh/kg(중량), 750Wh/L(부 피)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일충전 주행거리 도 550km로 NCM811 적용 대비 20% 이상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 다. 그러나 여전히 휘발유 1회 주유당 주행거리인 500마일(800km) 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는 NCM 양극 활물질 소재 개발로 달 성할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 이다. 기존 양극 활물질 소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적인 소재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일충전 주행거리 400마일(643km) 달성도 현재 로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특히 NCM 소재는 최근 니켈 함량을 97%까지 끌어올린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양극 활물질 내 니켈, 코발트와 같 은 특정 금속의 성능 기여에 따른 함량의 지속적인 증가는 자원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고민되는 부분이다. UC버클리대학의 거브랜드 시더 Gerbrand Ceder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2000년 초반 리튬이온전지 는 모바일IT 적용을 위한 소형 배터리 위주로 2GWh 정도를 생산 하는 수준이었고, 현재는 전기자동차로 적용이 확대되면서 중대형 배터리를 포함하여 200GWh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 하면 2028년 경에는 1TWh(기가와트(GWh)의 1000배) 이상의 배터 리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이때 필요한 니켈 및 코발트 금 속의 양은 대략 100만 톤이다. 코발트는 현재 연 12만 톤 정도 생 산되고 있고, 니켈 생산량은 연 220만 톤 정도로 추산된다. 1TWh 의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40%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자원의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소 재 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실제 이러한 우려가 우 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현실화되었다. 니켈 가격이 폭등하면 서 기존 원자재 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4 장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결국, 니켈 및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 재 수급은 가까운 미래에 임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 국의 연구진과 기업들이 NCM을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신규 활 물질 소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이다.
- 배터리의 수명을 유지하려면 완방전 후 충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분 방전 때마다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통 배터리 는 완방전과 완충전을 반복할 때 수명이 가장 빨리 줄어든다. 이는 배터리 내 이용 가능한 에너지 저장능력을 한계 끝까지 빼내고 집 어넣을 때 배터리의 성능이 손상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전기 차 배터리는 완방전(SOC 0% & DOD 100%) 후 완충전(SOC 100% & DOD 0%)할 경우 약 800~1,000회 정도 배터리를 충방전할 수 있다 고 알려져 있다. 이때 50% 사용 후 (DOD 50% & SOC 50%) 완충전하 면 약 5,000회로 충방전 횟수에 따른 사용 시간이 산술적으로 다섯배 가까이 늘어난다. 만약 20% 사용(SOC 80% & DOD 20%) 후 완충전하면 8,000회 정도까지 사용 시간이 늘어난다.
1회 완충전 주행거리가 500km인 전기차라면 배터리의 20%를 방전할 때(SOC 80% & DOD 20%) 100km를 운행할 수 있다. 매일 100km 이내 출퇴근 및 업무 거리를 달린 뒤 하루 1회만 충전한다 고 가정하면 계산상으로 8,000일 동안 배터리 교체 없이 탈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론상으로는 21년 넘게 전기차를 타더라도 배터리 교 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완방전 상태까 지 사용한 후 완충전을 반복할 경우, 배터리 수명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충전 상태(SOC)가 20%에서 80% 사이일 때 충전해주는 것이 장수명 운영을 위해서 유리하다. 또한, 장시간 운 행하지 않을 경우, 완방전 또는 완충전 상태로 방치하지 않도록 주 의하는 것도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된 리튬이온전지는 기존 수용액 기반 전해 액을 사용하던 자동차용 납축전지와는 달리 가연성 유기용매를 사 용하고 있다. 이유는 전해질로 사용되는 리튬염이 특정 유기용매에 서만 용해되어 리튬이온 형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 한 가연성 유기용매를 적용한 액체전해질을 통해서 서로 반대 전극 으로 이동하면서 반복적으로 리튬이온이 삽입/탈리되는 메커니즘 에 의해 배터리가 작동한다.
현재로는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해 가연성의 액체전해질을 사용 할 수밖에 없다. 대신, 여기에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첨 가제들을 혼합하여 배터리 셀 레벨에서의 안전성 확보방안을 별 도로 적용하였지만, 셀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충격을 받아 단락이 발생하거나 갑작스러운 배터리의 온도상승에 따른 전해액의 분해 로 유발된 폭발 및 발화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의 직접 개발을 통해 실제 대량생산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직접 개발 및 생산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앞서 간략히 언급했듯이 배터 리 선도 업체가 수십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천문학적 투자를 바탕 으로 이룩한 지금의 성과를 완성차 업체가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 렵다. 배터리 제조 상위 업체들이 20년 이상 연구하고 10년 이상 대 량생산 경험을 쌓아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기존 배터리 제조 업체의 각종 특허 기술을 우회해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양품의 배터리를 대량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배 터리 제조업체가 기술개발 후 실제 대량생산에 성공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량생산 역량을 갖추는 것은 기술개발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완성차 업체가 이제 막 시작한 배터리 연구로 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고품질 배터리 구현을 위해서는 내구성 및 안정성 등 극복 해야 할 민감한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 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어떨까? 완성차 업체는 자사가 생 산한 배터리를 자사 자동차에 탑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 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가 폭스바겐에 탑재될 뿐 GM이나 BMW 에 탑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익성 관점에서 볼 때 완성차 업체 는 배터리 업체와는 달리 배터리 생산 설비와 생산 기술을 여러 타 완성차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즉 폭스바겐이 개발하려는 각형 배터리가 BMW 차량에 탑재된 각형 배터리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배터리 제조사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하다. 최근 5년 사이 상위 6개 업체의 점유율이 90% 가까이 육박하면서 굉장히 빠른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와의 기 술 격차가 뚜렷이 벌어진 상황이므로, 더욱이 신생 업체가 높은 수 율로 기존 업체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달리 수직계열화를 통한 수 익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된다. 초기 투자가 많은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전기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쓸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 만큼 비효율적인 투자는 없다.
- 전기차 득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번 충전하고 달릴 수 있는 일충전 주행거리도 400~500km로 늘어 났고 배터리 1kWh당 가격도 100달러 미만으로 줄었다. 전기차 가 격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가 격 경쟁력도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4~5년이면 보조금 없이 내연기 관차와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될 수도 있다. 이때쯤에는 충전 인프 라도 구축돼 일반 주유소와 복합형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을 것 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배터리 리스Lease를 통한 전기차 구매 활성 화, 배터리 비용 절감을 통한 전기차 가격 인하 등 다양한 정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 확실하다. 전기차가 인큐베이터 모델에서 벗어나 시장을 주도할 날이 머지않았다. 전기 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래에도 모빌리티 주도 권을 갖고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수직 구 조보다는 수평구조에 가까워지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쥐고 있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주도 권은 전기차 배터리, 라이다 센서 같은 자율주행차 센서 개발업체, 차량용 반도체, 혹은 인공지능 개발업체가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미래의 모빌리티 주도권을 가질 것인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과연 게임체인저급 기술 주도권을 누가 가질 수 있을까? 이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전체 가성비와 특성을 책임질 핵심 부품이다. 2028년 이후로 생산이 기대되는 전고체전지를 비롯하여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등 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테슬라는 연간 전략 보고서 '2020 테슬라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되어 이미 2019년 기준 니 켈 1300톤, 구리 400톤, 코발트 80톤을 재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 테슬라는 네바다 기가팩토리에 자체 배터리 셀 재활용 설비 1단 계 설치를 완료하였고 가까운 장래엔 최대 원자재 생산 기업으로 우뚝 올라설 수 있다는 현실성 있는 비젼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유 럽도 마찬가지로 전기차업체를 중심으로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 독일에 이미 배터리 재활용 관련 시험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재활용 기술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 유는 무엇보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미리 방지함과 동 시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을 견뎌내기 위한 돌파구적 성격이 크 다. 크고 작은 지정학적 정치적 이슈에 따라 해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은 자동차나 배터리 제조업체에게는 리스크 요인 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광산개발 업체와의 제휴가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원자재 확보가 배터리 생애 전주기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 전 략이 될 것이다. 폐배터리 활용 사업이 완성되면 결국 안정된 가격 에 연동된 배터리 제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 단된다.

- 차세대 배터리 혁신은 왜 아직인가?
첫째, 에너지 Energy 와 출력 Power 간 존재하는 상충관계 때문이다. 하나의 성능이 개선되면 다른 한 성능은 퇴화되는 관계가 배터리 에너지와 출력 간에도 존재한다. 즉,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 는 배터리로 더 빨리 충방전할 수는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전기자동차의 관점에서 볼 때 단일 배터리가 장거리 및 고속 충전을 모두 제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양극과 음극 간의 불일치이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배터리기술은 리튬이온전지의 셀을 구성하는 한 쌍의 전극인 음극 Anode과 양극Cathode의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여기서의 문제는 음극은 이미 대응되는 양극보다 더 큰 에너지밀도 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양극 에너지밀도는 가장 많은 에너지저장 용량을 얻기 위해 음극의 밀도와 일치해야 한다. 즉, 양극 에너지밀 도를 높이는 데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배 터리 기술의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은 더 두꺼운 양극을 가진 배터리를 갖는 것이지만, 더 두꺼운 양극은 배터리의 기계적 및 열적 안정성을 감소시켜 조기에 배 터리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에너지밀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양극을 더 두껍게 한다면 리튬 확산 거리가 늘어나 출력이 저 하된다. 결과적으로 양극의 두께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으며, 이는 양극의 에너지저장을 제한하게 된다.
셋째,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앞서 언급한 새 로운 전기화 시장이 요구하는 광범위한 응용 분야의 요구를 충족 시킬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배터리 화학을 통해 고출력 대 에너지밀도 비율을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대량생산 및 상용화에 필요한 성능 메트릭 metrics을 혁신적으로 달성 한 기업은 거의 없다. 한 사례로, 수많은 전 세계 배터리 개발 연구자들은 높은 에너지밀도와 출력, 향상된 열 안전성을 동시에 달성 할 수 있는 전고체전지를 배터리 기술 최고의 마일스톤으로 간주하 고 있다. 물론 전고체전지는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하여 가용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가연성 액체전해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 적으로 더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상용화를 달성하 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전고체전지의 제조 공정은 기존 리튬이온전 지대비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며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단순 소재 연구개발이 아닌 다학제적인 혁신연구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 히 향후 몇 년 동안 kWh당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 산업 의 요구사항을 고려한다면 더욱 갈 길이 멀다.

- 테슬라는 기존의 배터리로도 충분히 그들이 목표로 하는 성능과 가격을 맞출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2020 년 9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가장 중요 한 포인트는 결국 원가절감을 통한 25,000달러(약 3,200만 원) 전기 자동차 생산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전고체전지 같은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기술 내용은 발표 되지 않았지만 100만 마일 (161만km) 배터리에 대한 암시는 제시되 었다. 또한, 배터리 및 다양한 혁신 공정을 통해서 배터리와 완성차 생산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낮출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테슬라는 기존 음양극 소재 혁신 기술 외에도 새로운 폼팩터 Form factor 적용, 공정혁신(건식형 전극기술, 탭리스 집전기술 등), 생산공정혁 신 등을 통하여 주행거리를 40% 확대하고, 비용을 49%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셀과 자동차 바디를 하나로 통합하 는 CTC cell to Chassis 기술을 통하여 7% 정도의 배터리 원가를 추가적 으로 하락시킬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테슬라는 왜 전고체전지 같은 차세대 배터리를 언급하지 않았을 까? 이에 대한 대답은 충분히 언급되었다고 본다. 즉 공정혁신, 기 존 소재의 업그레이드 정도로도 현재 리튬이온전지 체계로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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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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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중개자들

경영 2023. 10. 21. 17:20

- 가솔린과 항공유 같은 석유 정제품과 원유를 합친 기준으로 세계 5대 석유 중개 업체의 일일 거래량은 2,400만 배럴에 달한다. 세계 하루치 석유 수요의 25퍼센트에 맞먹는 양이다.  또한 세계 곡물과 유지작물(기름을 얻기 위해 재배하는 작물 옮긴이) 거래의 거의 절반을 세계 7대 곡물 중개 업체가 책임진다.  전기 자동차의 필수 원자재인 코발 트cobalt는 글렌코어 Glencore라는 회사가 세계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 한다.  절대적 수치 자체도 어마어마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숫자 이 상이다. 그들은 지구 어떤 업계와 비교해도 가장 민첩하고 공격적으 로 일하며, 자원의 가격을 결정한다.
- 원자재 중개 업체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하다. 한마디로 '수급 불균 형'으로 돈을 번다. 특정 장소와 시간에 원자재를 사들인 다음, 지역 과 시간을 달리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기 위해 그 원자재를 되파는 것이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원자재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산, 농장, 유전의 대부분은 구매자와 멀리 떨어져 있다. 게다가 생산자 모두가 자재를 직접 팔기 위 해 세계에 지사망을 깔 처지도 아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원자재시 장은 공급의 과잉과 부족을 왔다 갔다 한다. 민첩성과 융통성이 장점 인 원자재 중개 업체는 생산자로부터 언제든 원자재를 사들여, 기꺼 이 값을 치르려는 구매자에게 공급할 준비가 항상 돼 있다.
2020년 국제 유가 폭락 사태가 그 좋은 예다. 코로나19 팬데믹으 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봉쇄 조치로 사람들은 자유롭게 외출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움직일 일이 줄다 보니 유가는 끝없이 추락했고, 한 때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의 눈을 가진 원자재 중개 업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들 은 거저 수준으로 석유를 쓸어 담아 얌전히 보관했다. 석유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말이다. 심지어 어떤 업체는 석유를 마이너스 가격에 사들이는 횡재도 겪었다. 즉, 생산자는 프리미엄을 얹어 석유를 넘겼고, 원자재 중개 업체는 석유를 '돈 받고 얻었다는 뜻이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중요시하는 건 딱 하나, '가격격차다. 지역별 로, 원자재의 품질이나 형태별로, 인도 날짜별로 생기는 가격 차이 말 이다. 이 격차를 파고들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원자재 중개 업체는 시 장이 더욱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가격신호(재화나 서비스 가격이 변 할 때 소비자 수요와 생산자 공급을 변동시키는 신호_옮긴이)에 반응해 자원을 효 용 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옮긴다. 원자재 시장을 연구하는 어떤 교 수의 말을 빌리면 그들은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주장한 '보이지 않 는 손'의 '보이는 손'이자 산증인이다. 
- 업계의 성장으로 국제무역상 그들에게 중요한 미션이 추가됐다. 일명 금융 도관체 Conduit (투자나 금융의 매개 회사_옮긴이)로서의 역할이다. 예컨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원자재 대금을 선불로 치르고, 그 원자재 를 신용, 즉 외상으로 공급하는 '섀도 뱅킹 shadow banking'(은행과 비슷한 기 능을 수행하지만 중앙은행의 감독을 받지 않는 자금중개 기관_옮긴이) 역할을 한다. "석유는 화폐 그 자체죠."
마크리치앤드코의 석유 중개 부문을 이끈 짐 데일리 Jim Daley의 한마디가 금융 도관체로서의 역할을 명확해 말해 준다.

- 이 책의 줄기는 네 갈래다. 세계경제를 원자재 중개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 네 가지 변화가 그것이다.
첫 번째 줄기는 '시장 개방'이었다. 개방 중에선 석유 시장 개방이 단연 으뜸이었다. 1970년대 중동에서 자원 국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 었고, 그동안 석유 시장을 가지고 놀던 일명 '세븐시스터스'(1980년대 이 전 기준 앵글로이란석유회사Anglo-Iranian Oil Company,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캘리포 니아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of California, 걸프오일 Gulf Oil, 텍사코rexaco, 뉴저지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 of New Jersey, 뉴욕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Corporation of New York_옮긴이)의 시장 장악력이 줄어들었다.
유전에서 주유소까지 단일 기업의 공급망에 예속됐던 석유가 자 유롭게 거래되기 시작하니 유가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동과 중남미 국가는 원유 수출을 통제했고, 원자재 중개 업체는 그들과 무 차별적으로 거래를 맺었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새로운 형태의 국제세력 등장을 도운 셈이다. 일명 석유국가(석유를 국유화했으나 제도가 부실해 부와 권력이 소수에 집중된 작은 산유국_옮긴이), 바로 페트로스테이트라고 도 불리는 존재다.
두 번째 줄기는 1991년 소련 붕괴다. 소련 붕괴는 세계의 경제 관계와 정치 동맹의 지형을 한순간에 바꿨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이 변화에 적극 편승했고, 계획경제 체제였던 국가에 시장의 법칙을 주 입했다. 체제 변화로 인한 혼란의 한복판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는 자 금난에 빠진 광산과 공장에 생명줄 역할을 했고, 심지어 국가 정부의 생존을 지탱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역할에 대한 대가는 천연자원을 터무니없을 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원자재 중개 업체에 넘기는 것이었다.
세 번째 줄기는 21세기 초반, 10년간의 중국 경제다. 중국이 공 업화·산업화됨에 따라 원자재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열렸다. 1990년 중국의 구리 소비량은 이탈리아와 어깨를 견줬지만 오늘날엔 중국이 세계 구리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27 중국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대거 이주함에 따라 식료품과 연료유에 대한 수입 수요도 생겼다. 원 자재의 국제 교역을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가 어떤 행동을 했 을지는 뻔하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를 위해 온 세계를 샅샅이 뒤졌다.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이 중국과 새로운 경제 관계를 맺은 데는 그들의 역할이 컸다.
마지막, 네 번째 줄기는 1980년대에 시작된 세계경제의 금융화 (금융 부문 비중이 비금융 부문보다 급속히 커지는 현상_옮긴이)였다. 그간 원자 재 중개 업체는 계약을 맺은 원자재를 선적하기 전에' 대금을 내야 했 으므로 현금 확보의 필요성을 항상 느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원자 재 중개 업체는 보유한 현금 대신 차입금과 은행 보증을 활용했다. 그 렇게 대량 거래와 대규모 자금 조달의 시대가 열렸다.
이 네 가지 변화의 결과는 무엇일까? 세계 원자재 중개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의 기업과 개인에게 흘러가는 부와 힘이 폭발적으로 늘 어났다. 원자재 거래의 법칙은 거래를 많이 하되 이윤은 적게 남기는 저마진 형태다. 그러다 보니 원자재 거래량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 다. 2019년 기준 세계 4대 원자재 중개 업체(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카길)의 거래액을 전부 합치면 약 7,250억 달러다. 일본의 2019년 총수출액을 넘어선다. 
마진이 적더라도 거래량이 워낙 많으니 원자재 중개 산업의 이 익도 놀라운 수준이다. 마크리치앤드코의 경우 19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 얼마나 돈을 쓸어 담았는지 수익성 높은 10대 미국 기업에 들어 갈 정도였다(그것도 상장회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또한 중국발 원자재 수 요 증가로 글렌코어, 비톨, 카길의 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애플Apple과 코카콜라 Coca-Cola의 순이익을 앞지르는 수준이었다(자료 2 참고). 여기 서 놀라기는 이르다. 이 엄청난 이익은 극소수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아직도 대부분의 원자재 중개 업체는 비상장 체제다.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몇몇 창업자나 동업자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그들이 얻은 부는 환상적인 수준이다.
- 비상장 회사인 비톨은 회사의 모든 지분을 직원끼리 소유한다.
지난 10년간 트레이더이자 주주인 몇몇에게 100억 달러 이상이 배당 됐다. 농업 부문의 카길은 어떨까. 카길은 두 가문의 동업 체제인데,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회사로 그 수는 무려 14명이다. 29 루이드레퓌 스는 드레퓌스 가문이 거의 모든 지분을 소유하며, 글렌코어는 2011 년 기업공개로 억만장자 일곱 명을 배출했다.
- 바이서와 제셀슨 말고도 또 있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도 회사의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존 H. 맥밀런 주니어 John Hugh MacMillan Jr. (이하 맥밀런 주니어_옮긴이)라는 곡물 트 레이더였다. 당시 그가 운영하던 가족회사가 바로 전설의 카길이다. 훗날 카길은 미국 내 최대 비상장 회사로 성장했고 맥밀런 주니어의 후손은 세계 갑부 리스트에 줄줄이 이름을 올린다.
바이서와 제셀슨 그리고 맥밀런 주니어는 현대 원자재 중개 산업의 기틀을 놓은 시조였다. 그들 이전 세대 트레이더는 지역 틈새시장 에 집중했던 반면 바이서와 제셀슨, 맥밀런 주니어는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리라 내다봤다. 그들에겐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상품 이었고 잠재적 구매자는 세상 어디든 있었다. '세계화'라는 말이 유행 어가 되기 수십 년 전부터 그들은 세계화에 토대를 놓는 사업을 짠셈 이다. 국제무역이 확대되고 현대 경제의 중심부를 차지함에 따라 그 들이 이끌던 원자재 중개 업체는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했고, 그 경 제에서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현대 경제의 모습을 정립했다. 또한 향 후 수십 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을 규정지을 포트폴리오가 탄생했다. 그 이후 20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은 '구멍가게'의 모습에서 벗어 나 변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의 하나가 됐다. 바이서, 제셀슨, 맥밀런 주니어 같은 트레이더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됨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다. 이제 그들은 세계 국가 지도자가 두 팔 벌려 환영할 손님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천연자원의 권위자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대다수 정치인조차 거의 모르게 진행된 혁명이었 다. 정치인도 모르는데 일반 대중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수십 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이 '조용하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뒤에야 세상은 원자재 중개 업체가 세계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하는지 알아챘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그 현실을 깨달은 세계 여러 부국은 그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제껏 자신과 같은 공기를 나눠 마 시는지조차 몰랐던 집단이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에너지, 금속, 식량에 대해 전례 없는 막강한 힘을 쌓았다는 사실에 눈을 뜬 셈이다.
- 이렇듯 원자재 중개 산업의 개척자 셋은 소리 소문 없이 세계경제 질서 재편을 도왔다. 서방과 철의 장막 뒤 공급자를 잇는 무역로를 개척했고 과거 독과점 업체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 변화의 파급효과는 몇 해 지나지 않아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개척자 트로이카가 세계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이것 못지않게 트로이 카가 이룬 중요한 업적이 또 있다. 현재 원자재 중개 산업 포트폴리오 의 기초를 만든 것이다. 과거엔 특정한 지역이나 시장 안에서만 활동 했다면, 트로이카를 통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세 울 수 있었다.
-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 필리프브라더스를 포함해 금속 중개산업은 크게 두 가지 포트폴리오에 집중했다. 첫 번째, 매수자 확보 후 일괄 거래 진행하기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다. 어떤 고물상이 중개 업체에 고철 수백 톤을 팔고 싶다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은 중개 업체는 다른 중개 업체에 전보를 쳐서 구매자를 찾고, 자신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가격으로 고철을 사려는 이가 나타나면 매수·매도 계약 을 거의 동시에 추진하는 식이다. 25 두 번째는 톤당 수수료를 받고 위 탁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사업상 안전하지만 이익이 크 진 않다.
필리프브라더스는 경쟁자와 달랐다. 제셀슨의 지휘 아래 기존 업계보다 한층 거래에 대담해졌다. 먼저 대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가끔은 자금을 융통해 주는 조건까지 붙였다. 이 거래의 의미 는 무엇일까? 세계 곳곳에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원을 확보했음이다. 또한 시장 디스로케이션Dislocation (공급과 수요의 어긋남으로 일어나는 수급 혼 란 상황_옮긴이)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필리프브 라더스가 엄청난 수익을 챙긴다는 뜻이다. 필리프브라더스에서 구리, 납, 아연을 취급했던 트레이더 에른스트 프랑크Ernst Frank는 “팔 만한 무언가를 항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늘 시장에 발을 담가야 합니다. 살다 보면 무언가가 정말로 부족해지는 때가 옵니다. 필요한 물건을 가지면 큰돈을 법니다. "
- 원자재를 대량으로 거래하려면 장기 계약은 필수고, 원자재의 공급자와 구매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중개 '제국'의 시조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사업 네트워크를 쌓는 데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퍼부은 이유다.
사적 네트워크와 친분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차츰 집착 수준으로 발전했고, 일부 업체의 경우 전통적이고 고풍스럽다는 이미지까지 얻 었다. 이메일과 화상회의가 일상인 시대에도 직접 만나 식사를 하는 접근법을 고수한다는 뜻이다. 금속 중개 업체 트랜스아민Transamine 에 는 불문율이 있다.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것보다 고객과의 점 심 약속을 망치는 게 더 나쁜 짓이라고. 

- 오펙의 출현을 시작으로 일어난 석유 산업의 대변혁은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산유국은 오펙의 비호하에 점점 목 소리를 높였고 원유의 국유화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외국 기 업은 중동 지사를 계속 운영하도록 허가받아도 전보다 더 많은 이익 과 세금을 뱉어야만 했다.
그렇게 석유 산업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오펙, 최대 수혜자는 원자재 중개 산업이었다. 그렇게 오펙은 석유 시장과 세계경제를 완전히 뒤엎었다. 또한 석유 메이저의 시대 를 끝냄과 동시에 그 힘을 원자재 중개 업체에 넘겨줬다. 산유국이 자 원을 국유화함에 따라, 그 석유를 세계시장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원 자재 중개 업체가 맡은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력의 균형은 세븐 시스터스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로 기울었다. 석유의 구매자나 판매자 를 결정하는 권한이 원자재 중개 업체로 집중됐고 중동, 아프리카, 중 남미 등 신흥 석유국가의 존재감도 덩달아 올라갔다.
- 그동안 미국의 막강한 과점력 아래서 질서 있게 통제되던 세계경제는 무한 경쟁 체제를 향해 고삐 풀린 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 10 년간 유가는 미친 듯 요동쳤고, 미국부터 이란까지 세계 모든 곳이 정 치적 격변에 휘말렸다. 그렇게 유가는 세계경제 지형을 재편했다. 이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지하고 악착같이 붙잡은 한 사람이 있었다. 훗날 마크리치앤드코를 창업하는 리치였다.
당시 필리프브라더스 트레이더였던 리치는 1950년대 중반에 바 이서가 증명한 한 사실을 떠올렸다. 원유는 거래 가능한 '상품'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 사실을 적용하기 위한 실습 장소는 이란의 은밀한 지 원으로 이스라엘이 건설하던 에일라트-아쉬켈론 송유관이었다.
-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Richard Milhous Nixon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그전까지는 금과 미국 달러 가치가 연계됐다. 닉슨 대 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유는 석유와 거의 무관했고, 오히려 경 제 부양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는 엉뚱하게도 석유 시장에 극적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자 원 유를 미국 달러로 팔던 중동의 이익이 저평가된 것이다. 오펙 회원국 은 새로운 요구에 직면했다. 서방 기업으로부터 자국 자원에 대한 통 제력을 되찾는 것.
알제리부터 이라크까지 많은 산유국은 석유 메이저가 장악했던 이익에서 더 많은 몫을 요구했다. 그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졌고 급기야 석유의 국유화로 이어졌다. 18 오래전부터 국유화를 반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마저 태도를 바꿨다.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를 통해 미국 기업이 지배하던 자국 유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한 국가씩 석유의 국유화가 진행되면서 석유 메이저의 아성도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석유 메이저는 유가를 인상하는 것 외엔 다른 선 택지가 없었다. 1971년 아랍라이트 가격은 배럴당 2.24달러였는데 1972년에는 2.48달러, 1973년에는 3.29달러로 인상됐다. 이는 예고 편에 불과했다.
- 세계경제와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엄청난 지각변동이었다. 수십년에 걸쳐 석유는 세계경제의 건전성을 좌우하는 절대적 원자재로 조 용히 자리 잡았다. 석유 시장은 수년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했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하룻밤 사이 서너 배가 뛰어올랐고, 세계는 유례없 는 유가 변동의 시대를 맞이했다(자료 4 참고).
2차 세계 대전 후 이어진 세계경제 호황은 유가 급등으로 급제동 이 걸렸다. 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 기 시작했다. 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즉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모든 세대에 고통을 안겨 줬다. 특히 미국에 주는 충격파가 매우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서 자동차를 가장 숭배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하루아침에 미국인은 주유소에 서 긴 줄을 서야만 했다.
중동의 석유 국유화는 지난 수십 년간 세븐시스터스가 신중하게 개척하고 다진 과점 체계를 뒤흔들었다. 오펙 회원국은 자국의 원유를 통제하면서 세븐시스터스 금고의 오일머니를 자국의 금고로 가져 왔다. 서방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이런 우려는 향후 50년간 서방 외교정책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세븐시스터스 통제권 바깥에서 매매되는 석유는 갈 수록 늘었고, 이는 마바나프트와 필리프브라더스 같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무대가 점점 넓어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세븐시스터스는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져 유가 결정권까지 내놓아야 했다. 대신에 매 도 측과 매수 측의 입장이 크게 대립하는 경쟁 시장에서 유가가 결정 됐다. 석유 시장의 왕관은 자연스럽게 원자재 중개 업체로 넘어갔다.

- 이제 밀, 커피, 구리 등 여타 원자재 시장과 석유 시장이 서로 닮기 시작했다. 기존 원자재 시장에서 업체의 역할은 중간상이자 국제무역의 흐름을 돕는 조력자였다. 또한 가격 급등은 막대한 이익을 거 둘 기회와 같다는 뜻이었다. 필리프브라더스 같은 전통적 업체는 돈 냄새 하나만은 기막히게 맡았다. 수십 년간 금속 거래로 벌어들인 돈 보다 석유가 더 중요한 수익원이 될 것을 안 것이다. 심지어 필리프브 라더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 영역을 곡물과 커피, 설탕 중개로까 지 확대했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의 '곡물 대탈취' 사건으로 한몫 크게 챙긴 곡물 중개 업체도 다른 원자재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 했다. 카길은 1972년 금속 중개 업체 시테넌트선스앤드코C. Tennant, Sons & Co. 를 595만 달러에 인수해 금속 중개 시장에 입성했다.  이후 몇 년에 걸쳐 카길은 철강과 석유에까지 손을 댔다. 그렇게 에너지, 금속, 곡물 세 부문을 동시에 거래하는 역량을 갖춘 최초의 국제적인 원자재 중개 업체가 탄생했다.
석유가 가져온 효과는 또 있었다. 원자재 중개 업체를 권력에 더 욱 가까이 데려다줬다. 정부는 금속, 광물, 곡물을 전략적 민감성이 큰 자원이라 '종종 생각했다. 하지만 석유는 차원이 달랐다. 석유는 워낙 액수가 크기에 공급자, 트레이더, 소비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첨 예하게 얽힌다. 산유국은 오일머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한 반면, 서방 정부는 석유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했다. 이 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원자재 중개 업체와 손잡을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원자재 중개 업체의 한 손에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의 산유국 위정자가 있었고 다른 손에는 서방 정부가 있었다.
그렇다면 서방에 공급할 석유는 어디서 가져올까? 이 질문에 답 할 이는 국제금융과 세계 정치의 중심을 차지한 원자재 중개 업체뿐 이다. 물론 그 '영업 비밀'을 순순히 털어놓을 리 없다. 두 번의 오일 쇼크가 덮친 1970년대 고유가 시절에 필리프브라더스의 고위 임원을 지낸 어떤 이는 "우리가 뭣 하러 꿀단지로 벌을 데려가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냥, 세계에서 석유를 사서 세계에 석유를 공급한다고 치죠.” 
- 창업 이후 리치는 20년간 원자재 중개 산업을 호령할 뿐 아니라, 1980~1990년대 원자재 트레이더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된다. 나중에 다루겠지만, 마크리치앤드코는 훗날 두 곳의 업체를 낳는다. 바로 글 렌코어와 트라피구라다. 어찌 보면 마크리치앤드코는 필리프브라더스 '왕조'의 방계로 출발해 원자재 중개 산업의 황제로 군림한 셈이다.
어찌 보면 리치는 필리프브라더스의 가장 이상적인 아웃풋이었다.
그는 영리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데다 세상 물정에도 밝았고, 매력적인 성품에 워커홀릭이었다. 라이벌마저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쪽에서의 성공 비결은 추세를 포착하는 능력이에요. 리치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추세를 빨리 포착하고 읽습니다."
다만 필리프브라더스와 리치는 기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리치가 보기에 필리프브라더스는 너무나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이었다. 반 대로 필리프브라더스가 보기에 리치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었고 위험 앞에 쓸데없이 용감했다. 몇 년 후 리치는 회사 내 어떤 트레이더에게 자신의 사업 철학을 들려준 적이 있다. 칼을 꺼내더니 칼날 위에 자신 의 손가락을 똑바로 세우면서 "트레이더로 일하다 보면, 이렇게 칼날 위를 걷는 식의 상황이 많을 거야. 잘못된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 라고 말한 것이다.
- 1979년 2월 1일, 비행기 한 대가 이란 테헤란에 착륙했다. 눈처럼 하얀 수염에 검은색 긴 겉옷을 입은 노인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남 자승무원의 부축을 받아 조심히 걸음을 내딛은 그 노인이 바로 아야 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Ayatollah Kuhollah Khomeini다. 15년간의 망명 생활후 호메이니의 귀국은 이란혁명의 정점이자, 세계 석유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메이니는 쩌렁쩌렁 단호한 목 소리로 지지층에게 "우리의 승리가 코앞입니다. 하지만 이건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라고 선언했다. 1차 오일쇼크에서 나온 오일머니로 호화판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악명 높았던 이란의 샤,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Mohammad Reza Pahlavi는 호메이니 귀국 몇 주 전에, 휴가를 핑계 로 이란을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석유 시장에 이란혁명은 어떤 의미였을까? 한마디로 초강력 벼 락이었다. 이란은 오펙 내 원유 생산량 2위였다. 호메이니가 귀국하 기 몇 개월 전부터 석유 위기론은 이미 무르익었다. 1978년 초부터 이란 남동부 지역에서 석유 노동자가 파업을 벌였다. 연초 550만 배 럴을 맴돌던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연말엔 바닥 수준으로 급감 했다. 
이란혁명이 석유 시장의 모든 이에게 똑같은 영향을 미친 건 아 니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었다. 이란혁명전까 지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이란과의 계약을 통해 다른 정유사에까지 공급할 정도로 원유를 충분히 확보했었다. 하지만 호메이니 세력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주재 직원을 강제 추방했고, 이란 내 브리티시페 트롤리엄의 모든 자산은 이란 소유가 됐다.
하루아침에 석유 공급이 완전히 끊긴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자 신들의 정유 공장에 필요한 석유마저도 남에게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현상은 도미노 효과를 가져왔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을 포함해 이란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던 일본 정유사에도 위기가 왔고, 미국의 일부 정유사까지 위기에 휘말렸다.
이란의 감산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섰지만 1979~1980년 내내 오펙 석유 공시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배럴당 달러가 28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무리 올라도 공시가는 공시가일 뿐, 실제 거래 가격은 훨씬 높았다. 지급과 인도가 계약 성립과 동시에 이 뤄지는 스폿 시장에서의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이상이었고, 심지어 50달러까지 거래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불과 몇 해 전 유가가 10년 연속 배럴당 2달러 선이었는데, 그때 기준으로는 마치 외계 문명의 숫자처럼 보였을 법한 가격이었다.
세븐시스터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석유 시장의 새로운 주인은 리치와 데우스 같은 트레이더였다. 여전히 세계는 목마른 사슴마냥 석유를 갈망했다. 하룻밤 사이 이란의 석유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지켜본 석유 업체는 매우 절박해졌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고, 원산 지를 따지는 것은 정말로 한가한 소리였다. 
-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해엔가 소련에 10억 달러 어치의 곡물을 수출하던 이들이 이제 유가까지 통제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정치계가 상황을 파악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원자재 중 개 업체의 영향력에 대해 정치계는 어떤 대응을 할지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
정치계가 고심 끝에 꺼낸 카드는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였다. 미 국 농무부는 국제 곡물 시장의 수급 추정치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국 제에너지기구 IEA도 국제 석유 시장의 수급 추정치를 발표하기 시작했 다. 이 두 조직이 발표하는 수급 예상 보고서는 오늘날에도 원자재 중 개 업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표이긴 하다.
- 하지만 정치계는 정작 원자재 중개 업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일에는 멍청했다. 1979년, 주요 7개국정상회담 G7, Group of Seven Nations 에 참석한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 영국, 캐나다, 미국 정상은 석유 중개 업체와 오펙 회원국을 향해 스폿 현물시장 거래를 줄이라 촉구함과 동시에 '국제 석유거래 등록제' 도입을 고려했다. 이는 원 자재 중개 업체를 하나의 세력으로 받아들이는 사상 첫 시도임에'만' 의미가 있다. 시장 규제 노력의 성적표는 옹색했다. 가시적 성과가 전혀 없었고, 화려한 베일로 가려진 로테르담 '하우스'는 연중무휴 손님 으로 북적였다.
- 10년간의 지각변동을 겪은 석유 시장은 이런 근본적인 변화로 인 해 에너지에 대한 세상의 접근법을 다시 설정했다. 예전에는 세븐시 스터스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를 사실상 식민지 유전으로 거느리 며 석유 계약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제 석유 시장은 세븐시스터스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됐고, 세븐시스터스의 자리는 리치 같은 트레이더가 차지했다.
- 새로이 자리를 차지한 트레이더들은 지켜야 할 역사나 평판도 없었으니 도덕심까지 버릴 준비가 된 자들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현대 세계의 지정학적·경제적 혁명을 촉진했다. 산유국은 자국 원유에 대 한 통제력을 되찾았고, 오일머니는 국제금융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 다. 그리고 석유국가가 국제적인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 고 유가는 자유의 몸이 됐다.
이제 런던이나 뉴욕에 있는 석유 메이저가 미국과 유럽 정부와의 우정 속에 품위 있게 유가를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무한 경쟁의 글 혹은 도박장과 같은 로테르담 마켓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 재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을 이어받았다.
이런 변화는 단지 석유 시장에만 해당되진 않는다. 금본위제 폐지로 달러의 가치가 시장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시장 안에서 결정되기 시작했다. 서방 정부와 제도가 세계경제에 미치던 영향력이 모든 부 문에서 약화됐고, 더욱 무자비한 자본주의가 만드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한마디로 원자재 트레이더의 시대가 찾아왔다.
- 이른바 '제3세계'로 불리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는 자원 국유화 바람을 타고 자국이 생산하는 원자재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했다. 이렇게 된 이상 힘과 권력의 이동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과거 미국과 유럽의 석유 메이저, 광산 업체가 가진 힘과 권력은 제3세계 정부로 옮겨 갔다. 이런 변화는 원자재 중개 업체에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 줬고, 그들은 그 기회를 냉큼 붙잡아 원 없이 달콤히 빨아먹었다. 게 다가 원자재 중개 업체는 강경한 목소리를 가진 많은 원자재 생산국 에 '귀한 손님'이 됐다. 그들 국가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천연자원이 유일한 수익원인 정부와 위정자에게 달러가 흘러갈 수 있게 도왔기 때문이다.
- 마크리치앤드코 그리고 훗날 사명을 바꾸고 배턴을 이어받은 글렌코어에 자메이카는 30년 가까이 돈줄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중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 글렌코어는 자메이카 정부와 맺었던 계약을 통해 시세에 절반 이하 가격으로 알루미나를 사들였다. 만약 자메이카 정부가 알루미나를 현물시장에 직접 팔았다면 2004~2006년 간 3억 7,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33 즉, 글렌코어가 해당 거래로 거둬들인 이익이 그 정도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에 대한 대가로 마크리치앤드코와 글렌코어가 자메이카에 거의 30년간 제공한 차관 액수는 무려 10억 달러에 가까웠다. 
"우리에게 은행이란 글렌코어, 그 이전에는 마크리치앤드코뿐이 었죠. "
자메이카 공직인사처 수장을 지냈고, 마크리치앤드코와 협상에 자주 관여했던 칼턴 데이비스Carlton Davis의 회상이다.
마크리치앤드코와 자메이카와의 거래는 원자재 중개 업체가 새 로 획득한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는 최고의 교과서다. 그들 은 한 손엔 유례없는 막강한 재정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시장을 지배 함으로써 자메이카 같은 국가의 경제적 약점을 이용했다. 서방 석유 메이저와 광산 업체가 빠져나갔고, 규제와 감시가 거의 없었으며, 월 스트리트가 이머징 마켓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틈새에서 원자재 트레 이더들은 무제한의 자유를 즐기며 활개 쳤다
- 이머징 마켓에서 원자재 트레이더의 활약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 그저 이름처럼 원자재만 사고판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너무나 순진 한 것이다. 그들은 이머징 마켓에서 머천트뱅크Merchant Bank (여신/수신 을 제외한 투자와 어음 및 증권 발행 등을 취급하는 금융기관_옮긴이) 업무와 사모 펀드(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채권, 기업,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비상장 펀드_옮긴이) 영역으로까지 업무를 확대했고, 하루는 나이지리아 정부 에 돈을 빌려주거나, 다음 날에는 페루의 앤초비Anchovy (청어목 멸치과 어 류_옮긴이) 가공 공장에 투자한다. 한마디로 자본차익 거래 세상에 모 든 발을 담근 존재다. 선진국의 돈을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과정에 서 그들은 매우 두둑한 차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차익이 나오는 곳은 온통 지뢰밭 수준인 위험한 곳이 다. 정치적 불안에 따른 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외환 통제가 사사건건 업무를 방해하며, 부패하기까지 한 관료들의 형식주의가 걸림돌이 됐 다. 그래도 시기와 기회가 잘 맞으면 잭을 터뜨릴 수도 있었다. 그 예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선 투자 후 채 2~3년도 지나기 전에 차익을 실현했는데, 선진국에서 투자했다면 최소 10년 이상 걸려야 가능한 수준이었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단지 무모한 도박을 한 것이 아니라 보상을 받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없다면 원 자재 상품을 수출할 수 없고, 당연히 귀중한 경화 Hard Currency (국제금융 상환관리를 받지 않고 금이나 각국 통화와 바로 교환 가능한 화폐. 미국 달러와 유로 화 등이 해당된다_옮긴이)를 손에 넣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리치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강하고, 어디 누구와도 거래 가능하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트레이더에게 그 지뢰밭은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사회주의 정부가 자원을 국유화한다면 트레이더는 언제든 그들이 원자재를 수출하도록 도울 준비가 됐다. 그러다 예전 정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다면? 그들도 정치를 위해 돈이 필 요하다. 그들도 결국 원자재를 수출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 하다. 자메이카의 상황이 딱 이랬다.
자메이카에 사회주의 계열 정부가 들어섰을 때 일이다. 자메이카 는 자국의 보크사이트를 소련이 생산한 자동차로 맞바꾸는 계약을 맺 었다. 이들 계약에 마크리치앤드코는 무슨 역할을 했을까? 물류와 운 송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사회주의 반대파가 새 정부를 구성했을 때 도 마크리치앤드코는 역할을 찾아냈다. 자국의 보크사이트와 미국산 밀과 분유를 교환할 때도 가교 역할을 맡았다.
- 석유 시장의 금융화는 새로운 거래 방식을 탄생시켰다. 모기지Mortgage와 정크본드Junk Bond 시장에서 혁명을 이끈 월스트리트는 1980년대 말이 되자 석유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로운 금융 도구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면서 석유 시장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이때 석유 시장에 진입한 새로운 참가자로는 연기금 같은 기관투 자자를 포함하는 재무적 투자자(경영 대신 투자 수익이 목표인 투자자_옮긴 이), 항공사나 해운업체처럼 유가 상승에 대비할 보험이 필요했던 최종 이용자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원유 현물을 직접 볼 필요가 없었고, 명목상 거래만으로도 목적은 충분했다. 이렇게 가상으로 거래되는 석유는 '명목석유 Paper barrel'라는 이름을 얻는다.
명목석유 거래자의 경우 선물과 옵션 그리고 유사 금융 상품을 도구로 썼다. 하지만 그 상품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런던금속거래소에서는 구리와 주석의 선물거래가 이뤄졌다. 곡물 역시 시카고상품거래소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선물거 래가 이뤄졌다. 특히 일본에서는 1697년부터 쌀을 매개로 한 선물거 래가 이뤄졌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 선물거래로 여겨진다. 하지만 석유부문에서는 1980년대에 들어서야 형성됐다.
- 석유 선물시장의 탄생은 트레이더에게 이제껏 없었던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 현물을 즉석에서 사고팔 필요가 없어졌 다. 몇 주, 몇 달, 몇 년 후에 인도·인수할 석유를 현재 시점에서 매매 할 수도 있었다. 트레이더는 실제 인수일보다 몇 개월 전에 계약을 사 고팔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만기일까지 계약을 유지해 현물 을 인수하지 않았고, 그 대신 인수하기로 한 현물과 같은 분량의 선물 을 매매했다. 무슨 뜻일까? 진짜 석유 없이 시장의 움직임만으로 돈 을 거는 게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 석유 거래에서 선물은 다양한 역할을 했다. 선물을 이용한 투기가 등장했는가 하면,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덜기 위해 선물을 활 용하는 이도 있었다. 예를 들어 1개월 후 매도해야 할 석유가 있다 치 자. 유가 상승을 기대하며 1개월을 보내는 대신 곧바로 선물 계약으 로 팔아 현 시가에 묶는 식이다. 이러면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큰 위험이 제거된다. 물론 유가가 떨어지면 선물 가치도 떨어진다. 하지 만 더 낮은 가격으로 선물 계약을 되살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대로 유가가 올라가면 계약상으로는 손해지만 현물 가치는 올라가 니 손실액과 같은 액수를 버는 셈이다.
옵션은 선물보다 더욱 유연하다. 옵션에서 트레이더는 수수료(프리미엄Premium)를 대가로 사전에 정해진 가격과 시기에 선물 계약을 사고 팔 선택권을 획득할 수 있지만 이는 권리 사항이다. 즉, 계약 이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선물과 옵션을 통틀어 파생상품이라 하는데 그 가치가 기초자산, 즉 원자재의 가치에서 '파생하기 때문이다.
- 석유 선물 계약의 시작은 원자재 중개 업체에 날개를 달아 줬다. 현대에 들어 거래 위험을 회피할 길이 처음 열렸기 때문이다. 이젠 위험을 감내할 필요 없이 대규모 계약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현물과 금융 모두에 참여하는 원자재 중개 업체가 다양한 시도를 해 볼 무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비유하면 월스트리트 '도박장'이 석유 시장에 침투한 셈이다. 이 두 문화의 충돌에서 돈벼락을 맞을 준비가 가장 잘된 이가 바로 홀이었다.
- 예전에는 가격격차를 이용한 거래는 도박에 가까웠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격이 움직이기를 기대하며 피 말리는 시간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선물시장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1990년 봄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홀은 원유를 사들인 당일에 선물 계약을 이용해 6개월 후 석유 인도 가격을 고정 시킬 수 있었다. 이러면 6개월 후의 선물 가격이 현 공시가보다 더 높았으니 이익이 확보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석유 선물거래에도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인도 전까지 원 유를 저장할 공간을 찾는 일이었다. 당시 육상의 석유 탱크는 원유를 저장하기엔 그 수가 부족했다. 그런데 홀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30만 톤 이상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VLCC를 빌려 탱크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을 바다에 정박시켜서 탱크로 쓰 려는 생각이었다. 물론 유조선이 정박한 일수대로 체선료(계약 기간을 넘겨 정박할 경우 청구되는 비용_옮긴이)를 계산해 줄 생각이었다.
물론 홀의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시도됐었다. 하지만 독립 중개업체가 원유의 대규모 저장을 위해 시도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 홀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한 거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약 200만 배럴을 옮길 초대형 유조선 십여 척을 임 대했다. 그리고 홀은 원유를 '진공청소기처럼' 사들이는 동시에 원유 매입가보다 비싼 선물 계약을 매도했다. 즉, 이익을 고정시켰다.
이제 홀에게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원유를 팔 때까지 금융기관으 로부터 최소 6개월 동안 대출을 트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81년 인수, 합병을 통해 피브로에너지가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은행인 살로몬브라더스와 한 지붕 아래 살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1980년대 거의 전반에 홀은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유가가 정점이었을 때 홀이 사재기한 원유의 총 가치는 6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물량으로는 3,700만 배럴이 넘는 수준이었다. 홀이 원 유 구매에 엄청나게 돈을 쓰자, 평소에는 피브로에너지 업무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던 살로몬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 존 거트프런드John Gutfreund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홀은 재차 확신했다. 자신의 거래가 완벽함을 말이다. 선물시장에서 가격을 고 정시킨 덕분에 피브로에너지는 유가가 어떻게 바뀌든 무조건 돈을 벌 었다.
- 1960~1970년대 트레이더는 입사 후 우편실에 배치돼, 리치와 데우스 같은 위험 사냥꾼의 대담한 방식을 모방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성장한 이들 앞에 새로운 트레이더가 등장했다. 그 '주니어' 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 언어에 능통한 데다 수학의 귀재였다.
이제 트레이더는 두 갈래로 나뉘기 시작했다. 먼저 '사업 개발이 전문 분야고 먼 외국까지 날아가 현지 '거물'을 융숭하게 접대하는 데 익숙한 부류다. 그 반대쪽에는 스스로를 '트레이더'라 부르는 일당이 있었다. 그들은 전화기, 컴퓨터 화면과 한 몸처럼 움직였고, 사업 개 발자가 맺은 현물거래를 기초로 금융 상품을 사고팔았다.
이제 월스트리트도 직접 석유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 기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금과 석유 산업에서 쓰는 금융용어 에 대한 능통함이었다. 그렇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기 관은 신속하게 석유 중개 업체로 성장해 '월스트리트정유사Wall Street Refiner'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 주니어급 트레이더는 현물시장에서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금융계에서 초대형 도박을 감행했고, 반대로 새로운 종류의 현물시장 기 법을 구현하기 위해 금융계를 활용했다. 특히 피브로에너지의 홀, 골 드만삭스의 스티븐 셈리츠stephen Semlitz와 스티븐 헨델stephen Hendel, 모건스탠리의 닐 시어Neal Shear와 존 셔피로John Shapiro 같은 트레이더 는 석유 현물시장과 금융계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줄타기가 가능한 전 문가가 돼 이익을 창출했다.
기존 질서를 고수하던 원자재 중개 업체는 힘겹게 버텼지만 여의치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석유 시장은 돈 벌기가 아주 쉬웠고, 이는 새로운 선수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됐다. 물론 이젠 옛말이 됐다. 시장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졌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새로 진입한 월스트리트 금융기관과 경쟁이 가능한 원자재 중개 업체는 거의 없었다. 월스트리트 금융기관이 자사 트레이더에게 '총알을 막대하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가장 전설 적인 원자재 중개 업체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얄궂게도 홀이 몸담았 던 필리프브라더스였다. 오랜 전통으로 존경받던 이 업체는 1980년 대 전반 영욕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월스트리 트의 한 은행으로부터 처절히 굴욕을 맛봤다. 당시 필리프브라더스는 이란혁명으로 석유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자 그 틈을 공략해 1979년과 1980년에 최전성기를 맞이했고, 그 두 해의 이익을 합치면 10억 달러를 상회했다. 
- 1980년대 말, 중앙집권 체제의 소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간 삐걱거리던 소련 체제는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 Mikhail Sergeyevich Gorbachev가 실시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혁, 재건) 와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 공개) 프로그램 주도로 민간 기업에 서서 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87년, 소련은 사업가적 재능을 가진 젊은이에게 소기 업을 운영할 권리를 부여했는데, 해당 기업을 협동조합이라 불렀다. 이들 중에서 훗날 러시아의 신흥 재벌, 일명 올리가르히oligarch가 여 럿 탄생한다. 이 협동조합은 컴퓨터 제품 수입, 복권 운영, 공연 입장 권 판매처럼 행정부가 해소해 주지 못하는 필요를 충족시켰다. 또한 그들은 잉여 물자를 똥값으로 사들이고, 할당 예산을 집행할 방법을 찾아야 했던 관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너지는 체제의 비능률 과 무능을 이용해 큰돈을 벌었다. 가끔은 이들 기업가가 어렵사리 원 자재를 확보하거나 원자재 수출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소련 기업가와 원자재 중개 업체가 만난다.
- 소련의 와해는 다수의 신생국뿐 아니라 올리가르히라는 이들도 탄생시켰다. 소련의 붕괴로 인해 세계지도는 다시 그려졌고, 이후 수 십 년간 세계 돈의 흐름도 바뀌었다.
한편 데이비드는 체르노이와의 약속을 성공적으로 지켰다. 두 남 자 모두 천문학적인 부자가 됐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영향력은 개인 적인 부를 훨씬 초월했다. 트랜스월드는 독립 경영을 하는 회사가 느 슨하게 연결된 형태의 거대한 복합기업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주니어 엘리트를 양성하는 일종의 교양 학교 역할까지 했다. 여기서 미래의 올리가르히가 나오는 셈이다. 체르노이가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자 랑스럽게 했던 말이 허풍만은 아니었다.
"러시아 재계 엘리트 중 거의 절반이 내 제자입니다."
올리가르히의 '인큐베이터'는 트랜스월드 말고도 또 있었다.
- 1990년대에 글렌코어의 모스크바 지사장을 지낸 제노베세에 따르면, 글렌코어 역시도 여러 올리가르히를 후원했다면서 오늘날 러시아 갑 부 리스트에 포함된 이름을 쭉 나열했다.
“그들이 몇몇 회사를 소유하기 시작했고, 우린 그들에게 돈을 댔 습니다. "
원자재 중개 업체와 러시아의 지도층이 될 이들과의 만남은 거대 한 결과를 가져왔다. 초기 올리가르히에게 원자재 중개 업체는 사업 의 '멘토'이자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준 조력자였다. 자신의 상품을 수출하는 방법을 '친히' 보여 줬을 뿐 아니라 훗날 러시아 경제가 민영화됐을 때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자본을 미리 준비하도록 도와줬으니 그렇다.
올리가르히와 서방 금융계를 잇는 가교 역할도 원자재 중개 업체 의 몫이었다. 심지어 초기 올리가르히들은 가끔 조세피난처와 역외회 사(조세피난처에 설립되는 회사_옮긴이)를 이용하는 편법을 '최고 전문가'에 게 배울 수도 있었다. 원자재 중개 업체야 그런 수법을 수십 년 전부터 썼으니 말이다.
- 1960년대부터 소련은 석유와 설탕 맞교환으로 쿠바를 지원했다. 소련은 이런 구상무역을 통해 쿠 바 석유 수입량의 90퍼센트 이상을 책임졌고, 그것도 대부분은 쿠바 정부의 부담을 덜어 주려 보조금 포함 가격으로 수출했다. 한마디로 쿠바는 소련산 석유를 저렴하게 수입해 썼단 소리다. 이에 대해, 당시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이던 쿠바는 설탕 수확량의 거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이런 물물교환 방식은 정치적 측면에선 완벽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비논리적이었다. 소련의 석유는 지리적으로 유 럽의 정유 공장과 훨씬 더 가까웠고, 쿠바도 인접국에서 석유를 공급 받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었다. 설탕 교역도 똑같다.
- 1980년대 말 마크리치앤드코는 쿠바와 러시아 간 직접무역의 비효율성을 해소할 계획을 짰다. 한마디로 중개무역이었다. 즉, 마크리 치앤드코가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산 석유를 쿠바에 수출하고 대신에 러시아산 석유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지중해의 어딘가로 운송했다. 설 탕도 비슷했다. 쿠바의 설탕은 아메리카 대륙에 수출하고 러시아와 동유럽의 설탕 수요는 쿠바보다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공급자가 충족 하면 그만이었다. 이러면 쿠바도 소련도 수백만 달러의 운송비 절약 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마크리치앤드코는? 당연히 그 거래의 수혜 자다. 해당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했던 어떤 사람에 따르면 마크리치앤드코는 단단히 '한몫' 챙겼다고 한다.
- 소련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1990년대는 창조적인 일부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선 기회의 시간이었을지언정 업계 전체엔 힘든 시기 였다. 세계경제는 쭉 뻗은 포장도로가 아닌 비포장 자갈길을 달렸고, 경제가 그 모양이니 원자재 가격은 약세였다. 한마디로 업계는 큰돈 을 만지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원자재 중개 업체의 투자금이 많이 몰 린 몇몇 국가에 경제 위기가 연이어 들이닥쳤다. 1994년 멕시코를 필 두로 1997년부터는 동남아시아가 경제 위기에 휩싸였고 1998년에는 러시아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했으며, 이듬해엔 브라 질이 재정 위기의 수렁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도 원자재 중개 업체 운 영비는 줄어들 줄 몰랐다. 왜 그랬을까?
1990년대 원자재 중개 시장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연결성과 금융화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연결되고 금융화되는 업계 환경에서는 틈새시장 한 곳만을 공략하는 것으로는 이익을 올리 기 충분하지 않았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세상 모든 곳에 진출해야만 했는데, 즉 더 많은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였으니 운영비는 더욱 늘어났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중개 업체의 자산 투자 실적도 좋지 못했다. 그동안 유전, 정유 공장, 축산 농장, 광산, 제련소 같은 자산 에 투자했는데, 이머징 마켓의 위기로 원자재 수요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었다. 가령 1998년 평균 유가는 배럴당 고작 12달러였는데, 이는 이란혁명 이후 최저점이었다. 원자재 중개 시장에서 이 시기는 '찰스 다윈' 식으로 표현하면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시간 이었다. 강한 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한 자는 더욱 약해지는 기간이기도 했다.
- 엔론의 몰락은 원자재 중개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당시 원자재 중개 산업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고, 그때는 가 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기기도 했다. 엔론 제국의 붕괴는 바로 그 시대의 정점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 구공산권의 잔해 속에서 만들어진 원자재 중개 산업의 윤곽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 2000년대 초반이 되자 몇몇 거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석유와 금속, 곡물 중개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장악했으며 이 구도는 지금까지 놀랄 정도로 변화가 없다. 가령 곡물 부문에서는 콘티넨탈을 흡수 합병한 카길이 미국 곡물 전체 수출의 약 40퍼센트를차지 중이다. 
석유 부문에서는 비톨이 최대 업체의 대관식을 치렀고, 금속 부 문에서는 글렌코어가 그 역할을 했다. 트라피구라는 고속 성장하면서 그들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각축전이 한창인 분야가 한 곳 있 었다. 엔론이 사라진 북미의 천연가스와 전기 시장이었다. 월스트리 트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이 자리를 차지하려 온갖 싸움을 벌인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무모하고 위험한 거래로 얼룩진 1990년대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공산주의 정권의 쿠바에서부터 신속하게 성장하는 동유럽 자본주의 국가, 온갖 종류의 독재 정권과 실패한 국가까지 세상 곳곳 온갖 위험천만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1990년대를 관 통했던 잔인한 통합의 시간을 버틴 업체에 주어진 열매는 달콤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업체는 원자재 거래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국제화 된 주역으로 성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겐 풍요와 부의 새 시대로 들어가는 입 장권이 주어진다. 천연자원을 빨아들이는 새로운 블랙홀이 서서히 정 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원자재 중개 산업은 빅뱅의 시간으 로 들어간다. 그 빅뱅의 근원지는 바로 중국이었다.

- 한 국가가 소비하는 원자재의 양은 크게 두 가지 변수와 관계가 있다. 바로 전체 인구와 국민소득이다. 다만 이 요소와 원자재 수요와의 관계는 완벽히 비례하지 않는다. 가령 1인당 국내총생산이 4,000 달러 이하인 상대적 빈국의 경우, 국민은 소득 대부분을 의식주에 소 비한다. 정부는 발전소와 철도처럼 원자재 집약적인 공공기반 시설 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 빈국이 신속하게 성장하더라도 원자재 수요가 곧바로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다.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 8,000~2만 달러를 넘어서면 각 가정은 더 좋은 교육, 건강, 오락, 여가 등 원자재 소요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비스를 많이 소비한다. 게다가 공공 기반시설이 대부분 완비된 상태이므로 원자재 집약적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크지 않다.
이 극단 사이에 바로 원자재 수요의 최적 지점, 이른바 원자재 수 요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모든 분야가 최적화된 상태_옮긴이)이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따지면 약 4,000달 러를 초과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국가의 산업화·공업화·도시화가 시 작되며, 추가적 경제성장과 추가 원자재 수요 사이의 강력한 상관관 계가 형성된다.
- 중국이 원자재 스위트 스폿에 진입한 가장 중요한 국가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국가는 아니었다. 북미,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을 제외한 세계 많은 국가가 모두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는 경제 발전 단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이고 자원 집약적인 경제성장은 경제학자들이 원자재 '슈퍼사이클 supercycle'(공급을 초월하는 수요를 창출할 때 나타나는 장기적인 가격 상승 트렌드_옮긴이)이라 부르는 현상을 초래했다. 원자재 가격이 과거 가격 트렌드를 훨씬 뛰어넘고, 이런 상승세가 통상적 경기변동보다 더욱 오래 지속되는데, 때로는 수십 년간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흉작이나 광산 폐쇄 같은 단발성 공급충격(재화나 서비스의 수요나 공 급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변동하는 현상_옮긴이)으로 생기는 사이클은 대개 단 기간에 해소된다. 가격 상승이 공급 확대를 부추기는 대신에 수요를 억제하면서 다시 균형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서 비롯한 슈퍼사이클은 세계경제의 급속한 산업화·공업화·도시화와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첫 번 째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19세기 산업혁명에 의해, 두 번째 슈퍼사이클은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의 군비 재무장으로 촉발됐다. 그리고 세 번째 슈퍼사이클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유럽과 일본의 전후 복구와 팍스 아메리카나에 따른 경제 호황의 결과로 나타났다. 2000년과 거의 때를 같이한 네 번째 슈퍼사이클은 중국과 여타 신흥 경제국이 원자재 스위트 스폿에 진입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번 슈퍼사이클은 국제 원자재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 다. 1998~2018년까지 7대 이머징 마켓(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으로 구 성되는 브릭스BRICS 4개국과 인도네시아, 멕시코, 튀르키예)은 세계 금속 소비 증 가의 92퍼센트, 에너지 소비 증가의 67퍼센트, 식량 소비 증가의 39 퍼센트를 각각 차지했다. 
- 1998년 석탄 시장은 더욱 침체에 접어들었는데, 글라센버그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였다. 톤당 석탄 가격이 1980년대 중반 이래 최저 수준이었고, 20 대부분이 돈을 잃으면서 죽는소리를 했다. 하지만 글 라센버그는 석탄 가격이 이제 상승할 일만 남았다고 확신했다. 하지 만 당시 석탄 산업에는 선물시장이 없던 터라 가격 상승에 돈을 걸방 법이 없었다. 방법은 딱 하나, 광산 인수였다. 이후 4년에 걸쳐 그는 호주와 남아공에서 12곳이 넘는 광산을 매입했고 콜롬비아에서도 광산을 인수했다.
1990년대 말, 글렌코어는 발전용 석탄의 세계 최대 판매자가 됐고 2000년 한 해에만 4,850만 톤을 거래했다. 해상 발전용 석탄 시장 에서 거래되는 물량의 6분의 1을 글렌코어가 책임졌다는 뜻이다. 27 여기에 예상치 못한 엄청난 호재도 있었다. 글라센버그가 석탄 광산 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중국 경제의 호황 가능성은 전혀 계산 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2000년 들어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글라센버그의 투자는 이내 '돈 복사기'가 됐다. 심지어 중국 이라는 엄청난 호재가 나타나기 전에도 석탄 광산 투자는 매우 성공 적이었는데, 이 덕분에 글라센버그는 회사 내 여러 라이벌을 전부 제 치고 단숨에 맨 앞으로 치고 나간다.
- 이라크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머큐리아와 군보르에너지의 성공 신화는 유가 급등이 세계경제의 윤곽을 어떻게 다 시 그리는지를 명확히 보여 줬다. 유가 강세는 산유국 독재자에게 칼 자루를 쥐어 줬고, 그들의 석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원자재 중개 업체 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원자재 호황이 커짐에 따라 구소련의 자원만으로는 부족 해졌다. 자연히 원자재 중개 업체는 새로운 변방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공급처 중 하나이자 일하기 가장 힘든 대륙 말이다. 바로 아프리카다.

- 1960~1970년대 황금기가 그랬듯 원자재는 또다시 아프리카 경제에 축복이 됐다. 2001~2011년간 원자재가 강세장을 잇던 10년간, 사하 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는 덩치가 네 배로 커졌다.'
원자재 판매에 따른 달러 유입은 당대 아프리카 지도자의 금고를 꽉 채워 줬고, 그들이 노골적으로 부패를 저지르든 인기가 없든 기존 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또한 원자재 중개 업체는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새로운 역할을 자청했다. 아프리카 정부와 정치 인이 서방 자본에 접근하도록 하는 가교 역할이었다. 그렇게 아프리 카의 많은 기득권 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방 금융 시스템을 통해 든든한 뒷주머니를 찼을 뿐 아니라, 원자재 거래의 세부 사항이 타결 된 날이면 런던이나 파리 유흥가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
- 세계경제엔 중국발 새로운 역학이 등장한다. 이머징 마켓 사이에서 서방을 거치지 않는 무역 흐름의 증가였다. 이러한 역학에 서도 원자재 중개 업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자재 호황이 중국에 서 시작된 만큼 원자재 중개 업체가 아프리카에서 사들인 원자재 대 부분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 아 중국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간다. 아프리카 에 대한 직접투자였다. 이로써 중국 투자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 다. 그리고 그 단계의 끝에서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지역에 서 가장 중요한 투자 세력에 포함됐다.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서 아프리카에서의 사업은 어려움의 '결정판'이었다. 아프리카에서 거래한다는 것은 잔인한 독재자, 부패한 정치인, 탐욕스러운 거물과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을 헤쳐 가기 위해 원자재 중개 업체가 찾은 비장의 카드는 일종의 '외주' 였다. 각양각색의 대리인, 해결사, 컨설턴트에게 현지 유력 인사와의 관계 맺기를 맡겼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해결사' 중에 엘리 칼 릴Ely Calil 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인맥은 나이지리아에서부터 콩고민주공화국, 세네갈에서부터 차드까지 뻗어 있었다.
이런 해결사의 역할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했다. 석유와 금속 을 계속 거래하기 위해 필요한 뇌물 등의 검은돈을 처리하면서, 원자 재 중개 업체와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검은돈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미리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놓기 위함이었다. 
-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어도 아프리카엔 또 다른 기회가 있었다. 원자재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아프리카 대륙 전반 에 경제성장이 촉진되면서 자동차, 텔레비전, 휴대전화를 구입할 경 제적 여력을 갖춘 중산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세계 원자 재 거래에서 아프리카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원자재 중개 업체는 원자재를 구해서 수출하기 위해서만 아프리카로 달려왔다. 이제까지 아프리카가 하던 역할 그대로였다. 업계 용어로 말하면 아프리카 사업은 '출발지' 사업이었다. 아프리카 는 세계시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원산지라는 뜻이다. 금은 남아공, 커피는 에티오피아, 원유는 나이지리아, 카카오는 코트디부아르, 구 리는 잠비아에서 출발하는 식이다.
하지만 출발지 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목적지' 사업도 아프리카에 등장한다. 아프리카 경제가 활발해짐에 따라 아프리카 내부의 원자재 수요도 늘어나 새로운 수요가 공급망을 재편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가 케냐 발전소에 공급됐고, 미국산 밀이 탄 자니아 제분소에 도착했으며, 페루산 구리가 나미비아에 등장하고, 태국산 쌀이 나이지리아의 주식이 되는 식이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목적지 사업의 매력적인 무대가 됐던 이유 하나는 선진국에 비해 품질 규제가 턱없이 부실했던 까닭이었다. 즉, 서방에서는 기준 이하인 제품을 '털어 낼' 시장이 생겼다는 뜻이다. 경 유를 예로 들어 보자. 유럽에서는 경유의 유황 함량이 10피피엠 ppm, Parts Per Million을 초과할 경우 판매가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유황 함량이 최대 1만 피피엠이 넘는 경유도 판매 가능하다. 중남미와 러시아의 후진적인 정유 공장에서 저급한 석유 제품이 원자재 중개 업체를 통해 아프리카에 공급되는 이유다.
구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리 광석 대부분엔 독성 물질인 비소 Arsenic가 소량 존재한다. 많은 국가에서는 구리 제련에서 배출되는 비 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일례로 중국 정부 는 비소 함량이 0.5퍼센트를 초과하는 구리 광석의 수입을 금지 중이 다. 하지만 나미비아에는 관련 규제가 일절 없다. 아프리카의 이런 사 정에 통달한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서 아프리카는 유익한 '목적지' 인 셈이다.
2000년대 중반 아프리카는 모두가 기피하는 원자재를 털어 버리 는 시장과도 같았다. 최후의 공급처이자 마지막 소비자인 셈이다. 그 리고 최악의 양심 불량자에겐 쓰레기장과 같았다.
- 원자재 중개 산업에서 투기는 언제나 주요 사업이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많은 원자재 중개 업체는 가격 등락에 대한 도박이 사업의 일부임을 강하게 부인한다. 원자재 중개 업체 중에서도 투기 의존성이 가장 큰 포트폴리오를 따르는 쪽은 곡물이다. 그도 당연한 게 곡물 중개 업체는 19세기에 설립된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거래를 했던 베테랑이니 말이다. 그들은 석유 같은 여타 원자재 선물시장이 등장 하기 수십 년 전부터 선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곡물 중개 시장의 독특한 구조도 곡물 중개 업체를 선물의 귀재 로 만드는 데에 한몫했다. 석유나 금속 중개 시장에서는 소수의 큰손 이 있다. 산유국의 정부 기관, 석유 메이저, 대형 광산 업체 등이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런 큰손과 대규모로 유리한 계약을 맺는 게 성공의 열쇠라는 뜻이다. 또한 트레이더라고 대단한 정보의 우위를 저절로 얻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 반면 곡물 중개 업체는? 수많은 농민과 개별 거래를 한다. 개별거래를 해야 하니 업무 강도가 높다. 하지만 이것이 기회가 되기도 한 다. 수많은 농민과 거래함으로써 귀중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빅데 이터'라는 개념이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곡물 중개 업체는 수많은 곡 물 재배자로부터 빅데이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시장 상황을 실시간 으로 통찰했다. 이렇게 곡물 트레이더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 고 시장 동향에 돈을 걸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농무부가 발표 하는 세계 주요 농작물에 대한 월간 정보는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해 줬다.
대부분의 원자재 중개 업체엔 회삿돈으로 투기하는 업무, 이른 바 자기자본거래(수익 창출을 위해 금융기관이 자신의 돈으로 금융 상품을 거래하 는 것_옮긴이)만 전담하는 트레이더가 있다. 현물거래가 목적이 아니라 이익 자체가 목적이다. 곡물 트레이더로 루이드레퓌스를 거쳐 노블그룹 최고경영자에까지 올랐고, 훗날 엥겔하트코모디티스트레이딩파트 너스Engelhart Commodities Trading Partners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를 지낸 브라질 출신의 히카르두 레이만 Ricardo Leiman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몸담던 모든 회사는 자기자본거래로 대부분의 이익을 냈습 니다. 
다만 오해하지 마라. 2008~2009년 사이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 했던 시기에 곡물 중개 업체만이 돈을 번 건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업체가 투기를 했다. 자기자본거래 전담 부서를 운 영하는 업체도 있었고, 자신이 확보한 원자재에 내재된 위험을 언제 어떻게 헤지할지 선택하는 업체도 있었다. 예상대로 가격이 움직일 경우 차익을 실현하도록 현물시장 거래를 하는 업체도 있었다. 콩코 드리소시스Concord Resources의 최고경영자이자 금속 트레이더인 한센 은 “우리는 투기자입니다”라고 말했다.
- 슈퍼사이클의 정점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는 막대한 이익을 쓸어담았다. 당시 곡물 중개에서 독보적인 일인자였던 카길이 그 완벽한 사례였다. 2000년 카길의 순이익은 5억 달러에 약간 못 미쳤다. 그런 데 슈퍼사이클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카길의 순이익은 역사 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년 뒤에는 20억 달러 고지마저 뛰어넘었다. 제네바 트레이더가 세계경제 침체에 돈을 걸었던 2008 년에는 이익이 무려 40억 달러에 근접하는 신기원이 열렸다.
카길뿐 아니라 원자재 중개 산업 전반에서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 기엔 돈뭉치 굴러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00~2011년까지 12 년간, 석유와 금속과 곡물 각 부문의 세계 최대 중개 업체(비톨, 글렌코 어, 카길)의 순이익을 전부 합치면 763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주 경이 로운 액수였고 1990년대 그들이 번 이익의 10배에 해당한다." 쉽게 비교하면 애플이나 코카콜라의 같은 기간 총 누적 이익보다 더 많았고, 보잉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주식회사 미국의 거인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였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슈퍼사이클은 현대 역사를 통틀어 원자 재 중개 산업 입장에선 가장 행복한 시절임이 분명했다. 필리프브라 더스와 마크리치앤드코가 석유 중개에서, 카길과 콘티넨탈이 곡물 중 개에서 각각 수억 달러를 긁어모은 1970년대의 이익을 훨씬 초월했 다. 그 많은 돈은 극소수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카길은 여전히 카길과 맥밀런 두 집안이 지분을 100퍼센트 소유 한 가족회사다. 이 두 집안을 합쳐 억만장자가 14명이 나왔으니 세계 의 왕족을 제외하고 억만장자 가족 수로는 세계 1위였다. 19 글렌코어, 비톨, 트라피구라도 비슷했다. 이들 업체 모두 직원들이 지분을 소유 했는데 이는 몇몇 고위급이 고스란히 갑부가 됐다는 뜻이다.
- 또한 글렌코어의 기업공개는 그동안 가려진 세계경제의 한 축을 대중에게 노출하는 계기가 됐다. 글렌코어의 기업공개 전까지 원자재 중개 업체의 세계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영역이었다. 분명 그들은 우 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원자재인 에너지와 금속과 식량을 공급했고, 세계 70억 명의 인구 가운데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즉, 글렌코어의 사업설명서는 자신의 업계 전 체를 환하게 밝히는 전등 스위치라 봐도 된다.
물론 글렌코어가 자신들의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해 기업공개를 하 진 않았겠지만 지난 수십 년간 굳이 무대로 나오지 않으려 온갖 노력 을 했던 글렌코어는 무대로 나왔고, 그렇게 글렌코어는 물론이고 원자재 중개 산업 전체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렇게 언론부터 사회운동가, 원자재 생산 업체와 정부 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원자재 중개 업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여기에 글렌코어의 실적은 업계 규모와 수익을 가늠할 기준이 될 터였다. 이 제 원자재 중개 업체는 자신이 행사한 막강한 자금력과 금융 권력을 예전처럼 마음대로 휘두를 순 없었다. 또한 원자재 중개 업체가 외부 로부터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의 시작이기도 했다.
예전의 원자재 중개 업체는 이익의 원천인 동시에 경영상 방해가 될 장기적 요소를 차단하는 게 가능했다. '정보'라는 경쟁 우위가 있었 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신속하고 저렴하게 시장 정보를 얻는게 가능해졌고, 정보의 가용성도 갈수록 커졌다. 과거에 누린 정보 우위의 강점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절차와 정보가 투명해지는 세 상에서 예전처럼 부패나 뇌물을 통해 돈을 벌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주요 원자재 공급망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광산 업체와 석유 메이저 가 인수, 합병을 거쳐 재탄생하면서 원자재 중개 업체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중개 업체의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는 사실 단순하다. 특정 지역에서 원자재를 구입해 다른 지역에다 웃돈을 붙여 파는 차익 거 래였다. 그 방법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갔다. 
- 분명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영국과 미국의 여권으로 세계를 돌아다니고, 유럽과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일한다. 하지만 그들이 반 드시 서방의 이해관계에 발맞춰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비톨이 리 비아 반군에 10억 달러가 넘는 연료유를 공급했던 상황에서는 그들이 자국의 외교 방향과 같이 나아간 것은 확실했다. 이번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에서는 서방 정부의 묵인도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원자재 중개 업체의 거래는 서방 정책과 대치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지방정부가 독립 국 민투표를 강행한 배경에는 원자재 중개 업체의 돈이 있었다." 세계 은행과 국제통화기금 같은 서방 주도의 국제기구가 차드에 엄격한 조 건을 걸었음에도 글렌코어는 차드 정권의 지갑을 자처했다. 러시아가 서방 정책을 거의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도 원자재 중개 업체의 돈이 있었다. 그 돈은 로스네프트와 푸틴이 서방 제재의 파고를 무사히 헤쳐 나오도록 도왔다.
그렇게 서방의 정치인과 규제 당국은 원자재 중개 업체가 국제금 융과 세계 정치 무대에서 매우 중요한 배역을 소화한다는 사실을 인 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원자재 중개 업체의 경영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턱없이 부실했다는 사실도 알기 시작했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전례 없는 막강한 금융 권력을 쌓았음에도 그동안 그들의 경영은 규제 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음이 사실이었다.
2007~2011년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요동친 후 선물 시장에 더욱 엄격한 규제가 추진됐다. 하지만 현물시장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규제자가 그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해당 문제에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법적 권한이나 정치적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 이다. 유의미하게 대응할 만한 자원도 없었다.
물론 규제자가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원자재 중개 업체의 약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비교적 소수 은행의 신용에 의존한다는 사 실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달러로 채운 금고에 대한 접근성이 그들의 생명줄이다.
- 그렇다면 우리에겐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미국 달러의 돈줄을 조이면 무슨 일이 생길까?
- 미국 정부가 비엔피파리바에 제기한 소송은 미국 정부의 변화한 대외 정책을 명확히 보인 계기였다. 자국 외교에 반하는 행동이면 기 소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비록 그 행동이 우방의 대기업을 공격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 그의 지를 관철시킬 무기는 미국 달러였다. 미국 달러가 국제금융에서 차 지하는 위상 하나만으로도 미국 정부 입장에선 강력한 무기를 가진 셈이다. 비엔피파리바도 그랬듯 미국 달러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존할 은행은 세상에 없다. 세계 모든 은행은 사실상 미국의 법 집행의 연장 선에서 첨병 역할을 했고, 미국 정책에 역행하는 행동을 미리 차단하는데 혈안이 됐다.
- 미국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 Eric Holder는 비엔피파리바와 합의한 벌금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번 소송 결과는 미국 안에서 사업하는 세 계 모든 국가의 모든 기관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죠. 미국이 불법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디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각되든,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처 벌을 받도록 할 것입니다.”
세계 기업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이자, 미국인이 아닌 이가 저지른 불법행위를 외면하지 않고 엄단하겠다는 경고였다.
이처럼 미국의 선언은, 법망을 피해 나가는 데는 세계 최강이었던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선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였다. 온 세상을 제집처럼 누비며 부패 관료와 거래하고도, 국제사회가 기피하 는 불량 국가와 손잡고도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던 시대가 끝났다 는 신호였다.
다만 비엔피파리바가 받은 천문학적인 벌금은 원자재 중개 업체 에는 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다른 은행에 거래 유지를 호소한 도팽의 노력은 먹혔고 트라피구라는 살아남았다. 하지 만 앞으로 닥칠 상황이 바뀌지 않음은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 자재 중개 업체도 미국 정부의 십자포화를 받을 뿐 아니라 업계 전체 에 짙은 먹구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 사실 많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제재와 금수 조치를 위협이라기보다 기회로 여겼다. 금수 조치 대상 국가는 거래 상대방을 찾기 더욱 어려워지니, 그들과 거래할 방법을 찾은 원자재 중개 업체는 유리한 입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1980년대 아파르트헤이트를 이유로 남아공에 석유 금수 조치가 내려졌을 때 리치와 데우스가 석유거 래로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은 것만 봐도 그랬다.
이처럼 금수 조치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조치상의 허점을 노린 덕분이었다. 소수 국가만 금수 조치에 참여하는 상황이면, 제재를 받 지 않는 국가에 세운 자회사를 통해 거래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원자재 중개 업체의 거래 대부분은 어떤 국가의 영토도 아닌 바다, 즉 공해 위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그들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가장 불투 명한 영역에서 일했는데, 그쪽 사정도 공해와 비슷하다. 한번은 케이 맨제도의 유령회사를 이용했다가, 그다음에는 몰타의 유령회사를 이 용할 수도 있었고, 파나마에서 라이베리아나 마셜제도에 이르기까지 배의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이용할 국가도 차고 넘쳤다.
- 자재 중개 업체의 거래 대부분은 어떤 국가의 영토도 아닌 바다, 즉 공해 위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그들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가장 불투 명한 영역에서 일했는데, 그쪽 사정도 공해와 비슷하다. 한번은 케이 맨제도의 유령회사를 이용했다가, 그다음에는 몰타의 유령회사를 이 용할 수도 있었고, 파나마에서 라이베리아나 마셜제도에 이르기까지 배의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이용할 국가도 차고 넘쳤다.- 이제껏 테러범과 마약상이 도배했던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원자재 중개 업체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동맹의 이름 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먼저 미국은 글라센버그와 축구 경기를 함께 봤던 '알루미늄 올 리가르히' 데리파스카에게 제재를 내리면서 "데리파스카가 정부 관리 한 명을 돈으로 꼬드겼고, 한 사업가의 살해를 공모했으며 러시아의 조직범죄 집단과 관련 있다는 혐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물론 데리 파스카는 해당 혐의를 부인했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그다음 제재 후보는 글렌코어의 오랜 사업 파트너였던 다이아몬 드 상인 거틀러였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맺은 불투명하고 부패한 광산과 석유 거래' 혐의로 제재를 내린다.  (거틀러 역시 해당 혐의를 부인했다)뿐만 아니라 로스네프트의 무역 부문 자회사 대표이자, 수많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연락책으로 일했던 디디에 카시미로 Didier Casimiro도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미국의 목표물에 들어온 것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사업 파트너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자재 중개 업체 자체도 목 표물이라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군보르에너지의 공동 창업자 팀첸 코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미국 재무부는 팀첸코를 푸틴의 최측근 중 한 명이라 밝히면서 “에너지 부문에서 팀첸코의 일은 푸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푸틴 은 군보르에너지에 투자했고 그곳 돈에도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 아직도 석유는 세계의 기축통화 가운데 하나고, 원자재 중개 업 체는 아직도 석유 시장을 지배 중이다. 갑작스레 석유를 원하지 않는 수요 절벽의 상황에서도, 그들은 시장에 뛰어들어 천덕꾸러기가 된 석유를 사들일 능력이 있다. 그들 말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석유 10 억 배럴을 누가 가져갈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서는 코로 나19 펜데믹으로 촉발된 저유가 트렌드에서 세계 석유 산업이 어떻게 회복할지 예상하는 것은 아직 이른 듯하다.
다만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 원자재 중개 업체가 자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에 엄청난 양의 석유를 사들여 쟁일 능력이 없었다 면 시장 상황이 어땠을까? 텍사스의 많은 석유 업체가 파산에 직면하 고, 더 많은 석유 노동자가 거리로 나앉았을 테다. 나이지리아와 앙골 라, 이라크는 숨이 막힐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을 것이다. 원자 재 중개 산업 전체가 유례없는 집중포화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2020 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원자재 중개 업체가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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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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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는 DEI와 함께 각 회사가 사용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어떤 용어를 쓰든 그 용어를 통해 어떤 행동과 결과를 기대하는지 분명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DEI를 이루는 세 개념에 대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 정의를 사용하고자 한다.
*다양성: 사람 간 관계와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실재하거나 인식된 차이. 인구학적 다양성뿐 아니라 모든 측면을 포괄한다.
*형평성: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지점에서 평등하게 출발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모두가 성공할 기회를 만들려면 체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마련된 공정성과 공평성.
*포용성: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그리고 가치 있고 환대받고 존중 받고 지원받는다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적극적 조성, 행동과 감정, 즉 실천과 결과는 진정한 포용을 실현 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 업계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슬랙에도 다양성을 담당하는 단 일 책임자가 없었다. 다양성과 포용의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인 사이 먼이 최고인사경영자, 인사담당부사장, 그리고 채용·법무·소통 등의 담당팀 리더들과 협력해 DEI 문제를 다루는 일종의 위원회가 존재 했다. 이런 전략은 다양성과 포용이 회사 핵심 전략에 일찍부터 포함 되어 모두의 업무가 되었던 방식, 그리고 슬랙의 탈중앙화된 많은 경우 아래에서 올라오는) DEI 접근 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사이먼은 조직 내 의 다양한 소통 경로를 통해 회사의 DEI 책임이 공유된다는 점을 이 런 전략의 장점으로 들었다. "최고다양성책임자, 즉 CDO Chief DiversityOfficer 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서로 솔직할 수 있 습니다. 탈중앙화를 생각할 때 저는 '리더들을 어떻게 여기 끌어들이 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리더들에게 어떤 목표가 있는지, DEB가 그 목표에 어떻게 맞춰질 수 있는지도 고민합니다. 그건 수치 목표일 수도 있고 발전 목표일 수도 있어요. 중앙화된 프로그램을 만든다 해 도 위에서 지시를 내린 업무라고 느끼지 않으면서 이를 지지해줄 사 람이 회사 전체적으로 필요합니다."
- 직원 커뮤니티를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현재 슬랙에는 직원 ERG가 일곱 개 있다. 모두 직원들이 시작한 것이다.
*어빌리티 Ability - 장애 disability를 지닌 직원들의 커뮤니티
*어스톤 Earthtones - 유색인종 직원들의 커뮤니티
*푸에고 Fuego - 라틴계 히스패닉 직원들의 커뮤니티
*마호가니 Mahogany - 아프리카계 흑인 직원들의 커뮤니티
*아웃 Out - 성소수자 직원들의 커뮤니티
*베테랑 Veterans - 다양한 국가 군인 출신 직원들의 커뮤니티
*위민 Women - 여성 혹은 제3의 성인 직원들의 커뮤니티
- DEI와 관련해 어렵고 불편한 대화를 수없이 했던 슈미트도 여 성을 승진시킨 후 비판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파트너 직급의 남 성들이 찾아와서 그러더군요. '자네는 그 자리에 여자를 앉힐 수밖 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두었더군!' 제가 웃으면서 '그래서요?'라고 받 아치면 못마땅하게 쳐다볼 뿐 더 이상 말을 못하더군요. 제겐 우리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슈미트는 이렇듯 DEI 노력을 지속했고 어느 순간이 되자 DEI는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의 일부가 되었다. 그의 설명을 보자.
남성 둘, 여성 하나가 있는 상황이라 합시다. 능력이 동등하다면 저는 여성을 택할 것입니다. 리더 직급이 계속 발전하려면 여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평하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죠. 하지만 여성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코칭, 스폰서십, 멘토링 등의 지원을 해주어 계속 성장하게 만든다면 다른 젊은 여성들도 회사가 남성 편향이 아니라고 느낄 테죠.
저는 이사회실에서 파트너들과 일대일로 만나 여성 직원들의 경력 경로를 그려보곤 했습니다. 제니퍼 와인에게는 “이 여성은 정말 훌륭 한데요. 계속 함께 일하면서 적절한 역할을 찾아줄 필요가 있어요" 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요. 어느 시점인가부터는 그렇게 생각 하고 행동하는 편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많은 리더가 업계 동료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까지 이렇게 확고한 입장을 드러내기 어려워한다. 나는 슈미트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어떻게 그가 그토록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 알아내려 했다.
그는 '확신'이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했다. "확신이죠. 그 여성에게 충분한 시간, 노력, 에너지가 투입되어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 입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남성에게는 회사에 다른 리더 자리가 얼마 든지 있다고, 수요는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리더가 과잉 공급되는 일 도 결코 없을 거라고 말하면 됩니다. 결국 우리의 전략과 가치를 믿 는 것, 또한 그 가치에 부합하고 영향력을 내려보낼 수 있는 사람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크게 선호하는 '유사성 인지 편향'에 빠지곤 한다." 이 편향은 채용이나 승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인재 선발은 회사의 다양성을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 슈미트는 채용된 인재를 코칭하고 개발하 도록 임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한다. 눈이 번쩍 뜨이는 재능을 발견했다면 바로 모두에게 알리도록 하고 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해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 고민하도록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슈미트의 말이다. "전에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임자를 뽑고 지원하는 방식이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리더라는 복잡한 역할에 처음 들어선 사람은 모든 이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적절한 교육과 코칭, 비공식적 멘토링을 제공하면서 충분히 지원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 합니다. 돛단배에 태워 망망대해로 내보내 표류하도록 만들지 않습니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 인종과 차별을 연구하는 학자인 이브람 X. 켄디 Ibram X. Kendi는 "인종 불평등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정책의 문제다"라고 했다. 인종주의 반대는 지식에서 출발하지만 인종 차별을 없애려는 적극적인 행동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 DEI는 학자나 인사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개념이 아니 다. DEI는 직장에서 직원이 자신의 가치를 보고 듣고 느끼도록 인간 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노력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편이 가장 낫 다.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리더는 직원들이 서로의 공통적이면서도 다양한 인간 경험을 연결지어보도록 도울 수 있다. 어빈의 최우선 과 제는 회사의 비즈니스 과업과 연결되는 내러티브를 사용해 리더들이 스스로를 DEI 여정의 일부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DEI가 옳은 일이냐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당연히 옳은 일이 지만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죠.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라면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되는 존재가 낳는 경제적 비용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즉, DEI를 우선순위에 두든 아니든 DEI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 패한다면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이 미친다는 말이다. 그리고 비즈 니스에 부정적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어빈의 설명을 보자.
저는 임원들에게 아마존을 예로 듭니다. 전자상거래가 대두하는 등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회사는 결국 사라졌지요.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인식은 급격히 변화하는데 장벽을 치고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인력 구성을 고집한다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구통계와 노동력의 구성 분포를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에서 밀레니엄 세대, 포스트 밀레니엄 세대로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인구학적 변화가 이미 노동력에 반영되었고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어빈이 말하는 DEI의 경제적 영향은 어느 조직에서든 DEI 노력 을 위한 비즈니스 케이스를 수립하는 데 토대가 된다. DEI가 비즈니 스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DEI는 다른 비즈니스 우선 순위에 쉽게 밀리고 만다. DEI 전략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회 사의 비즈니스 전략 및 실적과 명확히 연관되어야 한다. 어빈은 베스 트 바이 리더들이 내러티브로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속에 자기 모습을 넣을 수 없다면 대부분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 빅터 브룸Victor Vroom의 고전적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성과를 낼 것이고 높은 성과가 (돈, 인정, 지위 등) 가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동기를 얻는다고 한다. 따라서 DEI에 쏟는 관심이 성과에 대한 더 좋은 평가나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설사 의도가 충분하다 해도 DEI를 업무 목록의 저 아래쪽으로 미뤄둔다. 그렇기 때문에 DEI, 팀의 성공, 회사의 가치 인정 및 보상 사이의 연관성 을 관리자가 반드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은 도전적이다. 나는 여러 고객에게 DEI가 회사 내 특정 부서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 다. 리더가 이론적으로 그 필요성을 이해했다고 해도 DEI의 긍정적 효과를 각 부서에 말이나 데이터로 전달하기란 무척이라 힘들었다. 포용적 문화를 갖춘 다양한 팀이 더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면에서 얼마나 도 움이 되는지, 관리자가 분명히 깨닫지 못한다면 포용성 확보를 위한 행동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 베스트바이는 각 부서, 특히 고객 대면 부서의 비즈니스 케이스를 더 생생하게 만들고자 내러티브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 어빈의 설 명은 이렇다. “인구학적 변화에 따른 돈의 흐름 전환을 다룬 이야기 로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도 베스트바이는 전략적이었습니다. 마케팅 팀이 중심이 되어 모든 부서에 메시지가 흘러내려가도록 했습니다. 특히 고객 대면 부서가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만들었죠. 예 를 들어 우리는 베스트 바이에 들어서는 고객의 다양한 배경과 경험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무의식적 편견 때문에 미처 생각해본 적 없는 내용이죠." 매장에서의 나쁜 경험이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이야기는 회사의 핵심 부분인 판매를 DEI와 연결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회사 전체에 메시지를 전파했습니다. 우리의 전략적 우선 순위는 포용적 문화의 조성입니다.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각자의 차 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그런 문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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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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