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이 다 공부였다

etc 2021. 2. 24. 08:14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6) 두산그룹 입사 초기에 맡은 업무는 청량음료 영업이었습니다. 세무자료 없이 장사를 하는 시장관행을 근절해 합리적인 영업방식을 안착시키려던 그가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영업사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입니다. 사건은 그에게 변화 앞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방법은 무언인가라는 평생의 화두(話頭) 안겼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18일자 A32 박용만 회장양지가 그늘, 그늘이 양지 세월이 공부였다 기사는 그가 기업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소회와 성찰을 담담하게 전해줍니다. 그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수재였지만, 모든 것을 세상과 부딪치면서 새롭게 배워왔다고 말합니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결국 사람의 소중함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어려운 순간 가장 의지한 것은 사람이었으며, 사람들과의 교유를 통해 성장해왔다.“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최근 펴낸 그는내가 가장 공부를 것은 변화와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합니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면, 잃을 것이 없고 바꿀 것이 없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적응한다. 오랜 경험이 있고 하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저항하는 사람들을 치우고 사람으로 바꿔 변화를 추구하는 옳을 같지만, 어리석은 방법이 되기 십상임을 배웠다 말합니다.

경험이 없는 변화 추구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느리고 변화에 순응하지 않아서 답답하지만, 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든 방식을 받아들이면 훨씬 영향력이 컸다.” ‘유능한 사람 돌려 세우기돌아선 사람 위주로 끌고 가기보다 훨씬 어렵지만 중요하고, 리더가 해내야 일이라는 그의 성찰입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로 주말마다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그의 경험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독일제 털로 노숙자용 점퍼를 만들었다고 하면나도 입는 독일제 오리털을 넣었어요?’ 하는 사람이 있다. 봉사 다니며 가장 분노가 솟을 하나가어머, 이건 우리도 자주 먹는 건데…’라거나거의 우리 수준이네라는 말을 들을 때다.” “내가 베푸는 것이니 나보다 못한 것을 줘야 한다 생각이참으로 당치 않다 말은나눔 온전한 뜻을 살피게 합니다.

서자(庶子) 태어나 마음고생을 하며 성장한 그는살다 보면 양지 아래 그늘이 있었고, 그늘 안에도 양지가 있었다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양지가 그늘이고 그늘이 양지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짧지 않은 세월이 걸렸지만, 그게 공부였지 싶다. 그걸 깨닫고 나니 양지가 아닌 곳에 있는 순간에도 사는 것이 좋다.”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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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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