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와 인도 소액금융산업 붕괴, 슈퍼박테리아 출현과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들 사건·사고에는 “세상을 뒤흔들었다”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관련된 사람들이 각종 경고신호를 무시하거나 외면해 위기를 키웠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2월13일자 A30면 기사 ＜베이조스·폴먼처럼 멀리 봐야 오래 간다＞는 무엇이 사회나 조직을 궁극적인 성공이나 실패로 이끄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지금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과 기업, 사회 모두 즉각적인 결과를 주는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비나 벤카타라만 MIT 교수는 ‘근시안(近視眼)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포사이트(foresight, 선견지명)’라고 말합니다. ‘포사이트’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실행에 옮기는 능력을 말합니다. “포사이트를 갖는다면 기업은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자치단체들은 번영할 것이며, 문명은 예측 가능한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CEO(최고경영자)와 폴 폴먼 유니레버 CEO는 ‘포사이트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리더입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분기별 수익과 단기 주가를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객을 얼마나 늘려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회사 수익은 성장을 위해 재투자했고, 주주들에게 배당금도 거의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전(反轉)’이 일어났습니다. “1997년 주당 5달러 안팎이던 아마존 주가는 20년 뒤 1000달러가 넘었다.”
폴먼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 유니레버의 CEO가 됐을 때 자신의 재임기간이 아니라, 한 세기 넘게 회사가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팜오일 같은 천연 원재료의 공급망을 관리하기 시작했고 분기별 수익 예측에 대한 발표를 멈췄습니다. “정체 일로였던 유니레버의 영업이익은 그의 재직기간 동안 두 배 넘게 늘었다. 기업의 지속 가능 목표를 달성한 성과를 인정받아 실적 개선에 따른 상여금 외에 추가 보너스도 받았다.”
리더가 ‘포사이트’를 발휘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작은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내일 예정돼 있는 축구경기 때 비가 올 것이란 걸 안다는 것과, 그 경기를 보러 갈 때 실제 우산을 들고 가는 것 사이의 차이다.” 예측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미래와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게 ‘포사이트’입니다. “예측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대비(對備)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고,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조직해야 할 시스템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포사이트’를 기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불편한 미래라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 나쁜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