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자극

심리 2017. 11. 24. 22:32

- 압도당했다는 것은 인식이지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환자가 감당할 만하거나 그야말로 못견딜 정도는 아니라고 깨닫게 할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것이다. 사람은 불안이 감당할 만하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압도당하면 무너지고 만다.
- 불안은 자신의 세계에 가해지는 위협이 감지될 때 뇌에서 시작됨. 위협에는 허리케인이나 강간, 강도처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업을 잃거나 관계가 깨지거나 재판 날짜가 다가오거나 하는 등의 치명적이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도 위협으로 인식되는 순간 생명에 대한 위협만큼이나 극심한 불안증세를 일으킬 수 있음. 불안은 때로 앞에 놓인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을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미래와 관련되며, 항상 위협에 관한 메시지를 보낸다. 불안을 느낌을 창조하는 두번째 요소는 투자다. 다시 말해, 누군가나 무언가에 마음을 쓰지 않는데도 불안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가령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어서 현재의 직장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직장을 잃을까봐 불안할 일이 거의 또는 아예 없을 것이다. 반면, 학교가 자기 세계의 전부인 사람은 시험때마다 초조와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쉬울 것이다.
- '투자+위협' 공식은 만성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불안을 자아내던 사고패턴을 재구성하는 데 기초가 된다. 이 공식에서 우리는 최소한 두가지 지점에 개입할 수 있음. 위협에 대한 인식을 바꾸거나(치어리더 팀에 들지 못했을 때 최악의 경우라고 해 봐야 뭐가 있겠어?), 투자에 대한 주관적 가치를 줄이거나(이건 그냥 돈일 뿐이야. 돈이란게 원래 들고나는 거쟎아) 이 둘중 하나를 바꿔야 불안의 강도가 바뀐다. 핵심은 이렇다. 인식이 변하는 순간 감정도 즉각적으로 변할 수 있다
- 불안을 일으키는 뇌의 작동방식. 먼저 환경으로부터 위험이 감지되면(위협) 두개의 신호집함이 곧바로 뇌의 두 영역으로 발사됨. 첫번째 신호집합은 뇌의 사고영역인 대뇌피질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여기서 해당 상황이 위험한지, 위협적인지, 아예 재앙수준인지 분석해서 자아에게 설명. 두번째 신호집합은 뇌의 감정영역인 편도체로 곧장 날아감. 여기서는 즉각적인 행동(싸울까 달아날까)을 취하기 위한 두려움이나 불안이 촉발되는데, 대개 대뇌피질이 위협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이루어짐. 가령, 룸미러에 불이 번쩍하는 순간 벌써 편도체는 스트레스나 불안반응을 촉발. 대뇌피징른 편도체가 작동된 다음에야 그 불빛이 딱지를 끊는 경찰차가 아니라 견인차 불빛이라는 것을 올바로 분석한다. 편도체는 신경계에 싸울까 달아날까 신호를 보내기 위해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킴. 그러면 교감신경계는 심장을 자극해서 펌프질하는 혈액량을 늘리고 소화기관을 비롯해 여러 기관으로 향하던 혈액의 방향을 주요 근육으로 돌려 싸울까 달아날까를 준비하게 함. 또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도 더 많은 양이 방출되어 몸이 위협과 싸울 수 있도록 에너지를 강화. 이때 이 두려움, 부안, 스트레스 반응은 미래 상황을 위한 방어의 척도로 편도체에 각인됨. 바꿔 말하면,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뇌는 룸미러에서 번쩍하는 불빛을 볼 때마다 불안,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도록 프로그래밍된다
- 두려움과 불안(생화학적으로는 차이가 없음)은 모든 종에 있어서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 사슴이 생존하는 것은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래서 할수만 있다면 적들보다 더 빨리 안전한 곳으로 달아나기 때문. 여기서 투자는 사슴의 목숨/생존이고, 위협은 포식자이며, 불안은 사슴을 달아나게 하는, 즉 적절하게 반응하게 하는 경고다.
- 불안은 우리가 더이상 안전지대에 서 있지 않음을 일깨워줌. 이것이 뇌가 우리에게 더 성장해야 한다고, 더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불안은 우리에게 할 일이 더 남았다고, 그러니까 성취할 일, 쟁취할 목표, 실현할 꿈이 더 남았다고 말하는 몸의 언어다
- 인간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보는 관점 때문에 불안해진다.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자)
- 정신건강 문제를 고백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은 현재의 삶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 바꿔 말하면, 이런저런 상황과 관계와 갈등이 너무 버거워져서 더는 스스로 소화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뜻. 이는 마치 상자 세개까지 편안하게 안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갑자기 삶으로부터 상자 두개를 더 받은 것과 마찬가지. 그는 다섯개를 모두 바닥에 쏟게 생겼는데도 맨 위 상자 한두개만 떨어뜨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채 전부 끌어안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안정적이고도 자기관리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가진 애를 다 쓴다. 즉 압도당한 것이다.
- 우리에게는 계획이란 실행과정에서 마땅히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자각과 유연한 사고가 있어야 함.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에 맞닥뜨리기 마련.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유연성은 신체건강에 못지 않게 정신건강에도 대단히 중요. 바꿔 말하면,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계획을 세우고 그런 다음 계획을 바꿀 계획을 세워라.
- 모든 관계에 적용해야 할 중요한 과제. 첫째, 탁월하게 소통한다. 명확하고, 간결하고, 요점을 분명히 말하라. 배우자건, 자녀건, 집배원이건, 내연남/녀건, 누구와 관계하건, 그 관계가 당장의 소통에 달려 있는 듯 소통해야 한다. 또 이는 실제 사실이다. 괄호를 남겨둬서 상대가 잘못 채우게 하지마라.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못하도록 나의 감정을 1인칭으로 표현하라. 적절한 경우마다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고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인지 드러내라. 둘째, 완전무결한 경계를 설정한다. 자신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당신을 통제할수는 없지만 당신의 행동에 대한 내 반응은 통제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리란 사실을 알게하라. 이를테면 나를 다시 때리면 경찰을 부르겠어 라든가, 마감일 이후에 제출되는 모든 페이퍼에 대해서는 한 학점씩 낮아집니다 라는 식으로.
-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다. 끊임없이 할 일을 주지만 아무데도 데려가지 못한다. (에르마 봄벡)
- 걱정은 보상을 얻고자 취하는 태도이며 행동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걱정과 불안과 괴로움만 끼칠 뿐 긍정적 결과를 전혀 낳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에르마 봄벡의 인용구가 묘사하듯이, 걱정은 우리에게 뭔가 할일을 주고 당장의 문제에 계속 매달리게 한다. 걱정을 내려놓으면 위험에 노출된 기분이 든다. 바꿔 말해서 걱정은 보호용 방패와 같은 느낌을 준다.
- 걱정했는데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치 걱정이 부정적 결과를 막아낸 듯 느껴짐. 그래서 그는 걱정하고 또 걱정하며 자신이 실제로 바람직한 결과에 기여했다고 믿음. 머지 않아 그는 그야말로 사사건건 걱정함. 실제로는 걱정의 효과는 전혀 없다. 그저 혈압을 높이고, 코르티솔 수치를 증가시키며, 불행한 나날과 불면의 밤을 야기할뿐이다.
- 뭔가 미래에 잘 풀릴거라고 믿을 때는 잠재적 위협에 포커스가 가지 않음. 불안을 일으키는 것은 위협에 대한 인식이다. 낙관적인 믿음은 아무런 사실 근거가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믿으면 믿는대로 된다. 적어도 신경기관 안에서는
-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지만 결코 앗아갈 수 없는 한가지는 어떤 여건 속에서건 자신의 태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택할 인간의 마지막 자유다. (빅터 프랭클)
- '싸울까 달아날까'모드일 때 우리는 금세 숨이 가빠지고 얕아지는데, 이를 과호흡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숨을 쉴 때는 공기를 폐에 넣었다 뺐다 하기 위해 어깨를 들썩이기 쉬운데, 잠깐은 괜찮을지 몰라도 결국 불안(혹은 불안으로 인식되는) 증상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깨를 들썩이면 긴장이 높아지고 불안으로 인해 근육이 긴장되면 위협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뇌에 보내게 되기 때문. 또 숨을 과하게 쉬면 혈액에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고 산소는 점점 더 낮아지는데, 이는 숨을 더 많이 쉬라는 신호를 몸에 보낸 셈이 된다. 계속해서 이렇게 숨을 쉬면 악순환이 이어짐. 실제로 이런 식의 숨쉬기는 기절하거나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어지러움, 가벼운 두통, 기운없음. 숨 가쁨, 불안정한 느낌, 손발저림, 입과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따끔거림 등의 증상을 일으킴. 숨을 얕게 쉬지 않고, 또는 가슴과 어깨 등 상체를 써서 쉬지 않고 횡격막에서부터 쉬면, 혈류에 적절하고 건강한 양의 산소가 공급된다.
- 신경기관은 우리가 자아에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믿는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믿음이 현실을 이긴다. 적어도 신경기관차원에서는. 위협을 떠올리는 생각을 하면 불안이 일어난다. 자신감과 행복, 또는 감당할 만한 결과를 떠올리는 생각으로 상황을 재해석하면 불안이 줄거나 제거됨. 기억할 것은 속으로 생각하느 것보다 소리내어 말하는 편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생각을 귀에 들리는 말로 바꾸면 그말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존재하는 방식의 굳건한 토대가 되기 때문.
- 우리가 이완상태에서 어떤 무서운 상황을 경험하는 상상을 할 때 우리의 신경기관은 그 장면과 불안 사이의 고리를 끊고 불안 자리에 이완상태를 앉힐 수 있다. 그래서 이완상태에서 소파에 누워 빗속에서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충분한 훈련을 거치면 실제 상황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것에 체계적 둔감화의 작동원리.
- 공황발작(panic attack)은 명칭이 잘못된 것. 우리말로는 발작으로 번역하지만 영어 본래 의미로는 공황 공격이기 때문. 실제로는 공황이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님. 다시 말해서, 혼자 밤길을 걷는데 난데 없이 공황이라는 녀석이 사납게 덤벼드는 게 아니다. 내 공황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나다. 불안은 위협당한다는 인식에서 생겨나는데, 공황은 갇혔다는 인식 또는 통제력을 잃었다는 인식에서 생겨남. 또한 이것이 매우 치명적인 이유는 반복되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 다시 말해, 소위 말하는 공황발작은 덫에 걸렸다는 또는 통제할 수 없다는 나의 인식에 의해 창조됨. 내 취약성 때문에 겁에 질린 나머지 스스로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
-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미상핵이라는 뇌 부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그 부위가 보통 사람에 비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것. 보통의 미상핵은 주변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잡아내지만, 과도하게 활동하는 미상핵은 뭔가 잘못됐으니 바로잡으라는 충동을 만들어냄. 그러니까 미상핵이 과도하게 활동해서 오해와 강박을 만들어내고 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반복행동을 하게 된다는 의미
- 범불안 장애는 갑작스레 발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황발작과다르고, 지문이 다 지워지도록 손을 씻어야 하는 강박이 없다는 점에서 강박장애와도 다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과거 사건에 짓눌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다르고, 무서운 한가지만 피하면 괜찮은 공포증과도 다름. 범불안 장애는 매일, 항상, '난 너무 초조하고, 불안하고, 취약해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라고 얼굴에 씌어 있는 장애다. 다음은 모두 범불안 장애와 관련있는 증상들이다.
* 만성적 걱정으로 진이 빠지고 지쳐있다
* 항상 근육이 긴장되어 있다
* 이완할수가 없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다
* 수면주기가 불안정하고 그로 인해 피로가 더 쌓인다
* 안절부절하고 성마르다
* 안도감을 얻지 못하여 불행감(저조한 기분)을 느끼기 쉽다 --> 일시적이나만 안도감을 주는 물질 남용에 빠지기 쉽다
- 불안은 두통에서 심장발작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신체 이상도 가져옴. 이를 신체증상화라고 함. 심리/정서적 문제가 신체문제로, 때로 만성질환으로까지 번짐. 위장문제는 흔히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첫번째 불안증상이며, 만성불안의 경우 설사나 변비를 일으키고, 심지어 크론병이나 게실염으로 악화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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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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