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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따뜻해지면 식물의 생장기가 길어지고, 그로 인해 식물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꽤 그럴듯해 보인 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증가된 이산화탄소 흡수와, 그에 따라 더 길어진 생장기가 반드시 양립하는 것은 아니 다.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은 비교적 서늘한 환경에 서 진화해왔다. 평균온도와 일조시간이 있고, 빛의 강도와 파장이 수백만 년 동안 평범한 하루하루와 계절에 걸쳐 조 화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말이다. 식물은 이러한 균형 잡 힌 환경 변화에 곧장 대응해 복잡한 유전 조절계를 발달시 켰다.
다윈과 적자생존의 법칙을 생각해보라. 하루하루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적정 시기에 적절한 유전자를 발현한 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유전자를 복제해 후손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이들은 유전자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에 번성할 수 있었다. 환경이 주도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빠 른 기간 내에 일어날 수 있고(매트 리들리 Matt Ridley의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일부 운 좋은 동식물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게놈은 지구온난화만큼 빨리 진화하지 못하며, 지구 온도의 상승은 기후대를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존다니엘John Daniel,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수잔 솔로몬Susan Solomon). 그 결과 식물 대다수가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중 일부는 지금도 수천 세대에 걸쳐 전 세계 인류에게 사랑받아온 음식과 음료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머지않아 그들의 멸종을 목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 2000년대 들어설 무렵, 코니 발로우Connie Barlow 박사
는 자신의 책 《진화의 흔적Ghosts of evolution)에서 '진화론적 시대착오evolutionary anachronism’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진화론적 시대착오란 어떤 종이 다른 종들과 공진화하는 동안 어떤 특징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가, 다른 종이 멸종했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그 특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생물학자 댄 잰즌Dan Janzen 은 진화론적 시대착오의 한 예로 아보카도를 든다. 아주 오래전, 거대한 몸집의 땅 늘보,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원시 코끼리 같은 거대 포유류(거대 동물)는 아보카도를 먹고 씨를 배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이러한 거대 동물들은 약 12만5000년 전인 플라이스토세(빙하시대) 말에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씨를 퍼뜨릴 수 있는 동물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아보카도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재규어와 다람쥐가 아보카도 씨가 퍼지는 것을 도왔다고는 하지만, 아보카도는 인간의 재배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 서양인 대부분에게 익숙한 밝은 노란색의 바나나는 캐번디시 Cavendish 종이다. 캐번디시는 열매를 맺는 데 최소 9개월이 걸리는 남아메리카에서 주로 재배된다. 오늘날 판매되고 있는 식용 바나나는 모두 무사 아쿠미나타 Musa acuminata종으로부터 교배된 것이다. 그러나 유전학적으로 식용 바나 나는 염색체가 3배수이기 때문에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이 어렵다. 다시 말해, 바나나는 염색체에 3개의 사본이 있어서 생존 가능한 씨앗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의 염색체와 비교하면, 사람은 염색체가 2배수고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으므로 계산이 쉽다. 인간의 난자와 정자 세포 형성 과정에서 23쌍의 염 색체는 서로 갈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난자나 정자 세포는 23쌍 중 절반의 염색체만 갖고 있다. 그러다 수정 직후에 23개의 난자 염색체와 23개의 정자 염색체가 합쳐져 후손의 세포에 모체에서처럼 23쌍의 새로운 염색체를 형성한다. 한편 염색체가 3배수인 바나나는 염색체 수가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존 가능한 후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대신 다 자란 나무가 죽으면 뿌리 주위의 작은 가지들(곁가지)을 주워 다시 심으면 된다. 이 말은, 우리가 농산물 코너에서 사는 모든 캐번디시 바나나는 서로 형제자매가 아닌 복제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모든 캐번디시는 엄청나게 큰 한 집단 유기체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맛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바나나가 병이 들거나 기생충을 만났을 때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 맥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보리, 홉, 효모, 물 등 재료가 완벽히 어우러져야 맛있는 맥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또 재료의 구성 성분(녹말, 단백질, 효소 등)이 조화를 이루어 최적의 발효를 하려면 재료 자체가 좋아야 한다.
앞으로의 맥주 생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발효에 필요한 보리 종자일 것이다. 갈수록 가뭄이 심해지면 보리수확량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은 보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신진대사가 달라져 녹말이나 효소 함량이 적은 낟알을 만들어낼 것이다. 거기에 더해, 붉은 고기의 소비가 줄지 않으면 보리 농가는 보리를 맥주의 재료보 다는 가축 사료로 더 많이 판매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 리는 소에게(소를 먹는 사람에게도) 옥수수나 콩보다 더 건강한 식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들은 보리를 구하기 위해 유전학자들과 협력 중이다. 이를테면 앤호이저부슈 인베브 AnheuserBusch InBev(벨기에의 유명 맥주 제조회사 옮긴이)는 벤슨 힐바이오시스템Benson Hill Biosystems 이라는 회사와 함께 더 따뜻해지고 더 불안해진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는 새 보리품종을 만들기 위해 기계 학습이 지원되는 유전체학을 적용 중이다. 앤호이저부슈 인베브는 보리 품종과 관련해 수십 년 동안 모아둔 상당한 양의 유전자 정보와 환경 자료, 성장 자료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은 이러한 자료에 최신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어떤 교배를 통해야 원하는 특성을 갖춘 보리를 생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가능해졌다.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다양한 성장 조건에서 수백만 가지의 유전적 조합을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서로 다른 보리 품종을 교배한 후 이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걸 확인하던 전통적 접근법보다 유전자와 환경 간의 관계를 훨씬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 다. 미국 오리건주 벤드Bend에 있는 데슈트 양조장Deschutes Brewery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칼스버그 양조장Carlsberg Brewery 역시 맥주 제조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다.
- 병아리콩은 생각보다 강인하지 않다. 병아리콩의 종류가 꽤 다양한 것 같아도, 인간이 재배를 시작한 이후 재배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은 크게 감소했다(클래리스 J. 코인Clarice J. Coyne, 미국 농무부). 재배를 시작하면서 인간은 씨앗을 식물 자체에 보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그러한 특징으로 병아리콩을 골라 키웠고, 덕분에 손쉽게 병아리콩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선별 과정은 병아리콩의 적응력을 떨어뜨렸고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아보카도가 열매를 맺기 위해 너무 많은 물을 쓴다고 생각했다면, 병아리콩은 아보카도보다 온스당 8배나 많은 물을 쓰고, 생존과 꼬투리 생성을 위해 끊임없이 습한 토양 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병아리콩이 자라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흙의 수분을 계속해서 유지해주는 일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줄잡아 오늘날 병아리콩 생산 량은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해 20세기 생산량의 절반 수 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보카도에 작별 인사를 건네야 한 다면,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병아리콩에도 작별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부디 아니길 바라지만,
- 커피에는 판토텐산(비타민 B5, 음식이 에너지로 변하는 것을 도움), 리보플래빈, 니아신(니코틴산), 티아민, 마그네슘, 망간, 칼륨이 들어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식약청이 약물로 규정한 카페인이 커피에 들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카페인은 우리 뇌에 억제성 신경조절물질인 아데노신의 영향을 감소시키고,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집중하게 하고, 방심하지 않게 하고, 의욕이 넘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돕는다. 한편 카페인은 뇌의 혈관 수축(혈관이 좁아지는 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정제된 카페인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대사율을 높이기 때문에 체중 조절 보충제의 핵심 성분으로도 쓰 인다. 재미있게도 카페인은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의 몸에서 지방 연소율이 세 배 더 높다고 한다. 즉, 카페인의 대사 효과는 지방 함량과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우리가 먹는 생선 대부분에는 건강에 좋은 수많은 미네랄, 칼슘, 철, 요오드, 마그네슘, 인, 칼륨, 아연)과 비타민(B2, B6, D)이 들어 있다. 생선이 몸에 좋다고 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아마 많은 종류의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 때문일 것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 및 항염증 물질 역할을 하는데, 이 수치가 높으면 정신 건강, 관상동맥 건강, 시력, 임신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염증을 조절하는 데는 오메가-3 지방산뿐만 아니라 오메가-6 지방산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의 혈액 속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1:1에서 5:1 사이 어디쯤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현 대 서구 문명에서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은 자그마 치 약 10:1에서 30:1에 달한다! 오메가-6의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는 붉은 고기, 정제된 곡물, 설탕, 소금으로 구성된 서구식 식단'과 관련이 있다. 포유류는 오메가-6를 오메가-3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다.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이들의 먹이를 풀에서 곡물로 바꾸면서 소의 오메가-6 비율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식단과 몸에 서도 오메가-6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 오메가-3에 비해 오메가-6의 비율이 높아지면 전신 염증이 증가해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병, 유방암 등 다양한 서구 질환'에 걸리기 쉽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오메가6 섭취량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염증의 수치도 같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메가-3와 오메가-6, 그리고 이들과 그리 멀지 않은 친척인 오메가-9 지방산 간의 상호작용과 이들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끼치는 영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 가리비와 연어는 지구 온도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에 속한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우리 몸에서는 대사 작용의 일부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며, 인간은 이 이산화탄소가 쌓이지 않도록 숨을 내쉰다. 이산화탄소가 쌓이면 탄산이 형성되어 혈액의 산성도가 높아진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바닷 속의 산성도에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바다에는 탄산이 많아진다.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지면 가리비는 껍데기 생성과 움직임에 방해를 받아 포식자에게 더욱 취약해진다. 조개와 굴 같은 다른 조개류들 역시 해양의 산성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다음 세기가 오기 전에 기후변화가 대다수의 조개류와 산호를 멸종시킨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2050년이면 가리비 수확량이 지금의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연어는 탁 트인 바다보다 좀 더 작고 따뜻한 강에서 일생의 일부를 보내기 때문에 다른 어종보다 온도에 더 민감하다. 강이 따뜻해질수록 물은 연어들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덜 함유하게 된다. 또 따뜻한 물은 연어가 기생충과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 벌은 전 세계 식물의 80%를 수분시키는 주요한 꽃가루 매개자다. 적게 잡아도 벌은 우리가 먹는 상업용 채소, 곡물, 과일의 약 35%를 만들어내는 농작물을 수분시킨다. 우리는 절대로 벌을 잃어선 안 된다! 벌들은 최근 약 10년 동안 기록적인 속도로 죽어갔는 데, 이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급속히 퍼지는 기생충, 재배 작물의 영양분 감소와 단일경작 농법으로 인한 먹이 질의 저하, 그리고 벌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비행 능력을 앗아가는 인공 화학물질(대부분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이다. 참고로 나는 아직 기후변화의 영향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벌에 미치는 영향은 이러한 비교적 최근의 문제들(전염병, 제한된 영양분, 중독)보다 더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벌 서식지의 남쪽 경계는 해마다 약 8km씩 줄어들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북쪽으로 약 320km 이동했다. 중요한 것은, 벌이 사는 지역의 북쪽 경계는 북쪽으로 더 이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줄어드는 일조시간과 먹이의 양, 소규모 집단에 한정된 구역 확장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영토 압박의 결 과 벌의 서식지는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서식지 감소 외에도 많은 야생 꽃과 재배 꽃식물이 기 후변화로 일찍 꽃을 피우자, 생태학자들은 꽃가루 매개자의 출현 시점과 꽃식물의 수분 준비 시점 사이의 시기를 걱정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레베카 어윈Rebecca Irwin과 그 녀의 팀은 꽃이 피는 시기가 꽃가루 매개자의 행동과 식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조사했다.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장기 연구를 통해 이들은 벌의 건강이 꽃식물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면 수분을 돕는 벌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져 실제로 식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연구는, 수분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면 식물은 이후에 내리는 서리에 훨씬 취약해지기 때문에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이는 식물에도, 수분하는 벌에도 문제가 된다.
- 감자를 121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이 생긴다. 우리는 보통 프렌치프라이를 162도 이상에서 튀기고, 통감자의 경우는 204도에서 굽는다.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아크릴아마이드는 생물 표본에서 추출 후 크기별로 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쓰이는 폴리아크릴아마이드겔'의 재료로 쓰인다. 우리 몸에서 아크릴아마이드는 글리 시다마이드로 전환되는데, 이 물질은 독성이 있어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밝혀지면서 1994년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Cancer는 아크릴아마이드와 글리시다마이드를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역시 아크릴아마이드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것으로 상당히 예상되는 물질로 분류했다. 하지만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조리 전에 감자를 잘라 차가운 물에 최소 30분간 담가두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양질의 감자튀김과 감자 침을 만들려면 튀기기 전에 두어 시간 물에 담가두는 게 좋다. 집에서 감자튀김을 만들 때도 이렇게 하면 된다. 게다가 감자는 121도 이하에서도 잘 튀겨지고 구워진다.
- 전 세계적으로 와인 양조장에 적합한 기후대의 평균기 온은 섭씨 10도 정도밖에 기온차가 나지 않는다. 어떤 와인의 경우는 그 폭이 더 작기도 하다. 소기후의 평균기온 차가 섭씨 2도밖에 되지 않는 피노pinot 포도는 어쩌면 기후변화 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역별로 봤을 때, 대부 분의 남유럽과 서유럽은 앞으로 포도 농사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될 것이다. 한편, 지난 몇십 년간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던 지역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포도 재배에 적합한 소기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한때 포도를 재배하기에 너무 추웠던 영국 남부의 에식스Essex, 켄트Kent, 서식스Sussex 같은 지역은 이제 포도를 기를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 을 맞고 있다. 독일 남부와 프랑스 북부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 다. 이는 좋은 소식으로 들릴 수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포도를 재배하기에 너무 추운 지역 에서 너무 따뜻해진 지역으로 변화를 거치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이번 세기가 지나면 끝날지도 모르는, 달콤한 지점에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결국은 이 지역들도 포도밭으로는 적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짧은 설명에 와인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육지 면적이 줄고 한때 낮은 위도에서만 살았던 벌레들이 더 높은 위도의 포도밭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되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유명한 포도 재배자 리처드 스마트Richard Smart는 와인을 가리켜 지구온난화의 '탄광 속 카나리아 (과거 탄광에서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탄광에 데려가 카나리아의 이상 행동을 탈출 경고로 삼았던 데서 유래 옮긴이)라고 불러왔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 는 와인의 질이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포도가 익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포도의 당도는 기존보다 더 높아지고 산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더 실해진 포도들은 발효되면 더 많은 알코올을 만들어내고, 더 달콤하고 강한 맛을 낼 것이다. 대신 이제 드라이와인은 없다. 섬세한 와인도 없다.
- 사우스다코타대학의 로버트 드보락Robert Dvorak 박사는 지연 할인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불충분한 영양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에서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다음 수업 시간에는 모두 저혈당 상태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점심을 걸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학생의 반은 진짜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나머지 반은 인공 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시게 했다. 대사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기다린 후, 모든 학생은 같은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설문을 통해 작지만 즉각적인 만족 혹은 상당한 시간 동안 주어지지 않을 훨씬 더 큰 보상을 선택했다. 조사 결과 진짜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더 크지만 지연된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공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모든 학생은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당 수치가 낮은 상태였다. 인공 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대사가 만족스럽지 못해 즉각적인 만족에 굴복하고 말았다. 반면 대사가 만족스러운 학생의 경우, 먼 미래에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달리 말해 멸종 위기에 처한 먹거리를 구하고 그 결과 충분한 영양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등식의 일부 조건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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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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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는 우리 삶에서 인식되고 통합되어야 하는 정신의 힘을 그림언어로 이야기해준다. 언제나 인간의 영혼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이 힘은 인간이 수천 년 세월을 헤쳐나올 수 있게 해준 종의 지혜를 나타낸다.
- 대중 신앙의 통설에서 신화적 인물과 사건은 일 반적으로 사실로 간주되며 또 그렇게 교육된다. 특히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정말로 모세를 따라 이집트를 탈출했고 그리스도는 정말로 부활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역사상으로는 이제 그런 '사실'이 과연 사실인지 의심스럽다고 여겨지는 터라 그 것이 뒷받침하는 도덕적 질서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역사상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상상으로 꾸며내 역사에 투영한 에피소드로 해석한다면,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 유카탄반도 등 세계 곳곳에 유사한 에피소드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해진다. 비록 실제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 정도로 널리 사랑받은 신화적 상상이라면 그것은 '정신의 사실'을 나타내는 게 틀림없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친구 마야 데렌 Maya Deren은 종교적 신비를 “물질의 허구로 표현된 정신의 사실”이라고 정의했다.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선사학자는 당연히 신화가 사실로서는 거짓이며, 이렇 게 다양한 민족이 존재하는 세계에 유일한 선민도, 모든 이가 복종해야 하는 절대적 진리도, 유일무이한 교회도 있을 수 없다는 것 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심리학자와 비교신화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들은 상징화된 '정신의 사실’을 밝혀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한편 이것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내, 과거의 옛 전통이 약화되는 가운데 인간이 우리 내면과 더불어 외부세계의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죽음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초월하려는 욕구는 신화로 이어지 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다른 깨달음이 작용한다. 개인이 태어난 사회집단은 개인을 보살피고 지켜주며 개인 또한 거의 평생 사회집단을 보살피고 지키는 데 이바지해야 하지만, 그 집단은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고 그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개별적 존재로 의식하는 인간은 죽을 운명뿐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공동체의 질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공동체는 개인의 질서에 우선하며, 인간은 이 초개체에 종속되어 참여함으로써 죽음을 초월하는 삶을 알게 될 것이다. 유사시대와 선사시대를 아우르는 긴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어느 신화체계에서나 개인은 반드시 죽으며 사회질서는 그래도 계속될 것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깨달음이 상징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례, 나아가 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적 힘이었다.
- 구약과 신약 성경에서 신과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대극이며, 인간은 조물주를 거역했기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됐다. 따라서 십자가의 대속蘭은 하나됨보다는 회개였다. 반면 불교에서는 인간이 자기 존재의 근원과 분리된 것을 심리학적 시각에서 본다. 그것은 자신의 근원을 모르고 허상에 불과 한 것에 궁극적 실재를 부여하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한다. 성경의 설화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수준에서 불복종과 그에 대한 벌을 다루며 흡사 부모 자식 관계에서처럼 의존과 두려움, 공손함과 헌신을 심어준다면, 불교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른들을 위 한 가르침이다. 그러나 사실 이 둘에 공통되는 이미지는 구약성경보다, 불교보다, 심지어 인도보다도 더 오래됐다. 뱀과 나무, 영생의 정원 이미지는 초기 설형문자 문헌과 고대 수메르의 원통 인장, 전 세계 원시부족 촌락의 미술과 의례에 이미 나타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징에 관한 비교연구적 관점에서 볼 때 예수 그리스도나 붓다가 실제로 살아 그들의 가르침과 연관된 기적을 행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계의 종교 설화에는 이들의 위대한 삶과 유사한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그 모두는 구세주, 영웅, 구 원받은 자들이 자기 안에 자리하는 공포의 담장을 통과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 이제는 잊힌 지 오래된 구석기 수렵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은 다양한 종의 동물이었고, 그들은 또한 인간의 스승이기도 했다. 인간은 동물의 생활양식을 보며 자연의 힘과 패턴을 배웠다. 부족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동물의 이름을 붙이고 의식에서 동 물 가면을 썼다. 반면 식물이 자연의 절대적인 요소인 열대 밀림 지역에서 생활하는 부족에게 모방의 대상은 식물이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들의 기본 신화는 신을 죽여 시체를 해체하고 땅에 묻자 식용식물이 자라나 부족을 먹여 살렸다는 것이다. 모 든 식물문화에 공통되는 인신공양 의식은 이 원시신화를 충실하 게, 그리고 끝없이 재현한다. 식물계에서는 삶이 죽음에서 태어나고 푸른 새싹이 부패물에서 돋아나는데 인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죽은 자는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땅에 묻히고, 식물계의 순환은 인간의 신화와 의례에 본이 되어주었다.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의 도시국가 문명이 출현했던 중대한 시기에 사회의 시선은 땅에서 하늘로 옮겨갔다. 천체를 관측하는 신관들에 의해 일곱 천체, 다시 말해 태양과 달, 눈에 보이는 다섯 행성이 움직이지 않는 성좌 사이를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였다. 우주의 경이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가져온 우주적 질서 개념은 이내 사회 모델이 됐다.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은 왕은 달 또는 태양이며, 왕비는 여신의 행성 금성이고, 궁정의 고관들은 여러 별에 해당됐다. 서기 5세기에서 13세기까지 내려와서도 기독교 비잔틴 제국의 궁정에서 황제의 옥좌는 갖은 아름다운 천국의 이미지로 둘러싸 여 있었다. 황금 사자들이 꼬리를 흔들며 포효하고, 귀금속과 보 석으로 장식한 새들이 보석 나무에서 지저귀었다. 야만족의 사절이 반들거리는 대리석 복도를 걸어가 궁전 경비병과 요란하게 치장한 장군들과 신관들이 길게 늘어서서 낸 통로를 지나 태양의 관을 쓰고 휘황찬란한 옥좌에 위풍당당하게 꼼짝 않고 앉아 있는 황제 앞에 이르면, 그는 경외에 사로잡혀 납작 엎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가 머리를 들기 전에 기계장치가 옥좌를 공중 높이 들어올려, 경악한 사절이 마침내 일어서면 조금 전과는 다른 제의를 입은 황 제가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에서 마치 신처럼 그를 내려다보고 있 을 것이다. 황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알렉산드리아의 성 치릴로St. Cirillo of Alexandria는 황제를 지상에 현신한 신이라고 칭했다. 조금 과장됐을지는 몰라도, 오늘날의 제국 궁정이나 교황청 미사에서 벌이는 무언극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그럼 이제 오늘날 인류에게 적절하게 경외심을 일으킬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프로베니우스의 지적처럼 인간은 처음에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동물계를 신비하게 여기고 존경할 만한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물과 동일시하고 모방했다. 다음으로 인간이 주목한 것은 죽음이 생명으로 변화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식물계와 풍요 로운 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대 근동에 대두된 초기 고도 문명과 더불어 인간의 관심은 움직이는 일곱 천체의 수학으로 옮겨갔다. 사신의 일곱 마리 회색 말과 부활이라는 개념은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또한 프로베니우스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 에게 가장 가까운 신비로운 이웃은 동물도, 식물도, 빛이 이동하는 하늘 지붕도 아니다. 프로베니우스는 과학을 근거로 이들이 신화 적 힘을 잃었으며 신비의 중심은 이제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말하는 인간은 이인칭의 이웃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도 '내가 알 고 관계한다고 상상하는 모습도 아니고, 그 자신의 모습이며 그렇기에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다.
- 동양에서는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부과된 지위의 가면이나 역할과 전적으로 동일시해야 하며, 주어 진 임무를 완수하고 나면 대양으로 스며드는 물방울처럼(유명한 이미지를 빌리자면) 자기 존재를 완전히 지워야 한다. 왜냐하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재된 운명과 성격을 삶의 의미'와 '완성'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구와 달리, 동양에서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근대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 그러하듯) 기존 사회질서이기 때문이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개인은 그곳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간주되며, 소속된 사회집단의 원형과 동일시함으로써 복종할 것을 요구받는다. 동시에 개인적 삶을 향한 욕망은 모두 억제해야 한다. 교육은 주입 또는 오늘날 말하는 세뇌다. 브라만은 브라만이, 구두공은 구두공이, 전사는 전사가, 아내는 아내가 되어 야 하며 그 이상도 이하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개인이 지워질 때, 사람은 자기 자신을 매우 평범한 역을 그럭저럭 연기하는 배우로만 알게 된다. 유아기에 두드러졌을지도 모르는 개성은 고작 몇 년 사이에 사라지고 사회적 전형 의 특징,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가면, 허상 또는 요샛말로 속을 채운 셔츠’ (영어에서 고리타분하고 젠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옮긴이) 가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권위 를 가진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해서 그의 성문화된 정보뿐 아니라 버릇, 판단 기준, 전반적인 페르소나의 이미지를 열심히 흡수하려 는 학생이 이상적인 학생이다. 학생 또한 이 페르소나가 말 그대로 '되어야 한다. 어차피 달리 될 것도 없고,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자 아라고는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적 의견도 호불호도 독창적인 생 각이나 목표도 없으니까.
- 붓다Budhha’는 ‘깨어난 자'를 의미한다. 이 말은 산스크리트어 동사 budh에서 나왔는데, 깊이를 가늠하다, 바닥까지 꿰뚫어보다 또는 인지하다, 알다, 지각하다, 깨어나다'를 뜻한다. 붓다는 자신 이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아는 자,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아는 자, 다시 말해 의식임을 깨달은 이다. 나아가 전구의 가치는 빛을 발하 는 힘에서 비롯되듯이 자신의 가치는 의식을 발하는 힘에서 비롯 됨을 안다. 전구에서 중요한 것은 필라멘트나 유리가 아니라 전구 가 주는 빛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에게서 중요한 것은 육체와 신경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빛나는 의식이다. 전구를 보호하기 위 해서가 아니라 빛을 위해 살 때 사람은 붓다의 의식 안에 자리한다.
- 서양에도 그런 가르침이 있을까? 가장 잘 알려진 종교에는 없다. 성경에 따르면 신이 세상을 창조했고 인간을 창조했으며, 신과 그의 피조물은 어떤 의미에서도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 실제로 주 류 기독교에서 합일은 최대의 이단이다. 예수는 “나와 하느님 아버 지는 하나다”라고 말한 탓에 신성모독죄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그 리고 그로부터 900년 뒤 이슬람교의 신비주의자 알할라즈al-Hallaj 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십자가형을 당했다. 동양 종교에서는 궁극적 으로 바로 그것을 가르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서양 종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신과의 합일을 경 험하는 방법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최대의 이단이다.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이름이 있는 신과 '관계'를 수립·유지하 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는 초자연적으로 선택되고 특별한 혜택을 받는 특정 사회집단에 속해야만 가능하다. 구약성경의 신은 역사상 존재하는 한 특정 민족, 지상에 하나뿐인 성스러운 민족과 계약을 맺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에 속할 수 있을까? 최근(1970년 3월 10일) 이스라엘에서는 종래의 답이 재확인된 바 있어,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 것이 시민권을 얻는 첫째 전제조건으로 정의됐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참된 신이요 참된 인간인 예수 그리스도(기독교에서 이것은 기적이지만, 동양에서는 모든 사람이 참된 신이고 참된 인간이다. 다만 자기 안에 내재하는 경이의 힘을 깨달은 이가 아직 얼마 없을 뿐이다)의 부활이 그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성人性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이어지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신성神性을 통해 신과 우리를 이어준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이 유일무이한 신인God-Man과의 관계를 확인받는 방법은 세례를 통해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또다시 사회제도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 너는 네게 주어진 운명을 상대할 수 있는가? 햄릿이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삶이라는 경험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고통 과 쾌락, 기쁨과 슬픔이 따로 뗄 수 없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세 상에 태어나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을 무릅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다. 동양의 환생 개념의 바탕에는 바로 이런 사상이 깔려 있다. 네가 네 깨달음을 위해 이것을 원했기 때문에 너는 이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특정한 운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네가 지금 생각하는 '너'가 아니라, 네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있었고 지금도 네 심장을 뛰게 하고 폐가 숨쉬게 하고 네 삶에서 온갖 복잡한 일을 해주고 있는 '너'다. 용기를 잃지 말고 겪어내라! 네 방식대로 게임을 즐겨라!
- 선종의 으뜸가는 목표는 개념의 그물을 끊는 것이다. 일부에서 선을 무심無心의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심리 치료를 연구하는 많은 서양 학파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삶의 의미라고 주장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되는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지성뿐인데, 지성이 이름과 범주, 관계의 인식과 의미를 정의하는 것으로 삶을 다루기 시작하면 가장 내향적인 것을 금세 잃고 만다. 반면 선은 삶과 삶의 감각은 의미에 선행한다고 생각한다. 삶에 이름 을 붙이지 않고 그저 알아서 다가오도록 두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 이 이름을 갖는 곳 대신 당신이 사는 곳, 당신이 존재하는 곳으로 삶이 당신을 돌려놓을 것이다.
- 평화에 관한 신화보다 전쟁에 관한 신화가 더 쉽게 생각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단 간의 갈등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경험인 데다 살상은 모든 삶의 전제조건이라는 잔인한 사실 때문이다. 생명은 다른 생명을 먹어야 존재할 수 있다. 이 끔찍한 필연성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이따금 영구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다윈이 말하는 '보편적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대개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이 지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을 수용한 사람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전쟁 신화를 들으며 자란 나라, 부족, 민족이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뒷받침해준 신화를 물려준 것이다.
선사고고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인류 진화의 초기 유적으로 보건대 180만 년 전에 이미 지상에 두 종류의 원인猿人 또는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L. S. B. 리키 교수가 발견해 진잔트로푸스Zinjanthropus라고 명명한 원인은 채식을 했던 듯한데 이쪽 계열은 이미 소멸됐다. 리키 교수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호모 하빌리스 Homo habilis 라고 명명한 다른 하나는 육식과 살상을 했고 도구와 무기를 제작했다. 현재의 인류는 이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인간은 육식동물이다”라고 썼다. 그게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또 다른 섭리가 있으니, 온 동물계에서 육식동물은 그것이 포식하는 초식동물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강할 뿐 아니라 더 똑똑하기도 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전쟁이 모든 위 대한 것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슈펭글러는 “망치가 될 용기가 없는 자가 모루 역할을 하다가 부서진다”라고 했다. 
- 이것이 동양 사상에서 모든 평화의 궁극적인 바탕이다. 행위의 영역(가령 인생)에는 평화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따라서 평화를 얻으려면 집착하지 않고 해야 할 행동을 하는 것이 다. 《바가바드기타》에서 젊은 왕자 아르주나는 다음과 같이 배운다. “요가에 바탕을 두고 집착을 버리고 성공을 거둘 때나 실패할 때나 평정을 지키며 행동하라. 이 평정이 바로 요가라는 것이다. 단순한 행동은 평정을 지키며 한 행동보다 훨씬 못하다. 평정 안에서 피난처를 찾아라. 결과를 위해 행하는 이들은 불쌍하다. 마음의 평정을 지니는 이는 선한 행동도 악한 행동도 모두 벗어버린다. 따라서 요가를 얻으려 노력해라. 요가가 행동의 기술이다.” 행동의 결과에 대한 모든 두려움과 바람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란 자신에게 주어 진 의무로, 왕자의 의무는 싸우고 죽이는 것이다. “왕자에게 정당한 전쟁만한 것이 없다. 운이 좋은 왕자는 그런 전쟁이 알아서 찾아와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역설적으로 이 문맥에서 평화 신화와 전쟁 신화는 같은 것이다. 나아가 힌두교뿐 아니라 불교(대승불교)에서도 이 역설은 근본적 이다. 피안의 지혜는 모든 이분법을 초월하기에 필연적으로 전쟁 과 평화의 이분법을 초월하고 포함해야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불완전한 이 세상은 완벽한 황금 연꽃의 세계다"라고 말한다. 그런식으로 보지 못하거나 차마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의 잘못이 아니다.
또 세계를 악하다고 볼 수도 없다. 자연은 악한 것이 아니라 부처 의식의 '행위처action body'다. 따라서 분쟁은 악한 것이 아니며, 전쟁에서 어느 한편이 상대방보다 더 악하거나 선하지 않다. 그렇기에 보살이 자비심에서 세상사에 관여하는 것에는 죄가 전혀 없으며, 여기에는 또한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부처 의식의 행위체'에 즐거이 참여한다는 대승불 교의 이상은 개인적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사심이 없으며 죄가 아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런 이야기다. 인류 역사에는 처음부터 전쟁(종류를 불문하고)은 불가피하고 선할뿐더러 문명화된 인간에게 정상적이고 매우 흥겨운 사회적 행위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그리고 전쟁은 왕에게 의무일 뿐 아니라 즐거움이다. 전쟁을 벌이거나 준비하지 않는 왕은 어리석은 '종이호랑이'다.
반면 세계 역사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생각도 찾아볼 수 있다. 
- 내가 쓴 글은 인류 신화의 비교연구로, 꿈과 히스테리, 신비적 환상 등의 현상학에 관한 언급은 간혹가다 했을 뿐 주로 모든 신화에 공통되는 주제와 모티프를 정리한 것이었다. 그때는 그것들이 광기의 망상과 얼마만큼 상통하는지 알지 못했다. 내 생각에 그것들은 모든 전통적 신화의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그리고 심리를 바탕으로 하는 상징적인 주제와 모티프였다. 그런데 페리 박사의 논문을 보니, 동일한 상징들이 조현병을 앓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에서도 나타나는 것이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생활과 사고로부터 단절되어 순전히 자기만의 망상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이 겪는 통상적인 패턴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먼저 사회질서와 맥락으로부터 탈피하거나 벗어난다. 이어서 시간상 뒤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내면으로 깊숙이 물러난다. 그곳에서 잇따라 뒤죽박죽이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면 이윽고 (운이 좋을 경우) 중심을 잡아주고 충족감과 조화, 새로운 용기를 부여해주는 만남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돌아와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 난다. 그런데 이는 신화 속 영웅의 여정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공식이기도 하다. 내 글에서는 그것을 1) 출발seperation 2) 입문initiation 3) 귀환return 이라고 불렀다.
영웅은 평범한 일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초현실적 경이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화적 힘들과 조우하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 영웅은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줄 힘을 얻어 그의 신비적인 모험에서 돌아온다.
- 페리 박사와 머피 씨는 내게 미국 국립정신건강학회의 줄리언 실버맨Julian Silverman 박사가 1967년 《아메리칸 앤스로폴로지스트》 에 발표한 〈샤먼과 급성 조현병이라는 논문을 소개해주었다. 거 기에서도 내 연구 및 생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내 저술에서 원시 수렵부족들 의 경우 의례의 신비적 이미지와 의식이 주로 샤먼의 심리적 경험 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샤먼(남자든 여자든)은 청소년 기 초기에 오늘날 정신증이라고 할 만한 심한 정신적 위기를 겪은 사람이다. 보통 아이의 가족이 걱정하며 나이 많은 샤먼을 불러 아이가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경험 많은 샤먼은 노래 등 적절한 수단을 써서 그렇게 해낸다. 실버맨 박사가 논문에서 언급하듯 “인생의 위기에 대한 독특한 해결책이 용인되는 원시 문화에서 상궤를 벗어나는 경험(샤머니즘)은 인지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개인에게 이득을 준다. 확장된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같은 합리적 문화에서는, 또는 다시 한번 실버맨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종류의 위기 를 이해하는 데에 참고할 것을 주지 못하는 문화에서는 개인(조현 병 환자)은 원래 겪었던 불안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더욱 심화되는 경험을 한다.
- 샤머니즘을 다룬 논문에서 실버맨 박사는 조현병을 두 가지 매우 다른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나는 '본질적 조현병' 이고 또 하나 는 '망상형 조현병'인데, 내가 말하는 '샤먼적 위기'와 유사성을 찾 아볼 수 있는 것은 본질적 조현병뿐이다. 본질적 조현병은 외부세 계의 경험에서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관심사와 초점이 좁아지고 객체 세계가 후퇴하며 무의식의 침입에 압도된다. 반면 망상형 조현병을 앓는 사람은 세계와 그곳에서 일 어나는 사건을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되, 모든 것을 자신의 환상과 공포에 비추어 해석하고 공격당할 것이라고 느낀다. 실제로는 내부에서 가해지는 공격을 외부에 투영해 세상이 자신을 사방에서 감시하고 있다고 상상한다. 실버맨 박사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조 현병은 샤머니즘과 유사한 내적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망상 형 조현병은 자기 내면세계의 강렬한 공포를 이해하지도 견디지 도 못해 너무 일찍 외부세계로 주의를 돌리는 셈이다. 이런 유형 은 위기 해결 시도에 실패해 내적 혼돈은 끝까지 겪어내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어쩌면 헤쳐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정신이상자는 자신이 투영한 무의식 영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와 반대되는 유형의, 보기에도 딱한 정신이상자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는 뱀굴에 빠졌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관심과 존재를 바쳐 통제되지 않는 정신적 에너지의 공포스러운 형상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샤먼 후보가 신비적 여정을 하면서 하는 일과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으로 '본질적 조현병' 환자가 처한 곤경과 트랜스 상태(일종의 '변
형된 의식 상태'로 몽환 상태라고도 한다 - 옮긴이)에 쉽게 빠지는 샤먼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원시부족의 샤먼은 사회질서와 관례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실상 이 관례들 덕분에 그는 이성적 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 나 아가 그가 이성적 의식을 되찾고 나면, 그의 내적 · 개인적 경험이 대물림된 관례를 재확인하고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강화해준다. 그의 개인적 꿈 상징이 그가 속한 문화의 상징체계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 정신이상자의 경우, 문화의 상징체계와 연결되기는커녕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조현병 환자에게 자신의 상상은 그저 생소하고 두려울 뿐이고 기존의 상징체계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원시부족 샤먼은 외적 삶과 내적 삶이 근본적으로 부합한다.
- 논문을 읽고 나는 LSD를 복용하여 내면으로 뛰어드는 것은 본질적 조현병에, 그리고 현대 젊은 세대의 반도덕주의는 망상형 조 현병에 비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젊은이들 중 다 수가 이른바 기성세대(바꿔 말하면 현대문명)에게 전방위적으로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것은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라 실제 심리 상태다. 단절은 사실이고 그들이 외부로부터 당하는 폭격은 내적 공 포의 상징인 것이다. 더욱이 모든 생각이 감정으로 격앙되다 보니 이성적 언어로는 그것에 붙일 이름이 없어 의사소통조차 여의치 않은 이들이 많다. 그토록 많은 젊은이가 간단한 평서문조차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러니까' 같은 무의미한 말을 자꾸 끼워넣다가는 결국 말없는 신호와 감정을 담은 침묵으로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한다. 그들을 대하다 보면 가끔 벽이 없는 정신병원에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부르짖는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은 (언론과 정치가들의 주장처럼) 사회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의학적인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LSD 현상이 좀 더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을 기대하며(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데) 의도적으로 조현병 상태를 만들어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요가 또한 의도적인 조현병이다. 세계로부터 벗어나 내면으로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환 상은 사실 정신이상자의 환상과 똑같다. 그렇다면 정신이상 또는 LSD 체험과 요가 또는 신비적 체험은 어떤 차이가 있나? 양쪽 다 내면의 깊은 바다로 뛰어든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곳에 서 마주치는 상징들은 많은 경우 동일하다(여기에 대해 조금 이따 더 이야기하겠다). 그러나 중대한 차이가 하나 있는데, 단적으로 말해서 헤엄칠 수 있는 다이버냐, 아니면 헤엄칠 수 없는 다이버냐의 차이다. 이런 것에 대해 타고난 재능이 있는 데다 스승의 지시에 따라 단계별로 차근차근 물에 들어가는 신비주의자는 자신이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았고 지도도 받지 못했으며 재능을 타고나지도 않은 조현병 환자는 어쩌다 물에 빠졌거나 의도적으로 뛰어들었지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를 구해낼 수 있을까? 밧줄을 던져주면 잡을까?
- 신화의 첫째 기능은 미성 숙한 정신을 길러 세계로 나갈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다. 따라서 따 져야 할 것은, 그것이 실제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인물로 길 러내고 있는지, 아니면 천국이나 가상의 사회 영역에서만 살 수 있 는 인물로 길러내고 있는지다. 그리고 둘째 기능은 준비가 된 젊은 세대가 제2의 자궁인 신화에서 나와 유년기를 뒤로하고 현실세계 에서 이성적으로 기능하는 성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의 종교 제도에 대해 한 가지 더 흉을 보자면, 그들은 자신 들이 제공하는 자궁을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마치 새끼 캥거루에 게 어미의 주머니 속에 남아 있으라고 하는 것 같다. 그 결과 16세 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안다. 어머니 교회의 주머니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갈가리 찢어졌다. 그 탓에 이제는 아주 어린 캥거루가 들어갈 주머니조차 없다. 일종의 인공 대체물로 읽기, 쓰기, 셈하기가 있을 뿐이다. 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무기물적 인큐베이터 안에서 마흔다섯 살까지 지내게 된다. 아마 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텔레비전에 나온 교수 에게 질문을 하면 다들 어찌나 “음,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하고 어 물거리는지 저 사람이 지금 뭔가 내적 위기를 겪고 있는 건지, 아니면 심오한 생각을 표현할 말을 못 찾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된다. 반면 프로 야구선수나 축구선수는 꽤 복잡한 질문에도 대개 힘들이지 않고 대답한다. 그는 동네 공터 최고의 선수로서 열아홉 살에 자궁을 졸업했다. 하지만 가엾은 교수는 중년이 다 되도록 위로 층층이 쌓인 교수들 천장 밑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니 학위는 땄지만 그때는 이미 자신감이라는 게 발달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 신화의 영웅, 샤먼, 신비주의자, 조현병 환자의 내적 여행은 원칙적으로 동일하다. 그들의 귀환 또는 증세의 완화는 '재생'으로 체험된다. 다시 말해 현실의 지평에 더 는 구속되지 않는 ‘거듭난 자아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더 큰 자아가 반사된 것으로, 원형적 본능체계의 에너지가 현대 시공간 의 일상적 상황에서 유익하게 작용하도록 기능한다. 이제 그는 자 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이 낳은 아이인 사회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사회도 자연처럼 무시무시한 곳일뿐더러 그렇지 않고서는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새 자아는 이 모든 것과 합을 이루며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증언하듯 삶은 전보다 풍요롭고 튼튼하고 즐거워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난파당하는 일 없이 항해를, 그것도 몇 번이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이상을 용납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풍경을 보게 될지, 어떤 상대를 마주칠지 가르쳐야 한다. 또 정신이상을 인식하고 제압해 그 에너지를 흡수하 는 일종의 공식을 알려줘야 한다. 파프니르를 죽이는 과정에서 용 의 피를 마신 지크프리트는 자신이 자연(내적 · 외적 자연 모두)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다. 지크프리트는 용의 힘 만 얻었을 뿐 실제로 용이 되지는 않았지만, 보통 인간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모험자에게는 언제나 심리학에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위험이 따른다. 정신이상자는 자신을 환각의 대상 또는 환각을 보 는 주체와 동일시하는데, 여기서 비결은 그 속에 함몰되지 않고 의 식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친구 또는 적과의 관계에서 구원자가 될 수 있지만 구세주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인 어머니와 아버지는 될 수 없다. 성장기의 여자아이가 자신의 꽃피는 여성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끼치는 기분 좋은 영향을 깨닫고 그것을 자기 자 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는 이미 약간 미친 것이다. 동일 시를 잘못했다.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것은 그녀의 작은 자아가 아 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자라나는 멋진 새 육체다.
전에 인간의 성장을 다섯 단계로 나누는 일본 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열 살에는 동물이요, 스무 살에는 미치광이, 서른 살에는 실 패자, 마흔 살에는 사기꾼, 쉰 살에는 범죄자. 거기에 이렇게 덧붙 이고 싶다. 예순 살에는(그때까지 앞 단계를 모두 거쳤을 테니)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기 시작하고, 일흔 살에는(조언이 모조리 잘못 이해됐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어 현자라는 말을 듣는다. 나아가 공자는 “여든 살에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을 알고 단호하게 버티었다”라고 했다.
- 15년 전쯤 봄베이에서 매우 흥미로운 독일인 예수교 사제 H. 헤라스H. Heras 신부를 만났을 때, 그가 갓 출간한 인도 신화에 나타 나는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의 신비에 관한 논문을 받았다. 동양 종 교의 권위자이자 편견이 없었던 그는 논문에서 고대 인도의 신 시 바와 시바의 아들 가네샤가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의 하느님과 예 수에 상당한다고 해석했다. 삼위일체의 두 번째 위격이 영원성'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에 선행하고 역사를 지탱하며 '하느님의 형상'인 우리 안에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면, 그 어떤 정 통파 신자도 다른 세계의 성자와 신에서 기독교의 모습을 찾기 어 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지만, 신 화와 신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마음이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상상에서 태어나지 않은 신이 있었나? 우리는 신 들의 역사를, 그들이 어떤 단계를 밟아 발전해왔는지를 안다. 신화 에 등장하는 상징과 인물이 본질적으로 꿈의 성격을 띤다는 것은
프로이트와 융뿐 아니라 심리학과 비교종교학을 제대로 연구하는 이들도 인식하는 사실이다. 나아가 게자 로하임Geza Roheim 박사의 말처럼 잠을 자는 방법이 하나뿐이듯이 꿈을 꾸는 방법도 하나뿐이다. 모든 위대한 문명에는 동정녀의 탄생과 현현, 죽음과 부활, 재림, 최후의 심판 같은 신화와 전설이 존재한다. 그런 이미지들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마음을 나타낸다. 신화의 이미지는 마음의 구조와 질서,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 또는 인물은 보편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언급은 의미가 있다 해도 부차적인 의미일 것이다. 가 령 불교에서 역사상 실제로 존재했던 고타마 싯다르타는 부처의 의식이 역사적으로 구현된 여러 사례 중 하나로 간주된다. 그런가 하면 힌두교에서는 비슈누의 화신이 무수히 많다. 오늘날 기독교 사상가들이 겪는 어려움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유일한 역사적 현현으로 보는 교리 때문이다. 유대교에는 세계를 창조한 보편적 신이 그중에서 선택된 한 민족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기독교 못지않게 성가신 교리가 있다. 오늘날 종교가 영적으로 빈약한 것 은 그 같은 자민족 중심주의적 역사주의의 결과다. 교회가 점점 더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음식 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문명 간의 교류가 없었던 과거의 작은 세상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는 시대다!
- 하지만 그들 종교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종교적 믿음과 실천의 경험은 상징으로 표현될 때 가장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러 서로 다른 종교의 상징들에는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공식 교리보다 더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참된 상징은 단순히 어떤 다른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우리의 의식을 깨워 삶의 내적 의미과 현실을 새로이 이해하게 해주는 구조를 그안에 내포한다. 참된 상징은 우리를 원의 중심으로 데려가지, 둘레의 어느 다른 지점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상징에 의해 인간은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는 자아와, 다른 사람과, 하느님과 정서적 · 의식적으로 접촉한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사실 '상징이 죽었다'는 뜻이다 (토머스 머튼 신부)
- 내가 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나는 케임브리지의 저명한 철학자 C.D, 브로드 박사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기억과 감각지각에 관련해 베르그송이 내놓은 이론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뇌와 신경계, 감각기관은 대체로 생산이 아니라 소거하는 기능을 한다는 이론으로, 모든 사람은 어느 순간에나 지금껏 그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우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지각할 수 있다. 뇌와 신경계의 기능은 우리가 어떤 순간에 기억하고 지각하는 것의 대부분을 차단함으로써 대체로 쓸모 없고 관계도 없는 이런 지식에 우리가 압도되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아주 작고 특별한 정보만이 남는다.” (올더스 헉슬리)
- 우리 신화는 이제 무한한 우주와 우주의 빛(안에 있는 동시에 바깥에 있는)의 신화여야 한다. 우리는 나방처럼 그에 매 료되어 밖으로, 달과 그 너머로 날아가지만, 그러면서 또한 안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지구에서는 우리를 갈라놨던 모든 지평이 무너 졌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속한 곳에 사랑을 주고 다른 곳에 공격 성을 투사할 수 없다. 지구라는 이 우주선에는 이제 '다른 곳이 없 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 '국외자'를 계속해서 가르치는 신화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게 아니다.
이제 이 장을 열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신화는 무엇인 가 또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 새로운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오래되고 영원한 신화일 것이다. 그것을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맞춰 다시 쓴 신화다. '민족'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아니라 개인을 깨워 그들 자신을 알게 해주는 것이 목적인 신화다. 새로운 신화는 우리가 이 아름다운 별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는 자아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 람이 해방된 마음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방식으로 모든 것과 하나인 이 세계에 지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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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

긱 마인드

경영 2021. 7. 6. 19:39

- 직업은 단순히 집에 주급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업은 이곳 지구에 태어난 이상 영적인 소명감을 갖게 될 만큼의 열정과 강도로 매달려야 하는 일이다.” (빈센트 반 고흐)
- "어떻게 파산했어?” “두 가지 방식으로 했지.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쾅.” (어니스트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중에서)
-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 향하고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노자)
- “21세기의 문맹자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걸 일부러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앨빈 토플러)
- “교사들이 기술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교사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사로 대체될 것이다.” (하리 크리슈나 아리아(Hari Krishna Arya), 인도의 교육 행정가)
- 생각이나 전략이 아무리 기발해도 경기에 혼자 임한다면 팀에게 항상 밀릴 수 밖에 엇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 기회는 작업복을 입고 있으며 힘든 일처럼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놓치고 만다. (토마스 에디슨)
-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직원들에게 생산성에 관한 팁을 공지했다. 회의를 제한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많이 실은 목록이었다. 회의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가 제시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 내가 가치를 더해줄 수 없는 회의는 참석하지 않는다.
*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드는 어휘와 약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 지휘 체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하지 말고 가장 짧은 경로를 사용한다.
* 직급과 부서 간에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허용한다. 특정 상황에 회사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는 상식을 동원한다.
- 사티아 나델라도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생각했다. 괴짜 경제학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고 일정을 한 번 잡으면 사람들은 저를 만나기 전에 적어도 다섯 번 보고 를 해요. 일이 늘 그런 식이더라고요. 관리자를 만나 보고하고, 그 관리자는 또 그의 관리자를 만나 보고하고, 주제와 조직 체계에 따라서 무 한정 늘어날 수도 있는 구조예요.” 사티아는 효율적인 회의를 위한 규칙을 다음 세 가지로 압축했다.
* 덜 말한다.
* 더 듣는다.
* 때가 되면 결단력을 발휘한다.
-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생각할 때 성공한 현재 상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거쳐온 여정을 이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엄 청난 노력 끝에 성공을 거둔 16인을 탐구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Business Insider'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리나 월리엄스 자매는 각각 일곱 살과 여덟 살 때부터 새벽 6시에 일어나 테니스공을 쳤다. 펩시의 최고경영자 인드라 누이는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야간 당직 근무를 서면서 예일대학교에 다녔다. 마크 큐번(기업인이자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은 첫 번째 사업을 일구는 7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많아도, 가까스로 자립할 때까지 기를 쓰고 새로운 기술을 갈고닦은 늦은 밤과 이른 새벽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시 말해, 당신이 지금 당장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 “성공하기 위해 천재이거나 예지자, 혹은 대학 졸업자일 필요는 없다.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마이클 델,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이자 회장)
- 나는 콘퍼런스에 참석해 흥미로운 강연을 여러 개 경청한다. 그러다가 관심이 가는 주제를 하나 만난다. 나는 발표자에게 다가가 20분 정도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지 묻는다. 대개는 기업가나 최고경영자, 혹은 관심이 생기는 일반인이다. 나는 이런 식의 미니 인터뷰를 자주 진행하는 편이다. 대화 내용은 휴대전화에 녹음한다. 그다.음에 녹음파일을 전사 작업을 해주는 사이트에 보내고, 가상비서에게 추가적인 자료 조사를 맡겨서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자세히 살을 붙여나간다.
모든 정보가 모이면 그것을 나의 어조와 말투를 잘 아는 작가에게 보낸다. (참고로, 나는 프리랜서에게 나의 말투와 어조를 정리한 표준 문서를 작성하도록 맡긴 적이 있다. 이후에 나와 작업하는 프리랜서들은 이것을 템플릿으로 삼을 수 있다.)
나는 또 다른 프리랜서에게 이미지를 모아서 스토리를 보완하게 하고, 또 다른 프리랜서에게 주제에 관한 추가 조사를 시킨다. 이 모든 단 계에서 나는 글의 목표와 흐름을 분명히 정하고 자료를 넘김으로써 기대치가 충족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마지막으로 결과물을 링크드인에 게시해 전문가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한편, 기업들이 프리랜서들과 함께 일하는 전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강연자와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고, 다시 20분 정도 필 요한 작업을 컴퓨터에 입력했을 뿐이다. 한 시간도 안 돼서 완벽하게 자료 조사가 이루어진 글을 완성해 링크드인에 올렸다. 머릿속에 결과물이 있었고 기대치를 설정했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작업화는 이렇게 간단하다. 목표를 염두에 두고 단계를 세분화하면 된다.
- 이제 당신은 전 세계의 프리 랜서 전문가들과 함께 일해보려고 마음먹었으니, 착수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하나 정해서 시작해보자.
1. 성공적인 결과물이 어떠해야 하는지 정의한다. 뒤쪽부터 시작해 완료된 상태의 프로젝트를 상상한다. 무엇보다 시간을 갖고 당신의 목표나 비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것을 간결한 문장으로 적어라. 
2. 이해당사자들은 누구인가? 이 일의 주된 대상은 누구인가? 
3. 프로젝트의 개별 산출물은 무엇인가? 산출물은 구체적인 일정과 범주가 있는 구성요소로서 팀원이나 프리랜서에게 할당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얼마간 시간을 들여 충분히 브레인스토밍한다. 내 경우 이 단 계에서 되도록 많은 내용을 적어놓고 나중에 다듬는 방식이 훨씬 도움 이 되었다. 
4. 결합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는 항목이 있는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각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해야 할 일이나 도출되어야 할 결과물이 무엇 인지 적는다(범위, 명세서).
5. 각 구성요소는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상/중/하로 우선순위를 부여하라.
6.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1차 일정은 무엇인가? 작업을 살펴보고 업무의 상호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한다(예: 웹사이트의 와이어프레임은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완료되어야 한다). 이 모든 내용을 간단한 프로젝트 초안으로 작성한다. 나는 이 초안을 프리랜서들과 공유해 의견을 구하곤 한다. 이것은 기대치 설정에도 도움이 된다.
7. 전문가 네트워크와 함께 일한다는 점을 기억하라. 일을 진행해나가는 동안 그들의 생각을 묻고 우수 사례를 참고하도록 한다.
- "바쁜 것보다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에 집중하라.” (팀 페리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중에서)
- 긱 마인드를 실천한 후로 나는 다양한 작업을 분산시켰다. 여러 개의 웹사이트를 이용해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능력이 있는 프리랜서들을 찾았다. 내가 원하는 주제를 전공한 연구원, 멋진 프레젠테이션 포트폴리오를 갖춘 디자이너, 내가 하려는 말을 일관 성 있는 논거로 전환할 수 있는 연설 초고 집필자도 있었다.
그것이 식별의 핵심이다. 당신은 프레젠테이션을 스스로 디자인할 역량이 충분하겠지만, 그게 시간을 사용하는 제일 나은 방법일까? 프 리랜서들의 손을 빌려도 당신의 비전은 달라지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 화감독이 되었다고 상상하라. 창작과 기술 전문가들로 팀을 짜더라도, 그들은 모두 '당신의 아이디어와 '당신의 목표를 구현해내는 데에 집중한다.
- "다음 세기를 내다볼 때, 다른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 “격변의 시기에 가장 큰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논리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 "언젠가라는 말은 꿈을 당신과 함께 무덤에 묻어버릴 질병이다.” (팀 페리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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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컨버세이션

경영 2021. 7. 6. 19:36

- 크리스텐슨 교수는 논문에 다음과 같이 썼다.
파괴적 기술이란 첨단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최신 기술보 다 떨어진 전통 기술이지만 발전 속도가 더 빠르고 저가의 힘으로 로 엔드(Low End) 시장을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비싼 코 스트(Cost)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면 시장은 더 크지 못한다.
논문은 여기까지 기술됐다. 나도 모바일 시대를 여는 데 대단한 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에는 CPU의 속도보다는 용량이 메인 드라이버가 된다고 전망했다. 플래시 메모리는 CPU에 비해 낮은 비용의 기술이지만 시장 요구에 대응하는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개발 속도도 CPU보다 빨랐다. 이로써 플래 시로 대변되는 황의 법칙은 CPU로 대변되는 무어의 법칙을 추월하고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저가의 전통 기술이 고가의 최신 기술이 만든 시장을 와해시킨다. 는 것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 이론이다. 한 예로, 당시에는 고가의 최신 기술인 CPU 사업이 저가의 전통 기술로 와해할 것으로 예상했 다. 나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 이론을 황의 법칙에 적용해 플래시 로 대변되는 모바일 시장이 CPU로 대변되는 PC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지닌 최고의 탁월함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다" 라고 했다. 실제 지혜로운 질문은 나와 조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시작을 기다리는 청춘들에게 낯익은 조언을 전해주고 싶다.
"질문을 시작하라. 그리고 멈추지 마라.”
- 경험이 없다는 것이 더는 단점이 아니다.
경험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경험만 한 스승은 없다" 라고 이야기하고 나 역시 어느 부분은 공감한다. 그런데 나는 통찰을 이야기할 때는 경험의 지경'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깨달음은 경험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
- 경영자의 자리에 앉은 후부터 나는 직원들에게도 배운 대로 했다. 특히 임원급에게는 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세 요”라고 강조했다. 방에 갇혀 지내는 모습을 가장 경계했다. 자신의 성에 틀어박혀 후배들이 써준 보고서나 고치고 있으면 답이 없다. 차 라리 업무를 위임하고 남는 시간에 나가서 남들과 소통하는 것이 낫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위임과 소통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경청과 배움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경영 자는 순례자와 닮았다.
30년간 나는 조직 안에서 여럿이 함께 걸으면서 경청과 배움의 자세' 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꽃길은 짧고 가시밭길은 길었지만 많은 스승이 붙잡아준 덕분에 정해진 길을 완주할 수 있었다.
- 회장으로 취임한 지 43일 만에 직원들에게 하나만 더 잘못되어도 우리에게는 미래는 없습니다' 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각오의 표현이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하나만 더 잘못되어도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비장한 각오와 혁신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명확히 드립니다.
위기 불감증은 조직이 침몰할 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실제 많은 기업이 무너진 이유는 큰 사고가 아니었다. 작은 사고에 어떻게 든 되겠지', 내가 아니어도 괜찮겠지', 곧 잊히겠지' 와 같은 안일한 태도로 대응하다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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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보팅

경영 2021. 7. 6. 19:32

어린 시절 공상과학처럼 여겨지던 인공지능이 수년전부터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예측하에 여러 연구와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었을테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일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딜로이트 부회장인 김경준님과 알고리즘랩스라는 인공지능 실용화 플랫폼 스타트업 CEO인 손진호님이 같이 지은 책이다. 특히 김경준 부회장은 1년전 오프라인 세미나에서 뵌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김경준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한 변화와 대응과 관련하여 Deep-tact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로 인해 느리게나마 진행중에 있던 언택트 개념이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되었지만, 단순한 언택트만으로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면과 비대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촉으로 고객/수요자와의 의사소통과 스킨십을 깊고 강력하게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보팅은 농구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한 발을 그대로 두고 다른 발을 움직여서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AI 피보팅은 AI를 활용하여 기업의 혁신을 이룩하자는 의미다. 그대로 두어야 할 한쪽 발은 업의 본질이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것이 AI라는 다른 쪽 발이다. 즉, 비즈니스 혁신이 목적이고, AI는 수단일 뿐이다. AI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할 무렵, 일반기업에서는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할 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막연하게나마 'AI를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 박사급의 데이터과학자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우리가 컴퓨터의 원리를 모르고도 컴퓨터를 활용하여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듯이 AI 역시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라고 조심스레 전망했었는데,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즈니스에서 AI적용은 해외 IT관련 기업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는 국내에서도 슬슬 AI를 활용해서 다양한 분야의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이행되고 있다. 이 책의 4부에서 제시하는 디지털 전환과 AI도입사례를 읽다보면, 이제 정말 AI가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익스체인지, AI 활용을 고민하는 실무진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더 이상 AI는 무엇이든 만능으로 해결해주는 유토피아로 생각할 것도 아니고, AI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하면서 인간을 쓸모없게 만드는 디스토피아로 생각할 것도 아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아날로그적 요소와 디지털적 요소를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AI피보팅, #AI, #피보팅, #AI디지털, #디지털피보팅, #김경준, #손진호, #기업, #업종, #디지털, #디지털기술, #아날로그, #DX시대, #알고리즘랩스, #딜로이트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아마존 경쟁력의 핵심은 고객별로 제안하는 역동적인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다. 경쟁자와의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장 하고 있다. 2014년 10월 아마존은 정원 용품을 식별하고 추천하는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소비자들이 정원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이를 분석해서 적절한 재배식물을 제안하는 서비스이 다. 제안한 식물 재배에 필요한 도구의 추천이 곁들여진다. 또 수확한 농작물 사진을 보내면 이를 분석해서 관련된 요리 조리 법을 알려준다. 추가로 구매할 식재료와 양념, 조리 도구의 구 입 제안이 뒤따른다. 제품 가격, 소비자 행동 분석, 라이프 분석 등으로 확장되는 이러한 알고리즘의 집합이 아마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또한 글로벌 콘텐츠 유통시장의 변화를 주 도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쟁력도 고객의 시청 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경쟁력도 주력 사업의 영역에서 확보한 알고리즘 덕분에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 맥라렌 팀은 매년 2대의 차량을 만들어 20여 회의 그랑프리에 참가한다. 1년 주기로 신차를 설계하고 완성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제조업이 본질이다. 일반적인 대형 자동차 회사가 3~5년을 주기로 진행하는 작업을 맥라렌은 매년 수행한다. 포뮬러 원 그랑프리가 개막되어 신차가 경주에 나서는 3월부터 다음 해의 차량 설계가 시작된다. 경기장에서 운행되는 차량에서 산출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즉각 설계에 반영한다. 매년 1만 6천여 개의 부품을 재설계하는 설계팀의 CAD는 10분마다 새로운 도면이 나오는 속도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다. 8월 에 있는 2주간의 경기 중단 기간 동안에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재점검한 뒤 엔지니어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험용 부품 을 발주하고 수령한 부품의 성능을 시험하면서 설계의 완성도를 높인다. 12월에는 신차의 부품 설계가 완료되고 1월 말에는 시 제품이 만들어진다. 2월에는 신차의 테스트 주행을 실시해 문제 점을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을 거치는 과정이 3월의 그랑프리 개 막 직전까지 진행된다.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경주용 차량이 설계 - 제작 - 시험 - 완성되는 과정이 매년 반복된다.  이처럼 제조 사이클을 단축시킬 수 있는 이유는 완제품 출시와 동시에 개선점을 파악하고 설계에 반영해 부품 발주와 시제품 생산이 함께 이루어지는 프로세스 통합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종 생산품이 2대뿐이기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시험용으로 생산되는 부품들은 6개 내외의 소량이다. 차량의 모든 부품들이 끊임없이 재설계되고 시험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우수한 품질의 부품들을 신속하게 조달 - 시험 - 보완하 기 위해서 신소재, 3D프린팅,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을 이해 하고 적용하는 역량이 필수다.
- 마차 제조 기업들은 마부들의 생존권을 내세운 격렬한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지만 윌리엄 듀런트(William Durant, 1861~1947) 는 달랐다. 그는 1886년 25세에 마차제조회사(Flint Road Cart Company)를 설립해 미국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가였다. 시 위가 일어나기 전까지 자동차는 심한 매연에 시끄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자동차에 태우지도 않았고 산업 자체의 전 망에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시위를 목격한 후 듀런트는 자동 차 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감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1904년 초창기 자동차 회사였던 뷰익(Buick)을 인수해 경영하면서 산업을 이해한 후 1908년 GM(General Motors)을 설립했다.
GM과 함께 20세기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포드 자동차도 1903년에 설립되었다.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천재 엔지니어로서 마차가 지배하는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면 듀런트는 기득권의 대표 주자였다. 그럼에도 듀런트는 현재의 거리를 달리는 마차에 함몰되지 않고 미래의 자동차로 시야를 확장했다.
- 100여 년 전은 운송 산업의 주력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격변기였다. 마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수많은 기존 사업자들이 서든 데스(Sudden Death), 갑작스러운 파국을 겪었고 동시에 자동차 분야의 신생 기업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갔다. 요즘 표현으로 단기간에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였다.
시장과 고객의 본질을 통찰한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 1925~2006)은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에서 마차와 자동 차가 상징하는 격변을 언급했다.
“자사의 특정 제품에만 관심이 제한되어 제품의 진부화를 보지 못한다. 마차용 채찍 산업이 전형적 사례이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제품 개량에 아무리 노력해도 사양산업이 된다. 그러나 만약 자신의 사업을 채찍 제조업이 아닌 운송 관련업으로 규정했다면 생존 가능하다. 항상 필요한 것은 변화이다. 만약 사업을 이동 에너지에 자극이나 촉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했다면 자동차의 팬 벨트나 공기필터 제조업으로 변모했을지도 모른다.”
- 산업구조 변화의 관점에서 2020년은 아날로그 질서가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었다. 21세기 초반부터 마른 땅에 물이 스미듯이 진행되던 디지털 전환은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를 촉매제로 가속도가 붙었다. 방역을 위해 도입된 비대면, 언택트가 일상생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교육, 의료, 공공 부문 등 그나마 기존 아날로그 질서가 지배하던 영역들도 급속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 에서 2021년부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 가 교차하는 확장된 경계선에서 에너지가 분출되는 격변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흔히 디지털 전환의 과정을 아날로그 산업의 쇠퇴와 디지털 산업의 약진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일방향 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디지털 전환에서 소 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의 급성장은 1단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2단계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질서에 소속되었던 전통적 산업과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과 접 목되어 사업 모델을 재정립하는 흐름이 확산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생활 밀착형 전통적 아날로그 서비스 산 업인 세탁, 식당, 음식 배달, 주차장, 정육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 가치를 높이면서 사업을 확장시키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기존 아날로그 기업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으로 신생 기술 기업들의 도전을 극복하고 재도약에 성공하는 사례도 속출할 예상이다.
기술과 제품의 수명 주기가 길고 기존 개념이 연장되는 시기 의 산업은 고체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신기술의 등장으로 패러 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산업이 액체처럼 유동화된다. 기술과 제품, 고객과 시장의 경계선에서 에너지가 분출되고 융합되면서 역동성이 높아진다.
- 전 세계의 정보기관들은 인간을 통한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한 테킨트(TECHINT, Technology Intelligence), 공개 정보를 취합하는 오신트(OSINT, Open Source Intelligence)의 3가지 채널로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 요원들이 활약하는 전통적 방식인 휴민트는 생생하고 직접적이지만 품질 차이가 크다. 정찰위성 등 첨단 장비로 영상 정보, 신호 정보, 계측 정보 를 수집하는 테킨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인프라 구축이 필 요하다. 공개된 정보에 기반하는 오신트는 인터넷이 보급되면 서 각광받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 산재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 하면 유의미한 정보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임스 울시 CIA 국장은 “모든 정보의 95%는 공개된 출처에서, 나머지 5% 만이 비밀 출처에서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 이러한 정보 획득 경로를 기업의 고객 이해 측면에서 접근해 도 시사점을 준다. 휴민트는 영업 직원, 고객 평가단, 설문 조사 등에 기반한 전통적 방법이다. 테킨트는 위치, 이동, 검색, 구매 등 다양한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분석한다. 오신트는 고객 후기, 파워 블로거, 인플루언서 등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휴민트를 주축으로 테킨트가 보완했고 오신트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비중이 커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휴민트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테킨트와 오신트가 부각 된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홈페이지, 포털, SNS, 온라인 쇼핑몰 등에 남기는 디지털 흔적을 정밀하게 추적해 개개인의 특성과 취향까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의 맥락에서 고객을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은 '휴민트-테킨트-오신트'의 구조를 재정립하고 연결해 통합하는 방 식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개별 기업 단위가 테킨트 오신트 방 식으로 고객 정보를 수집하려면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들기 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휴민트 정보를 위주로 고객에 대한 가 설적 추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일상생 활에 보급된 다양한 디바이스와 오픈 플랫폼을 통해서 정확한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하다.
- 콜센터에 전화하면 챗봇이 응대하고,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 커인 에코도 인공지능 챗봇이 기반이다. 투자펀드는 투자봇이 운영하며, 재무 분석가는 분석봇의 도움으로 작업한다. 입출금 확인, 계약서 검토, 규정 준수 모니터링 등 정형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는 사무봇인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처리하고 있다. 현실에서 인공지능(AI)은 지능확장(IA)의 형태 로 먼저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전개로 AI에 대한 관심의 상승에 비례해 오해 도 많아진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어간다'에서 '인공 지능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암울한 세상'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대체와 위협'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미래 세계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체되리라는 전망은 기실 18세기 산업혁명 시절 기계 도입을 반대했던 러다이트 운동의 데자뷔다. 단어만 자동 기계에서 인공지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산업혁 명 이후의 발전 과정은 인공지능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라는 점을 알려준다.
- 컴퓨터과학자인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는 “처음 몇 개의 AI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AI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AI 내재 화 과정에서 응 교수의 주장이 매우 타당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인 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황을 진단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툴(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Machine Learning Studio, Rapidminer, 삼성SDS의 Brightics AI 등)을 활용하면 코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영 관리자들, 심지어 철학이나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도 약 30시간 정도의 교육만으로도 얼마든지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모아 AI PoC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AI 매니지먼트 인력이다. 이 인력들은 AI 관점에서 기업에 큰 의미를 주는 파일럿 프로젝 트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수집, 수행, 운영, 관리 등의 과정을 총괄할 수 있다. AI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역량은 코딩이 아니라 산업과 직무에 대한 이해도다.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현업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안의 인과관계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량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AI 매니지먼트 인력은 AI 알고리즘 개발이 주요한 목표가 아니다. 이미 개발된 AI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현업에 바쁜 경영 관리자들에게 굳이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파이선 (Python) 등의 코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 하지만 AI 기술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선두 기업들은 이를 위한 기술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AI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일반 인들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핵심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혁 신할 수 있는 대중화, 보편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AI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법 외에 내부 직원 육성을 통한 AI 활용이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실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AI 보편화라는 트렌드에 부 합하는 최적화된 교육과 정책을 통해 AI 역량을 기업에 내재화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특히 공학적 배경이 전무한 전략이나 인사, 마케팅, 재무회계 분야 등의 전문가도 AI 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사업 혁신을 이루어내는 기업 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AI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다. 다시 말하지만 AI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을 위한 분야가 아 니다. 철학이나 문학,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도 30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얼마든지 AI를 활용해 기업 활동을 혁신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1980년대 이래 컴퓨터, 이메일, BPR, ERP 등이 기업 경영 에 도입되었다. 모두가 처음에는 생소하고 어색해 거부감도 있었다. 기업에서 인간의 역할과 입지가 줄어드리라는 불안감과 두려움도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효율성도 높아지면서 인간들은 단순 반복 업무를 벗어나 보다 창의적인 업무를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1990년대 인력의 대부분이 생산 현장에 있었으나 지금은 연구 개발,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AI도 동일한 맥락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인간들은 실체를 이해하면 수긍하게 되기 마련이다.
- 현업의 AI 적용에서 흔히 데이터의 한계를 애로사항으로 지목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는 AI 분석의 구조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존 데이터를 정비하는 데이터 전처리(Data preprocessing) 과정도 많은 시간과 비 용이 드는 작업이다. 대용량의 데이터도 전처리를 거치지 못하 면 오류 덩어리가 되기에 이 과정을 거쳐서 AI에 입력되는 데이터의 품질을 확보한다. 데이터 전처리는 기계적 데이터 전처리(Mechanical data preprocessing)와 의미적 데이터 전처리(Semantic data preprocessing)의 2가지로 구분된다. 기계적 전처리는 데이터의 오류나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적 과정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반면 의미적 전처리는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과정이다. 스몰데이터로도 의미적 전처리 과정을 잘 진행하면 빅데이터에 비견되는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AI 도입의 전제 조건은 데이터의 확보다. 데이터를 통해 AI 를 학습시키고 알고리즘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의 확보는 바람직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 빅데이터라도 데이터 전처리가 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기호 뭉치와 다름없다. 스몰데 이터로도 데이터 전처리, 특히 의미적 데이터 전처리를 잘 진 행하면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가 100개로도 유의미 한 AI가 만들어진다. 100만 개라면 더욱 좋다. 그러나 빅데이터 확보가 AI의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은 오해다.
- AI를 다루는 데이터 전문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수학적 지식이나 코딩이 아니라 도메인 지식이다. AI 기술 분야의 전문 가보다는 AI 기본 기술을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습득한 도메 인 전문가가 기업이 원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내놓는 데 더 적합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이 도메인에 대한 지식만큼은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도 내부 실무 인재들에게 AI를 교육하고 이미 나와 있는 기술에 대한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내부 인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90%에서 90.1%로 끌어올리는 일보다 실무 인재들이 AI 가 아직 도입되지 않는 업무 영역을 발굴해 이 90%로 검증된 알고리즘을 적용하도록 교육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
- AI 프로젝트도 초기에 작은 성공을 통해 조직 내 신뢰감을 높이고 점차 큰 성공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AI 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조차 AI 초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구글 내부의 AI에 대한 회의론이 심각 해, 민감도가 높은 검색이나 광고 사업이 아닌 음성인식 영역에 서 첫 번째 AI를 도입했고 음성인식율을 성공적으로 향상시켰 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의 AI에 대한 회의론을 줄여나갔으며, 이 모멘텀을 토대로 조직에 AI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 다. 구글 브레인을 총괄했던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 교수는 도입 초기에 시작한 소수의 AI 프로젝트가 가장 가치 있는 AI 프로젝트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시도가 있어야만 그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로서 기업 내에 공유되고 가장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낳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AI 프로젝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AI 도입은 초기 단계로서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하지만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은 초기의 위험을 일정 수준 감수하고 시작했다. 실패해도 되는 적정 규모의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것 도 능력이다. 실패를 거듭해야만 부족한 영역이 채워진다. 가장 의미 있는 첫 AI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서 아래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어떻게 당신의 회사를 인공지능 시대로 이끌 것인가 :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력 얻기
* 새로운 혹은 외부의 AI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도메인 지식은 없을 수 도 있음)이 깊은 도메인 지식을 갖고 있는 내부 팀과 파트너 관계를 맺 고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견인력을 보이기 시작하는 AI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 기술적으로 가능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오늘날 AI 기술을 사용해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기업들이 너무 많다. AI 엔지니어가 킥오프 전에 프로젝트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는 것이 프로젝트 실현 가
능성을 높일 것이다.
*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목표를 정의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형태 로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 스티치 픽스의 별명은 패션계의 넷플릭스다. 홈 비디오 시장이 오프라인 대여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면서 급부상 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시청자의 선호도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이었다. 스티치 픽스는 넷플릭스의 핵심 인력이 었던 에릭 콜슨을 2012년 영입해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철저히 기계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반면, 스티치 픽스는 AI가 선별한 후보군에서 패션 전 문가가 최종 판단하는 차이가 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숙련된 인간의 감각으로 보완하는 협력 구조다. 스티치 픽스는 의류를 제조하지 않는다. 기존의 의류, 액세 서리 회사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스타일을 제안해 구매를 유도하는 유통 사업이다.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 기반으로 AI 와 전문가의 협업을 통한 큐레이션의 정확도에 있어 패션 회사 로 위장한 데이터 회사라고 평가받는다. 패션은 극심한 경쟁의 레드 오션 업종이지만 스티치 픽스는 디지털 AI 기술을 접목해 성장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2011년 창업해 2017년 상장했고, 2020년 매출은 17억 달러, 활성 고객(Active Client) 370만 명에 1인당 486달러를 구매했다.
- 일본의 현장 능력을 강점으로 살릴 시대의 도래에 주목해야 한다. 첨단 디지털 기술 자체는 강점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쓰면 가치가 생겨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디지털화해야 하는 포인트와 프로세스를 발견하는 힘이 있는 것은 현장의 인재다. 디지털 변혁의 주 싸움터는 가상의 현장이 아니라 산업의 리얼한 현장에 있다. 리얼한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은 현장에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이 강력한 무기다. 아날로그적인 숙련 기술을 디지털화해 조직 내에 이식하는, 혹은 피지컬한(물리적인) 요소와 디지털을 융합한 시스템에서 고객에 새로운 가치를 낳게 하는 틀은 강한 현장력을 가지지 않은 해외 기업들은 흉내낼 수 없다. 이런 DX 추진이 일본의 승산이라고 생각한다 (마스다 다카시, 도레이 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2007년 번 슈미트(Bernd Schmitt)는 『빅 씽크 전략(Big Think Strategy)에서 큰 변화를 큰 생각으로 이해하고 큰 전략으로 접 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트로이 목마 하나로 오랜 전쟁을 단숨 에 끝낸 오디세우스처럼 시장(市場)을 단숨에 뒤집는 창조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가 21세기 기업 전략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빅 씽크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현상들 을 연결시켜보고, 외부 사례를 벤치마킹한다. 다음으로 조직에 깔려 있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현재 상태를 미래와 과거의 시나리오와 연결해보라고 조언한다. 빅 씽크의 접근 방식은 AI 디지털 전환에서도 유효하다. 앞서 소개한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이질적 요소의 연결, 고정관념 에 도전, 시간의 틀에서 탈피에 있다. 고객 경험과 배달 피자의 연결, AI를 적용한 개별 패션 제안, 미각과 데이터 연결에서 출 발해 기존 사업 모델의 고정관념에 도전해 미래의 시나리오를 창조했다. 센서와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기반이다. 속도, 온도, 행동 등 다양한 변수를 감지하는 막대한 숫자의 센서가 다양한 위치에 장착되어 빅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또한 AI 컴퓨팅 능력의 비약적 발전은 빅데이터를 해석하고 메시지를 도출해 의사 결정 을 지원한다. 소위 빅데이터로 나무를 세세하게 살펴보는 동시 에 인간의 통찰에서 비롯되는 빅 씽크의 시야로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시대다. 아날로그 기업의 디지털 피보팅은 빅데이터에 기 반해 세부를 파악하면서 빅 씽크의 큰 생각으로 전체 미래 모습 을 그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아날로그 사업 방식을 유지해서는 미래가 없다. 추락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말은 동일하다. 오늘날 위스키 상표 로 유명한 커티삭의 역사가 19세기 해상운송에서 일어났던 패 러다임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문명 시대 이후 해상무역은 바 람을 이용하는 범선이 주도했다. 15세기 후반 대항해 시대가 개 막되고 동서양을 오가는 장거리 해상무역이 등장하면서 범선의 위상은 더욱 중요해졌다. 해마다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범선은 커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대형 범선의 전성기는 19세기 중반이었다. 중국에서 수확철에 선적되어 영국으로 신속하게 운송되는 햇차가 높은 가격에 팔렸기 때문이다. 당시 최초로 도착한 햇차는 운송선까지 전국적 관심사였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런 배경에서 1869년 영국에 서 당대의 선박 제조 기술을 총동원한 대형 쾌속 범선 커티삭 (Cutty Sack)'이 진수되었다. 커티삭은 중국과의 차 무역에서 활약 했고, 1884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영국 양모 운반 항로를 순항 속도 17노트로 67일 만에 주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당시 증기선은 철로 제작해 무거운 데다 연료인 석탄도 싣기에 화물 적재량이 적었고 속도도 10노트 정도로 느린 고비용 저 효율 운송 수단이었다. 이후 증기선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선도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었으나 대세는 막지 못했다. 결국 19세 기 말엽부터 범선은 대양 무역로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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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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