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0'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7.30 ‘귀납의 시대’가 왔다
  2. 2020.07.30 AI 시대 내 일의 내일
  3. 2020.07.30 플랫폼 승자의 법칙

1888 뉴욕 맨해튼에 문을 음식점 카츠델리카트슨은파스트라미(양념한 소고기를 훈제해 차갑게 식힌 ) 샌드위치 100 넘게 뉴요커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다. 영화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개업 이후 메뉴의 맛과 인테리어를 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을 제이크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 최선의 변화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724일자 A24 톱기사 종이신문 위기감지한 WSJ, 과감히 디지털 택했다>는 기업들이정체성혁신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짚었습니다. “기업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좋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카츠델리카트슨은 정체성을 고수함으로써 성공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반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미디어가종이 없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도 환경을 외면한 탓입니다. “기업 혁신을 위해선 연역(演繹) 아니라 귀납(歸納)으로 변화에 접근해야 한다. 특정 답을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과 환경에 최적화된 답을 찾는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연역법을 택했습니다. “누구도 우리에게 도전하지 못한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경영을 밀어붙였습니다. 구독자가 줄고 온라인 경쟁에서도 밀리는 신세가 됐고, 폭스에 합병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랐습니다. 온라인사이트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종이 일변도 구조를 중단했고, 변화에 탄력이 붙으면서 온라인 시대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무엇을 시작하고 중단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미국 경영전문가인 앨런 애덤슨과 조엘 스테켈은 기업 변화의 성패를 가르는 번째 요인으로 자신을 알라 경구(警句) 꼽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최우선 승부처, 가장 잘하는 분야, 정체성을 분석하지 못하고 아집에 사로잡히거나 변화라는 겉치장만 하면 망한다.” 그리고는 기업이 당장 변화에 나서야 위험신호 일곱 개를 일깨워줍니다.

실적과 관련한 숫자: 분기별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드는 등의 조기경보를 무시하지 말라. 브랜드 가치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대신 가격경쟁에만 나서는 : 가격이 중요한 경쟁의 무기가 된다는 브랜드 파워가 약해지기 시작했다는 위험신호다.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 데이터 수집은 기업이 향후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분석할 재료를 얻는 것인데, 데이터 자체에만 집중하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위험신호는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비치는 기업이미지가 점점 나빠진다. 오만함에 머문다. 지나치게 안전만을 추구한다. 기업 리더가 오로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며 조직 소통을 외면한다. 이런 위험신호를 놓치지 말면서 혁신 방향을 제때 잡아나가야 합니다. “지킴과 변화라는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것입니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필사적인 자기 성찰과 위험 분석만이 성공의 길이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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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내 일의 내일

IT 2020. 7. 30. 12:02

- 컴퓨터와 법률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에는 몇 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로 엄청난 양의 정보,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빅데이터를 다루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둘째, 법률 체계가 수학적 프로그래밍, 즉 코딩의 논리적 사고 전개 방식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셋째, 수사-기소-재판-집행으로 이어지는 사법 절차가 정형 반복적인 업무로 자동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률에 정보기술(IT)를 접목한 디지털 자동화 프로세스가 바로 '리걸테크'이다. 그러나 법률 AI는 리걸테크를 한 단계 넘어선 존재이다. 전기 청소기가 로봇 청소기로 진화했다고 할까. AI 법률가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학습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최종 분석과 추론 결과를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정리해 의뢰자에게 전달한다. 문서와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를 읽고 쓰는 작업은 물론, 음성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도 있다.
- 한국은 특히 EMR 보급률이 96%에 달함. 건강보험공단에서 100만 건 이상의 임상 정보표본을, 심사평가원에서 8만 7,000여 개의 진료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의 양만으로 따 졌을 때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헬스케어 선진국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제 도 개혁에 미진해서 아직도 헬스케어 후진국으로 남아 있다. 대 표적인 예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의료의 미래상으로 제시되어 왔던 원격진료는 10년 넘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밥그릇을 뺏길까 염려하는 개업의開業醫 모임인 대한의사협회와 의료 서비스 양극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도 손쉽게 영상통화로 소통할 정도로 관련 기술이 진보해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문화 지체 현상 이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원격진료 요구가 현실화 되고 있다. 한 원로의사는 거동하기 힘든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온 아들딸들이 우리 어머니(아버지)와 한번 영상통화 해보라며 스마트폰을 자신에게 건넨다고 털어놓았다. 의료법 위반이라고 손사래를 치면, “의사 선생님 폰도 아니고, 제 폰으로 통화하는 것뿐인데 뭐 어떠냐”라며 우문현답을 한다는 것이다.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슬픈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 필립스 본사에서 혁신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예룬 타스Jeroen Tas 총괄 책임자는, AI는 의사를 대체할 수 없지만, AI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는 대체될 것이라는 충고를 남겼다. 그만큼 AI가 앞으로 병 진단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결국 최종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 의사이다. AI는 그저 거들 뿐이다.
- 사실 핀테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든 1950년대 신용카드 혁명, 창구 직원을 대 체한 1960년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980~1990년대의 전자결제와 인터넷은행 등장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새 기술에 해 당한다. 그러나 AI가 개입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핀테크는 앞선 모든 변혁을 저만치 따돌릴 만큼 그 변화의 폭과 깊이 가 넓고도 깊다. 가장 큰 차이는 '융합'이다. 금융권 내부의 업무 절차 개선, 컴퓨터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정도가 이전의 변화라 면 지금은 금전적 가치의 이전이란 금융의 본질이 전 산업 분야 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섞이고 있다.
- 독일의 인더스트리 Industrie 4.0은 스마트 제조 플랫폼으로, AI 공장을 만든다. 미국의 재범 예측 AI 컴퍼스COMPAS는 사법 행정의 지능화 도구로, 범죄 피의자가 가석방해도 될 인물인가 를 판사에게 충고한다. 나름의 혜택과 위험이 있지만 국가 운영 체제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제조 인공지능은 사적인 비 즈니스의 영역에서, 법률 AI는 국내 사법체계의 영역에서 제한 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은 단순히 비즈니스 나 역내 법률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적으로는 중앙은행 의 발권력과 이자율 정책, 국채 발행 등 국민경제 시스템을 통해 안정된 통화의 공급과 유동성 관리를 도모한다. 국외적으로는 국가간 제품과 용역의 교환으로 생긴 가치의 이전 등 국제 외환거래와 투자를 통해 무역수지의 균형, 외환보 유고를 비롯한 국부의 증대를 도모한다. 한마디로 금융은 그 나라의 경제 주권으로 정부와 운명을 함께한다. 달러, 마르크, 엔, 위안, 원 등 화폐 단위에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것이다. 공공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따라서 디지털 혁명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 블록체인은 금융혁신의 최종 기술이다. 암호통화erytocurrency와 스마트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금융 AI의 신뢰성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비자·마스터카드와 손잡 고 암호통화 기반의 신종 거래 시스템 '리브라'를 조기 출시하려다 트럼프 행정부와 제도 금융권의 강력한 견제에 시기를 연기했다. 페이스북이 2019년 6월 리브라 발행 계획을 밝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관료들, 유럽연합 당국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비난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같은 해 10월 리브라 협회를 창설해 차량공유업체 우버·리프트, 유럽의 결제서비스업체 페이유 등 21개 기업과 공조해나갈 것 을 선언했다. 각 참여기업은 1,000만 달러씩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 상반기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모바일 기기와 SNS를 통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초기 협회 가입자였던 비자·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메르카도파고와 전자상거래업 체 이베이, 부킹홀딩스 등 7개 기업은 탈퇴를 공식화했다. 마음이 바뀐 업체들은 정부의 압력에 태도를 유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미 하원 청문회 출석 등 계속된 공세에도 굴복하지 않고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미국의 암호통화가 2020년 시즌 2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틈타 중국 인민은행은 2020년 상반기 중 세계 최초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영한다. 발행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유통은 중국의 4대 국영 상업은행인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유티콤이 공동으로 책임진다. 블록체인 기반의 중국 디지털 인민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결합해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제3세계 협력국에 대한 원조와 교역의 표준 결제수단으 로 확산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의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을 디지털 관문으로 뚫고 나가려는 야심이 읽힌다. 미국의 대응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블록체인으로 보호되는 스마트 계약도 종래 다수의 중앙집 권적 금융기관이 개입했던 무역 업무 등 복잡한 거래를 쉽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대형 금융사 SBI 그룹은 2세대 암호통화 '리플(XRP)'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61개 일본 은행이 이 R3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외 거래에 이용할 예정이다. 비자·마스터 신용카드 회사도 블록체인 기반 기업 결제 서비스를 이미 출시한 바 있다.
- S&P 글로벌 인수 직전인 2018년 1월 골드만삭스는 금융 AI 켄쇼를 활용해 미국 한파의 최대 수혜주는 넷플릭스와 도미노피자'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브라운 사장은 켄쇼의 초기 버전이 주로 주식·채권 등 투자시장 분석과 미래전망 보고서 작성에 치중했다면, 현재는 S&P 글로벌의 내부적 업무 개선 또는 S&P그룹의 여러 다른 고객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켄쇼의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개선의 예로는 데이터정제가 있다.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할 때는 기존데이터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새 데이터의 신뢰도를 검증하고 내부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재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자 할 때 사기업에 대한 데이터는 굉장히 찾기 힘들뿐더러 다양한 소스(정보원)에서 나온다. 또 소스별로 데이터 품질도 다르다. 이때 다양한 소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하나로 합치는 기술 개발이 켄쇼의 새 임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소스로부터 품질이 다른 대량의 데이터가 유입될 때, 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나로 합치는 것이 데이터 정제의 핵심 기술이다. 기존 데이터와 잘 연결되는 동시에, 합쳤을 때 전체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쓰레기를 선별해서 버리고 사후에도 잘 돌아가나 검증해야 한다. 외부고객을 위한 켄쇼의 또다른 신제품 중 하나는 차세대 검색엔진이다. S&P 글로벌의 고객은 투자회사뿐 아니라 로펌 컨설팅사·정부 등으로 폭이 훨씬 넓어졌다. 투자 정보에서 법령 검 토, 심지어 외교·안보 관계 전망 등 광대역의 정보를 찾기 위해 S&P 검색엔진을 사용한다. 그런데 수집 정보의 양과 종류가 늘 어남에 따라 훨씬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작동이 필요하게 되었 다. 예컨대,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변동과 국제 금융시 장에 대한 영향, EU의 새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후 대EU 수출입 관세법규의 달라진 해석, 북한 미사일 실험에 따른 글로벌 외교·안보 위험지수 증가와 군비증강 추이 등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지형 변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빅데이터를 입력해도 즉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주는 금융판 구글 검색창인 셈이다.
- 알파고는 정책망政策網, policy net과 가치망價値網, value net, 2개의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으로 구성된다. 인공 신경망은 인간의 뇌신경이 강한 자극 방향끼리 시냅스에 의해 가중 연결되는 원리를 소프트웨어 코딩에 응용한 것이다. 정책망은 상대의 수에 응수할 후보수를 고른다. 가치망은 각 후보 수의 승리 확률을 계산한다. 바둑은 가로세로 19줄이 361개 교차점을 만든다. 어느 한 지점에 돌이 놓였을 때 나머지 지점에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수보다 많다. 무한대에 가깝다는 이야기 이다. 트리tree 탐색은 나무가 큰 줄기에서 가는 줄기로 가지를 뻗 듯, 상위에서 하위 결정으로 내려가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방법이다. 정책망과 가치망을 가동해도 끝까지 모든 탐색을 할 순없다. 여기에서 몬테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 이라는 통계적 샘플링 알고리즘이 동원된다. 경로와 승률을 계산할 때 전체 훈련 데이터 중 승리로 이끌었던 선택(액션)의 초기 확률과 바둑 판 현 상태의 승리 확률을 절반까지만 계산한다. 보다 신속한 확률 탐색으로 검색 과정을 확 줄이는 방법이다. 프로 기사들은 오픈 바둑 AI '릴라제로'를 켜놓고 연구할 때, 반상 위의 각 착점에 대한 개별 승률을 즉시 계산해주기 때문에 좋은 수와 나쁜 수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 화면에서 보면 한 수 한 수를 둬나갈 때마다 왼쪽 분할 화 면에서 흑돌과 백돌의 승률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정책망에서 보여주는 후보 수의 행마를 차례차례 음미하면서 다음 전개의 유불리를 판단한다. 화면상 후보 수는 승률의 고저에 따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좋은 수가 다른 색으로 표시된다. 후보 수의 돌 위에 반 투명한 글씨로 적혀 있는 숫자 42.8은 그 자리에 둘 경우의 승률 을 보여준다. 아래 작은 글씨로 34k라고 적혀 있는 숫자는 바둑 AI의 시뮬레이션 횟수이다. 그 자리를 3만 4,000번이나 들여다. 봤다는 뜻이다. AI가 더 많이 찾아본 수는 그만큼 과거 대국의 데이터상 승리로 이어지는 경로였다는 의미이다.
- 우리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보고 “머리가 좋다”라고 말한 다. 이 표현은 단순한 암기력이나 분석 능력 같은 논리적 지능뿐 아니라, 감정과 대인 관계 등 모든 것을 종합한 총체적 능력 을 지칭하는 것이다. 뛰어난 사업가 중 도박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제법 높다. 스파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악당과 포커 게 임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단골 에피소드이다. 게임을 잘하는 사 람이 다른 일도 잘할 것, 인생에서도 승자가 될 확률이 높을 것 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정말 그런지 증거는 없지만 우리 가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부자 아빠가 자식에게 모노폴리〉 같은 재산증식 게임을 시키고, 선생님은 심시티〉 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학생에게 재미와 의미(지식)를 동시에 전달할 수 없을까 고민한다. 모든 것의 게임화, 게이미피케이션 Gamifacation 개념이다. 인생은 게임이다. 적어도 게임론자에게는.
- 바둑, 체스, 스타크래프트2, 일대일 포커의 공통점은 2명의 플레이어가 제로섬zero sum 게임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AI가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 전략을 쓰면 대개 통한다는 게 게임이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다중 플레이는 다르다. 훨 씬 더 복합한 조합 관계가 등장한다. 브라운 박사는 대회가 끝난 뒤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포커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벤치마크”라며 “감춰진 정보에 대처하는 AI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현실에 활용하고 인간이나 다른 AI와도 상호작용을 하는 AI를 만들려면, 다른 구성원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나 그들이 다른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포커는 이를 위한 대단히 훌륭한 모의 실험장치라는 것이다. 플루리버스를 공동개발한 카네기멜론대 토머스 샌드홀 름 Tuomas Sandholm 교수도 “우리는 멀티플레이 포커에서 초인간적superhuman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라며, “이는 AI 연구와 게임이론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감격했다.
- 기존에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고 있는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등 대화형 AI와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어떤 차이가 있을 까. 기존 대화형 AI의 경우, 보통 명확하게 정의된well-defined 단답식 질문 하나를 들으면 이에 즉각적으로 답한다. 무조건적으 로 무슨 대답이라도 내놓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은 대화의 주제가 훨씬 다양하고, 대답에 앞서 주어지는 준비시간도 길다. 또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논점에 도움이 되는 한두 가지만 답해도 된다. 서로 쓰이는 경우가 근본적으로 달라서 단락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애초에 개발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 IBM 토론왕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주제가 공개되면 15분간 방대한 말뭉치corpus를 검색해 도입 연설문을 작성한다. 먼저, 신문기사를 100억 문장 정도 찾아본 후 수백 개의 유의미한 문장 조각segments 으로 줄인다. 다시 이를 맥락에 맞게 논리적으로 재배열해 최종 토론문을 만든다. 언론 기사를 재료로 삼은 이유 는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문장이 존재하고, 다양한 논 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팀장은 “처음엔 위키피디아를 이용했지만 사용하는 말뭉치의 크기가 40배 이상 늘어난 후 뉴스 콘텐츠에 주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가능한 AI 기술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AI 적용 분야를 넘어선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점치게 만든다. 바로 정치와 민주주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능화이다.
- 유권자를 조종하려면 이 같은 AI 프로파일링을 정치 영역으로 확장하기만 하면 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AI를 통해 유권자의 SNS 정보를 모으고 각 개인의 행동 성향을 분류했다. 후보 캠프의 정치 공학자와 데이터 브로커는 케임브리지의 개인성향정보를 사들인 후 자체 제작한 행동 예측 알고리즘으로 유권자를 분석했다. 누가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할지 정밀하게 예측한 다음 자기 캠프에 우호적인 지지자들에게만 유도 정보를 노출시켰다. 즉, 페이스북 검색 시 투표 시간·장소를 비롯한 상세한 투표 정보와 투표를 마친 친구 사진 등이 뜨도록 해 투표율 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나를 찍을 것으로 예측되는 유권자들만 골라 투표소까지 오도록 유도한다면 내게 유리한 선거결과 조작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자신과 다른 견해와 취향을 지닌 사람이나 집단과의 접촉 빈도를 줄임으로써 다양성이 조화롭 게 조정·타협되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를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AI가 프로파일링을 위 해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라도 본인 동의 없이 민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민감정보란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말한다. 특정 종교나 정당, 노동조합 가입 여부라든가 질병을 앓은 치료 이력 등 그 사람의 신념과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재료들이다. 그러나 데이터 가공업자들은 단순 정보도 조합해 민감정보로 둔갑시킬 수 있다. 약품 구매이력, 단체 홈페이지 검색 기록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면 성향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이 같은 행위는 프라이버시권(사생활 보호권) 침해로 간주된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개인 정보를 부당하게 취득·수집당하지 않을 권리 와 노출된 정보를 열람·정정·삭제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다.
- 이중 슬릿 실험과 양자 고양이로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전설적인 강연에서 “생명은 내부의 엔트로피(무질서)를 낮춰 안정을 꾀하는 대신, 외부 엔트로피는 높이는 닫힌계界”라고 정의했다. 이와 함께 생명은 외부의 에너지를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복제 전략을 사용해 자신과 닮은 '또 하나의 나'를 연쇄적으로 생산한다고 그는 갈파했다. 복제를 통해 더 큰 닫힌계의 내부 안정을 도모하는 생명과 극에 달한 외부 엔트로피 상승이 서로 균형을 잡으며 자연은 굴러간다고, AI의 창발성과 자기조직화 원리는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유기 생명체의 탄생 과정과 흡사하다. 아무것도 없는 영양 수프 덩어리 속에서 갑자기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시작하는 원시 생명 이 툭 튀어나온다. 무에서 유가 생긴 것이다. 무질서에서 질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어 생명은 복제를 거듭하며 점차 더 정교한 다음 단계로 스스로 체계를 잡는다. 무조직에서 조직이 툭 튀 어나온다. 아무도 조종 통제 명령하지 않지만 더 큰 질서가 자연 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AI가 나오기 한참 전에 유행하던 신과 학, 카오스Chaos 와 프랙털 그리고 퍼지 이론 Fuzzy theory 에서 이미 발견한 생명과 자연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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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승자의 법칙

경영 2020. 7. 30. 12:01

- 사고의 존재는 연인의 존재와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절대 냉정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헤어진 사람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차츰 잊게 된다'는 속담 그대로다. 아무리 훌륭한 사고도 적어두지 않으면 완전히 잊힐 위험이 있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결혼하지 않으면 언젠가 떠날지 모른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삶의 지혜를 위한 잠언 (1851))
- 인터넷이 생필품이 된 뉴노멀 시대에서 원격근무와 디지털 교육·쇼핑 등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빅테크의 주가 상승세에 는 다음 같은 이유가 작용했다.
(1) 이들은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아무리 깊은 침체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다.
(2)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모 델인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비디오 스트리밍, 온라인 게임 등은 시장이 더욱 확장된다.
(3) 전통적인 기업이 몰락하고 추격자들도 타격을 받아 경쟁상대가 사라진다.
(4) 이들 기술주는 경기 침체기 투자의 수혜를 받는 안전한 우량주다.
- 사실 MS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IT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애플과 구글이 승승장구하고, 아마존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동안 MS는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PC 운영체제(OS) 윈도에 집착했다. 잠자는 공룡인 MS를 깨운 건 2014년 2월 CEO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였다. 나델라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새로운 비전을 천명했다. 윈도만 고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단순히 데이터 저장 공간만 빌려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윈도와 오피스 365 등 통합 소프트웨어도 제공하며 아마존웹서비스와 차별화했다. 또 전 세계에 수많은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등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를 아끼 지 않았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사업 등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영역은 미련 없이 포기하며 선택과 집중을 확실히 했다. 애저를 비롯한 클라우드 부문 은 MS 전체 매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자신감을 잃었던 MS를 다시 춤추게 한 나델라는 공감 리더십을 바탕 으로 윈도의 경쟁 운영체제인 리눅스와의 협력을 선언했다. 윈도와 리눅 스의 오픈소스를 활용해 MS는 클라우드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갔다. 애플, 구글과도 경쟁 대신 공존을 선택했고, 이는 오히려 시장에서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파트너십 전략으로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 하지만 그동안 이커머스의 제왕으로 모든 소매업자의 플랫폼으로 군림하던 아마존의 위상이 흔들린다. 거대 메이커에서부터 소매업자들이 아마존에서 이탈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생산자인 나 이키가 2019년 11월 아마존 사이트에서 모든 제품을 철수했다. 이 밖에 도 반스, 랄프 로렌, 롤렉스, 루이비통,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버켄스탁 등 쟁쟁한 브랜드들이 아마존을 떠났다. 이들은 자사 제품의 온라인 판매 망을 독자 구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마존에 기대지 않고 온라인 상 점, 광고, 신용 제공, 재고 관리, 반송, 심지어 당일 배송까지 플랫폼 영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전문 업체를 이용한다. 블록체인 기술 의 발전으로 이 같은 동료 생산(peer production)이 대안적인 생산 조직의 형태로 떠오른다. 고객은 유통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생산자와 직거래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존에는 큰 위협이 되는 셈이다.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 역시 성장률 이 둔화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신규 계약이 증가하면서 2019년 매출은 35%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5분기 연속 둔화됐다. 또 마케팅과 인프라 비용이 늘어 영업이익 증가를 제약했다. 게다가 경쟁자인 MS가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오는 것도 큰 부 담이다.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는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 (CIA) 핵심 인프라로 채택되어 왔다. 하지만 국방부 제다이 수주 실패로 충격을 입었다. 월가는 그 원인을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불편한 관계에서 찾는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마존은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빅테크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2020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아마존이 77.1배로 가장 높고 넷플릭스가 574배, 구글이 24.2배, 페이스북이 22.9배, 애플이 20.2배다. 유동성의 힘으로 이미 기록적인 강세장을 기록했던 미국 증시에서도 S&P500지수의 예상 PER이 199 배인 점을 감안하면 빅테크기업의 밸 류에이션 부담은 유독 큰 셈이다.
- 디지털 금융시대에 등장한 다양한 뱅킹 비즈니스 모델은 네 가지로 나뉜다(금융연구원, 2019) 첫째, 디지털 관계관리자(Digital Relationship Manager) 모델은 은행이 기존 고객과의 관계,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둘째, 디지털 카테고리 킬러(Digital Category Killer) 모델은 특정 금융 서비스 분야를 대상으로 최고의 브랜드 제품 및 전문 서비스형태의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사업이다. 셋째, 오픈 플랫폼 플레이어(Open Platform Player) 모델은 서 로 다른 상품 공급자들이 개방형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PI)를 이용해 차별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플랫폼 모델이다. 넷째는 유틸리티 공급자(Utility Provider) 모델로 시장 참가자에게 제품판매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서비스 수요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금융 및 투자상품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구사한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마케팅 이론으로 분석해보자(주재우 외 2인, 2014).
첫째, 보이는 브랜딩(visible branding)과 보이지 않는 브랜딩(invisible branding)의 조화를 들 수 있다. 보이는 브랜딩은 광고, 패키지, 리테일 등을 통해 고객의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제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고객에게 브랜드라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 디자인 경영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비전이 투영된 제품과 서비스 등 소비자경험이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조직 내부적으로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구체화한 소품, 공간, 이벤트를 마련해 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체험을 한다. 두 가지 브랜딩의 역할이 조화를 이룰 때 기업 브랜드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만 들어내고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째, 페르소나(persona, 가면) 기법을 적용한 캐릭터와 기업 서체를 개발해 효과를 봤다. 배달의민족은 타깃 고객층인 20대가 좋아하는 키치적이고 B급스러운 이미지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로 정했다. 웹툰 스타일로 시각적으로 강렬한 찌질한 형아 캐릭터를 만들었다. 시각 디자인에 서 페르소나 기법은 연상 가능한 구체적 타깃을 설정하고 이를 이미지로 표현해서 고객들이 캐릭터를 보고 쉽게 브랜드 콘셉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독창적인 캐릭터와 더불어 배달의민족은 한나체라는 기업 서체를 활용한 언어적 유희로 포스터와 사무용품을 제작함으로써 일관성 있고 확장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나체는 아크릴판 위에 시트지를 붙여 칼로 잘라낸 1960~19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 어 삐뚤빼뚤 조형성이 떨어지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특징인 서체다.
셋째, 경영자가 직관과 분석의 통합적 경험으로 디자인 경영을 추구했 다. 디자이너는 직관적 사고에 익숙하고 경영자는 분석적 사고에 강점이 있 다. 이 두 사고가 결합할 때 혁신적 제품이 만들어진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 브 잡스는 뛰어난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였다. 잡스는 현실에 없는 새로운 제품, 스마트폰(아이폰)을 그의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개발했다. 일반적인 경영자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사후적으로 중시하는 것과는 달리, 김 대표는 디자이너로서 교육을 먼저 받은 뒤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영을 배운 케이스다. 그는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조화를 통합적으로 경험한 경영하는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넷째, 소통과 창의성을 위한 수평적 공동체 문화와 효율성을 위한 수 직적 업무 질서의 조화라는 독특한 기업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디자인 중심 조직 문화는 조직원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제품, 기술, 직무를 지속해 서 만들어 내게 하는 학습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유연한 기업문화는 정해진 업무 규정의 결과에 기반한 수직적 조직 시스템과 양립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은 혁신을 창출하는 동인이다. 지나친 자유분방함, 유연한 근무는 개인별 성과 평가 시스템의 한계를 낳는다. 이를 극복하는 데 집단적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수직적 인사 정책은 도움이 된다. 기업 운영에 필 수적인, 최소한으로 명문화된 인사 정책은 강압적이지 않아 조직원의 저 항을 받지 않는다. 도리어 조직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일하는 방식을 준수하는 데 보탬이 된다.
- 모빌리티 기업들은 지역별 재편에 나선 상태다. DH의 최대 주주는 남아 프리카공화국 기반의 투자회사 내스퍼스다.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 불리는 내스퍼스는 성장 잠재력이 큰 창업 초기의 신흥국 기업 위주로 투자하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또한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장기간 재무적 투자자로 남는다. 내스퍼스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 센트의 초기 투자사이자 최대 주주(31%)로 유명하다. 내스퍼스는 DH, 메 =이탄, 푸드판다 등의 주요 주주다. 내스퍼스와 텐센트는 지난해 인도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스위기에도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 내스퍼스를 대주주로 둔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려는 것도 결국 자본력을 무기로 한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 주도권 확대 전쟁의 일환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펀드는 우버(미국·유럽), 디디(중국), 그랩(동남아)의 대주주다. 비전펀드는 미국 도어대시 · 우버이츠, 싱가포르 그랩푸드 등 음식배달 시장에 투자했다. 비전펀드는 내스퍼스 와 동남아 푸드테크 분야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스마트팜, 푸드 테크 등 모빌리티와 연계된 모든 서비스를 장악하겠다는 게 이들 거대 자본이 꿈꾸는 미래다. 한국 자본시장에는 유통산업에 특화된 거대한 토종 투자펀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하는 플랫폼은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특성이 경쟁에서 실패하는 플랫폼과 다르다(Zhu and Tansiti, 2019). 플랫폼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적 특성은
△네트워크 효과 극대화
△응집력 강화 스탈중 개화의 위험 극복 △플랫폼 간 경쟁, 즉 멀티호밍의 최소화
△복수 네트워크와의 연결성 강화 등 다섯 가지다.
(1) 플랫폼이 성공하는 데 네트워크 효과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플랫폼상에서 소비자가 늘면 다른 소비자들이 더 유입돼 공고한 연결을 만 든다. 직접 동일면) 네트워크 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또한 플랫폼에 유입되 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개발자, 생산자 등의 참여가 더욱 활성화되는 현상은 간접(교차)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두 가지 네트워크 효과의 강도는 극적으로 변하며 플랫폼 참가자의 가치 창조와 획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다른 플랫폼이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한다.
(2) 네트워크 구조의 영향력은 플랫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 역량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한 네트워크가 분산된 클러스터로 파편화될수록, 동시에 개별 클러스터가 각각 고립된 연결관계를 형성할수록, 외부 충 격과 도전에 대응하는 플랫폼의 사업 역량은 취약해진다. 글로벌 경쟁과 지역 내 경쟁에서 모두 이기려면 지역 단위 클러스터 기반 위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쌓는 구조가 돼야 한다. 클러스터 간 긴밀하면서 통합된 네트워크 구축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다.
(3) 참여자들이 의도적으로 허브를 우회하거나 중개 기능에서 벗어나 서로 직거래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은 플랫폼 존립에 큰 문제가 된다.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 상대방을 찾아 플랫폼을 떠난 사용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플랫폼은 차별적이고 부가적인 고유한 가치를 창 출하는 데 힘쓰면서 사용자 이탈을 금지하거나 참여자 간 계약정보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이다. 탈중개화에 대응한 페널티성 거래 수수료 부과보다는 참여자에게 보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낫다.
(4) 사용자가 복수의 경쟁 플랫폼과 동시에 거래하는 경우를 멀티호밍(multi-homing)이라고 한다. 이는 플랫폼 참여자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용이 쌀 때 발생한다. 멀티호밍이 지배적인 시장에서 플랫폼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느라 핵심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힘들다. 플랫폼이 생 산자를 끌어들이려면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계약조건을 우대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자칫 소비자 쪽의 멀티호밍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5) 플랫폼 최선의 성장전략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법이 다. 다수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시너지 효과를 구축할 수 있 다. 많은 참여자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거래정보를 축적한 플랫폼은 소 비자의 선호도와 구매 패턴에 맞춰 상품,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정복한다. 양적 성장이 우선이고 그다음은 범위 확장이다. 수직적인 가치사슬을 먼저 공략해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비관련 분야로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
- 미디어 빅뱅 과정에서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문자 → 사진 → 오디오 → 동영상 → 생중계 영상(live streaming)으로 진화한다. 미디어 사업자의 지상 최대 과제는 미디어 소비점유율을 두고 벌어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고객의 주목을 끌고 고객의 사용시간을 확대해 나가는 경쟁을 벌인다. 전통적 미디어와 뉴미디어 간 경쟁적 대체관계는 하루 24시간으로 한정되는 이용자에게 다른 활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한 전통적 미디 어의 쇠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의 2013년 이후 5년간 스트리밍 플랫폼 구축과 마케팅 그리고 콘텐츠 투자 규모는 무려 759조 원에 달한다. 지난 1860년대 철도 건설, 1940년대 자동차 공장 건설 붐을 연상시킨다.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전통적인 미국의 TV 방송 체제가 몰락한다. 그 대신 인공지능 기술과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춘 콘텐츠가 결합한 테크 & 미디 어 중심으로 방송이 재편된다. 방송통신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미디어 대융합(great convergence)이 벌어진다. 미디어, 정보기술, 통신 등 네트워크형 산업은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핵심가치를 창출하는 CPND 비즈니스 구조를 갖는다. CPND란 콘텐츠(Contents) 생산자, 플랫폼(Platform) 사업자, 통신 네트워크(Network) 사업자, 터미널 단말기기(Device) 생산자를 각각 의미한다. 전 체 시스템은 가치 네트워크에 의해 서로 연결돼 있으며 개별 활동의 조정, 협력,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 미국 방송계에서 미디어 대융합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용자의 시청 습관이 완전히 변했다. 시청자들이 TV를 거실에서 보지 않고 스마트폰, PC, 태블릿으로 스크린을 이동하면서 시청한다. 시청 자들은 더 이상 채널 고정, 본방사수에 얽매이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검색하고 꺼내보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영 화, 드라마 추천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
둘째, 시청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고 대가를 지불하려 한다. 채널 묶음 판매(bundling) 대신에 소비자 선택 주문방식 또는 개별 판매인 알라카르트(a la carte) 옵션 요구가 거세다. 이 경우 콘텐츠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이 비용을 절감하게 돼 혜택을 보지만 케이블TV 사업자는 수익 감소로 손해를 입게 된다.
셋째, 고가 요금제를 저가 요금제로 바꾸는 코드 셰이빙(cord shaving) 을 넘어 케이블TV 구독을 아예 끊어 버리는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두드러진다. 원하는 콘텐츠를 온라인상에 업로드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보는 시청자가 점점 늘어난다.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다른 플랫폼 으로 이동하는 최악의 악몽이 케이블TV 사업자에게 현실화된다.
넷째, 미디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서 디지털 구독으로 이동 했다. 과거 미디어는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전통적 네트워크와 셋톱박스가 결합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광고료를 수익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제는 광고와 시청자 데이터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을 맞았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구독료를 받는 사업 모델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5G 이동통신기술의 확산이다. 5G는 전 산업에 걸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통신 인프라다. 5G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초고 화질 4K(UHD) 스트리밍 콘텐츠는 이용자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 적인 무기가 된다. 실제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5G를 포함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 1년간 디즈니 플러스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새로 제정된 「타다금지법」에 따라 허가받은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 운송 서비스를 넘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전예약, 실버케어, 여성안심, 반려 동물 동승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택시 대형차와 승합 차 등 차종이 다양해지고 차량 디자인을 차별화할 수도 있다. 기존 택시 또한 가맹사업의 형태로 플랫폼 택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타다금지법」에는 차량 렌털과 대리기사 영업을 차단하는 독소 조항들이 담겼다. 핵심 조항을 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로 영업하는 경우 대여시간을 6시간 이상으로 규정하면서 △운전기사 알선 을 관광 목적으로만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한 △승합차 대여, 반납 장소도 공항·항만으로 제한된다. 그래서 주취나 부상 등으로 운전을 할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일반 승객이 플랫폼 업체가 운영하는 렌터카를 6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시내에서 이동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운송업을 할 경우 차량을 확보하고 운송 시장 안정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타다금지법」에 담겨 있다. 정부는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택시 사업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대신, 해당 사 업자가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 명목으로 납부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26만대 규모인 택시면허 숫자 안에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가 운용 돼야 한다는 것이 법의 기본 틀이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플랫폼 업체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려면 택시 면허를 확보하거나 영업용 택시를 구입해야만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플랫폼 업체가 낸 기여금으로 택시 면허권을 매입해 기존 택시는 줄이고, 플랫폼 업체로 하여금 감차한 범위내에서 차량을 운영하도록 하는 구조다. 플랫폼 운수업에 종사하는 기사에 대한 자격 요건도 강화된다. 타다 금지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 운전자격을 보유한 사람만 기사 로 채용해야 한다. 타다는 차량을 호출한 개인에게 차량을 렌트해주며 기 사도 같이 배차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기사는 자동차 운전면허만 보유해도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정부는 범죄 및 사고 예방을 위해 성범 죄, 절도, 음주운전 등 280개 범죄에 대한 경력 조회를 매달 진행하고 부적격자에 대해선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타다금지법」에서는 세 가지 사업 형태가 허용된다. 먼저 자체 차량을 확보해 승객 운송업을 운영하는 플랫폼 운송사업은 앞서 설명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면허가 발급된다. 정부 시책에 순응하는 국내 1위 카카오모빌리티는 법인택시를 인수해 가맹사업형 플랫폼 택 시(가맹택시)를 운영한다. 카카오는 23만 명의 가입자와 풍부한 실탄을 기반으로 쩐의 전쟁에서 생존에 성공했다. 카카오는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TPC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카카오는 2019년 하반기 서울 지역 9개 법인택시를 인수하고 1,000여 대에 가까운 택시면허를 확보했다. 법인택시 인수에 지불한 돈은 면허당 5,000만 원꼴이다. 카카오는 11인승 택시 카카오 벤티 운행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대 형 승합 모빌리티 시장공략에 나섰다. 카카오는 택시 가맹사업자인 타고 솔루션즈를 인수해 가맹사업을 위한 면허 4,500여 개도 확보했다. 타다. 베이식 영업중단 이후 자본과 기술력, 플랫폼으로서의 높은 인지도를 보 유한 카카오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이와 함께 타다금지에서는 택시 면허 기반 중개 가맹 운송사업이 허용된다. 하나는 카카오T처럼 모바일 앱을 활용해 승객의 호출을 단순 히 택시에 연결만 해주는 플랫폼 운송중개사업이다. SK텔레콤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택시 가입자는 2020년 3월 300만 명을 넘었다. 티맵택시가입 기사 수는 20만 명으로 택시호출 앱을 사용하는 전국 택시기사(23 만 명)의 87% 수준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택시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여러 운송업체가 하나의 플랫폼에 참여해 동일 브랜드로 운영되는 플랫폼 운송가맹사업이다. 마카롱은 전국 2,000여 대 택시 호출 서비스에 NHN 이 운영하는 간편결제 페이코를 도입하고 티켓링크 여행박사 등 예약 이 동서비스의 결합도 추진한다. 타다도 가맹택시 모델인 타다 프리미엄 서비 스를 강화할 수 있다. 타다는 대형 세단에 한정했던 타다 프리미엄 차량 을 승합차와 전기차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초기 사업자에 한해 기여금을 일부 깎아주거나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 정부는 일정량의 면허를 확보한 뒤 업체들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면허를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플랫폼 운송사업이 규모 의 경제를 확보하려면 서울에서만 업체당 2,000대를 운영해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연간 감차되는 택시는 900대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택시 총량제 면허제가 지속되는 한 정부 시책에 맞춰 시장을 선점해 놓은 카카오를 제외한 신규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성장의 기회를 잡기 어렵게 된다.「타다금지법」은 기존 택시면허 체계 안에 타다를 묶는 것이어서 혁신 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산다. 타다 사업에 제동이 걸린 쏘카의 이재웅 전 대표는 타다금지법은 혁신금지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현실을 보여준다. 타다금지법은 150년 전 영국에서 시행된 붉은 깃발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붉은 깃발법은 19세기 영국에서 마차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 최고 속도를 도심에서 시속 3킬로미터로 제한하고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의 55미터 앞에서 차를 선도했던 제도다. 이 전 대표는 “타다는 쏘카와 함께 자동차 소유를 공유 인프라로 바꿔서 시장을 키우고,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국민의 이동 권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기존 택시사업도 여러 규제를 받고 있다. 택시는 총량제에 묶여 있고 요금, 운행 지역 규제를 받는다. 택시는 이용 데이터를 하나도 쌓지 않는 아날로그 산업이다. 택시회사는 정부가 짜준 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객체다. 이용 고객의 후생은 뒷전이다. 그래서 규제 밖에 있는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업자가 무임승차하도록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거셌던 것이다. 반면 택시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책도 뒤따른다. 택시 는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과 연료를 쓸 수 있다. 또 연간 택시업계에 주는 정부 보조금이 8,000억 원에 이른다. 운송사업에서 규제와 지원책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자율과 혁신, 경쟁 시스템으로 이용자 편익이 더욱 증진돼야 한다. 고객 자신이 선호하는 운송 서비스를 선택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기회를 확 넓혀야 한다.
-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가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급결제 플랫폼에서 혁신의 성패는 가 맹점, 소비자, 다양한 참여자의 협력과 상호작용에 좌우된다. 플랫폼 이론 을 통해 분석해보면 다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제로페이가 시장 기능에 의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를 갖는다.
(1)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출범 시기가 늦었다. 제로페이가 2~3년 전에 출시됐다면 간편결제 시장의 태풍이 될 수도 있었다. 경쟁이 덜 치열한 시기에 등장했다면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애초에 승산이 낮은 승부였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네트워크가 강한 민간 간편결제 업체들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정면 대결을 벌여야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020년 3월 발표한 간 편결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평판 순위는 1위 네이버페이, 2위 카카오페이, 3위 토스 순으로 분석됐다. 그 뒤를 삼성페이, LG페이, SK 페이, 쿠페이 등이 이었고 제로페이는 8위에 머물렀다. 플랫폼 기업의 O2O(온·오프 연계사업) 사업 확대에 있어 페이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앞으로 제로페이가 1~2년 이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단명 페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 제로페이는 결제수단이 제공하는 중요한 가치인 소비자 편의성이 미흡하다. 앱을 실행해 QR코드를 찍고 사용자가 직접 결제금액을 입력 하는 번거로운 방식으로 사용자경험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 리더기에 대거나 꽂기만 하면 되는 기존 간편결제 방식보다 QR코드는 처리 속도와 편의성이 뒤진다. QR코드 방식은 체크카드와 기능이 흡사하다. 하지만 신용카드사 망을 거치지 않는다. 대금 결제 과정에서 카드회사와 밴(VAN)사, PG사 등 중간 단계가 배제된다. 또한 소비자는 후불 결 제인 신용카드 이용 시 무이자 할부 혜택, 각종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 다. 은행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한 선불·직불 방식을 소비자 가 후불 방식보다 선호하기는 힘들다.
(3) 소비자 이용을 유발하는 인센티브가 제한적이다. 경쟁상대인 민간 부문 간편결제 업체는 이용자에게 5%의 적립금을 쌓아주고, 품목별로 20~3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30% 혜택 등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앞세운 제로페이는 서울대공원, 서울미술관, 서울식물원, 시청 앞 스케이트장 등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면 20~30% 할인해준다. 무인 공공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따릉이 이용시에는 일일권 50% 할인 혜택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는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최대 20% 할인(15% 할인에 5% 캐시백) 혜택을 부여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해 실적제고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간편결제의 한 브랜드일 뿐 신용카드처럼 보편적인 망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에 내생적인 한계가 있다.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중 두드러지지 않은 하나로 평가된다. 일반 소비자에게 유효한 결제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4) 제로페이 가맹점은 2019년 12월 기준 31만여 곳으로 신용카드 대비 31.8%에 그쳤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많지 않은 결제수단에 가입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많은 결제수단을 선호한다. 양면시장에서 소비자가 늘어나면 공급자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또한 가맹점 입장에서 수수료 제로라는 본연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한국마트협회는 1년여간 도입을 주저하다 가맹점에 합류했다. 제로페이는 연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혜택을 받으려면 상시 근로자 5인 이하라는 소상공인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가맹점은 1.2%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체크카드 수수료율(1.3%)과 별반 차이가 없다.
(5) 플랫폼 참여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사업 동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제로페이는 은행앱(응용프로그램), 핀테크(금융기술) 앱의 부가 기능 중 하나로 운영된다. 은행과 핀테크사가 자사 서비스 대신 제로페이 를 활성화할 이유가 없다. 제로페이로 결제할 때 수수료와 비용을 상계해보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은행 등 협력업체들이 서울시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실 서울시는 결 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시 재정뿐만 아니라 은행 등 민간 참여 업체에 떠넘긴다.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은행은 계좌이체 수수료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관 주도 서비스 비용을 민간 회사에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 플랫폼이 실패하는 여섯 가지 이유(Alstyne et al., 2016)로
△개방성을최적화하지 못하는 경우
△개발자를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해서
△수익 배분에 실패해서 △참여자 유인을 잘못해서
△수익화 전에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양면시장 이론과 네트워크 효과를 플랫폼 성공 요인으로 중시하는 학 자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이유들이 플랫폼의 실패를 낳는다고 설명한다(Yoffie et al, 2019). 첫째, 경쟁이 심해 블루오션으로 바뀌는 시장으로의 너무 늦은 진입은 플랫폼이 실패하는 이유가 된다. 플랫폼 사업자가 성공하기 위해 꼭 선도자(first mover)일 필요는 없지만, 너무 늦으면 불리한 전세를 역전하기 어렵다. 신제품 개발, 시장 진입 고객 확보 등에서 신속함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둘째, 양면시장에서 참여자에게 적용한 가격결정(pricing)이 잘못돼 플랫폼 운영의 실패를 낳는다. 소비자나 공급자에 대한 수수료 부과와 보 조금 지급이 올바른 방향과 수준으로 설정돼야 최적의 가격결정이 이루 어진다. 네트워크 효과를 촉진하는 데 있어 가격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셋째, 사용자와 협력자들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경우도 플랫 폼의 실패를 이끈다. 입소문을 통해 좋은 평판과 신뢰를 얻어야만 신상품 이 팔리고 새로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 플랫폼 운영과 핵심가치에 대 한 참여자의 공고한 신뢰가 없으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지위를 확보하기 힘들다. 플랫폼에 인공지능 기반 신용 시스템이 구축되면 신용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만 신용이 떨어져 낙인찍힌 사람은 단 한 걸 음도 떼기 어렵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쟁자보다 뛰어나지도 않은데 지나친 자만심을 앞세워 경쟁 환경을 오판, 무모한 사업 전개에 나서는 경우도 플랫폼을 재앙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 PC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한 MS는 독점적인 지 위를 강하게 내세워 PC업체들에 비싼 윈도 이용료를 부과했다. 이후 MS는 모바일용 운영체제를 만들었지만 모바일 기기 업체들은 MS의 횡포가재연될 것을 우려해 윈도 모바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기술기업은 플랫폼 전략을 활용해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루어 승자독식을 실현한다. 기술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해
△대규모 장치에 자금을 투자할 필요 없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빠른 속도로 다른 서비스로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 산업 자체를 변화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기술기업은 한마디로 제로 수준 의 한계비용을 활용해 높은 마진율을 향유하며 고성장을 구가한다. 이들기업은 대체로 토지, 건물, 공장, 창고 등 부동산과 관련된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 자본 투자율이 낮고 별다른 추가 비용없이 시장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Govindarajan & Srivastava, 2019). 현대적인 기술기업은 또한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마케팅에 활용한다. 기술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취합, 저장, 분류, 분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고객 맞춤형 제품과 솔루션까지 내놓는다. 성공적인 기술기업은 고객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고객의 취향과 선호를 제품과 서비스로 제공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이런 맞춤형 솔루션에 만족한 고객들은 쉽게 다른 경쟁사로 이탈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번 특정 기술기업 제품에 익숙해진 고객은 다른 제품으로 구매행동을 바꾸는 데 드는 전환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객관계가 오래 유지된다. 이와함께 플랫폼 생태계에서 기술기업은 △다른 협력기업이 보유한 자산이나 기술력을 손쉽게 활용함으로써 사업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 위워크가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수백 개 지점을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로 거듭난 배경에는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 위험한 경영계약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부동산 회사는 사무실이 빌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건물주와 부동산관리회사가 일정 부분 함께 떠안는 구조로 계약을 하는데 위워크는 건물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공실도 모두 책임지겠다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이 다. 이런 방식의 계약은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부동 산 시장이 고꾸라지는 불경기 때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다. 한마디로 위워크는 기술기업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특성이 강한 기업이다. 겉으로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위워크가 무너지는 데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2019년 9월 17일 기업공개가 무기한 연기됐고 같은 달 24일 뉴먼은 쫓겨나듯이 CEO에서 사퇴했다. 소프트뱅크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위워크의 파산을 막기 위해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기업가가 폭락한 와중에서도 뉴먼은 자신이 가진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조건으로 17억 달러를 챙기는 수완을 발휘해 눈총을 샀다.
-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면서 혁신 챔피언인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제품과 서비스의 실패는 크게 전제, 출시, 운영 등 세 가지 잘못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사보이아, 2020).
첫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제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는 신제품이나 서비스 등 사업 아이디어가 잘못되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에 발생한다.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the right it)을 만들어야만 성공한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켓테스트를 해서 시장 반응을 보는 시제품 만들기(prototyping)가 중요하다. 이때 될 놈을 찾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옳지않은 일을 빨리 제거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초기 아이디어를 일찍 시장기반으로 평가해 큰돈이 헛되이 낭비되는 일을 조기에 차 단하는 것이다.
둘째, 출시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는 신제품의 세일즈, 마케팅, 유통을 위한 노력이 의도한 시장에서 충분히 눈에 띄지 않을 때에 발생한다. 셋째, 운영이 잘못되는 경우는 신제품의 디자인, 기능, 안정성이 이용자들의 최저 기대치에 미달하는 때에도 발생한다. 기업이 그럴듯 하게 포장해서 내놓은 서비스가 차별화된 핵심가치를 갖지 못하고 혁신적인 기능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구독모델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 생 겨났다. 경제 저성장 분위기에서 샴푸 면도날 같은 생활 소모품을 소포장 단위로 낮은 가격에 정기배송해 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이젠 화장품, 액세서리, 기저귀, 완구, 세제, 커피, 술, 꽃, 빵, 반찬, 신선식품, 가정간편식까지 고객이 월정액을 내고 배달받아 쓰는 소비 방식이 일반화한다. 영화, 음악, 드라마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용한다. 가구, 가전제품, 침대뿐만 아니라 비행기, 기차 이용에 대해서도 월정액 상품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상품경제에서 소비자는 물건을 산 만큼 기업에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물건을 사용한 가치만큼 돈을 낸다. 소비재시장에서 무궁무진 한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하다. 구독모델은 모든 산업을 관통한다. 소비자의 경제 활동이 변모한다. 소유가 아닌 연결, 접속의 시대가 도래했다. 내 것으로 하나의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여러 개를 써보는 기회를 만끽하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과거 상품에 대한 소유권을 소비자가 갖고 기업에 돈을 내는 상품경제에서 소비자가 일정 기간 점유권을 갖고 빌려 쓴 만큼 기업에 돈을 지급하는 공유경제로 넘어왔다. 이제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해서 소유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료를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빠르게 확산한다. 계약기간 동안 돈을 내고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는 다수의 소유주가 보유한 유휴 자산을 다수의 이용자가 나눠 쓰는 공유 경제와 구별된다. 플랫폼은 공유경제와 구독경제를 망라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 구독경제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Libert et al., 2016).
첫째는 소비재와 내구재 등 물리적인 유형의 제품은 기본적인 구독 경제의 대상이 되는 자산이다.
둘째, 프리미엄 고객에 대한 지원, 교육, 수리, 유지, 법률 자문, 건강 검진 등 계약된 기간 중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도 구독경제 자산이 된다.
셋째, 소프트웨어나 콘 텐츠, 데이터, 제품 구매 자문 활동, 연구 보고서, 뉴스 제공, 소비자 리포트 등 디지털 정보재는 무형의 구독경제 자산이다.
넷째, 네트워크 구독은 개인이 특별한 플랫폼에 가입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의 집단에 접근할 수 있는 멤버십을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DCEP를 발행하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발전시키되 통화 주권과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페이스북이 발행할 계획인 디지털화폐 리브라에 대항해 화폐 주권을 지킨다는 목적과 함께 DCEP로 미국의 달러 패권을 극복하겠다는 중국의 블록체인 굴기 야망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남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결제시장에서 뒤처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 된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거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DCEP 발행을 통해 신경제 금융에서 미국을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다른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민간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대해 망상적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하게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 암호화폐가 중앙은행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2020년 1월부터 시 행된 암호법에 따라 중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암호상품은 반드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존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물론, 페이스북 리브 라 등 새로운 암호화폐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유통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확실한 통제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은행 차원에서 직접 DCEP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은 추후 디지털 기축통화 역할을 미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지만 위안화가 전 세계 거래의 2%에도 미치지 못해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는 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DCEP는 위안화에 1대 1로 연 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널리 활용될수록 위안화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 다. 이에 따라 중국의 DCEP가 중국 기업과 전 세계 화교경제권을 중심 으로 광범위하게 통용되면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DCEP를 통해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DCEP가 장기적으로 중국 내 소비를 진작하는 촉매제로 연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불법적인 위안화 자금이 제도권을 벗어나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현금이 지하 경제에 묶여 있지 않고 실물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DCEP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형 거래시스템은 향후 중 국의 금융판 일대일로(一帶一路)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CEP가 중국과 화교경제권뿐 아니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와 같은 일대일로 협력국으로 사용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현금은 점차 사라져 종국엔 약간의 지폐와 동전들만 유통될 것이며 정부 발행 버전의 전자화폐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고프는 차세대 비트코인 3.0이 등장하면 정부 주도 CBDC의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에서 더욱 뛰어난 기술이 등장한다면 정부는 필요에 따라 수용하거나 규제하면서 결국 정부 발행 암호화폐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급결제의 미래는 민 간의 탈중앙화 암호화폐와 중앙은행 발행 지폐 동전, CBDC가 공존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Tauscher, 2016).
첫째는 온라인 유통시장(online retailer) 모델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기업은 상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래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둘째는 소셜미디어 모델이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게 타깃 마케팅 광고 게재를 허용함으 로써 광고 수입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셋째는 구독모델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음악 등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구독자에게 구독료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마지막으로 공유플랫폼(collavorative platform) 모델을 들 수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공유경제 기업들은 집이나 자동차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래수수료로 수익을 거둬들인다.
- 플랫폼 모델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자에게 다른 대안보다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성공에 이르는 경 로는 고객 확보가 우선이다. 수익화는 그다음이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먼저 확보해야 핵심가치창출이 가능하다. 그다음에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유효하다. 창조적 파괴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고객을 확보하는 소수의 플랫폼만이 수익화에 성공한다. 아마존은 20년 가까이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 적자가 나는 기업 주식을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은 아마존의 비전과 미래 성장성이었다. 아마존은 새로운 성장전략 아이템을 발굴하고 연구개 발에 매진했으며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 투자했다. 2019년 기업공개한 우버와 리프트는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주식의 기 업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고객 확보·유지에 성공한 다음,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익화에 도전해 성취하는 일이 관건이다.
- 파이프라인 기업이 다면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기본 적으로 두려움과 욕심 때문이다. 기존 경쟁자나 새로운 경쟁업체가 자사 의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첫 번째 이유다. 기업가치 를 높이는 새로운 매출 원천을 찾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익을 내고자 하는 욕심은 두 번째 동기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바꾸면 기 업의 경쟁우위를 강화할 수 있고, 네트워크 효과와 높은 전환비용 덕에 진입장벽을 높게 쌓을 수 있다. 기업 활동에서 플랫폼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다섯 가지 동인은 △산업 내 전문화 심화 △제품·서비스 · 비즈니스 프로세스 활동의 패킷화(packetization) △일상적 비 즈니스 활동의 소프트웨어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기술의 발달 △5G 구축으로 데이터 네트워크의 유비퀴티 일상화다.
- 제조업체의 플랫폼 전환은 전략 선택의 폭이 넓다.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테슬라는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자동차는 하드웨어일 뿐이라는 인식에서 차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플랫폼화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기술, 전기차 배터리 관리 등 모든 것을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하여 혁신적인 미래지향적 모빌리티 서비스를 추구한다.
- 모든 기업이 똑같은 플랫폼 모델을 채택할 필요는 없다. 기업마다 플랫 폼 면역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춰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파이프라인 기업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제품, 대체 불가의 경험을 고객에게 제 공한다면 어떤 경쟁상대라도 두려울 게 없다. 자체 상품의 경쟁력에 집중 함으로써 플랫폼을 외부 협력자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자체 상품 의 충성고객을 확보한 기업은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협상력을 유지해 나 간다. 블록체인 기술과 개인 간 신뢰도 보완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전환, 탈중개화, 직거래(P2P)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소극적인 플랫폼 탑승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자체 상품 및 콘텐츠 강화전략을 병행해야 하며 플랫폼 업체의 시장참여 위협에 대한 경쟁우위 확보, 방어전략이 필요하다. 제조기업이 무리해서 플랫폼과 경쟁하다간 망하기 일쑤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 참여자 모집, 광고비, 제휴비용, 시스템 구축 등 막대한 비용 부담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체성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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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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