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물리학

경제 2024. 1. 25. 07:19

- 망델브로의 연구는 그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목수에게 망치는 있지만 아직 나사돌리개는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못보다 나사가 더 튼튼 하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나사로 지은 집이 설령 더 튼튼하다 하더라도, 목수는 망치와 못으로 계속 집을 지으려 할 것이다 적어도 한동안은.
이런 이유 때문에 망델브로와 초기 전향자들이 프랙털과 자기 유사성 에 관한 망델브로의 연구 결과를 검토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이 사용 가능 한 더 단순한 도구를 가지고 계속 나아간 것은 어쩔 수 없는 합리적 선택이 었다. 그 당시 학계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된 방법은 효과가 있는 가장 단순 한 이론으로 출발하여 최대한 멀리까지 나아간 다음 그 이론이 성립하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주식 시장의 주가가 무 작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면(최소한 어떤 의미에서는) 다음 단계는 가능 한 것 중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무작위적이라고, 즉 주가가 단순히 무작위 행보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었다. 바슐리에도 그렇게 했다. 그다음에 오즈 번은 그렇게 하면 주가가 음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이론이 옳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시장의 수익률이 무작위 행보를 한다고 주장함으 로써 모형을 조금 더 복잡하게 수정했다. 그러고 나서 이 모형이 바슐리에 의 모형보다 데이터를 훨씬 잘 설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에 망델브로가 나타나, 주가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오즈번 이 발견했다고 생각한 패턴과 다른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즈번의 주장 역시 완전히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주 다른 패턴은 아니었다. 망델 브로가 확인한 패턴은 주가가 무작위적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며, 오즈번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무작위적이라고 말한다. 오즈번의 모형과 망델브로의 모형 사이의 차이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것은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만 중요한 의미를 지닐 뿐이다. 전형적 인 날에 극단적 사건이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두 이론 모두에 따르면, 대개는 두 모형의 차이를 거의 알아챌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어지는 몇 개의 장에서 보듯이 - 금융 시장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가 쿠트너의 책에 나오는 개념을 확대하려 시도했을 때, 즉 통계학을 이용해 주가의 무작위성을 다룸으로써 파생 상품 가격을 예측하거나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계산하려고 했을 때, 단순하지만 대개의 경우 훌륭한 결과를 내놓는 이론과 복잡하지만 어떤 극단적 사건을 훨씬 잘 설명하는 이론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이 경우, 먼저 단순한 이론으로 시작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 다. 만약 훌륭한 가정을 한다면, 그렇게 해서 효과적으로 이상화한다면, 다 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종종 풀 수 있다. 그리고 설사 일부 세부 내용이 틀리더라도, 정답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여 러분은 자신의 가정이 완전히 옳은 게 아님을 안다(시장은 완전히 효율적이지 않으며, 가격이 아니라 수익률이 단순한 무작위 행보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출발 점으로서는 나쁘지 않다.
- 목화 가격에 관한 논문을 처음 발표한 뒤 망델브로가 수십 년 동안 완 전히 무시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주장이다." 대부분의 경제학 자는 시장의 무작위성을 기반으로 관련 주제를 연구하려고 할 때 오즈번 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하지만 열정적인 수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는 점 점 더 자세한 데이터와 점점 더 정교한 수학적 방법을 통해 망델브로의 제 안을 시험했다. 그러한 수학적 방법들은 대부분 만약 세계가 정말로 망델 브로의 주장처럼 거칠게 무작위적이라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연구는 정규 분포와 로그 정규 분포로는 시장의 통계적 성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망델브로의 기본 개념이 옳음을 확인해주었다. 수익률은 그 꼬리가 두껍다.
그렇긴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망델브로는 1963년에 발 표한 논문들에서 매우 구체적인 주장을 했다. 즉, 시장이 레비-안정 분포를 나타낸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정규 분포를 제외하면 레비-안정 분포의 변동성은 무한대라고 했는데, 이것은 대부분의 표준적인 통계학적 도구들이 그러한 분포를 분석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만약 망델브로가 옳다면, 표준적인 통계학적 도구는 대부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했던 쿠트너의 말도 바 로 이런 결과를 암시한 것이다). 오늘날 드러난 최선의 증거에 따르면,30 무한대 의 변동성과 표준적인 통계학적 도구들의 적용 불가능성에 관한 이 '구체 적인' 주장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50여 년에 걸친 연구 끝에 수익률은 꼬 리가 두껍지만 레비-안정 분포가 아니라는 데 의견 일치가 이루어졌다. 만 약 이 주제들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과 물리학자들 대다수가 믿는 것처럼 이게 사실이라면, 비록 정규 분포와 로그 정규 분포의 가장 단순한 가정들 은 적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표준적인 통계학적 도구들은 적용할 수 있다 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망델브로의 주장을 평가하기는 무척 어려운데,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제안과 그것에 가장 가까운 대안 사이의 중요한 차이 가 오직 극단적인 경우, 즉 얻기 매우 힘든 데이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 이 엇갈린다."
- 시장의 통계학에 관심을 기울인 지 10년 뒤, 망델브로는 정규 분포를 레비-안정 분포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그때쯤에는 무작위성과 무 질서에 대한 그의 개념이 우주론에서 기상학에 이르기까지 훨씬 광범위한 분야들에서 응용되기 시작했다. 이들 분야는 그가 출발한 응용수학과 수리 물리학에 가까웠다. 망델브로는 연구 활동을 하는 내내 IBM에 소속된 신 분으로 지냈다. 1974년에는 IBM의 특별 연구원에 임명되어 학계의 연구 자처럼 자신만의 독자적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추진할 자유를 누렸다. 그의 개념이 많은 과학 분야로 퍼져나가면서 망델브로는 점차 자신의 연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프랙털'이란 용어를 더 넓은 세계에 소개한 책은 1975년부터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1982년에 《자연의 프랙털 기하학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으로 출간되었다. 그것은 컬트와 같은 센 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망델브로를 거의 대중적 인물로 격상시켰다. 1990 년대 초반까지 망델브로는 1990년에 받은 레지옹도뇌르 훈장과 1993년에 받은 물리학 부문 울프상을 포함해 중요한 상을 많이 받았다. 1987년에는 예일 대학에서 파트타임으로 수학 강의를 시작했고, 1999년에는 75세의 나이로 종신 재직권을 보장받는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2010년 10월 14일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강연과 독창적 연구를 계속했다.
1990년대 초반에 망델브로는 금융으로 되돌아갈 순간이 왔다고 느꼈 고, 이번에는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전 30년 동안 그의 개념들이 많이 발 전하고 성숙했기 때문에 다른 분야들에 응용된 데 크게 힘입어) 경제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가 꽤 많았다. 한편 그동안 시장도 변해 월스트리트와 다른 곳에서 훨씬 많은 실무자들이 망델 브로의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꼬리가 두꺼운 분포에 대한 인식이 주류 금융계에 퍼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이다. 바슐리에와 오즈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망델브로 의 통찰을 이용할 수 있는 지점까지 금융과학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블랙잭 의 전문가이자 딜레탕트 기질이 강한 물리학자가 필요했다.
- 바슐리에는 파리증권거래소에서 일했지만, 거기 서 자신의 개념을 시험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고, 큰돈을 번 적도 없다. 오즈 번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금융 부문으로 전향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구제 불능의 아수라장인 금융 시장에서 투기를 통해 이익을 얻을 방법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망델브로 역시 주식 거래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바슐리에와 오즈번과 망델브로가 도입한 개념들은 분명히 경제학과들 사이에 전파되었고, 트레이더들이 금융시장을 생각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 쳤다. 예를 들면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버턴 맬키엘Burton Malkiel이 1973년 에 출판한 <월스트리트의 무작위 행보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는 온갖 종류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전이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오즈번의 개념에 많이 의 존했지만, 그 영향력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 하지만 무작위 행보 가설을 도입하고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은 것은 물리학자들이 현대 금융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다. 물리학자들은 금융 시장에서 실무자로 활동하는 역할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어쩌면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소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바슐리에와 오즈번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다. 즉, 물리학과 수학을 이용해 금융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 음을 보여준 것이다. 바슐리에와 오즈번의 연구 그리고 자신이 도박 시스 템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소프는 현대적인 헤지펀드를 발명했다-수 리물리학과 전기공학이 합쳐져 새로 탄생한 분야에서 나온 개념을 적용하 여. 정보 이론이라 불리는 그 분야는 1960년대의 라스베이거스 거리만큼이나 중요한 일부였다. 그리고 그것은 소프의 손을 통해 시장 가격의 통계학과 월스트리트의 승리 전략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임이 입증되었다.
- 사회적 영향이야 어떻든 간에, 공매도에는 실질적인 위험이 따른다. 주식을 살 때(공매도를 하는 사람들이 취하는 '쇼트' 포지션과 비교해 '롱' 포지션을 취 한다고 흔히 표현함) 나는 돈을 최대한 얼마까지 잃을 수 있는지 안다. 주주는 회사의 부채까지 책임지지 않으므로, AT&T 주식을 1000 달러어치 샀다면, AT&T 주가가 폭락한다 하더라도 1000달러 이상은 잃지 않는다. 하지만 주 가는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따라서 공매도를 할 경우에는 돈을 얼마나 잃 을지 알 수 없다. 만약 내가 AT&T 주식 1000달러어치를 공매도했다면, 그 것을 빌린 사람에게 되갚기 위해 같은 수의 주식을 사야 할 때가 되었을 때, 공매도해서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는 자신이 요청한 거래를 하려는 브로커를 찾 을 수 있었다. 이것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었는데, 그 문제는 우선 켈 리의 결과를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령 소프가 공매도 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무제한 손실 가능성이라는 위 험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여기서 소프는 매우 창조적인 통찰력을 발휘했다. 그는 워런트 가격 결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워런트 가격과 주가의 연관 관계를 알아내고 이 관계를 이용해 워런트를 공매도하는 동시에 기초 주식 을 일정 수만큼 매수하면, 워런트의 가치가 높아지는 위험에 대해 보호장 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냐하면 워런트의 가치가 높아 지면, 소프의 계산에 따라 기초 주식의 가격 '역시' 상승하여 워런트 공매도 에서 입는 손실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소프는 워런트와 주식을 적절한 비 율로 선택할 경우, 주가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항상 수익을 올릴 수 있 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오늘날 '델타 헤징delta hedging'이라 부르는 이 전략은 다른 '전환' 증권(옵 션처럼 다른 증권과 교환할 수 있는 증권, 예를 들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정 채 권이나 우선주 같은 것)들과 관련해 다른 전략들을 낳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소프는 연간 20%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 었다 - 약 45년 동안이나 그는 아직도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2008년은 그에게 최악의 해 중 하나였는데, 그래도 18%의 수익률을 올렸 다. 1967년에 그는 비슷한 개념을 연구한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 의 동료와 함께 《시장을 이겨라 Beat the Market》를 펴냈다.1"
- 두 사람의 성격은 극과 극이었다. 블랙은 조용한 편이고 심지어 수줍음이 많은 반면, 숄스는 외향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블랙은 응용 연구에 관심을 보였지만,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성향도 있었다. 숄스는 그 무렵 신 고전주의 경제학의 중심 원리로 부상한 효율적 시장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실증적으로 쓴 논문을 막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첫 대화가 어떻게 시작되었을지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은 통하는 게 있었다. 이후에 다시 만났고, 그러고 나서 또 만났으니까. 두 사람은 곧 평생 동안 지속될 우정과 지적 동반자 관계의 기 반을 다졌다. 숄스는 블랙에게 매주 MIT에서 열리는 금융 워크숍에 초대했 다. 그것은 블랙이 금융학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는 첫 번째 기회가 되 었다. 얼마 후 웰스파고가 학계에서 수면 위로 막 떠오르고 있던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처럼 금융 분야의 새로운 개념들을 은행 실무에 적용하는 과 정을 돕는 컨설팅 계획을 들고 숄스를 찾아왔다. 숄스는 직접 그 일을 할 시 간이 없었지만, 그 일에 적격인 사람을 알고 있었다. 블랙은 이에 즉각 동의 했고, ADL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지 6개월쯤 지난 1969년 3월에 ADL에 사표를 내고 독립했다. 그는 웰스파고를 주 고객으로 삼아 어소시에이츠인 파이낸스라는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숄스와 함께 웰스파고가 새로 운 첨단 투자 전략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 자본자산 가격 결정 모형을 다른 종류의 자산과 포트폴리오로 확대하는 방법을 블랙이 생각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예를 들면 블랙은 시간 경과 에 따라 투자를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에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 을 적용했다. 일부의 주장처럼 나이가 듦에 따라 위험 노출도를 변화시켜 야 할까? 블랙은 그렇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에 다양 한 주식에 투자를 분산시키길 원하는 것처럼, 불운이 잇따르는 특정 시기 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투자를 분산하려고 한다. 자 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을 이용해 옵션 가격을 결정하는 문제는 그 당시 블 랙이 해결하려고 애쓰던 많은 문제 중 하나였다. 그리고 1969년 여름에 블랙은 결국 블랙-숄스 방정식을 낳게 될 기본 관계를 도출함으로써 상당한진전을 이루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주어진 어느 순간에 특정 주식과 그 주식의 옵 션으로 위험이 전혀 없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다면, 이 개념이 소프의 델타 헤징 전략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소프 역시 옵션 가격과 기 초 자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옵션과 주식을 결합해 위험을 제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이점이라면 소프의 델타 헤징 전략은 기 초 주식의 가격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조건에서 수익을 보장하는 데 초 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방법은 위험을 제어는 하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실제로 만약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 방식의 추론이 옳다면, 위험을 제거하는 동시에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블랙의 접 근 방법은 위험이 전혀 없는 주식과 옵션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찾아내 는 것이었고,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 추론을 이용해 이 포트폴리오가 위 험은 전혀 없이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주 식과 옵션의 결합으로 무위험 자산을 만드는 블랙의 전략은 오늘날 동태적 헤징dynamic hedging이라 부른다!
블랙은 시장의 무작위성에 관한 쿠트너의 논문집을 읽었기 때문에, 무 작위 행보 가설에 관한 바슐리에와 오즈번의 연구를 잘 알고 있었다. 이것 은 그에게 기초 주식 가격이 시간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모형을 만 드는 방법을 제공했고, 그것은 다시 그가 발견한 옵션 가격과 주식 가격의 관계를 바탕으로 옵션 가격이 시간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일단 어떤 주식의 주가와 그 주식의 옵션 가격과 무위험 수익률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알아내자,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옵션의 위험 프리미엄과 연관 지음으로써 옵션의 가치를 계산하는 방정식을 도출 하는 것은 블랙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서 블랙은 발 이 묶였다. 그가 도출한 방정식은 복잡한 미분 방정식(옵션 가격의 순간 변화 율과 기초 주식 가격의 순간 변화율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이었는데, 블랙 은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풀 수학 실력은 없었다. 몇 달 동안 애쓰다가 결국 블랙은 포기했다. 그는 옵션 문제나 자신이 알아낸 부분적인 해결책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묻어두었는데, 1969년 후반에 숄스에게서 자신이 가르치는 MIT의 대학원생이 옵션 가격 결정에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숄스가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을 이 용해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블랙은 책상 서랍에서 미 분 방정식을 적어둔 종이를 꺼냈고, 그때부터 함께 그 문제를 푸는 데 매달 렸다. 두 사람은 1970년 여름에 그걸 풀었고, 옵션 가격을 결정하는 블랙- 숄스 방정식은 그해 7월에 숄스가 웰스파고의 후원을 받아 MIT에서 개최 한 회의에서 선을 보였다. 그사이 MIT에서 숄스의 새 동료인 로버트 머턴 (원래 공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은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 해 똑같은 미분 방정식을 도출하고 똑같은 해(解)를 얻었다. 서로 다른 접근 방법으로 출발해 똑같은 답을 얻었기 때문에, 블랙과 숄스와 머턴은 자신들 이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고 확신했다.
- 블랙과 숄스와 머턴이 발견한 옵션 가격 결정 공식은 소프가 1965년 에 워런트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알아낸 방법과 동일한 것이었다 비록 소프는 블랙과 숄스와 머턴의 이름이 붙어 있는 분명한 방정식을 도출하기 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옵션 가격을 계산하긴 했지만. 하지만 그 기반을 이루는 논리는 서로 달랐다. 소프의 추론은 바슐리에의 추론을 따 랐다. 그는 옵션의 적정 가격은 그 옵션을 공정한 내기로 해석할 수 있는 가 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서 소프는 주가가 오즈번이 기술한 로그 정규 분포를 만족시킨다고 가정한 다음에 옵션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 지 계산했다. 소프는 옵션의 '진짜' 가격을 계산하는 방법을 일단 계산하고 나서, 거기서 더 나아가 델타 헤징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주식과 옵션 의 비율을 알아냈다.
- 블랙과 숄스는 정반대 방향에서 접근했다. 두 사람은 주식과 옵션을 결합해 위험이 전혀 없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바탕 으로 한 헤징 전략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을 적용 해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얼마인지 - 즉, 위험이 전혀 없는 비율 - 알 아내고, 거기서 거꾸로 계산해 위험이 없는 수익을 실현하려면 옵션 가격이 주식 가격에 따라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그 차이는 하찮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 두 주장은 비록 다른 길을 택하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옵션 가격 결정 모형에 이르니까." 하지만 현실 적으로는 매우 아주 중요하다. 그 이유는 블랙-숄스의 접근 방법의 기본 개념인 동태적 헤징이 투자 은행들에 옵션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 공하기 때문이다. 투자 은행이 고객들에게 옵션을 팔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고객들에게 어떤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 리를 판매하는 것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 은행은 위험한 승부를 걸려고 하 지 않는다. 어차피 투자 은행의 수익은 옵션 판매 수수료에서 나오는 것이 지, 투자 수익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것은 투자 은행이 옵션을 판매할 때, 기초 주식 가치가 오를 가능성을 상쇄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걸 의미한다. 즉, 옵션 가치가 오르지 않아도 손실을 보지 않는 방법을 찾길 원한다. 블랙과 숄스의 동태적 헤징 전략은 바로 그런 방법을 제공했다. 투 자은행들은 블랙-숄스의 접근 방법을 이용해 위험을 전혀 수반하지 않는 방식으로(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옵션을 팔면서 다른 자산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러자 옵션은 투자은행들이 만들어 팔 수 있는 일종의 생산품이 되었다.
- 특히 동태적 헤징 전략의 기반을 이루는 수학적 모형은,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파생 상품 거래는 완벽한 게 아니다. 바슐리에와 오즈번, 망델브 로의 이야기는 왜 그럴 수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들 이 만든 모형과 그 뒤에 개발된 모형들은 실질적으로 틀릴 수가 없는 엄격 한 추론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최선의 수학적 모형도 종종 미묘하고 감 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잘못 적용될 수 있다. 복잡한 금융 시장을 다루기 쉽게 만들기 위해 바슐리에와 오즈번, 소프, 블랙 그리고 심지어 망델브로 도 시장의 작용 방식에 대해 이상적인 조건을, 그리고 때로는 조금 무리한 가정을 도입했다. 오즈번이 특히 강조했듯이, 그 결과로 나온 모형의 우수 성은 도입한 가정에 달려 있다. 대개는 훌륭한 가정도 시장 조건이 변하면 이내 좋지 않은 것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코너 이야기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많은 이야기 가 1987년의 주가 대폭락이 전 세계의 금융계를 흔든 이유는 그것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임을(지배적인 시장 모형들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사한다. 변동성 스마일의 갑작스러운 출현은 모형이 한동 안은 성립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실패한다는 증거로 간주되는데, 이것은 시장 모형을 만드는 전체 산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만약 오늘은 제대로 성립하는 모형이 아무런 경고나 설명도 없이 내일 실패할 수 있다면, 월스 트리트에서 물리학자를 신뢰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 장 단순한 모형을 통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복잡한 모형 으로 만듦으로써 (본질적으로 두꺼운 꼬리를 감안함으로써) 오코너는 블랙-숄스 모형이 붕괴하는 조건을 예견하고, 1987년의 주가 대폭락 같은 사건에서도 살아남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었다.
- 바슐리에에서 시작해 블랙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는 금융 모형을 만드는 일이 수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 물리학자가 최선의 모형이 지닌 결함을 찾아내고 모형을 개선하는 방법을 발견하려고 노력하 면서 반복적인 형태로 나아가는 진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금융 모형을 만드는 일은 일반적으로 공학이나 과학에서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모형은 언젠가 실패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그린바움과 스트 루브가 그런 것처럼 모형이 언제 실패할지 예견할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 는 부서진 조각들을 맞춰보려고 노력할 때에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사실은 새로운 모형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때, 그리고 낡은 모형을 계속 적용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 다. 그래도 우리가 지난 300년 동안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적 발 전의 기본을 이루는 방법론적 원리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이라는 점이다. 항상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금융 부문에서 수학적 모형을 만드는 일은 계속 진화하는 과정 이므로, 우리를 오늘날 여기까지 데려다 준 모형들에 포함된 문제를 해결 할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 블랙박스 모형은 더 일반적으로는 '알고리듬 트레이딩'이라 부르는데,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계량금융에 대한 반발에 편승해 널리 퍼졌 다. 비판적인 언론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블랙박스 모형은 자 주 성립하지만, 그것이 '왜' 성립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대거나 언제 실 패할지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정의상 불가능하다. 그것은 블랙박스 모형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모형에 포함시킨 가정들이 언제 무너질지 추측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블랙박스 모형의 신뢰성은 이 런 종류의 이론적 뒷받침 대신에 처음 의도한 기능을 과연 어느 정도나 계 속 수행하는지 알기 위해 늘 통계적 방법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이 때문 에 블랙박스 모형은 위험해 보일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부적절하게 사용하면) 실제로 위험하다. 어떤 모형이 전에 효과가 있었다면, 그 모형을 일종의 마법 도구로 여겨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계속 효과가 있을 거 라고 믿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데이터가 이론을 압도한다. 즉, 어떤 모형(블랙박스 모 형이 아닌)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그 유효성은 어디까 지나 실적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 가장 투명한 모형조차 블랙박스 모 형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끊임 없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 1987년 주식 시장 붕괴의 여파로 나타난 변동성 스마일을 설명하는 데 블랙-숄스 모형이 실패한 사례가 그 이유를 명백하 게 보여준다. 어떤 모형을 뒷받침하는 이론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이론은 한편으로는 모형의 한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실무자에게 길을 안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모형이 옳음을 입증하는 이론적 근거가 있 으므로 그 모형이 옳을 수밖에 없다는 그릇된 믿음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그 리고 후자의 관점에서 볼 때 블랙박스 모형은 이론적으로 더 투명한 다른 모형들에 비해 이점이 있는데, 어떤 모형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오로지 실적을 바탕으로 모형의 유효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모형에 대한 우려는 불투명성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슐 리에에서 블랙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내가 그 연구를 소개한 물리학자들 은 모두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시장이 완전히 무작위적 이라는 것이다. 제기되는 쟁점은 무작위성의 성격에 관한 것과 그런 무작 위성이 정규 분포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온순한 태도를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 하는 것뿐이다. 시장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개념은 바슐리에와 오즈번이 처음 주장한 이래 효율적 시장 가설의 우산 아래 주류 금융 이론의 중심 교리로 격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딕션컴퍼니와 그 후에 블랙박스 트레이딩을 채택한 수십 개 집단은 단기간에 특별한 환경에서 시장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적어도 프리딕션컴퍼니는 파생 상품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 사용한 모형들은 많은 경제학자(그리고 많은 투자자)가 도 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방법으로 시장이 직접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 려고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딕션컴퍼니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리딕션컴퍼니의 성공에 의심을 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투자는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이 무작위적이라는 사실은 경제학계에서는 일반 상식에 불과한 게 아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통계적 증거가 아주 많다. 그렇다면 시장이 효율적이기 (어떤 주식의 장래 기대 실적에 관한 모 든 정보를 감안해 시장 가격이 빨리 변한다는 의미에서) 때문에 무작위적이라는 개념은 프리딕션컴퍼니의 성공과 반드시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역 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효율적 시장 가설의 기초를 생각해보라. 그 표준적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시장과 내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 자. 투자자들은 이내 그 정보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시장이 5월의 마지막 주에는 항상 높은 가격을 유지했거나 자이언츠 팀이 이긴 다음 주 월요일에는 항상 떨어진다면, 노련한 투자자들은 그 패턴을 눈치채자마자 5월 말에는 주식을 팔고, 자이언츠 팀이 이기면 살 것이다. 그 결과, 5월 말 에는 주가가 떨어지고, 자이언츠 팀이 이긴 다음 월요일에는 올라가 원래의 패턴이 사라질 것이다. 실제로 어떤 경제학자가 시장의 행동에서 이상 패턴 을 발견하여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추후 연구를 하려고 해도, 그전에 이미 시장은 스스로를 수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런 종류의 추론을 받아들이면, 설사 시 장이 정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인다 하더라도 금방 그것을 정상으로 되돌 리는 내부 과정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물론 효율적 시장 가설에 심각한 결점이 있 다고 생각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투기 버블과 시장 붕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가 격에 고삐가 풀린 것처럼 보이는 이런 종류의 대규모 이상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느냐 하 는 문제는 다음 장에서 다룰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런 경우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완 전한 효율성에서 벗어나는 작은 규모의 일탈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내부 과정은 무엇인가? 거기에는 특정 패턴을 금방 파악하고, 그런 패턴을 이용하도록 설계된 트레이딩 전략을 채택하는, 소위 정교한 전문 투자자들 의 행동이 포함된다. 이 전문 투자자들은 시장을 무작위적으로 '만드는' 존 재들이다. 적어도 표준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면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예측 패턴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그런 패턴은 금방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런 패턴을 최초로 알아챈 사람이 라면, 자가 수정 시장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설사 여러분이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표 준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정교한 전문 투자자가 이익을 취 할 여지는 여전히 있다. 그러려면 여러분은 '가장' 정교한 전문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즉, 시장의 패턴을 감지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패턴을 이 익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최선의 장비를 갖춘 투자자여야 한다. 다년간 카오스계에서 정보를 추출한 경험이 있고 또 방 안에 슈퍼컴퓨터가 가득 차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서 프리딕션컴퍼니는 가장 정교 한 전문 투자자가 최대한 자주 되는 방법을 알아냄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설을 모두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특 히 파머는 시장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개념을 자주 비판했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여 큰돈을 벌었으므로 그렇게 주장할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 마찬 가지로, 거친 무작위성은 그 뒤에 카오스가 숨어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 다. 이것은 직관과는 반대로 종종 유용한 예측을 하기에 충분한 구조가 존 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가 시장에서 무엇을 보건, 시장을 예 측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많은 투자자들이 파머와 패커드가 걸어간 길을 뒤따라간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핀 거 리 123번지 문 앞에 컴퓨터들이 처음 도착하고 나서 20년이 지난 뒤, 블랙 박스 모형은 월스트리트를 지배했다. 이 모형은 D. E. 쇼에서부터 시타델 에 이르기까지 퀀트 헤지펀드들의 주요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예측 사업은 산업으로 성장했다.
- 임계 현상에는 물리학자들이 흔히 보편 성질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타 난다." 이것은 서로 아주 달라 보이는 두 물질 예를 들어 케블라 탱크와 지각판 - 이 미세 구조상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동일 한 대규모적 행동을 나타낸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면 둘 다 지속적인 변 형의 결과로 파열한다. 파열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구조상의 차이는 사라지고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두 물질이 거의 똑같 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통계적 차원에서 적용되 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보편 법칙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런 법칙은 부분들 이 무엇인지에는 상관없이 부분들 사이의 협동을 지배하는 법칙으로 생각 할 수 있다. 소르네트와 협력 연구자들의 개념을 널리 적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보편성이다. 세부 내용은 분야마다 다른 경우가 많 지만, 주요 기제는 그렇지 않다. 눈사태, 산불, 정치적 혁명, 심지어 간질 발 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현상에 영향을 받는다.
- 소르네트가 버블을 확인하고 시장 붕괴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 사용한 방법은 그가 반버블anti-bubble이라고 부른 상황을 확인하는 데에도 사 용할 수 있다. 이것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면 1999년 1월 25일에 소르네트는 온라인 물리학 아카이브 사이트에 논문 하 나를 게시했는데, 거기서 그는 시장 데이터에서 로그 주기 패턴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닛케이 지수가 반버블 한가운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 논문에는 꽤 정확한 예측이 포함돼 있었는데, 소르네트는 연말까지 닛케 이 지수가 5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이 특히 놀라운 이유는 일본 주식 시장이 14년째 줄곧 하락세 를 이어왔고, 1999년 1월 5일에 최저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지표가 시장이 계속 하락할 것임을 시사했고, 그 당시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같았다. 예를 들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은 1월 20일에 일본 경제가 비극처럼 보이기 시작했으 며, 회복에 필요한 수요가 충분치 않다고 썼다. 하지만 시간은 소르네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말에 닛케이 지수는 회복되었는데, 그것도 정확하게 소 르네트가 예측한 대로 50%나 상승했다.
- 최근에 소르네트는 극단적 사건을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했다. 그는 그것을 블랙 스완 대신 '드래건 킹dragon king'이라 부른다. '킹king'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파레토 법칙(망델브로가 IBM에서 연구했던, 소득 불균형을 지배하 는 꼬리가 두꺼운 분포) 같은 것을 군주제 국가들에 맞추려고 하면, 왕들은 80 대 20 규칙에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왕은 두꺼운 꼬리 의 기준에서 보아도 가져야 할 것보다 훨씬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난 이상치outlier이다. 그리고 이들 바로 아래에 있는 아주 큰 부자들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통제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반면에 '드래건 dragon'이란 단어는 이런 종류의 사건들이 정상적인 동물 우화 집에 집어넣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다. 이 사건들은 나머지 사건들과는 아주 다르다. 큰 지진은 많은 경우 작은 지진이 어떤 이 유로 인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지진들은 소르네트의 방법을 사용해 예 측할 수 없다. 하지만 드래건 킹 지진, 즉 임계 사건이 일어나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파열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건은 모든 종류의 일들 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 일어난다. 드래건 킹의 좋은 예가 바로 파리이 다. 프랑스의 도시들은 놀라울 정도로 지프의 법칙을 잘 따른다. 가장 큰 도 시들은 그다음으로 큰 도시들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프랑스 도시들의 분 포는 꼬리가 두껍다. 하지만 프랑스 도시들을 인구 순으로 그래프에 나타내 보면, 파리는 커도 너무 크기 때문에 틀에서 벗어난다.
- 한쪽에서는 프리딕션컴퍼니가, 다른 쪽에서는 소르네트가 현재의 표준적인 블랙-숄스 방식의 추론에 난 구멍을 메울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프리딕션컴퍼니의 방법은 국지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들의 전략 이 전 세계 시장들에서 매 순간 생겨나는 금융 데이터를 세세하게 조사해 일시적으로 예측 능력이 있는 패턴을 찾는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패턴이 금방 사라지는 것이라 해도, 그들은 이러한 패턴을 이용해 모형 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모형을 짧은 시간만 사용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거 래를 할 수 있었다. 이 방법들과 함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패턴의 유효성 을 평가하고, 그 패턴이 전성기를 지났는지 파악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 발했다. 어떤 면에서 프리딕션컴퍼니의 접근 방법은 얌전하고 보수적이다. 시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부 요소 그것이 왜 효과가 있는지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소르네트는 더 세계적인 접근 방법을 택해 가장 큰 사건들, 즉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오는 재앙들과 관련 있는 규칙성을 찾았고, 그 러한 규칙성을 이용해 예측하려고 했다. 그는 망델브로가 발견한 사실, 즉 극단적 사건은 보통의 무작위 행보가 예측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소르네트는 파국적인 시장 붕괴가 망델브로가 제안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서 꼬리가 두꺼운 분 포를 받아들인 후에도 극단적 사건이 예외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소르네트의 통찰은 정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런 예외적 사 건들을 보고 가장 큰 파국을 증폭시키는 어떤 기제가 틀림없이 있다는(적어 도 때로는) 사실을 깨달은 데 있다. 이것은 더 위험한 가설이지만 검증이 가 능하고, 지금까지는 검증을 통과한 것처럼 보인다.
- 만약 망델브로의 연구를 무작위적 시장에 대한 이전의 설명을 수정한 것으로(왜 그런 설명이 실패하고, 어떻게 실패하는지 지적하면서) 간주한다면, 소 르네트의 주장은 두 번째 수정인 셈이다. 이것은 비록 시장이 거칠게 무작 위적이고 극단적 사건이 항상 일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무엇을 바라보아 야 하는지 알기만 한다면 최소한 '일부' 극단적 사건은 예측할 수 있다고 말 하는 것이나 같다. 이 드래건 킹들은 전체 세계 경제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드래건 킹을 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다. 드래건 킹은 신화의 소재이지, 미스터리의 소재가 아니다.

-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역사가 금융 부문에서의 모형은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게 가장 좋으며, 또 이 도구는 모형을 개발하고, 모형 이 언제 왜 어떻게 실패하는지 추측하는(그래야 다음 세대의 모형은 낡은 모형 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반복적 과정의 맥락에서만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뒷 받침한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통계물리학의 새로운 개념들을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들에 적용하려고 시도한 바슐리에는 최초의 공격을 감행한 인물이다. 그는 시장을 혁명적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기초를 놓았다. 하지만 그의 연구에는 문제점이 많았다. 새뮤얼슨과 오즈번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명백 한 문제점은, 바슐리에가 주가를 기술하는 데 사용한 정규 분포는 가격 변 동이 아주 적었던 그 당시 파리증권거래소의 특별한 상황에서만 성립한다 는 데 있었다. 이 문제를 바로잡은 것이 바로 가격이 아닌 수익률이 정규 분 포를 나타낸다는 오즈번의 가설이다. 망델브로는 정규 분포와 로그 정규 분 포로는 금융 시장의 거친 변동성을 완전히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 있지만, 그의 이론 역시 자신과 여러 사람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금융이론의 기반에 일어나는 일부 위기를 제대로 기술하지 못했다 - 대신에 그 것은 오즈번이 만든 무작위 행보 가설 버전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를 최초로 보여주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그리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 진 물리학자들)이 망델브로 역시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는 사실 은 전체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반복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소프와 블랙은 바슐리에와 오즈번, 망델브로가 개발한 도구들을 일상 거래에 사용하는 방법(물리학에서 빌려온 더 복잡한 개념들에 의지하여)을 투자 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두 과학자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첨단 이론을 실제로 투자에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한 집단의 모형들을 사용해 다른 집단의 모 형들을 만드는 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밝혀냈기 때문이다. 소프와 블랙 과 숄스가 개발한 옵션 가격 결정 모형은 망델브로가 아니라 오즈번이 만든 무작위 행보 가설 버전을 바탕으로 했다. 이는 처음부터 옵션 가격 결정 모형을 적용 범위가 한정적인 도구로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물리학자나 공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오즈번의 모형으로 시작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선택으로 보인다. 오즈번의 모형은 망델브로의 모형보다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소프와 블랙과 숄스는 시장의 수익률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더 단순한 근사를 채택함으로써 아주 어려운 문제를 다루기 쉬 운 문제로 만들었다.
하지만 망델브로의 연구를 감안할 때, 초기의 옵션 가격 결정 모형들 이 실패할 때가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 모형들은 극단적 사건이 일어날 경우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블랙은 어느 누구보다 자기 모형의 단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8년에 쓴 <블랙-숄스 모형의 구 멍>이라는 논문에서 블랙은 자신의 공식을 유도하는 데 도입된 비현실적 과정들을 분 명히 열거하고, 이 각각이 어떻게 오류를 낳을 수 있는지 기술했다). 오코너의 마이 클 그린바움과 클레이 스트루브처럼 신중한 투자자들은 블랙-숄스 모형이 언제 실패할지 예측하는 지식을 잘 활용한 덕분에 1987년의 주가 대폭락 때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프리딕션컴퍼니를 지탱하는 과학자들과 디디에 소르네트는 물리학의 새로운 발견을 사용해 블랙-숄스모형의 배경을 이루는 무작위 행보와 효율적 시장 가설의 틈을 메우는 방법 을 보여주었다. 프리딕션컴퍼니는 블랙박스 모형을 사용해 국지적 단기 비 효율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최대한 빨리 활용함으로써 그렇게 했다. 그것은 사실상 물리학을 이용해 시장에서 가장 정교한 투자자가 되려는 것과 다 름없었다. 한편 소르네트는 거칠게 무작위적인 시장에서는 시장의 붕괴 같 은 극단적 사건이 지배적 효과를 미친다고 한 망델브로의 주장을 받아들 여, 그러한 파국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가 지진 학에서 가져와 변형시킨 도구들은 드래건 킹을 멀리서 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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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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