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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8.31 완벽함은 당신의 적이다
  2. 2021.08.31 선택설계자들
  3. 2021.08.31 넥스트 자본주의 ESG
  4. 2021.08.31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5. 2021.08.31 인간생존의 법칙
  6. 2021.08.31 세렌디피티 코드
  7. 2021.08.31 20210831
  8. 2021.08.30 20210830
  9. 2021.08.29 20210829
  10. 2021.08.28 우리는 독점기업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적 벤처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투자 대상 기업 CEO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회사 사무실에 갔는데, 당신이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면 투자를 늘리겠습니다.” 말에는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일과 삶에서 성찰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고, 번째는 요즘 세상이 성찰할 시간을 내주지 않고 심지어 성찰할 능력마저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경제신문 827일자 A30 걸음 물러나면 많은 것이 보인다 기사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성찰 전형적 이미지라고 하면 로댕의생각하는 사람이나 깊이 명상에 잠긴 사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숱한 업무와 회의, 중요한 결정과 막중한 책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색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지프 바다라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학에서 만난 100여명의 기업인을 인터뷰하고 위대한 인물들의 일기와 기록을 심층 연구한 결과성공한 사람들은모자이크 성찰 활용하고 있다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모자이크는 여러 빛깔의 작은 돌이나 유리를 조각조각 붙여서 무늬나 회화를 만드는 기법입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성찰하는 것이모자이크 성찰입니다.

바다라코 교수는 성찰의 전제로제대로 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대충하라 말합니다. “가치있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라 말을 들어온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운 원칙일 있지만, “ 걸음 물러서야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성찰은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 또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성찰의 번째 설계 원칙은적당히 괜찮은 (good enough) 목표로 하라입니다. “많은 일들이 일상에 미칠지라도 시도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데, 성찰이 그런 가운데 하나다.” 번째 원칙은저단 기어(downshifting)’ 바꿔서 끊임없이 여기서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묻는 것입니다. 잠시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생산성에 대한 근심을 털어버리라는 것입니다. 번째는 어려운 문제를 숙고하는 것이고, 마지막은잠시 멈추고 평가하라입니다.

성찰이 필요한 근본 이유는자신만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위해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법도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빠른 판단을 하는 대신에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리더가 일입니다. “우리가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삶은 무수히 많은 길로 빠지게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우리는 정신을 차릴 것이고, 그때 우리는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아닐 것이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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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설계자들

경영 2021. 8. 31. 19:51

- 간단히 말하면, 우리 고객 중에는 무모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고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있었다. 나의 첫 고객처럼 때로 규칙을 깨고 특이한 방식으로 행동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들은 새롭고 창의적으로 행동한 경우가 거의 드물 었다. 반대로 그들은 이전의 다른 기업들과 똑같이 형편없는 의 사결정을 내렸다. 톨스토이Leo Tolstoy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보 여준 여러 가족에 대한 통찰(이 소설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옮긴이)과는 정반대였다. 전략적 차별화를 연구하는 학자 들이 오래전에 이론화했듯이, 모든 성공적인 전략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전략적 실패는 모두 엇비슷하다.
- 스토리텔링의 힘은 이야기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욕구에 기초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는 《블랙 스완》에 이렇게 썼다. “우리의 정신은 놀라운 설명 기계여서 거의 모 든 것에서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으며 온갖 종류의 현상에 대 해 설명을 끼워 맞출 수 있다.” 몇 가지 독립적인 사실을 경험 한 웨인처럼 당신 역시 어떤 실마리들을 갖게 되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패턴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즉 그것들이 서 로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첫 번째 충동은 그것들을 일관성 있는 스토리로 바라 보는 것이다.
-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확증 편향은 정치적 견해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이용자들의 글이 그들의 친구들에게 과도하게 노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친구들은 서로 같은 견해를 갖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설계 방식은 이용자들의 기존 견해를 더욱 강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을 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effect(메아리가 방 안에서만 크게 울리듯 특정 정보에 갇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옮긴이) 또는 필터 버블riter bubble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옮긴이)이라고 한다. 아울러 소셜미디어는 부정확한 또는 오도된 정보인 '가짜 뉴스를 퍼트 린다. 확증 편향이 있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가짜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 모델의 필요성은 인정할 만하다. 경영자들이 다른 리더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점검하는 것은 좋은 태도다. 하지만 이렇게 모델을 추종하는 태도는 종종 세 가지 잘못으로 이어진다. 첫째, 우리는 모든 기업의 성공을 한 사람의 공로로 돌린다. 둘째, 그렇게 되면 그 개인의 모든 행동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으로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그 모델을 모방하려고 한다.
- 하지만 이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애플스토어가 성공한 원인을 혁신적인 매장 설계(그리고 매장 설계자)에서 찾는 바람에 우리는 너무나 빨리 중요한 요인을 놓친다. 소비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세 가지 제품이 출시되었다는 사실 말이 다. 애플스토어의 매출액 증가를 잠시만 살펴보아도 충분히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다. 2001년 최초의 애플스토어가 개장한 시기는 획기적인 혁신 제품이었던 아이팟이 출시된 시기와 같았다. 2008년 아이폰 출시 이후 매출액은 50퍼센트 급증했다. 이후 매출액은 1년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아이패드가 시장에 출시된 2010년 갑자기 65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폭증했다. 달리 말하면, 애플스토어의 매장 설계와 애플스토어의 성공 사이에 인과 관계는 미약한 수준이다. 애플스토어 앞에서 밤새 줄 서서 기다린 소비자들은 대리석 바닥이나 블론드 색의 나무데코를 감상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제품을 구하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 많은 기업이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했다. GE는 성공을 거둠으로써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강제적인 직원 평가 시스템 의 논리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인재의 수준이 기업 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누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는 가? 저성과자를 해고함으로써 직원들의 평균 수준이 기계적으 로 향상될 것이라는 사실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시스템을 채택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곧 포기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미국 기업의 비율은 2009년 49퍼센트에서 2011년 14퍼센트로 떨어졌다. 많은 기업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사내 정치와 정실주의를 악화시켰고, 아울러 단체정신, 동기부여,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GE조차도 이 시스템을 포기하고 지금은 좀 더 섬세한 성과 평가 방법을 사용한다. GE의 성공에는 강제적인 직원 평가 시스템보다는 더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애플이나 GE의 성공을 설명해 줄 요인들을 확실하게 찾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도 어떤 요인이 특정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구별해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는다.
- 물론이다. 우리는 이런 탁월한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실천적 교훈을 찾는다면 심각한 추론적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감탄하는 성공을 거둔 모델들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승리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이런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생존자만 바라볼 뿐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똑같은 행동을 모방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가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이다. 우리 는 생존자로만 이루어진 하나의 표본에서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렇게 하는 까닭은 생존자들만 바라 보기 때문이다.  모델을 좇는 것은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지만 길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온 세상이 모방하려고 애쓰는 소수의 우상들 대 신,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 탁월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의사결정자에게서 배움으로써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더 좋은 방법으로, 최악의 실천 사례를 연구하면 어떨까? 사 람들은 우리가 성공보다는 실수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점에 동 의한다. 성공한 기업보다는 파산한 기업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그들의 실수에서 배우는 것은 실패를 피하 는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 아무도 맹목적으로 믿지 말라, 자기 자신조차도, (스탕달)
-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직관을 신뢰할 수 있을까? 카너먼과 클 라인의 의견이 일치할 경우에는 언제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 첫째, 우리는 동일한 원인이 대개 동일한 결과를 일으키 는 확실성이 높은 환경 속에 있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장기 간의 실천과 신속하고 분명한 피드백을 통해 환경을 학습할 적 절한 기회를 갖고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직관은 이전에 경 험했던 상황에 대한 재인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올바로 대응하는 방식을 습득했다면 직관을 신뢰해야 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전문 지식의 가치와 관련하여 다른 환경에서 수행된, 모순되어 보이는 연구 결과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언뜻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소방관들이나 집중치료실 간호사들은 상대적으로 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일 한다. 물론 그런 환경에 불확실성이나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 다. 그런 환경은 상황에 관해 합리적인 단서를 제공한다는 뜻이 다. 화재가 발생한 빌딩이나 응급실 환자들을 관찰해보면 곧 어 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 년 동안 화재나 응급 상황이 발생한 직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관찰하면서 소방관과 간호사들은 많은 교훈을 얻는다. 아마 의식적으로 깨닫는 것보다 더 많은 교훈을 얻을 것이다. 항공기 성능 시험 조종사, 체스 선수, 회계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규칙적이며, 대개(전부는 아닐지라 도) 의사결정의 질에 관한 신속하고 명확한 피드백이 제공된다. 따라서 학습이 가능하다.
이런 환경을 정신과 의사, 판사, 주식 투자자가 직면하는 상황 과 비교해보라. 이런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자신의 직관을 신 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복잡하고 상당히 예측 불가능하다. 피드백이 있다고 해도 모호하고 지연된다. 따라서 정확한 전문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 지식이 발전할 수 없는 가장 극단적인 환경은 정치적, 전략적, 경제적 사건을 예측하는 일일 것이다.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 Philip Tetlock은 20년 동안의 정치경제적 추세에 관한 전문가 약300여 명의 예측 자료를 정리(모두 8만 2,361개)하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가 경기침체를 예측했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가? 정치 평론가가 선거에서 압승을 예상했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었 는가? 테틀록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그들이 임의로 대답했을 때 보다 좋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오히려 아마추어의 대답보다 형편없었다. 극단적으로 합리성이 부족한 이런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직관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 진정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카너먼과 클라인의 원칙과 잘 들 어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들의 원칙과 정반대다. 전략 적 의사결정은 확실성이 낮은 환경에서 일어나며, 의사결정자 들에게는 제한된 경험과 지연되고 불명료한 피드백만이 있다. 전문가의 직관이 발전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이보다 더 나은 사례 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임원들은 대부분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 특히 이전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 주관적 신 념이 우리의 나침반이 된다. “의구심이 든다면 기다리겠지만, 정 말 확신이 든다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해.”  이런 경우 우리는 많은 CEO, 통계 전문가, 주식 중개인들이 자신의 직감을 크게 확신하다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 아울러 판단에 대한 우리의 확신이 거의 항상 너무 과도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 일반적으로 제품은 과도하게 낙관적인 계획에 기초하여 출시된다. 만일 우리가 사업의 성공을 위협하는 환경, 경쟁자 등 수많은 변수를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면 아무것도(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 최악의 전략이다. 분석에 의한 마비는 많은 기업을 꼼짝 못 하게 하여 낙관주의 보다도 많은 피해를 준다. 설령 나중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해 도 낙관주의는 적어도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낙관주의는 귀중하고 더 나아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조직들은 의도적으로 당당하게 낙관주의를 장려한다. 대부분의 경영 환경에서 우리는 야망과 현실, 목표와 예측, 희망과 확신 사이의 의도적인 혼동 상태에서 활동한다. 이런 혼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는 연간 예산 수립이다. 예산은 사업 활동을 위한 도구이자 사업 활동에 대한 예측이다. 당신이 관리자에게 목표를 제시하면 관리자는 그 목표가 달성되기를 원한다. 예측과 목표 간의 이런 긴장감이 사업의 본 질이다. 이론적으로 두 부분이 현실성을 갖도록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 관리자의 목표치는 당신의 예측치다. 이런 긴장이 증가하면 자주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관리자의 목표 달성이 위태로워 보이면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당신은 목표의 실현 가능성(당신은 여전히 예측치를 확신한다)을 확신한다고 말하겠는가? 아니면 관리자에게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 하라고 하겠는가? 즉 당신은 예측치가 비현실적이라고 믿으면서도 관리자에게 목표치로 제시하겠는가? 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진심이든 아니든, 예측과 목표, 확신과 희망 사이의 혼동을 유지하는 것이 부하 직원의 동기부여를 지속시키는 데는 가장 좋으니까. 냉정하고 현실적인 분석가는 최초의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아마 합리적인 판단이겠지만 종종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어디서 우리의 확신이 멈추고 우리의 희망이 시작될까? 경험 많은 리더라면 어느 누구도 이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려면 낙관적인 계획가가 되 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 낙관주의가 의사결정에는 나쁘지만 리더에게는 좋은 이유가 또 있다(리더들은 낙관주의자들이다). 우선 우리는 낙관주의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낙관주의, 야망, 대담함은 영감 넘치는 리더들과 관련되는 자질들이다. 이유가 분명하지 않지만, 결과를 기준으로 성공을 평가할 경우 낙관주의가 유리하다.  왜 우리는 인지적 편향의 영향을 받을까? 왜 우리는 추론할 때 과도한 신뢰와 낙관주의 같은 체계적 오류를 범할까? 구체 적으로 말하면 진화는 어떻게 이런 편향을 선택했을까? 인지적 편향에 의한 체계적 실수가 우리의 적응과 생존에 해롭다면, 자 연선택은 편향된 개인을 제거했을 것이며 편향이 점점 더 드물 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편향은 보편적이다. 이것은 우리의 먼 조상들에게는 이런 편향이 휴리스틱스(조상들이 이따금 보여주었던 또 다른 측면이다)보다 불리한 요소가 아니라 자산이었음을 시사한다. 자연 선택은 자신감 없는 사람들, 보수적인 사람들, 신중한 사람들보 다 낙관적인 사람들, 모험적인 사람들, 위험 감수자들을 더 선호했다.
조직 내에서 낙관적 편향을 선택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필연적 이다. 능력에 따라 리더를 선택하는 선택 메커니즘은 낙관주의 편향을 선택한 다원주의적 프로세스와 유사할 것이다. 논리적으 로 보면 영감 넘치는 리더들은 가시적이고 매우 극적인 결과를 얻고 싶을 것이다. 기업에서든, 정당에서든, 실험실에서는 그런 결과를 얻는 가장 좋은 길은 무엇일까? 물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그리고 행운을 얻는 것이다)! 보통 수준의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에 만족하는 조심스럽고 소심한 사람들은 존경할 만한 경력을 오랫동안 누릴 것이다. 그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빛나는 경우는 좀처럼 없을 것이다. 반면 위험 감수자들은 종종 추락해버리겠지만 그중 소수는 결국 정상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요점은 우리의 리더들은 조심스러운 사람(또는 불운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을 거둔 낙관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낙관주의자들 이 훨씬 더 좋다! 이런 낙관주의자들은 정상에 올라간 뒤에 자 신의 능력과 직관 그리고 의사결정을 지나치게 과신하게 된다. 어쨌든 그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니까...... 지금까지는
- 상황이 지금 상태로 유지되기를 원한다면 바뀌어야만 합니다. 이해하겠습니까? (주세페 디 람페두사, 《표범》)
- 디카밀로와 그의 전임자들 모두 디지털 사진 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일찍이 1990년에 이 회사의 장수 CEO 맥알리스터 부스MacAllister Booth (직장 생활을 거의 폴라로 이드에서 보냈다)는 주주들에게 “우리는 새로 강력하게 등장하는 디지털 이미지 분야에서 중요한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라고 말했다. 1996년 폴라로이드의 디지털 부문 매출액은 1억 달러가 넘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디지털 카메라 PDC-2000은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디카밀로는 이러한 기술 혁명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의 전략 계획에 포함된 세 가지 중요 주제 중 첫 번째가 디지털이었다. 폴라로이드의 파산은 CEO가 물속에 잠긴 빙산을 보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배가 너무 굳어서 방향 전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는 널리 퍼져 있다. 기업들이 리더들의 결정 사항을 항상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다. 시장 붕괴에 직면했을 때 기업 들은 리더들의 말보다 훨씬 더 느리게 바뀐다. CEO가 발표하는 전략에 맞추어 직원들의 역량이 집중되지도, 재정적 자원이 배분되지도 않는다. 이런 관성은 인지 편향과 조직적 요인들이 결합된 형태로 깊이 뿌리박혀 있고, 때로 폴라로이드의 경우처럼 치명적이다.
- 기업의 핵심 임원들에게 자사가 실수를 인정하고 적절한 시기에 실패한 계획을 중단하는지 물어보면 80퍼센트가 그렇다 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직급이 낮은 임원들에게 물어보면 52 퍼센트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자원 재배분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다행히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기업들은 CEO가 새로 임명된 다음 해에 눈에 띌 정도 로 많은 자원을 다시 배분한다. CEO가 외부인일 경우 더욱 그 렇다. 그는 기준점 효과와 조직 내부의 사회적 압력에 더 잘 저항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신임 CEO들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낸다. 자원의 재배분이 신속하고 결정적인 경우 훨씬 더 그렇다.
- 디카밀로가 CEO에 취임했을 때 폴라로이드는 수익성이 미미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마케팅부는 자사의 시장점유율이 100퍼센트라고 선언하는 보고서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그 보고서는 시장을 미국의 즉석카메라 시장으로 정의했다. 이 회사의 연구실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디카밀로는 즉시 기업 문화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그는 부임 하자마자 폴라로이드 연구실을 시장과 가깝게 재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사업은 가장 많은 특허권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업은 가장 많은 연구 보고서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업은 얼마나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강력하고 새로운 메시지였다. 디카밀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전 체 직원의 4분의 1인 2,500명을 내보냈다. 그는 폴라로이드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의 관성은 피할 수 없었다. 뛰어난 폴라로이드 연구소와 연구원들은 무슨 일을 했을까? 디지털 제품도 개발했지만 대부분은 즉석카메라 제품의 연장선상에서 더욱 저렴한 모델을 만들었다(일부 제품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폴라로이드의 사업 모델 역시 관성을 부추겼다. 전형적인 면도기와 면도날' 모델을 이용하는 폴라로이드는 카메라를 저가에 팔고 필름에 서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소모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디 지털 세계에서 이 사업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지 털로의 전환을 위해 폴라로이드에는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기업의 비용을 철저하게 줄이고, 적극적으로 핵심 사 업을 분리하고(또는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디지털 기술에 대대적으로 재투자해야 했다.
폴라로이드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업이 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대응한다. 또한 자원을 충분히 재배분하지도 않는다. 출구 전략에 관한 역사적인 연구 를 수행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인지 편향 탓에 “기업들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새로운 정보 앞에서도 목표를 조정하지 않으며, 밑 빠진 독에 더 많은 물을 쏟아붓는다.
- 안전을 추구하지 마라.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휴 월폴)
- 사후 확신 편향은 역사 교과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나 '베르사유 조약의 결과'를 분석하는 법을 배운다. 역사가들은 원인과 결과를 논리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여러 사실 간의 연결점을 조심스럽게 선택한다. 그러다 보면 흔히 '원인'은 완전히 간과된다.
최근 역사가와 인공지능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현대의 정보에 만 기초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사건들이 나중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을지를 예측 하게 했다. 그들의 결론은 이렇다. 역사적 의미는 예측하기 극히 어렵다. 세상은 너무 뒤죽박죽이고 임의적이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오로지 사후적인 시각 으로 자신의 서사에 들어맞는 사실들을 선택하고 다른 사실 들을 배제한다. 그러므로 똑같이 그럴듯한 다수의 역사 해석이 공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수정주의적' 역사 이론도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불확실한 사건을 나중에 되돌아보면서 필연적이었다. 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1940년 나치 독일의 위협에 직면한 영 국은 불굴의 전사를 수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고 우리는 배웠다. 그리고 우리는 전시 영국의 수상으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외에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다. 영국 여왕이 처칠을 부르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원의원 가운데 그가 수상이 되 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은 종종 잊어버린다. 처칠이 주로 계획했지만 결국 참패한 노르웨이 작 전에 관해 의회에서 논쟁을 하다가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면서 역설적이게도 그가 수상으로 지명되게 되었다. 전기 작가인 마 틴 길버트Martin Gilbert는 3만 페이지 분량의 처칠 전기를 쓰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질문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예를 들어 당신이 가장 최근에 참석했던 위험한 투자 사업 회의를 떠올려보라. 회의 참석자들은 그 사업의 본질적인 위험성 을 인식하고 있었는가? 그 사업을 제안한 사람은 실패(또는 성공) 확률을 계량적으로 추정하려고 노력했는가? 한마디로, 그 의사결정은 주사위 굴리기와 비슷했는가?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해 "아니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며 정당한 이유를 댈 것이다. 의사결정자는 원칙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하며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계산 가능한 통계적 성공 확률에 기초해 베팅하는 도박꾼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위험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위험은 최소화해야 할 예로 사항이며 맞서야 할 도전 과제다. 관리자가 위험을 언급하자마자 의사결정자들은 위험을 줄일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여기서 '위험'은 의사결정 이론가가 생각하는 위험, 즉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아니다. 의사결정자들에게 위 험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과신의 실수가 발생한다. 기업이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의식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지나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거의 100퍼센트 확신하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살펴본 편향의 직접적인 결과다. 
- “그들은 그 일이 불가능할 거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해낸 겁니다” 라는 마크 트웨인 Mark Twain 의 말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감수하라고 권유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말은 우리가 위험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멋지게 보여준다. 즉 용기가 아니라 무지 탓이다. 물론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은 나쁜 결정이고,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분명히 알면서 위험 회피를 극복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더 자주 시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 세상의 지혜는 우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패배하는 것이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가르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아서 슐레진저 2세Arthur M.Schlesinger Jr. 는 이렇게 썼다. “피그스만 공격이 끝나고 몇 개월 뒤, 나는 회의 중에 계속 침묵한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했다.......내가 소심하게 몇 가지 질문밖에 못 한 것은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에 대해 경고하려는 마음이 토론 분위기에 휩쓸려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집단사고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윌리엄 화이트가 만든) 이 용어를 대중화시킨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적 의사결정에 기초해 집단 역학을 연구했다. 케네 디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 슐레진저는 쿠바 침공을 결정한 것은 실수라고 확신했고 그로 인한 끔찍한 결과도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소심하게 몇 가지 질문밖에 못 했다. 그는 자신의 의심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집단과 리더가 제시한 지배적인 의견에 따랐다.
* 집단사고는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의심에 대해 침묵하게 할 위험이 있다.
* 집단사고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지만, 집 단에게는 개인이 알고 있는 유용한 정보의 공유를 막기 때문에 해롭다.
* 집단은 다수의 의견을 강화하기도 한다(집단의 극단화).
* 동질성은 집단사고를 악화시키고, 이것이 윤리적인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야?"
- 무지의 대가로 이익을 얻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이해시키기는 어렵다! (업튼 싱클레어)
-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함으로써 일관되게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는 많다. 판단하기 모호할 때 우리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되, 다른 사람들(그리고 우리 자신)이 의심(우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그럴듯하게 선별적 으로 추론한다. 댄 애리얼리는 이런 행동을 인상적인 문장으로 요약한다. “우리는 자신의 이미지가 상당히 정직한 개인으로 남을 만한 정도까지만 다른 사람들을 속인다.”
- 결론을 말하자면 자신의 편향과 그것을 줄이는 방법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방법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 이와 같은 동어 반복적인 설명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떤 결정이 리더만의 결정이 아니라 조직의 결정이어야 한다면 리더 는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의사결정이라는 예술에는 집단적인 차 원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 선택에 직면한 똑똑한 리더는 팀원들 에게 의지하고 전문가에게 묻고 이사회와 함께 논의할 것이다. 리더는 스스로 자신의 편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편향을 분명하게 보고 피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 설령 리더가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더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그는 편향과의 개인적인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함으로써 나쁜 결정을 막기 위한 집단적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집단이 항상 좋은 결정을 내린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실수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결정 측면에서 팀은 최고의 수단인 동시에 최악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 다행히도 기업 임원들의 의사결정에 핵 공격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전략적 결정을 내릴 때 케네디가 1962년에 던졌던 질문을 그대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의사결정에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떤 팀이 필요할까? 그 팀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필요할까? 우선 팀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임원들은 확실히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다.
- 자신의 편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아래의 세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 자기 자신의 편향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다.
* 모든 상황에서 여러 가지 편향이 개입된다. 
* 휴리스틱스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편향도 있다.
-  개인과 달리 조직은 의사결정 과정을 바꿈으로써 의사결정을 개선할 수 있다.
-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두 가지 조건은 협업과 프로세스다. 협업을 통해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편향을 바로잡을 수 있고, 프로세스를 통해 집 단은 집단사고에 함몰되지 않는다.
- 영화 〈필사의 도전〉에 나오는 '카우보이 문화(실수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감추어야 한다)'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대신 우주비행사들은 모든 의심에 대해 토론하고 작은 사고도 모두 보고하도록 권장된다. 그들은 그런 행동에 대해 칭찬을 받고, 그들의 보고가 차후 비행사 훈련이나 체크리스트 개정에 반영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우주비행사들이 생명을 구하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프로세스 덕분이며,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협업 덕분이다.
- 대부분의 조직은 전략적 의사결정보 다는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공식적인 방법을 훨씬 더 자주 이용 한다. 거의 모든 기업에 사무용품 구입 절차가 있지만 기업 인 수나 합병에 대한 공식적인 절차가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대부분 자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엄격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지만 의사결정에는 이와 동일한 품 질 기준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모든 조직은 어떤 결정이든 내 리는 '공장'이지만 이 가상의 공장에서는 실제 공장과 같은 품 질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기업의 경영구조는 의사결정의 품질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유형의 의사결정(예컨대 특정 금액을 초과하는 투자)을 승인하기 위해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면 이것은 일종의 프로세스다. 이사회는 합의체이기 때문에 이 론적으로는 협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사회가 효과적이고 협력 적으로 운영된다 해도(매우 드문 경우다) 좋은 경영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장의 비유로 다시 돌아가면, 경영구조는 품질관리다. 이것 은 제품, 곧 이사회에 제출된 의사결정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준다. 하지만 품질관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좋은 제조공정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경영구조는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위한 좋은 제조 프로세스를 구축하도록 자극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의사결정의 품질을 개선해주지 못한다.
사실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의사결 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감독기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 니다. 판사들이 정당한 법 절차를 존중하는 것은 법 절차를 준 수하지 않으면 해임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들이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휴스턴 우주센터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과 아무 관련이 없다. 두 경우 모두 의사결정자들은 최선의 결정을 내리 기 위해 노력하고, 협업과 프로세스가 최선의 방법임을 진심으로 확신한다.
- 구체적인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1,048개의 의사결정 사례에서 투자의 성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요인은 무 엇이었을까? 투자 결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편향을 극복 하기 위한 협업과 프로세스였다. 특히 다음의 4가지 질문이 최 선의 투자 결정과 최악의 투자 결정을 갈라놓았다. 첫째, 투자 제안과 관련된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해 확실하게 논의했는가? 만일 이런 논의가 없었다면 자기과신의 위험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투자를 둘러싼 분위기가 긍정적일 경우 아무도 어둡고 우울한 말을 해서 파티를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둘째, 투자 제안에 대해 토론할 때 CEO의 의견과 배치되는 관점이 제시되었는가? 그런 관점이 제시되어야 집단사고를 극복할 수 있다. 회의 참석자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CEO의 의견에 동조하는 성향이 있다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것이다. 
셋째, 투자를 지지하는 자료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와 상반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찾아보았는가? 앞으로 보겠지만 이것은 확증 편향(투자 제안을 자연스럽게 묵인하게 한다)을 방지하는 직접 적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투자 승인 기준이 사전에 설정되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었는가? 이런 행동은 의사결정자들이 스토리텔링 편향에 빠지지 않게 한다. 우리는 선별된 자료를 이용해 좋은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모든 결정을 얼마나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사전에 설정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당신은 원하는 결론에 맞게 추론을 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선택할 위험이 있다.
- 우리는 의사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추가 토론을 다음 모임 때까지 연기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각자 다른 관점을 생각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핵심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앨프리드 슬론)
- 많은 조직에서 잘 진행된 회의는 논쟁이 없는 회의다. 생각이 서로 부딪치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질적인 토론을 회피하여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마찰이 예상 되면 현명한 발표자는 회의 전에 핵심 이해당사자들과 일대일 로 만나 문제를 해결한다. 회의는 결국 이미 결정된 사안을 대충 훑어보고 승인하는 요식 행위가 된다.  이런 행위가 다양한 편향을 어떻게 발생시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집단사고는 대다수가 이미 투자 제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증 편향은 청중이 발표자의 이야기를 추종하는 것으로, 자기과신은 아무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익 편향은 의사결정위원회 구성원이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를 암묵적으로(또는 명시적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각각 나타난다. 의사결정 회의는 이런 편향들이 표면 으로 끓어오르는 가마솥이다. 
-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하여 대화라는 주제를 꺼낼 때 흔히 세가지 우려가 생긴다. 이런 우려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화의 가치를 진정으로 믿지 않으면 이런 대화 기법들이 아 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우려는 대화가 끝없는 논의로 전락하여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거나 더 심한 경우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것은 앞에서 간단히 언급 한 '정보 과다로 인한 분석 불가능'의 위험으로 일부 조직이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 이때 리더는 해결책으로 토론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소비재를 만드는 한 다국적기업은 잠시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공식적인 모토로 삼았었다. “논쟁하지 말고 행동하라").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의사결정 속도를 개선하기 위 해 의사결정의 질을 희생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도(그리고 충분하 지도) 않다. 
두 번째 우려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대화가 결국 타협에 의한 합의(별로 좋지 않은 두루뭉술한 합의)로 끝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오해다. 대화는 민주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화가 끝나면 의사결정자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그는 논의 결과를 경청한 뒤에 결정을 내리지만 다수의 관점을 반 드시 선택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임원은 대화를 끌어내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사람들을 부드럽게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대화를 통해 팀을 이끌려면 경영자에게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세 번째 우려는 명확한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에 기인한다.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졌다면 사람들은 서로 대립되는 관점을 표출했을 것이다. 일단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면 소수파에 속한 사람들도 실행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반대했던 전략을 실행하는 것을 망설일까? 다른 관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할까?
경험과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 반대다. 모든 사람의 의견 이 공평하게 경청되는 진정한 대화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힘을 부여한다. 김위찬과 르네 마보아 Renee Mauborgne는 이것을 '공정한 프로세스라고 부른다.
- 어떤 사람들은 의사결정 체계를 정하고, 의사결정 규칙을 공식화하고, 일정한 형식을 만드는 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낼까봐 걱정한다. 그들은 이런 도구를 사용하면 논의가 위축되고, 독창 적인 논쟁의 가능성을 없애며, 궁극적으로 위험 감수 기회가 박탈될까봐 두려워한다. 이런 우려는 타당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의사결정 체계와 체크리스트가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보 조 도구가 아니라 대체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관료적 인 조직에서는 논쟁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의사결정 회의가 단순히 제안서를 대충 훑어보는 자리로 이용된다면 잘 정립된 의사결정 체계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의사결정 체계는 실질적인 대화와 다양한 생각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업에서 이 책에 소개한 다른 기법들과 함께 사용할 경우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앞서 언급한 CEO(그리고 다른 많은 CEO)가 발견했듯이 일반적인 의사결정체계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형식을 지키는 것은 프로젝트 책임자들이 사실을 선택적으로 제시하여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의사결정 회의에 기본 자료가 더 신속하게 전달되어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갖게 해준다. 참석자들은 필수적인 사실 확인 단계를 건너뛰고 자유롭게 자신의 관점을 말하면서 진정 한 대화를 나눈다. 그들이 동일한 사실들에 동의했기 때문에 성과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CEO가 위험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프로젝트에 수반된 위험 수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는 의 견을 바꾼 것 때문에 종종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고 한다.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 습니까?”
이말은 근본적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사결정 과정에 서 우리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우리는 당연히 그것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나 고려해야 할까? 언제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새로 발견하고 자신의 입장을 재고할까? 새로운 자료가 나올 때마다 입장을 바꾸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고집쟁이 처럼 완고한 것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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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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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자본주의 ESG

경영 2021. 8. 31. 19:49

- 환경 문제에 따른 피해 비용 계산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비용 부과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 화력발 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1kw의 가격은 5센트 정도인데,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미치는 피해를 약 4센트,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4센 트 정도로 환산할 수 있다. 결국 석탄 연료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 1kw의 실질적 비용은 약 13센트에 이르게 된다.17 소비자는 실제로는 석탄 연료 비용의 40%만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니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면 9센트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내고도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 애당초 시장 효율성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환경 문제와 같은 비시장적 이슈는 소홀히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자라면 단기 실적에 더 신경쓰면서 환경 문제는 먼 미래의 과제 정도로 미뤄두고도 싶을 것이다. 이런 사고의 바탕에도 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신자유주의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기후변화 문제는 자본주의의 위기와 깊이 연결돼 있다. 이 문제를 자본주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다.
- 투자자가 수익률을 중시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ESG 투자는 앞에서 살펴본 사회책임투자나 지속가능투자와는 수익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사회책임투자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사회적으로 해로운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쪽이라면, ESG 투자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라도 돈이 안 되는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 가깝다.

- 자본시장은 집중도가 높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자산운용사 5곳에서 세계 전체 운용 자산externally managed assets의 22.7%를 차지했으며, 상위 10곳에서 34%를 차지했다. 그리고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Vanguard,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가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이들은 미국의 대표 기업군인 S&P 500 기업 88%의 대주주가 된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자 산 운용 성과는 세계 경제 전반의 건강도'에 크게 좌우되며 이들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초대형 자산운용사 및 기관투자자들을 종종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라고 부른다.
재무 이론에 따르면 위험도가 서로 다른 성격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위험을 통제하고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오너들은 이런 방식으로 시스템 리스크system-level risk를 줄이기 어렵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소규모 투자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hedge 하기 위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라든가 기후변화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제품 을 판매하는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오너 는 수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험 을 헤지할 방법이 없다.
간단한 예로, 유니버설 오너의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한 기업 이 생산 과정 중에 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면서 큰 이익을 거뒀다 고 가정해 보자. 단기 이익이 크게 뛰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 가는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가 심각해져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하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다른 기업들은 모두 추가로 세금 부담을 지게 되고 그들의 이윤도 악화한다. 당연히 이 기업들의 주가는 떨어질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식 자산을 보유한 유니버설 오너의 전체 수익률 또 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유니버설 오너는 매우 큰 영역을 포괄하고 있기에 일 부 기업의 단기 이익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결국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자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유니버설 오너는 경제 전체, 또는 사회 전반의 이득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 물론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공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아직도 수탁자 의무에 대한 규정은 애매하며 기업들이 ESG 요인을 보고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체계적이고 공통적인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업 평가에 ESG 요인을 회계 자료처럼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 황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탁자 의무가 ESG 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이라고 보는 시각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불충분한 규정 및 제도는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 원래 전략은 특정 기업에게 하는 조언이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이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즉, 일부 기업 은 뛰어난 전략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으므로, 개별 기업에 어떻게 하면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을 지 조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러 기업이 다 같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평균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은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없다. 즉 경쟁 시장에서' '모든 기업이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두 명의 학생에게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모든 학생을 우등생으로 만들 비법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 중요한 질문은 기업이 CSR 활동을 할 인센티브가 과연 있 는가 하는 문제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몇몇 경영자가 CSR 활동을 통해 이윤도 늘리고 사회적으로 칭찬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모든 경영자가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노력할 인센티브는 발견하기 힘들다. 경영자의 '갑'인 주주가 갑자기 착해지거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않는 한 말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존재가 드문 착한 투자자'를 전제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는 없다. 결국 논의는 투자자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가 자신에게 높은 주가를 가져다준다는 인식, 또는 그러한 상황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곧 ESG 투자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 '공유 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즉 CSV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자 저명한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와 마크 크레이머 Mark Kramer가 2011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글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그들은 CSV를 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성공을 함께 달성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하면서, CSV는 '이미 창 출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이를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은 CSV가 자선 활동,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성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포터가 경영학의 대가이기 때문인지, 이 글은 발표되자마자 학계와 산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CSV가 CSR보다 진화된 개념이며 나아가 ESG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 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CSR 연구자들은 CSV가 기존의 CSR 연 구에서 나온 개념과 별로 다를 것이 없으며, 전략적 CSR의 한 유 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개인적인 판단으로도 CSV는 CSR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CSV를 따로 다루는 이유는 이 개념이 유명하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다. 도리어 몇몇 핵심적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포터의 지금까지 업적과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SV 개념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 ESG와 혼용돼 버리면 혼란을 낳을 수 있기에 이를 한번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 포터와 크레이머의 글을 직접 인용해 본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자체가 아니라 공유 가치 창출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모든 이윤은 똑같지 않다. 그러나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자본시장이나 대부분의 경영 이론에서는 이런 생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목적을 포용하는 이윤이 더 높은 수준의 자본주의 - 기업과 사회의 번영이 선순환을 만들고, 그를 통해 지속가능한 이윤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 공유 가치 창출은 오늘날의 기업 활동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공유 가치는 기업들이 옳은' 이윤 사회 편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이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물론 자본시장은 끊임없이 사회적 요구를 희생시켜가면서라도 이윤을 거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윤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더 많은 기회를 잃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CSV를 통해 자본주의를 개혁하자는 그들의 취지는 이해가 되 지만, 누구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기업에 주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이, 또는 경영자가,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에서 CSV 추구로 바꾸겠다고 해서 바뀌는 것인가? 또 개별 기업이 잘하기만 하면 CSV는 목표를 달성하고 한 단계 더 높은 자본주의로 가게 되는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현 자본주의의 문제가 '단기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시장' 때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시장의 특성을 이렇게 봤다면, 진심으로 포터와 크레이머는 기업 경영자가 단기 이윤에 매몰된 주주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CSV를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심지어 그들은 자본시장 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회적 요구를 희생시켜서라도 이윤을 거두려 할 것이지만, 그런 이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더 큰 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자본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사회적 가치를 희생해가면서라도 이윤을 올리는 데 급급할 것이라고 비 판하면서, 기업이 CSV 덕분에 옳은 이윤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만국의 경영자들이여, (자본가들의 탐욕 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단결하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 많은 경제학자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 정도로 '온건한 견해를 피력해온 데 비해, 노벨 경제학상(1976년)을 받은 시카고 대학 교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훨씬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1970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에 기고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라는 글에서 기업
에 이윤 극대화 이외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의 이 글은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의 목적에 관한 연구 와 실제 기업 경영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이해관 계자 자본주의 열풍이 불면서, 그의 주장을 이제는 폐기돼야 마땅 한 구시대의 이론으로, 심하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취급하는 상 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양 극단에서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옹호론자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반대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옹호론자인 알렉스 에드먼즈Alex Edmans가 말했듯이 “프리드먼의 글은 잘못 인용되고 잘못 이해되고 있다. 수천 명의 사람은 심지어 제목 이외에는 읽지도 않고 그의 글을 인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제목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프리드먼의 입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본문을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즉, 기업은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근로자에게는 저임금을 지급하며 환경을 오염시켜 가면서라도 이윤을 극대 화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착취하는 행동을 조금도 옹호하지 않았다."
- 프리드먼이 기고문에서 주장한 바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책임은 오직 사람만이 진다. 표면적으로는 법인격을 가진 기업이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기업 소유주가 지게 된 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 활동(기부, 봉사 등)은 기업이 아닌 주주, 경 영자, 근로자가 각자 개인 자격으로 기업에서 번 돈으로 원하는 바에 따라 하면 된다.
둘째, 경영자는 주주들에 의해 임명된 대리인으로서 주주 이익, 즉 이윤 극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업은 법률에 규정되고 윤리적 관습으로 체화된 사회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만약 경영자가 법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졌다면, 이는 자신을 고용한 주주의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 방향으 로 행동했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법에서 정한 수준 이상으로 오염 을 막기 위해 지출하거나, 빈곤 퇴치에 기여하기 위해 적임자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실업자를 고용하는 행동은 경영자가 자기 자신 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돈을 더 쓰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른 사람 의 돈을 활용해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원래 정부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 경영자는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관점에 따라 이 루어지면 시장기구가 아닌 정치적 메커니즘이 자원을 배분하는 셈이 되어 시장경제 체제의 장점이 사라진다. 프리드먼은 기업들 은 시장을 통해서 사회적 후생을 창출하고, 그 이외의 사회적 목적은 정부가 별도의 정치적 프로세스를 통해서 해결함으로써 시장과 정부의 영역을 분리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시장은 '만장일치의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시장 거래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거래를 통해 이 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시장 거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계약과 거래에서는 참여자들 이 함께 누리는 공유 가치와 거래에서 지켜야 할 개인적 책임 이 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그에 비해 정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즉, 개개인 은 특정 사회적 이슈에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다수결 원 칙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 물론 시장 역시 완벽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다수결에 기반을 둔 정치적 결 정이 필요한 영역도 존재한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사회적 책임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거의 모든 활동이 정치 영역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섯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장기 이익에 합치하 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대기업의 경우, 그 지역사회에 사회적 기여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수한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근로자들의 파업·태업을 줄일 수 있는 등 기업 경영에 바람직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신경 쓸 때 긍정적 효 과가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대기업 경영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이윤 추구가 사악하고 비도덕 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의해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널리 퍼뜨리고 기정사실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는 사회가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행동을 하면서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그 자체를 경계하는 것이다.
- 프리드먼이 주장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프리드먼이 주장한 적이 없는데 마치 그가 주장한 것 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프리드먼은 '주주 지상주의shareholder supremacy'를 강화해 경영자들이 단기 이윤에 몰두하도록 만들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주장 속 '이윤'은 단기 이윤이 아니라 장기 이윤을 뜻한다. 프리드 먼이 '장기적인 이윤 극대화'를 의도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영자들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챙기는 행동도 그에게 있어서는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여졌을 거라고 추론할 수 있다.
둘째, 첫 번째 결론은 자연스럽게 프리드먼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무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로 연결된다. 그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고 윤리적 관습으로 체화된 사회 규칙을 기업 모두가 준수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물론 수많은 기업이 지금까지 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을 해왔고, 이것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위기를 낳은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폐해에 대해, 마치 프리드먼이 맹목적인 이윤 극대화를 주장해서 발생한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프리드먼은 몰염치하게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경영자들을 지지하지 않았다. 종종 그의 이론이 경영자의 과도한 보상을 정당화했다는 식으로 오해받고 있으나, 그는 도리어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대리인 문제'를 더 경계했다.
결론적으로, 프리드먼은 기업이 이해관계자 이익을 챙기는 행동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이 그런 행동을 하려면 주주들의 동의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의 영역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원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며, 경영자가 주주에게 이윤 극대화 이외의 목적 추구를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계약의 집합체가 곧 기업이고, 따라서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에게 손해가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프리드먼의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쉽게 이해될 것이다.
- 미국 MSCI의 ESG 등급 평가 
기업의 ESG 등급 평가 논리와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1) 평가는 데이터 수집부터 시작된다. 평가기관들은 기업들이 공개한 자료는 물론이고, 개별 기업 면담, 미디어, 정부, NGO 자료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한다.
(2)0 데이터를 분석해 한 기업의 ESG 관련 리스크 요인이 동종 의 타 기업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exposure scores 그리고 그 기업의 상대적인 ESG 관리 역량은 어느 수준인지management scores를 정량적인 지수metrics로 나타낸다. 리스크 요인 항목은 80개 지수, 관리 역량 항목은 600개의 정책 및 프로그램 지수와 240개 성과 지수로 구성돼 있다.
(3) 리스크 요인 및 관리 역량 지수를 37개의 ESG 이슈별로 묶 어서 각 이슈에 대해서 0부터 10까지의 범위로 평가 점수를 매긴다.
- 한 예로, 823개 미국 기업에 대해 5개 평가기관이 부여한 ESG 평가 점수를 사용해 두 평가기관 간의 평가 점수 상관계수를 비교 한 연구에 따르면, 상관계수는 0.42에서 0.73 범위의 값으로 나타 났고 평균값도 0.61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평가기관에 따라 결과 가 천차만별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그에 비해 기업의 신용등급 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무디스와 S&P가 부여한 기업의 일 반 신용등급 사이의 상관계수는 0.986으로 매우 높다.
이처럼 신용등급에 비해 ESG 등급은 평가기관과 기준에 따라 워낙 편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 자료를 근거로 투자 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평가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ESG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할까? 같은 연구에 따르면, 평가 결과의 차이는 '통합 차이aggregate divergence', 측정 차이measurement divergence'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통합 차이는 다시 범위scope 차이, 가중치weight 차이로 나눌 수 있다. 범위 차이는 평가기관에 따라 예컨대 '관계사 거래'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는지의 차이에 기인하고, 가중치 차이는 각 항목 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 기인한다. 그에 비해 측정 차이는 같은 항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근로 조건' 항목을 측정하면서 종업원 이직률을 사용할 수도 있고, 노동 관련 분쟁 건수를 사용할 수도 있다.
- MSCI ESG 인덱스 중에서 예컨대 ESG Screened 인덱스는 무기, 화력발전 등 ESG 기준에 맞지 않는 몇몇 종목만을 배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벤치마크 인덱스와 동일하다. ESG Universal 인덱스는 여기에 ESG 상위 등급 종목의 비중을 늘리고 하위 종목 비중을 줄였을 뿐이니 일반 펀드와 크게 달라질 여지가 없다.
ESG 통합 투자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ESG 통합 투자는 기존의 기업 가치 산정 방식에 ESG 요인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ESG 요인을 감안함으로써 일부 종목이 추가 혹은 배제되거나 종목별 비중이 조정될 수는 있겠지만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있을 여지가 없다.
ESG 요인만 고려하거나 최소한 ESG 요인 반영 비율을 크게 올려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MSCI ESG 인덱스 중에서 ESG Leaders, MSCI SRI 인덱스는 ESG 상위 등급 기업만을 편입한 사례로, 일부 ETF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ESG 요인만을 고려해 ESG 등급이 낮지만 성장성이 좋은 기업들을 다 배제함으로써 펀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되면 ESG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
- 기업은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비용 지불 없 이 과다하게 배출하고 있다. 이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여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대표적인 규제 정책이다. 1990년 세계 최초로 핀란드가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1990년대 초반 덴마크, 스웨덴, 노 르웨이 등의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 탄소세를 도입했고, 2019년 기준으로 25개국, 4곳의 주 정부에서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또한 탄소세와 비슷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개별 기업에 일정한 탄소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 기업은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그 잉여분을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한 기업에 판매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범국가 단위(EU) 1곳, 국가 단위(한국, 스위스,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4곳, 지역 단위 15곳에서 배출권 거래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부터 시행했는데, 2021년부터 제3차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됐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기준으로 매년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기업별로 할당한다. 제3차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그 전에 비해 대상 업종 확대, 유상 할당 대상 및 비율 확대, 이전보다 엄격한 할당량 책정기준 적용 등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히 늘었다. 예컨대, 탄소 배출이 많은 발전, 철강, 정유 기업들의 경우, 할당량은 줄어들고 유상 할당이 늘어남에 따라 영업이익의 1% 이상을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행되는 탄소세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합하더라도 전세계 온실가스의 약 20%만이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등 탄소 다량 배출 국가들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두 제도 모두 도입하지 않았고, 중국도 일부 지역(베이징 등 8개 도시)에서만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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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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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각은 조현병처럼 정신질환이나 각성제와 같은 약물의 영향으로 나타나는데 뇌 질환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 시각중추가 있 는 후두엽에 장애가 발생하면 환시, 즉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나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보는 현상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뇌종양과 혈관 장애로도 환각이 발생할 수 있고, 흔히 광우병 으로 알려진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reutzfeld-jakob Disease, CJD)에 걸린 환자에게서 최초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또 최근 주 목받는 레비소체 (Lewy body) 치매라는 파킨슨증(Parkinsonism, 파킨슨병 의 주요 증상은 떨림, 근육강직, 느린행동, 걸음걸이 이상 등이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증상 자체를 파킨슨증'이라고 부르는데, 파킨슨증이 나타나는 병은 파킨슨병 이외에도 다양하다)과 관련이 깊은 질환에서도 환시를 경험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측두엽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어 이 부위에 병변이 발생하면 다 채로운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청각중추로 인해 환청이 일어나는 사례도 있다. 그 밖에 환취와 환미, 처음 본 대상을 이전에도 봤다고 느끼는 기시감, 반대로 익숙한 풍경을 처음 봤다고 느끼는 미시감 등도 일어난다. 모두가 타는 듯한 이취(異臭)를 느끼는 환취는 측두엽뇌전증의 전조로 의학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증상이다.
- 뇌하수체는 대뇌 아래쪽에서 뻗어 나와서 비강과 눈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뇌의 호르몬 사령탑으로 시상하부 와 밀접하게 연관된 내분비기관(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이다. 성장 호르몬과 성선 자극 호르몬, 갑상선 자극 호르몬,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등을 분비한다.
뇌하수체 종양이 커지면 바로 옆을 지나는 시신경을 아래쪽에 서 압박해 시야가 좁아지고 눈이 침침해진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성장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되면 막시미누스와 같은 거인증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치료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데, 복합적 인 이유로 수술을 할 수 없을 때는 약물요법과 감마나이프(Gamma Knife Radiosurgery) 등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감마나이프란 헬멧 모양 기구에 201개의 코발트60을 나열한 장치다. 한 개 한 개의 방사선 에너지는 약하지만 뇌의 병변이 생긴 부위에 집중시켜 고에너지를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작은 종양 과 이상 혈관이라도 나이프(메스)로 절제하듯 처리할 수 있어 '감마나이프' 라고 부른다.
막시미누스 트락스 황제 시대에는 이 수술이 없었기에 비대해진 종양이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다른 호르몬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뇌와 몸이 차츰 엉망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이 불안정해지고 성격도 점점 더 괴팍해졌을 공산이 크다. 사람이 얼마나 커야 '거인증'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소년기에 연간 성장 속도가 2년에 걸쳐 평균키의 2표준편차 이상, 즉 100명의 동급생 중 상위 두 번째 안에 드는 속도로 키가 자라 남자는 185센티미터, 여자는 175센티미터가 넘으면 거인증으로 본다. 키가 210센티미터가 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뇌하수체 종양이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 과잉이 사춘기에 일어나면 뼈도 계속 자라 거인증이 되는데, 뼈 성장이 멈추는 성인이 되고 나서 일어나면 몸 끝부분만 자라는 말단비대증으로 진행한다. 눈썹이나 턱이 튀어나오고 코가 커지고 혀가 두툼해지며 손발이 솥뚜껑처럼 거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 뱀독은 뱀에 물린 동물의 출혈이 멈추지 않게 되는 출혈독'과 신경이 내린 지령이 근육에 전달되지 않게 하는 신경 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살모사와 반시뱀, 방울뱀과 같은 맹독 성 뱀이 지닌 독은 출혈독이다. 아름다운 얼굴로 얼핏 보면 잠자 는 듯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독은 신경 독으로, 코브라와 바다뱀의 독이다. 훗날 클레오파트라의 최후 장 면을 묘사한 그림에는 코브라나 코브라의 친척이 자주 등장한다.
뇌와 척수에서 나온 신경은 근육과 만나는 곳에서 아세틸콜린 (Acetylcholine)이라는 물질을 분비하여 근육에 지령을 전달한다. 신 경종말에서 나온 아세틸콜린이 근육 표면에 있는 수용체, 즉 전 기 코드에 비유하자면 플러그의 소켓에 해당하는 콘센트 부분에 연결되면 근육이 반응해 수축한다. 이 소켓을 신경접합부라고 부르는데, 코브라와 같은 신경독은 콘센트 부분을 차단하여 아세틸 콜린이 올바른 지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 코브라에 물린 사람이 마치 꿈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다가 마침내 손발이 마비되고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이 기능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실제로 코브라에 물 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사람들은 속이 울렁거리고 극심한 통증 과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운데, 근육이 마비되어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고 고통으로 몸부림칠 수도 없어 죽을 만큼 괴롭고 답답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사람이 코브라에 물리면 즉시 눈꺼풀 등의 얼굴 근육에 이상이 생겨 몽롱하게 졸린 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 클레오파트라의 시 신을 본 사람들이 그가 편안하게 잠자듯 저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공기 를 들이마시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데, 아 무리 손을 허우적대려 애써보아도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숨이 끊어지듯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방울 뱀 등의 독에는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하는 오피오이드 펩타이드(Opioid peptide)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니 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몸속으로 코브라의 독이 들어갈 때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 함께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
- 신경근 접합부에 작용하는 화학물질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으로는 수술 등 각종 시술을 받을 때 사용하는 근이완제가 있다. 근이완제 성분의 약물은 전신 마취할 때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목으로 기관 삽입 처치를 하 거나 수술 중 메스 등의 자극으로 근육이 불필요하게 수축하지 않도록 근이완제를 처방한다.
살충제는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해 떨어지지 않고 근육을 수축시킨 상태를 유지하여 벌레를 죽인다. 이 효과를 극대화한 약물이 옴진리교가 사용한 사린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할 때 사용 한 VX 가스'다. 옴진리교가 사용하려 했던 보툴리눔(Botulinum) 독소는 신경 말단부터 아세틸콜린이 나오지 않게 하는 물질이다.
그 밖에 독가스와 독버섯 등의 독소에도 신경근 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 작용을 방해하는 종류가 많다. 참고로, 코브라의 천적 몽구스의 몸에는 아세틸콜린 수용체 속 결합 부위의 수가 많아 코브라 독에 내성이 강하다.
- 종양은 세포가 제멋대로 증식해 덩어리를 이루며 커 지는 질병이다. 종양 중에 증식 속도가 빨라서 주위 조직으로 쉽 게 번지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로도 이전되는 종류가 암이나 육종(肉腫)으로 불리는 악성 종양이다. 피부에 생기는 사마귀처럼 침윤(浸潤, 염증이나 악성 종양 따위가 번져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에 침입하 는 일)이나 전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양성 종양이라 부른다. 대장 용종(polyp)처럼 크기가 크면 대개 양성이지만 암세포가 섞여 있을 때도 있어 현미경으로 용종을 병리학적으로 검사해 악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뇌종양에도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이 있다. 거슈윈이 않았던 교모세포종은 의학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도 치료가 쉽지 않은 악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뇌종양은 신경세포가 종양화하지 않고 교세포(Glia cells)라는 신경세포의 작용을 지원하는 세포와 뇌를 덮은 수막에서 발생한다. 수막종은 거대한 크기로 자라기도 하는데, 어쨌든 양성이다. 종양이 뇌 어딘가에 발병하면 그 부분에 있는 신경 시스템 작용에 장애가 생기거나 자극받아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더들리 파운드 원수나 조지 거슈윈에게 나타난 편마비는 반대쪽 대뇌 반구의 운동영역 자체 또는 운동영역에서 시작된 운동신경 경로에 비대해진 종양이 영향을 준 상황으로 판단된다. 또 거슈윈이 느낀 '고무 타는 냄새'는 앞에서 소개된 도스토옙스키 이야기에서 설명 한 측두엽 자극 증상이다. 의식 상실도 측두엽 자극 증상으로 나 타날 수 있다.
참고로, 도스토옙스키에게 종양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만 진행 경과와 증상으로 미루어 보건대 거슈윈처럼 그 역시 악성 뇌종양을 앓았을 가능성이 크다.
- 연합국 수뇌들이 모두 모인 카이로회담과 테헤란회담에서 루 스벨트 대통령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기색을 보였다. 1943년의 상황이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서'라는 변명으로 둘러댔으나 이후 '미국 대통령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A형 성격'이다. 여기서 A형 성격이란 혈액형이 아니라 1950년대 미국에서 생명보험회사가 성격과 심장혈관 질환과의 관계를 조사해 만든 성격 분류법의 한 유형이다. 이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은 향상심이 강하고, 성격이 급하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에게 발병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람은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A형 성격으로 분류했다.
이와 반대로 한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 일하며 인생을 즐기고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그다지 느끼지 않는 유형은 B형성격에 속한다. B형 성격은 뇌와 심장혈관 질환 발병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걱정을 달고 사는 새가슴인 사람은 C형으로, 암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도 있다. 한데, 흥미롭게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 중에 유독 A형 성격이 많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꺼운 잎담배를 매일 스무 개비가량 말아피우는 골초로 동맥경화 증상을 보였을 확률이 높다. 진주만 공습 무렵 그의 혈압은 188/105mmHg로 기록되어 있다. 그때 이미 중증 고혈압 환자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부쩍 기력이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1944년 1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제3기 마지막 해 무렵이었다.
“대통령은 아침부터 무척 피로해 보였다. 대화 중 그는 수시로 졸았고, 가끔 서명 도중 잠시 의식을 잃기도 해서 괴발개발 휘갈 겨 쓴 서명이 남아 있다.” | 이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당시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 의 목격담이다. 또 다른 기록에는 “고혈압 증상인 아침나절의 두통도 이 무렵 나타났다” 라고 기록돼 있다.
- 파킨슨병은 뇌간의 흑질 이상으로 도파민이라는 화 학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흑질은 뇌간에 있는 신경세포 집단으로,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 검은색을 띠고 있다. 왜 검은색일까? 세포에 멜라닌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세 포는 도파민을 생성한다. 뇌 등의 신경조직은 컴퓨터와 비슷하다. 반도체 소자 사이의 연락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지듯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할 때는 신경섬유 말단에서 화학물질을 방출해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부른다. 흑질세포가 대뇌 기저핵에 신호를 보낼 때는 도파민이 신경 전달물질이 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는 도파민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도파민을 약물로 처방하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 뇌에는 화학물질에 따라 혈액 속에서 그대로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파민도 혈액에서 대량으로 뇌에 들어가면 환각과 경련, 구토,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뇌 속에 도파민이 부족해도 우리 몸은 도파민을 혈액뇌장벽으로 쉽게 통과시키지 않는다. 혈액뇌장벽을 통과한 후 도파민으로 변화하는 L-도파(L-DOPA)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된 것은 그래서다.
- 암살 미수사건처럼 격렬한 정신적 흥분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굼떠졌던 동작이 마법처럼 민첩해지는 증상을 파킨슨병 환자에 게서 관찰할 수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환자가 화재가 발생 하자 걸음아 나 살리라며 엄청난 속도로 피신했다는 이야기도 있 다. 또 1995년 일본 고베 지역을 강타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고베의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20퍼센트 의 환자가 지진 직후 일과성 증상 개선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역 설적 운동증(Paradoxical kinesia)이라는 현상이다.
재해뿐 아니라 누구나 기뻐서 날뛸 정도의 커다란 환희를 느껴 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이 병은 혀와 목 근육이 마비되어 혀가 잘 돌아가지 않게 되고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도 두뇌 기능은 대체로 멀쩡하다. 2018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 박사는 젊은 시절 이 병을 진단받 았다. “나는 행운아다. 뇌는 근육이 아니니 말이다."
그토록 가혹한 운명에 맞닥뜨리고서도 그는 이렇듯 재치 있는 입담과 여유로 대처하며 역경을 헤쳐 나갔고 쉼 없이 연구에 몰두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요즘에는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의사 전달 장치가 발달해 호킹 박사는 학문 연구와 저술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으나 마오쩌둥의 시대에는 그런 장치가 없었다. 
- 최고 권력자가 치매 등의 질병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아마도 그 자리를 차지 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한데 때론 직 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지도자가 차라리 낫다고 여겨지는 상황도 있는 모양이다.
1970년대 소비에트 연방은 서방을 따라잡지 못해도 시민 생활은 그럭저럭 넉넉해졌고 국내의 혼란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브레즈네프가 갑자기 죽으면 난감해질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공산당과 정부 요인 등은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라고 불리 는 '붉은 귀족'이 되어 사회주의 국가에는 있을 리 없는 특권계급 을 형성했다. 고인 물은 썩는 법, 이 특권계급은 차츰 부패했다. 단순히 뇌물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공의 성과를 만들어내거나 분식회계 등으로 뒷돈을 챙겼고 거액의 돈과 이권이 모두 이 특권계급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범죄자에게서 몰수한 귀중품은 특권계급에 분배되었다.
브레즈네프의 딸 갈리나는 보석이라면 사족을 못 써 다이아몬 드 밀수에 관여하고 박물관에서 보물을 빼돌리는 등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유명해졌다. 그럼에도 브레즈네프 생전에는 공산당이 나서서 그의 허물을 적극적으로 덮어주었다. 그러나 갈 리나는 아버지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다음 서기장이 된 유리 안드로포프(Yuri Vladimirovich Andropov, 재임 1982~1984)가 그의 비위를 폭로하며 궁지에 몰렸다.
소비에트 정권의 간부들도 치매에 걸린 브레즈네프를 뒷방 늙 은이로 치부하며 내버려 두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정상적인 후 계자를 물색하지 않았다. 집단 지도체제로 국가를 운영했으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느슨한 정체 상태가 이어졌다. 젊은 지도자가 나와 섣불리 개혁에 착수했다가 사회 혼란이 가중될까 두려웠던 공산당 간부들은 변화를 거부했다.
외교 면에서도 쉴 새 없이 자충수가 이어졌다. 1979년 말에 벌 어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사례인데, 충 분한 필연성 없이 충동적으로 작전이 진행되는 바람에 진흙탕 싸 움이 되어버린 데다 서방 국가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모스크바 올림픽은 공산주의 진영만의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했다. 여기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폴란드 등의 동유럽 국가들도 서서히 자유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브레즈네프 이후 유리 안드로포프, 콘스탄틴 체르넨코(Konstantin Ustinovich Chernenko, 재임 1984~1985)가 뒤를 이어 서기장이 되었으나, 이미 고령인 데다 둘 다 지병을 앓고 있어 정권의 수명은 짧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y, 재임 1985~1991)가 서기장 자리에 올라 페레스트로이카 (Perestroika, 개혁)를 주창하며 국가 개조에 나섬으로써 브레즈네프 시대의 최고 간부들이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다. 1985년 이후의 일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통제가 느슨해지자 사회는 한층 더 혼란스러워졌다. 동서 냉전은 종식되었으나 소비에트 연방은 붕괴했다. 나는 냉 전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철의 장막으로 둘러 싸인 거대한 '붉은 제국'이 사라지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움직임, 즉 불수의 운동은 무도병과 같은 병적 증상이 아니라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선잠이 들었을 때 푸르르 몸을 떨거나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증상은 간대성근경련증(Myoclonia)이라는 불수의 운동이다. 또 춥거나 긴장하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손이나 몸이 제멋대로 떨리며 멈추지 않는다.
불수의 운동에 의한 떨림에는 병적인 떨림도 있다. 이는 히틀러를 다룬 장에서 설명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이 병에 걸린 사람의 뇌는 무도병과 대조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무도 병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이 과다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파킨슨병과 무도병을 자동차의 자율주행기능에 빗대어 생각 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파킨슨병은 브레이 크가 지나치게 예민하고 무도병은 액셀러레이터를 과도하게 밟 는 상태라고 보면 정확하다. 즉, 근육의 긴장이 상대적으로 약해 몸의 움직임도 적은 병이 파킨슨병이고, 근육 긴장이 강해 움직 임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많아지는 병이 무도병이다. 파킨슨병 치료제가 지나치게 효과를 발휘하면 그 부작용으로 무도병과 비슷한 불수의 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도파민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모두 무도병 치료 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 척수공동증(Syringomyelia)은 이름 그대로 척수 안에 틈이 생겨 점점 벌어지는 병이다. 목 주위의 척수, 목뼈에 생기는 전형적인 사 례라면 매우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 MRI가 없던 시절에도 진단할 수 있었다. 어깨 부위(Lateral side of the shoulder)에 감각 장애 (Sensory disturbance)가 나타나고 좌우 어깨와 팔, 손의 통증과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 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척수를 경계로 위아래인 목이나 가슴 등의 감각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통증과 온랭 감각신경 섬유는 척수 중앙을 지나 반대편 앞쪽에 있는 전측삭(Anterolateral band)이라는 감각 통로 부분으로 가 서 그곳에서부터 뇌로 감각을 전달한다. 즉 좌우 통각과 온랭 감 각은 척수를 X자 모양 어깨띠처럼 가로질러 전달된다.
그래서 척수 한가운데 공동이 생기면 신경섬유가 교차 부분에 서 끊어져 그 신경이 전달하는 부분의 감각이 뇌에 전달되지 않 게 되어 통증도 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비 존스는 낚싯바늘에 손을 찔려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고 담뱃불이 손가락을 지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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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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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존의 법칙

인문 2021. 8. 31. 19:45

-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악해져라. (마키아벨리, 『군주론』)
- 우리가 일상의 전략적 전사로 변모하고자 할 때 목표로 삼아야 할 여섯 가지 근본 원칙이다.
1.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감정으로 덧칠하지 마라.
2. 행동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라.
3. 자기 자신의 무기에 의존하라.
4. 전쟁의 신 아레스가 아닌 지혜의 신 아테나를 숭배하라.
5. 전술적으로 굴지 말고 전략적으로 움직여라.
6. 정신적으로 자신과 전쟁을 벌여라.
- 마거릿 대처는 아웃사이더로서 권력의 정점에 도달했다. 중산계급의 여성이고 우익 과격파였기에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아웃사이더는 권력을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우선 인사이더가 되려 한다. 아웃사이더의 삶은 고달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잃어버린다. 대처가 주위의 남성들처럼 행동했다면 다른 남성이 그 자리를 다시 쉽게 빼앗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본능은 아웃사이더로 머무르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가능한 한 멀리까지 아웃사이더로서 영역을 확장했다. 남성들의 군대에 대항하여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모든 단계마다 적절하게 차이를 부각함으로써 대처는 사회주의자, 웨츠, 아르헨티나 같은 반대자들과 선을 그었다. 대처의 적 들은 그녀가 결단력 있고 힘 있으며 자기희생적이라는 인상을 확 립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유권자들의 마음은 호감을 주는 인사보다 우위를 차지한 인사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일부 대중이 미워하더라도 내버려두어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당신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자들, 적들이야말로 당신이 든든하게 의지할 토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존재다. 한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가지 마라.
-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언제나 적대적인 사람들과 파괴적인 관계들이 있다. 그러한 위험들을 대면하는 편이 낫다. 분노를 억 누르고, 당신을 위협하는 사람을 회피하며, 언제나 타협점을 찾으려 하는 식의 무난한 전략은 파멸을 부른다. 충돌을 회피하는 태도는 버릇이 되며, 당신은 전투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전투에서 죄책감은 부질없다. 당신에게 적이 있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부당한 취급을 받았거나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느낌을 갖 는 것도 똑같이 부질없는 감정이다. 두 경우 모두 당신은 내면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나쁜 상황을 내면화하는 대신, 그것을 외면화하여 적과 대면하라. 탈출구는 그 것뿐이다. 사실 공격당한다는 것은 당신이 표적이 될 만큼 중요한 인물이라는 방증이다. 그 관심을 즐기면서 자신을 증명할 기회로 삼아라.
지도자들은 어려운 시기에는 문 앞에 적이 있는 편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대중이 처한 온갖 어려움으로부터 주의 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대를 결속시키기 위해 적을 이용한다면, 가능한 한 그들을 양극화시켜라. 약간의 증오심을 가 질 때 더욱 격렬히 싸우는 법이다. 자신과 적과의 차이점을 과장 하라. 선을 분명히 그으라는 말이다.
기억하라. 언제나 당신보다 더 공격적이고 교활하고 무자비 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중 누군가는 당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엇갈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은 그들과 화해하거나 타협하고 싶겠지만 그러한 유형의 인간은 대부분 대단한 사기꾼이어서 자신의 매력이 전략적 가치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을 대할 때는 스스로를 단련시켜서, 중립지대는 없으며 화해란 헛된 희 망에 불과함을 인식해야 한다. 상대방은 타협하고자 하는 당신의 욕망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당신은 그들의 과거를 통해 위험한 적들을 가려내야 한다. 그들이 권력을 빠르게 획득했거나, 그들의 재산이 급격히 불어났거나, 이전에 배신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파악하라.
- 작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넬슨 경은 불같은 결단력으로 자신의 육체적 약점을 상쇄했다. 전투에 돌입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공격 욕구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다른 해군본부 위원들이 사상자 수, 바람, 적군 대형의 변화에 대해 걱정했던 반면, 그는 자신의 계 획에 집중했다. 넬슨만큼 미리 적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전략을 세 운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은 적이 약해질 시점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일단 교전이 시작되고 나면 우유 부단이나 신중함은 용납하지 않았다.
평정심은 일종의 균형추로서, 전투의 열기 속에서 총체적 관 점을 잃고 감정적으로 변하기 쉬운 우리의 성향과 심적인 약점에 대해 균형을 잡아준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용기의 상실, 자신에 대한 의심, 불필요한 조심성이다.
- 죽음에 관한 생각에서 도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아라. 우리가 살아갈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들을 반쯤 잠든 채로 마지못해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갈 것인가? 발뒤꿈치에 다가온 죽음을 느낀다면 당신의 모든 행동은 더욱 확신과 힘에 넘치게 된다. 이번 행동이 인생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기회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라.
- 오늘날 효과적인 리더십을 위해서는 노련하고 교묘한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 이유는 권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 문이다. 모두 각자 자신을 나름의 권위자로 생각한다. 자신을 보 병이 아닌 장교로 여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주장을 내세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며 팀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팀의 결속력은 약해지고 또 쉽게 깨져버린다.
이러한 경향은 리더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민주주의적으로 보이기 위해 리더들은 참모진 전체의 의견을 구하고, 집단이 결정 을 내리게 하며, 전반적 전략을 고안할 때 부하들의 의견을 중시 한다. 이러한 리더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쟁과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규칙 하나를 어긴 셈이다. 바로 명령의 통일성이다. 너무늦기 전에 전쟁의 교훈을 배우기 바란다. 분열된 리더십은 재앙을 부르며, 역사상 가장 참혹한 군사적 패배의 원인이 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분열된 리더십이 위험한 이유는 집단에 속한 이들이 비논리적이고 비효과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집단 사고'라고 부를 수 있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집단 내에서 자기 이미지를 높여줄 말과 행동을 골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고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고 한다. 개인이라면 과감하고 창의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집단은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는 사이에 창의성은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대놓고 명령을 부르짖으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이 고삐를 세게 당기면, 통제력이 오히려 약해지기 쉽다. 리더십은 단순히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에는 미묘함이 필요하다.
- 명심하라. 유동적이고 신속하며 단순히 한 방향으로만 움직 이지 않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리더라면 조직을 통제하 고, 조직의 모든 활동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당신은 민첩하지 못한 재래식 군대의 틀에서 벗 어나지 못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용인하는 것, 즉 조직에 약간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대를 분산시키고, 여러 팀으로 나누게 되면 완벽한 통제 가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얻을 수 없는 기동성을 획득하게 된 다. 당신의 전략적 목표에 맞는 명확한 임무를 당신의 다양한 군 단에게 맡겨라. 소규모 조직이 더 빠르고 창의적이며 유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에 속한 장교와 병사들이 더 적극적이고 의욕에 차 있다.
- 인생을 살다 보면 당신보다 더 공격적이고, 교활하고, 잔인한 사람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싸움이 주특기이고 악랄한 이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당신은 십중팔구 패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어 공격을 피하거나 그들을 달래려 해서도 안 된다. 당신이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큰 위협과 공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군사 지도자와 전략가들이 거칠고 탐욕스러운 상대를 다루는 수단으로 수 세기에 걸쳐 개발해온 경고성 위협을 고려해보자. 이 억지기술은 전쟁과 인간 본성에 관한 세 가지 기본적 사실에 기초한다. 
첫째, 인간은 상대의 취약한 모습을 보면 더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그들은 상대가 약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단지 상대의 행적을 통해 나타나는 신호를 보고 판단할 뿐이다. 
셋째, 그들은 빠르게 그리고 대가 없이 손쉬운 승리를 얻고자 한다. 그래서 저항하지 않는 힘없는 자들을 먹이로 삼는다. 
- 자신보다 더 강력한 적과 싸울 경우, 자신의 소유물과 직위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것을 잃게 된다.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공격자의 감정과 폭력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럴 때는 일보 후퇴해서 내면 성찰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 좋다. 후퇴의 결정은 나약함이 아닌 강인함을 보여준다. 후퇴는 전략적인 지혜의 정점에 있다.
- 북베트남은 지속적으로 시야를 넓혀 '세계정세'라는 정황 안에서 전쟁을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작업을 통해 그들은 구정 공세라는 엄청난 전략을 고안해냈다. 구정 공세는 전투적 목적뿐 아니라 미디어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미국 언론의 기지였던 사이공을 공격한 것은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당시 CBS 앵커 월터 크론 카이트는 현장을 방문 중이었다. 위에와 케산도 미국 기자들의 주요 촬영지였다. 북베트남 군대는 대사관, 궁전, 항공 기지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강타하여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텔레비전에 이 모든 장면이 그대로 나가자 미국의 폭격 공습과 평화주의 프로그램은 궁지에 빠진 반면 베트콩은 전역에 도사리고 있다는 극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실상 구정 공세의 목적은 군사적 목표물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 앞에 모여든 미국 대중을 강타하는 것이었다. 특히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전쟁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북베트남군은 전장에서 단 한 번의 혈투도 치를 필요가 없었고, 실제로도 치르지 않았다. 그들은 시야를 전장으로 국한하지 않고 정치 와 문화로까지 넓혀 승전했던 것이다.
-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는 자신들이 품고 있는 바를 숨기려고 노력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느끼는 바 를 매번 감추다 보면 지치게 마련이고, 그럴 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탈출구를 찾게 된다. 이러한 갈구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면서 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 는 감정을 여러 가지 표식으로 흘린다. 말할 때 더듬거리는 모습, 목소리 톤, 옷 스타일, 신경질적 경련, 돌발적인 비상식적 행동, 말 과 반대되는 눈빛, 취중의 말 등으로 말이다.
명심하라. 매일같이 사람들은 그들의 의도와 마음 깊은 곳의 욕구를 나타내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잡아내지 못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세계에 고립되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 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그럼 어떻게 타인의 의도를 알아내야 할까? 일반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상대방이 취하는 모습을 보고 상대방을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다. 이때야말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약점을 감추기 위 해 지나치게 애를 쓰므로 가면 아래 숨겨진 모습을 볼 좋은 기회 다. 또한 악의 없이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관찰할 수도 있다. 즉 약간 오만하거나 약을 살짝 올리 는 말을 던져보고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만들면 내면 깊은 본성을 건드리게 된다. 그 들이 자신의 본성을 조금 나타낼 수도 있고 얼굴에 가면을 쓸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그들의 이면을 관찰할 수 있다.
- 헨리 키신저 Henry Kisanger가 증명하였듯, 기습전은 외교 정책에서도 효과적이다. 미국의 전 국방 장관이었던 키신저는 정치 협상을 시작할 때 상대와 악의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후 협상 막바지에 요구 사항들을 늘어놓아 상대를 놀라게 했 다. 그러면 상대는 당황하여 협상에 굴복하거나 실수를 저질렀다. 이것이 키신저판 '슬로-슬로 퀵-퀵' 전술이었다.
기습전의 세 가지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동대(작 으면 작을수록 좋다)를 편성하고, 조직 단위 간에 확고한 협력 체계 를 구축하며, 명령 계통의 상하부 간 지시 전달을 신속히 하는 것 이다. 기술 장비에 의존하지 마라. 베트남전 때 미국은 상부 조직의 의사소통 문제로 작전 수행에 방해를 받았다.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늑장 대응하게 만든 것이다. 북베트남군은 기계장치가 아닌, 스파이와 정보 제공자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내림으로써 지상전에서 민첩한 작전 수행을 할 수 있었다. 속도는 상대에게 강력한 공격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당신 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긴장감과 동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삶에서나 전쟁에서나 주먹을 주고받는 것은 다시없는 어리석음과 낭비다. 힘은 균형과 지지 기반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적을 붙들어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이 그를 쓰러뜨릴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인간도 군대와 비슷해서 서너 개의 원천에서 위력을 얻는다. 돈, 인기, 교묘한 책략, 그가 발전시켜온 특정한 우위 등이 그 원천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그것들을 쓰러뜨리기만 한다면 적은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무게중심을 찾을 때는 적의 위협적인 외면에 속지 않고, 외양 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내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니발이 스페인에 의지하고 있음을, 스페인이 카르타고에 의지하고 있음을, 카르타고는 자국의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의지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물질적인 풍요 자체도 특정 원천을 가지고 있음 을 꿰뚫어 본 스키피오를 기억하라. 마침내 스키피오가 카르타고의 풍요로움에 타격을 가하자 그 전체가 무너져 내리지 않았는가. 적의 무게중심을 찾으려면 구조와 그것이 작동하는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집단도 있다. 보 구엔 지아프 장군은 베트남전에서 미국을 패배시키기 위한 전략을 짜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무게중심은 미국 시민들의 정치적인 지원이라고 판단했다. 지아프 장군은 1968년 구정 공세를 통해 전쟁에 대한 미국 여론의 지 지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그는 미국에 대해 이해했기 때문에 올바 른 목표물을 설정할 수 있었다. 적의 무게중심은 성격이나 발상과 같이 추상적일 수도 있다. 그의 명성, 속임수, 예측 불가능성 등 그가 의지하는 재능 등이 이 에 해당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이런 강점들을 매력 없는 것이 나 사용 불가능한 것으로 만든다면 이것은 그들의 결정적인 취약 점이 될 수도 있다. 무하마드 알리는 그의 최대의 적인 조 프레이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짤 때 프레이저의 정신을 목표로 삼았다. 정신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무게중심이 아닌가. 모든 싸움에 앞서 알리는 그를 '엉클 톰(Uncle Tom, 백인이 되고 싶어 하는 흑인이라는 뜻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말 - 옮긴이)' 또는 백인 언론의 앞 잡이라고 불러 그의 화를 돋우며 약을 올리곤 했다. 프레이저는 알리에게 집착했고 분노의 폭발 없이는 그를 떠올릴 수조차 없었 다. 프레이저의 정신을 제압하는 것이 그의 신체를 제압하는 열쇠 였다.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에서 당신은 그들의 강점, 힘의 원천, 그 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 그것 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시켜야 한다. 이를 숙지한다면 교묘하게, 또는 공공연히 그들의 강점을 훼손하는 많은 전략적 선택권과 공격을 위한 다각적 방향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 이성에 호소한 주장은 한쪽 귀로 들어가서 다른 쪽 귀로 나온 다. 이렇게 해서는 아무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전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우선 그들을 묶어두는 과 거와 변화에 저항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그들을 분리시켜야 한다. 이런 결속은 통상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다. 사람들의 감정 에 호소함으로써 당신의 목표물이 새로운 관점으로 과거를 보도 록, 즉 과거에 자신이 얽매였던 것을 포학하거나 지루하거나 추하 거나 비도덕적인 것으로 보도록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을 당신 쪽 으로 끌어들이려면 그들을 과거에서 분리하라. 목표 대상을 평가 할 때는 그들을 과거와 연결하는 것, 즉 새로운 것에 대한 그들의 저항의 근거가 되는 것을 찾아내라.
연결 부위는 어떤 구조에서나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부러뜨리면 사람들을 내부적으로 분열시켜 제안이나 변화에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들을 정복하기 위해 그들의 정신을 분열시켜라.
-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멈출 때, 즉 적대 행위에서 벗 어나 조약을 맺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다. 너무 일찍 멈추면 전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모두 잃게 된다. 반면 너무 늦게 멈 추면 스스로 지치거나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것을 차지 하거나 분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원수를 만들어냄으로써 그전 에 얻었던 이익마저 빼앗기고 만다. 위대한 전쟁 사상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문제를 다루면서 자신이 '승리의 한계 정 점ulminating point of victory' 이라고 부른 개념을 논의했다. 이는 전쟁을 종 식시키기 위한 최적의 순간을 일컫는다. 승리의 한계 정점을 인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자원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이익의 정도, 병사들의 사기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징조 등을 파악하 고 있어야만 한다. 한계 정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전투를 계속한다. 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게 된다.
- 사회적인 관계 역시 한계 정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 에서 전쟁과 다르지 않다. 회담이나 대화가 너무 길어지면 결말은 부정적이다. 가장 큰 실수는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서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신은 상대에게 당신에 대한 여운을 많 이 남겨둬야 하며, 그러려면 상대방이 예상하기 직전에 대화나 만 남을 스스로 종결지어야 한다. 너무 일찍 끝내면 소심하거나 무례 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지만 적절한 순간, 즉 기쁨과 열기 가 정점에 도달한 순간(한계 정점)에 떠나면, 상대방은 거대한 긍 정적 여운에 휩싸인다. 그리고 당신이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사람 들은 당신을 기억한다.
- 공습 날짜가 다가올 무렵, 연합군은 복잡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실마리를 던졌다. 독일군이 전혀 신임하지 않는 스파이에게 실제 공습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고, 이를 보고받은 히틀러는 자신이 이러한 거짓 속에서 진실을 파악했다고 자신했다. 연합군은 스위스에서 파드칼레의 지도를 모두 사들인 일이 히틀러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는 나름대로 현실성 있는 논리를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브롤터에서 목격했다는 몽고메 리는 사실 장군과 똑같이 보이도록 훈련받은 대역이었다. 결국 연 합군이 조작한 상황은 히틀러에게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비쳐 노르망디 공습이 발발한 후에도 한참 동안 거짓과 진실을 분간할 수 없었다. 교란작전을 통해 연합군은 히틀러가 병력을 분산시키도록 했다.
경쟁적인 세계에서는 속임수야말로 당신이 지속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다. 속임수를 사용해 상대편을 교란시키고, 엉뚱한 것을 쫓게 만들며, 절대 일어나지 않을 공격에 방어하느라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속임수에 관한 당신의 개념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 속임수 는 정교한 환상이나 눈에 띄는 교란이 아니다. 그런 것들에 속기에 는 사람들이 너무 영리하다. 속임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영국군의 공습 개시일 속임수처럼 정교하되 현실을 완전히 다 변형하지 말고 아주 약간만 미묘하게 변형해야 효과가 있다.
- 도덕적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당신이 활용하는 교묘한 속임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중에게 당신의 대의가 상대의 것보다 더 정당하고 올바르다는 인상을 심어준다면 당신이 사용한 속임수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 게릴라 전략은 대응하기가 무척 어려워서 더욱 효과적이다. 만일 당신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게릴라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면 당신 은 그들의 손안에서 놀아나는 셈이다. 이런 종류의 전쟁에서 전투 에 승리해 영토를 빼앗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유일하게 효과를 거두는 방법은 전통적인 전투법을 거꾸로 사용하는 게릴 라 전략을 다시 뒤집어 그들의 이점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마라. 물리적으도로나 정치적으로나, 그리고 도덕적으로나. 당신은 그들을 고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전력을 조금씩 증강시키는 점진적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그런 전략을 이용했다가 결국 패배했다. 이런 적에게 대항할 때는 신속하고 확고하게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승리가 불가능해 보인다면, 게릴라 전사들이 당신을 헤어나기 힘든 늪 속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재빨리 발을 빼고 도망쳐 나오는 것이 좋다.
- 동맹 게임에 임할 때면 당연히 상대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이며 기회주의적이고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명심하라. 그러한 비난들은 모두 일종의 전략이다. 그들은 도덕성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당신의 적대자들은 당신이 사악해 보이거나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들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의 의도에 휘말리지 마라. 당신에게 유일한 위험은 타인이 당신과 동맹을 맺기를 꺼릴 정도로 당신의 평판이 훼손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이해관계다. 만일 당신이 과거에 다른 이들을 이롭게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현재에도 그럴 수 있음을 보인다면, 당신은 손쉽게 새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상호 간의 필요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여전히 정직하고 충 직해 보인다. 나아가 당신이 영원한 우정과 의리라는 거짓 미끼에 도 속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신은 상대로부터 더욱 존 중받을 것이다.
- 당신의 목표는 노골적으로 그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그들의 성질을 건드려놓는 것이다. 뭔가 공격을 받은 것 같지만 그 이유와 방법을 눈치챌 수 없도록 말이다. 이때 라이벌 의 마음속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골치 아픈 감정들이 휘몰아 치며, 열등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 것이다. 그다음에는 그들의 의심에 불을 지펴줄 2차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이러한 2차 행동에서는 다른 사람이나 미디어, 또는 간단 루머를 이용하는 것이 은밀한 최고의 수단이다. 막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라이벌이 이런 루머에 반응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다면, 당신은 그저 뒷짐을 지고 서서 목표한 상대가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이때 흡족하여 마지막 한 방을 날리고 싶은 유혹은 반드시 참아내야 한다. 사실 이 시점에서 최선의 방법은 의중을 헤아릴 수 없는 도움과 충 고를 제공하면서 친절하게 구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당신의 라이벌은 과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맹렬하게 달려들고 창피한 실 수를 저지르거나, 스스로를 너무 많이 드러내거나, 과도한 방어적 행동을 보이고, 자신의 위치와 자존심을 지키려고 눈에 띄게 노력 할 것이다.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타인 을 밀어내게 마련이다.  이제 당신의 개시 행동은 잊힐 것이다. 부각되는 것은 라이벌 의 과도한 반응과 굴욕뿐이다. 당신은 더 이상 손을 더럽힐 필요 가 없다. 라이벌의 위치 상실은 당신의 이득이 된다. 당신은 한 수 앞서고, 라이벌은 한 수 뒤처지게 된다.
- 간디는 교묘하고 영리한 전략가로, 성자처럼 보이는 연약한 외모로 적이 오판하도록 유도했다. 모든 성공적인 전략의 열쇠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런던에서 교육받은 간디는 영국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영국인들은 정치적 자유와 교양 있는 행동의 전통을 고수한다고 자부하는 자유주의자들이었으며, 스스로 이러한 자아상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식민지에서 이따금 잔혹한 행위를 한 것을 보면 자가당착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반면 인도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굴종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들은 대부분 비무장이었기에 반란이나 게릴라전을 일으킬 처지가 아니었다. 그들은 비폭력 방식을 사용하여 무력 대응을 주저하는 영국인 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평화롭게 저항하는 이들을 공격 하는 것은 영국인의 도덕적 순결주의에 걸맞지 않았다. 따라서 영국인들은 곤혹감과 죄책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저하고 있다가 전략적 주도권을 포기할 것이 분명했다. 소금 행진은 간디의 전략적 탁월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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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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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코드

경영 2021. 8. 31. 19:44

- 인간의 자부심에 대한 모욕일지 모르나 문명의 진보는 우연히 마주치는 최고의 기회에 좌우된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중에서)
- 인생은 지나고 나면 다 이해가 된다. 돌이켜보며 흩어진 점을 잇는 것이다. 바로 그때 무작위로 일어난 인생의 결정이나 사건이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이야기로 바뀐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일관되고 계획적으로 잘 짜인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이력서를 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생에 뚜렷한 목적 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현실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우연, 아이디어와 만남, 대화가 뒤섞여 대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며 점을 잇지만 말고, 미리 점을 잇는 방법을 배우면 어떨까? 우연한 기회를 잘 길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미리 만들 수 있다면? 기회를 쟁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우연을 쟁취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떨까?
화산 이벤트나 슈퍼스타와의 만남을 경험할 사람은 많지 않지만, 누구 나 기회를 포착해 우연한 상황을 발전시키고 최대한 활용하여 더 나은 결 과를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로 성과를 낸 듯하지만 늘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운을 '불러들이는 토대를 충실히 다졌다.
- 세렌디피티의 핵심 특징 세 가지
1. 예기치 못한 일이나 특이한 일을 겪는다. 물리적인 현상으로, 대화나 우발적인 사건 중 하나에서 비롯하며 세렌디피티의 계기가 된다. 
2. 세렌디피티의 계기를 기존의 무관한 일과 연결한다. 흩어진 점을 연결하다 보면 우연이라고만 생각한 일의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는다. 무관한 사건이나 사실을 연결하는 행위가 '이연 연상'이다.
3. 결정적으로 가치가 실현된다. 통찰력이나 혁신, 새로운 행동 방식, 문제를 풀 새로운 해결책은 누군가가 찾던 방법도, 예상한 방식도 아니며 기대한 형태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다.
-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인생에는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앨런 손더스,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만화가)
- 인간의 본성인 통제 욕구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설명하기 쉬운 방향으로 보려고 한다. 모든 것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다. 달에서 사람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릴 치즈 샌드위치에서 성모 마리아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마음은 소리나 이미지 등의 자극에서 익숙한 패턴이나 모습을 찾아 반응한다. 때론 아무것도 없어도 무언가 발견하는데, 이를 변상증'이라고 한다. 윙윙거리는 선풍기나 에어컨 소리에서 희미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거꾸로 혹은 아주 느리게 재생한 음악속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찾기도 하며 구름 형상에서 동물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인 사고를 통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선제공격이나 즉각적인 탈출과 같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시각적인 이미지를 대할 때 뚜렷해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 현상 이면에는 '아포페니아' apophenia 라고 부르는 더 큰 개념이 존재한다. 이는 무관한 현상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연관성을 찾아내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 이야기 만들기는 장래의 발전에 집중할 힘을 주기에는 건설적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통해 배우려면 이야기가 반드시 정직하고 끊임없는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며 재평가에 열려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조직의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중대한 결정이나 사건에 대해 말하는 고 위 임원들을 보자. 그들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고자 처음부터 모든 일을 계획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의 한 CEO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저 운이라고 말하거나 사실 계획되지 않은 우연이었다고 말하면 투자자나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부족해 보이고 의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와 동료들은 “이것이 바로 회사의 목표였습니다. 저희는 늘 이런 일을 계획하고 있었죠.” 와 같은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왜 그랬을까? “이런 이야기가 잘 팔리니까요. 투자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죠. 그래서 '공식적인 이야기'를 짜냈습니다. 그래야 상황을 통제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았거든요. 전 거의 10년째 CEO 자리에 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늘 통제할 순 없어요. 이 말을 할 때마다 썩 내키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항상 통제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선형적인 인과 순서로 이야기하도록 교육받았기에 늘 상황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일을 되돌아 보며 그럴싸한 이야기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 가능하거나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만 사고를 국한하는 심성 모형에 갇히지 않으려면 다양한 모형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의 부회장이자 워런 버핏의 영원한 아이디어 동반자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냉철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분리된 단편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믿는다. 대신 ‘격자틀 이론'을 이용해 사실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미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을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멍거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방식은 마치 정자와 난자 같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나머지를 차단해버린다. 처음에 내린 결론을 고수하려는 경향으로 오류투성이인 많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질문하기를 멈춰버 린다. 따라서 멍거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여러 다양한 심성 모형을 마 음에 품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50여 개에 달하는 심성 모형을 자유자재로 발휘한다면 누구나 세상사에 통달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영국의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은 이렇게 말했다. “나쁜 일이 생기면 멀리 내다보세요.”  가장 힘든 상황이 인생의 보물 같 은 순간이 된 것을 경험했기에 나는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마다 이제 이 렇게 자문한다. “10년 후에도 중요한 일일까? 아니라면 왜 걱정하는 거지? 중요한 일이라면 가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되도록 지금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나는 SODA School of the Digital Age의 창립자인 그레이스 굴드 Grace Gould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그녀는 존 레논이 남긴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 “결국엔 다 잘될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거죠!”
- 인간은 늘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의 본질이지만 여전히 과소평가되는 진리다. (올리버 버크먼, 영국 기자 겸 작가)
- 내가 이사로 속해 있는 리더스온퍼포스에서는 하버드 대학교, 세계 은행그룹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31인의 CEO를 인터뷰한 적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미래란 예측은커녕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다국적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 의 CEO인 에마뉘엘 파 버Emmanuel Faber는 일을 시작할 때 과도하게 촘촘한 계획보다 비전이나 새로운 실천 사항이 더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에마뉘엘은 이 렇게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계획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전이 있어야 해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알아야 하니까요.”
- 이런 리더들은 꼼꼼한 계획이 아닌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북극성, 즉 넓은 포부와 목적이라는 큰 틀 안에서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북돋우며 조직을 이끈다. 또한 확실한 비전과 에너지가 있지만 어쩔 수 없 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는 인간적인 취약성에 대해서도 종종 묘사한다. 공감할 수 있는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의 특성상 이러한 리더들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지지를 얻는다.
-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1. 명료화 질문(왜 그렇게 말하는가?)
2. 가정 탐색 질문(다른 가정은 없는가? 가정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3. 증거 탐색 질문(어떤 사례가 있는가?)
4. 관점 파악 질문(장단점은 무엇인가?)
5. 결과 탐색 질문(이 행동의 결과는 무엇인가?)
6. 질문 재파악 질문(애초에 이 질문을 왜 했는가?)
- 현재의 소망뿐만 아니라 미래의 필요와 욕구를 성취하는 데 영향을 끼친 요인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로워야 예측 불가능한 여지를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목표 달성의 기회가 바로 이 예측 불가능함에서 비롯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자유헌정론》 중에서)
- 배를 만들고자 하는가? 사람들에게 배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동경하게 만들어라. (셍텍쥐페리)
- 이는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 성공한 기업 이 적용하는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CEO이자 MW의 전 회장인 하랄드 크루거 Harald Kruger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 다. “지속 가능성이란 계속 나아가려는 뚜렷한 비전을 지니고 짜놓은 계 획대로 움직이는 거지요. 하지만 제게는 그런 완벽한 계획이 없습니다. 내 일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며 그저 작은 발걸음을 뗄 뿐이죠. 호기심을 가 지고 정보를 흡수하고 남들을 벤치마킹하는 거예요. 유일한 전략, 유일한 방법은 없어요.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베팅을 하는 방식은 위험을 감수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고 쓰레기통 모형' garbage can model(쓰레기들이 우연히 한 쓰레기통에 모이듯 정책 결정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하고 문제와 해결책이 뒤죽박죽된 상태에서 우연히 어떤 계기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 주로 복잡하고 무질서한 조직에 대해 설명할 때 쓰인다 ? 옮긴이)은 대체로 사실임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 조직의 일 대부분이 문제나 해결책, 참여자와 선택 기회라는 독립적인 네 요소가 충돌하는 방식과 때에 따라 우연히 결정된다는 얘기다.
- 내향인들이 에너지를 회복하는 일요일에 나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일요일의 나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닫힌 상태이다. 연결 고리를 찾으려는 어떤 동기도 없다. 흩어진 점을 잇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지만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따라서 회복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 다. 외향적인 상태일 때도 가끔 이런 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혼자 있어도 되는 공간으로 숨는다. 화장실이든 베란다는 조용하고 텅 빈 곳으 로 가서 에너지를 충전한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좀 더 머문다. 브라 이언 리틀 Brian Little은 재충전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을 회복 환경'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회복하여 아이디어를 처리하고 제대 로 소통하며 뇌를 최적의 각성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릴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 없이는 진이 빠지고 세렌디피티에 제약이 생긴다.
물론 특정한 외향적 특성이 세렌디피티에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 하지만 내향인과 외향인 모두 이 분야를 훈련할 수 있다. 내 주변의 많은 공동체 설립자들 역시 열정적인 내향인이지만 외향인이 가득한 이 세상 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외향성으로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많은 사람을 만나라. 
둘째, 사람을 매혹시켜라. 
셋째, 사람들과 연락하라.
 슈퍼마켓이나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등 간단한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 그 사람과 이야기해 볼걸...' 같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 굉장히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사람이나 일을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
- 성향이란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외향성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신의 성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특성을 골라도 좋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세렌디피티를 일으키는 성향이 '현재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 극을 자세히 살펴볼 에너지가 생겨 기회를 쉽게 포착한다. 또한 관심 범위 와 행동반경을 넓혀 반응성을 높인다. 우연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와 같은 결정이 자신과 타인의 직감으로 내려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감정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영감이 필요할 때 좋은 에너지를 내는 사람 곁에 있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적 없는가? 혹은 계속 하품만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서 더 힘들어진 적은 없는가? 에너지는 멈춰 있지 않고 늘 흐른다는 점을 기억하라.
- 시도하지 않으면 100퍼센트 실패다. (웨인 그레츠키, 전 캐나다 하키 선수이자 코치)
- 항상 낚싯바늘을 던져두어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 물고기가 있기 마련이다. (오비디우스, 고대 로마의 시인)
-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인 슬라보예 지젝 slavojizek은 우리가 원한다고 믿는 것이 실제로 열망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유명한 주장을 남겼다. 그는 부인과 연인을 둔 한 남자 이야기를 예로 삼았다. 남자는 부인이 사라져버리고 연인과 함께하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다 부인이 우연히 사라지게 되는데 그러자 남자는 더는 연인을 원하지 않게 됐다. 왜일까? 관계란 특정한 상황에서 유지되기 마련이다. 특정한 상황이 사라지니 '닿지 않는 욕망의 대상' 이라는 연인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처럼 어떻게 이런 일까지 미리 알겠는가? 게다가 제4장에서 살펴본 대로 일이 벌어진 후에야 (대개는 우연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 내가 여태 만난 세렌디피터들의 특징은 저녁 식사나 학회, 회의 등 어떤 자리든 상관없이 모임을 시작할 때 주최자에게 자신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잘 알아본다. 그 리고 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 특히, 커뮤니티나 협업 사무실, 지역 내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행사는 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다.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도 효과적이다. 나는 ‘규칙이 없는 것이 기본 규칙인 크라브마가 Krav Maga 무술 수업을 받을 때 예측 모델에 관한 일을 하는 금융 전문가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세렌디피 티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대신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예측 모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부를 이 책에 담았다. '느슨한 유대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뜻밖의 기회는 평소와 다른 환경으로 자신을 몰아넣을 때 생긴다.
그렇다면 사람을 소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내 동료 인 파비안 포르트뮐러와 같은 슈퍼 커넥터들은 본질적인 관심사에 집중해 사람을 소개한다.(이 분은 당신의 관심 분야에 흥미가 있어요.')  그러면 잠재적인 직급의 차이가 좁아지고 공통의 관심사나 열정에 초점을 둔 대화가 가능해진다. 직책이 아닌 진정한 자신이 될 때 사람은 다르게 연결된다. 그리고 비로소 세렌디피티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 픽사 캠퍼스 디자인에는 픽사의 성공에 큰 공헌을 한 스티브 잡스의 자유 로운 예술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잡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크랜드 북쪽 에 있는 에머리빌에 버려진 공장을 구입할 당시 건물 세 개를 픽사 경영 진, 애니매이션 제작자, 컴퓨터 과학자를 위한 개별적인 공간으로 설계하고자 했다. 하지만 도중에 마음을 바꿔 중앙에 공동 공간이 있는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재설계했다. 직원들 간의 소통이 회사의 핵심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는 완전히 다른 두 분야의 직원들을 어떻게 공동공간에 모이도록 했을까? 그는 우편함을 공동 공간으로 옮겼다. 회의실도 마찬가지다. 구내 매점을 중앙으로 옮기니 기념품점과 커피숍도 함께 옮 겨졌다. 심지어 건물의 모든 화장실을 중앙으로 옮기려고 했다(하지만 화장실 위치는 뜻대로 못하고 캠퍼스 곳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타협해야 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사람들이 공동 공간에 모여들어 마주칠 기회가 늘었다. 픽 사 대학의 문장紋章이 무엇인지 아는가? Alienus Non Diutius', 라틴어로 '더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뜻이다. 
공간 설계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절차를 마련해 세렌디피티 계기의 양 과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런치로터리 Lunch Lottery (점심 시간에 부서나 직책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 - 옮긴이)는 큰 규모의 조 직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도록 돕는다. 영국의 혁신 재단인 네스타NESTA는 '모르는 동료와 커피 마시기' randomized coffee trial, RCT를 통해 새로운 동료를 만나도록 한다. 이 회사 사람들은 여태 모르던 사람과 짝을 지어 한 달에 한번 등 정해진 횟수에 맞춰 함께 커피를 마신다. 다른 부서동료일 수도 있고 평소에 잘 어울릴 리 없는 '관심 밖의 사람일 수도 있다. 특별한 제약이 없고 무작위로 정해지는데 대면 만남이 어렵다면 화상회의를 이용하기도 한다.
RCT와 같은 방식을 통하면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개인 혹은 부서와의 담을 허물어 협업이 쉬워지고 우연한 만남의 빈도도 높아진다. 영국 국립보건원 Britain's National Health Service, 유엔개발계획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구글, 적십자와 같은 다양한 조직에서 이러한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 했을 때 점들을 이을 힘이 생긴다. 특히 열린 사고는 굉장히 중요하다. 세 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설립자인 마크 베니오프 Mark Benioft는 선승 스즈키 Suzuki가 말하는 초심자의 마음을 잃지 않고자 한다. “초심자의 마음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남아 있지 않다.” 뭔가 특별하게 이루고자 한 것은 없지만 늘 가 능성을 열어둔 게 자신의 '강점'이라고 베니오프는 말했다.
스티븐 더수자 Steven D'Souza와 다이애나 레너Diana Renner는 저서 《팀장인 데, 1도 모릅니다만》에서 초심자의 마음을 편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 며 진정한 배움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날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앞서 만 난 카라 토마스는 '모르는 상태'에서 세렌디피티를 흔히 경험한다고 설명 했다. 즉 기존 지식과 초심자의 마음을 주저하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사 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럴 때 굉장히 효과적으로 세렌디피티를 경험할 수 있다.
- 리부팅은 철저한 재창조를 의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새로운 문학 작품은 종종 급진적인 '중심축의 변화가 일어날 때 나온다.
자동차 충돌 사고 후 내 삶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 중심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리부팅은 모든 것이 새롭게 재구성될 때 일어난다. 리메이크가 '부분의 재창조' 라면 리부팅은 '전체의 재창조'다. 리믹싱은 기존의 원재료를 바꾸지만 리부팅은 판을 아예 갈아엎는 것이다. 새로운 기초 콘셉트를 세워 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카드의 순서를 바꾸는 게 아니다. 기존 것과 비슷하지만 크게 변형된 내용을 담은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통찰이 필요한 지적 마비 상태인 정체기가 지나면 대개 리부팅의 순간이 찾아온다. 리부팅을 통해 새로우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통찰을 얻으려면 기존의 익숙한 패턴과 그 패턴의 붕괴를 모두 잘 이해해야 한다. 당신의 삶과 조 직에 리부팅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적절한 때일 수 있다.
킬리만자로 하이킹 등 강렬한 경험을 통해 리부팅을 하기도 한다. LSE 와 뉴욕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위험한 지역에 있는 단체와 공동 작업을 시켜 꽤 오랜 기간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이 경험을 통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10년 동안 해야 한다는 기존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좋아하는 일을 즉시 실행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상현실 헤드셋을 이용해도 좋다. 상황을 시각화하고 부분적으로나마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 2007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유명한 로스쿨 졸업식 연설에서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거꾸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논하며 문제를 거꾸로 풀기 시작하면 쉽게 풀릴 때가 많다고 했다. 소말리아를 돕고 싶다면 '어떻게 소말리아를 돕지?' 라고 물을 게 아니라 소말리아에 가장 피해를 준 요인은 무엇인가? 그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멍거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내가 어디서 죽는지 정말 알고 싶네. 그래야 거긴 절대 안 가지!" 
- 연결하기는 인류 역사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고대 로마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는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에게 많은 영 감을 주었다. 그는 후에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조합 놀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분리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남긴 글에는 인상 깊은 벌 이야기가 있다. 벌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꿀을 만들기 위해 꽃꿀 을 채집하고 벌집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소화될 때까지 꽃꿀을 섭취하고 내뿜는 반복적인 숙성 과정을 통해 꿀을 만들어내는데 세네카는 이를 다 양한 자료를 분리하고 다시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 비유했다. 수집한 자료 를 소화 하지 않으면 아는 것은 많아질지 모르나 생각하는 힘은 기르지 못한다고 말이다.
- 계속 도전하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를 발견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기회를 잡은 사람은 없다. (찰스 케터링, 전 제너럴모터스 연구 책임자)
- 나심 탈레브 Nassim Taleb는 반취약성 anti-fragility에 관한 책을 통해 중요한 이야기를 전한다. “시스템은 예측할 수 없는 충돌과 사건에 휘둘리지 않 고 오히려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건됩니다. 사람의 감정에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몰아내려고만 하죠. 나와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고요. 하지만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실패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두렵다면 새로운 일을 절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는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감정이라는 무기》의 저자로, 한 연구에서 이렇게 밝혔다. “격한 감정이란 피해야 할 원치 않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삶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 다. 스트레스나 불편함 없이 의미 있는 경력을 쌓고 가정을 꾸리고 더 좋은 세상을 후대에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불편함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다. 게다가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족은 높은 기대 감에서 비롯하고 이러한 '생산적인 불행'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불확실 성과 예상하지 못한 일을 수용하듯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도 끌어안으면 좌절하지 않고 모든 일이 잘될 것이다.
- 포워드 인스티튜트 Forward Institute의 설립자인 애덤 그로데키Adam Grodecki는 “좋은 아 이디어와 좋은 리더는 분주함이 아닌 고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우리 는 흔히 바쁘면 생산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적인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바쁘고, 너무 바쁘면 세렌디피티가 완전히 차단된다. 테 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메이커 타임을 확보하고 회의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의를 몰아서 진행해 충분한 메이커 타임을 확 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업에게 종잣돈을 투자하는 와이컴비네이터 Combinator의 운영자인 폴 그레이엄은 늦은 오후에 스타트업 창업자와 회의 를 진행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의심을 버려라.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유일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마거릿 미드, 문화인류학자)
-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회장)
- 엘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의 말로 전해지는 명언이 떠오른다. “대인은 생각을 논하고, 범인은 사건을 논하고, 소인은 사람을 논한다."
동기를 부여하는 문화는 생각과 지식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과 어처 구니없는 실수도 비난 대상이 되거나 가십거리로 전락하지 않고 수용하 려는 태도를 지닐 때 형성된다. 최근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비난보다는 다양한 아이디어에 열린 태도를 지닌 환경에서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열린 토론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 심리적 안정감이란 자신의 이 미지나 지위, 경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거라는 두려움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능력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은 지난 수십 년간의 놀라운 연구를 통해 건강한 조직 문화와 높은 성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개념을 널리 알렸다. 그녀는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이 실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1990년대 연구 자료에서 힘을 얻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이 실수를 더 많이 한다고?' 그녀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실수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실수에서 얻은 교훈을 나누는 것이었다.
-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해야 상대방이 안정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방향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누구나 합리적인 절차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진실을 마주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좋은 아이디어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상황이나 의도치 않은 실수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인류의 역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무수히 많은 우연과 실수, 실패가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흥미로운 뜻밖의 발견 대부분이 사 람들의 미숙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당구공을 만들다 발견된 존 웨슬 리 하이엇 John Wesley Hyatt의 당구공이나 실수로 화학 물질을 엎질렀다 발견 된 일레르 드 샤르도네 Hilaire de Chardonnet의 인조 견사 모두 '지적인 실수에서 비롯한 혁신이다.
- 또한 문제 해결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의 관점이 굉장히 가치 있을 때가 많다. 연구에 따르면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비공식적인 연락망, 시행착오, 휴리스틱(실질적인 학습 기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조직의 중 심에 있는 관리자들은 기밀문서와 공식적인 보고서, 연역적 접근을 사용 한다고 한다. 후자의 방식은 우연한 발견의 가능성을 낮춘다.,  일례로 레미 에릭슨 Remi Eriksen은 세계 100여 나라에서 운영 중인 노르웨이의 최 대 국제 기업 DNV GL의 CEO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를 돌아다니며 '조직을 관통하는 DNA'를 갖도록 독려한다. 그가 생각하는 전략이란 계획 대로 진행되지 않은 예상치 못한 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최고의 교육은 미지의 세계로 자신만의 모험을 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리 C. 볼린저, 컬럼비아 대학교 총장)
- 저는 운을 굳게 믿습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운이 더 따랐습니다. (토머스 제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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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지 어떤 식으로는 독점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든 감히 독점을 행사하려고 하면, 그의 재산을 몰수하고 영원히 추방할지어다. (동로마제국 황제 제논이 콘스탄티노플 근위대장에게 보낸 편지, 서기 483년)

- 합병 이후의 여러 문제가 현장을 시작으로 거의 곧바로 생겨났다. 허브-스포크 체계는 허브 공항에 기상이 나빠지거나 정체가 발생 하면 불가피하게 지연 사태로 이어진다. 모든 항공기 지연 사태의 절대 다수는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 줌도 안 되는 대형 공항 들(대부분 뉴욕과 시카고에 있다) 때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항공 교 통이 대형 공항에 집중되는데, 그 때문에 야기된 지연 사태는 거의 모든 곳의 여행객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부 항공사는 정시 출발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출 발·도착 시간 준수에서 상위 25퍼센트 안에 드는 것이 반드시 비용 효율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프런티어 항공의 상무 대니얼 슈어츠가 2017년 블룸버그 뉴스에서 한 말이다. 이런 항공사는 당신의 비행기표에 찍힌 도착 시간을 지키는 데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많은 항공편이 규제 담당자들에게 신속하고 기민하다는 거짓된 인 상을 주기 위해 비행 일정을 조작하는 식으로 정시에) 도착지에 도 달할 뿐이다. 오늘날 비행기가 빨라졌을지는 몰라도 항공편은 느려 졌다.
- 버핏의 도박은 어떤 한 항공사가 성공한다는 가정에 입각한 게 아니다. 미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독점가로서 그는 집중된 항공 여행 시장이 영원히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월 스 트리트도 같은 믿음을 공유한다. 2014년 조사 기록에서 골드만삭 스는 항공 산업을 소수 독점의 꿈이 실현되는 분야라고 부각시키 면서 투자자들에게 파괴적인 통합으로 창출되는 기회를 노리라 고 조언했다. 고객의 선택권이 줄어들면서 (항공사의) 가격 설정 권한이 (......) 커지고 공급 업체에 대한 영향력도 강해지는 동시에 신규 진입자를 막는 장벽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고객, 공급 업체, 노동자, 경쟁 업체는 압박과 고통을 느끼겠지만 중역과 투자자들은 돈더미에 깔린다는 전망이다.

- 오늘날 4대 돼지 사육 기업이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최대 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는 미국의 전체 돼지의 4분의 1을 직간접적으로 사육하고 연간 3200만 두를 가공 처리한다. 스미스 필드는 돼지 농장, 도살장, 창고, 유통 트럭을 소유해서 농장에서 식 탁까지 전부 도맡는다. 독립 생산자는 수직 통합된 경쟁자의 상대 가 되지 않는다.
스미스필드를 비롯한 농산업체는 직접 돼지를 소유하거나 가족 농을 10~12년짜리 계약으로 묶어 둔다. 이런 계약서는 헛간과 우리의 설계에서부터 사료 공급 장치와 환풍기의 종류, 지불 가격까지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다. 거래와 동시에 대금이 지불되는 현물시장에서는 가격 교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공업체는 서로 공장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농가로서는 어디에 고기를 팔지 선택권이 없다. 농민과 축산농은 판촉과 광고를 위한 공제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의 정부 기금에 수익의 일부를 납부하기도 하지만, 그 돈은 축 산업 협회로 흘러 들어간다. 이 협회들은 거대 농산업체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로비 활동에 그 돈을 사용한다. 따라서 농민들이 내는 돈은 워싱턴과 각 주의 주도에서 그들의 이익을 해치는 데 쓰인다.
「지금 체제는 소련에 있었던 공산주의 집단 농장하고 다를 게 없 어요.」 크리스의 말이다. 소련에선 정부가 운영했다면, 여기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거지. 농민을 자기 미래에 대한 어떤 발언권도 없는 하찮은 노동자로 바꾸는 거요.」
- 2013년 중국 재벌 기업 WH 그룹이 스미스필드를 미국 소유주들에게서 사들였다. 당시에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였다. WH 그룹은 현재 세계 최대의 육류 회사로, 그룹 회장은 2017년에 2억 9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가족농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가격 지원과 농작물 보험을 비롯한 각종 농업 보조금이 스미스필드 같은 상위 기업에 흘러 들어간다.
- 돼지 사육 농가는 집중 생산 증대가 낳은 결과를 감내하는 유일한 농민이 아니다. 사실 독점의 힘은 우리 식품 생산 시스템의 모든 곳에 도사리고 있다. 농민과 축산농이 식품 소매가 1달러에서 가져 가는 비중은 37센트에서 고작 15센트로 크게 줄었다. 독점 기업들 이 나머지를 집어삼킨다. 육류 산업은 업턴 싱클레어가 폭로 소설 『정글 The Jungle」을 발표 한 시기에 비해 더욱 기업 집중이 심해졌다. JBS, 타이슨 푸드, 카 길, 내셔널 비프가 쇠고기 산업의 85퍼센트 정도를 지배한다. 독립 적인 소 축산농들이 사육장 경매에 소를 내다 팔던 시대는 거의 끝 났다. 거대 정육업체들이 대다수의 사육장과 도살장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독립적 축산 회사인 아이오와 프리미엄과 내셔널 비프(JBS와 마찬가지로 내셔널 비프도 브라질 기업이다. 아마 이름의 내셔널>은 브라질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가 2019년 제안 대로 합병을 하면 미국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현금 시장 가운데 하 나가 사라질 것이다. 월마트가 축우의 직접 구매자로 진출하는 것이 희망의 빛으로 보이는 지금, 이 산업이 얼마나 집중도가 높은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월마트는 또한 현재 우유를 자체적으로 가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 축산농은 이른바 선도 거래forward contract) 방식으로 특정 정육업체를 위해서만 일한다. 축산농이 한 매입자한테만 팔 수 있고 그 매입자가 어떤 소를 살지, 그리고 소매점까지 어떻게 가져갈지를 좌우한다면, 공급과 수요의 경제학이 무용지물이 된다. 돼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쇠고기 정육업체는 고수익을 누리지만 그 수익이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독립적 도매상들은 2019년 에 진행된 소송에서 4대 정육업체가 전략적으로 도살장을 폐쇄하 거나, 가축 매입을 중단하거나, 축산농에게 지불하는 값을 인위적으로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4대 업체는 축산농이 싼값에라도 소를 팔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만들기 위해 공모했다. 많은 축산농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현실을 깨닫고 있다. 1980년 이래 해마다. 1만 7,000명이 손을 털고 축사를 정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좋 지 않은 것이 거대 정육업체들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리 콜 사태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2018년에 살모넬라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쇠고기 분쇄육 약 5,440톤이 JBS 공장에서 출하되 었다. 병든 소를 생산 라인에 집어넣은 탓이었다. 독점의 시대에는 한 번의 잘못된 결정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어느 편인가 하면, 양계농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닭고기 산업에도 4대 기업이 있는데, 퍼듀, 필그림스, 샌더슨팜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수십 개 경쟁 업체를 주워 담으면서 시장을 이끄는 타이 슨 푸드가 그 주인공이다. 닭고기 산업의 90퍼센트 이상이 계약 사육으로 이루어진다. 양계 농가는 사료와 병아리를 받고, 통통하게 살찐 닭을 키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먹이를 주고 약을 주 사하는지 지시를 받는다. 양계농은 베이비시터나 다름없는 존재예 요.」 프레릭의 말이다. 부지와 설비를 확보하고, 계사를 짓고, 기업 이 지시하는 대로 시설 개선을 하고, 작업을 하는 비용을 전부 감당 하지만, 닭의 소유주는 아니고 비용을 충당할 만한 가격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양계 농가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후기 자본주의의 특히 소름 끼치는 고안물인 이 방식 아래 양계 농가는 대형 가공업체에 닭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하는데, 제대로 살이 찌지 않은 닭을 납품하면 공급자 명단에서 제외된다. 사들이는 업체가 방식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진정한 경쟁이 아니다. 수요가 어떤 식으로 변동해도 매입 가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2018년 중소기업청은 양계 농가가 거대 농산업체에 노예 계약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면 숨이 턱하고 막히는 관행이 있는데, 농민들은 자기 종자를 소유하지 않으며, 인간이 수 천 년 역사 동안 해온 것처럼 종자를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심는 것 은 대개 불법이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종자 자체가 수확 이 끝나면 후손을 낳지 못하게 개량된다. 그리하여 거대 종자 기업 은 해마다 농민들에게서 돈을 뽑아낸다. 1995년 이래 종자 가격이 3배 넘게 폭등했지만 수확량은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았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또 한번 농민들은 종자와 짝을 이루는 살충제에 의 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바이엘의 엑스텐드 대두 종자는 유전자가 변형되어 제초제인 디캄바에 죽지 않는다. 그런데 디캄바를 살포하면 인근 농장까지 날아가는데, 이 농장주들이 디캄바 내성 종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작물이 말라 죽는다. 따라서 엑스텐드가 현재 시장의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다. 지역에서 한 농장이 대두 종 자를 바꾸면 모든 농장이 따라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2018년에 이 문제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는데, 다시 소송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바이엘이 2016년에 디캄바 내성 옥수수 종자 의 승인을 받아서 조만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생명의 토대인 종자가 이처럼 상품화되면서 시장에서 다양 성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오와의 상징인 옥수수 가운데 무려 99퍼 센트가 당신의 주방으로 가는 대신 에탄올(휘발유에 사용된다)과 가축 사료, 심지어 포장재와 직물로 변신한다. 옥수수의 경우처럼, 밀과 대두, 사실상 다른 모든 곡물에서 생물 다양성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용 가능한 농지가 단일 작물 재 배에 흡수될 뿐만 아니라 마름병이 한 번 휩쓸면 농민들은 농사 전 체를 망쳐 버린다. 「전에는 농장에서 서너 가지 작물을 길러서 한 작물이 잘 안 돼도 쫄딱 망하는 일은 없었죠. 오스틴 프레릭의 말 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바하 또는 캘리포니아의 같은 지 역에서 기른 똑같은 토마토 종자를 받아요. 그런데 이 종자는 대개 고무공 같은 품종의 토마토로, 지구 구석구석까지 가는 탄소 집약 적인 장거리 운송에 견딜 수 있게 개량된 것이다. 풍미와 고유성은 부차적인 관심사다.
- 식품을 유통, 판매, 제조하는 기업들도 모두 통합되는 중이다. 통합의 논리는 언뜻 보면 타당하다. 거래의 한쪽 편에 있 는 소수의 기업들이 반대편에 있는 기업들에 구매력을 그대로 유지 하려면 팀을 이루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공식적 명칭은 없지만, 많은 반독점 개혁가들은 이를 기업 통합의 연쇄 반응concentration creep)이라고 부른다. 식품 부문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곡물 거래는 4개 기업이 지배한다. 병원과 경기장, 정부 청사의 대규모 카페테리아 식당은 거의 전부 3개 기업이 운영 한다. 전체 식료품의 절반 가까이를 4개 체인점이 판매한다. 그리고 네슬레 한 기업이 2,000개가 넘는 브랜드를 판매한다. 2018년 닥터페퍼 스내플은 큐리그 그린마운틴과 합병했다. 보통 사람들이 그 제품 라인 4개(닥터페퍼, 스내플, 큐리그, 그린마운틴)를 전부 별도의 기업이 제조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같은 해에 큐리그닥터페퍼(합병된 기업의 이름이다)는 생수와 스포츠 음료를 만드는 코어Core와 합병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큐리그닥터페퍼는 사모투자 회사들의 연합체가 전액 출자 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의 87퍼센트는 JAB라는 이름의 정체불명의 유럽 기업의 수중에 있는데, JAB는 카리부 커피, 피트 커피, 인텔리겐차 커피, 스텀프타운 커피, 마이티 리프티, 아인스타인 브로스 베이글, 노아 베이글, 파네라 브레드, 브루거 베이글, 크 리스피 크림 도넛, 오봉팽, 패러다이스 베이커리 앤 카페, 프레타망 제 등의 대주주거나 완전한 소유주다. 미국의 아침과 점심, 커피 휴 식 시간 가운데 커다란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 관한 질문을 받은 JAB 회장 바트 브레크트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소비 자가 선택을 원하잖아요.」

- 많은 이들이 언론의 몰락을 가져온 주범으로 1995년 크레이그리스트 Craiglist 설립을 꼽는다. 크레이그 뉴마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메일 뉴스레터로 음악과 미술 행사를 소개하면서 시작된 사업은 70개국에서 한 달에 500억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무료 온라인 벼룩 시장 제국으로 성장했다(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크레이그리스트에서 소파를 하나 샀다. 아직 크레이그리스트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일을 하던 1998년의 일이다). 한 연구에서는 크레이그리스트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신문의 광고 수입 가운데 50억 달러를 뺏어간 것으로 추산했는데, 광고는 신문 산업 수입의 40퍼센트 정도를 차지했다.
물론 누군가 인터넷의 편리를 활용해서 중고 장터를 만들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주인공이 뉴마크였고, 그는 이후 최소한 5000만달러를 언론 기업에 기부하는 식으로 속죄했다. 크레이그리스트는 사실상 광고가 없고 구독할 필요도 없는, 인터넷상에 유일하게 남은 유용한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재앙을 가져온다고 비난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신문 발행 부수가 감소한 원인을 찾자면 계속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50년대의 텔레비전 방송부터 1980년대의 24시간 케이블 뉴스, 1990년대의 폭스뉴스 채널에 이 르기까지 다른 원인도 많다.
저널리즘의 소멸을 촉진한 진짜 요인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부상이다. 두 기업은 디지털 광고 시장을 싹쓸이 하면서 동영상 뉴스 사이트들이 이제 막 신문 광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발견한 새로운 수 입원을 대부분 가로챘다. 뿐만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의 거대한 연계 네트워크는 편집가와 기자들이 시청률을 좋게 만드는 일종의 왜곡 렌즈가 되었다. 〈우리가 보고 발견하는 내용은 주요 플랫폼이 결정하는 규칙에 크게 좌우됩니다. 온라인 미디어 협회인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의 최고 경영자 제이슨 킨트의 말이다.
- 크레이그리스트와 마찬가지로 구글도 수요를 충족시켰다. 인터 넷을 조직화해서 사람들이 편리하게 찾아다닐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크레이그리스트와 달리, 구글은 광고를 통해 자기 활동을 화폐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리고 성공을 거뒀다. 2002년에 4억 달러였던 수입이 2018년에는 〈1360억 달러로 늘었다. 크레이그리스 트는 8년 동안 신문업계에서 광고 수입 50억 달러를 증발시켰다. 반 면 뉴스 미디어 얼라이언스는 구글이 2018년에만 광고로 47억 달 러를 챙겼다고 추산한다. 그해에 뉴스 산업 전체가 디지털 광고로 벌어들인 액수와 맞먹고, 크레이그리스트 때문에 입은 손실의 7배 이상)이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검색을 독점했지만 두 차례 대규모 매입으로 큰돈을 벌었다. 2006년 구글은 유튜브를 사들였다. 겨우 1년 전에 인터넷 최초의 디지털 동영상 사이트로 시작한 유튜브는 구글에 유일무이한 광고 공간을 가져다주었다. 2007년에는 더블클릭을 매입하면서 프로그램 광고 기술을 확보했다.
- 구글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당신에 관한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캐서 맞춤형 광고에 제공한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경쟁자들을 집어삼키면서 성장했다. 2012년에는 인스타그램을, 2014년에는 왓츠앱을 흡수했다. 또한 구글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역시 감시와 맞춤형 광고를 결합함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 다. 2017년에 이르러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이 세계 텔레비전 광 고 지출을 앞질렀고, 2018년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1000억 달러 에 도달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전체 디지털 광고 수입 증가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두 기업은 사실상 첨단 기술 기업이 아니라 스팸 메일 회사에 가깝다.
- IT 기업들은 도움을 준다는 그럴 듯한 말만 늘어놓으면서 6억 달러 자금 조성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자기들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구글 암호로 구독 암호를 대신하게 하는 식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구독 과정을 간소화한다는 취지이지만, 구글은 그 결과로 더 많은 데이터를 거둬들인다. 게다가 구글은 시장을 선도하는 자사의 크롬 웹 브라우저에서 〈침입형intrusive) 광고를 차단함으로써 구글이 제공하 는 광고만 수용 가능한 광고로 만들었다. 그리고 크롬을 활용해서 인터넷 곳곳에서 이용자들을 추적하는 제3자의 쿠키를 차단하고 있다. 구글은 자체의 추적 능력은 유지하면서 디지털 미디어에는 프라이버시의 잣대를 들이대며 가로막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들은 절망적인 상태의 디지털 미디어를 상대로 노골적인 강도 행각을 벌였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후원 모델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자기 작업에 대해 기부를 받을 수 있게 하면서 30퍼센트를 수수료로 챙겼다. 애플의 구독 기반 서비스인 〈뉴스>는 훨씬 더 나쁜 조건이었다. 애플이 수입의 50퍼센트를 가로챈 것이다. 좋 은 경험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끔찍하죠.」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의 제이슨 킨트가 솔직하게 고백하는 말이다.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의 몇몇 회원사는 독자를 끌어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어쨌든 이 애플 서비스에 굴복했다. 애플은 플랫폼으로 다른 뉴스 앱들과 경쟁하는 뉴스 앱을 제공해요. 당신이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자가 아이폰 알림을 받는 트래픽을 차지하겠죠?」
- 독점 통신 기업들(주로 동일한 소수의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화, 케이블 방송,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된다)은 수많은 유서 깊은 바가지 요금을 부과한다. 가령 경제학자 마라 파시오와 루이지 징갈레스의 연구에 따르면, 통신 기업들은 유럽에서 부과하는 휴대 전화 요금에 비해 미국에서는 매년 500억 달러를 더 벌어들인다. 한 사례 는 우스꽝스러울 만큼 황당하다. 텍사스의 한 프런티어 통신 고객은 라우터를 직접 구매했는데도 프런티어는 매달 10달러를 라우터 임대료〉로 부과했다. 하지만 기기 임대료를 강탈하고 은근슬쩍 요 금을 인상하는 것 외에도 통신, 케이블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 덕분에 동급 최악의 고객 서비스 프로그램을 계속하면서도 가입자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 독점 기업들은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건강보다 자신들의 손익 계산을 우선에 두었고, 사회에 죽음의 자취를 남기는 중독성 물질을 제조하고 판매했다. 수백만 정의 알약이 소도시로 운송되어 순식간에 도시를 결딴내는데도 모른 척했다. 그들은 자살 방조물을 판매했고, 자신들이 파는 게 무엇인지 알면서도 판매를 계속했다. 2019년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이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오피오이드 회사들과 그 조력자들은 일련의 불법적 기만을 통해 오피오이드 유행을 조성하고 이윤을 얻었다〉, 〈한 무리의 중역들이 기만을 주도하고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
오늘날 우리의 제약 시스템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그들은 시스템 내에서 취약한 존재인, 고립 상태로 약물에 의존하는 환자들을 착취해 가며 최대의 가치를 뽑아낸다. 환자들을 지렛대로 삼아 제품을 판매하고, 다른 치료 방식을 추구하는 의사의 경력을 망쳐 놓는다. 또한 독립적 약국들을 희생시키면서 수익을 챙겨서 많은 지역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문 닫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발전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 제약 산업은 정부가 명확히 승인하는 특별한 유형의 독점이다. 수십 개의 제약 회사가 있지만, 각 회사가 특별한 질병이나 질환에 대한 치료법의 특허를 얻어서 세분화된 시장을 배타적으로 지배한 다. 종종 한 질병이 한 가지 약품으로만 치료되며, 의료보험에서 한 가지 치료제만 보험을 적용하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독점이 더욱 강화된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처방약에 대해 상당한 가격 통제를 가한다.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통해 약품을 다량으로 구매하고 저렴한 의약 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전반적인 신뢰가 존재한다. 그런데 미국은 예외다. 혁신을 자극한다는 구실 아래 우리는 민간 기업의 처방약 에 20년 동안 배타적인 특허권을 부여한다. 가격 결정에도 아무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보훈부를 분명한 예외로 치면, 가격 협상은 모두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2003년 법률에 따라 명시적인 권한을 받은 민간 부문 중개상이 교섭을 담당하기 때문에 노인의료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도 약값을 인하하기 위한 직접 교섭이 금지된다. 다른 나라들도 특허를 보호하긴 하지만, 가격 통제 없는 독점의 결합으로 미국의 독특한 상황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이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제약 회사라면, 아니 이런 농담 말고 만약 당신이 다른 포춘 500대 기업보다 2~5배 높은 수익률 을 누리고자 하는 제약 회사라면(제약 회사는 미국 경제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게 마련이다. 연구개 발 지출을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는 과 학 사업에 떠넘기는 한편 자체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공공 자금으로 지원되는 막대한 세금으로 감면받는다. 2010년에서 2016년 사이에 식품의약청(FDA)이 승인한 210개 신규 의약품은 전부 정부 연구에 그 기원이 있었고, 제약 회사들은 기초 과학을 자사의 약품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 당신은 이런 방식이 계속되리라고 기대할 것이다. 또한 특허를 조세 피난처로 옮기거나 외국 기업과 합병해서 서류상 본사를 세금이 낮은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더욱 낮춘다. 그리고 당신 기업의 특효약이 승인을 받으면 의사와 병원, 또는 심지어 환자까지 매수해서 판촉을 시작할 수 있다. 
- 특허를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여러 계획은 인슐린과 같은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100년 된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의 특허는 1920년대에 모든 환자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달러에 팔렸 는데, 제약 회사들이 결국 공급 확대를 약속하면서 특허권을 확보 했다. 미국에 유의미한 반독점법이 시행되던 때만 해도 규제 기관 들은 경쟁 저해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인슐린 생산업체들 이 정직하게 장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반독점법이 제대로 집행되 지 않자 1980년대에 인슐린 제조업체들은 약을 계속 바꿔서 특허 를 유지했다. 3대 인슐린 생산업체 중 하나인 사노피는 란투스Lantus 라는 명칭의 인슐린에 대해 74개 특허를 출원해서 37년간 독점권 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인슐린은 1996년 한 병당 25달러에서 현재 275달러까지 값이 올랐다. 지난 10년간 도매가가 세 배 뛰었다. 인간 유전 물질로 만든 생물학적 제제인 인슐린은 다른 특허 보호도 누리며, 바이오시밀러는 생산하기가 복잡해서 복제약이 빠르게 진 입하지 못한다. 복제약이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면, 사노피 같은 기 업들이 특허 침해 소송을 건다.
인간적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미국의 3000만 당뇨 환자들 에게 비극이다. 환자의 대다수는 약값 급등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 문이다. 환자 4명 중 1명이 비용 때문에 인슐린 투여를 필요량보다 적게 한다고 말한다. 
- 「신약 죽이기 인수합병Killer Acquisitions」이라는 제목으로 예일 대학교에서 나온 한 놀라운 연구는 기업 인수 전략에 관한 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연구진은 제약사들이 자사의 제품과 언젠가 경쟁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는 경쟁사를 사들인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근거를 발견했다. 일단 인수 기업이 경쟁사를 사들이면 새로운 혁신은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 신약 개발 사업이 초기 단계에서 인수되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데 실패할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적어도 연간 45건의 신약 죽이기 인수합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알트리아는 이미 시간이 흐르면서 7대 기업에서 2대 기업으로 정리된 미국 담배 시장을 주무른 전력이 있었다(나머지 하나는 레이놀즈 아메리 칸이다). 두 기업이 전체 담배 판매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흡연자가 줄 어드는 가운데서도 합병 덕분에 담배 산업이 유지되고 있는데, 두 독점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고도 가격을 올릴 수 있다. 2001년에서 2016년 사이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담배 양은 줄었지만, 수입은 32퍼센 트 늘어났다. 담배 한 갑의 평균 가격이 3.73 달러에서 6.42달러로 급등했 기 때문이다. 알트리아의 다른 전략은 다양한 향정신 · 향신체 물질을 제공하는 종합 악덕 공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알트리아는 AB인베브의 지분 10퍼센트와 생미셸이라는 수익성 좋은 와인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크로노스를 내세워 대마초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리고 알트리아는 전자담배 기업 Jul의 지분 35퍼센트를 확보하면서 규모의 악〉을 완성했다. 쥴은 출발점에서부터 독점으로 나아가는 산업의 또 다른 사례다.  14년 전만 해도 미국에는 전자담배가 없었다. 4년 전에 쥴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말 알트리아의 지분 인수에서는 쥴의 가치가 38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할인 매장 타깃, 델타 항공, 포드에 맞먹는 시 가 총액이다. 쥴은 불과 몇 년 만에 전자담배 시장의 4분의 3 가까이를 손에 넣으면서 기존 담배 회사의 자매 기업인 경쟁자들을 몰아냈다. 전자 담배를 피운다〉라는 말 대신 이제 〈쥴을 피운다〉라고 한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이 산업이 어떻게 해서 줄로 압축되었을까?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기존 연초 담배 흡연자를 끌어온다면서 공중보건의 구세주로 자신들을 포장했지만, 쥴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은 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은 10대들 사이에서였다. 어느 측정치에 따르면, 고3 학생들 사이에서 니코틴 사용이 30년간 줄었는데, 쥴이 부상하면서 이런 추세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한다.

- 월 스트리트가 독점에 대해 갖는 관심의 핵심에는 월 스트리트 자체의 독점화된 금융 산업이 있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소수 엘리트 계급에 부를 안겨 주는 한편 세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련 의 폐쇄된 세력권들이다. 돈을 유통하거나 관리하거나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 집중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상 황(금융 참가자들이 한데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의존한 다)이 2008년 금융 위기의 주요한 촉발 요인이었다.
대공황 이후 제정된 여러 은행 관련 법률은 이 시스템이 긴밀하 게 결합되는 것을 막고 분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가장 유명한 글래스-스티걸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한 성공적인 방화벽이었다. 은행의 기능을 분리한 결과, 금융 시스템은 어느 한 구석에서 문제가 생겨도 버틸 수 있었고, 투자 도박사들이 월 스트리트 카지노에서 일반 예금자들의 돈을 가지고 노름하는 길이 막혔다. 이 법은 50년 동안 버틴 뉴딜 체제를 떠받친 기반이었다. 1998년 시티뱅크의 지주회사 시티코프가 트래블러스 보험과 투자은행 자회사인 살로몬 스미스 바니를 합병한 것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행동이었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결국 글래스-스티걸법의 가장 중요한 제한 조치를 폐지하고 투자은행과 상 업은행의 결합을 허용했다. 하지만 방화벽은 이미 1960년대부터 허 물어지고 있었다. 존 F. 케네디의 통화감독청장 제임스 색슨에서부 터 카터와 레이건 시대의 관리들을 거쳐,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을 지낸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에게 금융 규제의 변화를 일임한 클린턴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방화벽을 무너뜨리는 데 동참했다. 1997년 백악관에서 작성된 한 비망록은 앞으로 일체의 금융 서 비스 현대화 시도는 대통령이 아니라 재무부의 주도 아래 이루어질 것이라고 서술했다.
은행권 로비 단체는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금융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원스톱 슈퍼마켓) 은행을 갈망했고, 수십 년에 걸쳐서 글래스 스티걸법을 서서히 약화시켰다. 그 일환으로 양도성 예금 증서, 머니 마켓 펀드(MMF, 단기 금융자산 투자신탁), 그리고 증권사 고객이 당좌수표를 사용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만들었다. 규제 당국은 이 모든 상품에 축복을 내려 주었다. 은행들은 오랫동안 연준 의장을 지내면서 모든 연방 규제를 완화하려고 한 앨런 그린스펀을 믿음직한 동맹자로 삼았다. 그린스펀은 상업은 행이 처음에 총수입의 5퍼센트를 금융 거래로 벌 수 있게 면제 조항 을 추가했고, 이후에 10퍼센트, 그리고 마침내 25퍼센트까지 허용 했다. 마지막에 이르면, 주요 20여 개 은행이 모두 증권 부문을 보유 하게 되었고,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양당 행정부까지 한목소리로 그런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 1999년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은 방화벽의 철거를 공식화했을 뿐이다. 글래스 스티걸법은 살해되기 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다. 방화벽이 철거되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거의 한 세기 만에 최악의 금융 위기가 이어졌다. 빌 클린턴을 비롯한 당시 행정부 인사들이 주축인 많은 사람들이 규제 폐지와 금융 위기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글래스-스 티걸법의 폐지는 금융 규제 완화의 연속선상에서 금융 위기를 가속 화하고 확대했다. 합병으로 최초의 슈퍼마켓) 스타일 은행을 낳은 시티그룹은 결국 가장 많은 부채를 떠안고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
- 인덱스 펀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 덕분에 뱅가드,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자산운용사가 막대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세 기업이 합쳐서 인덱스 펀드의 81퍼센트를 운용하며, 대규모 상장 기업의 전체 주주 의결에서 절반 가까이를 좌지우지할 게 확실하다. 그리하여 일종의 공동 소유 현상이 심화된다. 애플의 최대 주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주주와 동일인이 되는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존 코츠는 이런 현상을 12인 문제Problem of Twelve)라고 지칭 한다. 가까운 미래에 12명의 개인이 대다수 미국 기업을 소유하고 지배하면서 우리 생애에 경제 통제권이 가장 집중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몇몇 연구에 따르면 항공사의 경우에 기관투자자들이 시장 주도 기업들에게 서로 경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른 연구들은 공동 소유와 임금 하락, 심지어 경제 성장 둔화와도 상관관계를 발견한다. 물론 투자자들은 주식 배당금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돈벌이가 계속 넘쳐나기만 하면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뱅가드 창립자인 고(故) 존 보글은 죽기 전에 자신이 창안한 인덱스 펀드가 지나친 성공을 거두어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경고했다. 거물 투자자들이 대다수 주식을 장악하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업 통합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 인수합병 은행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은 고객에게 거래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수합병 거물들은 그런 식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수합병 풍경을 보면, 거래 성사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자문역의 지위에 따르는 권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뜯어내려 는 유인이 너무도 많다. 은행들이 하나의 지붕 아래 더 많은 사업 부 문을 갖추고 통합하면서 금융 안정을 위협함에 따라 합병하는 기업 들로부터 추가로 돈을 강탈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최고 경영자 에게는 두둑한 보수를 주어 강탈에 관해 떠들지 못하게 한다. 경제 계를 설득하고 협박하는 한편 독점화하는 근시안적인 금융가들이 바야흐로 미국 자본주의를 개조하는 중이다. 그들은 세계가 자신들 의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확신을 주었고, 이제 이런 영향력을 활용 해서 자신들의 방법을 마음껏 써먹고 있다.

- 방위 도급업체들은 다른 대규모 산업만큼이나 외주 생산에 치중한다. 미국은 방위 산업 기반을 깡그리 비우면서 이 시스템들의 핵심을 전부 다른 나라, 주로 중국에 넘겨주고 있다. 저렴한 노동 비용을 찾는 월 스트리트 금융가들이 부추기는 가운데 생 산 역량과 기술 노하우가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잠수함용 강철을 주조하거나 제트 전투기 내부 부품을 제조하는 국내 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화학 물질에서부터 금속, 배터리와 회로판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 핵심 부품이 단일 공급업체에서 나오는데, 이 업체들이 속한 나라는 점점 경제적 적수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군사적 맥락으로 전환되면, 중국은 남북전쟁 당시 북부연방이 남부연합에 대해 지녔던 것과 똑같은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모든 제품을 만 들기 때문이다.
미국 방위 산업에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혁신은 트랜스다임 같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서 국민 세금을 빼먹는 음모를 꾸미는 재무축소에서 나온다. 군수 생산을 외주 생산함으로써 생기는 국가안보 위협이 조달 담당관을 속이는 방법에 관한 궁리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군대가 전장에서 사용할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전략 회의, 또는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외교를 활용해서 갈등 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 회의는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회의 로 대체되었다. 방위 도급업체가 정부를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적어도 한 세기 동안 미국 특유의 전통이었다. 오늘날 방위 산 업이 보유한 역량은 바가지 씌우는 능력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 요지는 군수 생산의 재정적 부패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리 트루먼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 지만, 그가 활약한 시기 전후로 그가 폭로한 것과 같은 사기 행위가 계속 재발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61년 대통령 퇴임사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즉시 민간 부문이 신속하게 동원되는 구조보다는 〈압도적 규모의 항구적인 군수 산업)이 형성되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두 구조 모두 기업들이 미국의 청년들을 외국의 총부리 앞으로 보내면서 이윤을 벌어들이고 그런 목적을 위해 지정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젠하워가 우려한 부적절한 권력〉은 난데없이 나타난 게 아니다.
- 트랜스다임을 방위 도급업체나 제조업체라고 지칭하는 것은 그 릇된 명명이다. 더그 피코크와 닉 하울리가 1993년 공동으로 창립해서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사모펀드 합병 기업에 가깝다. 실제로 트랜스다임은 2006년 상장하기 전에 세 사모펀드 기업을 거쳤다. 창립 이래 트랜스다임은 돈을 빌려서 군용·민간 항공기에서 두루 사용되는 부품을 제조하는 70개 기업을 사들였다. 〈최후의 만찬〉 이후에 기업 통합 수요에 편승해서 파편화된 항공기 부 품 부문의 일부를 거둬들여 최강의 기업을 만들었다.
트랜스다임은 주식 시장 수익을 능가하고, 확실히 일반 부품 공급업체보다 높은 〈사모펀드 수준의 수익〉을 추구한다고 투자자들에게 공공연하게 말한다. 투자자들이 이런 호언장담에 매료되는 것은 월등한 주식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트랜스다임이 거의 해마다 〈특별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보통주를 소유한 모든 사람에 게 두둑한 현금을 안겨 준다. 트랜스다임의 수익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부채도 2012년 이래 세 배로 증가했다. 중역과 투자 자들에게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2017년, 당시 최고 경영자 하 울리는 6100만 달러를 보수로 챙겼는데, 그해에 미국에서 여섯 번 째로 많은 액수였다.
트랜스다임의 기업 인수는 대단히 정확하다. 머리 샌더슨은 트랜 스다임이 주워 담은 항공 기업에서 경력을 보냈다. 트랜스다임은 전망 좋은 기업의 재무 구조와 계약을 검토하는 데 굉장히 유능합니다.」 샌더슨이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다. 어떤 기업이 독점 공급 목록을 보유한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요. 독점 공급 목록을 보유하 고 있으면 가격을 인상하는 허가권을 가진 셈이고, 부정적인 결과 는 많지 않죠. 워런 버핏이 판단한 것처럼, 기업 주변에 해자를 파는 셈입니다.」
트랜스다임의 201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의 80퍼센트 정도가 우리가 유일한 공급자라고 생각하는 제품에서 나온다. 현 회장(이자 오랫동안 최고 경영자를 지낸) 하울리와 현 최고 경영자 케빈 스타인은 자신들의 가격 정책을 면도기/면도날 방식이라고 공공연하게 설명한 바 있다. 트랜스다임은 장비 제조업체(가령 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에 더 낮은 이윤으로 부품을 판매한다. 그 리하여 트랜스다임은 그 항공기의 유일한 부품 공급자가 되고, 복
잡한 안전 · 생산 요건 덕분에 다른 대안이 끼어들기가 무척 어려워 진다. 이제 트랜스다임은 수리용 부품 시장에서 돈을 번다. 아메리 칸 항공이나 유나이티드 항공, 미군 같이 지속적인 공급을 필요로 하는 항공기 구매자들에게 예비 부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구매자들로서는 다른 데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부품들의 가격은 대폭 인상된다.

- 1달러 상점은 승자독식의 미국에서 대규모 지역이 방치된 결과이자 독점이 낳은 결과물이다. 미국의 소도시와 가난한 도심 중 일부 지역은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서 오랫동안 저가의 대명사였던 월마트의 가격표보다도 값싼 대안을 필요로 한다. 가족이 빈털터리가 되면 유일한 의지처 는 1달러 상점이다. 달러 제너럴의 최고 경영자 토드 바소스는 2017년에 이렇게 말했다. 경제 상황 덕분에 계속해서 우리의 핵심 고객층이 생겨 납니다. 가난은 성장 시장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월마트는 자신이 개척한 분야에서 추격당하고 있다. 하원이 1970년대에 공정거래법을 폐지하고 할인점에서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을 때, 월마트 창립자 샘 월튼은 전국 각지에서 〈형편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덤벼들었다. 월마트는 1971년부터 1993년까지 1,000배 성장했고, 월튼은 한동안 미국 최고의 부자였다. 하 지만 월마트가 끊임없이 아웃소싱을 하고 노동자들이 가난해지자 점차
월마트의 저가 상품조차 많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었다. 결국 월마트는 할인 체인점들이 자사보다 더 큰 폭의 할인을 내세우는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2016년 월마트 익스프레스라는 소규모 점포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달러 제너럴이 그 점포들을 수십 개 사들였다.
1달러 상점은 또한 월마트의 교외 대형 할인점 전략을 활용했다. 월마 트의 전략은 많은 도시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전국 각지에서 구도심 의 공동화를 야기했다. 규모가 작고 편리하며 가격도 저렴한 점포를 찾는 1달러 상점들한테는 이런 소도시 부동산이 제격이었다. 2018년 지역자립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1달러 상점을 면역 반응이 작동하지않는 생태계를 향해 진격하는 침입종)으로 지칭했다.
월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1달러 상점들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게 만들고 있다. 이제 영세 소매점을 운영하려는 고용주는 거의 없다. 그리하여 수익을 동네에서 다시 순환시키는 자영업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기업 사무실로 수익이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도 타격을 입는다. 어떤 설명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소규모 슈퍼마켓은 대형 할인점에 비해 직원을 세 배 많이 둔다. 월마트 점포 관리자는 상층 중간계급 수준의 연봉을 받는 반면, 1달러 상점 관리자는 잔업을 하지 않으면 연봉 4만 달러를 번다. 1달러 상점은 또한 신선 식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식품 사막의 비극을 악화시킨다. 그리고 제품 가격이 1달러인 것은 대개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1달러 상점은 절망적인 상태를 활용해서 단위당 가격을 올린다.
도심 지역을 주로 공략하는 체인점 패밀리 달러가 매각에 나서자 양대 독점 기업 사이에 입찰 전쟁이 벌어졌고, 중소기업 연쇄 인수자 달러 트리가 승리를 거뒀다. 몇 년 뒤 행동주의 헤지펀드 스타보드 밸류가 달러 트리의 지분을 차지하면서 패밀리 달러를 매각하고 약간 싸구려처럼 보 이는 달러 트리는 판매 가격을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양대 독점기업은 진정한 독점으로 바뀔 수 있다. 달러 제너럴이 꼭대기에 우뚝 서 있기 때문이다.

- 베스트 바이의 긱 스쿼드 Geek Squad 서비스처럼, 아마존이 전문가들이 가정을 방문해서 스마트 스피커를 설치해 주는 한정판 서비스를 출시하자 베스트 바이의 주가가 폭락했다. 2017년에 아마존이 재료 준비는 우리가, 당신은 셰프〉라는 문구를 상표 등록하자 블루 에이프런 같은 밀키트 배송 서비스가 곤두박질쳤다. 이런 기 업들 가운데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했지만, 아마존의 유령은 미국 대기업 이사회실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뉴욕 대학교 교 수이자 거대 정보 기술 기업의 권력을 경고하는 카산드라인 스콧 갤러웨이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은 기업의 근원적인 역량, 경제 환경, 그리고 아마존이 그 부문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는지 여부다.
- 스파이 행위는 알렉사만이 아니라 알렉사와 통합된 스마트 홈 기기들, 그리고 아마존이 검색과 구매 행위를 추적하는 웹 사이 트에서도 이루어진다. 사무실용과 차량용 알렉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링 화상 인터폰과 가정용 모니터도 있는데, 이런 기기들 역시 정 보를 저장하고 전송한다. 아마존은 부동산 관리자들과 협력하면서 누군가 입주하기 전에 주택과 아파트에 자사의 기기들을 설치한다. 아마존의 안면 인식 기술은 이론상 고객의 표정을 읽어서 반응에 따라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은 인간의 감정을 읽 을 수 있는 휴대 전화 앱을 개발하는 중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가 우리가 하는 행동을 전부 지켜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죠. 엡스타인의 말이다. 우리는 감시 네트워 크에 촘촘히 파묻혀 있습니다.」
아마존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세계 어디에서든 모든 사 람이 하는 상거래의 한가운데서 인생을 헤쳐 나가는 디지털 파트너 가 되는 것이다. 이런 야망은 수백만 노동자와 공급업체, 제휴사들 에 의존하는데, 견줄 상대가 없는 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들은 아마존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돈을 받으며 그 이상은 어떤 것도 욕심 낼 수가 없다.
- 아마존이 우리의 노동 모델을 파괴한 결과 바라는 대로 인력 풀에서 절망적인 상황이 생겨난다. 외부 판매자들의 경 우도 마찬가지여서 사업가로 가장을 하더라도 그들 역시 기능적으 로 보면 노동자일 뿐이다. 거대 정보 기술 기업들은 인터넷에서 사업을 하려는 꿈을 품은 모든 사람을 막는 장벽을 쌓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업체 자포스와 퀴드시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자 곧바로 두 기업을 인수했다. 2013년, 페이스북은 전화 사용 기록을 추적하는 이스라엘의 데이터 보안 앱을 사들임으로써 유행하는 경쟁자를 조기에 포착해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애플 최고 경영자 팀 쿡은 자사가 두세 주마다 중소기업 하나씩 주워 담고 있다고 말하며, 구글의 경우에는 무려 1주일에 하나씩 사들인다. 컴퓨터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던 때부터 40년의 시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이 네 기업이 80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했다. 실리콘밸리 에서는 창업 자금 조성seed funding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래 봤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점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는 커다란 평등 촉진 장치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체 온라인 판매의 절반이 비롯되는 공간에 접근하려면, 아마존에 상점을 개설해야 한다. 창의력과 원대한 꿈 으로 무장한 한 세대의 노력자들은 부모님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 곤 했다. 이제 그들은 바로 그 차고에 고무 오리 장난감과 청소용품 을 쌓아 놓고 누군가 클릭해서 구매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독립성에는 일정한 의존성과 통제권의 전반적인 부재가 존재한다. 판매자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계속 과부하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 심지어 우리는 아마존이 고객들에게 내세우는 것처럼 물건을 가장 싼 값에 판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아마존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가격을 변경하며, 심지어 개별 고객마다 다르게 매기기도 한다. 아마존은 가짜 최고 가격을 올려놓고 빨간 줄을 그어 할인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구매자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킨들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구매자들을 외부 판매자의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더 수익이 많이 나는 비싼 상품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아마존 이 추구하는 목표는 개인별 가격 책정으로, 고객별로 기꺼이 낼 의 지와 능력이 있는 가격을 정확히 매기는 것이다. 홀푸드는 이런 행 동공학을 현실 세계에서 실험하는 연구실이 되었다.
- 아마존은 또한 판매자들에게 다른 판매처에 올리는 가격을 인상 하라고 강요한다.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아마존 검색에서 상품이 뜨지 않게 하는 식이다. 아마존이 문서화한 정책은 판매자가 다른 판매처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경우에 고객의 신뢰를 해친다〉고 규정하면서 징계한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한다.
물론 아마존은 창립 이래 계속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아마존은 물리적 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주에서 판매세 부과를 거부하면서 오프라인 경쟁자들보다 낮은 가격을 확보하고 조세 회피를 바탕으로 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일찍부터 엄청난 규모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손실을 적용해서 수 십억 달러의 수입에 대해 연방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아마존은 수익 실현 불가can't realize a profit) 상품, 줄임말로 CRAP을 잔뜩 쌓아 놓고 있다.
잠시 이 문제를 검토해 보자. 어떤 회사가 수익을 실현할 수 없는 제품을 판매할까? 아마 약탈 가격predatory pricing을 매기는 경우, 즉 경쟁자보다 가격을 낮춰서 시장 점유율을 높인 다음에 나중에 손실을 메우려는 기업일 것이다. 아마존은 이런 전술을 구사한다고 끝없이 비난을 받았는데, 이제는 태세를 전환하는 것 같다. 수익 실현 불가) 상품을 장터에서 몰아내면서 공급업체들에게 아마존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품만 광고할 것이라고 통지하는 중이다. 아마존은 판매자들에게 오늘의 상품) 프로모션에 포함되기 위해 할인을 감수하거나 마케팅 지출을 늘리도록 강요한다. 공급업체들에 게는 운송료를 인상하면서 포장재를 바꾸도록 강요한다. 이런 공급 업체들을 외부 판매자로 전환시키면서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아마 존은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파트너들을 쥐어짜는 식으로 지배력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제 파트너들은 온라인 사업을 성공적 으로 시작할 만한 다른 공간이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아마존은 모든 사람을 자기네 플랫폼으로 유인했습니다.」 아마존이 이런 수법을 쓰고 있다는 내용으로 관심을 사로잡은 논문을 쓴 포드햄 대학교 로스쿨 학생 샤울 서스맨의 말이다. 아마존이 여 러 활동에 보조금을 주었지만, 이제 공급업체들은 비용을 떠안아야 합니다.」 쇠락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시대에 이제 기업가 정신은 가상 공간의 벼룩시장에 노점을 차리고 옆 노점 주인을 어떻게 골탕 먹일지를 궁리하는 한편, 사장이 자기를 포도처럼 짓밟아 으깨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태도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이제 사장이 추구 하는 전략은 자기 수익을 높이면서 다른 모든 이들의 수익을 떨어 뜨리는 것이다. 전갈이 개구리를 함정에 빠뜨렸다. 어쨌든 그게 전갈의 본성이니까.
한때는 이런 수법이 월마트 효과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아마존 게임이라고 한다. 한 회사가 온라인 장터를 개설했는데, 수백만 명 이 사실상 여기서 벌어지는 어떤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서든 세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마진이 점점 줄어들어 월급봉투도 얇아지고 삶이 팍팍해진다. 아마존은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있습니다.」 온라인 머천트 길드의 폴 라펠슨이 하는 말이다. 「유니언 퍼시픽 철도가 이렇게 말하던 시대가 있었죠. 〈화물 운송료를 매기려면 당신 네 장부부터 봐야겠는데요.) 아마존은 전자 상거래판 유니언 퍼시 픽입니다.」
이 수법이 통했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서 아마존의 가격 할인에 서 독점으로underpricing-to-monopoly〉 전략을 모방하는 기업들이 우 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우버, 위워크, 버드 등은 모두 아마존의 동생격이다. 서비스 가격을 낮춰서 스스로 자본을 소각하는 것 같지만, 경쟁자들을 몰아낸 뒤 대중을 낚아채려는 시도다. 이 기업들 중 어느 것도 돈을 벌지 못한다. 지금까지 모두 기껏해야 지나치게 낙 관적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노골적인 사기임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무비패스 경제는 가치를 바탕으로 경쟁하려고 애쓰는 정직한 기업들을 파괴하고,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사기꾼 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든다. 아마존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 며, 어쩌면 대마불사 같이 끄떡없는 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존의 사업 모델은 삼류 모방작들과 더불어 세계를 망치는 중이다.
어쩌면 아마존의 독점 전망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버핏 의 움직임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정보 기술 주식을 거부한 끝에 워 런 버핏은 아마존 주식을 8억 6000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 독점 의료기관은 치료비 말고도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라는 독점 옹호론자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여 러 연구에서 경쟁이 부족하면 결과도 더 나쁘게 된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18년 『헬스 서비스 리서치』의 한 보고서는 심장 전문의들이 지역 시장을 통합하면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5~7퍼센트 높아질 뿐만 아니라 응급실 방문 횟수, 재입원, 사망 건수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메디케어 가입자와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 양쪽 모두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병원 통합이 이루어지면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은 특히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의료 성 과를 결정하는 한 요소다. 많은 아픈 사람들이 휴가를 받거나 육아 도우미를 구해서 한 시간 거리를 차로 달려 의사를 보러 가지 못한 다. 오직 휘발유만이 건강에 매기는 세금이다. 하지만 독점 병원들 은 농촌 주민들의 이런 생명줄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500개가 넘는 병원이 사라졌고, 농촌 지 역에서는 2010년 이래 최소한 85개 병원이 문을 닫았다. 농촌 병원 20개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환자들은 가장 가까운 다른 의 료기관이 3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산다. 메디케이드를 확대 하지 않아서 새로운 환자를 지원해 줄 잠재력이 없는 주들은 상황 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 기업 사냥꾼은 기업을 손에 넣은 뒤 채무를 기업의 대차대조표로 이전시켰다. 기업 사냥꾼의 서류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많은 회사 가운데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서류철) 회사라는 이름이 붙은 이 회사는 갑자기 대규모 차입 비용을 관리해야 했다. 게다가 새로운 소유주에게 관리 수수료를 내고, 급여를 지불하고, 사업을 운영해야 했다. 기업 인수 과정을 안내한 고문, 은행가, 펀드 매니저도 자기들 몫을 챙겼다. 포트폴리오 회사들은 종종 재무 부담 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기업 사냥꾼 입장에서 보면 파산은 중 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냥꾼들은 다른 사람의 돈으로 포트폴리오 회사를 매입했고, 청산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면 이미 비용을 충당 할 만큼 충분한 수수료와 자산을 챙겼다. 기업 사냥꾼들은 금융공 학을 통해 대규모 자산 이전을 고안해서 우호적인 부문으로 가치를 옮겨 놓았다. 은행 강도들은 이런 행위를 약탈이라고 부른 반면, 기업 사냥꾼들은 차입 매수라고 불렀다.
- 기업들이 기업 사냥꾼들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부채를 잔뜩 져서 형편없는 재무제표를 만들거나 기어오를 수 없는 요새를 세우는 것이었다. 따라서 차입 매수는 기업들을 기업 사냥 꾼들의 지붕 아래로 잡아당겼을 뿐만 아니라 지배력을 기업 인수에 대응하는 유일한 해독제로 만듦으로써 경제의 다른 영역에서도 독 점을 촉진했다.  너무 오래지 않아 이런 상황 자체가 잦아들었다. 언론과 대중은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와중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탐욕에 기겁 했다. 밀컨은 장차 이뤄질 차입 매수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내부자 거래 집단을 운영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기업 인수 타 이밍을 예상해서 투기를 한 뒤 주가 차익으로 돈을 번 이반 보스키도 내부자 거래로 기소되었다. 둘 다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로 갔다. 1980년대 말에 이르면, 1990년 2월 드렉슬 버넘 램버트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정크본드 시장이 폭락했다. 기업 매수 종자 자금이 고갈되고 관련된 범죄 행각이 드러남에 따라 기업 사냥꾼들은 종적 을 감췄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을 바꾸었다.
차입 매수는 사모펀드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하는 행동은 똑같은 데 한결 점잖은 이름을 얻었다. 사모펀드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인출할 수 없는 돈을 모으는 폐쇄형 펀드를 활용한다. 펀드 투자자들은 특별 배당금과 배당 자본재구성을 통해 보상을 받기는 한다.
- 한편 배당 자본재구성 때문에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채무 부담이 가중된다. 펀드 관리자들은 2와 20〉을 받는데, 투입된 전체 자본의 2퍼센트를 관리 수수료로 받고, 펀드 수익의 20퍼센트를 추가로 받는다. 최근에 일부 펀드에서는 이 두 수수료가 자본의 2퍼센트와 수 익의 30퍼센트까지 늘어났다. KKR, TPG 캐피탈, 넬슨 펠츠의 트 라이아크 같은 똑같은 주역들이 사모펀드 호황을 연 무대에 복귀했다. 밀컨도 수감생활을 끝내고 명예를 회복해서 현재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비벌리힐스에서 재계 엘리트들을 상대로 거대한 연 례 총회를 연다.
- 실제 운영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모펀드 사업도 달라진 게 없다. 차입한 돈으로 기업을 사서 채무를 잔뜩 진 뒤 정리해고와 청산을 통해 비용 삭감을 강요하고, 운영 수수료와 자산 급매 처분 수익금으로 현금을 챙긴다. 사모펀드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악전고투 하는 회사를 도와 경영 문제를 바로잡아 성장하게 해준다고 주장한 다. 하지만 비용 삭감은 보통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이루어진다. 사모펀드는 노동에서 자본으로 부를 직접 이전하는 과정이라고 보 면 된다. 몇 년 뒤, 포트폴리오 회사들은 본사에서 분리되거나 파산에 처해진다. 어느 쪽이든 승자는 사모펀드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받는 수익은 보통 수준인데, 관리자들은 돈을 가진 누구도 그 사실 을 알아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 우리 시대 대기업 권력이 계속되면 어떤 논리적 종착점에 다다를지 알고 싶다면, 교정 시설을 찾아가 보면 된다. 교도소와 구치소에는 말 그대로 잡혀 온 사람들이 있는데, 수감자들은 음식, 은행, 의 료, 전화 회사, 인터넷 서비스 등 어느 것에도 선택권이 없다. 그리 고 그 결과로 생기는 것은 끔찍한 품질, 만연한 착취, 끝없는 부패,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죽음,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투명성 부족이다. 전화와 영상 통화의 경우에 수감자들을 두 번 가두는 효과를 발휘한다. 일단 감방에 가두고, 가족들이 유료 통화 교환원에게 돈 을 내지 않으면 다시 한번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차단당하는 것이다. 
- 우리는 인간을 가두는 일을 영리형 사업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인간을 계속 가둬 두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된다. 이 기구의 먹잇감이 되는 가족은 유색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 어쩌면 당신은 범죄를 저지르 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 마땅하고 교도소가 컨트리클럽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마 당신은 교도소 음식이 형편없고 전화요금이 비싸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감자와 그 가족들이 이런 푸대접과 절망을 겪는 이유는 독점과 많은 관계가 있다. 선택권이 없으면 학대와 절망이 악순환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독점화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교도소의 환경은 언젠가, 어쩌면 조만간 우리의 생활이 어떤 모습이 될지를 알려 주는 조기 경보 신호일 수 있다.

- 우리는 1956년 벨 연구소가 AT&T의 연구개발 부문이 보유한 특허 전부에 대해 사용 허가를 강제한 합의안에 동의함으로써 한 독점 기업 내부에 혁신을 쌓아 놓는 대신 미국 전자 산업을 탄생시킨 사실을 안다. 『재빨리 움직여서 무엇이든 파괴하라』의 저자 존 태플 린은 이 결정을 계기로 실리콘밸리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우리 는 IBM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으로 당대를 지배하던 컴퓨터 회사가 소프트웨어 옵션 번들을 해제함으로써 또 다른 거대 산업이 탄생한 사실도 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으로 한 독점 기업의 내부 문화가 바뀌고,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이외의 선택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통해 구글과 아마존 같은 초창기 스타트업이 번성할 수 있었음을 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송으로 이어진 법률 작업의 토대를 마련한 게리 리백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요람에 누워 있는 구글을 죽일 수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이런 공개 재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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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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