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음식이 서로 관련이 매우 깊다는 것은 살찐 사람이 아니더라도 잘 아는 사실이다. 비만은 유전, 운동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이 있지만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역시 음식이 아닐까싶다. 살빼기, 즉 다이어트 하면 요즘은 탄수화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흰 쌀밥에 갓 담근 김치를 올려 고봉 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 오래된 옛날은 아니다. 이제는 쌀밥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해마다 쌀은 남아돌아가 쌀값 폭락을 걱정하는 때가 됐다. 쌀 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각종 곡물 모두가 한 발짝 또는 몇 발짝 떨어져 쌀의 뒤를 좆고 있다.

정말 과학적 다이어트 비법이라면 ’유행’을 타지 않을텐데…

다이어트는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보면 과학의 탈을 쓴 비과학이 판을 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옷 입기(패션)도 유행하듯이 다이어트도 유행을 한다. 옷 입기에는 과학이 스며들 공간이 비좁다. 하지만 다이어트에는 과학이 들어갈 공간이 넓어야 한다. 다이어트는 옷 입기와 머리스타일 유행과는 달라야 한다. 어찌 보면 유행을 만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화무쌍한 유행이 벌어지는 곳이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다.

요 근래 10~30년 동안 유행한 다이어트를 보자. 원 푸드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요구르트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하루 한 끼 다이어트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만큼 많은 다이어트비법이 명멸을 거듭했다. 정말 과학적인 다이어트법이 있었다면 이런 수많은 다이어트법이 등장했다, 사라졌다 반복할 리 없다. 정말 과학을 바탕으로 한 다이어트법이라면 불멸의 다이어트비법으로 남아야 한다.

다양한 치즈 모음.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최근 관심을 모으면서 시중에는 치즈의 인기가 치솟고 버터는 품귀 현상마저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과학적 다이어트법은 없다.  ⓒ 허혜연

다양한 치즈 모음.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최근 관심을 모으면서 시중에는 치즈의 인기가 치솟고 버터는 품귀 현상마저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과학적 다이어트법은 없다. ⓒ 허혜연

수십 년 전 요란하게 유행했던 비키니와 미니스커트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듯이 다이어트계에서도 과거 잠시 반짝 했던 것들이 다시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과거보다 더 강렬한 조명을 받는 경우가 있다. 바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이다. 최근 방송에서 이 다이어트법을 집중조명하고 한 일간지 기자가 이 방법으로 몸소 실천한 5일간의 타이어트 체험기를 신문에 무려 두 쪽에 걸쳐 싣는 등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법이 유행을 타고 있다.

사실 이 다이어트법은 신상품은 아니다. 이미 20년 가까이 전에 황제다이어트법이라고 해서 고기만 먹는 살빼기 방법이 잠시 유행한 적이 있다.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의 원조 또는 유사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의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방법이었다.

인체는 대사와 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그 에너지원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로부터 얻는다. 이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쉽게 인체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든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효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비만은 대개 소모하는 칼로리(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부정적 신체 현상이다. 어떤 영양소를 상당량 섭취하더라도 기초대사량을 포함해 활동량이 더 많거나 균형을 이루면 살이 찌거나 배와 장기에 기름기가 잔뜩 낄 리 만무하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포만감이다.

인체 뇌에는 포만감을 관장하는 부위가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배부름과 배고픔을 느낀다. 정상인들에게서는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 잔뜩 먹었는데도 배가 부른 느낌을 갖지 못하거나 오래 굶었는데도 배고픔을 모르면 낭패다. 건강 악화는 물론이고 몸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은 대개 잔뜩 먹었는데도 다시 먹으려 든다. 흔히들 식탐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실천은 고역이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한마디로 포만감을 느끼면서, 즉 배고픔을 느끼지 않으면서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과학이 상당 부분 들어 있는 다이어트법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인간은 농경사회를 거쳐 오면서 탄수화물 식이에 매우 익숙해 있다. 이를 인위적으로 거스르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체험참가자 가운데는 두통, 변비 따위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약학자들과 의사들은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이 체중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인체에 유해한 저밀도지질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오히려 크게 높여 혈전(핏떡) 발생 위험과 각종 심혈관계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두통과 변비 등은 식이섬유와 미네랄, 수분·염분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비만은 다양한 원인과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다. 그 해법도 ‘바이블’이나 ‘성배’와 같은 놀라운 비법에 있지 않다. 최근 시중에서 불고 있는 고지방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도 과학적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결코 모든 사람에게 등불이 되어주는 ‘유레카’는 아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나 하루 한 끼 식사와 같은 다이어트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먹은 만큼 더 열심히 활동하여 몸에 살이 찔 틈이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다이어트법이 고전이 되지 못하고 한때 유행하다 사라지고 또 다시 등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완벽한 다이어트법이 없다는 방증이다. 탄수화물이든, 단백질이든, 지방이든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독이 된다. 비만한 사람들이 쉽게 살을 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이어트법 유행을 부채질했을 터이다. 다이어트의 정석은 적당히 먹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열심히 직장일과 사업, 집안일, 사교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물론 지나치면 좋지 않지만 말이다.

탄수화물 주요 공급원인 빵. 최근 비만 탈출에 관심이 쏠리면서 탄수화물을 극도로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허혜연

탄수화물 주요 공급원인 빵. 최근 비만 탈출에 관심이 쏠리면서 탄수화물을 극도로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허혜연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