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종 인간

역사 2023. 11. 18. 18:37

- 시어는 현생인류가 활과 화살, 아틀라틀(투창기) 등 복잡한 발사 무기를 사용한 덕분에 실질적 우위를 점했다고 설득력 있게 주 장했다. 이와 같은 무기는 이미 5만 년 전부터 호모 사피엔스의 고향인 북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쓰였다. 남아프리카에서 새롭게 발견된 유물이 7만 1,000년 전 것으로 추 정됨에 따라 이처럼 복잡한 무기의 기원은 더욱 과거로 거슬러 올 라갔다.  그러나 발사 무기는 네안데르탈인의 유해나 유적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손으로 던지는 창, 부메랑, 투척 막대처럼 던지기는 하지만 찌르지않는 무기와는 달리 발사 무기는 가벼우므로 사냥꾼 한 사람이 동 시에 여러 개를 들고 다닐 수 있다. 발사 무기는 매우 빨리 날아가 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둔한 표적뿐 아니라 작고 빨리 움 직이는 표적에도 적합하다. 또한 날아가는 동안에 공격력이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크고 위험한 사냥감이나 다른 인간을 상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발사 무기는 생태 영역을 넓히는 기술이다. 이는 5만 년 전] 이후로 유라시아인, 실제로는 모든 인간을 광범위하고 유연성 있는 생태 지위로 이끈 적응 방식 중에서도 그 특징이 가장 뚜렷하다. 생존을 위한 다른 적응과 달리 복잡한 발사 기술은 근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를 생태계의 '일반종'으로 만들었다. 진화의 경쟁 과정에 서 일반종은 언제나 '전문'을 이기는 법이다(일반종은 다양한 환 경 조건에서 서식하며 생존력이 강한 종을 말하며, 전문종은 특정 환경 에서만 서식하거나 먹이와 그 밖의 생존 조건이 까다롭고 제한적인 종을 말한다-옮긴이)."
- 현재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로는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 가설이 있는데, 이들 가설은 크게 대립한다. 기후변화 가설은 MIS 3기, 즉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이 멸 종된 바로 그 시기의 불안정한 기후변화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으 로 몰고 갔다는 주장이다. 클라이브 핀레이슨은 기후변화 가설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과학자다. 핀레이슨은 서부 유럽에서 시간에 따 라식생의 유형과 동물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나타내는 서 식지 지도를 집대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핀레이슨과 일 부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전반적인 영역은 공유했 을지 몰라도 동시대에 공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음을 지적했 다. 이것은 증명하기 매우 힘든 일이다.
- 핀레이슨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기후변화에 발맞춰 지리적 영역을 확대하거나 축소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면서 가능해진 반영구 적인 지리적 공존이다. 현생인류가 유라시아 평원에 도달한 시점 에 네안데르탈인이 이미 지역적으로 멸종했거나 드물게 남아 있었 다면 더욱 문제될 게 없다. 네안데르탈인이 지중해 지방의 극히 제 한된 지역으로 퇴각하여 다시는 유럽 중부와 북부로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현생인류가 영역을 확장할 때 지리적 장벽이나 경쟁자의 훼방이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핀레이슨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이러한 역동적인 공 존이 서식지의 환경수용력에 의존했다고 강조한다. 환경수용력이 란 특정 서식지가 무기한 먹여 살릴 수 있는 생물체 수를 뜻하는 생 태 용어다. 환경수용력은 유용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수치 를 측정하거나 추정하기가 어렵다. 핀레이슨은 당시 유라시아 생 태계가 '만원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종을 받아들 이지 못할 만큼 포유류가 넘쳐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국 네안데 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서로 직접적 경쟁 관계에 있지는 않았다는 뜻 이기도 하다.
- 핀레이슨은 두 종의 생활 방식이 상호보완적 방향으로 적응했다고 믿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덤불이나 키가 큰 풀숲에 매복하는 포식자로서 먹잇감에 접근하여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 뒤 손에 든 무기로 공격했다. 그 해석이 맞다면 네안데르탈 인이 커다란 먹잇감을 해치웠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현생인류는 장거리 발사 무기를 사용했으며 스텝 초원이나 툰드라 의 광활하고 열린 초지대를 선호했다. 이와 같은 가설은 모두 고고 학적 · 해부학적 증거로 뒷받침된다.
핀레이슨은 "종과 종 사이 또는 종 안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오늘날 현존하는 야생 개체군 안에서도 증명하기 몹시 어려운 현상이다"라며, "실질적으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경쟁 관계에 있었는지 아닌지는 밝혀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MIS 3기 의 서식지와 생태계를 재구성한 모자이크를 면밀히 조사한 뒤 다 음과 같이 말했다. “생물 기후대와 연관된 멸종의 패턴은 기후가 몰 고 온 충격이 멸종에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탐구하면서 전 세계 기후가 여러 차례 변동을 겪었다는 풍부한 증거를 무시하거나 버리는 것은 분명히 현 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아마도 4만 년 전에 일어난 캄파니아 이그 님브라이트 화산폭발이 이와 같은 격변에 포함될 것이다. 이전에도 극심한 기후변화가 수없이 찾아왔지만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에 이르게 하지 는 못했다. 어째서 이들을 마지막으로 덮친 추위가 수십만 년 동안 성공적으로 삶을 영위해왔던 한 종을 단번에 쓸어버렸을까?
- 핀레이슨은 네안데르탈인이 어리숙하고 서툴러서 또는 현생인류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자취를 감춘 게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 했다. 핀레이슨은 자신의 책에 이렇게 밝혔다. "새로 유입된 '우월 한' 현생인류와의 경쟁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초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지다. 이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유럽에서 현생인류가 등장한 다음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기 때문에 시간 순서로 보면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출현과 사멸이라는 두 사건의 발생 시점이 겹치는 이러한 우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우연이야말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과정에 현생인류의 침 입이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유일한 증거다.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처음 발견된 이후로, 네안데르탈인을 얕잡아보며 이들을 고차원적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없는 야만적 원시인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는 핀레이슨의 말은 분명히 옳다.' 그 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현생인류의 진화한 지적 능력을 드러낸다고 여겨왔던 여러 행동 양식이 네안데르탈인에게도 나타난다는 사실 이 새롭게 밝혀졌다. 오커 (염료로 쓰이는 황토 - 옮긴이) 및 기타 색소 의 사용, 장신구 착용(특정 무리나 가족, 집단의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표 시일 가능성이 큼), 그리고 해양자원이나 심지어 새까지도 잡아먹는 행동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모든 행동 양식은 한때 전적으로 호 모 사피엔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 기후변화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면, 이제 현생인류와의 경쟁 가설로 넘어가보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경쟁했다는 것을 보여줄 방법은 없을까? 여기서 '경쟁' 이 의미하는 바는 정확히 무엇일까?
경쟁에서 핵심은 자원이 제한되고 한정되어 두 종이 함께 나누 어 쓰기에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 중요한 개념은 보통 가우제의 법칙Gause's law' 또는 '경쟁. 배타의 원리 (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좋은 공존할 수 없다는 생태학 법칙- 옮긴이)로 불린다. 이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한 종이 경쟁자인 다른 종을 몰아내거나 멸종시킨다. 자원 자체뿐 아니라 자원을 사용하는 방법 또한 종종 경쟁의 대상 이 된다. 종간 경쟁을 설명하는 이 전통적 개념은 원래 1910년에 통계학자 앨프리드 로트카Alfred Lotka가 주창했고, 1926년에 이탈리 아 수학자 비타 볼테라vita Volterra가 발전시켰으며, 1960년 러시아 생태학자 게오르기 가우제 Georgy Gause가 재구성했다.
- 사실 큰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은 위험할뿐더러 예측할 수도 없는 식량 획득 전략인데도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현생인류 모두 사 냥에 상당히 의존했다. 애리조나 대학교의 메리 스티너 Mary Stiner와 스티븐 쿤steven Kuhn은 다양한 먹이 유형을 분석해 먹이를 구하고 처리하는 비용과 상대적으로 그 먹이를 통해 얻어지는 열량과 영 양소를 따져 생산성을 비교했다. 이에 대해 스타이너와 쿤은 신중 하게 말했다. "대형 먹잇감 사냥은 평균 수익이 대단히 높긴 하지 만, 언제 잡힐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먹이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 육식에 의존하는 집단일수록 아이들과 임신부 또는 수 유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이 들쑥날쑥 공급될 경우, 번식력이 제한될 것이다. 구세계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이어온 중기 구석기 시대의 생활 방식을 보면 이들 사회에서 성인 여성은 어느 정도 번식에 성공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식사 시간을 예 상할 수 없고, 여성끼리 협력해야 하며, 사냥 작업을 돕기 위해 가 까이 대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번식력은 아주 낮았을 것이다. 중기 구석기 시대에는 인구가 크게 불어나지 못했고 집단은 수시로 와해되었다."
스타이너와 쿤은 유라시아 생태계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생존 성공률이 크게 차이난 이유는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불 안정한 식량 공급을 보완할 수단이 확실히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 장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예비 식량이 현생인류보다 훨씬 제 한적이었음을 암시한다.
- 발굴된 매머드의 뼈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보기엔 전체 골격에서 빠진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매머드의 팔다리뼈, 척추뼈, 갈비뼈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매머드는 말 그대로 '매머드급 크기의 동물이므로 엄청난 양의 뼈를 남겼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스파이 동굴 유적지에서 발굴된 매머드 뼈는 거의 모두가 두개골 파편들이었다. 벨기에 고생물학자 미예제 거몽프레Mietje Germonpré 연구팀은 사냥꾼들이 매머드의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 먹 기 위해 머리 부분을 집까지 가져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뇌에는 육식에 치중된 호미닌의 소화에 필요한 지방질이 풍부하다.
사냥 대상이 된 매머드의 나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죽은 매머드의 연령대를 조사해보면 네안데르탈인들이 매머드 무리 중 에서 무작위로 희생자를 골랐다고 보기 어렵다. 스파이 동굴에서 발견된 매머드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발견된 매머 드 어금니 56개 중에서 대략 74퍼센트가 열두 살이 안 된 매머드의 이빨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발굴된 어금니의 55퍼센트가 두 살이 채 안 된 매머드의 것이었는데, 현생 아프리카코끼리 경우에 두 살 은 어미젖을 떼기도 전인 나이다. 이것만 보아도 네안데르탈인이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아주 어린 매머드 개체를 노려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매우 효과적인 사냥 전략이다. 미국 유타 주립대학교 야 생동물 생태학자 찰스 E. 케이Charles E. Kay는 이렇게 말했다. "잡기 힘든 먹잇감일수록 포식자는 무리 내에서 부실하거나 어린 개체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따라서 둘 이상의 포식자가 같은 종을 잡아먹는다면 비효율적인 포식자일수록 전성기의 동물을 사냥하 지 못할 것이다. 
- 초식동물 뼈 외에도 늑대와 동굴곰, 동굴사자와 같은 육식동물 뼈가 스파이 동굴에서 발굴된 뼈의 일부인 것을 보면 이들 포식 자가 네안데르탈인과 먹이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고 짐작할 수 있 다. 발굴된 뼈에서 그 모습을 유추한 것이지 증명된 바는 아니지만, 동급의 다른 포식자를 처치했다는 것은 길드 내부에서 경쟁이 일어 났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스파이 동굴 외에 아주 어린 매머 드뼈 다수가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유적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매머드를 주식으로 삼기는커녕 자주 먹지도 못했다. 그들은 장비목을 두고 현생인류와 경쟁해야 했다. 첫 번째 로 현생인류는 약 4만 5,000년에 유라시아에 도착한 이래로 오랫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온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그런데 약 3만 2,000년 전부터 두 번째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때부터 약 1만 5,000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어떤 네안데르탈인 유적지에서도 목격된 적 없는 엄청난 수의 매머드를 죽이고 그 사체를 다양한 용도로 썼다. 당시는 그라베티안 시대였는데, 몇 마리에서 수백 마리나 되는 죽은 매머드 뼈가 쌓인 수많은 매머드 무덤이 발굴되었다. 그 무렵 네안데르탈인은 인구가 엄청나게 줄었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 새로운 포식자가 들어오면 생태계에는 근간이 흔들리는 엄청난 동요가 일어난다. 미국 오리건 대학교의 윌리엄 리플William Ripple 과 유수의 생태학자들은 생태계에서 대형 육식동물이 차지하는 위 상을 논한 리뷰논문을 썼다. 그들은 이렇게 밝혔다. "전통적으로 대 형 육식동물은 자신이 속한 먹이사슬 아래에 위치한 초식동물과 식 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새롭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들이 중간 육식동물을 조절함으로써 먹이 사슬 바깥의 다른 종에까지 영향력이 폭넓게 퍼진다. ......대형 육 식동물은 잠재적으로 이중적 역할을 한다. 첫째, 포식을 통해 대형 초식동물의 수를 조절한다. 둘째, 길드 내부의 경쟁을 통해 중간 육식동물의 수를 제한하여 결과적으로 여러 차원의 먹이사슬 경로를 따라 생태계 구조를 결정한다. 이 두 방식이 생태계 기능의 속성과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침입종의 등장은 토착종 멸종의 주요인으로 여겨 진다. 먹이종이 멸종하거나 먹이 양이 달라지는 것은 명백히 포식 자의 침입이 불러온 결과다. 포식자가 많아질수록 초식동물을 더 많이 먹어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의 경우만큼 두드러지지 않을지 는 모르지만 포식자가 초식동물의 수를 억누르면 초식동물의 먹이 였던 식물의 다양성과 개체 수가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멸종은 침 입종과 생태적으로 가장 비슷한 종, 즉 유력한 경쟁자 가운데서 가장 흔하게 일어난다.
- 레반트, 즉 오래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기후변화에 직면했던 그곳에서 우리는 핀레이슨이 재구성한 시나리오와는 상충하는 호미닌의 기후 선호도를 보았다. 10만~7만 5,000년 전 (MIS 5~MIS 4기) 이후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중동 지방의 여러 지역을 교대로 차지했다. 아마도 기후가 변하면서 달라진 동 식물상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크리스 할린 Kris Hallin 연구팀이 이들 지역에서 진행한 동위원소 연구 결과에 따 르면, 기후가 추워지면서 자취를 감춘 것은 네안데르탈인이 아니 라 오히려 현생인류였다. 카프제와 스쿨 유적지를 조사한 할린 연 구팀은 현생인류가 가젤보다는 야생 염소를 더 많이 먹었다는 사 실을 알아냈다. 탄소-12와 탄소-13 비율로 보면 염소는 특정 계절 에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건조한 초원에서 풀을 뜯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빙하기인 MIS 4기 동안에 아무드와 케바라 지역 동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가젤을 더 많이 잡아먹었다. 가젤은 기후가 더 차갑고 1년 내내 비가 오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다시 말해 레반트의 기후가 춥고 건조해지면 현생인류는 나가 고 네안데르탈인은 들어왔다는 말이다. 이는 유라시아에서 네안데 르탈인이 더 따뜻한 기후를 찾아 물러났고 현생인류는 그 혹독한 서식지에 머물렀다는, 핀레이슨이 제안한 패턴과는 완전히 반대된 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기후의 좋고 나쁨을 따질 게 아니라 변화 무쌍한 기후 앞에서 둘 중 어느 종의 적응력이 더 뛰어났는지에 관 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계산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기초대사율과 활동대사량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현생인류가 살았던 추운 서식지의 평균기온은 영하 2.2도인 반면,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곳의 평균 기온은 6도로 확실히 더 따뜻했다. 추위가 지배하는 시기에 네안 데르탈인은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만 생활했다는 뜻이다. 대조적 으로 현생인류는 더욱 혹독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 랬다. 이러한 차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의 경쟁과 기 후변화 문제가 추울수록 더 치열했음을 암시한다. 이는 또한 두 종 이 살았던 온대 및 열대 지역의 연 평균기온이 별 차이가 없다는 사 실로도 강하게 뒷받침된다. 따라서 이들이 유럽에서 거주한 시기 의 기후 조건은 레반트에서 보인 것과는 달랐다. 레반트에서는 설 령 '추운 날씨라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만큼 춥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기후에 상관없이 모든 지역에서 남성과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에너지 필요량은 현생인류보다 7~9퍼센트가량 높았다. 네안데르 탈인의 몸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추운 서식지는 따뜻하거나 더운 지역에 살 때보다 두 호미닌 모두에게 훨씬 과중한 에너지 부담을 안겼다. 두 호미닌 남성 모두 한대 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1,200킬 로칼로리의 열량이 더 필요했다. 임신이나 수유 중이 아닌 여성의 경우 한대 지역에서 하루 평균 800킬로칼로리의 열량이 더 필요했 다. 아이들은 몸집이 작아 체온이 더 빨리 떨어지므로 추위에 더욱 취약하다. 현생인류보다 몸집이 컸던 네안데르탈인은 하루 평균 275킬로칼로리를 더 소모했다. 그러나 이처럼 네안데르탈인에게 불리한 조건은 커다란 몸집과 많은 근육량 덕분에 체온이 떨어지 는 속도가 느리다는 측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상쇄되었다.
- 한대 기후에서는 임신과 수유를 지속하기 위해 엄청난 열량섭취가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여성의 일생에서 수유하는 기간에 는 가장 많은 에너지가 요구된다. 다양한 포유류를 대상으로 조사 한 결과, 임신했을 때 필요한 추가 열량은 번식기가 아닌 때의 일 상적인 열량 섭취에 비해 20~30퍼센트 정도 더 높았다. 그런데 수 유 중에는 평상시 필요량보다 최소 35퍼센트, 많게는 145퍼센트의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기 때문에 같은 기후 조건이라면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현생인류 여성보다 임신과 수유 기간 중 필요한 대사량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미국 네바다주 토지관리국의 브라이언 호켓 Brian Hockett은 임신 한 네안데르탈인 여성과 수유를 하는 네안데르탈인 여성에게 필요 한 열량 섭취량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다. 호켓은 하루에 필요한 열량 수치(약 5,500킬로칼로리)를 현대인에게 익숙한 용어로 바꾸었다. "현대인의 패스트푸드 식사로 따졌을 때, 임신 중인 네안 데르탈인 여성은 하루에 라지 사이즈 치즈버거 10개(아침에 3개, 점심 에 3개, 저녁에 4개) 또는 치킨 너겟 17봉지 (아침에 5봉지, 점심에 6봉지, 저녁에 6봉지)를 먹어야 한다. 이러한 비유로 임신한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하루에 소비한 음식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 맥도날드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매일 이렇게 많은 단백질과 고지방 음식을 구하기는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그 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임신한 네안데르탈인 여성이 강도 높은 일상적 신체 활동과 함께 매일 5,500킬로칼로리의 육상 포유류 고 기를 섭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결과는 '죽은 네안데르탈 인'일 것이라고 호켓은 단언했다. “이러한 식단을 유지했을 때 네안 데르탈인이 목숨을 잃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매일 그렇게 높은 필수 열량을 채우려면, 엄청난 양의 살코기와 내장을 섭취해 야 한다. 그렇다면 필수영양소가 심각한 수준으로 과잉되거나 결핍 되었을 것이다. 또한 육식에 기반을 둔 육상 포유류 식단에는.. 필수영양소가 다양하게 들어있지 않다. 다시 말해 네안데르탈인이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초식동물(들소, 사슴, 토끼, 야생 염소)을 먹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여러 필수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식품군을 먹는 것(초식동물에 치중한 육식이 아 닌 채식 또는 수산물 섭취 등을 의미함-옮긴이)뿐이다."
호켓은 실제로 잎이 달린 녹색 채소나 기타 식물성 먹거리가 네안데르탈인 식단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현생인류가 채식을 했다는 증거는 고고학 기 록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 시기 호미닌의 식단을 이해하는 부분 에 커다란 공백을 남겼다.
- 강건한 네안데르탈인조차 철저한 육식 위주의 식단으로는 버티기 힘들었을 상황에서 작고 연약한 현생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 을까? 더구나 먹을 풀과 나뭇잎을 찾기 힘든 추운 지역의 겨울에 말 이다. 아마도 식단 변화 (네, 샐러드 많이 먹으면 좋지요) 외에 엄청난 대사필요량을 줄이기 위해 행동 양식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프로엘과 처칠은 현생인류는 약 4만 5,000년 전부터 뼈로 만 든 바늘을 사용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고고학 증 거를 인용했다. 현생인류가 바늘로 만든 옷은 아마도 네안데르탈 인이 입었던 느슨하고 엉성한 가죽옷보다 추위를 더 잘 막아주었 을 것이다. 또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효율적인 화덕 과 은신처를 보유했다는 증거도 일부 발견되었다. 현생인류는 네 안데르탈인보다 뛰어난 문화적 완충재를 갖추었고 그 덕분에 추위를 버티는 데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어느 정도까지는 낮춘 것으로 보인다.
존 시어는 현생인류가 자신들이 발명한 원거리 무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사냥하면서 에너지 를 아꼈다고 주장했다. 만약 먹거리를 구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이 네안데르탈인보다 적었다면, 현생인류는 남 는 에너지를 번식이나 양육에 쏟아부어 (이미 잘 알려진) 인구 증가 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 이었다. 더구나 추위가 지배하는 시기에 말이다.
- 동굴곰 이야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완전한 초식성인 동굴곰은 현생인류와 먹이경쟁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자원을 두고 경쟁했다. 1차적으로는 식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동굴 을 두고 말이다.
갈색곰은 동굴곰이 멸종한 뒤에도 목숨을 부지하여 오늘날까 지 살아남았다. 경쟁하던 모든 동굴곰이 사라진 뒤 갈색곰은 동굴 곰이 차지했던 생태 지위로 이동했고 채식을 늘리고 육식을 줄였 다. 물론 무시무시한 사냥꾼이자 경쟁자인 현생인류와는 여전히 한 지역에서 살았다. 그러나 갈색곰은 근본적으로 곰이 진화하면서 적 응 특성인 탄력적인 먹이 선택 전략으로 현생인류와의 먹이경쟁 압 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현생 갈색곰은 동굴이 아닌 다른 은 신처를 보금자리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덕분에 현생인류와 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 호미닌이 처음 동물을 사냥한 순간부터 사냥한 먹잇감을 사체청소부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사활이 걸린 매우 위험 한 일이었다. 이때 호미닌이 취한 기본 전략은 날카로운 도구로 재 빨리 살덩어리를 도려낸 경쟁자의 위협이 덜한 곳으로 자리를 옮 기는 것이었다. 바로 네안데르탈인이 스파이 동굴에서 매머드를 처 리했듯이 말이다. 스파이 동굴에서는 지방과 영양분이 풍부한 매 머드 머리 부분이 가장 많이 발견되었다. 반면 몰도바 제1구역의 네안데르탈인은 매머드의 어깨뼈, 두개골, 상아 그리고 엉덩이뼈 를 선호했는데, 대개 살점이 붙어 있지 않아 깨끗한 이 부위들은 모 두 매머드 뼈 집을 짓는 데 유용했다.
- 매머드 사냥의 성공률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은 현생인류 때문임이 틀림없다. 털매머드 1마리가 쓰러지면 풍성한 잔칫상이 차려졌다. 미국 리노의 네바다 대학교 소속 게리 헤인 즈Gary Haynes는 매머드 성체 1마리에서 약 500킬로그램의 고기가 나온다고 추산했다." 나는 헤인즈가 수치를 너무 낮게 잡았다고 생 각한다. 그 이유는 살아 있는 포유류에서 나오는 고기의 근수는 대 부분 전체 몸무게의 60퍼센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매머드 성체 1마리에서 나오는 고기 양은 헤인즈가 추산한 양보다 거의 4배 이상 많아야 한다. 더구나 매머드 사체에는 버리지 않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고기와 지방이 훨씬 많았다. 

- 전체 자료를 통계 · 분석하면 세 가지 핵심 결론에 도달한다. 그중 일부는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질문을 넘어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첫째, 이 연구는 현생 개가 유럽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강하 게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 중, 살아남은 미토콘드리아 DNA 계통 이 가장 일찍 모습을 드러낸 표본이 유럽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과 거에 적은 양의 미토콘드리아 DNA 표본을 가지고 수행한 연구에 서 현생 개의 기원을 중동이나 중국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발견은 개가 가축화된 위치를 파악하고 가축화의 기원을 식 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둘째,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 ·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축화된 개의 기원은 3만 2,100~1만 8,800년 전이다. 이 기간 은 고예 동굴의 늑대개를 포함한 벨기에 원시 갯과 동물의 전체 연 대 범위를 아우른다. 따라서 개의 가축화는 고예 늑대개의 시대와 동일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의 가축화는 인간이 다른 짐승을 길들이고 농작 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약 9,000년 전보다 훨씬 전에 이루어졌다. 
이는 개를 길들인 인간이 신석기 시대의 농부가 아니라 수렵 채집인이었음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개의 가축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이론적 시나리오를 반박한다. 레이 코핑어 Ray Coppinger 와 로나 코핑어 Lorna Coppinger가 밝힌 이 시나리오는 늑대가 마을의 쓰 레기장 주위를 배회하다 서서히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성이 생기면 서 스스로 개로 길들여졌다는 주장으로 지금까지 여러 논문에서 거듭 인용되었다.  그러나 개의 가축화가 농업의 시작, 마을의 정착, 쓰레기장보다 수천 년 앞서 일어났다면 현생 개의 진짜 조상은 쓰레기장이 아닌 다른 경로로 인간과 머무르기 시작했어야 한다.
-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동물행동학자 발레리우스 가이스트valerius Geist는 코핑어의 시나리오에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쓰레기장은 늑대를 길들이는 매개체가 아니라 도리어 인간을 향한 공격성을 키 우는 무대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에게 익숙해지고, 그들 이 버린 것을 먹고, 멀리서 인간 행동을 자세히 지켜보면서 늑대는 얌전하게 길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처럼 독특하고 특이한 늑대개 집단의 존재가 네안데르탈인 의 멸종을 비롯해 이 시기 유라시아에서 일어났던 여러 이상한 사건을 이해 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개골이나 턱뼈 분석을 통해 늑대-개로 식별된 뼈 대다수가 매머드 메가 사이트에서 발굴되었고, 이 장소들은 현생인류의 사냥 능력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향상했음 을 입증한다. 현재까지 매머드 사냥이 효율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석기 도구의 발전에서 찾는 고고학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나의 가설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설명하겠다. 나는 이 이상한 늑대개 집단이 실제 첫 번째 가축화 시도의 산물이었으며, 이것이 매머드 메가 사이트를 이룩한 현생 인류의 획기적인 사냥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가설을 세웠 다. 식량, 특히 지방이 풍부한 매머드의 사체로 식탁이 풍성해졌고, 이는 현생인류의 인구와 활동 영역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연료 가 되었다.
- 이처럼 현생인류 인구가 늘어나고 그들이 먹잇감을 사냥하는데 훨씬 능숙해지면서, 길드 내부의 경쟁도 차츰 심해졌다. 네안데 르탈인은 현생인류의 침입 초기 단계에 일찌감치 멸종했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적어도 남아 있던 다른 포식성 종들은 인간이 늑대개 와 함께 사냥하면서 싸움 기술이 향상되는 바람에 (늑대개를 길들였 다는 전제 아래) 멸종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되었을 것이다. 조력자의 도움으로 강화된 사냥 기술은 그나마도 목숨을 부지하던 최후의 네 안데르탈인의 숨통을 끊어놓았을 것이다.
나의 가설로 설명되는 한 가지 현상은 매머드 메가 사이트가 처음으로 생성된 시기가 유전적 · 형태적으로 특별한 늑대개의 등장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현생인류는 약 20만 년 전부터 아프 리카에서 장비류를 사냥해왔지만, 유라시아에 진출하기 전에는 털 매머드와 늑대라는 조합과 맞닥뜨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자칼, 아프리카들개, 에티오피아늑대, 하이에나, 치타, 사자 등 이론적으로는 가축화가 가능한 대형 아프리카 육식동물들 은 가축화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역사상 현생인류가 사냥을 거들 게 할 목적으로 육식동물을 길들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 다. 매머드 화석이 대량으로 발굴된 유적지 중에서 침입자 현생인 류의 등장 이전 또는 늑대개가 출현하기 전에 형성된 것은 없다. 늑대개의 출현이 두개골과 턱뼈 형태의 통계 · 분석을 통해 확인 된 것이든, 게놈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든 간에 말이다.
- 늑대개는 인간이 생태계를 착취하는 데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더 다양한 먹잇감을 사냥함과 동시에 사냥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말이 다. 스티너와 쿤은 초기 현생인류가 다양한 방법으로 식량을 구함 으로써 인류에 대응하는 생태계의 환경수용력이 높아졌다고 언급 했다. 22 스티너와 쿤이 초기 개의 가축화로 생긴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늑대개와의 사냥은 분명히 식량을 구하는 데 새로 운 기회를 만들고 기존 방법을 개선시켰을 것이다.
늑대개와의 협업으로 생기는 또 다른 명백한 이점은 단위시 간당 사냥꾼 한 사람이 벌어오는 고기의 근수는 늘어나면서 상대 적으로 사냥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앞 서 말했듯이, 거몽프레 연구팀이 판별한 늑대개는 크고 강한 짐승이었다. 토론토 대학교의 찰스 아널드 Charles Arnold는 북극에 사는 현생인류가 환경에 적응해온 이야기를 썼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쪽 지방 민족의 개 가축화에 관한 민족지 자료에 따르면, 개는 썰매를 끌고, 짐을 운반하고, 빙하에 바다표범이 뚫어놓은 숨구멍 을 찾고, 사냥할 때 사향소를 꼼짝 못하게 잡아두고, 야영지에 침 입한 외지인을 경고하는데 쓰였으며, 털가죽과 식량자원으로도 사 용되었다. 따라서 가축화된 개는 과거 이누이트족과 그들의 선사 시대 조상인 네오에스키모의 적응 전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고기를 얻는 것이 1차적 목적이라면, 가축화는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왜냐하면 끼니 때가 되어 가축 우리 안으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골라서 들고 나올 수 있기까지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는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가축은 먹이원으로서 유용함이 충분히 입증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식량으로 취급되기 훨씬 전부터 굳이 죽이 지 않고도 얻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2차 생산물'이라는 말보다 더 나은 용어)을 제공한 종들이 있다. 여기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란 우유 나털, 견인력, 사냥, 보호, 청소(음식 찌꺼기나 기타 인간이 먹을 수 없 는 물질을 대신 먹어주는), 그리고 새끼를 많이 낳는 능력 등이 있다.
- 적절한 예로 그루지아공화국에 위치한 주주아나 동굴의 후기구석기 지층에서 발견된 아마 섬유질과 산양 털이 있다. 이유 물은 3만2,000~2만 6,000년 전의 것으로 꼬아서 매듭을 짓고 염 색까지 되어 있었다. 또한 파블로프 제1구역에서도 이처럼 진흙에 직조된 섬유질의 흔적이 수없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들 유물은 약 9,000년 전 현생인류가 양이나 염소처럼 털 있는 가축을 기르기 휠 씬 이전부터 이미 동물 털과 식물성 섬유를 가공하는 기술이 상당 히 정교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다.
나는 동물을 가축화한 가장 원천적인 이유는 '살아 있는 도구'를 창조함으로써 인간이 자신이 가지지 못한 동물의 유용한 능력을 빌리 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늑대가 개로 전이해가는 과정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인간은 늑대와 개를 길들임으로써 장거리를 빨리 달리는 능력, 냄새로 먹잇감을 추적하는 능력, 먹잇감을 둘러싸고 위협해 붙잡아두는 능력, 그리고 필요하다면 먹잇감을 직접 공격하는 능 력을 얻었다. 만약 이런 특성과 능력을 지닌 종이 인간과 함께 일 한다면, 양쪽 모두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은 줄이면서 사냥꾼(인간 이든 개든)당 더 많은 고기를 더 빨리 얻는 혜택을 누렸을 것이다.
- 인간이 흰색 공막을 통해 시선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향상한 것처럼 늑대 얼굴과 눈 색깔 역시 시선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적응된 것처럼 보인다. 연구팀이 지적했듯이, 가축화된 개는 시선 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늑대의 유전적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을뿐 더러, 인간을 응시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늑대보다 두 배나 더 길 다. 이는 인간이 개를 가축화할 때 인간을 바라보는 시간이 긴 개체를 선택 적으로 교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개와 인간 모두 시선을 통해 시각 적 의사소통 기술을 개선하는 데 적응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가.
- 개는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이 지시를 내리거나 안내해주길 기다린다. 개는 사람의 행동을 모방해 문제를 해결한다. 개는 가리키 는 행동, 자세, 시선 처리와 같은 인간의 몸짓을 따라 한다. 심지어 개는 의사소통 신호로 시선을 인간에게 돌려 눈을 마주치기도 한 다. 그러나 야생 늑대는 그러지 않는다. 야생 늑대는 심지어 인간 이 자신을 오래 쳐다보는 것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해석한다.
나는 흰색 공막이 인간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이 형질이 인간 사이에서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사냥하는 늑대-개와 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늑대개가 인간의 시선이 의미하는 바를 읽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단지 현생인류보다 빨리 뛰고 냄새를 잘 맡는 갯과 동물을 넘어서 더욱 유용한 사냥 파 트너가 되었을 것이다. 개의 조상인 늑대는 분명히 다른 갯과 동물보다 뛰어나게 시선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개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간에게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아직까지 흰색 공막의 유전적 근거를 밝힌 연구는 없다. 일단 흰색 공막을 유발한 유전자가 밝혀지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의 게놈을 조사해 흰색 공막을 가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러나 흰색 공막 돌연변이가 현생인류에게서 우연히 더 많 이 생겼다면 그 특성은 갯과 동물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을 개선 하고 가축화를 촉진했을 것이다. 반대로 네안데르탈인에게 흰색 공 막이 드물게 나타났다면 이는 이들이 늑대개나 인간과 함께 일하 는 능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반려견의 눈을 보고 그들의 감정을 읽으며 즐거워한 다. 이것은 유대감의 일종이다. 개 역시 이 점에서 인간과 똑같이 느끼며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의 눈을 바라본다. 흰색 공막이라는 돌 연변이 형질이 만들어낸 변화는 인간이 개와 상호 의사소통하는 데 핵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 형질은 우리 종이 네안데르탈인보다 오래 생존하 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 회색늑대는 오늘날 더 추운 곳에 살지만, 당시에 춥고 건조해진 날씨가 네안데르탈인과 수많은 포식자가 머물던 서식지에 큰 영 향을 미쳤다. MIS 3기의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는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고생 종들의 개체군 크기와 지리적 분포를 감소시키는 역할 을 했을 것이다. 시간에 따른 전 세계 기후변화를 연구한 바에 따 르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 동안 더 춥고 혹독한 기후가 몰아닥쳤던 대륙에서는 더 많은 생물 종이 멸종했다." 그러나 기후변화 자체 만으로는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으로 이끌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기 후변화에 덧붙여 길드 내부에서 가속화된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문 제가 더욱 심각해졌고, 대사필요량이 높은 네안데르탈인은 극심한 혹한기를 만나 더욱 힘겨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가 목격한 것 은 생태계에서 다른 모든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생인류라는 침 입종이 야기한 전형적인 연쇄반응이었다.
- 인간이 늑대를 개로 가축화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했으며,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인간이 동 물을 처음으로 가축화한 것은 인간 진화의 과정 중에서도 커다란 도약이었 다. 이는 최초로 도구를 발명한 것과 맞먹는다. 다른 종을 가축화한 것은 인간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따라잡기 어 려운 먹잇감을 잡기 위해 빨리 달릴 필요 없이 우리보다 빨리 달리 는 다른 종과 동맹을 맺기만 하면 되었다. 우리는 후각과 시각을 발 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늑대로부터 이러한 능력을 '빌릴 수 있었 기 때문이다. 가축화는 인간이 여러 서식지와 대륙을 침입하고 개체군 수를 늘리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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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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