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원이 조직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조직을 떠 나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것도 자유다. 그 새로운 선 택을 할 자유가 있음에도 그것을 억누르고 현재 조직을 선택해 야 진정한 사랑이다. 오늘날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사랑에 관한 한 '쿨'한 편이다. 자유롭게 만나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유 롭게 헤어진다. 조직과의 관계 설정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루어진 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조직과의 만남을 영원으로까지 승화시 키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쉽게 만나고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MZ세대와 관계를 지 속하는 일은 어쩌면 힘들고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와 사랑을 하려면 먼저 상 대방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사랑도 없으니까. 결국 오늘날 경영자나 리더에게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 설정에 있어 새로운 사랑 방정식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가 주어진 셈이다.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 한편 MZ세대의 조기 퇴직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건, 누구에게 귀책사유가 있건 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쪽은 기업이 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어렵게 뽑은 인재가 조기에 퇴사해버 리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이나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 문이다. 게다가 대퇴사 시대를 맞아 어렵지 않게 퇴직과 이직을 선택하는 친구나 동료를 보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쉽다. 동료의 퇴직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나도 퇴직을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그 결과 퇴직 러시에 동참하는 사람이 생겨나거나, 과거라면 그냥 참고 넘어갈 만한 사소한 불만이 퇴직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퇴사 대열에 동참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까? 많은 경우 '조용한 퇴사' 모드로 바꾼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 도 베야 하지 않겠는가. 대퇴사가 능력자의 선택지라면 조용한 퇴 사는 그렇지 못한 사람의 피난처에 해당한다. 여하튼, 둘 다 현재 의 직장과 업무에서 노력과 열정을 거둔다는 면에서는 동일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위험요소다.
결국, 오늘날 조직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퇴사와 조용한 퇴 사현상을 단지 MZ세대의 독특성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구 체적인 원인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유야 무엇이건 간에 젊은 직원이 조직을 떠나거나 열정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징후로 읽어야 한다.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 하지 않고 자꾸 떠나는 조직의 미래가 밝을 리는 없다. 요컨대 지 금 우리는 퇴직이 일상이 된, 대퇴사 시대를 살고 있다. 승선한 배 위에서 중도에 뛰어내리는 승객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 세대 간 차이로 인한 갈등은 왜 생기는 것일까? 세대마다 통 용되는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1966년 출간한 《말과 사물》에서 어떤 시대나 문화에서 건 그곳에서만 통용되는 규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러한 인식의 규칙을 '에피스테메episteme'라 불렀다. 에피스테메는 '특정한 시대에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과 구조를 가능케 하는 특별한 규칙'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동일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규칙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에피스테메다.
- 미셸 푸코에 따르면 근대 서양 문화에서는 두 차례의 거대한 에피스테메적 불연속이 존재했다. 16세기부터 17세기 중반까지 는 유사성의 에피스테메가 통용되던 르네상스 시대였다면, 이후 부터 18세기 말까지는 표상의 에피스테메가 지배하던 고전주의 시대였으며,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실체의 에피스테메 가 지배하던 근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각 시대를 대표했던 '유 사성, 표상, 실체의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는 논의의 본질과 거 리가 멀어 상술하지는 않겠으나,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일한 인식을 갖도록 만들었던 에피스테메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근대 이후 서양 문화에서는 대략 150여년의 간격을 두고 사람들의 인식의 기반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의 인식은 자연 경관의 변 화보다는 느린 주기로 변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요즘은 에피스테 메가 얼마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일까? 세상의 변화나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과거보다는 훨씬 빨라졌을 것으로 추 정된다. 산업 시대의 규칙들이 정보화 시대에는 더 이상 통용되 지 않거나 휴대전화 시대의 패러다임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쓸모없어진다는 사실을 무수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터다. 따라서 미셸 푸코가 에피스테메를 연구하던 시절(1966년 즈음)보다는 지 금의 에피스테메 변화 주기가 훨씬 빠를 것이다.
- 굳이 '에피스테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회학자가 사람들을 세대로 구분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각 세대마 다 생각의 방향이나 인식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세대世代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공통의 인식을 가진 비슷한 연령 층의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 말하자면 동일 세대끼리는 생각이 얼추 비슷하다. 자라온 환경과 경험, 사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과 평가 기준 등이 유사하다. 푸코 식으로 말하면 동일한 에 피스테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세대가 달라지면 공유 하는 에피스테메도 달라진다. 베이비부머가 공유하는 에피스테 메와 X세대가 공유하는 에피스테메 그리고 MZ세대가 공유하는 에피스테메는 서로 다르다.
- 과거 기성세대는 합당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라도 감내했다. 상사의 부당 한 지시도, 자신의 역량에 걸맞지 않은 허드렛일도, 아무런 성취 감을 느낄 수 없는 무의미한 업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성세대 에게는 경제적 안정이 최우선 가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MZ세대는 돈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돈보다는 일의 의 미와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의 미와 가치를 찾을 만한 업무라면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 라도 기꺼이 몰두한다. 반면 단순한 일이나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채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 식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한다. 그 결과 현재 직장이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거나 지금의 직장에서는 원하 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미련 없이 떠날 준비를 한다. 혹자는 직장생활과 인생에 대해 너무 섣부른 판단을 내린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MZ세대의 직장관 직업관이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 알베르 카뮈에 따르면, 인간과 그를 둘러싼 세계는 기본적으로 부조리하다. 부조리하다는 표현은 '조 리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실존 철학에서 부조리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불일치'를 의미하는데, “희구하는 정신과 그것을 좌절시 키는 세계 사이의 단절로 표현된다. 인간은 항상 무엇인가를 바 라지만 세계는 항상 그의 기대를 좌절시키고 마는데, 이러한 상 태가 바로 '부조리'다. 카뮈가 보기에 부조리한 상태는 특수한 경 우가 아니다. 원래 세상은 부조리한 곳이다. 세상이 부조리하니 인간도 부조리하고 우리네 삶도 부조리한 것이다.
-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한 세계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 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Sisyphus에 비유했다. 시시포스는 코 린토스의 왕으로, 죽은 뒤에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바위는 산의 정상에 다다르면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져 다시 밀어 올리기를 영 원히 반복해야 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무의미한 노동이 되풀 이되는 형벌을 받는 것이다. 카뮈는 오늘날 직장인의 모습이 시시 포스의 형벌과도 같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일에 종사하며 산다. 그 운명도 시 시포스 못지않게 부조리한 것이다."
- MZ세대에 비해 기성세대의 퇴준생 비율은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현재 자신의 처지가 완생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물론 기성세대 중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완생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 면 마치 완생인 듯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상은 미생 이지만 마치 완생인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 일까? 아마도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은 아닐까? 문화 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 엄청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획책을 다한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진실을 마주하기보다 회피하 려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현명한 태 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장생활을 끝내는 행위인 퇴직도 사회적 죽음에 비유할 만하다. 기성세대는 왜 언젠가는 맞게 될 퇴직을 외면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인간이 죽음을 회피하려는 마음과 비슷하다. 언젠가 는 퇴직할 테지만 그걸 미리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퇴준생은 현실을 냉정하고 담대하게 바라보 는 유형이다. 신체적 죽음처럼 언젠가는 만나게 될 사회적 죽음 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퇴준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외려 제 분수를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알고 보면 모든 직장인은 퇴준생이다.
- MZ세대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이유를 모두 불만 때문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이직하거나 자신의 이 상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전자가 성취지 향형'이라면, 후자는 '이상주의형'이다. 성취지향형 퇴사는 자신 의 경력 개발과 성공을 위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다. 이 들은 한 회사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기보다는 현재 회사를 징검다리 삼아 더 나은 곳으로 점프하려고 생각한다. 성취지향형 퇴사자는 대체로 동기부여가 강하다. 매사에 성실하고 자기계발에도 열성적이다. 그래야만 본인의 계획대로 점프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회사에서 인재라고 생각하는 구성원 중에 성취지향형 퇴사자가 많다. 이들이 퇴사를 해버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까운 인재를 놓치는 꼴이 된다.
이상주의형 퇴사는 자신이 꿈꾸던 삶을 찾아서 떠나는 경우 를 말한다. 이들은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유형이다. 때로는 경제적 보상을 고려하지 않고 물질적 풍요마저 포기한 채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떠나기도 한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중요시 여기는 의식주 나 소속감, 안전의 욕구를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더 높 은 차원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 의 꿈과 행복을 찾아서 나머지 가치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그 것이 자아실현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퇴 사자는 현실적으로 만류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는 길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 속담처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 는 것은 도의상 옳지 않다. 하지만 조직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만으로 '박힌 돌' 행세를 하는 것 또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특 히 박힌 돌이 조직에 새로운 피를 공급할 '굴러온 돌'을 튕겨 내버린다면 이는 조직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 조직도 인간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유기체다. 인간처럼 조직도 생주멸生住의 과정을 거 친다. 태어나 일정 기간 머물다가 언젠가는 사라진다. 어느 누구 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장강(양쯔강)의 뒤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자연의 이치듯이, 조직에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 의해 물러나는 것은 순리이자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것을 거부 하거나 생략해버리면 조직은 고인 물이 되어 누구도 살 수 없는 시궁창처럼 변하고 만다.
- 오늘날 MZ세대에게 연봉(돈)은 위생 요인이면서 동시에 동기 요인이기도 하다. 연봉이 너무 적으면 불만 족이 발생하여 퇴사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동기부여가 끝없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봉을 적당 히 주기도 어렵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 속한 MZ세대 구성원들 은 절대적인 액수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경쟁 기업보다 얼마나 많 은지에 따라서 가치와 자존심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봉 협상 시즌이 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끼리 연봉 인상 폭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해당 기업의 실적과 성과 에 따라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단순 도식 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구성원의 자존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 문이다. 이런 상황이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 플 수도 있다. 금전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지만 그것을 소홀히 하 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날 MZ세대에게 는 다양한 관점의 보상과 동기부여책을 입체적으로 마련해야 한 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 과거 평생직장 개념이 우세하던 시절에는 한 번 만나면 웬만 해서는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수많은 하객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언약을 하고도 부부의 연을 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요즘 시대다. 하물며 달랑 근로계약서 한장 쓰 고 같은 직장에서 만난 사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오늘날에 는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조금 관대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별의 순간이 찾아와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 마음이 돌아선 사 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걸복걸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차라리 잘 가라며 손뼉 쳐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만 좋은 인상이라도 남길 수 있다. 정 이별이 싫다면 함께 있을 때 잘해주어야 한다. 일만 시킬 것이 아니라 부하 직원의 성장과 행 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대의 꿈과 인생 목표를 이해하고 그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장 상사-부 하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인연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 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 CJ제일제당은 MZ세대 직원 6명으로 이루어진 사내 벤 처기업을 조직하여 실제 사업화를 진행했다. 2021년 10월 사내 벤처 1호로 선정된 '푸드업사이클링'에서는 버려지는 식품 부산 물을 즐겁게 활용한다는 사업 비전을 담은 '익사이클 EXcycle'을 론 칭하였다. 실제 MZ세대 직원이 최고 책임자가 되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등 MZ세대를 경영에 적극적 으로 가담하게 만들었다." GS리테일도 MZ세대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 개발에 활용하는 애자일 Agile 조직인 '갓생기획 프로젝트' 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팀에서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도넛 브랜드인 노티드와의 협업을 통해 '노티드우유' 콜라보 제품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경영진과 MZ세 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MZ보드'를 만들어 회사 제품 에 대한 피드백과 소비자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특정 상 품에 대해서는 MZ세대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맡아 서 진행하기도 했다.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의 '플러스 체인저'나 기아(주)의 '기아 영 이노베이터' 등 조직 문화 개선 아이디어 발 굴을 위해 MZ세대로만 구성된 문화 혁신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 도 증가하고 있다.
- MZ세대는 왜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것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생명력이 충만하 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생명의 역사를 추 적한 《창조적 진화》에서 생명 진화의 근원에는 '엘랑비탈elan vital' 이라는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엘랑비탈은 '생명 안에 내재하는 폭발적인 힘'을 뜻하는데, 이것이 진화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생명이 가진 엘랑비탈의 힘 때문에 진화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이는 생명의 진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신 다윈주의 주장과는 대비되는 관점이다). 엘랑비 탈이라는 약동의 힘 때문에 마치 포탄에서 화약이 폭발하듯 무 수히 많은 개체가 가지를 뻗어 나왔다는 것이다.
생명 안에 있는 엘랑비탈이라는 폭발적인 힘 때문에 진화가- 점진적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새로운 개체 는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 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슨 말인가? 베르그송에 따르면, 폭발적 진화는 '생명의 힘'과 '물질의 저항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생명과 물질의 대립인데, 이해를 위해 각자 머릿속에 포탄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일반적으로 포탄은 내부에 화약이 들어 있고 외부는 쇠로 된 외피(탄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내부에 들어 있는 화약은 자 유롭게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성질을 가졌다. 생명의 성질이 그러 하다. 반면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탄피라는 물질은 화약이 밖으 로 나가려는 것을 안에 가두려는 힘이다. 물질의 성질이 그러하 다. 이처럼 포탄은 밖으로 나가려는 생명의 힘과 그것을 가두려 는 물질의 저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생명은 밖으로 나 가려는 자유를 상징하고 물질은 자유를 가두려는 저항을 상징한 다. 이처럼 포탄은 자유를 갈망하는 생명과 이를 가두려는 물질 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
- MZ세대가 바라는 조직 문화
1. 수평적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2. 자신과 회사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3.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4. 기대하는 직업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5.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일할 수 있어야 한다
6. 일도 놀이처럼 재미있어야 한다
7. 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 개인의 능력은 탁월한데 거기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고 있는 직원만이 문제다. 말하자면, 능력이 출중하여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옮길 수 있는 사람만이 실제 문제로 대두된다. 회사의 보 상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자신의 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람은그래서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기가 어려운 사람은 -불만은 있을지언정 달리 선택지가 없다. 결국 보상에 대한 인 식 차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보상과 능력 간에 차이가 있는 직 원, 다시 말해 능력자에게만 한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인식 차이를 마냥 방치할 수가 없 다. 기업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능력자의 이탈을 막 을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은 보상 수준을 결정 할 때 '배고픔'의 관점만이 아니라 '배 아픔'의 관점까지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타사로의 이직이 가능한 능력자를 붙잡아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단지 금전적 보상책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금 전적 요소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관점에서의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배고픔 때문이건 배 아픔 때문이건 간에 능력자가 떠나가는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으니까.
- 철밥통보다는 잡호핑족이 되고자 하는 MZ세대는 아무런 노 력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2~3년에 한 번 씩 직장을 옮기려면 기존 직장에 사직서를 내는 것만으로는 불 가능하기 때문이다. 잡호핑족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어디라 도 갈 수 있는 실력과 전문성이다. 당연히 잡호핑족을 원하는 MZ 세대는 자기계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앞선 조사에서는 20~30대가 잡호핑족이 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조사했는데, '직무 관련 공부'가 58.5%(복수응답)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 으로는 '외국어 공부'(44.5%),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38.7%), '업무 성과 만들기'(34.1%), '다양한 인맥 형성'(24.7%), '취업 컨설팅 받기' (16.5%) 등의 순이었다. 요컨대 MZ세대는 이직을 위해 직무 전문 성을 기르기 위한 공부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 눈여겨볼 대목은 이제 건강관리 방식에도 패러다임이 바뀌었 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건강관리란 튼튼한 신체를 위해 현재의 쾌락이나 익숙함을 절제하는 행위였다. 건강관리를 하는 과정 에서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원리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 고, 그것이 클수록 나중에 주어지는 열매는 달콤했다. 하지만 오 늘날 건강관리는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지금은 절제가 아닌 재미 를 추구하고, 고통을 겪기보다는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어야 한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운동이나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다이어트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오늘날 MZ세대는 어떤 일을 하든지 재미와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은 조직생활에도 이어진다. 오 늘날 MZ세대는 업무에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 최근 재미없는 노동에 내몰린 직장인들이 겪는 증상 중에는 '보어아웃 Bore-out 증후군'이 있다. '보어아웃'이란 직장인들이 지루하고 단조 로운 업무로 인해 의욕 상실에 빠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피로와 슬럼프에 빠지는 '번아웃Burn-out' 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보어아웃은 2007년 스위스 비즈니스 컨설 턴트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R. 베르더가 저술한 《보어아웃》에서 새로운 사무실 증후군으로 소개된 개념이다. 오늘날 직장인 중에 는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가 아니라 재미없고 단순 반복 되는 업무만 하는 데서 오는 지루함 때문에 스트레스와 회의감 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 이는 의욕 상실과 퇴직률 상승으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왜 보상이나 처우, 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참 지 않고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들의 행동을 회사 에 대한 불평불만이나 돈 욕심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이러 한 논쟁은 MZ세대가 가진 이른바 '3불의식' 때문이다. 3불의식이 란 불의 불공정·불이익은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가치관을 말한 다. 불의 불공정·불이익이라는 '3불은 의미가 각기 다른 듯 보 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공정하지 못한 것은 옳지 못한 것이 고, 이것은 결국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따라 서 MZ세대는 옳지 않거나 공정하지 못하거나 자신에게 불이익 이 되는 일은 참지 않는다.
- 이들은 왜 유독 불공정에 민감한 것일까? 니체는 1878년 출판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불공정은 불가피하다." 자기가 파악한 세상은 공평하지도 공정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살면서 불공정을 경험하는 일 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마냥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그냥 피할 수 없는 삶의 전제 조건쯤으로 생각하라는 뜻이다. 대체로 기성세 대는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니체의 말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 다. 독재 정권을 경험한 그들에게 세상은 정의롭지도, 공평하지 도, 공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MZ세대는 대철 학자인 니체의 말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라면서 가정에서부터 불공평이나 불공정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MZ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와 달리 남존여비나 남아선호, 가부장제라는 말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채 자랐다. 양성평등과 가정내 민주화 를 충분히 경험한 세대다. 아마도 그들이 “불공정은 불가피하다" 는 철학자의 주장을 들으면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네”라며 콧방 귀를 뀔지도 모른다. 그들은 불공정에 대해서만은 민감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만한 불공정에 대해서 는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요컨대 MZ세대는 자라면서 불공정 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보 민주화'도 MZ세대의 3불의식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MZ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입에 물고 태어난 세대다. 그들에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놀이터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 이다. MZ세대는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모든 정보를 탐색한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나름의 정답을 찾아간다. 따라서 MZ세대는 정보력에서 기성세 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고 비교하고 검증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엇이 불의이고 불공정이며 그것이 가져올 불이익이 무엇인지 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계산이 빠르기 때문에 불공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자신의 이익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불공정에 분노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Z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서 전반적인 풍요로움 속에 자랐지만, 그렇다고 위기감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MZ세대는 자라면서 1998년 IMF 사 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 의 무기력함과 사회 안전망의 허술함을 직접 목도했다. 치열한 입 시 경쟁과 취업 전쟁을 거친 후에 어렵게 직장생활을 시작했어도 기회의 사다리가 점점 멀어지고 빈부 격차와 소득 양극화가 심 화되는 현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불공정에 대해 극도의 저항감을 갖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은 결국 자기가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른바 '각자도생'의 마인드 를 내면화하게 되었다.
- 결국 MZ세대가 불의나 불공정에 강하게 분노하고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들이 자라온 성장 배경과 그들이 살 아가는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결과일 뿐이다. 욕심이 많거나 버릇 이 없어서가 아니다. 따라서 MZ세대와 원만한 소통을 하려면 그 들이 가진 3불의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단지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성세대도 그것을 내면화해야 한다. 정치나 조직 등 사회 전반에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불의나 불 공정, 불평등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3불'이 없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은 MZ세대만을 위한 일은 아 니다. 그런 세상은 기성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서 반드시 가꾸어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 오늘날 MZ세대는 '가족 같은 회사를 기대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아니, 그들은 가족 같은 회사라면 치를 떤다. 특히 꼰대 같은 상사와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싫은 일이다. 그들은 현재의 직장은 개인적 행복을 향해 가는 데 필요한 수단이자 잠시 머무는 중간 정류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직장 상사나 동료 또한 잠시 같은 버스에 올라탄 옆자리 승객일 뿐이다. 각자 내릴 곳에 도착하면 '굿바이' 인사 정도만 하고 헤어질 사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가족의 연을 맺어가면서 영원히 함께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버스에 탄 승객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당초에 계획한 목적지 이전이라도 내려버린다. 버 스 요금을 한 번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버스로 갈아탄 다. 이렇듯 MZ세대는 가족 같은 회사를 싫어한다. 꼰대 상사와 함께 일하느니 차라리 조금 적게 벌더라도 마음에 드는 사람과 근무하길 바란다.- 일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인 강상중 교수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걸지 않 는 태도는 불성실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으 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 리에겐 역시 어느 정도는 자기 방어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의 영역에 나를 100퍼센트 맡기지 않는 것이 자신을 망가지 지 않게 하는 보험, 이른바 리스크 헤지인 것이지요." 강상중 교 수에 따르면,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몰빵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이유에서 하나의 일에 모든 것을 걸 지 않는 태도를 불성실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워라밸과 워라블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디테일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워라밸에서는 업무와 일상을 구분한다. 그래서 정 규 근무시간 외 자유시간이나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 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엄격하게 나눈다. 양자 간에 적절한 시 간 배분이 핵심이다. 일종의 양적 분배 개념이다. 반면 워라블은 업무와 일상을 나누지 않는다. 워라블을 추구하는 사람은 업무 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기계발이나 취미 활동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즉 일상에서 업무와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고,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적절 히 블렌딩한다. 워라밸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업무에서 탈출하여 자유시간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워라블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일상을 계획한다. 전자가 업 무로부터의 탈출이라면 후자는 업무를 즐기기 위해 적극 대응하 는 쪽이다. 요컨대 워라블족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금언 을 실천하는 자들이다.
MZ세대는 왜 워라블족이 된 것일까? 기성세대와는 직장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해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또 한 현재 직장이나 직업을 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MZ세대에게 취업이란 정착이 아니라 커리어 확장을 위한 여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워라블족은 현재의 직장 에서 많은 것을 누리기보다는-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 좋 겠지만 그곳이 개인적 성장과 커리어 개발의 기회가 되기를 희 망한다. 그래야만 본인의 적성에 맞는 업무, 높은 연봉, 더 나은 조직 문화, 더 좋은 근무 환경을 찾아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워라블족은 업무를 피해 자유시간을 찾기보다는 업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계발하고 더 높이 성장하려는 욕구를 가진 새로운 인간형이다.
- 혹시 워라블족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기회주의자로 여겨지 는가? 부디 그런 시각을 가진 기성세대가 없었으면 한다. 여러 번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는 평생직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환 상이며 맹목일 뿐이다. 이렇게 평생직장이라는 환상을 걷어내고 나면 워라블족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그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 성적이며 적극적이다. 기성세대보다 열악해진 노동 환경에도 굴 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주도적 인간형이다.
- 기업이 능력 있는 MZ세대를 뽑고 조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다양한 복지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는 충분치 않다.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보상과 복지 제도로 차별 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등장한 방법이 있다. 일 종의 이벤트 전략이라 할 수 있는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를 '직원 경험 Employee experience 관리'라 부른다.
'직원 경험'이란 한 사람이 직장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경 험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일하며 느낀 경험, 다른 직원 이나 경영진과 소통한 경험, 스스로 보고 느끼고 관찰한 경험 등 직장생활과 관련된 모든 경험이 포함된다.
- 직원 경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까? 제이콥 모건은 "직원 경험은 문화, 기술 그리고 물리적 공간 의 합으로 구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직원 경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문화적 환경, 기술을 통한 새로운 경험, 물리적 공간을 통한 색다른 체험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먼저 MZ세대가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MZ세대는 시간적·공간적 제약 속에 일하는 것 을 싫어한다. 근무시간과 일하는 장소에 대해 통제력과 유연성을 원한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시간적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 으로 자율출퇴근제, 유연 근무시간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공간 적인 측면에서는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제나 본사에 출근하 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오피스 운 영 등이 문화적 경험의 사례에 해당한다.
- 기술 발전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는 '비바viva'라는 기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직원 경험을 제공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비바'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직원의 지식 관리, 학습, 인사이트 등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그중 '비바 토픽스Viva Topics'는 개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내 정보와 사내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지식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인공지능을 통 해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예측해 관련된 사내 정보를 제 시하고, 자동적으로 사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 바 러닝Viva Learning'은 사내 정보나 내부 전문가를 넘어 외부 교육 과정이나 외부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확장된 직원 경험 플랫폼이 다. 여기서는 개인의 작업 흐름에 맞춰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안내해주고, 업무에 필요한 외부 전문 지식을 제공하여 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개개인의 업무와 학습 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다른 곳에서는 쉽 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실시간으로 체험한다. 물론 이러한 경험 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쌓게 해야 한 다. 이것은 외부와의 물리적 교류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 것으로 기업 공간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거나 지역 봉사 활동 등을 통해 가치 있는 직원 경험을 체험시키는 방식이다. 2022년 4월 SK하이닉스에서는 출범 1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행사를 개 최했다. 춘천에 있는 최신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를 정식 개장 전 3일 동안 통째로 대관하여 매일 임직원과 가족 1만 명을 초청하 는 '피크닉데이'를 가졌다.
- 그렇다면 조직 입장에서, 애정이 식어버린 개인이 회사를 떠나 는 것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언제일까? 퇴사자가 우수한 인재일 때다. 능력이 별로이거나 자기 밥값도 못하는 직원이 스스로 조 직과의 결별을 선언하면 이는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그런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면 앞에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을지 모르지만 돌아 서서는 쾌재를 부른다. 하지만 인재가 사표를 쓰면 조직의 경영 자나 직속 상사가 직접 나서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퇴직 이유를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줄 테 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달래기도 한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개인을 대하는 조직도 두 얼굴을 가졌다. 무능력자에게는 비정하고 능력자에게는 비굴하다.
- 우수 인재가 사표를 제출하면 회사(또는 직속 상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마음을 거두어달라고 애원이라도 해야 할까? 결코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직 서를 제출한 직원을 붙잡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 은 마치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을 찾아가 울고불고 매달리는 것 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양새만 나쁘고 실익은 별로 없는 행위다. 그렇게 했다가는 상대방 마음을 되돌리기는커녕 남은 정나미마 저 없어질 수 있다. 사실 인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 엔간해서는 마음을 되돌릴 방도가 없다. 그는 이미 오래 고민하여 결정을 내 렸고 사직 의사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본래 능력자는 쉽게 칼을 뽑지 않지만, 한번 뽑은 칼은 그냥 칼집에 넣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이 대목에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한 대목을 음미해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寧에 약산藥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시인은 나 싫다며 떠나는 연인을 향해 읍 소를 하거나 저주를 퍼붓기보다는 말없이 고이 보내라고 조언한 다. 차라리 아름다운 꽃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려주며 축복하라 고 이야기한다. 인재가 조직을 떠날 때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 떤 이유에서건 회사를 떠날 결심을 했다면 그를 붙잡기보다는 그간의 인연에 감사를 표하고 앞길을 축복해주면 어떨까?
- '퇴장의 미학'이란 말이 있다. 멋지게 퇴장하고 아름답게 결별 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사실 모든 만남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 하다. 어떤 30대 건축가가 다니던 설계 사무소에 사직서를 제출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불만보다는 만족감이 많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증이 있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이른바 '퇴사의 변을 적은 사직서를 사장에게 전했다. 그러자 사장은 "사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사표일세. 훨훨 날아가시게!"라 고 말하며 사직서에 "성공을 빕니다"라고 적어주었다고 한다. 사 직서를 제출한 뒤, 사장님으로부터 축하와 응원을 받은 건축가 는 그 당시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표와 사원 관계를 끝내던 날, 인생 선배를 얻은 기분이었다. 불가피하게 헤어지는 일이 생겨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잘 헤어져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 초기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부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오로지 '현재'뿐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 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차라리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미래의 현재, 이와 같은 세 가지의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 다.” 우리는 흔히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세 가지로 구분하여 말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과거를 떠올리는 순간도 '현재'이며, 미래를 기대하는 순간도 '현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시간은 현재에 속하며, 현재만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나 미래는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현재이며, 미래를 기대하는 것 또한 '미래의 현재'에 불과하다. 결 국 삶은 언제나 '현재'로만 존재한다. 우리가 체험하는 시간은 '과 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현재-현재-미래의 현재'로만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아, 옛날이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의식은 지금보다 행복했던 과 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를 직시하지 못하 고 '지금-여기'의 삶에 충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의 눈과 의식은 '눈앞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현재를 향해 있기 때 문이다. 오늘날 조직의 기성세대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우가 많다. 새롭게 등장한 MZ세대와 소통이 어렵고, 그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다. 자기들은 신입 시절에 상사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지금은 도무지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성세대는 조직에서 관리자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터라 MZ세대를 동기부여시켜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위로부터는 성과 압력이 거센데, 아래에서는 내 맘처럼 따 라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아, 옛날이여” 하며 푸념이 라도 늘어놓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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