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제국

경제 2014. 12. 10. 21:49

 


신용카드 제국

저자
로버트D.매닝 지음
출판사
참솔 | 2002-06-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최초로 신용카드 문제를 분석하고 포괄한 책 이제 대한민국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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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못한다 - 소비자 신용과 채무
- 회전결제채무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은행이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이자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는 점과 회전결제의 단골고객인 저소득층과 중산층으로부터 거둬들인 이자와 수수료로 고소득층의 카드사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 후기산업사회의 불평등을 조장했다는 점.
- 미국사회가 고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7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경제의 기본적 원칙은 저축을 강조하는 청교도주의였음. 지역은행들은 은행계좌를 새로 개설할 경우 토스터나 전기 캔오프너 등을 선물하면서 저축을 장려하기도 했고, 장기채무를 다 갚을 경우 가족, 친구들과 어울려 채무증서를 불태우며, 부채로부터의 탈출을 자축했음. 저축은 미국의 범국민적 운동이었음. 전쟁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 즉 미국적 가치를 지키는 애국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음. 두 자리수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70년대 이후 상황은 돌변. 채무와 저축에 관한 중산층의 생각이 바뀌기 지작. 인플레이션이 연 15%에, 심지어 나중에 20%까지 치솟는 마당에 겨우 이자율 5%짜리 우체국 예금을 하고 앉아 있을 중산층은 거의 없었기 때문. 또한 화폐가치의 하락에 따라 채무의 부담이 줄어드는 때에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구입을 미룰 이유가 없어진 셈.
- 미국의 80년대의 특징은 신용카드의 일반화와 엄청난 규모의 부채누적임. 부채의 시대인 이 시기 미국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은 경쟁적으로 빚츨 끌어다 썼음.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 인수합병 등에 따른 기업 부채비율의 급증, 가계의 할부와 회전결제 채무의 폭증 등으로 신용카드 제국의 부채의 트라이앵글이 형성됨.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이고 인색한 정부였던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연방정부의 채무가 급등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음.
- 은행카드가 80년대 들어 미국사회에 널리 보급되자, 신용카드 회사는 카드의 쓰임새와 가치를 과장하기 위해 복잡하고 상충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냄. 실직한 노동자나 서민층에게는 일시적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한 원죄를 고민하게 했고, 고소득층에게는 카드가 현금없이도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는 편리한 금융도구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음.
- 89년 경기침체를 맞아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적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틈을 이용해 카드회사는 재빠르게 마케팅 전략으 수정했음. 불안심리를 이용해 회원확장에 나선 것.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신용카드는 단순히 편리함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금융적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요긴한 수단임을 강조하는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음.
2. 부채의 트라이앵글 - 부채사회의 원인
- 청교도 정신은 열심히 살면 최소한 천형과도 같은 계층의 한계를 뛰어넘어 잘 살수 있다는 개인주의와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순종주의를 낳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가짐. 자본을 스스로 조달해 경제적 발전을 이뤄야 하는 신생미국으로서는 국민의 근검과 절약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임. 한마디로 자본축적기에 강조된 미덕 이었고 실제로 그 미덕 덕분에 미국은 자본축적을 통해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 따라서 전 국민적인 근검절약은 초기 자생적인 금융시스템의 주춧돌이 되었고, 결국에는 독립전쟁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영국의 경제적 사슬에서 미국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음. 미국은 20세기 초반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한 국민들이 한푼두푼 아끼면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고도성장을 이뤄냈음. 그때까지는 수입(소비)보다 수출(저축)이 많았음. 국민들이 일할줄만 알고 쓸줄 모르는 바람에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자본주의 세계의 리더로 떠오를 수 있었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셈. 냉전시대가 열리면서 자본주의의 항성인 미국은 정치적 기구로는 유엔을, 군사적 지렛대로는 나토를, 경제적 도구로는 GATT를, 금융수단으로는 세계은행을 설립해 세계자본주의를 장악했음.
- 50~60년대 값비싼 소비재를 외상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경제의 번영이 계속되어 꾸준한 실질임금 상승과 같은 실업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백화점 몽고메리 워드, 정유회사 모빌 원, 재봉틀 제조업체 싱어 등 소비재 메이커의 극성스런 마케팅에 영향받은 탓이기고 함. 또한 할부판매는 소비욕구에 불을 당겨 민간소비가 45년 26억 달러에서 60년 450달러로, 70년 1093억 달러로 급증. 활발하게 확대된 할무판매는 이후 신용카드 등장과 남발의 전조였으며 중산층의 본격적인 채무자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음.
- 70년 이후 총생산과 교역에서 미국의 몫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미국내에서 중요한 두가지 경향이 나타남. 첫째, 미국기업들은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으로 무장한 유럽과 개도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세계시장에서 물러나 구매력이 높은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춰 생산과 마케팅을 지가. 이는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왜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자국기업의 진입을 제한한 나라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수입제한을 실시했는지 설명해주는 대목임. 둘째, 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군사, 우주부문을 제외한 미국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매, 금융, 의약, 여가, 정보 등 서비스 산업으로 급속하게 진입.
- 미국이 70년대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놓친 이후 세가지 현상이 두드러졌음. 첫째는 기업 순이익의 급감이었고, 둘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고조였으며, 셋째는 포스트 냉전 체제 이후 급증하는 국제적, 국내적 긴장을 완화, 중재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는 점.
-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사회를 지배했던 논리는 친자본적인 산업구조조정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음. 인플레를 억제하면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줬고, 기업의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해서 독점금지법을 무력화시켰으며,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들어 나감.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노동세력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을 뿐만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한 의도적 파산도 묵인했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통해 총유동성을 급증시켰음. 게다가 밀물철머 밀려오는 해외자본 덕분에 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채권을 발행하고도 쥐꼬리만한 이자비용만 부담. 기업들이 앞다투어 차입에 열중해 미국경제는 그 시기 이른바 차입호황을 누릴 수 있었고, 결국에는 부채의 트라이앵글 가운데 두번째 축인 빚투성이 기업이 형성됨.
- 레이건은 법인세 감면조치가 쇠잔한 미국경제를 살리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이라고 자랑했지만, 기업들은 감면받은 세금으로 생산설비의 현대화에 투자해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음. 대신 여유돈을 주식투자, 경쟁기업과의 합병, 우량기업 매입, 다각화를 명목으로 이질업종 기업에 대한 적대적 매수 등을 벌여 단기적 수익을 올리는데 몰두.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광적인 인수합병, 차입매수 열풍이 80년대 미 대륙을 뜨겁게 달궈 놓았던 것임.
- 차입매수는 월스트리트 플레이어들에게 상당한 노다지 였음. 적은 돈을 투입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으면서, 성공한 뒤 얻은 보수는 막대했음. 레이건 행정부가 기업이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큼 세금을 면제해줬고, 주가가 급등해 포획한 기업을 나중에 팔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으며,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혁명 덕에 노동시장이 유연해져 노동자들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차입매수를 위한 황금기회가 열려 있었음.
3. 신용카드 제국의 출현 - 시티그룹의 성장과 신용카드
- 90년대 은행의 비즈니스 양태를 보면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들이 거대회사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수익성도 높았음. 따라서 금융자유화가 규모의 경제에 따른 높은 수익을 낳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효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던 신자유주의 금융학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
- 신용카드는 금융산업 변화의 상징으로서 중요한 구실을 했음. 금융회사가 신용카드로는 기존의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은행자동화의 효율적 수단이었기 때문. 80년대 인플레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과도한 이자징수를 금했던 규정이 완화되자 신용카드는 은행의 수익을 올려준 효자였음.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은 80년대말과 90년대 초에 BIS 자기자본비율의 기준치인 8% 이하로 떨어진 은행들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음.
- 인플레와 고실업, 기업구조조정 시대가 시작된 70년대 중반 이후 저축보다 빚을 끌어 쓰는게 합리적 선택이 되어버렸음. 이에 따라 미국인의 경제적 윤리의식도 변하기 시작. 벤저민 프랭클린 이후 가슴속을 차지하던 한푼을 절약하는 것이 한푼을 버는 것이라는 윤리가 흔들리면서, 지불을 늦추는게 미래의 위기를 위해 좋은 것으로 둔갑. 경제윤리의 변화는 또한 인구학적 변화에 의해서도 유발됨.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미국인은 대공황이나 2차대전 때의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해 부모들과 씀씀이가 달랐을 뿐 아니라 집값 등이 올라 독립가정을 꾸리는데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음.
- 신용카드 회사에게 70년대말과 80년대 초 사이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음. 회원의 급증과 인플레 시대를 맞아 금검, 절약 정신의 퇴조 등에 힘입어 카드사용이 급증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대부분의 회사가 79~81년 사이에 연 수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공시해야 했음. 카드사가 은행으로 부터 차입하는 비용이 인플레 때문에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 회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이자율은 주정부가 정한 이자율제한선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 역설적으로 인플레는 미국인을 신용카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일조했으면서도 카드회사의 수지는 악화시키는 구실을 했음.
4. 신용카드가 낳은 사회적 불평등 - 청교도윤리의 해체와 소비지상주의의 등장
- 신용카드 제국을 지탱한느 이데올로기의 버팀목은 개인주의와 선택의 자유임. 빚을 개인의 낭비벽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미국인의 전통적인 도덕관념임. 그러나 이 관념은 신용카드 빚을 제때 갚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회전결제 채무자에게 징계차원에서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신용카드로 일시불 구매를 즐기는 부유층을 보상하는 신용카드 회사를 옹호해주는 이데올로기임. 저축은 사회적 미덕이고, 부채는 개인의 부도덕이라는 이 윤리적 이분법은 신용카드 회사가 자신의 고리대금업을 미화하기 위한 수단임. 그러나 카드사는 사회적으로 건전한 시민이라고 칭송받는 일시불 이용자를 선물 등 각종 공짜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경제적 무임승차꾼이라며 뒤에서 욕하고 있음.
- 20세기 들어 미국이 급속하게 산업화하고 부강해질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이 어려운 때를 대비해 오늘의 한푼을 소중하게 저축했기 때문임. 그러나 이 시기의 윤리의식은 척박하고 각박한 산업사회와 도시생활을 반영한 것이기도 함. 급속하게 산업화한 도시에서는 빈번한 경기침체, 파업, 작업장 사고, 전염병, 환경재앙 등으로 본토박이과 신규 이민자는 모두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 더우기 실업, 보건, 은퇴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미비 때문에 미국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경우 가족이나 상조회, 민간자선단체 등에 의존해야 했고, 그때를 대비해 도시에 살고 있는 토박이의 80%와 이민자 90%가 보험에 가입했음. 도시생활의 또다른 고통은 먼저 이민온 사람들이 나중에 이민온 아일랜드 출신의 노동자와 뒤이은 중국계를 이방인 취급하면서 백안시한데서 왔음. 그래서 이민자는 기를 쓰고 저축하려했고, 미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모아 귀국하려 했음. 흥미롭게도 이민자의 이런 삶의 태도는 마치 문화적 융합처럼 기존의 청교도 윤리를 강화하는 구실을 했음.
- 대공화, 미국인의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상태를 악화시켰던 이 사건은 절정으로 치닫던 소비지상주의의 흐름을 한순간에 뒤바꾸어 놓았음. 전통적 윤리를 고수하면서 과소비의 충동을 억제했던 일부 사람들은 대공황에 따른 극단적 경제파멸을 피할 수 있었지만 푼돈을 아껴 맡겨둔 저축이 은행파산으로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사라져 심각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음. 이에 따라 미국인은 30년대 심각한 혼돈기를 거치면서 가난과 부채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 그들은 인간이 가난해지고 부채의 덫에 걸려들게 된 것이 개인적인 일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이고 구조적 요인이 큰 힘을 발휘한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
-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미국이 또다른 공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다시 되살아났음. 이에 따라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은 저축은 악덕이라고 공격하면서 임금과 생산성이 향상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풍요의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 높이기 시작. 바야흐로 미국에서 새로운 소비지상주의 시대가 도래한 셈. 대량생산체제와 세계경제에서 패권장악 등에 힘입은 경제적 번영와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면서 미국사회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 밀집한 도심이 쇠퇴하고 여유있는 생활공간에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베드타운이 본격적으로 건설됨. 연방정부도 장기, 저리 주택자금인 모기지 메커니즘을 활용해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했음. 교외 도시의 확대는 대중교통수단보다는 자동차가 미국인의 주요 이동수단을 자리잡게 했고, 공원대신 개인의 정원이 각광받는 시대의 문을 열었음. 또한 신속하게 보급된 각종 전자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음. 또한 교외 도시의 확대는 안면과 친분에 의존했던 구멍가게를 대신해 대형 쇼핑몰이 유통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됨.
- 윤리적 이분법 면에서 신용카드는 더 이상 거래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님. 또 과거에는 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사람에게 신용을 제공해준 민주적인 금융수단도 아님. 은행이 소매금융시장에 침투해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며, 다양한 사람을 채무의 덫으로 끌어들이는 미끼일 수 있음. 또한 미국사회가 후기산업사회의 불평등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는 중산층과 상류층의 생활수준 차이를 모호하게 만드는 구실을 했을 뿐만 아니라 착한 채무자와 나쁜 채무자를 구분했던 전통적 기준도 흔들어 놓았음. 한마디로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도구였던 셈.
5. 한도초과 인생들 - 카드로 카드 돌려막기
6. 캠퍼스의 신용카드 - 대학생 부채의 사회적 파장
- 아메리칸 드림은 2차대전 이후 두개의 기둥에 기반을 두고 있음. 그 하나는 전문적 직업교육, 전문대학, 대학교 등 고등교육 이었고, 또다른 하나는 내집갖기였음. 두가지를 모두 갖기 위해서는 개인적 희생과 인내가 오랜기간 필요했고, 장기적 계획이 필수적이었으며, 채무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 했음. 사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 장기적 채무는 불가피하고 가치있는 투자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산층의 상징인 대학졸업장과 내집마련은 이루기 힘든 유토피아 였음.
- 카드사 임원들은 70년대 사회경험이 부족하거나 실직상태인 사람과 대학생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무보증 대출장사를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영업행태라고 비판했음. 욕망을 절제하는 훈련이 덜된 그들에게 힘들여 벌지 않은 돈을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비쳐져 80년까지 대학생의 신용카드 시장은 철저히 무시되었음. 그러나 80년대 금융산업의 자유화는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음. 특히 카드사는 컴퓨터의 발달로 그 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됨. 또 기업대출이나 국제 자금중개에서 상당한 손실을 본 은행이 소비자를 상대로 돈놀이에 나섰고, 인플레가 급격히 진행되어 소매금융과 신용카드가 훌륭한 달러박스가 되었음. 파산의 벼랑끝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은행은 부채의 10년을 특징지은 두가지 마케팅을 펼침. 기업의 인수합병에 뒷돈을 댔고, 소매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듬. 특히 그들은 81~82년 경기침체를 겪은 뒤 소매금융 가운데 신요카드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대. 이에 따라 80년대말에는 은행 사업부문 가운데 신용카드 부문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으로 떠오르게 됨. 그러나 은행의 공격적인 신용카드 마케팅은 업체간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심각한 수익성 저하를 불러옴. 기존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임. 은행은 이에 만족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활로를 뚫어야 했음. 그때부터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과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실직자들을 신용카드 시장에 끌어들이기 시작.
- 카드사가 캠퍼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먼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번만큼 쓴다는 윤리의식을 쉽게 벗어던지고 카드사가 기대하는 대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때문. 또한 그 시기 젊은이들에게 기업이 상품의 이미지 등을 심어놓을 경우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중산층 대학생들이 대학사회에 존재하는 계층격차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상당함. 신용카드사는 이들에게 부모의 족쇄로부터 해방 등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어느정도 성공함.
7. 사채의 덫 - 최악의 신용등급 인생들
- 최근 인수합병으로 빨라지고 있는 금융산업의 통합에도 불구하고 빈자와 부자 금융시장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현재, 금융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은 낮아보임. 금융시장이 이분화한데는 저소득층이나 노동자 계층의 취향 때문이 아니라 우량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이 큰 구실을 하고 있음. 하루가 멀다하고 상향조정되는 각종 수수료와 최저잔고기준은 저소득층이나 새로 이민온 사람들의 은행접근을 가로막고 있음. 은행들이 오랜기간 동안 자리잡고 있던 지역사회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의 금융서비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님. 사실상 이들 은행이 떠난 자리에는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는 고리대업자들이 들어서고 있음. 이들은 우량은행 등에서 조달한 자금을 서민들에게 대출해주고 높은 이자를 받음.
- 제도권은행과 고래대금업체의 제휴는 단순 자금제공단계를 넘어 수익성을 이유로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없는 은행들이 고리대금업체의 창구나 현금자동지급기를 공유하는 단계로 발전. 캘리포니아 유니언은행은 고리대금업체인 닉스 체크 캐싱의 지분을 40% 확보해 이 회사의 창구를 간이지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 유니언 은행은 저소득층 60만명이 밀집한 LA중남부와 산타나 지역에 단 몇명의 직원을 파견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됨 셈. 또한 고리대금업체들은 파견된 은행직원으로부터 체계적인 금융서비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수적 이득도 누림.
- 고리대금업자들에게는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며 탐욕으로 빈자들을 강탈한다는 비판도, 빈자들을 위한 마지막 대부자로 구실하고 있다는 말도 적절치 않음. 업자들은 강제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할 때 기존 법률시스템을 이용해 적절한 시기에 대출자를 공개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 고리대금업이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것없이 금융산업 규제완화라고 할 수 있음. 이를 계기로 대출상품도 아닌 것이 대출상품 노릇을 하는 다양한 변종상품이 창궐하기 시작했기 때문.
- 고객이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다른 신용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리대리스업체는 자신들의 영업행태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음. 다행히 교육수준이 낮고 한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해 터무니 없는 고리대리스업이 성업할 수 있음. 그들이 터무니없는 계약조건 때문에 고객이 빌린 물건을 소유하게 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할 수 있음. 물론 고객이 최저임금을 받고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 고리대 리스업체의 잘못은 아님. 그들은 그저 고객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을 뿐임.
8. 현금서비스 창업 - 벤처.중소기업의 자금난
- 신용카드사는 기존시장이 포화가 되어 수익률이 낮아진 위기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상대로 마케팅하는 것으로 돌파하고 있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비자카드는 90년대 후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저희 카드로 사무용품 등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결제하세요 라고 광고함. 카드사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상대로 카드마케팅을 하면서 대학생을 상대로 전파했던 경제적 독립과 자유를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음. 월급쟁이 신세를 훌훌 털어버리고 평생에 한번뿐인 기회를 적극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기업을 이루라고 부추김.
-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정신에서 경영, 조직상의 약점까지 벤처기업들에 관한 보고서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음. 그렇지만 이들은 부채의 시대에 벤처기업이 번성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함. 벤처기업의 기대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낮다는 사실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것. 대기업은 부채의 시대에 턱없이 높아진 이자율, 경영진/주주의 압력 등으로 더 높은 투자이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부문은 과감하게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 밖에 없음. 자기자본이익률이 연 12% 수준이 되지 못할 경우 주가가 급락하고 결국 경영진들이 떨려날 수 밖에 없음.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ROE차이가 클수록 대기업이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시장을 노린 창업이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벤처기업인의 신용카드나 친인척 등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것으로 보임.
9. 황혼기에 찾아온 채무 위기 - 노인들의 신용카드 문제
- 카드사의 공격적 마케닝은 자의시기 강하지 않은 서민출신이고,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 비록 노인들이 근검절약과 부채혐호 등의 윤리의식을 체질화 했다지만 그들도 중산층이 누리는 소비와 생활수준에 대한 동경심을 지니고 있음.
- 노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은 앞으로 20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카드사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대략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음. 첫째,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 노인들은 전통적 근검절약 윤리나 빚에 대한 혐오감을 버리고 신용카드 빚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음. 노인들이 의존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연방정부의 보조금이나 개인적 저축이지만, 8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경향을 보임. 둘째, 부채를 혐오하는 연령층이 서서히 사라지고, 빚의 두려움을 모르는 연령층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 새롭게 노령층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선배와는 달리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현금서비스를 받아 소비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임. 따라서 카드사가 현재 겪고 있는 노인 시장의 포화상태는 새로운 노인들이 진입하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음. 여기에다 신용카드사의 교묘한 마케팅 기술까지 덧붙여진다면 노인의 카드사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임.
-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고 있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님. 높은 지위를 보장해줄 필요도 없고 낮은 임금과 적은 연금, 또 남성노인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 특히 여성노인은 배우자가 숨진 뒤 삶을 대비해 오랜기간 일하면서 저축을 늘려 놓아야 함.
- 노인들은 매달 신용카드대금을 결제하는 것을 단순히 근검절약 때문만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로 느끼고 있음. 신용카드를 몹쓸 것이라고 보는 그들의 시각에는 몇십년 동안 체질화한 도덕적 원칙이 자리잡고 있음. 카드사는 노인들의 이런 도덕적 원칙을 흔들어 놓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들의 광고에는 노인들이 사회적 활동은 왕성하지만 경제적 문제나 건강상의 문제로 충분한 역량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음.
10. 신용카드 없이는 집을 나서지 말라 - 신용카드 제국의 미래
- 제도적관점에서 카드문제를 다룰 경우 금융회사가 현란한 최첨단 마케팅 수법을 동원해, 개인이 빚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뒤바꿔 놓은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 특히 시티그룹이 소니와 손잡은 것처럼 은행들이 유명 제조업체와 제휴해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음. 이는 후기산업사회의 가장 역동적 측면이기도 함. 부채는 이런 관점에서 볼때 결코 개인적 문제라고 할 수 없고, 대신 후기산업시대의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적 욕망을 최우선시하는 Just do it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낳은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음.
- 금융산업 규제완화는 은행간 인수합병을 촉진했음. 75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등록된 은행은 14600개였는데, 2000년에는 9000개로 줄었음. 대신 인수합병을 통해 시티그룹과 같은 대형 금융사가 등장했음. 결과는 주주들의 수익률 상승과 최고경영자에 대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상이며, 반면 소비자들이 얻은 것은 높아진 각종 수수료였음. 실제로 95년 인수합병된 은행의 평균적 시장가치는 장부가보다 1.7배에서 1.9배로 높아졌고 몇몇 은행은 장부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기도 했음.
- 은행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과 함께 카드사도 돈되는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나 합병을 서둘렀음. 이에 따라 20년전에는 다양한 카드사가 영업을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인수합병을 통한 독과점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 80년대 상위 50개 카드사의 회원비중이 전체 60%이하였지만, 2000년에는 상위 5개사가 전체회원의 57%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고, 상위 10개사는 77%를 지배. 카드시장의 독과점은 금융산업을 자유화할 경우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들이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임을 보여둠. 인수합병이후 수수료와 이자율이 높아졌기 때문.
- 전세계의 신용카드시장 확대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이고 뛰어난 결제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흐름과는 별 상관이 없음. 오히려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중산층 등이 생활수준 하락을 막기 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 한마디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신용카드 확대를 낳고 있는 셈. 유럽의 복지시스템이 신자유주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개도국은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로 IMF로부터 요구받은 구조조정 때문에 중산층이 실직 등으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고, 의료비와 퇴직연금 삭감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음. 미국 이외의 대학생들도 미국식 스타일의 소비생활이나 효율적 결제수단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중산층 면허증인 대학졸업장을 받기 위해 카드를 사용하고 있음.
- 미국사회가 신용카드 때문에 앓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이제 전지구화하고 있음. 따라서 반세계화 운동과 함께 신용카드에 대한 저항운동도 지구촌 곳곳으로 조만간 확산될 가능성인 높음. 연회비, 수수로 거부운동에서 카드빚 탕감요구까지 해당국가의 사정에 맞게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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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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