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투자

경영 2021. 4. 10. 21:35

-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를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스타인하트(Michael Steinhardt)와 경마 전문가인 스티븐 크리스트(Steven Crist)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지만, 두 사람의 다음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시장 컨센서스와 상당히 다르지만 그럴듯한 견해를 남다른 생각(variant perception)이라고 정의한다. 시장 컨센서스가 종종 펀더멘털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말이 아니라, 실제 우승 확률보다 배당률이 높을 만한 말을 찾아내는 것이 경마의 핵심 원리다. 이 간단한 원리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 몰라도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이런 사고방식을 따르는 사람은 배당률만 주목한다. 우승마가 아니라, 우승 확률과 배당률 사이의 괴리를 찾아내야 한다.
투자 과정이 훌륭하려면 각 사건의 손익과 발생 확률을 살펴보고, 주가에 반영된 시장 컨센서스가 잘못되었는지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 다. 투자가 카지노나 경마와 다른 점도 많겠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똑같다. 기댓값이 유리한 쪽에 걸어야 한다.
- 경영 기법 대부분은 유행을 타고 등장했다가 유행이 지나면 뒤안길로 사라진다. 경영 기법마다 적합한 상황이 따로 있는데도, 모든 상황에 적합한 것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그럴듯하게 들리는 인기 경영 기법을 채택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다 버린다. 경영 자들은 흔히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사실은 상황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 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폴 칼라일(Paul Carlile), 데이비드 선달(David Sundahl), “이론 구축 과정(The Process of Theory-Building)")
- 주주총회 때마다 누군가는 늘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버크셔는 어떻게 됩니까?” 나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받게 되어 서 기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질문은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당신이 교통사고 를 당하지 않으면 버크셔는 어떻게 됩니까?"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 서한, 1993)
- 최상급 리더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비우고, 그 자리에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내겠 다는 목표를 채운다. 이들에게 자존심이나 사리사욕이 없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야심은 엄청나다. 다만 자신이 아니라 회사의 야심을 앞세울 뿐이다. (짐 콜린스(Jim Collins),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 위험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결과의 분포가 이미 알려진 상황이고, 불확실성 은 사안이 매우 독특해서 결과의 분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랭크 나이트(Frank H.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위험, 불확실성, 이익)》)
-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우리 지식에는 항상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모호함이 존재한다. 우리가 확신할 때마다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다. ((Kenneth Arrow), “나는 매와 톱은 구별합니다(I Know a Hawk from a Handsaw).")
- 점균(粘., slime mold: 그늘진 곳의 썩은 나무나 낙엽 등에서 발생하는, 원생 동물과 식물의 중간적 균류)을 분류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 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점균은 행태가 매우 특이해서 수 세기 동 안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점균은 식량이 풍부할 때에는 단세포 단위로 활동한다. 돌아다니면서 박테리아를 먹고 분열, 생식한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세포수만 개가 모여 무리를 구성한 다음, 개별 행동을 중단하고 집단으로 활동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행태가 바뀌는 탓에, 점균은 분류하기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속성에만 집중하는 투자 기법은 문제가 있다. 때로는 비싸 보이는 주식이 실제로는 쌀 수도 있고, 싸 보이는 주식이 실제로는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싼지 비싼지는 상황에 좌우된다.
- 대부분 기업의 경영진은 자본배분에 능숙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자본배분에 서툰 것은 당연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마케팅, 생산, 엔지니어링, 관리(아니면 간혹 사내 정치)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CEO가 되면 새로운 책임을 떠맡게 됩니다. 이제 이들은 자본배분이라는 중대한 업무도 수행해야 하지만, 대개 이런 일은 해본 적도 없고 쉽게 습득되는 일도 아닙니다. 이는 실력 있는 음악가가 승승장구해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대신, 연준 의장으로 임명되는 꼴입니다. CEO들이 자본배분에 서툴다는 사실은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10년 동안 회사 순이익의 10%가 유보된다면, CEO는 전체 자본금의 60%가 넘는 자본에 대해 배분 책임을 지게 됩니다. CEO들은 자신의 자본배분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면 흔히 직원, 경영 컨설턴트, 투자은행(우리나라의 대형 증권회사와 비슷 -역주) 등에 의지합니다. 찰리와 나는 이런 전문가들의 도움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자주 지켜보았습니다. 대개 자본배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미국 기업에서는 현명하지 못한 자본배분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바로 이런 이유로 '구조조정'이 그토록 많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으레 열거하는 처방이 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운동을 충분히 하며,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투자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 게 해야 할까? 답은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부하들을 시켜서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펀드매니저들이 예측력과 통제력 상실감에 시달리면 단기 매매에 유혹을 느낀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펀드매니저들도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리 때문에 발생했다면 심리로 풀어야 한다.
- 의사결정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전쟁터, 거래소 입회장, 경쟁이 치열한 기업 환경 등)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대개 직관이 합리적인 분석에 우선한다는 점을 실감한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직관은 선천적 자질이 아니라 기량이다. (토머스 스튜어트(Thomas A. Stewart), “직관적 사고법(How to Think with Your Gut))
- 최근 논문에서 로버트 올슨(Robert Olsen)은 투자와 관련된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의 5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1. 구조가 부실하고 복잡한 문제: 이런 문제에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다. 증권의 내재가치 평가가 전형적인 예다.
2. 불완전하고 모호하며 변화하는 정보: 우리는 미래 재무 실적을 추정해 종목을 선정하고자 하지만, 관련 정보를 모두 입수할 방법이 없다.
3. 정의가 부실하고 변화하며 상충하는 목표들: 투자에서 장기 목표는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단기 목표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예컨대 단기적으로 펀드매니저는 만족스러운 실적을 지키려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고, 부족한 실적을 채우려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4. 시간 제약과 거액 투자에서 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투자의 필연적 특성이다.
5. 다수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다수가 참여하는 탓에 의사결정이 제약될 수 있다.
-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사람들은 대개 서로 모방한다. (에릭 호퍼(Eric Hoffer),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
- 자연주의적 의사결정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올슨은 그 과 정을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주로 심상(心像)과 시뮬레이션에 의 지해 상황과 대안 들을 평가한다. 
2단계에서는 패턴을 비교해 문제를 인식한다. 전문가들은 알고 있 는 패턴을 특정 상황에 연결할 수 있다. 게리 클라인은 동료들과 함께, 시간 제한에 따라 체스 고수와 하수가 두는 수의 평균 품질을 분석했다. 135초 안에 한 수' 조건에 비해 6초 안에 한 수' 조건에서 하수들의 수는 품질이 대폭 하락했지만, 고수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었다, 고수들은 체스판을 훑어보고 패턴을 빠르게 인식했으므로, 짧은 제한 시간에도 비교적 좋은 수를 둘 수 있었다.
3단계는 유추(類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다.
- 모든 혁신은 과거로부터 어느 정도는 단절됨을 의미한다. 전구는가스등을, 자동차는 마차를, 증기선은 범선을 대체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모든 혁신은 과거의 조각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에디슨은 시스템 조직원리를 기존의 가스 산업에서 도출했고, 초창기 자동차는 마차 제조업자들이 만들었다. 최초 증기선도 범선에 증기엔진을 붙인 것이다. (앤드류 하가든, 획기적 발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이가 태어나 세 살이 될 때가지 뇌의 신경과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엄청나게 증가함.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시냅스가 1000조개로 어른의 두배. 아이의 뇌는 어른의 뇌보다 더 활발학고 더 잘 연결되어 있으며 더 유연하다. 하지만 시냅스는 이처럼 엄청나게 늘어난 후 상당한 가지치기 과정이 뒤따른다. 도널드 헤스의 이름을 딴 헤비안 고정으로 명명된 이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쓸모 있는 시냅스는 더욱 강해지고, 그렇지 않은 것은 가지치기 당한다. 어린이 뇌에서는 시냅스가 하루에 약 200억개 정리된다고 추정됨. 이로써 뇌는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미세조정된다. 이 시냅스 선택과정은 어른이 될 때까지 반복되어 성공하는 뇌를 형성한다. 이 시냅스의 과잉생산과 가지치기 과정이 그리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리된 시냅스와 에너지 비용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값비싼 전략이다. 이처럼 낭비가 심한 프로세스가 진화 과정에서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은 꽤 똑똑하다. 신경 네트워크 모형들을 살펴보면, 과잉 생산과 가지치기 방식은 아주 유연할 뿐 아 니라, 실행 전에 결함을 예측하는 자동 제어 네트워크보다 정보 보존신뢰성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여러 대안에서 출발해 가장 유용한 것 만 남기는 방법은 아주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탄탄한 전 략임이 증명되었다.
- 투자자와 사업가 들이 신경 발달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의 과잉 생산과 뒤이은 가지치기가 신산업이 태생할 때 일어나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 과정을 이해하면 다음 세 가지 면에서 유익하다. 첫째, 이는 이론적으로 타당할 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증명된 혁신에 대한 모형이다. 둘째, 광기나 거품을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셋째, 혁신 과정이 종종 투자 기회로 연결되는 것을 보여준다.
- 복잡계에서는 보드게임처럼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작지만 유용한 복수 대안을 마련해두고 상대방의 수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해나가야 하지요. 여기서 핵심은 복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안을 마련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존 홀랜드(John H. Holland), 2000 CSFB 리더스 포럼(Thought Leader Forum) 강연)
- 체스 챔피언의 게임 전략은 무엇일까? 체스 전문가 브루스 판돌피니(Bruce Pandolfini)는 체스 챔피언들의 공통적인 행동 유형 4가지를 발 견했는데, 장단기 전략 수립에 유용하다.
1. 너무 멀리 보지 마라: 고수라면 10~15수 앞까지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필요한 만큼 몇 수만 볼 뿐이다. 정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너무 멀리 보는 것은 시간 낭비다.
2. 복수의 대안을 마련하고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하라 : 고수는 이리저리 수를 따져본 뒤에 움직인다. 좋은 수가 떠올랐다고 바로 두지 않는다. 더 좋은 수가 있는지 따져본다. 이것이 내 모토다. 복수의 대안을 비교해야 좋은 수를 찾을 수 있다.
3. 상대를 읽어라: 체스를 잘 두려면 사람의 마음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체스도 감정이 드러나면서 인간이 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체스를 잘 두는 사람은 상대를 면밀히 파악한다. 고수는 상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상대의 생각을 읽어낸다.
4. 티끌 모아 태산: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거나, 까짓것, 그쪽이나 챙기셔라고 생각하며 무시한 자그마한 이득을 취하라. 그러면 더 유리해져서 왕(King)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자그마한, 자그마한, 자그마한 것들이 중요하다. 이 자그마한 움직임 하나하나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여러 번 쌓아가다 보면 게임 전체가 유리해질 수 있다.
- 기업은 경영자가 단기적인 결정을 올바르게 내릴 수 있을 만큼 유연 한 장기 의사결정 규칙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가 불투명하더 라도 장기적으로 잘 경영할 수 있다. 체스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듯이, 비즈니스도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의사결정 규칙이 마련되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 잘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이 된다. 캐시 아이젠하트(Kathy Eisenhardt)와 돈 술(Don Sull)은 이를 단순 규칙 전략'이라 불렀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복잡한 전략보다는 '큰 방향만 제시하는, 단순하지만 엄격한 규칙' 몇 개만 채택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들이 제안한 5대 규칙이다.
1. 업무방법 규칙 : 어떤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할지 정하는 규칙. 이는 우리회사에 특별히 필요한 업무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이다
2. 사업영역규칙 : 기회를 찾아야 할 사업영역과 비사업영역을 구분하는 규칙이다
3. 우선순위 규칙 : 기회를 추구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규칙
4. 조율통합 규칙 :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기회들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규칙
5. 사업정리 규칙 : 한물간 사업을 언제 정리할지 정하는 규칙
- 기업의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보다 가치와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한다. 하지만 무형자산에 투자하면 비용으로 회계 처리되어 자산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런 비 대칭적 회계 처리는 무형자산 투자는 비용으로 처리하는 반면, 유형자산 및 재무적 투자는 자산으로 잡음으로써 기업의 성과와 가치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는 문제를 가져온다. (바루크 레브(Baruch Lev), 《Intangibles(무형자산)》)
- 지난 130년간 시장 PER은 평균인 14배를 중심으로 오르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평균인 14배 수준으로 시장 PER 이 회귀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내 대답은 조건부 '아니요'다. 비정상성을 유발하는 세율과 물가상승률,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폭이 넓기는 하지만 일정한 범위 안에서 변동한다. 이 요인들도 10년 이상의 장기 평균에 수렴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이 요인들이 수십 년간 변동하면서 PER에 중요하고 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회계 방식 변경은 논외로 하고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할 때, 무형자산비중이 증가하면서 PER이 더 높아진다. 투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기업은 이를 자본화하는 기업보다 순이익 대비 현금흐름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장기 추세로 보인다. 하지만 유형자산 중심의 오래된 산업에 비해 서비스 및 지식산업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PER이 낮아 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상쇄 요소를 감안한 적정 PER은 과거 평균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PER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경제 환경은 바뀌었다.
- PER은 비정상성을 띠기 쉬우므로 투자자들은 아주 주의해서 사용 해야 한다. PER은 경험 법칙으로 유용해서 매력적이지만, 내재된 가 정을 이해하면 유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재된 가정을 잘 살펴보면 성장, 물가상승률, 세율, 위험 감수 수준, 무형자산 증가세 등 의 경제 환경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이유와 양상을 알 수 있고, 이것이 PER에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 지식이 완전하지 않은 개인들이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밝 혀내야 한다. 모든 지식이 한 사람에게 주어졌다고 가정하는 것은, 경제학자들 이 그들의 이론에서 문제 될 만한 것은 제외하고 세상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사회의 지식 활용)》)
- 수많은 자잘한 사건과 드물지만 엄청난 사건이라는 패턴이 자산가격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자기 조직 임계 현상(self organized criticality)'이라 한다. 자기 조직에서는 리더십 없이 개별 행위주체(일례로 투자자)가 상호 작용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낸다. 임계 상황이란 작은 변동이 다양한 유형의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태다. 자기 조직 임계 현상은 지진, 멸종, 교통 체증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돌발 사건을 메커니즘으로 설명해보자. 앞서 말했듯이 시장은 충분히 다양한 투자자들이 상호 작용할 때 제대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 다. 반대로 다양성이 깨지면 시장은 취약해지고 투자자들은 비슷하게 행동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몇몇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군집행동은 많은 투자자가 자신의 지식과는 무관하게 남의 행동을 보고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도 자기조직 임계 현상의 좋은 사례로, 군집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두꺼운 꼬리가 투자자들에게 의미하는 것
가격 급변이 예상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은 현실적으로 투자 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원인과 결과에 대한 사고: 자기 조직 임계 현상에서는 결과의 크기가 변 동의 크기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때로는 작은 자극으로 엄청나게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면 결과에 합당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 위험과 보상: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은 위험과 보상 사이에 선형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같은 자기 조직 임계 시스템에서는 보상이 위험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금융 이론은 실제 시장 데이터를 표준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투자자는 명심해야 한다. 5표준편차 이상인 사건을 학계와 업계에서 그리 자주 언급하는 것만 보더라도 통계적 방법으로 시장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포트폴리오 구성: 통계 기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험(경험과 노출의 차이)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수익을 증폭할 목적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포트폴리오라면 특히 그렇다. 헤지펀드업계의 참담한 실패는 대부분 두꺼운 꼬리에서 발생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이런 사건들을 감안해야 한다
-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험이 축소된다는 이론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근거도 부족한 많은 가정이 존재한다. 첫째로 종목별 가격 변동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 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익률은 정규분포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이 그럴 까? 물론 아니다.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B. Mandelbrot), "월가의 멀티 프랙털 현상(A Multifractal Walk down Wall Street))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은 성장주의 가치평가에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어떤 기업이 대박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낮은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데이비드 듀런드(David Durand)는 1957년 “성장주와 페테르부르크의 역설(Growth Stocks and the Petersburg Paradox)”이라는 논문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평균 회귀적인 발상으로 모형을 만들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50년 전에 다루었던, 대박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낮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가 오늘날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980~2006년 동안 기술주 2,000 종목이 신규 상장되었지만 2조 달러 이상의 부를 창출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소규모 이익을 낸 기업은 많았지만, 대박을 터뜨린 기업은 매우 드물었다. 급성장 시장에는 이러한 승자독식 경향이 뚜렷하므로, 부의 창출이 앞으로도 정규분포를 따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의 분 포는 과거보다 범위가 더 넓어졌다. 부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예상치 않은 사건 사고, 즉 두꺼운 꼬리 부분에서 벌어질 대형사고의 성과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게임 에서 얻을 수 있는 상금은 대개 얼마 되지 않지만 가끔은 엄청난 금액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기댓값은 얼마일까? 게임 참가자는 얼마를 내려고 할까?
- 뉴턴의 세계에서 기본 원리는 환원주의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17~19세기에 놀라울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 과학자 존 홀랜드(John Holland)는 “모든 자연과 세계는 분해해서 자세하게 분석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작은 부분을 합치면 우리가 알고 싶은 전체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환원주의는 대체로 잘 들어맞는 편이다.  그러나 환원주의는 한계가 있다. 구성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 하면 구성 요소를 합쳐도 전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호 작용을 통해 전체 시스템이 움직이기 때문에, 구성 요소만 단순하게 들여다봐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 의식을 심층 연구하는 뇌과학자 윌리엄 캘빈(William Calvin)은 의식을 이해하는 비결은 뇌과학이나 양자역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두뇌에는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층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과 같은 기초 단계의 연구를 통해 단숨에 최상위 단계인 의식을 이해하겠다는 기대는 '도어맨의 망상(회사 빌딩의 도어맨이 자신도 조만간 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한다. -감수자 주)'처럼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도어맨의 망상이 투자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주식시장이 서로 다른 투자자들의 상호 작용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라면, 환원주의 논리에 따라 개별 투자자에게서 시장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자자와 경영자 들은 개별적인 부분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이므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시장 전망에 오류가 발생하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가치를 파괴하게 된다.
- 주식시장은 복잡계의 모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 투자 방식과 투자기간이 각기 다르고(적응 결정 규칙) 투자자들이 서로 거래한다(집합). 그리고 두꺼운 꼬리에서의 가격 급변(비선형성)과 투자자의 상호 모방(피드백 과정)도 목격할 수 있다. 행위 주체에 기반하면 시장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경제 모형처럼 깔끔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주식시장을 복잡계로 보는 투자자는 두 가지 인식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 함정은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을 계속 탐색하는 행위다. 작은 변화들이 큰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임계점이 존재 한다는 것이 복잡계의 전형적 특성이다. 따라서 원인과 결과가 언제나 쉽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정부는 1987년의 대폭락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했다. 열심히 조사했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결과가 그에 비례하는 원인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을 찾고자 하기 때문에,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두 번째 함정은 시장 자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개별 정보에 집착하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저PCR 장세가 나타나면 경영자들은 투자자 들이 재무제표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개별 투 자자들은 자신만의 의사결정 규칙이 있고, 시장은 그 규칙들의 집합을 보여줄 뿐이다. 더욱이 복잡계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문가보다 다양한 개인의 집합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선조들은 원인을 모르는 사건들이 일어나면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 없어서 짜 증이 났을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엉터리 지식이라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확실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판단이라는 행위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에 근본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 려고 합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루이스 월퍼트(Lewis Wolpert), 패러데이 강연(Faraday Lecture))
- 우리는 중앙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인과관계가 직접적인 분명한 명령 체계를 바란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영향력을 주고받는 거대한 연결 시스 템에서는 표준적 사고방식이 설 자리가 없다. 그림으로 단순하게 표현하거나 구두로 논쟁하는 것은 너무 빈약하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스티븐 스트로가츠(Steven Strogatz), 《동시성의 과학 싱크(Sync)》)
- 200년 전, 과학계에는 결정주의가 만연했다. 뉴턴의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은 시계처럼 예상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적 우주관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는 KA Philosophical Essay on Probabilities(확률에 대한 철학적 고찰)》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 그는 일정 시점에 자연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사물의 상호 위치를 알고 있다. 그가 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할 만큼 막대한 능력이 있다면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과 극소의 원자까지도 하나의 공식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지전능한 존재에게 불확실성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그가 예상하는 미래가 그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오늘날 철학자와 과학자는 이 전지전능한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 과거, 현재, 미래를 정밀하게 계산해서 모두 구할 수 있다는 개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가 인과관계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복잡계에서는 이런 간단한 계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복잡계란 자기 조직 임계 현상 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기 조직' 이란 리더가 없다는 의미다. 복잡계는 개별 구성 요소의 상 호 작용으로 작동된다. '임계성'은 비선형적이라는 의미다.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진동(원인)의 크기는 결과와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진동이 엄청나게 큰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모래성에 비유하면 잘 알 수 있다. 평평한 바닥에 모래를 붓는다고 상상해보자. 처음에는 모래 입자가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쌓일 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높이로 쌓이고 기울기가 생기면 자기 조직임계 상황에 돌입한다. 모래를 약간만 더해도 크고 작은 무너짐이 발생할 수 있다. 무너짐의 크기는 마지막에 더해진 모래의 양과 비례할 이유가 없다. 투자에 이 비유를 적용하면 모래 입자를 정보로 바꾸면 된다. 작은 정보는 대체로 시장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작은 정보로도 시장이 요동친다. 무리 효과(information cascades) 모형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 시장 에서는 가치 기준에 맞춰 주가가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주가에 맞춰 가치 기준을 수정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는 1990년대에 행한 연설에서, 지적 결정을 내리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정신적 격자 모형을 소개했다. 정신적 격자 모형이란 방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정리해 현실 세계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학교에서 개별적인 지식을 단순하게 잘 암기하던 우등생도 현실에서는 생활 바보에 불과한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격자 형태로 이론적 모형을 연결하고, 구축된 모형들에 경험을 입혀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참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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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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