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웨어

심리 2020. 2. 6. 12:05

- 과학은 종종 촘촘한 그물망이라 묘사됨. 한 분야에서 발견한 사실, 방법, 이론, 추론 규칙이 다른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철학과 논리는 과학의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논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침. 물리에서 장이론은 심리학에서의 장이론을 촉발. 입자물리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을 위해 개발된 통게를 사용함. 농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개발한 도구는 행동과학자들에게도 유용함. 쥐가 미로를 찾아가는 법을 설명하력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이론을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계에 학습법을 주입할 때 도움이 되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들의 사회체계 이론에 힘입은 바가 큰데, 특히 이기적으로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위자가 사회의 부를 창출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요즘은 경제학자들이 인간의 지능과 자기조절 이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방식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관점이 과거에는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해 크게 바뀌었고, 경제학자들의 과학도구는 사회심리학자들의 실험기술을 받아들여 크게 확장된 바 있다. 현대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본질을 이론화한 18, 19세기 철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인지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들은 철학자들이 제기한 질문의 영역을 넓히고 있고, 오래된 철학적 난제에도 답을 내놓기 시작. 윤리와 인식론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심리학자와 경제학자의 연구에 길잡이가 됨. 신경과학 연구와 거기서 나온 개념들은 심리학과 경제학, 나아가 철학까지도 탈바꿈시키고 있다.
- 활성화 확산은 우리 판단과 행동에 원치 않는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인지의 강으로 떠내려오는 우연한 자극도, 그것이 당장의 인지적 작업과 아예 무관하다 해도, 우리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어, 어떤 장면, 소리, 기분, 심지어 냄새까지도 사물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쳐 우리 행동을 그쪽으로 유도함. 상황에 따라 좋은 일일수도, 나쁜 일일수도 있다. 허리케인 이름에 헤이즐과 호러스가 있다고 하자. 어떤 허리케인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내겠는가? 사실 이름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선택한 이름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헤이즐에 희생자가 더 많이 생길 확률이 높다. 여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은 남성 이름을 붙인 허리케인보다 덜 위험해 보여 사람들이 예방에 소홀한 탓이다.
* 직원을 좀더 창조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애플 로고를 보여줄 것. 그리고 IBM 로고는 피할 것.
* 직원의 주변을 녹색이나 파란색으로 꾸며도 창조성에 도움이 된다. (빨간색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 것.)
* 연애 사이트에서 조회수를 올리고 싶다면? 프로필에 빨간 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거나 적어도 사진 주위에 빨간 테두리라도 둘러라.
* 교육채권 발행에 납세자들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학교를 투표소로 지정하도록 로비를 벌여라
* 임신 말기 낙태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지게 하고 싶다면? 교회를 주요 투표소로 정하게 하라
*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 뒤 양심상자에 기부금을 넣게 하고 싶다면? 커피 주전자 위에 있는 선반에 사람처럼 생긴 코코넛을 놓아두어라. 그 코코넛을 보면 좀더 양심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다. 사람 얼굴을 연상케 하는 코코넛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해동을 감시받는다고 느낀다.
* 누군가에게 사설을 읽게 하고 그것을 믿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깔끔하고 호감가는 서체를 써라. 글자가 엉망이면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데 사설을 수산물 상점이나 부두에서 읽는다면, 사설의 주장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사설을 읽는 사람이 '비린내가 나는'을 '의심쩍은'의 뜻으로 쓰는 문화 출신이라면 그럴 것이다. 그 경우가 아니라면 비린내는 사람의 마음을 어느쪽으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아이들의 IQ를 높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그렇다면 미네소타 학습기업 같은 따분한 이름은 쓰지 말라. 그보다는 살찐뇌닷컴 같은 이름을 써라 회사 이름이 섹시하고 흥미로우면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 몸상태도 인지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교도소에서 가석방되고 싶은가? 가석방 심사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하도록 시도해보라.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관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심사관이 식사를 방금 끝냈을 경우 가석방을 허락할 확률이 66%였다. 점심식사 직전에 이루어진 심사에서는 가석방 확률이 정확히 0이었다.
*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사람이 나를 따뜻한 사람, 껴안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상대에게 커피 한잔을 건네주고 들고 있게 하라. 아이스커피는 절대 안된다.
-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치인 인간이다. (짐 론, 미국 기업가 겸 동기부여 전문강사)
- 사람들에게 그들이나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의 행동이 주로 성격 특성에 좌우되는지 상황에 좌우되는지 물으면, 자신보다 친구가 상황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된 행동을 보일 것 같다고 대답할 것임. 이처럼 행위자와 관찰자가 행동의 원인을 다르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전후 맥락은 언제나 행위자에게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 상황에 맞게 행동하려면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함.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상대에게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내 행동이다. 그러다 보니 내 행동의 특성에서 내 성격의 특성을 성급히 판단하기 쉬움. 상대는 내가 처한 상황의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없고 더러는 무시할 수도 있다. 내 행동을 성격 탓으로 돌리는 데 제약이 거의 없는 셈이다.
- 그리스에서는 생계의 기초가 거래, 고기잡이, 목축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과 텃밭 가꾸기는 올리브 농장 같은 농사인 반면, 중국은 쌀농사처럼 협동이 많이 필요한 농사였다. 전제정치는 자기이익부터 챙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운영방식이었을 것임.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그리스인의 독립적 문화를 물려 받은 서양인과 중국의 유교전통을 물려받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10여가지 실험에서도 그대로 드러남. 그중 다카히코는 일본대학생과 미국대학생에게 가운데 인물의 표정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일본학생들은 인물이 행복한 사람들에 둘러싸였을 때보다 슬픈 또는 화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덜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훨씬 덜했다. 맥락에 주목하는 현상은 물리적 맥락에서도 나타남. 이런 차이가 얼마나 뿌리깊은 지 알아보려면 물밑 영상을 보여주는 20초짜리 영상을 본 뒤 무엇을 봤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미국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할 것이다.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는 걸 봤어요. 지느러미는 분홍색, 배는 하얀색인데 등에 세로 줄이 있었어요." 한편 일본인은 이렇게 말하기 쉽다. "시냇물 같은 걸 봤는데 물은 녹색이고 바닥에는 돌멩인가 조개껍데기가 있었어요. 큰 물고기 세마리가 왼쪽으로 헤엄치고 있었고요." 일본인은 맥락을 만든 뒤에야 미국인들에게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사물에 접근. 종합해보면,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배경사물에 60% 더 많이 주목했다.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맥락에 더 주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이런 차이는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에도 그대로 나타나, 동양인은 상황을, 서양인은 기질을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많음. 한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같은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 한국인은 그 상황의 어떤 요소가 그 사람의 행동을 촉발했으리라는 꽤 합리적 출론을 내림. 그러나 미국인이라면 그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개인의 기질로 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것이다.
-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 여길 때, 우리는 그 판단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보다 당사자의 판단이 맞을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하라. 당사자는 현재 자기가 처한 상황을, 그와 관련한 개인적 사연을, 우리보다 더 잘알고 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서양인들은 세상이 대체로 정적이며 사람을 비롯해 어떤 대상의 행위는 불변하는 기질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반면에 동아시아인들은 불변하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생각. 환경을 바꿔 보라. 그러면 사람도 바뀐다.
- 무의식은 의식보다 감지용량이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훨씬 더 많은 요소를, 그리고 훨씬 더 광범위한 종류를 생각헤 담아둘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의식까지 가담하면 사물을 평가할 때 엉망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술 포스터나 잼 같은 대상을 보고 나서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각각의 물건에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싫은지 말한 뒤에 고르라고 하면, 그 물건들을 그저 잠시 생각한 뒤 고를 때보다 잘못 고를 확률이 더 높아짐. 잘못 골랐다는 걸 어떻게 알까? 머릿속에서 일이나는 과정을 말로 표현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까 선택했던 물건을 평가해보라고 하면 그 물건이 아까만큼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하기 때문. 이런 의식적 선택이 문제가 되는 이유 하나는 말로 표현되는 특징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 그리고 그런 특징은 대개 그 물건의 중요한 여러 특징 중 일부다. 무의식은 말로 표현되는 특징뿐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특징까지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한다. 이처럼 선택을 할때 의식적인 과정을 빼버리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 자잉탕은 3년간 쌍둥이 소수추론 연구를 했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해법이 찾아온 순간은 그가 연구실에서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던 때가 아니라 콜로라도에 있는 친구 집 뒤뜰에 앉아 콘서트장으로 떠나기전 잠시 친구를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순간, 이게 정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여기까지가 무의식의 성과였고, 이 뒤부터는 의식이 개입하기 시작. 장이탕은 여러 달에 걸쳐 그 해법의 세세한 부분을 손질했다. 장이탕의 경험은 매우 높은 수준의 창조적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사례. 예술가, 수학자, 과학자 같은 창조적 사람이 자신의 창조방식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놀랍도록 비슷한 점이 있음. 미국 시인 브루스터 기셀린은 앙리 푸앙카레에서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로 창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에 관해 쓴 수많은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셀린은 "순전히 의식적인 계산만으로는 절대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글쓴이들은 자신을 구경꾼처럼 묘사. 의식적 견해 뒤에 숨은 문제해결과정의 열매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찰자와는 다름.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1) 자신도 무엇이 그 해법을 촉발했는지 거의 또는 전혀 알 수 없으며, (2)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 때가 있다.
- 수학자 자크 아다마르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 소음에 불현듯 깨었을 때, 그 순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해법이 머릿속에 불숙 떠올랐다. 그것도 내가 예전에 시도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푸앙카레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기분 전환으로 여행을 떠나 수학은 잊고 있었다. ... 그런데 버스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푹스 방정식을 정의할 때 사용했던 변환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변환과 동일하다는 생각이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노스 화이트헤드는 "귀납적 일반화에 성공하기 직전에 상상이 뒤죽박죽되던 긴장감"을 언급.
- 시인 스티븐 스펜도는 "내가 느끼는 어둑한 아이디어 구름은 응결되어 언어의 소나기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함. 시인 에이미 로웰은 이렇게 썼다. "아아디어는 특별한 이유없이 머릿속에 나타날 것이다. 이를테면 청동 말처럼, 나는 말을 시의 좋은 주제로 머릿속에 입력했따. 입력과 동시에 내 의식은 그 주제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한 일은 그 주제를 잠재의식 속에 떨어뜨린 것이다. 마치 편지를 우편함에 집어넣듯이. 6개월이 지나 머릿속에 시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시가 거기 있었다."
- 의식적인 문제해결과 관련해 우리가 아는 것은 (1) 우리 머릿속에 있는 특정한 생각과 지각, (2) 그 생각과 지각을 다루는 방식을 통제한다고 (또는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규칙, (3)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신과정에서 나온 많은 인지적 산물과 행동이다. 나는 곱셈규칙을 알고, 173과 19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3과 9를 곱한 뒤에 7을 남기고 2는 한자리 올려준다는 등의 규칙을 안다. 나는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규칙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곱셈이 진행되는 절차를 안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사이먼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떤 일이 어떻게 무의식적 규칙이나 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규칙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를 제시했다. 체스를 처음 두는 사람은 어떤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이는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기는 하는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당연히 규칙대로 움직인다. 이때 사용되는 기술은 소위 멍청이 전략으로 고수들에게는 잘 알려진 규칙이다. 그러다 체스를 한참 두면서 관련 책도 읽고 수준급 실력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에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규칙에 따라 체스를 두고 그 규칙을 정확히 표현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자신의 행동이 의식적으로 구현되는 규칙에 맞는지, 그 규칙을 따를 때 떠오르는 생각과 일치하는지 점검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복잡한 문제해결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일은 종종 들여다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느지 안다고 철석같이 믿을 때, 그리고 그와 관련해 지적당할 만한 실수를 하지 않을 때, 어떤 전략이나 전술의 타당성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바꾸기란 매우 힘들다. 체스 선수의 경우, 진정한 고수가 되면 자신이 이용하는 규칙을 정확히 표현하기가 불가능해짐. 중급 실력이었을 때 배운 많은 규칙을 이제는 더 이상 의식적으로 구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랜드마스터 정도가 되면 전략을 무의식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이기도 함. 판단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주장은 다음 두가지 관점에서 그다지 과격한 주장은 아닐 것임.
(1) 사람들은 판단과 행동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 주장하지만,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거나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것의 기저가 되는 과정을 안다고는 주장하지 않는다. 후자의 과정은 인식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각이나 기억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과정은 우리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일어난다. 그렇다면 인지과정이라고 해서 달라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정신과정을 구태여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필요한 추론과 행동을 알아서 하는 정신과정까지 알지 않아도 의식이 해야할 일은 많다.
- 모차르트는 음악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간 듯 싶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려면 아래 두 시점에서 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1) 어떤 문제의 요소들을 찾아내고 해결책의 윤곽을 대략 잡아보려면 의식적 사고가 필수. 뉴요커 필진인 존 맥피는 아무리 하찮은 글이라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초고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초고를 쓰지 않으면 생각을 발전시키기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하루에 글을 두세시간만 쓸지라도 머릿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하루 24시간 그 주제를 생각한다. 그렇다. 잠을 잘 때도 생각한다. 하지만 초고 같은 대략의 초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존재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글쓰기가 시작된 게 아니다." 초안만들기의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앞으로 쓸 내용을 어머니에게 편지로 알리는 것이다.
(2) 무의식에서 나온 결론을 점검하고 다듬는 데 의식적 사고가 필요. 어떤 해법이 난데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수학자도, 그 해법을 증명하기까지 수백시간을 의식적으로 고민했다고 말한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노동의 혜택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 어떤 사람들은 매몰비용 개념을 알고 나서, 그렇다면 결혼생활에 이미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았다고 해서 결혼생활을 지속할 필요는 없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쏟아부은 시간과 힘은 이미 매몰됐으니까. 나는 그런 논리가 매우 조심스럽다. 결혼생활에 쏟은 시간과 힘은 결혼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 시간과 힘이 가치가 있었다면 앞으로도 가치 있을 테니까. "결혼은, 사랑하지 않은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떠올려보라.
- 예상되는 수준보다 타인들이 더 훌륭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알면, 설교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가 자주 있음. 설교는 나쁜 행동이 실제보다 더 널리 퍼진듯한 암시를 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음. 그렇게 되면 타인을 따라 하려던 마음이 돌아서버린다. 사람들의 전기사용량을 낮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웃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의 집 대문에 그 사실을 적어 걸어둬보라. 여기에 찌푸린 얼굴까지 그려 넣으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전기를 절약할 방법을 제안하라. 이웃보다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이라면 역시 그 사실을 적어 대문에 걸어둔다. 이때 반드시 웃는 얼굴도 그려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전기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제시한 이 영리한 개입으로 캘리포니아은 이제까지 에너지 비용을 3억불 넘게 절약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수십억 파운드 줄일 수 있었다.
-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자 할 때 우리는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인센티브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음. 금전적 이익과 손실은 가장 많이 애용되는 인센티브다. 하지만 사람들을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더 효과적이고 더 싸게 먹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싶다면? 이웃은 전기를 더 적게 쓴다고 말해준다. 학생들의 음주를 줄이고 싶다면? 친구들은 생각보다 술을 덜 마신다고 알려주라. 떠밀거나 잡아 끌기보다 장벽을 제거하고 통로를 마련해주어 가장 현명한 행동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게 하라.
- 면접환상과 금본적 귀인오류는 뿌리가 같으며,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양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할 때 더욱 부풀려질수 있다. 행동의 원인을 상황보다 고정된 기질 탓으로 돌리는 근본적 귀인오류를 제대로 이해하면, 면접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회의적이 된다. 대수법칙을 확실하게 이해해도 근본적 귀인 오류와 면접환상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나는 면접의 효용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니 면접에 근거한 내 판단에도 언제나 회의를 품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원칙을 이해했다가도 차츰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나는 가치있고 신뢰할 만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환상이 지나치게 강하다. 그래서 면접이나 누군가를 잠깐 본 것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견해에 근거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고 학교 성적이나 업무 수행력에 대한 기록까지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짧은 면적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때는 그 한계를 언제나 또렷이 인식한다.
- 신뢰도는 어떤 사건이 두 가지 경우에 또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똑같은 수치가 나오는 정도를 말함. 타당도는 무언가를 측정해 예측했을 때 원래 의도한 것을 예측하는 정도를 뜻함. 어떤 측정도구는 신뢰도가 완벽한데 타당도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점성술사 두 명이 물고기자리인 사람과 쌍둥이자리인 사람의 외향성 정도를 두고 일치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런 주장에 타다도가 있을 리 없다.
-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따라 마시게 되고, 사람들이 술을 많이 안 마시면 덩달아 음주량을 줄인다. 호텔의 특정 객실에 묵었던 사람들이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했다면 그 방에 투숙한 다른 사람도 따라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그 지역 투표율이 높을 거라고 말하는 게 낮을 거라고 말하는 것보다 투표율을 높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임. 사람들에게 지난 선거에서 그들이 투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이번에도 그들의 투표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 말한다면 효과적일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함. 그러니 투표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말로써 투표율을 2.5%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테스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단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직 A/B 테스타만이 점검 여부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느지 알아볼 수 있다.
- 구두보고는 아주 다양한 왜곡과 오류에 취약하다. 우리는 머릿속에 서류서랍을 넣어두고 필요할 때 의견을 뽑아쓰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할 때는 질문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 앞에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우연히 발생한 사오항이 점화효과로 작용했는지에 영향을 받게 됨. 다시 말해 개인의 견해는 급조되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좌우됨.
-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참고집단과의 암묵적 비교에서 나오는 때가 많다. 누가 나더라 얼마나 성실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교수들이나 아내 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마침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비교해 내가 얼마나 성실한지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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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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