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좌반구의 세포들이 외상을 입고 기능을 정지했을 때, 나는 세포들과 그에 해당하는 기량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나'라는 사람의 일부를 잃었다. 똑똑하고 규칙과 시간을 잘 지키고 꼼꼼하고 질서정연하고 잘 조직되어 있으며 내 삶에 대해 상세히 아는, 아주 의욕적 인 부분을 잃은 것이다. 나의 이 부분은 뇌졸중과 함께 사라져 더는 손 이 닿지 않는 캐릭터였다. 적어도 세포가 회복하고 회로망이 다시 활동할 때까지는 그랬다. 또한 나는 모든 도전 의식과 감정, 과거의 고통을 알던 나라는 사람의 일부를 잃었다. 그 캐릭터를 이용하지 못하니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 순간의 평화로운 희열뿐이었다. 내가 이 다친 회로를 모두 재건하고, 기능이 정지한 좌뇌의 두 캐릭터를 되살려내 회복시키기까지는 앞서 말했듯이 8년이 걸렸다. 힘든 과정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우리는 각자 서로 구별되는 네 가지 세포 집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집단은 뇌 양측 반구에 나누어져 있으며, 네 종류의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성격을 빚어낸다. 신경해 부학적으로 이 네 가지 세포 집단은 고위 대뇌피질의 좌우 '사고' 중추 를 구성할 뿐 아니라 아래쪽 변연계의 좌우 '감정' 중추도 구성한다. 나는 이 성격들을 총괄하여 네 명의 캐릭터로 부르겠다. 뇌 속의 네 가지 캐릭터를 알면 자유를 향해 갈 수 있다.
-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려면 뇌 해부학에 대한 기존 지식의 이론적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적어도 5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좌반구가 합리적 사고를 맡은 뇌이고, 우반구가 감정적 뇌라고 배워왔다. 사실 신경해부학적 관점에서 보면 좌뇌의 사고 조직이 의식적, 합리적 정신(나는 이를 '캐릭터 1'이라고 부른다)이 머무는 곳이기는 해도, 좌뇌와 우뇌 반구 모두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세포들을 캐릭터 2’와 ‘캐릭터 3) 똑같이 공유한다. 한편 '캐릭터 4'는 우뇌 고위 피질의 사고 조직에 있다.
- 어떤 순간이든 우리 뇌에서는 단 세 가지 과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생각과 감정에 대해 생리적으로 반응한다. 각각의 활동은 이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의 건강과 안녕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우리는 변연계 세포를 통해 감정을 경험한다. 이 세포들은 뇌 양측 반구에 고르게 반으로 나뉘어 있다. 변연계의 주요 구조는 두 반구가 서로 거울 역할이라도 하는 양 두 개의 편도체와 두 개의 해마, 두 개의 전측 띠이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우리에겐 감정을 경험하고 처리하는 두 개의 분리된 모듈이 있다는 뜻이다(캐릭터 2와 캐릭터 3). 정 보가 감각기관을 통해 흘러오면 맨 먼저 편도체에서 멈추는데, 편도체는 “내가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흘러든 충분한 양의 감각 자극이 친숙하게 느껴지면 안심한다.
편도체는 뭔가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그 낯섦에 위험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투쟁, 도피, 혹은 경직'의 공포 반응을 촉발하여 대응한다. 만일 투쟁이 자연스러운 성향인 사람이라 면, 아마도 화를 내고 크게 움직이며 소리치고 공격을 하거나 상대를 쫓아내려 할 것이다. 만일 달아나거나 죽은 척하는 성향이라면, 그런 반응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공포를 느끼면, 우리는 해마의 배움과 기억 회로망을 작동시킬 수 없다. 정지 버튼을 눌러 잠시 진정하고 다시 안 심할 때까지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 공포증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사람은 얼마나 준비를 잘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시험을 못 보는 경향이 있다. 변연계의 불안 회로가 작동하면, 우뇌의 해부학을 이해하면 언제든 우리의 경험과 행동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에 감정을 처리하는 세포 집단이 하나밖 에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면, 복합적 감정을 경험할 때 아주 혼란스러 울 수 있다. 신경해부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서로 갈등하는 감정을 경험 하는 이유는, 어떤 세포체도 공유하지 않으며 완전히 별개인 두 감정 세포 집단이 있어서다.
두 가지 감정 세포 모듈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예측 가능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좌뇌는 연속적으로 차례차례 정보를 처리하는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좌뇌의 감정 담당 모듈은 현재 정보를 가져온 다음 이를 과거의 감정적 경험과 비교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 결과, 좌뇌의 감정형 캐릭터 2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과거가 있는 대상이면 무엇이든 막는다. 따라서 캐릭터2는 “싫어”라고 말하고 이것저것 치워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우뇌의 감정형 캐릭터 3은 이와 정확히 반대로, 현재의 경험을 지금 이 순간 처리한다. 감정형 캐릭터 3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존재하 며 과거를 회상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치워버리는 대신 조금이라도 매력 있고 아드레날린이 막 분출할 것 같은 경험이면 해보려고 열정 적으로 움직인다.
포유류의 신경 체계에서 새로운 종은 기존의 잘 조직된 세포 기반에 새로운 뇌세포들을 추가하면서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새로운 세포 조직은 원래 있던 조직의 능력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도록 고안된다. 인간 뇌는 포유류로서 개나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깊숙한 곳 에 감정을 다루는 변연계 조직 세포가 있지만, 새롭게 추가된 고위 피 질 세포들이 양측 반구를 사고하는 뇌로 만들어준 덕분에 독특하다.
외부 세계에서 오는 정보는 감각 체계를 통해 흘러들어 먼저 변연계의 감정 세포에서 처리된 다음 고위 사고 중추에서 정제된다. 그래서 순수하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은 감정을 느끼는 사고형 생명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감정형 생명체다. 신경해부학적으로 당신과 나는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
- 캐릭터 1 유형의 팀장은 직선적으로 사고하고 적절한 때에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직장 내 캐릭터 1 팀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직 된 캐릭터 1'과 부드러운 캐릭터 1'이 보이는 지도력의 차이를 구별해 야 한다. 경직된 캐릭터 1'은 소떼 주변을 도는 카우보이처럼 집단을 이끌며 뒤에서 팀원들을 찔러대며 몰아붙일 것이다. 이들은 팀의 우두머리이지 팀의 일부가 아니다. 부드러운 캐릭터 1'은 반대로 무리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축이 잘 이동하도록 돕는 양치기처럼 팀을 이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직된 캐릭터 1 유형의 팀장은 좌뇌의 감정형 캐릭터 2에서 우러나는 불안에 의해 행동한다. 경직된 캐릭터 1의 회로망은 반복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캐릭터 2를 보호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것이다. 경직된 캐릭터 1'이 멈추거나 작동에 실패하면 캐릭터 2를 바짝 뒤쫓고 있는 괴물에게서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휴식이나 위험 부담은 이 유형의 팀장에게 힘든 일이다. 이들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매일같이 새벽 4시 15분에 일어나는 사람이다.
- 불안은 과거에 이미 일어났거나(좌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것 같은 경험이나 외상 때문에 촉발된다. 불안은 절망감, 혹은 스스로에 대한 회의를 동반하면서, 몸 전체가 안절부절 긴장하는 상 태로 느껴진다. 뭔가 예상이 안 되는 불쾌하거나 위험한 일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데,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취약한 것 같아 근심하거나 조바심을 내거나 걱정하면 불안이 촉발된다. 앞서 언급한 뱀 사건에서는 공포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이 흘러와 혈류로 흩어지면 (90초 법칙) 불안 회로가 작동된다. 또 다른 뱀을 마주칠지도 모르고, 금방이라 도 위험이 닥칠 듯한 느낌을 털어낼 수가 없어 근심스러운 것이다. 좌뇌의 이성적 사고형 캐릭터 1에 자동 공포 반응을 무시하라고 학습을 시킬 수도 있겠지만, 신경 회로망 차원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감정형 생명체다. 감정을 부인하는 일은 건강 전반에 해로울 수 있고 억눌려진 감정은 곪아서 좌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정을 찾고 평화를 느끼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자기조절을 중시하는 이성적이고 인지적인 좌뇌 캐릭터 1은 아름다운 존재이긴 하나, 감정들을 무시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묵살하라고 훈련한다면, 막힌 하수관에서도 물이 새어나오듯 그 감정들은 어떻게든 새어나올 것이다. 캐릭터 2의 감정적 고통을 귀 기울여 듣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고통은 신체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종종 우리 신체적, 정신적 안녕의 열쇠를 쥔 존재가 바로 감정형 캐릭터 2다.
- 막 태어난 신생아의 뇌는 자기 몸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신체 경계를 정의 내릴 기회를 아직 갖지 못한 상태다. 그 결 과 탄생 때는 우뇌의 의식이 우세하다. 전체 흐름에서 분리된 개인으 로서 자신을 성립시키기 위해 자신과 주변 세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 를 얻을 때까지는 말이다.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놀이터에서 놀면서 우뇌 캐릭터 3을 발산하는 경향이 있다. 좌뇌가 현실에 근거한 의식을 키워, 학업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는 무렵까지는 그렇다. 학교는 좌뇌 개발을 북돋운다. 특히 읽기, 쓰기, 수학의 학습이 도움이 된다. 지리학과 역사 같은 과목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목들은 좌뇌가 성숙해야 세세한 부분들을 방대하게 암기할 수 있다. 내 캐릭터3은 왜 이 모든 자료들과 세부 사항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는지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에서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지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이 있거나 실험적 결과가 반복해서 나오지 않는다면, 좌뇌는 그 존재를 부인하거나 그 가치를 같이 부인해버리기도 할 것이다. 좌뇌의 의식 영역에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우뇌의 의식 영역에 존재하며 측정도 실험도 안 되는 모든 것들과 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우뇌의 대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일단 믿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아주 창의적인 여러 연구가 과학적 방법의 경계를 넓히는 동시에 과학의 신념과 영성의 경험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캐릭터 4의 의식은 변함없는 우리 동반자로, 우리는 그 에너지 안 에서 존재한다. 이 의식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우주 속 모든 분자에 얽혀 있다. 또한 이것은 우리를 그 안에서 살아 숨쉬며 존재하게 하는 에너지 공이다. 우리 삶의 원천이고, 다양한 수행을 통해 성취하고자 열망하는 경험이다. 캐릭터 4의 의식은 영웅의 여정에서 가장 머나먼 도착지다. 이 의식으로 돌아오는 것은 소중하고 가장 평화로운 자기로 귀환하는 일이다. 캐릭터 4는 우리 고유함으로, 우리가 일자一者와 공유하는 우리 자신의 일부다. 그렇지만 이 사실이 네 가지 캐릭터 각각의 고유성에 대한 앎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사업 문제에 있어 캐릭터 1은 이윤을 내기를 바라고, 캐릭터 2는 발상이나 세부 사항을 가지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캐릭터 3은 재미있길 바란다. 그리고 캐릭터 4는 보다 큰 선善을 위해 기여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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