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뇌사고

경영 2024. 2. 22. 07:06

- 업무가 정보화된 결과,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중 하나가, 동료 와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할 수 있던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0년 전에는 옆 사람의 전화 내용을 듣고 부서 안에서 어떤 업무들이 이루어 지는지 알 수 있었다. 또 거래처나 고객을 전화로 응대하는 상사의 모습 을 보고, 어느새 전화 응대 기술이 자신의 몸에도 배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업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거래처나 고객과 문제가 생 겼을 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신입사원이 창백한 얼굴로 전화를 받으면 주위 사람들도 대부분 눈치를 채고, 이윽고 상사가 대신 받아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사원들은 자연히 고객 불만에 대응하는 업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객 이나 거래처가 이메일을 통해서 불만을 제기할 수 있게 된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익명의 상대는 거침없이 공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전화였 다면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지 않겠지만, 익명성의 보호 아래에서 가 장 잔인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담당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다. 그 결과 회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담당자의 갑작스러운 사직이나 현저한 직무 능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급기야 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생겨나며, 내부 고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대면 업무가 보편화된 지금,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정보가 많아졌 지만 공유할 수 없게 된 것도 적지 않다. 주위 사람의 안색에 신경 쓰거 나 고객의 목소리 톤을 구별하는 신체감각이 약해진 것이다.
만약 초등학생들이 기업을 방문한다면, 맨 먼저 그들의 눈에 들어오 는 것은 무엇일까?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컴퓨터를 통 해 잇따라 업무지시를 받는다. 칸막이로 가려진 공간 안에서 보이지 않 는 것을 생산해 보이지 않는 고객에게 제공하고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얻는다. 파일을 갖고 나가서는 안 된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커뮤니케이 션을 하는 시간은 한정된다. 몇 년 후의 일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그야 말로 컴퓨터가 인간을 부리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10년 후에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무의식중에 이렇게 중얼거리지 않을까?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용케도 일했군."
- 복잡한 과제에 접근하는 사고 모델을 갖고 있으면 해결책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상사나 동료에게서 배운 것도 있고, 책을 보면서 공부하거나 업무와 경험을 통해서 몸에 밴 것도 있으리라.
당신은 업무에서 과제를 만났을 때 어떤 사고 모델을 이용해 좋은 제 안을 발견하는가? 자신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모르면 그 도구를 제 대로 사용할 수 없다. 좋은 제안을 만들어 내려면 자신이 어떤 사고 모 델을 사용해서 비즈니스의 과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 는 것이 먼저이다.
- 먼저 컨설팅 영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담당자가 처음 만난 상대에 게 문제 해결의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 역효과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심리적으로 계산된 수준 높은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으면 구입에 대 한 고객의 심리적 장벽이 높아진다. 경영자가 컨설턴트에게 돈을 주고 경영 진단을 의뢰하는 경우, 객관적인 분석은 갈채를 받는다. 그러나 우 연히 명함을 주고받은 다른 회사의 영업 담당자에게 객관적인 분석을 들은 경우, 그 분석이 논리적으로 옳을수록 고객은 감정적으로 반발하 게 된다. 귀와 마음을 열지 않은 사람에게 논리적 제안은 일방적인 강요일 뿐이다.
실제로 기획의 진정한 프로는 처음 만난 상대에게 기획안을 내밀지 않는다. 예전에 어느 기획의 대가한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영업할 때 기획안을 가져가십니까?"
그러자 상대는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천만에,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기획을 하겠는가?"
영업의 1단계는 고객의 말을 충분히 듣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 이 무엇인지 이해한 후에 제안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신뢰 관계가 쌓이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준 높은 제안을 할 수 있다. 반 면, 프레임워크를 표면적으로 모방해 고객의 사업을 분석하고 판단한다 면 오히려 서로의 신뢰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
물론, 경영자나 경영 간부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실무자가 사용할 때 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래 장기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인 만큼 실무자가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알고 나면 사용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의 마음이다. 그래서 실무자도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기 위해 자료를 분 석하기 시작한다.
초보 실무자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이 차트 [2-1]에 있는 SWOT 분석이다. 이 프레임워크의 목적은 사회나 업계 전체의 장 기적 추세를 파악하고,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을 내다보는 것이다. 따라 서 '코앞의 문제가 아니라 3년 후를 내다보면 비웃음 당한다'고 말하는 실무자가 사용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실무자가 여러 가지 프레임워크를 배우고 나면, 그다음에 드는 전형적인 의문은 "전략 수립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프레임워크를 어떤 순서로 활용하는 게 좋은가?"라는 것이다. 마케팅의 프레임워크로 유명한 4P 한 가지만 사용해서는 전략과 전술을 끌어낼 수 없다. 목표 고객에 따라서 고려해야 할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4P는 3C 분석 을 한 이후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레임워크는 30~40년에 걸쳐서 수많은 컨설턴트나 학자가 다양 한 상황에 알맞게 개발한 도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프 레임워크가 혼재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에는 경영 컨설 턴트나 광고 회사의 기획자라도 최소한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일상 업무에서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훈련해야 한다.
- 전략 수립을 할 때 왜 프레임워크를 사용할까?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본질적인 문제를 끌어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 가지 딜레마가 발생한다.
첫째, 정보를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시장은 매력이 없다. 프레임워크 로 시장을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은 그 시장에 이미 여러 라이벌 기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라이벌과 비교되는 시장에 뛰어드는 것으로, 비 교되는 위치를 노리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다음 장에서 자세하게 설명 하겠음).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거의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 하므로, 비슷한 제품은 가격 경쟁에 휘말리면서 이익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둘째,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분석하면 자신의 발상을 종래의 틀에 끼 우게 된다. 당신의 회사에서 웹사이트를 리뉴얼하기로 했다고 가정하 자. 그러면 일단 3C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경쟁을 분석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업계별 · 분야별로 같은 업종의 웹사이트를 비교하는 것이다. 가 로축에 세련도, 세로축에 신뢰성을 놓고서 차트를 만들어 업계 안에서 자사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이후 차트를 보면서 되도록 동업 자에게 지지 않는 위치로 이동하려는 전략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매우 논리적인 접근이다.
이런 식으로 자사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타사와의 비교 결과를 근거로 전략을 결정한다면, 이미 지는 싸움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타사보다 우위에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려는 발상은 타사를 뒤따르려는 추종자의 자세가 아닌가. 그 결과, 비슷한 카테고리에 뛰어들어 도토리 키 재기를 하게 된다.
고객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선구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 른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라이벌에게 이기는 작은 경쟁이 아니라 고객 의 마인드를 사로잡는 큰 경쟁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딜레 마를 고려하면,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명쾌하게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을 들을 때 오히려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기존의 틀로 정리한 순간, 자 기도 모르게 기존의 사고에 물들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 이다.
-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공업사회에서 개발된 프레임워크를 지금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초보자가 전 략 수립 프레임워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쟁 전략'을 적 용할 시장에서만 사용하는 편이 좋다. '수요 창조 전략'을 제안해야 할 경우, 공업사회의 전략 수립 프레임워크를 사용해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때는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경쟁 전략의 도구를 사용하면서 수요 창조 전략을 만들려는 것은 총으로 위 협하면서 축제 참가자를 모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브루스 클레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상위 5위 이내에 검색되는 것이고, 15위 아 래로 내려가면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이 전부이고, 전통적인 고객 모집 매체인 DM이나 신문의 전단지가 효과 없다는 말이 아니다. DM 시장은 아직 견고하고, 또 지역성이 중요한 건강·주택 관련 사업은 전단지 광고를 통해 비즈 니스가 원만히 성립되는 것도 분명하다.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거래한 적이 없는 회사의 제품을 구입할 때는 다른 매체를 통해서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구입할 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치료원에서 고객을 모집할 때는 신문의 전단지가 효과적이지만 고객은 예전처 럼 전단지의 정보만으로 결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기업 측의 일방적인 정보가 아니라 다면적인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그 치료 원은 믿을 수 있는가?', '나에게 잘 맞는가?' 등을 확인한 후에 최종 판단 을 내리는 것이다. 즉, 진실의 순간은 '검색'에 있다.
법인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인맥과 소개, 프레젠테이션의 수준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법인 비즈니스에서 거래처를 검토할 때, 상대의 웹사이트를 조사하지 않는 일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 예 전에 우리 회사의 한 직원이 검색창에 정보가 나오지 않는 회사와 거래 하자고 품의했을 때 임원 전원이 맹렬히 반대했을 정도다. 거래 여부를 판단할 때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 회사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 기업과 상품의 인지도만 높이면 되는 시대에는 이것으로 충분했지 만, 지금은 구입의 관심이 높아진 순간 그 네이밍이 떠올라서 눈길도 돌 리지 않고 검색엔진에 입력하도록 해야 한다. 첫째, 호감을 갖게 한다. 둘째, 항상 화제로 삼게 한다. 셋째, 인터넷에서 검색하게 한다. 이 세가 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네이밍의 목적이다.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생각하고 있다.
지명 검색을 촉구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의 세 가지 열쇠
*질문으로서의 네이밍 title
*스토리의 문을 여는 태그라인 tagline (정곡을 찌르는 매력적인 말)
*대답으로서의 스토리story
-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 네이밍이란 본질적으로 기업이나 상품이 가진 상세 정보를 끌어내기 위한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과 '대 답' 사이에 생기는 긴장감이 태그라인을 통해 최대한 높아지면 엔진의 회전축이 움직이듯이 검색 동기가 높아진다. 목이 마르면 수도꼭지를 비트는 것처럼, 지식사회에서 상품이나 기업에 관해 알고 싶으면 고객 은 맨 먼저 검색엔진이라는 수도꼭지를 비튼다. 그리고 그 갈증을 만들 어 내는 세계의 시작에는 바로 네이밍이 존재한다.
효과적인 네이밍을 발견한 경우, 검색엔진의 창은 돈이 들지 않는 세 상에서 가장 작은 광고창이 될 수 있다. 돈이 들지 않는 작은 광고창에 카테고리가 아닌 기업의 상품명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경쟁으로 피투성이가 된 레드오션에서 헤엄치느냐 블루오션에서 혼자 여유만만하게 파도를 타느냐가 정해진다. 그리하여 사업의 전략에서 네이밍의 위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네이밍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유명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화장품 업체 나 자동차 업체에서는 신제품의 네이밍을 정할 때 수천 가지 후보를 준 비한다. 네이밍에 따라서 매출과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자 순위가 공표되었던 시절에 해마다 세금 을 제일 많이 냈던 긴자한방연구소의 사이토 히토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일은, 신사와 불당을 돌아다니는 것과 상품명을 생각하는 것이 었다고 한다.
지식사회에서는 이런 브랜드 기업이 해온 일을 모든 기업에게 요구 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CEO(최고경영책임자)는 CNO(최고네이밍책임 자)의 감성도 아울러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 기업을 극단적으로 나누면 두 가지 유형이 될 수 있다. 하나는 이익 을 내고 힘이 남으면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적 문제를 해결하고 이익은 그 전제 조건으로 하겠다는 유형이다. 도의 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유형이 좋은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차 치하더라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소비 동 기가 크게 변한 결과로 후자의 기업에 순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순수 하게 마케팅 관점에서 말하면, 고객을 매료시키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는 '주주를 위해서'나 '고객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구를 위해서'라고 말 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 요즘 소비자 중에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또는 나를 잘 보이기 위 해 상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나다워지기 위해 상품을 구입 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각각의 소비 패턴을 '생활 부가가치형 소비', '자 기 과시형 소비', '자기 투영형 소비'라고 부르고 있는데, 시대는 점점 더 '자기 투영형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각각의 차이는 일본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 살 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70년대의 불황기에는 빨간색이나 오렌지색 을 비롯한 화려한 색깔의 냉장고와 전기밥솥이 붐을 일으켰다. 1980년 대 중반의 경기후퇴기에는 BMW나 남성용 할인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고, IT 거품이 무너진 2001년에는 에르메스 긴자 지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화제에 오를 정도였다.
불황이 계속되어도 여전히 잘 팔리는 물건이 있는데, 잘 팔리는 물건 은 다음 소비 트렌드의 징조를 보여 준다. 컬러풀한 가전제품은 1980년 대의 '맛있는 생활이 상징하는 생활 부가가치형 소비의 징조이다. BMW 같은 외제차는 1980년대 후반의 자기 과시형 소비의 전기(거품 소비)이 고, 2001년의 에르메스는 그 후 유명 브랜드 회사의 과열된 지점 만들 기로 상징되는 자기 과시형 소비의 후기(유명인 소비)이다. 그리고 2008년 부터 시작된 불황에는 10만 엔이 넘는 고급 스킨케어 화장품이 잘 팔 렸다.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자기 과시를 하는 게 아니다. 불황이 닥쳐 도 내면부터 나다워지고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것 이 현실이다.
-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단계 가설과 겹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다음 페이지의 차트 [3-2] 참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충족되 고, 그 후 성공한 배금주의자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자기 과시욕이 사 라진 후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욕구가 자기실현이다. '나다움'을 추구하 는 욕구를 기본으로 한 새로운 소비 패턴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나 다움을 추구하고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스토리다.

- 일단 포유류의 뇌는 '생각하기 위한 뇌'인 인간의 뇌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라"라고 인간의 뇌가 명령하면 포유류의 뇌는 그것이 '좋은지, 싫은지'를 확인한다. 그 답은 호불호를 판단하는 편도 핵,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묻는다. 과거에 똑같은 활동을 했을 때 '호' 라고 판단한 기억이 있다는 답을 편도핵과 해마로부터 얻으면 '좋다'고 확인하면서 문제 해결에 착수하는 것이다.
좋다고 판단한 경우, 파충류의 뇌에 근접한 측좌핵 영역에서 의욕을 일으키는 일명 '의욕 호르몬'인 갑상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TRH이 나 온다. 갑상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은 뇌의 여러 영역에까지 작용해서 뇌 전체를 각성시킨다. 특히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행동 계획의 입안과 실행을 판단하는 전두연합야를 자극한다. 그러면 뇌 속에서는 말 그대 로 불꽃이 튀는 것처럼 뉴런과 뉴런이 결합한다. 상상과 연상이 끊임없 이 확대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만드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뇌가 과제 해결을 명령하면 포유류의 뇌는 그것을 '좋다. 싫다'로 판단하며, '좋다' 로 판단하면 파충류의 뇌는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행동을 향해서 맹렬 히 돌진한다.
- 최근의 관객은 단순히 영웅의 모험으로는 더는 리얼리티를 느끼지 않으므로 영화 제작 시 여러 가지 계산이 이루어진다. 예컨대, 영화 <타 이타닉>은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관객을 100가지 이상의 유 형으로 분류하여 모든 관객이 등장인물의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사회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았던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주인공을 한 명이 아니라 캐리, 샬롯, 미란다. 사만다라는 개성 풍부한 네 명의 여성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어!"라고, 드라마를 본 여성은 누구나 확실히 한 사람에게 자기 투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질의 스토리를 접한 관객은 스토리라는 허구의 세계에 머물지 않 는다. 해당 세계관을 현실에서 체험하기 위해 스토리의 세계관을 반영 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스토리와 관련 있는 여행은 기본으로, 최 근에는 스토리에 협찬 기업의 상품을 담는 PPL product placement이 상투 적인 수단이 되고 전문 광고 회사도 다수 존재한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등장인물이 사용한 패션 제품에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캐리가 쇼핑하기 위해 맨해튼에서 운전한 차는 '벤츠 GLK'라는 콤팩트 SUV로, 이 차는 발매 당시 자동차 저널리스트에게 "보기만 해도 도망 치고 싶은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캐리가 운전한 순간, 도시에서 가장 세련된 SUV로 탈바꿈했다.
이렇듯 비즈니스에 등장하는 스토리는 PPL이 도덕적이냐, 아니냐를 토론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스토리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오랜 연구에서 비롯된 지식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자기 투영 형 소비사회에 무서우리만큼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 예전에 어떤 축구 명장이 이런 말을 했다.
“시합 도중에 관객은 절망적인 마음으로 야유하기도 하는데, 그때 나 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어?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할 따름이죠. '승리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내가 시나리오를 잘 못 읽었나?'라고 생각하며 이길 때까지 시나리오를 조정하는 겁니다." 명장은 미래의 승리로부터 역산해 현재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를 스 스로에게 묻는다. 반면에 평범한 사람은 현재 일어나는 승패의 연장으 로 미래를 조정한다. 전뇌사고 모델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목적 을 실현할 때까지 일어나는 변화를 '성공과 실패'가 아닌 하나의 정보로 삼아 개선책을 발견하는 명장처럼 자연스레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에 이런 매트릭스를 한 장 추가하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것만으로 경영 컨설턴트처럼 제안할 수는 없겠지만, 매트릭스가 없는 것에 비하면 '열심히 생각한 제안'이라는 느낌을 안겨 줄 것이다. 어쩌면 주위 사람들이 "논리적 사고를 공부했군!" 하고 감탄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논리적으로 생각했는지는 차치하고, 그때까 지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이 매트릭스를 통해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 면 그 즉시 프레젠테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각의 도형이 보는 사람 에게 안정감을 안겨 주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농담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각의 도형은 그것만으로 사람들에게 '논리적이다'는 인상을 안겨 준다. 그리고 그것은 인상에만 머물지 않 는다. 논리적 사고의 결과로 매트릭스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매트릭스 를 그림으로써 양질의 논리적 사고가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 으로 생각하고 싶다면 일단 사각의 도형을 그리는 편이 좋다.
- 실제로 새하얀 종이 앞에서 펜을 들고 사각의 도형을 그리면 시야가 더 커지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에, 선입견이나 첫눈에 반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 사이 간과했던 점이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차리는 경 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시시한 가설에서 시작해도 눈 깜짝할 사이 세련 되게 변한다. 우연히 생각난 가설이라도 그 가설이 당신 가슴을 두근거 리게 한다면, 도형을 그리며 빠르고 원활하게 더구나 즐겁게 사실에 다 가갈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매트릭스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대단히 큰 설득력을 발 휘한다. 매트릭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아하!' 하고 깨달은 내용 을 말할 때는 자연히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뭔가 신선함을 느껴서 집중해 귀를 기울이며 '아하!' 하고 깨닫게 된다. 깨달 음이 전염되는 것이다.
이처럼 도형이 본래 가진 힘을 활용한 순간, 논리적 사고는 즐거움으로 바뀐다. 이익을 낳는 도구라기보다 넓은 세계를 보는 도구다. 그러면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작업으로 들어가자. 자기만의 매트릭스 를 만드는 것이다.
- 서론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중에 '예스 세트yes set'가 있다. 어떤 사람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메시지를 스피치 초반에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단히 바쁘신 와 중에 먼 곳에서 와주신 분들도 있습니다"라는 말에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다음에도 긍정할 수 있는 내용을 말한다. "오늘의 주제를 미리 알고 오신 분도 계시고, 모르고 오신 분도 계시겠지요." 이렇게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면 청중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다. 예스 세트는 언뜻 논리적 사고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하게 한다는 목 적을 이루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논리 를 관장하는 '인간의 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위험하지 않다 고 알리는 '파충류의 뇌'를 안심시키고, 그다음에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포유류의 뇌'를 만족시켜야 한다. 사람들에게 당신 이 위험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면, 그다음에 아 무리 올바른 제안을 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 기 때문이다. 서론에서 신뢰와 안심을 안겨 주어야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올바른 제안은 올바르기 때문에 감정적 반발의 방아쇠로 작용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이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 올바른 논리 보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다양한 발언을 끌어내고 그룹을 통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로 승화하려는 인간적인 논리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원하 는 것은 '논리적인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인 논리'인 것이다. '행동하는 논리적 사고'를 하려면 머릿속으로만 앞뒤를 맞추기보다, 실제로 사람 과 관계를 맺고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의 구조인 팀 역학team dynamics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을 알아야만 비로소 실행 가능한 논리를 만들 수 있 다. 팀 역학을 배우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 올바른 전략을 논리적으로 수립해도 역풍을 약하게 할 수는 없다. 역풍을 맞고 싶지 않다면 변화가 생기지 않는 프로젝 트만 추진해야 한다. 목적 달성의 절차를 완벽하게 하면 역풍을 없앨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변화의 크기에 따른 역풍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면밀하게 짜는 사람 은 이미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기 때문에 분명히 심리적 충격은 적으리 라. 폭풍우를 예상해 나름대로 장비를 갖추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는 있지만, 폭풍우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무리 올바른 논리라도 역풍 자체를 없앨 수는 없 다.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팀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결코 궤변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위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중량의 추 가 아래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물리에서 말하는 '작용-반작용 법칙'이 다. 팀 관리에도 이런 법칙이 작용한다. 사물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려고 하면 그와 똑같은 부정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 쿠시볼 사업을 예로 들면, 당신은 "공부 습관을 들여야 할 어린아이 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라는 두근거리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실 행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여러 가지 비판이 나타난다. 대상 고객에게 접 근할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쿠시볼이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과학 적인 근거 자료가 없다, 재무적인 뒷받침이 불안하다, 진입장벽이 낮아 다른 기업도 진입할 수 있다. 히트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 것 이다 등. 당신의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제안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은 당신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전부 질문이다. "대상 고객에 접근할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라는 말은 “대상 고객에 접근할 다른 방법은 없는가?", "과학적인 근거 자료가 없다" 라는 말은 "과학적 근거 자료를 가장 빨리 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일시적인 붐으로 끝날 것이다"라는 말은 "고객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모든 비판이나 부정적인 사건을 질문으로 바꾸면 프로젝트를 추 진하기 위한 귀중한 힌트가 태어나거나, 더 넓은 시야에서 프로젝트를 정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러는 사이에 부정적 마인드는 시계 추처럼 긍정적 마인드로 바뀐다. 그러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멈추지 말 고 더 큰 시나리오 안에서 계속 부정적으로 물어야 한다.
- 중요한 것은, 혼자 올바른 논리를 구축하는 기술이 아니다. 팀 역학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고 구성원들에게서 다양한 시점을 끌어내는 기술, 그것을 일관된 행동 계획으로까지 통합할 수 있 는 기술이다. 모든 사람이 응원하는 논리를 구축해야만 비로소 머릿속 의 상상이 실현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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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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