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

인문 2025. 4. 2. 07:00

- 해먹에 누워 소설을 읽을 때, 여유롭게 낚시할 때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목적없는 활동이 무슨 소용이냐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트리니다드톱고에서는 세련되고 우아한 삶의 방식이 있는데, 느긋하게 주변사람과 어울리며 그 시간을 즐기는 라이밍이 그것이다. 수업을 듣지 않고 운동장 나무 밑에서 수다 떨던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이 뭐 하냐 물었는데, 이때 학생들이 나무에 석회칠을 하고 있었다고 둘러낸 것에서 유래. 이후 라이밍은 사람들과 딱히 목적없이 어울려 다니며 즐기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로 자리잡았고, 이 특별한 카리브해의 은어가 만들어낸 문화 속에서 훌륭한 풍자와 칼립소 음악, 좋은 시가 탄생. 특별한 일은 별일 없을 때 탄생한다. 당신에게 인생 마지막 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철학이 가진 보편적 문제점은 플라톤에서 니체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철학자 대부분 미혼남성이었다는 것. 그들은 자신의 이론을 넘어서는 것들,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실, 그 실이 끊어질 때 열리는 깊은 심연, 배신당했을 때 분출되는 비이성적 분노, 폭풍이 가라앉은 후 사람들을 다시 연결시키는 끌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단지 부부나 연인뿐만 아니라 형제관게, 부모와 자식관계 혹은 그에 준하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악수는 간단하고 친근한 행동. 과도하게 친밀하거나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인간관계와 평등성을 표시한다. 뺨을 맞대거나 포옹하는 인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손과 손을 몇 초 동안 잡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한 악수는 민주적 인사법이기도 하다. 사회 위계에서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은 영광으로 여겨지고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과 악수를 하는 것은 관대함을 암시한다. 악수를 하는 순간 두 사람은 동등한 입장에 선다

- 알샤마히에 따르면 악수가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기존에 알려진 명시적 장점뿐 아니라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고 냄새와 물리적 접촉으로 인한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는 것에도 있음. 악수는 두 사람 사이의 더 많은 가능성을 향한 도약대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이 일체된 경험을 선사한다.

- 당신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
위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아테네인들이 보통 위기를 언급한 상황은 의학적 맥락에서였다. 크리시스(위기)는 높은 열을 뜻했음. 당시에는 항생제도 백신도 없엇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면 가능한 일이 두가지뿐이다. 죽거나 회복하는것. 회복했다면 무언가를 배웠을 것이다. 생존자는 무엇을 배웠을까? 철학자 아르네 요한 베틀레센이 표현했듯이 자신의 나약함을 인식함으로써 더 현명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베틀레센은 즉각적인 욕구충족은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들지 못한다고 믿었다.

- 위기는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창문 앞에서 윙윙거리는 파리나 파르메산 치즈와 함께라면 뭐든 좋다는 지식인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일종의 여과기다. 위기를 통해 보풀은 불어 날려보내고 극히 중요한 것은 남기게 된다. 다만 여과기는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막히고 이렇게 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기가 준 가르침을 잊기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여러 소원이 있지만 병든 사람에게는 오로지 하나의 소원이 있고, 자유인에게는 여러가지 소원이 있지만 죄수는 하나의 소원에 만죽한다. 

-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결핍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 된 것처럼 보인다. 관계보다 개인을, 지속가능성보다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는 끈, 실, 필라멘트가 얇아지고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다. 
결핍은 삶의 방향성과 집중도에 필요한 요소이지만, 결핍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삶에 윤활유가 되는 마찰과 저항을 야기한다는 점일 것이다. 마찰과 저항으로 인해 당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에 전력을 다하게 되고, 극도로 어렵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저항은 결국 성취로 이어진다.

- 느림은 필요불가결하다. 느린 리듬을 향한 발걸음에는 방목장을 돌아다니는 소의 시간감각에 나를 맞추거나, 핸드폰을 넣어두고 끝없는 파동의 브루크너 교향곡을 듣거나, 라이밍을 예술의 한 형태로 도야한 트리니다드 사람들처럼 세련되고 창의적 방식으로 시간을 즐기는 것들이 모두 포함됨. 신용카드를 늘 가지고다니는 도시 사람들은 느리게 사는데 필요한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함. 어떤 일들은 브루크너나 말러의 음악을 듣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과 같이 천천히 시간이 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 

- 과거와 미래를 잘 연결하기
느림은 세상이 정신없이 숨 가쁘게 돌아갈 때 균형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사람은 느리게 사는 능력을 잃을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극적으로 우리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긴 실을 엮지 못하게 된다. 느림에 있어서는 나무로부터 배울 것이 많지만 나무가 아무리 느리더라도 돌 만큼 느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 오늘을 즐기는 것과 장기적 안목을 갖는 것은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능력은 먼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과는 다른 종류의 삶의 의미를 제공한다. 둘다 시간 속에 존재하는 방식이며 둘다 꼭 필요함. 역사에 깊이가 더해지려면 강렬한 순간이 필요하며, 그것이 기억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더 큰 무언가가 된다. 모든 사건은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일어나고 세상은 빠른 시간과 느린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미료에 비유할 수 있다. 조미료가 없어도 요리를 할 수는 있지만, 조미료가 들어가면 아무리 밋밋한 요리도 맛있게 만드는 감칠맛이 더해진다. 가장 맛있는 순간은 번개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는 법이다.

- 지혜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작은 깨달음
놀라움과 호기심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완전하게 통제되고 엄격하게 계획된 삶을 고집하는 사람은 놀랄 권리를 포기하는 셈. 새롭고 예기치 못한 것을 경험하는 놀라움을 버리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기 멋대로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라 호기심이 없다는 것. 인공지능은 어떤 것도 경이롭게 여기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밤하늘의 무한한 별을 바라보며 위엄에 눌려 스스로 작은 먼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지도 않는다. 그들은 농담에도 웃지 않으며 실제 삶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죽고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처럼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할 수 없다.
새로운 문을 열 때 마주하는 놀라움은 느닷없이 찾아오며 우리는 이때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지혜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이런 작은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조숙한 스무살 젊은이보다 사려깊은 칠순 노인의 말을 듣는 것이 더 보람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경험으로부터 의미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는 법이다.

- 평생을 쾌락과 재미를 좇아 살았다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일이 고통스럽고 어려울 것임. 목표가 없고, 쌓이지도 않고, 성취에 이르지도 못하는 활동으로는 삶을 즐길 수 없기 때문. 자신을 더 큰 이야기의 일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은 퍼즐의 한 조각이며, 캔버스 위의 한 점이다. 긴 지금과 큰 여기라는 관점으로 나 자신을 바라본다면 날개 밑에 숨을 불어넣고, 앞뒤 위아래를 모두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  (0) 2025.04.13
희망찬 회의론자  (2) 2025.04.11
B급 광고 인문학  (0) 2025.04.01
슬로우 워크  (0) 2025.04.01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0) 2025.03.29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