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전 여러분이 했던 바보 같은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기 위해 애를 쓴 적이 있는가? 혹은 30대에 접어든 나이임에도 중학교 2학년 때 벌어졌던 수치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기 위 한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했던가? 아니면 상사가 월요일 아침 에 회의하자고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주말 내내 고민하기 위해 달력 위에 메모를 붙여두었던 적은? '나는 이번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불안의 파도에 휩쓸릴 예정이야!' 여러분은 이렇게 작정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하고 있던 일과 전혀 관계없는 생 각이 예상치 못하게 불쑥 튀어나왔을 뿐이다. | 이것이 바로 '엉터리 사운드트랙', 즉 자기 자신과 상황에 관 해 스스로 들려주는 부정적인 이야기이다. 엉터리 사운드트랙 은 여러분이 요청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재생된다. 공포심에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의심에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불안감에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 시카고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폴 로진 Paul Rozin 은 영어라는 언어에 트라우마와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단어조차 없음을 깨닫고 이 현상을 연구했다. 로진의 협력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부정성 편향』(2020)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라우마에는 반대말이 없다. 제아무리 즐거운 사건이라도 그토록 오래 기억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과거의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린다. 반면 청하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들, 심리학자들이 비자발적 기억 이라고 부르는 그 기억들은 행복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엉터리 사운드트랙을 재생시키는 생각과잉은 뇌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행위를 통해 발전된다.
1. 기억을 지어낸다.
2. 가짜 트라우마를 진짜 트라우마와 혼동한다.
3. 이미 믿고 있는 대로 믿는다.
- 우리의 기억은 거짓말을 하고, 우리의 뇌는 진짜 트라 우마와 가짜 트라우마 간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이 두 가 지 난제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운데, 생각과잉 쓰리 콤보의 세 번 째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확증 편향이다. 우리 뇌는 이미 믿 고 있는 대로 믿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와 경험에 자석처럼 끌린다. 예를 들어 머릿속으로 울려 퍼 지는 사운드트랙 가운데 하나가 '나는 최고로 정신 나간 엄마 야'라면,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3분만 늦어 도 그 사운드트랙을 굳게 믿게 된다. 그날 아침 두 아이를 제시 간에 등교시키고, 온종일 일을 하고,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이 번 주말 축구 경기에 데려다주기 위해 카풀 게획을 세워두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그 엉터리 사운드트랙에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증거는 무엇이든 무시한다.
- 의식적인 생각을 통해 뇌를 물리적으로 바꿔놓는 현상인 신경 가소성은 생각과잉의 해결책이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왜 우리는 그토록 강력하고 효율적인 '생각'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려 하지 않는가? 엉터리 사운드트랙을 끄기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사운드트랙을 가지고 우리의 뇌를 굴리는 것이 좀 더 옳은 일 아닐까? 비행기는 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식량을 전달할 수도 있다. 주사기로는 독극물을 주입할 수도, 약물을 주입할 수도 있다. 말은 놀라서 우르르 도망가 버릴 수도, 아니면 경주에서 이길 수도 있다. 이는 우리의 생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걱정할 수 있다면 확신을 가질 수도 있다. 의심만 할 수도, 혹은 주도할 수도 있다.
- 구글은 사내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 트Aristotle project 를 시작했다. 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이해해보고자, 회사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팀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점을 알아내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은 수백 가지 변수에 관해 35개 이상의 통계모형을 사용, 180개의 다양한 팀을 조사했다. 구글은 무엇을 발견하게 되었을까? 구글의 데 이터는 “그 무엇보다도 심리적 안정이 팀워크를 형성할 때 매우 중요하다”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정이란 “한 팀의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 팀은 사람들 사이에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안전해'라는 믿음”이라고 정의 내렸다. 팀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걱정 없이 질문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그렇지 않을 땐 엉터리 사운드트랙에 꼼짝없이 갇혀버릴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하나의 팀'은 성장이나 혁신을 이끌기 에 적당한 곳이 아니다. 친절한 사운드트랙을 들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실제로 카밧진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줄어든 스트레스와 고통, 불안감, 더 깨끗해진 피부, 개선된 면역기능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더 깨끗해진 피부라는 이점에 사로잡혔다. 프로액티브 화장품 광고에 등장한 마룬5 애덤 리바인이 이렇게 말하는 모습까지 상상했다. “맞아요, 내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건 크림이 아니에요. 맨날 자책하던 일을 그만둔 게 신의 한 수였어요.”
하버드 출신 의사인 허버트 벤슨은 마음챙김이 심혈관 건강 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가장 큰 효과를 지닌 두 가지 방법 을 발견했다. 하나는 정해진 기간에 찬찬히 짧은 어구를 반복 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마음이 산란해지거나 나쁜 생각에 사로잡히려 할 때 마다 “우와, 이런” 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그 짧은 어구로 돌아 가는 것이었다. “우와, 이런”은 생각의 중심을 올바르게 되찾기 위한 판단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 여러분이 스위치로 해결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간 다면 스스로 낙제할 준비를 하는 셈이 된다. 이는 완벽주의적 사운드트랙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흘 러간다. 네가 스위치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스위치를 꺼버리 고 다시는 엉터리 사운드트랙 때문에 짜증 나는 일이 없을 거야. 책 한 권만 읽으면, 운동 한 번만, 다이어트 한 번만 하면 다시는 부정적인 생각의 소리를 듣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사 운드트랙을 듣는 것이다. 여기서의 스위치는 엉터리 사운드트 랙에서 벗어나 즉각적이고 영원한 고요를 얻게 해줄 것이라 믿 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완벽주의적 사운드트랙은 더욱 시끄 러워진다. “완벽해지는 게 가능해! 스위치가 답이야!” 이토록 희망적인 말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따라서 여러분 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고, 그 방법은 한동안 효과를 발 휘한다. 호흡법은 긴장을 풀어주고, 책은 환상적인 통찰력을 안겨주며, 상담 시간은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그 특정한 엉터리 사운드트랙이 얼마나 강력하냐 에 따라 한 달 후, 일주일 후, 혹은 하루 후에 다시 들려온다.
- 세상에! 완벽한 방법이 아니었어. 아직도 음악이 나오고 있 잖아. 이 스위치는 망했어. 그러면서 스위치를 잘못 찾은 자신 을 탓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과정에 의문을 품는 대신 새로운 스위치를 찾기 시작한다. 다른 책을 읽고, 다른 방식의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직업을 바꾸고, 도시를 이동하고, 배우자를 바 꾼다. 스위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다이얼은 딱 반대다. 다이얼 접근방식은 모든 엉터리 사운드트랙을 영원히 그만 듣는 게 아니라, 소리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교통체증에 걸렸다든가, 예상치 못했던 회사합병이 이뤄진다든가, 사이가 틀어졌던 형제가 전화를 걸어왔다든가 하는 예기치 못한 수십억 가지 일 때문에 사운드트랙의 볼륨이 10까지 올라가면 중간에서 이 소리를 낮춰 저지하는 것이다. 엉터리 사운드트랙을 꺼버리는 건 끈기 있는 반복이 필요한 일이지, 단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 엉터리
사운드트랙이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또 어느 날에 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틈을 타, 여러분의 인생으로 슬쩍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은 다이얼을 돌려 소리를 낮춰야 한다.
-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사고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면 서 좀 더 합리적인 목표를 발견했다. “긍정적인 사고를 적어도 3 대 1 정도 비율로 가지겠다고 마음 먹으세요. 가슴이 찢어질 듯 부정적인 경험 한 가지를 견뎌야 할 때마다 여러분에게 행 복을 안겨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긍정적인 경험을 적어도 세 가지 누려야 한다는 의미예요."
나는 프레드릭슨이 긍정적 사고라는 막연한 개념에 과학적 인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반해버렸다. “찌푸린 얼굴을 반대로 바꿔봐”라고 말하는 것과 “부정적인 순간이 한 번 찾아올 때마다 세 번의 긍정적인 순간을 적극적으로 얻어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프레드릭슨은 『긍정의 발견』(2009)에서 “내가 발견한 이 (3 대 1이라는) 비율은 사람들이 몰락할지, 번창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경험 한 가지는 찾아낼 필요가 없다. 호주머니 속 배심관이 알아서 내게 가져다줄 것이었다. 다만 세 가지 긍정적인 경험은 오로지 내게 달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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