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이동

경제 2021. 7. 17. 19:39

- 한국은행의 사례를 얘기해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은 7일물 RP금리라 는 초단기 금리를 기준금리 유지를 위한 타깃 금리로 정했죠. '7일물 RP가 뭐지?' 하는 궁금증이 생길 텐데요. 그리 중요한 개념이 아닙니다. 그 냥 7일 만기 국채를 ‘7일물 RP'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7일물 RP금리에 한국은행이 맞추고 싶은 기준금리 레벨을 정하는 겁니다. 2020년 5월 초 현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는 0.75%인데요, 한국은행은 7일물 RP금리를 0.75%로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수단을 동원합니다.
기준금리의 타깃인 7일물 RP금리가 현재 0.78%라고 해보죠 기준금 리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모자라다는 의미일 겁니다. 돈이 모자라니 너도나도 돈을 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더 높은 이자를 불러서라도 돈을 구하려고 할 거잖아요? 7일물 RP금리가 한국은행이 의도하는 기준금리인 0.75%보다 높으면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금 공급이 늘어나겠죠? 돈이 풀리면 서 돈 구하기가 편해진 사람들은 무리해서 높은 금리를 부르며 자금을 땡기려 하지 않겠죠. 네, 7일물 RP금리가 하락합니다. 어디까지 하락하느냐면요, 기준금리 레벨인 0.75%까지 내려갑니다. 반대로 시중에 자금이 너무 풍부해서 7일물 RP금리가 0.75%보다 낮아졌다고 해봅시다. 돈이 너무 많으면 자금을 어디서나 쉽게 빌릴 수 있죠. 그럼 가장 낮은 이자를 부르는 쪽에서 돈을 빌릴 겁니다. 그러니 금리가 낮아지게 되는데요. 0.7%까지 낮아졌다고 해보죠.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은 0.75%인 기준금리를 맞추기 위해 시중에서 자금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시중 자금을 흡수하면 넘치던 자금이 줄어들겠죠. 그럼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금리가 올라가게 될 겁니다. 어디까지? 기준금리 레벨인 0.75%까지 금리를 잡아 올리는 겁니다. 이렇게 정책적으로 정한 기준금리인 0.75%에 7일 RP금리를 맞추려는 작업, 이걸 어려운 용어로 공개시장조작 open Market Operation이라고 합니다. 이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입니다.
- 경기가 안 좋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경기 부양을 하고자 하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럼 세금을 걷거나 아니면 국채 발행을 해서 돈을 빌려오거나 해야겠죠. 경기가 안 좋은데 세금을 더 걷는 건 무리가 되니 국채 발행에 나설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으니 시중에 자금이 씨가 마른 겁니다. 서로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 라 돈을 서로 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중 자금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건데요. 여기서 국가가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립니다. 가뜩이나 민간 기업들은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죽겠는데 정부가 나서서 그나마 있는 돈을 돈 먹는 하마처럼 쫘악 빨아들이는 거죠. 그럼 민간은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의 투자는 실종될 겁니다. 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민간의 투자가 쫓겨나는, 즉 구축 되는 효과를 구축 효과'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모습인데요, 향후에는 이 구축 효과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해외 직접 투자건 포트폴리오 투자건 해외 투자자들이 이머징으로 들어갈 때는 달러를 팔고 이머징 통화를 사서 해당 국가에 투자를 한 겁니다. 그런데 해당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마구 낮추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시중에 자금을 더 많이 풀어주려고 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거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다는 것은 해당 이머징 국가의 통화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럼 그 나라 통화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는 것? 네, 가뜩이나 달러가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달러가 귀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머징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서 더 많은 자국 통화를 풀면 달러 대비 해당 국가 통화 가 치는 더욱더 크게 하락하게 되겠죠. 해외 투자자들은 결국 나중에는 달 러를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겁니다.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고, 투자한 이머징 국가 통화 가치는 보다 크게 하락할 것 같습니다. 그럼 계 속 남아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머징 국가에 투자한 자산들을 정리해 서 하루라도 빨리 달러를 사서 돌아가야 할까요? 아마도 후자를 진지하 게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머징 국가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주게 됩 니다. 그런데 와....... 해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거죠. 이머징 국가에 투자한 공장을 정리하고, 주식을 팔고, 채권을 팔 고....... 그렇게 받은 이머징 국가 통화까지 팔고 달러를 사서 돌아가려 고 하는 겁니다. 이른바 어려운 말로 '자본 유출'이라는 게 나타나게 됩니다. 
-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 구조적 무역 흑자, 충분한 외환 보유고라는 요인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미래에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죠.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 국채는 더 이상 귀하신 몸이 아닙니다. 지금의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과 같이 투자자들의 근심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외부 충격이 찾아왔을 때 지금처럼 한국 국채로 외국인 투자자 들이 유입되어 들어오지 않습니다. 최근 다른 이머징 국가에서 나타나 는 현상처럼 한국의 주식과 채권을 모두 팔고, 그렇게 받은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이야 주식 매도를 통해 받은 원화를 팔고 나가는 세력과 국채 매입을 위해 원화를 사려고 하는 세력이 섞이면서 원화 가치가 과거 대비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지만 이후에는 주식 매도로, 그리고 국채 매도를 통해 받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이탈하는 최악의 그림이 펼쳐질 수 있죠. 그럼 달러/원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달러당 1600원의 환율, 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록했던 달러당 2000원의 환율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경기가 좋지 않으면 금리를 인하해야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양적완화와 같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하겠죠. 그런데요, 일본이나 미국은 디플레이션이 오기 때문에, 즉 물건의 가격은 하 락하고 반대로 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는 디플레이션이 오기에 금리를 인하해서 화폐 공급을 늘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인 플레이션이 찾아오는 이머징 국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감하게 유동성 공급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의 하락을 말 합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데 돈을 더 뿌린다? 그럼 화폐 가치의 폭 락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보게 되겠죠. 이런 이유로 이머징 국가들은 참 태생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거죠. 
- 미국 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경제 주체 전반적으로 부채가 과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잠시 멈추어 섰을 때 이 기간 동안 돈을 잠시 벌지 못해 파산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고자 양적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경기 부양 프로그램을 가동했던 겁니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브리지 Bridge(다리)라고 하면 감 이 좀 올까요? 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활동의 공백 기간에 부채로 인 한 파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기 부양, 이게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사태 당시 Fed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취했던 스탠스라고 이해 하면 되겠습니다. 부채가 많다는 것은 결국 외부의 충격이 찾아왔을 때 그 충격을 훨씬 더 크게 만들어버리게 됩니다.
-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이렇게 채무를 늘리게 되면 국가 신용의 문제가 불거집니다. 빚더미에 앉은 나라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해당 국가의 국채를 기피 대상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빚을 많이 걸머지고 있는 나라가 빚을 대규모로 더 내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미국 국채의 위상이 워낙에 높기에 국채를 이 정도로 많이 발행해도 돈을 빌릴 수 있죠. 그렇기에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서 대부 분의 국가들이 국가 부채의 확대를 우려하여 재정 정책을 소극적으로 쓰고 있는 반면 미국은 강한 재정 부양을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럼 다른 국가 대비 미국은 훨씬 강한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미국은 다른 국가 대비 차별적인 성장을 나타낼 수 있습니 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은 각종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을 통해 시중에 돈을 뿌려놓았죠. 많이 풀려 있는 돈들은 어디론가는 흘 러가야 할 겁니다. 당연히 다른 투자 대상보다는 차별적인 매력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겠죠. 보다 강한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미국으로 쏠리게 될 겁니다. 그럼 미국 자산을 사들여야 하기에 당연히 달러가 필요하겠 죠. 그럼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되고 달러 강세가 찾아올 겁니다. 팬데믹 충격 및 과도한 부채로 인해 경기가 짓눌리기에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의 공급을 크게 늘렸죠. 그러나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버티는 그런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 미국은 재정 적자의 확대를 통해 미래의 세수(세금 수입)를 현재로 끌어와서 쓰고 있죠. 그리고 기업 및 가계 부채 확대를 통해 경제 주체의 미래 소득을 현재로 끌어와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역 전쟁을 통해 관세 부과를 하지 않았다면 이머징 으로 흘러갈 수 있는 성장을 미국에 묶어두고 있죠. 마지막으로 셰일 산 업의 성장을 통해 산유국의 부를 미국으로 흐르게 합니다. 이게 최근 나 타나고 있는 미국의 차별적 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별적 성장은 당연히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드라이브를 강하게 추동하겠죠. 미국에서 나타나는 차별적 성장의 과실을 따먹기 위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럼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될 겁니다. 달러 강세의 결과는? 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머징 국가들의 부채 부담 확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수출 성장 둔화를 촉발하게 되죠.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했던 거겠죠. 미국 수출 둔화로 인해 무역적자가 증가하게 되니까요. 그럼 예전보다 이머징 국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겁니다.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나타나는 이머징 국가들의 극단적 성장 위축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유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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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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