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가 줄어드는 시장은 축소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에 기업 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을 줄이지 않으 면 안 되는데, 당연히 어느 기업이든 자신들이 그 대상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 이유다.
시장이 축소되는 이상 현존하는 모든 기업이 생존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수가 줄어들어 10개의 회사를 지탱하던 소비가 8개의 회사가 지탱하는 규모로 축소되는 경우 모든 회사들은 살아남을 8개 회사가 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생존 전략은 가격을 낮추어 다른 기업의 체력을 고갈시 킴으로써 도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큰 이익을 얻게 된다. 이것을 '라스트 맨 스탠딩 (Last man standing) 이익'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25년간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야말로 라스트 맨 스탠딩 이익을 노렸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강력한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낳았으며 지금까지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 노동분배율 저하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
'라스트 맨 스탠딩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 기업은 우선 이익을 줄 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익이 줄어들면 직원에게 그 부담을 전 가할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인건비에 손을 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증가, 보너스의 삭감, 무급 야근의 증가 등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일본에서 자행된 것들이다. 이로 인해 노동분배율(생산된 소득 가 운데 노동에 분배되는 임금이나 봉급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노동분배율의 저하는 디플레이션의 큰 요인으로, <영국의 인플레이 션 역학과 노동분배율(Inflation Dynamics and the Labour share in the UK)>이라는 영국은행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분배율이 낮아 지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 최저임금이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것도 디플레이션의 큰 원인이다. 일본의 많은 기업이 라스트 맨 스탠딩 전략을 위해 최대 비용인 직원 의 급여를 삭감해왔다. 물론 기업이 무제한으로 직원의 급여를 낮출 수 없고 최저임금까지만 내릴 수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이론적으로 계 산한 최저임금의 3분의 2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도표 1-5). 놀라 울 정도로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때문에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 동분배율을 더욱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생존을 위한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일본 의 현실이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대와는 달리 인구 감소로 인해 수요 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상품의 가격을 낮춰도 총수요는 늘어나지 않 는다. 여기서 다시 급여를 낮추는 것은 디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가 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최저임금이 디플레이션 압력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 라스트 맨 스탠딩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최저임금이 라는 벽에 부딪혔을 때 과연 어떻게 할까? 이론상으로는 노동력 부족 때문에 임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기피하기 때문에 일본인 비정규 직 고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을 확대한다.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날 경우 일본에 사는 인구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총수요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라스트 맨 스탠 딩 이익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생산가능인구 가운데서 차지하는 최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증가하여 노동분배율은 더욱 낮아진다. 그렇 게 되면 디플레이션의 압력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결국 개발도상 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 나라는 개발도 상국'이 되어갈 것이다.
앞으로 일본은 최강의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인구 감소와 더 불어 다양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복합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정책적인 공급 조정을 하지 않으면 기업은 시장원리에 기초한 생존 전략을 취할 것이므로 지금보다 더욱 큰 디플레이션 압력을 피할 길이 없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라스트 맨 스탠딩 전략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경영자들이 나쁜 짓을 하 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 확실히 지금까지는 어느 나라든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해왔기 때문에 그에 따라 수요도 기본적으로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공급이 사후에 수요를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수요가 단기적으로 부족한 경우 금리를 내려 수요를 자극할 수 있었다. 또한 통화의 유통량을 늘리는 방법에 의해서도 수요가 늘어났고, 단기적인 디플레이션을 인플 레이션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수요자의 증가에 따라 잠재수요도 계속 해서 늘어난다. 은행은 새로운 수요자가 돈을 쓸 수 있도록 대출을 늘 리거나 금리를 인하하거나 하여 실제 수요를 늘린다. 본질적으로 물 가의 균형론은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균형론을 전제로 한다. 인 구가 늘어나기만 한다면 재화와 서비스의 균형론에 대해 이견을 제기 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수급은 균형을 이루 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금융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금융정책에 의해서 조정할 수 있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도 2015년까지는 '금융정책의 실패'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아베노믹스가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가올 디플레이션 압력은 그 본질이 다르다. 금융정책 자체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 결국 양적완화로 물가가 오른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수요가 일정하 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내세운 2퍼센트 인플레이션 목표 가 달성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에서 공급을 조정하지 않는 경우 통화량을 늘리는 것 만으로는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다른 나라들처럼 2퍼센트의 인 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를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인구 감소 문제가 없는 다른 나라와 같은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2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기적에 가 깝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급에 균형이 잡혀 있다면 양적완화를 통한 인플레이션이 가능하겠지만, 일본은 재화와 서비스의 수급에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 양적완화 정책은 '부족한 수요는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고 경제도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도 오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구 증가라는 성장 요인이 불가결하다. 
- 미국은 지금도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당연히 양적완화로 인해 주택 구입의 여건이 좋아지면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어서 빈집이 비율이 줄어들고 부동 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미 설명한 것과 같이 부동산 가격은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 는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일본은 인구가 격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되기 어렵다. 게다가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많은가 운데 저출생으로 인해 장차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도 점점 더 줄어 든다. 그러나 주택의 수는 즉시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빈집은 늘어나기 만 한다.
또한 금리를 내려도, 은행의 유동성을 높여도 새로 주택을 구입하 려는 사람의 수가 매년 줄기 때문에 자금을 빌리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다. 수요자가 없기 때문에 이론처럼 수요를 자극하지 못한다. 그 러므로 빈집 비율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율 2퍼 센트를 달성하기 어렵다.
- 물론 통화량을 늘려서 디플레이션 압력을 일정 기간 완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남은 부동산을 줄여서 공급을 조정하지 않는 한 균형 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는 금융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양적완화를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가능하다. 양적완 화는 그 나름대로 경제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공급을 조정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고차원 자본주의의 경우 노동자는 여러 종류의 업무(멀티태스킹)를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그 기술의 핵심은 '메 타 스킬'이다. 메타 스킬이란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성이 높으면서도 다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즉 어떤 기 술을 취득하기 위한 기술, 예를 들어 특정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마케팅 능력이나 조사·분석 능력, 또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처럼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업무를 개선하고 조직을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이처럼 '폭넓게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메타 스킬이라고 한다.
- 고차원 자본주의에서는 평생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기술을 향상시 킬 필요가 있다. 고차원 자본주의의 기업에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마다 상사에서 부하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 연수·재교육이 이루어진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대처하 는 경우도 많아서 새로운 기술의 보급을 촉진할 경우 공공기관도 큰 역할을 한다.
고차원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관리자 측과 노동자 측의 장벽이 낮 아 노동자에서 사장까지의 계급 수가 적다. 그래서 일반 직원의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고차원 자본주의는 국가 전체의 부가 가치를 늘려 이를 분배하므로 노동자에게도 높은 비율로 분배된다. 쉽게 말하자면 '더 좋은 것을 더 비싸게 취급하는 것이다.
- 연구개발로 얻어진 결과를 얼마나 유효하게 활용하는지, 즉 보급률 을 살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의 이야기 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미국은 고액의 비용을 들인 연구개발의 결과 가 거의 전부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GDP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이야 기가 된다. 그래서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낮게 보이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GDP가 크게 확대 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이 연구개발에 공을 들여 훌륭한 성과나 실적 을 낸다고 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평소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인은 1등 이 되는 것을 이상하리만치 좋아하고 그 실적을 일본 전체로 일반화 하는 경향이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대단한 것을 마치 모든 일본 기업 의 기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나, 특정 장인의 기술이 대단한 것을 마치 일본인은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이라고 안이하게 믿는 식이다. 이 와 비슷한 사례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바람직한 모습을 마음에 그리는 것은 좋지만 특수한 사례를 쉽게 일반화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재의 세계유산 등록과 특허 수 세계 1위, 일본의 인재나 기술의 세계적 권위의 상 수상 등 이른바 '보증서'를 받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분명 일본은 특허 수로는 단연 세계 1위지만, 생산 성은 세계 28위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아무리 연구를 열심히 해도 그 기술을 널리 보급하고 살려내지 못하면 성과나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본에 훌륭한 연구자가 많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러나 그들이 개발한 기술이 보급되어 널리 쓰이지 않으면 경제적 합 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일본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것이 여기에도 악 영향을 미친다. 1인당 연구개발비가 세계 10위에 그치는 원인 중 하 나는 기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1인당 연구개 발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규모가 큰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 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좋다는 인구 증가 시대의 상식은 인구 감소 시대에는 오히려 경제성장 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패러다임 대변환의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의 숫자보다는 체질의 강화가 중요한 것이다.
- 기업의 수가 감소하면 실업자가 늘어날까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율보다 기업의 증가율을 낮추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이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서 기업의 규모를 키우면 필연적으로 기업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 요즘처럼 노동력이 부족할 때 기업의 통합이 직원의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두 개의 중소기업이 하나가 되면 직원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더 많을 것이다. 통합으로 인해 줄어드는 것은 사장자리뿐이다. 중소기업을 지키겠다는 것은 직원의 일자리가 아닌 사장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이야기다.
왜 사장들만 행복을 추구하려는 걸까? 존속이 어려운 회사를 억지 로 존속시키기 위해 왜 국민과 국가가 계속 부담을 져야 할까? 이보 다 더 바보 같은 이야기는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반으로 줄어드는데 기업 수를 유지한다면 인구에 서 차지하는 사장의 비율은 지금의 두 배가 된다. 세계적으로 이 비율 이 줄어드는데 일본만 올라간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연 그런 여유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 제도로서 최저임금을 영국보다 먼저 도입한 나라도 있다. 그러나 영국이 이 실험을 시작한 이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여 인상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큰 폭의 인구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 가 성장하는 것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에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생산성 향상에 관해 기업 보다 국가가 훨씬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에 맡겨두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더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최저임금을 올림으로써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최저임금은 비상장사를 포함하여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으로 사용하기에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기업은 직원에게 이전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해 야 한다. 당연히 인건비가 오른다. 기업은 높아진 인건비를 어떤 형태 로든 메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다. 이것이 생산성 향상의 동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정책은 반 이상 성공한 셈이 된다. 
- 2015년에 발표한 <최저임금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the National Minimum Wage on UK Businesses)>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도입에 따른 실업률에 대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 다고 한다. 또한 기업의 폐업이 늘어나는 등의 악영향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던 기업의 상당수는 이익 이 감소한 것에 대해 생산성 향상 활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의 결과다.
-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 "최저임금이 영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the National Minimum Wage on British Firms)"에는 일본에 중요한 시사점이 몇 가지 나와 있다. 최저임금의 도입에 따라 임금 상승의 영향을 받은 기업은 제조업이 16퍼센트인 것에 비해 서비스업은 43퍼센트에 달했다. 또한 임금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기업의 생산 성은 영향이 별로 없는 기업의 생산성에 비해 45퍼센트나 밑도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최저임금의 도입은 제조업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서비스 업에서는 임금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실업이 늘어나지 않았고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생산성이 11퍼센트나 개선됐다. 이는 일본이 가장 주목해야 할 자료 중 하나다.
- 한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연구됐다. <최저임금 제도의 소개, 고용주 응답 및 기업의 노동생산성: 한국의 사례(Minimum Wage Introduction, Employer Response, and Labor Productivity of Firms: Evidence from South Korea)>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인 상으로 인해 기업이 직원을 줄이는 대신 기계를 도입하는 경향이 확 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줄여 기계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계 등을 도입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반드시 반론이 터져 나온다. 그 반론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이 한국에서 2018년 1월 에 실시한 최저임금 16퍼센트 인상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실업자 증 가 등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다. 최저임금을 한 번에 16퍼센트나 올린 것은 무리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례를 드는 사람들은 평소 일본의 경제력을 과시하면서 '한국 경제는 수출에 너무 의지한다거나 '한국의 기술력은 일본과 비 교가 되지 않는다'는 등 한국 경제를 평가절하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만 한국 사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느낌이다.
- 일본의 인재 평가는 세계 4위, 한국은 32위다. 이 사실만 놓고 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도표 5-5). 한 국의 예가 시사하는 것은 앞서 소개한 논문처럼 그 나라의 경제 실정 을 바탕으로 적절한 인상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16퍼센트 인 상하기 전의 수준도 결코 낮지는 않았다. 따라서 국제적인 인재 평가 에 비해 인상폭이 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래 계속해 서 꾸준히 인상한 덕분에 고용에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영국은지금까지 20여 차례, 평균 연간 4.17퍼센트를 인상해왔다. 가장 큰 인상률은 2001년에서 2002년의 10.81퍼센트였으며 이후에도 세 번이 나 7퍼센트의 큰 폭으로 인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악영향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OECD는 최고대 나머지들: 글로벌 생산성 저하, 기업 간 분산 및 공공정책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매우 중요한 분석을 소개했 다. 2008년에 일어난 리먼 쇼크 이후 100년에 한 번 오는 불황'이라 불리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와 이 후 OECD 국가의 생산성 향상률이 크게 감소했다. 사실 생산성 향상 률은 2001년부터 낮아지기 시작했고 2010년에 바닥을 치고 점차 개 선되고 있었지만 1990년대 수준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상태다. OECD는 주요 원인으로 '프런티어 기업(Frontier firms)'과 '래거드 기업(Laggard firms)'의 격차 확대를 꼽았다(도표 5-6). 프런티어 기업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상위 5퍼센트의 기업이고, 래거드 기업은 생산성이 가장 낮은 하위 5퍼센트의 기업을 말한다. 특히 서비스업에 있어서 격차 확대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 기업 간 격차 확대의 요인에는 노동생산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전요소생산성'의 격차였다. 전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이란 기술혁신, 업무 효율화, 규제 완화, 브랜드 가치 등의 요인 즉 그야말로 모든 요소를 포함한 폭넓은 생산성을 의미한다. 2000년대 들어 프런티어 기업의 전요소생산성은 높은 증가세를 유 지하고 있지만, 래거드 기업은 그 증가율이 낮아 전체 평균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격차 확대의 움직임은 업종 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각 업종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도표 5-7).
- 전요소생산성 격차가 확대되는 이유는 기술혁신 보급률의 저하 때 문이다. 프런티어 기업은 기술혁신을 진행하며 그 이점을 누리는 데 반해, 나머지 기업들이 기술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새 로운 테크놀로지나 기술을 잘 조합하여 활용하는 기술이나 암묵지 프런티어 기업에는 축적되어 있는데 래거드 기업에는 부족하다.
-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대전제는 노동력의 가격이 시장에서 차별 없이 효율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등에서 이미 그 전제가 뒤집혔다. 노동시장은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지금의 정설이다. 어떤 학자는 노동시장에는 효율성이 없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업무나 고용에 관한 정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 는 자신의 시장가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보다 높은 소득을 얻을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한다.
다음으로 이직에 따른 비용이 효율성을 저해한다.
또한 노동자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자신의 잠재력에 비해 급여가 낮은 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성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한다. 자녀 나 부모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 등으로 인해 보통의 조건에서 일하기 어려워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잠재력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람은 노동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해지므로 본래 의 생산성에 비해 낮은 급여로 일하는 것이다.
- 많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하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여성들의 존재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전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된다.
앞서 영국의 사례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려도 상당수 기업이 일자리 를 줄이지 않았고 회사의 이익이 줄어도 폐업이 늘지 않았다는 사실 을 알았다. 이를 통해 애초에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대부분 이 기업에 착취당해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 내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일본인의 급여가 낮은 것은 미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반론이 나오곤 한다. 놀랍겠지만 일본식 자본주의를 추앙하는 사람 중에는 일본의 낮은 소득수준과 최저임 금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많다.
"일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성과 를 다른 사람을 위해 최대한 싸게 제공할 줄 아는, 헌신적인 일본인은 아름답다."
확실히 듣기에 좋은 말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이는 지나치게 호강 에 넘치는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다. 인구가 크게 증가하던 시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원래 받아야 하는 급여 를 받지 않아도 경제는 인구 증가 요인에 의해 성장했다. 그 당시라면 좀 전의 이야기를 미덕이라고 수긍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더라도 생 산가능인구가 충분히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담을 견딜 수 있 었다. 죽기 살기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됐고, 또 그런 것이 사회공헌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특징이 아니 라 어느 나라든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일본식 자 본주의는 인구 증가 요인을 통해 이룩한 경제적 성취의 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국가부채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증가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고, 재정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국가부채가 작아진다. 다 만, 인구 증가가 멈추고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바뀐다.
지금까지는 국가가 개개인의 돈벌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을지 모 르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다르다.
- 앞서 일본형 자본주의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일본의 소 득수준이 낮은 것은 미덕'이라는 억지는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에는 들 어줄 만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빈곤, 부채, 연금, 의 료 등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서 더 이상 낮은 소득수준이 미덕이라는 허튼소리를 할 수 없게 됐 다. 여전히 미덕을 운운하는 이들은 하루 빨리 망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연금, 부채, 의료비, 자녀교육 비 등은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지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특허가 가장 많다고 해서 안 팔리는 물건만 만들고 있으면 그건 그저 재능 낭비고 자기 만족일 뿐이다. 잘 갖춰진 사회 인프라나 교육도 잠 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들 에 대한 투자를 과연 회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재교육을 포함 해 국민들을 열심히 교육하지만 생산가능인구로서 사회에 환원하도 록 투입한 교육비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냉정하게 말해 비용 대비 가 치를 따질 수밖에 없어진다.
앞으로는 생산가능인구가 얻은 소득의 일부를 노인들에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 소비세를 어떻게 할지의 차원이 아니다. 소득이 없으면 분배도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한사람, 한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사회 공헌이 될 것이다.
-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이민정책에 대한 접근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값싼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려는 안이한 정책은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충분히 일본인의 소득수준은 낮다. 임금이 더 낮은 노동력을 늘리면 가격경쟁이 더 격화되어 모두가 어려워지는 결과만 낳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소득과 이익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국 가는 사회보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재정이 파탄날 것이고, 이 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 이 책에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생산성 향상에 사회적 합의를 이룸으로써 높은 생산성 및 고차원 자본주의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그것이 가능하도록 기업의 규모 확대를 촉구하는 통합촉진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민간 기업이 국가의 뜻대로 움직일 리 없으니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을 통해 기업을 이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논문 <최저임금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 덴마크, 뉴질랜드 및 아일랜드의 교훈(The Productivity-Enhancing Impacts of the Minimum Wage: Lessons from Denmark, New Zealand and Ireland)>에서는 제5장과 제6장에서 소개한 최저임금 인상만으 로는 고부가가치 ·고소득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없음을 몇 가지 사례 로 소개한다. 특히 뉴질랜드 노동 규제 완화의 역사는 일본에 많은 교 훈을 준다.
뉴질랜드 정부는 1991년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에 따라 소 득수준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최저임 금을 1999년 6.50달러에서 2007년까지 11.25달러로 무려 73퍼센트나 인상했다. 그 효과인지 2005년의 실업률은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부가가치·고 소득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는 그 원인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경쟁이라고 지적했다. 뉴질랜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 자의 비율이 높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최저 임금의 인상만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었던 뉴질랜드의 사례를 반 드시 참고해야 한다.
반면 고부가가치 ·고소득 자본주의의 성공 사례로 늘 거론되는 곳이 덴마크다. 덴마크는 노동 규제가 유연한 반면 사회보장이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그래서 덴마크 사회는 'flexible(유연한)'과 'security(보장)'를 합쳐 만든 'flexicurity(유연한 보장)'라는 말로 대변 된다.
덴마크에는 전국 공통의 최저임금이 없다. 대신 노사 간 단체교섭을 기본으로 하여 결정되는 업종별 최저임금이 있다. 이 교섭에서는 인재 육성 훈련[OECD의 용어로는 VET(Vocational Education & Training, 직 업 교육 및 훈련)라고 부른대도 다룬다. 이것이 덴마크의 고생산성·고소득 경제의 비결로 분석된다.
- 덴마크는 기업 연수가 활발할 뿐만 아니라 정부 자체도 OECD 가 맹국 중에서 인재 육성 훈련(VET)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 VET 의 내용을 노사 간에 협의하여 그 내용을 충실하게 업데이트하는 경 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VET에 대한 평가와 신뢰도가 높다.
뉴질랜드도 덴마크와 같은 정책을 도입했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분석에서는 그 원인을 VET의 질적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뉴 질랜드나 일본과는 달리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 일본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던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뉴욕 연방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미국에서는 노동자가 하던 기존의 업무를 기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조직과 업무 방식을 기 술에 맞춰 근본적으로 바꿨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술은 도입해도 기 존의 업무 방식과 조직 등 기업의 기반을 바꾸지 않았다. 이것이 양국 의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벌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전요소생 산성의 차이인 것이다.
-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으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어느 대 형 은행의 사례가 있다. 이 은행에서는 해외 출장을 갈 때 사전에 신 고를 해야 했다. 신청서류는 컴퓨터로 작성하여 메일에 첨부파일로 보 낸다. 이 첨부파일을 인쇄해서 결재 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인감을 찍 은 실물 서류를 스캔하여 PDF로 만들어서 다음 사람에게 메일로 보 낸다. 그 메일을 받은 사람은 또다시 그것을 인쇄하고, 날인하고, 스캔 해서 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프로세스가 여러 사람 사이에 서 반복돼야 출장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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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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