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휴대폰의 신세계를 열었지만, 당대의 모든 혁신 기술을 끌어 모은 결과물은 아닙니다. 최고의 화소, 메모리칩, 터치스크린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전화기’가 아닌 ‘꺼지지 않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개념(concept)을 먼저 확실하게 하고, 그 안에서 기술을 적절하게 수용했을 뿐입니다.
한국경제신문 6월26일자 A24면 기사 <주목! 이 책, 컨셉추얼 씽킹>은 일본 경영컨설턴트 요시카와 데쓰토가 강조하는 ‘최적(最適)의 사고력’을 소개했습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해야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결정한 뒤 본질에 도움이 되는 일을 먼저 하면 된다. 나머지는 버려라.”
요시카와가 주창하는 ‘컨셉추얼 씽킹(conceptual thinking: 개념적 사고)’은 복잡한 일이나 상황을 ‘개념’으로 이해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는 생각기술입니다. “논리↔직관, 주관↔객관, 장기↔단기, 전체↔부분과 같이 양극단에 있는 시점을 자유자재로 왕복하는 사고를 통해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F1 자동차 경주대회를 예로 들면 이런 얘기입니다. “팀 승리를 위한 요소를 찾아내보자. 엔진출력, 차체 중량, 차체 표면적, 타이어 종류, 카레이서의 운전실력, 최고속도, 평균속도…. 무엇이 본질일까?” 각 요소는 서로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엔진출력이 높거나 차체가 가벼우면 최고속도가 높아질 것이고, 카레이서의 운전 실력이 좋다면 곡선구간에서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본질’입니다. “본질만 놓고 볼 때 최고속도가 무슨 소용이며, 운전 실력이 무엇이 중요한가. 평균속도가 상대보다 앞서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 앞에 놓일 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려고 애씁니다. 그러다가 ‘찾아낸 자료’에 매몰돼 불필요한 요소를 과대평가하거나 정작 필요한 요소를 간과하기 십상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문제가 처음보다 더 복잡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념적으로 전체를 파악하고, 그 안의 현상과 상황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 추상적 사고와 구체적 사고를 번갈아 하는 ‘컨셉추얼 씽킹’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고객이 원하는 적절한 사양을 뽑아내기 어렵다.” 추상적인 생각 없이 ‘사용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춰 제품개발 계획을 세울 때 일어날 결과는 뻔합니다. “다른 회사와 엇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는 어렵다.“
주관적인 사고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여줍니다. “주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결정을 잘못 내린다고들 하는데,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객관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결정한 뒤 그 결과를 객관화하면 더욱 쉽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