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의 피부, 아니 심지어 지난 계절의 피부도 지금의 피부가 아 니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대부분 계속 죽어가고 대체된다. 우리 유 전자의 약 8퍼센트는 심지어 인간의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것이다. 우리는 DNA 안에 엮여 있는 바이러스들을 지니고 태어나며 무엇보다 도 얼굴 모습과 몸무게, 정신 상태의 원인이 되는 수조 개의 세균을 몸 속에 갖고 있다. 몸은 경험으로 형성되는 유전 정보와 더불어, 매 순간 우리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미생물들이 이루는 역동적인 네트워크다. 또한 우리는 여러 신호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그 신호들이 전달되 면서 머리카락이 있으면 대부분 더 유리한 평가를 받는 시기에 머리가 벗어지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하고, 어떻게든 피하려 애써도 암에 걸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세월과 건강과 행복은 공정 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 문신 아티스트가 작업을 마치고 나면 염료가 진피에 남게 된다. 백혈구는 문신 염료를 침입자이자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는 그 것을 공격한다. 하지만 염료 덩어리들이 너무 커서 제거되지 않는다. 아무리 시도해도 소용없는 탓에 염증이 두드러지게 생기면서 갓 문신 한자리가 며칠 동안 벌게진다.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그 며칠을 기다 렸다가 문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만약 문신한 자리가 며칠이 지나도 계속 벌겋다면 아마도 아주 구시대적인 문신 감염에 걸렸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몇 년에 한 번 정도 문신 감염이 발생한다. 그 원인은 바로 오염된 잉크다. 문신 잉크는 피부 속으로 매우 깊이 주입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맥에 주사하는 생리식염수처럼 무균 제품이어야 한다.

- 어떤 사람은 눈이 왜 파랄까요?
누군가의 파란 눈을 분해해봐도 파란 것은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이다. 갈색 눈이나 회색 눈도 마찬가지다. 우리 눈은 전부 멜라닌 melanin 이라고 하는 짙은 갈색 물질인 동일 색소를 함유한다. 멜라닌은 피부 색과 머리색에도 똑같이 영향을 주는 색소다. 이 색소 하나가 어디에 어떻게 집중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는 것이다.
홍채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은 실질stroma, 뒤는 상피 epithelium로 돼 있다. 이 두 층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흡수와 산란을 거치고 다시 반사될 때 눈 색깔이 만들어진다.

- 사진을 찍었는데 왜 눈이 빨갛게 나올까요?
빛은 눈 안쪽에 있는 망막에서 반사되는데 그곳은 혈관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망막은 시신경을 거쳐 뇌와 직접 연결돼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시신경을뇌의 연장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런 사진은 대부분의 사람들 이 친구의 중추신경계를 찍은 것에 가장 가깝다.

- 의사가 처방하는 등급의 속눈썹 영양제는 실제로 속눈썹이 자란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 영양제에는 녹내장 치료제인 비마토프로스트 bi- matoprost가 소량 들어 있다. 그런데 그 치료제를 쓴 녹내장 환자들의 속 눈썹이 더욱 두드러지게 자라는 것 같다는 점을 연구자들이 주목한 이 후로 비마토프로스트는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해준다는 광고 요소가 됐다. 그것은 약리학 pharmacology 분야에서 비아그라가 운 좋게 발명 됐던 방식과 비슷하게 발견됐다. 비아그라는 혈압제를 임상 시험하던 연구자들이 남성의 음경이 발기되는 현상을 주목하면서 탄생했다. 비마토프로스트는 녹내장 치료제로 사용될 때는 루미간 Lumigan 이라는 제품명으로, 약간의 효과가 있는 속눈썹증모제로 사용될 때는 특정 성별을 더 겨냥해 라티쎄 Latisse 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된다.
녹내장은 전 세계에서 백내장 다음으로 2위에 오른 주요 실명 원인 이다.16 미국에서는 백인들보다 흑인들에게서 일곱 배쯤 더 흔히 나타 난다. 하지만 흑인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을 가능성이 작아서 시각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두 배로 커진다. 보통 보건 의료 서비스나 녹내 장기본 검사를 받을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속눈썹을 더 보기 좋게 하려고 똑같은 성분의 제품에 쉽게 돈을 쓴다.

- 두들겨 맞고 나면 다시 더 강해진다는 생각은 고무적이긴 하나, 털과 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젊은 사람은 뼈가 부러지면 골절이 치유되면서 그 자리가 다치기 전보다 정말로 튼튼해지는 경향이 있다. 근섬유 muscle fiber는 파괴되면 다시 더 강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털을 깎으면 그 자리에 있는 모낭들이 두껍고, 따뜻하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털을 부지런히 밀어 올리는 것으로 반응한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작은 모낭 들은 당최 가만있질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 대부 분의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손상된 모낭이나 다르게 변형된 모낭은 더 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약해지고 또다시 손상이 일어나기 쉬워 진다. 왁싱과 면도는 물론이고, 머리를 아주 세게 묶는 것조차 모낭을 강화하기는커녕 더 손상시키고 심지어 파괴할 가능성이 더 크다.

- 어린아이를 꼭 껴안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아이의 뼈는 뼈가 아니라 연골이라는 걸 안다. 생후 몇 년 동안에는 연골세포 chondro- cyte 가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뼈로 바뀐다. 그런데 거기서 예외적인 곳 이 바로 성장판이다. 성장판은 연골을 만드는 세포인 연골세포로 이루 어져 있다. 어떤 종류의 세포도 될 수 있는 줄기세포보다 딱 한 단계 더 분화한 세포가 연골세포다. 성장호르몬은 뇌에서부터 혈액을 타고 이 연골세포까지 이동해서는 연골세포에게 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세포분열이 일어나면서 연골세포는 연골을 기계처럼 빠르게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산된 연골은 뼈를 늘이고 나서는 단단하게 굳어져 골세포 osteocyte (뼈세포)가 된다. 사춘기가 끝나는 무렵에는 연골세포 가 가동을 멈춘다. 성장판에 있던 연골세포는 뼈세포로 바뀌어 다시는 환원되지 않는다. 대퇴골(넙다리뼈) 같은 뼈는 이제 하나의 원통형 양 끝에 각각 뚜껑이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단단한 완전체가 된다. 그 이후로 뼈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 전통적으로 자외선B는 대체로 햇빛화상, 피부암과 가장 많이 연결 되면서 '나쁜' 종류의 방사선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나중에 연구 결과 를 보니, 자외선 A 역시 나빴다. 따라서 선크림에 자외선 A와 자외선 B 로부터 모두 보호해준다고 명시돼 있어야만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다. 방사선은 세포 내 RNA와 DNA를 파괴하고 엉키게 하며, 그런 상태는 당연히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피부세포가 손상된 핵 산nucleic acid들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염증이 유발되 는데, 그 증상을 일컬어 햇빛화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햇빛에 탈 때는 실제로 몸이 암으로부터 자체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그 과정이 보기 좋진 않지만, 인체가 기능을 하려면 햇빛이 필요하다. 햇빛이 없으면 근육이 약해지고 뼈가 굽는다. 오직 태양에 노출돼야만 피부는 비타민 D 라고 알려진 전구호르몬 prehormone (호르몬으로 전 환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햇빛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더해, 자외선은 실제로 건선 psoriasis 같은 일부 피부질환 치료에도 사용된다. 그런 환자 들은 '광선요법 phototherapy'을 받는다. 다시 말해, 발암 물질도 제대로 쓰이면 치료제가 된다. 

- 아담의 사과, 즉 울대뼈는 남성의 후두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구조가 아니다. 다만 여성에게서 그것이 덜 돌출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울대뼈는 갑상샘 바로 위에 자리 잡은 연골로, 사실 갑상연골 thyroid car- tilage 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다. 남성은 사춘기 동안 남성호르몬인 테 스토스테론이 갑상연골과 '후두' 전체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성대가 길어진다. 현악기의 긴 줄과 마찬가지로 긴 성대의 진동은 낮고 굵은 소리를 만든다. 심리학자들은 목소리가 저음인 남성일수록 짝에게 더 욱 매력적인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는 울대뼈가 클수록 유리 한성선택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그런 특성이 지속되는 것은 큰 후두융기, 사실 별 쓸모없는 이 구조가 생존에 이롭기 때문이 아니라 큰 울대뼈가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낮은 목소리가) 암시하는 바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울대뼈가 형성되려면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 한편 이는 고환이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울대뼈가 큰 남성이 나오는 광고 판을 올려다본다면, 본질적으로는 고환의 능력을 입증하는 광고를 보 고 있는 셈이다. 그 광고는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제 품을 사세요. 그러면 훌륭한 고환을 갖게 될 겁니다."
사실 후두는 뼈가 아니라 연골로 돼 있어서 울대뼈는 귀나 코처럼 사춘기 이후에도 계속 자랄 수 있다. 가령 프로야구 선수가 테스토스테 론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후두가 자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몇백 배로 증가하면서 사춘기 때 일어나는 효과가 연장되는 것이다.

- 얼굴이나 몸을 긁는 것은 우리 스스로 상처를 입히면서 그 경험이 즐겁다고 느끼는 몇 안 되는 활동 가운데 하나다. 습진이 없는 사람들 조차 괜히 하루에 수백 번씩 자기 얼굴이나 몸을 긁는다. 진화론적으로 설명하자면 가려움은 잠재적 괴로움보다는 보호 때문에 지속된다는 쪽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예를 들면 곤충이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알 아채고 그것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가려운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으 면 곤충이 우리 몸을 찔러서 말라리아나 황열, 사상충증, 발진티푸스, 흑사병, 수면병 등을 일으키는 감염원을 주입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도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바로 모기다. 2위와 상당한 격차로 1위에 오른 모기는 말라리아를 퍼뜨려서 매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감각계는 몸을 긁으면 기분이 좋아지게끔 보 상하는 것은 물론, 가장 작은 자극에도 가려운 신호를 보내서 지나치 다 싶을 만큼 조심하게 만든다. 그러한 자극이 실제로 모기일 가능성 은 없지만 말이다. 

- 면역력 증진이라는 광고 문구들은 보통 비타민 C, 즉 아스코르브산을 근거로 든다. 아스코르브산은 거의 모든 것에 쉽게 첨가되는 화학 물질이다. 그것은 고운 흰색 가루로 나오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합성 된다. 그 과정은 대략 이렇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당으로 만든 소르비 톨 sorbitol을 발효시키면 소르보스sorbose가 생성된다. 그 다음에는 유전 자변형 박테리아가 소르보스를 2-케토글루콘산2-ketogluconic acid 으로 바꾼다. 여기에 염산 hydrochloric acid 이 조금 들어가면 아스코르브산이 나오는 것이다.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에서 '아스코르브ascorbic'는 '안티스코르뷰틱 antiscorbutic (항괴혈병제)'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비타민 C가 '괴혈병 (scurvy는 라틴어 scorbutus에서 유래됨)'의 공포를 막아줄 수 있는 화합 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발견은 18세기에 대서양 을 횡단하는 긴 항해들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루어졌다. 그 배들의 선원 절반가량이 괴혈병으로 죽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사망자들은 잇몸과 눈에서 출혈을 겪었다. 당대의 과학자들은 전혀 몰랐지만, 괴혈병 scurvy 은 (앞서 언급한 라피의 표피박리증처럼) 콜라겐과 관련된 질병이다. 단백 질은 인체의 모든 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없으면 우리는 허물어진다. 단백질은 끊임없이 새로이 생성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그 생산에 사용되는 화합물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그 화합물 중 하나가 바로 아스코르브산이다.
아스코르브산이 발견되기 전 수세기 동안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먹 을 수 없는 항해 기간에 오렌지나 레몬, 라임을 챙겨 와서 주기적으로 빨아먹으면 괴혈병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른바 '라임즙을 먹는 녀석들 limey bastards'이었을지는 몰라도 괴혈병으로 죽지는 않았다. 그 과일 속에는 뭔가 항괴혈병제가 들어 있는 듯 보였다. 1933년에 이르러 아스코르브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그것이 괴혈병 예방에 놀라운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아주 적은 양만 섭취해도 괴혈병을 피할 수 있었다.
- 비타민이라고 알려진 많은 화합물과 마찬가지로 아스코르브산은 체내 화합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enzyme들을 돕는 '보조효소 coenzyme' 다. 다른 비타민들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질병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아스코르브산의 역할은 전구체 분자를 콜라겐으로 바꾸는 반응을 돕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주 소량을 섭취하기만 해도 콜라겐 생성 반응을 촉진하는 보조효소가 많이 생긴다. 비타민 C 를 더 섭취한다고 해서 콜라겐이 추가로 생성되지는 않는다. 과잉 섭 취한 비타민 C는 신장을 통해 보통은 문제없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아스코르브산은 무시무시한 질병을 확실히 예방해주는 것으로 밝 혀진 최초의 화합물 중 하나였다. 그 질병에 걸리면 온몸에서 여기저기 출혈이 일어나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된다. 그런 까닭에 아스코르브산은 많은 질병을 예방해주는 어떤 기적의 화합물임이 틀림없다고 추론하기가 쉬웠다.

- 특히 미국 정부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유전체) 프로젝 트 HMP, Human Microbiome Project 1단계가 2013년에 완료된 후로 큰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우리 몸에 인간 세포보다 미생물이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면역계의 일은 '자기'와 '타자'의 분리라는 통념이 지나친 단순화로 완전히 판명된 것이다. 인체 조직은 일정한 흐름 속에서 장 과 피부, 공기를 통해 화합물들을 흡수하고, 미생물의 보체 complement 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자기와 타자라는 기본 구조는 점점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체내 미생물은 면역계를 바꾸거나 향상시키는 존재라기 보다 면역계의 일부이자 우리 몸 안팎을 드나드는 화합물에 가깝다. 즉, 면역계는 본질적으로 미생물까지 포함한 우리의 몸 전체다.

- 면역계를 손상시키는 어떤 질병들은 실제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면역계는 좋다 아니면 나쁘다로 딱 잘라 정리할 수 있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사실 인간의 많은 질병이 면역계의 '과잉' 활동이 빚은 결과로 보인다. 염증성 질환이라고 알려진 많은 병들은 우리 몸에서 오래전에 사라졌던 병원균들이 만든 결과인 듯하다. 예를 들면, 크론병, 셀리악 병, 습진 모두 면역 반응이다.
한편, 비타민 C는 콜라겐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반응과 관련된 보조 효소다. 독감은커녕 일반 감기도 예방해주지 않는다. 비타민이 독감을 예방해준다는 생각은 사람들을 괴혈병이라는 망상에 빠뜨리는 게 주 목적인 보조식품에 돈을 낭비하도록 만드는 사악한 신화일 뿐이다. 어떤 '면역력 증진' 제품이든 그것에 투자하기 전에 하버드대학교의 신경학자인 베스 스티븐스 Beth Stevens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기 바란다. 그녀는 면역계가 학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뇌에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이름의 세포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돌아다니면서 다른 세포들을 집어삼킬 수 있다. 미세아교세 포는 전통적 의미에서 면역계의 일부이며, 특히 뇌가 손상된 이후 뇌에 서 나오는 잔해와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을 돕는다고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사람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이 세포들이 건강하고 손상되지 않은 세포들 간의 연결도 파괴한다고 한다.

- 우리의 뇌하수체는 위험을 감지하면 부신을 활성화해 에피네프린 epinephrine, 즉 아드레날린 adrenaline을 분비해 혈액 속으로 보낸다. 아드레날린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가 필요할 때 방출하게 돼있는 호르몬이다. 예를 들면, 등 뒤에서 곰이 쫓아오는 상황이나, 같이 등산하던 사람에게 바위가 떨어져 그것을 들어 올리는 상황이다. 이와 비슷하게 카페인도 점프 높이부터 수영 속도까지 개인의 운동 능력을 단시간에 개선해줄 수 있다. 아울러 아드레날린이 급증하면 흥분을 일으킨다. 바위를 들어 올리려면 한편에선 근육을 움직일 힘도 불끈 솟아야겠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바위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카페인 성분은 우리의 정신에 작용해 커피숍이라는 현대의 아편굴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면 우리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든다.
카페인은 뇌의 신경세포 간 소통을 차단함으로써 아마도 직관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카페인은 아데노신adenosine이라고 하는 화학 물질을 억제한다. 아데노신은 신경세포 간 시냅스를 거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또 신경 활동을 둔화시켜 우리가 긴장을 풀고 쉬 며 잠들게 한다(그러니 발전의 큰 적이다). 이를테면 몸의 브레이크 라인 을 끊는 셈이다.
결국 몸의 긴장을 풀어주지 않으면 흥분은 불안으로 바뀐다. 많은 사람이 가끔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일상 속 사무실에서 습관적으로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혹은 그냥 지루하다는 이유로 투쟁-도피 반응을 자 극한다. 미국 성인의 85퍼센트가 거의 하루 평균 200밀리그램의 카페 인을 섭취한다(이는 대략 커피 530밀리리터에 해당한다). 
오늘날 카페인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다 보니 심지어 그 해독제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루테카르핀rutecarpine은 세포들의 카페인 대사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여겨지는 화합물이다(적어도 카페인을 섭취한 실험쥐 들에게서는 그렇게 나타났다). 단점은 루테카르핀이 장시간 작용할뿐더러,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는 덕분에 정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루테카르핀은 카페인을 더 효율적으로 분해하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상태에 놓이고 말 것이다. 나는 이게 단테의 《신곡》에서 배신자들이 간다는 지옥의 마지막 고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커피를 마시는 것이나, 수명을 연장해준다고 알려진 다른 어떤 방법이 왜 효과가 있는지 알고 나면, 그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 해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정말 항산화 물질일까? 만약 그렇다 면 항산화 물질은 왜 커피로 섭취할 때는 효과가 있는데 알약 형태의 항산화 보충제로 섭취할 때는 효과가 없을까? 항산화 물질은 광범위한 물질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비타민E도 항산화 물질인데, 비타민 E 보 충제를 먹으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커피를 조금 마시는 것은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여기 저기서 자주 접한다. 이때 주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들은 커피를 일 정 수준 마시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증거를 제시한다. 뉴스 기사에서는 이런 연구들을 낙관적으로 해석해 커피가 우리에게 좋다고 알려주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들려주는 게 더 웃기고 참으로 흥미로운 상관관계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건강관리법 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라고 권하는 의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단지 커피를 정말로 마시고 즐기는 사람에게 아마 마셔도 괜찮을 것이고 어쩌면 심지어 이로울 수도 있다고 말할 뿐이다. 영양분야에서는 무작 위 대조 시험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식이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복잡할 뿐더러, 결과가 나오려면 평생은 아니어도 수년이 걸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자사 제품이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말하는 게 더 쉽다.
- 커피가 장수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항산화 물질의 잠재적 효과보다도 뭔가 더 보편적인 것들이다. 예컨대 그런 각성제를 계속 접하다 보면 그게 아무리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대부분 바람직 한양보다 더 많이 먹는 세상에서) 식욕이 억제된다. 또는 사회적 교류를 해 야겠다는 용기가 생겨서 바깥에 나가 뭔가 하고 싶어진다. 이런 것들 은 정당하게 이로운 결과다. 하지만 모든 화학 물질과 마찬가지로 그 효과는 우리가 커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상하부의 역할 중에는 식욕, 갈증, 심장 박동, 기타 등등 외에도 수면 주기 조절이 있다. 시상하부는 대뇌 피 질 cerebral cortex과 상의 따위는 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런 역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망막에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시 상하부는 밖이 어두워지니 우리가 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웃인 송과선 pineal gland (솔방울샘)을 깨우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멜라토닌 좀 만들어서 혈액 속으로 쏴줘." 그러면 송과선은 "그래, 좋 아"라고 대답하고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melatonin을 만들어 혈액 속으로 쏴준다. 그래서 우리는 잠이 든다.
아침이 되면 시상하부는 체온과 혈당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로 우리는 누워서 뒹굴고 싶은 기분이 점점 사라진다. 반면 취침 시간이 가까워지는 밤에는 시상하부가 우리를 더 추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심지어 방 온도가 변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멜라토닌이 피부 속 혈관 을 확장시킴으로써 체열이 빠져나가면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아침이 되 면 시상하부는 빛을 감지하고는 송과선에게 이제 다시 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송과선은 그 말을 따른다. 그래서 낮 시간 동안에 혈액 속 멜라토닌 수치를 검사해보면 멜라토닌은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 '장내 미생물 불균형 dysbiosis'이라고 하는 미생물 생태계의 붕괴 는 자폐증, 불안증, 우울증 같은 중추신경계 장애와 뚜렷한 관계가 있 는 것으로 증명됐다. 미생물군 -장-뇌 축은 신경세포들 사이의 전기 신호, 혈액 속의 호르몬 신호, 몸 전체의 면역 반응을 통해 나타난다. 2015년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쓴 로마 사피엔자대학교의 내과 전문의들은 과민성 장증후군을 '삼자 간의 복잡한 관계의 붕괴를 보여주는 한 예'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통현미를 먹다가 쌀눈은 깎이고 배 젖만 남은 백미를 먹는 식단으로 바뀌니 쌀겨에서 발견되는 어떤 화합 물이 결핍되고 만 것이다. 그 화합물의 정체가 티아민 피로인산thiamine pyrophosphate 이라고 밝혀졌을 때, 그것은 최초로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화합물이 됐다. 비타민은 음식 안에 들어 있으며, 질병을 예방해주는 별도 의 화학물질이었다. 또한 신체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기본과정에 한몫하며, 주로 탄수화물과 아미노산의 대사를 돕는다. 하지만 비타민이라는 화 합물은 오늘날 인체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아민-amine'이라는 접미사는 구체적으로 고립 전자쌍을 지닌 기 본 형태의 질소를 포함한 화합물임을 의미한다. 티아민은 우리가 죽지 않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으로 처음 명명된 화학 물질이었다. 그 명명자인 폴란드의 생화학자 카지미르 풍크 Casimir Funk는 'amine(아민)'을 vital(생명을 준다는 뜻의 바이탈)'과 합성해 'vitamin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vitamin(비타민)'이 됐다. 이 용어는 1912년에 그 가 발표한 '결핍증들의 병인'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풍크는 당시 알려진 질병 네 가지를 묶어서 그 병인이 식생활에서 부 족한 '어떤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그 질병들은 바로 각기병, 괴혈 병, 펠라그라pellagra (니아신 결핍증), 구루병이었다.
당대에 밝혀진 '비타민' 화합물은 티아민 하나밖에 없었지만 풍크 는 나머지 세 '결핍증'도 뭔가 유사한 비타민들로 설명할 수 있으리라 추정하며 이렇게 썼다. "우리는 각기병 비타민이나 괴혈병 비타민에 대해 논할 것이다. 여기서 비타민은 이런 특별한 질병을 예방해주는 물질을 의미한다." 훗날 펠라그라 비타민은 아예 아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니아신 niacin을 비타민이라고 부른다. 괴혈병 비타민 역시 아민이 아니라 아스코르브산임이 밝혀졌지만 우리는 그것을 비타민 C라고 일컫는다. 구루병 비타민도 알고 보니 호르몬 전구물질이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비타민 D 라고 말한다.
부족하면 결핍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비타민이라는 명칭이 붙는 화학 물질은 현재 13가지다. 그 물질들은 어떤 공통된 구조나 기능으로 묶이지 않고 우리가 그것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통합될 뿐이다. 역사가 꼼꼼히 기록된 캐서린 프라이스의 책 《비타마 니아》에는 많은 과학자가 '비타민'을 임시 용어로 여기고 사용을 채택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화합물들의 실체가 밝혀지면 비타민이라 는 용어는 바로 폐기될 예정이었다.
-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무의미한 명칭은 관례 에서 벗어나 아직도 존속한다. '비타마니아'란 말 자체는 1950년대에 비타민 열풍이 불었을 때 만들어졌다. 그 열풍은 사실상 한 번도 사라 진 적이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명칭이 유혹적인 개념을 파는 거 대한 산업에 엄청난 가치가 있어서다. 핑크가 '비타민'이라는 단어를 창조하지 않았더라면 티아민피로인산은 '항각기병 화합물로 계속 불 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비타민 C는 오늘날까지도 '항괴혈병 화합물' 이라고 불렸을 수 있다. 이런 명칭들은 체내에 없으면 특정 질병을 일 으키는 특정 화합물에 대한 적절한 이름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식품을 살 때 '항괴혈병 인자'가 '강화'된 식품이라서 구입하는 걸까? 그들은 하루에 필요한 항괴혈병 인자의 양이 30배가 되면 더 좋다고 믿는 걸까? 아니 어쩌면 이 물질들을 생명을 주는 '비타민'이라고 할 때 그런 현상을 더 쉽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정확히 똑같은 일이 '프로바이오틱스'에도 이미 발생했다).
- 흡연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과 달리, 종합비타민제를 단념하 는 것은 아무 노력 없이 따를 수 있는 건강 조언이다. 헬스장에 가지 않 아도 되고 의사를 만나러 가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어떤 자원도 필 요하지 않다.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오히려 돈을 절약해주기만 한다. 종합비타민은 전문가들이 노력을 '덜' 해도 된다고 권하는 공중 보건 영역 중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기어이 고집을 부린다.

- 우리는 하루에 1.5리터의 침을 생산하므로 입안에 있는 것들은 어 딘가에 달라붙어 있지 않는 한, 모조리 침에 씻겨 위장으로 내려간다. 연쇄구균streptococci들은 '코리네균corynebacterium'이라고 하는 세균들 에 들러붙어 있으며 코리네균 자체는 치아의 흰 법랑질에 붙어 있다. 이런 세균들의 기능은 단순히 플라크가 쌓이는 군락들의 골조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연쇄구균은 세균을 죽이는 과산화물을 생성하는데, 이런 과 산화물을 파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코리네균'이며, 그 덕에 플라 크가 존재할 수 있다). 바로 그 끈적끈적한 뼈대층 때문에 플라크가 단단 해지고 제거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까닭에 치위생사는 스케일링을 할 때 금속 기구로 적당한 힘을 가하면서 치아를 긁어내야 한다.

- 산화물을 생성하는 연쇄구균은 과산화수소를 방출해 다른 세균을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 산화물이 치아를 부식시키긴 하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다른 '나쁜' 세균도 제압하기 때문에 연쇄구균은 유익할 수 있다. 반면에 연쇄구균은 이산화탄소도 생성해 카프노사이토파 가capnocytophaga 와 푸소박테리움fusobacterium 같은 세균 종에게는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리시는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이 주는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기능이 구조와 관련돼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입에서 냄새가 나고 치아도 부식되겠지만, 그 이유는 단지 뇌졸중에 걸리거나 종기가 나는 것보다 나아서일 수도 있다. 우리 몸이 이런 상태인 것은 지금 이대로가 그렇지 않은 상태보다 낫기 때문이다.

- 나치에게 점령당한 네덜란드에서는 1944년 11월부터 1945년 5월까지 '굶주림의 겨울'이라고 불리게 된 시기가 있었다. 그 기간에 1만 9,000명이 기아로 죽었다. 그런데 밀가루가 귀한 상황이 되자 단순히 셀리악병('복부' 질병)이라고 알려진 모호한 병을 오랫동안 앓던 일부사 람들이 마치 재앙속에서 일어난 어떤 별개의 기적처럼 회복됐다. 그 후 로 수십 년이 지나서 영국의 연구자들은 문제의 물질이 밀가루 자체가 아니라 글루텐 단백질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은 대략 1퍼센트의 사람들이 셀리악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병은 전형적인 '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ease'이다. 자가면 역이라는 용어의 전통적인 이해에 따르면 그렇다. 우리 몸이 '자기'를 '타자'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조직 트랜스글루타미나제 tissue transglutaminase'라고 하는 특정 항체들이 체내에 글루텐이 있을 때마다 소장의 내벽을 파괴한다. 그러면 심한 소화불량이 따르고, 심각한 경우에는 영양실조로 이어진다. 창자벽이 파괴되면 그 결과로 장-뇌- 미생물 축에 혼란이 생긴다. 어떤 이들에게는 두통, 발작, 손가락 마비,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질환은 저신장부터 빈혈, 유산까지 일 으키면서 인생의 모든 국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확실한 진단 검사를 받으면 글루텐 항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항 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셀리악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며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치료법은 글루텐을 완전히 확실하게 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느 질병 치료와 달리 글루텐을 자제하면 언제나 효과가 있 다. 이는 의학에서 가장 명쾌한 상황 중 하나이자 참으로 보기 드문 이 진법이다. 그러므로 글루텐을 먹으면 장벽을 파괴하는 항체를 갖게 되 거나 아니면 갖지 않는다.

- 일반적으로 그린은 셀리악병이나 밀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의 식단에서 글루텐을 제거하지 말라고 권한다. 보통 그런 식단은 전반적으로 덜 건강하기 때문이다. 글루텐 없는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종종 통곡물 대신 가공 처리가 많이 된 식품을 먹게 된다. 그런 가공식품에 는 풍미가 없는 식감을 보충하기 위해 틀림없이 설탕과 나트륨이 첨가 돼 있다. 또한 사람들은 결국 '글루텐이 없는 것'을 '건강한 것'과 동일 시하게 된다. 대다수 사람들과 식품들에서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를 의 미하는데 말이다. 한 예로, 글루티노 Glutino 상표의 글루텐 프리 베이글 은 토마스 Thomas' 상표의 플레인 베이글보다 나트륨 함량이 43퍼센트 가 많고, 섬유질 함량은 50퍼센트가 적으며, 당류 함량은 100퍼센트 가 많다. 이런 상품은 식품 매장에서 '글루텐프리'라고 표시된 코너에 상주하다 보니 그런 문구만 중시되고 다른 성분 함량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 현실적인 답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다음 내용을 참조하기 바란다. '통곡물인 오트밀에 견과류와 과일을 넣은 음식은 영양학적·사회적 관점에서 누구에게나 (알레르기가 없다면) 권장할 만하다. 오트밀의 원 료인 귀리는 흙과 물, 공기가 있으면 쉽게 재배되는 작물이다. 그에 비 해 공장식 양계장의 달걀은 어두컴컴하고 밀집된 우리에서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으며 평생 걷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사육되는 닭들 에게서 나온다. 만약 이런 닭들을 항생제 없이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 르면서 70억 명의 인간들이 모두 날마다 달걀을 두 개씩 먹으려 한다 면 지구는 온통 닭들로 뒤덮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닭들이 있 을 것이다. '오트밀 대 달걀' 비교는 '오트밀 대 다이아몬드' 논쟁만큼 이나 유효하지 않다.
다이아몬드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틀 림없이 그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줄 것이다. 그런데 그 길로 들어서기 전에 그렇게 말한 사람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아보 기 바란다.

- 표면적으로 특정 기능을 하고 특정 질병을 다룰 프로바이오틱스 상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 들은 바보가 아니라 유행을 따르는 깨어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 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을 다양화하고 유지해주는 것으로 명백히 증명된 방법들은 유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저렴하다. 그 비결은 바로, 불필요한 항생제를 삼가고, 섬유질을 먹으며, 야외 활동을 하고, 느긋하게 충분히 쉬는 것이다.

- 비타민 D는 궁극적으로 장과 신장이 칼슘을 흡수하게 한다. 그런데 혈액에 칼슘이 너무 많이 흡수되면 심장에 흐르는 전류를 교란해 부정 맥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벽에 축적된 칼슘 때문에 혈관이 딱딱해져 쉽게 막힐 수 있다(그러면 심장마비가 온다). 신 장은 초과된 칼슘을 배출하려고 하지만 그중 일부는 신장에 남아 축적 돼 결석이 될 것이다. 이 결석들은 소변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어떤 이 들은 그것을 출산과 맞먹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1950년대에 영국 어린이들의 혈중 칼슘 농도가 너무 높다는 사실 이 밝혀지자 여러 나라에서 우유에 비타민 D 첨가를 중단했다.17 영국 에서는 대부분의 식품에 비타민D 강화를 금지했으며 다른 유럽 국가 들에서도 마가린과 시리얼 같은 특정한 기본 식품들에만 허용함으로 써 비타민 D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되지 않도록 막았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지금까지도 우유에 비타민 D를 첨가하지 않는다.

- 우유는 어떤 신념, 이 경우에는 우유가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믿음을 중심으로 어떻게 수급 체계가 생겨날 수 있는지, 그리고 과학이 그런 신념을 한없이 지속시키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의 세계 식량 체계 안에서 많은 사람이 칼슘과 인산염을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비타민 D를 얻으려고 유제품에 참으로 많이 의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제품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제품은 우리가 만든 식량 체계 안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칼슘과 인, 비타민D 모두 유제품 외에 다른 경로로도 쉽게 얻을 수 있 다. 비타민 D는 심지어 오늘날에도 많은 강화식품에 들어 있다. 다른 많은 식품도 우유만큼이나 칼슘과 인을 함유한다(칼슘은 시금치, 브로콜 리, 참깨, 진짜 오트밀 등에 들어 있고, 인은 콩, 아티초크, 렌틸콩, 아보카도 등에 들 어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핀란드, 덴마크처럼 우유 소비량이 가 장 많으면서 골다공증 발병률도 가장 높은 나라들에서 그런 영양소들 을 얻는 더 나은 방법으로 우유를 고집하는 점은 의문이다. 이는 상관 관계를 나타낼 뿐이지만, 우유가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혹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 주스는 '가공식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조차 호감을 살 수 있는 특권적 지위를 누린다. 터프츠대학교의 영양학 · 정책 대학원장인 다리우시 모자파리안은 그런 음식을 모두 싸잡아서 비난하지 말라고 경고 한다. 비록 그의 연구 결과도 미국인이 섭취하는 열량의 58퍼센트가 '초가공 식품이라고 부를 만한 식품에서 나오며 그것이 대사질환의 원인임이 명백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말이다. '가공'은 너무나 광범 위한 용어여서 거의 모든 음식이 가공되는 세계에서는 실질적인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개념에는 분명히 뭔가 있다.
착즙은 단일한 가공 방식으로 구분되며, 과일과 채소의 섬유질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만약 식품 표시사항에서 볼 수 있는 숫자가 하나 뿐이고 그 정보로 그 식품이 질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가늠해야 한다면 나는 섬유질을 꼽을 것이다. 음식에서 일부러 섬유질을 제거하 는 게 이상할뿐더러, 영양 면에서 확실히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배 속에 액상 당분(주스)을 들이부으면 많은 양이 간과 혈액으로 전 달된다. 췌장은 혈당을 낮추려고 정신없이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러 면 혈당 부하가 끝났는데도 인슐린이 아직 남아 있어서 혈당이 낮아 진다. 그 결과, 기분이 나빠지고 단 것을 갈망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쉽게 비만이 되고 당뇨에 걸릴 수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대학교의 저명한 영양학 교수인 배리 폽킨 Barry Popkin은 현 재 주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주로 전념하고 있다. 주스를 탄 산음료만큼이나 나쁘게 여긴다고 내게 얘기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도 그중 한 명이다. 그 두 종류의 음료는 같은 회사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사는 2001년에 오드왈라 Odwalla'를 인수했고 펩시코는 2007년에 네이키드 주스 Naked Juice를 인수했다.

- 신장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우리의 pH 유지 활동을 철저히 관리하 는 것이다. 신장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설사 때문에) 극심한 탈수증이 나타나거나, 중탄산염을 엄청나게 섭취하는 경우에 는 뇌간이 혈액의 알칼리성 증가를 감지할 것이다. 그러면 뇌간은 호 흡이 느려지도록 신호를 보내 이산화탄소를 유지하게 하고, 이산화탄 소는 혈액을 산성화해 정상적인 pH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참으로 훌륭한 작용이다.
만약 우리 몸이 너무나 순응적이서 약한 알칼리성을 조금 섭취해도 체내 pH가 변한다면 탄산음료의 산성은 우리를 죽이고도 남을 것이 다. 오히려 pH를 7.4 정도로 유지하는 능력은 나트륨 농도와 마찬가 지로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사례 중 하나다.

- 아황산염은 와인을 보존하기 위해 수세기 동안 사용됐다. 고대 로마 인들이 와인통 속에 유황초를 태웠다는 증거도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하 면 와인이 식초로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 다(그 과정에서 실제로 몇몇 이황화 화합물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훗날 사람 들은 와인을 보존하려고 아황산가스를 이용해 와인에 거품을 일으켰다. 오늘날 사용되는 아황산염은 '메타중아황산칼륨 potassium metabisulfite', 라는 합성 화합물의 형태로 100년 전쯤 와인 제조과정에 도입됐다. 아 황산염은 다른 많은 식품의 방부제로도 채택됐다고 화학자 제임스코르 나츠키 James Kornacki는 설명한다. “하지만 특히 와인에서 아황산염이 정 말 정말 필요합니다." ('유기농'이라고 표시된 와인은 대부분 유기농으로 재배 된 포도에서 나오지만, 아황산염은 그 와인을 보존하는 데 사용되는 것 같았다.)
- 아황산염과 같은 방부제는 그 자체로 안전 대책이다. 그래서 이 질 문은 "안전을 선택해 밧줄 없이 암벽등반을 하는 게 어때요?"라고 묻 는 것이나 다름없다. 밧줄 때문에 손에 물집이 잡힐 수 있고 암벽 돌출 부에 걸려 균형을 잃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밧줄에 목이 졸릴 가능성 도 있다.
내 말이 무시하는 투여서 미안하다. 우리 대부분은 지속적인 식량 공급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방부제가 밧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를 들어 아황산염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병에 담긴 와인을 구할 수 있는 이유다. 아황산염을 현대에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와인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어떤 이들은 아황산염이 암벽등반 밧줄보다사회에 더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아울러 아황산염은 와인을 수년 동안 지하 저장고에 놔두고 숙성시 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아황산염은 와인을 상하지 않게 할뿐더러, 실제로 더 좋아지게 만든다. 와인에 아황산염을 첨가 하지 않으면 와인을 냉장 보관해야 하는데, 이는 환경 문제를 고려하 면 이상적이지 않다. 게다가 와인을 완전히 무균 상태로 만들어야 하 는데, 그러면 궁극적으로 복잡한 와인 향미가 희생돼 포도 주스 같은 맛이 나는 제품이 되기 쉽다.
'내추럴' 와인의 딜레마는 더 시급한 공중 보건 문제에 집중하지 못 하게 하는 문제나 사람들의 시간과 돈 낭비를 부추기는 문제보다 훨씬 크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식품 제조업자들이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장려하는 것은 식품의 변질과 부패를 의미하며 세계적으로 식량부족 문제를 악화시킨다.

-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조차 우리 몸은 대부분의 불규칙한 양 상을 한동안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심장박동이 계속 일정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너무 느리거나 너무 빠르면 그 사람은 죽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하고도 일반적인 이유는 피가 항상 돌아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이 다. 피가 돌기를 멈추면, 액체인 피는 고체로 변한다. 그러면 굳은 덩어 리들이 형성되는데, 그 응고된 혈액이 우리가 다쳤을 때는 생명을 구 해준다. 그러나 때와 장소가 잘못돼 몸 안에서 그런 응고가 일어나면 우리는 목숨을 잃는다. 그 혈전들은 '언제나 우리의 목숨을 앗아간다. 심장 리듬이 불규칙하면 심방에 울혈이 생긴다. 그러면 혈전들이 형성돼 심실로 빨려 들어가서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속으로 포탄처럼 발사된다. 이 혈전이 혈관에 박혀 혈류를 차단하면 뇌조직이 죽게 되는데, 이것이 뇌졸중이다.
그 혈전이 매우 크면 우리는 몸이 땅에 닿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 다. 그보다 조금 더 작은 혈전이나 덜 치명적인 곳에 자리 잡은 혈전으 로 마비가 오거나 치매에 걸리는 것보다는 그런 급사를 선호하는 사람 들이 많다. 혈전이 아주 작으면,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 transient ischemic attack으로 알려진 기시감이나 건망증이 잠깐이라도 생길 수 있다.
이는 결국 심방세동이 심장을 고동치게 하지 않을 때나 아무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때조차 잔떨림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 체중 감량은 즉각적인 해결책을 바라는 것 이상이다. 게다가 우리는 전문가들이 기관계 organ system를 토대로 자신들의 경계를 정 하는 의료 체계를 만들었다. 우리가 오래 살수록 맞닥뜨리게 되는 주요 질병들은 어느 특정한 장기의 질병이 아니라 더 큰 차원의 몸과 관련된 병이다. 뇌졸중이 뇌질환이 아니고 과민성 장증후군이 장질환이 아닌 것처럼 심방세동은 심장질환이 아니다. 우리가 몸과 사람들을 전체로 보지 못하면 우리 의료계는 총체적으로 실패하는 꼴이 된다.

- 시신 방부 처리 과정을 살펴보자. 이때 장의사는 시신의 경직된 근육들을 마사지하는데, 팔다리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위치 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질 때까지 그것들을 주물러준다. 가끔 힘 줄을 잘라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시신의 눈꺼풀을 닫아서 사람들이 시신을 보는 내내 두 눈이 완전히 감겨 있도록 확실히 해둔다. 눈꺼풀 이 자꾸 열리려고 하면 접착제를 바를 수도 있다. 시신의 피지샘에서 기름 물질이 더는 분비되지 않으므로 시신에 크림도 넉넉히 발라줘야 한다. 목구멍에는 솜을 집어넣어 방부액이 코와 입으로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항문과 질에 넣어둔 솜은 방부액 '누수'를 방지한다. 누수라는 단어는 장례소비자연합 Funeral Consumers Alliance에서 시신 방부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거의 모든 문장에 등장하는 것 같다. 또한 장의사는 사타구니의 대퇴정맥(넙다리정맥) 같은 큰 정맥을 잘라 몸에서 모든 피를 빼낸 다음, 동맥에 큰 주삿바늘을 꽂아 한때 피가 흐르던 모든 혈관을 방부제 몇 리터로 가득 채운다. 아울러 배꼽에 구멍을 내고, 근육으로 된 벽으로 둘러싸인 위장의 통로에 진공청소기의 관을 삽입 해 위장관 전체의 내용물을 빨아낸다. 똑같은 방법으로 폐도 붕괴시키 고 흉강에 있는 것들을 완전히 빨아낸다. 그런 다음에는 특별히 농축 된 방부액으로 흉강과 복강을 꽉 채운다. 이 시점에서 시신은 액체로 가득 찬 껍데기가 된다. 그리고 매우 무겁다. 이제 시신을 깨끗이 닦고, 머리도 빗겨주고, 얼굴도 화장해주며, 정장을 입힌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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