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속성

경제 2022. 12. 28. 19:19

- 노벨상 수상자들은 보통 한 가지 특정 이론이나 통찰 또는 일관성을 갖춘 여러 가지 통찰, 심지어 딱 하나의 특정한 논문으로 상을 받는다. 새뮤얼슨의 경우에는 수학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경제학을 다시 쓰는 일이 그의 공적 자체였고,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개발해 놓은 생각을 빌려 올 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금융 시장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물리 학에서 빌려 온) 브라운 운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19세기 화학자들이 개발한) 앙리 루이 르샤틀리에Henry Louis Le Chatelier 원리의 한 버전을 가져 와서 시장 균형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물론 이러한 성격의 작업을 새뮤얼슨 혼자 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핵심적인 공헌 중 다수를 그가 이룩했다.
또한 새뮤얼슨은 수학이 강제하는 규율 탓에 현실 세계의 문제를 이 해하는 경제학의 적합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의 교과서는 경제 모형과 그 맞은편의 현실을 잇는 교량 역할을 했고, 여러 세대에 걸쳐 대학 신입생들의 견해에 영향을 미쳤다. 재치 넘치는 그의 다음 발언도 유명하다. "나라의 법률이나 정교한 최신 국제 조약을 누가쓰는지는 관심이 없다. 나는 나라의 교과서만 쓰면 된다.”
- 많은 사람들이 새뮤얼슨의 성공에서 그의 천재성이 잘 드러난다고 여 긴다. 저널리스트 실비아 네이사sylvia Nasar는 《뉴욕타임스》에 실은 글에서 "새뮤얼슨은 30세의 나이에 벌써 자기 세대에서 가장 총명한 이론가라는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라고 썼다. 새뮤얼슨의 사망 기사에서 《뉴욕타임 스》는 그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학술 경제학자”라고 일컬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무렵에 경제학에서 수학 혁명이 일어날 때가 무르익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새뮤얼슨이 아니었다면 다른 누가, 아니면 여러 사람이 그 일을 했을 것이다(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은 애로와 드브뢰의 1954년 증명에서 한 문장의 절반 에 대해서조차 구문 분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묘사하는 시장 은 고도로 추상적이어서 솔직히 말해 '균형의 존재' 논문에서 묘사한 것 과 비슷한 시장이 한 번이라도 존재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 았다. 애로와 드브뢰마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부분적으로 그 이유는 이 론이 현실과 딱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복잡하지 않고 명료한 일반 이론 을 구축하려는 욕망 때문이었다(아마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품고 있던 물리 학에 대한 부러움의 한 편린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면서 우아한 모형을 추구했던 좀 더 실제적인 목적 또 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충분할 만큼만 복잡한(그러나 그 이상으로는 더 복잡하지는 않은) 모형을 원한다. 건축가는 결코 스트레스 시험을 하려고 고층 건물과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컴퓨터 모형을 먼저 만들어 보고 그다음에는 아마 180센티미터 높이의 실물 모형을 만들어 풍속 시험용 터널에 집어넣을 것이다. 그런 모형들은 진짜 고층 건물에 비하면 얼토당토않은 캐리커처지만, 고층 건물이 허리케인에 넘어질지 여부를 알아내는 데 유익한가 하는 점에서는 충분히 실물과 유사하다. 어떤 의미에서 애로와 드브뢰의 모형은 임의의 시장이 사회의 자원 과 욕망이 서로 정확히 일치하는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도록 보장해 줄 조건들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스트레 스시험이었다.
- 이 모든 이야기에서 요점은 우리가 일반 균형 이론의 세세한 내용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이 일반적인 주제는 그대로 유지 한 채 커다란 이행을 겪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1950년대 말 확고하게 수학적인 것이 되었다. 그 후로 수학적 도구들은 세계를 더 정확하고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일뿐만 아니라,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도 유익한 것으로 드러났다.
-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으로부터 19세기 세속의 철학자들에 이르는 동안, 경제학자들은 세계의 사태에 대해 추론할 때 처음에는 말 (언어)을 사용했다. 그다음에는 말과 수학을 같이 사용하면서 명료하게 추론할 때도 있었고 논점을 모호하게 흐릴 때도 있었다. 이어서 그들은 20세기 중엽에 수학 혁명에 돌입했다. 이것이 경제학을 바꿔 놓았고, 그 로 말미암아 경제학이 우리 삶을 바꿔 놓을 조건들이 갖추어졌다.
- 버너스리는 지식을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라는 개념으로 이해했 다. 바로 이 특징 때문에 웹은 종국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연결 되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만일 웹이 이와 다른 구조로 설계되 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가령 정보를 주제나 논지별로 묶는 도서 관식 목록에 더 가깝도록 개념을 잡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웹에서는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허브와 연결의 집합으로 정 보가 조직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웹 설계자들은 종국적으로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에 관한 사실들이 놓일 자리에 시장 참여자들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웹의 초창기에 그것이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하나 있었는데, 웹이 제품의 품질에 관해서 더 나은 정보를 소 비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견해였다. 이러한 생각은 웹 이 정보 관리 시스템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아마 놀라운 일은 아닐 것 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시장 조언자로 전망하는 논지는 정치학자 제 임스 스나이더James Snider와 과학 저술가 테라 지포린Terra Ziporyn 부부가 1992년에 저술한 《미래의 상점Future Shop》에 어느 정도 상세하게 설명되 어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웹이 개인별 맞춤식 소비자 보고서consumer Report와 같은 목록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형성하는 광대한 그물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비디오카세트리코더나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을 사야 할 때, 그러한 목록들이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를 개인의 필요에 맞게 추천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웹 기반의 상거래가 도래할 것임을 예측했다 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야는 제품 정보의 시장에 상당히 국한 되어 있었다. 제품에 관한 개인별 맞춤식 추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들 이 출현할 것이고, 소비자들이 그들로부터 그러한 정보를 구매할 것이 라고 상상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한 서평자는 이 두 사람 의 논거를, 적어도 “약간은 과장된 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의도가 좋 고, 추론도 원만하며, 의도적으로 도발적"이라고 평했다. 좀 더 회의적 인 태도를 취한 학계 서평자는 두 사람이 제안하는 내용에 "심각한 오 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래의 상점>이 인쇄되던 바로 그때, 이미 인터넷 사용자와 웹 페이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좀 더 직접적인 판매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1992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찰 스스택 Charles Stack이 최초의 온라인 소매업자로 나선 것이다. 인터넷 서 점 사업에서 아마존닷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Jeff Bezos보다 최소한 몇 해 더 이른 시점이었다. 도서관 서고를 뜻하는 본인의 이름 '스택stack'을 따서 적절히 작명한 그의 회사, 북 스택스 언리미티드Book Stacks Unlimited 는 대충 꾸며 놓은 아주 초보적인 온라인 도서 목록(가령 도서명 검색창 에 딱 하나의 검색어만 입력할 수 있었다)에다 신간 도서 수십만 권을 재고 로 갖춰 놓고 우편 주문 형태로 책을 팔았다. 그런데 중고 도서는 왜다 루지 않았을까? 인터넷 상거래가 전무하던 1992년 당시, 책의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중고 도서를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것은 제정신인 사 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문 후에 받게 될 중고 도서가 어떤 상태일지 어떻게 알겠는가?
- 이제는 애컬로프의 개살구 모형을 기본 틀로 삼은 여러 세대의 모형 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그의 영향은 훨씬 더 깊은 곳에까지 미치고 있 다. 기본적으로 애컬로프는 그의 접근법과 아주 비슷한 의도로 구축된 모형을 통해 시장과 경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응용 이론을 경제학 내 별 개의 분야로 출범시켰다. 최근에 큰 영향을 미친 몇 가지 예만 들자면, 법률 회사는 왜 합자회사 partnership 형식으로 법인화되는지, 이미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왜 어떤 가격으로든 보험에 들 수 없는지, 정부 관료들은 왜 그토록 도움이 안 되고 완고할 때가 많은지를 모형을 활용해 설명하 는 응용 이론들이 나왔다(경제학 내에서 별개의 연구 분야를 만들어 낸다 른 대표적인 사례들을 책 뒷부분에서 더 다룬다).
- 이제는 애컬로프와 그를 따르는 경제학자들로부터 개념적 통찰을 얻고자 이베이와 아마존,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우버 같은 회사들이 경제학 박사들을 채용한다. 그러한 통찰을 좀 더 직접적으로 활용함으로 써 시장에서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거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시장을 완전히 새롭게 상상하기 위한 실제적 지침을 얻으려는 것이다. (어떤 의 미에서 애컬로프 논문의 주된 통찰은 무엇보다 정보가 제일 중요한 모든 기업 에 대한 경고다. 판매자가 자신의 물건에 대해 구매자보다 더 많이 아는 상황 에서는 시장이 붕괴되기 쉬우니 말이다.)
- 개살구 문제가 어떻게 건강보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면,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왜 그토록 많은 경제학자가 모든 개인을 보험 에 들게끔 강제하는 의료 정책을 선호하는지가 잘 설명된다. 그것이 시 장의 탁월한 장점인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박탈하는 것인데도 그러 하다. 건강한 사람들이 계속 건강보험에 들게끔 정부가 강제하면, 보험가입자 중 환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보험료가 계속 높아지는 악순환의 격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이력서에 자격 하나를 보태거나 채용 면접에서 자신을 특정한 방식 으로 보여 주려면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는 지원자가 있고, 그렇지 않은 지원자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버드에 입학하고 졸업까지 해내기 위한 '비용'이 무한대에 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적으로 그 일이 가능성 의 범위 안에 있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수학 귀재나 음악 신동에게는 하버드에 입학해 무슨 교과목이든 수월하게 해내는 게 별로 어렵지 않 을 수 있다. 의욕적이고 성실하고 꽤 똑똑한 젊은이라면 또한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하버드급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지원 서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스펜스의 모형에서는 하버드대학교 학위 취득을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속성들(수학의 귀재라든가 의욕, 근면성)이 생산적인 피고용 자를 기약하는 특징들이기도 하다. 만일 사실이 그러하다면, 기업이 하 버드대 수학 전공자를 채용하는 것은 잘하는 일일 것이다. 비록 하버드 대수학 전공자가 실용적인 것을 전혀 배우지 않거나 심지어 수학조차 배우지 않더라도 말이다.
왜 그럴까? 하버드대 수학 학위는 기업에 '나는 똑똑하다'라고 말하 는 믿을 만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고용주에게 단지 말로만 '나는 똑똑하 다'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하버드대 수학 학위는 능력이 떨어지는 구직 자가 모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모방하려고 생각할 만한 것도 아 니다. 고도의 분석적 역량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공부 시간과 정신적 고 통 면에서) 모방하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스펜스의 '신호 보내기' 모형을 본질적인 요소들로 분해했을 때, 모 형의 작동에 필요한 것은 생산적이고 정직하고 훌륭하다는 것(또는 뭐가 됐든 바람직한 무엇으로 적어도 구매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속성)이 무 언가를 하는 비용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 무언가는 정 말로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그 무언가를 행하는 비용이 저렴함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기만 하면 된다. 가령 훌 륭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 물구나 무서기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구글은 채용 면접에서 구직자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로 당락을 결정할 수 있 을 것이다.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만이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건강보험이나 중고차 시장을 비롯해 시장의 양쪽 중 한쪽이 다른 쪽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시장에 참여하는 '참살구들' 은 그들 자신의 차이점을 보여 줄 방법을 찾아내려는 충분한 동기를 갖 는다. 그들은 자신이 건강하고 믿을 만하며 그 밖에도 개살구들이 너무 큰 비용 때문에 모방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신호를 만 들어 내려고 한다.
- 겉보기에는 자기 파괴적인 많은 행동이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감옥에 새로 들어온 수감자가 벽에 머리를 들이박거나 허벅지를 칼로 찌르는 행동이 미친 짓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맞붙어 싸울 때 자신은 칼자국이나 타박상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동료 수감자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감옥에 새로 들어와 기존 위계질서에서 자기 위치를 다지려면 말이나 행동을 '거칠게 하는 수감자보다 벽에 머리를 들이박는 수감자가 어떤 면에서는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그가 보내는 메시지는 믿을 만한 것이다.
- 범죄 조직 문신을 새긴 것이 단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탓일 수 있 듯이, 머리를 들이박는 새로운 수감자 또한 그냥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 다. 비용을 고려하는 것은 최소한 서너 달 이상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가능한데, (특히 마약이나 범죄 조직에 찌든 동네에서 자란) 10대들은 장기 적인 미래를 고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야 어쨌든 미 치광이를 가까이하려는 사람은 없다. 문신은 근시안 탓에 새겼든 아니 면 좀 더 철저한 의지로 새겼든 간에 조직 외부의 삶을 몹시 어렵게 만 든다. 그래서 조직을 이탈하지 못하게끔 효과적으로 발을 묶는 효력을 발휘한다. 조직을 벗어나서 사는 비용이 너무 비싼 것이다. 
- 많은 회사들이 현찰을 장작처럼 불사르는 광경이 눈에 띄지는 않 아도 경제학자들은 그와 똑같은 일을 더 확실하고 더 공개적으로 감행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광고라고 주장해 왔다. 광고를 돈 불사르는 일 에 견준 고전적인 논문 <가격과 상품 품질의 광고 신호 price and Advertising Signals of Product Quality>에서 경제학자 폴 밀그럼Paul Milgrom과 존 로버츠John Roberts는 '다이어트 콜라'의 출시를 알리는 1983년 광고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커다란 공연장이 나오고, 긴 대열을 이 루어 다리를 쭉쭉 뻗어 올리는 댄서들이 나오고, 카메라가 비추는 곳마 다 (몸값 비싼) 인기인들이 수없이 나온다. 그리고 다이어트 콜라가 이 모든 걸 동원한 이유라는 것밖에는 다른 메시지가 없다. 광고가 의미없는 파괴라고 훨씬 더 직설적으로 주장하는 대목에서 두 경제학자가 예로 든 1984년 포드 레인저 픽업트럭 광고에서는 "트럭을 항공기 밖으로 떨어뜨리거나(뒤따라 스카이다이버 대여섯 명이 뛰어내린다), 높은 절벽 아래로 추락시킨다." 이 두 사례 모두에서 광고는 아무 의미 없이 고의로 실행되는 지나친 연출과 낭비, 즉 돈을 불사르는 일이다.
제품 출시 광고가 돈을 불사르는 행위라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 에서 밀그럼과 로버츠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 광고들이 담고 있는 직접적인 정보는 그저 해당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빼면 전무하거나 거의 없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면 그 정보를 너무 지나치게 값비싼 방식으로 전송하는 광고들이다. 사실 이 광 고들이 전달하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우리는 이 광고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쓴다'라는 것이다." 그처럼 사치스럽게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가 그들의 광고에서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유일한 신호다.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경쟁은 해당 회사들에 해로울 뿐 아니라 심지 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0년 슈퍼볼 경기에 노출할 광 고 시간을 매입하느라 19개 인터넷 스타트업 회사들이 수백만 달러를 써 버렸는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설명하는 데 경쟁적인 신호 보내 기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 19개 회사 중 8개 회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 이렇게 신호를 보내는 온갖 행동이 트럭 신차 시장이나 소프트음료 시장의 소비자에게 의도했던 영향을 미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밀그럼 과 로버츠는, 소비자들이 입수하는 정보는 불완전할지언정 완벽하게 합 리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품질 신호를 보내는 기업들의 상호작용을 묘사하는 체계적인 모형을 만들었다. 이러한 모형이 실제 로 효력을 내려면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아주 불완전하고 치우치는 판단을 자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적어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고객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전체적으로 보아, 이론상으로 '신호 보내기' 모형을 만들기는 쉽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모형으로 만들기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즉 판매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신호를 개발하는 기발 함(환불 보장을 약속한다'로는 불충분하다)이 있어야 하고, 그것과 아울러 트럭 여러 대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포드 광고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 지를 알아듣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 비크리 경매의 활용이 부진한 것은 경제학자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전략 수립과 과다 지불을 고민하는 응찰자들의 고뇌를 마법처럼 해결해 주는 우아하고 단순한 메커니즘에 매료당한 경제 학자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어지럽고 복잡한 대다수 경매 상황을 비크리 경매의 단순한 메커니즘으로는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밝혀졌다. 비크리의 1961년 논문에 제시된 조건만 따지면 2차 가격 밀봉입찰 방식은 설계 할 수 있는 모든 경매 방식 중 최선의 것이었다. 하지만 좀 더 일반적인 조건에 적용하기에는 결점이 많다는 것이 경매 이론가 로런스 오스벨Lawrence Ausubel과 폴 밀그럼의 2006년 연구에서 밝혀졌다. 두 이론가의 말대로 비크리 경매는 "이론적인 미덕을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인 약 점 또한 많이 안고 있다. "
예를 들어 비크리 모형에는 담합이 없으며 여러 사람의 신분을 위장 해 속임수 응찰을 하는 구매자들도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행태는 정부에 납품하는 도급 사업자들이 까마득한 옛날부터 사용해 온 익숙 한 전략이다. 경매 이론가들은 매물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일 때 비크리 메커니즘을 사용하면 응찰자들이 경매 전 밀실 담합으로 득을 보기가 훨씬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여러 번의 경매에서 판 매자가 얻는 평균적인 결과는 원만하다고 해도 어떤 조건들 아래서는 귀중한 정부 자산이 정확히 0의 가격에 매각되는 일이 전적으로 가능하 다는 것이 밝혀졌다. 혁신적인 경매 기법을 개발한 당신이 의회 청문회 의 의결권자들 앞에서 당신의 기발한 경매 메커니즘이 어째서 정부 재 산을 민간 기업에 무상으로 매각하는 결과를 빚었는지 해명하는 광경 을 한번 상상해 보라.
- 하지만 비크리 경매가 오늘날의 경매 시장에서 유별나게 드물다고 해서 그의 혁신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아이작 뉴 턴이 상대성 이론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물리학에 기여 한 것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첫째, 뉴턴의 물리학이 일정 영역의 상황들에서 충분히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는 것과 마찬 가지로, 오늘날 비크리의 본래 설계에서 파생된 경매 방식이 대단히 중 요한 시장들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검색 광고 '애드워즈'를 매각하는 구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광고주 후보들에 게 다음과 같이 응찰하라고 안내한다. "당신의 광고를 클릭하는 매 건에 대해 당신이 지불하고자 하는 최대 금액을 응찰하십시오(그래도 당 신이 지불할 최종적인 클릭당 금액-당신이 실제로 지불하는 클릭당 비용 Cost- Per-Click, CPC-은 응찰가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광고주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는 이유는 애드워즈가 기본적으로 비크리 경매이기 때문이다. 둘째, 어쨌든 애초에 비크리가 설계한 상태 그대로의 메커니즘은 잘 영글지 못했지만 그가 개척한 폭넓은 원리들은 잘 영글었다. 경매 설계 는 이제 경제학 내에서 독자적인 분야가 되었고 실용적으로 널리 활용 되고 있다. 여기서 경매 설계의 다양한 적용 사례를 다루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경매 설계자들이 깨닫게 된 것처럼 각각의 경매 시나리오(따 라서 그것들 각각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설계된 경매)가 그 나름의 방식으 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1957년 신용카드를 출범시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아멕스Amex)와 1980년대 중 반 디스커버 카드Discover card를 도입한 시어스Sears의 사례에서 보듯이, 심지어 같은 산업 안에서조차 플랫폼이 출발하도록 시동을 거는 방법 은 서로 아주 달라도 똑같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관점들에서 나올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상인과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러느 라 2000만 달러씩이나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850년 뉴욕주 버펄로에서 속달 우편 서비 스로 시작했다. 1882년 우편환을 도입한 데 이어, 여름에 유럽 여행을 하다가 제때 현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던 최고경영자의 경험에서 통찰을 얻어 1891년에는 여행자 수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잘 돌보는 일로 빠르게 명성을 얻었는데, 초창기에 나라 전역에 걸쳐 신속 한 소포 배달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해낸 것이 그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발발로 미국인들이 유럽에서 발이 묶였을 때 아멕스의 유 럽 거점들이 그들을 지원해 준 일도 있었다. 그 덕분에 아멕스의 명성은 격조 높으면서도 실용적으로 고객을 배려한다는 더 넓은 이미지를 획 득했다. 대륙 간 소포 특송을 필요로 하고 해외여행 중 제때 현금을 마 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당시 아멕스의 상당히 독점적인 고객 기반으 로, 다른 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1957년 아멕스는 고객 계정 25만 개로 지불카드 charge card 사업을 시작했다. 아멕스가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게 된 열쇠는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와 높은 표준을 시장의 양 측면을 끌어당기는 동력으로 활용하는 선택이었다. 모든 참여자들에게 무상으로 카드를 내주는 식과는 정반 대로, 아멕스는 각 계정을 개설하는 데 6달러를 부과했다(가장 가까운 경 쟁사인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보다 1달러 더 높은 가격이었다). 상인들에게 도 더 높은 수수료를 매겼는데, 순자산이 많고 신용도가 높은 아멕스의 고객들에게 접근하려고 기꺼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자 하는 상인들 이 많았다. 아멕스는 가입비 부과와 높은 수수료에 상응하는 유인과 서 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했고, 나중에는 서비스를 여러 등급으로 나누었 다. 1984년 '골드 카드'를 도입한 데 이어 '플래티넘 카드'와 또 다른 카드)를 도입하면서 각각 더 높은 연회비를 받는 대신 더 많은 특별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가 아멕스 카드를 꺼내면, 그 순간 품위의 상징이 되었다. 여행자 수표는 대중을 위한 것이었고, 지불카드는 특권적인 것 이었다. 그러나 둘 다 아멕스를 수용하는 상인들과 아멕스를 사용하는 고객들로 이루어진 공동의 플랫폼 위에 구축되었다.
시어스는 1985년 자사의 '디스커버 카드'에 대한 방침을 아멕스와는 정반대로 잡았다. 처음에 시어스는 자기네가 당시 미국 내 최대 소매업 자라는 점을 지렛대로 삼아 자사 매장들에서 디스커버 카드만 받는 방 법으로 고객들을 유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디스커버 카 드가 첫발을 떼도록 시동을 거는 데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어스는 사람들이 자사 카드를 발급받도록 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돈을 준 것이다.
- 디스커버 카드는 연회비를 받지 않았고, 카드 소지자들에게 캐시백 보너스를 제공했다. 카드를 얼마나 사용했느냐에 따라 지출 금액의 일 정 퍼센트를 카드 소지자에게 환급해 주는 이 서비스는 당시에는 새로 운 발상이었다. 시어스는 시어스에 득이 되는 일에 참여하기를 꺼렸을 유 통업계의) 다른 소매업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들에게 부과되는 가맹점 수수료를 다른 경쟁사 카드보다 대폭 낮추었다. 디스커버 카드는 마침 내 상승세를 탔고 인기가 대단해서 다른 신용카드 플랫폼들도 뒤따라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느라 서둘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시어스는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들었다. 그 문제는 한쪽 측면으로는 특정 부류의 소비자들을, 다른 쪽 측면으로는 많은 수의 소매업자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을 신용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두 측면을 플랫폼에 올려놓기 위해 그들이 발견한 최종 해법은 서로 미 묘하게 다른 것이었다. 플랫폼을 구축할 때 어떤 규칙을 선택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 티롤이 상당수의 플랫폼 연구에서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양면 시장을 양 측면의 참여자들 사이에 위치하는 플랫폼이 없으면 그들이 아예 서로를 발견하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시장으로 정의한다는 점 이다. 만일 그들이 서로 만나 거래를 맺을 수 있다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양한 측면의 참여자들이 서로 합의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한가운 데에 자리 잡는 시장조성자는 심판이나 중재인, 보증인 역할을 할 때가 많은데, 가끔은 경찰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시장 조성자가 그러한 역할 을 제대로 하면, 양 측면의 참여자들이 시장조성자가 없을 때보다 서로 어울려 일할 때가 훨씬 많아지고 효율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샹파뉴의 감독자들은 프라토 상인이 판매 대금을 받도록 챙겨 주었다. 당연히 다 른 거래자들은 그 결과를 지켜보았고 샹파뉴 박람회는 번창했다. 마찬 가지로 이베이와 우버, 아마존 같은 성공적인 인터넷 플랫폼은 대부분의 거래가 매끄럽게 처리되게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고, 그렇지 못할 때는 중재자로 나섰다(우버의 경우에는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하는 방 법을 주관하는 자사 소유의 알고리즘을 사용해 그러한 역할을 했다).
시장조성자가 바람직하지 못한 참여자들을 플랫폼의 각 측면에서 걸러 낼 수 있지만, 이베이와 우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 일을 플랫폼 참여자 본인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즉 참여자(고객)들이 의견을 개 진할 수 있도록 플랫폼 관리자가 길을 열어 주면, 이론상으로 군중의 지 혜가 모여서 나머지 일들이 잘 처리될 것이고, 따라서 지난 1970년 조 지 애컬로프가 시장 기능의 적이라고 밝힌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해결책을 통해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믿을 만한 공급자를 찾 기 어려웠던 물건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짝지어 주 는 온갖 종류의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 플랫폼들이 가격을 매기는 방식은 그 논리를 이해하기 전에는 정상 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동네 술집들의 여성 무료 행사 ladies' night를 생각 해 보라. 여성에게 무료입장을 시켜 주거나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차별적이다. 하지만 술집은 여성이 주변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남성들 이 훨씬 더 중시한다는 (반대로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성 무료 행사는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찾아올 남성 고객들을 유 인할 목적으로 술집들이 충분한 수의 여성 고객을 확보해 두는 방식이 다. 분명히 이러한 영업 관행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 겠지만(가격 차별은 안 된다!), 이처럼 이상해 보이는 가격 차별을 사용 하지 않으면 '싱글스 바singles bar'(독신 남녀가 데이트 상대를 찾아 모이는 술 집)들은 살아남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벤 에덜먼Ben Edelman 교수 말마따나, 고객이 아닌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게 하는 정말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는 플랫폼들마저 있다. 정확히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는 십중팔구 지난주에도 이미 열댓번은 이런 지불을 했을 것이다. 그 것은 바로 신용카드를 받는 가게에서 현금을 내는 것이다. 그런 가게에 서 현금을 지불할 때마다 우리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보 조금을 지급해 주는 셈이다. 대다수 소매업자들이 고객의 지불 수단이 무엇이든 모든 고객에게 같은 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다. 고객의 지불 수 단이 신용카드든, 직불카드나 현금이든, 아니면 아멕스 카드처럼 가맹 점 수수료가 높은 카드든 수수료가 낮은 비자나 마스터나 디스커버 카 드든 간에, 고객이 소매업자에게 지불하는 가격은 다 똑같다. 소매업자 들은 수수료가 비싼 카드로 결제되는 매출에 대해 3퍼센트 정도 더 비 싼 가격을 매기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 대신 모든 고객을 상대로 '혼합한' 가격을 물린다 
- 시장조성자들은 일단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정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그로부터 이득을 보려고 하는 유혹을 거의 피하기 어렵다. 우버는 운전 자들을 신차에 투자하도록 설득하고 자기네 탑승 공유 플랫폼으로 유 인한 뒤 운전자들의 수입에서 더 많은 몫을 챙긴 일로 비난을 받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을 몰아붙이기로 악명 높은 아마존은 어쩌다 대박 상품을 터트리는 제3자 판매상 중 일부의 수익을 가로챈다.
아마존의 이러한 행태는 하버드대학교의 펑 주 Feng Zhu와 오클라호 마대학교의 치훙 류 Qihong Liu 두 연구자가 아마존을 통해 팔린 최다 판 매 상품들을 분석한 결과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이 분석에서 그들은 최 다 판매 상품들 가운데 일부에서 아마존이 직접 해당 상품의 재고 확보에 돌입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제프 피터슨의 회사 컬렉터블 서플라이 스Collectible Supplies가 이런 일을 당했다. 피터슨의 회사는 미국 프로미식 축구 리그NFL의 마스코트들을 본떠서 만든 봉제 인형인 29.99달러짜리 베개 인형으로 아마존 골드 상품에 올랐다. 18 2011년 이 회사는 베개 인 형을 매일 100개씩 팔던 날들이 많았는데, 갑자기 연휴 쇼핑 시즌을 코 앞에 두고 하루 매출이 20개로 떨어졌다. 사정을 조사해 보니 금세 이유가 드러났다. 아마존이 스스로 컬렉터블 서플라이스보다 낮은 가격으로 성황리에 베개 인형을 팔고 있었다. 피터슨은 자사 제품의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피터슨의 판매 대행 업자이자 동시에 경쟁자가 돼 버린) 아 마존은 신속하게 같은 가격으로 내리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팔았다.
이처럼 아마존이 제3자 판매상들과 경쟁을 벌이면, 판매상들은 보 통 무자비한 인터넷 강자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판매를 아마존에서 다 른 데로 돌리려고 한다고 펑 주와 치훙 류는 지적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판매상들이 상당히 많아지면 인터넷 상거래를 움켜쥐고 있는 아마존의 장악력이 무너지기 시작할지 모른다. 부분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 마존은 판매자들의 최다 판매 상품 중에서 약 3퍼센트만을 먹잇감으로 고른다는 것이 펑 주와 치훙 류의 계산에서 밝혀졌다. 이런 방식을 통해 아마 아마존 경영진은 한편으로는 플랫폼의 성공에 중요한 소규모 판 매상들을 붙들어 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3자 판매상들의 창구 역할 을 넘어서는, 두 가지 행동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로 판단한 것 같다. 
- 어떤 의미에서 '시장 설계market design' 또는 '메커니즘 설계mechanism design' 분야는 백지에다 새로 그림을 그리는 경제학 분야다. 이 분야에서 는 특정한 과업을 성취하는 데 가격과 시장이 얼마나 효과적이거나 비 효과적일지(또한 전통적인 시장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개입할 것인 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 대신 처음부터 어떤 과업 자체만을 놓고 그것 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식을 찾는다.
시장 설계 분야는 경제학자로 하여금 상자(그것도 아주 작은 상자) 속 에서 사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이것을 이런 식으로 생 각해 볼 수 있다. 가령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이스트리버를 건너 맨해튼 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출퇴근하는 방안을 찾고자 할 때, 전통적인 경제학은 교량이나 페리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가정하는 셈이다. 이 와 달리 시장 설계는 광범위한 가능성(케이블카, 투석기, 다인승 궤도 차량)을 열어 두고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기술적인 용어로는 '제약 조건하의 최적화 또는 조건부 최적 화constrained optimization'라고 부르는데, 비크리가 컬럼비아대학교로 출근 하기 위한 최선책이 롤러스케이트라고 결정할 때 사용했던 그 기법이 다. 이러한 메커니즘 설계자들은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고려한다. 가령 법이라든가 인간 본성, 옳고 그름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뿐 아니라, 자원 배분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신장 환자, 입학 지원자 등)이 더 나은 자원(신 장, 교육)을 받기 위해 수립할 수 있는 전략이 그러한 제약 조건에 들어 간다. 그리고 그러한 제약 조건 내에서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기 위한 메커니즘을 설계한다.
이러한 분석은 물리학에 비유할 수 있는 경제학이 아니라 공학이나 배관 작업에 비유할 수 있는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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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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