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신화 2

경제 2014. 11. 16. 15:57

 


시장의 신화 2

저자
이용범 지음
출판사
생각의나무 | 2010-08-1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는 시장원리 주의 보수화된 시장원리...
가격비교

1. 경쟁의 신화

- 사회진화론을 확신하는 사람이 가야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음. 모든 것을 그대로 두면 됨. 개인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고, 의무교육을 폐지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면 됨. 이들의 걱정은 열등한 사람이 도태의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우수한 사람이 되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음. 이들이 보기에 열등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사회적 진볼르 지연시키는 행위에 불과. 사회진화론자들은 사회적 인종적 불평등을 정당화함으로써 우생학의 탄생에 논리적 단초를 제공. 나아가 이들은 제국주의의 제3세계 침략은 물론 노예제조차 정당화하는데 기여. 물론 오늘날에는 이들의 논리가 설 자리가 없음. 그들의 주장에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기 때문. 그러나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에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자유주의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음. 부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도덕적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그들의 생각하기에, 부와 가난은 자연이 선택한 것이었음.

- 하이에크는 개인의 이익추구에 적대적 사회분위기를 부족사회의 감정이라고 표현. "경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쟁이 맹목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상벌을 분배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 시스템, 즉 소수의 사람들이 누가 무엇을 얻을 지 결정하는 시스템과 사람들의 능력과 모험심, 그리고 부분적으로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 중 하나다." (노예의 길) 하이에크가 지적하고 있느 문제는 명확함. 여기에서 분배를 결정하는 소수는 국가를 의미하고 능력과 모헙심, 그리고 부분적 우연에 의해 분배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 시장원리주의자들은 자유방임이 최선이라고 믿기는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 시장에는 여전히 불완전 경쟁이 존재하며 그 한축은 기업이 맡고 있기 때문. 하이에크조차도 경쟁을 완전한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았음. "자유주의의 주장은 인간의 노력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경쟁을 가능한한 최대한으로 잘 활용하자는 것이지 그냥 놔두라는 것이 아니다. ... 경쟁이 유효하게 작동하려면 세심하게 배려된 법적 틀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과거 혹은 현재의 법규칙이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강조한다. 또한 경쟁이 유효하도록 하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에 의존하여 경제활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인들의 개별적 노력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경쟁보다 더 열등한 방법들이 경쟁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노예의 길)

- 국민들은 사교육 때문에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음. 이는 대부분 불필요한 지위재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임. 이 소모적 경쟁은 엄청난 낭비와 폐해를 낳음. 시장원리주의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고민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은 지위재가 무한경쟁에 의해 획득되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 그것이 부유층의 지배력을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중 하나이기 때문.

- 인간은 감정애 매우 취약한 존재. 일단 경쟁에 뛰어들면 발을 빼는 것을 비겁한 행동으로 여기건, 패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필요하게 자원을 낭비함.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그 일에 집착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심리적 현상을 맥베스 효과라고 부름. 세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멕베스는 사촌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후 이를 은폐하려다 온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함.

-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승자에 대한 보수가 높기 때문. 그들은 승자독식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최선을 다함. 승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능한 사람에게는 가난이라는 처벌이 기다리고 있음. 가난은 공정한 벌칙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개인을 채찍질함. 이러한 보상논리는 기업 CEO들이 받아가는 천문학적 연봉을 합리화시키는데 사용됨.

- 보상을 받을 때 더 많은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틀림없음. 이 때문에 기업들은 경쟁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제도를 시행. 사실 최고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위험과 노력의 대가라기 보다 경쟁의 동기를 자극하기 위한 미끼에 가까움. 승자가 차지하게 될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성대한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임직원들이 경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

- 하지만 우리는 금전적 인센티브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님. 막스베버는 일찍이 이런 심리를 알아차렸음. "금전욕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 노동자로부터 가능한 한 극대의 노동성과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 기술수단 중 하나는 성과급이다. 여기에는 고유한 난점이 있다. 성과급의 비율을 향상시키면 동일 시간 안의 노동성과는 증대되는 것이 아니라 감소하는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다. 노동자는 성과급의 인상에 대해 하루 노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소시키는 반응을 나타낸다. 종전의 수입에 만족해 버리기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베버는 노동자들이 추가소득보다는, 그 소득을 반납하더라도 노동을 적게 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 노동자는 자신이 노동을 극대화시키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묻지 않고, 그 액수를 벌려면 하루에 얼마나 일해야 하는 지를 묻는다는 것. 또 인간은 더 많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전통적으로 살아오던 방식에서 필요한만큼 벌려고 함. 베버는 이러한 성향을 전통주의적 태도가 가진 후진성이라고 비판하고, 근대적 자본주의 정신이 극복해야 할 사고방식이라고 지적.

- 서덜랜드의 비합리성의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는 일에 대한 최선의 보상은 칭찬임. 만족감은 그 자체로 최상의 보상이기 때문. 금전적 보상은 쉬운 업무에 임할 때 성과를 향상시키지만, 어려운 업무를 수행할 때는 성과를 하락시킴. 보상을 받기 위해 어려운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성과에 급급하며 유연성이 떨어지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찾으며, 실수를 연발함. 또 금전적 인센티브는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흥미를 반감시킴.

- 전부를 잃거나 전부를 가질 수 있을 때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소모적임. 인간은 자연계와 자원의 축적 방식이 다름. 동물은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협력을 조직할 수 있는 개체의 수를 경쟁의 수단으로 삼음. 하지만 인간은 부라는 독특한 자원을 갖고 있음. 이론적으로 부는 무한축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혀 축적하지 못할 수도 있음. 자원을 축적한 사람과 전혀 축적하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쟁은 건강한 치타와 한쪽 다리를 잃은 가젤의 경쟁과 다를 바 없음. 이것이 인간사회와 자연계가 다른 점임.

- 궁핍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면 부에 대한 동경도 수그러들고, 부의 획득과 과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타인의 존경과 인정을 얻으려 할 것이다. ... 고대 그리스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하려면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상은 그저 야생 올리브 가지로 만든 머리띠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이런 머리띠를 얻기 위해 돈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것을 했고, 또 했다. (헨리조지, 진보와 빈곤, 1879)

2. 성장의 신화

- 현세대가 미래세대보다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오늘 그것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음. 만약 개발해야 할 대상이 집 앞의 정원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음. 하지만 대규모 개발은 대개 공유지를 대상으로 하며, 정부와 기업이 조직적으로 참여함. 미래세대는 아름다운 자연녹지 대산 주택을 선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연환경을 선호할 수도 있음. 만일 미래세대가 자연환경을 선호한다면 환경파괴는 후세에 대한 착취행위가 됨. 미래세대의 선호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지금 자연녹지를 개발할 권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음.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미래세대에 대해 할인율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 "미래세대에 대한 할인율의 적용은 잘못된 답을 주는 것임. 한번 잃게 되면 아무리 큰 돈을 들여도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이 있음. 아무리 우리가 그 가치를 증대시킨다고 해도 숲에 의해 상징되는 과거와의 연결을 결코 다시 사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천윤리학)

3. 가격의 신화

- 기업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재고부담을 우려하여 기존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는데, 타협효과(만일 2개의 제품이 있으면 소비자는 값싼 제품을 선호하지만, 제3안이 등장하면 중간가격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로 인하여 대대적인 가격할인을 하지 않고고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음. 그래서 기업은 홍보책자를 만들때 고가의 신제품을 가장 위에 올려 놓음. 가장 비싼 제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으면, 그 다음 제품을 구매하라는 의미.

- 시장원리주의자들에게는 가격은 정의 그 자체임. 물론 시장에는 도덕 같은 것도 없음. 그들에게는 시장자체가 완전한 질서이며, 도덕이며, 정의임. "시장질서는 중세 관리들의 규제로 파괴된 후 시장 참여자들의 정의로운 행동을 통해 결정된 가격, 즉 사기와 독점과 폭력없이 형성된 경쟁가격이 정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었음. 이러한 전통으로부터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경쟁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기준으로 정의의 개념을 도출하였음. 경쟁적 시장에서 형성되는 자연가격은 법이나 명령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상황에 의해 결정됨. 이것이 정의다." (하이에크, 법, 입법, 그리고 자유)

- 완전경쟁이 보장되는 시장은 완전히 효율적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에서 균형적 가격이 형성되고, 재화는 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분배됨. 그러나 완전시장이 반드시 공정한 사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님. 효율적 분배는 공정한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경쟁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함. 따라서 강자가 모든 재화를 차지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고 해도 그 상태는 효율적임.

- 오늘날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시장원리주의자들의 믿음대로 움직이고 있는가는 의문임. 가격은 수요와 공급보다는 그것을 원하는 욕구의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 제조자나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행위도 공공연함. 일부 기업은 약탈적 가격책정과 차별적 가격책정을 통해 노골적으로 가격을 조작하기도 함. 가격은 기업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동기를 부여하지만, 때로는 독점과 정부 개입으로 인해 왜곡될수도 있음. 공급 독점 뿐만 아니라 판매자가 단 하나의 구매자를 상대하는 수요독점도 존재.

-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정부 개입의 실패사례로 거론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은 가격통제임. 시장원리에 의하면 가격은 자동온도조절장치처럼 경쟁에 의해 스스로 균형에 이름. 이러한 가격시스템을 방해하는 요인은 가격통제, 독점과 과점. 담합, 무역량이나 생산량을 제한하는 상품통제, 보조금 제도, 면허 및 허가제도 등임. 기원전 18세기 바빌론의 함무라비 왕은 돌기둥에 모든 상품의 공식 가격을 새겨놓고 그 가격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도록 했음. 그러나 상인들은 이 공식가격을 피해 밀거래를 함. 모든 가격을 전면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실패하게 되어 있음. 서기 284년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도 주요 필수품의 가격을 공시하고 이를 어길경우 사형에 처했음. 그러자 누구도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 않아 품귀현상이 벌어짐.

- 임대료를 일정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면 주택건설이 감소. 또 집주인은 주택을 개조하거나 수리할 인센티브가 사라져 주택의 품질이 낮아지고, 특히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주택이 가장 먼저 질적으로 저하될 것임. 신규주택의 감소는 결국 가까운 미래에 주택가격을 상승시킴. 임대료가 오르지 않게 됨으로써 집을 빌리려는 사람이 증가하지만,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 이렇게 되면 몇몇은 암거래를 시도할 것임. 즉 집주인은 아는 사람에게 집을 임대하거나 아이 딸린 사람처럼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임대하지 않을 것임. 따라서 집주인들은 임대를 피하고 높은 가격에 주택을 팔려 할 것.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한 공급중시 경제학은 이러한 논리를 지지함. 프리드먼은 공공주택의 보급에도 반대. 철거된 가구가 신규 건립한 가구보다 많이 때문에 오히려 주거단위당 인원수를 증가시킨다는 이유에서임. 그렇게 되면 청소년 비행이 증가하고, 빈곤층이나 결손가정이 공공주택에 입주함으로써 범죄도 증가한다는 논리임. 이들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임. 거주 안정성이 보장됨으로써 빈곤층이 누리게 될 혜택에는 눈을 감는 것임.

- 레스터 서로우는 규제가 제로섬게임이라고 지적. 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 그는 정부의 인플레 억제정책을 예로 듬.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의 실질소득은 낮아짐. 하지만 누군가는 높아진 가격 덕분에 소득이 증가. 어떤 사람에게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 규제도 어떤 사람에게는 손실을 가져오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이득이 됨. 어느 쪽이든 손실을 보는 쪽은 규제를 거부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규제 철폐 논란이 이념적 대립으로 보일 뿐임.

- 자본주의 초기에 자본가들은 임금을 억제하는데 골몰해 있었음. 막스베버는 초기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어 더 많이 일하게 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신조가 통용되어 왔다고 지적. 이는 칼뱅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대중은 오직 빈곤할 때만 생계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일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임. 그러나 베버는 임금을 낮추는 방법이 한계가 있음을 인정. 싼 값으로 고용할 수 있는 잉여인구가 양적인 확장을 촉진시켰지만, 노동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질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음. "저임금과 싸구려 노동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생리적으로 불충분한 임금은 노동성과를 감소시키고, 때에 따라서는 도태되어야할 부적자가 생존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 저임금이 이윤을 낳는 것이 아니라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프로세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4. 자유주의 신화

- 하이에크가 주창한 자유주의는 변화와 진보를 두려워하지 않음. 자유주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며 오히려 변화를 추동함. 특히 과학적 사실을 거부하면서 전통적 도덕관에 갇혀 있는 기독교적 보수주의와 달리, 그의 자유주의는 새로운 지식을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 그래서 하이에크는 스스로를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불리기를 원했음. 하지만 그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음. 그도 지적했듯이, 사회이론과 경제이론을 결여한 보수주의자들이 아직까지도 자신들의 사상적 근거를 자유주의 철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사실 하이에크의 자유주의는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대공화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음. 수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정부의 개입 없이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놓으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려웠음. 그 시대의 경제학은 케인즈 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음.

- 국가의 개입을 부정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될 때만 개입을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이중적 태도는 마르크스의 다음 언급에서도 간명하게 드러남. "신흥 부르주아지는 임금을 규제하기 위하여, 노동일을 연장하기 위하여, 그리고 노동자 자신을 자본에 정상적인 용도로 종속시키기 위하여, 국가권력을 필요로 하면 또한 그것을 이용함. 이것이 이른바 시초축적의 계기임."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충돌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임.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가는 자본가의 특권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 시장에 개입해 왔음. 민주주의 국가들은 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법률들을 폐기하고, 조세제도를 통해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들을 확대했음. 조세수입은 공공이익을 위한 사회사업에 사용됨으로써 부의 재분재에 일정한 기여를 해왔음.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각종 제도는 노동자들이 참정권을 갖기 위해 땀 흘린 노력의 대가이며, 자본가 역시 이들의 봉기를 우려했기 때문에 민주적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음. 민주주의는 두 계급의 타협으로 이루어진 자유방임의 양보인 동시에, 절제된 자유의 획득임.

- 인간은 중세 이후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속박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소극적 자유를 확보.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스스로 자본에 구속되고 맘. "자본주의는 개인을 해방시켰다.... 돈은 사람의 차별을 없애주는 가장 위대한 것이 되었으며, 출생과 계급보다 힘 있는 것으로 등장하였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개인을 더 외롭고 고립되게 만들었으며, 그에게 무의미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활동과 성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개인은 행복이나 구원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경제적 성장과 자본의 축적에 기여하는 것이 운명이 되었다. 사람으 거대한 경제적인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었다."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5. 정의와 평등의 신화

- 프리드먼은 유전적, 문화적 차이를 수용한다는 전제아래에서만 기회의 평등을 인정. 자연이 공평하지 않게 만든 인생을 사회가 시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는 것임. 따라서 분배는 시장에 맡겨 두어야 함. 시장은 실패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불평등한 분배가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임. 시장원리주의자들은 평등이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 이러한 믿음은 우리의 본성이 이기적이고 경쟁적이라는 신화에 근거.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동시에 이타적이고 협력적임. 시장원리주의자들은 자유시장이 성장의 신화를 이루어왔다는 신념에 도취되어 극심한 불평등까지 정당화하는 오류를 범함. 더 나아가 이들은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으며, 공정성의 객관적 기준이나 공정한 경쟁도 없다고 주장.

-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의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음. 공정성이 인간의 본능인 이유는 뇌가 그렇게 반응하기 때문. 신경경제학은 경제주체의 선택과 보상이 이루어질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함. 연구자들에 의하면 최후통첩게임에서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여기는 기준보다 적은 몫을 받을 때, 통증 및 역겨운 냄새와 관계있는 뇌섬엽 피질이 활성화됨. 뿐만 아니라 최후통접자의 제안을 거절하는 남자들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음. 이 호르몬은 남성의 공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집단에서 서열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 우리는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때,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느끼면 공격적 성향을 드러냄.

6. 민주주의 신화

7. 국가의 역할

- 레이먼드 베이커는 자본주의의 아킬레스건에서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으로 불법자금, 불평등, 왜곡된 철학을 들었음. 왜곡된 철학은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자본주의 철학을 오랫동안 왜곡해 왔다는 것을 의미. 애덤스미스는 약자와 강자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적어도 강자의 편에 서지는 않았음. 하지만 추종자들은 애덤스미스의 사상 중 일부만 확대 해석함으로써 시장원리를 단순화했음. 특히 공리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대신, 잔인한 시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했음. 베이커는 모든 시장원리를 단순화한 환원주의와 공리주의가 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를 강탈했다고 비판함.

- 애덤스미스는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세가지 의무를 방위, 치안, 공공재 공급으로 파악. 공공재의 경우 사회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몇몇 사람들이 운영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필요. 고전경제학은 국가의 기능을 치안과 질서유지만 담당하는 야경국가로 한정했음. 야경국가의 질서란 곧 사유재산 보호임. 고전경제학은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공공재 공급과 사회의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할 경우 국가의 개입을 인정함. 고전경제학이 국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한정한 것은 국가의 비중이 증대되었던 중상주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었음. 그러나 19세기 후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이 확대되면서 국가의 역할이 다시 중요하게 취급됨. 또 대공황을 계기로 케인즈주의가 등장하면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국가의 역할이 주목을 받았음. 그러나 시장에서 국가의 힘을 배제하고자 했던 자유주의자들의 노력은 70년대부터 힘을 얻기 시작하여 80년대에 신자유주의 시대를 여는데 성공. 사회주의의 붕괴는 이들의 시대를 앞당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 민영화, 분권화, 탈규제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이제 주류 경제학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음.

- 자연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상호협력을 유지하도록 진화했지만, 강자계층이 약자계층을 의도적으로 보호하지는 않음. 집단생존을 위한 단순한 협력을 넘어 강자가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원칙은 인간사회의 발명품임. 인간 사회에서 강자들이 약자를 보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둘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 부와 지위의 극심한 격차는 강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었음. 인류의 역사는 다수의 약자들이 연대하여 방심하고 있는 소수의 강자들 습격한 일로 점철되기 때문.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강자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의 복지임. 이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시장은 늘 기회의 평등이 열려 있다고 선전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에 뛰어들도록 부추김. 경쟁에 뛰어든 사람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 쥔 채 신분상승에 목숨을 검. 이들은 결코 강자에 저항할 수 없음. 이들은 언젠가 강자의 대열에 기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므로, 강자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경쟁의 패배자로 인식.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서열임. 서열경쟁에 뛰어든 사람은 십중팔구 강자의 노예가 되기 마련. 시장은 오직 이런 사람들만을 선택하여 보상함. 하지만 사회는 다름. 사회는 스스로 생존하기 위하여 약자를 끌어안을 수 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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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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