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리셋

경제 2017. 3. 22. 22:02

- 경제는 위기를 통해 스스로 리셋한다. 우리는 위기를 겪으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낸다. 그 결과 쓸모 없고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관행은 자연스레 와해되거나 사라짐. 그리고 혁신과 발명의 씨앗, 창의성과 혁신적 경영의식이 싹터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경제와 사회가 모두 발전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만드는 때가 바로 이 위기의 시기. 30년대 경제개공황과 1870년대 장기적 공황 같은 대규모 경제변화의 시기를 보면, 마치 영화의 새로운 장면들이 펼쳐지듯 전반적으로 새로운 경제와 사회의 모습이 우리 앞에 펼쳐졌음을 알 수 있음. 물론 경제회복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30년 동안의 발전을 보장받으려면 적어도 20년 동안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대규모 경제위기가 초래될 때마다 경제는 대변신을 하곤했다. 그리고 그 변신을 기초로 경제가 회복되고 발전일로를 걷곤 했다. 바로 그 위대한 변화의 시기를 그레이트 리셋이라 부른다.
- 19세기 말에 발생한 경제위기는 새로운 산업 및 기술의 부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산업도시의 탄생에도 일조. 지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문제의 공간적 해결책이라 부름. 공간적 조정이라고도 하는 이 해결책은 새로운 반응과 활동에 따라 기존의 공간이나 활동이 파괴도고 새로운 공간이 형성되어, 그 공간이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는 것을 의미. 이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도래했을 때 항상 지리학적 대변화가 초래됨.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가 개발되고, 그 인프라의 발전으로 주거 및 근무환경에 혁명적 변화가 발생. 그것이 수도관이든 전기케이블이든, 기차든 다리든 간에 새로운 시스템은 에너지 사용범위를 확대하고 통신과 교통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상품과 인간과 아이디어의 흐름을 가속화시킴. 사람들의 대대적 이동때문에 도시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상과 쇠락이 유발되고, 대규모 인구 중심지가 확대되면서 경제의 모습도 획기적으로 달라짐. 이처럼 대대적인 경제변화가 발생하면, 지도 자체에도 또다시 새로운 변화가 발생. 한마디로 그레이트 리셋은 경제의 모습을 새롭게 변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의 생활방식도 완전히 변화시킴
- 오늘날 우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말한 오너십 사회의 한계에 직면. 사실 주택보유는 평생 그 비용을 감당할 만한 일자리가 보장될 때 가능한 이야기. 급변하는 사회에서 팔리지 않는 주택은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음. 새로운 경제기회를 찾아나서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 이렇듯 주택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은 무너졌음. 그리고 주택분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면서 경제가 균형을 상실해 대규모 경제위기가 초래됨. 주택시장은 스펀지처럼 미국의 자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였고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주택을 구매. 하지만 과거 그레이트 리셋이 도래할 때마다 우리의 주거방식에는 대변화가 있었음. 이번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음. 벌써 내집 마련이란 관념은 쇠퇴하기 시작. 그래도 주택구입에 미련이 있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작은 주택을 구립하려고 함. 물론 앞으로는 많은 사람이 주택이나 아파트의 구입보다는 임대를 더 선호할 것임. 또한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새로운 생활방식의 리셋츤 자동차 중심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 경기불황 및 환경에 대한 의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음. 자동차가 아메리칸 드림을 대표하던 시절로부터 100년이 더 지난 지금, 자동차에 대한 애착은 더이상 미국인의 DNA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자동차 문화는 더이상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함. 점점 더 많은 가정이 자동차를 공유하며, 젊은이들도 자동차 구입을 뒤로 미루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며 자동차 공유 서비스 집카제도를 이용. 기름값이 올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가 교통정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우리 자신과 경제에 큰 낭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토지의 사용이 점차 급증했음을 알 수 있음. 농촌은 상업적 성격을 띤 소도시로 바뀌고 소도시는 대규모 산업도시로 바뀜. 그리고 대규모 산업도시들 주변에는 교외와 그 교외의 교외가 형성되었으며, 도시의 경계선은 점점 더 확장 됨. 그런데 오늘날헤는 그 반대의 변화가 발생. 이제는 많은 사람드링 교외지역에서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역으로 들어오고 있음. 또한 앞으로는 그 어느때보다 규모가 크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밀집지역이 형성될 것임. 향후 보스턴에서 뉴욕, 워싱턴에 걸친 대규모 경제구역과 런던주변의 경제구역, 그리고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대규모 집중경제구역이 탄생할 것임.
-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을 기초로 시작된 2차 리셋은 교외의 생활방식이라는 새롭과 막강한 변화의 힘을 빌려 비로소 현실화되었는데, 당시 교외화와 교외 신도시의 새로운 생활방식은 전후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간적 해결책이었음. 공간적 해결책이라는 개념이 최초로 제시된 것은 70년대 중반이었고, 이 개념을 제시하고 발전시킨 사람은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였다. 하비는 대도시의 위기를 공간적 팽창과 지리학적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지칠줄 모르는 시도를 설명하기 위해 공간적 해결책이라는 용어를 사용. 우리는 기술적 해결책이라는 개념, 즉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문제도 새로운 혁신과 기술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하비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 위기극복책에는 새로운 패턴의 부동산 개발, 새로운 경제적 지리구축 등 공간적 해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개발, 나아가 지리학적 확장을 통해 실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그 기반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공간적 해결방식이라고 주장. 경제지리학자 에리카 쇤베르거는 공간적 해결책은 자본을 생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특히 자본주의적 지리의 획기적 변화에 의해 새로운 발전이 이룩된다고 하여 하비의 주장을 뒷받침. 공간적 해결책은 대대적인 자본투자와 인프라 확장과 건술 분위기를 유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비축해놓은 자본의 상당 부분이 추가로 유입되어 결국은 더 많은 자본이 축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 이처럼 공간적 해결책은 위기를 극복하는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 그러나 이는 영구적으로 지속되지 않음. 다시 말해 그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 위기가 도래했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이 더 생산적이고 집중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공간적 해결책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적 해결책은 한계에 부딪히게 됨. 발전과 함께 거품이 형성되며, 어느 순간 거품이 터져버림. 그리고 새로운 성장주기에 진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됨. 공간적 해결책을 통한 발전경향을 보면, 그것이 예측가능한 주기에서 움직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주택과 모기지 시장의 붕괴가 어떻게 총체적인 금융산업 붕괴로 이어지는지 확실하게 목격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100년전에 발생했고 그것이 1873년 대 금융위기로 이어짐. 부실한 모기지 상품과 위험성이 큰 금융상품들 때문에 결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경제자체가 총체적으로 무너짐. 물론 이와 동일한 현상이 29년 때도 반복되었고, 역사에 길이 남는 경제대공황으로 이어짐.
- 위기를 통해 사람들은 그동안 간과해온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소비는 많이 하고 저축은 적게 하는 습관이 2차대전 이후 나타난 공간적 해결책(주택건설, 교외 신도시화, 그리고 이로 인한 끊임없는 소비증가)와 맞물려, 그 결과 경제가 끔찍하게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 경제가 뒤틀리고 왜곡되는 불균형 현상은 거주지를 선택하는 방법에서 투자를 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생활방식에 영향을 미침. 1980~2007년까지 거의 30년 동안 미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이 기간동안 주택투자 및 소비지출이 미국 GDP의 3분의 2 수준에서 4분의 3 수준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가구당 부채 수준도 높이 치솟흠. 샌프란시스코 미 연방은행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0년 가처분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55%였다. 이 수치는 80년대 65%로 상승. 그런데 바로 그 시점부터 개인 빚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여, 2007년에는 역사상 최고기록인 133%에 달했다.
- 경제학자 유세프 카시스는 '자본의 수도'라는 저서에서 어느 도시가 일단 세계 금융수도로 자리잡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으로 그 자리를 유지한다고 주장.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세계 금융시스템 중심지로 크게 이름을 떨침. 19세기 초 암스테르담은 그 명성을 파리와 런던에게 빼앗겼는데, 그런 다음에도 최소 200년 동안 여전히 최고의 금융중심도시로 이름을 날림. 그후 런던의 명성은 뉴욕이 빼앗음. 하지만 런던 역시 적어도 100년 동안 금융수도로서 이름을 날림. 중요한 사실은 어느 도시가 세계 금융수도로서의 위상을 잃는다 해도, 그 도시 전체의 지도가 어느 한순가에 모두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취리히 등 과거 금융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금융중심지로 남아 있음. 09년 발표된 세계 금융 중심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도시는 런던이었따. 그 뒤를 이는 도시는 뉴욕, 싱가폴, 홍콩, 취리히, 제네바, 시카고였다. 암스테르담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계 25대 금융도시 명단에는 꼭 들어간다. 어떤 도시가 세계 금융중심지로 부상하면 그 도시가 속한 국가의 경제력도 다라서 부상하기 마련. 단, 양 현상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보통 국가의 경제력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나서 그 국가가 속한 도시가 세계 금융중심지로 부상.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모두 국가경제가 확고하게 구축되고 성장한 다음에 세계 금융수도로 부상. 암스테르담이 세계 금융계를 지배하던 1700년, 네덜란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보다 무려 50%가 더 높았다. 런던이 세계 금융수도로 부상했던 1860년에는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2배이상 더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경제생산이 유럽 국가 전체 생산을 합한 것이 2배가 되는 현상이 발생. 당연히 뉴욕은 세계 금융수도 자리를 런던으로부터 빼앗았다. 이와는 반대로 국가 경제가 쇠락하면 그 국가의 도시는 금융수도로서의 위상을 빼앗기는데, 이때도 역시 시차가 존재. 1872년 영국은 세계 제1의 경제국 자리를 미국에 내주었다. 1915년 세계 최고 수출국 자리도 빼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은 1차대전, 경제대공황, 2차대전까지 여전히 세계 금융수도로 남아 있음. 아시아의 경우 뉴욕과 런던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국가 경제력의 강화로 도쿄, 홍콩, 싱가포르가 주요 금융중심지로 크게 부상하고 있음
- 경제 위기로 심한 타격을 받은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공공정책은 실업자들이 재교육을 받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 즉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지리학적으로 특정 지역을 지정하여 그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 즉 장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을까? 대부분의 도시경제학자들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여 한다고 주장. "미국은 지역별로 경제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주로 빈곤한 지방을 지원하는 방법, 즉 장소에 주목한다."라고 하버드 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매우 비생산적이다. 그동안 미국은 지역적 경제격차 문제를 늘 이민과 인구이동을 통해서 해결해왔다. ... 오늘날의 위기도 사람들이 전통적인 제조중심 도시를 떠나 더 중앙집중화되고 기술이 전문화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부추길게 뻔하다."
- 그레이트 리셋이 확실한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사회가 기준의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신기술, 신경제 시스템, 새로운 소비패턴의 소비를 창조해야 함. 차기 그레이트 리셋을 통해 우리는 2차 대전 후 교외화 현상으로 나타났던 것, 즉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형성되고 새로운 경제구도가 새로운 수요창출과 성장의 동력을 이끌었던 변화를 다시한번 일으켜야 함. 일부 학자들은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변화도 광속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 그러나 이번 리셋은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경기침체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경제가 침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주택과 금융 분야에 집중되었던 자원을 빼내어 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장기 불황은 1차산업혁명의 산물이고, 경제대공황은 2차산업혁명의 산물. 현재 경제위기는 3차산업혁명(상품위주 경제에서 지식과 창조력 위주 경제로 전환을 시도하는)과 더불어 대두. 금융버블은 이 깊은 변화의 산물이자 역사적 장기사이클의 일부에 해당. 뉴욕대 금융전문가 토머스 필리폰은 1860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체 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변화를 추적하는 심도깊은 연구를 실시. 필리폰은 이 연구를 통해 대규모 경제변화 및 성장시키에 어떻게 금융분야가 부상하고 몰락하는지 설명했다. 전체 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73년 위기와 1차 리셋 이전에는 약 1~2%였다. 그러다가 이 비중은 29년 경제붕괴로 2차 리셋이 진행되기 직전에 나타난 경제 붐 기간에 4%를 넘어었다. 그후 40년대 후반에서 80년에 이르기까지 이 비율은 다시 내려가 약 2~4%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 비율이 갑작스레 증가한 것은 80년 이후. 06년 이 비율은 무려 8.6%에 달함. 이는 40년대와 50년대의 2배, 19세기 후반을 기준으로는 4배에 해당. 필리폰은 전체 G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약 7%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보다 더 내려가 80년대와 90년대 수준인 6%, 심하면 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
- 이코노미스트는 현대 위기의 한가운데에는 부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 혼돈이 도사리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임. "외계인이 금덩어리로 가득찬 방, 20달러짜리 지폐 더미, 컴퓨터 화면에 뜬 숫자들을 보여주면 도대체 그것들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게 뻔하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을 숭배하는 지구인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풍조와 새 수컷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진정한 부는 우리가 소비하고 싶은 상품과 물건, 또는 우리에게 그런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 주는 것(공장, 기계, 교육받은 노동력)에 토대를 둘 때 형성된다. 금융자산의 경우도 소비를 줄여 돈을 저축하고 싶은 욕구, 또는 미래에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돈을 투자하고 싶은 욕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이런논리로 평가하면 결국 금융자산은 부 자체가 아니라 진정한 부를 형성하기 위한 발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윌리엄 블랙의 표현에 따르면, 금융분야의 역할이 경제의 하인에서 약탈자로 바뀌고 말았다. 금융산업은 지나치게 세를 불렸다. 금융분야는 중개자, 즉 중간상인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블랙은 말한다. 모든 중간상인들처럼 금융분야는 가능하면 규모가 작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금융산업은 경제가 진정한 부를 생산하는 것을 지원하는 대신 경제의 기생충으로 돌변했다. 중간상인의 역할이 그렇듯이 금융산업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금융산업 자체가 돈벌이에 미친 조직으로 변해버림. 어떻게 하면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할까만 연구하는 조직으로 변질됨. 금융기관은 들어온 자본 중 상당부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돈은 실물경제를 해치는 방향으로 투자했다고 블랙은 지적. 금융분야는 오로지 돈벌이가 잘되는 곳, 수익성이 높은 곳에만 관심을 가짐. 당연히 경제를 실제로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이나 경영인들은 정작 돈구경을 할 수 없었다. 금융기관들은 단기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혁신적 상품과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 71년 이후 경기침체가 올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항상 블루칼라 단순노무직이었으며, 이 계층의 실업률은 창조직보다 항상 3~4배 높았다. 사실 창조직 실업률이 5%선을 넘은 것은 이번 경제위기 딱 한번뿐이었다. 심지어 71년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실업률이 감소한 적도 있다. 과거 제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술은 무거운 것을 드는 힘과 손재주였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는 전혀 다른 두 기술을 필요로 함. 그중 하나는 패턴 인지와 문제해결에 필요한 분석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황파악능력과 팀 활동 및 협력구축에 필요한 사회적 두뇌다. 의료 및 생명공학 같은 뛰어난 분석능력을 요구하는 직업과 정신분석 및 경영분야처럼 뛰어난 사회적 두뇌를 요구하는 직업은 숫자 면에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급여 자체도 매우 높다. 분석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4단계로 나눌 때 하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직업과 상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직업사이, 예를 들어 여행사 직원과 회계사 사이에 연봉격차가 1만 8700달러정도 차이가 난다. 사회적 두뇌를 요구하는 직업은 2만 5100달러나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단순노무직의 경우, 그 반대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단순노무직에서 하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직책에서 상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옮겨가면, 연봉이 오히려 8100달러나 떨어진다. 정리해서 말하면, 고용에 있어 우리는 이중의 문제에 직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한편으로 분석능력과 사회적 두뇌를 요구하는 직업의 수를 늘려가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이미 존재하는 직업에 대해서도 분석능력 및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서비스직의 대부분은 특성상 글로벌 경쟁이나 아웃소싱의 영향을 덜 받음. 내 머리를 잘라주는 사람, 잔디를 깎아주는 사람, 우리집 아이나 노인을 돌봐주는 사람이 먼 곳에 사는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 아웃소싱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보통 특정 지역 거주자 중에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선택. 정리하면, 오늘날 서비스 분야는 수많은 인력을 고용하며 경제에 큰 기여를 함.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서비스직을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분야, 정신적,경제적으로 제대로 보상을 받는 분야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 오늘날 거품이 터지고 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바로 현대판 개츠비즘이라 할 수 있는 과시적 소비 열풍 때문. 그런데 이 과시적 소비 열풍은 의미있는 일을 찾을 수 없어 텅빈 마음, 즉 심리적 공백 때문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음. 일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을 때, 하는 일이 지겨울 때, 일에서 소외되고 일이 비인간적일 때 사람들이 하는 유일한 선택이 바로 소비다. 다시 말해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에서 행복을 사는 것인데, 이런 행동은 순간적 만족감만 줄 뿐, 장기적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 경제대공황 때 적용되던 것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경제는 상당 부분이 지난 20~30년동안 성장을 계속해온 아이디어 중심의 창조적 산업에 의해 움직임. 이번에 다시 시작될 경제성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중심 경제에 걸맞는 새로운 경제사회의 틀을 요구할 것임. 유감스럽게도 우리를 붙들고 있는 것은 구식 산업경제 시대의 정신적 모델이다. 2001년 하이테크 버블이 터지면서 막 싹이 트인 새로운 질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때 놀란 투자가들은 기술, 인터넷, 신생경제 분야에서 손을 떼어 버렸다. 그리고 창조적 경제에 쏟아 부었던 돈을 다시 안전해 보이는 분야인 주택과 부동산에 쏟아 부었다. 안타깝게도 클릭이 다시 브릭으로 되돌아간 것.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이 구식경제를 대표하는 주택과 자동차에 눈을 돌리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부는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하고 은행, 모기지 대부업체, 자동차 산업 구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 분야 업체들은 정부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혁신해서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주택, 자동차, 에너지에 쏟아붓는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그 돈을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
- 많은 분석가들이 세계화 추세와 더불어 도시의 중요성이 점점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음.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늘날 상황을 보면, 도시와 거대지역의 중요성이 경제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크게 부각됨. 세계화로 공장, 사업체, 연구소가 인도, 중국, 브라질 등의 개도국으로 많이 이전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시설들이 그 나라의 거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 오늘날 세계가 점점 더 평등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경제적으로 큰 혜택을 누리면서 점점 더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곳은 성공세가 가장 두드러진 거대지역들이다. 과거 교외화 현상이 경제발전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거대지역 성장이 우리 시대의 경제발전을 주도할 것임. 거대지역이야말로 새로운 공간적 해결책의 씨앗을 품고 있다. 거대지역은 1차 리셋 동안 공업도시가 했던 역할을, 그리고 2차 리셋 동안에는 교외지역이 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토지와 공간의 효율적 이용방법을 제시하고 강화한다.
- 북동부 해안지방에는 산업경제에서 후기산업경제로 잘 넘어온 도시들이 대거 포진됨. 도시경제의 핵심을 이루던 산업들이 이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지만,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금융과 기술같은 지식집중 산업을 개발하는 데 돌입. 이처럼 변신에 성공한 도시들이 있는가하면,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0세기 후반 내내 변신에 실패한 도시들도 있다. 이 두 도시군이 서로 같은 길을 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교통 인프라임. 경제적 지리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중요한 교훈 하나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가야한다는 것. 즉 부유한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돈과 멀어진다.
- 주택과 관련해 강조되는 최고의 원칙은 가계 소득의 25~30% 이상을 주택관련 비용으로 투자하면 안된다는 것. 그런데 일부 지역의 경우 과거와 현재 할 것 없이 상당수 주택 보유자들이 주택관련 비용에 50% 이상을 쏟아부었다. 그러고 나서 남은 돈을 자동차 및 다른 생필품 구입에 사용하고 나면 여윳돈이 전혀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세입자 쪽이 오히려 주택보유자, 특히 주택 붐이 절정에 이르러 가격이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집을 구입한 사람들보다 경제사정이 더 나아졌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이 입증되었는데, 연구결과 04년 주택을 임대하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쪽을 선택한  사람들보다 09년 현재 더 큰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일 밝혀짐
- 미국인의 이동성은 경제위기시 급격하게 하락함. 실제로도 08년은 인구센서스가 실시된 40년대 말 이후 그 어떤 해보다 이사가 적었던 해로 기록됨. 교외화의 황금기에는 이사비율이 20%가 넘었던 반면, 08년 이사비율은 12%도 채 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가장 이동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미국의 인구가,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한 여러 제약사항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덫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집이 더이상 안식처가 아닌 짐짝으로 전락
-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두가지 큰 꿈이 서로 충돌하는 현상을 볼 수 있음. 무한한 경제적 기회를 누렸으면 하는 꿈과 자신의 집을 장만했으면 하는 꿈이 서로 충돌. 과거 내집장만은 아메리칸 드림이었고,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따. 그러나 이제 내집장만은 미국경제를 해치고 있음. 집이 개인소득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흡수해버려,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학지 못하고 파산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는 것이다. 특히 땅값이 저렴해서 부동산이 집중적으로 개발된 곳의 상황은 더 심각함. 부동산 개발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정상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 미래 역사학자들이 오늘날을 돌아본다면, 옛날사람들이 집을 마치 왕이나 주인처럼 대하고 자신은 하인처럼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내집마련의 꿈은 경제적으로 지나친 부담, 즉 덫으로 변해버림. 부동산 위기로 야기된 가장 큰 폐해는 금융시장 붕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일자리가 있는 곳에 적절한 노동인력을 배치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 물론 내집마련의 꿈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주택보유율이 지나치게 커졌고, 이것이 현대 후기 산업경제 체제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건전하고 자유로운 경제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내집마련의 꿈 자체를 사회에서 추방해야 함
- 우리 경제개발사를 보면, 도시의 확장과 토지 및 공간의 집중적 이용에 크게 주력해왔음을 알 수 있다. 1차 리셋 동안 소도시와 농업사회는 인구밀도가 높은 산업사회로 변화. 그리고 2차 리셋 동안에는 대도시 교외지역이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대도시권이 형성되었고, 이런 현상은 최근까지 이어져왔다. 앞으로 진행될 3차리셋은 거대지역이 주도할 것임. 여러 도시, 여러 주, 여러 지방, 심지어 국경을 초월하여 형성될 거대지역은 경제를 새롭게 하고 더 큰 규모로 움직이도록 만들 것이다. 거대지경 경제와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무엇보다 사람과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거대지역 내부와 거대지역 사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고속전철이 필요. 고속전철이 건설되면 거대지역간 이동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 개발사업이 벌어지고 노후지역 재개발도 따라서 이루어질 것임. 또한 고속전철이 건설되면 주거지와 근무지가 가까워져 통근시간이 줄어들고, 새로운 패턴의 생활방식이 탄생할 것임. 우리가 미래의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경제대사율을 높이고, 인구밀집도와 사람들 간 소통수준을 높여 이를 혁신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부동산, 가전제품, 자동차, 그리고 다른 온갖 상품을 소유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탄력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 빚이 더 적은 사람, 가족과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 개인의 내적 개발에 더 힘쓰고 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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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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