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경영 2021. 4. 10. 21:33

-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크릭은 이렇게 답했다. '아,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저의 비결은 어떤 얘기를 무시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 모든 상전이는 (물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결합 에너지와 엔트로피 처럼) 경쟁하는 두 힘이 만들어낸 결과다.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나 기업, 혹은 어떤 형태든 목적을 가진 조직을 이룰 때도 경쟁하는 두 힘이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두 가지 형태의 인센티브(동기부여 요소) 가 생기는 셈이다. 이 경쟁하는 두 가지 인센티브를 대략 '판돈 과 '지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집단의 규모가 작을 때는 집단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 누구에게나 큰 '판돈'이 걸려 있다. 작은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신약 이 성공하면 모두가 영웅 대접을 받거나 백만장자가 된다. 실패하면 모두 실업자다. 이렇게 큰 판돈에 비하면 '지위'에 따른 특전(승진에 따른 연봉 인상이나 직책명의 변경 따위)은 미미해 보인다. 팀이나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판돈'은 줄어드는 반면, 지위에 따른 특전이 커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의 크기가 역전될 때 시스템이 전환된다. 두 인센티브는 누구도 원치 않는 행동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조직이 커지고 안정될수록 똑같은 사람 으로 구성된 똑같은 집단임에도 룬샷을 퇴짜 놓기 시작한다.  나쁜 소식은, 상전이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모든 액 체는 얼어붙는다. 좋은 소식은, 이 힘들을 잘 이해하면 상전이를 관 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은 0도에서 얼어붙는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이면 길에 소금을 뿌려서 물의 어는점을 낮출 수 있다. 이러면 눈 은 딱딱한 얼음이 되지 않고 녹아버린다. 얼음에 미끄러져 일주일을 입원하느니 진창에 신발이 젖는 편이 낫다.
- 레이더는 또 1944년 말 벨기에에서 벌어진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벌지 전투는 독일이 마지막 희망 이라 여긴 육로 공격이었고 연합군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육군은 레이더를 장착한 새로운 퓨즈가 달린 포탄을 사용했다. 이 퓨즈는 목 표물에 가까워지면 폭발하게끔 설계되어 있어서 폭격 효율을 일곱 배나 높여주었다(일곱 배 많은 수의 대포를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연합군이 승리한 이후 패튼George Patton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그 재미난 퓨즈가 벌지 전투에서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줬다.”
- 천재 기업가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품을 가지고 건설한 제국 이 오랫동안 건재하면 그를 둘러싼 신화가 널리 퍼진다. (이 신화와 그 에 따른 함정에 대해 앞으로 몇 개 장에 걸쳐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의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할 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렬히 지지하기보다는 많은 룬샷 을 육성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 있는 혁신 가라기보다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그들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양 쪽을 모두 잘 돌보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이런 정원사가 만들어내는 구조에는 공통된 원칙들이 있다. 그런 원칙들을 나는 '부시-베일 법칙' 이라고 부른다. '부시-베일 법칙'의 첫 두 가지는 앞서 '0도에서 균형 잡기' 핵심 열쇠로 언급했다. 상태들(룬샷을 만들어내는 그룹과 프랜차이즈를 이어가 는 그룹)을 분리하고, 동적평형(양쪽 그룹 사이에 프로젝트나 피드백이 수월하게 오가는 상태)을 조성하라. 분리되는 동시에 서로 계속 연결되게 하라.
- 위험성이 높은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예술가' 라고 부르자)은 조직 내에서 이미 성공해 꾸준히 성장하는 부문을 채 임지고 있는 병사들'로부터 공격받지 않아야 한다.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는 바람 앞 등불과 같다. 부시는 “군대 장교 들은 어느 무기가 실전에서 완전히 증명되고 나면 새로운 무기 개발 을 회피한다”고 쓰고 있다. 그 장교들은 '배아 단계'의 무기는 모조리 묵살했다. 레이더도 그랬고, 수륙양용 트럭도 그랬고, 혁신 초기의 거의 모든 무기가 같은 일을 겪었다. 초기 단계의 무기는 늘 허점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초창기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단단한 보호막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폐기되거나 묻히고 만다. 영과 테일러가 일찌감치 발견한 레이더처럼 말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강력한 프랜차이즈의 리더들은 자잘한 허점을 집어내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를 묵살하는 것이 일상이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종양에 대한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그냥 지나쳤다.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 관들을 무관한 염증으로 일축했다. 대형 영화제작사들은 메트로섹 슈얼한 영국인 스파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아이디어를 흘려보냈다(악 당 두목이 원숭이라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들은 '루크 스타킬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Luke Starkiller' 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도 놓쳤다. 플 롯이 이해가 안 가고 '메이스 윈디'라는 주인공이 거품 가득한 슈퍼 히어로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제약과 영화 산업은 모두 (강력한 대기업들의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룬샷을 살리고 키우는 '구조'를 진화시켰다. '혈관 형성 억제 요법antirangiogenesis therapy' 이라고 하는, 종양에 대한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치료법은 지난 20년간 암 치료에서 가장 획기 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됐다. 그런 방식으로 가장 먼저 나온 치료 제인 아바스틴Avastin은 연매출 70억 달러를 달성했다. 한편 가망이 없어 보이던 두 영화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가 됐다. '제임스 본드'와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 말이다. 상분리의 목표는 '룬샷 배양소'를 만드는 것이다. 룬샷 배양소는 배아 단계의 프로젝트를 보호하는 곳이다. 돌보미들이 보호시설 같은 환경을 설계해, 배아 단계의 프로젝트들이 성장하고 번창하고 허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 우리는 이런 '가짜 실패'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짜 실패 는 과학계에도 있고 비즈니스계에도 있다. 프로젝트가 폐기될 수 있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고, 경쟁자가 승리할 수도 있고, 시장이 변화하거나 핵심 인물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룬샷이 폐기되는 흔한 이유는 가짜 실패 때문이다. 우리는 가짜 실패 때문에 프로젝트가 폐기될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부 정적 결과에는 '당신의 아이디어에 결함이 있습니다' 라든가 '당신의 테스트에 결함이 있습니다' 라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위험성을 줄일 수는 있다. 엔도와 포크먼이 했던 일 이 바로 그것이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더 얘기할 것이다. 엔도와 포크먼이 위대한 발명가였다 해도 그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실패 를 철저히 수사하는 능력이었다. 두 사람은 진짜 실패와 가짜 실패를 구분할 줄 알았다. 실패를 수사하는 능력은 괜찮은 과학자와 위대한 과학자를 구별할 뿐만 아니라 괜찮은 사업가와 위대한 사업가를 구별해준다.
-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는 사탕발림에만 귀 기울이 거나 단순히 반응을 듣고 마는 일이 아니다. 이는 진짜 호기심을 갖 고서 '왜' 어떤 것이 잘 안 되는지, ‘왜’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지 더 깊이 파보는 행위다.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무언가를 아무도 좋아하 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이유까지 계 속 물어본다면 더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언제 포기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는 사업가를 비롯한 룬샷의 수호자들이 가장 괴 로워하며 물어 오는 그 질문에 내가 제시하는 답변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꼭 밤늦은 시간에 술이 몇 잔 들어간 뒤에야 등장하곤 한다. 일상적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가 잦아들고 실존의 문제로 대화가 옮겨 갈 즈음, 수년간 쌓인 피로가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갈 즈음 말이다.
- 월마트가 제품을 싸게 파는 방법을 발명한 게 아니듯이,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를 발명한 것도, 구글이 검색엔진을 발명한 것도 아니다. 초기 투자자들이 페이스북을 건너뛴 것은 소셜 네트워크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구 글을 건너뛴 것은 검색엔진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이 성공한 이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약간의 전략상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전략형 룬샷'으로 성공을 이뤘다. 제품형 룬샷이 불러오는 죽음은 빠르고 극적인 경우가 많다. 화려한 신기술(스트리밍 비디오)이 나와서 이전에 있던 것(대여 서비스)을 대 체하고, 챔피언(넷플릭스Netflix, 아마존Amazon)이 나타나 창단 멤버(블 록버스터Blockbuster)가 무너지고 만다. 전략형 룬샷이 불러오는 죽음 은 이보다 점진적이고 눈에 덜 띈다. 월마트가 소매시장을 점령하고 잡화점이 사라지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월마트가 뭘 하고 있는지, 왜 계속 승리하는지 제대로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략형 룬샷은 시간이 지나도 눈치채기도, 이해하기도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구매자, 판매자, 시장의 복잡한 행동이라는 가면을 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에서도 복잡성은 종종 깊숙한 진실을 가 려버린다. 노이즈가 너무 많으면 신호가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 런 복잡성을 벗겨내고 숨은 진실을 드러내고자 우리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설계한다. 하지만 종종 자연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나 우리 가 할 일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일식'은 바로 그런 자연이 대신해주는 보기 드문 실험이다.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달은 태양에서 오는 빛을 차단해 우리가 낮에도 먼 별에서 오는 빛을 희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 이탈리아는 보르자 가문이 지배한 30년 동안 전쟁과 테러, 살인, 유혈사태를 겪었지만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도 만들어냈 다. 스위스는 형제애가 있어서 500년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유지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건 뭘까? 뻐꾸기시계다. (영화 〈제3의 사나이>(1949)에서 오슨 웰스가 연기한 해리 라임의 대사)
- 제품형 룬샷은 프랜차이즈를 성장시키고, 프랜차이즈는 다시 더 많은 제품형 룬샷을 만들어낸다. 후안 트립은 새로운 엔진 덕분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더 멀리, 더 빨리 날아갈 수 있었다. 그러자 수입이 늘어났고 그 수입으로 더 크고 빠른 엔진을 설계할 수 있었다. 즉 석 흑백사진은 즉석 컬러사진이 됐고, 이는 대량 수요를 창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으로 사진을 더 빨리 뽑을 수 있는 SX-70을 만 들어 더 많은 사진을 찍어냈고, 이는 더 큰 확장의 동력이 됐다. 더 빠르게, 더 좋게, 더 많이.
- 결국 수레바퀴를 계속 돌리는 제품형 룬샷만이 중요해진다. 후안 트립은 로버트 크랜들이나 다른 대형 항공사들 혹은 퍼시픽 사우스 웨스트 항공Pacific Southwest Airlines 같은 저가 항공사에게서 전략형 룬샷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법을 목격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에 드윈 랜드는 디지털을 목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본인의 회사에서는 폴라비전을 위해 디지털을 무시했다. 즉석 영화는 즉석 사진이 굴린 바퀴를 계속 돌아가게 했지만, 디지털은 그렇지 않았다.
- 디지털 사진이라는 제품형 룬샷이 폴라로이드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디지털 사진이라는 신기술에는 숨은 전략형 룬샷이 따라왔다. 방금 보았던 것처럼 랜드는 디지털 사진 기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디지털 사진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았고, 고위직 장군들과 정치 지도자들 앞에서 디지털 사진의 가치를 옹호했다. 업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아직 디지털 사진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을 때 말이다. 랜드와 그의 경영진이 디지털을 일축한 이유는 30년간 필름을 팔아 돈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폴라로이드는 카메라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즉석 사진의 카트리지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 더 많았다. 디지털로 가면 필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이는 수입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는 디지털이 “절대로 돈이 될 리 없다”고 했다. 랜드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일축한 이유는 전략형 룬샷, 그러니까 디지털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랜드는 후안 트립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강 점(제품형 룬샷)에만 의지하고 약점(전략형 룬샷)을 직시하지 않았다.
-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것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 명의 선지자, 한 명의 천재, 종종 어느 한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들려주기에도 재미나고 소화하기도 쉽다. 가끔은 그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일지언정, 훨씬 더 풍부하고 흥미로 운 전후 맥락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행성 운동을 설 명하고, 미적분을 발명했다는 찬사를 받곤 한다. 그러나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Principica를 쓰기 한참 전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태양에서 나오는 힘이 행성 운동을 좌우한다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했고, 로버트 훅Robert Hooke은 만유인력의 원리를 처음으로 시사했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는 원운동이 원심력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이 하위 헌스의 법칙을 이용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중력의 형태를 도출했다. 조반니 보렐리 Giovanni Borelli는 중력을 가지고 목성 위성들의 타 원운동을 설명했고, 존 월리스John Wallis 등은 뉴턴이 사용한 미분을 만들었으며,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미적분학을 고안했다. 이런 이야기는 뉴턴의 머리 에 사과가 떨어졌다는 것보다 훨씬 더 들려주기가 어렵다. 로버트 훅은 중력으로 행성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뉴턴에게 알려주었다. 훅의 설명은 뉴턴이 역작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쓰는 길을 닦았다. 비록 초창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훅이지만, 그는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역량이 없었다. 뉴턴에겐 그 역량이 있었다. 뉴턴은 '종합'의 대가였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 뉴턴과 잡스가 '종합'의 대가라고 했다. 뉴턴은 행성에 관한 천문학과 운동 법칙, 미분 수학(남들이 개발한 아이디어)을 집대성하여, 세상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통일성 있는 전체로 종합했다. 잡스는 디자인과 마케팅, 기술을 남들이 만들지 못할 통일성 있는 전체로 집대 성했다. 그러나 잡스에게는 핵심 재료가 하나 빠져 있었다. 앞서 유사한 여러 기술을 집대성한 에드윈 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잡스 역시 그저 모세와 같은 리더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애플 제품의 애호가 입장에서 보자면, 당시 잡스가 받은 가장 귀중한 선물은 픽사에 투자해 얻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잡스가 부시-베일 법칙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잡스는 실패의 터널을 통과하며 다른 형태의 리더 모델을 알게 됐고, 룬샷을 육성하고 프랜차이즈를 키우면서도 둘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바로 이 새로운 깨달음이 그의 인생 3막의 성공 열쇠가 된다. 이제 모두가 알다시피 잡스는 하드웨어로 돌아와 애플을 소생시키는 동시에 미국 소비자 가전 산업 전체를 되살려놓기에 이른다.
- 픽사 탄생의 주역인 에드윈 캣멀은 초기 단계의 영화 아이디어(룬샷)를 '못생긴 아기Ugly Baby’라 부른다. 용어는 낯설지만 이 개념은 수백 년 전부터 있어온 것이다. 1597년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은 이렇게 썼다. “생명체가 처음 태어날 때의 모습이 형 편없는 것처럼, 새로운 시대의 탄생인 모든 혁신도 처음에는 형편없는 모습이다.” 캣멀은 영화에서 룬샷과 프랜차이즈(짐승Beast)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독창성이란 바람 앞 등불과 같다. 또 최초의 순간에 독창성은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우리 영화의 초기 모델을 '못생긴 아기'라 부른다. 초기 모델은 아름답지 않다. 나중에 커서 될 어른의 미니어처에 불과하다. 진짜 못생겼다. 서투르고, 채 갖춰지지 않았고, 연약하고, 불완전하다. 그게 자라나려면 시간과 인내라는 형태의 육아 과정이 필요하다. 이 말은 곧 그 아기가 짐승과 공존하기 위 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 |
내가 짐승과 아기라고 말하면 다분히 흑백논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짐승은 다 나쁘고, 아기는 다 착한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 짐승은 뭐든 잡아먹으려 들지만, 동기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는 귀중한 존재다. 아기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로서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보채기도 심하고 예측불가능하며 밤에도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짐승과 아기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다양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는 15년간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체스 역사상 최장기 기록이다. 그는 역대 가장 훌륭한 체스 플레이어로 불린다. '시스템 사고와 결과주의 사고의 차이'라는 원칙 은 내가 그의 책 《챔피언 마인드 Hot Life Imitates Chess》에서 가져와 수 정한 것이다. 책에서 카스파로프는 이 원칙이 성공의 핵심 열쇠였다고 말한다.어떤 수가 ‘왜’ 나빴는지(예컨대 폰이 비숍을 잡았는데 왜 게임에서 졌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1차적 전략 혹은 결과주의 사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는 나쁜 수를 두어 게임에서 지고 나면 그 수가 왜 나빴는지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 수의 이면에 깔린 의사 결정 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분석했다. 다시 말해 내가 상 대를 만나 그 시점에 그 수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분석하고, 앞으로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게임 준비 루틴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수의 이면에 깔린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나는 2차적 전략 혹은 시스템 사고라고 부른다.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많다. 우리는 어떤 투자가 ‘왜’ 망했는지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재무 형편이 약했을 수 있다. 이는 결과주의 사고다. 그러나 당신이 투자라는 결정에 이르게 된 과정'을 분석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나의 확인 목록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는 그 목록을 어떤 식으로 검토하는가? 무언가에 한눈을 팔았는가, 아니면 목록의 항목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게 된 요인이 있는가? 목록의 내용이나 분석 방법 혹은 결론을 끌어내는 방법(투자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향후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시스템 사고다.
- 결과주의 사고 즉 1차적 전략을 가진 팀원들은 프로젝트나 전략이 왜 실패했는지 분석한다. 스토리라인이 너무 뻔하다. “우리 제품이 경쟁사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못했다. 신약 후보의 데이터가 너무 약했다.” 이런 분석의 결론은 “향후에는 스토리라인이나 독특한 제 품 사양 혹은 데이터를 더 잘 만들려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 가 된다.  시스템 사고 즉 2차적 전략을 가진 팀원들은 실패의 이면을 파고 든다. 우리는 어쩌다 그런 의사결정에 이르렀나? 참여자들의 조합을 좀 더 다르게 꾸려야 하나, 아니면 참여 방식을 바꿔야 하나? 앞으로는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기회 분석 방법을 바꿔야 하나? 지금의 동기부여 요소들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동기부여 요소들을 바꿔야 하나? 시스템 사고는 결과의 질'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질'을 용의주도하게 점검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결과가 실패라고 해서 반드시 의 사결정 자체 혹은 그 이면에 깔린 의사결정 과정이 나빴다고 볼 필요는 없다. 결과는 나빴으나 의사결정은 훌륭했던 경우도 있다. 잘 선택 한 똑똑한 리스크 였으나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 예를 들어 100배의 상금을 지불하는 복권이 있는데 복권이 세 장밖에 팔리지 않았고 그 중 하나가 당첨될 거라면, 세 장 중 한 장을 구매하는 것은 좋은 의사 결정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산 복권이 당첨되지 못한 두 장에 포함되 더라도 말이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 “회사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 자체가 정말로 매력적이죠.” 잡스는 그의 전기를 쓰고 있던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에게 그렇게 말했다. “때로는 회사 자체가, 회사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혁신이더군요.” 잡스는 군사 역사가 제임스 백스터ames P. Baxter가 50년 전에 내 린 결론과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백스터는 버니바 부시의 시스템 이 2차 세계대전의 물길을 돌리는 데 성공한 일을 반추하며 이렇게 썼다. “그 사이 어디선가 기적이 일어났다면, 그 장소는 제때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조직 구성 분야일 것이다."
- 보상을 프로젝트 쪽으로 많이 돌리고 승진 쪽으로는 적게 돌리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사내 정치의 효과를 줄이는 데 필요한 변화처럼) 쉬운 일 이 아니다. 실적이 좋은 해에는 전 직원에게 기본 연봉의 10퍼센트 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해에는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쉽다. 그러나 보상과 변동성이 둘 다 큰 시스템(성공한 커피 머신을 만든 한 사람에게는 60퍼센트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려운 도전이다. 측정이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목표는 조심스럽게 설계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실적을 공정하게 평가해야만 연말에 극심한 논쟁을 피 할 수 있다. 어려운 메시지는 실천 가능한 항목을 제시하면서 전달해 야 한다. 그래야 직원이 장래에 더 큰 보상을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또렷이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재설계할 때 가장 어려운 과제는 어쩌면 '히포 크라테스 선서’의 비즈니스 버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우선 해를 가 하지 말라.” 의도치 않게 잘못된 인센티브를 만들어내는 일은 너무 나도 쉽다. | 맥락은 약간 다르지만 다음 사례를 한번 보자. 베두인족의 양치기 들이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사해 근처 사막 어느 동굴에서 사해문서死海文書를 최초로 발견하자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두루마리를 찾 을 때마다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양치기들은 두루마리를 발견 하는 족족 작게 조각을 냈다. 이론은 옳았으나 실제에서 잘못된 인센 티브가 생길 것을 고고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다. 비즈니스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하청업자에게 시간 단위로 돈을 준다면 문제가 몇 배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매출에 보상을 지급하면 이윤은 실종될지 모른다(돈을 주고 고객을 살 수도 있다). 출시된 제품 수를 가지고 보상을 하거나 임상시험에 들어간 약의 개수로 보상을 한다면 리콜과 임상시험 실패 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최고위직에는 큰 보너스를 주고 하위직에는 쥐꼬리만 한 보너스를 주는 게 좋은 생각처럼 들리지만, 이는 취약한 중간 계층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꼴이 된다.
- 나라면 내 회사를 운영하는 하버드 MBA 출신 애송이한테 이사회에서 잔소리나 들으며 10억 유로짜리 회사의 배당금을 두둑이 챙기 느니, 차라리 1억 유로짜리 회사에서 망령 난 회장으로 살며 당장 재미나게 즐기고 사람들의 존경도 받을 겁니다.
- 매직넘버를 높이는 법
1. 사내 정치의 효과를 줄여라
보상이나 승진을 위한 로비를 어렵게 만들어라. 이들 사항 을 결정할 때 해당 직원의 관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 립적 평가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2. 소프트 에쿼티를 활용하라
영향력이 큰 비금전적 보상을 찾아내서 활용하라. 예) 동료들의 인정, 내적 동기부여..
3. 프로젝트 능력 적합도를 높여라
직원의 능력과 할당된 프로젝트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과 프로세스에 투자하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발견되면 역할을 수정하거나 직원을 다른 팀 으로 보내라. 직원이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목표다.
4. 중간 계층을 해결하라
의도는 좋았으나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드는 보상, 즉 잘못 된 인센티브를 찾아내서 고쳐라. 룬샷과 사내 정치 간의 싸움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위험한 중간 계층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라. 승진을 위해 싸우게 만드는 인센티브를 멀리하고 결과에 집중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어라. 지위가 아닌 결과를 예찬하라.
5. 칼싸움에 총을 들이대라
인재와 룬샷 쟁탈전에 경쟁자들은 철 지난 인센티브 체계를 동원할지도 모른다. 인센티브 설계라는 까다로운 분야의 전문가를 데려와라. 최고인센티브책임자를 임명하라.
6. 관리 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하라
룬샷 그룹에는(프랜차이즈 그룹에는 아니다) 관리 범위를 넓혀 서 통제를 느슨하게 하고, 더 많은 실험과 동료 간 문제 해결 이 가능하게 하라.
- 보편적 진리에 대한 케플러의 생각은 급진적이었다. 타원형 궤도 (심지어 궤도라는 아이디어 자체), 태양의 힘이 행성을 움직인다는 생각, 자연법칙이 이런 운동을 관장한다는 생각, 정교한 측정을 통해 그런 법칙을 추론해야 한다는 생각 모두 케플러가 도입한 것이었고, 새로 운 발상이었다. 케플러는 뉴턴보다도 더 과감하게 과거와 이별했다. 뉴턴은 (주로) 케플러의 궤도를 설명하겠다는 목표로 기존 원리들을 통합했다. 케플러는 300년 뒤에 나타날 아인슈타인에 가장 근접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과거와 과감하게 이별했다. 아인슈타인은 먼저 에테르라는 오래된 개념을 거부했다. 에테르는 모든 비교의 잣대가 되는 우주만이 가진 독특한 기준틀이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보면 물리법칙은 그 어떤 기준틀에서도 동일하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음으로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원격작용이라는 뉴턴의 생각을 거부했다. 뉴턴은 행성이 어떤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멀리 떨어진 물체에 대해서도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물질이 주위의 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그런 힘들을 설명해냈다.) 아인슈타인은 케플러가 자신과 같은 정신'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케플러는 종교적 박해도, 가난도, 개인적 비극도, 불신하는 관객도, 신비주의적 사고의 유산도 모두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 기업 내부에서건, 어느 산업 내부에서건, 룬샷 배양소가 번창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1. 상분리: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한다.
2. 동적평형: 양 그룹 간에 막힘없는 교환이 오간다. 
3. 임계질량: 룬샷 그룹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크다.
- 정부가 할리우드 영화사 시스템을 둘로 쪼갔다면, 유전공학은 제 약 시스템을 둘로 쪼겠다. 유전공학은 제조(신약을 발명하는 과학자)와 유통(그 신약을 시장에 판매하는 제약회사)을 분리했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노바티스Novartis, 파이저, 머크, 존슨앤드존슨, 일라이 릴리 등 소수의 대형 다국적 기업이다. 이들은 여러모로 구축 해놓은 관계와 규모를 이용해 아르헨티나에 제품을 출시하고, 프랑 스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고, 푸에르토리코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JP. 모건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일본의 손해배상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들은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피델리티나 T. 로우 프라 이스 같은 대형 뮤추얼펀드)와 분기 실적에 관해 통화하면서 콜레스테롤약이나 당뇨약 프랜차이즈의 앞날과 같이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 아이템을 의논한다. 애널리스트는 다음 분기 실적 및 글로벌 시장 트렌 드를 예측한다. 자세한 과정이라든가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에 관해서는 의논을 하지도 않고,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도 들을 생각이 없다. 이 시장은 프랜차이즈를 사들이고 경영하는 곳이다. 그러나 바이오테크 시장에서 수백 개의 작은 기업들을 추종하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는 그 과학적 원리에까지 깊숙이 뛰어든다. 제품은 종종 아직 실험 단계이거나 임상시험 단계로서 FDA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직 매출에 관해 논할 단계도 아니고 그저 생 물학과 화학에서 나온 원리, 임상시험 데이터만 있을 뿐이다. 바이오 테크 회사들은 개발 소재(대학이나 국립연구소에서 나온 기술)와 창의적 인재(생물학자 및 화학자), 전문 투자자로부터 나올 희소한 자금을 놓 고 경쟁한다. 이곳은 대형 제약회사들이 일상적으로 묵살하는 인기 없는 아이디어들을 위한 시장이다. 20년 전의 유전자 치료, 10년 전 의 면역요법, 지금의 줄기세포처럼 말이다.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공생적 파트너십이 두 시장을 연결한다. 주 로 단발성이다. 5장에서 픽사가 초창기에 디즈니와의 단발성 계약을 통해 살아남은 것처럼, 제넨테크도 초창기에 일라이 릴리와의 단발 성 파트너십을 통해 목숨을 부지했다는 얘기를 했다. 훨씬 폭넓은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도 가끔 있다. 스위스에 위치한 거대 제약회사 로 슈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넨테크는 20년에 걸친 파트너십을 통 해 아마 제약 업계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바이오테크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중에는 2장에서 다룬 아바스틴(주다 포크먼의 연구에서 시작된 것)도 있고, 유방암 치료의 새 전기를 연 허셉틴도 있다. 두 회사의 합작 프로젝트(로슈의 자원으로 제넨테크의 룬샷에 연료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의 연간 매출만 300억 달러를 넘는다. 상장회사 혹은 사기업인 수백 개의 바이오테크 기업이 생물의학계에서는 룬샷의 배양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영화 산업과 신약 개발 산업 모두 두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대형 기업들의 시장과 룬샷을 육성하는 소규모 전문 기업들의 시장으로 말이다. 두 시장은 그물망 같은 파트너 십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분리와 연결은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조건 중 앞의 두 가지 (상분리와 동적평형)가 산업에 적용된 예다. 세 번째 조건인 임계질량도 사례를 통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난 10년간 미국에 있는 거의 모든 대도시가 '바이오테크 허브’ 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당신이 최근 생물학이나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이주하고 싶은 도시는 어디인가? 바이오테크 기업이 몇 개 있는 디트로이트인가, 아니면 200개가 넘는 바이오테크 기업과 100여 개의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있고 매년 수십 개의 바이오테크 회사가 만들어지는 보스턴인가? 대부분의 바이오테크 회사는 대부분의 룬샷과 마찬가지로 살아남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당신 회사가 잘못됐을 경우를 대비해 가까운 곳에 예비 책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누구나 다른 선택지와 예비책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생물의학 기업 다수가 연구 본부를 보스턴으로 옮겼다. 그들은 사들일 수 있는 회사나 제품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 어 한다. 더 많은 기업인 수는 더 많은 벤처 자금을 의미하고 이는 다 시 더 많은 회사를 뜻한다. 이는 마치 스스로 먹이를 주고 성장하는 순환계와 같다. 선순환이다. 보스턴은 임계질량을 달성했고 그래서 불이 붙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그러지 못했다.
- 무언가가 처음으로 출현할 때는, 다시 말해 창의성과 발명에는 언제나 운과 타이밍이 필요하다. 브랜치 리키Branch Rickey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야구 경영인이다. 그는 야구계에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팜시스템farm system을 처음 만들었다.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의 경쟁 에서 잘해내면 메이저리그로 승급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이 시스템 을 이용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여덟 개를 만들었다. 1장에서 던진 “행 운은 설계의 흔적이다” 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도 브랜치 리키다. 영국이 특별히 달랐던 점, 이웃 국가보다 훨씬 나았던 점은 하나 다. 그리고 그게 이웃 국가들보다 영국에 더 많은 행운을 가져다줬다. 영국은 하나의 국가 내부에서 성공적인 룬샷 배양소를 가장 빨리 구축했다. 1660년 설립된 런던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 of London는 영국에 있는 현대 과학의 거의 모든 아버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중 에는 로버트 보일, 로버트 후크, 아이작 뉴턴도 있었다. 이 점이 뉴턴 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도움을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어느 역사가는 왕립학회가 없었다면 《자연철 학의 수학적 원리가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우리가 '뉴턴의 법칙' 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 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뉴턴과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독립적으로 미적분학을 개발했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네덜란드에서 원심력의 개념과 빛의 파동 이론, 현대적인 확률 이론을 개발했고, 진자를 이용한 시계를 발명했다. 
- 1667년 왕립학회의 첫 번째 역사가이자 홍보자였던 토머스 스프랫Thonmas Sprat은 “시계나 잠금장치 혹은 총” 및 “전염병에 대한 치료책”과 같은 “비범한 발명품”을 다룬 글에서 “이 기적과 같은 제품들을 대중도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스프랫은 왕립학회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모든 고귀한 발명품의 근간을 연구하여 영국을 서방 세계의 자랑 으로 만드는 틀림없는 길을 제안하는 것이다.
- 업계를 바꿔놓은 여러 아이디어가 모두 처음에는 존속적 혁신이었고 수백 개의 파괴적 혁신 기업이 실패했다면, 아마도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구분하는 것은 (뒤돌아 생각해보거나 학문적 입장에서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실시간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개념들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이 책에서 그 구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내가 전략형 룬샷과 제품형 룬샷이라는 구분을 사용한 것은, 어떤 팀이든 기업 이든 대형 조직이든 의식적으로 혹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전략이나 제품에 대해 깊숙이 간직한 신념을 발전시키기 마련인데, 룬샷은 그런 신념에 도전하면서 정반대 쪽에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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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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