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즉시 확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큰 잘못이다. 순식간에 작품의 형태가 드러나고, 노력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할지 알게 될 거라 믿으며, 아이디어가 명확새질 순간을 기다려봐야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야 한다. (빌헬름 에켈룬드)
- 매장 디자인은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 그러나 이는 비전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잡스는 팀원들과 함께 실험하고, 가능성을 탐구하고, 어떤 아이디어는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은 거부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고, 스케치하고, 모델을 만들고, 재료를 실험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애플스토어는 비전에서 나온 산물이라기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결정을 바꾸고, 구성을 수정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코베는 제작과정 자체가 고객의 경험과 그 경험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알아가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 애플 스토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반복, 실험, 즉흥적 대응 등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창조적 방법임을 입증한다. 점진적 진화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빛나는 재능과 확고한 비전을 가진 천재에 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실제로 코베와 그의 팀은 잡스와 함께 응용제작의 핵심, 즉 스케치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모형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고, 시험하고, 연구하고, 질문을 만들어내고, 뜻밖의 발견을 하고,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거쳤다.
애플 스토어 탄생 이야기에는 만들면서 알게되는 과정의 많은 요소가 담겨 있다. 이 개념은 창조성에 관한 논의에서 놀랄만큼 홀대받아옸다. 만들면서 알게 되는 과정은 만드는 행위 자체를 통해 백지 위의 불확실성에서 창조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 껍데기가 깨지기 전에는 어떤 알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T.S.엘리엇)
-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글을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조앤 디디온)
- 만들면서 알게 되는 과정에 대해 오해가 없기 바란다. 이것은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즉흥적인 대처나 임기응변과도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훈련, 기술, 집중과 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발견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 우리가 갖춘 경험과 기술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시도할 때 딛고 설 발판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 뛰어들기 전에는 작품이 무엇이될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만들면서 알게 된다는 개념을 존 듀이의 경험을 통한 배움이라는 개념과 비교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개념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나는 창조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며, 이것은 듀이가 제시한 개념보다 넓은 주제라 할 수 있다.
-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다. 그러나 차츰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면, 책은 늘 그렇듯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그 과정에서 드러낸다. (필립 로스)
- 어떤 시인도 시를 쓰기 전까지는 어떤 시가 나올지 알지 못한다. (W.H.오든)
-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려면,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피카소)
- 디자인은 만듦을 통한 앎이다. 내가 만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과정의 핵심은 여러번의 실패를 통한 깨달음에 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탐구활동이다. 따라서 디자인 과정에서 뜻밖의 발견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해묵은 생각을 재검토하게 되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결과다.
-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이 즉흥적 창작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지만, 중세에서 낭만주의 시대 사이의 음악 대부분은 즉흥연주의 위대한 전통에서 유래. 바흐, 헨델, 모차르트는 모두 즉흥연주를 즐겼으며 자유로움과 순발력을 발휘하곤 했다. 베토벤은 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뛰어난 증흥연주를 선보여 작곡가로 명성을 얻기 전 즉흥공연 연주자로 이름을 날림. 쇼팽과 리스트는 버릇처럼 연주곡에 한가지 악기와 그 순간에만 적용되는 즉흥성을 즐겼던 음악가들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만드는 음악을 알기 위해 연주해야 했다.
인도의 고전음악 역시 작곡에 즉흥적 요소가 내정되어 있다. 이런 전통이 있는 이유는 즉흥연주가 항상 공연의 일부였기 때문. 인도 클래식 음악의 기본 멜로디 구조인 라가는 관객에게 계절, 감정, 시간의 상징적 느낌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항상 그 순간과 즉흥연주의 산물이다.
- 리더십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끌어보는 것이다. 결혼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혼하는 것이다. 그 일이 내게 맞는지 알아볼 유일한 방법은 오랜 기간 직접 일을 해보는 것이다. 모든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맴돌기만 한다면 삶이 이미 지나가버렸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산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랍비 로드 조너선 색스)
-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얻는 앎은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한 앎과 다름. 알기 위해 만드는 것은 어쩌면 솔직한 자기표현과 자기지식의 잠재적 수단이다. 자서전의 중심인 뇌의 일정부분을 활용하고, 억제를 느슨하게 하는 즉흥적 창작은 우리로 하여금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인식하게 한다. 신경과학의 렌즈로 들여다본 창작이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활동인 것이다.
- 몬더만의 창의적 해결책은 디자인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이며, 만들면서 알게 되는 원리를 적용한 리더십의 좋은 예이기도 하다.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서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리더란 규칙과 규정 등을 포함한 하향식 결정은 줄이고,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함. 즉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교통 표지판을 없앤 교차로는 곧 즉흥적 창작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참여하도록 만들고, 틀 안에서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조직의 경우 리더는 자신의 정답을 비전 삼아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것을 따르게 한다. 반면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틀과 구조를 만드는 리더는 공동창작을 통해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다.
우리는 만들면서 알게 되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 조직에서 어떻게 표지판 없는 교차로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리더의 비전을 불확실한 창작의 공간으로 대체하는 것은 도로에서 모든 신호와 표지판을 없애는 일과 마찬가지로 위험해 보인다. 혼돈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표지판이아 정해진 답에 매달리는 게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몬더만은 리더가 정한 규칙을 무작정 따르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직접 해결책을 만들게 하면 오히려 더 큰 성과와 복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애덤 필립스는 몬더만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
"신호등이 사라졌을 때, 우려했던 혼돈과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황은 훨씬 좋아졌죠. 사고발생률이 크게 줄고, 차량 흐름이 개선되고, 길에서 분노하며 싸우는 이들도 줄어들고, 모두 더 상식적으로 행동하게 되었지요. 어떤 이들은 신호와 표지판을 없애면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결과가 닥칠 거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주로 정치적 압제를 펼치는 독재자들이 주로 하는 소리죠"
- 실행하고 이해한다. 불확실성에 들어가 발견을 이루고 다양한 재료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외연을 넓힌다. 즉흥적으로 창작하며 앎에 이른다.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창의성이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인생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차차 삶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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