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많은 단서가 모여 유력한 증거가 만들어지고, 그 증거들이 모여 범인을 지목할 수 있어야만 함. 범인을 지목한 후에 거기에 맞는 증거들을 수집하는 것은 추론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이런 오류는 정황증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뚜렷한 물적증거에서도 종종 일어남. 04년 발생한 브랜든 메이필드 사건을 보면 당시 FBI의 가장 숙련된 지문검사관 4명은 스페인 열차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의 주인이 변호사였던 브랜든 메이필드라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미 브랜든 메이필드는 테러와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4명의 검사관은 그 정보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 사건 이전까지 지문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훈련부족, 경험부족, 검사관의 부주의 때문이라 주장하던 FBI도 결국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됨
- 지문은 절대적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지문이 서로 다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문은 사람의 손긑에 생성되는 시기에 절대 통제되지 않는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자연스레 발생하는 만큼 두개의 동일한 지문을 만드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님. 하나의 개체를 구성하는 모든 유전자를 동일하게 만든 거이 신의 작품이라면 지문은 그 어떤 존재의 작품도 아님. 그 누구도 발생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지문은 절대적이지 않은가? 그 이유는 지문이 같고 다름은 결국 사람이 판단하기 때문. 지문에 대해 오류가 있었던 사건들에서 알 수 있듯이 두개의 지문이 같았기 때문에 용의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그것을 판단한 사람이 서로 다른 두개의 지문을 같은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지문 오류의 문제는 지문의 생성이나 구조에 관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능력의 관점에서 비롯됨. 지문과학을 인간연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이다. 지문의 검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뿐 아니라 과학이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오류율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같은 지문이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문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수사관들이 동의하지만 이들에게 모든 까마귄ㄴ 검은색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쉽게 답하지 못함. 다른 색을 가진 까마귀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지문은 사건 모두를 설명하는 절대적 증거갇 되지 못함. 그 지문이 강력한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사건이 가진 다른 사실들과 하나의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지문증거 이외의 다른 증거들이 상호보완적으로 범죄사실을 입증해주어야 함. 물론 이런 조건에서 지문 증거는 그 어떤 증거보다도 훨씬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때때로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 글씨는 20대를 지나고 나면 노년에 이르기 전까지 쉽게 패턴이 변하지 않음. 이런 패턴과 문체의 특이점을 결합시키면 필적을 통해 당사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일정부분 가능해짐. 예를 들어 지적수준이 낮은 사람이 글을 스게 되면 반복적으로 특정 단어를 구사한다든지, 잘 모르는 부분은 얼버무린다든지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셜록 홈즈처럼 글씨만을 가지고 당사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아울러 굉장히 위험한 시도일 수 있음. 그리고 바로 그것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 필적을 통해 당사자의 정보를 알아내려면 대조필적을 비롯해 여러가지 자료들이 필요한데 작품 속 셜록 홈즈는 벽난로 앞에 앉은 채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알아낸다. 그것은 코난도일이 필적감정의 목적을 다르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 있어 필적 감정은 필적을 통해 누군가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용의자를 배제해가는 장치로서 사용됨. 다시 말해 범인이 누구인지를 집어내는 것이 아니고 누가 용의자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게다가 필적 감정은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필압이나 필기구, 글씨의 기울기를 비롯한 많은 자료 등을 확인해야만 한다. 하지만 코난도일은 이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필적 감정을 프로파일링의 범주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필적감정은 정교한 법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명확하게 코난도일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전근대 시대에는 범죄수사에 있어 과학의 개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마땅한 방법도 없었지만 인구이동이 적고, 대부분 면식범에 의한 범죄였기 때문에 과학을 동원한 수사 자체가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은 대부분 피해자 주변인물 탓에 탐문수사 내지는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거치면 대부분 해결되었다. 또한 범죄자의 도피 자체도 쉽지 않았따. 타지로 이동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인해 공장들이 늘어나고 도시가 생겨나면서 범죄와 수사의 양상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함에 따라 도시에는 빈부격차와 함께 각종 범죄가 발생했고, 범인은 쉽게 종적을 감출 수 있었다. 도시 특유의 익명성과 광대함이 범죄를 부른 것이다. 자연히 범죄수사는 예전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최근까지 시신이 없으면 살인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러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쪽으로 바뀌어갔다. 예를 들어 실종사건이 발생했는데 유력한 용의자가 사람의 시신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구입했다든지, 시신을 충분히 절단하고 해체할만한 기계톱이나 칼을 구매했다는 사실들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시신이 사라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하룻밤에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 것 역시 범죄의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총기에 의한 사망신고는 매우 독특한 혈흔을 남기게 된다. 총기는 화약을 추진체로 하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총알이 발사돼 공기가 갑자기 팽창하면 주변의 기압이 급속도로 낮아지며 공기가 총구로 빨려들어각 됨. 이때 총구근처에서 피가 튈 경우에는 공기와 함께 피도 총구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따라서 총구나 총열 안에서 혈흔이 발견된 경우는 피살자와 총기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기 자살 사건에서 이런 유형이 흔히 나타나는 것은 총구를 머리나 턱에 가까이 대고 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기가 사용된 자살사건의 경우 사용된 총구에 피가 유입되었는지 않았는지 여부는 특히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신체도 탄환에 맞았을 경우 칼이나 망치에 의한 것과는 다른 독특한 혈흔을 남김. 특히 관통상의 경우에는 충격비산혈흔이 보인다. 강한 에너지에 충격을 받을수록 혈흔의 크기는 작아진다. 따라서 더 빠르게 강하게 휘두른 흉기에 의해 생긴 비산혈흔의 크기는 더 작아지는데 총격을 당하게 되면 엄청나게 강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혈흔은 아주 미세한 크기로 튀게 된다. 이런 혈흔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마치 피가 분무된 것처럼 남게 된다.
-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은 제복 착용 유무로도 나뉘지만 범죄수사를 하는냐 안하는냐에 따라서도 구분됨. 외국에서는 수사경찰관이 계급이 더 높은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이 동급이다. 따라서 수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형사가 제복 경찰을 하대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종종 묘사되는 것은 사실 잘못된 일이다. 최근에는 형사들이 젊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사경찰이 행정경찰에 비해 계급이 더 낮은 경우도 많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사복을 입은 수사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관이 된 후 일정기간을 근무하고 난 뒤 별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계급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형사들은 여러 부서로 나뉘는데 과거에는 조사계로 불렸던 경제팀은 주로 금전과 관련된 고소사건을 처리한다. 지능팀은 특별법과 관련된 고소사건 및 인지사건을 수사한다. 사이버팀은 글자 그대로 해킹, 개인정보침해, 통신, 게임사기, 스팸 등의 사이버 범죄를 수사한다. 수사지원팀은 직접 수사를 하는 대신 예산집행과 영장발부, 압수물 관리 등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한다. 유치장을 관리하는 유치관리팀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업무 특성상 제복을 입기 때문에 형사라고 불리지는 않느다. 과학수사팀은 모두 수사과 소속이며 수사과장의 지시를 받는다. 과학수사팀은 당초 경찰서 형사과 소속으로 운영되다 최근 경찰서 몇 개를 묶어 하나의 관할로 하는 광역과학수사체계에 맞춰 지방청 과학수사계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형사들은 대개 형사과, 그 중에서도 강력팀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들은 강력사건으로 분류되는 사건들은 조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일을 맡음. 이들은 대개 인지사건, 즉 고소고발 형식으로 들어오는 사건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탐문과 조사를 통해 사건을 확인하고 수사한다. 경찰서로 접수된 강력사건은 지역 수사팀이 담당한다.
- 우리나라 형사들은 대개 경찰관들 중에서 차출됨. 우선 경찰이 되면 주로 파출소와 지구대로 배치됨. 그렇게 배치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최일선 부서에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함이 주된 이유다. 매년 부서를 옮기는 인사발령이 있는데 그때 개인의 희망이나 부서의 추천에 의해 형사과에 진입할 수 있다. 간혹 선배형사가 파출소나 지구대에 있는 후배 경찰관을 눈여겨 보다가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팀장급들은 일정 계급이상의 베테랑 형사들 중에서 지정한다. 대한민국의 치안유지 능력은 세계적으로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심슨 사건 등 대형사건들을 해결한 미국 대표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는 대한민국 형사들의 헌신적 자세와 노력을 언급한 바 있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헨리 리 박사는 미국 형사들과 대한민국 형사들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미국 형사들은 퇴근시간이면 사건파일을 서랍에 넣어두고 퇴근하지만 대한민국 형사들에게는 사건을 사무적으로 대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무엇인가 있는 듯 싶다. 물론 상대적으로 국토면적이 작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등 외부적 차이점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범인 검거능력이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이런 헌신적인 형사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과학은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됨. 사실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는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올바로 질문하는 데서 시작됨. 하지만 그들의 의심은 한 개인의 전문가 의견이라는 옷을 입고 대중들 앞에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직업들이 생겨나기 전까지 수사는 오롯이 수사관의 일이었다. 그들은 물적증거를 수집하고 무형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탐문하고, 잠복하고, 추적한다. 그리고 수사의 결과물은 증거가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 있어야 한다. 때로는 증거도 완벽하지 못할 수 있지만 적절한 방법으로 수집되고 과학적으로 분석된 증거는 근거없는 의심보다는 확실함. 전문가라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셜록 홈즈는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법과학에 큰 영향을 미친 존재는 맞지만 과학수사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21세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범죄 전문가들은 결코 마법사나 셜록 홈즈가 아니다. 셜로 홈즈처럼 되기를 꿈구는 이들이 있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중세 유럽에서는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은 독살계의 우두버리라 불리는 비소다. 일설에는 13세기 독일의 한 연금술사가 발견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짐. 최근 중국에서는 청나라 광쉬 황제의 사망원인이 비로중독에 의한 독살임이 중국 정부의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밝혀지기도 했다. 죽음에 얽힌 의문을 푸는데 100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주로 벽이나 문을 칠하는 안료로 사용되는 비소는 중세에는 물론 근대에 이를 때까지 시신에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살인도구로 자주 애용되었다. 죽음에 대한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살이이라는 의심의 덫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인을 완벽히 감출 수 있는 비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적 혹은 반대파 권력가를 암살하는 데 자주 이용됨. 비소를 애용한 대표적 인물은 로마 교황 중 타락한 인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6세와 그의 아들 체사르 보르자였다. 특히 그는 끼고 있던 반지 안에 늘 비소가루를 넣고 나니다가 포도주 안에 슬쩍 넣어 상대를 독살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동야에서도 비소는 비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종종 독살도구로 사용되었는데 그 대표적 희생자가 수호지의 주인공 송강이다. 그는 간신배들이 비상을 타서 보낸 술을 마시고 숨을 거두고 만다.
- 시안화칼륨이라 불리는 이 독극물은 주로 도금을 할 때 사용되는 물질로 체내에 유입되면 미토콘드리아를 사라지게 하며 산소를 빼앗아감 이렇게 되면 결국 체내의 산소가 급격히 부족해지면서 사망에 이름. 이 특성 때문에 일반적 독살과는 달리 청산가리로 인해 사망한 시신에는 혈색 또는 입술의 색이 변하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음. 청산가리로 독살된 경우 일반인이 육안으로 봐서는 사인을 파악할 수 없으며, 종종 의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청산가리가 독살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 청산가리에 의해 사망하게 될 경우 체내의 혈액은 밝은 적색으로 변함. 일반적 사람의 혈액이 어두운 빛을 띠는 적색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한 시반이 검게 드러나지 않고 붉게 나타나고, 손톱의 색이 선홍색으로 변하므로 이런 증세를 찾아낸다면 청산가리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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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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