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의 기본은 뭘까? 높은 품질, 적적한 가격, 짧은 납기다. 우리는 이 세가지 기본을 우직하게 실천했다. 밭을 가는 소처럼 말이다. 소 한마리가 쟁기를 짊어지고 꽁꽁 얼어붙은 땅위에 서 있다. 소라고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소는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거친 땅을 묵묵히 간다. 우리도 그렇게 했다. 그 결과 마치코바, 즉 동네공장으로는 처음으로 증권시장에 상장. 게다가 37년 연속 경상이익률 35%를 달성. 다시 말해 이 세가지에 소홀한 기업은 설령 대기업이라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거두지 못함. 가격만 해도 그렇다. 일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뚝 떨어뜨리는 기업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이익을 남길 것인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고객은 곧 여러분의 회사를 외면하고 다른 기업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물론 기본을 지키는 일은 귀찮고 번거롭다. 그러나 만일 내가 37년 전으로 되돌아 가더라도 이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지켜갈 것이다.
- 납기가 짧다는 말은 그만큼 1개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납기가 반으로 줄면 하루 생산량은 두배가 된다. 만일 단가가 같다면 이익 역시 2배가 된다. 짧은 납기는 고객사의 시간도 절약해 주지만 우리의 시간도 아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납기일만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려고 애를 썼다. 덕분에 지금은 짧은 납기가 에이원정밀의 대명사가 되었다
- 당사보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보통 콜릿 척 수주에서 납품까지 짧으면 1주, 길면 2주가 걸린다. 우리는 보통 1일, 늦어도 3일이면 납품이 완료된다. 당일 오후 3시까지 들어온 주문의 70%는 그날 안으로 제조하여 발송한다. 주문의 100%를 당일제조, 배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중에 일이 없을 것을 감안하여 급하지 않은 일은 30% 남겨둔다. 우리 공장이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라고 상상했는가. 그러나 정반대댜. 우리는 늘 여유있게 작업을 진행한다. 덕분에 퇴근시간이 임박하여 부품이 고장났다, 어떻게 해서라도 오늘 중으로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와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다. 또한 우리는 대기업처럼 거드름을 피우지 않고 소량의 주문도 기꺼이 받는다. 단 한개의 주문이라도 말이다. 물론 특별 주문의 경우 하루안에 완성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사와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납품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빠른 납기를 앞세운다고 해서 다른 요소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점. 품질을 포함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기에, 그리고 타사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빠른 납품을 실현하고 있기에 에이원정밀은 고수익 기업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계를 교체하는 것. 에이원정밀은 남보다 빨리 좋은 기계를 도입했다. 어머니들이 돈관리하는 방식이 있다. 푼돈은 아끼고, 큰돈은 과감히 쓴다. 우리 역시 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되 불필요한 지출은 한푼도 아까워했다. 에이원정밀의 판관비율은 15.5%이다. 일반적으로 경영효율이 좋다는 기업에서도 20% 이하의 판관비율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15.5%의 판관비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직원들이 땀흘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평소에 본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직원 13명뿐이다.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해외를 포함해 1일평균 500건이 넘는 주문을 받는다. 더구나 경리나 재무를 따로 관리하는 부서도 없이 모든 일을 처리한다. 지금은 모두가 두세가지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 지식은 과거의 것이고, 변화는 미래의 것이다. 미래가 과거의 되풀이라면 얼마나 편할까. 그러나 미래는 늘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그래서 지식으로는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코가 민감하게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면 곧 계획을 전면 검토하고 새로운 행동에 나서야 한다
- 에이원정밀은 주문을 받으면 곧장 작업에 돌입한다. 얼마나 빠르냐 하면, 후추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주문을 받아 야마나시 공장에서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음.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전산망이 완벽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본사와 공장 사이에는 그 어떤 네트워크도 없다. 원시인처럼 보일지 모르나 손으로 작성된 문서를 팩스로 전송한다. 구체적 순서는 이렇다. 주문은 기본적으로 전화나 팩스를 통해 들어온다. 전화로 주문이 오면 주문내역을 꼼꼼히 확인한다. 팩스가 들어오면 전화를 걸어 체크한다. 그런 후에 주문전표에 필수사항을 적은 뒤 팩스를 통해 공장으로 보낸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으면 30초에서 길게 1~2분이다. 그 시각, 공장에서는 본사에서 도착한 팩스를 수령한 뒤 곧 공기수송관을 통해 현장으로 발송. 현장 담당자는 도착한 팩스를 확인한 후 자재보관실로 가서 필요한 재료를 고른다. 재료를 고를 때는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 각자 필요한 재료를 집어들고 나오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재료를 다 골랐으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서 작업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처리된다. 팩스대신 인터넷을 쓰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물론 그런 의견도 있지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하면 얼핏 스마트해보일지 모르나 현장 사람들로서는 이처럼 귀찮은 일도 없고, 자칫 혼란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팩스를 이용하면 편리한 점이 많다. 예컨대 주문전표를 굳이 데이터로 만들 필요 없다. 그대로 작업개시표로 활용가능.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대개 25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만일 한장의 종이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면 굳이 여기저기 확인할 필요없이 복잡한 공정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음. 물론 모든 면에서 아날로그적 방법이 좋다는 것은아니다. 입금관리나 매출관리에는 오피스컴퓨터나 워크스테이션이 훨씬 좋다. 현재 에이원정밀의 거래처는 13000군데에 이른다. 하지만 거래처가 3000곳일 때부터 오피스컴퓨터를 도입했으니 경쟁사에 비하면 관리부문의 디지털화는 매우 신속한 편이었다. 재고또한 일찍부터 바코드를 도입해 관리했다.
- 다른 업체에서는 주문을 받아도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없음.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공정관리나 납기관리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 공정표 하나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린다면 말 다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관리나 납기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리하지 못한 주문 물량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앞차가 빠지지 않고 있으니 뒤차가 정체될 수 밖에 없다. 병목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해진다. 내일 이 기계로는 이 작업을 할 것이다. 모레는 저 작업을 한다. 관리란 이처럼 기계를 미리 예약해 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더욱 꼬인다. 기계가 예약되어 있으므로 오늘 들어온 주문을 오늘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 공정이든 납기든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표임. 물론 관리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만 덕분에 관리작업을 하는 부서까지 만들어야 하니 이중으로 부담을 지게 됨. 에이원정밀은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기계 가동률에는 늘 여유가 있고, 작업은 최대한 빨리 진행된다. 밀려 있는 일이 없으므로 늦게 들어오는 주문도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관리부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 이밖에도 짧은 납기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있다. 수요가 정해진 재고를 보유할 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률을 70%로 맞춤. 사람들은 재고를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재고가 쌓이면 비용도 커지지만 모든 재고가 나쁜 것은 아님. 재고에도 좋은 재고가 있고 나쁜 재고가 있다. 좋은 재고는 어느정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 그러지 않으면 짧은 납기는 불가능하기 때문.
- 에이원 정밀은 매출목표가 없다. 반면 매출과 경비 등의 회계관련 정보는 늘 공개. 이를 통해 사원은 회사가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했는지 파악가능. 매출이 늘면 그만큼 자신의 이익분배금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므로 매출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한다
- 에이원정밀에는 조직과 직함이 없다. 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사원이 평사원이다. 공장에 경영자가 나타나도 누구하나 긴장하지 않는다. 퇴근길에 이것 좀 본사에 가져다 주세요 하고 커다란 박스를 건네기도 한다. 전 직원이 분주하게 몇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므로 경영자든 고문이든 남는 손이 있다면 사원을 돕는다. 에이원정밀의 경영자는 작업복을 입고 사원들과 함께 일한다. 다른 회사 사람들이 보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각자 맡은 일이 다르다. 대리가 과장으 업무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닌가. 누군가는 상사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에이원정밀에서는 통하지 않음.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기 때문에 결원이 생겨도 대체할 수 있고, 협력에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조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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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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