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쓰임

인문 2021. 6. 20. 19:07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관찰과 기록이다. 마케터로 일을 시작하며 존경하는 마케터 선배에게 가장 먼저 배웠던 부분이 바로 '관찰' 이었다.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 선배의 말이었다. 이 관찰은 크 게 사람에 대한 관찰과 이슈에 대한 관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사람에 대한 관찰은 나의 취미 중 하나인 '사람 구경' 이 다. 어딜 가도 사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가서도 현지 사람 구경에 몇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렇게 관찰을 할 때마다 얻는 생각이 꼭 있다.
- 지하철은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에어 팟이 대중화되는 것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점점 10대에게 선택받고 있는 것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인기도, 패션 브 랜드 슈프림'의 인기도 모두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가장 먼저 알아챘다. 지하철은 선입견 없는 무작위 표본으로 구성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것을 캐치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둔 채 사람들을 구경한다.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고, 어떤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하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물론, 이건 지옥철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볼 수밖에 없을 때다.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 화면을 함부로 쳐다보는 건 실례다) 살펴본다.
- 관찰과 기록이 사적인 생각이라면, 질문과 해석은 콘텐츠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의 첫 번째 차이가 여기에서 온다는 사실을 많은 아티클을 올리고 나서야 발견했다.
- 예를 들면 글을 쓸 때를 예시로 들면 이런 식이다. 나의 글쓰기 과정을 생각해본다. 그러면 크게 총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소재 - 개요 - 1차 글쓰기 - 2차 글쓰기 - 퇴고' 이다. 공장에 서 높은 생산성을 위해 공정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듯, 내 글쓰 기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했다.
글 소재는 소재 아이디어가 생각 날 때마다 〈노션〉이라는 생 산성 앱에 기록해둔다. 글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는 모조리 이 곳에 기록한다. 그중 이번 주에 쓰고 싶은 글은 일요일 저녁까지 최종으로 결정한다. 그 뒤 수요일까지는 글의 핵심 메시지와 개요를 작성한다. 이를 토대로 목요일까지 글의 걸탄을 쓰고, 토요일까지 글의 나머지 절반을 쓴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에 글을 다시 한번 퇴고한 뒤, 최종 발행한다. 그런 뒤 다시다.음주 글 소재를 선택한다.
이렇게 글 쓰는 과정 전체를 단계별로 나눴고, 각 단계별 마감 일을 정해 루틴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몸에 밴 루틴이 지만, 처음에는 벅찬 루틴이었다. 퇴근하고, 주말에 쉴 때 글을 쓰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글쓰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원래라면 글을 썼을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나만의 시스 템'을 만든 덕분이었다.
- 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생산성 도구'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생산성'이라는 단어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 중에서도 생산성 카테고리 앱이 제일 많다. 노트계의 절대강자 에버노트〉, 올 인 원 워크 스페이스All in one work space <노션〉, 투 두 리스트To do list 1 등앱 〈Things 3) 등의 생산성 앱이 스마트폰 첫 화면을 가득 채 우고 있다.
이런 생산성 도구를 쓰면 나만의 시스템' 최적화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글 소재를 모으고 프로 세스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노션〉을 쓰고 있다. 뉴스 레터에 들어가는 뉴스 콘텐츠와 자료는 에버노트〉의 클리핑 기능을 통해 자투리 시간마다 긁어모은다. 긴 목차가 필요한 책을 쓸 때는 불릿 형식으로 써 내려갈 수 있는 워크플로위〉 를 통해 개요를 쓰고, 실제 글을 쓸 때는 '구글 문서'를 통해 노트북 태블릿-스마트폰을 동기화하며 어디에서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새로운 생산성 서비스가 보이면, 시스템 개선에 나서보기도 한다. IT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인지 새로운 IT 서비스를 이 용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작가를 위한 에디터 프로그램인 〈스크리브너를 통해 책 원고를 써보 기 시작했고(무려 6만 원이나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만한 가 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단 2시간 사용해보고 알았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그리고 굿노트〉앱을 통해 손으로 글을 써보는 시도를 하고(이렇게 하면 더 잘 써질 때가 있다), 컴퓨터와 동기화하여 구글 문서에 타이핑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애플워치 저스트 프레스 레코드> 앱을 통해 목소리 로 아이디어를 녹음해두고 이를 다시 받아 적어 콘텐츠로 만 들기도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노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건,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루틴화를 했던 것, 그리고 생산성 서비스 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끊임없이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생산 성을 높인 덕분이다. 
- 소설가 김영하는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소설 가의 기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원고 마감요."
그는 교수 시절에도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소설가의 필수 덕목은 원고 마감 지키는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결국, 출판사와 합의한 때에 맞춰 결과물을 내는 것이 창작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결 과물을 내야 한다. 기획을 잘 하는 사람보다 실행을 잘 하는 사 람이 더 주목받을 확률이 큰 것도 그런 이유이다. 어떻게든 실 행을 해보시라. 시작부터 거창할 필요는 결코 없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이 지금 당장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든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시작인 셈이다.
- 과거에 비해 뉴스레터를 발송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국내의 경우 '스티비’라는 곳이 이메일 마케팅 툴을 제공하고 있다. 국외의 경우 '메일침프'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서브스택’, ‘메일리' 등의 서비스를 통해 유료 뉴스레터 운영도 가능 하다.
또한 뉴스레터 콘텐츠는 훨씬 더 다양해졌다.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 뉴닉〉, 리뷰를 다루는 뉴스레터 까탈로그 등 이 뉴스레터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개인이 얼마든지 자신의 독자와 팬을 모아 브랜드가 되고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나의 생각과 기록을 이메일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물론, 뉴스레터가 많아지면서 뉴스레 터 피로도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끊임없 이 '영감'과 '인사이트'를 원하며, 내 메일함으로 배달되는 관점과 해석을 원할 것이다.
- 온라인 콘텐츠를 살펴보면 점점 롱폼(긴 호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에서 숏폼(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으로 바뀌고 있다. 생각노트를 시작했던 2016년에는 숏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모바일 서비스가 확장되며, 롱폼 서비스의 빈틈을 노린 숏폼 서비스가 하나 둘 등장하면서 온라인 콘텐츠 포맷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콘텐츠 창작자라면, 이제 숏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은 '독자 중심' 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어느 정도 밀어 붙이는 것도 창작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일 수 있지만(자 신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 결국 창작자는 대중과 만나야 하고 대중의 선택이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 기 위해서는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콘텐츠가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숏폼 콘텐츠를 향한 구성적 실험'이 시작됐다. 
시작은 당연히 인스타그램이었다. 콘텐츠가 숏폼 위주로 가게 된 데는 인스타그램 서비스의 영향이 컸다. 블로그와 페북에서는 사진 한 장에 한 줄 설명만 올리면 성의 없는 게시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조차 도 콘텐츠로 인정받고 어떨 때는 힙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인스타그램은 가볍게 올리고, 가볍게 둘러보는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각 잡고 콘텐츠를 올리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수많은 SNS 피난민을 받아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 스토리' 기능이 추가되면서 숏폼 콘텐 츠의 생산성이 더 강해졌다. 스토리'는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 는 휘발성이 있다. 그래서 피드로 올리기에는 살짝 부족하다고 여기면서도,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일상 속 사진과 영상이 스토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드가 인스타그램 내에서는 그나마 '각 잡고 콘텐츠를 올려야 하는 곳이었다면, 스토리는 이제 그런 '각'조차도 잡을 필요 없게 만들어준 것이다.
- 글로벌 럭셔리 편집숍으로 유명한 '미스터 포터'의 전 콘텐츠 디렉터 '제러미 랭미드'는 앞으로 피드보다 스토리가 더 강력 한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서비스 맨 상단에 스토리 콘텐츠가 동그라미로 뜨는 UI로 인해 스토리는 피드보다 더 높은 집중도, 더 편한접근성을 갖게 됐다. 심심할 때 들어와 피드를 아래로 내리는 사용성 못지 않게, 스토리 동그라미를 누르고 옆으론 넘겨가면서 보는 사용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독자가 모이고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명언 1000  (0) 2021.06.29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0) 2021.06.20
다산처럼 읽고 다산처럼 써라  (0) 2021.06.13
한국인의 맛  (0) 2021.06.13
일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씁니다  (0) 2021.05.30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