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리

데이비드 코트가 미국 제조업체 하니웰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02년, 회사는 단기 성과주의에 빠져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회계장부에는 눈속임 거래가 횡행했고, 유능한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받고 나면 퇴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비전과 목표는 보여주기 식이었을 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거액을 물어내야 할 재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코트는 그런 회사를 우주·항공, 자동제어, 특수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018년 그가 회사를 떠날 때 하니웰의 시가총액은 1200억 달러로 취임 전(200억 달러)보다 여섯 배 뛰었고, 이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800%로 S&P 500 평균수익률의 2.5배에 달했습니다.

한경 7월16일자 A30면 ＜가까이도 멀리도 볼 줄 알아야 성공한다＞ 기사는 하니웰이 어떻게 초우량회사로 바뀌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코트는 그 비결로 ‘단기 성과와 장기적 성장의 양립’을 꼽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와 단기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리더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두 가지를 다 이뤄내지 못하면 리더와 팀(조직)은 영영 잠재력을 온전히 다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구성원들이 기존 한계를 넘어서도록 밀어붙여야 하는데, 맹렬한 저항을 피할 수 없습니다. “조직에 혁신을 일으키려고 할 때 기존 구성원들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거나, 뒤에서 험담을 하며 개혁에 반대한다.” 이런 난관을 이겨내려면 “선명한 원칙으로 꾸준히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코트는 강조합니다. “리더의 원칙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누군가 그 실수를 무기로 삼아 개혁을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명한 원칙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코트는 10가지 원칙을 세운 뒤 하니웰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철저하게 실천했습니다. ①게으른 사고방식을 몰아낸다. ②현재와 미래를 위한 계획을 동시에 세운다. ③해묵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④지속적인 진화에 능숙해진다. ⑤고(高)성과 조직문화를 구축한다. ⑥내부 리더 육성에 끊임없이 집중한다. ⑦성장에 충분히 투자한다. ⑧인수·합병에서는 가격이 전략이다. ⑨불황에서도 장·단기 목표를 동시에 계획한다. ⑩후임 리더와 함께한다.

코트가 퇴임 후 강연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하니웰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최선의 요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최선의 한 가지를 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적 엄정함의 사고방식만이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업에 대해서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쉬운 해답은 없습니다. 유일한 진짜 해답은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