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색종은 피부암 가운데 가장 드물지만 가장 위험한 유형. 매년 약 13만명이 흑색종 진단을 받는데, 그중 대부분은 피부가 흰 사람들임. 흑색종은 멜라닌이라는 어두운 색소를 갖고 있는 피부세포인 멜라닌세포에서 생김. 자외선으로부터 깊은 피부층을 보호하는 이 멜라닌 세포가 무해하게 자라난 단순한 점이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암으로 바뀌는 일이 간혹 있는데, 흑색종은 대개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겨남. 흑색종은 일단 발생하면 쉽게 전이되는 편이고 원래의 자리인 피부에서 림프샘이나 다른 기관, 특히 폐와 간, 그리고 뇌로 퍼져나감. 뇌로 전이되면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
- 암세포들은 명역치료로 수정된 T 세포들에게 공격을 받아 치명적 상처를 입어 마치 작은 시체같은 상태가됨. 이것들은 더 작은 입자로 해체해 혈관계와 림프계를 통해 뇌에서 제거해야 함. 흑색종의 전이로, 그리고 방사선과 면역치료의 이중공격으로 뇌 전체에 염증이 생기고 붓게 된다. 게다가 건강한 상황이라면 독소나 다른 물질들이 뇌에 흘러드는 것을 막아줄 혈외장벽이 면역치료 때문에 교란되는 바람에, 체액이 작은 혈관들과 모세혈관들을 통해 뇌로 새어 들어어고 있었다. 그 액체들이 뇌에 고이면서 뇌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붓게 만든 것인데, 이런 상태를 혈과성부종이라 함.
- 내 행동이 가족에게 파괴적이고 작용했던 것처럼 이 모든 것이 내 뇌를 파괴하고 있었다. 살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면 큰 대가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희생이 얼마나 가혹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 뇌는, 그 중에서도 고도의 인지기능을 통제하는 부분이라 아이저 박사가 특별히 염려했던 내 전두엽은 죽음을 부르는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은 위험에 빠져 있었다. 딱딱한 뼈로 이루어진 두개골은 유연성이 없다. 뇌의 압력을 덜어주기 위해 바깥으로 확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뇌가 부으면 뇌가 갈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다. 바로 두개골 맨 아래, 뇌간이 척수로 빠져나가는 구멍인 대후두공이다. 뇌에서 가장 원시적인 부분인 뇌간은 호흡, 심작, 혈압 등 원초적 기능을 통제함. 뇌간이 부기 때문에 짓눌리거나 다른 식으로 다치면 심장과 호흡이 멈추는 심폐 정지상태가 되어 사망에 이름
-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행동은 대개 그 사람의 뇌 안에서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 분노, 의심, 성마름 같은 나의 감정적 과잉반응들은 내 전두엽에서 재앙 수준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나는 경고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정신질환에 관한 전문가인 나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에 비해 나의 이상한 행동을 더 쉽게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시에는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여섯 개의 종양과 그 주변의 부기가 자기성찰을 가능케 하는 부위인 전두엽의 작동을 멈춰버렸기 때문. 역설적이게도 내 전두엽이 근무지에서 이탈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멀쩡한 전두엽이 필요했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질병인식불능증이라는 이 증상은 여러 신경증과 정신증 상태에서 나타남. 이 몰이해가 뇌의 어느 영역 때문에 일어나는지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뇌의 오른쪽 반구와 왼쪽 반구를 나누는 중심선에 생긴 기능장애와 관련되어 있을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또한 오른쪽 반구에 생긴 손상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에는 부인이나 대처기제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보다는 그 병 자체가 발현되는 양상에 가까움. 조현병 환자의 약 50%와 양극성 장애 환자의 약 40%는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진단을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해도 그것을 자기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 환청을 듣거나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믿는 가장 극적인 증상인 경우에도 환각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함. 조현병 환자와 양극성 장애 환자 가운데 질병인식불능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믿지 않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에도 격렬히 저항하는 경우가 많음.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지 않거나 행동치료에도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이런 질병인식불능증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 전두측두 치매는 전형적으로 알츠하이머병보다 젊은 연령대의 사람을 공격하며, 환자의 60%가 45세부터 64세 사이에, 다시 말해 중년에 발병한다. 전두엽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두측두 치매 환자들은 종종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는다. 이 병이 때로 중년의 위기병이라 불리는 것도 서글프지만 적절한 비유임. 어떤 사람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흥청망청 쇼핑을 해대며, 금전적 면에서 무책임하게 행동하거나 정크푸드를 마구 먹어대기도 함. 충동과 욕망을 억제할 슈퍼에고없이 이드만 미쳐 날뛰는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함. 전두측두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며, 자신이 하는 일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데, 이러한 통찰의 결여는 전두측두 치매와 다른 여러 정신장애에 대한 핵심적 판다기준이 됨. 내가 내 삶의 많은 시간을 연구하며 보낸 조현병도 이러한 정신장애에 포함된다.
- 나의 집착적인 식탐은 전두엽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신호였고, 내 경우에 그 문제는 식욕 촉진효과를 가진 스테로이드 때문에 더욱 악화됐다. 전두측두 치매를 앓는 사람들은 아주 빠른 시간안에 체중이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먹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기때문. 전두피질이 제대로 기능할 때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에 따르는 장단점을 저울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억압되거나 사라지면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냥 해버리는 것이다.
- 연로한 어머니를 생각해보자. 늘 총명하고 어설픈 구석 하나 없이 활동하는 어머니도 요즘에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퇴화한 전두엽이 쉽게 과부하에 걸리기 때문. 주변에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면 어머니는 혼란에 빠지고 공황상태가 되어 화를 낸다. 이와 유사하게 조현병 환자들도 인지적 압박이 커진 상태에서는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뇌 영상 스캔을 보면, 복잡한 문제 등 지나치게 어려운 과제를 받을 때 조현병 환자들의 전전두피질은 신경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사람들 수준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과한 것을 요구받거나 환경에 자극이 많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 저하되어 있는 뇌의 기능이 더욱 떨어지는 것임. 그들은 화를 내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은 뇌 안에서 처리되는 방식이 다르므로, 치매환자들은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은 기억하면서도 그날 아침으로 무얼 먹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장기기억은 우리 뇌 속에서 강력한 감정적 성분과 얽혀 보관됨. 생존에 유용할 수도 있는 기억이기 때문. 반면 단기기억은 분류와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잠정적 사실 정보들에 더 가까움. 중요한 정보라면 보관될 것임. 중요하지 않다면 보유용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 요의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도 혹시 뇌의 기능과 관계가 있을까? 그것은 피질의 배뇨중추인 전두엽 내측면의 기능장애와 관련이 있을수도 있는 증상. 전두엽에 병변이 있는 뇌졸중 환자는 대부분 요실금이 생기고, 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는 더 이상 요의를 통제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될 때까지 방광이 찬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 요실금은 치매환자는 물론 노인층 전반에 흔한 장애. 여러 요인이 있는데 그 중에는 요도감염이나 방광염, 전립선 문제 등 뇌 질환과는 무관한 이유도 있음. 그러나 누군가에게 요실금이 생겼다면, 그것은 뇌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음.
- 소변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치매가 아닌 다른 정신질환의 증상일수도 있음. 이후 국립정신보건원에서 함께 일했던 신경학자이자 조현병 연구자인 토머스 하이드 박사는 조현병이 발병하는 아이는 그 병이 생기지 않는 다른 아이에 비해 방광 통제력을 습드갛는 기간이 더 길다는 가설을 제기했고, 실제로 연구자들은 성인 조현병 환자가 아동기에 건강한 형제자매에 비해 요실금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 하이드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많은 조현병 환자가 어린 시절에 방광통제기능 결함을 겪는 것은 전전두피질의 성숙이 지체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 과다경계 상태는 스트레스나 불안 때문에 촉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안은 다시 더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야기. 거기다 내가 자신과 주변 세상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한다는 어렴풋한 느낌도 상황을 악화시킴. 그런 통제상실이 나를 분노케 한다. 나처럼 감각 과부하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뇌 외상, 자폐증, 그리고 다른 여러 뇌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임. 정상적 뇌라면 뇌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분류해 중요한 것과 무시해도 되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함. 이런 여과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뇌은 그 모든 정보를 처리하려 애쓰다가 나가떨어질 수 있음. 너무 많은 데이터가 넘치도록 입력된 컴퓨터처럼 말이다. 이런 상태의 뇌는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나 걸을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처럼 무시해도 안전한 것과 잘못하면 나를 들이받을 수도 있는 자동차의 경적처럼 중요한 정보를 더 이상 구분하지 못함. 이렇게 소음과 시각, 냄새 등이 끔찍하게 뒤죽박죽 되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심한 감각 과부하에 직면하면 내가 자이언트 슈퍼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황발작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달라진 상태로, 나는 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과학자들조차 불안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경계를 담당하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 우리가 아는 것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같은 특정 질환 때문에 그 메커지즘이 붕괴한다는 점, 또한 한 사람이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들로 가득한 삶의 정글을 성공적으로 헤치고 나가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는 뇌의 여러 영역을 잇는 복잡한 신경 연결망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는 사실뿐이다.
- 우리는 모두 부서졌고, 빛은 그 틈으로 들어온다. (We are all broken, that's how the light gets in)
-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일로 여겨진다. 신체 다른 부위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것으로 교체되지만 뉴런은 원칙적으로 재생되지 않음. 생쥐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 기억을 저장하는 영역이자 알츠하이머 병이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중 하나인 해마에서 제한된 수의 새 뉴런이 자라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어도 그 수치는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며, 새로운 뉴런들이 온전히 기능할 정도로 자라는지 여부도 분명치 않음. 게다가 생쥐가 아닌 인간의 해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건, 전전두피질처럼 사고능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주요 뇌 영역에서는 유아기나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생겨난 뉴런이 평생 한결같이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일한 뉴런을 유지하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를 나 자신이라 여길수 있는 것인지도 모름. 그러나 뇌세포들 사이의 연결과 뇌 영역들 사이의 연결은 달라질 수 있음. 어떤 연결은 더 강해지고 어떤 연결은 시들어가고 어떤 연결은 손상을 입는다. 뇌의 한 영역이 손상을 입으면 세포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이 생성되어 장애가 생긴 기능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 이제 종양은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또 하나의 재앙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뤄져 왔지만 늘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잠재되어 있던 것, 바로 방사선치료의 결과인 뇌조직 괴사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종양이 있던 자리에는 죽은 조직부위가 생겨나고, 그 주위를 둘러싼 조직이 낫지 않으면 괴사가 일어난다. 괴사는 과거보다 요즘에 더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정방위방사선 수술 및 사이버나이프 수술에 면역치료까지 병행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병행치료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종양을 죽이지만, 동시에 종양 주위의 건강한 조직도 죽인다. 뇌조직 괴사의 증상들은 방사선치료후 1년이 지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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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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