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심리학

심리 2021. 3. 9. 20:37

- 카한은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광범위한 연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의견을 형성하는 방식에도 직접 대입해볼 수 있다. 과학이 그토록 빠르게 오염되었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1998년 영국에서 홍역·볼거리 풍진MMR 혼합 예방 접종이 소아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단 한 편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국민 의 4분의 1이 이를 증거로 받아들이면서 예방 접종률이 급락했다. 예방 접 종 주사를 맞은 직후 자녀의 상태가 달라졌다고 확신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부모들과 냉정하고 기계론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과학자들이 대비되는 거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학적 데이터는 도외시되었다. 국민의 절반은 언론이 유발한 그 논쟁을 과학을 믿을 수 없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 주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흔한 성병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중학교 입학에 필요한 일괄 예방 접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결정했을 때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다. 카한은 이를 가리켜 공무원이 보수적인 기독교 공동체의 가정을 방문해서 “열두 살 된 따님이 있죠? 따님이 내년이면 성관계를 하고 성병에 걸리게 될 테니 예방 접종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의 간섭과 도덕적 도전, 무례함이 뒤섞인 치명적인 조합이었다.
-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새겨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인간의 핵심 가 치에 호소하는 강렬한 감정적 이야기가 이성적인 과학 데이터를 이길 수 있 다. 나중에 논의하겠지만, 이런 문화적 의미의 뿌리는 매우 깊어서 더 많은 과학적 논쟁을 한다고 해서 제거할 수 없다.
둘째, 어떤 관점을 형성할 때, 가족이나 친구, 또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또래 집단)과의 의사소통은 전문가들의 경고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는 가치관과 정치학, 생활양식의 기반이 되는 더 큰 모체를 따라 형성된다. 따라서 카한과 레이세로위즈를 비롯한 예일 대학교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동일시할 수 있는 '해석 공동체interpretive communities'가 존재한다. 세상에는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 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누구를 신뢰하는지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지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 호모 크레덴스homo credens(확신하는 사람들)는 대학 교육을 받았고 진보적 성향을 띤 중년의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성들은 기후변화 를 믿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는 여성들이 건강과 안전, 재정, 윤리에 대한 위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관찰 결과와도 일치한다. 호모 네가토르 homo negator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는 거의 예외 없이 보수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그렇지 않은 이는 극소수이다) 비교적 부유하고 유력한 사회 집단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호모 네가토르는 남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다른 영역에서도 위험을 인식하는 수준이 대체로 낮다. 이들은 위험 연구자에게 친숙한 집단이다. 이 집단에 속한 남성들은 사회 조사를 심각하 게 왜곡할 위험이 있으며, 위험 연구자들은 그런 위험을 일컬어 '백인 남성효과white man effect'라고 부른다. 이를 종합해 보면,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는 중년 남성들 중 3분의 2가 기 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캐나다의 조사 결과를 읽지 않더라도, 이들이 기후변화를 믿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리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우리'란 누구일까? 그것은 그와 그의 행정부를 의미할까? 아니면 그의 지지자들, 미국 국민, 혹은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말일까?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이는 창밖을 내다보며 “우리는 정말로 이 문제에 대해 뭔가 해야 해요.”라고 말하는 방관자의 언어에 불과하다. 자신이 이 애매한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북미 원주민 사회와 같이 진정으로 협력하는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달리 영어에는 포괄적인 '우리' (나와 너, 네 집단을 모두 포함)와 배타적인 ‘우리’ (나와 내 집단은 포함하 나 너는 배제)를 구별하는 수단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공동의 목적을 공언하는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오바마 대통령이 “나와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나의 열성분자 친구들은 당신이 이 일에 동참하도록 만들겠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자라면, 당연히 흡족한 일체감을 느낄 것이다.
- 정치인들이 애매한 '우리'를 사용하여 가짜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이유가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행동하 지 않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 포커스 그룹 focus group(각 계층을 대표하 는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하는 기법)의 한 여성은 기후변 화에 대한 행동이 무의미한 이유를 이런 말로 설명했다. “우리는 그저 소비 하죠.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이에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어차피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가 모든 문제를 다 그 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우리는 영원히 우울하게 되겠죠.” 자신의 개인 적 견해를 이른바 '우리'에 투사하고 자신이 날조한 규범에 도전할 수 없는 스스로의 무능함에 굴복하면서, 그녀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사회적 규범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스스로를 강하게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한 특유의 정체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자기범주화 이론 self-categorization theory'에 따르면, 이 때 두 가지 과정이 일어난다. 먼저 우 리는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사람들, 즉 내집단in-group과 친해지고 닮아가 려 한다. 그런 다음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 즉 외집단out-group과의 차이 를 확고히 하려 한다.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우리가 닮기 원하는 내집단 사람 들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닮지 않기를 원하는 외집단 사람들에 의해서도 형성 된다.  영국에서 실시된 한 기발한 실험은 자기범주화가 환경과 관련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환경 의식이 높다고 여겨지는 스웨덴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 실험 참가자들은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덜 보였다. 반면에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인식되는 미국 사람들(이런 표현 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여기서는 단지 문화적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이다)과 자신 을 비교한 실험 참가자들은 갑자기 온갖 환경보호 문제에 열의를 드러냈다. 다시 말하면, 내집단에 속한 사람은 외집단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했 다. 실험 참가자들은 같은 영국 사람들의 태도를 따라 하려는 동시에, 환경 의식이 높은 스웨덴 사람들이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미국 사람들과는 거리 를 두려고 했다. 이런 내집단 및 외집단 행동은 기후변화 문제를 대하는 태도 전반에 명확 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자기범주화는 내집단이나 외집단 모두 그 안에 존재 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어버림으로써 진보적인 환경 운동가나 보수적인 부정론자들 주위에 그릇된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그리고 양측이 자신들의 가치는 과장하고 상대방은 폄하하도록 유도한다.
- 모든 캠페인은 우리의 미래의 생각을 결정할 언어와 전선을 규정한다. 만약 적을 내세운 담론에 기대어 우리의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기후변화의 긴 장이 고조되어감에 따라 종교나 세대, 정치, 계층, 민족 간 분열에 기댄 훨씬 더 사악하고 새로운 적을 내세운 담론이 등장하여 기존의 담론을 대체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특히 물 부족이 종교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 는 중동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적을 상정한 담론이 결국 폭력이나 책 임 전가, 집단 학살로 이어지고 그런 끔찍한 일들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었던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 카너먼이 우려하는 문제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기후변화는 현저성이 부족하다. 이는 기후변화에 두드러지거나 관심을 요하는 특징이 부족하 다는 뜻이다. 대니얼 길버트와 마찬가지로 카너먼도 예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통제 불능의 자동차처럼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논란의 여 지가 없는 위협이 가장 현저한데 반해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요원하며 눈 에 보이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둘째, 카너먼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사람들이 먼 미래에 발생할 크지 만 불확실한 손실을 경감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단기 비용과 생활수준 감소 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이는 인간이 특히 감수하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말했다. 셋째,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는 불확실하고 이론의 여지가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카너먼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한 “사람들은 설사 국립과학원 과 괴짜가 맞서 싸운다 하더라도 서로 비겼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카너먼은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 을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사람들을 결집하려면 정서적 쟁점이 되어야 합 니다. 긴박하고 현저한 문제여야 하죠. 요원하고 추상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위협은 진지하게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특성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 과도한 가치 폄하 현상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정부가 단기적인 비용 발생은 극도로 꺼리는 반면 먼 미래의 훨씬 큰 비용은 기꺼이 감수하고자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유럽연합, 미국 캘리포니아 주, 캐 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정부 등은 모두 40년 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80 퍼센트 감축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이 정부들은 가까스로 연간 0.5퍼센트 감소를 달성했을 뿐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해줄 대규모 정책은 '언젠가는 실시해야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항상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책 실행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들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회의론자들에 의해 포위당하기 일쑤다. 최근 기후변화 정책의 대부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과학원의 학자들은 이를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부른다. 확실히 이성적인 비용 편익 분석은 위협적이지 않으며 행동에 나서도록 정책 입안자들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운에 맡기라고 부추기는 듯하 다. 니콜라스 스턴 경이 현재의 소득이 1퍼센트 감소하는 안과 미래의 소득 이 5~20퍼센트 감소하는 안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할 때, 그것은 마치 대니 얼 카너먼의 가치 폄하 실험처럼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노련한 정치인과 기업 대표들은 그동안 운 좋게도 도박에서 계속 이겨온 상습적인 모험가들이며, 그 때문에 자신들이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미래를 운에 맡기라고 하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불확실성' 이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더 널리퍼져 있다. 엄밀한 과학 용어의 용례에서 불확실성은 이용 가능한 증거가 결론을 뒷받침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완전한 확실성이란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로 해로울 수 있으며,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 방법의 기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 단어를 매우 달리 사용한다. 즉 전문가가 본인이 주장하는 의견에 확신하는 정도를 의미한다고 본다. 과학자가 '불확실 하다. 고 말하면 일반인은 '확신이 없다'는 의미로 듣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믿기 어렵다거나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적 신뢰는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신체 언어, 시선 맞추기, 명확하고 단호한 전달 방법에 의해 전해진다. 과학자가 자 신감을 있는 태도로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들의 연구에 신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캐나다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 Erving Goffman에 따르면, 우리는 해석의 틀을 통해 우리의 관심을 관리한다. 다행스럽게도 고프먼은 해석의 틀을 훨씬 더 기억하기 쉬운 '프레임frame' 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고프면은 프레임이 우리가 지닌 가치와 인생 경험, 주변 사람들에게서 얻 는 사회적 단서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 고 싶은지 결정한다. 즉 적절하거나 중요하거나 친밀하거나 알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을 프레임 안에 둔다. 드러일은 능동적이기도 하다. 프레임은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어 살피고선택한다. 킬리프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인지언어학 교수 조지 레이 코프는 프레임이 뇌 속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신경 회로 속에 내 재되어 있으며, 사용할수록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레이코프는 이런 역동적 인 과정을 통해 새로운 프레임이 기존의 프레임과 결합하여 일관된 체계를 형성해 나간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프레임이 아니지만 프레임화 되어왔다. 즉 사람들은 기후변 화 문제에 그들이 지닌 프레임을 적용하여 그것이 자신들에게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결정해왔다.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책임, 저항, 자유, 과학, 권리, 공해, 소비, 낭비 등과 같은 나름대로의 프레임을 작동시킨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프레임은 주의를 기울일 대상의 선택뿐만 아니라 무 시할 대상의 선택에도 이용된다. 프레임은 카메라의 뷰파인더와 같아서 전 체 이미지에서 초점을 맞출 대상을 결정할 때 배제할 대상도 결정하게 된 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적 기능에 있어서 무시할 대상을 선택하는 능력은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선택하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며 동시에 이러한 능력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도시의 환경에 대 커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한다.
- 사회적 침묵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복잡한 피드백이 순환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기후변화는 직장 동료나 이웃은 물론 친구나 가족 간 대화 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의 메시지를 정하는 포커스 그룹에서도 언급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문화적 가치에 오염되었다.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게는 치명적인 C 단어가 되어버렸다. 미디어는 기후변화를 거의 무시한다. 각각의 침묵은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 불안 회피와 자기 보호의 욕구라는 공통의 기반 위에 있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볼 때 부정과 불안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화될 수 없는 대상은 억압된다. 스탠리 코헨은 인권 유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라고(또는 무엇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고) 알려준 일도 없는데, 그리고 잘못 알았다고 벌을 준 일도 없는데, 사회 는 공개적으로 기억되고 인정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다.” 물론 이는 변할 수 있다. 대단히 이례적인 기상 현상의 영향으로 오버턴 이 말한 창이 흔들리는 듯하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조처가 털사의 술집에 서 나누는 대화의 화제로는 아직 부적절할지 몰라도, 심야 토론 프로그램의 농담 속에는 다시 등장하고 있다. 주의 규범을 규정하는 과정에는 변화를 억압할 수 있는 피드백뿐만 아니라 변화를 증폭시킬 수 있는 피드백도 담겨 있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인종, 동성애, 아동학대, 장애를 대하는 일반인 의 인식은 놀랄 만큼 크게(그리고 바라건대 막을 수 없는 기세로) 변화했다. 그 러나 그 가운데에서 투철한 사회 운동에 의한 장기적인 투쟁 없이 얻어낸 변화는 하나도 없으며, 때로는 사회적 침묵에 맞서는 중요한 전술이 동원되 기도 한다. 역사의 교훈으로 미루어 볼 때 기후변화에서도 결국 승리하겠지만, 기나긴 투쟁이 될 수 있다.
-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인지언어학 교수 조지 레이코프는 능숙한 의사소통의 목표는 “자신의 프레임은 촉발하는 반면 상대방의 프레 임은 억제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어가 일단 일반적인 용례로 정착되면, 영원히 그 프레임을 전달하게 된다. 레이코프는 정치적 프레임의 재구성 사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의 초기 연설에 '세금 감면tax cuts' 대신 '세금 경감tax relief' 이라는 문구를 다분히 의도적으로 끼워 넣었던 것을 자주 언급한다. '경감'이라는 단어는 과세가 고통이며 그 고통을 경감하는 사람은 영웅이라는 프레임을 작동시킨다. 결과적으로 많은 보수주의자에게 세금은 대단히 문제가 많은 단어가 되 어버렸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공권 금액의 2퍼센 트에 해당하는 기후변화 부담금을 탄소세carbon tax”라고 부를 때보다 '탄소 상 쇄carbon offset'라고 부를 때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다섯 배 더 높았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선택을 고민하는 동안 들었던 생각을 적어달라 고 요청하자, 한낱 세금' 이라는 단어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편견을 갖게 하 는 갖가지 부정적 생각을 촉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미 상원에서 기후변화 법안 통과를 위해 뛰고 있는 원외 활동가들은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세금'이라는 단어를 빼고 좀 더 온건한 느낌을 주는 ‘공해 유발 부담금으로 대체했다. 그러자 폭스 뉴스는 즉각 그 법안에 반대하는 온라인 기사를 내보내며 서른네 번에 걸쳐 그 법안을 세 금이라고 지칭했다. 최근에는 '역청 모래bituminous sands'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프레임 전쟁이 벌 어졌다. 역청 모래는 일반적으로 '타르 샌드tar sands'로 불렸으나, 캐나다 석유 산업계가 프레임의 효과에 주목하면서 이를 '오일 샌드oil sands’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당연히 예전의 용어를 선호했다. 캐나다방송협 회는 판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추출된 역청을 정제한 성분이 오 일이므로 더 정확하다”는 이유로 보도에서 '오일 샌드'라는 용어를 쓰도록 지시했다. 한 환경 운동가는 이런 논리에 따르면 토마토는 '케첩'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꼬았다.
-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과 지적 수준 사이에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 지능지수가 높은 법학과 학생들은 상대 적으로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데 더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능지수가 높은 법학과 학생들 은 기존 관점을 강화하는 일에 그들의 지적 능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 이런 확증 편향은 우리가 전달자로서 과학자에게 부여하는 신뢰에도 영 향을 미친다. 대체로 과학자는 여전히 신뢰받는 직업이며, 이 점에 있어서 는 공화당 지지자들과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과학자들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존의 관점을 가장 잘 뒷 받침하는 과학자를 신뢰하게 된다.
- 1990년대 초 이후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이 실패한 예언으로 자주 언급 는 이야기 중에는 떨어지는 도토리에 머리를 맞은 뒤 동물 친구들에게 하늘 이 무너지고 있다고 외치는 치킨 리틀Chicken Litle의 우화가 있다. 그 지역에 사는 교활한 늑대가 이런 공포를 이용해 어리숙한 동물들에게 자기 동굴로 피하라고 설득한 다음 동물들을 먹어치운다. 이는 사실 2,500년 전 즈음 불교 경전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옛날이야기 이다. 이후 이 우화는 이것을 이야기하는 각 사회의 도덕적 가치에 맞게 각 색되어 계속 재창조되어왔다. 인도에서는 집단 공황 상태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티베트에서는 스스로 증거를 찾아야 할 필요를 말하기 위해, 유럽에 서는 개인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그리고 1943년에 나온 디즈니 만화에서는 전시에 떠도는 풍문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우화를 차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사회적 규범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거 짓말이 동료들 사이에서 되풀이면서 어떻게 사회적 증거가 되어 가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기후변화와 큰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실패한 기후변화 예측에 한층 더 적절한 비유는 아마도 늑대가 나 타났다고 외치던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일 것이다. 
- 부정론자들이 부정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긍정적 해결책은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동시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낙관주의는 궁극적으로 기존의 위계질서를 인정하는 퇴행적 담론이 다. 낙관주의는 소비 지향적인 생활양식을 장려하는 한편, 그런 생활양식을 뒷받침하는 뿌리 깊은 불평등, 오염, 낭비는 무시한다. 그리고 낙관적 목소 리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이 종말론만큼이나 낙관주의에도 매 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배출권 거래는 혁신에 보상을 주고 강력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자유 시장에 근거한 수단이었다. 기술과 공학(이 경우 굴뚝에 부착하는 집진기)이 문제의 해결책이었다. 화석연료를 포기하거나 성장을 제한할 필요가 없었 으며, 그 후 10년 동안 전력 수요는 거의 3분의 1 정도 증가했다. 문제는 해결됐고 파티는 계속될 수 있었다.  5년 후 세계 주요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한 약속을 지킬 방법 을 논의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만났다.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이후 세계 주 요국들은 유엔 주도의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을 기대했고 이번에는 온실가 스 배출 감축을 위해 모였다. 미국의 주장(그리고 부통령 고어의 강력한 지지) 에 따라, 산성비 법률에서 그대로 가져온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논의되었다. 탄소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어 시장 가격이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국가들이 배출권을 교환할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었다. 지금까지도 유엔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수단은 국제 탄소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의견은 크게 대립되었다. 환경 운동가들은 그것을 '탄소 카지노carbon casino'로 규정하고 협상이 열리는 동안 시위를 벌이 며 지폐를 복사해 공중에 뿌렸다. 놀랍게도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자들 역시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말을 '시장 사회주의'로 해석하며 똑같이 혐오를 드러냈다. 또한 배출권 거래는 책임을 분산하고 개인의 행동과 도덕적 책임 사이의 연결을 단절시키는 매우 복잡하게 얽힌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행기나 차를 이용하든, 전기를 풍력 발전소에서 사든 아니면 화력 발전소 에서 사든, 거래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탄소 배출 허용량이 이미 정해 져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효과조차 없었다. 배출 허용량이 과다하게 할당되고 가스 상쇄gas offsets (배출한 온실가스 양만큼 감축활동을 하거나 환경 기금에 투자하는 것 옮 긴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속임수를 쓰는 일이 횡행함에 따라, 선도 적인 리서치 회사 톰슨 로이터 포인트 카본Thomson Reuters Point Carbon 의 말을 빌리 자면, 유럽의 거래 제도는 '시장 붕괴'에 이르렀다. 2013년 공해 유발 기업 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확보해놓은 배출권의 양은 유럽 전체가 재생 가 능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제고 노력을 통해 절약한 양을 능가하게 되었다.
-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2010년엔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 법안 마련을 위한 결연한 움직임이 일었다. 이번에도 환경보호기금의 프레드 크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다시 한 번 배출권 거래제도가 배기가스 감축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유엔과 유럽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단순하고 효율적이라 여겨졌던 시장 메커니즘에 사실은 광대하고 장황한 기술적 지침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끌다 마침내 하원 에너지 상업 위원회를 통과했을 때, 미국 청정에너지안보 법안은 감시와 평가, 할당 절차를 포함해 1,428쪽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으 로 늘어나 있었다. 석유 및 석탄 대기업의 저항을 무마하려고 대단히 넉넉 하게 할당량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실패할 운명에 처했다. 국제적 차원에서 유엔은 개발도상국들이 남는 배출권을 선진국의 오염 유발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이를 가리켜 광범위 한 사기행위로 의심되는 '난장판'이라고 묘사했다. 남는 배출권의 절반 이상이 몇 안 되는 아시아 기업들에서 나왔는데, 그들은 아주 강력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온실가스 HFC-23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그것 을 감축했다는 그들의 주장이 그대로 먹힐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청정개발체제 이사회는 개발도상국들이 석탄 화력 발전소의 효 율성을 증진시킨다면 배출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 유럽의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는 인도의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탄소 배출권 을 구매하여 배기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 이것은 이쪽에서 돈을 뜯어 저쪽에 주는 행위라기보다는 모두에게 돈을 뜯어 양쪽 모두에게 나눠주는 행위에 가깝다. 이런 안타까운 역사를 살펴본 옥스퍼드 대학교 스티브 레이너steve Rayner 교 수와 런던 정치경제대학 귄 프린스Gwyn Prins 교수는 애초에 군비 축소, 오존층 파괴, 이산화황에 적용했던 방식을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모델로 삼지 말았 어야 했다고 결론 내렸다. 두 사람은 군비 축소, 오존층 파괴, 이산화황과 같 은 문제들은 달성 가능한 명확한 목표가 존재하는 '온순한 문제라고 말한다. 반면에 기후변화는 전반적으로 훨씬 더 규모가 크고 복합적이며 불확실 한 사악한 문제이다. 두 사람은 “경험에만 의존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산성비 프로그램의 관련 당사자는 전력 설비업체 25곳과 발전소 110곳에 불과했다. 12개 기업과 그 자회사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화학물질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었고 듀폰 사의 생산량이 세계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 모든 기업의 CEO들 을 같은 칵테일파티에 불러 모아도 여유롭게 참석할 수 있는 정도다. 나아가 오존층 파괴와 산성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오염을 통제하고 나면 한 세대 안에 복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낙관적인 해결과 회복이라는 담론을 형성하지만, 기후변화처럼 되돌릴 수 없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문제에는 지극히 부적절하다. 프레임은 그저 관심을 모으는데 그치지 않는다. 관심을 배제하는 영역도 규정한다. 앞선 선례들은 기후변화에 제한된 의미만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배제했다. 그 선례들은 기후변화를 환경 쟁점으로 만 규정했고, 자원, 에너지, 경제, 건강, 사회권 문제가 될 기회를 배제했다. 그 선례들은 배출권 거래를 통해 기후변화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단정했으며, 규제, 과세, 할당을 통해 관리할 생각을 배제했다. 그리고 오존층 파괴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거두고 우쭐했던 유엔은 지역적 혹은 다 자간 협정이 아닌 국제 의정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오존층 파괴와 산성비의 선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큰 프레임 실수는 기후변화를 오로지 가스 문제로 규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분명 우리의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 생태학자 가렛 하딘 Garriett Hardim은 1968년 《사이언스Science》지 발표 이래 엄청난 파급력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문에서, 우리 모두는 공유자원에서 얻 는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진화적 힘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그 것이 결국 공유 자원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조차도 그렇 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딘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 '공유자원의 비극rragedy of the commons' 이라고 불렀다.  놀랄 것도 없이 기후변화는 지구 공유자원의 '최종적’ 비극으로 불려왔 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문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화석연료 매장지라는 공유자원보다는 대기로 가스를 배출하는 배기관에만 초점을 맞춘다. 논문의 명성 때문에 사람들은 하딘의 논문이 증거에 바탕을 둔 논리적 주장이 아니라 편견에서 비롯된 이념적 논쟁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하딘이 공유자원의 비극'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주요 목적은 '진보의 금기에 맞서 복지국가의 정책이 빈곤층의 지나친 출산'을 부추긴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 이었다. 인구 과잉을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하딘은 타고난 이기주의를 거스 르지 못하고 자녀를 네 명이나 낳았다.인간의 본성을 결정론적인 시각으로 보는 하딘의 주장은 권위주의 및 경 제적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와 완벽하게 융합된다. 따라서 하딘은 대기 공유 자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공기와 물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며, 따라서 공기와 물의 오염이라는 공유자원의 비극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즉 오염을 유발한 주체가 오염물질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처리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낫도록 만드는 강제적 법률이나 과세 조치를 통해 막아야 한다.” 만약 기후변화가 공유자원의 비극이라면, 당연히 책임과 양심에 호소하 는 방식은 시간 낭비이며, 하딘의 말을 빌리자면 오직 '상호 합의에 의한 상 호 강제' 만이 인간의 이기주의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많다. 정치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무수히 많은 방식을 연구하여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하딘의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자유 로운 의사소통, 비전의 공유, 높은 신뢰 수준, 상향식 참여공동체의 활성화 가 가능하다면 인간은 공유자원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개선해 나갈 것이라 고 주장했다. 스티븐 가디너의 표현대로 만약 기후변화가 미래세대의 희생을 통해 우리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의 문제라면, 우리가 공유하 는 가치에 근거하여 일련의 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상향식 비전 을 확립해 가는 일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 사소한 개인의 생활양식 변화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고 사람들을 연결시킬 수 있으리라는 바람은 부질없었다. 오히 려 편견을 강화하고 분열을 부추기는 듯하다. 이는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전적으로 우리의 사회적 정체 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단에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 우리는 본인의 충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헌신할 것이다. 심지어 전쟁이 발생하면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내집단 정체성과 사회적 공정성 의식 때문에 우리는 외부인들이 그들조차도 따르지 않는 듯한 도덕적 원칙을 제시하면 매우 분노하게 된다. 또한 생활양식을 조금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더 큰 참여로 이어지는 바람 직한 경로로 나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 위협 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조차도 관심이 있다는 표시로 간단한 행동 하나 정도 는 금방 실천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는 않았다. 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의 엘케 웨버 교수는 사람들이 문제에 대응할 때 소위 '단일 행동 편향ainge action bias'을 보인다는 사실을 농업, 건강, 정치 분야의 여러 사례에서 발견했 다. 그녀는 이런 편향이 과거에 위협이 지금보다 단순하고 단기적 단일 행 동만으로도 위험과 불안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던 시기에 진화를 거 치며 생겨난 편향들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은 그 단일 행동을 한층 더 해로운 행위를 상쇄하는 개인적 정당화(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도덕적 면허moral license' 라고 한다)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더블 베이컨 치즈버거를 먹는데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고자 특대 사이즈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반복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절전형 전구와 가전제품을 산 사람들은 그것을 더 많이 사용하고, 집에 단열재를 설치한 사람들은 난방기를 더 세게 트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도덕적 면허를 다른 영역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보스턴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예쁜 나뭇잎 모양의 쪽지에 '환경보호'를 위해 물을 아껴 써 달라는 메시지를 써서 전달하자 물 사용량이 7퍼센트 감소했 다. 그런데 전기 사용량은 6퍼센트 증가했다. 토론토 대학교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도덕적 면허 효과가 너무나 강력해서 환경친화적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대학에서의 부정행위나 심지어 돈을 훔칠 기회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실험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축소시키고자 의도적으로 도덕적 면허를 이용한다.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실천하는 작은 행동을 과장하고 이를 거창한 말로 묘사한다. 영국의 포커스 그룹에 참가했던 한 사람은 자신이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재활용하며 종잇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그러고는 “그러는 만큼 비행기 탈 때의 죄책감 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가 기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불안과 그것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는 다른 중대한 위협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후변화에는 우리의 뇌가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도록 이끌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편향을 작동시켜 서로 적극적으로 공모하고 기후변화를 영구히 뒷 전으로 미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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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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