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설계자

경영 2023. 6. 18. 08:41

- 나이키는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9월에 가게 될 워커에서도 동기부여 측면에서라면 이 이상의 자극은 줄 수 없을 것 같 았다. 제프가 언급했던, 그리고 프리폰테인이 몸으로 직접 보여준 그 개념들은 사실 워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개념이기도 했다. 관습을 거부하고, 한계를 시험하고, '가능한 것'의 정의를 새로 쓰는 일 말이다. 나는 이곳의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탁월성에 대한 문화였다.
어떻게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1990년대 초반, 오리건주는 당 시 빠르게 전파되고 있던 저항 문화의 중심지였다. 라디오에서는 펄 잼Pearl Jam, 너바나Nirvana, 사운드가든Soundgarden 같은 밴드가 그런지 grunge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다. 1980년대 긴 머리의 글램 메탈Glam metal 록 밴드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었다(고등학교 복도에서는 이들의 파워 발라드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런 새로운 음악적 흐름은 불손하고 아이러니한 감각으로 그 세대를 정의했다. 그런 특성은 사무실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곳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기 도 했다. 그곳에서는 회사 생활의 전형을 거부하는 의식적인 결의 가 존재했다.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이나 랄프 로렌Ralph Lauren 과 같은 브랜드의 '비즈니스' 캐주얼(내가 가장 충성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익숙한 세계에서 살던 내가 갓 넘어온 이곳은 반바지와 샌들, 심 지어는 맨발에 가슴을 다 풀어헤친 셔츠가 지배하는 세계였다. 랄 프 로렌 셔츠를 목까지 채우고 처음 출근한 날에는 이런 말을 들었 다. "옷 입는 법부터 가르쳐야겠네." 사무실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 곳 토박이였다. 어드벤처 스포츠에 너무나 익숙한 오리건주에서 나 고 자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 나이키에서는 대중과 소비자들의 본능적인 감정을 자극했다. 신발을 팔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 자신을 스토리의 일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워커는 최첨단의 방식으로 사람들이 예 술과 만나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뛰어난 일을 해냈고, 해 나가 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행복하게 일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나이키에서의 경험이 없었을 때의 얘기지만, 예술가들은 예 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나이키에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메시지를 전하는 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이키가 감정을 움직여 무 엇을 할 수 있는지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탐구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세상을 움직이는 열정과 스포츠의 융합이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것을 놓칠 수 없었다.
- 브라질 대표팀은 '창조는 팀 스포츠'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그룹이었다. 브라질에는 징가Ginga라 불리 는 특유의 축구 기법이 있다. 이 이름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동 요動搖'라는 뜻이다. 징가는 브라질 전통 무술과 삼바 등이 스포츠에 스며든 브라질 문화의 표현이다. 단순한 훈련과 기술을 넘어 우아 함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징가를 두고 펠레Pelé는 이렇게 말했다. "우 리는 춤을 추고자 한다. 우리는 징가를 하고자 한다. 축구는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싸움이 아니다. 아름답게 운영해야 한다."
- 징가식 축구는 개별 선수에 초점을 두고 그들에게 '아름답게' 경기할 자유를 준다. 브라질 대표팀의 강점은 선수들의 다양성, 각 구성원의 개성에 있다. 각 선수는 '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를 기준으로 선발되지만 그렇다고 '머니볼Moneyball'(저비용·고효율을 추 구하는 야구단 운영 기법.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전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의 운영 방침을 가리키는 말옮긴이)과 같이 정확한 지표를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선수들은 모두 다채로운 개성을 갖고 있었고, 각자 고유한 이야기와 경기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경기장에 서 마음껏 뽐내도록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브라질은 성과와 효율만 을 위해 조직된 팀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특징을 이용해서 흥미진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들 은 쇼를 펼치는 동시에 대회에서 우승했다. 브라질 축구는 당시 많 은 팀이 따르던 지시적이고 체계적인 '독일 스타일'과 극명한 대조 를 이뤘다. 독일 스타일에는 획일성으로 인해 즉흥의 여지가 없었 다. 브라질은 창조의 케미스트리에 의지해 다양한 요소를 융합시킴 으로써 대단히 독특한 것을 만들어냈다. 반항아나 악동이 있는 한 편, 마술사와 금욕주의자도 있었다. 선수들이 균일한 방식으로 함 께 노력해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 브라질 스타일은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축구와 같은 조직적인 스포츠에서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브라질은 그들의 스타일을 성공시켰고 그 결과 당대에 가장 흥미로운 축구가 만들어졌다.
- 호기심은 창조의 기폭제다. 영감은 호기심으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영감은 바다에 묻힌 거대한 빙하처럼 무한하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영감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영감이 자연스럽게 당신을 통해 작품으로 흘러 가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규칙적인 습관과 일상의 루틴을 통해 바깥의 세상을 당신의 세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로써 자신과 팀이 창조적 결과를 달성하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
영감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치열한 창 작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밖으로 나가 영감을 찾아야 한다. 탐구자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학습 을 통해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 호기심은 근육이고 근육은 단련할 수 있다. 나이키는 이 점을 알고 있었기에 끊임없이 상상력에 연료 를 공급하고 창조를 이끄는 호기심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
- 열정은 위험을 감수하는 정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아주 많이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열정'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면 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자제 력을 잃고 만다. 마침내 말을 마치면 스스로 당황한다. 그 상황 자 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일이다. 당신 안의 열정을 내보여라. 당신의 브랜드, 당신의 스토리, 당신의 공간에 억 제되지 않은 열정을 전부 불어넣어라. 당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절대 멈추지 마라.
- 크게 휘둘러라
명예의 전당에 오른 메이저리거의 평균적인 통산 타율은 3할 1리다. 이는 출루한 경우보다 아웃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다. 크고 혁신적인 스윙을 하라. 실수조차 앞으로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한 퇴사  (0) 2023.06.22
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기획합니다  (7) 2023.06.18
마케트릭스  (0) 2023.06.10
초기업  (7) 2023.06.09
반도체 인문학  (1) 2023.05.25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