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버블

경제 2023. 1. 10. 19:07

- 버블경제에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유동화', '외부', '프런티어 개척'다. 이것이 유럽에서 탄생한 것은 1492년,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다.
다시 말해 순환 경제에 외부로부터 무언가가 주입되어야 한다. 그 러지 않고서는 순환 속에서의 인구 증가 말고는 경제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부가 유입되지 않고서는 인구 재생산 말고 는 전년보다 증가한 수요가 올해 생겨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대항해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부의 유입이 시작되었다. 외부에 잉여 생산물을 팔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물건을 들여왔다. 이때 식민 지(그러한 지역)나 주민으로부터 수탈하고, 수탈한 부를 지출하면서 비로소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지출은 곧 왕과 귀족들의 낭비였다. 이는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사치와 자본주의》에서 말 한 자본주의의 탄생 이론인데, 나는 다른 시대에도 일반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궁정에서 파티를 열고 여성들을 치장하게 하며, 선물을 보내 관심을 끌고자 하는 연애를 통한 낭비가 없었다면 자본주의의 시작은 없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쌓아온 부를 귀족들이 단숨에 낭비한 것이다. 이 현 상이 도시의 하층민들에게도 퍼지면서 경제성장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 배경에는 생산력의 상승,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분업의 발 전을 통한 생산력의 비약적인 상승이 있다. 그러나 생산력이 상승해도 돈을 쓸 사람이 없으면 수요는 커지지 않는다. 물건 가격이 내려가면 그만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데서 빠져나와 경제성장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시 스템 외부에서 새로운 수요가 유입되어야 한다. 그것이 외부의 '발견', 즉 신대륙의 등장이자 새로운 물건의 등장이자 그것을 사기 위한 축 적된 부의 방출이었다.
- 도시는 버블의 상징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버블이다. 도 시로 집중하는 것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를 위해서다. 도시 소비문화의 탄생. 똑같은 반복이 아닌 새로운 소비, 새로운 수요가 등장한 것이다. 일찍이 정통 경제학에서는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애덤 스미스나 데 이비드 리카도 시대까지는 재화가 사치품과 필수품으로 나뉘어, 농민 은 필수품만 소비하고 지주 또는 귀족들이 필수품과 사치품을 소비한 다고 보았다. 그리고 중상주의와 자유무역의 의견이 대립할 때도 사치 품과 필수품의 구별은 중요했는데, 자유무역이 귀족과 지주에게만 이 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농민을 비롯한 국민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 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 서브프라임모기지 버블은, 자금이 남아 운용난에 빠진 기관투자가 가 이율이 높은 투자처, 즉 리스크 있는 곳으로 몰린 결과, 리스자산 과 안전자산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리스크 테이크버블로 인해 생겨났 다. 이 리스크 테이크 버블이 붕괴한 것이 바로 리먼 사태다. 리먼 사 태라는 버블 붕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힘으로 밀어 붙여 리스크자산을 사들이는 미봉책을 썼기 때문에 양적 완화 버블이 일어나 전 세계 국채에 버블이 생겼다. 이것이 국채 버블이다.
그러나 이 국채 버블도 한계에 다다라 2년 후에는 그리스에서 재정 위기가 일어났다. 버블이 생긴 이유는 재정 리스크가 있는 나라의 국 채와 재정이 건전하고 튼튼한 독일 같은 나라의 국채를 똑같이 취급하여 투자가들이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이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원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리스 같은 나라에서는 국채 인수자가 늘어나서, 금융위기 후에 따르는 힘겨운 재 정건전화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 으로는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곧바로 재정과 경제가 함께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질 차례라는 소문 이 돌았다. 이렇게 유럽 위기가 일어나며 EU의 존재 의의가 다시금 화 두에 올랐다. 결국 IMF, EBRD, ECB 유럽중앙은행가 협력하여 위기에 빠 진 국가의 재정과 은행을 지원함으로써 EU를 지켰다. 위기에 빠진 나 라의 국채를 사들여 그 나라의 재정과 은행을 지탱한 것이다. 요컨대 양적 완화를 확대하여 버블 붕괴의 위기를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또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EU에서 탈퇴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결국 영국이 EU를 탈퇴했다.
한편 미국은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하여 가격 하락을 막고, 금융시장의 기능을 회복하여 금융기관을 구제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대규모 양적 완화를 단행 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 다시 버블이 생기는 결말에 이 르렀다. 유럽도 위기에 빠졌지만 결국 실질적인 처리를 미루고 ECB 가 리스크를 떠안는 형태로 위기를 모면하여 유럽의 부동산과 주식에 도 버블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미국 주식시장은 2009년부터 10년 이상 주식 상승이 이어 지면서, 장기에 걸친 주식 버블이 형성되었다. 부동산시장도 서브프라 임모기지로 버블이 만들어졌는데, 버블이 붕괴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는커녕 도리어 더 큰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냈다.
버블이 다시 생겨난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 필연적으로 붕괴할 금융버블이 붕괴 직전에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시장 참여자가 붕괴를 미루기 바랐고, 그것을 실행할 자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 가운데 버블 붕괴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정부가 경제·사회를 지키기 위해 금융시스템을 구제 한다는 프레임에 편승하여 자산시장의 연명을 꾀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시나리오였다.
정부는 눈앞의 위기를 구제할 것인지, 다음 버블을 만들지도 모를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의 트레이드오프 trade-off 상황에 직면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가들은 눈앞의 위기 구제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블 투자가만 무너뜨리고 버블과 상관없는 국민을 구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일체화되어 있는 경제 때문에 불가능했다. 따라서 리먼브라더스를 한 번 망하게 한 적이 있는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중앙은행과 함께 온 힘을 다해 눈앞의 위기구제를 택했다. 그를 위해서는 금융버블을 다시 한번 만드는 것 말고 는 단기적으로 확실하게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버블 붕괴 위기 이후 는 항상 이런 식이다.
이 패턴은 전혀 새로울 것 없이 적어도 18세기부터 반복되기 시작 했다. 남해 버블이나 미시시피 버블' 등, 역사상 버블 붕괴 구제 사례 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리먼 사태에서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버블은 언제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저 계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버블 생성 대책은 금융정책에 그치지 않았 다. 코로나 위기가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으로 국민 생활에 도 다가간다는 데서 재정 투입의 필요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 투입은 금융 이상으로 전대미문, 인류사상 최대였다. 그리고 유럽 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국민 1 인당 생산보조를 위한 지출이 커지면서 총액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 과, 대규모 금융완화로 인해 자금이 리스크자산 시장에 넘쳐날 뿐만 아니라 재정 대책으로 인한 수요(그리고 현금)가 실물경제에 넘쳐나게 되었다. 자산시장이 버블이 됨과 동시에 실물경제도 버블이 된 것이다. 실물경제는 자산시장과는 독립적으로 버블을 이루었지만, 두 버블 은 동시에 생겨났다. 이것이 코로나 위기 버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금 융시장이 버블이 되고 이것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인 단기 버블로, 지금까지의 21세기형 버블은 모두 이런 형태였다.
버블 붕괴를 구제하면서 생기는 버블버블 애프터 버블)은 대부분의 경 우, 금융시장에서만 일어난다. 단기 버블과 버블 붕괴가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코로나 위기 구제 버블은 실물경제에 서도 동시에 독립적으로 일어났다. 왜냐하면 재정 투입 규모가 전대미 문, 인류사상 최대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 확대 방지책으로 개인의 외출을 금지하고 많은 사업자 에게 휴업을 강제함으로써 갑자기 수요가 증발했다. 수요가 급감한 정 도로 보면 분명 전대미문인 일이었기에 비명을 지르는 기업과 개인사 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으로 현금을 뿌릴 필요가 있었다. 왜 이것이 버블을 만든 걸까.
수요가 급감한 속도는 전대미문이었지만 수요 쇼크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의 여러 불황에 비해 수요 감소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는 코로나가 진정되면 함께 진정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 스레 수요가 생겨날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소비와 투자를 억제한 반 동으로 일시적으로 급증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사상 최대의 재정 투입 이 이루어졌다. 실물경제에서도 돈이 흘러넘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수요가 소실된 이유는 소득이 줄어서가 아니라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경제활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줄지도 않았는데, 돈을 뿌려댄 것이다. 그래서 돈이 넘쳐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휴업 등으로 실직한 사람, 소득이 없어진 사람뿐만 아니 라 국민 모두에게 10만 엔(약 104만 원)을 뿌렸다. 게다가 심사도 제대 로 하지 않고 매출이 줄어든 기업, 개인 사업주에게도 돈을 뿌려댔다. 정말 어려운 곳에도, 휴면 상태에 가깝거나 혹은 활발하지 않았던 사 업자에게도 뿌렸다. 나아가 휴업이 거리 두기 권고 차원이었으므로 이 를 강제하기 위해 휴업 협력금을 뿌렸다.
그래서 돈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소득이 줄지 않은 직장인에게도,
연금이 줄어들지 않은 고령자에게도 현금이 나누어졌다.
- 그들의 소비는 분명 감소했다. 그러나 소득이 줄어서가 아니라 경제활동이 제한되어서다. 거리 두기와 코로나의 공포감으로 활동이 멈춘 고령자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 경제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소비가 생겨날 리 없으니까.
물리적으로 소비할 수 없는 것이지 돈이 없어서 소비하지 않는 것 이 아니다. 소비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불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 다. 불안할 때는 일단 저금을 한다. 아무리 돈을 뿌려대도 수요 창출 효과는 없다. 그러니 추가적인 경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쓸모없는 현금 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남은 돈은 어디로 갈까. 은행이나 자산시장이다. 콕 집어 말하자면 주 식이다. 개인의 주식투자가 늘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진 현상이다. 그리고 정크 주식을 복권처럼 사들이는, 경험 부족 한 개인투자가가 별안간 급증했다. 
- 리먼 사태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많은 금융기관, 투자가의 자 산이 휴지장이 되었다. 서브프라임론이라는 질 나쁜 대출 채권에 트리 플 A라는 자산 가격이 매겨져 버블에 투자했다. 버블로 자산을 잃었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입은 손해는 되돌릴 수 없었다. 엄청난 금융자산을 잃은 것이다.
훗날 휴지장이 될 금융자산 가치가 있다고 보고 실물경제에서도 소비,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수요 과잉 상태가 되어, 실물경제 경 기도 과열되고 말았다. 과열되었을 때 소비하고 투자한 것은 돌아오지 않고, 빚만 남는다. 버블적인 수요에 투자한 자산, 설비, 비즈니스 모델 은 남아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산, 비즈니스 모델 모두 0에서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 도 걸리고 전체적 손실도 엄청나다.
- 금융 스톡, 비즈니스 스톡을 잃은 것이다.
나아가 금융위기에서는 은행 자본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금융시스 템이 기능저하, 기능부전에 빠졌다. 그 결과, 버블이나 당초 위기와 직 접 관련이 없었던 곳까지 버블 붕괴의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리먼 사태로 미국 경제가 파괴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일 본 도요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가 그야말로 한 대도 팔리 지 않게 되었을 때, 일본의 자동차 관련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선술집 체인점을 보자. 자동차 관 련 기업에 많은 대출을 해준 신용금고가, 도요타자동차 관련 기업이 있는 아이치현에 있다면 더 이상 신규 대출을 해줄 수 없게 되고, 어쩌면 대출받은 모든 기업에 상환 독촉을 할 수도 있다. 1년짜리 대출로 롤오버 rollover', 즉 그동안 계속 연장해 왔는데 갑자기 연장이 불가능 하다며 1년 만기로 갚으라는 통보를 받으면, 아이치현에 있는 선술집 체인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도산하게 될지 모른다.
199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후가 바로 이런 상황이었고, 게다 가 지극히 심했다. 부동산 버블과 아무 관련 없는 성실한 소규모 공장 이 잇따라 폐업으로 내몰린 것이다.
한편,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는 일단 금융기관 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피해를 본다면 지금부터일 것이다. 공적 금융기관, 민간 금융기관 모두 중소기업 지원 대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리스크를 대부분 떠안기 때문에 민간 금융기관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다만 조금 큰 기업, 민간 금융기관은 스스로 리스크를 부담하고 지원하는데, 이곳들이 차례차례 한계에 이르러 파 산하면 코로나 위기는 금융위기에 가까워질 것이다.
게다가 큰 기업, 백화점이나 의류 분야가 파산하면 금융위기의 고비 를 맞게 되고, 나아가 항공 관련 기업 등이 파산하면 일본 전체가 금융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리먼 사태를 넘어서는 위기가 될 것 이다.
즉, 전체적으로 볼 때 금융 부문이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서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제위기는 리먼 사태보다 임팩트가 작을 것이다.
- 원유는 아주 비싸다. 그리고 그 결과 돈이 된다. 생산 비용에 비해 가격이 아주 비싸므로 아주 많은 돈이 된다. 한 나라 경제가 원유만으로 돌아간다. 세계경제의 패권을 결정한다. 그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그러니 돈이 된다. 단지 그뿐이다.
왜 비쌀까. 중요한 필수품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물이 더욱 중요한 필수품이다. 원유는 천연가스가 대신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석탄 도대체할 수 있다. 화학제품에는 꼭 필요하지만, 화학제품도 사실은 원재료 대체가 가능하다. 왜 비쌀까.
그냥 어쩌다가 비싸졌다. 우연히 석유파동 때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뿐이다.
어쩌다가 폭등한다. 그리고 그 가격을 어느 정도 계속 유지한다. 그 렇게 되고 나서 다시금 원유라는 물건을 생각해 보니 가격이 대단히 비싸고 중요한 필수품에 속하고 또 소비량도 많다. 그러자 합계 시장 규모가 막대해진다. 이 막대한 시장에서 일단 높은 가격이 일정 기간 성립하면 이를 전제로 세상이 돌아간다. 그 후 원유가 비싸졌다. 원유는 1배럴당 10달러든 40달러든 100달러든 상관없다. 가격이 결정되고 일정 기간 지속되면 그것을 전제로 세상이 움직인다. 이것이 전부다. 10달러, 40달러, 100달러는 그때그때 우연히 정해진 가격이 다. 이것이 일단 지속되면 그 후에는 지속시키는 힘이 작용하여 사는 쪽은 가격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 원유 가격은 이렇게 어쩌다가 정해진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가격 자체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리고 우연히 결정된 가격이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해관계가 고착화했다. 돈이 되는 이상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원유는 비싼 것이다.
물론 가격이 내려간 적도 있지만 공급자 측이 카르텔을 통해 하락 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격 붕괴를 막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제자리 걸음하다가, 후반이 되자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해 2001년 테러가 일 어났을 때 폭락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중국 수요라는 요소가 생겨났 다. 중국 수요는 실제로 존재하긴 했지만, 자금이 남는 투자가들이 대 거 뛰어들어 자원을 21세기 최대의 매력적인 금융상품으로 치켜세워 폭등시켰다.
- 원유 선물가격이 - 40달러가 된 이유는 원유가 금융상품으로서 투 기적 수요가 중심인 시장에서 유통되므로,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 비정 상적인 가격이 붙는다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으로 비쌌기 때문에 극단적인 마이너스 가격이 된 것이다. 실수 요와 관계가 없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가격이 무 너지니 실물로서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폭락했다.
이는 실수요 시장과 금융상품 시장이 분리되어 있어서 애초부터 재 정거래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그게 사실이라면 극단적으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 헤지 펀드 등이 유조선을 빌려 재정거래를 시도하여 실수요 가격을 가지고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수요 원유 시장의 가격도 버블이었기 때문이다. 실물 가격도 버블이라 재정거래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물도 1배럴당 10달러든 40달러든 100달러든 상관없다. 근거가 없다. 일단 성립된 가격에 맞춰서 세상이 움직여 왔으므로 갑자기 요동치는 일은 없지만,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실물 시장의 원유 가격도 일종의 버블이라고 할 수 있다.
원유 가격에 맞춰서 세상이 움직여 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배럴당 80달러를 전제로 이라크의 국가 예산이 짜여 있고, 러시아 는 40달러를 넘지 않으면 재정파탄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셰일오 일 개발업도 40달러가 무너지면 지속성을 갖기 힘들어지므로 파산하는 중소 업체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70달러라면 온갖 업자들이 뛰어들고자 할 것이고, 일정 기간 100달러가 이어지면 대다수의 중소 업체, 그리고 대기업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할 것이다.
- 셰일오일 업계의 산업구조가 원유 가격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유명하지만, 그것을 노리고 OPEC의 힘 있는 나라와 러시아는 미국의 셰일 업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도 생산을 멈추지 않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자신들도 손해 보는 가격으로 정해졌을 때 공급을 줄여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고 해도 간단하지 않다. 폭락했 을 때 생산량을 반으로 줄이면 일단 수입이 주는데, 당장 눈앞의 회사 경영과 국가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들끼리 모두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 내부에도 여러 의견이 있고 이해관계자가 있다. 가령 독재국가, 독점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부를 간단하게 통합하기는 어렵다. 국제적인 과점체제도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붕괴된 경우에는 산유국 간에 일치단결을 이루 기 힘들다. 반대로 가격 폭등이 일어났을 때는 일치단결할 수 있다. 모든 관계자가 더욱 돈을 벌게 되고, 단결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폭락 때는 누구나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므로 잘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가 사라지는, 코로나 위기 같은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 나면 원유 가격이 폭락한다. 그것도 원유 가격이 최근 10년간 하락세 이고, 생산자 측의 과점 구조가 계속 무너지고 있으며, 생산자 각각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수요의 급감을 계기로 실물 원유 가격의 버블도 붕괴하여 대폭락을 맞을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원유 가격 폭락은 몇 번이고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 한번 형성된 산업구조는 변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모든 재화, 서비스에 생산, 공급 과정이 있으니 모든 재화, 서비스의 배후에도 산업구조가 있지 않겠는가?', '산업구조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든 재화, 서비스도 비정상적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 문이 들 것이다.
바로 그렇다. 모든 재화, 서비스의 배후에는 산업이 있고, 산업구조가 고정화되어 존재한다. 그것이 모든 재화, 서비스를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  테니스 붐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1시간에 10만 엔을 받는데도 예약이 가득 차면 어떻게 될까. 아오야마 전체의 주차장이 테니스코트 가 될 것이다. 빌딩도 허물어서 테니스코트로 만들지도 모른다. 인근 에 있는 오모테산도도 온통 테니스코트가 될 수도 있다. 배후에 산업 이 있다는 말은 이런 것이다.
골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바현 산림의 나무를 모두 베어서 골프장으로 바꿀 기세였다. 도쿄 도심에서 가까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폭등했고, 그러자 조금 더 외진 곳에도 많은 골프장이 개발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문 골프장조차 이용료가 내려갔다. 회원권은 폭락하다가 조금 회복했지만 최근에 다시 내려갔다. 2000년대에 많은 골프장이 파산했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가격 수준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공급 측 산업구조가 가장 단순한 경우다. 공급은 항상 만들 어지고, 나아가 그것은 한번 만들어지면 고정된다. 그러나 붕괴하면 골프장처럼 그때까지의 가격은 무의미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수준이다. 버블 때는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왜 그렇게까지 올라갔을까. 단지 '버블이었으니까.' 하는 말로는 모두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본질은 가격수준의 개념이 한번 자리 잡으면 산업이 그것을 전제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고가네이'에서 3억 엔을 받을 수 있다면 나라시노'에서는 2억 엔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라시노에서 2억 엔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치하라'에서는 1억 엔이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자 1억 엔으로 회원권 을 팔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가진 가격 이미지가 공급 측 기준점이 되고 그것을 전제로 산업구조가 형 성된 것이다.
하지만 1억 엔이라는 것은 단지 소비자 측에서 만들어진 고정관념 이다. 근거는 없다. 그래서 한번 파괴되면 타당한 가격 수준이라는 기 준점이 없기 때문에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만다.
- 의류도 그렇다. 정장 한 벌이 10만 엔으로 정해지면 그것을 전제로 유통 구조가 결정된다. 유통과정에 회사가 몇 개나 끼어 있는 것은 10 만 엔이라는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정해지면 유 니클로 같은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가 나올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나온다 해도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도산한다.
일본 최후의 보루인 자동차도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조 공정이 복잡하다는 전제하에 하청 구조가 있었고, 상당한 인건비가 투입됐다. 그러나 자동차의 최종 가격이 극적으로 바뀌는 상황, 즉 사용자가 타 지 않게 되면 자동차의 가치는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그리고 패션으 로서의 자동차 이외의 차들은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게 되어 소멸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비싼 가격이 완성된 후에 소비자 측이 변덕을 부리거나 혹은 어떤 위기에 의해 가격 수준이 변하면 손쓸 새도 없이 붕괴하고 만다. 그러므로 버블이다.
- 정리해 보자. 거시적으로 수요 환기 대책은 불필요하다. 지속화 지원금도 불필요하다. 기업, 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펼쳐야 한다. 무리하게 지원금을 주기보다 의욕있는, 스스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는, 의욕 있는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을 철저하게 대출로 지원하는 정책에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 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아야 한다.
- 도박 중독자를 그만두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금을 완전히 끊어버리면 된다. 이자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빌려주지 않는다. 돈을 일절 건네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도박을 폐지하는 것이다. 경마 가 열리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버블도 마찬가지다. 중앙은행이 긴축해도 버블의 정점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한몫 잡으려는 붐으로 인해 금리 수준은 관계가 없어진 다. 더욱 높은 리스크를 지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수익)을 좇아 버 블은 더욱 과격해진다. 이것이 버블의 마지막 단계다. 어떻게 멈추게 할까. 돈을 일절 회전시키지 않는 것이다. 일본에서 1990년까지 일어 난 부동산 버블을 멈춘 것은 부동산 대출에 대한 총량규제였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총량 규제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단숨에 붕괴했다.
코로나에서는 거리 두기만으로는 안 된다. 휴업 규제, 휴업 명령을 내려 공급 쪽을 막아야 한다. 그러므로 도쿄도가 휴업 요청에 유흥주 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타당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도박 중독자는 공식 경마 경기가 없어지면 어 떻게 할까. 다른 데로 간다. 경마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까. 경정으로, 자동차 경주로 간다. 카지노로 간다. 불법 도박으로 간다.
도쿄에서 휴업 요청이 내려지면 어떻게 될까. 일하는 사람 일부는 지방으로 일거리를 찾아 떠난다. 도쿄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가게로 간 다. 지하로 숨어든다. 이러한 폐해가 있으므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좋은 면도 있다. 일찍이 소비자금융 시장은 대출업법 개정으로 인해 큰 폭으로 축소 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무허가 금융업으로 흘러 갔다는 소문은 거짓이었다.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빌리려는 사람들은 과불 청구소송으로 돈을 받아 다 갚고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빌리는 사람이 있겠지,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사람도 있겠지.' 할 것이다. 모두 단속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상당히 적다. 전멸시키지 않아도 된다. 90%만 억제해도 된다.
코로나도 그렇다. 그룹 C를 움직인다. 줄인다. 그리고 핵심인 그룹 A 의 대부분을 무너뜨린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남는다. 그래도 비중은 크게 준다. 그러고 나면 중증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철저히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마구잡이로 80% 줄이는 것보다 우선순위가 높고 대책 으로는 더욱 중요한 데다가 효과도 크다.
- 보통 사회에서는 경제와 목숨은 별개로 생각하며, 비교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도 중요하고 목숨도 중요하다며, 오히려 비교하지 않음으 로써 균형이 잡힌다.
한편 일본에서는 목숨을 희생할 거냐며 비교하는 강경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과는 갑론을박해도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굳이 비교 하자면 일본에서는 당연히 목숨이 중요하고, 경제는 그다음이기 때문 이다. 그들은 영악하게 목숨과 경제를 비교함으로써, '숨'을 우선하 게 만들어서 경제와의 균형이라는 주제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는 괜찮냐고 물으면 그들은 괜찮다고 한다.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어도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지'가 그들의 암묵적인 논리이자 많은 일본 사람이 가진 암묵적 인식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 목숨을 하나라도 잃게 되면, 특히 유명인이 목숨을 잃게 되면 목숨은 대신할 수 없다는 논리가 대두하면서 모든 것이 허 용된다. 비합리적이어도, 모순이 있어도, 타당하지 않아도, 목숨을 구 하기 위해 역효과가 나더라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일은 모두 허용된다.
이것이 본래 비교할 수 없는 경제와 목숨을 비교함으로써 생기는 '사고 정지' 상태다.
일본 사회 최대의 결함은 '사고 정지' 사회라는 점이다.
- 이 흐름 속에서 일본은 아마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시아에서 지적 선구자로 활약할 큰 기회임에도 불구하 고 옛날의 세계질서에 갇혀 아시아에서 가장 어렵고 수지가 안 맞는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패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버리고 떠 나 이제는 아무것도 할 마음이 없는데 일본은 마지막까지 미국 질서 를 지키는 일원으로 남아 중국과 대립하는 입장을 취하려고 하기 때 문이다.
유럽은 독일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듯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따르 면서 경제에서는 90% 중국 측에 붙어 그 혜택을 보며, 외교적으로도 양자와 잘 교류해 나갈 것이다. 아시아 나라들은 물론 중국 일변도로 갈 것이다. 이것은 4,000년 역사를 보면 20세기만이 예외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군사적으로 지키는 일에도 관심을 잃었고, 미국 자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아시아 거점인 일본 열도에 대한 패권 의사를 버렸고, 장기적으로는 군사적으로도 버릴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유지 할 가능성이 크지만, 실질적인 관심은 잃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군사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도 중국 경제권에 있는 다른 아시아 각국에 비해서도 뒤처져 실력에 비해 불우한 나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것을 막으려고 하는 일본 국내 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 경제는 재미있다. 단기적, 부분적으로는 아주 파워풀한 원리로 사람 들을 효율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인다. 한편 장기적 전체 적으로는 꼭 옳은 방향으로 사람들과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여 기에 사회의 왜곡, 즉 경제 우선으로 사회를 망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두고 재미있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해외 비즈니스 출장이 라는 관습도 이 원리가 강력하게 들어맞는다.
단기적인 효율성에서 해외 출장은 대폭 감소할 것이며, 이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 직접 만남으로 인해 생기는 가치는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비즈니스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급감하고 재미있는 비즈니스가 생겨나기 어려워져, 획일적인 글로벌 모델밖에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편 개인 관광에 의한 국제 여객은 다른 논리로 급감할 것이다. 일 시적으로는 줄어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보복 소 비, 다시 말해 최근 몇 개월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오락 수요, 스트레 스 발산 수요가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복 소비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에 대단히 민감해서 싸면 몰려들고 비싸면 아무도 가지 않는다. 원화 강세로 한국 여행이 급감했듯이 최근 일본으로 오는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엔저가 되고, 또 물가도 계속 오르지 않아 여행비가 비교적 저렴했기 때문이다.
-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수수께끼다.
애덤 스미스 이후, 경제학이 300년에 걸쳐서 효율적이라고 해온 시장경제는 위기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다.
첫째, 자원배분을 적절히 하지 못한다. 마스크, 방호복의 예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마스크와 방호복만 제대로 갖췄더라면 의료기관, 요양시설 사망자 수는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사망자의 40%가 요양시설 같은 곳에서 나왔다.
이것은 수요를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수요를 제대로 예 측하지 못한다. 불확실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불 확실성은 사실 스스로 만들어낸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사람들의 기호 변화에서 오는 것이다. 시장을 만듦으로써 불확실성이 생겨났다.
변화하지 않는 필수품은 무시하고 언제 변화할지 모르는 사치품, 오 락에서 파생된 기호품에 대부분의 자원을 써왔다. 필수품도 평범하게 만들어서는 돈이 되지 않으니 불필요하게(혹은 이익을 얻기 위해 영악하게) 기호적인 부분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브랜드는 신뢰성 평가로 충분한데, 패션성과 지위 등의 가치가 태반을 차지한다.
둘째, 자원배분의 오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수정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압도적인 이점을 가진다고 경제학이 주장 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왜일까 사람들이 탐욕적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마스크 생산으로 급격히 키를 돌리 려고 해보지만 돈이 안 되므로 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데다 경쟁업체 가 매우 많다면 바로 생산과잉이 일어나 투자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 이 있다. 그러니 하면 바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마스크, 방호복도 중국에서만 급격히 증산되었다.
그동안 중국의 강권 정치를 계속 공격해 왔지만, 마스크와 방호복의 생산과 배분에서 서쪽 진영은 전혀 적수가 되지 못했다. 강권 정치가 더 낫다는 말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는 기본적인 자원배분조차 불가 능하다는 말로, 시장경제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일컫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적절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사회를 위해 무엇 을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 일본의 경우, 의료기관이 효율적으로 기 능하기 위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조차 의사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료기관 각각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되었기 때문 이다. 두 팔 걷고 나선 의료기관은 칭찬받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고 금세 잊혔다. 정부가 그 의료기관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한 일은 시장경제의 실패를 보완한 것이다. 이는 시장이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작동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넷째,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가 장효율적으로 정보가 유포된다고 하는 시대다. 그러나 유포되는 정보 가 잘못된 정보투성이다. 적어도 넘치는 정보를 앞에 두고 사람들은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오히려 TV 등의 미디어, SNS 등의 인터넷 미디어, 인터넷 후기를 찾아다니다가 패닉에 빠진다.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패닉을 확산하는 미디어이자 정보사회다.
- 성장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사회인가.
감염병이라는 기본적인 인류 위기에 대한 기본적인 도구, 마스크와 방호복을 만들 수 없는 사회가 고도로 성장한 이상적 경제사회인가. 코로나에 대처할 기술은 거의 없고 그저 집 안에 처박혀 외출 자제 만 하는 원시적인 대응이 고도로 성장한 현재 사회의 답인가. 그 원시 적인 방법을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것이 고도로 발달한 미디어와 현 대 정부가 하는일인가.
이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경제사회 시스템을 다시 보지 않고 집중치료실을 확대하고 평소에는 부유층밖에 사용하지 못할 시설을 늘리는 것이 인류 위기의 대응인가.
우리는 필수품 생산을 소홀히 하고 사치품 만드는 데만 매달려 왔 다. 그래서 성장이 가로막히면 더 큰 혁신적인 사치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해 왔다. 도대체 무엇을 추구해 온 것인가.
분업에 의한 생산력 향상을 통한 풍요로운 사회의 실현, 시장경제에 의한 풍요의 실현은 좁은 지역에서의 자급자족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고도의 자급자족으로 하고, 이 땅 위에 발붙이고 경제생활 수준을 높 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자급자족의 효율화를 조금씩 확 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나서 오락 등을 비롯한 플러스알파, 자급자족 플러스알파를 누리는 것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며, 살 고 싶은 사회가 아니겠는가.
건강하면서 약간의 즐거움도 있는 소소한 행복이야말로 훌륭한 인 생과 사회가 아니겠는가.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고도의 경제사회가 무 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선 자급자족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로부터 조금씩 효율화, 고도화를 목표로 분업한다. 플러스알파를 얻는다. 조금씩 넓혀나간다. 이러한 경제사회의 소박한 이상으로 원점 회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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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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