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John M. Keynes는 여러 가지 새로운 학설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돈에 대한 착각The Illusion of Money' 이다. 풀어 서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2퍼센트가 될 것을 예상한 기업이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도 2퍼센트 올리기로 결정하여 통보한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눈에는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게 보이는데 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임금이 올라간 만큼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그들은 노동시간을 늘린다. 늘어난 노동시간으로 인해 생산력은 높아지고 그만큼 경제는 더 성장한다. 돈에 대한 착각은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경제 현상이다. 물가 상승의 고통도 크지 않고 경제 성장 달성도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2퍼센트 정도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필자의 경험칙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2퍼센트는 명목경제성장률 5퍼센트와 함께한다. 3퍼센트의 소득 증가인 것이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좋은 것이다.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가와 돈이 가지는 몇 가지 속성을 잘 살펴야 한다. 첫째는 물건만큼이나 돈도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건의 가치와 돈의 가치는 반비례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러 이미지 mirror image 인데, 쉽게 말해 '물건 값 올랐네’ 와 '돈 가치 떨어졌네'는 사실상 같은 말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 금, 원유, 원자재 시장에서 철저하게 적용되는 말이다.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기대되면 금값은 오른다. 인플레이션은 그 정의상 돈의 가 치가 떨어지는 것이므로 그에 따라 금이라는 물건 값이 올라야 하 기 때문이다.
둘째는 물건 값에는 소비자 물건 값과 투자자 물건 값이 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소비자 물건 값은 소비자 물가이고, 투자자 물건 값은 주가나 부동산 가격 같은 자산가격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물건 값이 서로 다르다고 착각한다. 소비자 물가는 내려가기를 바라고, 자산 가격은 올라가기를 바란다(물론 무주택자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사람 들의 바람대로 가격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소비자 물건 값과 투자자 물건 값은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해당 물건의 본질가치가 정해져 있다고 본다면, 물건 값은 시중에 풀린 통화량으로 결정되는데, 시 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즉 금리가 내려가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건 값은 올라간다. 소비자 물건이나 투자자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자산 투자의 본질이 바로 이런 것이다.
셋째는 돈이 몰리는 곳의 값이 더 올라간다. 돈이 풀리면(즉 돈 가 치가 떨어지면) 물건 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소비자 물건 값과 투 자자 물건 값 중 어느 것이 더 올라갈 것이냐는 돈의 쓰임을 봐야 한다. 돈의 쓰임은 두 가지다. 현재의 소비를 위해서 소비재를 사거나 미래의 소비를 위해서 투자 자산을 사는 데 쓰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당장의 소비냐 미래를 위한 투자냐, 이 두 가지 선택 에서 고민한다.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돈이 투자자산으로 몰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가? 소비자 물가 는 바닥을 기고 있다. 세계 경제는 현재 저물가 - 고성장 골디락스 시대의 초기에 진입해 있다. 투자자산, 즉 부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는 인플레이션의 이음동의어다.
- 수천 년 동안 발생했던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다음 열 가지 명제로 정리할 수 있다.
1. 돈은 그 자체로 신뢰다. 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도 무너진 다. 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남용을 막는 것이 정치의 우선적 의무다.
2. 화폐가 붕괴하기 시작하는 초창기에는 국가나 통치자가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도한 채무가 생기면 국가나 통치자는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의무를 회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유혹은 언제나 존재한다. 인플레이션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고 예상 하는 이유다. 돈과 통치자가 존재하는 한 인플레이션도 사라질 수 없다.
3. 인플레이션은 거대한 면도칼 위를 달리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대개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킬 뿐이다. 소위 초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아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경제는 황폐해진다. 이것이 화폐 시스템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4. 20세기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초인플레이션이었고 대개 초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동기에 발생했다. 일종의 정치적 인플레이션인 셈이었다.
5. 경제학파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경제학파 내에서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학파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고수하는 고전학파로 나뉜다. 케인스학파는 인플레이션이 생산력을 방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전학파는 돈은 실제 경제활동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두 학파의 주장이 모두 옳다.
6.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상관관계는 장기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었고 물가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7. 2000년부터 '금융위기 발생과 통화 대량 투입' 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통화량 급증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다음 위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8. 인플레이션은 물가에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자산과 유가증권의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 인플레이션도 동시에 발생한다.
9. 인플레이션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빈곤 계층이다. 인플레이션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세금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10. 지금까지 국가는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부채를 없애려고 해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종말이 예상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통치자에 의한 인플레이션 이용과 관련해 구소련의 독재자 레닌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레닌은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은밀하게 국민이 누려야 할 복지의 일부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레닌의 주장이 옳다. 한 사회를 전복시키는 데 화폐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것만큼 주도면밀한 방법은 없다.”
- 존 로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를 온 나라를 망쳐 놓은 도박꾼이자 사기꾼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다양한 사상을 앞장서 실천했던 최초의 금융이론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존 로의 일부 사상은 이후 국민경제에 편입되었다. 존 로는 지폐를 발 명하지는 않았으나 지폐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그의 실패는 지폐 의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잘 못된 화폐정책이 경제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6세기 중국의 비전, 17세기 스웨덴에 도입된 지폐, 18세기에 사 용된 여타의 지폐들은 금, 은, 동을 본위로 했고 이 지폐들은 명목가 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일치하 는 화폐였다. 반면 존 로가 발행한 은행권은 액면가치와 실질가치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 지폐의 담보가치는 약속, 믿음, 평판, 희망뿐이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화폐를 '위험화폐'라고 한다. (귀금속을 본위 로 가치가 보장되는 화폐와 대조적으로) 이러한 화폐는 보장가치가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내재가치만 남는다.
-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만성적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인플 레이션이 발생한다. 그 유형도 거의 유사하다. 재미있게도 고전 희곡과 구성도 일치하여 총 5막으로 구성된다.
제1막에서는 배우들이 소개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희곡에서는 재정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국가가 배우인 셈이다. 국가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폐를 발행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처음 에는 토지, 건물, 귀금속, 세수, 식민지 혹은 기타 국가사업에서 얻은 수입으로 지폐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보장된다. 지폐 도입이 성공한 듯 보인다. 국가가 채무를 정리하고,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생산과 복지는 증대된다.
제2막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공에 도취 한 나머지 국가는 경솔한 판단을 한다. 통화량을 늘리기에 바빠 통화의 실질가치와 명목가치가 일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동시에 국가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늘린다. 이제 그레셤의 법칙이 슬슬 힘을 발휘하기 시작 한다. 시중에 악화의 유통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양 화는 뒤로 빼돌려 움켜쥐고 있으려 하지만, 가치를 상실한 악화로 빚을 갚으려 하기 때문이다.
제3막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초반에 누리던 행복은 사라진 다. 부채가 증가하고 정부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증가시키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 3종 세트가 순차적으로 발생 하면서 경제 및 신용 위기로 이어진다. 화폐발행량이 증가하고 수입 이 감소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다 보면 극심한 인플레이션 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다.
하강 국면에 돌입할 무렵 제4막이 시작된다. 정부는 재앙을 막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가격 동결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가치를 잃은 화폐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며 금은 거래를 금지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이제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는 불안정한 통화 체제에서 빠져나가 려는 사람들을 엄벌에 처한다. 이렇게 해봤자 대개 소용이 없다. 재 앙이 올 시기가 미뤄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제5막에서는 경제가 붕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 가 무너지면서 정부는 고통스런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정부는 치솟 는 물가를 잡아보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대개 이런 것들은 높은 경제 비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경제 회생 조치를 감행한다.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을 감수해야 하며 도중에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런 정책을 도입해봤자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다.
고전 희곡에서는 제5막에서 영웅이 성숙한 인물로 거듭나면서 막 이 내린다. 하지만 이런 결말은 안타깝게도 인플레이션의 역사에서는 관찰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2000년 동안 유사한 일이 너무 자주, 많이, 빠르게 반복되어왔다.
- 1914년 독일은 거액의 빚을 져 가며 전쟁을 했다. 국민들도 독일이 승리하리라는 기대감에 들떠 애 국하는 마음으로 전쟁채권 War bonds을 샀다. 이때 진 빚에 1918년 승 전국이 패전국에 부과한 전쟁배상금, 군대 해산, 고용 창출 정책, 지방분권화 재정 지출 등으로 독일 정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23년 독일 북서부의 루르 지역이 프랑스에 의해 점령당하자 독일의 채무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독일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보는 이론도 있었다. 마르크 투기꾼들 책임이라는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자본시 장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전가하기에 만만한 대상이 투기꾼이긴 하다). 반면에 독일 경제학자들은 전쟁배상금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쟁배상금 을 지불하기 위해 독일은 수출을 늘려야 했고, 수출을 증가시키려면 마르크를 평가절하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 마르크 가치는 급 락했다. 1923년 4월 1달러대 마르크 환율이 2만 마르크였던 것이 8월에는 460만 마르크, 11월 초에는 2조 2000억 마르크로 올라갔 다가, 1923년 11월 20일에는 4조 2000억 마르크를 기록했다.
마르크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화폐가 광기를 부리면 어떻 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1920년대 초반 사람들이 노후를 대 비하여 모아둔 돈은 1923년이 되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그 돈 으로는 노후 대비는커녕 신문 한 장도 사볼 수 없었다. 정치적 결정 으로 인해 중산층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상점은 화폐를 받지 않고 물물거래를 했다. 이것은 화폐를 교환수단으로 하는 산업 화 된 국민경제체제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이 틈을 타 돈을 번 투기꾼들과 암거래 상인들은 벼락부자가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적개심의 대상이 되었다. 유가물(경제적 가치 가 있는 물건)을 소유한 자가 곧 왕이었다. 유가물은 해외로 반출되었고 약삭빠른 투기꾼들은 대출받은 돈(몇 달 후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므로 거의 공짜로 물건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으로 재산과 지배권을 얻었다.
얼핏 보면 독일 정부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화폐를 마구 찍어 부채를 처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정부가 정말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 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초인플레이션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이미 알고 있다. 대부분의 초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변기에 발생했다. 전쟁 중 혹은 전쟁 후 기존의 체제가 붕괴되는 시기, 이를테면 계획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도기 혹은 변혁기에 발생했다는 시기적 공통점이 있다. 초인플레이션은 정치 혹은 경제적 혼란이 낳은 자식인 셈이다. 꼬집어 말하면 초인플레이션은 정치적 인플레이션으로, 일반적으로는 정치인들이 원인 제공자다.
정치적 변혁기는 대개 불안정하고 국가의 통제 기능이 제한적이 다. 조세 수입은 물론이고 다른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국가는 심각 한 재정 적자에 시달린다. 자금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방법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적고 유일한 해결 방안일 때도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향후에도 인플레이션 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율은 마지노선을 넘으면 가속이 붙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화폐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하면 멈출 방법이 없다. 이때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초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간다. 고高인플레이션일수록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불안정하다. 즉, 고인플레이션일 수록 인플레이션율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얘기다. | 세 번째 공통점은 인플레이션과 통화량은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 이다. 통화량과 인플레이션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인플 레이션율이 높을수록 화폐유통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관관계는 살짝 더 복잡하다. 화폐량과 화폐의 액면가 치가 증가하면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은 증가하지만 은행권의 명목가치에 비해 구매력이 극도로 낮다. 그만큼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 이런 상황 까지 상상할 수 있다. 화폐를 더 많이 찍어내도 물가가 화폐발행량보다 빨리 상승하므로 화폐가 부족해진다. 화폐량이 2배 증가했는 데 물가가 4배 상승한다면, 구매력의 관점에서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돈은 더 적어지는 셈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가격 변동 추이가 반영된 실질 통화량이 감소했다” 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100만 마르크 지폐 한 장으로 단독주택 한 채 대신 치즈 크래커 하나밖에 못 산다는 얘기다.
- 독일 화폐개혁은 종종 '렌텐마르크 Rentenmark의 기적'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신화폐인 렌텐마르크가 도입되자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이멈췄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1조 마르크당 렌텐마르크 1장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독일인들이 렌텐마르크를 받아들였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사람들은 렌텐마르크 가 독일의 토지와 땅을 담보로 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따랐다.
도이체 렌텐방크Deutsche Rentenbank는 렌텐마르크를 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었다. 렌텐마르크는 법정 지불수단은 아니 었지만 공공은행에서 인정하는 화폐였다. 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본 은 농업, 공업, 상업, 중소기업 종사자들을 통해 조달했다. 이러한 목적으로 이들은 부동산의 토지채무Grundschuld(토지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지불받을 수 있는 물권으로 독일민법상 저당권과 유사한 제도) 상태를 강제로 등기하고 국가에 양도해야 했다. 달리 말해, 국가가 이러한 부동산 에 대해 강제로 접근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부동산이 새로 발행하는 화폐인 렌텐마르크의 담보였던 셈이다.
- 화폐로서 가치를 상실한 마르크화에 대한 렌텐마르크의 환율은 1 대 1조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렌텐마르크를 도입하자 기적 이 일어났다.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진 것이다. 이후 1924년 가을 라 이히스마르크Reichsmark가 도입되면서부터 독일 경제가 안정을 찾았다. 라이히스마르크 대 렌텐마르크의 환율은 1 대 1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시끌벅적한 놀이의 최대 수혜자는 독일 제국이었 다. 독일 제국의 채무는 1640억 마르크에서 16페니히로 감소했으 18 얼마나 안정적인가! 라이히스마르크를 발행하는 라이히스방크는 정부가 지폐발행권 을 남발하여 과도한 채무를 해결하는 것을 금했다. 이는 렌텐마르크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여기에는 무분별한 화폐 발행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폐 발행을 중단한다'는 아주 단순한 공식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 공식대로 했 더니 초인플레이션이 뚝 그쳤다. 당시 기록을 보면 초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중단된 듯했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화폐 발행 중단을 계기로 국가가 그동안의 잘못된 지출 행 위를 수정하고, 신규 채무량을 감소시키고, 금융 질서가 재편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을 때 화폐발행량을 늘려 빚 을 해결해온 시간들을 국가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가에서 새로운 정책을 더 많이 시행할수록, 정치인들이 기념행사에서 제도 혹은 구조 개혁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할수록, 화폐의 광기를 막을 가능성이 높다.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돈은 정치와 관련된 돈이다. 돈의 가치는 돈을 발행하는 정부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책이 잘못되면 돈이 가치를 잃는다. 화폐개혁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아무리 강렬하다고 해도 한 가지가 빠지면 소용이 없다. 바로 신뢰다. 역사학자들의 표현을 빌면, 독일인들은 경제적 대혼란이 지나가고 경제 질서가 잡히며 렌텐마르크가 안정되기를 바랐다.
- 화폐개혁의 역할과 경제 기적의 의미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또한 정신적·정치적 지도자 자리를 두고 전설의 경제장관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Ludwig Erhard 와 '도이치마르크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공군 소위 출신 경제학자 에드워드 테넌바움 Edward A. Tenenbaum이 경쟁을 했다. 라이히스마르크는 잘못된 금융정책으로 인해 이미 화폐 가치를 상실했고 회생이 불가한 상태였다. 화폐개혁이 없었다면 독일연방공화국은 정상적인 출범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 1950년대 도입된 도이치마르크는 독일 경제사에 한 획을 그었다. 도이치마르크가 자리를 잡은 덕분에 독일 경제에 기적의 초석이 다져질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20년도 채 안 되어 독일은 경제 강 국의 반열에 올랐고, 독일의 경제모델은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었 다. 도이치마르크는 모든 통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인 기축통화 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상황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물가와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임금은 그대로였다. 국민들의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연합국 점령 지역에서는 상점 불매운동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1948년에는 통화개혁과 에르하르트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일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액 예금자가 대부분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소액 예금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노조에서는 에르하르트 를 두고 경제 독재자' 라며 맹렬히 비판했지만 그는 끈질기게 버텼 다. 임금동결 조치가 총파업 이전에 철폐된 덕분에 1949년 봄이 되 자 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고, 도이치마르크가 평가절하되면서 수 출 경기는 호황을 이뤘다. 195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 기적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어우러져 나타난 성과였다. 마셜 플랜, 자유 무역 붐, 탄력적인 노동 공급, 독일 경제의 높은 생산성, 시장경제의 충격요법 등의 흐름을 타고 상승효과가 일었고 1950년대 중반에는 한국전쟁의 여파로 투자재 및 생산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코리아붐'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일 경제에 평화의 시대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도전이 잔잔한 평화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도이치마르크의 안정성
도이치마르크는 어느 정도로 안정적인 통화였을까? 도이치마르크는 지금도 통화 정책과 통화사에서 최고의 화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성적은 어떨 까? 도이치마르크는 평균 3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했다. 즉, 도이치마르크 체제 중 4분의 3이 넘는 기간 동안 가치를 상실했다. 참고로 유로는 도입 10년 동안 평균 2.1페 센트의 가치를 상실했다. 그러나 10년 실적과 50년 실적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50년 동안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동서독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50 년 실적에는 이 두 사건도 반영되어 있다.
- 필립스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고용이 증가한다”고 주 장한다.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노동자는 임금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낮아지므로 기업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감소하고, 실질 임금이 감소 하여 고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노동자가 자신의 실질 임금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만일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필립스곡선 이론을 반박했다. 프리드먼에 의하면, 임금 인상 요구로 인건비가 상승하면 기업의 인력 고용 의향이 감소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래의 고용 효과는 사라진다. 이렇게 필립스 곡선에서 말했던 고용 효과는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실질 임금이 감소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상승한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질 임금이 상승하면 원래의 고용 효과는 사라지고 없 으므로 프리드먼은 중기적으로 필립스곡선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95년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가 등장하면서 필립스곡선에 대한 비판이 더 심해졌다. 루카스는 인플 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업률도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프리드먼의 이론을 논리적으로 완성시켰다. 그는 노동자들이 인플 레이션율이 상승할 것을 예상하면 먼저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므 로, 인플레이션 증가에 따른 고용 효과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 다. 프리드먼은 일시적으로 고용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 반면, 루카스는 노동자들이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용이 증대하는 효과는 없어진다고 보았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 을 요구했는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임금과 실업률만 증가한다. 실질 임금이 증가하므로 고용이 감소하는 것이 다. 잘못된 예측이 한 나라를 경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음을 통찰한 루카스의 주장은 탁월하다.
-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세계화되고 자본 이동성이 높은 시대에는 금융 억압으로 재정을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조장 정책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인플레이션으로 국가 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일 수밖 에 없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인플레이션만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화폐의 가치와 부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의회의 결의안 이나 장관의 공식 선언 없이 익명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책임자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부는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게다가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는 조작도 가능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 인플레이션을 국채 해결사로 보는 이유가 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채는 국가적 사안에 가까웠다. 각국은 특히 자국민으로부터 돈 을 빌렸다. 이는 정치라는 명목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는 자국 민에게 돈을 빌려서, 즉 내국채internal debts를 발행하는 동시에 세금 을 인상하여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국가는 국민에게 돈 을 빌리고 세금을 인상시켜서 세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부채를 상환 하는 셈이다. 신사적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이 방법으로 국채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이는 일본의 국채 비율이 300퍼센트에 달하는데 국 가 부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 나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국민에게 지고 있는 빚이 특히 많다.
그러나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빚을 지기 시작하면 이 방법으로는 국채를 해결할 수 없다. 이 국가는 자국의 경제 소득을 포기하고 해외로 보내야 한다. 다른 국가에 빚을 지면 상품이나 서비스로만 상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은 상품이나 서비스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원치 않으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인플레 이션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다. 해외 부채를 처리할 때도 인플레이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셈이다.
- 지난 수십 년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저축 과잉global savings glut’ 을 꼽았다. 버냉키는 세계 자본시장에서 중국이 자본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가 노후대비를 위한 저축 모드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자본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금리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현상이 발생한 두 번째 원인이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에 있다고 보았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과 혁신력 이 줄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마비되어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투자 자본 수요가 감소했고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경제 위기, 2007년 부동산 위기, 유로 위기 등 2000년 대에 발생한 금융 위기도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이후 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리스크는 피하는 대신, 부채와 투자를 줄이고 안정성 있는 투자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이러한 분위기 역시 자본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금리를 하락시키는 데 한몫했다.
근래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은 전 세계를 저금리 자금에서 시 작하여 제로 금리로 판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러한 정책이 추진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설과 해석이 다양한 만큼 주안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정적인 질문은 하나다.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경제 리스크가 더 심해지리라는 전망은 확실하다.
- 주식시장은 영화관이다.
인도 출신 펀드매니저 모니쉬 파브라이(Monish Pabrai, 파브라이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공동 운영자로 워런 버핏과 점심 경매에 6억 원으로 낙찰된 인물)는 주식시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 러분이 10유로를 주고 영화 티켓을 샀다고 생각해봅시다. 영화관 좌석이 만석입니다. 그 런데 갑자기 불이 났습니다. 최소한 연기는 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밖 으로 뛰쳐나가려고 하겠지요. 그런데 이 영화관에는 엄격한 룰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해야지만 떠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 티켓 값은 뚝 떨어지겠죠. 이 영화관이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 주식 투자 시 심리적 함정에 빠져들고 싶지 않다면 4G를 기억하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몰트케의 전쟁 전략처럼 주식시장에도 네 가지 G가 필요하다. 4G는 바로 돈(Geld), 생각 (Gedanke), 인내심(Geduld), 운(Gluck)이다. 장기 투자를 하려면 항상 돈, 생각, 인내심 이 필요하고, 운은 나중의 일이다. 겁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세 가지가 부족하다” 라고 말 하며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투자 심리를 지적했다.
- 최악의 투자 상담가는 두려움, 탐욕, 질투, 시기, 성급함, 이웃이다. 투자를 할 때는 이런 것들을 멀리하라.
- 1996년 소말리아 사태를 예로 들어보자.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5년이 넘도록 무정부 상태에 있었다. 재무부, 중앙은행, 주무관청도 없었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계속 유통되었고 국민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은행권을 돈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스스로 중앙은행 직원 이라 했던 은행권 제조자는 해적들이었다. 이들은 엄청난 양의 위 조지폐를 제작하여 달러화와 바꿔치기를 했고, 소말리아에서는 통 화량 M1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듯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플레 이션이 없었다. 누구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소말리아는 국가가 없는 상태인데, 인플레이션이 없는 통화를 보유하고 있다니 이 상태를 뭐라고 해야 할까?
해적들은 위조지폐라고 해도 사람들이 인정만 해준다면, 화폐량 이 부족한 상태에서 화폐로서의 가치를 갖는다는 걸 알았다. 해적들 은 국채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다른 국가의 사례와 달리 국가에 서 개입하여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국민들은 화폐 가치 평가절하에 관심도 없었다. 위조지폐 제조 비용과 명목가치에서 발생한 차액을 챙겼을 뿐이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처럼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앞에서 배웠던 시뇨리지seigniorage(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실질가치에서 발행비용을 제한 차익)가 아니겠는가!
소말리아에서는 공공연히 해적이라는 자들이 화폐 발행을 남발하 여 화폐 체계를 뒤흔들었다면, 다른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은 정치인 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화폐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화폐를 조작하라는 유혹을 받는다. 앞으로 화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돈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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