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경영 2021. 9. 15. 20:19

- 미군은 매우 작은 전압 변동(이는 컴퓨터가 마치 악마의 소유물처럼 작동하게 만들지만, 미국의 그리드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공공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공격 위협도 용납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 결과, 미군은 국내 기지가 사용하는 전력망을 모두 마이크로그리드 microgrid 로 전환하고 있다. 구글 Google 역시 본사와 데 이터 센터를 마이크로그리드로 만들고 있으며, 코네티컷주 정부와 뉴 욕주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뉴욕에서만 무려 83개에 달하는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38 시티뱅크 CitiBank, 비즈니스위크 Businessweek, 에디슨일렉트릭인스티튜트 Edison Electric Institute 등 여러 기관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유틸리티가 얼마 가지 않아 멸종할 것이 라고 예측한다. 아마도 유틸리티들은 전력선 관리자로 존속할지도 모 르지만, 더 이상 전력을 생산하지도(이미 다수는 그렇다) 이를 팔아 돈 을 벌지도 않게 될 것이다.
- 그리드가 어떻게 가동되는지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그리드 는 생산된 전력을 거의 실시간으로 배송하며, 망이 연결된 모든 지점 으로 표준화된 전류를 쉽게 이송하는, 아주 복잡하게 얽힌 시스템이 다. 그리드의 기본 구조는 사용자들이 보기에는 발전소에서 시작해 토스터에 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전소에서 시작해 발 전소에서 끝나는 거대한 고리 모양의 구조를 이룬다. 발전소에서 원 자의 궤도로부터 전자를 뜯어내면, 이것은 이 고리를 따라 그리드라 는 전체 시스템 속으로 옮겨 가며, 시스템에 연계된 다른 모든 것이 상황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원자 궤도로 전자들은 되돌아온다. 발전소 는 이런 전자 분리 작업을, 바람, 천연가스, 석탄, 육불화 우라늄을 산 화해 만든 연료 팰릿, 마른 소똥 같은 연료를 태워 수행한다. 사실 연료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순환 고리 위에 놓여 있는 것은 공장, 사무실, 농장 그리고 토스터로, 이것들은 모두 발전소에서 풀려나온 전자가 이를 관통할 때 전력을 활용하는 곳들이다. 소비자가 얼마나 전력을 요구하든, 각각의 순간에 그리드에 연계된 전력 소비 장치가 무 엇이든, 이들의 소비 전력은 바로 그 시점에 그리드에 연계된 발전소 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력의 양과 물량 면에서 거의 완벽하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 현관등을 켜든, 새로운 서버 농장'의 가동을 시작했든, 전력 소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마찬가지다. 이는 첨두부하(소비자들이 갑자기 5분 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상황)가 왜 유틸리티가 기민하게 대처해야만 하는 중대 문제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전력 소 비에 대한 계획이 왜 우리가 언제 소비하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보 다는 언제 생산할 수 있을지에 따라 이뤄지는지(뭔가 뒤집힌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현명한 아이디어다)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풍력, 태양, 파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연료원에서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즉 가변 발전소가 문제다.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결국 통제에 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부하가 공급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도 가능하고(가령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에어컨을 켜는 순간, 풍력 농장에서는 바람의 세기가 약해 지는 경우), 구름이 태양전지판을 덮어 최외각에 있던 전자를 벗겨내는 전지판 능력이 격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유틸리티나,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그 밖의 기관들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매우 기민하게 행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력이 부족해져 불을 켜놓을 수조차 없게 된다. 정전은 거의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 발전기에 시동이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발전기 의 출력을 상승시키는 작업은 전혀 쉽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발 전기는 5분 안에 출력을 50%까지 상승시킬 수 있어서,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천연가스 발전기의 경우, 냉간 기 동cold start'으로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데 10분 정도가 걸린다. 원전의 발전기는 단 몇 초 안에 가동을 멈출 수 있으나, 이를 다시 가동하려 면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42 21 |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5분은 짧은 시간처럼 보인다. 게다가 석탄 화력발전소가 매 5분마다 125톤에 달하는 석탄을 분쇄하고 연소하 는,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적 시스템이라는 사실까지 알고나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 그리드는 오래전부터 유연하지 않고, 부서지기 쉬우며, 독점적으로 관리되는 거대한 단일 조직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전기 공급은 지금에 비해 상당히 작은 지역 단 위에서 이뤄졌다. 실제로 그 시기에 전력망은 전국적인 망이 아니라, 건물을 가로지르는 전선이 없는 집 한 채 크기의 발전 시스템에 가까 웠다. 몇 년이 지나자, 사용자들의 작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전선 과 발전기 1, 2개로 이뤄진 수많은 '마이크로그리드'가 여럿 생겨났다. 이러한 마이크로그리드는 오늘날에도 대학교 캠퍼스, 교도소, 군기지에서 가동되지만, 지금과 달리 초창기 전기 시대의 망들은 저마다 다른 전압의 전기를 전송했다. 그것들은 지리적으로 서로 겹치기도 했는데, 전차, 전등 그리고 산업 시설들은 각 시설의 전용 전선에 의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전선들은 아주 많았다. 새까만 스파게티면처럼 엉킨 전선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19세기가 끝날 무렵, 전기인프라는 이 전선의 모습만큼이나 뒤죽박죽이었다.
시작은 전혀 정돈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소비지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발전소, 소비자와 발전소를 잇는 기다란 송전망, 그리고 개별 가구 및 해당 지역 내부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배분하는 배전망,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전국망 그리드를 가지고 있 다. 이 망의 구조와 작동 방식은 물리학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미국 이나 산업화된 다른 국가에서 전기가 작동하는 방식은 문화적 가치, 역사적 요구, 정부의 성향, 금융업자의 자본 투자가 만든 것이다.
왜 그리드를 지금과 같은 이런 형태로 유지하고 있는지를 이해하 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초기 전기화 시대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리드가 대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 고, 부서지기 쉽고, 유연하지 않으면서도 놀라울 만큼 평등한 기계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드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모두 에게 손쉽게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빈곤층은 물론 특권층에게도 공평 하게 블랙아웃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에디슨의 그리드는 아크등뿐만 아니라 가스등과도 경쟁해야 했다. 에디슨의 직류발전기보다 먼저 발명된 발전기의 유형만 해도 문 자 그대로 수백 종류에 달했다.  에디슨의 병렬회로가 아무리 혁명 적이었다고 해도, 또 그가 제공하는 전구가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만 족감을 주었다 해도, 그것이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에디슨의 그리드, 에디슨의 발전기, 에디슨식 배선과 결선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던 필 연적인 이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에디슨은 시장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오늘날의 마케팅 전문가 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방법을 택했다. 에디슨은 에디슨식 그리드 를 제작하려면 그리드의 구성 요소가 에디슨식 그리드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과 결합해야만 운용이 가능하도록 각 요소를 설계했다. 에 디슨식 전구나 에디슨식 회로를 원한다면, 에디슨식 발전기, 스위치, 전선을 깔아야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에디슨이 고용한 사람들을 불러야만 했다. 에디슨의 그리드는 말하자면 일종의 키트, 그리드 구성 키트였다. 다시 말해, 공공 또는 개인 조명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놓은 키트였다. 이 시스템의 구매자들 다수는 공장과 대규모 공공건물이었고, 일부는 지방정부였으며, 아주 드물게는 대부호들이 개인 용도로 이를 사들였다.
- 도시에 설치된 에디슨 병렬회로 시스템은 개별 시스템에 비해 훨씬 더 컸고, 그리드 네트워크의 중심에 발전소가 있었기 때문에 “중앙” 그리드라고 불렸다. 그보다 작은 개인 소유 그리드는 일반적으로 단일한 소유자가 단일한 용도를 위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 발전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중에서 전기화 저택 소유자는 조명을 밝히는 데 자신의 그리드를 활용했고, 전차 회사의 운영자는 동력 교통 수단을 원하는 도시 주민들을 전차로 실어 나르기 위해 발전소를 사용했다.
- 뉴욕, 클리블랜드, 시카고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중요했던 문제는(애플턴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지만), 전기의 잠재적인 용도는 많은 반면 이 용도에 알맞은 각각의 특정 전압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직류는 대 략 1886년까지는 모든 그리드에서, 심지어 20세기 초까지도 대부분 의 그리드에서 활용되었다. 발전기에서 설정되어 유연하게 변경 수 없는 전압의 전기가 그리드 전체를 관통한 것이다. 그리드가 직류를 사용한다면, 전차와 전등을 동일한 발전기와 전선망에 연결해 사용할 수 없었다. 모든 전구가 과전압으로 폭발하거나, 전차가 저전압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두를 만족시킬 적당한 중간 값이 없었다.
그 결과, 대도시에서는 그리드의 수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늘어 났다. 직류 그리드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전압에 대응해 제작되었던 데다 경쟁하는 전력 회사들과 전차 회사들이 인프라를 공유할 동기 도 전혀 없었기에, 각 회사는 자체적인 그리드를 구축했다. 이러한 사 설 그리드는 각자 자체 발전소와 전용 전선을 확보했다. 이미 전신주 를 공유하고 있었던 전화선과 전신선에 이 새로운 그리드망의 전선도 추가되어(오늘날의 TV 케이블 네트워크, 전화 유선선이 전기 배전망과 전신 주를 공유하듯), 거리 위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1890년이 되자, 맨해튼 시내에서는 하늘을 보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건물과 거리를 따라, 서 로 비슷하지만 분리된 여러 그리드들의 전선 뭉치가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다.
- 1880년 대부터 1900년대까지, 전기 생산은 보통 오늘날의 온수나 냉방 시스템과 유사하게 개별 시스템으로 구축되었다. 당시 (하나의 개념으로서, 또 제품으로서) 중앙 발전소 그리드는 다른 전력 회사나 동일한 구조의 다른 시스템과 경쟁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설 발전소와 경쟁했다. 다시 말해, 한 가구나 한 사업장에만 전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가족, 하나의 사업체에 의해 소유되어 이들에게 비용이 지불되는 소규모 그리드와 경쟁하고 있었다. | 보통 눈여겨보지 않지만, 난방과 냉방도 전기와 마찬가지로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개별적으로 생산하기보다 중앙 시스템으로 생산할 때 에너지를 더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구소련에서는 도시마다 난방용 증기를 생 산하는 지역난방 공장이 있었고, 미국 대학교 중 다수는 중앙 냉방장치에서 캠퍼스 전체로 뻗어 있는 배관을 통해 시원한 공기를 공급하 는 냉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냉난방 시스템은 대부분 사설시스템이지만, 그래야만 하는 물리적이거나 공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 은 아니다. 98 전기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전기가 공공재라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 21세기 직전까지만 해도, 전기를 만들고 분배하는 자연스러운 방 법으로 대형 공공 그리드라는 개념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이었다. 나 는 전력 회사가 제공하는 전기의 일관성 없는 품질에 불만을 가진 사 람들을 여러 차례 인터뷰했었다. 이들은 스스로 전기를 만들고자 다 양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전기가 인권과 직결 되어 있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옹호했는데, 식수와 깨끗한 공기처럼 모든 사람들이 전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 장했다. 나 역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앞으로 20년 동안(독일의 경우 지금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애리조나, 하와이, 남부 캘리포니아처럼 일사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수많은 사설 발전소 시스템이 설치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양질의 전력에 접근할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모든 사람에 게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라면, 전기를 편 파적이거나 불균등하게 배분해서는 안 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 은 그동안 미국이 지향한 가치를 더 이상 추구하지 못할 것이다. 전기 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사람들이 나뉘는 일을 지지해서도 허 용해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가격이 저렴해지면, 미국을 부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동일한 품질의 전기에 접근 하게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조차 전기가 끊어 져 전등이 깜빡인다거나 특정 시간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배급제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또한 선불제 미터기를 설치해 전기를 사용하는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지도 않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만 하더라 도, 전기가 선불제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를 지불할 수 있는 부유층만 이 에어컨, 조명, 인터넷 그리고 전자 매매 시스템을 하루 종일, 1주일 내내 누린다. 모두를 위한 표준화된 전력은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하 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한, 20세기를 관통하는 가치다. 그러나 21세 기에 사설 발전소가 다시 유행하게 되면서, 우리는 거대 발전소가 지 배하던 그리드에 무수히 많은 소규모 발전소를 통합하는 과제를 떠안 게 되었다. 그리고 양질의 전기를 모든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과제를 다시 짊어지게 되었다
- 발전소는 1895년에 완공되었고, 그때부터 이 발전소는 나이아가라폴스 지역 일대에 전력을 공급했다. 1896년 11월, 발전소에서 버팔로에 이르는 장거리 송전이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마 재, 실리콘, 흑연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조업체가 전력을 저렴하게 사 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버팔로로 모여들었다. 이 제조업체들 가운데 미국의 미래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알루미늄 제련 업체들일 것이다. 이들은 나이아가라폭포의 힘으로 만든 전기를 활용해, 알루 미늄 제련을 처음으로 수지 맞는 산업으로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땅에서는 물론 하늘에서도 쓰일 만큼) 가벼운 엔진에 적합하면서도 강도 높은 금속을 보유하게 되었다.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고, 곧 비행 기 여행이 뒤따랐다. 
우리가 보유한 그리드, 즉 1880년대의 혼돈을 해소하고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 그리드는 나이아가라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있 었던 수많은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 다상 교류 방식을 활용하는 한편, 주파수는 60 헤르츠로 맞추고 이러한 전력을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해 고압 선로를 통해 장거리 송전을 수행한 다음, 송전망에서 쓰이는 것 보다 전압을 낮춰 배전한다. 이때 전기의 전압 역시 110볼트와 220볼트로 표준화되어 배전된다. 곧 다른 지역에도 동일한 모델에 따라 그 리드가 생겨났고, 회전 변류기, 그리고 그보다 조금 뒤에는 위상 변환 기(단상 교류 시스템을 다상 시스템과 상호 연계해 운용하게 하는 장치)도 등장했다. 이러한 장비들은 기존의 전기 인프라와 새로운 교류 그리드 를 서로 연계해 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기업들은 이미 건설했으나 아직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대규모 인프라들을 새로운 그리드 를 활용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차 회사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설치한 직류 시스템을 유지하면 서도, 인접한 교류 그리드에 전기를 공급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전력 설비 제조업자들도 다상 교류 시스템이 보급되었음에도 단상 교 류 모터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다상 교류 시스템은 소규모 지역만을 포괄하는 직류 배전망과 함께 작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심지어 아크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가장 작은 최초의 그리드조차 새로운 변환 기술 시스템으로 인해 망에 그럭저럭 섞여 들 수 있었다. 이렇게 과거의 오래된 설비들이 새로운 그리드와 결합되어 갔고, 한때 미국 전기 인프라의 특징이었던, 개별 사설 발전소에 기반한 수많은 망이 뒤죽박죽 섞여 있던 국면은 퇴조했으며, 중앙 발전소에 의해 전력을 공급받는 대규모 연동형 그리드를 중심으로 범용 시스템'이 자리 잡아갔다.
그렇다면 나이아가라폴스의 수력발전소는 그에 앞서 17년 동안 이어졌던 한 시대의 끝을, 말하자면 흥분으로 가득 차고 혼란스러웠지만 놀라울 만큼 창조적이었던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조종과도 같은 셈이다. 17년간, 1879년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아크등, 1882년 뉴 욕 최초의 저전압 직류 그리드, 1887년 최초의 교류 그리드, 1891년 장거리 고전압 송전망의 가동 그리고 1896년 나이아가라폴스에 건설된 최초의 대형 발전소의 완공 등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특히 나이아가라폴스 발전소는 장거리 송전선의 상시 운전, 병렬회로나 백열등, 다상 교류 전기의 전면적 적용이라는 기술적 과업을 해결하면서 건설 되었다. 이러한 과정 끝에, 미국은 전 국토를 포괄하는 그리드를 가지게 되었다.
- 전기를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길들이고 보급하는 과정이 이처 럼 신속했다는 말은, 1900년대 초에는 전기를 공급받는 집이나 회사, 공장이 흔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대공황이 가장 심각했던 1936년에 농촌전기화법 Rural Electrification Act 이 입법되기 전 까지, 농촌 사람들은 사실상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 전, 20세기의 처음 10년 동안에도, 도시 주민은 물론 교외 거주자, 공장주는 가스등과 증기기관을 주로 사용했지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1900년의 기록을 살펴보자. 공장의 경우, 전기모터를 동력원으로 활용한 것은 13개 공장 중 1개꼴이었다. 가정에서는 20가구 가운데 1 가구만이 전기 조명을 사용했으며, 나머지는 가스등, 등유 등, 촛불을 사용했다. 당시 사람들은 많은 경우 가정에서는 고르고 변함없는 백 열전구의 빛보다는 불규칙하게 깜박거리는 등불을 더 선호했다. 공 장에서는 증기 구동식 기계 엔진이 아주 오랫동안 잘 작동했고, 따라 서 공장주들은 증기가 생산한 전류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의구심 을 품었다. 게다가 당시는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하게 해주는 콘센트 나 플러그가 발명되기 전이었고, 조명 말고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전 기를 사용하는 기기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산업에서도 전기 수요는 거의 없었다. 1901년 기준으로, 맨해튼 전체를 통틀어 냉장고의 수요는 불과 18대뿐이었다. 10년 후인 1910년의 경우, 남부 캘리포니아에 는 4만 5,000대의 전기 제품이 있었지만, 그중 80%는 전열 기기였고 게다가 이들은 모두 전등 소켓에 끼워져 가동되었다. 19 이처럼 전기 조명, 전기모터, 전기냉장고, 전원 콘센트, 플러그가 거의 보급되지 않 았던 이유는 개인의 취향이나 기술 보급의 지연만으로 이해하기는 어 렵다. 최첨단 기술과 보급은 당시 미국의 사회구조, 소득분포, 사업가들의 상상력과도 관련 있었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는 아무도 전기가 대중을 위한 상품일 수 있으며 전력 회사가 전류를 만들고 분배해 전 자 제품을 제조하는 것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 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는 전기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당연하게 여기 지만, 전기 대중화 이전의 인프라와 오늘날의 전기 인프라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만큼이나, 전기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단 한 세기 만에 큰 변화를 겪었다.
- 인설의 선택과 행동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설의 시대로부터 70여 년 동안, 유틸리티들은 낮은 가격으로 무한정 이용 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자 경이로운 수준의 발전 용량을 확보하 며 성장했다. 1969년까지는 미국인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전기의 양 은 그 끝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기 수요 역시 미국의 유틸리티들이 공급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머물렀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 크기와 효율성의 연동 관계는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도 참담했다. 전기 엔지니어들은 성장(고객 기반)과 건 설(더 많이, 보다 큰 발전기) 사이의 연동을 마치 진리처럼 생각하는 코 호트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 제4차 중동전 쟁에서 시작된 첫 번째 에너지 위기가 미국 전 지역을 덮쳤을 때, 전기사업자와 규제 당국 모두 이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던 연동 관계를 마치 자연법칙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법칙들이 매우 갑작스럽게 그 작동을 멈추자, 마치 중력이 사물을 땅으로 끌어당기는 작용을 멈추면 사물들이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되듯, 전기 산업의 구성원들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술 개선이 발전기의 효 율성을 영원히 향상시킬 수는 없었고, 제아무리 미국인들이라고 해도 전기 소비를 계속해서 증가시키는 생활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 게다 가 1970년대의 석유 무기화에 따라,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연 료 가격이 폭등했고 이와 더불어 발전소 건설 비용 또한 증가했다(대 부분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요인 때문이었다). 이는 1970년대가 1900년 이후 최초로 전기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한 시대라는 뜻이다.
- 인설이 수립한 '법칙'에 60년대 초반부터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술 향상이 발전기 효율의 향상을 더 이상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진 시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물리학이 문제였다. 열역학 제2법칙과 그 따름정리인 카르노 정리는 일정한 연료량을 투입했을 때 열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의 최대치는 온도 차의 비율에 의해 제한됨 을 보여준다. 43 그런데 전통적인 발전기는 바로 열기관으로서, 연료 를 열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작동한다. 이 기기는 생산된 열을 사용해 물을 터빈의 블레이드로 향하는 격렬한 증기 제트로 바꾸고, 블레이 드를 회전시켜 샤프트shaft (회전축)를 돌린다. 샤프트의 한쪽 끝은 거 대한 전자석 사이의 틈새에 들어가 있으며, 자석 내부에서 회전하면 서 전류를 생성한다. 이 시스템은 연료(석탄, 플루토늄, 석유, 가스, 바이 오매스, 쓰레기 등)가 무엇이든 노에 들어온 것은 열로 바꾸며, 최고 효 율은 약 50%에 달한다.  이 값이야말로 자연법칙이다. 인류가 이미 건설한 발전소든, 아니 앞으로 발명할 기계가 무엇이든 그 기계의 열 효율 값이 50%를 넘을 수는 없다.
- 발전기의 열역학적 효율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되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보일러와 터빈을 만드는 재료인 금속의 취성이다. 기술적 으로, 이제 우리는 40%의 열효율로 작동하는 증기 발전기를 건설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을 실제로 달성한 설비는 1960년대에 출현했다. 이때 열효율 40%는 물을 섭씨 500도 이상으로 가열하는 한편 그 압 력을 제곱센티미터당 약 220킬로그램으로 높여 이 물을 초임계 유체, 즉 기체의 성질과 액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상으로 변화시켜 활용 해야만 얻을 수 있다.  30년 동안 그리고 하루 종일 이러한 증기를 항상 담을 수 있는 견고한 기계를 만드는 작업은 아주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증기 발전소의 효율이 40%에 가까워질수록 유지 보수는 더욱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관리해도 고장은 잦아질 것이다. 증기의 고온, 고압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값비싼 첨단 합금이 필요하 다. 그러나 이처럼 고급 기술로 공들여 만든 장비에도 오래가지 않아 피로 파괴가 일어나게 된다. 1960년대 중반에 이르자, 유틸리티의 엔지니어들과 의사 결정권자들에게도 30%를 조금 상회하는 효율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신뢰도뿐만 아니라 유지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런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까지 50년간 변하지 않았 다. 2012년, 미국에 있는 화석연료 발전소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발 전소의 열효율이 42.5%에 달하기는 했지만, 이는 일부 천연가스 내 연(무증기) 터빈에서만 기록되는 수치다.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미국 내에서 새롭게 가동된 증기력 발전소는 그 에너지원이 석탄이 든, 플루토늄이든, 석유든 상관없이 대략 34%의 효율을 보였다.
- 유틸리티들이 오일쇼크와 에너지 위기에 급작스럽게 직면했다면, 이 위기의 심층에는 그 속도는 느리지만 곧 전력 산업 전체를 집어삼 킬 불씨가 지펴지고 있었다. 이 불씨는, 성장과 건설이 일종의 시대정 신이었던 시대가 공유한 확신들을 완전히 해체해 버릴 잠재력을 가 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환경 운동의 급성장이 이 불씨의 핵심이었다. 자연을 새롭게 돌봄care 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이들의 관점은,  기존에는 전력 회사에게 그저 약간의 성가신 문제였으나, 입법 및 규 제를 통한 변화가 이뤄지자 '돌봄'은 전력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 는 여러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전기 가격을 인상시킨 1970년의 에너지 부족은 미국인이 에너지 소비 패턴에 대해 보였던 태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1970년대는 '보존'과 '효율'이라는 말이 지배한 시기다. 나는 70년대 중반에 학교 에서 전기 절약 방법을 배웠던 것을 기억한다. 방을 나가는 마지막 아 이는 불 끄는 당번으로 지정되었다. 복도의 조명은 항상 꺼져 있었고, 난방 온도는 스웨터를 입어야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으며, 선생님 들은 소녀들에게 드레스 밑에 타이츠보다는 바지를 입으라고 권했다.
이렇게 일상이 변하자 전기 소비는 감소했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자 발전소 건설 비용 역시 크게 증가했다. 1970년과 1979년 사이, 발 전소 건설에 필요한 노동 및 재료 비용은 120%(1960년대 동안 이 비용 은 2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높아졌고 건설 기간도 늘어났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발전소 건설에는 1950년대 후반에는 단 5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1960년 후반에는 7년이 걸렸다. 발전소 준공까지 시간이 늘어난 이유는 1970년 미국 환경부EPA 가 설립 된 이후 끊임없이 규제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점 이전까지, 발전소의 배출물은 공포스러운 환경 재난을 불러왔다. 오늘날, 비록 탄소 배출은 매우 우려스럽기는 해도 EPA의 규제 덕분에 산성비로 인한 작물의 궤멸이나 물고기 폐사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 이 모든 사실들이 한데 결합해 인설이 수립한 전력 생산의 경제법칙(즉 전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전기 생산 비용 또한 항상 떨어진다. 반면 발전기 효율은 계속 향상되며, 전기 소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을 무너뜨렸다. 이 모든 요인은, 일순간 방향을 바꿔서 복싱 경기의 마지막 순간처럼 유틸리티들에게 치명적인 타격들을 가했다. 상대의 주먹을 철저하게 방어했던 선수가, 급소를 정확히 겨냥해 기습적으로 휘두른 주먹에 가격당해 쓰러지고, 이렇게 타격을 입을 때마다 허우 적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러한 불운과 혼란이 유틸리티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동 향 변화와 겹쳐 과거의 법칙은 무너져 내렸고, 유틸리티들은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해 허둥댔다. 이렇게 되자, 유틸리티에게 의무적인 금 부도 없이 영업 이익을 보장하며, 산업을 규제하는 정부와 규제를 받 는 유틸리티의 신사협정에 의해 지탱되었던 '성장과 건설'이라는 법 칙은 결국 종말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은 카터 행정부 시기에는 그나마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레이건 Ronald Reagan 시대의 탈규제화의 바 람 속에서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투자 보수assured profit° 등을 원가에 포함해 수익을 보장하고 장기 저금리 대출의 보증을 제공하는 제도는, 전력 회사들이 더 크고 더 강 력한 발전기를 도입하고 광범위한 전력망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무시 무시한 인프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물리학의 법칙 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 문화적 분위기와 같은 다른 모든 요인에 비 해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규제 당국은 일정 서비스 구 역 내에서 전력 생산과 판매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전력 회사에 게 부여해 그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국가 지원이 이뤄졌던 이유는, 전력이 여러 사업자들의 경쟁에 의해 가격이 낮아지기는커녕 올라가며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을 보장 하지도 못한다는 독특한 특성의 공적 상품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 다. 153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경쟁의 해로운 영향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그동안 사회에 드러나지 않도록 관료적 장벽 속에 숨겨졌던, 그리고 단지 역사적 우연 속에서 기능하던 현실일 뿐임이 서서히 밝 혀졌다. 그리고 인설이 이룩한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을 억제하고 규제하는 정부의 방침은 그 문화적 뿌리가 기억에서 지워질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진실로 남았다.
- 미국의 그리드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토머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또는 조지 웨스팅하우스라고 답하기보다는, 새뮤얼 인 설이라고 답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정확하다. 그는 중앙 발전소를 일 반화시켰으며, 그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인설의 작업이 없었다면 수많은 공장, 공공건물, 주택의 지하에는 각각의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 었을 것이며, 이들이 의존하는 그리드도 없었을 것이다. 인설은 전깃 불과 전력을 소수가 아닌 대중을 위한 제품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전 기사업은 독점이 자연스레 성립하는 산업이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또 한 그는 어떤 시대든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돈 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던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정보를 사용했고, 이를 통해 공공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에 이르자, 소규모 전력 사업자는 미국에서 사실상 소멸 했고, 소규모 전력 사업을 관리하는 실제 관료 조직이 사라졌으며, 법령에서도 그 존재가 지워졌다. 이 시기에 미국 전체에서, 미국민들이 원하는 만큼, 그리고 원할 때면 언제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 하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19세기가 끝날 무렵 시카고 대도시 권역에 분포해 있었던 다양성 넘치는 전기 시스템을 놀라운 수완으로 단일한 회사 아래 장악했던 새뮤얼 인설의 방법, 그리고 그가 현실에 구현해 냈던 산업구조와 인프라 때문이었다.
새뮤얼 인설이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보잘것없었던 에디슨 프랜차이즈는, 미국에서 작동하는 현대적인 전력 공급 구조는 물론 무엇이 훌륭한 시민 및 소비자의 행동 방식인지 그 규범을 형성했다. 1920년, 시카고와 미국에서는 시골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전기 에 접근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50년에는 전력을 각각의 소비처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모형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게 되 었고, 1970년이 되면 그리드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급 진주의자와 괴짜들밖에는 없었다.
오늘날의 미국인들은 당연히 냉장고, 온수기,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그들은 전등, 벽 콘센트, 그리고 거기에 꽂을 수 있는 그 밖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 전기 스토브로 요리하고, 전열기로 난방하는 사람들 또한 특히 서부 지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무엇을 위 해 전기를 소모했는지, 그만큼의 전기를 위해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거의 이해하지 못한 채 때가 되면 요금만을 지불한다. 1970년대 이후, 전기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도 서서히 변해갔지만, 인 설의 시대에 정립된 일종의 규칙(우리는 하나의 공급자로부터, 우리로서 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를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유틸리티는 대부분의 시간에 이 가격을 고정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있다)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 이에 따라 미국은 한 가지 지식, 말하자면 '로테크 low-tech'로 가정 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 대신 얻었어 야 하는 지식, 즉 멀리 떨어져 있고 복잡한 기술로 가동되는 '하이테 크high-tech'에 대한 지식은 얻지 못했다. 여기서 '하이테크란 디지털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이테크는 안락한 삶을 불러온, 온건하지만 대체로 아날로그 시스템과 얽혀 있는 기술을 뜻한다(이를 가 능하게 만든 기술과 인프라는 1970년대 후반에야 사람들에게 그 대략적인 모습이 알려졌다). 미국인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한 인프라는 2세대 전에는
심지어 아주 위대한 몽상가라도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이었다. 우리 세대의 '보통'은 인류 역사의 다른 시기에서 볼 때 무분별한 수준의 사치였다. 이러한 전환의 결과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한 것을 실행으로 옮기며, 더 긴 수명을 누리고, 질병에 덜 속박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이런 성과를 산출한 시스템은 모두, 이제 일상인들의 이해 수준를 한참 벗어나는 문제를 불러왔고, 1970년대가 되자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 유틸리티들이 대중의 변화에만 눈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전담하는 규제 기구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변화와 개 혁으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과거에 이러한 규제 기관들은 유틸리티들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했으며, 이제는 전력 시장에 장막을 둘러쳐 이들을 여러 변화와 개혁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기관이 되 었다. 이들은 유틸리티들이 경영상의 판단을 내릴 때 시장의 영향에 서 벗어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이 사업자들이 영업에 소모한 모든 비 용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회계사에게 새 의자를 사주고 싶은가? 돈을 가져오라. 새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싶다고? 돈을 많이, 아주 많이 가져오라. | 1970년대, 유틸리티들은 현실에서 살고 있지도, 현실에서 작동하 지도 않았다. 이들이 따르던 규칙은 산업 바깥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들의 권력은 점점 더 절대적인 것,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맹목적인 것이 되어갔다. 에너지 역사학자 리처드 허시는 한술 더 떠서, 지난 수십 년간 유틸리티들이 채용한 사람들은 공과대학에서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전자, 항공 우주, 컴퓨터와 같이 매력적인 산업”에서 흥미진진한 커리어를 쌓기 를 원하지 않고, 더 흥미로운 직업이 있는 땅을 찾아 나서기에는 그다. 지 기민하지도 못한 학생들이 전력 산업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전력 산업은 모험이 없는 대신 꾸준한 보수를 제공하는 정체된 분야였다.
결국 위험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시키는 일을 가장 고분 고분하게 잘 따르는 사람들이 이 산업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 오늘날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설비용량은, 미국이 보유한 전체 전 력 설비용량의 13% 정도다. 하지만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로 주목해야 할 것은, 2014년 한 해 미국에 설치된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기 용량의 53.5%가 풍력이나 태양광이라는 사실이다.  텍 사스주는 205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5%를 재생에너지에서 이끌어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전체를 기준으로는 2030년까지 20% 대다. 하지만 카터가 그 설립에 크게 기여했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는 기존의 기술만으로도 미국에서 필요한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 로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일은, 카터 행정부 시대의 정신을 국가 차원의 영속적인 사고방식과 결합시켰다. 석탄화력, 원자력, 심지어 천연가스보다도 더 낫게, 더 안전하게,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더 저렴하게 전기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PURPA는 전력을 어떻게 하면 그 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꿨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발전과 관련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소규모 전력 사업자들의 입찰 과 정은 새로운 형태의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을 망에 연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PURPA는 더 큰 것이 결코 더 좋은 것 은 아니며, 또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데다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정 부가 규제하는 거대 유틸리티가 미국의 전력 생산 및 관리에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작은 것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효 율적이며, 게다가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PURPA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은 미국 전력 산업의 문화를 생 각해 보면 아주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 법안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지식보다는, 그에 대한 믿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PURPA 는 유틸리티들이 자연독점 사업자로 분류되어 규제되는 이유를 제거해 버렸다.185 1990년대 초반 이후, 이들의 독점적 지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전력 산업의 독점은, 전적으로 문화적인 것이었다. 달리 말해, 이들의 독점적 지위는 과거에 전력 산업이 어떻게 돌아갔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독점이 어떻게 구축되었 는지를 보여주는 유물이 되었다. PURPA가 명확하게 밝힌 것은, 최소한 전력 공급 부문에서 독점이란 단순히 전력 산업 전반의 기능을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과거에나 필요로 했던 유물일 뿐이라 는 점이다.
그렇다면 1970년대는 1890년대 이후로 계속되었던 하나의 국면이 뒤집힌 시기인 셈이다. 카터의 카디건 패스 Cardigan Path는 전력 산업의 구성과 규제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데 이념적인 기준점이 되었다. 개인이 소유하며 관리하는, 더 작은 규모의 발전소는 전력을 공급하는 데 좋은 방식일 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데도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이 입증된 다음에야 카디건 패스가 비로소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말이다.
- 캘리포니아의 전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 Gray Davis 는, 비록 에너지 위기를 차단하거나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민 소환을 당하기도 했지만, 2002년의 연설에서 탈규제 조치의 의미를 매우 잘 요약했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 의 탈규제 조치는 매우 크고 위험한 실패입니다. 이 조치는 소비자 가 격을 낮추지 못했고, 공급을 늘리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결과는 하늘로 치솟는 가격, 부당 가격, 전력 공급 불안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탈규제는 에너지 악몽이었습니다.” 191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탈규제' 자체가 그리드의 붕괴를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주 정부는 유틸리티들에게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법령을 따를 것을 요구했던 반면, 더 작고 유연하며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 법령을 빠져나갈 여지가 있었다. 물론 이는 PURPA가 불러온 결과였다. 이 법은 변화와 모험을 거부하는 유틸리티들의 특징이 전력 산업의 내재적인, 개혁 불가능한 특징이라고 보았다. 유틸리티들은 지혜롭게, 아니면 어리석게 규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응성, 유연성, 창조성이 요구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의 결과 가운데 하나는 PURPA가 전체 전력 시스템에 부담 지우는 액수가 수십 년 넘게 커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유틸리 티들이 전력 산업을 완전히 개혁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또한 미국의 그리드를 다시 구상하고 건설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데 방해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 발전 사업자들은 새로운 대형 수력 발전소도 건설하지 않는다. 이는 20세기 중엽의 전력 산업, 즉 정부의 보증을 받는 대규모 발전소 투자 프로젝트가 저물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실제로 2005년이 되자, 가동된 지 50년이 넘은 설비, 즉 1950년 대의 기술에 기반해 작동하는 설비가 미국의 발전소 가운데 5분의 1 에 달했다. 더 중요하게는, 이러한 거대 전력 생산 공장들은 복잡하고 오래된 만큼이나 낡고 수리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그리드는 더 오래되었으며 그 복잡성도 더 높았다. 원자력 재난, 특히 일본 후쿠시마 제2원전 1호기와 3호기의 노심용융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사태가 정전이었던 만큼, 미국에서도 그리드 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쟁 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드는 다양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원전은 낡을 수 있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수 있으며, 균열이 일어날 수 있고, 폐로될 수 있 으며, 계통 연계가 끊어질 수 있다. 이는 전력원에서 가까운 그리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아니면 전선과 목재 또는 도자기로 된 애 자를 지탱하는 지역 유틸리티의 전봇대에 칡넝쿨이 기어올라, 주변을 녹색 피복으로 덮어버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전봇대도 사고에 취약 해진다. 잎사귀는 합선을 일으키며, 더 극단적으로는 방전이 일어날 수 있다. 조심스럽게 길들여 놓은 전기의 힘은, 전력선에서 나무로 뻗 어나가 순식간에 그 흉포한 야성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또한 10개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사한 크기와 유형의 발전 소로 대체되지 않고 신속하게 폐로되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다 른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들이었다. 다시 한번 낡은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산오노프레를 폐쇄하고, 이를 30여 개의 지리적으로 흩어진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는 작업은, 1964년형 캐딜락 플리트우드를 신형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카가 아니라 제트 팩, 즉 개인 비행이 가능한 연료 분사 장치로 바꾸는 일과 같다. 이러한 발전소들은 기존의 석 탄화력이 내뿜던 공해 물질과 석탄재를 감소시켰지만, 그리드의 운영 을 복잡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전력 저장소가 없는 상태 에서 그리드에 영향을 주는 변동성 (1장), 어떤 총괄적인 주체 없이 극단적으로 분산된 민간 발전소들을 조율해야 하는 과업(8장)은 주목할 만하다. 앞 장에서 살펴본 여러 법령들(PURPA)로 인해, 노후화되고 수십 년간 일관성 없는 보수 과정을 거쳤으며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없어서 유지하기 힘들어진 발전소들을 전력 생산과 판매에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 적어도 현재는, 유틸리티에게 이러한 소통과 통제 능력을 활 용해 개별 소비자들의 행동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사실상 없 다는 점이다. 유틸리티에게는 소비자들이 언제든 조작 가능한 집단이 라는 이유에서 중요하지, 개별 소비자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개개인 이 중요한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독특한 의견, 욕구, 믿음, 성 향을 가진 인간으로 고객들을 취급하는 데 유틸리티가 어떠한 관심 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마도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벌어진 디지털 스마트미터의 대량 설치 반대 운동의 심장부에 있었을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인들은 권력에 기반한 강제 개입과 개인에 대한 무시를 절묘하게 조합한 이 상황에 분노한 것이다.
- 텍사스의 태오미나와 마찬가지로, 볼더 주민들(엑셀의 고객들)은 유틸리티가 자신들의 사유물에 간섭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 을 몰래 숨겨 전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더 비싸고 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원하지도 않았고, 신뢰하기 어려운 온도 조절 장치와 스 마트 홈 컨트롤러 모듈 간의 상호작용으로 가전제품이 멈추는 상황을 원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유틸리티가 원격으로 집 안의 에어컨을 통제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으며, 빨래 건조기가 새벽 2시에 자동으 로 돌아가는 상황을 혐오했고, 단돈 5센트나 10센트를 절약하려고 한 밤중에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일 따위는 추호도 생각지 않았다. 더 중 요하게는,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스마트그리드 사업으로 실현하려는 바가 대체 어디에,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유틸리티 관제 센터와 소통하는 미터기가 대체 어떤 식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준다는 말입니까? 이 서비스는 우리가 가지지 않은 것들 가운데 대체 무엇을 줍니까?" 볼더 주민인 스티븐 페어팩스Stephen Fairfax 가 2010 년에 한 말이다. 유틸리티의 선택과 통제는 소비자들이 전혀 원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불쾌할 뿐인 경험을 불러왔을 뿐이다.
스마트그리드시티의 급진적인 비전과, 그 비전이 반도 실현되지 않았고 그래서 스마트하지도 않았던 이 사업의 현실은 과거의 시스 템에 비해 고객들의 통제권을 더 약화시킨 것처럼 보인다. 그에 따라,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진행된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볼더의 주민들은 유틸리티의 노력에 부응하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이들은 비싼 비 용을 들여 유틸리티가 보급한 스마트 온도 조절 장치를 벽에서 떼어 부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또한 이들은 집에 설치된 미터기를 무시하거나 유틸리티 직원들이 미터기를 설치하지 못하게 직원들의 접근을 막았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유틸리티의 요금 구조에 저항했다.
- '스마트그리드는 피크 부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 한다. 이는 자율 진공청소기, 프로그램이 내장된 세탁기, 학습 능력을 지닌 온도조절기같이 고객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 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장점일 수도 있다. 정보 통신 업계가 제시하는 모델을 따라, 전력 회사들은 전기를 더 새롭고 손에 잘 잡히는 상품으 로 바꾸고자 한다. 또한 회사들은 스스로 서비스 및 각종 기기의 판 매자로 다시 서기를 원한다. 유틸리티가 이러한 이중의 과제를 성공 적으로 수행해 낸다면, 이들은 생존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이 들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정보 통신업의 규제 완화 기간이었던 2002 년 월드컴 WorldCom 의 파산(해당 시점까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으로 인해, 코배드 Covad , 포컬커뮤니케이션 Focal Communications ,맥리오드 McLeod, 노스포인트 Northpoint, 윈스타 Winstar 와 같은 기업들 이 함께 파산한 것과 같은 일이 전력 산업에서도 벌어질 것이다.
- 따라서 스마트그리드의 성공에는 정말로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유틸리티들에게 이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소비자들에게 이는 큰 그리 드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면서도 전력을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사 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전기 소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스마트미터는 처음으로 전기 사용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었 다. 스마트그리드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구성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소프트웨어 역시 안정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운과 창조적인 노력이 더해지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되어 스마트미터에 적용될 것이다.
- 엑셀의 비전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전기자동차, 태 양광 패널, 거대 배터리 저장고가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분적으 로는 이 요소들이 가정에 설치되면 유틸리티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가구의 수를 크게 줄이기 때문이다. 큰 그리드는 백업시스템 상의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드의 지속성과 신뢰성에 사활이 걸린 유틸리티는, 결국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해 버렸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유틸리티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포기하지 않 으면서도 기존의 기술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사업의 내용이 바뀌는 상황에서 지금의 인프라를 어떻게 유지 할 수 있는지도 알지도 못한다. 적어도 한 가지 타협안이 있다. 미국의 유틸리티들은 대부분 스마 트미터를 설치하면서도 피터슨 부부가 제공받은 다른 기기들은 제공 하고 있지 않다. 적어도 유틸리티의 부담으로 그런 기기를 설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미터는 에어컨이나 온도조절기와 같은 스마 트 가전제품에 적용되며, 유틸리티가 제시하는 요금 구조에 따라 피크 수요를 평탄하게 하도록 하루 중 전력 소비량의 패턴을 변화시킨 다. 이 미터기는, 이제는 누구에게도 놀랍지 않겠지만, 유틸리티가 전 기 사용을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워지면 사람들은 (모든 권고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그들은 생리학 적인 합리성을 따른다. 가장 무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을 켜고, 살을 에 는 칼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히터를 틀게 된다는 말이다. 스마트미 터가 도입되면, 유틸리티들은 당신과 극도의 더위나 추위에 시달리는 이웃들이 이러한 에너지 집약적인 행동으로 그리드를 무너뜨기에 전에 개입할 수 있다.
- "25 년 전, 여유 발전 용량, 즉 피크 수요에 대응하는 능력은 발전 총량에 비해 대략 25~30% 수준이었죠. 이 비율은 절반 밑으로 감소했고, 현 재(2008년) 그 값은 10~15%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말을 풀어보자(그의 말을 충실히 번역해 보겠다). 25년 전, 즉 1980 년대 초반에 전력 소비량이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에도 미국은 여전히 그 양을 30%는 더 늘려도 되는 상태였다. 유틸리티들은 부하량이 갑 작스럽게 늘어날 때를 대비한 발전소를 여럿 설치하고 보유하고 있었 다. 발전기에 시동을 걸고, 투입한 연료가 폭발하며, 크랭크축이 회전 운동을 시작하면 곧이어 전자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갈 것이고 (회전 속도가 분당 3,600회에 달한다), 여기서 자유전자들은 홍수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다. 전자들은 지속적인 욕망에 의해 전선을 따라 이동 하고 이로 인해 전선에 걸리는 전압을 크게 상승시키는 한편, 초당 60 회 미국의 전기 고속도로를 관통하며 흐름의 방향을 계속해서 바꿀 것이다. 1초, 아니면 그보다 조금 뒤에, 이 전자들은 당신의 집 안에 있는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당신과 가족에게 찬바람을 선사할 것이다. | 유틸리티들은 비용 삭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이 들이 보유했던 30%의 발전소는 1년 중 359일, 또는 그와 비슷한 시 간 동안 정지해 있었다. 송전 능력의 30%도 마찬가지로 “바로 그 상 황”이 생기지 않는 한 사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는 여 러 면에서 비경제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문제는 전력 회사의 경영 이 더욱더 빈틈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나, 전력 시스템의 마진을 추가로 삭감하려는 욕심에 있지 않다. 문제는 피크 부하에 있다. 이 현상은 전력 수요를 제거할 수 없고, 전력 공급자가 전력 공급량을 통 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전력 저장이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에 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우리가 에어컨을 활용하면 피크 수요가 그 결과로 나타난다(히터 사용으로 인한 피크 수요는 그보다는 빈도가 낮다). 이는 왜 유틸리티가 집 집마다 ARS 전화를 돌리는지, 왜 스마트미터를 설치하려는지, 왜 가 정의 에어컨을 통제하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왜 모든 진공청소기를 자정에 가동시키기를 원하는지를 설명한다. 2003년의 블랙아웃 이후 로 전력 회사가 요구한 모든 이상한 조치는 결국 이 한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 유틸리티는 피크 수요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우리 가 전기를 총 몇 킬로와트시만큼 사용하는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순간에 몇 킬로와트의 부하가 그리드에 걸리는지 하는 것이다.
- 실제로 유틸리티가 원하는 것은, 전기 생산 비용이 가장 비싼 순간에 당신이 전기를 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당신이 바라는 것(시원한 바람을 맞기) 과 그들이 바라는 것(피크 부하를 피하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에 서로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그래서 스마트미터는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아야 한다. 우선 이 기기는 당신의 전기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해야 한다. 물론 이 는 이미 전력 시장에서 대체로 구현되는 목표다. 이상적이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또 다른 목표는, 당신이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당신 스 스로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도록 충분히 정확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 하는 것이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깜빡하고 끄지 않은 전등을 출근 도 중에 스마트폰으로 끄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발 피터슨이 상상한 지능형 가정용 네트워크 home area network, HAN 와 같은 것이 프로그램되어야 한다. 지능형 가정이나 이 가정의 컴퓨터화된 지능은 유틸리티의 가장 긴급한 요구와 부합하면 서도 당신의 욕구에도 적합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컴퓨터를 생각해 보면, 머지않은 날에 이런 지능형 가정 이 출현하기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유틸리티가 소비자들 에게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나는 스키 밀번의 견해를 따르고자 한다. 오늘날 스마트그리드와 얽힌 여러 혼란의 원인이 정보처리의 문제도, 시스템 복잡성의 문제 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그리드의 소비 측면을 구성하는 우리가 전력 소비를 실질적이고도 효과적으로 통제하게 될 경우, 유 틸리티와 호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우 리가 실제로 전기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실제로 지불하는 액수는 얼마인지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대체 무엇이 소비자인 우리로 하여금 유틸리티와 그들의 문제를 전적으로 무시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가 전혀 분명하지 않다. 
-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여 년간 미국 그리드가 밟아온 경성 경로의 핵심은, 발전소를 더 크게 만들고, 장거리를 주파하는 고압송전선로를 건설해 각 지역의 전력 시스템들을 더 굳건하게 연동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 시스템이 의존했던 연료는 수송망의 상황이 악화되면 수송이 어려워지는 유한한 양의 물질들, 즉 석탄, 석유, 천연가 스, 플루토늄이었다. 이 연료들이 주파수와 전압이 표준화된 전류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데 가장 신뢰할 만했기 때문이다. 2010년이 지 나면서 미국의 전기 인프라 구조와 거버넌스 governance 모두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바뀌었지만, 경성 경로는 정부와 상업 유틸리티가 미 국의 그리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채택한 경로였다. | 경성 경로는 1970년대 이래 '안보'에 대해 대안적으로 생각해 온 좌파 집단이 반대했던 경로이기도 하다. 1976년에 창안한 연성 에너 지 경로 The Soft Energy Path'라는 말로 국가 안보에 대해 생각하는 대안 적인 방법을 표현한 에이머리 로빈스 Amory Lovins 는, 더 강화된 인프라 는 인프라를 더욱 강력한 것으로 만들기보다 더욱 취약한 것으로 만 들며, 그에 따라 우리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파괴되기도 더욱더 쉬워 진다고 주장했다.
- 따라서 실비 스트로, 퇴역한 앤더슨 준장(스프레이 폼spray foam 의 인), 에이머리 로빈스와 헌터 로빈스 부부, 뉴저지트랜싯, 구글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이들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떠들썩하게 항의하지 않는다. 전력 회사가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었 기 때문이다. 폭풍이 불어닥치거나, 탈레반의 산악 병력들이 기습하 거나, 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상황이 꼬여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난방 기로 공기를 데우고, 세탁물 건조기를 돌리며,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 주체(개인, 가족, 회사, 기 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만들어진 지 오랜 세월이 지나 낡고 불안정한 까닭에 끊임없이 전기를 생산하고 분배하기가 어려워진 큰 그리드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자 한다. 이제 큰 그리드의 가동이 잠시 중단되더라도 전기를 직접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 하와이는 미국에서 일사량이 가장 많은 곳도, 구름이 가장 없는 곳도 아니다. 그러나 일사량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며, 전력 요금도 충분히 높아 태양광발전 용량은 2005년 이후 매년 2배씩 증가했다. 하와 이는 미국에서 애리조나주 다음으로 지붕 태양광 패널을 많이 설치 하고 있으며, 투자회수기간은 가장 짧다. 326 하와이의 각 가정이 보유 한 지붕 태양광 시스템은 설치한 지 4년(자동차 대출 기간보다도 짧다) 만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327 태양광발전의 수익성이 이렇게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하와이의 전력 믹스에서 찾을 수 있다. 하와이 는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본토로부터 유조선에 의해 공급되는 석유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력 요금이 다른 주에 비해 몇 배나 비 싸다. 미국 평균과 비교해 보면, 하와이의 전력 요금은 거의 3.5배에 달한다. 329 대양 한복판에 자리 잡은 군도라는 이유로 다른 주들에 비 해 대체로 물건 가격이 비싼 이곳 하와이에서, 비싼 전기 요금까지 감 당할 수 없어 주민들은 지붕 태양광 설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12%가 넘는 하와이 주민들이 지붕 태양광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드 대신 태양광 패널을 선택함에 따라 전 력 회사들은 그리드를 유지할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으 며, 이에 대응해 하와이, 남부 캘리포니아 그리고 애리조나의 유틸리 티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전력을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해 전 기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패널 을 보유한 사람들도 매일 낮(생산 전력을 그리드에 팔기 위해서다)과 밤 에(패널로부터 전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들과 우리 모두 그리드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공유하지만, 그리드 를 유지하는 데 드는 부담은 전적으로 패널을 사용하지 않는 요금 납 부자의 몫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공정하지 않은 만큼, 유틸리티는 태양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를 대상으로 적절한 수준의 망 접속료 또는 대기 수수료(태양광 패널로부터 전력을 생산하지 못 할 경우 그리드를 사용해야 하는 태양광 패널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를 징 수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유틸리티들은 다양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요율 구조를 활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요율을 가정용 패널 소유자들이 전력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터무니없는 태양광 전력 생산업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계량기를 읽는 데만 수천 달러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설정해 왔다.  그래서 주 의회는 전력 회사들에게 아주 조그마한 수수료만을 허용하더라도 이런 수수료는 극히 비상식적인 수준의 결과로 증폭될 것이라고 간 주해, 지붕 태양광과 같은 비전통 발전소의 발전량을 감소시킬 수 있 는 어떠한 접속료나 수수료 제도의 조작을 전혀 허가하지 않고 있다. | 지붕 태양광 패널을 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차인이 거나 집을 소유했더라도 패널을 장만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다. 우 리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이사도 가장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저럽 히 사에 가장 강하게 속박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그리드를 사용하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그리드 유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 미국 안에서 거의 어디에나 있으며 대체로 비효율적인 기기인 에 어컨은 이제 몇몇 장소에서 아주 기발하면서도 오래된 에너지 저장 도구인 아이스박스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아이스박스는 한밤중에 전 기를 사용해 얼음을 만들고,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는 낮의 뜨거운 공기를 그 얼음 위로 불어 넣어 냉방을 한다. 대다수가 쓰는 전기기계적 방식의 에어컨에서는 전기를 사용해 뜨거운 공기를 냉매 위로 이동시켜 냉각시키고 제습하는 반면, 아이스박스에서는 팬을 회 전시켜 외부의 뜨거운 공기를 얼음 위로 불어 넣어 냉각과 제습을 동 시에 수행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얼음은 녹아서 다시 물이 되고(다음 날 밤에 다시 얼 준비를 한다), 공기는 조절된다. 이러한 장치가 부착된 건물은 가장 뜨거운 날의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도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효과는 천장에 부착된 선풍기가 낮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전력으로 달성될 수 있다. 이것은 아이스박스이자 아주 효과적인 전기 박스(심야 시간대의 전기를 얼음의 형태로 저장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최근에 도입된 소규모 전기 저장 수단 가운데, 실제 가동되는 유 일한 제품은 '아이스베어 Ice Bear'라는 이름의 저장 시스템뿐이다. 주택 소유주는 이것을 구매하고, 주택단지 개발업자들은 여기에 투자하며, 제조업체, 기업 사무실, 데이터 센터는 이를 설치해 운용한다. 모습은 투박하지만, 하는 일이 너무도 우아한 아이스베어만 한 승자는 없다.
- 전체 전력의 53.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2050년까 지 전력의 100%를 풍력으로 조달하겠다는 덴마크 역시 전력을 저 장하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처음 이런 시도를 하게 되었을 때, 이들은 무엇보다 자동차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인센티브를 부여하 는 방식은 달랐지만, 59 이는 덴마크의 문화적, 경제적 특성과 잘 어울 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가장 중요한 인센티브는 전기자동차를 구 매할 때 구매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덴마크에서 새 차를 살 때 내는 세금은 차량 가격의 100%이므로, 세 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새 차를 절반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자 동차를 구매해 에너지 체계에 참여하는 일에 주저하고 있다. 이는 배 터리의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배터리가 매일같이 하루 종일 방전 되고 충전된다면, 배터리의 수명은 충전 주기에 따라 설정된 것인 만큼 금세 끝나버릴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마련해 대응했다. 충전 주기를 너무 많이 거쳐 자동차 배터리가 사양보다 성능이 떨어지게 되면, 오래된 배터리를 떼어내고 충전소에서 무료로 새것으로 끼워 넣는 권한을 모든 덴마크 전기자동 차 소유자들에게 준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배터리는 차량 자체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다. | 미국에서 나온 모델과 마찬가지로, 덴마크인들의 모델 또한 아이 디어는 좋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자동차도 배터 리도 충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덴마크 기후장관(덴마크 정부에는 정 말로 이런 자리가 있다)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자체는 에너지 저장 장치 로서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 장관의 말을 옮겨보자. “이것이 저장 장치로서 좋은 옵션이 되려면, 먼저 주행거리가 더 길어져야 하고, 가 격은 더 낮아져야 한다.” 
- 오늘날 미국의 그리드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기후변화같이 수많은 행위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요인이 어 떻게 조정되는지 살펴보고, 이 조정 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문제가 그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과거 세대로부 터 그리드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그리드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레거 시legacy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하는 문제다. 나머지 하나는, 쳇바 퀴를 도는 다람쥐와 다를 바 없이 근시안적인 인간이 이 망을 건설하 고 운용해 왔다는 사실에 대응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모든 문제가 제멋대로 굴러가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그리고 관 련된 모든 사람이 얼간이, 돈 퍼주는 은행가, 언론사에 매수된 정보원 처럼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1880년대 후반의 그리드가 사 설 발전소에 대응해 승리했을 때처럼 그리드를 근본적이고도 통합적 으로 디자인해 좀 더 예측 가능한 구조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 요하다. 혼란을 통합하고 서로 다른 수많은 이해관계들을 가능한 한 손쉽게 조화시키는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상호 운용성을 가장 완고하게 거부하고자 하는 사업자들도 따라야 하는 의무적인 표준이 설정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법률과 규제를 통한 개입이 필요하 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전기 인프라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예컨 대 전선과 전신주에 사람들이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도록 만드는 방 법도 찾아야만 한다. 극소수만이 이 비용을 염려하고 있지만, 그리드 가 정상 상태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계통에 연계된 그리드의 모든 부 분이 반드시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만 한다. 투자자들의 자금은 당시 최신식이었던 발전원으로 흘러들었고 그리드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 적인 요소들이나 소금 동굴로 흘러가기도 했지만, 그리드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책임은 유틸리티에게 남았다. 우리 전기 사용자들은 그리드 를 유지하는 경비에 쓰일 돈을 지불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이렇게 돈을 지불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 아직도 많은 사람들(대체로 40대 이상이다)은 더 나은 물건을 사는 것이 곧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밀레 니얼 세대'로 널리 알려진, 물건을 가능한 한 구매하지 않으려는 이들 은 한 발 나아가 다음과 같이 묻는다. 384 '대체 왜 전구와 냉장고를 구 매해야만 할까?' 전구와 냉장고를 아예 쓸모없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전화로 통제되는 광섬유를 벽에 심어서 조명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냉장고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세라믹 통 이나 선반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 
유사한 아이디어도 뒤따른다. 창문, 지붕 타일, 노면, 나무에 태양 광 패널을 설치하면 안 되는 것일까?' '콘센트 역시 전기 복사 장치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증기 샤워실을 설치해서 물을 기존보다 30% 만 소모하도록 하는 일은?'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재미로 듣고 넘길 질문이 아니며, 쉽게 무시해서도 안 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조 명 스위치, 자물쇠, 자동차 점화 장치 및 자동차 열쇠 그리고 신용카 드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세대다. 그렇다면 냉장고, 콘센트, 조명 소켓, 샤워기 머리, 그리고 통제 불가능하게 증식하는 충전기와 코드 가 언제까지나 건재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클래 퍼 Clapper 는 원격 조명 기기로서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 지만, 그 수명이 길 것 같지 않다.

- 그리드를 없애버릴 수 없는 이상, 그리드를 구성하는 전선을 활 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는 카펫 밑으로 쓸어 넣어 손쉽게 해 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나 다른 스마트 스타트업이 충분히 저렴하고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배터리 팩을 만들어낸다면, 설비를 써서 스스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이들은 그리드에서 이탈하기 시 작할 것이다. 이렇게 이탈하고 나면, 오늘날 유틸리티가 가지고 있는 단기적인 문제가 조금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리드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국 국민 모두에게 그리드를 통해 똑같은 품질의 전력을 공정한 가격으로 제공하려는 광범위하고 국가적인 차원의 목표는 점점 더 침식되고 약화되어 갈 것이다. 이런 목 표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서로 다른 기계 시스템들을 하나의 기능으 로 통합하는 것만큼이나 그리드를 통해 서로 다른 가치들을 통합해야 한다. 그리드가 바로 이 방향으로 변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틸리 티들이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는데, 그리드는 단지 기술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리드는 법적 시스템이면서 산업 시스템이고, 정치적 시스템이자 문화적 시스템이다. 기상과 기후에 민감하고, 각 영역에 서 일어나는 여러 유행과 주기적인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 일 그리드를 구성하는 여러 영역들(특히 변동성 높은 비트들)의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분명 전력 사용자들이 활용하 는 기계나 우리가 운영하는 기술이 아닌 우리 자신에 기인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유틸리티가 소규모 행위자들에 의한 작은 규모의 개혁을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보통의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늘 활용하는 것이 아닌, 가령 와트처럼 추상적인 단위로 헤아려야 하는 대상에 가치를 매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 전기 수요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를 보존하고 효율성을 올 리는 일은 (발전소가 크든 작든)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 생산방식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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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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