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여주는 경제학

경제 2024. 1. 19. 06:52

- 경제학이 단순히 돈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 지정 경제학 교재인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의 시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경제학의 통일된 연구 주제는 돈이 아니라, 선택이다."
경제학자는 모든 인류의 행동은 선택의 결과라고 본다. 인생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만난다. 때로는 답이 분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게 어떤 옵션이 주어졌는지 잘 알지 못하며, 내가 내린 선택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잘 예측하지 못한다.
경제학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수학처럼 '표준 답안'을 정확히 제시하진 못하지만, 사회와 심리 등 여러 요인을 분석해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경제 논리를 찾아 주어 당신이 가진 선택지를 좀 더 확실하게 볼 수 있게 한다. 모든 선택 사항의 장단점을 구분하여 당 신이 가장 알맞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사회의 총수요는 총공급과 늘 균형을 이룹니다. 따라 서 수요가 일정하고 공급에도 변화가 없는 한, 자산이 증가한다고 해 서 구매력이 늘어나진 않습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아진다고 해도 실 질적인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론은 그렇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화폐 공급의 증가로 늘어난 돈은 결코 동일 하게 모든 사람에게 분배되지 않으니까요. 새롭게 발행된 화폐가 사 회로 서서히 흘러들면서 가장 먼저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들, 즉 '선발 주자들이 먼저 이득을 얻고 자산 가격을 올립니다. '후발 주자들 도 잇따라 돈을 손에 넣긴 하지만 자산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것 이 바로 화폐 공급이 늘어날 때 시차를 두고 차별적으로 인플레이 션이 발생하는 '캔틸런 효과 Cantillon Effect'입니다. 쉽게 말해 소위업 스트림 Upstream 의 '선발 주자들이 먼저 부를 차지하면서 다운스트림 Downstream의 '후발 주자가 가진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 업스트림이 다운스트림을 약탈하며 그렇게 수입과 부의 재분배가 조용히 끝이 납니다.
- '미끼 효과 Decoy Effect'란 새로운 상품이 나타나면 구매를 고민하던 두 가지 상품 중에서 한 상품의 선호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끼'로 인해 선택을 받게 되는 상품을 '목표물 혹은 타깃'이라고 하 고 나머지 선택받지 못한 상품을 '경쟁자'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사물의 관계를 확정할 때 주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데 여기서 흔히 비교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판매자 는 '미끼'를 집어넣어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비교 관계를 설 정해 소비자가 빠르게 결정할 수 있게 이끄는 것이죠. 이때 소비자들 이 선택하는 상품은 보통 판매자가 사전에 설정해 놓은 '시나리오'일 때가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미끼'를 직접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인데, 이는 판매자가 애초에 '미끼'를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추가된 옵션을 통해 소비자는 더욱 직관적으로 선택지를 비교하 고 결국 '목표물'을 선택하게 됩니다.

- 인간의 본능을 보여 주는 전망 이론 네 가지
손실을 회피하려는 행동경제학의 기초이론은 '전망 이론'의 네 가지 결론 중 하나를 기반으로 합니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 상 황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다릅니다. 따라서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 속 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은 단순히 결과만 생각하는 것이 아 니라 당초의 전망(예측, 가설)과 향후 나타날 결과 사이의 간극과 차 이를 비교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마음속에 하나의 참고 기준 (준거점)을 세워 놓고 모든 결정이 가져올 결과와 해당 준거점을 비교 하는 것이죠. 전망 이론의 주된 네 가지 결론을 살펴볼게요.
*확실성 효과 Certainty Effect
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럴 법한 것을 선택하는 심리적 효과. 이익이 확실한 상황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위험을 피해 가고자 한다.
*반사 효과 Reflection Effect
비교 대상 시점(기준 시점)의 상황이 현재 상황과 너무 큰 차이를 보여 결과 가 왜곡되는 현상. 그 결과 손실이 나타나는 상황 속에서도 대다수 사람은 모험을 선택한다.
*손실 회피성 Loss Aversion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는 현상. 대다수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 준거점 의존성 Reference Dependence
개인의 의사결정과 선택이 준거에 의존하며 준거에 따라 바뀌는 것을 말한 다. 대다수 사람은 준거점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실을 판단한다.
사람들은 이익 앞에서는 위험을 피하려고 하지만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모험가가 됩니다. 그런데 이익과 손실에 대한 판단은 준거점 을 기준으로 하므로 특정 사물에 대한 준거점이 바뀌면 위험에 대한 생각과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나지요. 
- '심리적 회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처드 탈러는 이것 이 사람의 자기통제와 관련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돈을 서로 다르게 관리하는 이유는 돈을 함부로 낭비하는 걸 막으려 는 자기 노력의 일환이라는 얘기입니다.
심리적 회계 이론에 기초해 탈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의 효 용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먼저 하나는 소비자가 물건 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심리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을 일컫는 심리 적 효용'이며, 나머지 하나는 거래 가격과 연관된 거래 효용'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물건의 실제 가격과 마음속 가격의 차이에 따라 느끼 는 효용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비자가 생각한 기준보다 물건의 가격 이 낮을수록 이 효용이 커집니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해 소비자가 본래 비싼 가격 의 제품인데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명절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건강보조식품 나 오바이진'을 들 수 있습니다. 장폐색과 수면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이 제품은 '올해 설에는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나오바이진만 받 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사실 평소에 사려면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특별히 명절 선물로 제격이라 는 이미지를 내세워 사람 마음속에 있는 '관계 유지' 계좌를 성공적으 로 연 것입니다.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위해 이 정도 선물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사 람이 있다면 함께하세요.'라는 카피 문구는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 운 가격이지만, 사랑하는 연인,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 는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습니다.
- 어떤 의미에서는 감정적 필요 때문에 귀인 편향이 나타나기도 합 니다. 성공이나 기분 좋은 행동은 즐거움, 행복, 만족감 등과 같은 긍 정적 정서와 연결되지만, 실패나 기분 나쁜 행동 등은 고통, 슬픔, 상 실 같은 부정적 정서와 연결됩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은 정서적으 로 매우 깊은 암흑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조절이 필요하 지요. 이때 잘못의 원인을 상대에게 전가하면 그 암흑의 구렁텅이에 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보호의 개념도 있습니다. 남에게서 이유를 찾아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남에게 '그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자기중심적 귀인 편향과 달리 사랑이 끝나버린 이유를 오로 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연인과의 관계에 서 감정적으로 다소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상대를 훨씬 더 많이 좋아했거나 정서적으로 크게 의존했거나 상대에게 존경심, 나 아가 경외심을 지닌 사람들인데요. 이별 직후 그들은 철저한 고통과 아픔, 상실감에 빠집니다. 그다음에는 자기 능력에 의구심을 품습니 다. 본인이 못나서, 본인이 모자라서 상대가 자신을 버렸다고 자책하 다가 심지어 전 연인에게 연락해 다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거나 말 도 안 되는 양보와 희생을 하면서 상대를 곁에 두려고 합니다.
-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편향은 모두 건강한 방식이 아닙니다. 물 론 감정적으로 귀인 편향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도 모 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귀인 편향의 영향을 받 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 그 이후에는 행위자의 각도에서 벗어나 관 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도 모 르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지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사건의 발생 원인을 좀 더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 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 보험회사들은 대형 재난이나 재해가 발생한 후 사람들의 보험 가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캘 리포니아의 한 지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해당 지역은 역사적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부동 산을 위해 지진 보험을 별도로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기 드문 지 진이 한 차례 발생한 뒤, 1년 안에 보험 가입자 수가 현저히 증가했습 니다. 하지만 1년 정도가 지나자 사람들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면 서 보험 가입자 수도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인사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의 리더는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시행할 때 최근 2~3개월 동안의 실적으로 1년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두세 달의 기억은 또렷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사 평가를 앞둔 대목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린 직원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특별히 생생한 기억과 충격을 준 사례들을 사실 정확한 데이터와 이론을 근거로 다시 분석해 보면 과대평가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명확한 수치보다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가용성' 정보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 불교에 '보살외인菩薩, 중생외과衆生畏'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보살은 원인을 두려워하고 중생은 결과를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보 살은 살면서 항상 선한 씨앗을 심으려 하지만 중생은 늘 결과에만 급 급하다는 의미입니다. 기회비용을 이해하면 인생에 펼쳐진 수많은 선택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겁니다.
- 직감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영역에서 천재성 이 돋보이는 사람들을 여럿 보긴 했지만 찰나의 순간에 오로지 직감 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면 완벽하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기 쉬워요. 사 실 우리는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된 훈 련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운동선수들은 장기간의 훈련을 통해 근육이 기억하는 직감을 가졌고, 비즈니스인은 오랜 기간의 실전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업적인 직감을 키워 냈습니다. 모두 다 본질적 으로는 정보에 의거한 것으로 정보가 이끄는 무의식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감도 모든 일에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진상 과 사실에 관한 경우, 정보의 수집과 분석, 추리가 없는 상황에서 직 감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을 잘 관찰해 보면 운동선수든 비즈니스 리더든 결정을 내리는 과정 에서 정보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  '닻'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수단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 물'이 되기도 하지요. 어떻게 하면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을 까요?
프랑스의 한 사회심리학자는 "똑똑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 면 그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 쇼핑, 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열린 마음과 생각으로 바라보고 대할 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이로써 하나의 정보에만 '닻을 내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닻 내림 효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보세요. 그래야 만 이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나 자신의 진짜 가치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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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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