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와 빵의 문화사

etc 2016. 1. 28. 09:58

- 제분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는 곡류의 이용이 입식으로 제한되었다. 볶아서 미숫가루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죽 단계에서는 밀보다 보리의 이용가치가 높았다. '요리의 기원'에 따르면 '농사짓는 일만 놓고 본다면, 보리가 밀보다 재배나 수확이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보리는 밀보다 빨리 여물고, 낟알이 굵고, 수확안정성도 높다. 고대 농업에서 보리가 주요 작물이었던 것은 당연하다'라고 한다. 그러나 제분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보리보다 밀 이용이 쉬워진다. 밀은 글루텐 형성능력이 있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로 인해 맥류의 조리형태는 보리에서 밀로, 입식에서 분식으로 크게 변모한다.
- 쌀은 입식, 밀은 분식을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 가장 잘 맞음. 왜그럴까. 쌀과 밀은 조리 특성상 어떤 차이가 있을까. 쌀 낟알은 탈곡해서 곁겨를 분리하고, 현미상태에서 속겨만 제거하면 먹을 수 있다. 이 공정을 도정이라 한다. 밀 낟알은 (1) 여섯 겹이나 되는 강인한 겉껍질이 싸고 있고, (2) 배젖 부분이 무르고, (3) 한가운데 깊은 골이 패어 있다. 따라서 쌀과 달리 겉껍질을 간단히 제거할 수없다. 이런 구조상의 차이로 인해 쌀고 밀의 조리특성은 크게 달라진다
- 숙성된 밀가루. 수확한 후에도 밀 씨알은 활발히 숨쉬며 살아 있다.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따라서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리파아제 같은 효소활성이 높다. 갓 빻은 밀가루에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데, 영어로 그린 플라워라고 한다. 햇밀이나 발아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오래 지속됨. 그린 플라워를 사용하면 흡수율이 낮고, 반죽이 무르고 질척거리며, 잘 부풀지 않아서 좋은 빵이나 과자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제분 후 한두주일 경과하면 공기중의 산소와 접촉해 황색색소가 옅어지고, 환원성 물질이 산화하면서 안정된 상태가 된다. 이 같은 변화를 밀가루의 숙성이라고 함. 영어로는 에이징이라고 함. 숙성된 밀가루를 사용하면 흡수율이 높고, 반죽이 안정되어 모양이 잡힘. 밀가루의 유통기간은 이러한 한정된 상태의 지속기간을 말함. 박력분은 1년이상, 강력분은 6개월 정도임
- 밀가루에 물을 넣고 개면 밀 단백질이 부풀면서 껌처럼 결합해 글루텐을 형성. 이것을 습부, 또는 웨트 글루텐이라고 함. 밀가루에는 쌀가루나 옥수수가루 등에 없는 글루텐 형성이란 특성이 있음. 이 특성을 이용함으로써 전세계의 다양한 밀가루 음식이 탄생. 왜 밀가루에는 이런 특성이 있는걸까. 밀가루의 단백질은 알부민, 글루불린, 프롤라민(글리아딘), 글루테닌으로 구성됨. 그중 85%는 물에 녹지 않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인데, 밀가루 반죽에 점성과 탄성을 부여.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의 구성비율은 대략 7대 3.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물속에서 전분을 씻어내면 글루텐을 추출할 수 있음. 글리아딘은 끈기가 있고, 글루테닌은 탄력이 있음. 그 결과 글루텐은 이 두가지 특성이 맞물려 특유이 점탄성을 띤다. 글루텐은 공유결합을 가진 망상구조를 하게 된다. 글루텐 함량은 강력분 40%, 중력분 35%, 박력분 20% 정도임. 이 글루텐 형성방식을 변화시키면 빵, 국수, 과자 같은 다양한 밀가루 음식을 만들 수 있음. 반죽을 잡아당기거나 누르거나 했을 때 늘어나는 정도, 뜯기는 모양, 탄력성이 달라짐. 그리고 소금, 설탕, 유지, 달걀, 유화제 같은 부재료를 더하면 작용이 크게 변함. 이를테면 소금은 반죽을 단단하게 만들고, 설탕은 반죽을 연하게 해서 늘어나는 성질을 좋게 함. 이와 같이 밀가루는 글루텐의 질, 양, 조리방법, 부재료 첨가 등에 따라 다채로운 밀가루 음식으로 변해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 도우와 배터. 대표적인 밀가루 반죽에는 도우와 배터가 있다. 밀가루에 대한 물의 양이 45~85%면 도우가 되고, 빵이나 국수반죽에 쓰임. 100~250%가 되면 배터가 되고, 과자나 음식 반죽에 쓰임. 도우를 만들려면 글루텐이 많은 강력분이나 중력분이 좋고, 배터를 만들려면 글루텐이 적은 박력분이 좋다. 반죽할 때 소금을 넣거나 온도나 믹싱조건을 조절하면 글루텐 형성이 촉진됨. 도우는 유동성이 없고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안정된 반죽이다. 글루텐 형성이 충분하면 모양이 좋은 빵, 쫄깃한 국수, 바삭한 파이를 만들 수 있음. 배터는 유동성이 있어서 일정한 모양을 유지 못함. 낮은 온도에서 가볍게 섞으면 글루텐 형성이 억제되어 좋은 배터를 얻을 수 있음. 잘 부풀어 오른 케이크, 부드러운 프리터(과일, 생선, 고기, 야채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음식), 아삭한 뎀뿌라를 만들 수 있음. 배터는 시간이 지나면 불안정해짐.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인과 서양인은 배터를 만드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 일본에서는 뎀뿌라 튀김옷을 만들때 끈기가 생기도록 가볍게 섞어 반죽함. 밀가루 덩이가 남아 있어도 괜찮다. 반면 서양에서는 케이크 배터를 만들때 치듯이 세게 반죽. 반죽기를 비터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글루텐이 충분히 형성되도록 해서 안정된 배터를 만든다. 미국의 케이크 믹스의 경우, 기계 내성이 좋은 안정된 배터가 만들어지도록 유화제를 첨가한다. 그 결과 불안정해지기 쉬운 배터가 개선되어 도넛이나 케이크를 양산할 수 있음. 밀가루의 주성줌인 전분의 호화도 음식맛에 영향을 미침. 밀전분은 보통 61~62도에서 호화가 시작되며, 85도를 넘으면 호화가 끝나면서 점도가 정점에 달함. 좋은 제품을 얻으려면 호화가 충분해야 함. 가령 슈 반죽을 할 때 버터, 소금, 물을 끓이다가 버터가 녹으면 밀가루를 넣는다. 이렇게 하면 글루텐 형성이 억제되고, 전분도 충분히 호화된다. 그런 다음 달걀을 더해 젓다가 식기 전에 쌀주머니에 넣어 짜서 굽는다. 전분이 알맞게 호화되면 차지고 부드러운 빵, 쫄깃한 우동, 아삭아삭한 뎀뿌라가 만들어진다. 잘 치대어 늘인 국수에는 글루텐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또한 빵이나 케이크를 급속냉동하면 여분의 수분이 동결하면서 노화를 지연시킨다.
- 빵의 원류 : 빵의 발생을 찾아 거슬러 오르면 6천년의 장대한 드라마가 펼쳐짐. 빵은 인류가 이룩한 식문화의 원점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빵의 역사는 미음-죽-납작한 빵-빵(무발효빵, 발효빵)과 같이 입식에서 분식으로, 젖은음식에서 마른음식으로 변천해감. 보리나 밀을 빻은 맥분은 그 상태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물을 넣고 반죽해 얇게 빚어서 달군 돌에 붙여 구우면 납작한 빵이 된다.
- 기원전 7000년 경에 메소포타미아 유역에서 밀재배가 시작되면서, 농경문화가 자리를 잡아간다. 기원전 4000년 경에는 갈레트라는 딱딱한 무발효빵이 등장. 갈레트는 오늘날에도 주현절을 축하하는 과자로 사랑받음. 맥류 이용은 죽에서 빵으로 조리가공법이 크게 변한다. 아마 자연발효빵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오늘날 터키빵이 맛있는 이유는 이 같은 오랜 역사와 전통 때문이다. 헤브라이언이 발견한 이 제빵기술은 고대 이집트에 전해진다.
- 고대 이집트의 빵 : 귀족 무덤의 미라들에 따라면 현대 이집트인은 빵을 무척 좋아해서 발효시키지 않은 에이쉬나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킨 쿱즈를 잘 구워 먹는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도 역시 빵을 좋아했다. 왕가나 귀족의 무덤벽면을 보면 빵이 많이 그려져 있음. 카이로의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는 유적에서 발견된 빵이 보존되어 있다. "이집트인은 빵 먹는 사람이다" 기원전 5세기에 이집트를 여행한 헤로도토스가 한 말이다. 빵을 본 당시 사람들은 이집트인에게 놀라움과 외경심을 품었던 것이다. 그 정도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제빵이 발달했던 것 같다. 기원전 2000년 경에 빵 굽는 화덕은 조잡한 진흙 화덕에서 탄두르 형태의 돌화덕으로 개량된다. 인도의 대표적 탄두리 음식은 이 같은 빵 굽는 화덕에서 발전함. 원뿔모양이던 빵을 납작한 반대기처럼 빚으면서, 한결 말랑말랑하고 잘 구워지게 됨. 기원전 1500년 경부터 이미 제분업자가 존재했다고 함. 헬레니즘 시대로 접어들자 절구대신 맷돌을 사용. 고대 이집트의 빵은 전병처럼 생긴 딱딱한 무발표 보리빵에서 출발함. 반죽을 방치하면 자연발효가 일어나면서 부풀어 올라 빵이 부드러워짐. 피라미드를 건설한 이집트인들은 빵 만들기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음. 공 모양, 원뿔 모양. 피라미드 모양, 새나 물고기 보양 등 온갖 빵이 탄생한다. 맥주빵은 지혜의 산물이다. 보리빵의 당질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고, 맥주의 발효종(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고, 그 빵으로 다시 맥주를 만든다. 제5왕조(기원전 2494~2345)의 고분벽화에서 당시의 제빵공정을 관찰할 수 있다. 빵은 부의 상징이었고, 노동자의 임금은 빵과 맥주로 치러졌다. 가령 병사의 품삯으 하루에 빵 20개, 관리의 월급은 납작한 빵 200개와 흰빵 5개, 농민은 90개였다. 이집트인에게 빵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파라오가 여행을 나설 때면 수만개의 빵을 구웠다. 기원전 1200년경 제 20왕조 때의 람세스 3세 고분에서 아몬라 신에게 바친 빵 목록이 발견되었는데, 열일곱 종류가 넘는 빵이 200만개에 달한다. 발굴된 빵을 통해 당시의 수준높은 제빵기술을 알 수 있다. 사후 세계를 믿었던 고대인에게 빵은 절대적 음식이었다. 영혼과 미라가 합체하는 내세의 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덤에 빵을 매장하는 풍습은 그리스도교에서 금지할 때까지 계속된다.
- 고대그리스에서 로마로 : 발효형 제빵기술은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귀족들은 무역을 통해 이집트의 제분과 제빵기술을 들여옴. 제빵기술이 발전하면서 귀족의 식탁은 흰빵으로 장식된다. (1) 밀을 곱게 빻을 수 있는 맷돌, (2) 밀가루를 체질하는 기술, (3) 새로운 빵 발효기술, (4) 대형화덕을 도입하면서 (5) 온갖 모양으로 빚어 구운 장식빵이 유행. 그리스인들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포도주 제조법을 이용해 홉과 포도즙, 밀겨와 포도즙을 넣어 반죽하는 발효법을 시도했다. 이러한 효모종을 그리스어로 지마라고 한다.
- 기원전 100년 경에는 전문 제빵업자가 등장. 냅킨 대신 빵 반죽을 쓰는가 하면, 수프나 죽을 떠먹는 숟가락 빵도 있었음. 나중에 그리스에 상륙한 로마군이 제빵기술자를 노예로 끌고간 후, 로마에서도 제분과 제빵기술이 크게 발전함. 그전까지 로마인은 죽을 먹었다. 그리스의 맛있는 빵을 접하면서, 이때부터 로마인은 미식에 눈을 뜬다. 전성기인 아우렐리우스 황제(재위 161~180)때에 로마에는 공동제빵소가 254군데나 있었다. 참고로 당시 로마시 추정인구가 100만명이니, 4천명에 제빵소 한군데 꼴이다. 그런데 귀족과 교회가 지배하던 로마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곡식을 빻거나 빵을 구울 수 없었따. 직업조합을 결성한 제빵업자들은 정치적 지위도 높았다. 조합대표는 원로원에 의석을 가질 정도로 권력자였다. 이같은 경위로 유럽의 제빵기술은 지반을 다져간다.
- 고대 로마궁정에서는 미식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운다. 왕후나 귀족이 주도한 조리가공기술의 발전은, 오늘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 요리의 밑바탕이 된다. 기원전 140년에는 로마 요외의 팔라티누스 언덕에 콜레기움 코크틀이란 요리학교가 출현한다. 79년 느닷없이 대분화를 일으킴 베수비오 화산은 로마 교외에 자리한 귀족의 별장과 부호의 주택가를 한순간에 뒤덮고 만다. 18세기에 발굴이 시작된 폼페이 유적을 통해 고대 로마사회의 번영을 짐작할 수 있다. 31곳의 빵집이 발굴되고, 북처럼 생긴 2미터 높이의 제분기와 빵 굽는 화덕, 제빵도구, 칼집이 들어간 탄화한 둥근 대형 빵이 출토됨.
-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유럽은 암흑시대로 접어든다. 일상의 양식을 얻는 일이 신성시 되면서, 중세시대 내내 로마교회가 빵, 과자, 포도주 제조 기술을 이어나간다. 그 결과 전통적인 빵이나 과자 제조기술은 유지되지만 점차 종교색이 짙어진다.
- 중세의 빵 : 강대한 로마제국이 멸망자하, 유럽은 5~15세기의 1천년 동안 암흑시대를 맞음. 중세라고 불리는 이 오랜 세월동안 제분과 제빵기술은 젗체함. 유럽이 여러 나라로 갈려 군웅할거하는 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서민의 생활은 쇠퇴일로를 걷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전의 제빵기술은 교회, 수도원, 귀족의 관리하에 명맥을 유지한다. 권력자들은 그 사용권과 부를 독점한다. 그 결과 유럽의 빵, 케이크, 포도주는 점차 종교색을 짙게 띠게 됨. 새로운 시대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계기로 개막. 이탈리아와 영국의 앞선 제빵기술이 기폭제가 된다. 저변에서 성장한 지방의 빵(랜드 브레드)은 국가의 빵, 민족의 빵(내셔널 브레드)으로 다시 태어남.
- 근세의 빵 : 14~16세기에 이탈리아을 중심으로 르네상스의 기운이 높아지면서 유럽각국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 1533년에 메디치가의 카트린 공주가 프랑스 오를레앙 공(나중에 앙리 2세)에게 시집을 감녀서 이탈리아의 빵이 프랑스로 전해짐. 소박한 배합을 바탕으로 콘티넨털 타입의 짭짤하고 담잭한 프랑스빵이 자리를 잡음. 소박한 유럽 빵의 전통을 이어받아 종교적 연관성이 한층 강화됨. 한편 영국에서는 해외에서 수입한 밀을 이용한 질 좋은 빵 만들기가 시작됨. 이 기술은 신대륙인 미국으로 전해져 앵글로 아메리칸 타입의 빵으로 발전. 부재료를 많이 넣은 짙고 풍부한 배합의 빵이다. 미국에서 철저한 제빵공정 합리화가 이루어지고, 빵은 양산화 시대를 맞음
- 2차 대전 중에 미국에서는 군용 건조 이스트가 개발됨. 전후 미국에서 제빵 자동화 설비가 갖추어 지면서 양산화가 실현됨. 미국에서 군용 건조 이스트가 개발된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세계 각지에서 전투에 참가하던 병사들에게 신선한 베이컨, 따뜻한 커피, 갓 구운 빵을 같은 날 평등하게 공급하려는 계획하에 건조 이스트가 개발되었다고 함. 그 성과가 인스턴트 커피, 건조 이스트의 출현이다.
- 고대의 빵 전통을 이어받은 납작한 빵 중에는 발효 반죽을 직화로 구운 난이 있다. 난은 인도,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아프리카 북부 연안에서 발달. 짚신처럼 크고 넓적하다고 해서 짚신빵이라 불림. 난에는 상갹, 바르바리, 타프툰, 라비쉬의 네 종류가 있다. 밀가루에 버터, 우유, 달걀, 빵효모, 베이킹 파우더, 소다 등을 섞어 하루전에 반죽을 만들어둔다. 이 발효반죽을 얇게 밀어 탄두르라는 항아리 모양 화덕 매에 붙여서 굽는다. 유럽의 화덕은 입구가 옆으로 나 있는 구조인데, 탄두르는 위로 난 것이 재미 있다. 조금씩 만들어 정성스레 구워낸다. 난을 보자기처럼 얄찍하게 늘인 것이 탄나와이다. 난보다 얇아서 좋아하는 속재료를 싸기 쉬운데, 반으로 접거나 한번 더 접어서 오른손으로 먹는다. 이라크, 시리아, 이집트에서 즐겨 먹는 빵이다. 구워서 바로 먹어야지 식으면 맛이 없다. 식당에서는 주문을 받은 뒤에 천천히 구워낸다. 바로 끓여서 뜨거울 때 먹는 라멘과 비슷하다.
- 아랍빵도 얇게 빚어 굽는 발효빵이다. 카이로에서는 발라디라고 한다. 지름이 25센티, 두께가 1~2세티미터쯤 되는 빵인데, 얇아서 1~2분만에 구워진다. 속이 빈 빵에 고기나 야채같은 재료를 채워 먹는다고 해서 포켓 브레드라고 한다. 분식문화와 육식문화에 따르면 쿠웨이트의 아랍빵인 쿱즈는 지름이 20센티 되는 얄찍한 발효빵인데, 고기나 야채를 싸 먹는다. 난은 화덕 내에 붙여 굽는데, 쿱즈는 바닥에 놓고 1분정도 만에 순간적으로 구워낸다. 아랍인의 식사에 빠질 수 없는 난이나 쿱즈에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 기원전 4000년 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등장한 빵은, 발효시키지 않고 구운 얇은 전병 같은 빵이었다. 이 빵은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져 발효반죽을 오븐에서 구워내는 발효빵으로 발전. 그러나 발효시키지 않는 고대 빵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물발효빵 지역에 전해 내려옴. 팽창제를 사용하지 ㅇ낳고 반죽을 얇게 늘여 굽는 납작한 빵이다. 그런데 왜 중근동에서 인도에 걸친, 건조하고 습한 날씨와 오락가락하는 더운 지역에서 무발효빵이 발전하고 정착한 것일까. (1) 빵 효모의 생육관리가 어려움. 일반적으로 건조지대일수록 발효식품이 많다. (2) 발효빵은 고온에서 쉽게 변질된다. (3) 물과 밀가루와 열원만 있으면 단시간에 구울 수 있다. (4) 이동생활을 하는 유목민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5) 온갖 재료를 싸먹을 수 있어서 식기가 많이 필요없다.
- 납작한 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먹을만큼 손으로 떼서 카레 음식 같은 것을 곁들여 따뜻할 때 먹는다. 식으면 맛이 떨어진다. 부드럽고 잘 먹히며, 독특한 풍미가 있다. 발효빵 지역에서 종교의식에 발효종을 넣지 않은 무발효빵을 쓰거나 빵을 뜯어먹는 풍습은 무발효빵 지역의 영향 때문이다. 빵을 납작하게 굽는 조리형태는 인도나 중근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멕시코의 토르티야, 미국의 팬케이크, 프랑스의 크레프, 중국의 바오빙,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등 전 세계에 분포함.
- 육식과 빵. 일본인은 미식민족이라 한다. 빵을 즐기는 서양인은 빵식 민족이 아니라 육식민족이다. 쌀밥이나 빵이나 똑같이 전분이다. 그러나 전분섭취에 대한 일본인과 서양인의 생각은 근본부터 다름. 미식, 육식의 문명에 따름녀, 유럽의 기후풍토는 작물재배에 적합하지 않음. 곡물수확량이 적다보니 식량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따라서 목장으로 이용하는 편이 유리함. 유럽 농업은 사람이 먹는 곡물확보보다는 사료작물 재배가 중심인 까닭에 목축과 그 가공기술이 발전한다. 한편 일본인은 덴무 천황이 육식 금지령을 내린 후 1200년 동안 짐승고기를 멀리하고, 야채와 어패류 중심의 식사를 해왔다. 유럽은 육식을 부정하지 않는 그리스도교를, 일본은 육식을 기피하는 불교를 받아들인 것. 세월이 흘러 명치유신을 거치면서 일본은 서양문명 따라잡기에 온힘을 기울임. 극단적 서구화로 기울면서, "벼농사보다 목축을 우선하자"는 주장과 "벼농사는 일본의 전통이다."라는 주장이 맞섬. 실제로는 절충안인 화혼양재를 바탕으로 근대화를 추진
- 이 같은 차이는 일본인과 유럽인의 빵 먹는 방식에도 잘 나타남. 미식, 육식의 문명에 따르면, '일본인이 생각하는 토스트는 구워서 빵 표면에 살짝 윤기만 돌 정도를 버터를 바른 빵이다. 말하자면 빵이 주체고, 버터는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할 뿐이다. 샌드위치도 빵이 두껍고, 속잴는 챔이건 치즈건 모두 얇다. 같은 이름의 서양음식과 비교해보면, 가령 미국의 명물인 핫도그건 영국인이 즐겨먹는 샌드위치간에, 얇은 빵에 버터를 듬뿍 바르고 베이컨이나 달걀을 푸짐하게 채운다.'라고 한다. 육식의 사상에도 유럽인의 빵 먹는 방식에 관한 기술이 나옴. '빵을 먹으려고 버터를 바르고 고기와 야채를 끼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버터, 고긱, 야채를 맛있게 먹기 위해 빵을 이용할 뿐이다.' 간식으로 단팥빵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2차대전으로 인한 식량위기를 해소하려고 빵식에 의존한 일본과, 민족빵의 전통을 지켜온 서양나라와의 큰 차이점이다.
- 소멘은 독특한 액현상(소멘이 덥고 습한 장마철을 거치면서, 원료 밀가루의 효소 활성화로 인해 숙성과 성분분해가 촉진되어 품질이 좋아지는 현상)을 타나냄. 추위가 한창일 때 만들어진 소멘은 장마철을 한번 넘길 때마다 2년산, 3년산이라고 매겨지는데, 대개 3년산을 최고로 친다. 액현상을 거친 소멘은 삶아도 잘 불지 않음. 기계소멘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 에도 중기의 만근산업대에 따르면 (1) 소멘은 묵은 것이 좋다. (2) 해가 지날수록 기름기가 약해지고 간도 알맞아진다. (3) 맛이 산뜻하고 소멘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장하는 동안 소멘의 지지로가 전분이 미묘한 변화를 일으켜 스파게티의 알덴테상태처럼 된다. 소멘의 참맛은 이 독특한 식감과 매끄러운 목넘김에 있다.
- 국수 제조기술의 진보. 일본인은 국수를 좋아한다. 재래방식으로는 국수 수요에 댈 수 없게 되면서 양산화 연구가 시작됨. 1883년 사가 현의 마사키 데루사토가 제면기 제1호를 완성. 이후 개량이 지속되면서 다이쇼에서 쇼와에 걸쳐 기계면 생산이 현저히 신장됨. 이후 오랫동안 기계면이 전성기를 누림. 그러나 문제는 수제면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것. 같은 밀가루를 쓰더라도 더하는 물의 양이 다른 것이다. 수제면을 만들 때는 물을 40~50%나 넣지만, 기계면은 30~35%면 된다. 반죽이 무르면 끈기가 생겨 면띠가 잘 만들어지지 않고, 롤 조작도 어려움. 글루텐 형성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면발을 만들다 보니 국수가 덜 쫄깃함. 예전에는 밀가루에 물을 넣고 천천히 믹싱을 했는데, 최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됨. 1분에 수천번의 속도로 믹싱하는 혼합기 속에서 밀가루 입자와 물 미스트를 순간적으로 섞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도입하면서 (1) 첨가하는 물의 양이 늘고, (2) 글루텐 형성이 촉진되어 (3) 국수 맛이 현저히 좋아짐. (4) 잘 삶아질 뿐더러 (5) 삶을 때 덜 풀리고 (6) 조리후 원료에 대한 제품 비율도 향상됨. (7) 면발도 한결 쫄깃핟. (8) 이것을 다가수숙성면이라고 하는데 (9) 수제면의 식감에 가까움. 또한 pH조정에 의한 정균효과, 수분활성, 탈산소제, 냉동 등의 기술을 적용한 포장면, 반생면, 냉동면 같은 쫄깃하고 장기보존이 가능한 국수가 개발되고 있다. 선인들의 노력과 집념이 결실을 맺어, 언제든 간편하게 수제면 같은 국수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됨
- 라멘용 국수는 우동과는 다르다. 중력분보다 글루텐이 잘 형성되는 밀가루가 좋다. 단백질 함량이 10.5~11.5%인 준강력분에 소금과 간수(면질개량제)를 더함. 간수는 탄산칼륨, 탄산나트륨, 인산칼륨, 인산나트륨 혼합물인데, 플라보노이드계 색소를 노란색으로 발색시키고, 글루텐의 점탄성을 높여 라멘 특유의 식감을 자아냄. 면발의 탄력을 높이기 위해 강력분을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종류는 제면방식에 다라 기계면, 소연면, 선절면, 형상에 따라 굵은 면과 가는 면 등 다양하다. 손님의 주문을 받은 후에 라멘을 삶는 이유는 면발이 잘 퍼지기 때문이다. 바로 끓여 뜨거울 때 먹는다
- 나가사키 참퐁의 탄생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메이지 시대에 중국 푸젠성에서 진평순이란 사람이 일본에 건너온다. 진평순은 일본에 가난한 중국 유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섞어서 싸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푸짐한 국수음식을 만듬. 이때가 1899년인데, 라벤이 등장하기 전이다. 이 시카이로의 국수음식이 큰 호평을 얻으면서 다이쇼 시대 참퐁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됨.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잔 새우, 오징어, 굴, 모시조개, 맛조개, 파, 숙주, 양파, 당근, 양배추, 죽순, 표고버섯, 목이버섯, 찐 어묵 등 열 다섯 가지가 넘는 재료를 라드로 볶아서, 국수와 함께 돼지뼈와 닭뼈 곤 국물을 부어 끓인다. 국수는 참뽕 사리라고 하는데, 강력분과 박력분을 반씩 섞어 만든다.
- 참퐁의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따. (1) 푸젠성의 인사말인 츠판이 와전되었다는 설. (2) 온갖 잡다한 것을 뒤섞어 놓은 모양을 뜻하는 참퐁이란 말에서 따온 이름이란 설. (3) 에도바야시(전통 무대극의 한 형식)에 쓰이는 징과 북의 소리인 '참'과 '퐁'을 합친 이름(서로 다른 소리의 결합에서 갖은 재료를 섞어 조리한 음식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이란 설이 있다.
- 한반도의 제면기술. (1) 밀가루는 귀한 소재여서 (2) 메밀가루, 옥수수가루, 날콩라구, 감자가루, 녹두전분 같은 잡곡분을 써서 국수를 만듬 (3) 잡곡분은 글루텐 형성이 충분하지 않고 (4) 따라서 손으로 잡아당겨 늘이는 국수는 발달하지 않음 (5) 대신 간편하게 국수를 만들 수 있는 압출기가 발달. (6) 또한 곡분의 일부를 호화시켜 반죽하는 기술이 축적되면서 (7) 독특한 식감을 지닌 다양한 국수가 생겨남
- 파스타 제법. 강력계 세몰리나(듀럼 세몰리나)에 달걀과 올리브유를 넣고 밀방망이로 밀어 칼로 썬다. 가정용 파스타 머신도 나와 있음. 이런 생파스타는 신선하고, 밀가루 특유의 단맛이 난다. 그런데 장기보존에 적합하지 않다는 흠 때문에, 기계를 이용한 양산화로 전환하게 됨. 세몰리나에 25% 정도 물을 넣고, 푸석푸서한 상태에서 압력을 가해 성형기로 뽑아낸다. 다이스의 모양에 따라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파스타 제조는 건조공종이 어렵다. 급속하게 건조시키면 표면에 금이 간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천일건조 같은 조건이 바람직. 80%이상의 습도, 40도 정도의 저온에서 서서히 건조시키므로 48시간 넘게 걸림. 최근에는 기술발전으로 80도의 고온, 고습에서 건조할 수 있게 되어, 시간도 16시간에서 10시간으로 대폭 단축되었음. 그런데 1년간 소비할 수 있는 건면은 수분함량이 14~15%인데, 파스타는 12~13%임. 불과 2~3%의 수분차이로 장기보존이 가능한 셈인데, 반대로 삶는 시간은 건면의 2배나 된다. 최근에는 삶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음. 건조 파스타는 빛나는 호박색을 띠며,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단면이 유리상으로 변함. 수분침투가 어려우서 잘 익지 않는 특성과 관련이 있음.
- 1871년 통일국가가 되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도시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역전통을 계승한 특색있는 스파게티 소스가 많음. 기본형은 서른가지 정도인데, 가장 자주 이용되는 것은 토마토 소스임. 토마토 소스에 고기를 넣으면 볼로네제(미트소스)가 되고, 어패류를 넣으면 페스카토라가 되고, 잘게 썬 베이컨을 넣어 달걀 노른자로 버무리면 카르보나라가 되고, 모시조개 비슷한 봉골레를 넣으면 봉골레가 되고, 마늘, 붉은 고추를 넣으면 페페론치노가 된다. 응용범위가 대단히 넒고, 저마다 파스타와 멋지게 어울린다.
- 이탈리아의 소스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소재는 토마토, 마늘, 올리브유, 치즈가루의 네가지다. 토마토는 포모도로라고 하는데, 지중해의 풍요로운 태양을 담뿍 머금은 황금의 사과다. 16세기에 신대륙인 멕시코와 페루 근방에서 들여온 작물이다. 처음에는 관사용이나 약용으로 가꾸었으나, 이탈리아의 기후풍토에 적응하면서 파스타 요리의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됨. 토마토 소스용으로 품종개량한 산 마르차노 종이 탄생한 것. 파스타는 토마토와 만나면서 크게 발전. 마늘은 나쁜 냄새를 없애고, 특유의 풍미와 감칠맛을 더한다. 올리브유는 지중해 연안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재다. 가루치즈인 모차렐라는 고기나 어패류의 맛을 풍성하게 한다.
- 토마토 소스는 갈색계의 모체소스로,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적인 조미료다. 가정에서는 양파에 올리브유를 넣어 갈색이 날 때까지 볶다다, 셀러리, 피망, 마늘, 소금, 후추와 토마토 퓨레를 넣고 푹 끓여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소스는 병에 담아 올리브유로 표면을 덮어 1년간 두고 먹는다. 고기, 생산, 조개, 달걀, 야채를 조리할 때나 조림, 파스타소스로 이용. 미국의 토마토 케첩은 완성된 토마토 조미료로, 이탈리아의 토마토 소스와는 다르다
- 스펀지 케익의 표준배합은 밀가루:설탕:달걀=1:1:1DLSEP, 카스텔라는 1:2:2다. 밀가루에 비해 설탕과 달걀 비율이 높아서, 노란색의 걸쭉한 배터(케이크 반죽)가 만들어진다. 한번 들어간 공기는 잘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기포가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또한 공립법(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한꺼번에 거품 낸 뒤에 재료를 섞는 반죽법)과 별립법(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거품낸 뒤에 재료를 섞는 반죽법)이 고안된다. 카스텔라 반죽을 나무틀에 부어 오븐에서 균일하게 구워내려면, 가스 빼기 조작 등 상당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 달걀 노른자의 양을 30% 늘린 고산야키(노른자 5개에 흰자 3개의 비율로 넣고, 설탕양도 늘려 만든 카스텔라)에 이르면 그야말로 명인의 솜씨다.
- 카스텔라는 떫은 맛이 강한 차나 브랜디에도 잘 어울림. 소화가 잘 되고 보존성이 좋으며, 영양가도 높음. 카스텔라는 나가사키에서 교토를 거쳐 에도에 전해져, 에도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단맛이 강해짐. 일본산 밀가루에 적합한 카스텔라는 서민층에 빠르게 보급된다. 나가사키에는 400년을 이어 내료온 전통 있는 카스텔라 제과점이 있다.
- 영국과자로 유명한 비스킷은 설탕, 달걀, 버터, 우유, 베이킹파우더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모양을 빚어 굽는다. 포르투갈의 비스코이투가 영어의 비스킷이 된다. 프랑스어에서는 같은 철자로 비스퀴라고 발음. 라틴어 비스콕툼 파넴에서 유래하는 말로 비스는 두번, 콕툼은 굽다, 파넴은 빵이란 의미. 직역하면 두번구운 빵이다.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어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군용식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휴대가 간편해서 여행자들이 지니고 다녔으며, 수도원의 보존식이나 항해용 식량으로 활용되었따. 중세 십자군 원정이나 콜럼버스, 마젤란의 원양항해에서도 활약한다. 16세기 후반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스본에게 명령해 궁정에서 비스킷을 굽게 한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 비스킷을 매우 좋아해서 오스본마리라고 이름을 짓기도 함. 비스킷은 구울 때 부풀지 않도록 쇠바틀 같은 것으로 구멍을 내는 것이 특징. 비스킷은 하드타입과 소프트타입이 있다. 하드 비스킷은 비교적 글루텐이 많은 밀가루에 소량의 설탕과 버터를 넣어 만듬. 소프트 비스킷은 글루텐이 적은 밀가루에 설탕과 버터를 넉넉히 넣으므로 식감이 부드러움. 영국에는 비스킷만 있고 쿠키가 없는 반면, 미국에는 쿠키가 대부분
- 뎀뿌라의 튀김옷. 간토와 간사이의 뎀뿌라는 튀김옷에서 큰 차이를 보임. 도쿄 뎀뿌라는 노르스름하고 기름 풍미가 진하다. 에도 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해, 반죽에 달걀 노른자를 많이 넣어 기름이 잘 배도록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간사이에서는 흰빛이 도는 담백한 뎀뿌라를 선호하는데, 달걀 흰자를 많이 넣어 기름이 덜 배도록 함. 반죽에 달걀 양만 조절해도 튀김놋 상태는 상당히 달라짐. 기름이 너무 많이 배어 질척하면 풍미를 해치므로 바삭하게 튀긴다는 점에서는 간토나 간사이나 같음. 사실 중력분계인 일본산 밀은 글루텐이 잘 생겨서 뎀뿌라 반죽에는 적합하지 않음. 미미구진에 메리켄코(강력분)의 글루텐 성질을 억제하려고 녹말가루를 섞거나, 바삭하게 튀기려고 쇠귀나물이나 참마를 갈아넣는 내용이 나옴. 뎀뿌라 반죽에는 박력분이 적합하며, 이삼년 묵힌 숙성된 것이 좋다. 제분해서 바로 쓰는 것은 피한다. 숙성을 충분히 거쳐야 글루텐 질이 안정되기 때문. 튀김반죽(배터)은 시간이 지나면 끈기가 생기므로, 가볍게 섞거나 반죽을 조금씩 만드는 것이 좋음. 또한 여름철에는 얼음물로 반죽하는 배려도 필요. 반죽농도는 튀김재료에 따라 조절. 가령 뎀뿌라 덮밥용은 약간 되게 반죽해서 튀김옷을 두툼하게 입힌다.
- 묽은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음. (1) 충분히 섞어서 글루텐을 형성하는 반죽법과 (2) 끈기가 생기지 않도록 굵은 젓가락으로 가볍게 섞은 반죽법이다. 이때 덩이가 덜 풀린 상태에서 그만 섞어야 한다. 처음 방법은 달걀노른자, 설탕, 소금, 우유, 증류수를 섞은 프랑스의 베네와 영국의 프리터 같은 튀김이다. 특별한 조리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고, 튀김옷이 연해서 식어도 맛있다. 두번째는 일본의 뎀뿌라다. 입안에서 아삭아삭 부서지는 맛있는 튀김이 만들어지지만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 빵가루를 입힌 튀김과 빵가루. 빵가루를 입힌 튀김으로는 커틀릿, 돈가스, 크로켓, 새우튀김, 굴튀김이 있다. 빵가루를 입힌 튀김 중에는 서양음식을 일본화한 것이 많다. 빵가루는 빵을 분쇄해서 입자를 고른 것이다. 창작 연대는 분명치 않으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라틴어인 파에서 포르투갈어 파웅이 나왔으며, 프랑스어 파네는 빵가루를 입힌다는 의미. 밀가루에 이스트, 소금을 넣은 발효반죽을 빵처럼 구운다음. 분쇄해서 체에 내려 입자를 고른다. 보존성을 높이려면 건조시킨다. 설탕, 유지를 많이 넣으면 잘 타기 때문에 빵가루로 쓸 수 없다.
- 빵가루의 효용은 다음과 같음. (1) 기름 침투를 막아 재료의 풍미를 유지시킴 (2) 밀가루, 달걀, 빵가루의 세겹이 싸고 있어 재료와 기름이 직접 닿지 않음 (3) 빵가루에 알맞게 밴 기름이 튀김의 풍미를 높임 (4) 바삭한 식감이 재료의 맛과 잘 어우러짐. (5) 영양가를 높임 (6) 먹음직스럽고 푸짐해 보임
- 그런데 일본 빵가루와 서양 빵가루는 맛이나 조리형태가 상당히 다름. (1) 유럽에서는 빵을 오븐에서 천천히 구워서 건조시킨 다음 분쇄해서 빵가루를 만듬. 입자가 좁쌀알 정도로 가지런하다. 오스트리아의 송아지 요리인 비엔나 슈니첼이 유명. (2) 미국에서는 소다크래커를 분쇄해 향신료를 섞어 사용. 빵가루란 말 대신 브레더라고 함. 프라이드 치킨이 있다. (3) 일본에서는 배소식, 전극식으로 빵을 구워 거칠게 분쇄함. 입자가 고르지 않아 기름을 잘 흡수함. 돈가스가 그 예이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거리의 역사(하)  (0) 2016.03.26
먹거리의 역사(상)  (0) 2016.01.28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식탁  (0) 2016.01.23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  (0) 2015.12.13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0) 2015.10.2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