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의 복합 기업은 과거와 다르다. '돌아온다'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완전히 새로운 복합 기업이며, 정확하게는 복합 기업의 개념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복합 기업 은 본업에서 벌어들인 자산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데, 이른바 분 산 투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는 비즈니스에 맞추어 '무슨 사업이든 잘만 되면 돈을 번다'라며 누가 뭐라든 투자 마인드로 다른 사업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11개 회사의 복합 기업은 모든 사업이 데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 기업의 형태가 복합 기업화하는 것은 미래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데이터는 어떤 것이든 필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쓸모없고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도 상관없다. 탐정이나 형 사가 수사나 추리를 위해 온갖 정보와 증거를 끌어모으는 것과 같 다고 보면 된다. 미시경제학에서는 '시그널링signaling' 이라고 부르 는데 이것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음식의 취향은 물론이고 머리 색깔은 무엇인지, 숱이 많은지 적은지, 반려동물을 좋아하는지, 개와 고양이 중 어느 쪽을 키우는 지, 산책은 하루에 몇 번 나가는지 등 어떤 정보라도 좋다. 예를 들 어 어떤 고객이 투자 신탁에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다른 사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하자. 당연히 투자신탁에 흥미가 없는 사람보다 는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게 접근해야 계약 성사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를 연계하고 활용하여 복합 기업에서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수익률을 높여 나간다. 앞으로 미래에서는 이것을 당연한 일로 여길 것이다.
- 전부터 데이터를 이용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단지 프라이버시나 테크놀로지의 한계 때문에 생각만큼 제대로 활용하 지 못하다가 이제야 클라우드와 우수한 데이터 공학자의 등장으로 비로소 가능해졌다. 게다가 복합 기업화로 기업도 데이터를 사용 하지 않을 재간이 없어졌다. 데이터의 이용과 활용, 거기에서 비롯 된 시너지는 향후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기업은 GAFA 등 11개 회사를 비롯한 시대의 흐름 을 타는 기업에 흡수당할 게 불 보듯 뻔하다.
- GAFA도 영상업계에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구글에는 유튜브, 페이스북에는 인스타그램이 있다. 이들 GAFA는 어떤 트렌드에 맞춰서 무슨 키워드로 영상 비즈니스를 하 고 있을까? 바로 AI를 통해 추천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나온 여배우의 의상이 멋있어서 사고 싶다고 하자. 2025년에는 버튼만 눌러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와 유사한 방식의 상품 판매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가 2025년에는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영상업계의 트렌드는 예상보다 꽤 앞당겨 실현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만 사 용하던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원격 근무를 위 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외출 자제 분위기 속에서 앞서 이야기한 동영상 서비스처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AI, 특히 화상 해석 기술인 딥러닝도 몰라보게 정교해졌다. 이렇게 상황이 변하면서 2025년쯤에나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트렌드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비즈니스 거래도 줌 등의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 상대방과 주고받는 거래의 영상을 AI로 해 석하여 어떤 말투나 표정일 때 좋은 인상을 주어 계약이 성사되는 지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그맨이나 가수, 아이돌이 온라 인으로 라이브 화면을 전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몸짓이나 표 정을 지어야 시청자가 좋아하는지, 시청자가 경멸하는 듯한 반응 을 보일 때 자신은 어떤 표정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등을 동영상 해석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 GAFA 중 어떤 기업이 농업 부문에 진출할까 살펴보면 아마존 이 가장 유력하다. 아마존은 아마존 베이직이라는 독자적인 브랜 드가 있어서 기존 사업 영역에 농작물 하나를 추가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프라이빗 브랜드(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브랜드 -옮긴이)로 아마존 우유, 아마존 딸기, 아마존 멜론 등이 가능하 다. 실제로는 농가와 협업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역시 복 합 기업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GAFA가 소규모 농업 법인을 인수 합병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아마존은 2017년에 고급 식료품을 취급하는 홀푸드마켓 이라는 슈퍼마켓 체인을 인수했다. 각 체인점의 정보망을 통해 어 느 지역에서 어떤 식재료의 수요가 많은지 파악하고 있다. 멜론 수 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딸기 생산 공장처럼 멜론만 만드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또 하나 농업의 미래를 위해 차별화된 노력을 하는 기업이 바로 고마쓰다. 정확히 분류하면 임업이지만, 고마쓰는 산에서 나무를 벌채한 순간 벌채기에 탑재된 카메라로 나무의 상태를 스캔한 다 음 그 정보를 얼른 클라우드에 올린다. 그러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장에서 가격이 어느 정도 될지 재빠르게 파악한다. 고마쓰는 실 제로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즉, 나무를 베는 순 간 가격이 매겨지는 셈이다. 농업 같은 1차 산업에서는 아마 이런 것들이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어업이라면 물고기를 잡는 순간 배에 탑재된 카메라 등으로 분석하여 가격을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미래가 실현되면 그동안 쓰키지 시장 같은 도매시장에서 전문 중개상들이 하던 가격 책정을 소프트웨어나 AI가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 러 수확한 지 오래된 생산물의 신선도 등도 자동으로 표시해줄 수 있다. 그러면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에서 소비자 혹은 소 매업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다.

- A사는 하드웨어, B사는 소프트웨어, C사는 서비스............ 예전에 존재했던 이러한 업종 구분이나 벽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하드 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지금은 이들 세 영역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어느 한 영역만 다뤄서는 GAFA 같은 복합 기업에 먹힐 거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퍼스트'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날은 소프트웨어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보다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아울러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즉 '경험'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서비스 (경험)가 혁명의 출발점이 된다.
아마존을 예로 들어보겠다. 아마존은 아마존 에코라는 하드웨어 를 만들고 알렉사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AWS 라는 클라우 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운송도 직접 맡아서 하는데 아마존 프 라임과 같은 시스템으로 고객의 마음을 굳건하게 사로잡고 있다. 아마존이 강한 이유는 이렇게 모든 영역을 제어한 상태에서 아마존다운 서비스, 즉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하드웨어를 단지 상자 정도로밖에 느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상자를 활용하여 만들어내는 고객과의 관계이다. 미래에는 모든 영역을 제어한 다음, 어떻게 사용자가 바라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경험이 좋은지 나쁜지에 비즈니스의 성패가 갈린다.
- 고객 경험 중심의 경영과 관련하여 알아둘 게 하나 더 있다. 제 공하는 서비스 그 자체로 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애플카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이폰 사용자를 묶 어두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말은 아이폰 사업으로 수익을 내면 되는 것이지, 카드 사업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에게 편리함만 주면 된다 는 것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 수집을 위한 도구이자 고객과 만나는 접점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극단적으로 말해 애플이 카드 사업에서 수익이 '0'이 라도 상관없다. 카드사가 GAFA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 런 이유 때문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리고 업종의 벽도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만족도다. 이런 마인 드를 가진 기업만이 미래에 승리한다.

- 특정 사업에서 수익 제로, 혹은 적자여도 좋다는 생각으로 출시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팔리지 않아도 실패가 아니다. 아마존은 잇달 아 새로운 디바이스를 출시하고 있는데 아마존의 생각은 이렇다. 만일 그 디바이스가 팔리지 않다손쳐도 고객 데이터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으면 된다. 혹은 그 디바이스를 계기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주면 된다. 나아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으니 결과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은 10% 할인 해줘도 상관없다. 다른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볼 때는 적자 상태에 서도 비즈니스 모델로서 효용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 만 할 것이다.
- 아마존은 출시 후 평가가 좋지 않으면 데이터만 얻고 바로 철수했다. 아마도 아마존이 세상에 내놓은 제품의 70~80%는 별 다른 주목도 받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20~30%만이라도 히트하면 그것도 감지덕지라 생각하고 계속 도 전했고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전략은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들여 고성능 하드웨어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디바이스를 발 빠르게 선보이는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 아마존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나 인터넷에서 항공권 등을 살 기회가 많은 사람은 시간과 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 했을 것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가변가격제)이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변화를 보면 항공권은 1분마다 아마존과 관련해서는 초 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당연시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흐름은 오프라 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미 도입한 슈퍼마켓도 있는데 바로 전자태그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이다. 전자태그를 통해 이른 아침에는 500엔에 판매하던 생선회가 오후에는 400엔, 저녁에는 300엔, 폐 점 직전에는 절반까지 떨어지게 된다.
시간대에 따른 가격 할인은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 등 에서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간대뿐만 아니라 구매자 에 따라 값을 바꿀 수도 있다. 라이프타임 밸류Lifetime Value (고객 평 생 가치)라는 개념이다. 라이프타임 밸류는 오랜 기간을 상정해놓고 매기는 가격이다. 지금의 가격이 평소보다 훨씬 싸고 그 가격에 판매하면 적자를 낸다고 치자. 그런데 어떤 구매자의 속성을 보니 지 금 사면 앞으로 1년간 계속 살 것이라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알 게 되었다면 어떨까? 결과적으로는 이익이 될 테니까 당연히 지금 한 번쯤이야 적자를 각오하고 판매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이런 계 산과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은 바로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커머스에서는 라이프타임 밸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 이고 있다. 그리고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물론 이커머스의 흐름을 볼 때, 미래에는 전자태그의 확산으로 라이프타임 밸류가 오프라 인에서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 서브스크립션과 리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소개되 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 둘의 같은 점은 연회비 등의 표면적인 부 분뿐이고 내용물이나 서비스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리스는 단지 빌려주는 것뿐이다. 반면에 서브스크립션은 고객에게 최선의 가 치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본질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리스와 서브스크립션의 차이를 자동차에 빗대어 설명해보겠다. 리스라면 차량별로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지만 서비스의 질은 바뀌지 않는다. 한편 서브스크립션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서비스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주말이면 캠핑하며 낚시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자. 그러면 이 정보 를 반영하여 다음부터는 아웃도어형 SUV를 소개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복합 기업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최신 낚싯대 나 보드를 소개할 수 있으며 숙박업소도 안내해줄 수 있다.
이처럼 서브스크립션은 데이터를 철저히 활용하여 UX(사용자 경험)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서브스크립션의 잠재성을 살려낼 수 없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하거나 유·무료 통합형이 있는데 양쪽 모두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자신들의 서비스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고객이 많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유료형을 도입할 수 있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같은 테마파크나 호텔 등 을 비롯한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이전부터 연간 이용권이 나 베케이션 클럽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이 역시 서브스크립션 과 혼동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부터 목적이 다른 서비스다. 연간 이용권 은 기업의 이익 추구가 목적이다. 연간이라고 해도 1년에 몇 번이 나오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만든 거기 때문에 할인 금액처럼 보여 도 수익이 보장된다. 베케이션 클럽도 마찬가지다. 베이케이션 클 럽에는 고객이 몰리는 성수기에 이용할 수 없는 등의 제약이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에게 가치나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 다. 즉, 서브스크립션의 정의와 맞지 않는다. 최근에는 연간 이용 권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는 데 활용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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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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