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4

Quote of the day 2021. 7. 2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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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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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벳의 실험실에서는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에서의 자유 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지를 따지기보다는 고개를 들어서 당신 주변의 환경이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보라. 리벳은 미소를 지었고 그의 인상적인 연구를 학자들이 검증하려 하 면 할수록 리벳의 실험 결과는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벳의 연구는 교실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된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은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에 둘러싸여 있고, 그럴수록 학생들 은 학교가 자신이 성공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확인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들 은 그들을 악순환으로 더 경쟁에서 밀려나게 만든다. 이것은 대단히 반직관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보통 사람들은 교실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노력의 부족으로 판단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노력을 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에 주목한다. 그들이 관찰할 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고난이도 문 제를 의욕적으로 풀려 하지 않고 이미 자신은 풀 수 없다고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노력과 무관한 문제다.
- 누군가의 낮은 위치와 무너진 열등감은 반대의 사람에게는 조용한 우월감과 성취감이 된다. 심리학자들이 관 찰하면 할수록 이 환경의 신호가 누군가에게는 선순환이, 또 다른 누 군가에게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예 일대학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우리가 어렸을 때의 아주 사 소했지만 결정적이었던 '인지 문화 에서부터 답을 찾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관찰 결과 전문직 부모는 시간당 2,000개의 단어를 아이들에게 구사하지만 노동 계층의 부모는 고작 1,3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것이 세 살만 되어도 전문직 가정의 아이는 3,000만 개의 단어를 듣게 되지만, 노동 계층에서는 2,000만 개 이상은 듣지 못한다. 아이들은 여기서부터 이미 학습량의 상당한 차이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떠나 교실 문을 밟을 때 교사의 눈에는 3,000만 개의 단어를 접한 미래의 명문대생과 2,000만 개 이하의 단어를 접한 공장에 있을 아이들이 구분된다. 그리고 파리 우에스트낭테르대학의 패트릭 고슬링은 교사들이 제자들의 성적을 어떤 식으로 해명하는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 교사들은 성적 부진의 이유를 주로 가정 환경에서 찾은 반면 우수한 아이의 성적은 하나같이 교육진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라고 여겼다.
결국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재능은 상당 부분 무시되고 긍정적 환 경의 신호가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이 중위권 성적의 학생으로 눌러앉게 된다. 그러나 한 번 상위권에 진입한 아이들의 성적은 로즌솔의 손가락으로 '누적 되고 '강화' 된다. 스틸이 바꾼 것은 이렇게 파괴적인 신호들에 대한 차단이었다. 사회심리학자 로랑 베그의 지적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은 상당부분 타인의 판단” 에서 온다. 스틸은 그 잘못된 판단을 차단시키는 중요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다' 는 최소한의 생각마저 차단하고 공부 자체에 몰입하는 암묵적 학습 현상은 최상의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의 소유자에겐 분명 유리한 점이 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잘 발휘하는 암묵적 학습 성취도는 명시적 학습과 달리 지능 지수와 무관하며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전혀 손상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능 지수가 낮아도 차단을 하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고 재능 계발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가 있다.
- 이상하게 학자들이 밝혀내는 개인의 성공은 극단의 지점에서 관찰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금을 만져본 아이가 계속 금을 만지게 되고, 가난한 아이는 주류에서 밀려나 주변부를 맴돌고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은 계속 중간 지점에서 평범 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류에서 밀려난 아이들 중에 새롭게 조명을 켜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글자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고 성적표에서 처참한 기록을 보이던 학생들이 왜 새롭게 등장할 수 있 을까? 겉으로 보면 지독한 노력들이 관찰된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한 힘은 바로 그들이 애초 주류에서 밀려나면서 환경 속의 부정적인 신호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다른 길을 걷는 아이들은 전혀 다른 신호를 만난다.
- 만약 내가 지금부터 당신을 이 글을 더는 못 읽게 만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자. 당신은 그것을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글을 잘 읽고 있다. 어떻게든 사회에 그럭저럭 적응하고 있다. 최고가 되지는 못했지만, 바닥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강하게 싸우면서 차단할 원동력이 없었던 것이다.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평범하다는 신호는 우리를 지금도 계속 평범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 익숙한 신호를 차단하지 않는다.
- 우리 또한 우리 자신의 재능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타협하며 놓쳐왔던 걸까? 제한된 집중과 차단은 지능에 상관없이 특별한 재능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 서는 사회가 쉽게 한계를 그어대던 많은 것들을 차단하고 싸워야만 한다.
- 학생들의 성적은 엉덩이가 의자에 앉아 있던 시간만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고개를 들어서 그들이 '잘한다'는 신호를 받는지, 못한다'는 신호를 받는지를 봐야 한다. 못한다'는 신호를 받는 학 생들은 독일의 교육심리학자인 카롤린 슈스터가 지적하듯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르는 데 상당한 작업기억력을 소모한다.  작업기억력이 높을수록 수학 점수도 높고, SAT 점수도 높고, 명문 대학 입학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못한다는 신호 속에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열등감과 싸우느라 상당한 정신적 자원 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 "카라얀은 주위의 이러저러한 지시를 받는 체질이 전혀 아니다.”
카라얀은 자신을 완전히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 한 가지의 일, 즉 그 자신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지배할 일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카라얀의 형 볼프강은 동생이 열여덟이나 열아홉 살 즈음에 말한 것을 기억했다. "형, 방향은 중요하지 않아. 지휘, 스키든, 아니면 자동차 경주든 최고가 되고 싶을 뿐이야.”
- 슈미트도 완전히 주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이 젊은이가 작곡 작품을 제출할 수 없다면 최소한 관현악 편곡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고 슈미트는 주장했다. 카라얀은 다행히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 나타 제3번 C장조 작품 2의 제1악장을 관현악용으로 편곡하는 데 성 공했다. 그러나 최종 지휘 시험에서는 카라얀은 한 번 더 자기 방식 대로 할 것을 고집했다. 다음 기록을 읽어보자.
“리허설은 전문가들 전원 앞에서 했다. 프란츠 슈미트가 심사위원 장으로서 심사를 시작했다. 나보다 앞서 지휘한 동기들은 자신의 솜 씨를 발휘했고 그 상황에서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기량을 보여주려 고 했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오케스트라를 상대로 일을 벌였다. 사 람들은 우리가 단순히 그 서곡을 한달음에 지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무대에서 오히려 나는 이런저런 것들을 주문했다. “트럼펫, 한 사람씩 해주세요” 라든가 “아니요, 그 부분에 리듬이 없잖아요” 라 든가. 이런 식으로 트럼펫의 첫 도입 부분에만 약 십 분을 썼다. 그러자 프란츠 슈미트가 일어나 시험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편곡 시험에서 카라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다른 학생들은 긴장 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보는데, 오히려 카라얀 은 진짜 지휘자처럼 군 것이다. 오히려 트럼펫을 지적하는가 하면 리듬이 빠졌다는 식으로 실제 리허설 현장처럼 말이다. 게다가 트럼펫의 첫 도입 부분에만 약 십여 분을 낭비했다고? 슈미트는 당황한 심 사위원들의 표정을 뒤로하고 선을 그었다.
“여러분, 제가 보기에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 카라얀은 슈미트의 인정을 칭찬으로 간주했다. 카라얀의 성적표 에는 예외적으로 '합격'이 붙었다. 당대 가장 완벽한 음악가' 라는 평을 받던 슈미트가 앳된 카라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카라얀의 기가 더 쎄다거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따위의 상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는 가장 완벽한 음악가로 불리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가장 완벽한 지휘가 무엇인지를 조용히 설득했다. 가장 완벽한 지휘자의 모습에는 어설픈 작곡 실력과 음악사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어설프게 오케스트라를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르르 몰고 가는 아마추어 학생들 보다, 완벽한 지휘를 위해서는 꼼꼼히 트럼펫부터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는 것을 카라얀은 보여주려 했다. 슈미트는 지휘자의 본질을 찾 으려는 이 아이의 손을 대학의 전통적인 규정을 깨고 인정해주었다.
- 이 사건에 대해서는 1960년대 시카고대학의 제이콥 게첼스와 세 계적인 심리학자인 칙센트 미하이가 시행한 창의성 연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미술 전공 학생들에게 정물화 과제를 제시했 다. 그리고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한 집 단은 물체를 간단히 보고 바로 슥슥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학생들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까?'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집단은 물체를 살펴보고 만져보고 다르게 배치하는 데 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었다. 이 학생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면 가장 완전한 그림이 될까?' 하고 그림 자체를 완전하게 표현하려는 데 한참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험이 종료된 후 미하이가 발견한 것은 매우 놀랍다. 그림을 그리라는 타인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바로 그림을 그린 미술 성적이 높은 학생들보다. 그림 자체를 의미 있게 접근하려고 한 학생들이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미술 전문가들로부터 훨씬 더 창의적이라고 평가받았다. 미하이는 이 발견을 위해 학생들의 성적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학생들을 성적대로 줄을 세우지도 않았다. 미하이가 확인하려 했던 것은 자신이 하는 분야에 의미 있게 접근하는 것이 정말 그 학생을 탁월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학생이 과거 몇 점짜리 학생인가 따지기보다 얼마나 자신이 하는 분야에 분명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지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장기적으로 조사되었다. 십 년 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현재 실력과 상관없이 가장 뛰어난 미술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학생들이 10년 후 미술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 공부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 가? 그 질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겐 모두의 오두막을 짓고 들소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키신저처럼 환경의 신호를 차단하는 오 두막이 만들어지고, 카라얀의 경우처럼 적당한 과학자의 가운을 주 변에서 입히려 할 때 들소처럼 지휘봉을 들어봐야 한다. 그것은 몇 점대의 학생인지, 어디 출신인지, 지금까지 얼마를 노력했는지 따 위와 관련된 질문이 아니다. 지금 마음속에 가장 소중한 것이 없다. 면 평범의 신호가 우리를 평범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평범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것을 벗어나려면 우리도 스승을 찾아가서 그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 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노력보다 노력의 정도가 같더라도 얼마나 장기간 그 분야에 몸을 담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수백 건의 논문들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학자들은 이것을 간격 효과' 라고 부른다. 간격 효과는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던 간에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정통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노력의 총양이 같더라도 학자들은 학생의 시작점과 끝점을 놓는다. 끝점을 길게 갖다 놓을수록 학생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세계적인 성취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 이 현상은 개인의 지능과 출신 학교를 고려하지 않고도 설명이 가능하다.
-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왜 모든 인간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그중 몇 사람만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일까? 정말 탁월하다고 여겨지는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존재일까?
매슬로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먼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위대한 꿈을 품지 않는 모습을 '요나 콤플렉스' 라고 부른다. 성서에 나오는 요나는 중대한 사명을 지우려고 그를 찾는 신의 부름에 겁먹고 도망치 려 한 소심한 상인이다. 그는 '요나 콤플렉스' 를 답으로 제시한다. 매슬로는 인간이 자신의 단점만큼이나 장점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저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데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라.  
“우리가 느끼는 가장 깊은 두려움은 우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은 우리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우리의 어둠이 아닌 우리의 빛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내가 뛰어나고 멋지고 재능 있고 굉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나는 다시 묻고 싶다. 사실 당신이 안될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움츠러들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 주변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은 정작 아무런 빛을 비출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빛을 비출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승인을 해주는 것이다. 
-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2천여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의 장기 연구를 실시했다. 장기간 학생들의 추적을 통해 매슬로의 교훈이 얼마나 학생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그 연구 결과는 이러하다.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공부에서 자기 초월적인 'WHY'를 가질 때, 지루하고 불편한 문제를 푸는 'HOW’를 견뎌냈다.  그리고 그는 연구 결과를 네 단계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다.
1. 지루한 문제를 끝까지 참아내는 힘이 만들어졌다. 언제든지 인터넷 미디어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적 신호를 주어도 끝까지 참아냈다.
2. 그리고 몇 달 뒤 STEM 성적이 올라갔으며,
3. 지루한 시험 질문 앞에서도 두 배 이상의 집중 시간을 확보했고, 
4. 그 결과 수학 문제에서 35%나 되는 성적 향상이 발생했다. 
- 결론적으로 오늘날처럼 대학이 서열을 만들고 그 서열이 만드는 신호에 학생들이 익숙해지기 전에 학번 없는 평균적인 사람들이 근대화의 모든 혁신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세계적 교육학자인 켄 로빈슨이 경고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표준화된 엘리 트를 양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에 모든 신호를 결집시킬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오히려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또 이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학교 교육은 되려 창의적인 정신을 둔화시키는 데 이바지했을 따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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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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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는 이미 인쇄기, 강력한 해군, 화약, 활기찬 도시가 있었고, 부유함은 물론 환경 위기 면에서도 유럽보다 두드러졌다. 유럽 자본주의가 흥성한 것은 자연을 생산적인 무언가로 활용하고 그 생산성을 부로 변환한 능력 덕분이었다. 이 능력은 폭력, 상업, 기 술의 독특한 융합에 의존했지만, 다른 것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바로 자연이 사회의 반대편에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뒷받침한 지적 혁명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훨씬 능가 하는 것이었고 결국 삶의 방식으로서 정복과 약탈의 상식이 되었다. 자연을 부인하는 유혈 낭자한 행위들은 폭력과 반란으로 형성된 자본주의의 프런티어에서 극단적으로 자행되었다. 이를 보여주 는 것이 마녀사냥이다. 
사람들은 세계의 어느 지역은 사회적이고 다른 지역은 자연적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극단적인 폭력, 대량 실업과 투옥, 소비 문화는 사회적 문제이고 사회적 불의다. 기후, 생물 다양성, 자원 고갈은 자연의 문제이고 생태의 위기다. 사람들은 세계를 이 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와 '자연'이 따로 작동하는 것처럼, 생명망이 인간의 권력 관계와는 접촉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세계를 그렇게 만든다.
- 콜럼버스는 저렴한 것들의 모든 전략을 초기에 실행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모든 장에 등장한다. 그는 정복자로서만이 아니라 평가자의 눈을 가지고 카리브해에 당도했다. 그의 눈은 북 아프리카 연안에서 포르투갈이 벌인 식민 모험으로 예리해진 터 였다. 그는 독특하고 금전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식민화하기 시작 했다. 스페인, 포르투갈을 필두로 한 유럽 제국은 부와 권력을 키 우는 데 혈안이 되어 야만적인’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산물을 강 박적으로 모으고 주문했다. 콜럼버스는 자연에 값을 매기기 위해 목록을 작성했다. 이 목록은 초기 현대 자본주의에서 자연이 무엇 이 되었는지 그가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 콜럼버스는 신세계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저렴한 자연 전략을 구사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카리브해로 항해한 지 8일째 되는 날에 어느 곳을 보고는 '카보 헤르모소(아름다운 곳)'라는 이름을 붙이 고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정말 (...) 나는 그토록 아름답고 색다 른 식생은 아무리 봐도 눈이 피로해지지 않는다. 그곳에는 유럽에 가져가면 염료와 약재로 큰 가치가 있을 허브와 나무가 많을 것이 라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 식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래서 매 우 슬프다.”20 그는 처음부터 예리하게 저렴함과 권력을 간파한 평 가자로서 자연에 주목하면서도 그것이 돈이 될지 안 될지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 데카르트는 프랑스인이었지만 그의 관점에는 잉글랜드인과 네덜란드인의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았지만 1629~49년 네덜란드공화국에서 주요 저작을 완성 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는 최강의 슈퍼파워였고 가장 역동적인 자 본주의의 본고장이었다. 당시는 거의 두 세기 전에 시작된 지구적 인 생태계 혁명이 점차 강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폴란 드, 향료 제도에 이르는 숲이 베어졌고, 러시아에서 영국에 이르 는 습지가 간척되었으며, 안데스에서 스웨덴에 이르는 곳곳의 자 원이 채굴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저렴한 자연의 여러 형태로 전달되어 1650년 암스테르담 주식시장(최초의 현대적 주식시장)에서 5백 가지 넘는 상품이 거래되었다. 데카르트의 혁명적인 물질주의는 이 시대와 보조를 맞췄다.
데카르트가 이 혁명적인 철학을 혼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생태의 제2법칙이라고 부르는 이 철학의 많은 부분에 현대 과학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기여했다(베이컨을 '아버지'라고 지칭한 이유가 있다). 베이컨은 영국 정치 체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었고, 다른 시기엔 의회의 멤버이기도 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검찰총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과학은 자연의 비밀을 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남성의 제국'은 '자연의 자궁'을 뚫고 지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과학은 “방황하는 자연을 묶어야 하고, 당신은 원할 경우 자연을 몰고 다닌 뒤 같은 장소로 다시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 진실을 얻으려는 목적에서라면 이 구멍과 구석으로 들어가 침투하는 데 대해 주저할 필요가 없다"  베이컨은 유럽 여성의 삶이 철저히 현대적인 새로운 방식으로 위협받고 감독되고 지배되던 당시에 주요 정치 인물이었다. '자연’ 과 '사회'의 발명은 모든 국면에서 일어났다. 남성과 여성을 나누 고 자연과 사회를 나누는 이분법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 사회에 대비되는 자연의 영역은 처음부터 '여성/생태적' 이었다.31 이렇게 생명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조직함으로써 자연은 사물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생명을 저렴하게 만들도록 허용하는 전략으로 변모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지금도 그렇지만 실 증 진술이라기보다는 권력과 위계, 인간과 자연, 남자와 여자, 식 민화의 주체와 객체를 어떻게 최상으로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규범 진술이었다. 명성(과 비판)은 여러 사람의 몫이겠지만 이를 데카르트 혁명이라 부르는 데는 일리가 있다. 당시에 펼쳐진 지적 움직임은 생각하는 방식뿐 아니라 정복하고 상품화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형성했다. 데카르트 혁명으로 만들어진 네 가지 주요 변환은 오늘날 우리가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했다. 첫째, 둘 중 하나라는 이 분법적인 사고가 둘 다를 고려하는 대안을 제거했다. 둘째, 물질과 사물의 관계보다 물질과 사물 그 자체를 생각하는 것에 권리를 부여했다. 셋째, 사회재인 과학을 활용해 자연을 지배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데카르트 혁명은 지도 제작과 정복이라는 식민 사업을 생각하고 실행하도록 촉발했다.
- 지주들은 단지 토지를 수탈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연'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었다. 공동체의 땅을 경쟁적인 임대 시스템 아래로 돌려놓자 농부들이 어느 정도 자치권을 행사 해온 공유지가 줄었다.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가축 방목, 땔감과 건축 자재 채취, 이삭줍기 등 공유지에 대한 폭넓은 권리가 주어졌었 다. 이런 권리에는 아껴야 한다는 책임이 따랐다. 예를 들어 숲에서 무언가를 채취할 때는 미래에 활용할 여력을 해치지 않는 정도로만 채취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졌다. 이 권리와 책임은 농민들의 생존에 긴요했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작물이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에 못 미치면 그 차이를 공유지에서 벌충했다. 공유지가 축소되는 동시에 남은 공유지에 대한 접근도 어려워지자 농민들은 이 차이를 다른 방식으로 메워야 했다. 교회와 사회적 지원을 위한 다른 기관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농민들은 땅을 떠나거나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것, 즉 노동력을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그들의 노동력이 '자유로웠다는 것은 이런 제한적인 의미에서 였다. 노동력의 판매는 가난과 부랑죄 복역으로 강제되었다. 가난 과 부랑죄는 의도적으로 심하게 처벌되었다. 생존을 위해 농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것뿐이었다.
농민들은 저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16세기 전 반기에 농촌과 도시에서 일련의 반란이 일어났다. 저항의 정점은 1545년 발발해 1만 6천 명이 잉글랜드 제2의 도시 노리치를 점령 한 케트(Kett)의 반란이었다. 농민들의 분노는 공유지 인클로저 와 관습적인 권리에 대한 침해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분노는 1450년 이후의 상대적으로 새롭고 터무니없었던 경쟁적인 임차료를 향해 있었다. 

- 자본주의 생태의 기원에는 돈과 상품의 순환을 넘어서는 순환이 있다. 독특하고 매우 현대적인 마술이 여기에 있다. 국가는 전쟁의 전리품을 원했지만 군인에게 지불할 돈이 필요했다. 새로 전쟁을 벌이지 않으면 앞서 빌린 전쟁 비용을 갚는 데 필요한 부 또한 획 득할 수 없었다. 전쟁, 돈, 전쟁, 은행가들은 빚을 갚을 정부가 필 요했고, 정부는 돈을 빌려줄 은행가가 필요했다. 자본주의에서 새 롭게 등장한 것은 이윤 추구라기보다는 이윤 추구와 금융과 정부의 관계였다. 이 관계는 향후 세상을 다시 만들 참이었다. 
- 노동, 식량, 에너지, 원자재의 저렴함이 자본주의 붐의 필요조건이라면, 저렴한 신용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5 역사적으로 저렴한 돈과 새로운 프런티어의 선순환이 이어져 왔다. 생산과 채굴 같은 기존 영역에서 이익을 창출할 기회가 줄어 들면 자본가들은 이익을 자금 거래에 투입했다. 세계 자본주의에서 큰 붐 이후에 학자들이 금융화라고 부르는 과정이 뒤따른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중반, 영국은 19세기 중반, 미국은 전후 황금기가 그런 시기였다. 이 시기에 자본가들 으 오래되고 수익성 낮은 상공업으로부터 자금 거래로 돈을 옮긴다. 말썽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값비싼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구매해 무언가를 만드는 대신, 더 간단하고 (일시적일 수 있지만) 더 매력적인 무언가로 점점 더 많은 자본가가 눈을 돌린다. 자금을 대출해주고 미래에 대한 투기적인 내기를 하는 사업이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화는 본질적으로 미래에 더 수익성이 좋은 산업혁명에 돈을 거는 도박을 하는 것이다.16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그 결과가 무엇이 될지는 지난 역사를 보면 안심할 수 없다. 과거에 그런 축적 사이클의 끝은 대개 전쟁이었고, 동시에 새로운 금융권력도 흥기했다.
- 잉글랜드의 땅 조각들은 인클로저를 통해 합쳐 졌고, 그에 따라 농민 중 점점 더 많은 수가 자신이 경작하고 유지하면서 부쳐 먹고 살던 공유지에서 풀려났다. 농부들은 자유롭게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고 일거리를 찾지 못하면 굶거나 감옥에 갇 힐 자유도 있었다. 이처럼 노동자와 토지의 새로운 관계는 동시에 만들어졌다. 17세기, 18세기 지도층은 가난한 떠돌이를 두려워했 다. 부랑자에 대한 가혹한 법이 제정된 한편으로 강요된 궁핍으로 일어날 최악의 영향을 경감하고자 자선 활동이 펼쳐졌다. 정부의 후원 아래 감옥살이를 시키겠다는 위협은 가난한 사람들을 임금노 동자로 이동시키려는 전략이었다.
- 임금노동은 인간의 지능, 힘, 기술을 취한 뒤에 또 다른 '현대 발명'을 활용해 규율 속에서 만들어낸 생산적인 노동이었다. 여기서 현대 발명이란 시간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리킨다. 토지 생산성보다 노동의 실행이 자본주의 생태를 형성한다면, 이 과정에 서 불가결한 것이 기계식 시계다. 돈이 아니라 시계가 노동의 가 치를 측정하는 핵심 기술로 등장했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흔히들 임금을 위한 노동이 자본주의의 표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13세기 잉글랜드의 경제활동인구 중 3분의 1이 이미 생 존을 임금에 의존했다. 임금이 삶과 공간과 자연을 조직하는 결 정적인 방식이 된 것은 전적으로 새로운 시간 모형 덕분이다.
- 미국에서 1940~70년대에 진행된 농업 혁명(이는 6장에서도 논의할 것이다)과 그보다 앞선 19세기 농업 혁명을 생각해보자. 둘 다 화석연료와 산업 노동을 전제로 했다. 미국 남부의 플랜테이션은 미시시피 삼각주의 비옥한 토양과 저렴한 노동력을 결합해 생산한 저렴한 면을 (잔혹한 노동 착취 체제의 인큐베이터였던) 영국의 섬유공장에 공급했다. 앨라배마에서 미시시피에 이르는 프런티어 주에서 노예 수는 1790년에서 1860년 사이에 스무 배 넘게 증가해 1860년 남부 의 노예는 4백만 명에 달했다.45 노예 노동자는 놀라울 정도로 생산 적이었다. 미시시피 삼각주의 비옥한 충적층 위에 플랜테이션이 구 축된 것 또한 프런티어의 저렴한 노동으로서 기여했다.46 노예 노 동의 영향으로 원면 가격은 1835년에는 50년 전에 비해 70% 넘게 하락했다.47 남부 면 사업은 미시시피 노예 같은 사람들을 추방하 고 죽이는 데 바탕을 두고 돌아갔다. 그들은 자연의 영역으로 버려 졌다. 미국이 면과 식량을 수출한 덕분에 영국은 공업화를 이룰 수 있었다. 1870년 영국 노동자 일곱 중에 여섯은 농업 이외의 영역에 고용되어 있었다. 이들의 배는 저렴하게 채워져야 했고 미국 농업이 바로 그 역할을 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 영국으로 수출된 미국 곡물은 1846년 이후 30년 동안 40배로 급증했다.48 이처럼 엄청난 증가는 농업의 공업화에 따라 가능했다. 대규모로 이루어진 농장 기계화는 1840년대 수확기를 비롯한 간단한 기계에서 소박하게 출 발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 빠르게 진행되었다. 1870년에 이르 면 농업용 기계가 미국 기계 생산 중 4분의 1을 차지했다. 49 | 그 시기에 미국 곡물은 영국 노동자를 먹였을 뿐 아니라 유럽 남부, 동부 농민들에게 타격을 입힘으로써 미국에 노동력을 공급 했다. 미국의 곡물 수출이 급증하자 유럽의 곡물 가격이 1882년에서 1896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농민들이 이주한 것처럼, 농업이 산업화되면서 잉여 인력이 된 사람들 은 이민을 감으로써 대응했다. 많은 유럽 농민이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그들은 2차 산업혁명의 신산업에서 일했다.
- 현대 가계와 그 구성원의 기원은 유럽 자본주의의 생태적인 변 화에 있다. 앨리스 클라크는 《17세기 여성의 노동하는 삶》에서 남편, 부인, 아이들로 구성된 핵가족이 등장한 것은 공유지에서의 돌 봄과 생산의 경제지리학이 다른 양상으로 이행한 결과라고 주장 한다. 공유지에서 여성들이 한 노동에는 땔감 모으기와 이삭줍기가 포함되었음을 상기하자. 이를 통해 최저한의 생활이 가능했고 가끔은 내다 팔 잉여가 생겼다. 무언가 잘못될 경우 공동체의 종교적 · 개인적 · 사회적 지원망으로부터 사회 보험이 작동했다. 이 런 제도는 쟁기 활용의 확산을 비롯한 농업 혁신과 양립할 수 없 었다. 인클로저로 더 넓어진 경작지, 단일 작물 재배, 배타적인 사 유지 제도, 굶주림과 수감의 위협으로 움직이는 노동력의 탄생 등 과도 어울릴 수 없었다.
- 인클로저로 인해 농민들은 변변치 않은 땅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농민은 생존을 위해 노동력을 파는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그 결과 여성과 남성이 노동시장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공유지가 있 을 때 소를 치는 일은 여성들의 활동이었고 여성들은 우유와 유제 품을 팔아 가계에 보탰다. 공유지가 사라지자 풀을 뜯길 곳도 사 라졌다. 소 치는 기술을 원하는 시장도 빠듯해졌다. 반면 우유보다 양모가 훨씬 수지가 맞는 사업이 되었다. 그리고 양털 깎기는 남성 의 일로 분류되었다. 여성들은 젖을 짜고 봄에 송아지를 받는 일에나 필요하게 되었다. 봄 쟁기질과 가을 수확은 근력을 더 요구했고 종종 남성의 일로 분류되었다. 이런 노동 분화는 남녀의 고용에 다 른 값이 매겨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인 남녀 임금 차는 농촌에서 비롯했다. 이 현상은 처음부터 자연과의 관계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 작물 품종의 다양성은 토양과 인간 생태계에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식량 전반에 대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작물이 고유한 생태계 를 형성하는 방식과 특성에 주목하려고 한다. 쌀, 옥수수, 밀 등 페 르낭 브로델이 말한 '문명의 식물들은 서로 매우 다른 권력, 일, 요리법 그리고 자연의 형태를 낳았다.
유럽은 밀을 선택했다. 밀은 토양을 걸신들린 듯 집어삼켜 정기적 으로 휴경하게 만든다. 이 선택이 내포한 건 가축 사육이었다. 자, 황소와 말, 쟁기, 수레가 없는 유럽 역사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선택의 결과로 유럽은 늘 농업과 축산업을 병행하게 되었다. 즉 늘 육식을 하게 된 것이다. 쌀은 집중적인 재배 형태로 발전해서 사람이 동물을 위한 공간을 거의 내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쌀 재배 지역의 식단에서 고기가 그렇게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 를 설명해준다. 옥수수를 심는 것은 분명 매일의 빵을 얻는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이다. 옥수수는 매우 빨리 자라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다. 작물로서 옥수수라는 선택은 여유 시간을 줬고, 농민의 강제 노동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거대한 기념물을 가능하게 만들었 다. 사회는 경작하는 노동력을 순전히 간헐적으로 전용했다.
자본주의는 흔히 석탄 혁명, 석유 혁명과 결부되지만 식량 체제 의 전환이 그보다 먼저 등장했다. 식량 과잉이 없었다면 농사 말고 다른 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메르, 이집트, 중국 한나라, 로마, 마야, 잉카 같은 교과서 속 문명들은 더 적은 사람으로 더 많 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혁명을 거쳐 성장했다. 신석기 혁명부터 16세기 여명기까지, 인류 역사의 궤적에 나타난 식량과 인간의 관계는 숨이 막힐 만큼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노동보다는 토지에 의존한 농업 생산 체제라는 점, 시장보다는 정치를 통해 식량 과잉을 통제한 체제였다는 점이다.
- 자본주의 농업은 지구를 변화시켰다. 어떤 토지에는 특정 작물 과 경작 체제가 들어섰다. 현금이 잘 들어오는 단일 작물만 재배하 도록 설계된 독점 체제였다. 다른 토지에 집이 들어섰다. 경작에서 배제당하고서 노동을 더 잘 보상받을 수 있는 곳 가까이에 살려고 간 사람들이 모인 곳, 즉 도시였다. 도시와 들판은 오랫동안 '도시 빈민을 위한 저렴한 식량 공급'이라는 영구적이고 긴요한 요구로 묶인 남매였다. 키케로부터 중국 황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가 도 시 거주자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는 게 도시의 불만을 막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환금성 농업의 생태계는 오 로지 이익과 저렴한 식량에 집중한다. 저렴한 식량을 도시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공급해 폭동을 막고 저렴한 노동을 유지한다. 노동과 돌봄에 대한 장에서 봤듯이 임금 체제를 유지하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저렴한 식량 덕에 이 비싼 체 제에서도 부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는 권력과 생산 기반으로 흘러들어 도시-농촌의 생태를 만들어냈다. 고용주-노동 자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도시-농촌의 생태는 자본주의 구조로 짜 인 극도로 불평등한 관계였다. 그 자본주의의 틀은 대서양 접경 지 역, 유럽 주요 도시, 인도양과 아시아의 향신료 루트를 통해 형성 되었다.
- 20세기 초반까지 대부분의 무기질 비료는 채굴되었다. 초석(消石, 질산칼륨 KNO)은 농경과 화약 모두에 중요한 무기물이다. 역사학자 애브너 오퍼는 식량 공급에 투입되는 이 물질의 처리를 두고 조성된 긴장감이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44 연합군은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식량 공급을 무력화하기 위해 칠레 초석 광산의 봉쇄를 감독했고, 전쟁 전에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개척한 대기 질소 고정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군사 작전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조치들이 지구를 변화시켰다. 현재 지구의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 농도는 1800년 이전의 다섯 배에 이른다.46 그리고 암모니아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는 저 렴한 화석연료에서 직접 가져온다. 지금 식량 1칼로리를 생산하는 데 최대 10칼로리에 이르는 석유가 필요한 이유다. 
- 녹색 혁명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곡물 생산량 은 두 배 이상 늘었고, 1950~80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녹색 혁명의 중심부에서는 생산량이 훨씬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인도의 밀 수확량은 1960~80년 87%나 급증했다. 이는 1935년 이후 20년 동안 미국 옥수수 농부들이 경험한 것과 비슷했 다. 이 곡물들 모두 점유율이 전 세계 시장에서 상승하면서 세계 의 곡물 수출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179% 증가했다. 국 가 보조금으로 식품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정치 공약과 폭력은 효 과를 발휘했다. 식품 가격은 1952~72년 매년 3%씩 하락했다. 20세 기 내내 상품 가격은 이미 급락하고 있었는데 식품 가격은 하락세가 세 배나 빨랐다7 1976~2002년 쌀, 옥수수, 밀의 실제 가격은 더 떨어졌다. 녹색 혁명의 가장 큰 성공은 아마도 토지 개혁에 대 한 농민들의 요구, 그리고 정치 변화에 대한 도시민들의 요구를 효 과적으로 잠재웠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긴 녹색 혁명의 놀라운 성과가 굶주림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중국을 분석에서 제외하면, 녹색 혁명 과정 동안 기아자 수가 11% 이상 증가했다(중국의 농업 혁명은 확실히 공산주의적이었지만 생산성 향상에서는 뒤처지지 않았다).  인도의 밀 생산량이 1965~72년 두 배로 늘었고60 1970년대 내내 꾸준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축하 하는 보고들이 있었지만, 그 사이 인도인들이 실제로 먹는 양은 거의 늘지 않았다
- 암모니아는 생명의 물질이기도 하다. 신진대사에 대한 마르크스의 생각에 영감을 준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1840년 흡수가 잘 되는 질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농업의 투쟁 과제라고 선언했다. 보통 비활성 상태인 공기 중 질소가 번개와 상호작용 하거나 미생물에 의해 토양에 고정되면 생물이 질소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식물이 풍성하게 성장하는 전제 조건이자 자극제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생물이 이용 가능한 질소를 만들려면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든다. 반응을 일으키려면 수소가 필요하고, 수소를 만들려면 저렴한 연료가 필요한 것이다. 석탄과 나프타로도 수소를 만 들어 비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천연가스가 쓰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산업화된 농업에 투입되는 에너지 중 비료 생산에 드는 비중이 가장 크다.
공기와 화석연료를 비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하버-보슈 공정은 식량, 노동, 돌봄의 비용을 줄였다. 저렴한 무기질 비료는 도입되 자마자 땅을 소유한 농부들에겐 더 높은 수확으로, 현장 노동자들 에겐 낮은 임금으로 되돌아왔다. 식료품과 쫓겨난 소작농의 물결이 도시로 흘러들었다. 곡물은 산처럼 늘어 가축의 위장 속으로도 들어갔고, 글로벌 노스에 이어 전 세계 사람들이 그 고기를 씹어 삼 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암모니아는 군수품에서 방향을 바꿔 토양 속으로 폭발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폭증한 곡물의 3분의 2가 동물 사료로 쓰였다. 토니 웨이스의 표현처럼 하버 - 보슈는 전 세계의 식사를 육식화했다. 고기가 점점 더 현대적인 식사의 필수 요소로 광고되면서 사료 수요가 치솟았다. 이를 충족하려고 브라질 농부들은 땅을 축산 사료용 콩 재배지로 개간했는데, 이는 매년 자본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중 2%에 이른다. 이 비료 식량 지배의 또 다른 예는 가장 최근인 2007~08년 식량 위기 때 비료 가격을 조작한 결과 4400만 명이 빈곤에 빠진 사실이다. 이는 전적으로 소작 농업과 고유한 식생활 방식을 파괴해 산업적인 단일 재배 체제로 대체하려는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에너지로 토양을 개조하지 못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니면 마르크스의 말대로 '일정 기간 내에 토양의 비옥함을 늘리는 모든 발전은 그 비옥함을 더 오래 지속시킬 원천의 파괴를 향한 발전이다. 한 나라가 발전의 배경으로 대규모 산업에 더 많이 기댈수로 이 파괴의 과정은 더 빨라진다. 그러므로 자본가의 생산은 토양과 노동자 등 모든 부의 원천을 동시에 훼손함으로써 오직 생산의 사회 과정이 결합하는 기술과 정도를 발전시킬 뿐이다.

- 저렴한 석유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 화석연료 없이는 자본주의 를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소매업자, 제조업자는 전기가 고대 화석에서 나오는 풍차나 태양 전지판에서 나오든 신경 쓰지 않는다. 저렴한 석유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태양에너지 체제로 이행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오늘날 자본가들이 여기에 지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계획에 분명 돈을 걸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기업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전환하는 데 필요한 45조 달러를 내놓을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태양에너지 체체로 이행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오직 정부들이 그 비용을 치렀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관행에서는 세금 감면 외에 정부가 가진 정책 처방전이 별로 없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기업 과세는 이미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이며, 애플과 구글 같은 자칭 '녹색' 기술 회사들이 가장 큰 수혜자다. 우리는 결국 그 회사들의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데 돈을 낼 것이다. 저렴한 연료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연료의 위기가 반드시 생산이 모자라거나 넘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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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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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전쟁

경제 2021. 7. 24. 19:46

- 디플레 위험을 무시하기 어려운 세 가지 이유
첫째, 한국은 GDP 갭이 마이너스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둘째,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물가하락이 지속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 
셋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물가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고 있는 점 등이 바로 그 이유이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의 이슈를 감안할 때, 한국이 디플레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2018년 중국 제품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이후 1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중국의 대미 수출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일은 '시차'나 '위안화 약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체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관세부과에 따른 비용 증가를 흡 수할 수 있었을까? 여러 후보를 제외하고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 바로 중국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 수출제품의 가격 상승을 억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기업들은 같은 설비와 노동력을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 는 데 성공한 것이다.
-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잃어버린 일자리는 대략 98만~ 200만 개로 추정된다. 미국의 일자리 수는 1억 4,800만 개이므로,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1.3%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근로 자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저임금 근로자들이 있는 중국으로 공장 을 이전하겠다”라고 위협하는 것만으로도 임금협상 등에서 우위를 잃 게 될 것이기에, 임금 상승의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덧붙이자면, 모든 국제무역이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유럽 등 선진국과의 교역에서는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는 충격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 예를 들어 고급 자동차 분야에서는 독일이 우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파이를 키우는 면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과의 교역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인도 등의 신흥국 소비자들은 아직 구매력이 적은 데다가 시장 개방성도 낮아서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수 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흥국과의 교역이 증가하면 경제 전체의 인플레 압력이 낮아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개선되는 대 신, 일자리 측면에서는 '순유출'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선진국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이래저래 미국의 실질임금 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 미국의 금리, 물가 하락에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첫 번째 경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이다. 고령층이 늘어나면 경제 전체의 성장 탄력이 떨어지며,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한다고 해도 생산성이 낮은 편이기에 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 탄력을 떨어뜨 리는 면이 있다.
고령화가 금리를 떨어뜨리는 두 번째 경로는 경제활동인구가 미 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데 있다. 60세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하지 못하고 계속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본 젊은 세대들이 장차 자신들도 노후 빈곤에 시달릴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저축을 더 늘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저축률은 2005~08년을 바닥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지연 및 고령화 경향은 미국 실질임금의 상승을 억제하고 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
- 1990년대 후반부터 돈을 풀었는데도 왜 물가가 오르지 않았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생산성 혁신이다. 정보통신 제품의 가격이 계속 하 락하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이 어려워지자, 통화공급이 늘어났 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이 억제되었다. 
또 다른 요인은 '신용경색' 현상이다. 신용경색이란 간단하게 말 해 금융기관들이 은행 파산이나 금융위기 등의 큰 신용 이벤트를 겪은 후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경기침체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은행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하기보다 중앙은행에 다시 맡겨두려고 든다. 이런 경우 중앙은행이 아무리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통화공급을 늘려도 실물경제에는 돈이 풀리지 않게 된다.
- 미국은 1990년대부터 시중에 돈을 풀어 과잉 유동성이 생겨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인플레는 화폐적 현상이다”, 즉 시중에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인플레가 생긴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적어도 1990년대 이후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이를 보면 화폐수량설은 이제 박물관으로 들어가야 할 신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 국제유가 폭락, 왜 미국 회사채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까?
미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은행보다는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특히 셰일오일 기업을 비롯한 신생 분야의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의 대출심사 를 피해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도 셰일오일 기업이 발행한 정크본드에 적 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제 로금리 정책을 펴자,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부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경쟁력이 나날이 개선되는 것을 긍정적으 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좋았던 시절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국제유가의 급락 으로 셰일오일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는 가운데, 정크본드의 가산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 산금리란 정크본드가 비슷한 만기의 국채에 비해 이자를 얼마나 더 많 이 부담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미국 BB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2%를 밑돌았지만, 2020년 3월 13일에는 무려 5%의 벽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미국 에너지 및 금융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말았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20년 2월 12일 고점 이후 3월 17일까지 8314포인트, 약 28%가 급락했는데, 그중에서 금융업종은 32.4%, 에너지 기업은 38.4%나 폭락했다.
물론 주가 폭락 그 자체만으로 기업이 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회 사채 가산금리의 급등 속에서 이루어진 금융 · 에너지 주식의 폭락 사 태는 상당 기간 원유가격이 저가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시 장 참가자들의 예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필자는 1~2년 안에는 유가 급등이 유발하는 '인플레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 전반의 디플레 압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디플레의 '징후'가 나타날 때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때 단호한 대응이란 어떤 정책을 의미할까?
미국 연준의 보고서가 지적했듯, 정책금리를 적극적으로 인하해 서 디플레 기대심리가 형성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경 제 주체들이 '돈이 많이 풀리니 앞으로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만일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 로 내렸는데도, 디플레 기대심리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이 재정정책이다.
- 시장금리가 낮으면 적극적 적자재정도 괜찮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시장금리가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낮을 때에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으며, 또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 재정적자가 증가했는데도 시장금리가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 혹은 디플레의 압력이 우세한 시기에는 재정지출을 아무리 늘려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경기가 악화될 때에는 미국 국채 등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므로, 재정적자를 아무리 내도 금리는 떨어진다.
재정지출의 확대가 시장금리를 급등시키는 것은 '경기부양'의 효과 가 나타났을 때에야 출현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때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 재정 건전화에 나서면 된다. 반면,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인플레 압력이 높은 시기에는 재정적자가 시장금리의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불황에는 공격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써야 하고, 반대로 호 황에는 재정긴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일 것이다. 실 제로 미국의 연구를 살펴보아도, 물가가 낮고 저금리 환경일 때 재정 정책의 효과가 높아진다고 한다.
재정정책 전략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플레 및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도 재정확장 정책을 멈추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1980년대의 남미 국가들이었다.
-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데도 재정지출을 계속 늘리고, 중앙은행 이 아예 정부가 발행하는 적자 국채를 인수해버리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면, 1980년대 중반의 볼리비아처럼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ation, 이하 '하이퍼인플레)의 위험이 닥칠 수 있다. 참고로 하이퍼인플레란 매월 물가가 50% 이상 상승하는 일이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 항상 '금리 하락 = PER 상승' 의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최근처럼 정책당국이 급박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린 시기에는 PER가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하곤 한다. 예를 들 어 이 책을 쓰는 순간(2020년 3월 말) 미국 주식시장의 PER는 16배까지 하락했는데, 이것은 2019년 말에 비해 거의 3/4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다.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바로 가산금리 상승' 때문이다. 회사채 가산금리가 급 격히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돈을 제때 빌리기 어려워지고 이자 지급 비 용마저 급등하는데, 주가가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산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정반대로 바뀐다.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에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까지 겹치니, PER 는 본격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아직까지 이것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지만, 회사채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순간에는 저금리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일본 부동산시장은 왜 다른 길을 걸었을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일본 경제의 성장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 해 빠르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던 것이 지목된다. 다른 한편으로 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행이 강력한 저금리 정책을 펼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 해 일본과 독일이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한 조치를 말한다. 이 합의 의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1985년 242엔에서 1988년 12 월 124엔까지 떨어졌다. 불과 3년 정도에 엔화 환율이 반토막이 나버 린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엔화 환율이 급락하고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세계시장에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일본은 극심한 수출 부진을 겪게 되고 물가도 하락했다. 이에 일본은행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 책금리를 1985년 5.0%에서 2.5%까지 무려 2.5%포인트 인하했다. 그 리고 이처럼 강력한 저금리 정책 덕분에 '엔고 불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급락하자 대신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예 를 들어 일본 왕궁이 위치한 지요다구 오테마치에 있는 상업용 건물의 3.3m2당 가격은 8,250만 엔에 이르렀고, 도쿄 핵심지역에 있는 아파트 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984년 6.9배에서 1988년에는 15.6배로 단 4년 만에 2배 이상 부풀어 올랐다.
주택시장 거품이 엄청나게 커지자, 버블 붕괴를 우려한 일본은행 은 1989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책금리를 2.5%에서 1990년 6.0%까지 불과 1년여 만에 무려 3.5%포인트를 인상했다. 그 러자 부동산시장은 일거에 얼어붙었고, 여기에 중동 걸프전의 충격까 지 가세하면서 일본 경제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특히 일본 정책당국이 1990년대 초반 대대적인 공공주택 건설에 나선 것이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 1세기 전에 살았던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Alfred Marshall)은 천연자원의 유무로 설명할 수 없는 지리적인 산업의 집적현상을 발견했다. 마셜 시대에 가장 유명한 예는 영국의 대표적인 중공업도시 셰필드의 도검류 제조업자의 집중, 그리고 노스햄프턴의 면제품 기업들의 집중이었다. 현대에는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 뉴욕에 집중된 투자은행산업, 할리우드에 집중된 오락산업 등이 그 예이다. 앨프리드 마셜은 기업들의 집적이 개별기업으로 격리되어 있는 경우보다 더 효율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전문화된 공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집적 능력, 둘째는 대규모 노동시장, 셋째는 산업의 지리적 집중으로 인한 지식 창출 및 확산 효과 등이다. 지금까지도 이 지적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첨단산업 기업들의 이러한 집적현상은 부동산시장, 그중에서도 특정 지역의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장단기금리가 역전될 때, 왜 불황이 출현하는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활동참가자들의 기대 변화에 있다. 먼저 소비자들의 지출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소비자들의 현재 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소득이겠지 만, 미래 소득에 대한 전망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가 지 금은 경기가 나쁘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수가 낙관적인 전망을 공유한다면, 현재의 소비지출은 늘어나고 저축률이 둔화되며 시장의 장기금리는 상승할 것이다. 결국 장기금리는 향후 먼 미래의 경제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며, 반대로 단기금리는 지금 당장의 경기여건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단기금리가 역전된다는 것은 현재보다 미래의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해석도 흥미롭지만, 장단기금리 역전이 불황을 유발하는 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의 수익은 대출과 예금의 만기 차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평균적으로 은행의 대출은 만기가 긴 반면 예금은 만기가 짧은 경향이 있다. 결국 은행은 만기가 짧은 부채(=예금)를 이용해 만기가 긴 대출을 운용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예금금리(단기금리)에 비해 대출금리(장기금리)가 더 크게 상승할 때 수익을 더 많이 올리게 된다. 그런데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에 비해 더 빠르게 상승하면, 예금을 유치하는 데 더 많은 이자를 주어야 하니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장단기금리 차가 역전되어 단기금리가 오히려 장기금리에 비해 높으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은행들은 이런 환경변화에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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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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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빅뱅

경제 2021. 7. 24. 19:44

- 케네스 포메란츠 미국 시카고대학 역사학 교수는 그의 책 『대분기 The Great Divergence 에서 19세기 초까지 별 볼일 없던 영국이 당대 최고의 선진국이었던 중국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석탄 덕택이 었고, 이 새로운 에너지를 바탕으로 식민지를 개척해 대영제국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혁명이 더 일찍 중국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왜 중국이 아닌 영국의 탄광에서 증기기관이 탄생한 것일까. 그것은 영국 탄광의 약점 때문이었다. 중국의 탄광은 건조해서 캐내기가 비교적 쉬었던 반면, 영국의 탄광은 땅에 습기가 많아 물이 금방 차버려 석탄을 캐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물을 퍼낼 힘 좋은 펌프가 필요했고 그 펌프를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증기기관이 발명된 것이다. 중국은 광활한 영토에 석탄이 많이 매장되어 있었지만 쉽게 생산된 지역은 주로 서북부라서 경제의 중심지인 동부까지 나르기 어려웠다. 게다가 중국에 는 목재가 풍부해서 굳이 멀리서 어렵게 석탄을 실어올 필요가 크지 않았다.
반면, 영국에서는 지나친 벌목으로 나무가 부족해지고 인구가 급증해 16세기 중엽부터는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무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욕구가 강했고 이것이 적극적인 석탄 개발로 이어졌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필요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영국과 중국의 역사를 바꾼 것이다. 
- 사실 산업혁명'이란 말은 영국 경제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1884년에 쓴 『영국 산업혁명 강의』에 처음 나온다. 1760년대부터 1830 년대에 걸쳐 진행된 산업혁명 시절엔 산업혁명이란 말 자체가 없었다. 차 수를 바꾸어 연이어 나오는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 도 있다.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차수가 좀 다르다. 석탄이 1차 산업혁명을, 석유가 2차 산업혁명을 만들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인 3차 산업혁명 은 전기가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의 변 화가 직접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에너지의 관점에서 엄밀히 말하 자면 우리는 아직 2차 산업혁명 단계에 있다. 전기가 3차 산업혁명의 동 력이었다고는 하지만 전기는 여전히 1,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료인 석탄과 석유를 주로 사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21 세기는 고체인 석탄과 액체인 석유에 이어 기체인 천연가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기라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등장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의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루었기에 3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도 타당하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4차 산업 혁명도 지금은 모호하지만 혁명이란 말에 걸맞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원이 산업에서의 혁명을 만들어왔지만 4 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술에서의 혁명이 에너지의 혁신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1차 산업혁명 인데, 이제는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으니 또 다른 혁명이라는 말도 맞다.
- 아이러니컬하게도 화석연료인 석유는 지구환경 보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석유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동물의 뼈와 털, 가죽으로 안경테와 옷, 가방 등을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은 동물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야 한다. 책상과 의자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나무가 잘려나가고 광물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산들이 파헤쳐질 것이다. 지구환경 파괴의 주 범으로 몰린 석유의 역설이다.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의 강연은 항상 두 장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1900년에 찍은 뉴욕 5번가 사진은 거리에 마차가 가득 차 있고 자동차는 딱 한 대밖에 없다. 1913년에 찍은 사진엔 같은 거리가 자동차로 뒤덮여 있고 마차는 한 대뿐이다. 그는 불과 13년 만에 그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는 자동차라는 '파괴적disruptive' 기술이 만들어냈다고 설명하며 지금도 이런 파괴는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 사진을 보면서 드는 엉뚱한 생각은 만약 자동차가 발명되지 않았으면 그 많은 말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배설물이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하 는 것이었다. 말 한 마리가 20kg가 넘는 대변과 4리터 이상의 소변을 배 설한다는데 수천 마리의 말들이 대변과 소변을 한꺼번에 쏟아내면 길거 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4분의 1을 말들 이 먹어치웠다고 한다. 자동차가 아니었다면, 아니 석유가 아니었다면 지구는 진작 거덜났을 수도 있다. 이 또한 석유의 역설이다.
- 천연가스가 발전연료로서 석탄을, 그리고 수송연료와 석유화학 원료로서 석유를 대체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천연 가스의 가격이 현격히 떨어졌기에 가능했다. 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석 유는 아직도 상대적으로 비싸 전기를 만드는 데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이 향상된 천연가스는 더 많은 물량이 전기 생산에 쓰 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전기 생산의 20%를 천연가스가 담당하고 있는 데 이 비중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또한 천연가스가 연소하면서 배 출하는 오염물질은 석탄의 절반 정도, 석유의 3분의 2에 지나지 않는다. 셰일층에서 천연가스가 쏟아져 나오고 이것이 석유를 대체하니 석유는 갈 데가 없고 유가는 폭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2014 년 이후 유가 하락의 본질이다. 그래서 저유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고체연료인 석탄의 시대 100년이 지나고 액체연료인 석유의 100년 시대를 지나 기체연료인 천연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 붐이 '혁명'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산업과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셰일 에너지의 개발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과 연결 되어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 석유 수요는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일정한 패턴을 띠고 있다. 따라서 유가의 단기 변동은 공급자들에 달려 있으므로 공급자간 역학관계를 이 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은 시장의 주공급자이고 미국을 위시한 비OPEC 산유국들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주요 소비자의 역할도 함께 한다. 비OPEC 산유국들은 자신들이 생 산한 원유를 먼저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OPEC에서 수입한다. 공급자 가 수요자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OPEC은 잔여 공급자residual supplier' 또는 '시장 균형자market balancer'로 불린다. 즉, OPEC의 공급량은 재고가 반영된 세계 수요에서 비OPEC 산유국들의 공급을 뺀 잔여물량이다. 따 라서 비OPEC 국가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물량 이외에 추가로 필요한 수 요보다 OPEC 국가들이 더 많이 생산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더 적게 생산 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비OPEC 산유국들의 추가수요도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에 대응하는 OPEC의 공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래서 OPEC의 수장인 사우디가 내놓는 공시가격을 보면 단기적 유가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유가의 흐름을 가장 심플하게 보는 방법이 바로 OPEC의 실제 생산과 잔여 공급자로서 OPEC에게 요구되는 물량, 즉 '콜 온 오펙call on OPEC'의 차이를 보는 것이다. 2014년 하반기 유가 하락과 2016년의 반등 등 유가의 주요 흐름이 이 차이에 따라 움직였다. 물론 '콜 온 오펙'이란 말은 다분히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나온 것이고 공정한 경제적 개념이 아니다. 가령 자동차 생산에 비유하면, 미국 정부가 GM과 포드로 국내수요를 채 우고 나머지 부분을 현대차나 도요타가 채우도록 한다면 공정한 시장경 쟁이 아니다. 그래서 이 용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어려운 유가의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은 아직 유효하다.
- 간단하게 말하면, 2014년 유가 폭락은 지난 100년간 석유시장을 주무 르던 미국과 사우디가 새로운 진입자인 개도산유국과 러시아의 힘을 빼 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벌인 저유가 전쟁의 결과이다.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 업자들을 도산시키기 위해 유가를 낮추었다는 항간의 주장은 지엽적 분석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정치적 이해타산이 고려되지 않았으 며 미국 셰일혁명의 폭발력을 과소평가한 주장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기구들조차 유가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유가가 폭락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120달러니 150달러니 하면서 유가상승에 배팅했다. 유가 폭락이 시작된 후에도 셰일업자의 생산비용 마지노선이 최소 70달러이니 그 밑으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들이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 을 보기까지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유가 하락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유가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크게 보면 15년을 주 기로 사이클이 바뀌고 있다. 석유가 세상에 나온 후부터 1970대 초반까지는 저유가 기간이었다. 배럴당 3달러를 넘지 않았다. 1차 변동은 1973 년과 1978년 두 차례의 중동발 오일쇼크로 발생했다. 유가가 폭등하여 1979년 12월 40달러까지 올라갔다. 30달러 이상의 고유가는 1986년까지 이어졌다. | 2차 변동은 유가 하락이다. 유가 상승이 유전개발을 자극하여 북해에 서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는 등 생산이 크게 증가하여 그 후 15년간 20달 러 이하의 저유가 시기가 진행되었다. 1999년에는 10달러 선까지 떨어지 기도 했다. 유가가 떨어져 수입이 감소한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손실을 보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3차 변동은 다시 상승이었다.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의 경제가 팽창하고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호전되어 석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유가가 배럴당 138달러까지 치고 올라갔다.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 폭락은 4차 변동이다. 4차 변동기의 유가 하락은 과거의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번 유가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량의 증가이며, 그 진원지는 미국이다. 셰일층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2000년대 후반 들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 시장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고 그것이 쌓였다가 한꺼 번에 터지면서 2014년 하반기 유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2012년 하루 평균 615만 배럴에서 2014년 말에는 900만 배럴까 지 치솟아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950만 배럴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2014년 세계 원유생산은 하루 평균 7,500만 배럴 정도였는데 세계 생산증가량과 미국의 생산 증가분이 거의 일치했다. 미국 셰일생산으로 인한 하루 200만 배럴 정도의 초과 생산분이 가격 폭락을 이끈 것이다. 국내에 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급증하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었던 미 국의 원유 도입은 급격하게 줄 수밖에 없었고 미국시장이 받아주지 못한 잉여물량이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쏟아지자 국제유가는 속절없이 폭락하게 된 것이다. 2015년에는 초과공급이 170만 배럴로 줄었고 2016년에는 100만 배럴로 줄었다. 유가도 2016년 초 저점을 찍은 후 반등했다.
-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에너지 지정학을 바꾸고 있다. 석유를 개발한 미국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 석유를 바탕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열었다. 1970년대 석유 생산의 중심이 중동으로 넘어가자 에너지 지정학도 바뀌었다. 오일쇼크를 경험한 미국은 대외정책의 최우 선을 석유와 수송로 확보에 두었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가속 화되었다. 오랫동안 에너지 지정학은 소비국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다툼이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셰일혁명은 전혀 다른 에너지 지정학을 열었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자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었고, 생산자들은 팔기 전쟁에 돌입했다. 에너지 독립을 쟁취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며 '아시아 피봇'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강자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연결하는 '일대일로'로 맞서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에너지에 다가서자 팔로를 잃은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으로 아시아 국가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마음이 급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사주는 대신 정치적 지지를 확보했다. 중국이 뭐라고 하는 러시아는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에 냉전체제 를 강화시켰고 이에 대한 미국의 선택은 일본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여 파로 에너지난에 처한 일본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고 안전한 수송을 빌미로 집단적 자위권도 허용했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친환경 에너지인 천 연가스와 신재생으로 옮겨가자 그동안 에너지에서 소외되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후진국들에게도 석유 사용의 기회가 주어졌다. 에너지 사용의 불평등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워진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의 자원쟁탈에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고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
- 사우디와 이란은 OPEC의 최대 라이벌로 산유국의 중추자리를 두고 끊임없이 다투어왔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란과 사우디의 산유량은 거의 비슷했다. 1970년의 경우 사우디와 이란의 산유량은 하루 385만 배럴로 똑같았다. 그러나 이후로 두 나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이란은 감산을 해서라도 유가를 올려 산유국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강경 파의 입장을 대변한 반면, 사우디는 가격보다 물량에 중점을 두면서 산 유량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사우디가 정책을 바꾼 계기는 1976년 미국과 사우디의 '빅딜'이었다. 오일쇼크 이후 막후에서 접촉을 해오던 두 나라는 1976년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가 사우디를 방문해 모종의 합의를 이루었는데, 핵심 내용은 사우디는 미국에게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약속하고 원유 거래를 미국 달러로 결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유 판매를 통해 취득한 달러는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때부터 사우디는 미국의 가장 큰 국채 보유 국이 되었다.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게 되니 그 전까지 달러를 투매하던 나라들은 다시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미국은 달러패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달러 투매와 유가 급등으로 추락하던 미국을 살린 결정적 인 합의였다.
이 엄청난 합의를 해준 대가로 사우디가 얻은 것은 세계 최강 미국의 군사적 도움으로 사우디 왕정을 보호하고 숙적 이란의 힘을 빼는 것이 었다. 그리고 아람코의 지분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아 숙원사업이던 국 유화를 이루었다. 이 합의 이후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 원유수출에 큰 제약을 받았고, 이란을 묶어둔 사우디는 증산을 계속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사우디는 산유량을 1970년 하루 385만 배럴에서 1980년 이후 1,000만 배럴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100만 배럴로 쪼그 라든 이란과의 격차를 900만 배럴로 벌리기도 했다. 2015년 핵 타결 이후 이란이 산유량을 늘려 제재 전 수준인 400만 배럴 직전까지 올렸지만 여 전히 600만 배럴 이상의 차이가 있어 사우디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 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이란은 많은 매장량을 바탕으로 생산설비를 늘려 산유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란의 매장량은 1,580억 배럴로 사우디 2,670억 배럴의 59%이지만 생산량이 40%에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이란의 생산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 사우디에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 2014년 유가 폭락에도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려 유가 하락전쟁을 벌인 이면에는 좀 더 비싼 비용으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이란과 아사드 정권을 도와주는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석유시장의 오랜 라이벌인 이 두 나라의 에너지 기반을 약화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 또한 무시 못할 전리품이다. 이렇게 중동에서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은 생각보다 깊고 질기다. 같은 종교끼리 왜 그러냐 싶겠지만 역사적으 로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종교나 종파 간 분쟁이 더 참혹한 결과를 가 져온 점을 보면 1400년을 이어온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쉽게 풀어질 문제는 아니다.
- 미국의 외교정책은 오랫동안 자본가들이 관여했고 실제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미 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대외정책 싱크탱크로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해 오고 있어 '진짜 국무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유엔 창설도 주도했고 일본에 대한 핵공격, 미국의 핵전략, 베트남 전쟁 개입, 중국과의 화해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가장 권위 있는 외교잡지인 《포린 어페어 Foreign Affairs》도 발간하고 있다. 1921년 창립 된 CFR은 실제로 미국의 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창립 당시에도 석유 왕 존 록펠러, 금융왕 JP 모건 등 최고의 기업인들이 주도했으며 그들의 후예들이 지금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록펠러의 가문은 지속적인 영향력 을 행사하고 있는데 많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록펠러 가문의 대외전략을 자문했던 키신저의 후예들도 관여하고 있다. 현재 CFR 회장직은 미국의 거대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 창립자가 맡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이 산업과 금융, 농업 등 거대기업의 이익에 맞추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의 재산과 자본을 보호하고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국 외교의 핵심 목표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확산이라는 가치는 그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외교의 논리는 넓은 지역에 미국식 자본주의 질서가 퍼지면 평화와 번영이 온다는 것이다. 맥도널드가 진출한 나라끼리는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 속에도 햄버거와 콜라와 주유소의 기름조차도 미국 자본의 이익이 숨어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이익이 곧 미국의 국익이다. 해외시장에서 이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길인 것이다. 최고 자본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이러한 논리의 반영이다. 자본가를 위한 외교정책은트럼프 시대에 더 노골화될 것이다.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메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건설은 미국 셰일혁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셰일가스 생산이 시작되고 2010년 즈음부터 미국 각지의 셰일유전에서 원유와 천연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에너지 독립이 현실로 다가왔다. 더 이상 중동 원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중동에서 수입하던 원유를 크게 줄였다. 따라서 중동 원유 확보라는 목적에 맞게 짜여 진 미국의 대외정책도 바뀌었다. 중동에 엄청난 돈을 쏟아 넣을 이유도, 군사적으로 개입할 이유도 없어졌다. 대신 떠오르는 새로운 적대세력 중 국이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1년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 이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을 너무 나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의 대응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급속히 가까워진 것은 이 때문 이다. 한때 적대세력이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에너 지라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유가 폭락으로 경제 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러시아가 '신동방정책'이라는 기치 아래 중국이라 는 거대시장을 얻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에너지를 팔아야 하는 러 시아와 에너지를 사야 하는 중국이 아시아로 돌아온 미국에 공동대응이 라는 목표로 급속히 가까워진 것이다.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두 번째 방안이 바로 일대일로 전략이다.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에 맞서 해상과 육지의 루트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과 연결을 꾀하는 것이다. '일대一帶 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과거 당나라 의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부활을 의미하고, 일로一路”는 명나라 때 정 화鄭和의 대선단이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이었던 해상 실크로드의 부활을 꾀한 것이다. 과거 세상의 중심이었던 당나라(육상)와 명나라(해상)의 실크로드 영광을 재현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시진핑 주석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 에너지는 러시아에게 중요한 정치적 무기다. 특히 적대적인 서유럽 국가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에너지만큼 긴요한 무기도 없었다.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밸브를 잠그기만 하면 유럽 국가들은 꼼짝없이 에너지 대란에 빠졌다. 국경을 나누는 CIS 국가들이 친서방 움직임을 보이면 여지없 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려 꼼짝 못하게 했다. 2006년 1월, 러시아는 갑자기 우크라이나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밸브를 닫았다. 단 사흘 동안 공급을 중단한 것이지만 우크라이 나와 이웃 유럽 국가들을 에너지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발전소 와 난방 시스템은 멈추고 주민들은 속절없이 한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 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가스요금 인상 거부와 저장가스 도용이 공급중단의 이유였지만 실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의사를 밝힌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보복 조치였다. 러시아는 같은 달 우크라이나 의 남서쪽 접경국인 몰도바의 친 서방 정책을 이유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 정확히 3년 후인 2009년 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공급을 2주간 중단했다. 가스가격 협상 결렬이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의 조지아 공격으로 국제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EU와 NATO 가입을 추진한 것에 대한 정치보복이었다. 유럽은 다시 추위에 떨어야 했다. 2006년 11월과 2007년 1월에는 친서방 정책에 대한 보복을 이유로 조지아와 벨로로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했다. 난방이 필요한 겨울이어서 이들 나라의 타격이 컸다.
- 러시아의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집권한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스트롱 맨'이다.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때문에 총리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대통령에 오른 그는 2024년까지 장기집권을 현실 화시키고 있다. 오스만제국 시절의 부흥을 꿈꾸는 '21세기 술탄' 에르도 안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2003년 의원내각제의 최고 자리인 총리에 올 라 집권한 그는 총리의 4선을 금하는 헌법 때문에 할 수 없이 상징적 지위 인 대통령으로 있다가 아예 대통령제로 헌법을 뜯어고쳐 2014년 당선되었다. 5년 임기에 중임할 수 있어 2024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4년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기 대선을 결정한다면 의 회의 동의를 거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이 경우 임기는 2029년까지 연장 된다. 푸틴과 에르도안의 목표는 선명하다. 러시아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영화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러시아는 최대 수입원인 에너지 의 안정적 판매를, 터키는 최고 난제인 에너지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그 것을 위해 영원한 앙숙 차르와 술탄이 손을 잡은 것이다.
- 역사는 작용과 반작용의 연속이다. 에너지 지정학에서도 그렇다. 발단은 셰일혁명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천연가스와 원유가 쏟아져 나오자 미국은 최대 과제이던 에너지 독립을 이루게 되었고, 원유 확보를 위해 1970년대 이후 중동에 집중되었던 대외관계의 축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셰일자원이 대량 생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즈음인 2011년 미국은 '아시아 피봇'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중시정책을 내세웠다. 중동대신 새 롭게 떠오른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아시아 피봇'에 맞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여 지정학적 도전을 뚫겠다는 방안이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의 또 다른 선택은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사 태 이후 셰일혁명으로 힘을 받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에 당면한 러시 아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제재로 유럽 에너지 시장을 잃을 체 지에 놓인 러시아는 자국판 아시아 피봇인 동방정책을 들고 나왔다. 절 대로 같은 이익을 추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던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라는 아이템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열어 나가며 동북아의 신냉전구도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초유의 에너지 위 기에 직면한 일본은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을 통해 집단적 안보와 미국과 의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다. 셰일혁명의 지정학적 여파가 한반도 주변 상황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몽골 고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산 넘고 물 건너 한 국까지 보내겠냐는 것이었다. 엄청난 길이의 전선과 송전탑 문제는 고사 하고 1,000km가 넘는 먼 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또한 국가별 계통사정과 주파수가 달라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전기는 우리나라에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바로 '송전혁명'을 이룬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스템이다. 미국의 GE(제너럴일렉트릭)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전력을 전력용 반도체를 이용해 초고압직류로 변환시켜서 송전한 뒤 교류로 재변환시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대용량 전기를 2,000km가 넘는 장거리로 수송하는 것이 가능하며 송전탑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전력을 인위적으로 제 어할 수 있고 전압·주파수가 다른 두 교류 계통을 연계시킬 수도 있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제주도로 보내는 데 HVDC가 사용되고 있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전기로부터 고립된 섬이었다. 원전도 없고 천연가스 공급도 최근에야 시작되어 전기는 소량의 신재생을 제외하고 전부 비싼 석유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 해저 HVDC가 깔리면서 육지의 싸고 품질 좋은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진도에서 제주까지 113km 길이의 케이블을 로봇이 해저지형에 맞게 땅속 깊이 매설했다. 해저 케이 블의 손상을 막기 위해 레이더 시스템을 이용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야말로 첨단 ICT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셈이다. 새로운 기 술들은 먼 섬 지역에도 고품질의 전기 공급을 가능케 하며 육지에서 멀리 설치된 해상 풍력발전에도 적용되고 있다. 송전탑이 없이도 수천 km 떨 어진 곳에 전기를 보내는 기술이 세상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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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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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은 습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객은 본능적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브랜드를 찾게 되어 있다. 모든 브랜드가 1등 브랜드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1등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 큼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맛, 환경, 그리고 사용법에 익숙해지면 바꾸는 것이 힘들다. 익숙한 것과 신선한 것 사이에서 처음에는 신선 함에 끌리지만 점차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신선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브랜드가 습관을 통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고객에게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은 곧 이탈한다.
- 유권자들은 드러내놓고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PC나 스마트폰에서는 본인이 궁금한 또는 당선되었으면 하는 트럼프를 더 많이 검색한 것이다. 구글의 검색 데이터는 꽤 정확하게 지역별로 트 럼프와 힐러리의 선호 비중까지도 보여준다.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Everybody lies 라는 책에서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튜어트 가브리엘 교 수의 말을 인용하여 선거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굉장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선거와 관 련된 인터넷 서치의 대부분은 두 후보의 이름을 포함한다. 그런데 재 밌는 사실은 트럼프가 들어간 검색어 중 12%만 클린턴이 함께 들어간 반면에 클린턴이 들어간 검색어 중 트럼프가 함께 들어간 비중은 무려 25%를 넘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을 같이 쓰는 경우에도 사람 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후보의 이름을 앞에 쓰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속일 수 있다. 그런데 구글 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는 그 순간 본인도 모르는 본인의 마음이 자연 스럽게 나오게 된다. 원래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본인의 진심을 드러내는 법 아닌가. 미국의 대선 결과는 무의식적인 인터넷 검색의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전체 데이터의 합이 어떻게 사람들의 심리와 선호를 보여주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스티치픽스는 지속적인 알고리즘 개선을 바탕으로 스타일 구독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고객들이 데이터 기반으로 옷을 구매하는 다이렉 트 바이Direct-Buy 모델도 2019년에 론칭했다. 이미 저장된 고객들의 선호 스타일과 사이즈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브랜드 옷들 중 본 인의 스타일을 쉽게 찾아서 구매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류에서는 스티치픽스가 아마존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스티치픽스는 데이터 수집과 그 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의 개발, 개선, 고객 구매 경험에의 적용에 뛰어난 회 사다. 
스티치픽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데이터 사이언스다. 스티치픽 스는 340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 데이터 안에는 고객들의 피드백과 함께 사이즈 정보와 선호와 비선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어떤 고객들은 몸의 어떤 부분이 살이 쪘고 어디를 가리고 싶은지 등의 굉장히 개인적인 정보들을 회사에 공개한다. 그리고 이런 상호 피드백들은 스티치픽스가 고객과의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게 도와준 다. 더 많은 고객들이 가입할수록 더 많은 정보가 모이게 되고 이러한 정보들은 회사의 알고리즘이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데이터 사이언스만큼 스티치픽스 고객을 더욱 만족시키는 것은 기술 위에 올라간 감성이다. 단순히 기술 지향적으로만 접근하 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제공한 데이터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스 타일링 의류를 선별하지만 최종 스타일 선정은 스타일리스트가 직접한다. 시간, 장소, 상황TPO, 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사람의 감성을 최종 의류 선정 시 반영한다. 그리고 스티치픽스의 배송 박스, 그 안에 픽스된 의류들의 포장 방식, 그리고 스타일링 매뉴얼 등은 받는 사람에게 선물받는 느낌을 준다. 스티치픽스는 첫 거래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런 노력은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재 방문하게 하는 힘이 된다
- 가격은 이미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통제력을 벗어났다. 디지털 세상의 오픈된 정보는 가격이 통제권 안에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그 안에서 채널과 판매자 간의 가격 경쟁은 가격을 지속 하향 압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격과 판매량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가격 결정이 중요하다. 판매량 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무리한 가격 할인은 기업의 손익을 악화시킨다. 계속 움직이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해야 적시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고객의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격이고, 기업 의 매출과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도 가격이다.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구매전환율을 높이고 고객의 구매 경험에서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기업의 손실은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판매량에서 출발하지 않고 검색량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검색량은 고객의 관심도이다. 관심도가 가장 높은 상품에 대해 이슈가 없다면 기업은 적어도 기회손실은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색량이 높은데 판매량이 높지 않다면 고객이 구매하고 싶은 것을 구매하지 않은 것이므로 기업으로서는 기회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검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일 단위와 주 단위로 분석해서 디테일하게 관리하자.
고객들이 어떤 상품들을 검색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특히 상품과 마 케팅 담당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객의 관심사를 체크해 중요한 상품의 취급을 확대하고 판매로 연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이 찾는 상품 중 우리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는 상품과 브랜드의 구색 확대의 문제인지, 아니면 카테고리의 문제인지 파악해서 제대로 된 상품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취급 상품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시즌 이슈에 선제 대응하는 것도 검색어 기반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회 상품의 구매 전환율은 우리 상품 의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 경쟁력을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계절이 사계절로 나뉘어 있어 어느 시즌이 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구매가 확대되는 제품들이 있다. 시즌 아이템이다. 사계절 변함없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 제품도 있다.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에 의해 단기적으로 구매가 일어나는 제품들도 있다. 검색어 데이터는 이런 제품들의 일상성과 시즌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검색어 트 렌드를 이용해서 사전에 시즌 상품의 판매 시기, 진열 위치, 이벤트 여 부 등을 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 제품을 검색할 때 카테고리를 검색하는지, 아니면 브랜드를 검색하는지도 중요한 사항이다. 브랜드를 검색하는 제품이라면 검색 상위에 있는 해당 브랜드는 반드시 구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가격 경쟁 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요하고 많은 고객이 찾는 상품 일수록 고객들은 필수적으로 타 사이트와의 가격 비교를 한다. 따라서 중요한 시즌에 중요한 아이템을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 사이트에서 구매하게 만드는 판매 손실을 넘어서 쇼핑몰의 가격 이미지와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품질에 의해 얼마든지 가격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예외가 있다.
- 만약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와서 반복적으로 입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검색되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제품 취급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검색하는 모든 상품과 브랜드를 취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객이 해당 사이트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검색하는 상품이라 면, 그리고 그런 검색에 대해 해당 상품이 조회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반복해서 보게 된다면, 해당 온라인몰을 방문하는 빈도는 점점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검색 데이터를 볼 때 결과가 조회되지 않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더 세부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 고객이 남긴 검색과 후기 데이터에 내부 판매 데이터 정보를 결합 하면 새로운 데이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롯데제과는 2018년 제품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LCIA, Lotte Confectionery Intelligence Advisor를 구축했다. 엘시아는 IBM과 2년간의 협업을 통해 구축한 시스템이다. IBM의 인공지능 콘텐츠 분석 플랫폼인 TBM 왓슨 익스플로러'를 기반으로 수천만 건의 소셜 데이터와 포스 판매 데이터, 날씨, 연령, 지역별 소비 패턴 등 내외부 자료 등을 종합해 미래에 뜨는 상품을 예측 해주는 솔루션이다.
내부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식품에 대한 미래 트렌드를 예 측하고 이상적인 조합의 신제품을 추천해준다. 게다가 추천한 신제품 조합의 예상 수요량도 예측해준다. 엘시아는 제품 트렌드를 분석하 기 위해 제품의 속성을 맛, 소재, 식감, 모양, 규격, 포장 등 7~8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나누고 다시 수백 개의 세부 속성으로 나눴다. 과거 성 공 제품을 새롭게 도입한 제품 속성으로 분석해서 알고리즘을 완성시 켰고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을 만들어 예측의 정확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59 2020년 3월에 롯데제과는 엘시아를 통해 분석한 올해의 식품 트렌드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는데 2020년 트렌드를 아우르는 단어로 'PLEASSANT(pleasant; 즐거운, 기분 좋은)'를 제시했다. 'PLEASSANT'는 식물성 식품(P; Plant - based), 줄이거나 빼거나(L, Low or non), 쉽거나 간편하거나(EA; Easy eat - snack bar), 스트레스 완화·숙면(S;Stress less deep sleep), 딸기의 무한 변신(S; Strawberry), 노화 방지, 건강한 노화(AN; Anti - aging), 차의 귀환(T; Tea)을 의미한다. 해당트렌드를 분석한 롯데제과는 트렌드 정보를 제품 전략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게 될 것이다.
-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2013년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본인의 성공 비결로 '3무無를 얘기했다. 그가 말한 3무는 돈, 기술, 전략이었다. “나는 돈이 없어서 한 푼 한 푼 신중히 사 용했다. 회사를 운영할 때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 전에 머리를 쓰게 됐다.” 그리고 이어 “기술을 잘 몰랐기에 더 나은 엔지니어를 수소문했고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전 세계 80% 사람은 나처럼 기술을 잘 모를 테니 최대한 사용하기 쉽고 단순한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당시 상황에 맞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바꿔나갔다.” 스탠퍼드대 강연에서도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나의 경쟁자들은 모두 나보다 강했다. 나중에 나는 많은 기업가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너무 많아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분이 돈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그때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돈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 서 누군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것을 실패 의 시작으로 본다.” 마윈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순간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말에 동의 한다. 돈은 무엇인가를 해결하는 가장 마지막 방법이어야 한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목적 달성을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적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은 그 양과 종류는 적더라도 자신만의 데이터가 있다. 그리고 외부에도 내부 데이터와 결합해서 분석했을 때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들이 있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객의 불편과 고객 경험의 개선에서 출발하지 않고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처 리하는 기술에서 출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게 오히려 빅데이터 기 술 도입과 역량 확보의 걸림돌이 된다. 기술로서의 '빅데이터'는 원유 와 같다. 정제 작업을 통해 사용 가능한 기름이 된다. 그리고 그 기름은 항공기나 배나 자동차 또는 모든 공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최종목적은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존재해 최종 가치를 내는 것이 아니다.
기술자와 데이터에서 출발하면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제 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어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 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보다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 지, 그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어떤 인프라와 솔루션 투자를 해야 하는 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결국 그걸 활용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의 단 계에 가면 “그래서so what?"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목적이 없이 기술 관점에서만 시작했기 때문이다.
- “시작하기 위해 위대할 필요 는 없지만,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지그 지글러)
- 무작정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지 말고 목적부터 정하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데이터의 바다에서 오랫동안 헤매게 된다. 어떤 데이터가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목적을 정해야 하지? 단순하게 생각하자. 이미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빅데이터의 출발은 비즈니스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비즈니스 목적인 매출과 이익을 높이려면,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이 사줘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우리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을 명확히 하고 그 고객에게 우리의 어떤 강점을 어필하여 구매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이든 마케팅이든 실행에 옮기기 전에 목적을 사전에 정 해놓는 것은 운전하기 전에 목적지를 설정해놓는 것과 같다. 목적지로 가는 경로는 아주 다양하다. 시간이 빠른 길도 있고, 좀 돌아가더라 도 막히지 않는 길도 있고, 통행료가 가장 저렴한 곳도 있고, 운전하기 편한 길도 있다. 목적지가 확정되어 있으면 길을 잠시 잃거나 갑자기 교통이 막혔을 때 다시 그 길에서 내비게이션 안내에 맞추어 최적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대부분의 리더는 회사에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있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잘 모른다. 당연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경우도 별로 없다. 일단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면 데이터를 무한으로 파고들면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만 할 뿐 의미 있는 인사이트와 실행 방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너무 과도한 분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부분 기업이 빅데이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미를 도출하고 인사이 트를 발견하여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서 어떻게 분석해야 원인을 찾고, 어떻게 활용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다.
- 빅데이터 분야가 유독 벤치마킹이 쉽지 않은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와 알고리즘이다. 실제 그 안에서 돌아가는 알고리즘은 밖에서는 정확하 게 파악할 수 없다. 빅데이터와 관련해 눈에 보이는 것은 데이터 센터 다. 플랫폼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가지고 있다. 하나 의 데이터 센터는 축구 경기장 5~7개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짓는다. 이런 데이터 센터를 구글과 아마존은 전 세계에 대륙별로 몇 개씩 가 지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는 걸 데이터 센터 규모만 봐도 상상할 수 있다. 데이터는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결과물 도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기 쉽지 않다. 결과물도 개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이 적용되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로그인 페이지와 비교하기 전에는 얼마나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지 확인이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그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 투자 효과도 천천히 나오게 되면 더더욱 벤치마 킹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어렵다. 지속하기 도 쉽지 않다.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부터 언제까지 얼 마만큼 투자해야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 고 빅데이터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면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경험 혁신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효과가 나오더라도 효과 자체를 숫자로 검증해서 보여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것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 분야의 벤치마킹과 활용이 더딘 이유다.
- 아마존의 개인화 알고리즘이 적용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하지 만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개인화 알고리즘 적용은 아직 5년 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온라인 플랫폼별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추천 알고리즘을 조금씩 확대 적용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처음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했을 때 감성적인 메시지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보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에게 필요한 것 을 주는 게 훨씬 성과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 정에 확신을 얻었다. 그 후 지속적으로 데이터 수집, 추천 알고리즘 확대, 개선에 힘썼다. 아마존의 경쟁력 중 하나가 데이터를 통한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아주 오랫동안 국내의 많은 쇼핑몰들 은 추천 알고리즘 도입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그건 아마존 얘기이고 우리도 그렇게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더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또한 알고리즘 도입을 위한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데이터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 “세상에서 가장 최고를 가져와서 더 잘 만들어라. 최고가 존재하지 않으면 새롭게 창조해라Take the Best, Make it Better. When it does not exist, Create it!” 홈플러스의 전 CEO인 이승한 회장이 자주 하던 말이다. 지금 빅데이터도 인공지능도 사물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해당 부서의 현업 담당자들 단위에서 업무 단위에서 최고로 잘하는 회사를 찾아내어 배우고, 우리 회사에 맞는 방식으로 더 멋 지게 창조해보자.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는 회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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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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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짓밟힌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수단이었다. 보급 초기에 말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같은 이동 거리와 자유를 제공했다. 유전학자인 스티브 존스Steve Jones는 자전거의 발명이 근래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인접 지역 밖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고, 사귀는 일이 마침내 쉬워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사회적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제조업 부문의 혁명도 초 래했다. 19세기 전반기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정밀 가공한 대체 가능 부품들이 미 육군의 군용 화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초기에 민간 기업 들은 이런 대체성을 완전히 모방하느라 비용을 너무 많이 들여야 했다. 고정밀 군수품 제조와 복잡한 부품의 폭넓은 대량생산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 제조 업체는 품질을 희생시키지 않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냉간 강판을 새로운 형태로 찍어내는 것과 같이 간단하면서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은 또한 볼베어링, 공기 타이어, 디퍼렌셜 기어, 브레이크도 개발했다.
헨리 포드 Henry Ford 같은 자동차 생산자들은 이런 제조 기술과 혁신적 인 부품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최초의 안전 자전거는 1885년에 영국 코번트리에 있는 로버Rover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로버가 자동차 업계에서 주요 업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전거 제작에서 자동차 제작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이상적인 조건에 서 모든 경매는 동일한 매출액을 올릴 것임을 증명하는 유명한 정리를 만 들었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 정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리는 문제를 지 나치게 단순화한다. 경매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 서 속임수를 쓸 수 있는 허점이 있거나 입찰자들이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 드는 요소가 있으면 크게 실패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경매가 활용되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판매자가 그냥 원 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가령 동네 슈퍼마켓에서 는 배추를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 그 답은 경매란 판매되는 물건의 가치를 누구도 확실히 모를 때 효력을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베이eBay에서 팔리는 중고 제품이 명확한 사례다. 하지만 미탐사지의 석유 시추권, 다빈치의 그림,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사용권 등 다른 사례도 많다. 과거에는 주파수 대역 같은 공유자원을 미 미한 금액으로 특혜 기업에 넘겼으나 지금은 정부가 경매에 부쳐 수십억 달러를 챙긴다.
이런 각 사례에서 진정한 가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각각의 입 찰자는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경매는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가격으로 바꾼다. 이는 상당히 교묘한 방식이다. 로마인들은 경매의 교묘함을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겁먹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한니발의 귀에 들어가도록 경매 결과를 흘렸다.

- 튤립 구근이 정말로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보기만큼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튤립 구근은 튤립만 피우는 것이 아니 라 자구offset라는 구근을 추가로 만든다. 아름다운 패턴을 지닌 튤립은 자구도 비슷한 패턴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희귀한 구근을 소유하는 것은 우승 경주마를 보유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즉,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지 만 자손을 낳을 잠재력 때문에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부자들이 특이한 튤립을 갖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근에 고가를 지불하는 것은 전혀 바보 같은 짓이 아니다.
금융 버블은 기대가 전환점에 이를 때 꺼진다. 충분한 사람들이 가격 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 더 큰 바보들의 공급이 줄어든다. 이 점이 1637년 2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가격 폭락을 설명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론도 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같은 희귀 튤립의 구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따듯한 도시 중 하나인 하를럼에서 2월은 튤립의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시기다. 풍부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본 구근 거래자들은 구근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희귀 튤립은 생각 했던 것보다 덜 희귀할 것임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격 하 락은 거품의 파열이 아니라 공급의 증가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광풍은 잦아들었다. 그 여파는 고통스러웠다. 많은 거 래가 현금과 구근의 교환이 아니라 향후에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이 뤄졌다. 돈이 없는 구매자와 구근이 없는 판매자 사이에 누가 무엇을 누 구에게 얼마나 빚졌는지를 두고 엄청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구가하던 네덜란드의 경제는 계속 순항했다.

- 영화 로열티royalty(저작권)가 있기 전에는 그냥 로열티royalty (왕족)만 있었다. 1760년대에는 영국의 여왕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없었다. 웨지우드의 퀸스 웨어 도박은 멋지게 성공했다. 그는 판매량이 “실로 놀랍다고 적었다. 퀸스 웨어는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 역사학자인 낸시 콜Nancy Koehl에 따르면 “중산층 고객은 낮은 가격보다 품질과 유행으로 확보해야 했다? 
웨지우드는 자신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많이 쓰이고 호 평을 받는 것에 홍보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효용 및 외양이 차지 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는 이제부터 “제품 자체만큼이나 왕실 혹 은 귀족의 인정을 받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웨지우드가 다음에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나름의 쿨헌팅coolhunting에 착수했다. 그는 그랜드 투어 Grand Tour를 하는 동안 미술품을 갖고 돌아오는 부유한 미술품 수집가들, 즉 비르투오소 virtuoso들에게 접근했다. 그가 발견한 가장 인기 있는 신상품은 당시 이탈 리아에서 출토되던 에트루리아 Eruscan 도자기였다5 웨지우드가 비슷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연구실에서 금분bronze powder, 황산화 철, 미정제 안티몬antimony 등으로 실험해 에트루리아 스타일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료를 개발했다. 그는 운하 옆에 세운 공장의 이름을 뻔뻔하게도 에트루리아'라고 지었다.
귀족 고객들은 신제품에 열광했다. 한 노년의 영주는 꽃병 세 개를 주 문하며 “고대 그리스, 로마인 들보다 뛰어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후에도 웨지우드는 실험을 계속했다. 전통적인 공법은 점토를 구운 다음 페인트나 에나멜을 바르는 것이었다. 그는 불에 굽기 전에 금속 산화물로 점토를 염색해 신기한 반투명 효과를 내는 법을 알아냈다. 그 결과 지금 도 웨지우드 브랜드라고 하면 연상되는 뚜렷한 담청색에 백색 장식이 도 드라진 재스퍼 웨어 Jasper Ware가 만들어졌다.
재스퍼 웨어는 또 다른 초대형 성공작이었다. 역사학자 제니 어글로 Jenny Uglow의 말에 따르면 웨지우드는 “유행을 그저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출했다.
그런데 왜 웨지우드는 코스 추측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난 뒤 귀족 고객들은 웨지우드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답은 유행의 낙수 효과 이론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모방하려 할 때 당신이 이미 상층부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당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게 된다. 현재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행을 코스 추측의 예외로 분석 한다. 잠시 기다리면 어떤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아도 때로는 지금 바로 갖고 싶어 한다. 웨지우드는 여왕의 환심을 사고 몇 년 뒤 퀸스 웨어가 “이제는 어디에서나 저속하고 흔해빠진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중산층과 달라지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사들여 부와 훌 륭한 취향을 뽐내야 했다. 웨지우드는 언제나 그들에게 팔 새로운 것을 갖고 있었다.

- 역사학자이자 황금빛 대학살 Golden Holocaust)의 저자인 로버트 프록터Robert Proctor는 “담배 산업이 현대 마케팅의 대부분을 고안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담배가 마케팅의 길을 열었을까? 언제나 단 하나의 답은 없다. 담배는 1839년에 황색종건조법flue-curing이 우연히 발견되어 알칼리성을 낮추지 못했다면 고전했을 것이다. 알칼리 성이 낮아진 덕분에 폐까지 연기를 흡입할 수 있게 되어 그냥 입에만 머금 고 있는 것보다 중독성이 높아졌다. 성냥의 발명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 나 주연은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발명가 제임스 본색James Bonsack의 몫이 었다.
본색이 1881년에 신기계에 대한 특허를 얻었으나, 담뱃잎은 이미 수세기 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개비형 담배는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파이프 담배와 시가 그리고 씹는 담배였다. 본색의 아버지 는 모직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 있는 소모기 carding machine, 즉 섬유를 방적사로 바꾸는 기계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마는 데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고안한 기계는 무게가 1톤이었다. 이 기계 는 1분에 200개비의 담배를 뽑아냈다. 이는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것에 육박하는 양이었다.6 그 의미는 담배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뷰캐넌 벅’ 듀크 James Buchanan 'Buck Duke에게 명확한 것이었다. 그는 즉시 본색과 계약을 맺고 담배 시장을 독점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듀크에게 주어진 기회는 숙제도 안겨주었다. 담배를 많이 만들 수는 있는데, 그것을 다 팔 수 있을까? 담배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담배는 기계화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시가보다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도 듀크는 기죽지 않았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바로 광 고였다. 그는 쿠폰과 수집용 카드 같은 수단을 고안했다. 1889년에 그는 매출의 20퍼센트를 판촉에 지출했다. 당시에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1923년 무렵 개비형 담배는 미국인들이 담뱃잎을 소비하는 가장 인기 있는 수단이 되었다.

- 스위프트는 유럽연합이 동의하지 않을 때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이 이런 힘을 가진 이유는 가령 독일 렌즈 제조 업체와 일본 카메라 제조 업체 사이에 오가는 유로와 엔 도 상업적 거래의 보편적인 매개체인 달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스위프트 시스템은 브뤼셀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거래 자체는 미국 은행을 통해 혹은 다국적 은행의 미국 지사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감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은행 을 제재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지정학에 관심이 없지만 지정학은 스위 프트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자인 헨리 패럴Henry Farrell과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interdependence의 사례로 본다. 이는 국제 경제의 강대국들이 공급사슬, 금융 거래, 통신망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아무 때고 감시와 처벌을 일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사인 화웨이 Huawei 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 또 다른 사례다.
이런 전술이 현대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1907년에 심각한 은행 위기 가 미국을 뒤흔들었지만 영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 을 때 영국 전략가들은 깨달았다. 영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금융 중심지로서는 여전히 최고 위치에 있었다. 런던은 은행과 전신선, 세계 최대 보험 시장으로 구성된 금융망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면 금융 시스템을 통한 충격과 공포로 독일 은행을 신속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이 계획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유사한 이런 사례가 미국을 겁먹게 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스위프트 통 신 시스템을 비롯한 국제 경제의 급소를 계속 확고하게 붙잡고 있을 것이다. 이는 강압적인 미국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얻은 기구로서는 상당히 왜곡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스톡옵션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분명히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 전제조건은 비약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지 문제는 스톡옵션이 실제로는 주 어진 기간에 주가를 올리는 일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 를 잘 운영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엔론Enron 주식을 당신에 게 팔고 싶다.13 스톡옵션은 노골적인 사기는 아니더라도 주가에 부담을 줄 만한 정보를 감추고 싶은 유혹을 초래한다.
스톡옵션이 성과를 보상할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면 기업의 이사회가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주주를 대신해 CEO 와 협상하는 것이 이사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또 다른 주인 대리인 문제에 해당한다. CEO가 이사 선임과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뒤를 봐줄 명백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루치안 벱척Lucian Bebchuk과 제시 프리드 Jesse Fried는 『성과 없는 급여Pay Without Performance]에서 이사들은 사실 급여를 성과와 연계하는 데 관심이 없지만 이 무관심을 주주들이 모르게 위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래서 스텔스 보상Stealth compensation 이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보상방식이 되었다. 스톡옵션은 스텔스 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 듯하다.16
아마도 주주들에게는 이사들이 CEO에게 보상하는 방식을 감독할 또 다른 대리인이 필요한 것 같다. 마침 적당한 후보가 있다. 많은 사람은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을 통해 보유한다. 이 기관투 자자들이 CEO와 더 강력하게 협상에 임하도록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대주주가 통제력을 약간 발휘하면 경영진의 급여 와 성과가 보다 제대로 연계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단히 드물어 보인다.
경영진의 급여는 일반 직원 급여와의 간극이 미국보다 작은 나라들에서도 종종 신문에 오른다. 이 점을 감안하면 무엇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말해주는 증거가 놀랍도록 적다. CEO의 경영 성과를 얼마나 잘 평가할수 있을까? 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60년대의 경영진은 일반직원보다 20배밖에 더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 개선에 대한 동기가 약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다른 한편 대기업 경영자의 좋은 결정은 나쁜 결정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실제로 이 CEO들은 수천만 달러의 급여를 받을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한때 목소리를 낸 과도한 경영진 급여에 여전히 분노하는 유권자나 노동자들에게는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CEO는 돈을 더 벌 줄 알 만큼 영리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지 따질 만큼 현명했던 탈레스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미국의 납세자들은 GPS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댄다. 대단히 관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계속 그들의 인심에 기대는 것이 현명할까? 사실 GPS가 유일한 위성 항법 시스템은 아니다. GPS만큼 뛰어나지는 않지만 글로나스 GLONASS 라는 러시아의 시스템도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베이더우Beidou와 갈릴레 오Galileo라는 상당히 진전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다. 일본과 인도도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이런 대안 위성들은 GPS가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구미가 당기는 군사적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두의 시스템을 다운시키기 위한 우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거대한 태양 폭풍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지상에서 위성 항법 기능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다. 주요 대안은 이 로란eLoran 으로 불리는데, 이로란은 전 세계를 포괄하지 않는다. 또한 일 부 국가는 자국의 고유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많은 노력 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란이 지닌 큰 장점 중 하나는 신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GPS 신호는 2만 킬로미터를 지나 지구에 당도할 때 아주 약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방법만 알면 쉽게 신호를 방해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직업적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시스템 전체가 운된다든가 하는 묵시록적 시나리오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테 러 집단이나 국가가 특정 지역에서 부정확한 신호를 GPS 수신기에 전송 해 시스템을 망가뜨릴 위험을 더 걱정한다. 텍사스 대학교 공학 교수인 토드 험프리스 Todd Humphreys는 신호 조작으로 드론을 추락시키고 슈퍼요 트를 다른 항로로 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공격자들이 전력망 을 망치거나, 이동통신망을 마비시키거나, 주식 시장을 정지시킬지도 모 른다고 걱정한다.
사실 GPS 신호 조작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 다. 카르피까지 간 스웨덴 부부에게 물어보라. 길을 잃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오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페이스북은 당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첫째,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뉴스피드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가령 당신에게 고양이 동영상 이나, 고무적인 밈이나, 도널드 트럼프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나, 도 널드 트럼프의 정적들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는 이상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둘째, 광고주들이 당신에게 타깃을 잘 맞추도록 돕는다. 광고 효과가 좋을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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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광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오래전에도 가령 스프링필드에 자전거 매장을 여는 사람은 뉴욕 타임스나 굿 하우스키핑 Good Housekeeping 이 아니라 스프링필드 가제트 Springfield Gazette나 『사이클링 위클리 Cycling Weekly』에 광고를 실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크게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스프링필드 가제트 독자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며, 대다수 사이클링 위클리 독자는 스프링필드 근처에 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페이스북이 단지 이 과정을 개선했을 뿐이며,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광고주가 자전거와 관련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 스프링필드 주민에게만 광고를 노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연관 광고 relevant advertising'라는 개념을 방어할 때 주로 이런 예를 언급한다. 하지만 우리를 거북하게 만드는 다른 용도도 있을 수 있다. 임대 광고를 내면서 흑인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은 어떤가? 탐사보도 사이트인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가 이런 일이 가능한지 시 도했더니 실제로 가능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기술적 장애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이 자칭 유대인 혐오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어떤가? 프로퍼블리카는 이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은 우려를 자아낸다. 모든 광고주가 자전 거 매장처럼 무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광고비를 내고 사용자들이 문맥을 파악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치적 메시지를 퍼트릴 수도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라는 회사는 자신들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기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들 이 부분적으로 활용한 방법은 '좋아요 버튼의 힘을 활용해 개별 유권자 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최초로 주장한 미할 코신스키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10대들이 특히 침울할 때를 노려 부도덕한 마케터 들이 제품을 선전한다는 생각은 어떤가? 2017년에 호주의 일간지 오스 트레일리언 The Australian은 이런 능력을 자랑하는 듯한 페이스북 내부 유 출 문서를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관리 실수”가 있 었으며, '감정 상태에 따라 광고 대상을 정해주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기를 바랄 뿐이다. 페이스북이 이전에 슬 픈 소식과 행복한 소식을 취사선택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조작한다고 인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북의 정신 조종 능력은 확실히 제한되어 있는 것처 럼 보인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살핀 전문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분석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온갖 표적화 수법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광고의 클릭률 은 여전히 1퍼센트 미만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스크린 앞에 옭아매고 과도한 양의 주의를 빨아 들여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드는 페이스북의 명백히 뛰어난 능력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셜 미디어가 만든 이 멋진 신세계에서 우리의 충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리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 는 방식에 대한 정서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사회적 인정이 산소처럼 필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면 더 많은 자기애가 답일지 모른다. 만약 이 주제를 다룬 좋은 만화를 보면 나는 꼭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 생태학자들은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야생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누구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기생충과 살충제 그리고 벌들이 여왕벌 만 홀로 놔두고 사라져버리는 불가사의한 봉군붕괴증후군colony collapse disorder 등이 있다. 사육되는 벌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단순한 경제원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즉 벌의 공급이 줄면서 수분 서비스 의 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봉군붕괴증후군은 벌 시장의 모든 실질적인 척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농가는 수분의 대가로 비슷한 금액을 지불하고 특별히 번식되는 여왕벌의 가격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산업적 양봉 업체들은 번식, 여왕벌 교환, 봉군 분할, 우량벌 구입 등 그들이 의지하는 벌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 략을 개발해낸 듯하다. 벌꿀 혹은 아몬드, 사과, 블루베리 품귀 현상이 일 어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그렇다. 벌의 개체 수를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보존하게 만드는 경제적 동기를 칭송해야 할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또 다른 관점은 애초에 자연계를 통제하고 수익화하려는 현대 경제의 오랜 노력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단작單作 농업이 생태계를 바꾸기 전에는 수분을 위해 랭스트로스 벌집을 들여와 주위에 둘 필요가 없었다. 현지의 야생 곤충들이 공짜로 그 일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시장이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긍정적 외부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사례를 찾는다면 야생벌과 다른 곤충에게 도움을 주는 토지 활용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야생화가 자라는 벌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제임스 미드가 조언했을 법한 대로 이런 사업을 보조하고 있다.

- 1960년대 초 베네수엘라의 석유부 장관이었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 폰소 Juan Pablo Perez Alfonzo는 보다 생생한 표현을 썼다. 그는 1975년에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우리는 악마의 배설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가 많은 것이 왜 문제일까? 석유를 수출하면 화폐의 가치가 오른 다. 그래서 석유를 제외한 모든 것이 수입하기에는 저렴해지는 반면 자국 에서 생산하기에는 너무 비싸진다. 즉, 제조업이나 복잡한 서비스 같은 다 른 경제 부문을 개발하기가 어렵게 된다. 한편 정치인들은 종종 자신과 우군을 위해 석유를 독점하려 혈안이 된다. 독재정치도 드물지 않다. 소 수는 부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런 경제는 얄팍하고 취약하다. 적어도 피트 홀에서는 유전이 말랐을 때 사람들이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예 나라를 등지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석유를 대체할 대상이 나오기를 바라는 한 가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론 기후변화가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석유는 지금까지 배터리에 자리 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버텨왔다. 그 이유는 계속 이동하는 기계는 에너지원을 갖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너지원이 가벼울수 록 좋다. 1킬로그램의 휘발유는 60킬로그램의 배터리만큼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또한 사용한 뒤 사라지는 편리한 점도 있다. 반면 방전된 배 터리는 충전된 배터리만큼 무겁다. 그래도 전기차는 결국 돌파구를 열기 시작했다. 다만 전기제트기는 전기차보다 힘든 난제다.

- 스프레드시트가 회계와 금융 부문에서 한 일은 다른 사무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전조다. 저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기업의 실적 보 고서에 대한 판에 박힌 기사를 뽑아내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이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낸 뒤 학생들이 어디서 막히는지 파악하고 도와 준다. 의사들은 때로 간호사와 진단 앱의 조합으로 대체될 수 있다. 로펌 들은 문서 취합 시스템document assembly system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질의 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런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회계사들만 큼 터미네이터와의 조우를 기분 좋게 돌아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스프레드시트의 사례가 들려주는 마지막 교훈을 배워야한다. 때로 우리는 판에 박힌 일을 오류가 없는 컴퓨터에 맡겼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인간적 실수를 커다란 규모로 키우는 레버를 얻었을 뿐인 경 우가 있다.
고위 경찰직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합격 통보가 갔던 사건을 생각해보라. 옆 열을 정렬하지 않고 엉뚱한 열을 정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한 대학원생이 유명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르트 Carmen Reinhart와 IMF 수석 경제학자였던 켄 로고프 Ken Rogoff가 쓴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스프레드시트 오류를 찾아낸 적도 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큰 창피를 당 했다. 그들은 공식 적용 구간을 나타내는 박스를 드랙으로 5셀 더 내리는 것을 깜박하는 바람에 여러 국가를 빠뜨리고 말았다.?
심지어 투자은행 제이피모건.. P. Morgan이 60억 달러의 손실을 냈을 때 스프레드시트에 기재된 위험 지표를 두 수치의 평균이 아니라 합으로 나 눈 것이 부분적인 원인이 된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위험 정도가 정확한 수 준보다 절반이나 낮게 설정되었다.

- 알고리즘이 점점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인간에 비견될 만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해지면서,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노동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프랭크 레비Frank Levy, 리처드 머네 인Richard Murnane| 2003년에 발표한 논문이 이 문제에 대한 통념을 형성했 다(통념의 내용은 스프레드시트와 챗봇을 다룬 챕터에서 이미 접했다). 그들은 대다수 직업이 일부는 판에 박히고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일련의 작 업들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은 그중에서 판에 박힌 작업을 계속 가져간다. 이 구분은 컴퓨터가 일터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강력한 방식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사람이 하던 작업을 컴퓨터가 가져감에 따라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판에 박힌 작업이 어디서 끝나고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암 진단을 판에 박힌 작업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너 무나 오랫동안 입에 올리기도 힘든 것으로 여겨졌던 체스의 사례에서 이 미 분명하게 드러났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일은 바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것이다. 알파제로 Alphazero는 구글의 자매회 사인 딥마인드 DeepMind가 개발한 게임 학습 알고리즘이다. 전 영국 체스 챔피언 매슈 새들러 Matthew Sadler는 알파제로가 신들린 사람처럼 플레이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알파제로는 사실상 자신을 프로그래밍했다. 즉, 사람이 학습 알고리즘을 작성했고, 이 학습 알고리즘이 체스를 두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2017년 알파제로는 두어 시간 만에 학습을 끝내고 최고의 체스 소프트웨어인 스톡피시Stockfish 를 완패시켰다. 최고 수준의 체스 플레이어를 쉽게 이기는 스톡피시는 1초당 6,000만 개의 배치를 검 토한다. 반면 알파제로는 1초당 6만 개의 배치만 검토한다. 그래도 알파제 로가 이기는 이유는 그 신경망이 게임의 패턴을 더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1앞서 우리는 스프레드시트부터 인쇄기, 재봉틀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직업을 도태시켜도 걱정하지 말아야 할 많은 이유를 살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지금이 과거와 다른지 여부다.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라 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앨런 튜링처럼 한 장의 종이와 소박한 연필로 각 단계를 계획할 필요. 가 없을 때 단계별 절차를 통해 훨씬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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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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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

경영 2021. 7. 24. 19:39

- “감히 한 가지 추측을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든 살쯤 돼서 조용히 홀로 사색에 잠겨 살아온 날들을 가장 내밀한 인생 스토리로 스스로에게 들려준다고 해 봅시다. 아마 그 순간 가장 간결하고 유의미한 서사는 여러분이 내린 일련의 선택들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내린 선택이 우리 자신입니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 2010년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 중에서)
- 지난 3세기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과 접촉하고 고객을 확보 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수해 온 접근 방법은 하나였다. 고객들을 대상 으로 광고하기. 단순하고 일관된 방법이었다. 마케터들은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 스토리가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런 스토리를 중간에 자르고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광고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대대적으로 광고를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 갔다. 고객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광고를 만들 수 있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브랜드 친밀감으로 발전하였다.
- 오늘날 광고가 겪는 위기는 마케팅에도 전례 없는 위기를 불러왔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신문을 발행하던 시절 이래, 광고는 줄곧 소비 자에게 도달하는 검증된 방식의 지위를 누려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 광고를 차단하고 무시하고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기피하는 이상, 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도달할 새로운 경로를 서둘러 찾아내야 한다. 연결에 실패한 브랜드는 비결을 알아낸 도전자에게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다.
- 잘 짜여진 스토리는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유의미한 정서적 경험으로 보상한다. 스토리가 정서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 속의 인물들에 공감하기 때문이고, 유의미한 이유는 그 주 인공의 행동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전해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라는 말 자체를 혼동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가령 어떤 이들 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마치 서로 등가인 양 섞어 쓰기도 한다. 곧 알게 되겠지만, 그건 통에 담긴 페인트를 벽에 걸린 작품과 동일시하는 노 릇이다.
평생 스토리를 보고 들었으니 하나쯤 만들어 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 역시 연주회에 다녀 봤으니 작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나 다름없다.
- 여정journey' 이라는 유행어는 세간에 떠도는 '인생 스토리'의 잘못된 은유다. 당연히 인생은 여정과 다르다. 우리 삶에 패턴이라는 게 있 다면, 성공과 사랑과 안정을 추구하며 좌우를 대중없이 오락가락하는 지그재그 정도일 것이다.
'여정'처럼 완곡한 표현은 주위의 불쾌한 현실로부터 정신을 분리 시킨다. 아이들 배변 훈련할 때 쓰는 완곡한 표현처럼 점잔 빼는 사회 에나 어울린다.
그러나 잘 짜여진 스토리의 주인공은 여정에 몸을 맡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분투하는 인물이다.
- 스토리 설계의 여덟 단계
1단계: 타깃 관객유의미한 정서적 효과
2단계: 소재균형
3단계: 도발적 사건=불균형 
4단계: 욕망의 대상=욕구 
5단계: 첫 번째 행동=전술적 선택 
6단계: 첫 번째 반응=기대의 위반 
7단계: 위기의 선택=통찰 
8단계: 절정의 반응 종결
- 스토리의 여덟 단계에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은 이렇다.
첫째, 모든 스토리의 핵심에는 최소한 한 가지의 이중적 가치가 숨쉬고 있다. 삶/죽음, 자유/억압, 성공/실패, 진실/거짓, 사랑/증오 등등,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가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혹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값이 바뀐다. 예컨대, 인디애나 존스같은 모험담에서는 죽음에서 삶으로 이동하고,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정치 드라마에서는 자유에서 폭압으로 돌아서며, 「머니볼」 같은 성공담에서는 실 패에서 성공으로 발전한다.
둘째, 사건 안에 담긴 원인과 결과의 역학을 통해 변화가 어떻게’ "어째서 일어났는지, 즉 변화의 까닭이 드러난다. 예컨대, 인디아나 존스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까닭은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가 용감하고 냉정하고 영리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1984』의 윈스턴 스미스가 폭압에 굴복하는 까닭은 그가 빅브라더의 잔혹성에 취약하 기 때문이며,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우승기를 쟁취하 고 빌리 빈이 단장의 자리를 지킨 까닭은 그가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 음을 결코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치와 원인을 결합한 단순하고 명쾌한 진술로 스토리의 의미가 한 문장에 표현된다.
- 오버독Overdog을 피해야 하는 이유
주인공을 정할 때 명심할 사항이 있다. 무릇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자기 모순적 동학을 유념하자. 사람은 찢어진 청바지서부터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맥도널드 햄버거에서 최고급 요리까지 어느 것에서 든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아감의 형성에 특정 제품을 이용한다고 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권력은 동일시의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권력을 존중하고, 권력에서 안정감을 찾고, 권력에 저항하고, 권력을 숭배할지언정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령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들이라면 최고급 럭셔리 제품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확실한 사회적 명망에도 불구하고, 남들 모르게 속으로 는 스스로 언더독(Underdog,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 옮긴이)이 라는 느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보편적이다. 세상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돌아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앞에 압도적인 힘이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다. 사랑의 예측 불가능성이나 죽음의 불가피성은 이런 힘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생의 부정적인 힘의 총량이 내리누르는 압력에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스스로를 약자로 느끼는 날들이 있다.
스토리의 도발적 사건으로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지면, 관객은 강력한 적대 세력이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약자라는 인식은 다른 어떤 명분보다 더 빠른 공감을 불러일으킨 다. 그러니 '강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일만큼은 어떤 경우라도 피 해야 한다. 기업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기업의 규모나 범위, 자산, 영향력에 대한 자랑은 삼가기 바란다. 제품을 주인공으로 택한다면, 제품의 유명세나 최신 유행의 신상이라는 자랑은 하지 말자. 세상은 오버독에게 공감을 할애하지 않는다. 겸손한 품위를 지키는 마케팅을하자.
- 스토리텔링을 강력하게 만드는 창의적 동력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가르쳐 주었듯, 결핍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무엇 도 충분하지 않다. 식량도 충분하지 않고, 사랑도 충분하지 않고, 시간 은 더더욱 충분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가장 꿈이 담긴 욕구까지 인간으로서 욕구를 충족하려면, 우리의 열망을 부정하는 결핍과 전투를 치러야 한다. 한마디로, 부정에 맞선 인류의 부단한 분 투야말로 현실의 본질이다. 유쾌하고 소박한 장면 셋을 나란히 붙여 놓은 TV 광고가 있다고 해 보자. 아주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이어서 더 행복한 가족이 나오고, 끝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족이 등장한다면? 과연 이렇게 달달한 삼중 설계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첫 숟가락은 미소가 지어질 수 있겠지만, 두 번째 숟가락은 미소 짓던 입가 를 일그러뜨릴 것이고, 세 번째에 가면 화면에 제시된 그것을 절대 사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감상에 젖어 요란한 광고를 보고 신용카드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케팅 스토리는 문제에서 해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해법에서 해법으로, 그리고 다시 해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긍정적인 절정에는 부정적인 설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피한 해피엔딩이라도 그저 희망 으로 고무된 장면들 뒤에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불필요한 중복이 관객의 기억에서 행복한 이미지를 지워 버리기 때문이다.
- 부정 공포증(Negaphobia)은 마케팅 교육의 부산물이다. 비즈니스스쿨이 생겨나고 마케팅이라는 특이한 과목이 커리큘럼에 포함된 이래, 마케터들은 '가로되 긍정성을 강조하고 부정성을 제거하라.'는 훈련 을 받아 왔다. 처음에는 상식과 교양처럼 보이던 것이 일종의 정서적 전염병으로 전이되어 이제는 대외 브랜딩부터 대내 팀 구성까지 기업 활동의 전반을 감염시키고 있다. 가령 요즘은 “저 사람은 너무 부정적이야.” 하는 말이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평가로 여겨진다.
아마도 문제의 직원은 그저 불리한 점을 빼놓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서슬 퍼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무실마다 벌어진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이 두려워 진실을 무시하는 태도는 당연히 근시안적이다. 이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력이 빠르게 단축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신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실재 하는 것을 무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세 가지 주된 요인이 있다. 
첫째, 앞서 말한 대로, 모든 비판으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라는 비즈니스스쿨의 금언을 들 수 있다.
둘째, 오늘날 과잉보호 문화에 길들여진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제 한몸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들 때문이다. 가령, 흥미로운 도발적 사건으로 출발해 절정에서 멋지게 긍정의 팡파르를 울리는 광고인데,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판매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광고가 실패한 진짜 원인을 창작에서 배급까지 연쇄 사슬의 어느 한 고리에서 발견할 수 있을 텐데도, 비난의 화살은 감히 광고의 부정적 토대를 승인한 사람을 겨냥할 것이다.  사전에 비난을 봉쇄하기 위해 마케팅 임원들은 일말의 부정적인 요 소도 광고에 등장하지 않도록 금지시켜 자기 자리를 보전한다. 불행히도 부정 공포증은 비즈니스적 판단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메시지의 효과를 삼켜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 기존의 교육으로 당신은 회사에 대해 좋은 점, 오로지 장점만을 세상에 말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끝내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우리 회사는 이것, 이것, 이것, 이것, 이것까지 합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긍정적 특징들을 나열하기 급급하다. 사실 당신이 첫 번째 자랑을 늘어놓는 순간 이미 상대의 마음은 떠났다. 세 련된 고객은 매사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함을 알기 때문이다. 당 신이 단지 좋은 점만 제시하면, 상대는 당신이 나쁜 점을 숨기고 있음 을 알아차린다. 그는 이런 행동을 속임수라 여기고 당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스토리화된 접근은 다르다. 최초의 가치값의 변화를 극적으 로 제시해 서두를 열고, 더 큰 가치값의 변화로 전개를 이어 가서, 마 침내 최대 가치값의 변화로 절정을 찍는 점진적 진행을 통해 성공은 물론 그 과정에 따라오는 장애물까지 모두 드러낸다. 스토리의 점진 적 얽힘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동안, 우리 회사에 대해 더 속속 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관해 고객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무엇일까?” 많은 마케터들이 이 질문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세부 사실들이 전달되도록 캠페인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사실 중심의 마케팅 방식에는 문제가 따른다. 의사 결정의 열쇠는 감정이고, 감정은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에 초 점을 맞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고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마케팅팀은 주인공과 관객 사이에 감정의 융합이 발생하도록 스토 리의 틀을 짜야 한다. 감정이입이 일어나면, 점진적 갈등과 가치값의 전환을 활용해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절정 에서 보상을 제공해 브랜드 혹은 제품 가치를 강화한다.
- 회사의 창립 스토리에 역경을 이겨 낸 희열이 부족하거나, 회사의 역사 스토리는 연혁이 전문적이긴 하지만 지루한 성장의 기록뿐일 수 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회사의 미션을 따져 보면 여전히 공감을 강 화하는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 식으로 정의하자면, 미션이란 이름난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행위를 넘어서 인류에게 기여하는 바를 뜻한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소비자들은 민간 기업에 공익사업을 기대하 고 더 나아가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윤에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 들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순진한 생각이든 아니든 40대 이하 마켓의 기대치가 그렇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크든 작든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 미션을 맡는다. 가장 잘 알려진 (그리고 여러 후발 주자들에게 영감이 되기도 한) 사례가 스타벅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계획이다.
- 애플은 기원 스토리에 이어 탁월한 제품 스토리를 내놓았다. 1984년 슈퍼볼에서 처음 전파를 탄 애플의 상징적인 광고는 어마어마한 은유를 담고 있다. 달리는 젊은 여성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상징하고, 다시 그의 반란은 맥의 혁명을 상징한다. 새빨간 반바지 차림의 여자 주인공이 돌격대의 추격을 받으며 잿빛 세상을 질주해 한 극장의 중앙통로에 들어선다. 정보 정화 조치'의 기 념일을 축하하는 선전 영화가 극장 스크린을 장식하고, 억압적인 지 배 테크놀로지가 승리한다는 장담에 홀린 듯 수동적인 관객들 위로 선전 문구가 메아리친다.
이 광고는 도처에 존재하는 IBM의 업무용 컴퓨터를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모든 결정이 위로부터 통제되는 사회와 교묘하게 연관 짓는다. 광고의 절정에서 여성이 대형 스크린을 향해 토르의 묠니르를 연상시키는 망치를 집어 던진다. 선전 영화의 이미지들이 산산조각 나고 국가의 상징이 파괴되면서 관객들이 최면에서 풀려난다. 주인공은 욕망의 대상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우리가 그의 성공을 기뻐하는 사이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1월 24일 애플컴 퓨터가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1984년이 소설 『1984』와 다른 이유 를 여러분의 눈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이 강력한 선언은 전체주의 소 련에 대항해 냉전 중인 미국인의 정서에 깊이 울려 퍼졌다.
애플의 상표에도 '반란 vs. 항복'이라는 동일한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패트릭 데이비스가 지적하듯, 이 로고는 그냥 사과가 아니라 한 입 을 베어 먹은 사과다. 이 이미지는 기독교 전통의 창립 스토리를 재생한다. 선악과 열매를 베어 문 최초의 한 입은 인류가 행한 최대의 반역행위를 기념한다.
제품이 주인공인 애플의 브랜딩 스토리는 그 신화적 로고와 함께 순응이 아닌 자유, 암기가 아닌 창의적 사고라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드라마화한 결과다.
- 위에 제시한 네 가지 스토리 가운데 내 회사에 적합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때는 어디에 기대야 할까? 궁극의 원천, 고객이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성공 사례는 레드불이다. 이 회사는 이야기할 만한 기원, 역사, 미션, 제품 스토리가 없지만, 기발한 방법을 찾아 브랜드를 확립했다.
레드불의 시장조사팀이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가 그들의 골수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들은 “우리 고객들은 무엇을 느끼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광적인 에너지”라는 답을 얻어 냈다. 이 통찰에서 출 발해 그들이 발견한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재미/지루함'이었다. 이어 지는 논리적 수순에 따라 회사는 고객 중심의 스토리를 온라인에 공 개했다. 강력한 글에 심장이 고동치는 독창적인 영상을 결합하여, 소 비자의 관점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를 역동적으로 드라마화한 스토리들이다.
- 온라인 소비자행동 분석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사람들이 검색 페이 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 85%의 경우 탭이나 광고가 아니라 다른 링크를 클릭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페이지로 나갈 때는 다른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이 90%로 올라간다. 이 말인즉슨 마치 고속도로 옆에 세워진 빈 광고판처럼, 검색 및 소셜서비스를 통한 발견이 CMO들에게는 고객에 도달해 진행형의 관계를 확립할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공간을 그저 광고로만 채우는 마케터는 진입 가능한 마켓의 대다수를 놓치고 말 것 이다. 따라서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전통적 방식의 광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통해 고객에게 도달하는 방식에서 해답을 찾아 야 한다. 한 가지 더, 이러저러한 경로로 내 회사의 웹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눈에 들어올지 생각해 보자. 우리 제품일까? 로고일까? 슬로건일까? 회사에 대한 자랑일까? 과연? 첫인상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고객이 처음 방문할 때, 선물을 안겨 줄 방법을 고민하자.
- 과거 《더 퍼로우》나 《미슐랭 가이드》 같은 콘텐츠 마케팅 프로젝트 는 비싼 비용을 치러 가며 광고를 보완하는 방법이었다. 브랜드마다 예 상 관객을 찾아 매주 혹은 매달 최신 주제에 관해 조사와 집필을 거쳐 콘텐츠를 인쇄하고 포장해서 유료로 배포해야 했다. 오늘날은 이와 다 르다. 오럴 케어 센터Oral Care Center'3를 갖춘 콜게이트Colgate, '시큐리 티인텔리전스닷컴SecuriyIntelligence.com'을 운영하는 IBM처럼, 예상 고객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상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글로벌한 연결망 덕택에 출간과 배포가 비교적 간단해지고, 전통 미디어의 인쇄, 마케팅, 배송 비용에 비하면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게다가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발견되도록 콘텐츠를 제작 하면, 도달 범위는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된다. 스토리화된 콘텐츠 마케 팅을 지속적으로 능숙하게 운영하기만 한다면 관객 확충 비용을 최소 화할 수 있고, 따라서 중간 광고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낳을 수 있다.
- 아마존을 설립하고 2, 3년 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임원진들에게 예리함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는 재미없고 진부해 보이고, 사고의 과정은 늘어지고 얄팍했다. 베조스로서는 원인을 알아 야겠기에 문제를 파헤쳐 봤다. 그렇게 해서 다소 의외였지만 확실한 원인을 한 가지 밝혀냈다. 아마존의 최고 임원진들은 그저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파워포인트를 디자인하는 재미에 골몰한 나머지 이들은 실제로 일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일의 인과가 맞물리는지 도무지 파악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럴듯하게 아이디어를 둘러대고, 우선순위 를 유야무야했다. 아마존과 시장과 테크놀로지와 국내외 정치 안에 존재하는 힘의 상관관계는 물론이려니와 아마존 내부의 힘의 상관관 계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베조스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마인드와 심층적 사고, 넓게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임원진이 필요했다. 하여 2004년 6월 고위관리직팀인 S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보낸 사람: 제프 베조스 
보낸 시각: 2004년 6월 9일 수요일 6:02 PM
받는 사람: [삭제]
주제: 이제부터 S팀 내에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금지
“왜?”냐는 물음에 대한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리가 추구하는 건 그냥 텍스트가 아니라 잘 짜인 내러티브 텍스트임. 워드로 중요 항목의 목록을 작성하는 행위는 파워포인트 못지않게 부적절함.
스토리가 담긴 6장 메모를 쓰기가 파워포인트 20장 쓰기보다 어려움. 무엇보다 '어떻게 사물이 연관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내러티브 구조는 여기에 대한 더 나은 생각과 이해를 강제함.
후에 찰리 로즈와의 인터뷰에서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인 기업 회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누군가 일어 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 주며 발표를 하지요. 우리가 볼 땐 얻 는 정보의 양이 매우 적고 중요 항목들만 소개가 됩니다. 발표자에게는 이편이 쉽지만 관객에게는 어려워요. 그래서 대신에 우리 회사는 6쪽 길이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회의를 구성합니다. 머릿속의 생각을 완 전한 문장으로 적어서 단락을 완성하고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로 전달 해야 할 때, 더 깊은 명확성이 요구되니까요."
- 스토리 형식으로 생각하자면 일이 고되다는 점도 베조스는 언급했다. 아마존의 임원진들은 아마존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상관 관계의 요소들을 상상해야 한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개인에서 전체까지 무엇도 빠뜨려선 안 된다. 회의가 있으면 S팀 구성원들은 먼저 6쪽 길이의 스토리를 만들고 적고 인쇄해서 돌려야 한다. 그리고 20분 남짓 팀 전체가 탁자에 둘러앉아 조용히 이 스토리들을 읽는다. 베조스는 이 시간을 "스터디홀”이라 부른다. 베조스가 이런 회의 방식을 도입한 것은 아마존의 임직원이 무엇보다도 스토리 구조의 인과 논리에 맞게 수직적, 수평적 사고를 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수직적이라 함은 깊이 있게 생각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깊이 감춰진 진정한 원인이 무엇일까?” 질문하는 것이다. 수평적이라 함은 시간을 펼쳐서 생각하고, “어떤 과거의 사건이 이 일 을 일어나게 했을까, 이렇게 감춰져 있던 원인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질문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지도자들에게 “생각은 현자처럼 하되 말은 범인처럼 하라.”고 조언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이 격언을 이렇게 바꿔 표현한다. “생각은 복잡하게, 말은 단순하게.” 어느 쪽이 든 좋다. 술집에 가서 귀를 열고 조용히 앉아 있어 보자. 무엇이 들리는 가? 스토리다. 평범한 사람처럼 단순하게 말하라고 해서 초등학생의 어 휘를 쓰라는 게 아니다. 지식과 경험에서 생각의 알맹이를(지혜/복잡성) 끌어낸 다음 이것을 인과적으로 연결된 역동적 사건으로(범인/단순성) 표현하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이 가진 의사소통의 일반적인 방식이 스토리다. 그 외 일반적이지 않은 측면은 고된 교육과 어렵게 얻은 경험의 세월 에서 나오고, 거기에서 우리는 지혜를 얻고 남들이 들어 두면 좋을 말 할 거리가 생긴다.
베조스 같은 선각자들은 자신의 사업 전체를 스토리화한다. 그들은 스토리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들의 소통은 세계와 회사, 두 방 향 모두를 향한다. 스토리를 활용해 밖으로는 상품을 내놓고 판매하며, 안으로는 경영적 사고를 구체화한다. 데이터가 아닌 스토리를 도구 삼아 그들은 팀을 구축하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전략을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판매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토리 형식을 완전히 습득한 선각자들은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스토리의 기술을 교육한다. 스토리가 어떻게 한 기업 전체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차후에 자세히 다뤄 볼 계획이다.
- 웹사이트 접속이 일상인 세상에서 매일매일 우리 문 앞까지 배달되는 구매를 이끄는 힘은 세일즈 활동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집을 나서서 상점을 방문하면 훨씬 더 비인격적인 셀프서비스의 우주가 펼쳐진다. 터치패드로 패스트푸드를 주문하고, 기계에서 직접 음료수를 채우고, 카트에 식료품을 담아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내 손으로 봉 지에 담는다.
더 고가의 품목이라야 비로소 옛날 방식의 더 인격적인 판매자-구 매자 관계로 거래가 되돌아간다. 하지만 판매팀이 고객과 대면 접촉 을 하려면 잠재 고객이 있어야 한다. 가령, B2B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체 판매 잠재 고객의 25~30% 정도만 마케팅으로 유입된다. 판매 담당자의 직접 대외 활동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45~47%를 차지하고, 나머지 24~29%는 추천, 동업자 및 기타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요즘의 B2B 판매 담당자들은 예상 고객을 파악하고 접촉하고 추적하는 데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유용한 툴을 갖추고 있다. 예상 고객을 찾고(레인킹RainKing, 줌인포ZoomInfo), 메시지를 보내고,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하고, 받은 메시지를 수신자가 언제 열어 보는지 추적하고(예스웨어Yesware, 클리어슬라이드Clearslide) 심지어 내가 접촉하려는 대상의 성격까지 분석하는(크리스털 노우즈Crystal Knows) 영업 지원 툴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 새로운 영업 세계에는 새로운 작전이 필요하다. 타깃 전략으로 당 신을 무장시켜 줄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여기 소개한다.
B2B 판매 담당자가 고객을 만나기 전에 미리 고객에 관해 스토리 텔링을 할 만큼 통찰력을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 과정을 밟아 가다 보면,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B2B 영업에 스토리텔링의 8단계를 적용하면, 세 번의 중요한 스토리화 순간이 만들어진다.
1. 강력한 주목 끌기로 예상 고객과의 미팅을 확보한다. 
2. 공감의 접점이 있는 극적인 스토리 전개로 고객을 집중시키고, 내 제품/서비스와 고객 사이에 감정적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3. 강력한 스토리의 절정으로 판매를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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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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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과거 전염병은 스페인독감이다. 코로나19처럼 폐에 치명적 손상을 주면서 팬데믹을 일으켰고 바이러스 종류도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스페인독감의 최초 발병지는 1918년 3월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인 캔자스주 해스켈 이었다. 2만 6천 명 규모의 군사 훈련소가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서 훈련받은 군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유럽으로 파 병되어 전장에서 스페인독감을 퍼뜨렸다. 발병 초기에는 사망률 도 낮았고 곧 여름이 되면서 전파력도 잠시 약화되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본국 귀환을 앞둔 각국 군인들이 임시 캠프지에서 다 시 모이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캠프지에서 3일 열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유행했고, 단순 감기로 판정받은 군인들이 귀향하면서 전 세계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발병 전체 기간은 제1차 세계대전 말부터 종전 직후인 1918~ 1919년까지였고, 원인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변형체인 H1N1 바이러스였다. 정식 명칭은 1918년 인플루엔자'다. 발병 초기에는 세계대전 중이어서 주요 국가들에서는 언론보도를 강 하게 통제했다. 중립국으로 언론보도가 자유로웠던 스페인에서 집중적으로 신종인플루엔자를 보도했고, 스페인 내 발병 시작 후 3개월 만에 800만 명 감염자를 내고, 알폰소 스페인 국왕마저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스페인독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이어서 소금물로 입을 헹구고 열이 내리기를 마냥 기다렸다. 천운에 기대는 것이 개인으로선 최선의 대응이었다. 스페인독감도 신분고하나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았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도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유명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 르 미국 사업가 프레더릭 트럼프,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실레 와 구스타프 클림드 등이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했다. 스페인독감을 분석한 다양한 논문들을 살펴보면,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스페인독감의 활동을 멈춘 힘은 인구의 50~60%가 감염되는 '집단 면역 Herd Immunity' 이었다. 집단 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면서 대재앙을 멈출 수 있었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 900만 명보다 최대 11배 많은 5천만~1억 명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에 대해서 임페리 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이 발표한 최악의 시뮬레이션(각국이 강력한 공중보건 대응책을 조기 실행하지 않고 늦춘 상황)에 의하면 누적 확진자 24억 명, 사망자 1,045만 명이었다.
- 노르웨이 사학자 올레 요르겐 베네딕토ole Jorgan Benedictow는 페스트로 인한 농노의 지위 향상과 소득 증대가 소비를 촉진시켜, 페 스트가 자본주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MIT 피터 테민 Peter Temin 교수는 페스트가 제1차 산업혁명에도 영향을 미 쳤다고 주장한다.
상인과 기술전문가가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하자 기술혁명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일일이 대규모 수작업에 의존했던 일들이 노 동력 감소로 더 이상 같은 방법으로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 장치의 발명과 식민지 개척이었다.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기술을 비롯해서 다양한 기계장치가 개발되면서 기존 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었다.
식민지 개척 붐이 일어나면서 항해에 필요한 기술과 제품이 발 명되었고, 대규모 무역과 식민지 개척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 해 주식회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금융 혁신도 일어났다.
페스트라는 재앙적 사건은 문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염병을 피해 시골 별장에 모인 10명의 남녀가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중세 최초의 소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페스트가 배경이다.
전염병이 무섭게 창궐하고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나면 인류는 그런 공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치료법 발견에도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치료법이 활개치는 부작용도 발생하지만 의학과 생화학 분야의 발전도 일으킨다.
- 전염병이 전쟁을 막거나 빨리 끝냈던 적도 있다. 서울대 동양 사학과 구범진 교수는 병자호란이 남한산성에서 최후의 결전 없이 두 달 만에 조기 협상으로 짧게 끝난 것은 당시 조선에 널리 퍼진 천연두 때문이라는 가설을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구 범진 교수는 청나라 기록인 《청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여러 기 록을 근거로 이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청나라는 만주족 시절부 터 수많은 왕과 왕족이 천연두로 죽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명나라 군대의 배후 위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천연두 가 창궐하자 서둘러 군대를 돌려 본국으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도 비슷한 현상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필리핀 정부와 공산 반군, 리비아 정부군 과 반군도 휴전을 선언했다.
- 코로나19 이후, 기업이나 국가에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약 2년 동안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가 될 것이다. 늦어 도 2년 후인 2022년 후반~2023년 초반에는 전 세계 경기가 되살 아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나 중앙은행이 헬리콥터 머니, 유 동성 바주카포를 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기업이 생존할 가 능성이 높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지나고 나면 선별적 지원과 글로벌 리세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 이 기간 동안 정해진다. 리바운드 시간에 이루어지는 전략과 성과는 그때까지 죽지 않고 버티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 한국의 경우는 기술의 상당수가 대기업이 아니라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 있다. 이들은 경제위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대 기업보다 버티는 여력은 적다. 대기업이 3개월을 버틸 현금이 없 는 상태다. 대기업은 현금이 부족하면 부동산 등 자산을 팔거나 부가가치가 적거나 그룹의 미래 방향과 맞지 않는 계열사를 매각 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셧다운 3개월 이면 파산이다. 팔 수 있는 자산도 없다. 회사 그 자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 지분이나 기술을 매각해야 한다.
유럽도 대형기업이나 미래 산업의 핵심 자산은 국가 단위에서 봉쇄할 수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민간 제조업, 호텔, 항공사를 비 롯해서 코로나19로 큰 충격을 받은 유수의 스포츠팀들은 외국 자 본의 기업 사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민간 투자회사 푸싱그룹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 지분 55.4%를 3천만 달러(약 366억 원)에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빼앗기면 미래에 국가의 부가가치 를 만들어낼 풀뿌리가 사라진다. 중국 자본만 코로나19 이후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국이나 러시아 등 석유 부국도 기업 사냥꾼으로 돌변 한다.
코로나19의 대규모 감염 진원지로 크루즈 선박이 주목받았다. 대중이 피하고 언론이 공격하는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 드IF는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 카니발의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53 석유나 천연가스 로 먹고 살던 중동이나 러시아 등은 화석연료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 중이다. 사막에 스키장을 만들고 바이오 의료 등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
- 중국을 압박하는 데는 미국 정치권이 모두 한마음이다. 월가와 군수산업 등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전쟁만 하지 않으면 미·중 간의 대립과 긴장감 상승은 미국 군수산업에 호재다. 중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월가는 큰돈을 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헬리콥터 머니, 2019년 코로나로 달러 바 주카포를 쏘면서 무제한 돈을 퍼부은 미국이다. 오래전부터 누적 된 막대한 재정 적자, 슈퍼 부양책, 2020년 재선 승리를 위해 쏟 아낸 포퓰리즘 정책 뒷수습을 하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내 대 규모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 금값은 치솟고 달러 가치 폭락 우려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달러 가치 폭락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글로벌 경제위기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믿을 것은 미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2008년 대형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었다. 자산 대폭락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발행하는 족족 시장에서 소화되었고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글로 벌 대폭락장에서 다른 나라들은 주식시장이 70~75% 대폭락할 때 미국 주식시장은 사고의 진원지임에도 50% 폭락으로 선전했다. 대폭락 후 가장 큰 규모로 상승한 곳도 미국이다.
- 분명한 것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 지의 옛 성장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한국 기업과 국가의 번영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위기감을 떨어뜨려서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하는 착각이다. 덧붙 여 코로나19 이후 탈중국과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조정이 시작되 면서 해외에 나가 있던 수많은 회사와 공장이 스스로 알아서 한 국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 다르다. 추가 위기가 한국 기업에게 몰 려올 것이다. 필자가 앞에서 분석했듯이, 이미 한국은 소수 대기 업을 제외하고는 7~8년 전부터 정체기에 진입했다. 그동안 잘 버텼던 소수의 대기업도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지나간다. 하지만 막대한 빚으로 생명을 유지했던 좀비 기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 앨릭스파트너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국 내 좀비 기업(한계 기업) 비율은 2014년 4분기(10~12월) 11%에 서 2016년 2분기(4~6월)에는 15%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비율 은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한국의 좀비 기업 비율은 다른 나라들 보다 유독 높다. 2016년 기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좀비 기업 비율은 7%, 미국은 5%, 일본이 2%다. 한국이 이들보다 높은 이 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간 저성장을 거치면서 좀비 기업의 80~90%가 파산해 정리되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좀비 기업의 60~70%가 정리되었다. 아프리카는 경제성장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에 좀비 기업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단계다.
좀비 기업이 되는 근본 이유는 경쟁력 하락이다. 경쟁력이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을 거듭하는데 부채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로 이런 기업들의 부채는 더욱 늘었다. 글로벌 리세션 기간이 길어지거나 한국에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시기가 오면 대부분 파산할 것이다. 한국은 리쇼어링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이런 위험에 처한 기업들이 생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하려면 인건비가 높은 한국을 빠져나가야 한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가 제1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한 이래 현재까지 달러 폭망설로 불리는 달러화 위기는 1970년대 말~ 1980년 초,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후반 등 3번 정도 있었다. 원인은 2가지다. 달러 통화량 증가와 미국 경제성장률 대하락이다.
- 2020년 코로나19에서도 달러 폭망설이 재등장했다. 지난 3번의 달러 폭망설이 나왔을 때에도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다. 미국도 망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2가지다.
첫째, 미국 경제가 대충격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보다 더 하락한다.  둘째, 미국 연준은 달러 가치가 대폭락해서 통화 가치 수호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가의 보도를 꺼내든다. 바로 기준금리 인상이 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밖에서 떠도는 달러가 빠 르게 미국 내로 흡수된다. 미국 밖에는 달러가 줄어든다. 제1기축 통화인 달러가 말라버리면 외환시장에 거대한 태풍이 일어난다. 신흥국을 비롯해서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달러와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달러로 갚아야 하고 해외에서 수출하는 에너지를 비롯해서 다양한 원자재와 상품 수입 대금 지불을 달러로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언제 폭망설이 돌았느냐는 듯 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상승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달러 가치의 평균점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이후 달러 가치의 평균점은 좀더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달러 폭망, 미국 파산은 없다.
- 한국 독자들이 신흥국의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신흥국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한국 기업 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신흥국 금융위기 는 간접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IMF 와 세계은행이 2021년까지 최빈국의 국가채무 상환 연기나 부채 경감 논의를 서두른 것은 신흥국 연쇄 파산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 성을 높인다. 한국은 막대한 가계 부채, 역사상 최고점에 이른 부 동산 가격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을 넘어서는 좀비 기업 비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기업 부채가 인류 역사상 최고다. 부동산 버블도 엄청난다. 필자는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시점과 규모가 한국과 중국 금융위기 향배를 결정하는 미래 징후a future signal로 여기고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부채가 막대한 규모에 이르더라도 스스 로는 불이 붙지는 않는다. 무엇에 의해서든 불이 당겨져야 한다. 방아쇠를 당겨야 장전된 총이 발사되듯 말이다. 신흥국 금융위기 는 한국 금융위기를 직접 촉발하는 방아쇠는 아니다. 간접 변수 일 뿐이다.
하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높인다. 혹은 신흥국 금융위기 규모가 커지고 오래 지속되면 그 자체가 한국이나 중국 금융위기의 방아쇠로 변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신흥국 금융위기 혹은 외환위기의 방아쇠로 작 용하는 사건이나 힘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 거대 정부가 귀환하면 심각한 부작용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말 뒤에 몰래 숨어서 따라오는 위험이다.
바로 독재자의 귀환이다. 혹은 독재의 귀환이다. 거대 정부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독재자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줄어든다. 시장이 망가지고, 실업률이 폭발하고, 물가가 서민을 괴롭히면 현재 고통은 깊어지고 미래 불안은 커진다.
현재 상태를 만든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은 그만큼 커진다. 독재는 우파는 좌파는 가리지 않는다. 대중이 우파를 원하면 우파 독재가 나오고, 좌파를 원하면 좌파 독재가 출현한다. 미국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그 사람이 받는 봉급이 그 '이해하지 못할 것'에서 나오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 월급을 지켜주 기만 한다면, 좌우는 중요치 않다. 대부분의 부작용도 참아줄 수 있다는 묘한 분위기가 사회에 스며든다.
경제위기로 기존의 독재자가 물러나도 새로운 권력이 새로운 스타일의 독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이 커졌기 때문에 혼란을 잠재우고 무너진 경제를 빠른 시간에 재건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초법적이거나 초의회적인 통치가 다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독재자는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원시원한 행보를 한다. 독재자 특유의 강한 신념은 위기 시에 대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무기다. 독재자는 자기 신념의 정당성을 위해 대중이 증오하는 적을 재빠르게 간파하여, 적과 아군의 피하를 분명하게 분 리한다. 기존 정치 집단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을 등에 업 어야 하기 때문에 포퓰리즘 성향도 강하다. 이들은 내부의 정치 세력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경제적 피해를 입은 대중을 유혹한다. 이런 경향은 국가 경제가 허약할수록 더 강해진다.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기침체에 빠지지만 경제적 약소국은 침체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실업률도 더 높아진다. 그만큼 독재자 혹은 독재 권력의 활동 범위와 기간이 넓어진다.
-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더욱 빨라졌다. 중국 정부는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ey 개발이 최우선 과제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위안화’ 연구를 시작하여 기본 기능 개발을 완료했고, 2020년 안에 공식 발행을 목표로 선전, 쑤저우, 청두 등에서 시험 가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디지털 법정화폐(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면 미국도 반드 시 해야 한다. 물리적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는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법정화폐의 제1기축통화를 중국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전 세계의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브라질, 우르과이 등 신흥국 대부분도 디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모두 비슷한 속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 지털 법정화폐 발행 속도를 높이자 한국은행도 계획을 앞당길 태 세다. 한국은행처럼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내 놓 으면 그 가치는 다르다. 기존 암호화폐들 중 하나가 아니다. 중앙 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곧바로 국가 차원의 법정화폐가 된다.
겁 없이 법정화폐 지위를 넘보려 했던 페이스북은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반대에 부딪히자 자사 발행 암호화폐 리브라의 독자 생존을 버리고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달러와 유로(법정화폐)에 연동하여 화폐 가치를 안정시킨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통화 바스켓'에 담아둔 후, 이것을 담보로 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코인'을 만들어 정부의 견제를 피하는 전략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분석했던, 디지털화폐가 살아남는 전략을 대부분 수용한 모습이다. 이 전략이 정부에게 허가를 받는다면 아마존, 애플, 구글, 테슬라 등 수많은 IT 기업을 비롯해서 대형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페이스북 방식을 기본 틀로 하고 자사만의 독특성을 가미한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를 것이다. 이런 화폐들이 속속 나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존 암호화폐들은 경쟁력이 급 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참고로, 미래에 살아남은 암호화폐는 6가지 특징을 가질 것이다. 가상, 분권화,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성, 익명성, 네트워크, 탈국경, 탈국가 화폐다. '분권화'는 기존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처럼 통제적 권력이나 통제적 금융 기관의 개입을 받지 않고 화폐 주조 및 발행, 유통, 관리 등이 서로 분리된 권한을 갖는 민간 주체들이나 혹은 참여 자들 모두에 의해서 행해진다. '오픈 소스 기반의 자생적 화폐는 미래에 살아남아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화폐 주조 및 관리 소스들이 오픈 소스로 공개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자발적 참여와 관리를 하면서 신뢰성 을 높인다.
'익명성'이란 현금을 사용할 때처럼 미래 화폐는 익명성 보장이 강화된다. 네트워크 화폐라는 것은 P2P peer-to-peer 기반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화폐 주조 및 발 행, 유통, 관리 등이 운영된다는 말이다. 탈국경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도 않고 국가 통제도 받지 않아서 화폐를 사용하는 회원들 간에는 환율 수수료 없이 이메일이나 SNS 문자를 보내듯이 국경 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될 수 있다. 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에는 현실 국가보다 가상 공동체 중심 연합 체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 및 경제 철학에 따라 운용되는 다양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도 있다.
- 필자는 오래전부터 3가지의 대규모 경제위기 가능성을 예측하고 경고했었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 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중국의 상업 영역발 금융위기였다. 3가지 중 첫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이 방아쇠를 당겨서 현실이 되었다. 하 지만 나머지 2가지 경제위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남아 있다.
필자는 2019년 말에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 발발로 가는 첫 문턱 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초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필자의 예측보 다 늦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금융위기 발발도 머지않은 미 래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경고했던 3가지 위기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같다. 막대한 부채다.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은 에너지 기업들을 포함한 하이일드 채권의 부실과 기타 회사채시장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 등을 강타하는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가 근본 원인이다. 코로나19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골디락스라고 불리던 이전 몇 년 동안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채를 발행해서 소비를 늘리 고,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면서 쌓인 버블이 붕괴된 사건이었다. 위기가 터지자, 미국은 부채로 만들어진 위기를 해결하는 해법 으로 또 다른 부채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이전에는 부동산에 가장 많은 부채가 쏠렸다면, 2008년 이후에는 기업 영역에서 가장 빠르고 큰 부채가 쌓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후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코로나19 전염병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부채 문제가 없다면 코로나19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 문제가 실물과 금융권의 위기를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전 세계는 코로나19가 주는 충격이 끝나도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다.
한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근본적 구조도 같다. 근본 요인은 막대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버블, 그리고 상장기업의 15~17% 정도 되는 한계 기업(좀비 기업)의 부채다. 중국의 제1차 금융위기는 (1997년 한국처럼) 상업 영역의 막대한 부채와 부동산 1차 버블이 금융권 전반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부채는 반드시 금융 문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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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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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이재명

사회 2021. 7. 24. 19:27

이 책은 엄광용 작가가 이재명 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그를 10여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과 구체적 사실들을 편집하여 구성한 책이다. 처음에는 대권도전을 앞둔 후보자의 연대기적 자서전 성격을 지닌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향후 이 나라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판단력, 인내력, 추진력, 성취력, 예지력으로 압축하고, 이와 관련된 역량을 이재명 지사의 과거 행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4년전부터 인터뷰한 내용으로 책을 낸 셈인데, 아무래도 이재명 도지사의 대권행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다른 대권후보자들의 경우에도 이미 작년말에 '이낙연의 길'이란 책이 출간되었고, 최근 '윤석렬의 시간'도 출간되었다. 부총리 출신 김동연 후보도 '대한민국 금기깨기'라는 책을 출간하며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다른 누구보다 많은 화제를 몰고다니는 후보자다. 사실 불미스러운 일도 많았다. 가족과 관련된 욕설사건이며,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사이다 발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이다인지 맹물인지는 국민들이 평가할 문제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지침을 어기고 몰래 심야영업을 한 유흥업소 단속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여당이던 야당이던 대통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한 분 한 분 살펴보면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개인적 이력과 그간의 활동경력만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는 없다. 이 시대가 부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제를 누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내년 봄이면 백신접종도 충분히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코로나 여파도 많이 해소되어 있을 것이다. 경제는 더욱 좋아지겠지만,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문제, 양극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은 오히려 더욱 골치아플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 책에서 기본소득을 통한 유통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포퓰리즘이니, 혹은 로빈후드 흉내를 낸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받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텐데, 기본소득 정책에 수반되는 조세정책을 어떻게 제시할 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아무쪼록 내년 3월 대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냉철한 정책대결로 승부가 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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