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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사사회

사회 2023. 6. 22. 16:45

- 상식으로는 믿기 어렵지만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 한국인들의 생애 말기 돌봄과 죽음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 이었다. 예컨대 1992년 사망자 약 23만 명 중 병원에서 임종한 사람은 약 4만 명에 그쳤다.' 말기 돌봄과 죽음이 주로 집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망 원인 분류에 '증상불명확'이란 항목이 있 을 정도였다. 해를 넘겨 사망신고를 하는 지연 신고 문제도 불 거졌다. 이처럼 대다수 사람들에게 돌봄과 죽음은 의료(진단과 치료)와 행정(규정과 절차)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집안일'에 가까 웠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상황이 달라졌다. 통계청에 따 르면 2008년 한 해 사망자 중 63.7퍼센트가 '병원사'였던 반면 '재택사'는 22.4퍼센트에 머물렀다. 이 시기 말기 돌봄과 죽음은 의료보험을 타고 집 밖으로 나섰다. 2003년 공무원 의료보험공단·직장 및 지역 의료보험조합들과 그 기금들이 국민건 강보험으로 완전 통합됐다. 병원의 문턱이 낮아졌다. 과거 '노 환'이었던 것들이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진단명으로 세 분화되었고, 의료 서비스의 대상이 되었다. 1990년대 존재했던 증상불명확이란 항목 역시 통계청 사망 원인 분류에서 사라졌다.
- '산업역군'으로서 남자들이 바깥일을 무탈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여자들은 '현모양처'로서 집안일(여기에는 생애 말기 돌 봄은 물론 출산과 육아도 포함된다)을 하도록 고무됐다. 여성의 가사 노동을 비가시화하고, 남성 노동자에게만 임금을 주는 사회구 조는 산업화를 싸고 빠르게 이룩하는 데 효율적이었다. 자연스레 생애 말기 돌봄은 '집사람이 공짜로 하는 집안일'이라는 인식과 경험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공적 의료보험과 요양보험을 비롯한 사회제도의 확대, 가족 세대 구성의 단순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증가 등의 사회적 흐름은 생애 말기 돌봄을 시장에서 거 래되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돌봄 노동은, 앞서 언급했듯이, 전 문성이 필요 없는 집안일로 여겨졌고, 시장에서 그 가치가 낮 게 매겨졌다. 오늘날 생애 말기 돌봄은 대개 여성이 최저임금 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 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안에 들 어와 있어도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은 비참하고, 제도 밖에 있는 간병인은 저임금인 데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요양보호사의 돌봄은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 신'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한편, 건강보험에 간병급여가 빠져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간병은 보호자가 하거나 환자가 간병 인을 직접 고용해서 해결해야 한다. 불안정한 노동·의료·복지 구조 속에서 요양보호사, 간병인, 환자, 보호자 모두 위태로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가령 간병인은 병원 내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24시간 환자의 손과 발이 되고 있지만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을 적용받지 못한다. 대개 간병인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시달 리고 있고,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요양보호사들 또한 고강도 육체노동과 다양한 폭력(예컨대 노인들의 침 뱉기, 욕하기, 꼬집기 등등)에 노출되어 있다.
- 특히 사람들이 이들을 '아줌마'로 호칭하는 것은 돌봄 노동을 여전히 집안일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생애 말기 돌봄의 형성 과정 (젠더화와 시장화)은 노동 자들뿐만 아니라 돌봄 수혜자의 삶 또한 취약하게 만든다. 언 론에서 고발하는 시설 내 노인 학대나 환자 소외의 본질을 노 동자의 도덕성이나 전문성 결여가 아니라 흔들리는 삶의 조건 에서 찾아야 한다. 존엄한 돌봄과 임종을 희망하는 사람은 돈 이 많거나 운(가족운, 간병인 등등)이 좋아야 한다. 
- 사회학자 조은주는 1960~70년대 "가족계획사업은 적은 수의 자녀를 낳아 임금노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아버지와 합리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일상적 실천을 일반적인 삶의 과정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한 다. 즉 이 사업은 단순히 산아제한을 통한 국가 발전이 아니라 개인들이 일과 가족(계급과 젠더)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실천하 는 장이었다. 정상적인 가족(4인 가족)과 특정한 생애 주기(일, 결 혼, 출산 시기)가 이념처럼 퍼졌다. 이처럼 인구는 과거, 현재, 미 래를 규정하고, 사회 성원이 믿고 따라야 할 삶의 형태를 창출 하는 일종의 '기획'이다.
그러면 인구와 짝을 이루는 위기(crisis)란 무엇인가? 통상 '위 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하는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 '크리시스 (Kolous)'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명사 크리시스는 분리, 구별, 선 택, 그리고 판단, 생각, 결정을 의미한다. 요컨대 위기를 이루 는 두 축은 '시간과 행위다. 위기는 찬성과 반대, 선과 악, 삶과 죽음, 퇴보와 진보처럼 길이 양쪽으로 갈리는 중대한 순간과 그때 해야 하는 최선의 선택을 가리키는 말이다.

- 노화와 죽음이 공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인구라는 정치적 상상에 기반한 미래의 불확실성과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논의의 결과물로 등장한 '불평등한 노년'을 마주하고 있다. 노년이 불평등한 삶의 형태로 나타나 는 세계에서 노화와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다. 안티에이징 (anti- aging)은 의료 기술 차원을 넘어서 규범으로 작동한다. 사람들 은 세포의 노화까지 걱정하며 돈을 쓰고 몸을 관리한다. 그렇 게 각자도생하거나 각자도사한다.
이제라도 노인 돌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존엄한 노년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라는 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가 노인 돌봄의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출산이든 고출산이든 상관없이, 한국의 노인 돌봄은 여러 각도로 검토해야 하는 주제다. 그 논의는 노인을 자유롭고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의료전달체계상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은 환자 의 중장기적 안정보다는 새로 들어오는 위중증 환자 치료에 우선순위를 둔다. 하지만 환자들이 동네 의원에서 어렵지 않 게 진료 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현실에서 의료전 달체계는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대학병원은 각종 검사 및 수 술을 받는 환자를 위해 병상 회전율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으 로 '교통 정리'를 한다. 건강보험 수가가 낮고 비급여 진료도 거의 없는 입원 환자가 주요 정리 대상이다. 이러한 의료전달 체계와 건강보험 수가의 난맥상으로 수술 이후 환자 돌봄은 사실상 가족 및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남는다.
한편 암 환자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돌봄을 받기도 어 렵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안에 있는 요양원은 치매를 비롯 한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양병 원도 노인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 요양원 입소에 필 요한 장기요양 1·2등급(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을 받지 못해 서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혼자 힘으로 거 동은 가능하지만 일상적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크게 아프지 않아도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다 보니 중증 환자는 의사가 없는 요양원('수발'을 전제한 복지시설)에 가고, 경증 환자는 의료진이 있는 요양병원(시술'을 전제한 의료시설)에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더욱이 노인성 질환을 주로 보는 요양병원에 완화의료팀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호스피스에선 간호사 한 명이 환자 다섯 명 정도를 돌보는 반면,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환자 40명을 감당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두 기관의 환경 차이가 크 다. 요양병원이 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지, 그 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향후 면밀한 검토가 필요 한 실정이다(현재 일부 요양병원이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 현재 한국의 호스피스는 말기암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암 환자가 호스피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치의로 부터 '말기' 판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암 환자의 치료 과정 에서 말기는 뚜렷한 경계가 있는, 분절 가능한 시기로 보기 어 렵다. 예컨대 대학병원 의료진이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외래, 응급실 등을 언급한다는 것은 '치료 계획'이 아직 있다는 말이 기도 하다. 이 계획은 암이라는 적을 섬멸하기 위한 일종의 전 략전술이다. 의료진은 종양(합병증, 부작용, 재발, 전이 등을 포함)의 형태와 병기에 따라 수술 · 항암제 · 방사선 치료를 동원한다. 이 계획을 따라서 종양이 근절되어 환자의 몸이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종양이 억제되지 않은 채 환자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더 이상 치료 계획이 유효하지 않은 시점, 즉 종양을 해결할 수 없는 말기라는 시간을 환자, 보호 자, 의료진이 상이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의료진 (특히 담당 교수)이 '환자에게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 라고 판단한 것과 별개로, 환자 및 보호자에게 말기를 고지하 고 호스피스 이야기를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의료 진, 환자, 보호자 간에 말기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적극적 치료'가 아닌 '호스피스'에 대한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가령 의료진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고, 가족 의 생계를 책임지며, 치료 가능성을 굳건히 믿고 있는 중년 남성 암 환자와 대화를 하게 될 수 있다. 또 자녀 양육과 환자 간 병을 도맡아 하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보호자도 고려할 수 있다. 의료진 중 누가(교수, 레지 던트, 간호사), 언제 말기 판정 직후, 임종기), 어떻게(직설적, 뜸들이기, 돌려 말하기, 희망적 사고), 누구와(환자, 보호자) 말기 및 호스피스에 대해서 대화할 것인가?
- 말기 고지 및 호스피스 전원은 그런 '지난한 과정'을 전제한 다. 대개 치료 계획에 관해서는 의료진 간에 견해차가 크지 않 지만, 말기에 관한 의료결정은 교수의 '철학'에 따라 요동친다. 어떤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해 끝까 지치료를 고민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의사는 그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말기 및 호스피스에 대해 모호하게 말할 수도 있다. 즉 말기는 당사자들(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의 입장, 신뢰, 의사소통 등에 따라 의학적 판단과 비슷한 시기가 될 수도 있고, 그로부 터 한참 뒤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정신없이 바쁜 대형 병원에 서 당사자들이 이 복잡한 협의를 할 정도의 '라포르(rapport: 상 호 친밀감, 신뢰관계)'를 형성하기란 무척 어렵다. 치료가 아닌 돌 봄과 관계가 있는 말기라는 시간은 지리멸렬에 빠지기 십상이 다. 환자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그제야 '말기' 딱지를 붙인 채 호스피스 전원이 이뤄진다.
그 결과 호스피스 의료진은 임종이 임박하거나, 말기에 대 한 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환자를 만나게 된다. 환자는 호스피 스에서 의미 있는 생의 끝자락을 보내고 싶어도 체력과 시간 이 없다. 완화의료 전문가들은 호스피스의 가치를 실현하기 보다는 '임종 처리' 역할을 맡으면서 소진된다. 이런 현실에서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싹튼다. 간 혹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하는 선진국 호스피스의 사례들, 예컨대 가든파티, 바닷가 여행,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 기 등을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다.
- 오늘날 호스피스는 생애 말기 돌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호스피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치료사, 자원봉사 자는 종교와 관계없이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존엄한 죽음 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가 호스피스까지 가는 경 로가 멀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한국 의료라는 컨베이어벨트는 천천히, 수평으로, 매끄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장치는 환자의 '몸'을 진단과 치료에 치우 친 방향으로 급격히 회전시킨다. 각 구간 사이는 찢어지고, 경사지고, 굴곡져 있다. 이 '역동적인 과정'이 진행되면 될수록 돌봄의 가치는 부서지고, 가족 보호자의 부담은 커지며, 의료 진은 분열한다. 질병의 치료 가능성과는 별개로, 환자 삶의 위 험이 증식하는 구조다. 그래서 호스피스에 주목해야 한다. 의 료라는 컨베이어벨트 말단에 위치한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은 곧 이 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수리하는 일과 밀접히 연 결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를 '죽으러 가는 장소'가 아니라 모든 환자를 위한 '환대와 돌봄의 시공간'으로 더 과감하게 상상해야 한다. 시민 들이 호스피스를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라면 죽음 의 풍경도 달라질 것이다.
- 내 눈길을 끈 건 노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1층 어르신들은 입을 통해서 먹지 않았다. '줄'이라 불리는 비위관 삽 입 (Levin tube insertion)을 통해서 수분과 영양을 공급받았다.
비위관 삽입은 환자의 코를 통해 식도를 지나 위까지 삽입 하는 관(管)으로 음식물이나 약물을 투여하는 의학적 시술을 뜻한다.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더불어 늘어난 요 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일상적 의료행위로 자리 잡았다.
중요한 건 비위관 삽입이 어디까지나 '의학적 시술'이라는 점이다. 이 시술이 상당 기간 진행된 퇴행성 신경질환(예컨대 알 츠하이머병)과 연하곤란(삼킴 장애)을 겪고 있는 와상 환자 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의학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미비하다. 의료인은 환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비위관 삽입을 결정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충분하게' 향상시키지 않고 수명만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시술 은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위관 삽입에 대해 입소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노숙 생활 을 하다가 아픈 몸으로 길에서 발견되고, 응급실을 거쳐 요양원으로 들어온 노인들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있었다. 어르신들이 그 의료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의사를 밝히면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들에게는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줄 가족이나 지인도 없는 상황 이다.
온갖 윤리적 수사로 뒤덮인 그 돌봄의 대상은 노인들의 생 명 그 자체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정해진 시간에 콧줄을 통해서 노인들에게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고, 기저귀를 관리하 며, 욕창을 예방한다. 숨 쉬고 먹는 콧구멍을 가진 존재로 전 락한 노인들은 10여 년간의 조용한 와상 생활 끝에 '자연사' 한다. 이렇게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무연고 노인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있다. 이 '생명 존중'이 곧 요양원의 운영 원리이고 질서다.
- ᄀ노인요양원 간호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데, 그때 여 기 노인들처럼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해서 비위관 삽입을 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간호부장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 다. “아, 저는 절대 싫어요. 저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나 이가 좀 더 들면 사전의료의향서를 꼼꼼하게 써놓을 생각이에요. 가족들에게도 내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해놓아야죠."

- 철학자 미셸 푸코의 분석처럼, 개인의 윤리는 특정 시대의 제도, 담론, 지식, 또 그와 관련된 실천을 통해서 '구축'된다' 윤리를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규범과 의무로만 보는 관점에 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생애 말기에 강조되는 윤리 역 시 마찬가지다. 효, 도리, 연명의료결정법과 같은 '선언적 윤 리'는 개개인이 경험하는 '일상적 윤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 한다.
문제는 그러한 윤리가 당사자인 노인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사회가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된 문제 를 윤리의 이름으로 가족, 특히 여성(요양보호사, 간호사, 딸, 며느리 등)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존엄 하지 못한 돌봄의 경험은 결국 존엄하지 못한 죽음으로 이어 진다. 생애 말기 돌봄을 담당하는 주체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의료적·생물학적 돌봄만을 최선으로 여긴다. 대부분 병원에서 죽기 때문에 그 '나머지' 죽음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터부와 혐오는 그 위에서 싹튼다.
- 인터뷰에서 만난 의사는 환자에게 말기를 고지(知)하 고 항암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그 결정 을 교과서처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말기'는 환자 가 항암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그 치료로 기대되는 이 득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손실이 더 많아진다고 판단되는 시점 을 가리킨다. 의사는 의료 현장에서 말기라는 단어가 애매모호하게 통용된다고 말했다. 사람들(환자, 보호자, 의료진)은 초기가 아니면 말기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심지어 말기와 임종기라는 용어가 혼재하고 있다고 했다. 용어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말 기 의료결정은 환자의 몸 상태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과 환 경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마다 처한 형편이 다르고, 그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의사의 '철학'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면 의료진이야 말로 말기 의료결정 앞에서 부화뇌동을 하는 사람인 셈이다.
- ㄷ환자의 보호자는 말기 의료결정을 '의료 다양성' 속에서 검토했다. 한국은 여러 의료가 공존하는 곳이다. 가령 정형외 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뼈주사를 맞은 노인이, 며칠 뒤 한의 원에서 침 치료를 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양·한방 협진 병 원도 곳곳에 있다. 민간요법도 있다. 또 병원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말이 안 통하는) 아픔을 치유하는 무당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다.' 그 '의료들'은 저마다 몸, 아픔, 질병, 고통, 치유, 건강에 대한 인식체계, 역사적 맥락, 실천 방법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그것들을 조합하고 활성화한다. 특히나 가슴을 졸이게 하는 대학병원이란 공간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 다양성은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의지가 된 다. 물론 이런 상황을 환자와 보호자의 '선택'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선택을 '불가피한 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환자와 보호자는 말기 의료결정에 관한 의사의 의견을 그 의료들 속에서 따져보고 수용했다.
- 더욱이 의료진에게 병원은 환자를 '보는' 곳이었다. 의사는 질병, 치료, 건강을 해부학적, 병리학적 방법을 통해서 해석한 다. 예컨대 엑스레이, CT, PET-CT, MRI와 같은 영상의학 검 사, 그리고 혈액이나 소변을 통한 생화학 검사의 공통점은 환 자의 몸(몸 안)을 '보는' 것이다. 각종 검사는 몸을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전환한다. 의사는 환자의 몸을 표준 성인 의 몸, 즉 의학적으로 '정상'이라 간주되는 몸의 기능 및 수치 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의사는 환자의 질병(이 상)을 파악하고 환자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행위, 즉치 료를 시도한다. 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의료 다 양성을 언급했듯이, 서양의학 또한 몸, 질병, 건강에 대한 인식 체계, 역사적 맥락, 실천 방법을 갖고 있다.
- A대학병원의 의료진(의사)은 크게 교수, 펠로(전임의), 레지던 트(전공의), 인턴(수련의)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차, 직급 등에 따 라 다시 서열화·세분화된다.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뉘고, 또 진 료 영역에 따라 구분된다. 상하로, 좌우로 분절된 구조다. 그들 은 주로 도제식 (徒弟式)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일한다. 그런 방 식은 임상에 유용한 암묵지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암묵지 는 '개인에게 체화(體化)되어 있지만 말이나 글 등의 형식을 갖 추어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뜻한다. 진료 및 교육의 일관성 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로 볼 수 있다. 한편 대학병원이란 장소에서 그러한 학습 방식은 진료 영역 간의 장벽을 강화하거나, 의료진의 관계를 더욱 수직적으로 만들 수 있다. 대학병원에 서 '급'이 다른 구성원들은 열린 토론을 하기가 쉽지 않다. 예 컨대 교수의 권위에 눌려 환자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못 하는 전공의도 있었고, 교수가 명료한 오더를 내리지 않아 혼 란스러워하는 전공의도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료진을 '언제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료결정을 내리는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의료진 내부의 일상적 규범이 오히려 환자를 위한 말기 의료결정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 가족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서 늘 변해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산업화 시기에 국가의 가족계획 정책과 도시화로 인해 '4인 가족'이 대폭 늘어났다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나 '코로나19 시대'로 명명되는 오늘날에는 1인 가구, 동거 가구, 동성 가구, 비혼 가구와 같은 형태의 가족이 늘고 있다. 즉 당대 무연고자 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의 본질을 '정상 가족'의 소멸에서 찾을 게 아니라 이미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체계와 규범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

- 죽음은 개인의 노력으로만 대비되지 않는다
웰다잉으로 정말 잘 죽을 수 있을까? 웰다잉이 간과하는 것 은 없을까? 웰다잉의 주체는 건강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이 고, 윤리적인 존재로 상상된다. 자기결정권을 무리 없이 행사 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원만한 대인관계도 유지 하는 이른바 '좋은 삶을 사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 구도에서 나쁜 죽음은 나쁜 삶의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런 위인이 현실에 있는지도 의문일뿐더러,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질병, 간병, 노화, 의존이 주변화된다는 것이다. 즉 좋은 죽음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개인을 질타하고, 질병과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쉬워진다."
웰다잉이 강조하는 좋은 죽음(표방)과 능동적인 죽음 준비 (실천)라는 '가치의 틀'은 죽음을 각종 기술로 통제할 대상으로 만들고, 정작 죽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 에는 주목하지 못하게 한다. 학력, 직업, 소득, 지역 등에 따른 죽음의 불평등성을 '잘 살고 잘 죽어야 한다'는 윤리적 언어 표 현으로 가리거나 정당화한다. 웰다잉이 상정하는 자기의 죽음 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개인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고, 계발하고, 실현하는 '자기 안에 갇힌 주체'로 보인다. 그에게 정책, 제도, 법률, 또 가족, 친구, 동료 등의 이른바 사회적 관계는 잘 죽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되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을까?
웰다잉이 강조될수록 '잘 죽기'는 요원하다. 앞서 살펴봤듯 이 웰다잉이 전제하는 '죽음'은 연명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 다. 연명의료를 둘러싼 환자·보호자·의료진 간의 갈등 및 쟁 점은 웰다잉이란 광의적 표현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문 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이한 의료체계, 빈약한 사회 보장, 정의롭지 못한 돌봄의 배치에 대한 깊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호스피스 확대, 왕진, 간병 급여화 같은 제도도 절실하다. 각 사안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또 건 강한 몸을 정상으로 여기고 아프고 취약한 몸에 낙인을 찍는 인식을 갱신해야 한다. 돌봄을 집에서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활동이나 시혜성 사업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문제, 즉 정 치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즉 좋은 죽음은 좋은 사회에 대한 고 민과 분리될 수 없다.
오늘날 웰다잉의 유행은 그만큼 사람들이 잘 죽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자, 죽음이 개인의 노력으로 대비해야 하는 일이 됐다는 방증이다. 마치 죽음이라는 불행을 막는 주술이 등장 한 것 같다. 우리는 잘 죽는 것만 고민하면 될 정도로 좋은 삶 을 살고 있는가? 그렇게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잘 죽는 거라도 고민하는 것일까? 웰다잉은 우리에게 죽음에 관한 두툼 한 언어와 상상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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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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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

사회 2023. 6. 21. 07:10

- 소비사회는 이 세상을 돌보는 방법을 결코 알지 못한다.
소비하는 태도는 스치는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 (한나 아렌트)
- 사람들은 물건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그 물건을 왜 원하는지도 모른다. 
사실상 물건은 아무 쓸모가 없다. 
캐딜락과는 사랑을 나눌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려고 하는 듯 보인다. (제임스 볼드윈)
- 소비사회에는 필연적으로 두 종류의 노예가 있다.
하나는 중독에 사로잡힌 노예이고, 다른 하나는 질투에 사로잡힌 노예다. (이반 일리치)

- 모든 주요 종교와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도 덕적 지도자들(이 책의 앞부분에 공자와 벤저민 프랭클린,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베티 프리단, 올더스 헉슬리, 마틴 루서 킹, 존 메이너드 케인스, 마거 릿 애트우드, 척 D를 비롯해 더 많은 사람의 말을 실을 수도 있었다)이우 리에게 물질을 밝히지 말라고, 소비문화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충고했 다. 종종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18세기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조차 물질주의가 선이 아닌 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난 감 애호가들이 풍요라는 방종 속에서 성인 남성의 진지한 취미보다는 어린애들이 갖고 노는 것에 더 가까운 조잡한 장신구와 잡동사니나 따 라다닌다"라고 맹비난했다. 더 적게 사는 것은 늘 우리가 마땅히 따라야 하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드물었을지라도 말이다. 소비주의를 경고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주장을 한다. 첫째는 돈과 물건에 대한 사랑이 탐욕과 허영, 시기, 사치처럼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는 거리가 먼 것들을 용인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돈과 물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에 봉사를 하거나 지식 및 영적 생활을 추구함으로써 인 간 공동체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문화에 대한 또다른 두 가지 비난이 약 50년 전부터 널리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하나는 "간소하게 살아라, 다른 이들이 그저 생존할 수 있도록"이라는 밈에서 드러나듯이) 제 몫을 넘어서는 소비는 결국 다른 사람을 빈곤하게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부유하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것 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는, 우리가 고대 산 림을 베어내 화장실 휴지를 만들고, 캔을 여섯 개씩 묶음 포장하는 플라 스틱 고리로 갈매기의 목을 조르고, 텔레비전 재방송을 보는 데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장대한 강물에 댐을 쌓고, 무엇보다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태워서 기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더욱 긴급해졌다.
- 9.11 테러 이후 소비주의에 대한 우리의 유구한 불안은 증발 한 듯했다. 이 공격으로 미국은 최소 600억 달러와 50만 개 이상의 일 자리를 잃었다. 대부분의 피해는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갑자기 쇼핑에 열정을 잃은 결과였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 소비하지 않는 것 자체가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부시가 한 말처럼, "우리 편이 아니라면 테러리스트의 편"이었다. 부시의 연설은 우리가 소비를 논하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소비를 향한 열정이 최대한도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세계 지도자들이 나가서 소비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치 소비가 선택 이 아닌 필수인 것처럼 말이다(결국 부시는 2006년에 대침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미국인에게 실제로 "소비하라"라고 말했다). 
- 소비의 속도를 늦추면 분명 경제에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동시에 정확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최소한 지금 필요한 짧은 기간 내로는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후변화는 여러 병폐 중 하나일 뿐이며, 그 모든 병폐가 소비문화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 다. 신중한 전문가들조차 그 결과로 정치적 격변이나 대규모 인명 피해 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한다. 이 소비의 딜레마는 간단히 말해 지구에서 인류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 거대한 사륜구동 자동차인 허머의 유명한 광고가 말했듯, "필요는 매 우 주관적인 단어이다. 소비문화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은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지품은 우리가 더 큰 사회질서에 속한다는 의미와 동시에, 우리가 고 유한 개인으로서 사회질서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는 의미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이러한 신호는 소비사회를 살 아가는 사람들이 매우 유창하게 사용하는 하나의 언어다. 그 과정이 어 찌나 자연스러운지, 우리는 특대형 트럭을 모는 온순한 남자나 금박을 입힌 조각상이 늘어서 있는 졸부의 집처럼 메시지가 지나치게 빤할 때 에야 그 언어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 딜린저는 세상이 쇼핑을 멈추고 약 48시간이 지나면 의류 및 패션산업 전체가 소비 심리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대해 고찰하느라 떠들썩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의 여파가 새로운 방향으로 퍼져나가며 수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이때다.
의류 무역의 총가치는 1조 3000억 달러다. 만약 패션의 왕국이 실존 하는 국가라면 경제 규모가 전 세계에서 열다섯번째로 클 것이며, 거의 미국 인구에 맞먹는 규모의 국제 노동 인력을 고용할 것이다. 오로지 면 직업에서만 8개국의 2억 5000만 명에게 임금을 지급하며, 이 수치는 세계 인구의 약 3퍼센트에 해당한다. 리바이스는 매해 생산되는 면의 1퍼센트 미만을 사용하지만, 그렇다 해도 리바이스의 판매량이 절반으 로 줄어들 경우(쇼핑이 감소할 때 보통 의류 산업은 전체 소비보다 큰타 격을 입는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면 생산국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약 125만 명의 소득이 날아가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의 주장은 수치로 입증된다. 2016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의류 열벌 중 여섯 벌이 생산된 지 1년 이내에 쓰레기장이나 소각장에 버려진다고 보고했다. 판매되지 않아서 버려지는 옷은 그중 작은 일부일 뿐이며, 대부분은 우리가 구매한 뒤 버린 옷이다. 이 옷들은 선물 받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옷, 행사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준 티셔츠와 모자, 성 패트릭의 날에 걸칠 초록색 옷이 필요해서 일회성으 로 산 것들이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이유로 계속 입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구매한 옷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쨌거나 오늘날 생산되는 옷 다수가 오래가게끔 만들어지지 않는다. 양말과 스타킹은 몇 시간 만에 해지고, 셔츠는 단추가 떨어지고, 바 지는 찢어지고, 스웨터는 보풀이 생기고, 많은 옷이 줄어들거나 얼룩 이 생기거나 세탁기 안에서 망가지고, 티셔츠에는 인터넷 게시물의 주 요 주제인 자그맣고 불가사의한 구멍들이 생긴다(좀이 슬었을까? 벌레일 까? 아니다.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때문이다. 구멍이 난 것은 오늘 날 생산 라인에서 얇디얇은 천을 작업대 같은 것에 문대기 때문이다). 의류 매출의 극치는 흰색 티셔츠인데, 이 티셔츠는 값싸게 생산되고 쉽게 얼 룩지며 중고품점에서 헐값에 팔린다. 누구도 얼룩진 싸구려 흰색 티셔 츠를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옷 열 벌을 구매했다고 상상해보자. 보통 1년 이내에 내버 리는 여섯 벌을 제하면 네 벌이 남는다. 이제 한 해에 절반인 다섯 벌을 구매한다고 상상해보자. 여전히 네 벌을 갖고 한 벌을 내버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이건 소비의 딜레마다. 옷 구매를 절반으로 줄이면 세계경 제에 소행성 충돌과 같은 충격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의 옷장은 줄어 들기 시작하지도 않는다.
-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보통의 미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다섯 개만큼의 자원이 있어야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 이다. 명백한 문제는 우리에게 지구 다섯 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지구가 하나밖에 없다.
비영리단체인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 Global Footprint Network는 이러한 계산을 거의 20년간 섬세히 조정해왔다. 이들은 먼저 지구를 헥타르(일반 축구장보다 약간 더 넓은 단위)로 나눈다. 이 헥타르들은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생산적인 땅으로, 1헥타르당 그 생산성의 평 균값이 부여된다. '글로벌헥타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구획들을 전 인류에게 골고루 나누면 각자 1.6 글로벌헥타르를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의 땅과 물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했을 때 모든 개인에게 주어질 대략적인 몫이다. 물론, 전 세계의 자원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 필요와 욕구 외에도 소비 중단의 의미를 구분할 또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이상으로 쇼핑을 하는가, 그렇지 않은 가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인류는 개인 평균 2.7글로벌헥타르를 소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생태발자국'의 크기이며, 이는 지구가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양보다 170퍼센트 더 큰 규 모다(대부분의 국제적 자료와 마찬가지로 생태발자국 또한 투박한 기준이 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과학자들은 이 기준을 '인간이 자연에게 얼 마만큼을 요구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값'이라 칭한다). 우리 모두가 일반적인 미국인처럼 생활한다면 지구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 계산할 때 과학자들은 먼저 얼마만큼의 글로벌헥타르가 있어야 보통의 미국인이 자신의 소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일반적인 미국인의 생태발자국은 8글로벌헥타르다. 8글로벌헥타르는 전 세계 개인에게 주어지는 1.6글로벌헥타르의 다섯 배이므로, 미국이라는 행 성을 지탱하려면 지구가 다섯 개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다른 국가에도 똑같은 계산을 적용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면 전 세계 에서 소비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발생하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 리 모두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의 보통 시민처럼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지구를 절반으로 줄여도 모두 가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자원이 남는다. 모두가 일반적 인 중국인처럼 산다면 지구가 두 개보다 조금 더 많이 필요하고, 모두 가 스페인인과 영국인, 뉴질랜드인처럼 산다면 지구는 약 두 개 반이 필 요하다. 우리가 이탈리아 행성과 독일 행성, 네덜란드 행성에서 산다면 지구 세 개가, 러시아인과 핀란드인, 노르웨이인처럼 산다면 지구 세 개 반이, 스웨덴과 대한민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의 생활방식을 누린 다면 지구 네 개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에콰도르 행성에서 산 다면 딱 지구 한 개가 필요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만큼이다.
에콰도르의 소비자 생활방식은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 겨진다. 천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모두가 보통의 에콰도르인(예를 들면 페르난다 파에스)처럼 소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생활방식 은 "하나의 지구를 위한 생활one-planet livin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 20세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생활방식이 낯익을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하는 식사는 드문 호사였고, 옷은 물려받아 입었으며, 집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떠났고, 소비하는 삶의 속도는 무척이나 느렸다. 또한 그때는 일상에서 돈을 쓰는 것이 통칙이 아니라 예외라는 감각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널리 통용되는 규범이었던 시기를,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아마 도 1970년이 인류 전체가 여전히 하나의 지구에 걸맞은 생활을 했던 마 지막 해였다. 물론 선진국들은 훨씬 일찍 그 수준을 넘어섰다. 생태발자 국네트워크의 분석가들은 미국의 평균 생활방식이 1940년에서 1960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추산 한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의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일본 같은 일부 국가는 1960년대 중반에, 한국은 1979년에 그 선을 넘었다. 이런 식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현재 미국인 구는 1970년보다 60퍼센트 더 많지만, 총소비지출은 물가 상승률을 감 안해도 400퍼센트 증가했다. 1965년과 비교하면 그 수치는 거의 500퍼 센트에 달한다. X세대까지만 시계를 돌려도 지구 몇 개만큼의 과잉 소비를 없앨 수 있다.
- 가장 오래된 인류 문화에도 경제생활을 쉬는 날들이 있었지만, 영적 인 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일주일에 하루를 콕 집어 현실적인 일 을 쉬는 날로 정한다는 생각은 유대교에서 안식일을 창시하면서 생겨 났다(이스라엘의 시인 차임 나크만 비알리크는 안식일을 "히브리 정신이 만들어낸 가장 눈부신 창작품"이라 말했다). 유대교 전통에서 안식일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중단하는 날이자 시누이Shinui, 즉 변화의 감각 으로 정의되는 날이었다. 안식일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분주함과 상 업, 거래로 가득차 있다는 생각에 맞서는, 즉 현재 우리가 익숙한 시간 에 맞서는 초기의 저항 행위였다.
- 유대교 안식일은 주로 토요일이지만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안식일은 주로 일요일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기독교인이었던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마다 공무와 제조업을 금지한 1700년 전에 시 작되었다. 그 이후로 일요일 안식일은 많은 것을 의미해왔다. 음악을 즐 기며 마음껏 먹고 마시는 날, 격렬한 승마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체포되 거나 심지어 태형을 받을 수도 있는 도덕적 순결의 날,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날. 그러나 이날은 언제나 일하지 않는 날, 그리고 쇼핑하지 않는 날이었다.
- 미국 건국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물질주의적 생활방식에 저항한 시 도들을 추적한 『단순한 삶 The Simple Life』에서 역사가 데이비드 시David Shi 는 분주함이 소비문화의 가장 핵심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돈이나 재산, 활동 그 자체는 단순함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 나 돈을 향한 사랑, 물건에 대한 열망, 활동의 감옥은 단순함을 해치죠." 격리 기간이 며칠에서 몇 주로 늘어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감 옥을 뒤에 남기고 떠나는 듯 보였다. 성취 중심적 사고와 끊임없이 계획 되는 업무가 점점 모습을 감췄고, 많은 사람이 안식일을 즐기던 과거의 시민들처럼 더 적은 것을 지니고 사는 기술뿐만 아니라 일을 더 적게 하 는 기술을 습득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시간은 두렵게 펼쳐지는 것, 채워 야 할 구멍이기를 멈추고, 넓어지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작은 기적 이 일어났다. 삶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봉쇄령이 내려지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친한 친구에서 거의 모르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나의 인맥 내에서 최대한 널리 설문 조사를 했다. 그 리고 생산성이 점점 피로해진다는 말, 시간 속에 침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차리고 있어요.” 한 사람은 이 같은 가장 단순한 말로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앞으론 다시없을 방식으로 봄을 알아차리고 즐길 기회를 얻었어요." 또다른 사람이 말했다. 많은 답변이 70년 전 매스 옵서베이션이 묘사한 잃어버린 세계를 되풀이하 는 것 같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한 여성이 말했다. "국토횡단 열차 안에 있는 느낌, 상호작용의 본질을 떠올리게 해요." 전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몇몇은 격리를 일종의 안식일로 묘사했다.
팬데믹 이후로 텅 빈 고속도로나 버건 카운티처럼 주차된 차가 없는 쇼핑몰 주차장을 볼 때면 재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한편으로 초반의 봉쇄가 일종의 해방이기도 했음을 상 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버건 카운티에서 주말을 보낼 때 가장 먼저 알아 차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일요일의 교통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했 을 때 우리가 목격했듯 이곳의 일요일에는 교통량 자체가 훨씬 적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저 양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퍼래머스 경찰은 일 요일의 차량 흐름이 평소와는 다르다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 천천 히, 덜 공격적으로 운전하며, 뒷골목을 지름길로 이용하는 현상도 훨씬 적다
- 제이차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오염은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초반, 2009년, 2020년, 이렇게 딱 네 번 줄어들었다. 이중에서 경제성장과 환경 파괴의 분리, 녹색 성장, 그 밖에 지구를 보호하려 는 다른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사례는 없으며, 네 경우 다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관련되었다. 탄소 배 출량은 세상이 소비를 멈출 때 줄어든다. 배출량이 가장 급격하게 감소 한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였는데, 그해 전 세계의 배출량이 7퍼 센트 줄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감소세가 가장 오래 지속된 사례는 아닐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탄소 배출량이 가장 크게 억제된 시기는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였습니다. 세계경제 대부분이 위축됐었죠." 사회구조가 소비와 환경오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오리건대학교의 사회학자리처드 요크Richard York가 말했다.
소련은 1991년에 무너졌다. 뒤이은 거의 10년간 옛 공산주의 왕국은 요크가 말한 '탈근대화'를 거쳤다. 구소련 국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은 거의 3분의 1이 줄었는데, 이는 팬데믹 동안 가장 단속이 엄격했던 4주간 중국에서 감소한 25퍼센트보다 더 큰 감소량이었다. 소련의 감 소 추세가 너무 극적이어서, 다수의 서구 국가에서 발생한 심각한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자 지구 전체의 탄소 배출량이 2년간 줄었고 이어진 10년간은 아주 느린 속도로 증가했다. 당시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일 부 서유럽 국가가 이미 탄소 배출 감소에 힘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많이 잊히긴 했지만, 그 어떤 국가도 구소련 공화국만큼 탄소 배출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았다. 요크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 규모를 바꾸지 않으면 최소한 배출량을 크게 삭감하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 IEA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자진해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즉 이들은 기후 오염과 끝없는 경제성장을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기고, 경제를 '탈성장'하는 것(계획 하에 경제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당신의 소비를 줄일 것입니다'라는 공약으 로 민주선거에서 승리한 국가를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바로가 말했 다. “우리는 인간 본성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따랐어요." 2008년 IEA는 세계경제가 더욱 공격적으로 경제성장과 환경 파괴를 분리하지 못한다면 2018년에는 에너지 수요가 15퍼센트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가 미래 기후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2018년에 그 보고서를 읽는 것은 마음이 복잡해지는 경험이었다. IEA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IEA는 그해 기후 위기에 대 응하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번에 IEA가 촉구한 가장 현실 성 있는 비전은 앞으로 20년간 에너지 수요를 4분의 1만 늘리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과 인구 증가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 꿈이 현실이 되려면 에너지 효율이 매우 극적으로 증가해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에너지 수요가 증가해선 안 된다. 
- 우리가 일상을 밝히면서 소비하는 충격적인 양의 에너지와 광공해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용 가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해결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빛의 사 용이 소비자들의 태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바다에 플라스틱을 버리거나 광물 찌꺼기로 토양을 오염시키거나 대 기에 이산화탄소를 쏟아부을 때, 그 결과는 수 세기는 아니더라도 수년 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광공해는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불을 끄면 됩니다.” 인공조명의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의 생태학자 케빈 개스턴 Kevin Gaston이 말했다. "잃어 버린 것을 상당히 쉽게 되찾을 수 있죠."
에너지 절약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분야에서 녹색 기술이 매우 천천히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에너지 효율이 좋은 발광다이오드LED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LED는 기존 모델보다 에너지를 최소 75퍼센트 적게 사용하며, 기구를 잘 설계하면 조명이 필요한 공간에만 빛을 씀으로써 광공해를 예방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 조명 시스템을 전 세계에 갖추는 것이 쉽게 달성 가능한 일이라,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더 어려운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조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LED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가 연료비에서 절약한 돈을 더 많은 조명을 사는 데 쓴다는 증거가 늘고 있는 것이다. '
- 철의 여인은 자본주의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 중 한 명이었으나 자본주 의를 바라보는 대처의 관점은 암울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자본 주의를 모든 것을 총체화하는 이념으로 그려냈다. 즉 일종의 감옥인데, 많은 수감자에게 편안하게 마련된 감옥인 것이다. 규제되지 않는 시장, 개인주의, 사기업, 긴축이라는 대처의 비전은 영원히 성장하는 경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이 비전은 자주 인용되는 대처의 말, “대안은 없 다 There is no alternative"의 앞 글자를 딴 TINA 정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정말이지 따분한 세계관이었습니다." 빅터가 말했다.
이 세계관은 지금도 지배적이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상의 종말 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라는 것이 최근의 선전 구호다. 성장의 문제 는 소비의 딜레마의 핵심인데, 소비 둔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듯 보이 는 바로 그 주장의 내용이 소비가 둔화되면 성장이 끝난다는 것이기 때 문이다. 소비경제를 끝없이 확대하는 것이 시의회에서 대통령 집무실 에 이르는 모든 정치인의 목표이며, 국립공원을 만들고 이민법을 제안 하고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얼마나 용인할지 결정하는 등의 모든 일이 성장을 억제할 것인가 촉진할 것인가의 시험대에 오른다.
빅터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인간 역사상 경제가 적게 성장하거나 아예 성장하지 않는 것이 규범이었기 때문이다.
- 재앙의 역설은 사람들이 종종 그때를 애틋하게 돌아본다는 것이다. 1920년대에 소수의 사회과학자가 '재난 연구'라는 분야를 만들면서 그 이유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중요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할리우 드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달리 전쟁이나 지진, 허리케인 같은 대재앙을 겪 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용하기보다는 돌보고, 원초적 두려움이 아닌 이 유와 목적을 지니고 행동할 확률이 높다.
재난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사회학자 찰스 E. 프리츠Charles E. Fritz 는 제이차세계대전으로 5년째 공포와 궁핍에 시달리고 있던 영국에 도 착했다. 그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가족 및 친구들의 죽음과 부상에 원통해하고 오랫동안 자신의 생활을 박탈당한 데 분노하는, 전 쟁에 지쳐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상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발 견한 것은 최선을 다해 삶을 즐기고 놀라우리만큼 명랑함과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찬란하게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쓰이는 표어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Keep Calm and Carry On'에서 잘 드 러나는 영국의 이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회복력이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는데, 독일에서 공중폭격의 심리적 영향을 평가한 결과 폭격을 가장 심하게 당한 도시가 사기 또한 가장 높았다. 물론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누구도 전 세계의 절박한 난민들이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주 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적 결핍의 사례를 제외하면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은 더 적게 가진 삶에 빠르고 꾸준히 적응하며, 보통 그 과정에서 더 친절하고 참을성 있는 사람이 되고 서로 더 똘똘 뭉치고 관대해진다.
- 이 암담한 상황에 주목할 만한 예외가 있다. 경제적 재난은 종종 소비 와 관련된 지위의 압박을 완화해준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소득 불평등이 더욱 악화될 수 있지만, 부의 과시는 천박한 것으로 여겨 진다. 사람들은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호화스러운 집과 자동차 구매를 줄이는 경향을 보이며, 검약이 더욱 용인된다. 핀란드인은 집단으로서는 과거의 불황에 별 향수를 느끼지 않지만, 그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많은 핀란드인이 그때를 자유로웠던 시기로 기억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했던 1990년대의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에 인기를 끈 화사한 색감의 의류와 대대적으로 선전한 브랜드는 검은색 옷, 가죽 재킷, 청바지에 밀려났고, 옷은 해진 것일수록 더 좋았다. 취업의 기회가 차단되자 야망이 좌절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또한 사라졌다. “소비가 적은 생활방식을 따르면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어요." 한 여성이 내게 말했다. “무슨 옷을 입을지, 자동차와 집이 최신식인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이러한 안도감은 소비를 멈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변화 중 하나다.
- "북유럽 국가에서 자랐고 이전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던 제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순식간에 그런 기분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이 놀라 웠어요. 소비를 늘려야 할 것만 같았죠." 파르타넨이 말했다. "잘살고 있 다는 느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해줄 물건을 더 많이 사고 싶어져 요."
파르타넨의 경험은 불평등 연구의 결과를 거의 그대로 보여준다. 사 람들은 물질적·심리적 필요를 채우는 데 자신이 없어질 때 더욱 물질 주의적으로 변하며, 불평등은 그러한 불안을 악화시킨다는 이론을 방 대한 양의 연구가 뒷받침한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크나큰 격차 또한 자신의 생활방식을 타인의 것과 비교할 적나라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 과 우리는 베블런이 말한 '자기 존중이라 부르는 만족스러운 상태'에 이 르기 위해 어떤 물건과 경험을 소유해야 하는지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마침내 파르타넨은 다시 핀란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즉시 뉴욕에서 입 었던 성공을 암시하는 옷들을 치워도 되겠다는 기분을 느꼈다. 지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자 자신이 진짜로 성취하고 싶은 것 이 무엇인지 더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을 듯했다. 언젠가 영국의 한정 치인이 말했듯,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면 핀란드로 가는 게 좋다".

- 파타고니아가 광고에 접근하는 알쏭달쏭한 방식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디마케팅 demarketing'으로, 웨스턴워싱턴대학교의 소비자 연구원인 캐서린 암스트롱 술레Catherine Armstrong Soule에 따르면 디마케팅은 역사적으로 광고 전반의 '작고도 작디작은' 일부를 차지했다. 1970년대에 처음 사용된 디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너무 많이 구매하지 말라고 설득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 시대의 디마케 팅 사례로는 버드와이저 맥주와 코닥의 오리지널 인스터매틱 카메라, 발리 여행이 있었다. 전부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수요가 급증해서 디마 케팅을 해야 했던 사례다.
당시 사람들은 세계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 하고 있었다. 처음 디마케팅을 고려한 소비자 연구원인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J. 레비sidney J. Levy는 디마케팅을 소비를 멈춘 세상에 적용하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이들은 산업 생산성과 풍부한 자원이 힘을 합쳐 상품의 '과잉 공급'을 만들어낸 역사의 긴 기간에 마케팅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에 대다수 사업가는 광고업을 '자원이 부족한 경제에서는 크게 줄어들', 상황이 좋을 때만 가능한 직업으로 여겼다. 그러나 마 케팅이 반드시 소비를 늘리는 방법일 필요는 없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코틀러와 레비는 말했다. 마케팅의 진정한 목적은 그저 '수요를 기업이 다룰 수 있는, 또는 다루고자 하는 정도와 구성으로 조정하 는 것'이었다. 마케팅이 코틀러와 레비가 말한 '디컨슈밍deconsuming', 즉 수요와 소비의 감소를 격려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 우리는 어떤 사람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소비를 줄인다는 사실을 알 때 그 행동에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한다. 그 행동은 과시적 비소비가 된다. “그게 우리가 하는 소비의 상당 부분을 이끕니 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고르는 이유는 그게 나와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세상이 알아주 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죠." 암스트롱 술레가 말했다. “반소비를 실천 하는 소비자에게 그러한 의미를 일부 되돌려준다는 생각, 제가 볼 때 그 러려면 전통적 의미의 광고가 많이 필요해요."
- 소비문화의 근본적 특징은 부가 더이상 안녕을 증진하지 않고 훼손 하는 지점을 흐리고 몽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십 년 전부 터 중국인 수백만 명은 소득 증가의 혜택을 누리며 본인과 가족을 가난에서 구했다. 그러나 가차없는 지위 경쟁과 뚜렷한 불평등, 나이든 물질 주의자와 지나친 탐욕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년 간에 점점 벌어 지는 세대 차이로 말미암아 부가 국가의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 소비문화의 가장 눈에 띄는 측면은 '녹색 물질주의'의 강도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태 문명'을 가장 앞장서서 지지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갈수록 풍요로워지는 중국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은 이 문명 속에서 계획과 기술을 통해 '녹색화'될 것이다. 거주자가 거의 15억 명에 달하는 국가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도전이다.
-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경험이 변했다. 빵을 굽는 것은 단순 하고 오래된 자립의 행위이며, 그 자체로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자가 격리하는 삶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족을 위해 아름다운 부엌에서 만든 아름다운 빵덩어리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가득 채우면서 제빵은 거의 즉시 지위와 야심, 성취의 경쟁적 표지가 되었다. 운동은 건강뿐만 아니라 세상에 과시할 완벽한 복근을 위한 것이 되었고, 직접 찾아가든 영상통화를 이용하든 갑자기 모두가 그동안 잊고 지낸 관계 를 돌보기 시작한 것 또한, 보통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빠와 어떻게 대 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는 어린아이부터 알고 보니 들끓는 분노를 품고있던 오랜 친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적 문제로 뒤범벅되었다. 많 은 사람이 코로나 위기에서 발견한 좋은 것들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 했다. 근무시간이 짧아지고 삶의 속도가 느려졌으며 작은 것들에 감사 하게 되었고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과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어 났다. 즉 외재적인 자신과 내재적인 자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소비문화가 다시 활발해지고 상업생활이 조심스레 되돌아오면서 대다수가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갔다.
- 건축가 존 브링커호프 잭슨은 "폐허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 적 이 있다. 신세계에 완전히 들어서려면 구세계의 퇴락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껏 살펴봤듯이, 경제적 재난 속에서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결코 드 물지 않게 발생한다. 대침체 때 파타고니아는 디컨슈머 시장의 진정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핀란드 불황 당시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느꼈으며, 팬데믹 동안 수백만 명이 혼란 속에서 새로운 가 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기업가들과 대침체 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들 중 다수가 대침체를 통해 피닉스가 더 좋은 도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몇 명은 경 기침체 이전에 피닉스가 전 세계 체인 레스토랑의 수도'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침체로 미국 가정이 외식을 줄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 브가든과 칠리스그릴을 비롯한 체인 레스토랑이 문을 닫으면서 파산한 대형 매장들과 마찬가지로 빈껍데기가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빈 공간 에 개인이 소유한 동네 식당이 번성했고, 지역 고유의 장소감이 뿌리내 리기 시작했다. "대침체에 진입할 때 우리는 이른바 거래경제에 속했습 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부동산학과 교수인 마크 스탭 Mark Stapp이 말했다. "그러나 대침체에서 빠져나오면서 변혁적 경제가 되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피닉스의 경제가 회복되자 상황이 안 좋았을 때 파산 했던 장소성도 특성도 없는 사업체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 리버모어 소방서에 달려 있는 것과 같은 질 좋고 오래가는 전구가 오 늘날 우리가 아는 금방 고장나는 전구로 바뀌기 시작한 때는 1924년이 다. 그해 필립스와 오스람,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한 세계 최대 조명 기업의 대표들이 스위스에 모여 최초의 국제적 기업 카르텔인 피버스 Phoebus를 결성했다. 당시 개발자들은 전구의 수명을 점차 늘려가고 있 었고, 이는 피버스의 한 수석 회원이 매출의 '수'이라 묘사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단 모두가 오래가는 전구로 자기 집을 채우고 나 면 아무도 새 전구를 사지 않을 것이었다.
피버스의 회원사들은 조명의 수명을 1000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30년이 더 지난 1960년, 탐사 전문기자인 밴스 패 커드가 '계획적 진화'라는 용어를 대중화했다. 이 단어는 상품이 빨리 낡고, 고장나고, 부서지고, 고칠 수 없고, 구식이 되도록 설계하는 생산 업체의 의도적 노력을 지칭한다. 전구의 수명을 단축하겠다는 피버스 카르텔의 결정은 계획적 진부화가 산업 규모로 이뤄진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간주된다.
- 조명 산업에는 '소켓 포화 상태'라는 용어가 있다. 수명이 짧은 전 세계의 백열전구 대부분이 소켓에서 분리되어 내구성 좋은 LED로 교체되는 시점을 묘사하는 용어다. 최소한 이론상으로는 이때가 되면 온 세상이 전구 쇼핑을 멈출 것이다. 모든 가정의 전구가 인간 생애의 절반 동안 고장나지 않는다면, 조명 산업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런 던에서 활동하는 조명 시장 분석가 파비안 홀첸바인 Fabian Hoelzenbein은 이를 '10억 달러짜리 질문'이라 칭했다.
2010년대 말 무렵에 '소켓 포화 상태'는 목전에 닥친 듯 보였다. 그러 나 결국엔 도달하지 못했다. LED가 소비문화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미 그중 한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LED로 아낀 돈을 조명을 더 많이 사는 데 썼다. 그리고 1920년대에 오래가는 백열전구에 뒤이어 수명이 짧은 백열전구가 등장했듯, 오래가는 LED에 뒤이어 수 명이 짧은 LED가 등장했다. 대부분 아시아에 위치한 수많은 새 제조업 체가 순식간에 비용과 품질을 끌어내렸다. 내구성 높은 기술이 쓰고 버 리는 기술로 변하고 있었다.
- 내구성은 공유경제에 특히 중요한 요소다. 처음에 물건 공유는 그 특 성상 소비를 줄이는 행동으로 널리 홍보되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전 기밥솥을 함께 쓰면 각자 그것들을 하나씩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차량 호출 시스템인데, 이 체제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도록 장려하기보다는 우버 같은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고 도보 이동이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을 덜 하도록 유 도했다. 많은 지역에서 차량 호출 시스템은 교통 체증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했다. 그러나 내구성은 더욱 근본적인 방식으로 물건 공동 사용에 영향을 미친다. 차량을 공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끊임없는 마모 와 손상을 버틸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것이 아니라면 공유 차량은 더욱 빨리 고장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공유조차 계획적 진부화로 물건이 훼손된다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구 대여소를 수 년간 운영중인 줄리 스미스가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것 중에 물 려받은 오래된 물건보다 품질이 좋은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스미스가 내게 말했다. "그냥 물건이 그만큼 좋지가 않아요. 금속도 옛 날과 같은 금속이 아니에요. 삽을 갈아서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애초에 갈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거여야 그렇게 하죠."

- 천 년도 더 전에 일본에서 와비사비라는 실천이 등장했다. 이 용어는 뜻을 온전히 번역하기 어렵지만, 사색에 잠긴 비애와 시간의 흐 름을 동시에 환기한다. 마치 폐허가 된 곳을 걸어갈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와비사비는 바랜 것, 녹슨 것, 단순하고 수수한 것을 찬미한다. 와비사비는 킨추기에서 가장 뚜 렷하게 드러나는데, 500년 역사를 가진 수리 기술인 킨추기는 떨어뜨 려 깨진 도자기를 복원할 때 균열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금이나 은을 섞 은 옻칠로 더욱 눈에 띄게 강조한다. 그렇게 생긴 반짝이는 무늬는 깨진 물건을 흠 하나 없던 때만큼, 또는 그때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다른 거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와비사비 개념 역시 소비문화에 잡아먹혔다. 와비사비 디자인에 관한 책들은 이 개념을 '고상함의 극치'라 칭송한다. 겨울 들판의 바람에 휘날리는 매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 심하게 고른 골동품으로 장식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집들 이 들어섰다. 아이가 살고 있을 거라 상상하기 어려운 종류의 집들이다. 그러나 와비사비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개념일 수 있다. 와 비사비는 변색되고 오염된 것, 좀먹고 지저분해진 것, 심지어 추하고 구 리게 만들어졌거나 불완전한 것까지도 전부 껴안는다. 와비사비는 생김새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삶의 태도다.
소비를 줄인 세상에서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은 점점 나이들어갈 것 이다. 더 많은 물건이 낡고 해져 보일 텐데, 전처럼 그것들을 새 물건으 로 대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실 제로 오늘날 우리가 새로움에 집착하는 이유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생 각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와비사비는 우리가 그러 한 우울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응용법이다.
- 너저분하고 칙칙하고 낡고 허접한 미래는 공상과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감 중 하나다. <블레이드 러너 2049 > 속의 우중충한 거리 위거 대한 홀로그램, <매트릭스>에서 네크라인에 잔뜩 구멍이 난 네오의 너 절한 추리닝, 고래수염으로 만든 크리놀린과 양자컴퓨터, 체펠린 비행선, 우주여행이 뒤섞인 스팀펑크***의 계속되는 인기는 전부 와비사비다. 1970년대의 고물차 같은 우주선, 지저분한 술집, 해지고 덧댄 기모노(천년도 더 된 스타일) 차림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타워즈>의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월-E>의 배경은 인간이 이주한 번쩍 거리는 우주 식민지보다 왜인지 더 고향처럼 느껴지는 황폐화된 지구다. 이 영화의 촬영감독인 제러미 래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쇠락한 것의 아름다움입니다. 버려진 낡은 건물에 들어갈 때의 느낌 과 비슷하죠."
- 서구 자본가들 사이에서 성장에 대한 무관심은 이단이다. 그러나 성 장없는 사업은 이미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누구도 가족이 운영하 는 동네 식당이 끝없이 확장하길 바라지 않는다. 갭과 파타고니아와 함 께 일했던 제품 혁신 컨설턴트 오하라 테츠야는 최장수 사업체들 내에 서 이러한 모델이 흔하다고 말했다. 오하라는 캘리포니아에서 MBA를 마치고 그가 '구식' 사업 가치라 부른 것과 함께 졸업했다. "시장점유율 을 차지하는 방법, 가능한 한 빨리 성장하는 방법, 비용을 줄이는 방법, 소매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그거예요." 그러나 그의 가족은 교토에서 거 의 1세기 동안 섬유 가공제를 만들고 있었고, 그는 자라면서 다른 오래 된 회사들을 여럿 알게 되었다. 일본은 그런 오래된 회사들의 온상으로, 100년이 넘은 회사가 거의 3만5000개에 달하며 500년 이상을 버틴 회사도 수십 곳이다.
- 르네상스 시기에 개인의 사치는 대체로 의혹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닫힌 문 뒤에서 조용히 즐겼고, 자비로 공공건물 을 짓거나 군사비를 대거나 축제를 후원하거나 특히 교회를 세움으로 써 신과 들썩이는 대중의 눈앞에서 부유함을 정당화해야 했다. 역사가 프랭크 트렌트먼은 "호화롭게 장식한 예배당은 오늘날의 페라리와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초기 소비문화에서 안목은 부 유함 자체보다는 골동품을 소유하거나 시를 쓰고 비파를 연주하는 능 력이 탁월한 데서 드러났다. 과거에는 부유층이 반물질주의와 반소비 주의, 심지어 반자본주의 가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뉴욕 세니카호 수에 있는 호바트앤드윌리엄스미스대학의 역사학자이자 미국의 부자 들을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명인 클리프턴 후드Clifton Hood가 말했다(그는 "어떤 주제를 연구한다는 것이 꼭 그 주제를 미화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를 들어 18세기와 19세기의 거의 내내 미국의 부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부자와 연결하는 핵심 가치, 즉 대놓 고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행위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미국 의 상류층은 중산층과의 차별화에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후드가 내게 말했다. "그러한 차별화의 상당 부분이 자신들은 더 고상하고, 더 특별 하고, 더 교양 있고, 예술을 더 애호하고, 일반적으로 아는 것이 더 많고, 더 세련되었다는 생각과 관련이 있었죠."
그 시대에 상류층이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할 뿐만 아니라 언어능력과 교육, 위생, 에티켓, 의복, 행동거지 면에서 높은 기준을 따라야 했다. 사 교계 구성원들은 지식이나 공공복지, 또는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거나 최소한 기여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대다수가 그림과 글쓰기, 자수, 이와 유사한 다른 기술에 능했고, 영어 이외의 언어에 정통했다. 이들은 오로지 이러한 자질로 자신의 존재를 규정했기에, 당시 인구조사에서 일부는 이들의 직업을 그저 '귀족'이라고만 적기도 했다.
- 후드는 "상류층이라는 것은 밥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또는 밥벌이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중상류층이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뽐내기까지 하는 오늘날과는 180도 다르죠."
미국의 초기 명문가는 유럽 귀족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이미 가진 것 이 많았던 이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을 무시했고, 심지어 자수성 가한 상인과 무역상, 사업가들이 자신보다 부유해졌을 때도 태도를 바 꾸지 않았다. 물론 이들의 반물질주의적 태도가 환경에 대한 책임이나 간소한 삶을 향한 이상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들 의 지위와 특권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 우월의식의 한 형태였다. 그러나 이들의 삶의 방식은 부유함이 취할 수 있는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19세기 후반의 부유층을 조롱했을 때 그가 분노한 대상은 여가를 즐기고 궂은일을 더 낮은 계급에게 떠넘길 수 있는 그 들의 특권이었다. 베블런이 과시적인 소모성 지출이 부유층이 지위를 드러내는 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계속해서 무언가를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저렴한 물건보다 딱히 더 유용하지 않 은 값비싼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똑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 었다. 더 질 좋은 것을 더 적게 사는 경제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이 개 념을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갖는 것'이라 비웃을 때면 베블런의 조소가 떠오른다.
"부자는 수많은 것 중에서 가장 귀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낸다. 이들의 소비량은 빈자의 소비량과 그리 다르지 않다"라고, 1세기 전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말했다. 이 발언은 확실히 과장된 면이 있지만 선진국에 거주하는 일반인의 눈에 어딘가 부족해 보이리라는 것은 분 명한 사실이다. 애덤 스미스 또한 물질주의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는 부 유함 자체를 위한 부의 추구가 "신체의 피로"와 "근심"을 낳는다고 말 했으며, 그리스 철학자였던 견유학파 디오게네스를 존경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알렉산더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 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 더대왕의 그림자가 일광욕을 방해하지 않도록 대왕이 옆으로 비켜서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바라고 답했다.
미국 문화는 결국 천박한 돈벌이와 과시적 소비를 찬양하게 되었고, 사업가와 기업가를 영웅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부자의 소비 는 거의 20세기 내내 억압되었다.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경기 침체와 전쟁, 사회불안이 표면에 드러나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유층은 더욱 수수하고 조용한 삶을 추구했고, 때로는 그러기 위해 별장지인 햄프턴이나 뉴포트에 있는 대저택을 매각하기까 지했다.
- 리바운드 효과는 다방면으로 이상하다. 에너지 체제에서의 기술 변 화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는 엘리자베트 뒤치케Elisabeth Diütschke에 따르면, 어떤 리바운드는 '도덕적 허가', 즉 좋은 행동으로 나 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비건 식단을 하기로 결정한 뒤 (육류 생산에서 발생되는 탄소 배출량이 많 기 때문에) 비행기를 더 많이 타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독일의 한 연 구는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 운전을 더 많이 한다는 사실 을 발견했다. 뒤치케는 좋은 연비가 더 크거나 힘이 좋거나 호화로운 자 동차를 사도 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전기차 를 구매한 노르웨이인들은 휘발유차를 탈 때보다 볼일이 있을 경우 자 동차를 더 많이 사용했다. 실제로 전기차 이용이 늘어나면서 겨울에 전 기차를 미리 덥혀놓거나 쇼핑하는 동안 반려견이 편안히 있게끔 차에 어컨을 틀어놓는 등의 다양한 낭비 행위가 더 많이 보도되었다. 뒤치케 는 이러한 리바운드 때문에 의도적으로 '녹색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조 차 본인의 생각보다 별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아예 차이가 없거 나. 심지어는 환경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러나 질 좋은 물건을 적게 사는 것처럼 가장 단순해 보이는 소비주의의 해결책에도 리바운드가 따른다. 조잡한 신발 대신 잘 만든 신발을 큰돈을 주고 사면 리바운드 효과를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똑같은 소비재를 구매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면 그만큼 다른 소비재를 살 돈이 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 좋은 새 신발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은 신발을 만든 노동자와 관리자, 원재료 공급자의 임금 등등으로 재분배된다. 그리고 그 돈은 다시 소비된다. 1년치 의류 예산으로 개인 강 사에게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 개인 강사가 자신이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리바운드 없이 돈을 쓸 방법은 많지 않다. 먼저, 더욱 유해한 형태의 소비를 줄이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서 시작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휴가 때 비행기 이용을 대체할 캠핑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다. 빚을 없애서 재 정적인 안정감을 얻는 것도 한 방법인데, 심리학자들이 증명한 바에 따 르면 재정적 안정감이 물질주의의 강도를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다. 또한 소비를 즉시 줄여주는 조직(예를 들면 도서관)이나 토지와 물 의 자원 개발을 막는 조직에 기부를 할 수도 있다. 공정 추구 행위로서 사람들이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돕는 단체에 돈을 보내면, 본인 의 소비 감소를 통해 그들에게 꼭 필요한 소비의 증가를 곧바로 상쇄할 수 있다. 비슷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 세율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 고래들은 오래전부터 구조되기를 기다려왔다. 먼저 고래는 1859년 이후에 구조되었어야 했다. 당시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에서 채굴 전 문가로 일하던 에드윈 드레이크가 흙과 암석을 21미터 깊이로 뚫고 들 어가 석유 채굴시대, 다른 이름으로 현대 산업시대의 문을 열었다. 2년 후, 잡지 『배니티페어』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향유고래들이 '유정은 끝 이 좋다 Oils Well That Ends Well'"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서 샴페인을 따며 춤을 추는 만화가 실렸다. 고래기름의 모든 사용처 (비누 만들기, 산업 장 비의 톱니바퀴에 윤활유 바르기, 등과 초로 전 세계에 불 밝히기)에서 석 유제품이 고래기름을 대체하리라는 것이 이 만화의 골자였다. 피비린 내나는 포경 산업은 이제 끝을 맞이할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석유를 이용해 고래를 더욱 많이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고래잡이배 건조에 화석연료가 사용되면서 배가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나아가는 것이 가능해졌고, 해안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고래기름을 가공하고 고래고기를 냉동할 수 있는 대형 가공선 이 등장했다. 심지어 석유와 가스는 죽은 고래가 가라앉지 않도록 고래 를 풍선처럼 부풀리는 펌프 가동에도 사용되었고, 이로써 더 많은 종류 의 고래를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고래기름을 석유로 대체한 제 품이 꾸준히 발명되었음에도, 수십 년간 고래잡이들은 고래를 하루 평 균 100마리씩 도살했다. 일단 무언가를 소비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좀 처럼 그 소비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
그때 고래가 다시 구조되기 시작했다. 1986년 전 세계의 고래잡이 국 가 대부분이 대규모 산업 포경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때쯤 대다수의 고래종이 '상업적 멸종' 상태였는데, 이는 개체수가 너무 적어서 고래를 시장에 팔아서 버는 돈보다 고래를 발견해서 죽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 이 더 크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를 비롯해 일부 고래종은 거의 전멸 상태였다. 마침내 고래의 개체수는 줄지 않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후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 거대한 생명체들 을 죽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스러운 징조가 나타났다. 한 고래 연구 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제로 바다로 나가 쇠막대기로 고래를 찌르지 않는다. 그저 고래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다."

- 2010년, 문학 교수인 가토 노리히로가 일본 청년 사이에서 등장한 새 로운 유형인 비소비자에 대해 설명한 글이 발표되어 널리 읽혔다. 가토 는 "한계가 점점 더 명백해지는 세상에서, 나이보다 성숙한 일본의 청 년들은 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며, 한계 없는 성장의 꿈을 '발전의 초기 단계'라고 칭 하기까지 했다. 가토가 말한 비소비자는 도쿄 어디에나 있다. 영원할 것 처럼 보이는 경제 침체를 마주한 많은 이들이 비자발적으로 간소한 삶 을 살며 중고 의류를 입고, 손바닥만 한 아파트에 살거나 부모님 집에 살고, 상점과 나이트클럽에서 돈을 날리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생활한 다. 바깥세상에서 이들의 서식지는, 미국에서 설립되었지만 현재는 일 본에 기반을 둔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이다. 이들이 편의점에서 먹는 것은 속을 채운 1달러짜리 주먹밥처럼 자신들이 탄생에 기여한 일본 특유의 요리, 바로 콘비니(컨비니언스) 식품이다. 베르사체나 루이비통 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 저널리스트 타일러 브륄레는 일본이 “세계 최초의 포스트 럭셔리 경제"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특정 비소비자들은 히키코모리, 즉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라 고 비난받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집에 틀어박혔다기보다는 경제에서 차단된 것에 가깝다. 이들은 특정 삶의 방식(이 경우에는 소비자본주의) 이 무너지는데 그 무엇으로도 그 방식을 대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공 허를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도쿄의 고동치는 심장부가 아닌 가장 먼 외곽에서 이와는 다른 도쿄의 미래상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 기를 들었다.
- 소비를 뜻하는 일본어는 쇼히다. 이 단어는 19세기에 서로 다른 두 단어가 합쳐져 생겨났는데, 히는 쓰다라는 뜻이고 쇼는 불태워서 재로 만들듯 소멸시킨다는 뜻이다. 영단어의 어원도 비슷하다. 본래 소비는 불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듯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완전히 소진해 아 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소비한 다면,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더 많은 기회와 소진, 더 많은 경험과 산만함, 더 많은 깊이와 얄팍함, 더 많은 온전함과 공허함. 우리는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소비하고 자기 자신을 소비할 것이다. 모든 것이 불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 소비 없는 세상은 부를 더욱 공평하게 분배하는 세상이 될까? 많은 이들이 역사 내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간소하게 살아라, 다른 이들 이 그저 살아갈 수 있도록"이라는 오래된 문구에도 이러한 가정이 내재 되어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국가는 좀처럼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다. 간소하게 살면 내가 포기한 재산은 결국 애초부터 잘살던 사람의 손 으로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 소비주의는 당신에게 재정적 피해를 안기고, 당신이 필요로 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들로 당신의 삶을 어지르고,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 는 시간과 집중력을 다 써버리고, 당신이 깊이 염려하는 지구의 생태 위 기를 악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간소한 생활에서 계획되지 않은 시간, 자유, 차분함, 연결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지도 모 른다. 당신은 소비에서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어디로도 향하지 않 는,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것들의 가두행진이라고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속도를 늦춰보자. 멈추자.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더 적게 가진 삶이 더 행복한 삶의 한 가지 비결임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순 하나를 더 들어주시길 바란다. 당신이나 내가 쇼핑을 멈춘다고 이 세상이 저소비사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사회적 관성, 순응하라는 압력, 경제성장의 퍼센트에 따라 흥하거나 실패 하는 정부, 거대한 광고기구, 만족시켜야 할 투자자들이 있는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 등, 소비주의 편에 잔뜩 쌓인 힘들이 더 간소한 삶을 살라 고 촉구하는 대중운동보다 늘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유럽의 도덕적 타락과 물질주의에 넌더리를 내며 도망친 종교 분파 인 청교도는 미국에서 소박하고 독실한 삶을 새롭게 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땅투기에 빠져 재산과 과시적 소비를 추 구했다.
훗날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된 초기 미국 애국파들은 더욱 고결한 미 국적 이상의 본보기로서 간소함을 실천했고, 영국을 타도한 뒤에는 당 연히 이러한 이상이 따라올 것이라 믿었다. 혁명에 성공한 이들은 자신 들이 세운 새로운 국가가 허영과 이기심, 사치스러운 소비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절망했다.
- 비소비의 거의 모든 측면이 소비를 줄이겠다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 뤄낼 수 있는 것 이상의 변화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나는 벌고 쓰는 행 위를 잠시 멈출 수 있지만, 비영리적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 국가까 지는 아니더라도 공동체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디컨슈머가 될 수 있지만 그러면 사회에서 외부인이 되거나 심지어 따돌림을 받을 것 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그 변화를 고수할 확률은 낮아진다. 내가 개인 적 소비를 줄인다고 해서 수리 가능한 제품을 만들도록 강제하고, 과소 비를 부추기는 소득 불평등과 불안정을 해결하고, GDP 성장의 틀바 깥에서 사고하라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식과 참 여, 또는 소비자 역할을 대체할 다른 사회적 역할을 위한 사회 기반 시 설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바우터르 판 마르컨 리흐턴벨트와 엘리자 베스 셔브의 연구에 흥미를 느끼고 집에서 광범위한 자연 온도에 맞게 사는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과학이 예측한 대로 나는 하루나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더위와 추위의 패턴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나 온도 제어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점점 증가하는 사회·기술적 추세는 전혀 바꾸지 못했다.

-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끝없는 확장에 얽매인 경제의 속도를 늦추면,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나타난 더욱 완만한 성장의 추 세에 다시 합류하게 될 뿐이다. 독창성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적응할 수 있다. 이보다 더욱 개인적인 질문, 즉 우리가 정말로 그 길을 따르고 싶 은가는 답하기가 더 어렵다. 여러 증거는 저소비사회에서의 생활이 더 좋고, 스트레스가 적고, 노동이 줄거나 유의미한 일이 늘어나고, 사람들 이나 가장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 를 둘러싼 물건들은 제대로 만들어졌거나 아름답거나 둘 다일 수 있고, 우리의 기억과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될 만큼 우리와 충분히 오래 함께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소진되었던 지구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모 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더 깨끗한 물, 더 새파란 하늘, 더 많은 숲, 더 많은 나이팅게일, 더 많은 고래.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 많은 이들이 정말로 살고 싶은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디스토피아를 만나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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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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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패권의 미래

사회 2023. 6. 18. 14:28

-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로버트 고든(Robert J. Gordon) 교수는 미국의 위대한 번영이 이제 막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속도는 이미 저하되고 있으며, 앞으로 불평등의 심화, 교육 침체, 인구 고령화 및 대학생과 연방 정부의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이 더욱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한다. 고든의 저서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에서는 다음 세대의 미국인은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생활수준이 낮은 세대가 되리라 전망한다.' 대조적으로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명예교수이자 현재 구글 의 수석 경제학자 할 배리언(Hal Varian)은 생산성이 문제가 아니라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 201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진을 찍는 횟수가 스무 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필름을 사용해 사진을 인화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디지털 및 온라인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장당 50센트 정도의 비용이 무료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GDP 감소에 반영돼 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훨씬 더 많이 찍는다는 면에서 전 세계 생활수준이 높아졌지만, 1인당 GDP를 보면 마치 생활수준이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데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전화처럼 분명하게 알려진 제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이 급격히 줄어든 경우에는 이를 고려해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혁 명이 수많은 신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한 덕분에 이를 일일이 고려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일례로 소셜 미디어에 가격을 매긴다면 과연 얼마로 정해야 할까? 2021년을 기준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약 60퍼센트라고 한다. 대다수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소셜 미디어는 다른 미디어를 상대로 광고 를 활용해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따라서 소셜 미디 어가 놀라운 혁명을 가져오긴 했지만, 생활수준의 향상 여부를 측정할 때 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 부정성 편향은 상당히 복잡하다. 하지만 로슬링은 이러한 편향이 나타 나는 이유 중 하나로 과거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언급한다. 사람들은 과 거에 대한 기분 나쁜 측면을 기억하지 않으려 하므로 그 후로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 잘 판단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 세상이 점점 나아지지 않 는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도 이 세상이 전반적으로 나아지 고 있다는 말로 모든 사람을 안심시키는 행위가 냉혹해 보이기 때문일 것 이다. 핑커는 현대 사회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경쟁자를 억누르는 교묘한 방식이며, 이는 한발 앞서가기 위한 일종의 지능적 수법이라고 설명한다. 혹은 단지 자신을 지적으로 포장하는 단순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 말하면 남에게 좀 똑똑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상황이 갈수록 좋아진다고 말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나 최악의 경우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라는 평을 얻을지 모른다. 핑커는 인 간의 진보를 낙관적으로 보는 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문학상 수상작 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한다. 대조적으로 집단 학살에 관한 책 네 권, 테 러리즘을 다룬 책 세권, 암에 관한 책 두 권, 인종차별을 다룬 책 두권, 멸종에 관한 책 한 권이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하지만 전체적으 로 보면 비관론자의 예상이 빗나가고, 낙관론자의 주장이 (적어도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물론 맹목적인 낙관주의도 맹목적인 비관주의 못지않게 비합리적이다. 미래에 대한 일반적인 낙관론에 경고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 즉 인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인 식을 좋게 표현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위험이 어 디에 도사리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슬링은 우리에게 '세상 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라는 사실 기반의 세계관이 필요 하며, 그러한 세계관이야말로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
- 독일은 고급 제조업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독일의 성공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단 독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를 자랑하며, 자동차 최대 수출국으로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인 다. 2019년 자동차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1,420억 달러였다. 당시 세계 2위였던 일본의 자동차 수출액은 98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은 의약품 수출에서도 세계 1위다. 다른 부문에서도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가깝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독일을 우러러보 며 부러워할 만하다.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후로 지금까지 통화 평가절상(currency revaluation)으로 자국 제품의 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고급화시장(upmarket)을 확대해 위기를 모면하는 기지를 발 휘했다. 서독 화폐가 주기적으로 재평가될 때마다 일시적인 침체를 겪었 지만 그때마다 독일 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개 선해 고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독일은 자신들의 경쟁력에 전혀 도 움이 되지 않는 비율로 유로화에 가입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전과 같은 산업 정책을 이어갔다. 당시 경제 성장은 둔화됐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게다가 구동독의 재건 자금까지 부담해야 할 처지였기에 '유럽의 병자(the sick man of Europe)'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다행히도 노동 개혁, 특히 산업 분야의 저력과 적응력을 발휘한 덕분에 기존의 경쟁력을 회복해 유럽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되찾았다. 독일보다 못한 회원국의 상황이 유로환율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독일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막대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뜻한다. 특정 요인으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는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독보적 인 입지를 독일이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독일 경제에도 가려진 약점이 있다. 수출에서는 독보적이지 만 국내 서비스업은 질적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 금융 업, 고등 교육 분야 및 사회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서는 취약점이 드러난 다. 실제로 독일에는 세계 45위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기 술의 우수성이 앞으로도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인지 우려된다. 세계 총생산량에서 제조업의 비율이 줄고 서비스업의 비율이 커지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서비스 부문에서 우수성을 드러내며 더 큰 역할을 해야 할지 모른다. 현재 독일은 제조업 부문의 비율이 너무 높아 보인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2019년 기준으로 독일 GDP에서 제조업이 19퍼센 트를 차지했다. 같은 해 미국의 제조업은 11퍼센트, 프랑스가 10퍼센트, 영국은 9퍼센트였다. "여기서 또 하나 유의할 점이 있다. 독일 제조업의 능력은 사람들이 구매할 마음이 별로 없는 물건을 만드는 데 집중돼 있다 는 것이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의 젊은 사람들이 점점 차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기존 세대에 비해 젊은 인구의 운전면허 취득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쉽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은 유럽보다 미 국이나 아시아에서 주로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베네룩스 국가들의 경제적 번영은 독일에 달려 있다. 벨기에는 유럽의 행정수도 역할을 맡아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그중 독일에서 받은 혜택이 가장 크다. 네덜란드는 수출량의 4분의 1을 독일과 거 래하고 있어 경제 면에서 독일의 파생 경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 덜란드가 메릴랜드주보다 작은 영토에 1,700만 명이 밀집된 국가라는 점 을 감안하면 농산물 수출국으로서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실 제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농산물 수출량 2위이며, 토마토 수출에서 멕시코와 세계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60만 명이며 면적은 브리스틀이나 볼티모어 정도 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의 독특한 자랑거리가 하나 있 다. 바로 매우 부유하다는 것이다. 원유 생산국인 카타르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을 제외하면 룩셈부르크가 1인당 GDP 에서 세계 1위다. 독일 은행이 운영하는 역외 금융 센터를 만들어 독일의 세금 및 각종 제약을 우회한 영향이 주효하다. 또한 아마존과 같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여 자국을 유럽의 허브로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다른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룩셈부르크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지만 매우 영리하게 대처해 소득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점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 프랑스는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 허하는 놀라운 성공을 이뤘다. 다들 프랑스를 생각하면 명품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세계 상위 10대 명품 브랜드 중에서 1~3위 브랜드인 루 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포함해 총 여섯 개가 프랑스의 브랜드다. 단 일 국가로서 전 세계 명품 사업을 장악한 것은 유일무이하다. 17세기부터 이러한 추세가 시작됐다는 것도 더욱 놀랍다. 루이 14세 재위 기간에 재 무장관을 지낸 장 바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세금을 기술적으로 걷으려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뽑는 것처럼 해야 한다."
또한 콜베르는 1665년에 "프랑스에서 패션이란 스페인에서 페루의 금광을 생각하는 바와 같다”라고 했다. 그만큼 프랑스가 부를 축적하는데 패션이 크게 공헌했다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명품 산업은 잠시 주춤했지만 19세기에 활기를 되찾았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Paris Exposition Universelle)에서 프랑스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명의 정점을 잘 보여줬다.
프랑스가 예외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부문은 또 있다. 팬데믹으로 해 외 여행을 금지하기 전 프랑스는 연간 9,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 갈 만큼 인기가 많은 관광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무기 수출에서 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 프로젝트 기업 에어버스(Airbus)는 전 세계 민간항공 시장에서 보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유럽에서 영유아사망률은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고 한다.
- 사실 아프리카 대륙을 함부로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아프리카는 금세 기에 들어 GDP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지역이다. 경제 성장 속도만 보면 중국도 이미 앞지른 상태다. 흥미롭게도 중국의 투자는 아프리카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다. 이 점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젊은 인구가 많고 출생률도 높으므로 이 지역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 다. 따라서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인적 자본 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려면 거버넌스, 교육, 훈련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 장은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기회를 열어줄 것이므로 젊은 층을 이 러한 변화에 준비시켜야 한다.
이 거대한 지역에는 약 2억 5,0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 국을 추가하면 인구는 3억 명이 넘는다. 천연자원이 무궁무진할 뿐만 아 니라 세련된 현대적 도시들도 많고 관광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프 리카의 경제적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그런데 도 아프리카에 전 세계 최빈국이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의 문 제는 도로 사정과 직결된다. 아프리카 대륙은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가 아 예 없으며 내륙 도로의 전반적인 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철도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항공 운송도 매우 취약하다. 인접국 수도에 가는 항공편을 찾는 것보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유럽행 항공편을 찾는 것이 차라리 더 쉬운 형편이다. 다행히 차츰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투자 덕분에 도로망이 꾸준히 건설 중이고 다차선 고속도로는 찾아보기 힘들어도 2차 선 도로망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도로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지역의 농업, 사회 기반 시설, 제조업에 투자를 확대 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는 지금과 같은 급속한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거 나 이를 더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서방 세 계의 아프리카 원조 프로그램이 실패했는데 과연 중국의 상업적 투자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투자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전략의 핵심 요소다. 둘의 협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다. 아프리카는 상업적 투자가 필요하고 중국은 천연자원이 필요하기 때 문이다. 서방 국가나 서구 기업과 비교하면 중국은 식민 정치의 죄책감이 없어 아프리카에서 더 자유롭게 활동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의 미래는 중국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파트너십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간에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에서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반면 중동 지역은 예전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 같다. 중동 지역 은 정치 문제를 논하지 않고서는 경제적 장단점을 논의하기 어렵다. 중동 은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한 지역이며 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 함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젊은 층 을 대상으로 일자리와 여러 가지 기회가 늘어날수록 각국이 정치적 문제 를 잘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유엔의 예측이 전반적으로 맞아떨어진다면 아프리카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아래 그림에 나와 있듯이 이러한 예측은 출산율 변화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엔의 예측이 달라졌다. 10~12년 전에 예상 한 것과 달리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학자들 사이에도 이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 출산율이 얼마나 빠르게 감소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향후 30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가임기 여성을 헤아려보면 아프리카 인구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는 예측이 적중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인구 증가세가 서서히 둔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2100년 아니 그 이후까지도 인 구가 계속 증가할지 모른다. 공식적으로 유엔은 2100년에 아프리카 인구 가 43억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109억 명에서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치다. 2100년이면 아프리카만 인구가 늘어나고 다른 지역은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달리 말하면 다른 지역은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겠지만 아프리카는 젊은 층이 주류를 차지할 것이다.
- 정부의 태도를 크게 바꿔놓은 계기는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 (Nicholas Stern)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였다. 그는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출신으로 다수의 공공 기관에서 근무했으며 2003년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의 추천으로 재무부 수석 경제 고문이 됐다. 스턴이 이끄는 팀은 2005년에 지구 온난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 해 <기후 변화의 경제학: 스턴 리뷰(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The Stern Review)>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도덕적 이유나 환경 보존과 같은 요인은 차치하고 기후 변화의 속 도를 늦춰야 할 재정적 이유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러자 각국 정부의 반응 이 크게 달라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에 뒤늦게 대처하는 것보다 지금 경제 구조를 개혁해 대처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 은 것이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라고 종용하는 것보다 각국의 경제적 이득 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물론 이 보고서에 제시된 향후 전망이나 수치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보고서의 결론은 널리 인정받았다.
- 이전 세대는 피크오일(peak oil)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특정 시점이 되면 유전이 새로 발전되는 속도보다 원유 공급량이 소진되는 속도가 더 빨라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다행히 새로운 유전이 계 속 발견되면서 위기의 순간은 어느 정도 뒤로 미뤄진 것 같다. 하지만 석 유 매장량은 제한돼 있으므로 얼마 못가서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피크오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원유 공급이 아니라 원유 수요가 최대치에 달하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 돼버렸다. 그 동안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이 빠르게 개발됐으며 배터리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불과 5년 전에 예측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화석 연료에 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수요는 계 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인구가 점점 늘어날 뿐만 아니라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요즘은 신흥국가도 생활수준이 매우 높 은 편이다. 사실 선진국 경제는 에너지 수요를 전반적으로 대폭 증가하는 요소가 아니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2019년 총 에너지 사용량이 1970년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각 가정의 단열이 강화되고 더 경제적인 자가 용을 사용하는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구조의 획기적인 변화다. 영국의 경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크게 발전해왔다. 사실 영국은 수입품의 절반이 식품이며 전반적으로 상품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다. 토마토나 자동차의 수입은 실질적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거나 자동차를 생산할 에너지를 수입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은 서비스 수출에서 많은 수익을 거 둬들이는 나라이고 서비스업은 에너지 집약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 영국은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면서 경제 규모를 키운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전 세계 경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이 생긴다. 에너지의 전반적인 수요는 얼마나 빠르게 증가할 것인가? 화석 연료에 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될 것인가? 이러한 질문 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점점 더 빠르 게 진보하고 있다.
- 구체적 사례는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목적으로 바이오 연료를 장려한 것이다. 당시에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여겨졌다. 원 유 대신 재생 가능한 농산물로 대체할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고 생각한 것이다. 2009년 유럽연합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를 설정했 다. 2020년까지 유럽 내 운송 연료의 10퍼센트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로써 바이오 연료가 목표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 다. 하지만 걸림돌이 남아 있었다. 바로 목표를 달성할 만큼 연료 생산 식 물을 재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유럽연합은 팜유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에서 유럽연합으로 수 입하는 팜유 생산량을 늘리려면 야자수를 재배할 땅을 확보해야 했다. 결 국 열대 우림의 상당 부분을 벌채했다. 2018년까지 유럽에 수입된 팜유 의 절반은 운송 연료로 사용됐다. 그런데 우림이 파괴된 사실이 명백히 드 러나자 정치인들이 완전히 등을 돌렸고 결과적으로 정책은 180도 달라졌다. 2030년까지 팜유가 연료 에너지에서 완전히 축출될 것이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서식지였던 보르네오섬의 원시 열대 우림은 상당 부분이 이미 잘려 나간 상태다. 팜유 수입을 중단해도 열대 우림은 원상 복구되지 않는다.
-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공격한 시점보다 한참 이전인 2010년대 중반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세계 무 역의 성장은 이미 둔화하기 시작했다. 무역은 세계 GDP 성장률보다 빠르 기는커녕 매우 더디게 증가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크게 보자면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흥경제국가, 특히 중국과 선 진국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나 다수의 신흥국가에서는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운송비를 계산해보면 이제는 생산 설비의 역외 이전이 별 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은 생산 설비를 본국으로 되가져오 게 됐고 일자리 기회도 예전과 달라졌다. '쇼어링(onshoring, 제조업의 생 산 설비를 자국에서 운영하는 것옮긴이)'이나 '리쇼어링(reshoring-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옮긴이)'과 같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표현도 등장했다. 둘째, 제조업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 근 로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자동화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 은 증가하고 있다. 제조 비용 내역을 보면 실제 제조 비용은 얼마 되지 고 디자인과 제작팀의 전문 인력에 대한 지출이 높다. 제조 장소는 가장 비용이 저렴한 곳이 아니라 편리한 곳, 그러니까 시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하기 마련이다. 디자인팀은 보통 해당 기술자를 구할 수 있는 지역에 구성하는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양측의 수많은 기술 허브가 대표적이다. 즉, 전문가는 세계 곳곳에 포진해 있고 재화는 현지에서 만들어진다.
세 번째 이유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소비자 선택은 정확히 꼬집어 말하 기 어려운 분야인데 주로 다른 동인들과 뭉쳐져서 국제 무역의 성장을 제 한하는 것 같다. 한 가지 동인은 운송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 히 환경은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푸드마 일(food miles, 농산물 등이 생산지에서 출발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 하는 거리-옮긴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요리사들은 수입 식품보다 현지에서 재배한 제철 음식을 먹으라 고 강력히 권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물건을 쉽게 버리고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의 물건을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패션 (fast fashion, 패스트푸드처럼 최신 유행과 소비자 취향을 즉각 반영해 빠르게 상품 을 기획, 생산, 판매하는 것-옮긴이)'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가장 고가의 소비자 내구재인 자동차와 같은 특정 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휘발유나 디젤 자동차보다 훨씬 단순해서 더 오래 탈 수 있는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이어서 자동차 수요가 더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자동차 구매 건수가 줄어들면 해외로 배송되는 자동차 물량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구매 패턴이 상품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네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제품과 달리 서비스는 소비가 발생하는 장소에서 만들어진다. 자동차는 해외에서 생산한 다음 판매 대리점까지 옮겨 와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는 바로 식사 를 마련해 손님에게 제공하거나 음식이 식기 전에 주문자의 집까지 배달 해줘야 한다. 이렇듯 다른 조건이 같다는 전제하에 상품에 대한 지출이 감 소하고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면 더 많은 소득을 현지에서 지출하 게 된다. 그러면 GDP 대비 상품 교역량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 상품 교역 분야에서는 세계화의 정점에 도달했을지 몰라도 서비스 교 역 분야에서는 아직 정점까지 한참 남은 것 같다. 2050년이면 국제 교역 의 절반 이상은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는 향 후 30년간 세계화의 방향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지금까지 추구한 방향 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경쟁 우위의 주요 동인도 달라질 것이 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인이 갖고 싶어 하는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가장 중시됐다. 덕분에 독일이 세계 1위의 공산품 수출국이 됐고 중국 경 제도 최근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 생산보다 제품 디 자인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애플은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인정받지만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하도급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미래에는 온 세상 사람이 사고 싶어 하는 서비스 를 만드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 다행히 미래의 주요 기술 중 몇 가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아마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반드시 상위권 기술에 포함될 것이다. 사실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무제한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생활이 윤택해질수록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의료 서비스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언어나 문화차이 때문에 국제 무역에 제약이 많지만 나날이 국제화되고 있다. 언어장벽은 차츰 낮아져도 문화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는 이만큼 확실치 않다. 통신 혁명에 서 가장 놀라운 특징 중 하나는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람들이 어 떤 서비스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에는 페이스북 같은 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 을 것이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모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수요가 창 출된 흐름이 비슷하다. 2050년까지 이어지는 기간 동안 어떤 정보 서비스 가 시장을 장악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 서비스가 만들어지지도 않 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나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까?
-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다른 영어권 국가가 미국 쪽으로 합세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 로 중국이 정보 기술 산업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서비스 분야에서 과연 수출 지향적 비즈니스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을지 는 불분명하다. 경쟁 현장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최종 결과는 아직 추측에 맡겨야 한다.
- 이동 패턴에서도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미래에도 자가용이 개인 의 주요 운송 수단이겠지만 사용 빈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에서 는 2019년에 이미 자동차 주행거리가 정점을 찍었으며 지금은 계속 내림 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곳곳의 신흥 국가도 조만간 자동차 주행거리의 정 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다. 2050년이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내림세를 보 일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선진국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오염 도가 낮으며 살기 좋은 모습을 갖출 것이다. 신흥국 도시는 이런 모습을 갖추기 전에 어느 정도 혼란의 시기를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50년 이면 신흥국가 도시도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목표를 향해 선진국 도시와 거 의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성장할 것이다.
- 대다수 사람은 기존의 사회적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도 주변의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잘 지내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태도나 가치관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 또한 인 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기존의 규범에 맞춰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과 거를 돌이켜보면 그러한 규범이 불과 한두 세대에 걸쳐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률은 현대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이다. 빅토리아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이니 당연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1960년대라면 지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소 힘들었던 1950년대보다는 약간 자유로워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1967년 까지 영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직장에서 남녀를 동등하게 처우해 야한다는 분위기도 그 무렵에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상의 변화와 함께 정치적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1960년대 정 계 분위기를 대략 설명하자면 당시 좌파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고 우파는 사회적 통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우 파가 자유주의를 표명하고 좌파가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언론의 자유나 일부 대학에서 우파 연설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심지어 사상의 자유에서도 달라진 태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좌파나 우파 중 누가 옳은지 그른지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 조직에 대한 현재 우리의 판단이 2050년이 되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1980년대 사람들이 1950년대의 주요 사상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확언하기 어렵지만 2040년대가 되면 미국의 인구 구성은 2020년에 비 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히스패닉이나 아시아 소수민족의 가치가 더욱 높 아질 뿐만 아니라 유권자 수에 민감한 정치인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 재가 될 것이다. 정치는 한마디로 숫자 게임이다. 유권자의 구성이나 규 모의 변화를 수용하는 정치인이 더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된다. 미국의 인구 구성은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이며 고령화 현상도 더욱 두드러질 것이 다. 히스패닉이 늘어나면서 한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체 인 구가 고령화되기 때문에 반대쪽으로 다시 균형이 잡힐 것이다. 전체적으 로 보면 2020년대 초반과 달리 2040년대쯤이면 미국 사회는 분열이 가라 앉고 더 안정될 것이다.
미국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합리적으로 개선되면 위와 같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 장래 세대가 확신을 가질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그중에서 세 가지 두드러진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미국은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석과 같은 나 라다. 미국은 과거와 힘겨운 씨름을 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다인종 국가로 성장할 것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첨단 기술을 보유한 혁신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부분에는 반전이 있다. 여러 합 리적인 근거를 고려할 때 2050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앞지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인구는 분명 감소할 것 이나 미국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서 선진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 보다 더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할 우 려가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흥미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약 30년 뒤에 미국이 경제 규모에서 중국을 추월해 금세기 후반의 어느 시점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다시 성장할지 모른다. 
- 유럽은 지금처럼 중요한 지역으로 대우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객관적 으로 많은 사람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장소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다. 합리적인 수준의 부와 안정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따 라서 고급 기술자든 일반 기술자든 많은 이민자에게 매력적인 곳이며 앞 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행 유럽연합보다는 더 안정적인 국가 간 연합이나 동맹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인구 비율이나 상대적 의 미의 경제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므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 세계 나머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만 못할 것이다. 유럽이 앞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는 유럽 사람이라면 이러한 예 측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는 지식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구사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 대륙 전체를 놓고 보 면 미래의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고가 아니라 과거의 업적을 간직한 박물 관에 더 가까운 상태일 것이다.
암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조용 하고 안정된 사회에는 문제가 없다. 전 세계에서 일본이 바로 그런 이미지 를 보여준다. 2050년이면 유럽 인구는 2020년 일본과 비슷한 상태가 돼 고령 인구를 돌보느라 비슷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를 것이다. 남유럽과 북유럽, 수많은 이민자를 수용한 나 라와 이민자 수용을 완강히 거부한 나라, 영어권 국가와 나머지 지역 사이 에는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일본에서 전혀 관 찰할 수 없다. 일본은 단일민족국가이며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 유럽은 파편화된 사회이며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
-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제가 개선될수록 양국의 정치적 관계를 관리하기 는 쉬워진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음껏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양국 경제가 재편되리라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은 대대적으로 전환되는 반면, 아일랜드는 점진적으로 바뀔 듯하다. 영국은 유럽과의 교역을 줄여야 하 는 시기인 2020년대를 힘들게 보내겠지만 2020년대가 끝날 무렵에는 새 로운 무역 패턴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유럽연합 회원국 에 대한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20퍼센트가 될 것이다. 2020년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40퍼센트였던 것과 대조된다. 홍콩 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로부터 이민자의 유입이 계속 늘어나고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는 줄어들 것이므로 영국의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특히 2030년 이후로는 새로 유입된 이민자들이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영국이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인구나 경제 규모 에서 독일과 어깨를 견줄지도 모른다. 노동력의 성장과 글로벌 수요에 따른 상품 및 서비스 생산 경제의 장점이 합쳐지면 영국은 유럽에서 최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
- 그에 앞서 몇 가지 선행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유럽연합을 탈퇴한 이후로 전 세계에서 영국의 입지가 어떤지 생각해보자. 일단 영국은 이민 자에게 나라를 개방해야 한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이민자를 끌어들여 경 제를 크게 부흥시키는 것은 흥미로운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영 국은 외교나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앞 으로는 경제 협력 부문에서도 그와 같은 긴밀한 관계를 넓혀야 한다. 또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무역을 확대하되, 특히 인도와의 교역을 활성 화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중국과 경쟁 중인 미국에 유용한 친구가 돼야 한 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합법적으로 상업적 확장을 시도하는 것을 환 영해주고 적절한 발판을 제공해야 한다.
이 밖에도 유의할 점이 두 가지 더 있다. 영국은 글로벌 경쟁에서 비교 우위가 있는 분야를 어떻게 지원할지 고심해야 한다. 금융, 제약, 교육, 창 조산업 및 고급품 제조업 등이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지역의 경제적 수준이나 생산성을 런던과 주변 지역과 비슷하게 끌어올림 으로써 고루 균형 잡힌 경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2020년이 되면 튀르키예가 유 럽연합 정회원국으로 승인되고 한참 지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튀르 키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한 지 불과 1년 후인 1987년에 신청을 했다. 당시 헝가리, 폴란드와 같은 바르샤바조약 회원국 은 여전히 소련의 위성국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 유럽연합에 무슨 일이 일 어나든 튀르키예가 회원국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튀르키예가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유럽연합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도 있 지만 그보다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 다. 경제적으로 약간의 이점이 있더라도 정치적인 단점 때문에 상쇄되거나 완전히 가려버릴 것이다. 따라서 튀르키예는 유럽과 점점 멀어질 것이며 유럽과 가까워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더욱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유럽의 외부 링에 진입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 유럽 내부를 들여다볼 때도 있지만 다른 지역적 이익을 위해 유럽 외부로 눈을 돌리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튀 르키예와 러시아는 중동 지역이 안정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한다. 따 라서 튀르키예는 강경한 포퓰리스트 정부와 비교적 협조적인 자유주의 정 부 사이를 오가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둘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관계없이 강렬한 민족주의적인 색채는 계속 유지할 것이다.
- 2050년이 되면 유럽 대륙은 경제적 측면에서 지난 250년과 비교할 때 매 우 위축될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근해 섬을 다 포함하더라도 유럽의 GDP는 전 세계 GDP의 1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는 1800년 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수치다. 하지만 특정 지 역은 지금처럼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지역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활동의 본고장 역할을 할 것이고 일 부 기술 분야에서는 전 세계 리더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유럽에 거주하는 대다수 사람은 객관적으로 여유로운 생활 방식을 계속 누릴 것이다. 그러 긴 해도 유럽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약화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존속 여부나 유럽연합의 뒤를 잇는 조직이 어떤 형태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럽 전반의 인구 역학 및 경제가 더 큰 관련이 있다. 유럽은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고 인구수가 적어도 더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유럽인이 이러한 전망에 부정적일 것이다. 브뤼셀의 관료나 유럽 연합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은 이런 예측을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전세 계적 성장에 관한 수치 자료를 내민다면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렵다. 고 등 교육을 받은 젊고 활기찬 유럽의 인재들이 해외에서 취업할 경우 유럽 의 앞날에는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현재 이탈리아 남부 지 역에서는 인재 유출 현상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 문제가 유럽 대륙 전체로 번진다면 유럽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 하지만 유럽의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상황은 달라 질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 대륙은 여러 가지 활동에서 다른 지역 보다 훨씬 유리한 편이다. 유럽은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 이며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또한 전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어느 정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유럽이 오랜 자존심 을 내려놓고 그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즉 향후 30년 간 세계적으로 주요한 결정은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내릴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 계적으로 주요한 결정은 앞으로 어디에서 정해질까? 아마도 아시아가 주 무대가 될 것 같다.
- 섬으로 된 국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곤 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서 국제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해도 국제 사회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애쓰거나 최대한 외부 세상의 영향을 차단하 거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일본은 전자의 행로를 선택했다. 그 결과 토요타, 미쓰비시와 같은 대기업이 전 세계적으 로 성공을 거뒀으며 이러한 성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금세기에 와서 일본은 외부 영향을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2050년 까지 차단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 2050년이면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선진국으로서 우뚝 설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쯤이면 생활수준이나 의료 및 사회복지 수 준이 2020년의 한국과 비슷할 것이다. 베트남은 약간 뒤처질지 모른다. 이웃 국가인 라오스나 캄보디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교적 차분 한 나라인 미얀마가 인권에 관심을 더 보인다면 좋을 것이다. 그것은 세계 경제와 긴밀한 연합을 이루고 더 큰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이루는 전제 조 건이다. 그러나 이 점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볼 때, 지 난 50년간 매우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했으나, 이러한 속도를 계속 유지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캐치업 위주의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가 이제는 격차를 많이 따라잡은 것 같다. 싱가포르만 경제 발전의 정 점에 도달한 상태이며, 동아시아 시간대에는 싱가포르 이외에 이러한 성 장을 이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 지역의 인구 고령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고속 성장보다 안정과 편안함을 더 바랄지 모른 다. 또한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정치적 고민도 떠안고 있다. 전 세계 무역 판도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로 양분되고 있는데, 과연 어느 편에 서야 유리할 것인가? 중국으 로서는 남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것이 유리한 것일까? 중국이 계속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면 후자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무역 시장의 긴장이 고조되면 동남아시아 가 불리해질 수 있다. 실제로 무역 전쟁이 발발한다면 치명타를 입을 것이 다. 세계화를 기반으로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면 세계 무역이나 경제가 휘 청거릴 때 그만큼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금부터 2050년까지 위기의 순 간이 반드시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동남아시아는 매우 취약한 지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회복성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향후 30년간 특히 남다른 회복력을 발휘해 빠르게 균형을 되찾아야 할 것 이다.
- 이스라엘 태생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은 2006년 예루살렘에서 개최 된 리스 강연(Reith lectures, 영국 라디오 BBC에서 주최하는 강연-옮긴이)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영구적으로 자리 잡을 터전을 원한다면 중동의 일부 가 되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리고 중동에 이미 형성된 문화를 이해해 야 한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중동이 사막이고 문화도 미개한 곳이라고 여 겼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스라엘의 미래를 위해서 아랍 문화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스라엘이 사실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중동의 유산과 유럽 유산을 동등하게 취급하면 유 럽 유산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하지 않 으면 이스라엘 국가는 이물질과 같은 존재라는 이미지를 영원히 탈피하지 못할 것이며 그런 존재로는 장기적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사회이든 음 악이든 인체이든 이물질은 제한된 시간 동안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 바렌보임의 의도는 문화를 논한 것이지만 그의 주장은 정치와 경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치적 경고는 모든 사람에게 두려움을 자아내지만 경제 적 메시지는 상당히 희망적일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 경제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벌써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스 라엘은 중동 전체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동 지역이 선 진국 시장,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다. 그들이 가진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는 수입 연료에 덜 의존할 수 있고 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는 석유 및 가스 수출에 대한 의존도 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내전으로 황폐해진 인접국이 재기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물론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얻을 기회도 열어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전 반적인 교육 및 경영 기준도 향상할 것이다.
- 중동은 여러 의미에서 불안정하고 취약한 곳이다. 하지만 엄청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렌보임이 언급했듯이 이스 라엘은 유럽의 유산을 윤택하게 만들고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문화도 갖추 고 있다. 하지만 시야를 좀 넓힐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물려받은 유산만 이 그들의 나라를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 은 보편적 가치를 탐색하기에 그리 바람직한 곳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소 수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처우를 보면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놓고 누구의 책임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 미하다. 과거는 과거일 뿐, 누구도 이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수 백 년의 전통에 따라 만들어진 이 지역의 관용이 향후 30년이라는 기간동 안 점차 그 진가를 발휘하리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현재 요르단은 수백만 명이 넘는 난민, 수자원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처하면서 관용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중동에 더 큰 요르단이 생기면 된다는 식의 추론은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이 지역에 내재한 여러 가지 문화 적 전통을 존중, 확대하고 해묵은 갈등을 잘 억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더 나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이 지역은 향후 30년간 사이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 성도 있다. 전 세계가 그 점을 걱정하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두려움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이곳도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 있다. 중동은 오랫동안 역풍을 맞으며 힘겨운 시절을 보냈기에 이제 순풍에 올라탈 자격이 있다. 지금 당장은 희망을 품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 영국은 히틀러와 씨름을 하느라 너무나 많은 자원을 투여해 과거의 부와 권력을 잃게 됐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런 변명거리도 없다. 나는 금세기 중반에 중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미국이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고 세기말쯤에는 미국이 다시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탈환하리라 생각한다. 미국은 그때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수십 년간 상대적인 쇠퇴의 시기를 잘 견뎌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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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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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경솔한 10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이유로 불확실성을 들곤 한다.20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기후 모델이 주어진 배출량에 대한 온난화 효과를 얼마나 잘 예측할지, 또 어느 정도의 온난화가 경제에 얼마만큼의 피해를 줄지 알지 못하며, 따라서 그 문제에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형편없는 논거다. 기후변화가 무엇을 의 미하는지에 대해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 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선한 쪽으로도, 악한 쪽으로도 진행할 수 있 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전형적인 예측을 밑돌 수도 있다. 하지 만 반대로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후가 예상보다 온 도 변화에 더 민감할 수도, 혹은 적응이 어려울 수도, 혹은 우리가 전 문가들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기후변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대칭적이지가 않 다. 더 큰 불확실성은 더 나쁜 경우의 결과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이런 변화는 최선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상쇄되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결과는 최선의 결과가 좋은 것 보다 훨씬 더 나쁘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IPCC에 따르면, 중·저 배출 시나리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추측은 이번 세기 말까지 섭씨 약 2.5도 상승으로 온난화가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불확실하다. 섭씨 2도 미만일 가능성은 10%다. 하지만 거기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 섭씨 3.5도를 넘을 가능성도 10%이기 때문이다." 섭씨 2도 이하는 가장 정확한 예상치보다 안심되는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3.5도 이상이라면 훨씬 훨씬 더 나쁘다. 불확실성은 걱정해야 할 이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려준다. 10대 때의 내가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괜찮아. 얼마 나 높은 곳에서 떨어질지 모르거든”이라고 말하면서 구경꾼을 안심 시켰던 것과 마찬가지다.
-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의 감독 프랭크 카프라는 1958년
기상에 관한 교육용 다큐멘터리 <풀려난 여신Unchained Goddess>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지금도,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명의 배설물을 통해 세 상의 기후를 바꾸고 있을지 모른다. 공장과 자동차를 통해 매 년 배출하는 60억 톤의 이산화탄소, 공기가 태양의 열기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 이산화탄소 때문에 우리 대기는 점점 더워지고 있는 듯하다. (...) 지구의 온도가 섭씨 몇 도만 상승해도 극지방의 만년설이 녹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 모순이 그렇게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특정한 노예제 폐지 활동이 없었을 경우 노예제가 오늘날까지도 지 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노예제 폐지는 우발 성이 대단히 높은 일이고, 이것이 크리스토퍼 레슬리 브라운의 견해 다. 브라운은 자신의 책 <도덕 자본Moral Capital》에서 이렇게 주장한 다. “반노예제 운동의 조직화는 불가피했다기보다는 특이한 일이었 고, 도덕적·문화적 진보의 불가피한 결과라기보다는 기이한 일이었 다. 영국 반노예제 운동은 여러 핵심적인 면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역사의 사고, 우발적 사건이었다.
이 견해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놀라운 이야기들이 내재해 있다. 핵심은 노예제 폐지 운동이 많은 놀라운 혹은 우발 적인 요소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특히 미국 독립전쟁 을 강조한다. 미국이 계속 대영제국의 일부로 남아 있었다면, 영국은 노예무역 폐지같이 분열을 초래하는 조치를 취해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일을 더 꺼렸을 것이다.  통일된 제국에서라 면 대농장의 로비 역시 더 거셌을 것이다.
브라운은 마지막으로 프랑스 폐지론자들이 영국 폐지론자들보다 위상이 낮고 기회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다. 브라 운은 프랑스에서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사상이 성장한 것은 프랑스혁명과 아이티 혁명의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폐지론 사상은 폭력이나 투쟁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브라운에 따르면,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폐지론자들의 행동이 덕virtue을 입증하는 방편이었다.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 견 해에서 보면,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활동은 도덕의 다중 평형 상태에 서 가소성의 순간에 일어났다. 중요한 몇십 년 동안 상황이 다르게 펼쳐졌더라면, 반폐지 정서가 득세하고 대농장의 로비에 의해 노예 제가 더 지속되었을 수도 있다'
- 마지막으로, 영국의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세계의 노예해방에는 필연성이 없어 보인다. 영국 운동가들의 노력과 자유주의 사상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노예제 폐지에는 한 세기가 더 걸렸다. 1930년대에 들어서도 에티오피아 인구의 약 20%는 노예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에티오피아의 노예제는 1942년에야 폐지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그보다 더 늦은 1962년에 노예제를 폐지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수천 명의 노예가 있었다.'''
모리타니는 1980년에 이르러서야 노예제를 폐지했고, 노예를 소유 한 사람을 형사처벌한 것은 2007년부터였다.''' 세계적으로 노예제 폐지를 촉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더라면, 노예제는 일부 국가에서 더 오래 지속되었을 것이다.
-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우리는 노예제 폐지가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놀라운 생각에 마음을 열어두어야 한다. 경제적 근거로 노예제 폐지가 불가피했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자유주의를 향한 폭넓은 추세를 고려할 때 노예제 폐지의 궁극적 가능성이 높았는지, 특정한 노예제 폐지 운동의 성공에 크게 좌우되었는지의 문제에 답을 찾아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후자의 견해에서라면, 노예제 폐지는 극소수의 행동이 야기한 것이다. 전자의 견해에서라면, 프랑 스와 영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을 노예제를 용납할 수 없는 세계관의 방향으로 밀어붙인 수천 명의 집단적 산물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노예제의 종말을 불러온 것은 사상가, 작가, 정치가, 노예 출신 운동가, 노예 반란자의 행동이다. 이들 견해의 어느 쪽에 근거해도 노예제 폐지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니었고, 역 사가 다르게 진행됐다면 지금 우리는 합법적으로 허용된 광범위한 노예제가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도덕적 변화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도덕적 변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영 감을 주는 존재로도 볼 수 있다. 앞서 나는 18세기 노예 폐지론을 주 장한 퀘이커교도들이 도덕적 영감의 지속적 원천으로 벤저민 레이의 초상을 집에 두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들의 선례를 따랐다. 레이의 초상은 지금 내 모니터 옆에 있다. 그는 내가 이 책을 쓰는 것 을 지켜보고 있다.
레이는 도덕적 기업가의 전형적인 예다. 도덕성에 대해 깊이 생 각하고, 그것을 대단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말로 기꺼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고, 그런 이유에서 기이한 괴짜로 취급받았다. 우리는 그와 같은 괴짜가 되는 것을 꿈꾸어야 한다. 누군가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 돼지와 닭, 수천 년 후에 태어날 사람들 을 걱정하는 당신을 놀릴지도 모른다. 과거 노예제 폐지론자들도 많은 이들에게 조롱당했다. 우리는 완벽한 사회와는 거리가 아주 먼 곳 에 있다. 거기에 이를 때까지 도덕적 진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덕 적으로 의욕 넘치는 이단자들이 필요하다. 현상 유지를 바라는 이들의 조롱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 전면적인 핵전쟁(어쩌면 생물무기까지 가세한)은 대단히 파괴적일 것이 다. 하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위험과 세계열강 사이의 전쟁 가능성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주 된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이 점이 충격적이고 걱정스럽다. 그런 재앙이 회복 불가능한 문명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내 견해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이런 지속적 불확실성은 회복 불가능한 붕괴 위험을 장기주의의 핵심 우선 사항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위험은 우리가 계속해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더 커진다. 완전한 탈탄소에 실패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화석연료를 다 태워버린다면, 우리가 문명 붕괴로부터 회복할 가능성은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멸종을 통해서든, 영구적인 붕괴를 통해서든 금세기에 문명의 종말을 맞을 가능성은 안심할 만큼 낮지가 않다. 내가 보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1% 이상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확률을 0.1%라고 본다 해도, 이번 세기 인류가 안고 있는 위험은 당신이 올해 안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위험보다 높다. 인류는 10대, 그것도 술을 마시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앞이 보이지 않는 모퉁 이를 돌며 속도를 올리는 10대다.
이것은 금세기의 위험만을 생각한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존 속하면서 번영하길 바란다면, 재앙의 위험을 가능한 한 낮추고 영구 적으로 낮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가 기술적으로 정체된다면, 재앙의 위험이 높은 시간에 계속 갇히며 장기에 걸쳐서는 멸종이나 붕괴가 거의 불가피할 수도 있다. 
-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에 대해 논의할 때 기껏해야 몇십 년의 시간 척도를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는 더 긴 시간 척도에 관심을 두며 거기에서 방대한 가능성에 직면한다. 단순히 지난 100년의 추 세를 추론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2000년 의 성장이 1700년의 성장과 크게 다르듯이, 2300년의 성장은 오늘 날의 성장과 매우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채드 존 스 교수 같은 몇몇 성장경제학자들은 더 긴 시간 척도를 고려하는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의 모델에서는 지수보다 빠른 성 장과 0에 가까운 성장 모두가 상당히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이를 하 나의 가능성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성장이 0에 가깝게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는 기술 진보가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데 거의 보편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기술 진보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손이 닿는 가지의 과실을 먼저 딴다. 따라서 이후의 진보는 당연히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 제에 점점 많은 사람을 투여하는 대응을 해왔다. 몇 세기 전과 비교 하면 훨씬 훨씬 훨씬 더 많은 연구자, 엔지니어, 발명가가 있다. 하지 만 이런 추세에는 끝이 있다. 연구·개발에 투여하는 노동력 비율을 계속 늘릴 수는 없다. 그리고 세계 노동력의 규모는 이번 세기 말 절 정에 도달했다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 리의 경제성장 모델은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속도가 0으로 떨어지고 기술 발전 수준이 정체기에 도달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 이 주장의 다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일정량의 과학적·기술적 진보를 이루고 나면, 이후의 진보가 더 쉬워질까 아 니면 더 어려워질까? 상충하는 두 가지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 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 라서 있다." 이전의 발견이 미래의 진보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발명은 이 책을 위한 조사 작업을 과거보다 훨씬 쉽게 만들어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낮은 가지의 열매를 먼저 딴다." 쉬운 발견을 먼저 하기 때문에 남은 발견은 더 어렵다. 바 퀴는 한 번만 발명할 수 있다. 일단 발명하고 나면 비슷하게 중요한 발명을 찾기는 더 어렵다.
두 가지 효과가 모두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후자의 효과, 즉 "낮은 가지의 열매를 따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전반적으로 과거 의 진보는 미래의 진보를 더 어렵게 만든다.
- 혁신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를 정성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물리학에 대해 생각해보자. 1905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기적 의 한 해였다. 그는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 그 유명한 방정식 E=mc2을 만들어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26세 였고, 더구나 이 모든 일을 특허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해냈다. 현시 대 물리학의 진보는 아인슈타인의 시대에 비해 훨씬 더 어렵다. '대 형강입자충돌기 LHC: Large Hadron Collider'는 50억 달러이고 수천 명이 그 설계, 건조, 작동에 참여한다." 이 기계는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가치 있는 발견이지만 아인슈타인의 기여에 비 교하면 작고 점진적인 발견이다. 
스탠퍼드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아이디어의 발견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나? Are Idea Getting Harder to Find〉라는 논문을 통해 이 현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그들은 여 러 기업을 망라하는 다양한 산업과 종합 경제 데이터 속에서 같은 것 을 발견했다. 진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치로 표현하면, 기술 발전의 전반적인 수준을 두 배로 높이기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계산해 서) 이전 노력의 네 배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의 기술 발전 수 준을 두 배로 높이기 위해(돌도끼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에서 도끼와 창모 두를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으로) 10인年(1년은 한 사람의 1년간 작업량의 '연구'가 필요했다고 가정하자. 기술 진보 수준을 다시 두 배 로 높이기 위해서는 40인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 두 배에는 160인년, 다음 두 배에는 640 인년, 또 그다음에는 2,560년....
- 지금까지는 평범한 인간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지를 살 펴봤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 전체로서 세상이 좋은지, 더 나아 질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넓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는 아직 지구상의 지각 있는 존재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들, 즉 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 우선 사육동물부 터 시작해보자."
2018년 현재, 매년 790억 마리 이상의 육지 척추동물이 식용으 로 도살되고 있다. 그중 690억 마리가 다 자란 닭이고, 30억 마리가 어린 수탉, 3억 마리가 오리, 15억 마리가 꿩, 15억 마리가 돼지, 9억 2,200만 마리가 토끼, 6억 5,600만 마리가 칠면조, 5억 7,400만 마리 가양, 4억 7,900만 마리가 염소, 3억 200만 마리가 소다. 그 외에도 약 1,000억 마리의 물고기가 매년 양식장에서 도살된다."
우리가 이 동물들에게 가하는 고통은 더 이상의 과장이 어려운 정도다. 아마 가장 많은 고통을 겪는 것은 식용으로 도살되는 육지동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닭일 것이다. 식육으로 키우는 닭, 즉 육용계는 너무 빨리 자라도록 키운 나머지 30%는 수명이 다할 때 쯤 중상中 정도에 이르는 보행 장애를 겪는다. 도살할 만큼 자라면 대부분의 육용계는 거꾸로 매달린 채 전기가 흐르는 물을 지나 마지 막으로 목이 잘린다. 수백만 마리의 닭이 오로지 죽기 위해서 산다. 그리고 깃털을 잘 뽑기 위한 과정의 한 단계로 뜨거운 물에 잠긴다."
알을 낳는 닭은 부화하는 순간부터 더 심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 이 높다. 수평아리는 달걀 산업에서 쓸모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폐기' 된다. 이산화탄소 가스실에서 죽거나, 땅에 묻히거나, 쓰레기통에 버 려진다. 하지만 암평아리를 기다리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폐기되는 수평아리는 행운아일 수도 있다. 일단 성체가 되면 많은 암탉이 편지정도다. 아마 가장 많은 고통을 겪는 것은 식용으로 도살되는 육지동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닭일 것이다. 식육으로 키우는 닭, 즉 육용계는 너무 빨리 자라도록 키운 나머지 30%는 수명이 다할 때 쯤 중상中 정도에 이르는 보행 장애를 겪는다. 도살할 만큼 자라면 대부분의 육용계는 거꾸로 매달린 채 전기가 흐르는 물을 지나 마지 막으로 목이 잘린다. 수백만 마리의 닭이 오로지 죽기 위해서 산다. 그리고 깃털을 잘 뽑기 위한 과정의 한 단계로 뜨거운 물에 잠긴다."
알을 낳는 닭은 부화하는 순간부터 더 심한 고통을 겪을 가능성 이 높다. 수평아리는 달걀 산업에서 쓸모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폐기' 된다. 이산화탄소 가스실에서 죽거나, 땅에 묻히거나, 쓰레기통에 버 려진다. 하지만 암평아리를 기다리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폐기되는 수평아리는 행운아일 수도 있다. 일단 성체가 되면 많은 암탉이 편지지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에 갇힌다. 알을 낳는 암탉은 다른 암탉을 쪼는 습성이 있고, 이는 종종 동종 포식으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 해, 뜨거운 칼날이나 적외선으로 암컷 병아리의 극히 민감한 부리 끝 을 잘라낸다. 병아리 때는 신체 훼손을, 성체가 되어서는 극심한 감 금을 견딘 후, 산란 시기 끝에 가까워진 암탉 대부분은 강제 털갈이 를 거친다. 체중의 25%가 빠질 때까지 2주 동안 굶긴다. 그 시점에 다시 산란 주기가 시작된다. 수익성이 없을 정도로 생산력이 떨어지 면 가스로 죽이거나 도살장에 보낸다.
사육되는 소와 돼지는 이보다는 나은 삶을 산다. 하지만 그들도 불필요한 고통을 많이 겪기는 마찬가지다. 돼지는 거세하고 꼬리를 절단한다. 소는 거세하고, 뿔을 제거하고, 뜨거운 쇠로 낙인을 찍는 다. 모두가 마취 없이 이루어진다. 암퇘지와 젖소는 최소 1년에 한 번 고통스럽고 침습적인 인공수정을 견뎌야 한다. 이후에도 상황은 나빠지기만 한다. 새끼를 밴 동안 암퇘지 절대 다수가 임신 상자에 갇힌다. 임신 상자는 너무 작아서 몸을 돌릴 수조차 없다. 산업형 농장의 암소들은 1년 12개월 중 10개월 동안 기계화 착유를 받아야 하고, 5세 무렵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도살된다. 낙농업계에서 쓸모없는 수송아지는 송아지 고기 공장에 팔린다. 이 공장은 송아지를 작은 외양간에 넣어두며, 대부분 나라에서는 송아지를 짧은 인생 내내 벽에 묶어 키운다.
- 양식 어류도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 양식장은 대단히 과밀하다. 약 75센티미터인 연어에게는 한 마리당 욕조 크기 정도의 공간이 주어진다." 이런 과밀한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없고 결국 상처를 입거나 조기 사망한다. 양식장의 사망률은 15~80%에 이른 다." 대서양연어와 무지개송어는 도살 전에 내장을 비우기 위해 며 칠, 때로는 2주 이상 굶긴다." 대부분의 양식 어류는 천천히 질식해 죽도록 방치된다. 이 과정은 한 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로 죽이기도 하고 산 채로 아가미를 자르기도 한다.
- 거의 모든 언어가 미래를 우리 앞에 있는 것으로 나타내는 까닭은 우리가 걷거나 뛸 때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앞의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이마라어에서 시간의 더 중요한 특징은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와 과거를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에 대해 미래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가 미래에 대해 알거나 믿는 모든 것은 우리가 현재나 과거에 경험했 던 것으로부터의 추론에 근거한다.' 아이마라어에 내재된 철학은 미 래에 대해 계획할 때 마치 알지 못하는 땅을 뒤로 걷는 것과 같은 태 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는 미래로의 여정을 생각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내가 지난 아홉 개장을 통해 미래에 대해서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 미래 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게 쉽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기껏해야 어깨너머로 우리 뒤에 있는 미래의 모습을 잠깐 보여 주었을 뿐이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여러 중요한 사안에 대해 마음을 바꾸었다. 나는 역사적 우발성, 특히 가치관의 우발성을 몇 년 전보 다 훨씬 더 진지하게 취급한다. 기술 정체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불과 한 해 전보다도 훨씬 걱정이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다란 재 앙 앞에서 문명이 갖는 회복력에 대해 안심하게 되었고, 미래에 쉽게 접근 가능한 화석연료의 고갈과 그것이 문명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담했다.
가장 긴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선택했다고 가정하면, 당신이 다 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보통 개인적 행동이나 소 비 결정에 집중하곤 한다. 동물 복지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를 덜 타고 운전을 덜 하는 것이라고, 자원 남용 을 걱정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을 재활용하고 비닐봉지 사용 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제안한다(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크게 볼 때는 이런 식의 집중은 세 상을 더 낫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전략적 실수 다. 소비 결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에서 실패한 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최근의 운동을 생각해보자. 이런 운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런던에서 뉴욕으로 비행기를 한 번 타고 가는 효과를 상쇄하려면 비닐봉지를 8,000번 재사용 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대양의 오염에 아주 작 은 영향을 줄 뿐이다.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부유한 국가에 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양에 버리는 일이 매우 드물다. 대양의 거 의 모든 플라스틱은 어선과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가난한 국가에서 비롯된다.''
개인의 소비 결정 중 비닐봉지 재사용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 는 것이 있다. 심정적으로 가장 끌리는 것은 채식주의다. 내가 가장 먼저 자율적으로 내린 주요한 도덕적 결정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 이었다. 부모님의 집을 떠나던 18세 때의 결정이었다. 내게는 중요 하고 의미 있는 결정이었으며, 나는 지금까지도 채식을 이어오고 있 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과 비교했을 때 그 일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내가 채식주의를 선택한 것은 주로 동물 복지 때문 이었지만, 이번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하 자. 채식을 함으로써 나는 매년 0.8 이산화탄소 환산톤(다른 온실가스의 영향을 결합한 지표)을 덜 배출한다." 상당한 양이다. 내 전체 탄소 발 자국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20 80년 동안, 나는 약 64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다 른 일들이 있다. 중위 소득 구간 미국인이 소득의 10%(약 3,000달러) 를 클린에어태스크포스에 기부한다고 가정해보자. 클린에어태스크 포스는 도외시되는 청정에너지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비용 효율이 극히 높은 조직이다. 내가 아는 가장 정확한 추정에 따르면, 이 정도 의 기부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1만 3,000톤까지 줄일 수 있다." 이것은 평생 채식을 하는 효과보다 훨씬 크다. (기후변화에 대한 자금 조달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라.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면 클린에어태스크포스는 이미 자금을 확보했을 수도 있다. '기빙위캔'은 기 후변화를 비롯한 영역에서 가장 좋은 자선단체의 최신 목록을 제공한다.)
채식주의자가 되고 채식을 유지하는 데에는 선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를 지지하고, 동물 복지를 옹호하며, 위선적 행위를 중단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더 바람직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 만 당신의 목표가 최선을 다해 기후변화에 맞서는 것이라면, 채식을 하는 것은 그 그림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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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의 시대

사회 2023. 6. 5. 16:38

- 우리는 또한 세계 인구의 중위연령이 막 30세 아래로 내려간, 중요한 세대 변천을 경험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알파 세대가 태어나기 시작한 해(2010)는 Y세대와 2세대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첫해였다. 즉,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 그해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더 많아졌다. Y세대와 2세대는 이제 처음으로 X세대 와 베이비붐 세대보다 숫자가 많아져 노동인구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 다. 이는 인구학적·경제적 힘이 새로 떠오르는 세대(Y와 2세대)로 이 동했고, 이들이 주요한 근로자이자 소비자이자 가장으로서 새로운 역 할을 맡게 됐다는 의미다. 이 세대는 리더십 선호도, 소비자 기대, 양 육 방식에서 이전 세대와 다르다.
최신 기술에 능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알파 세대를 이해하려 면, 먼저 여러 세대 중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그들 의 부모일 확률이 높은 사람들(X와 Y세대), 언니·오빠뻘(Z세대), 조 부모뻘(베이비붐 세대), 증조부모뻘(설립자 세대) 사람들을 이해하 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알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왔 고 현재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크 게 그려보는 것이 유익하다.
- 설립자 세대(출생 연도 1925~1945)
베이비붐 세대(출생 연도 1946~1964)
X세대(출생 연도 1965~1979)
Y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출생 연도 1980~1994)
Z세대(출생 연도 1995~2009)
알파 세대(출생 연도 2010~2024)
- 2010년부터 세계는 모든 구성원이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인 알 파 세대의 시작을 봤다. 알파 세대는 기록적인 출산의 시대에 태어났 다. 이 세대가 끝나는 2024년 12월이면 알파 세대의 출생자 수는 세 계적으로 거의 20억에 달해서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인구 집단을 이 룰 것으로 보인다. 알파 세대는 21세기에 태어나고 21세기에 온전 히 형성된 최초의 세대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살아남아 22세기 를 볼 것이다.
알파 세대는 교류와 소통을 위해 모니터와 스크린처럼 '창'으 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간다. 기술과 개별 주문 서비스가 이들의 어 린 시절에 영향을 줬다. 2세대가 주문 제작의 증가를 경험했다면, 알 파 세대는 개별 주문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개별 주문 서비스에 서는 누텔라 병과 콜라 캔, 동화책까지 모든 것에 이름을 새겨 주문 할 수 있다.
- 지금까지 이들의 삶에서 가장 큰 사회적·문화적 사건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앞서 살펴봤듯 코로나19는 2세대에게도 상당한 영 향을 미쳤지만, 사람들은 코로나19가 기술·교육·직장·대인관계·정신 건강·회복력에 접근하는 알파 세대의 방식을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
알파 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은 현재 8~12세로, 아동 기와 청소년기의 중간인 트윈덤tweendom에 접어들었다. '트윈덤'이 라는 비교적 새로운 세계는 오늘날 떠오르는 세대의 특징인 '업 에이징 up-aging'을 보여준다. 트윈은 고유한 인구학적 계층으로 등장하여 각 가정의 구매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들이 자기 소유의 스마트폰을 받고, 온라인에서의 행동을 바꾸고, 자기만의 정 체성을 띠고 책임감을 느끼는 시기도 이 연령대다. 이들은 이전 세 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더 많은 기술과 정보와 외부 영향력에 접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 인플루언서로서의 트윈은 독특하 게 다뤄야 할 대상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들의 발달에 필수적이었 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틱톡에서 창의성을 발 휘하며, 직접 만든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 북에서 친구들과 교류한다. 또한 가상의 반려동물을 만들고, 온라인 에서 또래 친구를 쉽게 사귀어 게임을 하고 소통한다. 그래서 많은 웹 사이트가 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알파 세대는 많은 면에서 업에이저다. 이전 세대보다 신체적으 로 일찍 성숙해 청소년기가 더 일찍 시작될 것이다. 동시에 어느 세대보다 긴 청소년기를 보낼 것이다. 생애 중 결혼과 출산, 담보대출, 직 장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성인의 단계가 점차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 다. 이 세대는 더 오래 교육받느라 돈도 늦게 벌기 시작하므로, 이 전 세대보다 오래 부모님 집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역할 도 더 넓은 연령대까지 확장돼 성년이 된 아이들에게 여전히 주거를 (게다가 자금까지도!) 제공할 것이다. 호주에서는 부모님 집에 머무 는 20대를 '부모 주머니에서 노후 자금을 갉아먹는 아이들'이라는 의 미의 '키퍼스KIPPERS'라고 부른다.
진부한 어구와 상투적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런 표 현은 진실에 근거하고 있을 때가 많다.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우리 는 알파 세대의 장래가 밝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저자인 C. S. 루이스C. S. Lewis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앞에는 우리가 뒤에 남긴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이 놓여 있다." 이 는 과거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옹호하려는 의미다. 과 거의 날들이 그랬듯이 미래의 날들에도 복잡함과 어려움이 있겠 지만, 미래에는 혁신과 기회도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비범한 시대가 막 열리는 이 순간에 알파 세대가 살아가고 있다.
- "오늘날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연결돼 있지만, 이렇게 외로웠던 적도 없습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인데, 소셜 미디어는 지금 인류 최악의 특징인 반사회적 측면을 심화합니다. 우리는 괴롭힘과 같은, 웰빙을 위협하는 기술에 대처해야 합니다." (토니 조지 Tony George, 킹스스쿨 교장)
- 긍정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 Martin Seligman은 웰빙의 요소에 긍정적 감정과 참여, 의미, 성취, 긍정적 인간관계가 포함된다고 여긴다. 긍정적 인간관계에 관해 셀리그만은 《플로리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독에 긍정적인 면은 거의 없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배꼽이 빠지게 웃었던 적이 언제였나? 마지막으로 형언할 수 없이 기뻤던 적이 언제였나? 마지막으로 삶의 심오한 의미와 목적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나? 나는 당신의 삶에서 이런 세부 사항을 알지 못 하지만, 그 형태는 알고 있다. 그 모든 일은 다른 사람이 주변에 있 을 때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은 삶이 침체할 때 최고의 해독제이자 유일하게 믿을 만한 존재다."
-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지만,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경험은 영향이 더 크다. 연구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나 삶을 바꿔놓는 사건을 몇 살에 경험하는지가 그것이 정신과 라이프스타일에 얼마나 깊이 새겨질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확인했다.
- 어떤 면에서 알파 세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눈앞에 스크린이 놓여 있는, 의도치 않은 세계적 실험의 일부가 됐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휴대용 스크린 기반의 기기와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삶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는 계속 교훈을 얻고 있다.
우리가 Z세대와 함께한 연구에서 많은 응답자가 스크린과 소 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그래 서 2세대 다수가 소셜 미디어 디톡스detox에 참가하고 있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 디톡스는 현실 세계 및 주변 사람들과 다시 친해지려고 일정 기간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물론 우리는 아이들이 누구와 소통하는지, 온라인에서 안전한 지, 얼마나 많은 시간 기기를 사용하는지 등의 측면에서 그들에게 도 움을 줘야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사회적으로 이로운 면도 틀림없 이 있다. 전자기기와 소셜 미디어가 일상생활에 통합된 지 10년이 넘 은 지금, 알파 세대가 이런 기술과 플랫폼을 잘 헤쳐나가고 대처하 기 유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알파 세대의 삶은 기술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육체노동을 대 신 하거나 작업을 더 쉽게 해주는 등 기술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 가 될 것이다. 20년 전에 호주인들은 많은 가사노동을 외부에 위탁하 기 시작했다. 잔디를 깎거나 집을 청소하라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에 서 시작됐는데 근래에는 애견 목욕, 쓰레기통 살균, 심지어 오븐 청 소 같은 일에도 사람을 고용한다. 21세기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이 변 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기회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식사 준비 서비스부터 발전한 육아 서비스까지, 전문적인 행사 주최부터 개 인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전문 파티 플래너부터 스타일과 이미지 컨 설턴트까지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외주 서비스는 Y세대에게 일상이 되었으므로 그들이 양육하는 알파 세대에게도 삶의 일부로 여겨질 것이다. 알파 세대는 바느질하는 법, 자동차 오일 교환하는 법, 고기 굽는 법과 같은 과거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술과 온라인 서비스, 외부 위탁 서비스가 알파 세대를 위해 그 일들을 할 테니 말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직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이제 웰빙 매니저들을 고용하고, 도시의 많은 건물이 오피스 컨시어지를 갖췄다. 알파 세대는 일에 관해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그들 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직무기술서나 월급만이 아니다. 그들은 직업을 고려할 때 직장이 제공하는 문화, 다양성, 재미, 직업 훈련, 목적 의식, 관리 스타일, 유연성도 염두에 둘 것이다.
알파 세대의 언니·오빠들(Z세대)은 윗세대보다 중소 규모의 조 직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 는 바는 기업의 크기만으로 일할 기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 신생 세대는 작은 회사와 비영리 단체가 제공하는 즐거움, 다양성,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요인들까지 고려할 것이다.
- 젊은이들은 자기의 시대에서 이익을 본다. 그들에게는 자기 시대를 과거와 비교할 관점도 없고 과거의 실상도 잘 모르지만, 현재에 서 장점과 기회를 보기 때문에 자기 시대가 역사상 최악이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물론 환경적 어려움과 한바탕 휩쓸고 간 청년 실업이 있지만, 그것들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하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삶이 주는 흥분은 그 이슈들을 다루고, 혁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조치를 취할 때 온다. 알파 세대는 정확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들은 신선한 시각과 다양한 사고방식, 그들 세대의 독특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것이다. 변화는 한 번에 한 걸음씩 떼는 것으로, 혁신이 아닌 발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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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3. 5. 17. 21:35

- '교통을 전기화하라'는 휘발유와 경유 엔진을 플러그인 전기 오토바이·승용차·트럭·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제1장).
'전력망을 탈탄소화하라'는 화석연료를 태양광, 풍력 그리고 다른 제로 배출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제2장).
'식량을 바로잡아라'는 탄소가 풍부한 표토를 보존하고, 토양의 비옥화를 실천하고, 소비자들이 저탄소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 동시에 소고기를 더 적게 먹도록 유도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제3장).
'자연을 보호하라'는 개입과 보호를 통해 삼림, 토양, 해양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제4장).
'산업을 정화하라'는 모든 제조업체(특히 시멘트 제조업체와 제철기업)가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 는 뜻이다(제5장).
'탄소를 제거하라'는 자연적 해결책과 공학적 해결책을 모두 동원하여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저장해야 한다는 뜻이다(제6장),
네 가지 촉진제와 관련해서는 다음 활동을 통해 각 해결책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 필수적인 공공정책을 집행한다(제7장).
→ 의미 있는 기후행동을 통해 운동을 전개한다(제8장).
→강력한 기술에 투자하고 규모를 키운다(제9장).
→대규모로 자본을 투입한다(제10장).

- 메탄을 시급히 추적해야 하는 이유는 지구를 덥히는 강력한 효과 때문이다. 또한 메탄은 대기에 머무는 기간이 비교적 짧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대기에 존 재하는 메탄의 양은 722ppbparts per billion (10억분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축적 량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인간이 초래한 메탄 배출량을 2025년까지 25퍼센트, 2030년까지 45퍼센트 줄인다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항공기에 장착된 메탄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반 가정에서 연 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메탄 누출이 석유 및 천연가스 채굴 과정뿐만 아니라 우 리가 사용하는 주방 기기까지 이어지는 공급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천연가스 주방 기기를 전기 주방 기기로 빨리 바꿀수록 추 가적인 메탄 누출원을 더 빨리 제거할 수 있다.
- 왜 토양이 중요한지를 알려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토양은 탄소를 풍부하게 함유한 식물과 동물의 잔해를 벌레와 노래기에 이어 박테리아가 분해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토양에 남는 유기물질은 탄소의 저장 고인 동시에 식물의 영양소다. 건강하고 손상되지 않은 토양에는 식물의 뿌리 와 균류 그리고 지렁이가 만든 구멍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이 미세 터널 은 식물의 뿌리가 더욱 깊이 뻗어가도록 해준다. 또한 토양이 수분을 머금게 하 여 가뭄에 잘 견디도록 도와준다.
재생농업은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시키는 경작과 방목 양식을 모두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유기물질을 재형성하고 토양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한다. 재생농업 운동은 전통적인 밭갈이를 억제한다. 밭갈이는 흙속에 파묻힌 유기물 질을 산소에 노출시켜서 분해를 촉진하고,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한다. 반 면에 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 경작no-till farming은 옥수수알보다 작은 수천 개의 얕은 구멍을 뚫어 표토를 최소한으로 훼손하면서 종자를 심을 수 있다. 또한 뿌 리가 더 깊게 자라서 더 많은 영양소와 습기를 얻는다. 2004년에 전 세계적으로 무경운 경작지 비율은 7퍼센트 미만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미국과 남미 부분의 경작지에서 21퍼센트까지 늘어났다.
무경운 경작은 수 세기 동안 검증된 관행이다. 그러나 에너지·경제 사상가 바츨라프 스밀 Vaclav Smil이 지적한 대로 산업혁명 시대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기 존 경작지에서 재배를 강화하기보다 경작지를 확장하는 편이 노동력을 덜 들이 게 되었다." 이 추세는 19세기에 더욱 가속화되었다. 농부들은 고갈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보다 삼림과 초원을 태워서 경작지를 추가했다. 20세기에는 산업식 농업이 기존 경작지에서 더 많은 수확량과 면적당 이익을 창출했으나 그 대가는 배출량 증가였다.
재생농업은 오늘날 화학비료와 살충제에 의존하는 농업에 도전한다. 재생농 업은 클로버 같은 피복작물을 활용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잡초로부터 지켜준다. 피복작물은 수명이 다하면 퇴비가 되어서 자연스러운 피복과 영양분 의 층을 남긴다. 전 세계 농지의 25퍼센트에서 피복작물 농법을 활용하면 해마 다 거의 0.5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가뭄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9년에 미국에서만 해도 약 8만 제곱미터의 농지가
홍수에 휩쓸린 후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었다.' 재생농업을 하면 표토층이 늘어나 물이 빠진 후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 '다윈의 후계자'로 알려진 뛰어난 인물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비전을 참고해보자. 윌슨은 70년에 걸친 탁월한 경력의 막바지에 이른 2016년에 《지구의 절반》이라는 책을 세상에 선물했다. 이 책은 지구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절박한 조치로서 지구 표면의 절반을 자연에 내줄 것을 제안한다. 윌슨은 책에서 이렇 게 쓴다. 지구의 절반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자는 제안은 문제의 규모에 비례 하는 최초의 긴급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나는 오직 지구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남겨두어야만 환경의 살아 있는 부분을 구하고, 우리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안정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탄소 배출을 막는 토착민 리더십
기후 재난을 피하는 데 아마도 가장 과소평가된 것이 토착민의 권리와 땅 그리 고 생활방식을 보호하는 일의 영향력일 것이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토착민의 비율은 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땅은 전 세계 생물다양성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또한 380억 톤의 탄소를 저장한 최소 485만 제곱미터의 삼림을 포함하고 있다." 토착민의 역할은 이런 수치를 초월한다. 그들의 전통은 자연 생태계에 대한 보살핌과 관계에 뿌리를 둔다. 수 세기 동안 다듬어온 토착적 지혜와 관행은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뿐 아니라 거기에 적응하려는 인류의 노력에 필요불가결하다.
정량적 측면에서 토착적 관행이 지니는 힘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토착 공동체가 관리하는 삼림은 심지어 국가가 보호하는 주변 삼림보다 파괴율이 종종 두세 배 낮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토착민이 점유한 땅은 탄소를 저장하고, 물을 걸러서 오염을 줄이며, 토양을 안정화하여 침식과 범람을 제어할 뿐 아니라 국지적·지역적 · 세계적 생태계에 일련의 다른 도움을 제공한다."
앞으로도 수 세기 동안 토착민들이 계속 삼림을 관리하게 하려면 그들이 사는 땅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기후 부문에서는 이 원칙을 안전한 토지점유권 land tenure이라 부른다.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에 걸친 아마존 지역에서 토지점유권이 보장된 땅은 에이커당 최대 4,000달러의 순혜택 또는 20년 동안 1조 달러가 넘는 총 혜택을 창출했다. 토지점유권을 보 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익의 1퍼센트 이하였다. 토착민에게 합법적으로 토지 점유권을 보장하는 일은 아마존에 격리된 탄소의 55퍼센트를 밀봉 상태로 유 지했다. 이는 추가 탄소 배출을 막고 지구를 보호하는 데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메커니즘의 하나다'
- 자연의 세 영역인 대지, 삼림, 해양은 모두 우리의 넷 제로 의무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의 탄소 흡수원은 기후 안정성과 기후 파국 사이, 생물다 양성과 대멸종 사이에 놓여 있다. 우리도 위험에 직면한 취약한 종 중 하나다. 진화의 나무에서 인류는 현재 임박한 위험을 자초하여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 절망스럽겠지만 그래도 이 점을 명심하라. 생태계가 아무리 많이 망가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 복원하려는 노력의 성공 사례가 거듭 확인되고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는 1만1,000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부터 아주 좋은 시절을 보냈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 (양극단에 치우지지 않은 적절한 상태를 가리킴. -옮긴이) 행성에서 번성했다. 윌슨은 이렇게 쓴다. "우리 종이 물려받은 이 아름다운 세계는 건설하는 데 38억 년이 걸렸다. 우리는 살아 있는 세계의 관리자다. 더는 해를 끼치지 마라. 우리는 이 단순하고 도 활용하기 쉬운 도덕 규범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배웠다."
- 인도의 기후 정책 전문가인 아누미타 로이 초두리 Anumita Roy Chowdhury는 이산 화탄소 누적 배출량과 관련하여 "인도는 탄소 파이를 어떻게 나누고 책임을 공 유할지를 묻습니다."라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미국은 25퍼센트, 유럽은 22퍼센트, 중국은 13퍼센트, 러시아는 6퍼센트, 일본은 4퍼센트다. 인도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3퍼센트밖에 되지 않 는다. 자바데카르와 로이 초두리가 지적한 대로 청정에너지로 넘어가는 세계적 전환은 공정하고 정당해야 한다. 각 나라가 탄소 배출 비상사태에 미친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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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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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경제학자 앤드루 오즈월드Andrew Oswald와 그의 제자인 나타드 파우드타비Natavudh Powdthavee는 「죽음, 행복, 그리고 손상 보상 계산」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을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 로스쿨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저자들은 가까운 인물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화폐가치로 환산하고자 했습니다. 한마디로 삶과 죽음 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실증연구라고 할 수 있죠. 두 연구자는 1만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패널Panel' 연구 기법을 사용했습 니다. 동일한 사람들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 조사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조사 대상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사망했을 때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얼마만큼 의 금전적 보상이 필요한지 통계모형을 통한 정량 분석을 시도 했습니다. 가족의 생명을 돈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에 연구 설계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소지가 적지 않았죠.
분석 결과를 살펴볼까요. 자신의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사망 이전의 정신적인 행복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평균 22만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식과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라면 각각 11만 8000달러와 2만 8000달러가 필요했고요. 친한 친구는 1만 6000달러를 필요로 한 반면, 형제나 자매는 200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양 문화의 특징이 반영됐을 수 있으나, 친구의 생명을 형제나 자매의 생명보다 여덟 배나 소중하다고 여긴다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옵니다. 가족과 친구를 포함하여 특별한 관계인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생명 가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구 결과인 셈이죠.
경제학자들은 왜 이런 도발적인 연구를 감행하는 것일까요? 자신과 피를 나눈 사람의 죽음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슬픔 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경제학자도 예외가 아니죠. 생명은 본래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세간의 비판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오즈월드 교수의 설명을 한번 볼까요.
“사망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배상 금액 판결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다. 우리 연구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지불되는 배상 금액을 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유 도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
오즈월드 교수의 문제의식은 분명했습니다. 인간 생명을 화 폐가치로 환산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면, 제대로 된 연구 방법을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법원의 배상판결 방식을 볼까요. 통상적으로 사망자의 잃어버 린 시간가치, 즉 사망 시점부터 은퇴할 때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소득 상실액Expected Forgone Earnings'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정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경제학에서는 '인적자본 근법'이라고 하죠.
기대소득 상실액 방식에 따르면 동일한 사고라고 해도 대기 업 CEO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배상액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소득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죠. 같은 논리로 남성 직장인과 여성 가정주부에게 주어지는 배상액이 다를 것입니다. 후자는 외형상 소득이 없기 때문이죠. 과연 이 것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일까요? 사망자의 인권이 제대로 반영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로 인한 금전적 피해 추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하면 잘사는 나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 피해는 크게 부각되고, 못사는 나라 국민의 고통은 작게 치부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접근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1974년 애로 교수는 버클리 대학의 앤서니 피셔 Anthony Fisher교수와 함께 「환경보전, 불확실성, 그리고 불가역성이라는 짧은 이론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댐 건설과 같이 토지나 강,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 있다고 해보죠. 통상적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방 식은 댐 건설에 따른 경제적 편익과 비용을 각각 계산한 후 이 둘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 개발 사업의 편익과 비 용에는 사업 진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습니다. 만약 어떤 개발 사업이 자연환경에 돌이키기 힘든 악영향을 초래한 다면, 이 사업 때문에 미래 어느 시점에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상실할 수도 있는 것이죠.
애로와 피셔의 논문은 특정 개발 사업에 불확실성과 불가역 성이 존재한다면, 개발보다는 보전을 택하는 전략이 경제적으로 타당한 의사결정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일정 기간 개발 사업을 늦추되, 그 시간 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를 획득함으로써 다음 시점에서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자는 것이죠. 저자 들은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자연환경을 개발하지 않고 보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 가치를 '준옵션가 Quasi-Option Value'라고 불렀습니다. 준옵션가치가 크면 클수록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개발보다는 보전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입니다. 이들의 논문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안을 모색하는 접근이 당장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선택에 비해 결과적으로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논증해 보입니다.
- 탄소세의 학문적 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경제이론으로 보자면 이른바 '피구세Pigouvian Tax'가 원조에 해당합니 다. 피구세는 20세기 전반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아서 피구Authur Pigou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피구는 전임자인 앨 프리드 마셜의 뒤를 이어 1908년부터 1943년까지 장장 35년 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정치경제학 영구교수직에 오른 대 학자입니다. 그는 대표 저서인 『후생경제학Economics of Welfare』 (1920)에서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오염을 일으킨 생산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환경오염 이 유발하는 환경 피해에 상응하는 세율을 오염 당사자에게 부과함으로써 오염배출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늘날 많은 국가가 피구세 원리를 적용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수단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경제학자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환경오염은 시장 내에서 자율적인 해결이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기 때문이죠. 환경문제는 생산이나 소비와 같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학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켜 '외 부효과'라고 부릅니다. 의도한 행위가 아니기에 피해가 발생해 도 법적 책임이나 금전적 배상을 요구할 수 없죠. 환경오염 피 해자는 존재하는데,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 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지금껏 경험한 가장 큰 외부효과다." 당대의 경제학자들이 치 열한 논쟁을 벌였던, 2장에서 살펴본 『스턴 보고서』에도 등장 하는 문장입니다.
-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당혹감과 쾌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학부때부터 들어왔던 피구세와는 환경문제를 인식하는 기본 철학 부터 달랐기 때문이죠. 피구세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오염 주 체를 응징하는 제도입니다. 비용 부담을 통해 오염행위를 벌 하기 때문이죠. 이를 전문용어로 '오염자부담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배출권거래제는 오염 당사자 에게 오염행위를 허용하는 법적 권리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합 니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사적 허가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청년 시절, 환경오염은 악(惡)이 라는 세계관에 익숙했던 저에게 배출권거래제는 불편할 수밖 에 없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고안한 새로운 정책 에 내심 전율을 느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죠.
- 혁신적 환경정책의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배출권거래제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경제학자는 별로 없을 듯싶습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환경오염 행위에 무상 또는 유상으로 배출할 권리를 부여한 후, 이를 오염 주체 간에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그 대표적인 방식으로 '배출 허용 총량 설정 후 거래Cap-and-Trade'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 두 단계를 거쳐 집행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정부가 총배출량 상한선을 정한 후 일정한 방식에 따라 기업에 배출권을 나누어줍니다. 둘째, 기업은 확보한 배출 권을 기반으로 필요 시 배출권을 사고파는 의사결정을 합니다. 배출권이라는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죠. 기업은 자신이 가진 배출권이 필요량보다 많을 경우 시장에 내다 팔아 수입을 챙기고, 반대로 부족하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합니다. 시장에서는 배출권의 수요와 공 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형성됩니다.
배출권거래제의 백미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시장의 인위적 창출에 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에서 배출권이라는 특수한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죠. 만약 정부가 기업들에게 배출권을 할당하고 오직 그 한도 내에서만 오염 물질을 배출하라 고 강제한다면, 이는 명령과 통제에 따른 직접 환경규제 방식 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순 간, 기업들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는 합 리적이고 유연한 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오염을 줄이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배출권의 시장가격보다 적다면, 기업은 배출권뿐 아니라 오염을 줄일 방법을 더 갖게 됩니다. 
- 배출권거래제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최초의 경제학자는 캐나 다 토론토 대학의 존 데일스 John Dales 교수입니다. 1968년 출간 한 그의 저서 『오염, 재산, 그리고 가격Pollution, Property and Prices』을 통해 배출권거래제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제도에 대한 경 제학계의 첫 반응은 뜨거웠죠. 시장 기능을 활용해 환경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반면 환경단체와 환경론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환경오염이라는 '공공악Public Bad'에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환경오염은 그 자체로서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이기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생 각이었죠.
1960년대 미국에서는 유독성 살충제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 을 고발한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 관심이 고조되었습니다. 배출권거래제 는 기업의 오염행위에 일정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부도덕하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들로서는 환경문제를 시장가격 기능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세 속적인 발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죠. 더불어 시 민사회 안에서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더라도 강력하 고 선명한 오염저감 목표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환경단체의 시각은 점차 바뀌었죠. 오히려 이 제도가 갖는 장점에 주목하 기 시작했습니다. 배출총량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 는 점에서 배출권거래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 다. 배출권거래제는 적은 비용으로 환경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 성하는 정책수단이라는 논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 자유무역과 환경보전 간 충돌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제품의 소비 과정이 아닌, 생산 혹은 공정 방법의 차이에 근거한 일방적 무역 조치는 GATT와 WTO 체제에서 전통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우-바다거북 사례는 WTO가 환경 관련 예외 조항을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하여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미 환경 관련 무역제한 조치에 따른 국가간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요. 그동안의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 WTO가 환경보전을 위한 예외 조항을 포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일방적 무역규제 조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각국의 무역과 통상 정책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탄소국경조정제도로 돌아올까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기존의 글로벌 무역규범을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중심으로 송 두리째 바꿀 파괴력이 있는 사안입니다. 역사적으로 WTO는 자유무역 질서를 침해하는 무역제한 조치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 왔죠. 분명한 근거가 있지 않은 한, GATT 제20조의 예외 조항 수용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이슈는 WTO가 자신의 입장을 선회할 잠재력을 지 니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공통적 으로 피해가 미치는 지구환경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오존층 파괴가 심각한 지구환경문제로 등장했을 때, 국제사회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여 염화불화탄소Chlorofluorocarbons, CFCs를 규제하고자 했습니다. CFCs는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냉매로 쓰여 성층권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CFCs 퇴출은 걱정했던 것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이 루어졌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오존층 파 괴를 일으키지 않는 대체 물질이 속속 개발됐습니다. 규제가 강화되자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술개발에 매진한 덕분입니다. 둘째, CFCs를 이용하여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공정과 공장은 전 세계적으로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모니터링과 규제 가 용이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오존층 파괴 문제 는 서서히 줄어가는 추세입니다.
기후변화는 완전히 다르죠. 기후문제를 일으키는 오염 물질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만 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옵니다. 탄소 배출원은 지구상에 존 재하는 사람 수만큼 많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죠. 배 출원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고요. 에너 지는 인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재이기에 쉽사리 사용 을 중단할 수도 없습니다. 오존층 파괴 문제와는 달리 이산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도 쉽지 않습니다.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 사이에 존재하는 직접적인 상관성 을 과학자들이 충분히 밝혀냈음에도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 WTO의 무차별원칙은 동종 제품에 대한 동일 대우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언급 할 때 수입제품에 대한 '탄소세 부과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일부 국가들만이 탄소세를 부 과하고 있고, 그 세율 또한 동일하지 않습니다. 만약 유럽연합 권역 내 제품에는 탄소세를 일관되게 부과하지 않으면서 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WTO 규정 위배라는 비판과 함께 통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죠. 
-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이미 15년 이상 시행해 온 배출권거래제와 연결할 계 획입니다. 유럽연합에 소속된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배출 권거래 시장에서 결정되는 탄소가격을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적 용 기준으로 삼겠다는 계산이죠. 무역 분쟁 소지를 최소화하 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근거를 GATT 제20조 환경 관련 예외 조항에서 찾는 데 더 이상 걸림 돌이 없어 보이지 않나요? 유럽연합이 WTO 무역규범과 충돌 하지 않으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자 신하는 속내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 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제안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밑그림은 이렇습니다. '수입 업자는 수입한 상품의 원산지에서부터 내재한 탄소비용에 상 응하여 탄소인증서를 구매한다. 내재한 탄소비용이 낮으면 낮을수록 수입업자가 지불해야 할 탄소비용은 커지게 된다. 대상 품목으로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의 5개 산업을 고려하고 있으나, 여기에 더하여 유기물 기반 화학제품과 수소를 포함해 대상 산업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을 5개 산업에 한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 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저촉을 받는 수출 규모는 5% 정도로 추산합니다. 하지만 석유화학산업으로 적용 대상이 늘어날 경 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15%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 다. 그만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는 셈이죠.
유럽의회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적용 범위 확대 역시 검토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만을 포함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간 접배출, 즉 기업이 소비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이것이 확정된다면 우리처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60%가 넘는 나라로서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 기후변화 회의론자가 가진 심리 상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조지 마셜의 직관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대목을 말해보겠습니다. 먼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입니다. 확증 편향이란 기존에 자신에게 형성된 지식과 태도, 신념과 가치관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거죠. 기후변화와 관련한 얘기가 나오기만 하면 마음의 문을 닫는 사람은 기후 담론을 거대한 음모의 일부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에게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호소가 먹혀들 리 없죠.
- 조지 마셜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을 직접 인터뷰합니다. 카너먼은 경 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학자로 유명하죠 카너먼은 이익은 없 고 손실만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기에 관 심을 끌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단기적인 손실이 아니라 장기에 걸친 손실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지 않고요. 게다가 불확실성마 저 크다면 말할 필요도 없죠 문제는 기후변화가 이러한 요소 를 골고루 갖춘 이슈라는 겁니다. 기후변화 피해로 미래에 불 확실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람들은 무관심 하거나 고개를 가로젓는다는 것이죠
'기후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셜의 질문에 카너먼은 답합니다. "아무리 심 리적 각성이 높아진다고 해도 생활수준의 하락을 꺼리는 마음을 극복하지는 못할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리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카너먼의 비관주의에 적지 않은 통찰이 숨어 있다고 믿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의 출발은 미래에 발생할 편익을 위해 지금 기꺼이 비용을 치를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조지 마셜은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전문가 나 환경운동가들이 너무 당위적인 언행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 적합니다. 마치 '우리'는 올바르고, '너희는 잘못됐다는 식으로 접근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는 공감대를 넓히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대신,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행동 변화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들어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기 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자녀 사랑, 건강 유지, 안전 보 장, 공동체 번영 때문임을 강조하는 식이죠. 우리 사회가 인정 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연결해야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 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공동체 번영을 위해서는 경제발전, 일자리 만들기와 같은 먹 고사는 문제가 마땅히 전제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강 조하는 기후와 경제의 연결고리입니다. 화석연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부작용을 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번영과 풍요에 기여해 왔다는 점도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이죠. 이렇듯 균 형 잡힌 관점이야말로 기후문제를 풀어가는 현실적인 출발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 2050년까지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지금보다 약 20배 더 늘려야 합니 다. 이 중 태양광 설비 규모는 350~400GW 정도 돼야 하고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광 패널 18% 효율을 기준으로 국토 면적의 3.5~4%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울시 면적의 여섯 배 정도죠. 적지 않은 면적인 것은 맞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농지 면적은 전국토의 18%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만,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에 불과합니다. 사료 를 포함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거죠. 만약 우리가 국토의 3.5%를 사용해서 순수한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 너지로 경제를 돌리고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 아닐까요?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와 독일 중 어느 나라가 연간 일사량이 많을까요? 독일은 재생에너지 천국이니까 독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답 은 한국입니다. 한국은 북위 33도에서 38도에 위치해 있지만, 독일은 훨씬 높은 북위 48도에서 55도에 있습니다. 당연히 한 국의 연평균 일사량은 1459kWh/m2인 반면, 독일은 1056kWh/ m2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독일 국민은 남쪽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열심히 짓고 있고, 성과도 대단하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여건이 훨씬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 CBAM이 도입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나라 철강 산 업의 수출물량 11%가 유럽연합을 향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CBAM이 도입되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 습니다. 탄소비용의 국가 간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당장 수출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CBAM에 선제적 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후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도 탄소국경 조정제도를 찬성하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 다. CBAM은 제도의 특성상 WTO 체제 내에서 통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개도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합니다. 겉으로는 환경과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이죠.
그럼에도 유럽연합이 CBAM과 같은 논쟁적인 제도를 도입 하려는 명분과 근거는 분명합니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글로벌 오염 물질은 누가 배출하는가에 관계없이 기후변화에 악영향 을 미친다는 겁니다. 따라서 탄소 배출이 야기하는 피해 비용 에 입각해서 국가 간 공평한 비용 부담이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는 논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나요? 유럽연합은 기존 통상무역 질서를 뒤흔들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뒤로하고 CBAM 도입을 본격화 하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죠.
유럽연합은 CBAM을 넘어 훨씬 더 근본적으로 기후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간 유 럽 경제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후문제와 경제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이른바 '그린 딜Green Green Deal'을 내걸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발표했죠. 이름만 다르지 지향점은 동일합니다. 그린 뉴딜은 탈탄소와 자원절약,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녹색'에,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을 의미하는 '뉴 딜' 정책을 합한 단어입니다. 한마디로 선진국들은 그린 딜 혹 은 그린 뉴딜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도 살리 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죠. 유럽이 얼마나 그 린 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 니다. 2021년 1월을 기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을 대상 으로 플라스틱세를 전격 도입한 것입니다. 처리 곤란한 플라스틱은 속히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세를 통해 연간 70~80억 유로 규모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보니 어떠신가요? 과거에는 기업이 환경보전 기술과 설비에 투자하면 원가 상승으로 경쟁 력을 잃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정부의 환경규 제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죠.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 이제는 경제가 돌아가는 근본 원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부가가치나 에 너지 소비량 대비 얼마나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가를 측정하는 탈탄소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으니까요. 탈탄소경쟁력이 곧 산업의 기후경쟁력이고, 이것이 모여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 원전문제는 기후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를 둘러싼 갈등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의 형평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우리 세대가 싸고 편하게 화석연료를 쓰고 나면, 다음 세대가 그로 인한 기후피해에 노출되는 것이니까요. 원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원전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후손에게는 많은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넘겨주게 됩니다. 원전을 얼마나, 언제까지 사용하는 것이 대대손손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이 땅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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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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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세대, 포스트 밀레니얼, 주머zoomer, 또는 1세대로 명명되는 이들은 인 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다. 2세대 최연장자 축에 속 하는 이십대 중후반은 월드와이드웹이 대중 앞에 등장한 1995년 전후 로 태어났다. 디지털 시대의 무궁무진한 정보와 무한한 연결의 가능성 만을 경험하며 자란 첫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2세대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아는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 식으로 형성되고 세상과 대면한다. 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을 딱 떨어지게 구분하지 않고 넘나든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낯선 디지털 세상을 항해해야 했기에,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쳤다. 그러면서 이들 세대만의 일상적 문화가 만들어졌고, 점차 다른 세대까지 퍼져나갔다. 모두의 일상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옮겨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그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코로 나 시대는 곧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2세대가 주도하는 흐름을 사회 전체가 따르기 시작한 기점으로 볼 수 있다.
- 변화할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2세대에게는 실현하고픈 세상이 존재한다. 이들의 말을 귀 담아들어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깨우칠 수 있다. 2세대는 언제 어디 서나 진심일 것,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 자기 행복에 책임을 질 것, 친구 들을 지지할 것, 재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다수에 게 열려 있는 제도를 만들 것, 다양성을 포용할 것, 더 친절한 세상을 만 들 것, 자신의 가치대로 살 것을 가르친다. 
- 기술이 진화할수록 관련된 사회적 규범과 행동도 달라진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1세대 휴대전화로 SMS 문자를 보내던 사람들은 이 른바 '텍스트스피크' 속어에 익숙했다. 예를 들어 cu 18r(see you later), gr8(great), 2mrw(tomorrow)처럼 알파벳 자리에 숫자를 넣 거나 :-)와 :-/처럼 표정 이모티콘을 만드는 식이었다(이모티콘에 '코’를 넣은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숫자 키패드를 여러 번 눌러 글자를 조합 해야 했던 폴더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시절에는 단어가 글자 하나 로 축약되었고 숫자로 특정 발음을 표현하고는 했다. 이후 완전한 키보 드가 장착된 블랙베리폰과 터치스크린이 달린 아이폰이 나오면서 단축 키는 필요 없어졌고, 숫자로 글자를 대신한다는 사회적 규칙은 한물간 것이 되었다.
- 디지털 기술과 그와 관련된 사회적 규범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세대 차이는 극명해진다. 2세대의 부모라면 자녀에게 “okay"라고 문자 를 보낼 때 그 차이를 실감했을 것이다. “okay" "ok" "I" "KK" "K”를 비롯한 다양한 표현들 중에 무엇이 적당한 표현일까? 포스트 밀레니얼 은 이 다섯 가지 반응을 전부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만약 답장이 “k.”라고 오면 두 가지 의도가 읽힌다는 점에서 '큰일났다'는 것을 의미 한다. 첫째, 소문자를 썼다는 것은 작성자가 굳이 시간을 써가면서 자동 적용된 대문자 기능을 '되돌리기'했다는 의미다(스마트폰으로 문장을 작 성할 때 첫 알파벳은 자동으로 대문자로 표시된다). 둘째, 글자 뒤에 마침 표가 찍혀 있다. 작성자가 시간을 들여 이렇게 '맞춤형' 반응을 표현했다는 것은 확실히 불쾌감의 표현이다. 반면 “kk"에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함의가 있다. 글자 하나만 달랑 보낼 때의 퉁명스러움을 신속하고 간 편한 방법으로 완화한 것이다.
아무래도 문자 기반 소통에는 어조와 몸짓언어처럼 대면 대화에 서 익히 주고받는 신호들이 빠져 있다. 이에 2세대는 글자를 활용해 어 조를 달리하는 법을 완벽히 체득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말했다. “나 는 문자로 나 자신을 훨씬 잘(심지어는 어조까지 느껴지게 표현할 수 있 다." [일라이자] 포스트 밀레니얼은 문자와 메시지가 자칫 빈정거린다거 나 무례하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기 쉽다는 것을 알기에 '요란한' 대문 자, 쉼표, 마침표 등을 피해 나름의 전략을 고안해냈다. 이들은 웃는 얼 굴 이모지를 일종의 연화제이자 사회적 윤활유로 활용한다. 물결표(~), XML 클로징 태그(</s>>, 윙크하는 이모지, 별표(*)를 비꼬기에 써먹는 다. 또 문장 안에서 어디에 쓰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lol(크게 웃다laugh out loud 또는 웃음 가득lots of laughs의 약어)을 이용해 비꼬기 부터 누그러뜨리기, 수동적 공격 등을 표현한다.
- 전화기는 계속 울려댔고, 전화를 받은 위니프리드는 안주인에게나 아널드에게, 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온 하찮고 쓸데없는 메시지들을 매번 안주인에게 전달했다. 전화기. 다른 집에 있어도 서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람들이 발명한, 그런 물건이었다. (로즈 매콜리, 『크루 트레인』(1926) )
- 포스트 밀레니얼의 정체성은 탐색 과정에서 바뀔 수도 있는 일련의 특성들을 아우르는 만큼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탐색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성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여러 가지 정체성 표지 를 받아들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마커스처럼 기 독교도이자 게이이고 아시아계 영국인 1세대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 는 것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명확하게 언어 화하는지 매번 놀라울 정도였다. 이들이 정체성 선언에 유창한 이유를 하나 꼽자면, 여러 특성 중에서도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의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합의가 세대 전반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일 것 이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고유한 자아를 탐색하고 구성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정체성 요소들을 개인이 직접 다듬어 결합한다 는 데 있다. 이렇듯 스스로 탐색해가는 정체성은 이 세대가 대단히 가치 있게 생각하는 또다른 개념, 진정성과 밀접하게 엮인다. 2세대는 자신 들이 일치감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민족 또는 젠더 공동체에 (이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솔직해야 하며 위선적으로 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은 2세대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이란 거대한 사회집단 내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개인적으로 형성해야 할 사회적 개념이라는 생각을 물려받은 세대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 다. 이를 촉발한 사회적·정치적·정책적 경향은 이들이 태어나기 수십 년도 전에 시작된 것이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이들이 겪는 사회 화의 여러 측면이 이 경향을 한층 강화했다. 2세대 사이에서 정체성 형 성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며, 1980년대 대학가에 등장했던 '정체성 정 치'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아주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실제 2세대가 언급한 정체성은 훨씬 미묘하고 세밀했으며, 빠르게 변 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반응했다. 즉,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 형성 과정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훨씬 더 확장하고 발전시켰다.
- 사회적 개념으로서의 정체성은 20세기에 정립되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 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낭만주의에서 기원을 찾은 '표현적 자아의 기획에서부터 시작됐는지 도 모른다. 36 하지만 2세대의 정체성 논의가 새로운 지점은 이들이 정 체성을 역설적이게도 복잡한 동시에 명료한 특성들의 집합으로서 언명 한다는 점이다. 정체성은 각자 특성의 조합이 고유하고 자발적 선택에 기인하며 창의적이라는 점에서 복잡하고, 자기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즉시 전달된다는 점에서 명료하다. 이들에게 정체성이란, 인생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내가 누구인가'를 기록한 비망록이자 광고문인 셈이다. 즉, 정체성은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 공적이면서 사적인 자기표 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스스로 라벨 붙이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 캔슬 컬처와 관련해 새로 등장한 말도 있다. (누군가를) 콜링 아웃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을 공격적으로 지적하는 것을 의미하고, (누군가를) 콜링인 한다는 것은 좀더 점잖게 지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를 엎지르다 (진실이나 소문을 까발리다)라거나 그림자를 드리우다(모욕하 거나 못마땅하게 바라보다)라는 표현은 캔슬 컬처에서 은근한 듯 은근하 지 않게 보복하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러한 표현은 인터넷에서 유명 해졌지만, 그 유래는 1960년대 드래그 문화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영어 로 거슬러올라간다. 특히 젊은 흑인 여성들의 언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1세대 말뭉치를 보면 포스트 밀레니얼의 언어에서 취소, 고스트, 차단 같은 단어의 빈도수가 일반 인구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높다. 17
캔슬 컬처와 '무대에서 끌어내리기 deplatforming"를 옹호하는 포 스트 밀레니얼은 이를 단순히 사적인 무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이고 정치적인 도구로 인식한다. 이전장에서 J. K. 롤링과 트랜스 문화를 논할 때 언급했던 에이자 로마노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캔슬 컬처는 한 개인 또는 그의 작업물이 갖는 문화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 단적 결정으로 보아야 한다." 18 캔슬 컬처에는 소외 집단과 연대하고 그 들을 지지하기 위해 편견이라 여겨지는 것에 맞서 그것을 끌어내리려는 집단적 목소리가 갖는 힘이 담겨 있다. 공정에 관한 관심과도 맥을 같이 한다. '평등'이 모두를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이라면 '공정'은 소외되고 다 양한 집단이 본래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에 가깝다.
- 정체성은 진정성 개념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포스트 밀레니얼의 세상 에서 정체성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고, 정체성 형성에 진정성이 빠져 있으면 깊은 불신의 대상이 된다. 대학 교육과정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부터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쟁까지, 정체성과 관련 한 모든 투쟁이 과열되는 이유다. 문화 정체성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상징과 실재의 구분이 사라지고, 투쟁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문제로 체감된다.
포스트 밀레니얼이 자신에 관한 진실을 명료하고 진정성 있게 발화한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신과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는 미 립자 정체성 표지를 소유한다는 의미다. 만약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자유롭지 않고, 남들 역시 스스로 누구인지 말할 수 없 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섣불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은 과거에 상상도 못했던 규모와 범위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 도록 어마어마한 선택지를 주었다. 그렇다고 뭐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소속된 공동체와 자신이 감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물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도 대신 말해 줄 수 없다.
- 포스트 밀레니얼은 정체성에 들어맞는 소속 공동체를 찾는 과정에서 유연성과 안정성, 그리고 자유와 안전함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한 다. 개인 정체성의 여러 측면에서 유동성과 유연성 요소가 발견되듯이, 이들이 소속되는 집단에도 마찬가지 속성이 확인된다. 이들은 정체성 이 명료해지고 삶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집단에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 복하는데, 이 과정 내내 한 개인의 진실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들이 실천하는 디지털 삶의 기술이라 볼 수 있다. 2세대는 친밀감을 느끼는 곳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서 비 로소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과 관계 맺기를 해나간다. 한 인터뷰 참 여자의 말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앤디] 집단 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다듬어진다. 변화는 정체성 일부가 집단 내부에 서 생략되거나 배제되거나 비가시화된다고 느낀 개개인이 힘을 합쳐 주도한다. 이 개인들은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언명하고 지키기 위해 공동체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자고 주장하는데, 만약 저항에 맞닥뜨리 면 망설임 없이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난다
- 협업과 가벼운 리더십을 선호하는 경향은 앞서 언급한 이 세대의 지향성과 가치, 특히 개인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정과 공동체 합의에 대한 열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협업을 지향하면서 개인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해주는 사회구조를 발견하기란 앞으로도 포스트 밀레니얼의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 시대의 유산인 위계적 사회구조의 약점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과제는 더욱 중요해 졌다. 공장들은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각각의 기능과 부품을 조직화하 는 톱다운 리더십으로 성공을 거뒀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각자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노동자들의 힘을 합쳐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 요구된다. 몇몇 학자들은 이미 디지털 시대의 ‘동료 생산peer production' 방식이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대체하게 될지, 그 방식은 어떠할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  2015년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 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현재 미국에는 지배적인 가족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부모들 은 가족 형태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상황에서 자 녀를 양육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제2차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0년에는 지배적인 가족 형태가 존재했다. 당시 아동의 73퍼센트는 서로 초혼인 부부가 꾸린 가정에서 양육되었다. 1980년에는 그러한 가족 구조에서 자라는 아동이 61퍼센트였다. 현 재는 그 비율이 절반 미만(46퍼센트)이다.
또한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많은 아동이 부모가 갈라서거나 파트너를 바꾸면서 생활환경이 바뀌는 유동성과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쭉 혼자 사는 인구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시 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16년부터 2030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어떤 가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이 기간에 1억 2천만 명의 1인 가구가 새롭게 생겨날 전망이다"라고 관측했다. 포스트 밀레니얼에게 가족이란, 유동적이고 다양하며 선택 가능한 것이다.
- 몇몇 2세대는 결혼을 포함해 장기적이고 독점적인 관계 모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밝힌 인터뷰 참여자들조 차 “지금은 잘 만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의 말 들을 했다. 이때 '언제'는 학기가 끝나는 날, 졸업식, 혹은 파트너들이 생 각하기에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결정적 순간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는 미래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리라는 꿈을 품고 있지만 결 국 연애 관계란 잠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결혼을 신뢰하지 않는다. 두 분은 일찍 결혼하면 좋다는 주의이지만 나는 결혼 자체에 의문이 든 다. 그냥 파트너만 있으면 충분하지 굳이 한 사람에게 매일 필요는 없다 고 본다. 주변 환경과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같다." 
- Z세대는 이미 망가졌거나, 어마어마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기존의 제도적 형태를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확실 히 인식한다. 그래서 변화의 방법과 수단을 만들어내고 일상을 보다 잘 살아내는 것에 관심을 둔다.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으나, Z세대는 현재 변화의 주체들 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하기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란다. 따라서 지금 당장 자신들 삶에 변화를 주려고 하거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과 연대해 기존 제도 를 바꾸려 든다. 다음 장에 나오듯이, 미국과 영국의 일부 Z세대는 기존 제도 안에서 일하되 충분히 거리를 둬 '함몰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 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일부는 변화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면서 도 기존 제도와 리더들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나머지 일부 역시 피부로 느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고, 가 치 있는 삶을 살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타인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 Z세대는 취업이나 육아를 하지 않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 흔히 '어덜팅adulting'이라고 부르는 어른 되기를 받아들이는 이 들의 태도는 이전 세대 어른들이 초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실 망과 환멸에서 비롯된다. 한 영국인 학생은 "우리 세대는 이전 세대가 내린 선택으로 인해 우리가 어찌할 수 없게 된 것들에 착잡함을 느낀 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밀레니얼은 자신들을 눈송이라고 재단하는 사람들의 관점 이 시대착오적이며 그들이 성장한 시절을 잣대로 내리는 부당한 평가 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리프트, 자전거 공유의 시대에 도시 거주자가 운 전면허를 따거나 자가용을 소유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전혀 필수적이지 않다. 아르바이트 역시 이전과는 다르게 인식된다. 몇몇 인터뷰 참여자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면서 앱을 만들거나 블로그에 '제품 간접 홍보' 글을 올려 돈을 번다고 했다. 대다수는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일을 병행해야 한다. 이 연령집단의 평균 기대수명이 팔십대 후반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기성세대처럼 일찌감치 커리어를 시작하고 아이를 양육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2세대가 많다. 인간 수명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이미 인생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 다. 부모 세대가 이들 나이에 했던 일들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이 어른으로서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미래가 불안정한 가운데 재정적 안정을 이룬다는 보편의 목표를 이루 기 위해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
- 2016년 연구를 시작했을 때 스탠퍼드대 학생들 대다수는 자신들이 오리 신드롬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겉모습 은 평온함을 유지하되 수면 아래서 죽어라 다리를 젓는 모습을 가리키 는 말로, 오래전부터 캠퍼스에서 쓰이던 용어였다. 언어학 수업에서 i세 대언어 사전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학생들은 이 용어를 정의할 문장으로 다음을 선정했다. "오리 신드롬은 스탠퍼드대에 실재한다. 모두가 노력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23 2016년 교내 신문 스탠퍼드 데일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과로 문화와 완벽에 대한 강박, 대학 내 자살의 암울한 현실, 뭘 이야기하든 오리 신드롬은 캠퍼스의 정신 건강을 이야기하는 데 빠질 수 없다.” 그런데 1~2년이 지나자 학생들은 더이상 오리 신드롬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자신들의 취약함을 인정하며 '불안정, 스트레스, 불안이 계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덜컹거리는 버스 또는 아등바등 같은 표현을 썼다. 어느덧 캠 퍼스에서 감정 문제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스탠퍼드대 안에서 내가 울어본 장소들' 같은 페이스북 그룹 이 이러한 문화 변화를 주도했다. 그룹을 만든 이는 이렇게 말했다. "처 음에는 재미로 만들었으나, 학생들이 오리 신드롬을 극복할 수 있는 공 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좀 엉망이면 어떤가." 또 학생들은 경험의 차이로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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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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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B는 없다

사회 2023. 3. 16. 12:07

- 인간이 활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5퍼센트는 여전히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소비된다. 바로 입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는 매일 평균 2,350칼로리를 섭취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80칼로리를 더 먹는다.
매일 섭취해야 하는 2,350칼로리라는 수치는 전 세계 인구의 다양한 연령, 성별, 신체 사이즈, 생활 방식 등을 고려해서 계산된 것이다. 이 를 시간당 전력으로 환산하면 114와트(W)에 해당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비교하면, 이는 대형 플라즈마 TV에 필요한 전력량과 비슷하며, 전기주전자를 켜 놓으면 이것보다 약 15배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 우리가 기르는 먹을거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인당 1,320칼로리 정도는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810칼로리는 바이오연료를 위해 사용되며, 무려 1,740 칼로리는 동물들의 먹이로 쓰인다.
- 우리가 매일 초과로 섭취하는 180칼로리의 열량이 모두 체중으로 바뀐다면, 평범한 사람들도 매년 약 8킬로그램씩 체중이 불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몇 년만 지나더라도 대참사가 벌어진다. 다행이라면, 체중이 불어나게 되면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며, 온종일 가만히 있어도 더 많은 에너지가 연소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들 모두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양만을 섭취한다면, 현재 영양 공급의 문제를 겪고 있는 십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먹을 거리를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그렇게 적당량의 먹을거리만을 섭취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강상의 이점도 있다는 것 이다. 물론 말하는 건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동물은 사람들의 먹을거리 공급망에서 육류와 유제품의 형태로 590칼로리를 기여한다. 하지만 동물은 풀과 목초지에서 3,810칼로리를 먹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식용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하루 한 사람 기준으로 1,740칼로리를 먹는다.
농장에서 기르는 보통의 동물은 그들이 먹는 열량의 고작 10퍼센트 만 육류나 유제품의 먹을거리로 만들어낸다. 그 나머지의 열량은 체 온을 유지하거나, 돌아다니거나, 트림으로 메탄가스를 배출하거나,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된다. 농장 동물들이 먹는 모든 먹이의 3분의 2 이상은 우리 인간이 직접 섭취할 수 없는 각종 풀과 목초지 에서 얻는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농장의 동물들에게 식용할 수 있 는 작물도 먹이고 있는데, 그 총량은 인류 전체에게 필요한 칼로리의 4분의 3을 넘는다.
우리 사람은 목초지의 풀을 먹을 수는 없지만, 현재 동물들의 먹이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대지의 일부는 식용 작물을 위해서 사용 될 수도 있고, 그러고도 남는 대지의 일부는 생물다양성을 위해서 매우 유용한 용도로 배정될 수 있을 것이다.
- 에너지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첫째,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는 달걀이나 우유를 얻는 것이 에너지 전환율의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것이다. 둘째, 동물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거나, 돌아다녀야 한다거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낭비되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의 효율성을 살펴보면 쇠고기는 (일반적으로 3퍼센트 정도로) 특히나 낮은 수준이며, 달걀과 우유는 (18퍼센트 정도로) 가장 높은 편이 다. 분명한 것은, 그리고 어찌 보면 부당한 것은, 이러한 분석은 동물을 지각을 지닌 존재로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동물은 우리의 단백질 공급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안 된다. 전 세계의 농장에서 자라는 동물들은 자신들이 섭취한 단백질의 거의 4분의 3을 파괴하는데, 이들 단백질의 대부분은 사람이 식용할 수 있는 먹을거리에서 얻는 것이다.
- 철분, 아연, 비타민A를 얻기 위해서 동물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다. 동물은 철분과 아연의 함량을 줄이는 반면, 고구마 100그램에는 우리가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A 함량이 모두 들어있다.'
- 동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항생제가 투여되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항생제의 약 3분의 2를 동물들이 먹어치운다.' 실제 수치로 환산하면 매년 63,151톤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육류와 우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 로컬푸드가 최선인가?
일부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먹을거리의 탄소발자국에서 운송과정이 차지하 는 비중은 작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의 탄소발자국에서 운송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부분 에 불과하다. 필자가 부스(Booths)를 위해서 수행한 최근의 연구에 따 르면, 소비자가 계산대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탄소 발자국을 계산했을 때, 모든 제품의 탄소발자국에서 운송과정이 차 지하는 비중은 6퍼센트에 불과했다." 먹을거리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부분은 경작 과정에서 나타났다. 
- 먹을거리의 운송과정이 정말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비행기에 실어서 나르는 경우다. 영국에서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캘리포니 아에서 들여오는 포도와 각종 베리(berry)류, 인도양에서 들여오는 신 선한 참치,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새싹 채소, 그리고 가장 해로운 것으로는 저 멀리에서 들여오는 아스파라거스가 있다. (먹을거리는 아 니지만, 수많은 꽃 역시 비행기를 타고 운송되기 때문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에 배에 실으면, 지구 반대편에서 실어오는 경우에도, 먹을거리 공급을 비교적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가 상당히 적기 때문에, 햇볕이 잘 들고 대지가 비옥한 곳에서 생산된 영양분이 자체적으로는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인구가 과밀한 지역으로 옮겨지는 중요한 흐름이 만들어진다. 그리 고 도로를 통해서 수백 킬로미터를 운송하는 것도 끔찍한 재앙은 아 니다. 물론 맥주처럼 무거운 화물에 대해서라면, 거리가 짧을수록 더 나은 것은 사실이다. 즉, 맥주를 한 잔 마신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 역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다른 어떤 대안보다도 낫다. 물론 영 국에서는 국토의 정반대편에 있는 창고에서 실어 날라야 하는 경우 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자란 것이라고 하더라도 추운 겨울철에 에너지가 집약된 손실에서 재배된 토마토는, 지구 반 대편의 따뜻한 지역에서 배를 통해서 수입된 대체 상품보다도 지속 가능성 면에서 한참은 뒤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꽃의 경우에 제철이 아닌 품종을 온실에서 키우는 것은, 그걸 비행기에 실어서 수입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 어떤 먹을거리가 어디에 어떻게 버려지는가?
1인 기준으로 하루에 버려지는 1,320칼로리 중에서 48퍼센트는 곡물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도 충분한 칼로리다. 이러한 전체 손실량의 거의  3분의 2는 수확과정이나 그 직후의 보관과정에서 발생한다.
-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각 가정에서도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많이 실천할 수 있다. 직접 다 먹지 못하는 먹을거리가 있다면 친구나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 다. 여러분이 쓰레기통에 머리는 음식물들이 매립될 것인지 아닌지 는 아마도 지역 당국의 결정에 달려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는 일반적으로 (회색 쓰레기통인) '그레이빈(grey bin)'에 버리는 음식물들 은 소각로의 연료로 바뀌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러분의 집 정원에서 남은 음식물로 거름을 만든다면, 혐기성 방식이 아니라 호기성(aerobically) 방식으로 썩히기 위해서 충분히 자주 뒤집어서 산소를 공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렇지 않다면 여러분의 정원에 메탄가스를 펑펑 뿜어내는 최악의 매립지를 만들어두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얼마나 많은 먹을거리가 바이오연료에 사용되는가?
1인당 매일 810칼로리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매일 크기 10인치의 마 르게리타 피자 한 판을 바이오연료에 투입한다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바이오연료는 석유를 연소시키는 일반적인 자동차 한 대를 겨우 0.5 마일(800미터) 운행할 수 있는 정도다.
-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전직 청장인 제인 루브첸코(Jane Lubchenco)는 해양 산성화를 지구온난화의 사악한 쌍둥이라고 설명했지만, " 기후변화에 대한 보도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이상할 정도로 적어서 그 분량이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양 산성화를 간단히 말하 면, 화석연료를 연소시켜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바닷속으로 들어 가고, 그로 인해 바다의 산성화가 일어나서 바다생물의 껍질과 뼈를 생산하는 능력을 약화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바다생물들이 타격을 받는다면, 그 고통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도 전해 질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수석 자문위원 을 지냈던 토마스 러브조이 (Thomas Lovejoy)는 이를 두고 '해양 먹이사 슬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잠재 적인 결과는 해양 생태계의 심각한 붕괴이다. 이런 일이 일단 벌어 지고 나면, 그것을 되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해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는가?
현재까지 약 90억 톤이 생산되었다." 이 중 54억 톤은 매립지에 버려졌거나 육지나 바다에 흩어졌다. 만약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을 전부 모아서 비닐 랩으로 만든다면, 지구 전체를 두르고도 남는다."
- 오늘날 겨우 1년 동안 생산되는 석유만 전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도. 현재 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플라스틱보다도 2배나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세계 가 점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커지면서, 이미 석유기업들은 자신들의 석유 재고량을 플라스 틱 공장에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비 상사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폐기물 로 바꾸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이런 내용으로 사업 제안을 해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기 바란다. 플라스틱은 독소라고 말이다."
- 태양에너지를 우리가 에너지원으로 활용할수 있는가?
지구 전체 표면의 0.1퍼센트에 못 미치는 정도의 면적(가로세로 각각367km의 넓이)만 태양전지판으로 덮으면 오늘날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 어떤 이들은 핵융합이 인류에게 에너지 문제를 영원히 종식해줄 수 있는 위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에 고개를 끄 덕이기에 앞서서, 우리를 인류세의 시기로 이끈 장본인은 에너지의 과다한 공급과 그로 인해 유발된 수많은 위험 요소였다는 것을 명심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욱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 는 것은 마치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 아침에 술을 더 마시는 '해장술'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오래전에 딱 한 번 해장술을 마셔보 았는데,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핵융합이 우리의 에너지 체계 안으로 편입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돌파구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라는 사 실이다. 핵융합이 얼마나 빠르게 그 모습을 갖추게 될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MIT의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33년이 되 면 핵융합이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즉, 그전까지 우리는 어떻게든 인류세에 맞서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 바이오연료는 미친생각인가?
한 사람에게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양의 밀을 바이오연료로 만들면, 토요타 코롤라 모델을 겨우 1.1마일(1.8km) 정도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 조심스럽게 다룬다면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체계 에서 작지만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저탄소 세상을 향하 는 과정에서 규제되지 않은 자유시장이 바이오연료의 운명을 정할 수 있게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즉, 바이오 연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부 유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 으며, 에너지 작물의 생산을 위해서 수많은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 1865년,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William Stanley Jevons)는 영국이 석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후로 이 런 현상은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라고 불려왔다. 에너지의 효율이 좋아지면 많은 이가 추측하듯이 수요가 줄어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총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1865년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 시점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지금까지도 에너지 및 기후 정책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 우리는 에너지 효율성이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부터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면서 생기 는 여유분의 에너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저축해야 만 한다. 그것이 소비 욕구를 더욱 자극해서 무수히 많은 반동효과 (rebound effect)가 나타나고, 그래서 저축해 놓은 에너지를 모두 탕진해 버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소비하는 시점에 있어서 매 우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자원의 총사용량을 제한해야 하며, 특히 화석연료를 제한해야 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 이 강제로 줄어든다면, 반동효과도 사라질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역 학관계도 바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은 이제는 사상 처음으로 더욱 나 은 삶을 위한 힘이 되어줄 것이며, 환경에 미치는 피해도 없을 것이 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에너지 효율은 우리가 원하며 바라는 것을 얻 기 위한 핵심적인 경로의 하나가 될 것이다. 
- 수많은 기관이 에너지와 관련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으며, 때로는 예측 모델을 내놓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저절로 줄어들 거라고 보기도 한다. 102 어떤 이들은 우리가 조심 스럽게 접근하지 않아도 에너지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저절로 식어 버릴 거라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방식이 꽤 바뀌지 않더라도 어 느 시점에 이르면 에너지 사용량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며, 지금 현재 에도 우리가 바라는 모든 에너지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견해를 지지하는 이들은 일부 선진국들에서 에너지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기도 하는 경우를 가리키면서, 가난한 나라들도 이를 따라한다면 모든 이가 충분한 에너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모든 주장이 상상력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며, 우리가 더욱 많은 에너지를 원하게 되리라는 것을 간과한다고 생각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노예를 100배쯤 더 거느리고 있으면 더 이상의 노예를 원하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번 세기에 에너지의 효율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 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소비 욕구가 어떻게 더욱 늘어날 것인지에 대 한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그래핀(graphene)을 이용한 여과 기술이 점 차 현실화되면서 바닷물을 농업용수로 담수화하는 것이다. 이 기술 은 사막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준다. 멋 진 생각이지만 이로 인해서 에너지 수요가 새롭게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유형의 예시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우주관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의 마 지막 약점은 특정한 국가의 사례만 보고 전 세계의 에너지 추세를 추 론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에너지 사용의 증가세는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어떤 한 곳에서 효과가 있었던 일은 다른 곳에서 일어난 무언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 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1제곱미터의 대지에서 얻는 에너지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동할수있을까?
캘리포니아에서 1제곱미터의 태양광발전(PV) 패널이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는 전기차가 1년에 1,081마일(1,740km) 움직일 수 있고, 전기자전거의 경우에는 무려 21,243마일(34,187km)이나 이동할 수 있다. 그 대신에 1제곱미터에서 자란 밀을 먹으면 연간 13마일(21km)을 걸을 수 있고, 자전거를 타면 25마일(40km)을 이동할 수 있다.
- 1제곱미터의 땅에서 기른 밀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100퍼센트라고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바이오디젤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1마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한 사람에게 하루에 충분한 열량 을 공급해줄 수 있는 양의 밀로 바이오디젤을 만든다면 자동차를 겨 우 2.7마일(4.3km) 이동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건 그야말로 터무니없 는 거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신기술이 개발되어서 버드나무나 다 른 셀룰로오스(cellulose) 작물로 바이오디젤을 만들면 이동 거리가 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먹을거리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0마일(32km) 정도일 것이다. 에너지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모든 이가 새겨들어야 할 아주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어떠한 저탄소 인증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바이오디젤이 우리의 에너지 솔루션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그런 길을 간다면 전 세계의 먹을거리 체계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영양실조가 만연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 미세입자들에 대해서 살펴보면, 가장 작은 것들은 흔히 PM2.5라고 부르는데, 크기가 1밀리미터의 400분의 1도 되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이다. 이런 PM2.5는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혈류 속으로 쉽게 침투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입자들이다. 디젤 차량은 일반적으로 이런 입자들을 휘발유 차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모든 차량에서 나오는 약 10퍼센트 정도의 입자들은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노면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는 전기차도 그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PM2.5는 날씨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서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머물러 있다. 바람이 불면 좀 더 빨리 흩어지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서 불어올 수도 있다. 비가 내리면 입자들을 씻어내지만, 건조한 날 씨에서는 차량이 지나다니면 지상에 있던 입자들이 떨어져서 대기 중으로 다시 흩날리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나무가 미세먼지를 걸러 준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 반대다. 물론 입자들이 나 뭇잎의 표면에 내려앉을 수도 있지만, 도심의 붐비는 거리에서는 가로수들이 바람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해서 입자들이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 전기적인 해상운송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다. 배터 리의 에너지 밀도가 2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행기에서와 마찬 가지로 선박에서도 화석연료보다 훨씬 더 무거운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선박이 비행기와 다른 점이라면, 전체 무게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작다는 것이다. 전기모터가 일반적인 선박 엔진보다 효율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선내에 9,000톤이 조금 넘는 배터리를 실으면 홍콩에서 런던까지 6,000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화물량보다 60퍼센트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완전히 쓸모없는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전기모터의 효율이 두 배로 향상되어 기존의 선박 엔진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이는 충분히 가 능성이 있는 수치다.), 4,500톤의 배터리만으로도 10,500톤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 당장이라도 이런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전 세계의 배터리 공급에서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갑판 위에 돛과 태양전지판을 설치한다는 것은 멋진 생각이 며 잠재적으로도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이득은 미미한 수 준으로 판명되었다. 그 이유는 갑판 위의 바람과 태양에너지를 이용 해서 움직이기에는 오늘날의 선박들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객운송에 대해서 살펴보자. 대체에너지를 사용하 면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여행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타깝게도 여객운송에서는 비행기에 비해서 선박이 갖는 이런 모 든 효율성이 쓸모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저 환경에 대 한 의무감 때문에 사과나 바나나처럼 아주 오랫동안 나란히 앉아있 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선실을 배정받고 수영장과 카지노, 음식점 등을 비롯한 편의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호화 크루즈는 상황이 전혀 다를 것이다. (나도 크루즈 는 타본 적이 없고, 그냥 들어보기만 했다.) 호화 크루즈는 승객 1명을 1마일 이동시키는 데 0.22kg이라는 엄청난 탄소 비용이 소모되는데, 이는 소형 휘발유 차량을 혼자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는 것과 비슷한 수 준이다. 사람들이 바다를 통해서 움직이는 일은 여전히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은 경우에만 머물러 있으며, 그것도 주로 작은 보트나 페달 보트, 뗏목 등을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 가장 지속가능한 방식의 이동 수단에 대해서 말하면, 그것은 오래된 페달자전거가 아니라 전기자전거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전기자전거를 타기는 하겠지만 무척 슬플 것이고, 기술이 우리를 나쁜 세상으로 인도한다고 느낄 것이다. 몇 페이지 전에 우리는 한 조각의 땅에 태 양전지판을 설치해서 얻는 전기로 전기자전거를 타면, 같은 크기의 땅에서 기른 음식물을 먹은 사람이 페달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200배 나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슬픈 일이지만 사실이다.
- '낙수효과주의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좀 더 부유해질 수 있다면 불 평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낙수효과가 단순히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드러난다는 사실 외에도, 먹을거리 시장만 잠시 살펴봐도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세 계의 시장경제에서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가장 많은 돈을 주고 구입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간다.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훨 씬 더 많은 돈을 갖고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얻기 위 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값을 치러야 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단지 기분을 좋게 하거나, 호화로운 사치를 누리기 위해서 얼마든지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 지구의 어디에선가는 사람들이 곡물에만 의지 해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반면,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곡물을 이용해 서 바이오연료를 만든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정말로 필요 한 것을 얻기 위해서 땅에 의지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토지는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방식으 로 사용될 수도 있다. 반대로 빈부의 격차가 좁혀질수록, 가난한 사 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살 수 있게 된다. 거칠게 말해 서 낙수효과는 기껏해야 신자유주의적인 자기기만이고, 심하게 말 하면 거짓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들이 굶주리는 이유는 아무리 세계 전체의 부가 막대하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양은 충분하 지 않아서, 글로벌 시장경제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하나는 자신들이 생산한 먹을거 리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지 않는 것이고(93페이지의 물고기에 대한 부분 참 조), 또 하나는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 탄소가격 정책은 필요한가?
화석연료가 너무 비싸거나 불법화가 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추출되어 연소될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탄소 가격이나 벌금이 부과되는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 보면 그 둘은 동일하다.
- 우리의 가치가 가변적이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는 아마도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는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과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돈을 중요시하고 물질적 소유를 중 심으로 사람의 지위를 결정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기법을 통해서 우리의 사고방식을 좀 더 개인주의적인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어왔다. 그리고 물질적인 요소와 행복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는데도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선전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서 자신감을 얻어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면, 그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 외부적인 가치를 중시하게 만드는 요소는 많지만, 그중 에서도 특히 불안감과 물질주의를 중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 렇게 만든다. 우리가 자신을 보살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이 없거 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든다면, 우리 는 보다 많은 부와 더욱 높은 지위를 원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 다. 그리고 우리가 가치 있는 삶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부와 소유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그런 가치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서, 우리 사이에 독처럼 퍼져 있는 메시지 하나는 뭐냐 하면, 어떤 일자리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고용하고 싶다면 가장 높은 연봉을 주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이런 믿음 때문에 혹시라도 돈을 아주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 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일자리의 초점이 연봉과 보너스에 집중 될수록, 훌륭하면서도 유용한 일을 해야 하는 내재적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게 된다.
그 반대로, 우리가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가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가 언제나 충족되고 사회에서도 소외되지 않 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우리는 물질적인 소유나 사회적인 지위 에 대해서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프라와 공동체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언컨대, 유해한 습성까지 용인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내재적인 가치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서도 그러한 내재적 가치의 역할이 커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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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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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의식적으로 불편함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 늘 그러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는 애쓰자는 말이다. 요 즘에는 그나마 어느 정도 불편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개성 있다는 인정을 받는다. 내가 먹을 버터를 직접 만들 거나 고기를 직접 사냥할 필요는 없지만, 의미 있는 존재 가 되고자 한다면 편리함이 다른 모든 가치를 잠식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어려움이 항 상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 어려움 자체가 해답일 때도 있 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대답일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함을 포용한다는 게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곤 한다.
- 마치 쟁점을 감추려는 듯 그 불편한 선택에는 다른 이름이 붙는다. 우리는 이를 취미, 여가, 소명, 열정이라고 부 른다. 그 자체가 목적인 이런 활동들은 우리가 어떤 사람 인지 정의하는 데 유익하다. 자연의 법칙과 만나고 신체의 한계를 마주할 때 찾아오는 경험은 우리에게 인격이 라는 특징을 보상으로 안긴다. 나무를 깎을 때, 식재료를 다듬을 때, 망가진 기계를 고칠 때, 코드를 쓸 때, 파도의 때를 기다릴 때, 그리고 한참을 달려 다리의 근육이 비명 을 지르고 숨이 한계까지 차오르는 그 순간들에 말이다. 이런 활동들은 시간을 요구하지만, 거꾸로 시간을 돌려 주기도 한다. 좌절과 실패의 위험에 우리를 노출시키지만, 이 세상과 우리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할 최초의 세대이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다. (버락 오바마)
- 지금 상황은 돌벽을 향해 달리는 거대한 차에 타고 있는데 모두가 자기가 어디 앉을지를 놓고 입씨름만 하는 격이다. (데이비드 스즈키David Suzuki)
- 1948년 생태학자 윌리엄 보그트William Vogt는 《생존의 길Road to Survival》을 발 표했다. 이 책에서 보그트는 맬서스의 연구 결과를 다시 끌고 왔다. 보그트는 기술의 힘을 빌려도 환경의 수용 능력을 영원히 능가할 수 있는 종은 없다고 주장했다. 수용 능력 carrying capacity이라는 표현은 원래는 화물선에 실을 수 있 는 최대치의 부하를 의미하는데, 보그트는 인간이 지구와 지구가 가진 자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결국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예언했다. 5년 뒤 유진 P. 오덤 Eugene P. Odum도 자신의 책 《생태학의 기초 Fundamentals of Ecology》에서 수용 능력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다. 오덤이 확립한 토대는 늘어나는 인구가 의식해 야 하는 지구라는 행성의 한계planetary boundaries 개념으로 이어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전학, 에너지 생산, 수송에서 일어난 기술 혁신은 지구 의 수용 능력을 계속해서 확대했다.
그런데 맬서스는 탄소 연소의 부작용까지 감안해 계산하지는 않았다. 지난 200년에 걸쳐 생산과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구상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수준 의 탄소가 배출되었다.
전 세계 평균을 내면, 한 명의 인간은 평생 약 4톤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람마다 편차는 대단히 크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미국인은 평 균적인 방글라데시인보다 40배 이상 더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
- 만일 공기가 100% 산소와 질소로만 이루어져 있으면 (실제로는 99%를 차지한다) 대기는 열을 거의 잡아두 지 못한다. 여기에 수증기를 더하면 조금의 열을 잡아둘 수 있고,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를 또 더하면 현재 와 같은 상태가 된다.
온실이라는 비유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역학을 이해 하는 데는 유용하다. 보이지 않는 물질이 열을 가두는 일 종의 장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온실효과가 없으면 지구는 우주 공간만큼 추워서 생명이 전혀 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공기에 이산화탄 소나 메탄 등의 온실가스가 너무 많아지면 균형이 무너 진다. 이것이 현재 대기의 불균형을 일으킨 원인이다. 지 구가 평균적으로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인간이 뿜어내는 탄소 중 많은 양이 식물과 바다로 흡수된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탄소의 약 25%는 보통 대기를 통해 바다에 흡수된다. 바다는 전통적으로 상당량의 탄소를 흡수했지만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30%는 식물과 토양이 흡수한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의 양이 변하면 식물의 번식력과 생장 속도가 변하게 되 고, 일부는 더 빨리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초지가 처음에 가정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할 수 도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지구의 자연 시스템이 가까 운 미래에 이 모든 이산화탄소 증가분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을 만한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면 인간이 만들어낸 탄소의 45%가 대책 없이 방치되는데, 이 때문에 대기의 구성이 바뀌고 기후변화가 일어난다.
지구가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학자들은 식물, 미생물, 바다가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대기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해서 저장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탄소 격리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땅속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하는 새로운 과정이다. 그러면 느린 탄소 순환과 비슷하게 탄 소 저장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45%의 대책 없는 탄소를 적절하게 해결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고 비싸다.
- 2020년 전 세계적으로 3억 67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제 조되었다. 식품 포장, 컴퓨터 케이스, 의류, 물병에 이르 기까지 플라스틱은 매일 사용된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 산량은 2000년 이후로 50% 이상 늘어났다.
플라스틱 1kg은 생산되어 폐기될 때까지 약 6kg의 이 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이는 2020년에 생산된 모든 플 라스틱이 2.2 메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는 뜻이다.
플라스틱은 생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탄소를 뿜어낸다. 석유 같은 원재료 상태에서도, 그리고 폐기 후 소각할 때도 탄소를 배출한다.
-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은 과거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다.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 수년간 경유 트럭, 자동차, 트랙터에서 사용하는 연료에 요소urea가 추가되었다. 요소는 자연에 존재하지만(소변 에 포함돼 있다) 대량 생산을 할 때는 무기물 시재료start- ing material를 가지고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 화학비료 를 제조할 때 이 과정이 포함되곤 한다.
2010년 이후로 요소는 경유 트럭의 엔진이 만들어내 는 아산화질소를 저감하는 역할을 해왔다. 매년 전 세계 적으로 약 2억 2000만 톤의 요소가 생산된다.
공급 사슬 문제와 수요 증가로 요소 부족 사태가 빚어 지면서 요소 공급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가 드러났 다.
* 2021년 8월 허리케인 '이다'가 미국 멕시코만 해안을 초토화시키면서 핵심 정제 시설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 때문에 비료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고온과 가뭄으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었고 전 세계 취약 지역에서 식량 불안이 가중되었다.
* 천연가스 가격이 증가하면서 처음에는 요소 생산이 둔 화되었고, 그다음에는 중국이 전기 배급제를 실시하여 공장 생산에 압박이 커졌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생산국 인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줄였다.
* 인도의 가족 단위 농민들이 쓸 수 있는 비료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 일부 경작지는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 때 문에 작물 수확량이 감소했다.
*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요소 기반 비료의 가격이 높아졌 다. 2011년 이후로 이미 최고가에 도달했는데 여기서 더 오르면 식량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 화석연료, 특히 석탄과 천연가스가 생산 과정에 사용되 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요소 기반 제품의 가격이 같이 오른다.
* 대한민국과 호주의 일부 트럭 운전사들은 온실가스 저 감에 필요한 요소가 없으면 트럭이 무용지물이라는 것 을 알게 되었다.
* 인도의 농민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트럭 운전사들이 받은 영향은 가족의 생계와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전에는 전 세계에서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가 생물 다양성 감소, 생태계 붕괴, 기후변화라고 생각했다. 나는 30년간 누적된 양질의 과학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다.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는 이기심, 탐욕, 무관심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적이고 문화적인 전환이 필요한데, 우리 과학자들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거스 스페스 Gus Speth)
- 바다의 산성도는 왜 높아질까?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전체 이산화탄소의 약 3분의 1을 흡수한다. 이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해서 탄산을 만들 어내고 이 탄산은 바닷물의 산성도를 바꾼다. 이산화탄 소 증가는 산성도 증가와 같다.
산성도가 높아진 바다의 의미
첫째는 산호와 조개 형성의 감소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서 비롯해 생성된 탄산은 골격과 껍질을 만드는 데 사용 되는 합성물질인 탄산염을 만들려는 산호와 조개 같은 해양 생물들과 경쟁을 벌인다.
산호와 갑각류는 해양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 에, 이들이 고통받기 시작하면 그들에게 의지하는 생명 체들도 고통받게 된다. 다른 해양 생물들 역시 호흡, 석회화, 광합성, 재생산이 pH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내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인간의 마음이다. 마음은 행동을 조종하고, 믿음과 가치는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며, 이는 다시 우리가 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는 한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위험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걸 보려면 우리의 삶과 안녕이 자연의 풍요에 의지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데이비드 스즈키 David Suzuki)
- 우리는 항상 향후 2년간 일어날 변화를 과대평가하고
향후 20년 동안 일어날 변화를 과소평가한다. 
마음 놓고 무대책에 빠져들지 말자. (빌 게이츠 Bill Gates)
- 광합성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의 근간이자 식량 순환의 시작점이다. 광합성이 진행되는 동안 식물은 인간 과 동물이 들이마시는 산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식물에 피해를 주고 광합성 속도를 지연시킨다. 오염물질은 산업 시설, 차량의 배기가스, 유증기, 화학용제에서 발생한다. 이 오염물질은 질소산화 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라는 형식을 띤 다.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햇빛과 화학반응 을 거쳐 지상 오존을 만들어낸다.
NOx+VOCs+햇빛→ 지상 오존
많은 식물이 지상 오존을 흡수한다. 오존이 식물 조직 에 들어가면 광합성이 느려지고 성장이 제한되어 질병 곤충, 혹독한 날씨의 피해에 더 취약해진다.
- 광합성의 감소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인간이 마실 수 있는 산소로 바꾸는 활동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오염의 증가와 광합성 감소의 함의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동물계 전체에 섭취할 수 있는 식 물성 물질이 줄어들고, 산소로 바뀌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며, 대기오염과 온실 가스의 상승작용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지상 오존이 다른 모든 대기오염 물질을 더한 것보다 식물에 더 많은 피해를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 육지 최대의 천연 탄소 저장소는 습지와 늪이라고도 알 려진 이탄 지대다.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은 전 세계의 이탄 지대가 숲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습지는 육지 표면의 3%를 차지하고, 매년 0.3기 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한다. 이는 지구 상에 있는 다른 모든 식생이 저장하는 것보다 많은 양이 다. 전 세계 이탄 지대 300만여km2에는 전체 토양 내 탄소 의 42%인 550기가톤 이상의 탄소가 들어 있다.
이탄 지대는 대부분의 나라에 있지만 가장 넓은 면적 을 보유한 지역은 러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알래스카 다. 지구상의 모든 이탄 지대가 지도에 나와 있지는 않다. 물에 젖은 상태가 지속되어 식생의 분해가 지연될 때 이 탄 지대가 만들어진다. “이탄”이라고 하는 죽은 식물성 물질로 된 밀도 높은 토양은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되고 두께가 수 킬로미터에 달할 수 있다. 적도에서 먼 이탄 지대는 나무가 없는 산성 습원이 많고 적도에 가까운 이탄 지 대는 대부분 열대림 아래의 소택지다.
손상된 이탄 지대는 저장된 탄소를 내뿜는데, 이는 인 간이 만들어낸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 수준에 달 할 수 있다. 만약 최북단의 이탄 지대에 있는 영구동토가 녹으면 모든 인간의 배출량보다 네 배 더 많은 이산화탄 소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 적도 가까이에서는 인도네 시아의 이탄 화재로 매일 1600만 톤에 가까운 이산화탄 소가 배출되기도 했다.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일일 배출 량보다 많은 양이다.
기온 상승과 가뭄의 증가는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물이 빠진 이탄 지대는 매년 1.9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바다와 대기는 꾸준히 교류하기 때문에 인간이 대기로 뿜어낸 이산화탄소 중 일부는 지속적으로 바다에 흡수될 것이다. 이 과정은 기온 상승 때문에 바다의 물 순환과 탄 소 흡수 능력이 둔해질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바닷물은 따뜻한 물이 위로 올라갔다가 식으면 다시 내려가는 식으로 순환한다. 표층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하고 나서 깊은 바다로 내려가고 그 자리에 아직 노출된 적이 없는 해류가 밀려 들어온다. 하지만 대기가 더워지면 이 순환이 변한다.
첫째, 표층수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대 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할 때 전통적으로 바다는 이산 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했지만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 소 분해 능력이 감소한다.
둘째, 바다의 표면 온도가 증가하면 바람과 해류가 바 닷물을 혼합하기 어려워지고, 바닷물에 층이 만들어진 다. 그 결과 밑바닥에서 탄산염이 풍부한 물이 위로 올 라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이 물들이 뒤섞 이면서 위아래로 순환하지 않으면 탄산염 침전물이 늘어난다.
- 깊은 바닷물에는 보통 탄산염이 풍부한데, 이는 석회 암이나 해저의 죽은 해양 유기물에서 생성된다. 해류는 전통적으로 이 탄산염을 바다 표면까지 끌어 올려서 바 다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해양 생 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바다 표층 수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 바닷물에 층이 형성되어 탄 소를 흡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순환 속도가 한번 감소하고 나면 표층수가 이산화탄소 를 흡수하는 능력이 둔해지다가 완전히 멈춰버릴 수 있 다. 해수 내 탄소 포화도가 절정에 달하면 대기 중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남고, 그러면 기온 상승이 더 가속화 되어 지구온난화가 심해질 것이다.
- 우리는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지구가 단지 환경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지구는 우리 밖에 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마음을 모으고 호흡을 하고 몸을 응시하면 당신이 지구임을 깨닫게 됩니다. 당신의 의식이 지구의 의식이기도함을 깨닫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당신이 보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당신 자신입니다. (틱낫한Thich Naht Hanh)
- 하루에 태양광이 최고조인 시간이 5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패널 하나는 하루에 약 1.3kWh를 생산할 수 있다. 한 가구의 평균필요량인 30kWh를 맞추려면 패널 24개면 충분하다. 그러면 40m2 정도의 지붕이나 땅이 필요하다.
- 태양광발전 단지에서 1MW의 에너지를 생산 하려면 4에이커의 땅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태양에너지에만 의존하려면 800 만 에이커(모하비 사막 전체보다 작은 면 적)가 필요하다. 미국은 석탄 발전과 채굴 을 위해 이미 이 정도의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다른 발전 방식에 쓰이는 토지 면적 과 비교해보자. 석탄 때문에 사용하는 면적 외 에도, 석유와 천연가스 회사들이 2600만 에이커를 임대하고 있고 옥수수에탄올 생산에 추가로 2200만 에이커를 사용 중이다.
- 세상의 큰 문제들은 자연의 작동방식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 농업에 대한 두 접근법
마당의 잔디밭은 영국에서 재력의 상징이라는 위상을 획 득한 뒤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잡초 하나 없이 훤한 잔디 밭은 집주인에게 잔디밭을 관리할 재정적 여유가 있음을 이웃들에게 과시했다.
잔디를 유지하는 데는 물과 화학물질, 그리고 연료가 들어간다.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우드로 윌슨은 이런 방법 대신 양 떼를 이용해서 백악관의 잔디를 관리했다.
- 뒤뜰의 탄소 발자국
미국에서는 약 4000만 에이커의 땅이 잔디로 덮여 있다. 하지만 이 가녀린 풀잎이 흡수하는 탄소는 주말마다 이 풀들을 관리하기 위해 휘발유를 동력으로 삼아 돌리는 장비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비하면 너무 미미하다. 게다 가 비료는 환경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긴다. 비료 제조를 위해 질소를 1톤 만들 때마다 탄소 4~5톤이 대기에 배출 된다.
작은 변화가 큰 영향을 만든다. 다음은 재생 원칙을 활 용해 마당의 탄소 발자국을 간단하게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다.
* 낙엽과 풀을 그냥 내버려둔다. 매주 한 시간 가까이 강풍기로 낙엽을 치우고 잔디를 깎을 때 배출되던 탄소가 즉시 사라질 것이다.
* 퇴비를 직접 만든다. 낙엽, 식물의 잔해, 음식물 쓰레기 를 한데 섞어 부식시키면 토양에 다시 순환시키기 좋 은 영양물질이 만들어진다.
* 잔디밭의 면적을 줄이고 토종 식물, 관목, 나무, 채소, 과일을 늘린다.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면 뒤뜰이 스스로 균형을 이루고 복원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모든 진실은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다음에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세 번째 단계가 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림을 파괴하는 것은 한끼 식사를 만들려고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태우는 것과 같다. (E.O. 윌슨Edward Osborne Wilson)
- 마지막 나무가 잘려나갈 때, 마지막 물고기가 잡힐 때, 마지막 강이 오염될 때, 그리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게 역겹다고 느껴질 때, 당신은 풍요는 은행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을 것이다. (앨라니스 오봄사윈Alanis Obomsa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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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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